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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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평가] 관객의 마음을 꿰뚫은 연극 ‘서툰 사람들’
장진 감독이 쓰고 연출한 연극 ‘서툰 사람들’이 오픈런으로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순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품은 인터파크에서 주관한 ‘골든티켓 어워즈’에서 2012년 연극부문 1위를 수상했다.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연극 ‘서툰 사람들’을 관객들은 어떻게 봤는지 인터파크 후기를 통해 알아봤다. 유쾌한 스토리에 장진만의 유머코드가 결합해 서툴지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연극 ‘서툰 사람들’은 도둑 장덕배와 집주인 유화이가 보내는 하룻밤 소동을 그려낸다. 장덕배는 도둑질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훔칠 물건보다 집주인을 먼저 생각하는 어설픈 도둑이다. 유화이는 자기 집에 훔쳐갈 귀중품이 없는 것이 안쓰러워 비상금 위치까지 먼저 털어놓는 순진한 여자다. 작품은 유쾌한 스토리는 장진만의 유머코드로 장전했다. 장진의 유머코드는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인터파크 아이디 lucia0** 관객은 “특이했던 점은 대부분의 연극이나 뮤지컬에는 여성 관객이 많은데 이 공연은 남남 커플도 많이 보였다는 점이 신기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었다. 많이 웃었다”고 전했다. 인터파크 아이디 kimh** 관객은 “연극 내용도 재밌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재관람인데도 재미있더라”고 소감을 남겼다. 인터파크 아이디 rosa7k** 관객도 “진짜 ‘강추’다. 정말 미친듯이 웃다 보니 연극이 끝나있더라. 끝나고 나서도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였다. 한동안 계속 실실거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작품이다”라며 작품을 추천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배우의 연기력 작품의 완성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관객들의 몰입도에서 바로 드러난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지난 해 새로운 시도와 풍자로 인기를 끈 tvN의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의 ‘김민교’와 ‘김슬기’가 출연한다. 인터파크 아이디 kamabli** 관객은 “호흡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강력 추천한다. 배우 김민교, 김슬기, 오현철의 맛깔나고 디테일한 연기와 찰떡호흡은 보는 내내 무대 위로 뛰어 들어간 것 같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최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인터파크 아이디 vlxldd** 관객도 “배우 김슬기의 웃는 연기가 정말 좋았다.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리얼했다. 그 작은 체구에서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지 무대가 꽉 차더라. 배우 김민교의 디테일한 표정연기 덕에 관객들도 빵빵 터졌다”고 전했다. ‘나’같은, 서툰 사람들의 서툰 이야기 작품의 소소한 스토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서툴다. 완벽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있어 마음 한 구석을 씁쓸하게 한다. 인터파크 아이디 kjjz6** 관객은 “사람들은 모두들 서툰 구석이 하나쯤 있다. 프로페셔널해보이는 도둑선생님도, 중학교 교사도 모두 서툰 구석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유쾌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던 시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파크 아이디 hdw** 관객은 “이렇게 서툴게 살면 좋겠다. 서툴지만 그 안에도 소소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평을 남겼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4.05 / 조회 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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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장진, 미래의 감독들과 만나다
뮤지컬, 연극, 영화의 연출,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장진 감독과의 만남을 가졌다. 군복무 시절 제대를 앞두고 들뜬 마음에 썼다는 이야기부터 시나리오를 쓰는 노하우까지, 장진감독의 진한 경험이 미래의 감독, 작가 앞에서 선물보따리처럼 풀어졌다. 연극 공연장에서 만난 장진 감독과 미래 크리에이터들. Q 내년에 입대를 하는데, 진행 중인 시놉시스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군대에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군대를 어디로 가는지도 중요해요. 본인이 살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면 다른 사고가 나오거든요. 게다가 군대에 가면 이제껏 나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요. 그 사람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런 경험을 글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군에 가면 다만 한 줄이라도 매일 기록하세요. 가끔은 한 단어가 나올 수도 있고, 가끔은 아무 글씨 없이 선 하나만 있을 수도 있어요. 제대할 때 600개의 메모가 있고, 이건 600개의 정서가 될 겁니다. 전 21살에 군대에 갔고 군대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을 22살 군 제대를 앞두고 썼습니다. 하룻밤에 일어나는 상황극, 청춘 멜로인데, 그 당시 내 기분이 그랬거든요. 제대를 앞두고 있으니까 들떠 있는 감성이 녹아 든 작품이죠. Q 장진 사단이라고 해서 같은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전 누군가와 계속 작업을 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장단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좋은 점은 서로의 코드와 이해 해야 할 점을 잘 알고 있단 것이죠. 단점은 나도 그 사람의 바닥을 알고, 그 사람도 내 바닥을 안다는 거에요. 정재영씨와는 오랫동안 같이 작업 했는데 당분간은 작품으로 만나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를 했어요. 그 배우가 다른 작품을 했는데 ‘정재영은 장진과 작품 했을 때 가장 빛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배우도 싫고, 저도 싫어요. 예를 들면, 저라고 해도 봉준호 사단 배우라고 하면 부담이 있잖아요. 배우 입장도 ‘저 감독은 항상 그 배우와 하는데…’ 이러면 좋을 게 없어요. 서로에게 긍정적이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사단이 필요합니다. 서로 기다려주고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처음엔 그 힘으로 가야 하죠. Q 제 최종 목표는 영화, 뮤지컬 연출입니다. 주위 분들은 호흡이 달라서 두 장르를 한번에 하는 건 힘들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제가 26살에 만든 첫 장편영화에 뮤지컬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그건 이상한 시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쪽 사람들 대부분이 연극 쪽 사람들이고요. 호흡이 다르다는 말은 개인의 능력차에요. 그것을 걱정하실 건 없고, 사람들은 의외로 장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질문자 분이 실제로 일을 하실 때면 아주 당연한 일이 돼 있을 겁니다. Q 감독님은 SNL코리아, 영화, 연극을 모두 하시는데, 본인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어떤 장르에 어떻게 부합시키시나요. 그 동안 여러 장르를 해봤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 장르와 맞을지, 이런 분별은 있어요. 그런데 정형적인 건 새롭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건 누가 봐도 연극이에요. 그런데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2차 대전 전투에 관한 건, 누가 봐도 영화잖아요. 이걸 연극 모노 드라마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처럼.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은 사전을 찾아보면 정확하게 나오죠. 그걸 역발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단편 시나리오는 몇 편 완성하고 장편을 준비 중입니다. 장편 시나리오를 쓰는 장소, 시간, 비법 등이 알고 싶어요. 전 2002년부터 초고를 쓸 땐 항상 태백으로 들어가서 씁니다. 초고나 나오면 수정 없이 시간을 둡니다. 초고에 갇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기 힘들거든요. 나중에 다시 한번 보고 2고에 들어가죠. 단편을 쓰다가 장편으로 쓰는 건 쉽지 않습니다. 30분 안팍의 이야기를 쓰다 100분의 이야기를 쓰는 건 당연히 엄두가 안 나죠. A4 100장으로 어떻게 절묘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을 겁니다. 이럴 경우 한달만 트레이닝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나 드라마 두 작품을 골라보세요. 그 대본을 그대로 써보는 거에요. 그러면 그 작품과 똑 같은 대본이 나오잖아요. 거기서 조금씩 바꿔보는 겁니다. 공간이나 장면, 캐릭터를 바꿔보든가, 줄거리를 조금씩 변형해도 되고 인물을 빼거나 넣어보는 거에요. 이런 식으로 트레이닝을 하면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시나리오를 쓸 땐 머리 속에 피라미드를 새겨둬야 합니다. 처음엔 사건과 인물들이 하나씩 펼쳐지고, 점점 꼭지점을 향해 가는 거에요.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을 때가 많아요. 다이아몬드처럼 튀어나올 때도 있고 한쪽이 들어갈 수도 있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 처음 5~10페이지는 읽는 속도가 느리지만 중간이 넘어가면 빨리 빨리 넘어가야 합니다. 마지막 3~4페이지는 절정인 거죠. 그걸 염두 해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국문학과인데 앞으로 연출을 해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는 것인지 조언 부탁 드립니다. 감독이나 작가 활동을 할 때 가장 걸리는 게 인문학적인 깊이, 철학적 고민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중요하거든요. 뼈저리게 이해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지, 사람들을 이해 못하면서 어떻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인접 학문을 공부하는 게 참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자원에서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혹시 이쪽에 관심이 있어서 활동하면, 연출을 전공한 사람보다 훨씬 넓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12.04 / 조회 1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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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표' 코미디, 어떻게 다를까? 연극 <서툰 사람들>
대학로에 웃긴 연극은 많다. 적당히 작품을 고르면 일요일 저녁 '개콘' 보듯 두 시간 동안 배불리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은 조금 다르다. 실컷 웃는 동안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이 연극은 영화·연극을 오가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장진 감독의 작품. 매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는 , 그 속에 담긴 장진표 코미디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서툴러서 짠한,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이 주는 첫 번째 재미는 의외성에서 나온다. 자취 중인 여교사 '유화이'의 집을 침입한 도둑 '장덕배'. 그는 쓸만한 도둑이 되기엔 너무도 마음 여리고 어수룩한 인물이다. 끈으로 화이의 손목을 묶으려다 잘 되지 않자 매듭 짓는 법을 적어둔 수첩을 들여다보고, 어설픈 도둑 행세로 번번이 화이의 타박을 듣는다. 발끈하며 화이를 윽박질러도 보지만, 그녀의 비명에 곧바로 수그러드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저 착한 남자다. 그가 커다란 보따리에 물안경, 곰인형, 화분 등 쓸데없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집어넣는 모습을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여주인공 '유화이' 역시 엉뚱하긴 마찬가지. 그녀는 낯선 도둑이 무서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도, 덕배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입에 갖다 대자 기겁하며 "저기요! 컵에 따라 마셔요!"라고 울부짖는다. 또 탁자 위의 사과를 집어 든 덕배에게 껍질을 깎아먹는 게 좋다고 참견하는가 하면, 화가 나자 도리어 덕배에게 부엌칼을 휘두른다. 매 순간 예측을 벗어난 행동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두 사람은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다 어느새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발로 퉁 쳐야 작동하는 화이의 고물 TV를 한심해하던 덕배는 "좋은 TV 하나 발견하면 갖다 줄게"라고 말하고, 그 말에 화이는 또 천진스레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도둑이라고 하기에도, 교사라고 하기에도 너무도 서툰 두 사람은 그래서 웃기고 또 사랑스럽다. '보통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장진만의 코미디가 가진 또 다른 힘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그의 따스한 시선에서 나온다. 화이와 덕배는 말다툼 끝에 친해지면서 서로의 외로움과 고민들도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장진은 주말 저녁 혼자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건어물녀' 화이와 어설픈 도둑질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덕배,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끌벅적한 자살소동을 벌이는 아래층 기러기 아빠 등 어딘가에 살고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꺼내어 살살 달래준다. 덕배에게 비상금을 숨겨둔 곳을 알려주는 화이와, 그 돈을 꺼내가는 대신 화이가 아끼는 인형 '김군'을 슬그머니 보따리에서 도로 꺼내두는 덕배. 세상엔 이런 도둑도, 이런 집주인도 없겠지만, 이 연극은 어딘가에 이처럼 순박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유쾌하고 따뜻한 상상으로 관객들을 웃게 한다.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함께 얻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인 연극 은 5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연극열전
2012.04.27 / 조회 1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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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편하게 내 손을 잡는 것 시도 중” <서툰 사람들> 류덕환
데뷔 20년 차인 스물 다섯 살 중견(?) 배우. 어린이들의 ‘잇 프로그램’인 뽀뽀뽀를 비롯하여 드라마 ‘전원일기’의 복길이 동생 순길이, 현 빅뱅의 지드레곤과 함께 키즈 그룹 ‘시티 오브 엔젤’의 멤버까지. 종횡무진 활약으로 떡잎부터 알아봤던 류덕환이 지금 ‘될 성 부른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네 살에 으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가 현재 의 서툰 도둑 덕배 역으로 서는 모습도 배우 류덕환을 더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 생활이 끝나 간다.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웃음) 특히 그간 했던 작품의 특성상 또래를 만나기가 어려웠었는데, 대학 생활로 사람이 남는 게 제일 크다. 밖에 나가서 선배님들 만나고, 좋은 동기들, 좋은 후배님들 만나고, 그런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또래 배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작업이 드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쪽(영화, 무대)에 계신 선배님들, 형들이 많았고, 그 분들의 등을 보고 자라서 인지 그것만 보게 되는 게 있다. 다른 장르는 좀 시선에 안 들어온다고 할까? 아직 겁내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와 맞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출연은 장진 연출의 권유인가? 90% 이상이 그것이다.(웃음) 예전에 류승룡 형이 할 때 봤는데 참 재밌구나, 하는 생각은 해 봤지만, 해볼 생각은 안 했었다. 이미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너무 잘해서 그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진 감독님이 전화를 하셔서 “너 다음 작품 언제 들어가?”라고 물으셨고,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그 주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오라고 하시더라. 가보니 전 배우가 와서 있었다. (웃음) 솔직히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갈피를 못 잡겠다, 승룡이 형을 따라 할까 봐 그게 겁난다고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나랑 10년이나 같이 했는데 그런 질문이 나오냐, 그런 거 생각하면서 너 부른 줄 아냐”시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 부으시고.(웃음) 연습 하고 2, 3일 지나니까 어쩌면 내가 이걸 조금 다르게 갈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가 장덕배의 옷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진 감독님하고 같이 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코미디 코드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표현해 내는 건 어렵다. 그 작업만 잘 하면 내게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다. ‘장진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인가? 작품 할 때 ‘버릇 없는 놈’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감독님들과 많이 싸우는 편이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을 때도 감독님과 무언가 소통이 되지 않아 4시간 동안 이야기하느라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때 감독님이 “내가 원하는 건 여자가 아니라 소녀야”라는 한 마디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처럼 나는 납득이 되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똥고집인데.(웃음) 장진 감독님은 자신이 쓴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마디, 어디에서 치고 올라오고 내려가고가 너무나 정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원하는 디렉션을 배우들에게 정확하게 준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하는 순간 장면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려놓고 못질해 놓은 공간에 내가 가서 잘 걸리고 싶다. 참 독특한 부분인데, 드라마는 절대 망가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에 따라 살려야 될 것, 그 사람의 매력만 뽑아내신다. 그게 항상 너무나 놀랍다. 연기 스타일을 배우에게 권하진 않는다. 일단 하라고 하고 안 되는 건 끊는 것이다. 또 다이얼로그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유머가 너무나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굉장히 크다. 본격 코미디는 처음 아닌가? 너무나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장르가 연극이지만, 파스(희극)라는 코드에 내가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은 있었다. 하지만 대본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더 표현하기 어렵겠지만 관객들이 편하게 내 손을 잡는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해 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상황, 에피소드 등으로 코미디가 이미 다 되어 있는데 내가 왜 웃길 것을 걱정하나, 그 상황에 절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웃기기 위해 기교를 하는 순간 망하게 된다. 무대가 왜 좋은가. 영상 매체는 뭔가 부족한데, 그게 관객이다. 연극은 못하면 확실히 응징해 주고 좋으면 기립박수 해 주고, 관객들이 즉각 반응을 해 주고 몸소 객관적인 이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에서는 관객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무대와 배우와 관객들이 저마다 시간을 내서 함께 해야 연극이 완성된다. 그런 희소성이 있고 이런 매력들 때문에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구혜선 감독의 영화 ‘복숭아 나무’에서 조승우와 샴쌍둥이로 등장한다. 촬영하며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을까. 많이 들었다. 승우형이 “영화 하는 사람도 많고 드라마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나는 뮤지컬을 책임질 테니 너는 연극을 책임져라, 난 연극이 그렇게 힘들더라”라고 이야기 하시기도 했다. 뮤지컬은 워낙 좋아하는 장르이고 꿈꿀만한 멋진 무대이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내 자존심을 버리면서 말씀 드리는 건데 자신이 없어서 못하는 거’라고 직접 정중하게 통화를 해서 거절 한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것 뿐이지 잘 알지 못하고, 그쪽 사람들이 지금까지 쌓아오고 꿈꿔 왔던 것들이 있는데, 내가 가서 그걸 건드리는 건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찍는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등 이미지 작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천화장사 마돈나’를 함께 촬영했던 고(故) 이언 형이 가기 전에 카메라를 선물로 줬다. 형 죽고 한참 지나 우연히 꺼내 찍었는데 카메라 앵글 속에 세상을 다 담은 것 같고, 다 가진 것 같고. 신기했다. 사진이 그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중이다. 또 멋대로 글 쓰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시나리오도 쓰게 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활용해보자 하고 몇몇 분들에게 말씀 드렸는데 임필성 감독님 제의로 스마트폰 영화를 찍게 되었어요. 말도 안 되는 코미디를 썼는데, 고맙게도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님 두 분도 출연해 주시고, 또 한 영화감독님도 출연해 주셔서 아주 기쁘다. 이 영화 자체가 그 감독님을 기다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누구인지는 아직 비밀이고.(웃음) 여러 활동의 중심은 연기인가. 그렇다. 모든 생각과 시각, 내가 하는 행동들을 전부 기억하고 싶은 건, 언젠가 그걸 써먹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배우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다. 그게 저 멀리 있어서 그걸 보고 가는 중이다. 그 길이 멀기 때문에 중간에 국도도 타고 다른 도로도 타 보고 하는 것이다. 배우로 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2.27 / 조회 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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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사람들> 쩔쩔매는 도둑에 큰소리치는 집주인이라니!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왜 문도 안 잠그고 자냐고 다그치는 도둑에, 비상금은 장롱 두 번째 서랍에 있다고 알려주는 집주인이라니 이 무슨 오묘한 조화인가. 도둑질도, 혼자살이도 서툰 사람들이 모인 이곳은 연극 의 연습실이다. 장진이 23살 때 군대에서 썼다는 은 도둑질에 서툰 남자 장덕배와 도둑 앞에서 할말 다 하는 집주인 유화이, 그리고 이 둘의 이상한 상황과 대화를 본의 아니게 침범하는 남자들이 벌이는 코믹 소동극. 2007년 초연 당시 10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이번 무대 역시 장진이 직접 연출을 맡아 ‘장진식 코미디’를 제대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어수룩한 도둑 역은 꾸준히 무대에 서는 정웅인을 비롯, 2009년 에서 알런 역으로 서기도 한 류덕환, 그리고 현재 에 출연중인 조복래가 맡았으며, 도둑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상냥한 여교사 유화이 역에는 지난 해 로 만난 예지원과 첫 연극에 도전하는 이채영, 그리고 심영은이 번갈아 나설 예정이다. 도둑 장덕배 역의 류덕환유화이 역의 예지원자살을 시도하는 기러기 아빠 김추락, 여자 사진 한 장만 보고 사랑에 빠진 서팔호, 그리고 유화이의 아버지 유달수 등 세 역을 동시에 맡는 멀티맨은 김병옥과 홍승균이 맡아 종횡무진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지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연극 은 오는 2월 11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2.02 / 조회 17,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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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연극 ‘서툰사람들’, 5년 만에 다시 대학로로!
연극 ‘서툰사람들’이 오는 2월 11일부터 5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07년 ‘연극열전2’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올려진다. 연극 ‘서툰사람들’은 2007년 공연 당시 류승룡, 강성진, 장영남의 뛰어난 연기력과 한채영의 첫 연극 무대 데뷔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웅인, 예지원, 류덕환, 이채영이 좀 더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두 남녀의 하룻밤 소동을 그린 코믹소란극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딘가 서툴고 부족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훔칠 물건보다는 집주인을 먼저 생각하는 어설픈 도둑 장덕배와 자기 집에 훔쳐갈 귀중품이 없는 것이 안쓰러워 비상금 위치까지 먼저 털어놓는 순진한 집주인 유화이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유쾌한 연극 ‘서툰사람들’은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웃음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진이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에 대학로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언제나 스스로 ‘연극쟁이’라고 소개할 만큼 연극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그의 이번 행보가 대학로 연극계에 또 한 번 흥행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채충명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1.17 / 조회 1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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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멕베스] 떨고 있는 그녀를 보라
검고 비틀어져 한 쪽이 기울어진 무대. 온통 어둠뿐인 이 공간이 내뿜는 숨은, 상상하지 못할 공명의 힘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레이디 멕베스](연출 한태숙)는 여전했다. 서슬 퍼런 권력의 암투 위에 선 이 여인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목적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제 자신의 손에 남은 핏내에 괴로워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8년 초연 당시 ‘칼을 든 자, 멕베스’가 아닌, ‘칼을 들게 한 자, 레이디 멕베스’에 초점을 맞춘 것과 함께 강렬한 소리, 오브제의 활용 등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이 2002년 공연 이후 ‘예술의 전당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초연의 충격과 6년 전의 감흥을 안고 다시 선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연극이 창조해 낸 다양한 발화(發話) 기관이다. 상당량의 언어를 대신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오브제들의 향연은 날카롭고 감각적이다. 암흑의 무대 위에 시종이 거침없이 내리 긋고 휘돌아 펼치는 순백의 밀가루 길은 이 여인이 꿈꾸는 죄 짓기 전의 순결, 혹은 돌아가고 싶은 무결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은 그녀가 앉은 자리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빛이 없는 그림자만 가득한 현실과 대면한다. 흑백의 색체 대비를 뛰어 넘어 밀가루와 찰흙이 빚어내는 오브제의 향연이 압권이다. 공연 시작 후, 시종들이 맛있게 주고 받아 먹는 떡은 곧 사람의 분비물이며, 서로의 얼굴에 던져지며 으깨지는 이 진흙은 스스로를 겨누는 오물이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은 길어지고 또 길어져 뱀의 똬리처럼 레이디 멕베스의 온몸을 옥죄어 오기도 하고, 허공에 매달린 찰흙 정물은 죽음의 순간에 하얀 피의 파편들을 토해 내기도 한다. 하나의 제의(祭儀)와 같은 무대, 그리고 이 몸짓들에 실린 음악은 관객의 촉수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천진 난만한 아이의 웃음, 혹은 울음 소리일지도 모르는 낭랑한 구음(口音)은 섬뜩하며 대사와 동작 사이에 엄습하는 타악의 울림은 소름끼친다. 깨끗하고 빈 무대에서 탄생하는 상징과 표현들은 그 무엇보다 꽉 찬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득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심리를 말해준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며 성적 매력이 넘치는 건강한 여자 레이디 멕베스(서주희 분)와 최면과 몽유를 통해 그녀를 죄의식에 맞닿게 하는 전의(정동환 분)의 어울림은 격정적이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기존 객석의 반을 포기하고 무대 위로 올린 좌석 배치는 작지만 강하게 무대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전체적인 조도가 낮은 공간에서 바닥을 내리꽂는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객석의 양심을 건드리고 80분의 공연에서 우리는 ‘죄 있는 레이디 멕베스’ 일지라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무거운 가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욕망의 실현과 그 결과에 웃고 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다. 야망의 단맛 뒤에 온몸으로 찾아오는 혹독한 죄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행동의 이유를 타인에게 물을 까닭이 없기에 레이디 멕베스를 관객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연극적 표현의 한계를 묻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우리는 [레이디 멕베스]라는 현명한 답안을 내 놓을 수는 있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2008.03.25 / 조회 9,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