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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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와 한국사회의 민낯” 연극 ‘하나코’ 2월 개막
연극 ‘하나코’가 2월 개막한다. 작품은 위안부에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한분이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소원인 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동생으로 추정되는 렌할머니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난다. 관련 연구를 하는 여성학자 서인경과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방송사 PD 홍창현도 함께 간다. 등장인물들은 위안부 피해자와 그들을 둘러싼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작품은 2014년 연극 창작산실 대본 공모 당선,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시범공연 지원 선정,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한분이 역은 예수정, 렌 역은 전국향, 서인경 역은 우미화, 홍창현 역은 신안진이 분한다. 작은 김민정,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연극평론가 김태희는 “죄 많은 이 땅에 대한 기록이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연극임과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하나코는 2월 7일부터 2월 1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_Lim-AMC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01 / 조회 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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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다룬 한태숙 연출 '하나코' 앙코르공연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위안부 문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다시 생각해봐야"
2월 7일부터 대학로 공간아울 무대에연극 ‘하나코’의 한 장면(사진=극단 물리).[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물리가 오는 2월 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앙코르공연으로 선보이는 ‘하나코’다.작품은 위안부 생활을 함께 하다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나는 한분이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학자, 이를 취재하는 방송사 PD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각적인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차가운 현실을 이야기한다.작가 김민정이 각본을 맡고 연출가 한태숙이 연출한다. 김민정 작가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문제의 안팎에서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한태숙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온 기존 작품과 달리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내면과 갈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며 “일본이 전격적으로 해치워버린 합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민으로 산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최근 영화 ‘터널’ ‘부산행’과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출연한 배우 예수정이 초연에 이어 출연해 주인공 한분이 역을 맡는다. 인간의 죄의식이 어떻게 발현되고 치유돼 가는지를 정제된 감정 연기로 보여준다.참혹한 역사의 현장인 캄보디아에서 피해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렌 할머니는 배우 전국향이 연기한다. 배우 우미화, 신안진은 여성학자와 방송사 PD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31 / 조회 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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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정은혜 "권력 눈먼 여인 비극 더 강렬하게"
창극 '레이디 맥베스' 21일부터
한태숙 "언제든 모험할 작품"
연희장면 전통국악으로 재해석
정은혜 "레이디 맥베스 내것으로"
원작 못잖은 강렬함 보여줄 것
"시대와 공감하는 작품 되길"연출가 한태숙(오른쪽)의 대표작인 ‘레이디 맥베스’ 창극버전의 주역은 소리꾼 정은혜다. 한 연출은 “창극 배우라도 연극 화법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은혜를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은혜는 “연출가가 믿어주는 만큼 레이디 맥베스를 나만의 캐릭터로 소화해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각오를 전했다(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광기와 욕망에 사로잡힌 한 여인의 비극. 연출가 한태숙이 1998년 발표한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맥베스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초연 이듬해인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연출상·연기상을 수상한 한태숙의 대표작이다. ‘레이디 맥베스’가 3년 만에 앙코르무대(21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우면당)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더 특별하다. 국립국악원과 함께 창극 버전으로 새롭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한 연출은 “오래전부터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주제와 함축적인 대사가 ‘창’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주연배우도 바뀌었다.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했던 소리꾼 정은혜가 새로운 레이디 맥베스로 나선다. 두 사람을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만났다. △한태숙 연출가 “언제든 모험할 작품”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 인물의 감정을 다양한 물체로 표현하는 ‘오브제극’이란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한 연출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레이디 맥베스’를 꾸준히 무대에 올린 이유로 “언제든 모험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늘 나 자신을 일깨워주는 힘이 있다. ‘원작을 그렇게 훼손하면서까지 작품을 만들어야 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작의 주제를 강조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버전을 달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그런 점이 내게 힘이 된다.” 창극 버전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다. 한 연출은 “원래 창을 좋아했다. 음악과 미술이 같이 어울린 작업으로 창극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레이디 맥베스’의 줄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오브제와 음악이다. 2013년 대학로예술극장에 올린 공연이 오브제를 강화한 버전이었다면 창극버전은 음악을 보다 강화한 결과물이다. 창극으로 바뀌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도창’(창극에서 일종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인물)의 등장이다. 도창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맡았다. 가야금·피리·타악 등 국악기와 함께 콘트라베이스로 음악을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창극과는 다소 거리가 먼 악기 구성이다. 한 연출은 “전통적인 창도 등장하지만 현대 관객의 정서에 맞춰 아리아처럼 작품을 꾸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창을 ‘사탕발림’처럼 사용한 건 아니다”라며 “연극에선 다소 축소했던 연희장면을 전통국악의 품격 있는 장면으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새로운 주역 정은혜 “무모한 용기와 도전”‘레이디 맥베스’ 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연극배우 서주희다. 초연 때부터 레이디 맥베스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서주희는 한 연출과 함께 작품의 명성을 쌓아온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창극인 만큼 새로운 레이디 맥베스가 나선다. 바로 소리꾼 정은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은혜도 “서주희를 따라가는 것은 너무 어렵고 시작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것은 이번 작품이 연극과 달리 전통 소리를 기반으로 해서다. “무모한 용기와 도전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은혜에 대한 한 연출의 강한 믿음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2012년과 2013년 국립극장에 올린 ‘장화홍련’과 ‘단테의 신곡’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 연출은 “창극 배우라도 연극의 화법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은혜를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은 없었다. 정은혜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혜는 한 연출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부단히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나이테가 많이 있는 작품에 워낙 늦게 승선하다 보니 준비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연출가가 믿어주는 만큼 쉽지 않은 레이디 맥베스를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 강렬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권력이야기 시국과 맞물려…“공감대 생기길”‘맥베스’가 끝없는 욕망으로 결국 파멸에 이르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면 ‘레이디 맥베스’는 욕망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심리에 집중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욕망과 광기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 근원에는 권력을 향한 욕망이 있다. 공교롭게도 ‘레이디 맥베스’가 다루는 권력과 욕망에 대한 메시지는 최근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마녀의 예언을 듣고 고뇌하는 맥베스의 옆에서 왕이 될 것을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은 지금 한국사회를 위기에 몰아넣는 사건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물론 우연이 만들어낸 일치다. 연극에 이어 창극에서도 전의와 맥베스로 1인2역을 하는 배우 정동환은 “예전에도 시국과 관계없이 작업했지만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작품은 연출가의 결벽증으로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라사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반성해보자는 것이 그렇다”고 말했다. 한 연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작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시국이 불안정하고 상실감이 컸을 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며 “권력에 대한 과도한 탐닉이 가져오는 종말에 대한 사유는 상징성이 크다. 물론 작품이란 것이 꼭 어떤 목적과 사유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으로 (시대와의) 공감대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연출가 한태숙(오른쪽)과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소리꾼 정은혜(사진=국립국악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20 / 조회 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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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의 비애, '창'으로 승화하다
국립국악원·림에이엠씨 공동 제작 창극
국악의 다양한 매력 전하기 위해 기획
소리꾼 정은혜 레이디 맥베스 역 맡아
21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우면당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각색한 ‘레이디 맥베스’가 한국의 창극과 만난다. 국립국악원과 림에이엠씨(Lim AMC)는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한태숙 연출의 동명 연극을 창극으로 새롭게 제작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한다.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국내외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판소리, 정가 창법과 함축적인 음악 구성 등으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 선보인다.소리꾼 정은혜가 레이디 맥베스를 맡아 1999년부터 작품과 함께해온 배우 정동환과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설정한 도창 역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담당한다. 박진희 국립국악원 정악단원이 소리시종 역으로 함께한다.제작진 구성도 화려하다. 한태숙 연출을 비롯해 음악 계성원, 무대 이태섭, 의상 정구호가 참여한다. 연주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이지혜(가야금), 안은경(피리), 황영남(타악)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신동성이 맡는다.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새 단장한 우면당에서 펼쳐진다. 우리 소리의 울림을 원음 그대로 전달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동의 깊이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결함’을 지향점으로 삼은 음악,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강렬함을 더한 무대 미학도 함께 만날 수 있다.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국악원).한태숙 연출은 “오래 전부터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주제와 함축적인 대사가 창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연습실에서 정은혜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비감을 표현함에는 역시 창과 견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세계적인 고전을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창극으로 선보임으로서 국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국악에 대한 국내외 관객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07 / 조회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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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냄새 진동하는 지옥으로 오세요 <단테의 신곡> 연습현장
단테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지난해 초연하여 관객과 평단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이 이달 말 재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연습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국립극장 일취월장 연습실을 찾았다. 정동환을 비롯해 지현준, 박정자 등 전체 배우들이 참여한 연습실에는 그간의 고된 연습을 짐작케 하듯 파스 냄새가 곳곳에 진동하고 있었다. 연습실에 이미 사선으로 기울어진 가무대가 설치되어 배우들은 그곳에서 구르고 떨어지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옥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었다.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순례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맞닥뜨리며 변해가는 그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4세기 초반에 쓰여진 원작 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로, 주인공 단테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를 담은 총 1만 4천 233행으로 이루어진 100편의 방대한 시로 구성되어 있다.“대사면 대사, 움직이면 움직임, 단테야 가자, 렛츠 고.”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제작 스텝으로부터 주의 사항이 전해지고, 배우들은 원을 그리며 둥글게 뛰며 힘찬 구호와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이날 선보인 연습장면은 지옥 부분으로 주인공 단테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죽어서만 갈 수 있다는 지옥행 여정을 시작하게 된 그는 자살나무, 애욕의 연인, 이끼인간 등 다양한 죄목을 가진 죄인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단테는 두려움과 고통, 연민, 공포를 경험하며 결국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 한편 자신의 길잡이이자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순종하지 않고, 스승이 시와는 달리 형편없는 인물이라며 도발하기도 한다.특히 이번 연습에서 지옥을 견디는 단테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고자 탄생시킨 ‘단테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테는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응시하는 시간을 가지며 고된 지옥의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간다.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자는 남편의 동생과 애욕에 휩싸이는 프란체스카 역을 매혹적인 지옥의 한 장면으로 그려내었고, 단테의 길잡이이자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하는 정동환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직하게 표현하였다. 주인공 단테 역의 지현준도 으로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을 휩쓴 만큼 더욱 원숙한 단테를 표현하고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연에서는 '단테의 그림자'외에도 ‘늙은 단테’도 등장하며, 연옥과 천국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천국 부분을 아예 새롭게 각색하여 초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으로 찾아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연습 내내 말없이 지켜보던 한태숙 연출은 연습을 마치고 난 후 배우들의 대사 처리와 컨디션, 무대 소품 등에 대해 상세하게 디렉션을 주였다. 그는 연습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재연을 준비하면서 그대로 하면 좋았을 것을 고친다고 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작품을 대할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덤비는 마음이 있어 그 마음을 누르려고 오늘 연습 들어 오기 전 해오름 극장 객석에 잠시 앉아 있다 왔다. ‘드디어 이 무대에 오르겠구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개막 전 긴장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새롭게 변화된 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단 12회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21 / 조회 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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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
지난해 11월 첫 무대에 올랐던 한태숙 연출의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년 만에 관객을 찾아오는 은 지난해 공연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 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순례를 하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 그에 따라 변해가는 단테의 내면세계를 그린다. 국립극장이 제작한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에서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이번 에서는 지옥을 견디는 존재로서의 단테가 더욱 부각되고, 연옥과 천국의 차이도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원작과 초연에는 없는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가 등장해 단테가 스스로를 응시하여 자기 성찰을 하는 존재로서 활약한다. 무대와 음악도 한층 달라진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영상, 아크릴, 철재 등의 소재를 사용해 지옥, 연옥, 천국 등에 부피감을 더하고, 이태원, 홍정의 작곡가가 15인조 국악, 양악 혼합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래를 편곡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과 마찬가지로 의 지현준이 주인공 단테를 맡았고, 의 정동환이 지옥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로, 의 박정자가 애욕의 여인 프란체스카로 분한다.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는 창극 의 김미진이 맡아 새로 합류한다. 은 오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장 제공
2014.10.14 / 조회 6,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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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15주년 더 강렬하게 돌아온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
연극 ‘레이디 맥베스’가 15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고양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1998년 초연했다. 초연 당시 연출가 한태숙이 오브제극과 연극의 독특한 결합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2002년 한국 공연계 최초로 폴란드 ‘콘탁 국제 연극 페스티벌 공식 초청’, ‘2008 국제 아트마켓 일본 동경예술견본시 초청’, ‘2010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공식 초청’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맥베스’를 기반으로 한태숙이 재창작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남편이 왕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맥베스’ 부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공연에서 ‘레이디 맥베스’ 역은 서주희가, ‘궁중전의’ 역은 정동환이 맡는다. 그 외에도 ‘오브제 시종’ 역에 이영란, ‘움직임 시종’ 역에 박호빈, ‘음악 시종’ 역에 박우재와 정마리, ‘어린 시종’ 역에 권겸민이 출연한다. 작품은 6월 6일부터 6월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7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고양문화재단
2013.06.03 / 조회 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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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1] 당신이 사라진다, 연극 ‘있.었.다’
이것은 존재와 소멸의 근거에 관한 우회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불쾌한 목격담이다. 이것은 내가 실종시킨 것들의 간접적 반란이다. 연극 ‘있.었.다’는 소멸, 실종, 부재 등 무無로 가득하다. 죽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연극에서 나열된 부재의 대상들에게 애도를 표할 수 없다. 그것들을 잃은 것이 나의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나’는 애도할 자격이 없으며 사실 애도할 마음도 없다. 연극은 무표정한 얼굴로 단언한다. 없어지게 하는 것보다 잔인한 일은 없다고. 사람들은 매일 인배를 찾아와 누군가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말한다. 귀가하던 여학생이, 퇴근하던 직장인이, 치매증상의 노인들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집에 있던 멀쩡한 가족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핸드폰, 신발, 가방 등 모든 게 그대로다. 사람만 없어졌다.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사진 한 장과 신고자의 말뿐이다. 단 1그램의 실질적 무게도 갖지 못한 채 언어로만 공간을 떠도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상을 통해 부재와 존재, 그 중간 어디 즈음으로 표현된다. 무대 바닥에는 수많은 실종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수북하다. 사라진 것들이 무심하게 널려있다. 타인을 통해서만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나’가 소리 없이 절규한다. 딸의 실종에 울먹이던 영호는 돌아온 딸이 전과 다르다며 두려워한다. 결국 ‘이 아이를 좀 잡아가주시면 안될까요?’ 진실을 실토하고 ‘실종담당자인 당신이 날 찾아달라’며 인배에게 도움을 청한다. 딸은 애초에 없어지지 않았다. 사라진 그들 모두를 실종시킨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연극 ‘있.었.다’에서 실종자와 납치범, 피해자와 가해자는 동일하다. 물리적 소멸은 심리적 외면에서 비롯된다. 누군가가 사라지길 원했던 나의 은밀한 내적 욕망이 대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 연극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시종일관 문 밖에서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소녀의 목소리도, 자신이 실종신고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율처럼 맞닥뜨리게 된 영호의 당혹감도 아니다. 소멸의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음에도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인배의 일괄됨이 실종을 가속화시킨다. 부쩍 늘어난 실종자의 대부분이 아이와 여자, 노인임을 감안할 때 부재하는 인배의 아내와 아이 역시 실종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어떤 사람, 어떤 일…. 한 때는 좋아했던 무언가의 흔적 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하게 없어졌으면, 그래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소극장 무대는 굳게 닫힌 여러 개의 문으로 빼곡하다. 눈에 보이는 인물들은 오로지 문 안에 있다. 문 밖에 있는, 문 밖으로 밀려난 자들은 원래 없었던 듯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은 문 밖의 그 누군가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존재가 의심받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무능력함의 패배를, 인배의 어머니를 통해 체화하게 된다. 가장 소모적이고도 불행한 연습 과정이다. 끊임없이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스스로를 잃어갈 뿐인 노모는 예전의 나를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인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곳에는 소멸이라는 추상적 실재만이 승리하고 있다.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연극 ‘있.었.다’는 작가 정복근의 진중한 대본과 연출가 서재형의 매끄럽고 현명한 연출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복근과 서재형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에게서 서서히 잊힌다는 공포가 연극의 전체적 분위기를 압도하며 가장 근원적이고도 거대한 두려움을 불러낸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동시에 모자란 부분도 없다. 남용되지 않는 영상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간결하며 절제된 무대 위의 모든 것이 연극의 본질, 실체만을 드러냈다. 아주 강렬하게.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3,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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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35] 욕망의 집요한 발현, 연극 ‘레이디 맥베스’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오브제 눅눅하고 음침하며 불길한 어느 여성의 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그곳은 실재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다. 낮은 없다. 여인의 불면증으로 인해 밤도 찾아오지 않는다. 혼란의 공간이다. 그녀의 손에 묻은 검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 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분열을 가속화한다. 이제는 불안하고 초조한 여인의 눈동자, 그도 한때는 날카로운 광기로 번득였다. 가부장적 권위를 전복시키는 강한 남성성으로 고정화된 자연법칙을 깨뜨리기도 했다. 모든 욕망 뒤에 남은 것은 추한 기억과 잡히지 않는 공포로 말라 뒤틀려가는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이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주변화 된 레이디 맥베스를 극의 주체로 확대시킨다. 이 작품은 전의가 맥베스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병을 고치기 위해 기억을 끌어내며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사이 그녀의 범죄행위가 밝혀진다. 죄의 재현을 통해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행위와 직면하게 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시선은 확실과 불확실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다. 일상적 삶의 궤도를 이탈한 그녀는 환각의 세계에서 방황한다. 한 덩어리나 정신은 파편화돼 있다. 이 혼돈은 앙상블로 인해 극대화된다. 레이디 맥베스를 제외한 극의 인물들은 모두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마녀와 시종, 왕과 전의 등 어조와 행동을 달리하며 혼란을 준다. 이는 레이디 맥베스의 분열, 일탈과 맞물리며 극을 광란으로 이끈다. 이들은 타인인 동시에 레이디 맥베스의 내적 자아다. ‘내가 본 것은 존재라는가’라는 질문은 그들이 결국 레이디 맥베스의 보이지 않는 내면임을 확인시킨다. 여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존재하지 않는 환영으로 판단, 그녀의 죄의식이 빚어낸 악몽임을 증명한다. 형상화된 욕망은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이른바 감각의 전율을 선사한다. 물체극 창시자 이영란은 밀가루와 찰흙으로 연극성과 미술성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다. 생생하게 살아 퍼덕이는 이 오브제는 강한 운동력으로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아가 그녀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인체의 뼈대와 심장, 피의 은유로서 단순하나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끝까지 함께하는 원일의 타악 연주와 구음 역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는 배우들의 기형적 언어와 더불어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몽환적 제의에 참여하게끔 유도된다.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을, 그 내면을 목격 동시에 체험한다.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것은 연극과 오브제의 중심에 서 있는, 빙의된 듯한 배우들의 연기다. 수수한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음흉하며 잔인한 여자가 되길 마지않은 서주희는 낮고도 지적인 목소리로 살인의 섬뜩함을 전한다. 쾌감과 고통, 집요한 시선과 행동으로 무대 전체를 압도하며 그곳이 자신의 내면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 맥베스를 아이처럼 대하며 어르고 달래 자신의 욕망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머니이자 우주이며 실제 조종자로 왕 맥베스 위에 군림한다. 궁중전의 역을 맡은 정동환은 비일상적인 언어와 어조로 극의 환상성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한바탕 놀이가 끝날 즈음, 자신이 레이디 맥베스의 양심임을 고백한다. 이 회오리 같은 놀이가 끝나고 나서야 배우 서주희는 무대에서 퇴장한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고 꿈은 또 다른 인생. 한 여인의 마지막 삶을 애도하는 구슬픈 목소리가 관객을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4 / 조회 1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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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오는 6월, 10회 공연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물체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의 표현 양식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 극단 물리의 연극 가 오는 6월 무대에 오른다. 1998년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우수공연베스트 5 등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00년, 2002년, 2008년 공연을 거듭하면서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그의 부인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작품은, 권력욕으로 남편을 부추겨 던컨 왕을 살해한 레이디 맥베스가 이후 심각한 몽유 증세를 통해 자신의 죄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공연에는 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서주희와 정동환이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와 궁정전의 역으로 다시 서며, 물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영란이 오브제 시종 역을, 작곡가이자 연주자 원일이 음악 시종, 댄스시어터 까두의 대표인 안무가이자 무용가 박호빈이 움직임 시종으로 분할 예정이다. 2010년 싱가폴 아트페스티벌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5월 29일과 30일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는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0회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5.10 / 조회 1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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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시간> 연극을 향한 치명적 사랑
극장과 도살장과 도서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곳이 한 자리에 섰다 무너진다.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에 사람과 시간은 부패하고 바스라진다. 무엇을 향한 경고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황석영과 함께 꼽은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 은 소설 속 ‘문학의 죽음’ 대신, ‘연극의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연극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마음 속에 불타는 연극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인해 방황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주인공 천편이 등장한다. 극장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도살장이 들어서고, 그 이후 도서관이 자리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 곳에 극장이 세워진다. 무대의 열정으로 몸부림 치는 천편의 모습이 아찔하다. 한태숙 연출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소설을 연극 무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성을 부여해야 했다”면서 “연극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연극이 힘을 잃고 사라져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작품의 메시지에 개인적인 신념을 담아내는 모습이었다. 소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천편의 내면’ 역할 등이 추가되어 주인공의 잠재의식과 감정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연극 은 오는 11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천편의 내면이 표출된다."공룡? 염소? 다 집어 치우라고!""오래 전 이곳이 어디었는지 아시나요?""머리를, 단 한번에, 단 한번에 쳐야 해""이봐요,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알아""아저씨, 제가 하는 연극 보셨어요?""넌 지금 뭘 하려는 거야?""분명히 기억해, 그 언젠가 내게 와서 구두를..."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09.10.28 / 조회 14,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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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멕베스] 떨고 있는 그녀를 보라
검고 비틀어져 한 쪽이 기울어진 무대. 온통 어둠뿐인 이 공간이 내뿜는 숨은, 상상하지 못할 공명의 힘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레이디 멕베스](연출 한태숙)는 여전했다. 서슬 퍼런 권력의 암투 위에 선 이 여인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목적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제 자신의 손에 남은 핏내에 괴로워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8년 초연 당시 ‘칼을 든 자, 멕베스’가 아닌, ‘칼을 들게 한 자, 레이디 멕베스’에 초점을 맞춘 것과 함께 강렬한 소리, 오브제의 활용 등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이 2002년 공연 이후 ‘예술의 전당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초연의 충격과 6년 전의 감흥을 안고 다시 선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연극이 창조해 낸 다양한 발화(發話) 기관이다. 상당량의 언어를 대신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오브제들의 향연은 날카롭고 감각적이다. 암흑의 무대 위에 시종이 거침없이 내리 긋고 휘돌아 펼치는 순백의 밀가루 길은 이 여인이 꿈꾸는 죄 짓기 전의 순결, 혹은 돌아가고 싶은 무결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은 그녀가 앉은 자리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빛이 없는 그림자만 가득한 현실과 대면한다. 흑백의 색체 대비를 뛰어 넘어 밀가루와 찰흙이 빚어내는 오브제의 향연이 압권이다. 공연 시작 후, 시종들이 맛있게 주고 받아 먹는 떡은 곧 사람의 분비물이며, 서로의 얼굴에 던져지며 으깨지는 이 진흙은 스스로를 겨누는 오물이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은 길어지고 또 길어져 뱀의 똬리처럼 레이디 멕베스의 온몸을 옥죄어 오기도 하고, 허공에 매달린 찰흙 정물은 죽음의 순간에 하얀 피의 파편들을 토해 내기도 한다. 하나의 제의(祭儀)와 같은 무대, 그리고 이 몸짓들에 실린 음악은 관객의 촉수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천진 난만한 아이의 웃음, 혹은 울음 소리일지도 모르는 낭랑한 구음(口音)은 섬뜩하며 대사와 동작 사이에 엄습하는 타악의 울림은 소름끼친다. 깨끗하고 빈 무대에서 탄생하는 상징과 표현들은 그 무엇보다 꽉 찬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득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심리를 말해준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며 성적 매력이 넘치는 건강한 여자 레이디 멕베스(서주희 분)와 최면과 몽유를 통해 그녀를 죄의식에 맞닿게 하는 전의(정동환 분)의 어울림은 격정적이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기존 객석의 반을 포기하고 무대 위로 올린 좌석 배치는 작지만 강하게 무대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전체적인 조도가 낮은 공간에서 바닥을 내리꽂는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객석의 양심을 건드리고 80분의 공연에서 우리는 ‘죄 있는 레이디 멕베스’ 일지라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무거운 가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욕망의 실현과 그 결과에 웃고 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다. 야망의 단맛 뒤에 온몸으로 찾아오는 혹독한 죄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행동의 이유를 타인에게 물을 까닭이 없기에 레이디 멕베스를 관객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연극적 표현의 한계를 묻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우리는 [레이디 멕베스]라는 현명한 답안을 내 놓을 수는 있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2008.03.25 / 조회 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