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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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괴물 같은 연극이라니, 놀라운 상상력 <반신>
괴물 같은 연극이 등장했다. 지난 19일에 개막한 일본의 세계적인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은 한국 배우들과 한일 양국의 제작진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으로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은 일본 만화의 대가 하기오 모토의 동명의 단편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공연시작 전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미 무대에는 배우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고, 이내 연출의 고함으로 연극 연습이 시작된다.극중극에서는 옆구리는 서로 붙어있고, 심장은 하나인 샴쌍둥이로 태어난 수라와 마리아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니 수라는 똑똑하지만 외모는 못났고, 동생 마리아는 이쁘지만 아기처럼 웃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리아를 보살피는 것은 수라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언제나 마리아다. “언니라 참아야지”라는 말을 늘상 듣고 사는 수라는 동생이 귀찮고 밉기만 하다. 개막 하루 전 극중 수라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주인영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개막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던 이번 작품은 주인영을 비롯한 12명의 전체 배우들이 선보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개성 있는 발성이 무대 곳곳에 펼쳐진다. “한국 배우들의 신체를 활용하는 능력을 높이 산다”는 노다 히데키 연출의 말처럼 한국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일본 제작진의 창의력이 합쳐져 새로운 연극이 탄생했다.번역극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난 말장난, 만화적 표현력, 연출의 재기 발랄함이 더해져 2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무대는 DNA 구조로 나선형으로 천장까지 이어지는 계단과 바닥은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는 세트로 구성되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여기에 샴쌍둥이들의 상상 안에 존재하는 벤젠 세계의 요괴들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배우들의 연습장면, 그들이 연기하는 극중극, 요괴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고 여기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들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수라가 그토록 원하던 고독과 자유는 상대방이 존재할 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 장면의 수라(혹은 마리아)가 터트리는 울음 소리을 듣고서야 깨닫을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과 도쿄예술극장의 공동 제작으로 선보이는 은 오는 10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9.23 / 조회 9,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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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고 싶은 샴쌍둥이 <반신>"만화적 상상력 가득한 작품 될 것"
지난해 유쾌한 상상력이 더해진 블랙코미디 로 큰 호응을 얻었던 일본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연극 으로 명동예술극장을 다시 찾는다. 오는 9월 12일 개막 예정인 은 몸이 하나로 붙어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이야기로 30여 년 전 발표된 일본 만화가 하기오 모토의 12쪽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86년 노다 히데키의 극단 '꿈의 유민사'를 통해 일본 초연 후 1988년, 1990년, 1999년 재연으로 이어졌으며, 1990년에는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몸의 한쪽이 붙어서 태어난 샴쌍둥이 중 언니 슈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심장과 장기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살아가는 동생 마리아가 미운 슈라는, 언제나 "언니니까 양보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까닭에 더욱 혼자만의 삶을 갈망하게 된다. 노다 히데키 연출연출가 노다 히데키는 26일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 속 샴쌍둥이들은 열 살이 되기도 전에 자아와 타자의 관계, 존재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하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속에서 혼자이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순성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현재에도 여전하다. 인간의 단면을 들추는 유쾌한 감동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원작 만화에 더하여, 연극은 평행 우주이론을 접목해 썀쌍둥이 모두가 어떻게 될지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결말로 바뀌었다. 하나의 심장을 온전히 얻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관객들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샴쌍둥이 중 언니 슈라 역을 맡은 주인영은 "한 사람이며 동시에 두 사람인 까닭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에 해 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라고 연습 소감을 전했다. 또 한 명의 쌍둥이 마리아 역의 전성민 역시 "심장이 하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서로 떨어지는 운명을 지닌 인물로, 누가 살아남을지 그 과정을 극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샴쌍둥이 역을 맡은 전성민, 주인영(왼쪽부터)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노다 히데키 역시 유쾌함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내는 연출로 유명한 까닭에 이번 작품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듯 하다. 은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는 장면과 함께 샴쌍둥이들의 이야기가 극중극으로 펼쳐지며, 시공간을 초월한 쌍둥이들의 상상 속 인물들이 등장해 작품에 독특한 재미와 색채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다 히데키 역시 "만화가 가진 오락성을 충분히 도입한 '즐거운 혼란'을 접하게 될 것이며, 다양한 시각 효과와 배우들의 신체 활용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인어로 등장하는 서주희도 "25년 간 해온 연극 작업 중 가장 즐거운 작업이 되고 있다."고 말하며 "한 명의 연출자로 인해 작품의 깊이, 배우의 상상력이 이토록 놀랍게 열리는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즐겁고 색다른 연습 과정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배우들이 특히 신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노다 히데키 연출의 말처럼 에서는 김정호, 양동탁, 정홍섭 등의 배우들이 고대 신화 속 전설의 새 하피와 흘러 넘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니콘, 한 쪽은 인간, 다른 한 쪽은 뱀인 게리온 등 상상 속 요괴들로 등장한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 한일 관계를 두고 노다 히데키 연출은 "10년 전 한국 공연을 앞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지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며, "연극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연극은 정치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며,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라고 연극인으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 후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도쿄에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08.27 / 조회 9,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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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숨막히는 여운과 친밀함 사이
강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꺾이지 않는 것은 유연한 것들이다. 자연스럽게 몸을 굽혀 바람을 맞이하고 뿌리의 힘을 받아 다시 서는 모습이 단명하지 않는 힘이며 비결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지금까지 쉼 없이 고전의 정수로 꼽히며 무대에 서는 까닭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주옥 같은 명대사들, 강렬한 캐릭터들이 탄탄한 뿌리로 지탱하는 동시에 많은 부분들이 시대와 무대에 맞게 변주되며 현재의 생명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은 변주의 운명을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1600년 전후로 추정되는 불분명한 저작연도를 비롯, 다수의 판본, 희곡상 뚜렷한 판단으로 그려내기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는 점은 매번 무대를 만드려는 이들의 이해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다른 줄기를 찾아내게 만든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경택 연출의 도 마찬가지다. 무대, 의상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그 시대의 고증 대신 오늘날의 감각을 따르고 있으며, 인물에 새로운 결을 그려내는 노력도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어두움이 가득한 빈 무대, 뒷면에 매달린 수많은 사각 철제 합판 조각이 작품의 이미지를 지배하는 것이 돋보인다. 쉼 없이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듯 극중 인물들을 비춰내는 수 많은 거울이 되기도 하는 철제 조각은 인물들의 등퇴장 통로로도 활용되며, 이때 판을 거두고 내리는 과정에서 나는 판이 휘어지는 소리, 날카로운 바람이 매섭게 날아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는 극의 긴장과 빠른 전개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음향 효과로도 작용한다. 햄릿 주변 인물들의 결을 더욱 풍성히 새긴 것도 신선하다. 독배를 든 거투르드(서주희 분)의 의연함과 햄릿을 향한 당부의 말은 여인으로서의 욕망이 모성에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어머니'에 가까웠고, 조심스럽지만 사랑의 웃음을 숨기지 않는 오필리어(전경수 분)는 과거 여러 모습과 달리 더욱 발랄한 모습이다. 특히 왕과 결탁하여 햄릿을 해하려는 악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폴로니어스(김학철 분)는 그의 희극성이 더욱 부각되어 극 전체에 쉼표와 웃음의 공간을 마련하고도 있다. 이는 이 관객들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나게 되는 길이 되어 주고 있고 관객들 역시 십분 무대를 즐기며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햄릿(정보석 분) 또한 그간 흔히 만나왔던 지독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아닌, 상황에 즉각 분노하고 더욱 명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빠른 전개와 극과 극의 인물이 대치되며 벌어지는 순간의 파열음이 강하다. 그의 고뇌는 자신 안에 갇히지 않고, 관객들의 머리와 가슴을 향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더욱 무대로 이끌리는 지점이나, 무대를 지배하는 아슬한 기운과 빈 공간을 밀도 높게 채우는 여운은 덜하다. 결국 매번 이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주는 햄릿의 고뇌를 침범할 수 없으며, 그의 고뇌는 언제나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감흥의 중심이 된다. 많은 시도와 현대적인 조합 역시 '성격이 운명이다'는 셰익스피어의 명제 안에서 운신한다. 기본 캐릭터와 구조가 가진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 밖의 인물들에게 칠하는 새로운 색과 시선이 작품에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이 가진 태생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리라. 정보석, 남명렬, 서주희, 김학철, 박완규 등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는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다. 의심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다. 그러나 캐릭터와 무대 등에 부여된 나름 탄탄한 의미들이 기본적으로 이 갖는 강렬한 이미지를 덜어낸 느낌이 크다. 오늘날 고전을 논하는 의의를 '동시대성의 발견'에 두고 있다는 연출가의 의도는 성공한 듯 하나 에서 기대하게 되는 치열한 번뇌의 모습과 오랜 잔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2.13 / 조회 1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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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불안 닮은 <햄릿> “인간의 모습 최대한 보여줄 것”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독백으로도 유명한, 전세계 문학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연극 이 연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601년 경으로 추정되는 때에 탄생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그간 수 많은 형태로 전세계에서 공연되어 왔으며, 주인공 햄릿의 복잡한 정신세계는 다수의 철학자, 예술가 등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의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고전에서 동시대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적 화두라고 생각한다”면서 햄릿에게서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세계는 더욱 발전되었고 다채로워졌으나, 정작 ‘내’가 할 일이 없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고, 어떻게 살지 막막하여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되 인간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길 의도하고 있는 오 연출은 그간의 작품들이 햄릿에만 집중되었던 것을 지적하며 “햄릿 주변인물들의 숨겨진 모습과 관계들을 드러내려고 의도했다”고 한다. 오필리어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독이 든 술잔을 드는 거투르드의 의도 등 여성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햄릿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정보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햄릿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무정형적인,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햄릿이 미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치기 직전까지 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사에서 가장 부침이 심했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사회와 나라를 위해 나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 못해 꼬리에 따라다니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그러한 모습들이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매 장면들마다 날것의 감정이 드러나는 햄릿을 시도할 것이다.” 자신의 형을 죽이고 햄릿까지 없애버리려고 하는 클로디어스 역은 등의 남명렬이 맡으며, 오필리어의 아버지이자 재상 폴로니어스는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학철이 분한다. 또한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드 역의 서주희,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 역의 전경수, 죽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햄릿과 결투를 벌이는 레어티즈 역의 박완규도 만날 수 있다. 12월 7일 공연 후엔 오경택 연출, 정보석을 비롯한 배우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9일, 10일 공연 전에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강의도 준비되어 있다. 연극 은 오는 12월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1.19 / 조회 1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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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15주년 더 강렬하게 돌아온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
연극 ‘레이디 맥베스’가 15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고양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1998년 초연했다. 초연 당시 연출가 한태숙이 오브제극과 연극의 독특한 결합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2002년 한국 공연계 최초로 폴란드 ‘콘탁 국제 연극 페스티벌 공식 초청’, ‘2008 국제 아트마켓 일본 동경예술견본시 초청’, ‘2010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공식 초청’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맥베스’를 기반으로 한태숙이 재창작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남편이 왕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맥베스’ 부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공연에서 ‘레이디 맥베스’ 역은 서주희가, ‘궁중전의’ 역은 정동환이 맡는다. 그 외에도 ‘오브제 시종’ 역에 이영란, ‘움직임 시종’ 역에 박호빈, ‘음악 시종’ 역에 박우재와 정마리, ‘어린 시종’ 역에 권겸민이 출연한다. 작품은 6월 6일부터 6월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7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고양문화재단
2013.06.03 / 조회 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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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개막, "앓이 시작하셨습니까?"
베르테르 앓이는 시작됐는가? 작품을 기다려온 많은 팬과 관객들의 기대를 받아온 뮤지컬 이 지난 10월 25일 개막했다. 괴테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여인을 사랑하지만 차마 고백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청년의 순수하고도 절절한 모습이 큰 전율을 가져다 주는 이 작품은, 이번 무대에서 4명의 배우가 베르테르로 서고 있다. 베르테르 역의 성두섭지난 10월 31일 공개한 작품의 주요 장면에서는 베르테르와 롯데들의 열연 및 새롭게 거듭난 음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음악적 변화가 가장 큰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고 설명한 김민정 연출은 “두 곡의 새로운 넘버가 추가되었으며 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작품의 다이나믹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롯데의 두 동생을 새로이 등장시켜 롯데가 가지고 있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을 부각하고자 했으며, 나무 세트를 활용한 숲의 공간을 추가하여 알베르트의 캐릭터를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펼치고 있음도 빼 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큰 관심은 베르테르 4명 저마다의 매력이 무엇일까, 하는 것. 2003년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데뷔 후 7년 만에 다시 베르테르로 서는 김다현을 향해 김민정 연출은 “섬세한 광기”를 이야기 했다. 김다현 역시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열정이 만들어 내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변이다. 또한 김 연출은 김재범을 “애틋한 베르테르”로, 성두섭을 “진지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베르테르”로 꼽았으며, 전동석에게는 “리허설 중에서도 어떻게 인물이 행동할지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순수한 충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쉽게 이해하고 설명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속에 휘말린 또다른 사람, 롯데 역의 김아선은 “표현하기 무척 어려운 역”이라며 나름의 고충을 말했으며, 또 다른 롯데 김지우는 “ 이후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역을 맡게 되어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었다. 사랑을 고백할 수 없는 슬픈 운명 (베르테르_전동석, 롯데_김지우, 알베르트_홍경수)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괴로워 하는 베르테르(김재범)이번 무대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연극 무대를 장악해 온 서주희가 베르테르의 사랑을 눈치채고 조언해 주는 오르카 역으로 첫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으며, 을 통해 연기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지현준이 사랑에 눈먼 카인즈로 분하고 있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사랑, 이루어질 수 없다면 (베르테르_김다현, 롯데_ 김아선)내년 1월 도쿄 아카사카 ACT씨어터에서 일본 공연도 계획되어 있는 뮤지컬 은 오는 12월 1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이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공연장면
2012.11.01 / 조회 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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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4인 4색 베르테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연습현장
2000년 초연부터 탄탄한 작품성으로 사랑받은 이 25일 개막을 앞두고 한창 연습을 진행 중이다. 플레이디비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에 마련된 연습실을 방문했다. 이날 엿본 현장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4인 4색의 베르테르와 더욱 풍성해진 음악 등으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했다. 공연을 십여일 앞두고 맡은 배역에 푹 빠져있는 배우들을 만나보자. "천국, 혹은 지옥. 그가 간 곳은 발하임이에요"(앙상블) 롯데(김아선)에게 첫 눈에 반한 베르테르(김다현)이날 배우들은 번갈아 가며 작품의 일부 장면을 선보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배우는 김다현. 등 최근 쉼 없는 작품활동으로 변신을 거듭했던 김다현이지만, 이번 연습실에서는 다른 캐릭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김다현은 2003년 출연 당시 '꽃베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답게 수려한 외모와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 베르테르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장면에서 발하임으로 떠난 베르테르는 롯데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만다. 롯데의 천진난만한 웃음 앞에서 대책 없이 눈동자가 흔들리는 순수한 청년 베르테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마음은 소녀처럼"(롯데) 다정한 연인 롯데와 알베르트(이상현)김아선의 롯데는 소녀와 같은 발랄함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었다. 롯데는 순수한 호의로 베르테르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흔들지만, 그녀에게는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알베르트 역의 이상현이 김아선과 함께 부른 '달빛산책'은 베르테르의 정열적인 사랑과 대조를 이루는 평온하고 다정한 사랑을 노래했다. "그대 어쩌면 그렇게 해맑을 수 있는지"(베르테르) 롯데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베르테르(김재범)베르테르는 행복한 롯데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김다현이 순진무구한 청년 베르테르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뒤이어 연습실 한 가운데로 걸어 나온 김재범은 롯데와 알베르트의 행복을 지켜보며 깊은 슬픔을 삭이는 애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에 얹어져 퍼져 나오는 그의 목소리에 연습실 전체가 베르테르의 슬픔 속으로 함께 잠겨 들었다. 이 장면에서 베르테르는 롯데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알 수가 없어 광대 같은 무례함…얼마나 더 내가 배려해야 하는지"(알베르트) 롯데(김지우)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베르테르(전동석)사랑을 원하는 베르테르, 혼란스러운 롯데베르테르의 행동에 화가 난 알베르트(홍경수)전동석은 가질 수 없는 사랑으로 깊이 절망한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에서 극단적인 감정상태에 다다른 베르테르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의 무절제한 행동에 분노한다. 홍경수는 롯데를 사랑하면서도 완고한 도덕관을 고수하는 변호사 알베르트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전동석이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한 '번개불에 쏘인 것처럼'에 이어진 홍경수의 '무례와 사랑'은 알베르트만의 고뇌를 드러냈다. "불쌍한 카인즈, 가엾은 영혼"(앙상블) 카인즈(오승준)를 변호하는 베르테르(성두섭)마지막으로 사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카인즈를 둘러싸고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대립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베르테르는 카인즈를 변호하기 위해 나서지만, 알베르트는 소용없는 일에 나서지 말라며 그를 차갑게 비난한다. 부드러운 눈빛 속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성두섭의 베르테르는 카인즈의 비극에 동요하는 섬약한 내면을 표현했다. 김지우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과 혼란에 빠진 비극적인 여인의 모습을 오가며 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음악도, 캐스팅도 풍성해진 2012년 괴테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다 끝내 죽음을 택하는 청년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쩌나 이 마음' '하룻밤이 천년' 등 극의 분위기를 한껏 짙게 하는 서정적인 음악과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많은 마니아를 낳았다. 조승우·송창의·박건형 등이 거쳐간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는 올해 김다현·성두섭·김재범·전동석 등 네 명의 배우가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 롯데는 김지우와 김아선이,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는 홍경수와 이상현이 연기한다. 음악도 더욱 풍성해졌다. 12년 만에 새로운 곡이 추가됐고, 전곡이 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돼 14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은 오는 25일부터 12월 1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연습 전 이야기를 나누는 김민정 연출과 김재범 연습 순서를 기다리는 김지우김민정 연출과 김다현, 성두섭, 김지우, 김재범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뜨거운 연습 현장!
2012.10.16 / 조회 2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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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모르겠는, 어쩔 수 없는 이 마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성두섭, 김지우
은 정직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온몸의 촉수를 열어두고 세상을 맞이하는 청년 베르테르가 등장하는데, 그는 슬프다. 젊은이에게 슬픔이란 사랑이라는 이름에 실려 오는 때가 더욱 많은 법. 세상을 비추는 빛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 롯데와 그녀로 인한 사랑과 슬픔으로 예민하게 전율하는 한 남자의 눈동자. 우리는 곧 이 두 남녀의 아슬한 감정 속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원망도, 슬픔도 아닌 묘한 그 눈빛, 성두섭 “요즘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 시대적인 배경, 베르테르의 성격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처음엔 정말 미련한 인물 같았는데, 작품을 분석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에 이어 (이하 베르테르…) 그리고 또 다른 신작 준비까지, 2012년 배우 성두섭은 그 누구보다 질주 중이다. 다작을 추구하진 않지만 여전히 무대가 고픈 서른 살의 배우가 새로운 배역을 마다할 필요는 없는 것. “희한하게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 뒤에는 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스스로 접고 “놓치기 싫었다”며 베르테르를 맞이하고 있는 성두섭의 욕심이 엿보인다. “데뷔 때부터 꿈꿨던 작품이다. 그래서 연습도 엄청 열심히,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한다. 내일 다른 작품 준비 차 출국하는데 짐도 아직 안 싸고 오늘 저녁 때 연습 런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갔다 와서도 아침에 짐을 풀자마자 다시 연습실로 갈 예정이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다. 연습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열심히 하면 그 만큼 얻어지는 게 있으니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에서 엇갈린 사랑 속에 놓인 슬픈 기생 ‘열’ 역을 맡은 그는 손목과 발목을 다쳤다. 에서는 정신 없이 티격태격하는 형제 중 동생 주봉 역을 맡아 쉴 새 없이 무대 위 아래를 뛰어 다녔다. 체력 소모가 어느 때 보다 많았던 지난 작품들에 비해 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 말을 건네니, 조용히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한다. “대신 여기가 너무 아프다”고. “아, 지금도 닭살 돋는다. 처음 경험한 건데 며칠 전 장면 연습을 하다 발 끝에서 손 끝, 머리 끝까지 전기가 온 것처럼 다 저려왔다. 이러다가 진짜 쓰러지겠는데, 하다 정말 그 장면 끝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알베르트 역의 (홍)경수 형이 ‘알 수가 없어’ 노래를 하는데 마치 환청처럼 천천히 이상하게 들렸던 순간도 있었다. 굉장히 무서웠다. 이게 뭐지? 싶고.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한 인물이 되기 위한 준비는 출퇴근 시간이 없기에, 책상 앞에서 몸을 일으켜 돌아가듯 작품과 배역과 거리 두기란 결코 쉽지 않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 작품을 본 전 세계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증하기도 했으니, 무대 위 베르테르가 되어야 하는 이의 감정은 얼마나 소용돌이 치겠는가. “감정소모가 워낙 크고,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계속 몸으로 부딪히고 있다. 그렇게 해 봐야 몸이 기억하고, 몸이 기억하면 다음에도 그 감정을 잊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지칠 대로 지치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연습 후엔 그 감정에서 빨리 나오려고 한다. 안 그러면 힘들어서 못 버틸 것 같다.” 스물 세 살에 데뷔해 올해로 7년 차. 뭔가 달라질 것 같아 그토록 기대하던 서른 살. 변한 것은 없지만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 쌓인 경험들이 나중에 내 안에 버티고 있는 내공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 바로 안으로부터의 변화가 그에게 시작되고 있다. “단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소중히 작품과 경험들을 쌓아가는 단계다. 처음에 “예,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대사로 시작한 앙상블이 하나씩 대사가 늘고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되고. 아직도 작품을 하면 앙상블들하고 더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으니까. 그 때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베르테르를 연기하면서 그간 겪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또 얻고 이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와 달과 구름을 가진 웃음, 김지우 “안에 단단함이 있지만 겉은 굉장히 부드러움으로 감싸여 있는 여자,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 생각했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마음으로는 네, 하고 이야기 했지만 수 많은 고민이 계속되었다.” 분명 를 통해 배우 김지우의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주변의 우려만큼이나 스스로의 긴장으로 몸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더 밑으로 떨어질 때가 없으니 치고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는 그녀의 생각대로 본 공연의 막이 오르자 마자 김지우는 더더욱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가 없었다면 지금 도 못 만났을 거다. 그리고 나에게 클래식한 뮤지컬의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을 거다. 분명 마음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아직도 그리운 작품이고, 나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김지우와 과의 인연은 여고생 관객으로 초연을 본 2000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2년 스물 세 살의 조승우가 베르테르로 변했을 때도, 2003년 김다현이 꽃베르로 불렸던 때도 그녀는 객석을 지켰다. 서곡이 시작되자마자 소름이 끼치는 무대, 그 기억이 지금 김지우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 ‘금단의 꽃’이라는 넘버를 너무나 좋아했었다. 어떻게 구하고 구해서 음향팀이 보관용으로 녹음해 둔 걸 들었는데 롯데라는 역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정말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했었다.” 무엇보다 김민정 연출과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재미있는 대화는 김지우가 롯데로 나서는데 큰 힘이 되었다.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자유롭고도 헤매지 않을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연출님과의 첫 만남이 연습실에서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나 잘 통했다. 굉장히 추상적인 것들을 잘 느낄 수 있게 해 주시는 분이다. 롯데와 베르테르가 소녀와 소년 같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세상 만물이 아름답고 햇살이 나에게 비치는 것이 행복한, 그 햇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감수성을 가진 소녀가 롯데다.”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말도, 정서도 잘 통하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의 감수성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남자가 나타났다면 어떨까.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는 건 롯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그녀의 생각이다.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장면은 나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베르테르가 다가오는 걸 거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크게 보일텐데 롯데가 먼저 다가가다니.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무엇 때문에 베르테르에게 다가가는지, 그 힘이 뭔지 조금씩은 알 게 되는 것 같다. 연습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너무나 아픈데, 그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게 바로 이 작품의 힘인 것 같다. 사람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하나를 톡톡 건드려 주는 것 말이다.” “재범이 오빠가 내성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부러 엄청나게 카톡을 주고 받았다. 그러니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기가 편해졌다. (웃음) 두섭이는 동갑이니까 말 놓자고 먼저 이야기 해줘서 좋았고. (웃음)” (김지우) “나도 형이랑 6년을 알았는데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은데. (웃음) 형이 여자랑은 금방 친해지지. (웃음)”(성두섭) 두 동갑내기 배우의 수다가 재미있다. 함께 같은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지만 쾌활한 여자와 조용한 남자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눈빛이 슬픈 베르테르의 연습을 볼 때마다 우는 롯데와 어떤 일이 있어도 팀들이 모이는 자리에 꼭 참석하는 베르테르는 그렇게 한 마음으로 작품을 빚어내고 있었다. “이번 연습 하면서 소름 끼쳤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 한 명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전체적인 소리와 표정들이 정말 풍부하다. 두섭이는 눈빛도 딱 베르테르인데 보고만 있어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고 상대방을 굉장히 동요시키는 배우인 것 같다. 2막 연습하는 걸 보다 나도 모르게 흐느끼면서 울게 된다.”(김지우) “베르테르와 같은 경험은 아직 해 보지 못했지만,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살 수 가 없을 것 같다. 둘 다 고통스러운 비극, 그래서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성두섭)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이미지 에이전시 Mr.Hodol@Mr-Hodol.com) / 디자인: 이주영(juyoung@interpark.com)
성두섭 김지우
2012.10.12 / 조회 2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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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 캐스팅
뮤지컬 이 오는 10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선 사랑의 열병에 사로잡히는 베르테르 역으로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이 캐스팅됐다. 김다현은 2003년 베르테르로 출연한 바 있으며, 김재범, 성두섭은 뮤지컬 와 에 이은 동반 출연이라 주목 받고 있다. 여기에 신예스타 전동석이 가세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베르테르와 알베르트,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 롯데 역에는 등에 출연했던 김아선과 등의 김지우가 캐스탱 됐다. 롯데의 완벽한 약혼자인 알베르트 역에는 등 무게감 있는 창작 뮤지컬에 출연해왔던 홍경수와 2010년 에서 알베르트 역을 맡았던 이상현이 함께한다.
이 밖에도 연극계 베테랑 배우 서주희가 연기인생 20년 만에 첫 뮤지컬에 도전, 베르테르의 사랑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조언자 오르카역으로 출연하며, 뮤지컬 과 연극 등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배우 지현준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눈이 먼 카인즈 역을 맡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뮤지컬 의 원작곡가 정민선이 12년 만에 새로운 곡을 추가하고, 이성준 음악감독이 전곡을 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해 역대 뮤지컬 사상 최대 규모인 14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할 예정이다.
뮤지컬 은 오는 10월 25일부터 12월 1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2.09.12 / 조회 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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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가려운 곳 시원하게 긁어주는 풍자 연극 두 편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풍자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두 소년의 가벼운 다툼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다툼을 담는다. 소소한 부부간의 논쟁으로 부르주아 계층의 허례허식을 꼬집는다. 연극 ‘리턴 투 햄릿’은 무대 뒤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극계의 현실을 드러내며 연극인의 무대에 대한 꿈과 열정을 보여준다.웃음 폭탄에 담긴 날카로운 사회 풍자연극 ‘대학살의 신’2012년 2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연극 ‘대학살의 신’은 두 소년의 다툼이 부모들 싸움으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부르주아 계층의 허례허식을 담아내는 블랙 코미디다. 연극 ‘아트’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주고받는 대사만으로 다양한 갈등의 변주를 드러낸다. 유쾌하면서도 히스테릭한 대사는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원작자인 야스미나 레자는 이 작품으로 교양과 예절이라는 가식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서로 헐뜯고 싸우기 바쁜 인간의 잔인함을 조롱한다.작품은 영국 대표 시상식인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코미디 상을,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이번 공연은 초연을 함께했던 한태숙 연출가가 참여한다. 가해자 부모로는 지난 공연에서 연기를 펼쳤던 박지일과 서주희도 힘을 보탠다. 피해자 부모 역에는 이대연과 이연규가 출연한다. 신구 배우들의 앙상블은 연극 ‘대학살의 신’의 신선함을 더할 예정이다. 연극의 절망과 꿈과 희망이 모두 여기에!연극 ‘리턴 투 햄릿’2012년 4월 8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연극 ‘리턴 투 햄릿’은 연극계의 현실을 꼬집으면서 무대 뒷편에서 드러나는 배우들의 꿈과 열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4년 만에 연극 무대를 올리는 장진의 무대 복귀작이다. 이번 공연은 세계최초 연간 라인업 공연을 선보인 ‘연극열전4’의 첫 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연극 ‘리턴 투 햄릿’은 연극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한 극장의 분장실에서 시작된다. 작품은 배우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며 그들의 꿈과 열정,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극중극 형태의 마당극, 빠르고 오가는 대사 등 ‘장진식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조재현은 연극 ‘리턴 투 햄릿’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장진식 코미디’라고 말하지만, 연극계에서는 ‘장진식 연극’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그만의 독특함이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극 ‘리턴 투 햄릿’에는 실력파 연극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김원해, 양진석, 박준서, 서주환, 김대령, 박찬서, 조복래, 이 엘, 한서진, 강유나, 김슬기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2.20 / 조회 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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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체크> 살인자가 된 이발병
국립극단과 폴란드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가 선보이는 연극 가 2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는 19세기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1821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작품. 실업 상태에 있던 이발사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가 결혼을 생각한 여인이 보이체크의 가난을 무시하고 군인들에게 추파를 던지자 분노와 질투심에 그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절대군주제의 지배계층과 사회적 모순을 제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발병이자 실험용 대상이기도 한 보이체크가 가장 소중한 여인을 살해한다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오늘까지 새로운 연극을 제시하는 젊은 거장들이 실험무대로 여겨지며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는 유럽과 북미에서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뛰어난 고전작품 해설가로 정평이 나 있는 연출가.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 흥행사들을 등장시켜 나래이터와 극중 인물을 소화시키며 관객과의 소통을 꾀한다. 자칫 무겁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유머코드를 넣은 것도 흥미롭다. 이호재(의사) 정상철(대위) 서상원(보이체크) 서주희(마리) 등 탄탄한 연기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는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보이체크! 인간은 말이야 도덕적이어야 해" 소장(정상철) "전 가난한 놈입니다. 소장님" 보이체크(서상원) 욕망을 안은 여인 마리(서주희) "원숭이가 모자도 쓰고 옷도 입었습니다" 고적대장과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는 마리 매일 완두콩만 먹는 실험을 진행하는 의사(이호재) "맥박이 불규칙하군 아주 좋아" 마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걸 알고 미쳐가는 보이체크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8.24 / 조회 9,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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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35] 욕망의 집요한 발현, 연극 ‘레이디 맥베스’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오브제 눅눅하고 음침하며 불길한 어느 여성의 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그곳은 실재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다. 낮은 없다. 여인의 불면증으로 인해 밤도 찾아오지 않는다. 혼란의 공간이다. 그녀의 손에 묻은 검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 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분열을 가속화한다. 이제는 불안하고 초조한 여인의 눈동자, 그도 한때는 날카로운 광기로 번득였다. 가부장적 권위를 전복시키는 강한 남성성으로 고정화된 자연법칙을 깨뜨리기도 했다. 모든 욕망 뒤에 남은 것은 추한 기억과 잡히지 않는 공포로 말라 뒤틀려가는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이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주변화 된 레이디 맥베스를 극의 주체로 확대시킨다. 이 작품은 전의가 맥베스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병을 고치기 위해 기억을 끌어내며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사이 그녀의 범죄행위가 밝혀진다. 죄의 재현을 통해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행위와 직면하게 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시선은 확실과 불확실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다. 일상적 삶의 궤도를 이탈한 그녀는 환각의 세계에서 방황한다. 한 덩어리나 정신은 파편화돼 있다. 이 혼돈은 앙상블로 인해 극대화된다. 레이디 맥베스를 제외한 극의 인물들은 모두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마녀와 시종, 왕과 전의 등 어조와 행동을 달리하며 혼란을 준다. 이는 레이디 맥베스의 분열, 일탈과 맞물리며 극을 광란으로 이끈다. 이들은 타인인 동시에 레이디 맥베스의 내적 자아다. ‘내가 본 것은 존재라는가’라는 질문은 그들이 결국 레이디 맥베스의 보이지 않는 내면임을 확인시킨다. 여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존재하지 않는 환영으로 판단, 그녀의 죄의식이 빚어낸 악몽임을 증명한다. 형상화된 욕망은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이른바 감각의 전율을 선사한다. 물체극 창시자 이영란은 밀가루와 찰흙으로 연극성과 미술성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다. 생생하게 살아 퍼덕이는 이 오브제는 강한 운동력으로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아가 그녀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인체의 뼈대와 심장, 피의 은유로서 단순하나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끝까지 함께하는 원일의 타악 연주와 구음 역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는 배우들의 기형적 언어와 더불어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몽환적 제의에 참여하게끔 유도된다.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을, 그 내면을 목격 동시에 체험한다.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것은 연극과 오브제의 중심에 서 있는, 빙의된 듯한 배우들의 연기다. 수수한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음흉하며 잔인한 여자가 되길 마지않은 서주희는 낮고도 지적인 목소리로 살인의 섬뜩함을 전한다. 쾌감과 고통, 집요한 시선과 행동으로 무대 전체를 압도하며 그곳이 자신의 내면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 맥베스를 아이처럼 대하며 어르고 달래 자신의 욕망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머니이자 우주이며 실제 조종자로 왕 맥베스 위에 군림한다. 궁중전의 역을 맡은 정동환은 비일상적인 언어와 어조로 극의 환상성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한바탕 놀이가 끝날 즈음, 자신이 레이디 맥베스의 양심임을 고백한다. 이 회오리 같은 놀이가 끝나고 나서야 배우 서주희는 무대에서 퇴장한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고 꿈은 또 다른 인생. 한 여인의 마지막 삶을 애도하는 구슬픈 목소리가 관객을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4 / 조회 1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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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오는 6월, 10회 공연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물체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의 표현 양식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 극단 물리의 연극 가 오는 6월 무대에 오른다. 1998년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우수공연베스트 5 등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00년, 2002년, 2008년 공연을 거듭하면서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그의 부인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작품은, 권력욕으로 남편을 부추겨 던컨 왕을 살해한 레이디 맥베스가 이후 심각한 몽유 증세를 통해 자신의 죄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공연에는 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서주희와 정동환이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와 궁정전의 역으로 다시 서며, 물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영란이 오브제 시종 역을, 작곡가이자 연주자 원일이 음악 시종, 댄스시어터 까두의 대표인 안무가이자 무용가 박호빈이 움직임 시종으로 분할 예정이다. 2010년 싱가폴 아트페스티벌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5월 29일과 30일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는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0회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5.10 / 조회 1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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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뒤통수 때리는 지적인 코미디란 이것!
비가 와도 절대 뛰지 않고 갈 지(之)자 걸음 하는 양반이 집에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개다리 춤을 추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황당하고 기가 막히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마당 쓸던 어린 돌쇠의 춤을 흘끗 보곤, 따라 해 보고 싶은 걸 겨우 참았던 것일 수 있지 않은가.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도 사람인지라 이해할 수 밖에. 이처럼 뒤돌아 폭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건 ‘믿었던 것’에서 맞는 유쾌한 뒤통수이다. 연극 이 특별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난이도를 더해가는 이런 솔직한 뒤통수 강타 덕분이다. 관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한다. 집단, 무작위, 잔악함을 동반하는 ‘대학살’을 전면에 내세우곤 무대 위에서는 고작 ‘두 쌍의 부부’가 고작 ‘10살 아들들의 싸움’ 때문에 옥신각신 한다. ‘고작’은 제 3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작은 막대기로 상대 아이를 때린 것은 ‘막대기로 중무장하여 가격한 것’이 되었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면 끝날 법한 일은 철저히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서 경위서를 주고 받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싸움도 뒤통수에 포함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양쪽 부모이지만,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 폭발하게 만드는 건, 그간 참거나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남편과 아내에 대한 불만이며, 아무런 결론 없이 소통과 작별을 고하고 마는 허탈한 그들 스스로의 모습이다. ‘한 다발에 50만원 밖에 안 하는’ 꽃으로 집을 장식한 생활용품점 사장, 남편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판에 아프리카 어느 곳의 유혈 분쟁에 핏대를 세우는 작가, 자기 아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으면서 제약회사의 과실을 감싸주기에 한시가 바쁜 변호사, 남편 대신 집안일이며 아이들 일에 총대를 매 왔지만 결국 중압감에 못이겨 남의 집 거실에 '오바이트'를 하고 마는 주부. 연극 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상황 변주 능력과 리드미컬한 대사 발휘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에서도 사소한 사건과 거창하지 않은 배경으로부터 인간 본성에 감춰진 이기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희곡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의 완급과 탄력이 느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큰 뒤통수는 바로 배우들이다. 대학로 대표 ‘진지파’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들이 치졸하고 유지하게, 결국 위엄 따윈 집어치워 버리는 부부로 나섰다. 참으로 오랜만에 코미디극을 통해 스스로 말하길 ‘잠재된 쌈마이’ 기질을 발휘 중인 서주희와 박지일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가 막힌 모습이다. 공연장은 작품에 비해 크기가 커 무대로의 집중을 떨어뜨린다. 수시로 전복되는 상황들을 내달리며 주고 받아야 할 때, 쉼 없는 대사와 입에 잘 붙지 않는 어휘들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 십분 발휘되지 못한 텍스트와 무대의 매력을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이 채워주고 있는 건 다행이다. 결코 지적이지 않은 이 주는 지적이고 통쾌한 웃음에 감염되어, 극장을 나서며 가려워 지는 내 뒤통수를 긁지 않는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4.14 / 조회 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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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뭐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난장판?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에 모인 배우들의 이구동성이다. 연극 의 작가 라스미나 레자의 신작인 이번 작품은 10살 아이들의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의 모습을 담은 코미디 극이다. 애들 싸움이 어떻게 어른 싸움으로 번져가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거침 없이 이어지는 ‘말 맛’으로 지난 해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및 올리비에상 최우수코미디상을 석권하며 해외에서 먼저 화제작으로 꼽혔다. 지난 6일 낮,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때린 아이’의 부모로 박지일과 서주희가, ‘맞은 아이’의 부모로 김세동과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오지혜가 나선 주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동안 진지한 작품에서 무게감을 더하던 대학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코믹 변신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피 토하고, 뇌가 터지는(웃음) 작업을 주로 하다 이번에 아주 경쾌하고 유쾌한 작업을 해서 주변에서 이렇게 귀여웠는지 몰랐다고 이야기 많이 한다”며 선물 같은 작품이란 서주희의 말에 박지일도 적극 동참했다., 등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 온 한태숙 역시 에 이은 두 번째 코미디 작품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과거 작업할 때는 거의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도 참 재밌었다”는 그는, “특히 박지일씨의 본 모습이 무엇이었나 의심할 정도로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다”며 배우에 대한 확신도 감추지 않았다. “아이 싸움으로 모였지만 결국 두 부부와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한태숙 연출은 “간단한 것 하나도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을 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제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극장 연극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며 “노련한 배우들을 비롯, 무대 장치, 의상 등 풍요로운 무대를 추구하는 것이 신시명품연극시리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극 공연장면 "생활용품을 팝니다, 계절을 안타는 사업이죠"(미셀_김세동)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변호사 알렝(박지일)"속이 울렁거려요, 토할 것 같아요~~~!""듣고 보니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우리 남편은 하루 종일 드라이기만 들고 있네요!""내 코코슈가 책!! 이 냄새를 어쩔거야~!"(베로니카_오지혜)"뭐가 이래!!"(아네트_서주희)"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4.08 / 조회 8,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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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두 부부의 과격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
지난 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연극 ‘아트’로 국내에 알려진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블랙 코미디로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 때문에 언쟁을 하게 되는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회 및 배우, 연출가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작품에 출연하는 네 명의 배우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를 비롯해 한태숙 연출과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자리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의 한태숙 연출은 “지금껏 공연을 올릴 때 마다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때는 잠을 푹 잘 수 있었고 웃고 즐기면서 작업을 했다”며 “두 부부의 싸움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화합이 되지 못해 결국 위기를 만든다. 처음은 부부간 소통 부재, 의식을 그리지만 극이 전개 될수록 중산층의 지식인,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를 다룬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공연에서 휴대폰을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 변호사 ‘알렝’을 연기 한 박지일 배우는 “그동안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 우울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내 인생의 선물 같은 작품이고 연습을 하면서도 행복했고 일상이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코미디지만 메시지가 담겨있어 작품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오지혜 배우는 “연극이 현대사회에 살면서 가장 미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극소수의 대중과 만나고 한 공연을 마치면, 다신 그 시간이 오지 않는데 왜 연극인들은 평생을 받쳐 연극을 하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배우들이 노력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석이 돋보이는 색다른 유쾌한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5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7 / 조회 8,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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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 두 부부의 살벌 현장
“중무장한 그 쪽 아들이 우리 아들의 안면을 정통으로 가격했습니다. 문제는 의도적인 가격이었다는 것이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신의 그 태도가 절 열 받게 만든다고요!” 일이 났다. 나도 크게 났다. 두 사내아이의 싸움에 부모들이 해결에 나섰건만, 초반의 기품 있고 점잖은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애들 싸움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대학살의 현장이 바로 이들 두 부부가 있는 이곳이다. ‘D-17’의 문구가 크게 붙어 있던 지난 주 금요일 연습실.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이 한창이다. 그간 다소 어두운 비극 작품에 주로 서 온 이들이 코미디극에서 만났다니, 제목에 이어 배우들의 조합에서 다시 고개가 갸우뚱 한다. "박지일씨나 서주희씨는 저와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저 사람들이 비극적인 작품보다 코미디를 하면, 갖고 있는 저 센스를 살리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들의 코믹 감각을 전 못 따라가요. 굉장히 대단해요.” 연출가 한태숙의 코미디 역시 새롭다. “대본을 전달 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엉뚱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는 한태숙은 “이 작품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다시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원래 하기로 했던 작품 안하고 이 작품 하겠다고 했다”며 웃는다. 연극 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은 11살 두 소년의 사소한 몸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양쪽 아이들의 부모들이 점잖게 문제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지만 점자 과격해져 유치한 설전과 몸싸움까지 불사하게 되는 ‘대학살’의 현장을 담은 코미디이다. “초반 20분까진 굉장히 점잖은데 뒤로 갈수록, 세상 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웃음) 무대가 난장이 되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쫀쫀하게 짜서 잘 끌어가면서, 어깨에 힘을 뺀 보편성이 담겨 있어요. 세상이야기, 위선의식, 부부간의 균열 등을 상당히 적절하게 짜 놓은 작품이죠. 말 맛도 대단해요.” 가해자 부모변호가 알렝, 박지일 + 자산관리사 아네트, 서주희 부부로는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박지일과 서주희는 “이번 작품은 선물과도 같다"며 입을 모은다.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역할을 할 때는 실제 일상도 영향을 받아서 평소에도 좀 우울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많죠. 코미디를 할 땐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워 지는 것 같아요. 그간 힘든 작품 많이 했는데 이번엔 재밌게 즐겨라, 하고 준 보너스 같아요.”(박지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유능하나 돈이 우선인 변호사와, 그런 남편을 두어 외롭지만 밖에서는 행복하고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아내가 이들의 몫이다. “정말 재수 없는 남편이죠. 경제적인 여건은 굉장히 풍요롭게 해 주지만, 자기 주장만 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고. 일을 위해서는 가정의 파괴도 상관 없다는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을 극대화 시킨 사람이 바로 알렝이에요.”(서주희) 살인사건이라 해도 권모술수나 뛰어난 언변을 통해 사건 자체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비열함을 갖고 있는 인물, 정의보단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며 서주희는 열을 식히지 않는다. “부인에 대한 외로움은 당연히 모르죠. 내가 이렇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부인은 그걸 잘 누리며 살고 있다고만 생각하거든요.”(박지일) 아이들 문제로 시작된 논쟁 속에서 부인 아네트는 평소 느꼈던, 이 상황과 관계 없는 여러 감정과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말끔하고 멀쩡한 복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두 사람은 “우리 속에 꿈틀대고 있었던 삼마이 기질을 기대해 달라”며 야릇한 웃음을 남긴다. 피해자 부모자수성가한 도매상 미셸, 김세동 + 역사에 조예가 깊은 작가, 베로니카 오지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오지혜와 최근 영화에서 더욱 활동이 활발했던 김세동 모두 반가운 얼굴이다.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은 아들을 위해 나선 이들 부부 역시, 엉뚱한 파국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탄 건 마찬가지다. “사실 미셸은 애들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애는 부모를 재앙으로 이끄는 존재다, 이렇게 까지 말하거든요. 그 부분 빼고 다른 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굉장히 학식이 있는 마누라에게 늘 좀 기가 죽어 있지만요. 그런 부부 생활의 불만을 이 기회에 토로하게 되요. 쌓인 게 폭발하는 거죠.” 김세동의 말에 오지혜는 “기우는 결혼이죠”라고 웃으며 맞받아친다. 돈은 못 벌지만 입은 충만하게 살아 있는 아내 역의 오지혜는 “남편을 가르치고 조정하려는, 남자들이 재수없어 하는 사람”이라고 베로니카를 설명한다. “헛똑똑이, 바로 그거에요. 원칙주의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세상 물정 모르는 헛똑똑이로 보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작품의 의도에요.” “둘의 싸움이 금기 해야 할 부분까지 서로 마구 건드리는, 정말 끝장내다시피 하는 데까지 가요. 나의 대변을 보는 듯한, 음식을 먹을 땐 맛있다고 먹지만, 나중엔 아주 더럽다고 여기는, 그것, 나의 그 더러운 부분을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인 것 같아요.”(김세동) 이들의 싸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육탄전 후에도 해결이 안 난단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어떻게 변해가는 세상 속 두 부부들의 모습인지, 무대에서 확인해 볼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연극 연습현장 시작은 품위 있게-이 상황이 따분한 변호사 알렝(박지일)과 그런 남편을 수습 중인 아네트(서주희)요목조목, 따지는 건 똑똑한 아내에게.(오지혜, 김세동)"그 사건에 관련된 기사가 경제 신문에 났더라고요"한시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알렝."그간 쌓였던게 얼마나 많다고! 더 이상은 못참아!!"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25 / 조회 10,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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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열심히 떠드는 텔레비전 토크쇼를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델마는 큰 소리로 딸을 부른다. “제시! 제시! 빨리 매니큐어 칠해줘, 나 손 씻고 올게.” 돌아오는 딸의 대답이 또렷하다. “엄마, 나 두 시간 안에 자살 할거야.” 연극 는 극과 극은 통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의 이치를 보여주며, 양 극의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충격들을 밀도 있게 선보인다. 어지러운 테이블이 놓여있는 거실에, 컵과 냄비들이 쓰기 좋게 들어있는 부엌, 이 아무렇지도 않은 공간 속에서 특이할 것 하나 없는 엄마와 딸이 온 몸으로 발산하는 것은, 생을 괴롭힌 가혹했던 것들과의 사투에서 얻은 너무나도 살벌한 체념과 가장들이다. 야식으로 즐겨먹는 도너츠를 사 둔다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배달 시키는 일, 약이 어디 있는지, 카라멜은 어디 있는지 엄마인 델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를 챙기고 다독이는 딸 제시가 간질을 앓아온 이혼녀에 도둑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해도 엄마는 쉼 없이 묻고 또 요구하며 제시의 삶을 한정한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늘 해오던 일인 ‘매니큐어 칠하기’는 소통 부재로 얼룩진 이들 사이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메타포다. 창피함의 요소로 가득한 딸을 낳고 엄마는 ‘사랑’의 이름으로 딸과 스스로의 눈을 보기 좋게 가려버렸다. 특별한 외출도, 유별난 감각도 없는 늙은 엄마가 부지런히 칠하고자 하는 매니큐어는 여성으로서의 미의 추구라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그것을 덮어 감추려는 습성의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마저 혼자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내가 기다려온 때”라며 묵묵히 자살을 강행하려는 딸을 피눈물로 막아서고 “너는 내 아가니까”를 말하는 델마. 뭉클한 어미의 사랑에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무너지려는 찰라, 그녀는 머릿속을 멍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토로한다.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마샤 노먼이 쓴 는 이렇듯 일상 소재가 안은 충격적인 사연들,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로 인해 1982년 초연 이후 끊이지 않는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특히 엄마와 딸, 애증이 가득한 둘의 대화만으로 이들의 삶, 한계선을 넘어버린 딸의 위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그간 박정자, 윤석화, 윤소정, 오지혜 등 내공 쌓인 여배우들의 힘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이번 에서 나문희는 '브라운관의 국민 어머니'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번지는 눈물이 얼굴 위 세월의 굴곡을 굽이굽이 흐를 때면 객석 이곳 저곳에서 참다 못한 흐느낌이 즐비해 진다. 1시간 20여 분의 흐름을 한번에 밀고 가는 힘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문득문득 터트리는 그녀의 절규는 허구의 배우와 실제의 엄마 사이의 분간을 힘들게 한다. 손숙, 서주희, 황정민까지 이번에도 역시 여배우에 기대를 건다. 저마다의 화려함이 응어리 진 침묵에 잔잔한 잡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잘자요, 엄마’하고 남기는 딸의 마지막 인사에 미치지 않을 엄마가 없듯이 우린 또 다시 이들의 목숨 건 선택에 깊게 흔들릴 것이다.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9.19 / 조회 1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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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연기 아닌 ‘나’를 보여줄 무대
자살을 결심한 딸과, 그런 딸을 이해해 가는 엄마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연극 가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2의 여덟 번째 작품인 가 오는 8월 29일 공연을 앞두고 동숭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해 매번 화제를 낳고 있는 연극열전2의 상반기 작품들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나문희가 엄마인 델마 역을 맡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문희와 함께 델마 역을 맡은 손숙, 딸 제시 역의 서주희와 황정민, 그리고 연출가 문삼화가 참여한 가운데,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인 조재현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엄마 델마 역을 맡은 나문희는 “연습하면서 그냥 델마에 빠져들었다”며 시종 일관 연기가 아닌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무대가 될 것을 이야기 했다. 10년 전 같은 역을 맡아 이번이 두 번째 델마로 분하는 손숙은 “지난 10년 세월동안 스스로도 겪은 일이 많았고, 엄마로서의 가슴앓이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소감을 말했다. 나문희와 손숙은 모두 딸 셋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또한 손숙은 “굉장히 힘든 작품이어서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했지만 작품 제의가 왔을 때 거절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올해 가장 좋은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며 작품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마샤 노먼의 데뷔작 [Getting Out]을 연출하기도 한 문삼화 연출은 “제시의 자살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에서 작품이 출발한다”며 “번안극으로서 낯선 소재와 단어들이 있지만 우리의 심장을 찌르는 작가의 치열함이 통하는 작품”으로 를 설명했다.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서주희는 “개성 강한 제시가 아닌 나, 일상 속 딸의 모습이 보여질거라 생각한다”고 했으며, 같은 역을 맡은 황정민 역시 “간질을 앓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제시가 평범한 모습은 아니지만, 딸로서 엄마에게 갖는 생각이 표현될 것이다”라고 세상을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이 제시임을 강조했다. 소통 부재 상황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엄마와 간질병을 앓고 있는 딸, 결국 이들 삶이 딸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는 1983년 뉴욕에서 초연된 마샤 노먼의 명작. 퓰리처 상 등을 수상하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198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윤석화, 손숙, 박정자, 윤소정,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선보인 바 있다. 기자간담회 모습 의 배우들. 서주희, 나문희, 손숙, 황정민.(왼쪽부터)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 조재현.글/사진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8.08 / 조회 13,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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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멕베스] 떨고 있는 그녀를 보라
검고 비틀어져 한 쪽이 기울어진 무대. 온통 어둠뿐인 이 공간이 내뿜는 숨은, 상상하지 못할 공명의 힘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레이디 멕베스](연출 한태숙)는 여전했다. 서슬 퍼런 권력의 암투 위에 선 이 여인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목적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제 자신의 손에 남은 핏내에 괴로워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8년 초연 당시 ‘칼을 든 자, 멕베스’가 아닌, ‘칼을 들게 한 자, 레이디 멕베스’에 초점을 맞춘 것과 함께 강렬한 소리, 오브제의 활용 등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이 2002년 공연 이후 ‘예술의 전당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초연의 충격과 6년 전의 감흥을 안고 다시 선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연극이 창조해 낸 다양한 발화(發話) 기관이다. 상당량의 언어를 대신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오브제들의 향연은 날카롭고 감각적이다. 암흑의 무대 위에 시종이 거침없이 내리 긋고 휘돌아 펼치는 순백의 밀가루 길은 이 여인이 꿈꾸는 죄 짓기 전의 순결, 혹은 돌아가고 싶은 무결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은 그녀가 앉은 자리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빛이 없는 그림자만 가득한 현실과 대면한다. 흑백의 색체 대비를 뛰어 넘어 밀가루와 찰흙이 빚어내는 오브제의 향연이 압권이다. 공연 시작 후, 시종들이 맛있게 주고 받아 먹는 떡은 곧 사람의 분비물이며, 서로의 얼굴에 던져지며 으깨지는 이 진흙은 스스로를 겨누는 오물이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은 길어지고 또 길어져 뱀의 똬리처럼 레이디 멕베스의 온몸을 옥죄어 오기도 하고, 허공에 매달린 찰흙 정물은 죽음의 순간에 하얀 피의 파편들을 토해 내기도 한다. 하나의 제의(祭儀)와 같은 무대, 그리고 이 몸짓들에 실린 음악은 관객의 촉수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천진 난만한 아이의 웃음, 혹은 울음 소리일지도 모르는 낭랑한 구음(口音)은 섬뜩하며 대사와 동작 사이에 엄습하는 타악의 울림은 소름끼친다. 깨끗하고 빈 무대에서 탄생하는 상징과 표현들은 그 무엇보다 꽉 찬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득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심리를 말해준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며 성적 매력이 넘치는 건강한 여자 레이디 멕베스(서주희 분)와 최면과 몽유를 통해 그녀를 죄의식에 맞닿게 하는 전의(정동환 분)의 어울림은 격정적이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기존 객석의 반을 포기하고 무대 위로 올린 좌석 배치는 작지만 강하게 무대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전체적인 조도가 낮은 공간에서 바닥을 내리꽂는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객석의 양심을 건드리고 80분의 공연에서 우리는 ‘죄 있는 레이디 멕베스’ 일지라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무거운 가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욕망의 실현과 그 결과에 웃고 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다. 야망의 단맛 뒤에 온몸으로 찾아오는 혹독한 죄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행동의 이유를 타인에게 물을 까닭이 없기에 레이디 멕베스를 관객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연극적 표현의 한계를 묻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우리는 [레이디 멕베스]라는 현명한 답안을 내 놓을 수는 있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2008.03.25 / 조회 9,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