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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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윤소호의 ‘킹키’하게 사는 법, <킹키부츠> 윤소호
“진심 91년생?” 지난 26일 블루스퀘어 드레스서클에서 열린 플디팬미팅의 주인공 윤소호를 향한 질문에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그의 외모가 나이보다 성숙해 보여서일까. 윤소호는 “저 91년생 맞습니다. 그것도 늦은 11월에 태어났어요.”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날 팬미팅이 끝난 뒤 몇몇 참가자들은 또다시 “진심 91년생?”이라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연기에 대한, 그리고 편견에 맞서 ‘킹키’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은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지하고 뚜렷했기 때문이다.의 ‘찰리’와 윤소호, 둘의 공통점은? “는 보신 그대로 아름답고 화려한 볼거리를 담고 있고, 관객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에요. 특히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만들었는데 영국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극중 인물들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만들어져서 많은 상과 사랑을 받은 공연이죠.” 윤소호가 출연 중인 뮤지컬 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어워즈 6개 부문을 석권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내 첫 무대에 오른 이 작품에서 윤소호는 부모님으로부터 파산위기에 빠진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로 분한다. 특별한 꿈이나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예기치 않게 구두공장의 사장이 되면서 큰 변화를 맞는다. 윤소호는 한때 자신도 찰리와 같았다며 예전 이야기를 꺼냈다. “찰리는 전혀 열정적이지 않은 청년이에요. 주위 사람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변화를 맞죠. 지금은 아니지만, 대학시절에는 저도 찰리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본 뮤지컬을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윤소호는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고, 인터넷에서 연기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 입학했다. 열심히 입시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여느 수험생들처럼 ‘대학만 가면 일단 끝’이라는 생각이 은연중 있었던 모양이다. 난생 처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MT도 가며 놀다 보니 잠시 목표를 잊어버렸다고. “저희 동기가 약 120명인데, 그 중 30~40%는 예고를 다니면서 저보다 훨씬 오랫동안 연기와 공연에 대한 준비를 해온 친구들이고, 나머지 40%는 재수생이었어요. 그 120명 가운데서 경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그러다 보니 그냥 남들이 하는 걸 보면서 ‘와 잘한다’하면서 찰리처럼 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던 것 같아요. 지방에서 왔으니 친구도 없었고, 그냥 스윽 스쳐가듯 학교를 다녔죠. 등록금이 술술 나가고 있던 거죠(웃음).” 의 찰리는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여장남자 롤라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얻는다. 여장남자용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롤라를 통해 편견 없이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대학 새내기 시절의 윤소호에게 롤라와 같은 역할을 한 사람은 에 함께 출연했던 이재균을 비롯한 동기들이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을 맞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심심해서 학교에 갔는데, 재균이 형이 새벽부터 엄청 열심히 공연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냥 ‘대본 보고 그대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재균이 형이랑 다른 동기들은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저 형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난 지금 뭘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이후로 제가 바뀐 것 같아요.” “70~80세까지 연기하는 것이 꿈” 어쩌면 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거쳤기에 지금의 윤소호가 의 찰리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깐의 방황을 거쳐 다시 제자리를 찾은 그는 동기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끝에 2011년 로 데뷔했고, 벌써 5년째 어엿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꿈을 다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학창시절의 꿈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으니까, 그 때의 꿈은 이뤘다고 할 수 있겠죠. 처음에 공연을 했을 때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오래 안 가요. 공연은 금방 끝나니까(웃음). 그래서 더 큰 꿈을 갖고 기회가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 갖고 있는 꿈은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다는 거에요. 그러려면 일단 오래 살아야겠죠(일동웃음). 20~30대 배우들은 많은데 50~60대로 가면 배우들이 많지 않거든요. 70~80대로 올라가면 손에 꼽을 정도죠.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고, 그 꿈을 위해 지금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는 재학시절 교수님이 했던 ‘오디션이란 배우가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라는 말을 늘 되새기고 있다. “그냥 오래 연기를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제가 80대가 된다 해도 동년배 배우들과 경쟁을 해야겠죠. 그러니 그때 가도 오디션이란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거죠. 배우란 그런 직업 같아요.” 또 한가지 그가 받아들인 것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이란 건 배우의 숙명 같아요. 각자 만개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배우 지망생들, 동기들과 선후배가 많아서 그들이 떠나갈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파요.” 물론 한창 공연을 하는 도중에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보러 가고, 매번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불안정성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윤소호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이미 연기를 그만둔 동기들이 꽤 있어요. 저도 연기를 한지 몇 년 안 됐으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배우를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제작사가 원하는 배우가 없는 것 같아요. 경력이 없는 신인을 받아줄 수 있는 제작사가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는 많아도 첫 데뷔를 할 수 있는 관문은 매우 좁죠. 저는 어쩌다 뮤지컬해븐이라는 회사에 ‘얻어걸린’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겠죠.” ‘킹키하라!’ 나를 둘러싼 편견에 맞서기 는 찰리와 롤라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킹키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고 타고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다. 자연스레 이날의 이야기는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접해본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한 참가자가 “새로 개설된 연기학과에 들어갔는데, 주위에서 ‘1기니까 돈만 내면 다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니냐’며 편견을 갖고 본다”는 고민을 꺼내자 윤소호는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았다. “잘 생각해보면 전국의 모든 연극영화과가 1기부터 쭉 내려오는 거잖아요. 또 그만큼 처음이 제일 중요하고, 잘 준비해두면 나중에 선배가 됐을 때 오히려 더 박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똑같은 고민은 아니지만, 윤소호 역시 종종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고. 특히 많이 들었던 말은 ‘뭐 먹고 살래’다. 윤소호는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뭘 먹고 살든 그건 본인의 문제잖아요. 그런 질문은 우리나라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우리는 유독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건 우리가 버려야 하지만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성향 같아요. 사실 연기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말이에요. 그런데 만약 누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한다면, 저는 ‘어떻게든 먹고 살고 있어요’라고 할 것 같아요. ‘당신들이 볼 때는 내가 뭘 먹고 사는지 모를 수 있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어요’라고.” 또 다른 참가자는 자신이 윤소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순한 눈매를 갖고 있어서 왠지 속에는 늑대를 품고 있을 것 같다고. 윤소호는 솔직한 말로 답했다. “사람들은 다 탈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탈을 쓰느냐 나쁜 탈을 쓰느냐의 차이는 있겠죠. 저는 아직까지는 좋은 탈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 속에 여러 야망과 욕망이 있죠(웃음). 근데 기본적으로 나쁜 마음을 안 가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왜냐면 다 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늑대라는 말이 좋은 뜻일 수도 있고 나쁜 뜻일 수도 있지만, 그 말에 반은 동의하는 편이에요.” 라는 작품에 대해, 그리고 꿈과 편견에 대해 뜻깊은 이야기를 나눈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배우의 사인을 받으며 함께한 시간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두 자신의 꿈에 대해, 깨고 싶은 편견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윤소호가 출연 중인 뮤지컬 는 내달 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27 / 조회 1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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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지 않으면 잘할 수 없다” 여자보다 더 예쁜 <킹키부츠> 한선천
신디로퍼의 신나는 음악과 감동적인 성공실화, 훈훈한 가족애까지. 그리고 여기에 예쁜 여장남자 엔젤들이 화려한 군무로 무대를 휘어잡는 뮤지컬 에서 여자보다 더 예쁜 이기적인 몸매와 얼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가 있다. 바로 현대무용수에서 뮤지컬배우로 변신을 시도한 한선천이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을 통해 얼짱 무용수로 이름을 알린 그는 에서 섹시한 여장남자 엔젤로 분해 매회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인터뷰 내내 “즐겁고 재미있다”고 소감을 이야기하던 그는 "즐기려고 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 즐기지 않으면 잘할 수 없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15년 무대 위를 더욱 뜨겁게 달굴 현대무용수이자 뮤지컬 새내기 한선천을 만나보자. Q 한 달 가까이 무대에 서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무용을 하면서 무대 경험이 적다고 할 수는 없는데 뮤지컬 무대는 처음이다 보니 기존에 내가 섰던 무대와는 많이 달라 신기한 점이 많다. 매일 매일 새로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와 춤과 노래로 표현을 하는 점이 너무 새로운 경험이다.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줄 때마다 기분도 좋고 더 잘 하려고 힘을 내게 된다. 벌써 한 달인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갔다. 엔젤들끼리 무대 뒤에서 “이 작품 3년 동안 하고 싶다.”고도 말하고 다닐 정도다(웃음).Q 현대무용수로서 뮤지컬 도전은 의외다. 뮤지컬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예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있긴 했다. 하지만 한국공연 오디션이 있다는 것은 잘 몰랐다. 방송이 끝나고 몇 개월간 관련한 활동을 끝낸 후 어떤 분이 “너랑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 있는데 오디션 한번 봐봐.”라고 권해주셔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브로드웨이 영상을 보고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막상 오디션에 합격에서 부담이 되긴 했지만 뮤지컬이 일단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맡은 엔젤 역은 많이 나오고 적게 나오고를 떠나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Q 어떤 점이 매력적이던가?엔젤은 일단 완벽하다(웃음). 완벽하게 예쁜 여자인데다가 춤 또한 잘 추지 않나. 이 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Q 첫 뮤지컬에서 맡은 역할이 일반적인 캐릭터도 아니고 여장남자에다가, 춤만이 아닌 연기와 노래까지 겸해야 하는데.내가 다른 누군가가 되어 무대에 선다는 것이 신선한 경험인 동시에 낯설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현대무용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엔젤들이 소화하는 춤은 다가가기 쉬웠다. 무용을 하기 전 내 춤의 시작이 재스댄스인데, 의 춤은 재즈댄스를 기본을 한 춤이 많아서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연기와 노래는 해 본 적이 없어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비욘세와 메간폭스를 모델로 삼고 그들의 연기를 많이 따라 해봤다. 그리고 패션잡지를 보면서 여성들의 표정과 포즈를 많이 연구했다. 노래는 오디션 보기 한 달 전에 보컬 학원을 끊어서 배웠다. 지금도 무대에 서면서 많이 배워가고 있다.Q 여자로 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은?제모(웃음). 비키니 장면이 있다 보니, 남들보다 자주 해줘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하이힐을 신고 계속 춤을 추다 보니 소화가 빨리 되고 배가 금새 고파진다. 많이 먹고 있는데도 살이 빠지고 있다. 그리고 10cm 나 되는 하이힐은 지금이야 굉장히 익숙하지만 연습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그때 처음 여성의 위대함을 알았다(웃음).Q 하이힐이 다리를 예뻐 보이게 하지만, 춤까지 춰야 하니 아찔한 경험도 있었을 것 같다.연습 때부터 공연용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연습량이 워낙 긴데다가 개막 전 런쓰루를 열 번을 넘게 돌아서 지금은 힐이 편하다(웃음). 힐을 신으면 자신감이 상승된다. 리허설 할 때 굽이 부러져 힐이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만큼 조심스런 부분도 있었지만 무대 위에서는 최대한 안 그런 척 하려고 한다. 지금은 하이힐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 괜찮은데 처음에는 높은 힐을 신고 춤을 추다 보니 발목, 무릎, 허리 등에 부담감이 많았다. 집에 있던 마사지기를 가져와서 틈틈이 종아리를 풀어주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있다.Q 비키니를 입고 나오기도 하는데, 엔젤들끼리 서로 예뻐 보이기 위한 경쟁이 있나?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속으로는 다 그런 마음이 있을 거다. 악세사리도 하나라도 더 달고 싶고 분장에도 더 공을 드린다. 우리 작품에서는 오히려 엔젤들이 여배우들보다 외모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웃음).비키니는 처음에는 너무 민망했다. 런쓰루를 돌 때마다 피켓 드는 장면에서 선배님들이 다 소리 지르고, 최근에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보러 온 적 있었는데 일반 관객은 “와”라고 소리 지르는데. 초등학생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숙여 버렸다. 어느 애는 조그마한 손으로 자기 동생 눈을 가려주더라(웃음). 그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다. 어른들도 많이 좋아해주시고.Q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부모님하고 선후배들이 보러 왔었다. 다들 너무 이쁘다고 칭찬해주셨다. 어떤 후배는 내가 변신한 모습을 보더니 “형이 내 이상형일 줄 몰랐었다.”고 수줍게 고백하기도 했다(웃음).Q 첫 뮤지컬 작업인데 느낀 점이 있다면?무용은 몸으로 표현한다. 물론 얼굴로 그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몸의 움직임이다. 또한 현대무용은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뮤지컬은 춤, 연기, 음악이 함께하는 장르이고 캐릭터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쉬지 않고 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 동선, 안무 등을 디테일하게 만들어간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또한 무용은 무대세트가 있어도 단순하게 무대로서만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는 프레임 안에서 무대가 자유자재로 변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배우들의 동선이 자유롭게 보이지만 계산된 움직임이고 그 움직임이 캐릭터의 감정선과 비례해서 표현된다는 것이 정말 신기로웠다. 나중에 무용 작업을 할 때 그런 점을 고려해서 나만의 안무를 짜고 싶다.Q 현대무용은 처음 어떻게 시작했나?어렸을 때부터 TV를 보면서 가수들의 춤을 따라 췄다.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재즈학원이 생겨 누나가 다녔는데 재미있다고 꼬셔서 같이 다녔다. 어느 날 원장선생님이 “현대무용을 해보는 게 어때?”라고 권해서 그때부터 무작정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은 작품을 받고 대회를 나가야 하는데 수업 때 배웠던 동작들만 가지고 대회를 나갔다가 덜컥 상을 받아서 그때부터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이라 복싱 같은 남성적인 운동을 시키고 싶어하셨지만 내가 재미있어 하니 지지해주셨다.Q 한선천하면 서바이벌 댄싱프로그램 을 빼놓을 수 없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그 당시 나는 무용을 그만두고 미용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었다. 대중들에게 무용을 알리고 싶은 것이 꿈이었는데 현실적인 것들이 자꾸 내 발목을 잡았다. 자꾸만 내가 꾸는 꿈에 다가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미용 기술을 배워서 내 가게를 차리자’라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자격증 준비 마지막 단계쯤에 모집 광고를 보고 무릎을 딱 쳤다. 내가 지금껏 해왔던 것이 무용인데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지원서를 냈다. 현대무용을 알릴 좋은 기회였고,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지는 모르지만 도전을 하고 싶었다. 자격증은 결국 못 땄지만 그 때 도전을 안 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웃음).Q 는 벌써 시즌 2까지 나왔다. 프로그램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다.시즌 2에 나오신 분들은 사실 현직에서는 다 선배님들인데 저희가 먼저 길을 열고 그 분들이 또 다시 새롭게 도전을 해주는 것을 보고 감사했다. 을 통해 타 장르의 춤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무용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나에게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됐다.나는 끈기도 없고 재미없는 건 정말 못하는 성격이다. 현대무용,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도 너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 즐기지 못하면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커다란 행운이다. 매 무대마다 정말 즐기려고 한다.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Q 작년 초에는 D4U를 통해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었다.에 출연했던 무용수들과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기존의 무용 무대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각자 영역의 춤들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관객분들이 이 끝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마음을 열고 우리의 공연을 봐주셨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프로그램에 나왔던 출연자들의 공연 뿐만 아니라 다른 무용수들의 공연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제는 각자 바빠져서 함께 올라가는 공연은 힘들겠지만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Q 2015년의 계획은 무엇인가?2014년은 킹키부츠와 함께 보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뮤지컬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지금은 “배우입니다”라고 소개하기가 쑥스럽다. 어설프게 무대에 서고 싶지는 않다. 집중적으로 연기랑 노래를 배우고 싶다. 2015년은 배움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용가로서도 멈추치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CJ E&M 제공
2015.01.02 / 조회 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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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연말, 후끈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면 <킹키부츠>
지난해 토니어워즈 6개 부문을 휩쓴 브로드웨이 최신 화제작 는 그 명성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일 막을 올린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의 인기가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신디 로퍼의 친숙한 멜로디에 실린 유쾌한 스토리와 풍성한 볼거리는 연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는 실화를 바탕으로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작품으로, 아버지로부터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청년 찰리가 여장남자용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CJ E&M이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해 올해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이야기는 여자친구를 따라 런던으로 떠났던 찰리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와 폐업직전의 구두공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공장을 되살리려 애쓰던 찰리는 우연히 만난 드랙퀸 롤라에게서 여장남자용 신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그에게 디자이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의 만남과 갈등, 화해의 과정이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 등 중독성 있는 음악과 함께 빠르게 펼쳐지고, 자신의 진짜 모습과 꿈을 찾아 세상과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객석에 전달한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모양새다. 뮤지컬다운 재미를 살리는 것은 음악뿐이 아니다. 에 출연했던 한선천 등 여섯 명의 댄서들로 꾸려진 ‘엔젤’이 펼치는 화끈한 쇼가 시선을 사로잡고, 납작한 가죽이 롱부츠로 만들어지는 장면과 배우들이 직접 컨베이어 벨트를 재조립해 역동적인 안무를 펼치는 장면 등 각종 소품과 무대장치의 활용도 흥미롭다. 아찔한 킬힐을 신고 “나는 육감적인 계집애, 그댈 위한 깜짝 선물”이라 노래하는 롤라 역의 오만석은 거침없는 몸놀림과 능청스런 연기로 무대를 장악했고,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김무열 역시 변함없는 존재감으로 작품의 중심을 지켰다. 다만 킬힐의 탓일까, 두 배우의 고음처리가 다소 불안정했다. ‘연애의 흑역사’(The history of wrong guys)’를 부르며 공업용 공기주입기로 ‘겨땀’을 식히는 로렌 역 최유하의 모습도 새로웠다. 뒤늦게 팀에 합류한 지현우를 비롯해 윤소호, 강홍석, 정선아 등의 무대도 궁금하다. 공연은 내년 2월 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4.12.12 / 조회 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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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이야기로 심장이 쿵쾅쿵쾅, 그래서 뮤지컬이 좋죠!” <킹키부츠> 연출가 제리 미첼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한 모습이다. 2013년 토니상 최우수뮤지컬상, 작곡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뮤지컬 에서 연출 및 안무를 맡은 제리 미첼(Jerry Mitchell)은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전미 공연에서 거둔 성과만큼 12월 2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하는 한국 공연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오르는 를 위해 제리 미첼이 내한해 지난 1일 기자들과 마주했다. 안무가로 무대 경력을 시작해 현재 연출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등의 뮤지컬에서 안무 및 연출가로 참여,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등에서 작업한 하비 피어스타인이 극본을 쓰고 1980년대 팝 스타 신디 로퍼가 음악과 작사를 맡은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 지방에서 경영악화로 폐업을 이어가던 수제화 공장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공장의 성공스토리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센트럴파크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프로듀서에게 작품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메일로 보내준 영화 영상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매우 인간미가 넘치고 감동적인, 또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의 한국 배우들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었고 그것에 영감을 받은 동명 영화가 2005년 개봉되기도 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구두 공장을 물려 받은 주인공 찰리와 그와 많은 부분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드랙퀸 롤라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주역으로 등장한다. 제리 미첼은 "아버지에게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러가지로 다른 두 남자가 킹키부츠를 만들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화합하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극 중 돈이라는 인물도 매우 중요합니다. 돈은 아주 평범한 남자의 전형인데 어려서부터 찰리와 함께 지내왔지만 그가 공장을 운영해나갈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나중엔 결국 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아주 평범한 돈이라는 캐릭터도 극중에서 큰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요점이에요. 시카고 공연 당시 그곳의 평범한 관객들이 돈에게 아주 몰입해서 교감을 많이 한다고 느꼈습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극중 메시지를 강조하는 듯, 그는 1막 마지막 장면인 '함께 외쳐봐!(Everybody say Yeah!)'를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완성된 킹키부츠 한 쌍이 나와요. 그걸 본 롤라와 직원들이 다 함께 환호하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오케이 고(OK Go)라는 밴드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뮤직비디오 중 러닝머신 위에 두 사람이 마주보며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 영감을 받아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뮤지컬 데뷔작인 로 여성 작곡가 최초로 토니상 작곡가상을 수상한 신디 로퍼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프로듀서가 신디 로퍼에게 함께 작업해 보자고 전화를 하고 있을 때 그녀는 설거지 중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웃으며 회상하던 제리 미첼은 "가장 처음 보내준 두 곡 중 '못난 아들(Not My father's Son)'을 듣고 많이 울었다."며 신디 로퍼의 음악에 받은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여러가지 면에서 신디 로퍼는 이번 작품에 완벽한 사람입니다. 그녀 뿐 아니라 함께 작품을 만든 하비까지 우리 세 사람은 중심에 합류하지 못한 변두리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편견과 맞서 싸우는 를 만드는데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관객의 반응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새 뮤지컬을 만들 때에는 직관을 믿고 나갈 뿐이라는 그는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보다 객석을 더 주목한다고 밝혔다. "관객들의 표정에서 작품의 어떤 부분이 재미있고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어요. 기꺼이 따르고 싶고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통해 극중 인물 뿐 아니라 주변인들, 그리고 관객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뮤지컬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2.02 / 조회 1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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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다 부딪혀보는 수밖에” <킹키부츠> 김무열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어워즈 6개 부문을 석권한 가 곧 국내 첫 무대에 오른다.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회사가 여장남자용 구두인 ‘킹키부츠’를 제작하면서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이 뮤지컬은 관객들을 향해 사회적 가면 뒤에 가려진 자신의 본 모습을 꺼내놓으라는 유쾌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공연에서 구두회사 사장 찰리를 맡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김무열은 그러나 자신이 '킹키'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남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가 분명 무대 위에서 킹키한 모습으로 새로운 인상을 던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치열하게 달려온 이십 대를 지나 조금 더 넉넉한 미소를 짓는 그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맞서 “다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없다”는 결기를 품은 배우이기 때문이다.Q 2년 만의 뮤지컬 출연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무대를 떠나있다 보니 아무래도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배우로서, 또 이제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서는 남자로서 앞으로 맞이해야 할 시간들에 대해 고민도 하고, 책도 많이 봤다. 제대하고 나서는 뉴욕에 가서 공연도 보고. 해외여행을 처음 간 거다. 여행지에서 공연도 보고 신기한 것도 많이 보면서 소소하게 지냈다. Q 책과 공연은 어떤 것들을 봤나. 책은 주로 소설을 본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이 좋더라. 2010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박민규 작가의 ‘아침의 문’이라는 단편을 인상 깊게 봐서 그 이후 박민규 작가의 단편집도 사서 봤고,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매년 챙겨 보고 있다. 아무래도 단편이 금방 읽히니 좋다. 일이 바쁘다 보니 장편소설은 읽다가 흐름이 자꾸 끊겨서 한 호흡에 쭉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순수창작에 대한 관심과 호감은 늘 있다. 그림 그리는 분들이나 글 쓰는 분들, 음악을 만드는 분들이 선망의 대상이다. 공연은 를 재미있게 봐서 이번 한국 공연도 기대된다. 도 생각보다 훨씬 더 신나고 따뜻해서 좋았다. 음악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신나고 즐거우면서 이야기도 재미있다는 것이 만의 장점인 것 같다. Q 는 현재 외국 스텝들과 함께 연습 중인데, 등 이전에 출연했던 창작뮤지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부분이 다르다. 가 뉴욕에서 공연하고 있는 영국 이야기인데, 이걸 한국 배우들이 한국으로 가져와서 공연한다는 것이 제일 어렵다. 어떤 대사는 미국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고, 또 어떤 대사는 영국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거든. 그래서 아직까지도 말투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를 계속 수정하면서 여러 실험들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창작뮤지컬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큰 틀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려면 창작 아닌 창작이 필요하니까. 오리지널 제작진과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지 공연의 캐릭터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부담이 되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Q 찰리는 어떤 인물인가. 평범한 남자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좀 수동적인 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않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사람들이 외부의 어떤 영향이나 사건으로 인해서 어떤 길을 선택하고 그 길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찰리도 그런 사람이다. 평범한 청년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발공장을 이어받는다. 그곳에서 여장남자 롤라를 만나 킹키부츠라는 여장남자를 위한 신발을 만들게 되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Q ‘킹키하라!’라는 메시지를 어떤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나. 정선아와 최유하 배우는 ‘네 자신으로 살아라’라는 말로 정의했는데. 맨 처음에는 그 말의 뜻을 ‘특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에서 내 소개를 할 때 ‘전혀 킹키하지 않은 남자’라고 말한 거다. 나한테 특별함은 없는 것 같아서. 근데 그 말이 특별함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함, 각자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라면 내가 항상 고민하는 것과도 통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김무열이라는 한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항상 제일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가.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에 대한 철학도 달라지고, 또 나라는 사람도 매번 달라지니까. 그래서 ‘킹키하라’는 말이 어렵게 생각된다. Q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보다. 진짜 특별한 점이 없다. 곧 할로윈데이가 오지 않나. 그날 내가 뭐할까 생각해봤는데 그냥 신당동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이나 먹고 있거나, 아니면 여자친구랑 영화나 보고 있겠더라. 연기를 한다는 것 빼고는 진짜 살면서 특별할 게 없다. 그래서 대중 앞에서 자꾸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게 부담스럽다. 내가 가장 도드라질 때는 무대에 섰을 때와 연기할 때뿐이고,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술 조금 좋아하고, 운동하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추리닝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별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다(웃음). 그래서 킹키하지 않은 것 같다. Q 의 음악이 꽤 어렵다고 하던데, 가장 먼저 귀에 익은 곡은 무엇인가. 소울 오브 맨(Soul of a man). 찰리가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추진하다가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 부르는 노래인데, 외국 스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맥을 끊어놓고 불러야 하는 곡이다(웃음). 동맥과 정맥을 다 끊어놓고 노래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항상 그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장난으로 (목을 긋는) 제스쳐를 한다. 그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감정을 많이 몰아가면서 중심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도 그 장면을 연습하면서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연습하다 보면 롤라 노래도 굉장히 리듬감 있고 좋더라.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지(웃음). Q 안무도 쉽지 않을 것 같던데. 내 경우엔 어려운 안무가 얼마 없고, 우리 엔젤들이 정말 춤을 잘 춘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봤을 때도 엔젤들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 나처럼 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는 한국남자로서는 정말 처음 보는 존재였다. 한국의 드랙퀸은 그간 접할 기회가 더러 있었지만, 외국의 드랙퀸은 정말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 우리나라 배우들이 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더라. 근데 우리 배우들이 연습하는 걸 봤더니 연습 첫날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일주일이 되는 순간부터 정말 와….너무 잘 하더라. 하이힐을 신고 한껏 꾸미고 나와서 춤을 추는데, 내가 보면서 막 반한다(웃음). Q 2005년 이후 오랜만에 오만석과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어떤가. 만석이 형과는 (2008~2009) 때 연출가와 배우로서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내가 처음 뮤지컬에 데뷔했을 때 형은 이미 정상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늘 내 선망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었고, 좋은 동료, 좋은 연출가이기도 하다. 만석이 형과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보증을 서준 사람’이다. 형이 내 보증을 서줬거든.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고,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형이다. 사실 와 같은 라이선스 초연에 참여한다는 것이 배우로서 영광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기도 하다. 나만 해도 한국 사람이 무대에 나와서 서로 미국 이름을 불러가며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조금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 작품을 믿고 선택하게 된 것은 형 때문이다. 지금도 어렵거나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항상 형에게 가서 얘기하고 물어본다. 뻔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형과 같이 연기하게 돼서 진심으로 즐겁고 영광이다. Q 함께 찰리 역을 맡은 윤소호와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다. 윤소호의 찰리와 김무열의 찰리가 사뭇 다를 것 같다. 윤소호의 찰리는 싱싱한 활어 같은 찰리가 될 것 같다. 공연을 할 때마다 같이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면서 그의 어떤 면이 이 역할과 가장 잘 어울릴지를 생각해 보는데, 소호는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어른스러움을 풍기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다. 활어는 활어인데, 아직 수족관에 아직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면이 찰리와 많이 닮아있다. 안에는 분명 소년이 있는데 겉보기엔 어른스럽다는 것은 분명 내면에 무언가가 갇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면이 찰리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Q 그렇다면 김무열의 찰리는.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보여질지는 사실 잘 상상이 안 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그 동안 나를 옭아맸던 것들을 조금씩 풀어 헤쳐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2년을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게 참 신기하다. 쉬다 왔으니 더 긴장할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더라.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진 것 같다. 그게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는 아직 모르겠다(웃음). Q 앞으로 삼십 대에는 연기자로서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은가. 한해 한해 갈수록 뚜렷하게 어떤 역할을 뚜렷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그냥 뻔하지만, 이제까지 안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 액션도 해보고 싶고, 그냥 소소하고 편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그런 생각들은 계속 돌고 도는 것 같다. 매번 연기에 대한 철학도 달라지고, 삶을 맞이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나. 누가 계속 일관적일 수 있겠나. 그러니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다 부딪혀보는 수 밖에.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것 같고, 그렇게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Q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 같나. 아버지께서 생전에 정치 쪽에서 일을 하셨다.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됐는데, 그 쪽으로 장남에 대해 품으신 뜻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뜻을 알았다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연기를 한 것이 천만다행이지, 연기를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싶다. 공부가 안 되더라(웃음). 수학이 특히 어려웠다. 운동을 조금 잘 하긴 했는데 밥 벌어 먹을 만큼은 아니었고. 연기 안 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했지. 감사하다. Q 순수창작에 대한 선망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직접 창작도 해보고 싶은가. 에이, 안 된다(웃음). 자질이 부족하다. 그냥 소재만 던질 수 있는 정도지, 직접 시놉시스를 쓰거나 다듬는 작업을 한다면 되게 어려울 것 같다. 직접 소설이나 시를 쓰는 건 힘들 것 같고, 작품을 하나 만드는데 참여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 그건 내 영역과도 직접 맞닿아 있는 거니까. 내가 재미있게 본 소설을 극작가와 함께 얘기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본다든가 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한해 한해 갈수록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Q 한지상, 김대명과 함께 만든 ‘반상회’ 활동 계획은. 원래 계획은 올해 준비를 해서 내년 초에 공연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한지상이 갑자기 드라마를 하는 바람에(웃음) 잠깐 보류했고, 내년에 공연을 하려고 한다. 내가 갑작스럽게 군대를 가는 바람에 약간 제동이 걸린 부분이 있는데, 반상회는 앞으로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10분짜리든 1시간짜리 단편이든 영화도 할 거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우리 모임이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말 그대로 ‘반상회’를 할 수 있는 넓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같이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물리적인 시간이 안 돼서 못 하고 있다. 내년엔 꼭 해야지.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1.10 / 조회 1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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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하라!”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으로, <킹키부츠> 제작발표회
지난해 토니어워즈 시상식에서 작품상, 음악상 등 6개 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화제작 가 한국에서의 첫 번째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27일 제작발표회를 열고 공연에 앞서 작품의 기획배경과 배우들을 소개했다. 는 부모님으로부터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남자 롤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여장남자를 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제작해 회사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에 미국의 팝 디바 신디 로퍼가 디스코와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음악을 만들었고, 이 음악은 올해 초 제56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제작진은 한국 공연의 캐스팅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7월 전역한 김무열과 의 윤소호가 찰리 역을 맡았고, 의 오만석과 신예 강홍석이 유쾌한 여장남자 롤라를 맡았다. 여기에 찰리와 사랑에 빠지는 로렌 역으로 정선아와 최유하가, 롤라를 못마땅히 여기는 공장직원 돈 역으로 고창석과 심재현이 합류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김무열과 오만석을 비롯해 신예 강홍석, 윤소호 등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특히 는 CJ E&M 공연사업부문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해 브로드웨이 공연 때부터 국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김병석 CJ E&M 대표는 “요즘 한국 뮤지컬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은 아시아 시장을 이끌 수 있을 만큼 분명 성장하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시장이 성장했을 때 우리 작품이 아시아 곳곳에 배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의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협력 연출로 참여한 디비 본즈(DB Bonds)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는 관객들에게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작품이 많이 공연되고 있고, 그 질문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제기되어야 한다.”고 이번 한국 공연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이 한국의 공연시장을 많이 바꿀 작품이라고 믿고,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김병석 대표의 말에 힘을 실었다. 디비 본즈는 또한 “3월 오디션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현지 스텝들에게 ‘지금 우리가 뭘 하는지 못 믿을 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오디션에서 만난 배우들의 열정과 실력이 놀라웠다. 지금도 연습하면서 어떤 부분은 통역 없이도 배우들이 어떤 대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생생한 감정이 느껴진다.”고 배우들의 실력을 칭찬했다. 윌 반 다이크(Will Van Dike) 협력 음악감독 역시 “배우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110%이상 쏟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배우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왼쪽부터) 김병석 CJ E&M 대표, 디비 본즈 협력 연출, 김동연 협력 연출, 양주인 협력 음악감독국내 협력 연출과 협력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김동연, 양주인도 작품에 대한 소개를 덧붙였다. 김동연 협력 연출은 “는 단지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구두 공장 사람들과 롤라가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양주인 협력 음악감독은 “개인적으로 팝적인 음악을 좋아해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이 영광이다.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 다 여자파트인 줄 알았을 정도로 노래의 음역대가 높고 어렵다. 신디 로퍼를 직접 만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리듬, 리듬, 리듬’이라고 하더라. 리듬감과 영어가사의 라임, 팝적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연습 4주차에 들어선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밝혔다. 브로드웨이에서 를 두 번 관람했다는 오만석은 당시 신디 로퍼의 음악이 뮤지컬과 무척 잘 어울린 것이 놀라웠다고. 그는 “어렵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뮤지컬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미있게 본 이 작품을 한국 분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요즘 흰 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농을 던졌다. 그는 “을 하며 트랜스젠더를 많이 만나보고 내가 가진 거부감을 허물었던 경험이 이번 작품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며 새로운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후 2년 만의 뮤지컬 출연을 앞둔 김무열은 “뮤지컬을 할 때면 첫 연습 전의 설레임이 즐거움으로 바뀌는데, 이번에도 똑같았다. 내가 돌아와야 할 곳으로 잘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배우들은 ‘킹키하라!’라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정선아와 함께 로렌 역을 맡은 최유하는 “’킹키하라’라는 말은 네 자신이 되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은 채 감춰져 있었던 모습을 밝고 유쾌하게 꺼내놓는 순간 ‘킹키’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킹키하라’라는 말을 “네 자신으로 살아라”라는 뜻으로 정의내린 정선아는 “이렇게 핫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기다렸다. 그 동안 12년 정도 뮤지컬을 했는데 무대 위에서 힐을 벗은 적이 없는데 이번엔 운동화를 신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는 오는 12월2일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28 / 조회 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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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질문이 날 여기까지 오게 했다' <위키드> 김선영
올인(All in). 가지고 있던 돈을 한판 내기에 모두 거는 것을 뜻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염려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드는 것.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이 술어를 '학업에, 부자가 되기에, 이번 선거에, 또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에'와 같이 어떠한 실리적인 목표 앞에 두곤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목표의 가장 끝은 '인간답게 사는 삶', '더불어 행복'이 자리함을 잊을 때가 있으며, 때론 과정 속에 목표가 전복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김선영은 아주 넓고 정직한 시야를 가진 것이 틀림 없다. 지난 15년 간 뮤지컬 배우로 무대 위를 뜨거운 땀으로 적셔냈지만, 그녀는 언제나 '유명한 배우'가 아닌 '자신의 삶'에 올인하고 있다. 무엇이 기쁨과 슬픔의 척도인지, 무엇이 인간 김선영을 위한 행복인지 오늘도 생각하고 의심하며 하나의 무대 위에서 왜곡되고 편협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이 그간 자신의 무대를 거짓 없이 채워 온 원천이 아닐런지. 오는 5월 의 엘파바로 변신을 앞둔 김선영에게 새로운 기대가 실리는 것은, 삶의 가치와 진정한 행복에 대해 '배우'가 아닌 '인간 김선영'으로서 정직하게 다가서는 그녀의 모습이 엘파바를 닮아 있음을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는 질문들, 배우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일 뿐 Q. 얼마 전 원작의 작곡, 작사를 했던 스티븐 슈왈츠가 내한해 한국 공연이 브로드웨이 공연 못지 않다며 한국 배우들의 실력을 극찬했다. 요즘엔 한국이 가장 뜨거운 것 같다. 어떤 것을 꼭 해내야지, 하는 거나 급한 성격 같은 한국의 근성들이 배우를 하기엔 좀 좋은 것 같다. Q. 본인 역시 그러한 자질을 갖고 있나? 그런 것 같다. 평소의 나는 평범한 편이지만, 적당히 예민하고 적당히 뜨겁고 차가운 것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배우적인 기질에 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 배우의 삶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Q. 배우로 15년을 살아왔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인가? 내가 15년이나 배우를 했나 싶다. 무대에 서는 것이 지금의 내 일이고 직업이나 마음 속으로 스스로 '난 뮤지컬 배우야, 내 인생에서 이거 아니면 안돼'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는 너무나 재미난 내 인생의 일부인 것이다. 내 직업보다 내 삶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내가 이걸 하면서 행복할까? 이것이 내가 원했던 걸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고, 그래서 배우로서의 삶을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확 놓아지는 것을 거부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 때문에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Q. 무대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을 받고, 거기에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배우들도 많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그것에 대해서도 의심이 많다. 나 역시 무대 위에서 짜릿한 순간들이 있는데 이게 정말 좋은 건지, 이것 때문에 배우를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건지, 이런 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 (웃음) 그런데 분명 무대 위에서 뭔가 그런 느낌들이 펼쳐질 때, 아, 참 기분 좋다, 시원하다, 그런 느낌은 든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해 배우가 천직이고 이걸 위해 태어났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 그에 대한 확신은 현재도 많지 않다. 어떨 땐 관객이 기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앞서다가 또 다른 때는 일단 내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것이 삶의 연속인 것 같다. 내 소망은 재능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대든 다른 매체에서든 배우로 서고 싶지만, 스스로 '난 이렇게 될 거야'라고 정한 적은 없다. 갑자기 떠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지 않을까? Q. 무대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있었다. 다만 '떠나야겠다'라는 생각이 안 들었을 뿐이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한다. 왜? 새로워지고 싶으니까. 여기가 지겹고 지루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나와 만나고 싶은 경계선에 설 때, 익숙함, 편안함이 아닌 좀 더 낯설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Q. 배우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그간 무대에서 맡아왔던 캐릭터들이 좀 격정적이었는데 그 인물들을 통해서 내 안의 어떤 것들을 분출하고 확 씻어낼 때 오는 짜릿함이 있다. 그렇게 기가 소진된 후에 좀 착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그래서 평소 삶이 평범하고 단순한 것 같다. 엘파바, 그간 해왔던 캐릭터의 집합체 Q. 엘파바 역 역시 속에 있던 무언가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캐릭터겠다. 무대에서 어떻게 할지 나 역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껏 해왔던 모든 역할의 집합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김선영스러운 기질과 성격이 섞여서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Q. 지난해 제작발표회 때는 공개되지 않은 캐스트였다. 당시 이미 출연 확정이 된 것으로 아는데 비공개라 좀 섭섭하진 않았나? 당시 가 와 비슷한 시기에 공연을 시작했었다. 그땐 세 번째로 만나는 알돈자를 잘 보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기 때문에 알돈자에만 집중을 했다. 공연도 2월 초에서야 봤다. 그게 최소한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의 예의라고 생각했을 뿐더러 과거나 미래가 현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 끝난 후엔 고민이 있긴 했다. 연습도 혼자 뒤늦게 외롭게 해야 하고 또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이어받아야 할까, 내가 그래도 김선영인데 왜 그래야 하지?(웃음) 솔직히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나에게 중요한 건 '의 엘파바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 혹여 기회가 있다 해도 내가 그때 하겠다고 할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고민은 두려움의 일종인데, 나를 향한 어떤 비교나 평가든 그것이 내겐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김선영으로서 어떻게 엘파바를 해내느냐가 중요할 뿐이었고 그렇다면 엘파바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Q. 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어땠나? 내한 공연으로 처음 봤는데 작품이 너무 따뜻했다. 따뜻한 동화면서도 눈물이 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참 좋다, 너무 따뜻하다, 너무 잘 만든 동화인데 메시지도 뚜렷하니 정말 내 스타일이다, 싶었다. Q. 앞서 엘파바를 두고 이제껏 맡았던 역할의 집합체 같다고 표현했다. 굉장히 강한 캐릭터인데, 강함이 분출되려면 그 안에 크게 억눌린 것이 있어야 한다. 내게 중요하게 다가온 건 엘파바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착하고 순수한 사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악조건을 가지고 태어나 성장했지만 여전히 약자들 편에서 옳은 길로 가려고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이 인물의 기질이 선하다는 거다. 그게 포인트고, 그런 사람이 한번 화나면 굉장히 무섭다. 그런 사람이 외부에 의해 자신이 억눌리는 것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살았지만, 누군가에 의해 타인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 견딘다. 나를 위해 싸우는 건 정의가 아닌 방어이고, 다른 존재를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 정의 아니겠는가. 그것이 바로 엘파바의 정의감이다. Q. 그간 강한 느낌의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사실 난 센 역할을 잘 못한다. 동기 없이 센 캐릭터를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간 맡았던 인물들은 왜 화가 나고 절망하는지 그 동기가 충분했다. 단지 엘파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절망하고 포기하고 살다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면 거기에 반응하면서 자기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 시작했다면, 엘파바는 스스로가 옳은 것을 향해 계속 싸우고 판단하며 삶을 이끌고 간다는 것이다. 굉장히 능동적인 인물이다. 착하고 순수한 엘파바의 내면이 극대화 되어야 나중에 그가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부분이 더욱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테크니션에서 그치면 안돼, 중요한 건 감성이다. Q. 의 넘버들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선영이 부르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고. 엘파바의 노래들은 정말 배우의 기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다. 테크니컬한 걸 굉장히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이나 테크닉에서만 그치면 배우는 테크니션이 될 뿐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여러가지 감정들, '위저드 앤 아이(The Wizard And I)'부터 '아임 낫 댓 걸(I'm Not That Girl)', '애즈 롱 애즈 유아 마인(As Long As You're Mine)', 그리고 관객들에게 무언가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포 굿(For Good)' 등 굉장히 많은, 폭넓은 정서를 엘파바의 넘버들이 담고 있고, 배우가 그 감성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 같다. Q. 과거에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김선영의 노래를 들으며 연습했다는 후배 배우들도 많다. 항상 하는 이야기가, 내 노래 뿐 아니라 기존 배우들이 부르는 걸 처음에는 참고하기 위해 듣더라도 절대로 흉내 내듯 따라 부르지는 말라고 한다. 따라 부르는 건 남의 것을 훔치는 거다. '남의 것'이 아닌 '내 노래'를 불러야 되는 거 아닌가. 가창력이나 테크닉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단지 김선영의 노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은, 그간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고 내 식대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성악을 전공했고, 방송국 합창단에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노래대회에도 나가고 그랬는데,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어린애가 왜 저런 감성으로 노래를 하나?"(웃음) 하는 것이었다. 아마 오빠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오빠들이 늘 집에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난 잘 알지도 못하는 퀸의 앨범들을 틀어놓고 그랬다. 어린 아이가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그 정서들을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새로워질 수만 있다면, 낯설어질 수만 있다면 Q. 부모님보다 더 큰 영향을 형제들에게 받은 셈이다. 맞다. 정말 환경이 중요하다. 오빠들이 글도 참 잘 쓰고 음악 작곡도 했다. 열 살 차이 나는 큰 오빠는 항상 우수에 차 있는 모습으로 기타를 쳤다. 독학으로 피아노를 칠 정도였다. 다들 감수성이 굉장히 넘쳤는데 막내 오빠가 중학생 때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움에 대해 극찬한 일기를 훔쳐보고 오빠지만 참 성숙한 감성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었다. Q. 안티가 없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비결을 묻는 건 어리석은 질문인가? (웃음) 어딘가에 있을 거다. (웃음) 아마 내가 밖에 잘 안 돌아다니고 SNS 같은 것도 안하고 너무 조용히 살아서 그런 게 아닐까? 예전에 호기심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해본 적이 있다. 언젠가 기분이 센치해진 날 글을 올리고서 '내가 이걸 왜 올렸을까? 내 일기장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누군가가 날 봐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나와 잘 안 맞는다. 그런데 배우는 누군가가 봐줘야 하는 사람이니, 그게 참 아이러니다. (웃음) 인간 김선영으로 사는 걸 가장 좋아한다. Q. 뮤지컬 배우들의 TV, 영화 진출이 활발하다. 그건 참 좋다. 워낙 어려서부터 노래를 했기 때문에 노래에 대한 갈증보다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 크다. 노래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연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연기에 많이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연기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더 좋다. 뮤지컬은 어떤 무대 매커니즘 자체가 디테일 하게 연기하는데 한정적인 것도 있고 관객들이 음악적인 것에 치중해서 관람하는 분들도 많다 보니 뮤지컬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갈증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다양하고 재미있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역할의 비중을 떠나서 연극이든 다른 것이든 내가 새로워질 수만 있다면, 내가 낯설어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오픈런 공연이니 올해는 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 이후 아무것도 계획된 것이 없다. 살아갈 수록, 배우로서 연차가 더해질 수록 삶이 심플해진다. 현재는 가 너무나 중요하고 스스로 체력적이나 기량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여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내 인생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가, 이 작품으로 인해 내 인생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무엇보다 크다. 인생이 어디로 갈지 알면 재미 없지 않나.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4.04.28 / 조회 2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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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김소현으로 글린다 바톤터치!
지난해 11월부터 오픈런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뮤지컬 에서 김선영이 새로운 엘파바 역에 설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오는 6월부터는 정선아의 뒤를 이어 김소현이 새로운 글린다 역에 설 것을 예고했다. 2001년 크리스틴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김소현은 뛰어난 가창력과 귀여운 외모를 바탕으로 그간 등에서 활약해 왔다. 이번 오디션에서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글린다 역을 맡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한껏 다시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연 때부터 글린다 역을 맡아온 정선아는 지난 4월 13일 100회 무대에 선대 이어 오는 6월 초 마지막 '글린다'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초연 엘파바 박혜나와 글린다 김보경의 무대는 계속 이어질 계획이며, 새로운 엘파바 김선영은 5월 초, 새로운 글린다 김소현은 6월 초 첫 무대를 앞두고 있다. 한국어 초연으로 선보이고 있는 는 오픈런으로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2014.04.14 / 조회 3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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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새로운 엘파바, 김선영 오는 5월부터 합류
뮤지컬 의 새로운 엘파바로 김선영이 오는 5월부터 공연에 합류한다. 김선영은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마지막 엘파바로 7개월에 걸친 의 캐스팅 단계에서 이미 옥주현, 박혜나와 함께 한국어 초연 엘파바로 확정되었으며, 5월 초 마지막 공연을 가지는 옥주현으로부터 마녀의 빗자루를 넘겨 받는다. 새롭게 에 합류하는 김선영은 데뷔 15년 동안 한국 뮤지컬을 대표해온 여배우로 등에서 파워풀한 가창력과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인물. 그녀는 박혜나와 함께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초록 마녀 엘파바를 연기할 예정이다. 뮤지컬 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샤롯데씨어터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2014.03.10 / 조회 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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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뜨겁게 달구는 무대 기술, <고스트> vs <위키드>
무대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올해 가장 화려한 뮤지컬로 꼽히는 와 는 진화하는 무대의 정점을 보여주는 뮤지컬. 영상과 LED를 활용한 세련된 기술 매커니즘을 가진 와 객석을 향해 울부짖는 ‘타임 드레곤’이 대표하는 화려한 무대 가 2013년 12월,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극장 안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영화야 뮤지컬이야? 첨단 무대기술 1990년 세상을 들썩이게 한, 국내에선 으로 소개된 영화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뮤지컬로 돌아왔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고전에 가까운 이야기가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기존 공연들이 무대 위 나무 목공질로 만들어진다면 는 이음새 없는 대형 벽채와 트러스 등이 전기 유압기, 체인모터 등 전문 건설장비를 이용해 무대에 반입됐다. 무대를 채우는 건물은 단 하나, 샘과 몰리의 집. 그런데 이 구조물은 순식간에 샘의 직장으로, 칼의 사무실로, 지하철로 바뀐다. 사방 30cm짜리 LED판 7000 조각과 트러스 속을 빼곡히 채운 첨단 소재 덕분에 가능했다. 무대 상부에서 상하로 움직이는 무빙 조명은 의 그것보다 10배가 넘는 물량이다. 조명도 세트의 일부로 활용해 시각적 다양함을 넓혔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샘과 몰리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절히, 또는 매우 빠르게 적용되는 점은 무대가 지닌 가장 큰 미학이다. Best Scene 지하철 유령 지하철 정차부터 출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의 앞, 뒤 모습이 마치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구현돼 감탄을 자아낸다. 영상과 LED, 곳곳에 숨겨진 9개의 빔 프로젝트가 이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속도감 있게 달리는 지하철 옆모습에서 뒷모습까지 넘어가는 장면은 영화 못지 않게 실감난다. 더불어 유령들의 싸움으로 가방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보너스. 영화 속에서 동전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샘의 모습 대신, 뮤지컬은 박진감 있는 영상과 마술을 선택했다. 샘, 문을 통과하다 영혼이 돼 벽을 통과하는 샘의 모습은 어떻게 구현됐을까? CG를 활용했던 영화와는 달리, 뮤지컬은 ‘마술’을 사용했다. 관객 눈 앞에서 샘은 유유하게 문을 통과하는데, 그 모습이 영화처럼 자연스러워 놀라울 따름. 이 장면을 위해 영화 마술감독이자 최고권위의 마술상인 매직서클 어워드의 마스켈린 어워드를 수상한 일루셔니스트 폴 키이브가 투입됐다. 배우와 스탭은 이 장면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다고. 무대기술과 마술이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표적인 장면. 승천하는 영혼 죽음을 맞은 후 영혼이 떠나는 장면 역시 쉽사리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감성이 깃든 기술’을 세련되게 선보이는 의 명장면. 죽은 이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조명과 영상으로 표현했는데, 특히 샘의 영혼이 승천하는 장면은 영화 속 데미무어의 클로우즈업 장면 못지 않은 아련함을 선사한다. 또한 영혼이 된 샘을 공연 내내 따라다니는 푸른빛 조명은 샘에게 부착된 센서에 의해 작동된 것이라고. 웰컴투 오즈월드! 초록마녀가 사는 환상의 세계 프로시니엄(4각 무대) 아치 위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타임 드레곤’을 만나는 순간, 관객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왔다는 오즈월드와 맞닥뜨린다. 6미터 길이에 달하는 거대한 용의 포효를 뒤로하고 망설임 없이 펼쳐지는 오즈월드는 두 마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최적의 장치. 시계 내부장치에 기초한 세트와 빠르게 변하는 54개의 장면, 화려한 의상이 없었다면, 가 지난 1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Best Scene 초록마녀, 날아오르다 엘파바가 거짓된 세상에 저항하며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장면은 의 백미이자 조명, 무대기술이 만들어낸 명장면.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엘파바와 글린다의 모습과 홀로 정의를 선택한 엘파바의 고독한 분노가 이 한 장면에서 폭발한다. 엘파바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 역시 외부 노출이 금기시된 비밀. 어려운 길을 선택한 엘파바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에메랄드 시티, 어디까지 가봤니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해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One Short Day’(단 하루)는 가 자랑하는 장면 중 하나. 거대한 톱니바퀴 문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향연은 들뜬 두 소녀뿐 아니라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화려하다. 시계의 내부장치에 기초한 의 무대 컨셉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때 등장하는 화려한 초록빛 의상의 향연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블링블링 머블머신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은 글린다가 버블머신 위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의 첫 장면이자, 이 작품에서 꼽을 수 있는 화려한 장면 중 하나다. 광택있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글린다의 버블머신은, 그녀 주변에 수천 개의 비눗방울을 흩날리며 상하 10미터를 오간다. 20Kg에 육박하는 화려한 드레스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비눗방울, 우아하게 손을 흔드는 금발의 글린다는 가 말하는 '사람들이 믿고싶어 하는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관객은 이 작품이 선사하는 판타지 세계를 맛볼수 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신시컴퍼니, 설앤컴퍼니 제공
2013.12.13 / 조회 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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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옥주현, 정선아 "꿈의 무대에 선 지금"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 진행된 옥주현, 정선아와의 인터뷰. 카페에서 제공된 앙증맞은 물컵을 보고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큰 컵에 찰랑거리도록 물을 부어 틈틈이 마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뮤지컬 배우다. 여배우들 사이에 있을 법한 묘한 긴장감 대신 편하게 서로 지적(?)하는 모습에서 친근한 장난끼가 엿보이는 이들은, 올 하반기 화제작 의 주역들. 캐스팅 발표 당시 아무도 놀라지 않는데다 ‘당연히 잘 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눌리지 않고 '마녀들'로 거듭난, 뮤지컬계 디바들과의 만남이다.개막 2주가 지났어요.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에 오른 소감은 어떤가요. 옥주현(이하 주현) 는 꿈의 작품이었어요. 지금 꿈속에서 숨쉬고 있으니까 그 자체가 황홀하고요. 표면적으론 그렇고요…(웃음) 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꿈을 이룬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지’ 정선아(이하 선아) ‘힘든 시련을 지나야 꿈을 이룬 기쁨이 있다’ 이런 노래 가사에요. 정말 딱 들어 맞아요. 아직 쉽지 않은 과정 속에 있군요. 선아 끝까지 이럴 거 같아요. 편할 수가 없어요. 관객들은 그저 재미있게 보시지만, 저도 그랬어요, 공연 볼 때. 그런데 하는 사람은 죽을 거 같아요. 호수 위에 떠 다니는 백조 아시죠. 겉으론 우아하지만 물 속에선 발을 쉬지 않잖아요. 이거 만드신 분이 저희 쉬는 꼴을 못 보더라고요. (주현을 보며) 언니 ‘노굿디드’(No good deed) 부르고 있을 때도 분장실에 못 들어가고 대기해야 해. 주현 나도 들어갈 수가 없어. 넌 그래도 인터미션 동안 쉴 수 있지? 나는 한 순간도 못 쉬어. 초록 분장을 다시 해야 하거든. 2막에선 더 성숙한 여자를 표현하기 위해 초록 분장, 쉐도우를 더 짙게 하는데 그게 25분 이상 시간이 걸려. 선아 그런데 언니 2막에서 왜 더 예뻐져? (기자에게) 이 사람이 길고 늘씬하잖아요. 원래 2막 의상이 어울리기 힘든데 언니는 입으니까 예쁘더라고요. 그런데 부럽진 않아요. 초록칠 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 원래 언니는 공연 끝나면 분장 안 지우고 가요. 집에 가서 씻는데, 이번에 처음 봤어요. 극장에서 씻는 걸. (웃음) 씻고 나오면 12시가 넘어요. 아…못쓰것다, 생각했어요. (일동 웃음) 주현 넌 버블머신 탈 때 힘들 것 같던데? 선아 목숨수당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요. 혹시라도 전력에 문제가 있거나,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생각만으로 아찔하죠. '갑자기 뚝 끊어지면 내 다리 어쩌지'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주현 착지 연습해. 착지! (일동 웃음) 선아 언니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할 때 플라잉 장면 있잖아. 그런데 난 정말 옆에서 봐도 몰라. 저건 어떻게 되는 거야, 싶어. 주현 그건 비밀이래. 진짜 복잡해. 너랑 노래 하고 나서 ‘이거 놔!’ 대사에 맞춰 여러 큐가 한번에 진행돼.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어마어마한데, 정말 한 순간도 쉴 수 없더라고. 다른 어떤 공연보다 큐가 많다고요.주현 공연을 하다 보면 대사를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주어, 목적어 순서를 바꿔 한다든지.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하면 큰일나요. 다 망가져요. 음악, 조명, 기계까지 ‘얼추 거기쯤’ 이란 게 없어요. 지휘자, 배우, 스탭까지 계속 긴장을 하고 있어요. 큐 대사라는 건 내 말 한마디에 의해 진행되는 매뉴얼 넘버인데, 이 작품이 제일 많대요. 그러니 부담감, 압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죠.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 졌나요? 선아 난 끝까지 이럴 것 같아…(일동 웃음) 주현 관객에게 무대가 복잡해 보이고 배우가 자유로워 보이지 않으면 거기서 끝이거든요. 거기선 한 꺼풀 나온 건 같아요. 그런데 보여지는 것 말고 배우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은 선아씨 말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작년 내한공연을 본 관객이 많아요. 이미 높아진 기대감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요. 선아 너무도 당연하게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연습하고 첫 공연 올라갈 때까지는 그런 부담을 가질 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내 꺼 하기 바빠서. 주현 너는 그랬어? 저는 부담이 있었어요. 연습할 땐 ‘디파잉 그래비티’ 부르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관객 앞에서 울어서 목소리가 잠기기라도 하면 큰일나요. 관객들은 배우가 울어서 노래를 흔들리면 그냥 ‘노래가 왜 저러지?’ 생각하시죠. 이 넘버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 굉장히 많아서 흔들리면 정말 큰일나는 거에요. 그래서 (박)혜나에게도 ‘우리 연습 때 다 울자’고도 했어요. ‘노굿디드’를 부를 땐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과 똑같아요. 쇠 맛이 올라올 정도에요. 그래도 이 작품에 있는 판타지라는 포장을 절대 깨지 않고, 그 안에서 넘버를 소화해야 해요. 선아 작년에 내한공연을 했던 친구들이 다른 어떤 무대보다 퀄리티 있게 잘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원어로 듣다 한국어로 보면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그런 부분은 관객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더라고요. 걱정했던 ‘금발이에요’ 장면에서도 많이 웃어주셔서 놀랐어요. 연기, 발성적인 면에서도 도전이 있었죠? 주현 제 안에 분명 엘파바 같은 면이 있어요. 그런데 옥주현이 아닌 엘파바를 보여줘야 하니 분명히 숙제였던 것 같아요. 노래는 전작인 이 클래식컬한 소리가 숙제였다면 이번엔 원래 팝적인 제 노래 성향과 맞아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보단 작곡가가 엘파바 넘버에 그녀의 심리를 잘 표현해 놨거든요. 그걸 보물찾기처럼 찾아가는 게 어떤 작품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선아 전 언니와 반대에요. 음악적인 면에서는 그야말로 진성을 쓰는 팝음악을 해왔는데 글린다는 성악 발성도 해야 해요. 그걸 위해서 성악레슨을 계속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단 점이 매력적이에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연기하는 글린다는 잘못하면 암네리스와 비슷해 보일 수 있어요. 둘 다 철부지 캐릭터란 공통점이 있잖아요. 연습하면서 많이 깨졌고, 스스로도 많이 깨졌어요. 책도 읽고 도움되는 것들을 많이 했고요.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힘들었을 거에요. 저는 지금 공연에 만족하거든요. 이 퀄리티를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습이 고됐을 것 같네요.주현 어떤 공연이든 거저먹는 건 없지만… 힘들었죠. 선아 정말 이번 작품은 거저 먹지 못했어요. 남의 돈 받기가 쉽지 않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일동 웃음) 힘든 만큼 뿌듯해요. 는 우정, 편견, 진실 등에 대해 판타지의 문법을 빌려 풀어가는 작품이에요. 특히 차별, 편견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주잖아요. 두 분도 ‘내가 가진 편견, 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것 같고요.선아 우린 누구보다 그렇죠…(일동 웃음) 주현 저는 워낙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공개된 삶을 살았잖아요. 나라고 믿었던 나와 사람들이 말하는 나에 대해서, 진짜 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결론은 나지 않았어요. 내가 가진 직업적인 탤런트 이외의 것에는 모두 물음표인 것 같아요. 내가 그렇기 때문에 전 편견이나 닫힌 마음은 없어요. 저 사람 저래서 이상한 것 같아, 이런 게 없어요. 오히려 흥미로워요. 까다로운 사람도, 저도 한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 고집 있고 까다로운 건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런 시각에서 다가가요. 전 제가 아닌 모든 것에 흥미와 호기심이 있어요. 선아 저에 대한 사람들 생각은 ‘쟤는 너무 센 애’ ‘쟤는 너무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인 애’거든요. 사람들은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저럴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책에 나와 있는데, 글린다는 엘파바를 처음 보고 피부색이 역겹다고 생각하거든요. 엘파바는 머릿결만 좋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나는 그런 적이 없었을까. 다양성을 열어두지 않고 내 작은 시선만으로 보진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글린다도 변해 가잖아요. 저도 내년 작품이 끝나 있을 때 더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배우에 대한 제 편견(?)은, 오디션에 떨어져본 경험이 없는 거 아닐까. 주현 당연히 편견이에요. 선아 전 옛날에 킴 오디션도 봤어요. 내가 미쳤지! (일동 웃음) 잘 떨어졌죠. 초연 때도 떨어졌어요. 그때는 모르고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거든요. 이번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실제 친분이 공연에서 더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때 처음 알게 됐나요? 선아 그 전부터 건너건너 알고 있었어요. 조여정 언니를 통해 알게 돼 서로 공연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아 간 거죠. 그러다 에서 함께 공연하는데 너무 잘 맞는 거에요. 진짜 엄마처럼 챙겨주는 언니에요. 음과 양의 조화 같은 느낌이 함께 있으면 들었어요. 주현 어떻게든 섞이는 존재가 만난 것 같긴 해요. 이 친구를 모를 때 저도 되게 궁금했거든요. 천방지축이고 어쩌고, 아까 말했듯이 선아씨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그럴수록 더 궁금해요. 우리 둘은 워낙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다르다는 것은 겉으로 사람들이 봤을 때 다른 점이고요. 비슷한 것은 서로 거짓말을 못해요. 솔직해요. 앞에서 할 수 있는 겉치레를 못해요. 이상하면 ‘선아야, 이상해’ 말을 하죠. 선아 그게 기분 나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언니가 그런 말을 하면 진짜 이상하구나, 생각해요.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얘가 더 못나 보여야 해’ 하면서 거짓말로 칭찬하는 애들. 이런 거 진짜 있다니까? (일동 웃음) 주현 진실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서로 믿음이 있어요. 내 솔직함이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아직은 서로의 솔직함이 상처가 된 적이 없어요. (일동 웃음) 선아 언니한테 글린다 성향이 있어요. 남을 좀 더 샤방샤방하게 꾸며주고, 남이 예뻐 보이고 잘 되길 바라는 게 있어요. 천사 같은 면이에요. 이번 공연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선아 언니를 에서 봐 왔어요. 그런데 볼 때 마다 새로운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자기가 가진 것 이상으로 노력을 많이 하는, 어떤 배우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에요. 언니는 어떻게 보면 선배는 아니고 동료인데, 어떤 면에서는 선배 같은 부분이 있어요. 이번에 특히 놀란 건, 우리 둘 다 노래는 워낙 잘하는 배우니까 (웃음) 노래는 제외하고 연기적으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언제부터인지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졌다는 게 느껴지고 이번에도 저에게 도움을 굉장히 많이 주는 거에요. 가까이 있는데도 뭔가 먼 느낌이 들 정도로요. 정말 사람들은 알까? 진짜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여자가 이 여자라는 것을! 주현 선아는 워낙 타고난 끼가 많은 배우에요. 기본적으로 굉장히 세련된 배우고요. 그런데 누가 봐도 글린다는 선아가 잘 할 것 같잖아요. 그게 이 친구에게는 굉장히 부담으로 다가갔을 거에요. 그래서 이번 무대가 굉장히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글린다에 정선아가 보여선 안 되기 때문에 아까 이야기 했듯이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고 스스로 발견한 게 많을 거에요. 선아는 타고난 걸 깔끔하게 떼어내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친구에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타고난 배우의 진화 과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선아 전 다 버렸어요. 이번에. 주현 우리 무엇보다 건강해야 해. 많은 숙제를 헤쳐가려고 해도 체력이 없으면 안 되니까. 선아 내일 모레 끝나는 공연이 아니니까 우리 중력을 거슬러서! 재미있게, 신나게 무대에 서자고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3.12.09 / 조회 28,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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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묘미 가득, 안팎으로 블록버스터 <위키드>
엔터테인(entertain)이라는 단어에는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는 것 외에 '생각, 희망, 감정 등을 품다'라는 뜻도 있다. 뮤지컬은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데 큰 역할이 있지만, 뮤지컬 는 보는 이들이 어떠한 생각과 희망을 품게 하는 또 다른 '엔터테인'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흥행 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의 저력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지난 해 내한공연으로 국내 거대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가 한국의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라이선스 공연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0년 간 전 세계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 작품은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판타지 소설 '위키드'를 바탕으로,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다 떨어진 마법의 나라 '오즈'가 배경이 되며, 그곳 마녀들의 이야기를 기발한 발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름다운 금발 외모와 상냥한 말투의 착한 마녀가 사실은 권력을 추구하고 자기 도취에 빠진 자고, 초록색 피부에 괴팍한 말투, 많은 사람을 해치는 나쁜 마녀가 사실은 정의를 위해서 뜻을 굽히지 않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외모 지상주의, 집단 이기주의,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고 등 어느 사회이고 만연한 우매한 시각에 일침을 가한다. 무엇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가 가진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데, 주인공 두 마녀를 비롯해 '생각이라는 걸 해 본 적 없는' 왕자 피에로, 키가 작아 슬픈 보크 등이 저마다 분명한 매력으로 성장하며 이야기를 꾸려간다. 하지만 심각한 메시지로 점철된 무거운 무대일 거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무거운 무대가 한편으로 맞는 말 일지도 모르는 것이, 천정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극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타임 드래곤은 막이 오르기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글린다가 타고 내려오는 버블 머신은 그녀에게만 '협찬'이 되는 특별한 볼거리임이 분명하기 때문. 이때 글린다가 입고 있는 의상이 20kg에 육박한다는 것은 둘째치고 약 350여 벌의 의상과 에메랄드 시티의 화려함은 무대 바닥이 견뎌야 할 중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기에 재치 넘치는 상황과 대사들로 관객들의 눈과 귀는 호강하며 예상치 못한 웃음이 시종 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미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기에, 올해 한국 라이선스 무대를 향한 가장 큰 궁금증은 배우들일 것이다. 개막 전부터 많은 이들이 주역으로 점쳤던 엘파바 옥주현과 글린다 정선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두 배우가 과거 에 함께 출연한 이후 돈독한 사이를 다져온 것이 여실히 무대에 드러나는데,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르지만 친구로서 서로의 앞날에 행복을 빌어주는 넘버 '포 굿'(For Good)에서 이들의 교감은 절절한 눈물로 흘러 진한 감동을 객석에 선사한다. 누구보다 에서 만날 수 있는 보석은 또 다른 엘파바 역의 박혜나라고 할 수 있다. 굵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와 성량, 무뚝뚝한 표정과 몸짓 등 그녀는 엘파바의 캐릭터에 제대로 들어맞는 모습이다. 대형 작품에서 처음 주역으로 서는 것이지만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기량을 펼쳐 온 경험이 탄탄하고 안정된 연기력의 바탕이 되어 이번 무대를 거침 없이 사로잡고 있다. 그간 비련의 여인 역할로 많이 서 온 김보경이 누구보다도 귀엽고 깜찍한 글린다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도 새로우며, 등장이 잦진 않지만 당차게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는 네사로사 역의 이예은에게도 눈길이 간다. 동화 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곳곳에 숨겨진 반전 이야기의 묘미를 더욱 느낄 수 있으며, '디파잉 그레비티'(Defying Gravity), '파퓰러'(Popular) 등 공연이 끝난 후에도 흥얼거리게 되는 넘버는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사랑 받을 의 요소임이 분명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3.12.04 / 조회 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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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무척 힘들었던 연습, 값진 무대로 보여질 것”
올 하반기 기대작 중 한 편으로 꼽혔던 뮤지컬 가 프리뷰 시작과 함께 지난 20일 작품의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올해로 브로드웨이 초연 10주년을 맞는 는 54번의 무대 전환, 40억 원 가치의 의상 350여 벌, 12.4미터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 등 무대를 채우는 화려한 장치들을 비롯해 동화 ‘오즈의 마법사’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으로 풀어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내년에는 영화 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기도 한 이 작품은, 지난 해 내한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올해 무대는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 외국어 프로덕션으로는 일곱 번째 프로덕션으로 한국어 초연이다. 이번에 공개된 장면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본 모리블 학장의 추천으로 마법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엘파바가 큰 기대감에 부르는 노래 ‘마법사와 나’, 그리고 글린다와 엘파바가 기숙사에서 한 방을 쓰면서 느끼는 각자의 당혹감을 재미있게 풀어낸 ‘이 낯선 느낌’, 마법사를 만나러 간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하는 ‘단 하루’ 등 다섯 장면이었다. ‘마법사와 나’, ‘이 낯선 느낌’, ‘파퓰러’의 장면을 선보인 박혜나는 “가 너무 훌륭해서 이런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엘파바 역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면서 대형 무대의 주역이 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프리뷰 첫 공연을 끝낸 후 “연습이 힘들었던 만큼 값진 결과가 올 거라고 생각했고, 어제 관객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의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약속하는 모습이었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엘파바(박혜나)와 글린다(정선아)엘파바(박혜나)와 우정을 나누는 글린다(김보경)의 전 배우들은 연습 과정이 과거 어떤 작품들보다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는데, 또 다른 엘파바 역의 옥주현 역시 “오디션에 합격한 순간 굉장히 기뻤는데 그 기쁨을 잊을 정도”라며 치열했던 리허설 기간을 이야기 했다. “옥주현과 3일 내내 합숙을 한 적도 있다”는 글린다 역의 정선아는 “무거운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가 가진 친구들간의 우정 이야기로 인해 나와 동료들이 힘을 얻어 좋은 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선아와 함께 글린다로 분하는 김보경은 “그간 비련의 여인 역을 많이 했는데 평소 성격이 활발해서 이번에 실제 나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로맨틱한 캐릭터로 뽑히기도 한 피에로는 이지훈과 조상웅이 맡는다. 이날 엘파바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나를 놓지마’ 장면을 연기한 이지훈은 “노래를 들었을 때는 너무 좋고 편하게 들려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연습에 들어가니 디테일 한 것도 많고 만만치 않은 것을 깨달았다”면서 “무릎을 꿇고 노래해서 무릎이 굉장히 아프다”는 너스레와 함께 남다른 고충을 꺼내놓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피에로(이지훈)와 엘파바(옥주현)마법사 역은 남경주와 이상준이 더블 캐스트로 서고, 모리블 학장 역에 김영주,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사 역에 신예 이예은, 보크 역에 김동현, 딜라몬드 교수 역에 조정근은 원캐스트로 나선다. 프리뷰를 마친 후 오는 22일부터 정식 개막을 하는 뮤지컬 는 내년 1월 2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3.11.21 / 조회 1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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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정선아 등 캐스팅, <위키드> 첫 한국어 공연 만난다
오는 11월 첫 한국어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의 주요 배역이 공개됐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에 옥주현, 박혜나, 금발의 마녀 ‘글린다’ 역에 정선아, 김보경, 두 마녀의 사랑을 받는 ‘피에로’ 역에 이지훈, 조상웅, ‘마법사’ 역에 남경주, 이상준, ‘모리블 학장’ 역에 김영주, ‘딜라몬드 교수’ 역에 조정근, ‘보크’ 역에 김동현, ‘네사로즈’ 역에 이예은 등이 캐스팅됐다. 지난 2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제작사 설앤컴퍼니 설도윤 프로듀서,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등 주요 배역들이 모여 그 동안 베일에 쌓여 풀어놓지 못했던 캐스팅 과정과 소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설도윤 대표는 “우리나라는 외국어로는 7번째 공연 되는 나라로 이번 공연에서는 오리지널 세트를 그대로 가져와 쓴다”며 “작년에 워낙 흥행이 많이 돼 캐스팅에 이목이 쏠렸고 올해 1월부터 7차례 오디션을 치루며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들이 지금 앉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디션을 볼 때 내정설도 있었는데 세계적인 메이저 프로덕션에서는 제작사에서 내정할 수 없다”며 “개인적인 입김이 작용할까봐 프로듀서로서 오디션장에도 가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모든 분들이 원하는 캐스팅이 나와서 기쁘다”고 전했다. 또한 “장기 공연이라 엘파바 같은 경우는 한 명이 더 확정돼 있고 협의가 마무리 되면 추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은 “오디션 기간 동안 무척 아파서 거의 포기를 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연출께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다”며 “부담감이 있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녀사냥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내용을 아무래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옥주현과 함께 엘파바에 낙점된 박혜나는 “ 앙상블로 데뷔해 최근엔 등에 출연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작품이라 영광스럽다. 지금은 부담감보단 꿈을 꾸듯 행복해서 조금 더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엘파바와 다른 길을 가지만 깊은 우정을 쌓는 ‘글린다’ 역은 정선아와 김보경에게 돌아갔다. 정선아는 “1막 엔딩이 글린다가 아니라 내가 글린다를 해야할까 고민했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위를 웃게 했다. 그는 “하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고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아 글린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오디션장에 글린다의 마법봉을 만들어간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오디션을 준비하다 옆에 있는 막대 걸레가 눈에 띄었다. 그걸 며칠 전에 받은 꽃다발 포장지로 꾸며서 갔더니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훈, 조상웅, 김동현, 이예은 남경주, 김영주, 조정근, 이상준엘파바와 사랑에 빠지는 ‘피에로’ 역에 낙점된 이지훈은 “피에로의 삶이 제 삶과 비슷하다. 어렸을 때 멋모르던 것과 사랑을 겪으며 성숙해 가는 과정이 지금의 내 모습과 닮았다”며 “그 동안 여러 작품을 해왔으니 경험을 녹여서 잘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에로 조상웅은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오디션에 응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어제 그 동안 출연했던 이 끝났다. 오늘부터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무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모리블 학장’ 역의 김영주는 “작년 호주팀 공연에선 모리블이 저에겐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제 연기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는 지난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세계 각국 3600만 명이 관람한 히트 뮤지컬.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 베스트셀러를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나쁜 마녀로 알고 있던 초록마녀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은 착한 마녀라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뮤지컬이다. 는 오는 11월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3.09.03 / 조회 19,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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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투톱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무대들!
개성적인 캐릭터의 남성 투톱이 무대를 채우는 공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의 남성 투톱 체제는 서로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감을 높이거나 특별한 우정으로 단합하는 등 매력적인 관계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예수와 보통 남자의 환상 같은 만남을 그린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칠수와 만수’, 역사 속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새로운 재조명 ‘궁리’까지 남성 투톱이 그려내는 무대의 강렬한 여운 속으로 빠져보자. 패셔너블한 예수 vs 엘리트 가장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2012년 8월 9일까지, 윤당아트홀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평범한 엘리트 가장이 신과 함께한 저녁식사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원작인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만 부 이상을 판매했다. 신을 믿지 않는 엘리트 가장 ‘남궁선’이 알 수 없는 초대장을 받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보니 테이블에는 멋진 차림의 젊은 청년이 앉아 있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멘 청년은 언뜻 봐도 꽤 스타일리시한데 그의 자기소개가 심상치 않다. 자신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라고 밝힌 것이다. ‘남궁선’은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뜨려 하지만 향기로운 저녁 만찬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는 못 이기는 척 이야기나 들어줄까 하고 테이블에 동석한다. ‘남궁선’은 기왕 동석한 김에 ‘예수 그리스도’에게 평소에 묻고 싶고 따지고 싶었던 이야기를 신랄하게 쏟아낸다. 공격적인 질문세례에 대항해 침착한 자세로 답변을 풀어가는 ‘예수’의 모습에서 관객은 ‘남궁선’과 함께 저 청년이 어쩌면 진짜 ‘예수’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키우게 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두 남자가 펼치는 논쟁은 팽팽한 긴장감과 유머러스한 재치, 뜨끔한 일침이 오가며 객석을 집중시킨다. 얼핏 생각하면 위대한 창조주와 미개한 창조물의 관계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 두 남자의 대결은 실제 무대 위에서 꽤나 팽팽하게 맞선다. 밑바닥 인생들, 칠수=만수연극 ‘칠수와 만수’2012년 7월 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연극 ‘칠수와 만수’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청년들 ‘칠수’와 ‘만수’를 통해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의 면면을 통쾌하게 까발리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지금 이 시대, 내 주변의 사회 이슈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칠수’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 나간 여동생을 찾으며, 인생역전을 꿈꾼다. ‘만수’는 매번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형 뒤치다꺼리에 바쁘지만,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안고 살아간다. 밑바닥 인생의 표본과도 같은 이 두 남자는 위태로운 곤돌라 위에서 대한민국의 ‘막장’ 현실을 조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장난삼아 18층 빌딩 꼭대기 철탑 위로 올라간 ‘칠수’와 ‘만수’는 쓰레기 같은 세상을 향해 마음속 분노와 울분을 속 시원히 외친다. 그러던 중 실수로 철탑 위에서 페인트 통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페인트통은 도로 위를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만다. 이로 인해 1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밑바닥 인생 ‘칠수’와 ‘만수’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된 두 밑바닥 인생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도구적 인간 장영실 vs 생각하는 인간 세종역사극 ‘궁리’2012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연극 ‘궁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다룬 역사극이다. ‘장영실’은 천문학자 이순지, 김담 등과 함께 찬란한 조선시대 과학문명 ‘세종 르네상스’를 이룬 위대한 학자다.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지금도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사적 위인이지만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조선의 왕 세종의 믿음을 샀던 인간 장영실은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 작품 ‘궁리’는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재해석한다.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종 중심 자주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장영실’을 하나의 희생자의 의미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장영실’은 개국공신이나 양반 출신이 아닌 관노비 출생이었다. 서울 도성 사람이 아닌 부산의 지역민이었으며, 고려말 원나라 이주민 출신이란 점에서 철저한 변방인이었다. 이에 비해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세종’은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의 시선을 늘 생각해야 한다.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춘 인물 ‘장영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 지향형 지식인이었다. ‘세종’ 또한 장영실의 천재성을 믿고, 조선의 과학경영을 펼쳐나간 미래 지향형 리더였다. 이윤택 연출은 이 둘을 통해 현대를 넘어 미래까지 유효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14 / 조회 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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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장영실은 왜 사라졌는가, 연극 ‘궁리’
조선 최고의 ‘장인’이 사라졌다. 천문학, 과학, 건축까지 다양한 재주가 있었던 조선의 내로라했던 과학자 장영실. 그는 왜 사라졌는가? 혹은 왜 사라져야만 했는가?연극 ‘궁리’는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소재로 다룬다. 장영실은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세종 시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해시계, 물시계부터 측우기, 악기, 활자까지 다양한 발명품으로 조선을 부강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작품은 당시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인문학자들, 세종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 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 희생당한 ‘인간 장영실’을 조명한다.작품은 임금이 이천으로 온천 요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영실은 세종의 명을 받아 임금이 탈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를 만든다. 이천으로 향하던 길에 장영실이 제작 감독한 수레의 바퀴가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장영실은 곧바로 의금부에 체포된다. 조정에서는 투옥된 장영실에 대한 음모설, 숙청설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일어난다.세종은 온천에 도착해 등창과 눈병 등을 치료하려 한다. 이천까지 달려온 사헌부의 젊은 관리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세종을 비판한다. 단오절에 맞춰 한양으로 돌아온 세종은 근정전 조회에서 장영실과 관리들의 재판을 연다. 장영실은 곤장 100대의 형을 받는다. 세종은 이를 80대 형으로 감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정작 수레 제작 책임자인 조순생은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 연극 ‘궁리’는 의문투성이인 장영실의 실종사건을 깊이 파고들어 간다. ‘왜 세종은 종3품 벼슬을 지내던 고급관리 장영실에게 안여를 만들라고 했을까’, ‘수레는 왜 부러졌을까’, ‘수레 제작 책임자는 풀려났는데, 장영실은 왜 80대의 곤장을 맞고 쫓겨나야 했나’ 등을 쫓는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브랜드네임 ‘이윤택’, 10여 년 만의 신작연극 ‘궁리’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품은 장영실과 세종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현재 한국의 정치, 국제적 상황을 투영한다.이윤택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그는 연출, 극작, 연기훈련 등 폭넓은 연극작업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실험연극의 기수로 등장했다. 이후 ‘청부’, ‘문제적 인간, 연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의 작품을 써내며 꾸준히 연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태풍’, ‘화성에서 꿈꾸다’, ‘이순신’의 연출, 제작을 맡아 창작뮤지컬에도 크게 기여했다.연극 ‘조선 선비 조남명’ 이후 이윤택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연극 ‘궁리’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후 5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는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24 / 조회 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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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 세기의 천재는 왜 역사에서 실종됐는가
이윤택 연출이 10년 만에 작/연출한 연극 가 지난 6일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우리에게 조선시대 대표적인 과학자로, 위인전으로 많이 접했던 천재 장영실. 연극 는 물시계, 측우기 등을 발명하며 조선시대 과학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이 홀연히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유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제시하고 있다.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세종 24년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잘못 만들어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났다는 조선왕조실록이 마지막이다. 이후 그가 어디서 죽고, 그의 후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이자 당시 대호군이란 종 3품 벼슬을 지닌 고급관리가 어떻게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만들게 됐는지, 하필 그 수레가 왜 부서졌는지, 수레 제작에 관여한 책임자는 처벌 받지 않고 풀려났지만, 장영실은 왜 쫓겨났는지. 연극 는 이 의문의 장영실 실종사건을 재구성한다. "임금이 탄 마차가 부서졌다!" "주군이여 왜 내게 안여를 만들라고 하셨습니까?"두 명의 천재, 장영실과 세종을 조명하며 연극 는 이윤택 특유의 거침없는 유려한 대화, 젊은 앙상블이 만들어낸 기발한 효과로 두 시간여 동안 펼쳐 보인다. 이윤택 연출은 “부산시박물관에서 열린 장영실전을 접한 그의 발명품은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한 과학이었다”며 “그때부터 장영실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8일만에 장편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관노비 출생 장영실과 개국공신의 후손 조순생. 출신이 운명을 가른다. 조말생, 황희, 정갑손. 정치 밀담은 시작되고.. "은하계의 중심을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옮겨놓겠습니다."무대엔 장영실을 비롯해, 세종, 조순생, 최효문, 조말생, 황희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앞서가는 지식인이었던 장영실과 견고한 계급, 권력의 뛰어넘을 수 없는 관계를 제시하며 오늘날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사극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는 본격 사극을 표방하고있다”며 “대전, 안산, 고양의 극단들과 국립극단이 공동제작하고 연극계의 풍운아 이윤택 연출과 함께해 흥미진진한 무대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는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2.03.09 / 조회 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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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창작 연극으로 찾아온다! 연극 ‘궁리’
국립극단이 창작 연극 ‘궁리’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10년 만에 직접 쓰고 연출하는 신작이다.연극 ‘궁리’는 국립극단,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재)안산문화예술의전당, (재)고양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하는 작품이다. 서울과 지역 단체 간의 창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다. 이번 공연의 첫 무대는 3월 23일 대전에서 먼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이번 작품은 역사 속 인물을 그대로 끌어온다.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 장영실과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연극 ‘궁리’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와 무대 위에서 펼친다. 연극 ‘궁리’는 장영실이 만든 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러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이 사건으로 장영실은 세종을 음해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작품은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2 / 조회 7,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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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을 소재로 한 신화적 상상력! 연극 ‘풍찬노숙’
2011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김지훈 작가의 연극 ‘풍찬노숙’이 1월 18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이는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연극 ‘풍찬노숙’은 ‘혼혈’이라는 현재의 문제를 토대로 현실 가능한 미래를 신화적 공간으로 재현했다.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외래인구가 유입되는 단계에서 비롯될 혼란을 소재로 했다. 이 작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 김지훈은 ‘풍찬노숙’에 대해 “작품은 농경지의 공동화로 인해 탄생된 대지주와 그 속에서 단순노동력 공급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선택된 코시안(kosian)의 불운한 삶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상주의에 가득 찬 에피소드를 다룬 것은 아니다. 현실 비판에 머무는 근시안적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혼혈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특한 무대연출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남산예술센터 자체제작공연 ‘됴화만발’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이번 ‘풍찬노숙’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한다. 그는 작품 속 능의 경사를 표현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객석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할 예정이다. 작품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과감하게 뒤바뀌도록 했다. 객석의 가변식 의자를 걷어내고 배우가 객석으로, 관객이 무대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의 숨어있는 공간을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 또한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1.02 / 조회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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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들> 세상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사람들
고연옥 작가, 김광보 연출의 12번째 작품 가 10월 7일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극의 일부를 선보인 이날 리허설 현장에선 배우들이 꽹과리, 장구 등 타악기와 함께 등장해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연속적인 장면을 시연해 보였다. 은 ‘뱀신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 뱀신랑 설화는 뱀신랑을 찾아 지하세계로 간 여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은 그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함께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는 이 설화에 고연옥 작가만의 현대적 시선과 김광보 연출의 실험이 더해져 독특한 무대를 형상화 하고 있다. 고연옥 작가는 “설화에선 뱀으로 태어난 존재가 엄마나 아내를 데로고 지하세계로 데려간다”며 “지하세계란 어떤 곳일까,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전 강호순 사건 역시 이 작품의 동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며 “연쇄살인, 뱀신랑 설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뱀신랑 설화처럼 는 한 여인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녀는 죽기 직전, 늘 꾸던 꿈을 꾸며 한 남자를 찾아 헤맨다. 열린 연극의 형식을 빌어 불연속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 버스, 골목길에서의 사람들은 개연성 없이 진행되지만 하나의 맥락을 아우른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김광보 연출은 “고연옥 작가와 작업을 해가면서 점점 무대는 미니멀해졌고,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깊어졌다. 그런 작업의 정점은 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의 대본을 보는 순간 열린 연극의 형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와같은 형식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고연옥 작가의 대본은 유독 난해하기 때문에 매번 쉽게 써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하기도. 작가는 “매번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에는 신화성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에 등장하는 뱀비늘 남자는 이 세상의 수렁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추락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남자의 구원을 바란다면 우리도 구원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은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9.30 / 조회 9,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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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 김홍도> 조선시대 천재 화가의 그림속으로
조선을 대표하는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무대에 펼친 가무악극 가 국립극장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올랐다. 는 풍속화, 인물도, 신선도 등을 넘나들며 조선 고유의 전통과 색을 보여준 김홍도의 작품을 무대에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 대중에게 잘 알려진 김홍도의 그림 ‘서당’ ‘씨름’ ‘타작’ 등이 무대에서 배우들에 의해 고스란히 재현돼 눈길을 끈다. 극 중 김동지와 손수재가 단원의 그림에 빨려 들어가 김홍도를 찾아 다니며 그가 그려놓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로 천재 화가의 작품과 그가 바라 보었던 풍정(風情), 사람이야기 등을 드라마틱하게 엮었다.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 김대성 작곡, 국수호 안무 등이 참여해 한국적인 노래와 춤, 음악과 연극을 선보이며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안관현악단)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박철호, 성기윤, 류창우, 민은경 등이 열연한다. 20인조 국악관현악단과 10인조 서양 오케스트라를 함께 편성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음악을 선보이고 프로젝터와 21m의 대형 스크린으로 채운 무대는 단원 김홍도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7월 8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보게 빌려단 단원 그림들을 당장 돌려주시게. 좋은 말 할 때!" 단원의 그림속을 빨려 들어가는 김동지와 손수재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김홍도의 그림이 현실이 되다 "단원을 보지 못하였소? " "방금 여길 떠났는데" 시장에서 펼쳐진 씨름판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 등장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이곳에서 평생 사는 건 어떠오?" 김홍도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7.08 / 조회 1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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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박지일, 서주희 등 명배우들 <갈매기>에서 뜻 모은다
안톤 체홉의 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서양 고전극을 비롯, 현대극, 창작극 개발에도 힘을 써 한국 연극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한 연출가 故 지촌 이진순 선생을 위한 헌정공연이다. 지난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김의경 예술감독, 김석만 연출을 비롯, 고인과 함께 작업했던 김금지, 무대 위 탄탄한 연기력으로 깊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일, 서주희 등 출연 배우들이 함께 자리했다. 김금지, 김수현, 한선영(왼쪽부터)김의경 예술감독은 “지난 해 이진순 선집이 발간된 후 많은 사람들이 추모 공연을 요청했다”고 말하며 고인의 마지막 연출작이기도 한 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무대와 동선 등 꼼꼼하게 적어 내려간 고인의 연출 노트가 상당한데, 누군가에게 기증된 후 모두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한 학생이 몰래 훔친 노트가 이고 이것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연출 노트라 곧 복원해 출판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고인이 연출한 첫 무대에서 니나 역을 맡았던 김금지와, 마지막 무대에서 뜨레쁠레프 역을 맡았던 송승환이 각각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소설가 뜨리고린 역을 맡았다. 박지일, 서주희또한 “전설처럼 이야기로만 접했던 선생님을 기리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어 설레면서도 부담이 크다”는 서주희와 박지일이 더블 캐스트로 나선다. 아르까지나의 아들 뜨레쁠레프 역에는 김수현이, 배우를 꿈꾸는 비련의 니나 역은 오디션을 통과한 신예 한선영이 맡는다. 배우들과 함께 한 김석만 연출과 김의경 예술감독(왼쪽에서 세 번째, 네 번째)저마다의 갈등과 욕망으로 방황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예술과 인생, 고통과 고독의 인간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연극 는 오는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3.25 / 조회 9,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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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래의 맥베스> 감시자이며 피해자인 이들의 운명
“누가 나쁘고 누가 옳은 것인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수용소 안에서 외치는 피 끓는 이들의 절규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전쟁은 본디 부조리한 것, 그 부조리 안에서도 진실은 있는 것일까. 연극 는 감시자이며 피해자가 된 한국인 군속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는 극단 신주쿠료잔파쿠의 창립 멤버로, 국내에 등의 작품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신작이다. 스스로 재일교포 2세로서 겪고 느꼈던 이방인,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고 따뜻한 고뇌의 시선을 무대에 담아 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선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었던 한국인 군속들을 응시한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이 착출한 조선 젊은이들은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일본군 기지에서 포로 감시원으로 있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은 연합군 포로들의 고발로 감시자에서 포로가 되고 만다. 주변의 유혹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이들의 운명이 ‘맥베스’에 견주어 지는 것이다. 한국인 전범으로 수용소에 포로로 갇힌 이들.'죄는 누구에게 있는가?'내일 정오, 너희들은 사형될 것이다1일 공개된 공연 장면에서는 포로로 싱가포르 수용소에 수감된 한국 군속들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고향을 그리며 석방을 꿈꾸는 처절한 몸부림과 수 십 년이 지난 현재, 군속 중 살아남은 김춘길이 그 때의 일을 증언하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조국과 일본 모두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기구한 운명과,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후대에 남기려는 인물의 노력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는 손진책 연출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극단 미추 단원들의 열연으로 펼쳐진다. "과거를 내가 증언하지요, 있는 그대로."김춘길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누굴 위해서 죽어야 하는가, 누굴 탓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좀 가르쳐 달라”는 이들의 외침과 남은 자들의 고뇌의 무대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정근호
2010.10.04 / 조회 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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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 전쟁속에 스러진 영혼의 빛들
한?일 양국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신작 ‘적도 아래의 맥베스’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된다. 작가 정의신은 극단 신주쿠료잔파쿠(新宿梁山泊)의 창립멤버로 ‘천년의 고독’, ‘인어전설’ 등의 수작들을 발표, 일본 연극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연극뿐 아니라 영화(‘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 ‘피와 뼈’ 등), TV 드라마(‘제비꽃이 필 무렵’ NHK, ‘신기한 이야기’ 후지TV 등)를 넘나들며 테아트르상, 기시다쿠니오 희곡상,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 블루리본 작품상,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재일교포 2세로 이방인,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던 그가 새롭게 내놓은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일본의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결국 전범으로 사형대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던 한국인 군속(軍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극에는 사형수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다른 사형수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싶어 했던 김춘길이 등장한다. 연극은 사회적 상황이 한국인 군속들을 전범으로 내몰리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주변의 유혹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맥베스’에 비교한다. 그러나 극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파국을 그들이 자초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남김으로써 최종판단은 관객에게 맡긴다. 관계자는 “일본에 사는 한국계 작가로서 정의신은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버림받은 그들의 잊힌 과거를 되살린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제국주의적 시스템, 전쟁이 야기한 비극을 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셰익스피어 비극부터 마당놀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던 손진책 연출이 맡았다. 손진책은 ‘서울 말뚝이’, ‘오장군의 발톱’, ‘남사당의 하늘’, ‘템페스트’, ‘벽 속의 요정’. ‘디 아더 사이드’ 등을 통해 한국은 물론 해외 유수 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돼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에는 극단 미추의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던 12명의 배우들이 함께한다. 이기봉, 최용진, 조정근, 이상철, 서상원, 정나진, 오일영, 김정원, 황태인, 이병우, 권정훈, 홍성락 등이 출연한다. 명동예술극장과 극단 미추가 세계 초연으로 올리는 정의신의 신작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9.29 / 조회 16,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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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임혜영, 뮤지컬과 점점 진해지는 사랑 중
회오리 바람 타고 날아간 먼치킨 랜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소녀 도로시. 귀여운 강아지 토토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꿈과 사랑의 모험을 펼쳐나가는 소녀로 임혜영이 나섰다. 뮤지컬 에서 웃고 뛰노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녀를 쉽게 구별해 내지 못할 만큼, 누구보다 상기된 얼굴로 먼치킨 랜드를 활보하는 그녀. 데뷔 후 가장 ‘어린 역’을 맡았다며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미소가 더해진 배우 임혜영의 볼이 붉게 상기되어 간다. 지금 아니면 못할 역할, 도로시 “만약 스물 여섯 즈음 이 역할을 했다면 정말 더 잘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어렸을 때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데(웃음), 하지만 지금 아니면 이젠 정말 못할 것 같은 배역이잖아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아주 새로운 마음으로 해 나가고 있어요.” 소설, 영화, 만화 등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난 해 국내에서 뮤지컬로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던 가 12월 중순, 다시 찾아온다. , , 등의 히로인으로 무대를 누비던 임혜영의 차기작이라 더욱 관심이 간다. “20대 초반까지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쁜 줄 몰랐는데 요즘은 정말 애들이 예뻐요. 같이 연습하다 보면 정말 내가 맑아지는 것 같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그런데 대사체가 아이들 투라서, 이번처럼 대사 외우기 힘들었던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양이 많은 건 아닌데 말투가 달라지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한 고민을 만난 거죠(웃음).” “저 신데렐라 아니에요” 우연히 본 오디션을 통해 2006년 뮤지컬 에 데뷔한 이후 , , , 등에서 주역을 맡은 그녀는 에서 1183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엘라이자 역할에 서며 세상에 더욱 알려졌다. ‘신데렐라 탄생’이란 말이 그녀에게 따라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야기 들을 때 마다 정말 창피해요.(웃음) 제 기준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하기 전에도 소극장 작품을 하고 있었고요. 로 제가 가장 많이 알려져서 포장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28년 밖에 안 살았지만 그 오디션이 그간 제일 힘들었던 일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등만 붙이면 자고 나쁜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인데, 그땐 잠을 너무 못 잤어요. 정서적으로 많이 아프고 또 성숙해졌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녀이기에 노래 보다 연기적인 부분의 어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진 않았을까. “전공했다는 이유로 어떤 틀에 갇히거나,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하는 중압감이 더욱 컸다”며 노래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는 대답이다. “노래를 못했다고 지적 받으면 가슴에 이만한 상처를 받는데 연기는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갇히지 않고 더 자유롭게 했던 것 같아요. 겁이 없었던 거죠(웃음). 타고난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 노래하면 그 테크닉이 자연스럽게 나오듯이 연기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즐겁게 즐기려고요.” 삶을 풍요롭게, "너무 과하면 잃잖아요"올해 뮤지컬어워즈에 이어 한국뮤지컬대상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한 그녀. “좋았다”보다 “오묘했다”는 말로 그때의 감격을 되새겨 본다. “뮤지컬어워즈에서 상을 주셔서 안 주실거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앉아 있었어요(웃음). 사서 하는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사람이고 싶단 생각을 항상 해서, 상을 받고 더욱 갇히게 되는 환경이 주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좀 들었죠. 신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뿐이지, 너무 과하면 잃잖아요.” 주변 동료 배우들로부터 더욱 감정이 풍부하다는 소릴 듣고 있는 임혜영, 그래서 눈물도 많고 행복할 때는 그 크기도 더욱 크게 다가 온다는 그녀이기에 과거 무대에서 내려와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 힘들었던 때가 많았노라, 고백도 이어진다. “혜영이라는 삶이 배고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신발 디자인을 해 보고 싶어요. 신발 하나로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정말 많이 달라지잖아요. 공연을 하면서 신발의 소중함도 정말 느꼈고요. 디자이너의 색과 신발의 특징이 오묘하게 매치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런 공부를 해 보고도 싶어요.” 이제 당분간 “예쁜 배역은 진짜 안하고 싶다”며 찡긋 웃어 보이는 그녀는 이후 또 다른 배역 도전을 앞두고 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으로 노래에 흠뻑 빠져볼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잖아요. 처음부터 불꽃 튀는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다 점점 진해지는 것과 같은 사랑,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평생 함께 가야 하는 배우자를 만난 것 같은 느낌, 뮤지컬은 제가 그런 사랑이에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12.14 / 조회 1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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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회오리 바람 타고 어디로 날아갔을까?
연습실 저 밖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반주 음악을 성큼 잡아먹고도 신이 남은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마음이 들뜬다. 도로시와 토토가 회오리 바람을 타고 새로운 세계, 먼치킨 랜드로 막 도착한 때다. 11월 말 찾아간 뮤지컬 연습실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반갑다. 무대 올라갈 준비가 한창인 스물 두 명의 아이들은 7살의 최연소 배우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재학 중인 미래의 꿈나무들.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봐’ 조심스럽게 실시한 비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재원들이다. 새로운 나라에서 먼치킨 랜드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모험을 통해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는 소설과 영화로 먼저 선보여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이 재밌냐고 물으니 “자장가 소녀들이 나올 때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저마다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좀 부족한 아이에게 직접 이야기 한다던가 따로 한번 더 해보라고 하면 그 아이가 상처받아서 늘 같은 장면을 모두가 여러 번 하게 된다”는 홍보 담당자의 말을 듣노라니, “참 잘했어요, 정말 최고로 잘하는데”하며 동작 후 거대한 칭찬으로 먼저 설명을 시작하는 연출의 모습이 십분 이해되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뮤지컬 와 등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제3회 더뮤지컬 어워즈와 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을 석권한 임혜영이 깜찍한 컬러링 주인공인 7공주의 멤버로 활약했던 황지우와 함께 도로시 역에 더블 캐스팅 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도로시의 귀여운 강아지 토토 역은 지난 해 공연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독차지 했던 요크셔테리어 ‘토토즈’와 그의 동생 ‘베키’가 함께 맡는다. 매년 12월, 호두를 깎는 인형과 성인 가수들의 콘서트들이 더욱 가득한 극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올해 다시 찾아오는 는 오는 12월 16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연습 현장 우리는 먼치킨 랜드의 시민들~"여러분, 나쁜 마녀는 사라졌어요~""나는 죽지 않았어~!"안무가 선생님 보고 따라하세요~"자, 이렇게 손을 돌려야지""우리 먼치킨 랜드에 온 걸 환영합니다""어머! 어쩌다 이리로 오게 된 걸까?""나 춤 잘 추죠?"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12.04 / 조회 16,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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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 “연극적인 작품 만나고 싶었다”
여류 조각가이자 우리들에게는 로뎅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까미유끌로델이 뮤지컬로 탄생했다. [까미유끌로델]에서 광기 어린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여인으로 분한 배우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손꼽히는 배해선. 그는 가슴에 상처 가득한 한 예술가를 섬세하고 깊게 이번 역할을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배우 배해선의 모습을 기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다시 한번 충족시켜 놓고 있다. 맡은 캐릭터에 몰입이 잘되는 성향 탓에, 까미유끌로델 극장에서 만난 배해선의 표정에는 까미유끌로델의 잔향이 남아있는 듯 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특유의 털털함과 장난끼가 보이기도 한다. 8개월 이상의 [아이다] 대장정을 마치고, ‘연극적인 작품’으로 충전하고 싶은 욕심에 [까미유끌로델]을 선택했다는, 뼛속까지 배우인 배해선을 만났다. 까미유끌로델이라는 비극적인 역할 때문인가. 좀 가라앉아 보인다. 아무래도 공연 기간 동안 맡은 캐릭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까미유의 인생 전반이 다 어두운 것은 아니다. 좋은 시간들도 있고 고통 가운데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배역이다. 그래서 연기하기 재미있다. [까미유끌로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은 대작을 위주로 출연해 왔지만 사실, 그 동안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다. 원래 연극으로 데뷔를 했고, 몇 년에 한번 꼴은 연극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중에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까미유끌로델은]은 기존 뮤지컬 형태를 지니고 있기 보다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역할을 좀 더 나이를 먹고 나서 하고 싶었다. 한 캐릭터에 비중이 큰 작품이고, 드라마틱한 표현이 많아서 좀 더 연륜이 쌓이면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선뜻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배우도 하나의 예술가다. 나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까미유가 고뇌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예술 세계도 알고 싶고, 느끼고 싶었다. 게다가 여자 이야기여서 더 매력을 느꼈다. 소극장 무대라는 점도 좋았다. 우리가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소극장 공연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다] 끝나고 조금 쉬고 싶지 않았나.쉬고 싶었고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쉬게 할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나를 보여주는 기회가 아니라 내가 무너지고 깎이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 배역에 몰입하는데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특별한 건 없다. 어렸을 때는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집중은 아니었다(웃음). 꼭 말해야 한다면, 내 삶 자체가 정말 단순하다는 거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것에 빠져 있지 않는다. 공연 할 때는 특히 심플한 생활을 한다. 친구들을 만나든가 외출을 하는 일도 자제한다.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충전을 하는 편이다. 사랑에 빠지는 배역을 맡으면 연애가 하고 싶지 않나. 물론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일에 빠져서 일부로 안 사귀는 거냐고 묻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길 거 같다. 특히 까미유끌로델 같은 캐릭터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이런 역할을 할 때면,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 어땠는지 생각 한다. 진짜 연애를 하면 더 깊은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 텐데… 그게 아쉽다(웃음). 우리 로댕 선배님 두 분은 유부남이다. 총각만 됐어도 연애를 해보겠는데(웃음). 그래서 정말 사귀고 싶은, 이 사람이라면 인생 전부를 던지고 싶다 하는 사람을 그리면서 연기를 한다. (이상형을 밝혀달라고 하자) 하하하,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밝힌 순 없다. 아휴…. 생각만 해도 좋다. 아무튼 연애를 하고 싶은 누군가를 상상하면 된다(웃음). 상상력이 풍부한가. 공상을 많이 즐기고 상상력도 풍부하다. 혼자 앉아 있으면 다른 세계에 다녀오기도 한다(웃음). 그런데 그게 참 좋은 거 같다. 배우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연기 경력이 10년이 넘었다. 배우로 전환점이 된 작품을 꼽으면 무엇인가. 나의 모든 작품이 계기를 주고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나는 다작을 하지는 않는다. 많아야 1년에 2~3편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고심하면서 작품을 결정한다. 결정하는 기준은 다른 게 아니다. ‘이 작품 정말 하고 싶다’ ‘좋은 경험이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면 된다.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하다. 소녀 같은 캐릭터, 보이쉬한 캐릭터, 푼수 같은 캐릭터 등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고, 그래서 한번도 작품을 하면서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고생스러워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한 여름밤의 꿈]. 이 작품으로 처음으로 여성스러운 역할을 벗어나 짖궂고 괴팍하고 드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실 이 이후에는 조금씩 변형된 캐릭터를 했지만 그때는 나에게는 너무 낯선 캐릭터였다. 첫 시도였고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던 거 같다. [맘마미아]에서 소피 역할은 발랄했다. 사실 맘마미아 소피를 많은 분들이 좀 더 귀엽고 깜찍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많이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역할 자체는 어떻게 해도 그렇게 보인다. 푸른 에게해에서 풀치마 입고 뛰어 다니면 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나(웃음).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그리스 섬에 있는, 아직까지 통제 받지 않고 길들여 지지 않은 어린 소녀의 치기 같은 것들 이었다. 지금 소피역을 맡고 있는 정미양이 어떻게 하는지는 공연 전체로는 보지 못했다. 일부만 봤는데 나랑은 색깔이 달라서 참 좋더라. (무대에서 객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객석에 앉으니 어떻나. 정말 흥미롭다. 나는 객석에 앉아서 작품을 신나고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물론 직업적인 것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굉장히 ‘관객처럼’ 본다.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8.09 / 조회 9,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