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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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출가, 극작가를 위한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 ‘플레이업 아카데미’
서울연극센터는 현장 연극인의 창작 역량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플레이업 (PLAY-UP) 아카데미'(이하 ‘플레이업 아카데미’) 를 오는 31 일(월)부터 12월까지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에서 진행한다 .
연극배우, 연출가, 극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지난 2012년에 시작해 총 82개 강좌를 진행하고 1,511명의 연극인들이 참여한 연극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동시대 공연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유수의 연출가, 극작가, 배우, 안무가 등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현장 연극인에게 필요한 화술, 발성, 움직임, 신체행동 등을 교육하는 강좌로, 지난해에는 97.7점의 교육만족도를 기록할 만큼 연극인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지난해에 비해 개강 시점이 늦춰진 2020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침체된 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강내영(화면해설가), 강량원(연출가), 김신록(배우), 김은성(극작가), 김혜리(교수), 장재키(신경심리학자), 정영두(안무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강사로 참여해 총 8 개 과정을 구성했다 .
▲ 플레이업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중 '뇌신경과 특수감각을 이용한 구체적 액팅코칭' (장재키)
▲ 플레이업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중 '움직인다는건' (안무가 정영두)
지난해 받은 호평에 따라 올해도 ▲ 시간과 공간과 몸의 연결 - 뷰포인트 1 (배우 김신록, 8월) ▲ 안무해보기 (안무가 정영두, 9 월) ▲ 극작수업 – 희곡창작워크숍 (극작가 김은성, 9 월) ▲ 신체행동으로 설계하는 연기기술 (연출가 강량원, 9월) ▲ 연출을 위한 구성기술 (연출가 강량원, 9월) ▲ 자유로운 음성을 위하여 (국민대 교수 김혜리, 11월) 등이 계속된다.
또한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Barrier-Free) 공연 제작 과정을 알아보는 ‘공연 배리어프리버전 제작 가이드’ (화면해설가 강내영 , 9월)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신규 편성했다. 현장음성해설 강의를 통해 시력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작품 제작 방법을 전달하여 제약 없는 예술 실현을 위해 나아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 뇌신경과 특수감각을 이용한 구체적 액팅코칭 (부산 좋은 문화병원 신경과학예술원 원장 장재키, 10월)이 온라인 프로그램 줌 (Zoom) 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여 비대면 예술 교육의 지표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연극센터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방침에 동참해 각종 방역 물품을 구비하고, 상시 방역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매 수업시간을 3 시간 이내로 조정하고 , 참여 수강생의 발열 체크와 명단 관리를 철저히 진행할 예정이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김신록 배우의 ‘시간과 공간과 몸의 연결 – 뷰포인트 1’ 을 시작으로 오는 8월 31일(월)부터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가가 가능하며, 강좌별 신청은 서울문화재단 누리집 (www.sfac.or.kr)에서 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서울문화재단제공
2020.08.19 / 조회 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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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정영두, 김동규, 김설진이 선보이는 LDP무용단 신작 ‘트리플 빌’
현대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가 LG아트센터와 손을 잡고 신작 ‘트리플 빌’을 선보인다.
LDP무용단은 지난 19년간 신선한 아이디어, 강렬한 에너지,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현대 무용의 매력을 전파해왔다. 또한, 신창호, 차진엽, 김영진, 김동규, 김판선, 김성훈, 김재덕, 김보라 등 수많은 스타 무용수와 안무가를 배출해왔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출연해 ‘새로운 시간의 축’이라는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LDP무용단에서 선보이는 신작 ‘트리플 빌’은 정영두, 김동규, 김설진 등 3명의 안무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3편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 정영두, 김동규, 김설진(왼쪽부터)
먼저 정영두는 '새벽'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신체가 가진 섬세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정제시켜 자기만의 춤 언어로 구축해 내는 독창적인 스타일의 안무가인 정영두는 강혁, 김보람, 김수인, 정록이, 황창환, 윤승민 등의 무용수들과 함께 새벽이라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춤으로 담아낸다.
2015년부터 LDP의 대표를 역임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안무작을 선보이고 있는 안무가 김동규는 자유롭고 이유 없는 신체의 움직임이 모여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MOMBURIM'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임샛별, 윤나라, 정건, 이홍, 정하늘, 한대교, 이정은, 박지희, 장회원, 함희원 등의 무용수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13년 피핑 톰 무용단의 '반덴브란덴가 32번지'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M.net 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안무가 김설진은 김성현, 김영채, 신호영, 이정민, 이주희, 장지호, 한윤주 등과 함께 'MARRAM'을 선보인다.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지배하는 기억, 불완전한 관계, 편집된 기억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무용수들과 공동창작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LDP무용단의 신작 '트리플 빌'은 오는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며, 이후 10월 12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 무용 '트리플 빌' 티켓예매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9.08.14 / 조회 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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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안무에 동작 300개... <푸가> "음악 보여주는 새로운 몸짓 찾겠다"
몸을 푸는 무용수들 주변에서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현대무용 안무가인 정영두의 신작 제작발표회장이지만 국립발레단의 김지영,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등 국내 양대 산맥 발레단을 대표하는 얼굴들도 보였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무대가 기대되는 의 연습 현장이다. 지난 14일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를 준비중인 무용수들과 안무가 정영두를 만났다.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번 작품은 '다성음악의 가장 완전한 형식'이라고 수식되는 바흐의 '푸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와 변주가 반복되는 푸가 형식은 반복과 변화를 오고 가다 마지막에 커다란 형식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많은 안무가들이 푸가 중에서도 바흐의 곡에 맞춰 다양한 움직임과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LG아트센터의 제안으로 바흐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는 정영두는 "어떻게 해서 형식이 나의 안무 화법으로 전환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을 때 공부할 게 많으면 흥미로운데, 바흐의 푸가는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며 곡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여러가지로 여타의 무용 공연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현대 무용수들 뿐 아니라 클래식 발레 무용수들도 함께 무대를 채우며, 그간 이들이 저마다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의 신체 사용을 통한 표현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 서는 무용수들은 김지영, 엄재용, 윤전일, 최용승, 김지혜, 하미라, 도황주 등 총 7명이다. 안무가 정영두"무용수 섭외 과정에서 음악과 함께 춤춰 온 본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중심으로 캐스팅했다.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사이를 채우기 물론 어렵지만 음악과 잘 어울리는 움직임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계속 보고 있다."(정영두) 이를 위한 연습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은 배우들의 잇따른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초반엔 그만 둘까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웃으며 말하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은 "억압된 움직임 안에서 자유로움을 표현해야 한다. 발레는 동작들이 '아웃' 위주인데, 현대 무용은 '인'으로 하는 것이 많아,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생각하며, 춤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그녀는 다른 장르의 무용수들과의 컨템프러리 작업이 무엇보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김지영과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미기도 하는 현 두 댄스씨어터 단원 김지혜 역시 "둘이 호흡을 쓰는 방식, 몸의 중심을 쓰는 방식이 달라 이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의 두 번째 새로운 점은 '메시지' 전달이 아닌 음악에 맞는 충실한 움직임을 탄생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때로는 억압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 현대 무용수들은 규칙 안에서 얻어지는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기대하고, 또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관객들은 클래식 무용수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이번 작품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다."(정영두)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 곡의 구조를 찾아보며 춤으로 옮기는 과정 등을 거쳐 탄생한 의 안무이기에 대단히 디테일하고 무용수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예상된다. 현대무용수 하미라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고 말하며 "안무가의 주문을 다 받아들이는 것 역시 힘든데, 공연 중 4분 정도 되는 안무가 있는데 동작이 300개나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 국립발레단 주역이자 TV 프로그램 , 뮤지컬 의 젊은 카리에르 역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전일도 만날 수 있다. "동작이 어렵지만 안무가의 주문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 무용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동작이 어렵지만 점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TV 출연 후 주변 환경이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클래식도 언제나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엔 클래식 단체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이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고, 또 이젠 영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역시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비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정영두는 "음악을 즐기러, 춤을 즐기러 오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남겼다. 모든 이에게 새로운 시도가 되고 있는 는 오는 10월 9일부터 3일간 LG아트센터에서 초연 후 10월 14일 통영국제음악당, 10월 23일과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9.15 / 조회 6,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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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사랑하는 관객, 이제는 직접 무대에 선다!
LG아트센터에서 오는 11월에 공연 예정인 두 댄스 씨어터의 신작 ‘먼저 생각하는 자 - 프로메테우스의 불’의 공연에 앞서 3월 28일에 같은 이름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11월 열리는 같은 이름의 공연에 앞서 ‘무용 워크숍’을 실시한 후 워크숍에서 선발된 일반인들이 직접 무대에 출연하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아래 두 댄스 씨어터와 LG아트센터가 공동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무용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활성화하고, 안무가에게는 창작에 앞서 관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콘셉트를 연구하는 ‘작품 개발 과정’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의 참가자들은 관객이 아닌 출연자로서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전 과정을 함께 한다. 이는 일반인 관객과 예술가가 직접 소통하는 쌍방향 프로그램이자 무용공연의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19 / 조회 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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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몸짓의 아우성, 정영두의 <제7의 인간> 연습현장
“어떤 권력이나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에 본인의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어디론가 떠나기나 머물기를 강요 받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안무가 정영두의 어조는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강했다. 영국 작가 존 버거(John Berger)와 사진작가 쟝 모르(Jean Mohr)가 유럽 이민노동자의 삶을 다큐멘터리 기록 형식으로 담아낸 동명의 책에서 영감을 얻은 신작 을 준비하며 그는 더욱더 살아있는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2006년도에 책을 읽었지만, 최근의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상황들과 잘 만난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초부터 작품에 대해 생각했어요.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문제, 기러기 아빠들, 직장에서의 정리해고 등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누구는 떠나야 되고, 또 누구는 머물러야 되고,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도대체 누가 이런 현상들을 만들고 있나, 뭐가 잘못 되어서 그런가, 그런 현상들을 바라보고 겪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철저히 자기 만의 춤 언어를 구축해 가며 한국과 세계 무대의 무서운 안무가로 평가 받고 있는 정영두는 특히 이번 작품을 만들며 무용수들과 함께 정기적인 토론과 답사 등 작품의 서브 텍스트 공부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보통 무용작업은 안무자가 무용수들에게 독단적으로 무언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이 나쁜 게 아니라, 때로 어떤 서브 텍스트를 갖고 출발할 때 상상력의 제한도 크고 굉장히 많은 한계를 갖게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고, 어떤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기에, 실제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 또 사회의 커다란 모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되었죠.” 토론을 통한 교류와 자연스러운 합의가 작품 속 리듬과 장면간의 연결들로 이어진다. 말러의 비통함이 흐르다가, 날카로운 비트에 귀를 멍하게 하는 헬리콥터 소리가 끼어들기도 한다. “평소에 들어보고 좋았던 곡들에서 아무래도 음악을 찾게 되죠. 헬리콥터 소리는 일부러 넣은 것인데 권력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영두의 몸짓은 익숙한 기호를 벗어난다. 자신이 살아온 날들 속에서 떠올리는 동작들이다. 그간 억압되어온 스스로의 권리,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상황에 창자 깊숙이 눌러두어야 했던 말들은 입 안 깊이서 몸 밖으로 튕겨지는 손가락으로 표현되는 식이다. 메시지를 넣은 음악과 몸짓이지만 정영두는 자이의 생각한 의미를 이야기 하는 것에 대단히 조심스러워 한다. “그렇게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죠”와 “관객들 스스로 해석하는게 맞습니다”를 단 한번도 잊지 않는다. “메시지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메시지를 전복시킬 만한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오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또 나의 해석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식을 수도 있고요. 무언가를 보고 주체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깨달음과 타인을 통해 직유로 받아들여 깨닫는 건 다른 것 같습니다. 무엇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는 늘 나중의 것이 익숙하죠. 누가 뭘 이야기 해 줘야 되잖아요.” 사회성을 담은 작품은 짐짓 예술성을 전복시키기도 한다. 역시 정영두는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예술은 사회성만 담을 수도, 또 예술성 그 자체만을 담을 수 있고, 저처럼 두 가지를 다 담아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용의 가장 큰 기능은 무용이잖아요. 무용을 잘 만들어야죠. 때론 ‘사회성을 담고 있으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 줄 거야’ 하는 생각들 때문에 전문성이 많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의미를 왜곡시키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 차라리 ‘우리 같은 사람만 이해할거야’하는 그 정신에 손을 더 들어주겠어요. 저는 사회성을 담는 노력, 또 그걸 잘 만들려는, 장인처럼 애쓰는 정신들 두 가지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이래야 해” 라고 말하는 자체가 예술을 더 억압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선 첫 발인 연극배우와 연출가(뮤지컬 )로, 또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정영두는 경계 없는 자유로운 몸짓을 펄럭인다. "그 무엇도 굉장히 다르면서 같다"는 그는, 안무가로 나선 이번 작품에서 14명의 무용수들에게 ‘교감선생님’으로 불린다. 오로지 연습에만 집중하도록 단단한 마음으로 이들을 이끄는 선생님이지만, ‘교장’이라 할 만큼 권위적이지도 않기에 찾아낸 제대로인 별명이다.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불편하다고, 무겁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잖아요. 무수히 많은 조건들, 이를테면 종교, 사람, 직업 등이 이미 커다랗게 사회적으로 형성된 주어진 선택권 안에서 결정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환경 안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것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더욱 구원받기 힘든 제7의 인간들인지도 모르죠. 모든 것은 관객 마음입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3.08 / 조회 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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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시간> 연극을 향한 치명적 사랑
극장과 도살장과 도서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곳이 한 자리에 섰다 무너진다.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에 사람과 시간은 부패하고 바스라진다. 무엇을 향한 경고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황석영과 함께 꼽은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 은 소설 속 ‘문학의 죽음’ 대신, ‘연극의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연극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마음 속에 불타는 연극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인해 방황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주인공 천편이 등장한다. 극장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도살장이 들어서고, 그 이후 도서관이 자리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 곳에 극장이 세워진다. 무대의 열정으로 몸부림 치는 천편의 모습이 아찔하다. 한태숙 연출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소설을 연극 무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성을 부여해야 했다”면서 “연극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연극이 힘을 잃고 사라져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작품의 메시지에 개인적인 신념을 담아내는 모습이었다. 소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천편의 내면’ 역할 등이 추가되어 주인공의 잠재의식과 감정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연극 은 오는 11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천편의 내면이 표출된다."공룡? 염소? 다 집어 치우라고!""오래 전 이곳이 어디었는지 아시나요?""머리를, 단 한번에, 단 한번에 쳐야 해""이봐요,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알아""아저씨, 제가 하는 연극 보셨어요?""넌 지금 뭘 하려는 거야?""분명히 기억해, 그 언젠가 내게 와서 구두를..."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09.10.28 / 조회 1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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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 여전히 침묵 중인 이들에게 치유의 무대를
태평양 전쟁에 강제 징용되어 참전 후 일본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냈던 한 한국인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과 일본의 공동제작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가 9월 본 공연을 앞두고 작품의 몇 장면을 미리 선보였다. 지난 18일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쇼케이스 현장에는 한일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서울시뮤지컬단과 일본 동경의 극단 긴가도가 함께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실존했던 한 한국인의 삶을 통해 참혹한 전쟁의 모습, 한국인 청년과 일본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이 커다란 줄기를 이룰 예정이다. 사랑과 조국을 모두 가까이 할 수 없어 실어증에 걸린 채 수 십 년간 병원에서 지낸 주인공 동진이 옛 기억에 절규하자, 시간이 거슬러 올라 즐거운 한 때 청년 동진의 모습으로 이동한다. 이날 노인 동진 역에는 일본의 카나오 테츠오가, 청년 동진 역에는 배우 민영기와 서울시뮤지컬단의 박봉진이 번갈아 선보였다. 감성의 치유를 바라는 ‘테라피 뮤지컬’이라는 부제답게, 정신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들을 이끌고 노래로 예술심리치료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연출을 맡은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풀기 위해서 간호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하며 “음악과 연극 등을 극중 치료 요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극단 동경 긴가도의 대표, 시나가와 요시마사는 “작품 속 당시 민족간의 갈등과 사랑이 죽어서야 맺어지는데, 이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다”고 한다. “충분한 교감을 나누는 사이에 통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는 민영기는 “감성과 사랑,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모두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배우들과의 원활한 호흡을 말하기도 했다. 동진과 사랑을 나누는 미와 역의 세 배우 중 일본의 키사키 히나노는 “한국의 남자배우들은 매우 자상하고, 이탈리아 남자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해 연습실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뮤지컬 는 오는 9월 4일부터 20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10월 11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내 4개 도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뮤지컬 쇼케이스 현장소리없이 울부짖던 동진이 이 안에정신병원에서 예술 치료 중실어증이 덮은 이 사람의 입과 마음강제 징용된 학도병들의 훈련"진정하세요, 괜찮아요, 이젠 괜찮아요.""이 순간이 영원하겠죠?" 미와(키사키 히나노)와 동진(박봉진)의 즐거운 시간두 명의 또 다른 미와, 이연경(왼쪽)과 우현아(오른쪽)"몸은 멀리 떨어졌지만 마음은 하나로" 동진(민영기)과 미와(우현아)의 사랑의 하모니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8.21 / 조회 1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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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 민영기
며칠 전 야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민영기는 무엇보다 좋았던 공연을 두고 “마음껏 소리도 지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와 웅장한 스피커 덕으로 살아나는 배우들이 있다면, 적어도 민영기에게 뮤지컬 무대 위에서 착용하는 와이어리스 마이크는 그를 한정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을 말하는 소리와 그 울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오늘날 관객을 설득하는 힘은, 소리에 실은 그와, 그가 맡은 배역이 호소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널 위해 만들었다. “극장에서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죠. 실내에서는 배우들의 호흡, 디테일 한 연기 위주로 했다면, 야외에서는 배도 세 척이나 등장하고, 스케일도 크지만 마음껏 소리도 낼 수 있었고요. 700석 극장에 거의 천 명 정도가 서거나 보조석에 앉아서 보셨는데, 은 아무래도 야외성이 강한 작품인 것 같아요.” 지난 7월 30, 31일 밀양에서 뮤지컬 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지난 봄 서울 공연을 마치고 연출을 맡은 이윤택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무대에 다시 선 것이다. 이 작품을 두고 “이순신 역에 민영기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는 평이 자자했다. 배우가 배역에 스며든 것에서 더 나아가 둘이 하나로 이야기 되는 드문 찬사들이었다. “이윤택 선생님과는 참 각별한 사이죠. 2001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고 에서 병사 3 역할을 맡았는데 왕이 섬에 표류해서 “우리가 길을 잃은 거냐?”하면 제가 “아마 그런 것 같사옵니다”하는게 대사의 전부였어요. 그럴 때 객석 반응이 “오호~”(웃음) 목소리 때문에 왕보다 더 왕 같은 병사였다고요. 그때 이윤택 선생님이 눈여겨보시고, 다음 앵콜 공연에는 캘러번이라는 역을 주셨고, 3, 4년이 지난 후엔 로 뵈었죠.” 뮤지컬 는 이윤택이 “널 위해서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민영기에 대한 신뢰에서 배역이 출발한 작품. “는 두 말도 않고 대본도 뭐도 안 보고 “하겠습니다” 했어요. 그게 예뻐보이셨는지 까지 맡겨주셨죠. 선생님이 좀 강하신 분이긴 한데(웃음) 원하시는 걸 일단 해 보려고 노력해요. 그러고 나서 부딪히는 부분을 말씀드리면 충분히 조율 가능하신 분이거든요. 할 때부터는 선생님이 제게 반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민영기 씨, 이렇게 해 주세요”하시고. 7, 8년 지나다 보니 뭘 말씀하시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가사가 들리지 않으면 죽은 노래 좋은 선생님과의 인연은 대학교에서부터 출발했다. 성악을 전공(한양대 성악과)한 그는 서른 셋 젊은 교수의 첫 제자가 되어 방학도 없는 열기 가득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성현 선생님이라고 그 명성을 학교 들어가서야 듣게 되었죠. 여름에 땡볕 아래 축구도 같이 하고 화장실 호수 껴 놓고 샤워도 하고, 방학 때도 연구실에서 계속 노래 연습하고. 저희들 졸업할 때까지 해외 공연도 자제하셨어요.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죠.” 더욱이 오페라 에 이순신 역할로 무대에 섰던 스승의 모습을 학생 민영기가 뮤지컬 을 통해 같은 배역으로 섰을 때 스승은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 했었나?”는 농담에 “무척 자랑스럽다”는 진담을 담기도 했단다. “선생님이 늘 “가사가 들리지 않으면 이 노래는 죽은 노래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노래를 아름답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전달하느냐도 중요하다고요. 그 말씀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죠. 그간 소리 위주로 노래했는데, 뮤지컬에서는 가사 위주로, 내가 하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가 성악가들한테는 힘들거든요. 저는 그 부분을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악도에서 뮤지컬 배우로, 소리의 문제가 어렵지 않았다면 무엇이 배우로 나아가는 그의 과제였을까. “학교에서 연기라는 걸 따로 배우지 않거든요. 오페라 연기라고 연기 수업이 있긴 하지만 뜬 구름 잡는 식이었어요. 몸 쓰는 것도 그렇고. 무대에서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떻게 서고, 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해서, 처음 배우로 시작했을 때는 무척 고생 많이 했죠. 1999년부터 2000년 사이 앙상블 하면서 “노래 밖에 못하는 소리쟁이”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혼도 많이 났죠.” 성악도의 뮤지컬 무대 진출을 두고 ‘변절자’, ‘딴따라’로 가르며 배척했던 모습은 이미 과거의 촌스러움으로 전락. 이제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성악 전공 학생들도 많아 그는 제작년, 강단에 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신체 율동이란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에게 걷는 법, 앉았다 일어서는 법, 말하는 법 등을 한 학기 동안 가르쳤어요. 1, 2학년 수업이었는데 3, 4학년까지 청강생들이 강의실을 꽉 채웠죠. 연극하는 친구들을 앉혀 놓고 수업했다면 말하는 것을 어떻게 소리로 표현할 것인가를 이야기 했겠지만, 노래를 먼저 배운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말하는 법’과 기초적인 움직임에 집중 했어요. 그 친구들이 그런 것에 더 목말라 하기도 했고요.” 얼굴 빨개지던 아이, 대중의 열기가 좋아 어린이 민영기는 두 명의 친구가 동시에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하던 말을 멈추던 수줍은 아이. “집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귀염둥이(웃음). 위아래로 눈치도 잘 봤죠(웃음). 형은 과묵했고, 다섯 살 아래인 여동생은 너무 어려서 콩나물 사고 두부 사고, 잔심부름은 다 제가 했죠.” 교회 단체생활을 통해 음악도 접하고 대외 공포증도 사라졌다는 그는 이제 더욱 많은 관객에게서 힘을 얻는 무대를 즐기는 영락없는 배우의 모습이다. “ 첫 공연 때,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죠. 꽉 차 있던 객석을 못 쳐다봤어요. 그런데 관객의 기운이, 그 뜨거운 기운, 사람들이 절 쳐다보고 있는 게 확 느껴졌거든요. 떨리기도 하지만,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정말 큰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없던 힘도 생기도 없던 것도 하게 되고요.” 그가 선 무대가 매번 관객의 박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로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그가 선택했던 을 비롯, 소위 ‘잘 된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 사이에서 오고 감을 반복하기도 했다. “에서는 배우로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죠. 혼자서 극을 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 책임감. 무엇보다 탭을 전혀 못 췄는데 기본 스탭이라도 배우고. 굉장히 많은 걸 배웠어요. 그러고 나니 두려운 게 없더라고요. 관객이 많이 오든 그렇지 않든,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그 작품을 선택할 거에요.” 가슴을 울리는 침묵의 소리로 그는 또래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 보단 더욱 무게감 있는 시대극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풍부한 성량, 설익지 않은 깊은 움직임이 그와 닿아있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작품이 있고, 생각나는 분위기가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가 다방면으로 잘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하나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시대물을 안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게 지금 또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하기에 걸림돌이 된다고는 생각 안 해요. 또 그렇다 하더라도 돌뿌리가 싫어서 반대로 가거나 되돌아 갈 수는 없잖아요. 제가 배우를 안 할거라면 속상한 말이겠지만, 앞으로도 배우를 할 것이고, 또 그 과정에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 할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행복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에 주인공 동석으로 서는 민영기는, 아직 미완된 작품에 신뢰를 더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일본 정신병원에서 60년간 실어증으로 갇혀 산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요. 동진이라는 인물이 일본으로 유학 가서 강제징용으로 태평양전쟁에 끌려 가고,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인육을 먹으며 버티지만 결국 원자폭탄이 떨어져서 그 여자가 죽는 모습을 목격하는, 굉장히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죠.” ‘테라피 뮤지컬’이란 부제를 달고 공연 속 심리치료의 과정이 삽입, 관객들도 작품과 함께 감성의 치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란다. 이번 작품에서도 민영기의 호소력 짙은 힘있는 목소리를 관객들이 접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덧붙이자면. “동진은 일본 유학을 가면서 사랑하는 일본 여인 미와를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곧 강제 징용되요. 주변에 시체들이 널려 있는 필리핀에서 미와에게 편지를 쓰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조금 더 가면 널 만날 수 있을까, 조금 더 가면 가까워 질 수 있을까’하고요. 히로시마에서 동진을 생각하면서 미와도 동진과 함께 부르죠. 둘의 이중창이에요. 그리고 2막에서는 미와 곁으로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와서 부딪히는데, 미와가 그 아이를 안으며 “괜찮니?”라고 말할 때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전체가 환해지거든요. 그 뒤로 동진이 뛰어 오면서 울부짖는 장면이 있어요. 차라리 날 데려가라고 절규하는 부분이 2막의 방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동경 긴가도 극단과 공동제작하는 뮤지컬 는 한일 배우들의 합동 무대가 될 것이다.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기대가 큰 민영기는 한국 공연 후 계획된 일본 공연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에 선다는 것이 배우로서도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팬클럽과의 음악회에서 사회도 보고 노래도 하고, 소위 쿵짝을 혼자 다 해내길 7년 째, 덕분에 말솜씨도 늘었다는 그는 새로운 창작극 앞에서 설레임과 자신감, 또한 조심스러움을 논리정연하게 풀어 놓는 달변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진행자’의 경험을 십분 살려 인터뷰의 마이크를 넘겨 주었다. 새로운 무대를 앞둔 배우로서, 역시 새로운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궁금한 한 가지를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대답은 역시 관객들의 몫으로 돌리겠지만,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했다.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봐야겠다고 선택할 때, 그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뭔가요? 팬들은 “배우 보고 해요”라고 대답하지만, 작품도, 배우도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뭘 보고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정말 궁금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8.10 / 조회 2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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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는 남자] 남경주, 고영빈
인터뷰 장소에는 고영빈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클로저 댄 에버]로 인터뷰할 때 보다 살이 빠진 모습이다. “1년 전 보다 야윈 거 같다”고 하자 “벌 받았어요. 쉬지 않고 해서…”라며 웃어 보인다. “원래 무리해서 작품을 하지 않는데 벽을 뚫는 남자는 하고 싶었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으면 했는데 피로가 쌓여서… 올빼미 체질이라 밤이 되면 확 피긴 해도요. 어? 오셨어요~” 또 한 명의 듀티율 남경주가 도착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야외로 장소를 옮겨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경주는 자신의 철학을 확신 있는 어투로 펼쳐나가고, 고영빈은 찬찬히 물 흐르듯이 이야기 한다. 이렇게나 다른 두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고영빈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이제 한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조지엠코핸은 힘들지만 정말 보람된 작품이었고. (남경주를 보며) 형, 저 어제 막공했어요. 남경주 어, 그래~ 축하한다. 고생했어. 인터파크 남경주씨는 1년여 만에 무대에 오르신 거죠? 남경주 1년만이지만 쉰 건 아니에요. 콘서트도 했으니까. 그리고 아시다시피 결혼해서 와이프와 재미있는 신혼을 보내느라. 인터파크 여전히 신혼이시네요(웃음) 남경주 여전히 신혼이죠. 어제도 부인과 도란도란 데이트하고 지금도 함께 식사하고 오는 길이에요. 인터파크 남경주씨의 듀티율은 얼마 전에 무대에서 봤어요. 소심한 주인공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셨던데요. 남경주 글쎄. 일부러 소심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건 전혀 없어요. 소심하게 보였다면 그가 보고 싶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그랬을 거에요. 혼자 장미를 키우거나 다른데 관심이 없었던 점, 자신감 결여, 이런 게 그를 소심하게 보이게 했을 거에요. 인터파크 고영빈씨 무대를 본 분들은 ‘듀티율이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하던데 고영빈 듀티율과 나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서 연기하기 재미있어요. 사전에 이렇게 그리면 참 좋겠다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듀티율이 만들어졌어요. 이 작품 하면서 하면서 더 좋은 게, 조지엠코핸을 외롭게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다른 배우들하고 함께 연기하는 게 새삼 즐겁더군요. 무대가 변하는 건 거의 2년만인 거 같아요(웃음). 인터파크 선배로서 고영빈씨의 듀티율을 어떻게 보세요 남경주 공연 연습 전에 영빈이에게 말한 적이 있어요. 너는 나보다 이 역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리고 지금 정말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인터파크 연습할 때 후배 배우의 연기에 조언을 하는 편이신가요. 남경주 그건 배우들의 색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는 문제긴 해요. 이번엔 저 나름대로 도움을 주고자 했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듀티율의 캐릭터를 정리해서 영빈이와 나눴거든요. 물론 연출의 완전한 동의 하에 진행된 거고요. 연출님이 영빈이에게도 꼭 보여주라고 했고, 어쨌든 작품 속의 듀티율은 하나니까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연습 때 쭉 지켜봤는데 그 이후로 잘 풀어 나가더군요. 게다가 배우가 다르니 영빈스러운 듀티율을 잘 나타냈어요. 인터파크 고영빈씨는 어떠셨어요. 고영빈 어느 날 형님이 A4 용지로 까맣게 쓰신걸 주셨는데, 듀티율의 캐릭터를 정리한 내용이더군요. 배우로선 창피하지만 그 당시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그땐 ‘이런 거구나’하고 연습을 했는데, 첫 공연 때 실수를 하면서 결정적으로 도움을 받았어요. 비밀서류를 털고 경찰에 의해 수갑을 차는 장면이 있는데 서류가 떨어져 버린 거에요. 결과적으론 서류를 주었는데, 아차 싶었던 게 형님의 노트가 없었으면 서류 대신 안무를 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서류가 없으면 2막이 성립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인터파크 남경주씨는 자신보다 고영빈씨가 더 듀티율에 어울린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영빈 형님의 듀티율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남경주 뭘 비교를 못해.(웃음) 고영빈 정말이에요. 저는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알게 모르게 욕심도 많고…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버렸다고 해야 하나…. 내가 잘 보이고, 잘한다는 칭찬을 들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버렸어요. 형님은 무대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배우에요. 첫공 때 형님 연기를 봤는데 그 동안 쌓아온 관록이 저런 거구나 생각했어요. 무대에서 시선 하나도…후배들도 보면 잘하고 싶어서 정말 열정적으로 하지만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거치는 중이고요. 그래서 여러 모로 좋지 않은 여건에서 선택한 작품이지만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이에요. 남경주 마지막 말 인상적이다. 맞어…항상 그런 거 같아. 어려움이 없으면 얻어지는 것도 별로 없지. 인터파크 듀티율은 남자배우라면 욕심이 날만한 캐릭터일거 같아요. 각자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뭔가요. 고영빈 저는 이 작품을 하면, 정말 몽마르뜨 언덕의 시민이 된 거 같아요.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스토리도 탄탄해서 연기하면서 불편한 데가 없어요. 여기 왜 이럴까, 이런 게 전혀 없는 거죠. 흘러가는 대로 맡겨두면 모든 사람들이 도와주고 화합하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전혀 스트레스 없이 하고 있어요. 남경주 음악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쉘브루의 우산을 썼던 미셸 르그랑이 음악으로 어렵지 않게 상황을 잘 표현하고, 인물들의 성격까지 거기에 집어넣었어요. 그리고 박자와 멜로디를 적절하게 써서 음악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두손 두발 다 들 정도죠. 배우가 이런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자랑스럽지 않겠어요? 처음 벽뚫남은 대본을 읽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났어요. 제가 와이프를 처음 만났을 때의 '다른' 느낌. 제의가 왔을 때 두 말할 거 있나요.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제가 와이프 잡듯이 일리와! 한거죠(웃음). 인터파크 정말 작품에 꽂히신 거 같아요.^^ 남경주 요즘 그래요. 이 작품이 배우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남게 될 작품이지 않을까. 이 작품에는 꿈이 있어요. 만약 당신에게 벽을 뚫는 능력이 생겼는데 사랑을 하면 사라진다고 생각해보세요. 능력이 사라지면 곧 죽음을 의미하는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듀티율은 사랑을 선택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느끼는 게 많다는 거에요. 이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예찬도 매력적이죠. 사실, 이거 말고도 이야기 하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더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자랑할 게 너무 많아요(웃음). 인터파크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듀티율이 벽에 갇히는 마지막 장면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는데요. 배우 분들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나요. 고영빈 전 오히려 마지막 장면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넘길 수 있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듀티율이 발코니에서 이사벨에게 처음으로 고백을 하는 장면이나 재판장에서 이사벨을 위해 검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장면이에요. 소극적이던 그가 열정적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시작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내게 왔을 때 감당할 수 없는 행복들…죽기 전 단 한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용기 있게 하고 죽음을 받아들이잖아요. 모르겠어요. 그 기쁨과 행복이 너무 커서 그가 가버린 걸까요. 남경주 난 의외로 듀티율의 마음이 인상 깊어요. 일종의 초능력이 생겼는데 처음에 한 짓이 털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 거잖아요. 그게 인상적이에요.(웃음). 남을 도와주겠다는 마음. 나도 좋은 일 좀 하고 살아야겠다라는 자극을 주더라고요. 사실 이때까지 배우 생활하면서 무대에서 최상의 모습 보여주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건 직업적인 거고. 실제 다른 접근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거죠. 인터파크 만약에 듀티율처럼 벽을 뚫는 능력이 생긴다면 ‘털어서 나눠주는’ 행동을 하시겠어요?(웃음). 남경주 네. 백 번이라도. 불법이긴 해도, 의적이 왜 있겠어요. 사실 돈 모으는데 남들 아프지 않게 하고 돈 모으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걸 좀 훔쳐서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한테 주고 싶어요. 내 양심에만 부끄럽지 않다면 정말 그러고 싶어요. 인터파크 고영빈씨는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남경주씨를 따를 수 있겠어요?(웃음) 고영빈 하하 뭐 할 수만 있다면….그런데 벽을 뚫는 능력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를 거 같아요. 진짜로 생기면 미쳐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나 왜이래’ 이러면서 세상과 등질 수도 있을 거 같고(웃음). 어차피 미칠 거면 좋은 일 많이 하자. 이럴 거 같아요. 남경주 벽을 뚫는 능력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싫어질 거에요.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아무 장애가 없으니 그저 평평함 위에 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럼 재미없지. 인터파크 그럼 벽을 뚫는 능력 말고 원하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영빈 나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좀 덜 겪게. 남경주 음…나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초능력이라고 봐요. 전 기독교인데,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 수 있게 지혜를 달라는 기도를 해요. 사람한테 가장 힘든 게 그거거든. 질투하지 않기, 미워하지 않기. 인터파크 이번에 해이씨, 정명은씨와 호흡을 맞추는데 상대 여배우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남경주 해이는 가수 데뷔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수줍음이 많이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뮤지컬이 하고 싶다면서 도움을 청하더군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본적인 거였어요. 노래를 잘 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것’에 대해 말해줬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말해줬죠. 워낙 바탕이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에 쑥쑥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종더군요. 그러다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이번에 상대역으로 만난거죠(웃음). 고영빈 전 정명은씨에 대해 말할게요. 작년에 일본에 갔다 와서 그리스 원년 멤버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 남경주 원년 멤버 여기 있잖아(웃음) 고영빈 아…맞아요. 제가 그리스에서 형님을 처음 봤고,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그거였는데(웃음). 그럼 이차 원년 멤버, 2003년 배우들이 다시 뭉친 공연에 명은이가 있더군요. 그때 처음 봤고, 이 작품에서 다시 호흡하게 됐는데 좀 달라져 있더군요. 저는 연기할 때 이상하게 상대방의 한쪽 눈에만 집중해요. 말 소리도 중요하지만 눈에서 무언가를 말하는 거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스 땐 몰랐는데, 참 열심히 준비하더니 명은씨가 눈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하고 순수한 배우라 함께 연기하면 기분 좋아요. 인터파크 두 분 연말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남경주 벽뚫남 잘 하고, 콘서트도 잘 마무리 해야죠. 남경주의 올댓뮤지컬로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콘서를 하는데,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지방 관객들을 찾아 다니고 있어요. 슬쩍슬쩍 행사성으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보람 있어요. 그리고 다른 계획이 있다면, 많은 사랑을 해야죠. 주위 사람들을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인터뷰성 발언은 아니고. 고영빈 저도 계획 있어요. 쉴 계획.. 벽뚫남 끝날 때까지는 아무 것도 안 할 계획에요. 형님 좀 괴롭히면서 좋은 책 추천 받고 여유 있게 지내려고요. 그러고 보면 형님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요. 운동을 하신다고 하면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운동해야지…’ 하고(웃음). 남경주 그런 건 많이 따라 해도 돼(웃음). 벽뚫남이 관객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니까. 기대해주세요. 고영빈 네, 기대해도 좋으실 거에요. 감사합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7.12.07 / 조회 1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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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_ 제2회 뮤지컬 페스티벌
라이온킹, 화성에서 꿈꾸다, 맨오브라만차, 스위니 토드, 명성황후…. 이런 공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지난 10월 8일 국립극장 분수광장 야외무대에 마련됐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 이날 국립극장 야외광장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관객들로 채워져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명성황후, 화성에서 꿈꾸다, 싱글즈, 하드락카페, 루나틱, 달고나, 미스터마우스 등 총 14편의 창작뮤지컬과 라이온킹, 애니, 텔미온어선데이, 스위니토드, 벽을 뚫는 남자, 아이다 등 9편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선보였다. 김선영, 민영기, 김소현, 김우형, 홍지민, 김수용, 윤공주, 신성록, 정성화 등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번 무대는 작품 하이라이트를 선보여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더욱 화려하고 풍성해진 제 2회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의 면모를 살펴본다. 사회를 맡은 뮤지컬 배우 이석준 무대의 화려한 포문을 연 [라이온킹] [애니]의 어린이 출연자들 [텔미온어선데이] 김선영 [황성에서 꿈꾸다] 민영기 [미스터마우스] 신문성, 박홍주 등 [러브인카푸치노] 한 장면 [랩퍼스 파라다이스] [대장금] 김우형, 김소현 [하드락카페] 양소민, 최윤 [사랑은 비를 타고] 손광업, 양소민, 최성원 [스위니토드] 홍광호, 홍지민 [싱글즈] 구원영, 서현수 [햄릿]의 화려한 무대 [벽을 뚫는 남자] 정명은, 고영빈 [컨페션] 김우형, 윤공주 [아이다] 이건명, 김보경 [조지엠코핸투나잇] 임춘길 탭댄스 시범을 보이고 있는 임춘길 [맨오브라만치] 정성화 [루나틱] 전수미 [실연남녀] 신성록 [위대한 캣츠비] 최성원, 신의정 [인당수 사랑가] 하이라이트 [명성황후] 중 무과시험 장면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7.10.09 / 조회 1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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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는 남자] 다시 돌아온 정통 프랑스 뮤지컬
지난 2006년 초 소개된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올해 겨울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온다. 정통 프랑스 뮤지컬로 발랄한 상상과 코미디로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미셀 르그랑의 음악과 화려한 무대, 재미있는 드라마로 1996년 초연 이후 프랑스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등을 받는 등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벽을 뚫는 남자]는 주인공 듀티율이 어느날 벽을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평범하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고 프랑스 전체가 들썩이게 된다는 내용. 이번 공연에서는 남경주, 고영빈이 주인공 듀티율역으로 더블 캐스팅 됐고, 초연 당시 뮤지컬 배우로의 변신에 성공한 가수 해이,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정명은이 여주인공 이사벨역을 맡은다. 이외에도 김성기, 조정석, 임철형, 최혁주, 오세준, 김승필, 강연종 등 거의 모든 초연 배우들이 재 공연에 다시 뭉쳤다. 이들은 이 작품의 특징인 일인다역을 소화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오는 11월 17일부터 동숭하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09.04 / 조회 1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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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조정석 “사랑하는 여자를 뺏기는 역할..미칠 거 같다”
뮤지컬 [첫사랑]이 올라가는 대학로 극장. 평일 오후 공연이지만 빈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 요즘 주목 받고 있다. [첫사랑]은 연인 해수와 선이의 사랑, 그리고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인물들의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 하지만 극이 끝나갈 즘 되면 연인 해수와 선이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내뱉어진다. 특히 해수가 눈물을 글썽이며 간신히 이성을 붙잡을 때마다 관객의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극 전반부 장난끼 있는 모습으로 폭소를 안겨준 모습과 너무 달라 더욱 안쓰럽다.관객들을 이렇게 극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주역은 해수 역을 맡은 조정석이다. 그는 [헤드윅] [올슉업] 등 굵직한 작품을 연기하며 부쩍 성숙해진 연기로 [첫사랑]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특히 [헤드윅] 당시 뽀드윅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뽀얗고 귀염성 있는 그의 외모는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창력과 연기력이 배우로서 조정석의 무기. 그는 [첫사랑]을 통해 또 하나의 성공적인 이력을 추가하고 있다. 3시 공연을 마치고 만난 조정석은 아직 해수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직 눈시울이 붉다. 그에게 ‘해수’로서의 심정부터 물었다. 작품의 여운이 긴만큼 해수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건 당연할지도. 극중 해수 역할에 많이 몰입한 듯 하다. 사실 무대에서 많이 힘들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기를 뺏긴다는 게 미칠 거 같다. 정말 무대에서 돌거 같아서 진짜로 울게 된다. 참으려 해도 어쩔 수 없다. 해수는 바다와 사랑하는 여자 중 바다를 선택했다. 해수가 아닌 조정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바다와 사랑하는 여자 둘 다 잡을 거다.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이라고 묻자) 그래도 둘 다 잡을 거다. 이 질문 여러 번 받았는데 그때마다 둘 다 잡을 거라고 말한다(웃음). 시나리오도 다 짰다. 우선 바다에 나간 뒤 다시 돌아와 선이와 재회한다. 너무 간단한가(웃음). [올슉업] 뒤에 바로 [첫사랑]에 출연했다. 느끼한 채드와 순수한 해수로 오가는데, 어느 캐릭터가 더 본인과 가깝다고 생각하나.해수와 더 가까운 거 같다.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데 나도 그런 편이다. 해수가 가지고 있는 위트와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 많이 닮아서 연기하기 편하다. 하지만 해수처럼 소심하진 않다(웃음). 창작뮤지컬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다. 창작뮤지컬이 처음은 아니다. 앙상블로도 했었고 [바람의 나라]도 했으니까. 하지만 주인공으로 나선 창작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더 애착이 깊다. 물론 욕심이 다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이 작품 2년전부터 크리에이티브팀이 생겨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과감한 수정과 보완도 했다. 개막 일주일 전에 긴 대사 분량을 잘라내 극에 탄력을 주기도 했고 하루 전에 수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구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작품에 내가 들어와서 누가 되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애착도 크지만 부담도 크다. 연기를 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첫사랑]의 줄거리 자체는 신파다. 진부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집중이 잘 된 극이라 코미디가 살아난다면 이 작품이 가진 슬픔이 더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연출선생님이 시작할 때부터 강조하신 거다. 첫 모임 때 우리 작품은 뮤지컬 코미디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광호가 공연할 때 보니 우리 작품을 보면 1막은 쉴 새 없이 웃긴다. 그래서 2막에서는 첫사랑의 슬픔이 더 두드러지더라. 조정석의 ‘첫사랑’은 어땠나. 고등학교 때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와 사귀었었다. 1년 정도 사귀었는데, 헤어지는 날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순수하고 풋풋했다. 다른 단어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지금은 그 때보다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다. [헤드윅] 이후 배우 조정석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이번 [첫사랑] 때에는 배우로써의 기량을 마음껏 나타내는 거 같다. 그런가. 나는 작품 복이 많은 배우다. 운이 좋은 배우 같다. [헤드윅]도 그 작품을 함으로써 많이 기대를 받아서 좋지만, 그냥 그와 같은 무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처음 무대에 앙상블로 섰을 때는 정말 무섭고 떨렸다. [넌센스]할 때는 각본대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그리스]는 원캐스팅으로 로저를 7개월 동안 했는데 이때 무대가 재미있음을 느꼈다. 생각하고 숨쉬고 사람들과 눈도 마주칠 수 있었다. 놀 줄 안다고 느꼈다. [뮤지컬 배우들의 방송이나 영화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도전할 생각이 있나. 기회가 닿으면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하고 싶다. 액션이든 코미디든 나와 맞는다고 판단되면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은.하고 싶은 거 굉장히 많다. 창작뮤지컬도 더 많이 하고 싶고. 번역작도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잘 매치가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느 특정 배역을 원하지는 않는다. 학창시절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올해는 연말까지 두 작품 정도 계획이 돼있다. 그 중 하나는 [벽을 뚫는 남자] 앵콜이다. 이때도 기대해주시길(웃음).
2007.04.17 / 조회 2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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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 창작 뮤지컬 두 편
최근 초연 공연이 시작된 두 편의 창작 뮤지컬에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처음 사랑에 대한 아릿한 추억을 이야기 하는 뮤지컬 [첫사랑], 그리고 가수에 이어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유진이 도전해 눈길을 모은 뮤지컬 [댄서의 순정].
[첫사랑]은 현대 프랑스 극예술의 고전이라 불리는 마르셀 빠뇰의 ‘화니 삼부작(The Fanny Trilogy)’ 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멜로드라마이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친구 같은 연인, 해수와 선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이웃들이 만들어가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잔잔하지만 아릿한 창작뮤지컬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해수역에는 최근 [헤드윅]과 [올슉업]으로 부상하는 배우 조정석과 [미스 사이공] 홍광호가 맡았다. 특히 조정석은 [헤드윅]에서 카리스마와 퇴폐적인 캐릭터를, [올슉업]에서는 건들거리지만 코믹하고 귀여운 바람둥이를 소화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에 아파하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맡아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연극배우 출신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이정섭, 전경수, 김인수, 홍성경이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대에 무게감을 준다는. 또한 가수 해이가 [벽을 뚫는 남자] 이후로 출연, 가슴 아픈 첫사랑을 치뤄내는 여인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첫사랑]이 가슴 시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댄서의 순정]은 발랄하고 상큼한 사랑이야기를 선보인다. 문근영, 박건형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는 연기자로 폭을 넓히고 있는 유진과 [드라큘라] [사랑은 비를 타고]의 양소민이 여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됐으며, 최성원과 최원철이 남자주인공으로 낙점됐다.
특히 [댄서의 순정]은 최근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대표하는 2007년 첫 작품이라 주목받고 있다. 영화속 스포츠댄스와 남녀주인공의 티격태격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무대위에서 펼쳐질지 뮤지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7.04.03 / 조회 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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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창작뮤지컬, [첫사랑]이 온다
아스라한 사랑에 관한 창작 뮤지컬 [첫사랑]이 3월말 관객을 찾아간다. [첫사랑]은 이루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멜로드라마로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는 두 젊은 주인공과 이들을 둘러싼 부모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 작품은 신세대 떠오르는 배우와 베테랑 배우들이 고루 참여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 해신 역에는 [올슉업] [헤드윅] 등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조정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미스 사이공]크리스와 투이의 1st 커버를 맡고 있는 홍광호가 더블 캐스팅 됐다. 또한 해신과 첫사랑을 공유하는 선이 역에는 ‘쥬 뗌므(Je t’aime)’를 부른 가수 해이와 연극 [클로저] [졸업]을 통해 순수함과 그로테스크함의 이중적인 마스크를 지닌 배우 전경수가 더블캐스팅 됐다. 특히 전수경은 뮤지컬에는 첫도전인 실력파 연기자라 주목 받고 있다.
딸 뻘의 선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 붓는 홀아비역에는 8년만에 무대에 서는 이정섭과 [맨 오브 라만차(돈키호테)], [벽을 뚫는 남자],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김성기가 더블 캐스팅 됐다. 이외에도 김인수, 홍성경, 임철형 등 실력파 배우들이 포진했다.
이희준(극작/작사), 이지혜(작곡/편곡), 김운기(연출), 변희석(음악감독) 등 차세대 주자들로 라인업 된 뮤지컬 [첫사랑]은 1년 반전부터 사전 제작에 들어가 달라진 창작 뮤지컬 풍토를 보여줬다.
김운기 연출은 “첫사랑은 남에게는 평범하지만 본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라며 “뮤지컬 [첫사랑]은 짜릿한 첫사랑의 추억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은 2007년 3월 27일~6월 17일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된다.
2007.03.07 / 조회 1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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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Musical [벽을 뚫는 남자]
감성 짙은 색채, 위트 넘치는 대사, 감칠맛 나는 연기가 백미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어 [벽을 뚫는 남자]가 선보였다. 28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되는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작가이자 20세기 최고의 단편 소설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의 소설 [Le passe-muraille(번역본:벽을 드나드는 남자)]을 원작으로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가 각색하고, [쉘브르의 우산],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으로 2번의 아카데미상 영화음악상을 수상하였으며, 지금까지 5번의 그레미상, 3번의 오스카 상을 수상하는 등 금세기 최고의 영화 음악가로 꼽히는 미셸 르그랑이 곡을 붙여 완성한 뮤지컬이다. 몽마르뜨의 노르뱅로 사거리에는 ‘마르셀 에메’광장이 세워졌고, 에메를 기리기 위한 ‘벽을 막 통과하는 에메 상’이 전세계 문학애호가들을 맞이 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시내에서 제일 높은 언덕을 몽마르트르 언덕이라고 한다. 몽마르트르는 순교자의 언덕에서 유래되었다. 근대미술의 발달을 가져왔던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다. 샤크레쾨르 대성당이 있어 순례지로서 유서가 깊은 대저택과 물랑루즈 등의 카바레가 있다. 그 외에도 옛집이 늘어선 거리는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아직도 화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언덕을 배경으로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게 되는 능력을 얻어 인생이 바뀐 우체국 직원 듀티율과 듀티율이 사랑하게 되는 여인 이사벨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조연들의 감칠 맛나는 연기가 더 해져서 파리의 몽마르트르의 언덕 풍경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난 그저 보통 남자, 고지식한 공무원. 소박한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 장미에 물을 주고, 우표수집을 하고 대단할 건 없다해도 괜찮은 내 인생’ 듀티율은 우체국에 다니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가사에도 나오듯이 우리가 거릴 지날 때 돌아보게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일 뿐인데 그는 벽을 뚫을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바로 프랑스의 의적 가루가루가 된 듀티율은 모든 이들에게 벽을 넘나들면서 얻어진 전리품을 나눠주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이사벨에게서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은 사랑을 느낀 듀티율은 가루가루가 자신임을 세상에 공표하게 되고, 이사벨은 그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가루가루에게 사랑에 빠진 이사벨이 감옥에 갇힌 듀티율을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사벨은 찾지 않는다. 듀티율은 벽을 뚫고 이사벨에게 자신이 가루가루임을 알리고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사벨은 포악하고 사악한 검사의 아내. 마침내 듀티율은 스스로 자신의 재판정에 가서 재판을 받고 이사벨의 남편이엇던 검사의 부정과 비리로 인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듀티율은 이사벨을 구해내고 그 둘의 사랑이 무르익는다. 그러나 돌팔이 의사가 이야기 했던가? 벽을 뚫는 그런 능력은 사랑을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듀티율의 두통은 심해지고, 이사벨은 듀티율이 그리워 그의 집을 찾아 가게 된다. 듀티율은 길이 엇갈려 이사벨의 집 벽을 뚫고 지나가다 벽에 갇혀버리고 만다. 진정한 사랑만 조심하면 되었는데 영원히 계속되기에는 진정한 사랑이었나 보다. 서로 마침내 찾았던 사랑으로 인해 듀티율은 벽 속에 갇힌 채 딱딱하게 굳어가고 이사벨은 듀티율과 한 몸이 되어 잠들게 된다. 프리뷰 공연에는 엄기준과 해이가 듀티율과 이사벨을 맡았다. 엄기준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소심하면서도 평범한 듀티율의 삶에 커다란 변화로 인해 인생을 긍정적이고 행복한 면으로 그려가고 있는 벽을 뚫는 남자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엄기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해이는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그 빛을 발했다.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조연들이 눈에 띈다. [돈키호테]에서 ‘슬픈 눈의 기사 돈키호테’라는 닉네임을 가지면서 자리를 굳건하게 굳힌 그가 이번에는 주정뱅이로 먼저 등장한다. 그 역할이 닥터 듀블인데 듀티율에게 진정한 사랑은 벽을 뚫고 다니는 데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눈에 띄는 건 김성기가 맡은 닥터 듀블이나 경찰, 변호사가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으면서 미워할 수 없는 카리스마 아닌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마치 슬픈 광대와 같은 모습이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들어있는 캐릭터 들이다. 알코올중독에 신경 정신과 의사 듀블. 열심히 일한 의사였고, 전쟁 중엔 많은 사람을 살려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고로 나치를 진료했다는 죄로 매국노가 되어버리고 환자들은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 김성기의 코믹하면서도 이 뮤지컬의 핵심이 되는 소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멜로디의 높낮이와 중얼거림의 미학을 적절히 섞어서 관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또한, 두 명의 경찰 중에 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가사가 재미있다. 경찰 1,2 : 우리는 경찰이다. 경찰 1 : 나라 위한 일 경찰 2 : 하고 있다 경찰 1,2 : 진짜로 폼나지? 총도 있다. 진짜 총이다. 경찰 1 : 근데 책임감은 살짝 부족하 경찰 2 : 다. 살짝 부족 이런 식의 대사 끊어먹기를 기가 막히게 주고 받고 있다. 변호사는 어떤가? 그의 가사를 들어보면 웃음을 짓지만 그의 모습과 노래를 듣는다면 박장대소하고 웃게 된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님들. 참 반갑심다. 저는 오늘 임시로 고용된 변호사. 그렇슴다. 임시로 고용된 변호사인검다. 사실은 이 사건의 서류를 못 읽고 왔슴다. 변호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만 저의 개인사정에 대해서 몇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 (생략) 사실 오늘이 제가 고시합격 이후 첨으로 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자립니다. 너무 떨리고 준비는 못해 아무 생각없슴다. 피고인이 무슨 죄를 졌는지 저는 하나도 모르긴 해도 저를 봐서 무죄로 해주심 안될까요? 게다가 원래 오늘 이 사건 담당이시던 제 전임자는 복상사로 유명을 달리하셨으니 명복을 비는 차원에서 무죄로 해주세요.” 허리는 구부정하고 지팡이에 백발의 할아버지는 안경을 걸쳐 쓰고 힘겹게 재판정에 들어 온다. 이런 재미는 [벽을 뚫는 남자]의 곳곳에 숨어 있다. 임철형이 맡고 있는 우체국 부장도 과장된 모습이 너무도 어울린다. 임철형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김영주도 야채장사와 매춘부의 역할도 재미의 폭을 넓혀 간다. 공무원과 경찰을 맡고 있는 오세준은 예술을 하고 싶었다가 형무소장을 하고 있는 역할로 코믹하게 자신의 몫을 다 해주고 있었다. 강연종은 화가로, 최혁주는 공무원으로, 김승필은 간수와 재판장, 거지로, 조유신은 공무원, 간수, 파시스트로, 유혜령은 공무원, 공산주의자로 시종 무대에서 시공간을 넘나 들고 있었다. [남자넌센스]에서 [그리스]로 2005년 한 해를 제일 바쁘게 살았던 조정석이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신문팔이를 하고 있다. 조정석의 해맑은 모습이 또 다른 감초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듀티율에 관한 소식들과 파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대상황을 요약 정리해 준다는 것. 마치 화가와 같이 사회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지 모른다. [벽을 뚫는 남자]는 아름다운 한 편의 화폭을 대하는 것 같은 뮤지컬이다. 지금까지 보고 느꼈던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뮤지컬이다.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파스텔과 수채화를 섞은 듯한 아름다우면서도 소담하고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다. 그러면서도 가슴 진한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런 감동보다는 은은하게 밀려오는 물결의 파동처럼 계속해서 밀려온다. [벽을 뚫는 남자]는 연출 면에서 탁월한 선택을 한다. 더 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게 적당한 수위를 맞추어 가면서 위트와 유치의 경계선의 줄타기를 기가 막히게 타고 있다. 또한, 마임을 적절하게 섞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프랑스인 특유의 독특한 제스처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리가 없게 풀어나가고 있어 뮤지컬의 백미를 살리고 있다. 넓은 토월극장 무대를 공간미가 있게 나눠 놓았다. 좁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넓어 보이지도 않은 구조로 만들어서 12명의 배우들로 꽉 차는 느낌을 관객에게 값지게 선사하고 있다. 조명 또한 자세한 부분까지도 나눠 놓아서 프랑스 특유의 은은하고 파스텔 톤을 느끼게 하면서 전혀 질리지 않는 조명 효과를 주고 있다. 음악 또한 레스타티브 형식의 뮤지컬로 실내악단의 연주로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듣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네 명의 연주자로 40여 곡에 다다르는 곡을 연주하는데 반복적인 멜로디이면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렇다고 음악이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배우는 어려운 곡들로 채워져 있다. 또 한 번의 공연장을 찾을 궁리를 하고 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같이 토월극장에 도장 찍고 싶다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이 무대가 아니면 경험해 보지 못할 것들에 빠져보기 위해서 난 오늘도 벽을 뚫는 남자와 함께 벽을 지난다. 그리고 어디선가 듀티율의 노래가 들린다. 우리들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잔잔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 우리들의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한다. ‘난 그저 보통- 남자 고지식한(성-실한) 공-무원, 소박한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 장미에 물을- 주고 우표수집을- 하고 대단할 건 없다 해도 인생을 사랑했지 아름다운 인생이여, 아름다운 인생이여, 아름다운 인-생이여 French Musical [벽을 뚫는 남자] 中 '벽을 뚫는 남자의 솔로, SOLO DU PASSE-MURAILLE'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쇼노트 제공
2006.03.02 / 조회 18,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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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제작 발표회
프랑스 최고의 작가마르셀 에메의 원작한국에서 초연된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마르셀 에메의 대표 원작인 [벽을 뚫는 남자]가 뮤지컬로 제작된 것이 10년 전이었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르그랑이 뮤지컬 음악을 맡아 모든 대사를 가사로 처리하여 ‘오페레타 뮤지컬’을 완성한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 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 브로드웨이 토니상에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고 일본 사계 극단의 히트 레파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과 춤추듯 살아있는 개성의 1인 3역까지 개성있고 다른 성격의 연기를 소화해야 하며, 감쪽 같은 연기 변신에 누가 누구인지 모르던 관객은 커튼콜에 가서야 비로서 무릎을 치게 되는 뮤지컬이다. 모든 출연진 각각의 연기와 가창력을 중요시 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2월 28일 토월극장에서 올려진다. 이날 제작 발표회는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으며, 쇼케이스로 시작되었다. 쇼케이스에서 배우들의 주옥 같은 노래를 선 보였다. ‘최신뉴스’ - 화가(강연종), 매춘부(김영주), 신문팔이(조정석) 2막 첫 장면에 나오는 곡으로 벽을 뚫고 드나드는 남자 의적 ‘가루가루’가 사실은 한 동네에 사는 성실하고 평범한 공무원 듀티율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와 하며 부르는 노래. 마음씨 착한 국민의 영웅 듀티율을 위해 프랑스 모두가 단결하여 석방을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듀블의 솔로’ - 의사(김성기) 알코올중독 정신과 의사 듀블의 하소연을 담은 자서전적인 노래. 2차 세계대전에 열심히 노력해서 파리해방에 기여했지만 단 한 번 의사로서의 소임으로 나치 군인을 치료했던 것이 모함을 당해 배신자로 몰리고, 그 후로 환자 하나 없이 살아와야 했다고 넑두리를 늘어 놓는다. 믿거나 말거나.. ‘듀티율과 이사벨의 듀엣’ - 듀티율(박상원), 이사벨(임수연) 듀티율과 이사벨이 첫날 밤을 함께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뒤 기쁨과 환희에 차서 부르는 노래. ‘사랑의 세레나데’ - 듀티율(엄기준), 이사벨(해이) 듀티율이 벽을 뚫고 나올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벽에 갇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사랑 이사벨과 몽마르뜨 언덕 주민들의 옆에서 부르는 슬픈 사랑의 노래. ‘휘날레 & 커튼콜 - 전 배우 몽마르뜨 언덕 주민 모두가 벽 안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듀티율과 이사벨을 축복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휘날레를 부른다. 그리고 함께 하는 커튼콜.이 커튼콜은 작곡가 미셸르그랑의 깜짝 선물로 뮤지컬에 등장하는 모든 테마들이 결국은 하나의 커다란 교향곡 안에서 스여진 주제선율이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후, 스텝과 배우들의 소개가 이어졌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쇼노트의 김영욱 대표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공동 제작하는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김병석 부장은 “스텝과 배우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할 테니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연출을 맡은 임도완은 “한국에서 공연되지 않았던 장르의 뮤지컬을 선 보일 것입니다. 오페레타 뮤지컬로 인생을 노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와 닿을 것입니다. 벽을 뚫는 남자가 벽에 갇히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페로독스한 스토리여서 많은 것을 전해주는 뮤지컬이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초연에 음악감독이었던 Patrice Peyrieras는 “한국말로 번역이 된 [벽을 뚫는 남자]를 듣게 된 것이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초연이 되기까지 많은 연습을 하게 됩니다. 한국 프로덕션에게 감사 드리고, 관람하실 많은 분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듀티율은 성실한 공무원으로 우연히 벽을 뚫고 다니는 힘을 얻고, 이사벨을 사랑하게 되면서 평범하기만 하던 인생이 괴도 ‘가루가루’로 완전 뒤바뀌고 마는 역이다. 박상원과 엄기준이 맡는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여서 떨리기도 하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서 무대에 설 것”이라고 말하여 박수를 받았다. 쥬뗌므의 가수 해이도 전격 뮤지컬로 데뷔무대를 가진다. 벽을 뚫는 남자 듀티율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에 빠지는 미모의 젊은 부인 ‘이사벨’역을 맡는다. 임수연도 더블 캐스팅되어 있다. 돈키호테에서 닥터듀블과 경찰, 변호사의 역을 맡은 김성기도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임철형, 김영주, 강연종, 오세준, 조유신, 최혁주, 유혜령, 김승필, 조정석이 참여하여 아름다운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선보이게 된다. 공연은 2006년 2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中 '듀티율과 이사벨의 듀엣'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쇼노트 제공
2006.02.09 / 조회 1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