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내년 1월 개막…박원상, 박해준 등 출연
인디 가수 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던 쥬크박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가 내년 1월 무대에 오른다.
2015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소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재연에선 새롭게 구성된 무대와 안무와 함께 짜임새 있게 보강된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출연진 역시 톡톡 튀는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먼저 달빛요정 역에는 최근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감초연기로 사랑받았던 박원상이 캐스팅 됐다. 박원상은 1993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자 출신으로, 숨겨진 노래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인터넷방송 '늘백'을 진행하는 BJ캐준 역은 tvN드라마 '나의 아저씨', '미생' 등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박해준이 초연에 이어 재합류했다.
SOS 생명의 전화 상담원 이은주 역은 뮤지컬 '빨래'의 김영옥이 맡았고, 코러스X와 코러스Y 역은 배우 김영경과 류성훈이 각각 캐스팅 됐다. 또한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고생 아리영 역은 김서현이 맡아 섬세하게 캐릭터를 그려 나간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내년 1월 7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극단 차이무 제공
2018.12.10 / 조회 3,666
-
따뜻하고 웃기고 날카롭게, 차이무 대표작 5선
극단 차이무가 올해로 창단 20년을 맞았다. 이상우 연출이 김광림, 김석만, 정한룡과 함께 창단한 연우무대를 나와 문성근, 유오성, 송강호 등과 새롭게 만든 극단 차이무. 이곳의 강점은 강신일, 이대연, 이성민, 최덕문, 전혜진 등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까지 두루 활약하는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과 현실을 비추는 창작극 무대화를 더욱 유쾌하게 실천해 현재까지 힘을 잃지 않고 큰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가 많다는 것이겠다. 지금 소개할 다섯 편의 작품은 그러한 차이무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극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초연 후 25년이 지난 작품도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결로 울림을 주고 있는 작품이니 재연 소식을 듣는다면 꼭 공연장으로 향하기를 권한다. 이상우 작 연우무대 초연 : 1989.04.14~06.28 이상우 연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 차이무 초연 : 1996.03.01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출연) 초파일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 나와 거리를 헤매던 두 명의 늙은 도둑.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 분'의 집에 우연히 들어간 이들은 세계적인 현대 미술작품들이 쌓여있던 그곳에서 금고를 찾으며 티격태격하다 결국 경비견에게 잡혀 다시 경찰서로 향한다. 사상적 범행 배후를 밝히려는 사명감 넘치는 수사관의 조사와 한 일이 없어 말이 안 되는 변명만 쏟아내는 두 늙은 도둑의 모습이 배꼽 잡게 웃기는 한 편, 비리로 얼룩진 사회 고위층, 기득권 이면에 대한 풍자가 속 시원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과거 출연배우 : 김뢰하, 김승욱, 김원해, 김학선, 민성욱, 박길수, 박상우, 박원상, 박진영, 박철민, 박해수, 서동갑, 서현철, 송재룡, 오용, 유형관, 윤상화, 이대연, 이성민, 이현걸, 이희준, 이중옥, 전배수, 정경호, 정은표, 최덕문, 한동규 등 이상우 작 초연 : 1996.08.02~12.31 고 박광정 연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학전블루 소극장 (이대연, 송강호, 오지혜, 최덕문, 박원상 출연) 화장실, '변소'를 느리게 발음하면 '비언소'가 된다. 한자로는 '바퀴 비(蜚), 말씀 언(言), 곳 소(所)', 즉 바퀴벌레처럼 더러운 말들이 오고 가는 곳. 번잡한 도시의 공중변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친다. 무능함에 스스로 지친 술 취한 가장, 볼일이 급해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싸우는 자들, 욕심 없는 남자 등 현실을 비춰내고 있는 이 오만상의 사람들과 상황들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유쾌하고 합이 잘 맞는 차이무 배우들의 찰떡 호흡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 과거 출연배우 : 강신일, 공상아, 김두용, 김승욱, 노정임, 류승범, 문성근, 민복기, 민성욱, 이대연, 이희준, 박지아, 박진영, 박철민, 박희순, 송재룡, 오상무, 오용, 오유진, 이성민, 이광희, 전혜진, 조희봉, 최덕문 등 코너 맥퍼슨 작, 성수정 역 초연: 2002.10.03~12.29 이상우 연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박진영, 정원중, 김승욱, 이성민, 민복기, 김두용, 최덕문, 오용, 박지아, 전혜진 출연) 원제 'The Weir'(둑)를 '거기'라 바꾸었다. 아일랜드 서북쪽 끝 바닷가 마을 카페가 배경이나 이를 강원도 북쪽, 부채끝처럼 생겨서 '부채끝'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로 옮겼다. 마을 사람들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드나드는 작은 해수욕장 근처 한산한 카페. 이곳에 서울에서 이사 온 사연 있는 젊은 여인이 등장하자 그녀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낸다. 술과 정겨운 이야기, 이해와 보듬어 주기 등 술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이들의 모습이 정겹기 그지 없어, 누구라도 '거기'에 가고 싶어 진다. 구수하고 진한 강원도 사투리의 맛도 일품이다. 과거 출연배우 : 김두용, 김소진, 김승욱, 김중기, 문소리, 민복기, 박원상, 박지아, 박진영, 송선미, 오용, 이대연, 이성민, 전혜진, 정석용, 정원중, 최덕문 등 민복기 작 초연 : 2004.02.25~05.02 민복기 연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현 아르코 예술극장), 정보소극장 (이성민, 정석용, 오용, 김지영, 전혜진, 권미형 출연) 아버지가 병원에서 세 시간 후면 돌아가신다는 사망선고를 받자 가족들은 아버지를 시골집으로 모시고 애타는 마음을 애써 달랜다. 하지만 세 시간이 넘어도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고, 현실을 살아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간다. 잔잔하게 펼쳐지는 장면들을 통해 부모와 가족, 고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과거 출연배우 : 공상아, 김학선, 김소진, 김지현, 박영신, 송재룡, 신혜경, 오용, 이성민, 이중옥, 전혜진, 정석용, 정승길, 조승연, 최덕문 등 이상우 감독 개봉일 : 2010.04.15 극단 차이무 제작 영화. 한국 전쟁 중, 피난길에 오르던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양민 300여 명이 미군에 의해 사살 당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 했다. 기획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개봉했으며, 문성근, 강신일, 민복기, 송강호, 유해진 등 142명의 배우들과 229명의 제작진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배우 김승욱의 아들, 딸, 민복기의 어머니, 부인, 아들, 이성민의 딸, 민성욱의 아버지 등 배우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참여한 것도 여느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홈페이지
2015.11.04 / 조회 9,568
-
‘나’와 ‘배우’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민, <멜로드라마> 최대훈
최근 에서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결혼 10년 차 찬일 역으로 나오고 있는 최대훈은 '연기가 놀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간 등에서 개성 강한 역으로 무대에 올라 인상을 남긴 그이지만 사실 연기는 그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명함을 받고 우연히 찾아간 잡지사에서 그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땅을 쳤다. ‘그동안 난 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라는 억울함에 건축에서 연기로 진로를 바꿔 대학에 들어갔다. 창작수업 중 무대에 가로등이 필요하다는 하늘 같은 선배의 말에 후배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출동해 실제 가로등을 뽑아와 무대에 세우는 등 대학 생활 4년은 무대에 미쳐 빠르게 지나갔다.무대뿐만 아니라 영역을 넓여 드라마, 영화라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연기가 놀이라는 그의 다짐은 변함없다. 다만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진정한 배우 최대훈으로 불리기를 갈망하고 있는 그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Q 오늘부터 처음으로 캐스팅이 바뀐다고. (인터뷰는 1월 13일에 진행됐다.)연습부터 어제 공연까지 계속 고정으로 갔는데 오늘부터 처음으로 김소이 역이 박민정에서 김나미로 바뀐다. 그래서 오늘 공연이 더 설렌다. 배우가 바뀌는 것에 따라 묘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배우들마다 다른 결과 색을 지니고 있어서 매 공연마다 느낌이 다르고 긴장된다.Q 이번 작품에서 결혼 10년 차 김찬일 역을 맡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장유정 연출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함께하는 배우들도 너무 좋아서 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조금 감이 안 잡힌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미혼인지라 결혼 생활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극이고 일상적인 연기여서 대사도 빨리 외워서 일단 시작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주변의 결혼하신 선배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고,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남녀 사이의 소통은 연애할 때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Q 제작발표회 때 장유정 연출이 연습실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을 엄청 하더라. 출연하는 선후배들이 다들 의욕적이고 열심이라 연습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 다 밝고 즐겁고 순한 사람들인데 극이 끝으로 갈수록 어두운 분위기라 연습할 때나 무대에서는 집중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럴 필요 없는 분장실에서는 잘 놀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Q 이 작품은 흔히 통속극이라 이야기하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불륜은 하나의 소재일 뿐 우리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작품에서는 악인이 없다. 그래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할 뿐이지 누구라도 그 상황에 놓이고 그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힘들고 어려운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도 무슨 큰 일을 겪고 나면 흔히 이런 말들을 하지 않나. “이거는 내 이야기야. 내가 그랬어. 안 믿기지. 처음에는 나도 그랬어.”라고. 찬일이 놓인 상황과 그 인물을 있는 그대로 내 안에 받아들이려고 애썼다.Q 미현 역을 맡은 전경수 배우와는 불륜 사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잘 어울리더라. 연습하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연습할 때부터 미현과의 장면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단순히 불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먼저 보이길 바랬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현을 사랑해야 되니까 일단 연습에 들어갈 때 마음 속으로 ‘오늘부터 이 친구를 사랑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야기하고, (전)경수에게는 장난을 많이 쳤다(웃음). 상대방 마음이 열려야 이야기도 하고 연습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행히 경수도 내 손을 잡아줬다. 관객들도 미현이 침대 밑에서 발각되는 것에서부터 ‘아 얘네들이 불륜이었지’라고 그제야 인지를 하시더라. Q 전작인 에서는 1인 3역의 멀티맨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동연 연출님이 저랑 (김)종구 배우에게 이름만 바꿔서 똑같은 메일을 보내셨다. (웃음) ‘이런 작품이 있는데 작은 역할이라고 서운해하지 말고 임팩트 있으니까 날 믿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짧지만 힘이 느껴지는 메일이었다(웃음). 멀티맨 역은 멀티맨 사관학교인 를 졸업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웃음). 다만 3역 모두 짧지만 강한 역이라 연습할 때 고민이 많았다. 사실 연습할 때는 이 작품이 과연 잘 될까? 걱정이 많았다. 종구와 연습실 한 쪽에서 앉아 발 밑에는 간식 쌓아 놓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그랬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엄청 헤맸는데, 막상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니까 신이 나더라. 하지만 러닝 타임은 장장 3시간에 내가 나오는 신은 짧아서 무대 뒤에서 엄청난 외로움과 고독과의 싸움을 했다(웃음). 나치 코스튬플레이어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그 남자가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슬픔이 있는 친구인 걸 알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 한편이 경건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작품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한 추억이 됐다. 의 한 장면Q 지난 연말에는 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고.친하게 지내는 (최)성원 배우한테 지난 여름에 전화가 왔다. “형 시간 돼요? 하루만 같이 자요(웃음).”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배우들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신체수업, 연기수업, 노래수업의 일환으로 온갖 게임을 섭렵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성원이와 상윤이 빼고는 안면만 있는 배우들이었는데 다들 착하고 서로 궁합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왔다. 성내는 캐릭터, 꼬투리 잡는 캐릭터, 당하는 캐릭터, 엉뚱한 캐릭터 등 각자마다 색깔이 있다. 놀리고 괴롭히고 장난치는 건 나와 성원이 담당이고(웃음).Q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은 편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을 많이 치지만 신조가 있다. ‘까불지는 말자’다(웃음). 장난을 칠 때도 생각을 하고 친다. 그냥 막 던지는 건 안 좋아한다. Q 그동안 작품을 보면 희극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다. 외모는 상남자 스타일인데 의외다.대학 때부터 외모는 선이 굵고 상남자 스타일임에도 핍박 받고 망가지고 우스꽝스러운 희극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이 쪽 업계가 좁다 보니 계속 그런 역할만 주더라. 예전에는 목소리도 굉장히 얇았고 말투도 정확하지 않고 흐려서 선배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인상이 점점 변하더라. 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 안의 남성성을 발견했다. 예전 나의 전사를 모르는 분들은 겉모습만 보고 남자인가 보다 했다가 시켜봤는데 막상 남자답지 않고 여리여리한 면도 있으니, ‘웃긴 놈이네’ 하고 다시 웃긴 역을 주기도 하고 남자다운 역을 줄 때도 있다(웃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아직 나를 잘 모르니 남성성을 필요로 하는 역을 맡기시고.겉모습, 말투 같은 것은 쉽게 안 바뀌지만 생각이나 기운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니까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둡게 봤다. 어느 날 여권 사진 3장을 나란히 모아두고 본 적이 있는데 노예 얼굴부터, 범죄자형 얼굴까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사진은 괜찮았다(웃음). 마지막에는 “너, 성형했냐.”라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발전한 사진 기술도 한 몫 했겠지만 그건 다 좋은 기운 덕분인 것 같다. Q 본인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 직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행동에 책임져야 할 나이도 됐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반된 면이 나만의 무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하고 있다. 잘생긴 꽃미남은 아니지만 남자다운 외모와 감성적인 성향, 양쪽을 잘 키워 보고 싶다. 또 하나 하고 있는 고민은 배우는 활자 안에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 온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라면 항상 예민한 상태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어제 잘 자고 아침에 기분이 너무 좋아 미소를 머금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일터에 가서는 슬픈 감정을 표현해야 되는 사람이 돼야 하고. 물론 그 반대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어느 순간 힘들어졌다. 남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빨리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점점 힘이 든다. 역시 배우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직업도 마찬가지로 좋은 면도 있고 힘든 면도 있고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욕심나는 캐릭터를 만났거나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내가 하고 싶다’라는 결정적인 한 방이 아직도 날 붙들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최종 꿈은 무엇인가?‘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최대훈 이름 앞에 있을 때 어색하지 않게. 그렇게 불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정말 온전하게 '배우'로 불리고 싶다. 배우인데 배우라는 소리를 못 듣는다면 정말 슬픈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배고파도 좋은 결을 지닌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옛날에는 무슨 작품이든 작품만 하면 좋았는데 지금은 정말 마음이 동하는,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애정을 쏟아서 자연스럽게 신나서 할 수 있는 작품들 말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19 / 조회 13,175
-
'남녀 사이의 내밀한 정서를 찾아서' <멜로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
장유정 연출의 연극 데뷔작인 가 이달 말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는 2007년 이다의 무대발견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처음 관객들을 만났고, 2008년 재공연을 이어가며 남녀간의 색다른 사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10년차 부부인 서경, 찬일 부부와 오누이인 재현과 미현 등 다섯 남녀를 통해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넘어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2014년 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자기 통제가 완벽한 큐레이터 서경 역은 홍은희와 배해선, 서경의 남편 찬일 역은 박원상과 최대훈이 맡았다. 이외에도 미현의 동생인 재현은 조강현과 박성훈이, 재현의 약혼녀 안소이는 박민정과 김나미가, 재현의 누나인 미현은 전경수가 맡아 출연한다.지난 9일 이 작품의 제작을 맡은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제작발표회는 분장실에서 들려오는 배우들의 유쾌한 수다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손상원 대표는 오랜만에 를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예술의전당의 도움이 컸다. 먼저 제안을 줘서 흔쾌히 공연을 성사시킬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장유정 연출장유정 연출은 “사랑이 과연 의무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본 다섯 남녀의 얼키고 설킨 사랑이야기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통속적이고 대중적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들 남녀의 내밀한 정서를 찾을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이번 작업에 대해 “그동안 대형시스템 안에서 밀도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 더 넓게 접근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소극장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집중도가 훨씬 더 높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라는 생각에 오로지 배우와 텍스트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었다.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덧붙여 “2007년과 다르게 하기 보다는 2014년의 지금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포인트를 뒀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보면 우연적인 만남, 음악, 선과 악이 분명하며 통속적이다. 이 작품은 거기서 선악을 제외하고 멜로드라마 장르를 그대로 차용한다.”라고 강조했다.10년차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찬일 역 박원상, 서경 역 홍은희 극단 차이무의 단원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원상은 “처음 만나는 후배들과 함께 어릴 적부터 서 오고 싶던 자유소극장에서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떨린다.”고 말했다.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홍은희는 “다시 무대에 돌아오기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 두려움과 시간이 주는 압박이 컸지만 연기 선배이자 남편인 유준상이 용기를 많이 줬다.”고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완벽주의자를 지향하는 서경의 모습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홍은희는 연극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연기를 할 수 있고, 관객과 소통하는 장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습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연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연습하는 장면이 더 머릿속에 남아있다. 연기에 대해 연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연기자이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연극이란 장르의 특성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두려움과 떨림은 크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무대에 서는 내 몫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기기도 했다.전경수다른 배역과 달리 단일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전경수는 미현이라는 역할에 대해 “미현은 몸은 29살이지만 정신연령은 낮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에너지가 많으며 반응도 즉각적인 친구다. 그동안 한스런 연기나 미치거나 죽거나 하는 슬픈 연기를 많이 했는데 미현이는 햇살처럼 밝고 사랑스런 여인이다. 평소의 나는 말도 느리고 정적이며 반응도 크지 않아서 미현과 차이가 난다. 그런 점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장유정 연출은 “연극 자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내용이 아님에도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연습한 지 이 주 밖에 안됐는데 벌써 런쓰루를 돌고 있다. 그만큼 연습의 템포가 빠르다.”고 전하며, "특히 이번 작품은 캐스팅이 무척 만족스럽다. 배우들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부족하다.”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공연은 오는 31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2.11 / 조회 7,645
-
박광정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 <서울노트> 연습현장
가까운 현대, 세계대전을 피해 유럽 미술작품들이 한국 미술관으로 왔다.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 스치고 또 만나며, 걷다 잠시 서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운 긴 이야기, 연극 가 2월 2일 막을 올린다. 일본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으로 2003년 국내 첫 선을 보인 는 특히 이 작품을 처음 연출하고 번안했던 배우이자 연출가, 고 박광정의 추모 공연이라 더욱 뜻 깊은 자리로 준비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혜화동에 위치한 한 연습실.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는 권해효를 비롯, 정석용, 오용, 이지아 등 굵고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등장 인물은 12명이지만, 과거 고 박광정과 인연을 맺었던 23인의 출연 배우들은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더블 캐스팅을 자청, 바쁜 시간을 쪼개어 모았다. 배우를 비롯 전 스텝이 노 개런티로 마음도 모았다. 고 박광정이 이끌었던 극단 파크의 창립 멤버이자 를 번역하고 극단 내 독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한 성기웅이 이번 무대에서 연출을 맡았다. 극단 파크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초연 이후 국내 본격적인 ‘조용한 연극’ 붐이 일기도, 또 원작자인 히라타 오리자가 이끄는 청년단과 교류, 한국에서의 일본어 공연, 일본에서 한국어 공연 등 의미도 성과도 남다른 작품이 바로 이다. “사람 좋아하시고 정도 넘치시고, 또 보이기에 굉장히 소탈하고 사회 주변부로 살아가는 역할을 많이 맡으셨었지만, 음악과 영화 등을 이야기하고 즐기는 예술적인 취향과 감각은 굉장히 세련되고 도시적이어서 나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도 따뜻함과 서정도 있지만,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라든지 근 미래적인 설정들이 도시적이고 세련되어서, 그런 감각도 함께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2003년 초연 후 몇 번의 재공연, 그리고 2008년 고 박광정이 자신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무대화 했을 때에 비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까닭에, 가까운 미래라는 큰 틀 안에서 현대에 맞게 수정된 부분이 있으나 큰 줄기는 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성기웅 연출의 변. 초연 당시 객석을 향해 배우가 등을 돌리고 앉아 대사를 하는 등 신선하고 색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그대로 비춰냈던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성 연출은 미술관의 큰 유리창이 객석으로 나 있다는 설정을 더욱 부각시켜, 무대 위의 연극이 프레임 속 하나의 ‘그림’이 되어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는 느낌의 강조를 의도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객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은 더욱 많아져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조성되는 순간의 포즈가 또다른 영향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월 2일부터 12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쉬는 날 없이 13회 공연 예정인 는 초대권 없는 공연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1.31 / 조회 11,650
-
박광정을 기억합니다. <서울노트> 공연
2008년 폐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연출가 고(故) 박광정을 기리는 무대, 연극 가 2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히라타 오리자가 쓴 '도쿄노트'를 원작으로 하는 는 세계 3차 대전을 피해 서울로 온 미술작품들의 전시장을 배경으로, 이곳 로비에서 만나는 가족들, 미술관 직원들의 대화를 통해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용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고 박광정이 이끄는 극단 파크에서 초연을 했으며, 2008년 다섯 번째 공연이 그의 마지막 연출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는 초연 당시 작품의 번역을 맡았던 성기웅이 연출로 나서며, 고인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던 권해효, 유연수, 민복기, 최덕문을 비롯, 정해균, 박지아, 임유영 등 선후배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2월 8일 공연 후에는 고인과 동갑으로 공연을 통해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히라타 오리자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1.16 / 조회 12,562
-
[플디팬미팅] 늘근도둑과의 포켓볼 한 판!
연극 의 늘근도둑 이성민, 덜 늘근도둑 송재룡, 수사관 최덕문. 이번 플디팬미팅의 주인공은 연기가 특기이자 인생의 목적이면서, 당구를 취미로 즐기는 세 남자다. 당구실력 300을 자랑하는 송재룡이 공연관람 후 준비된 ‘포켓볼 내기’를 위해 팬미팅 당일에 특별 게스트로 합류했다. 이번 플디 팬미팅에는 “극단 차이무 대표 꽃중년 배우 이성민을 만나게 해달라”, “드라마 ‘추노’ 조선비 최덕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신청자들 가운데 뽑힌 총 여섯 명의 여인들(동반 1인)이 의 얼굴이자, 극단 차이무 대표 배우들과 함께 활기 넘치는 데이트 시간을 보냈다. 이번 팬미팅은 공연관람, 공연장 내에서의 배우와의 대화, 포켓볼 내기로 이어졌다. , 이게 바로 生연극 Q. , 오늘 공연 배우 분들 에드립이 장난 아니던데요?! 오늘 정말 두 늘근도둑(이성민, 송재룡)들이 빵빵 터졌어요. 전 원래 이대연, 김뢰하 페어와 공연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변경되면서 합류한 거거든요. 저도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대책이 없던데요(웃음). (송)재룡이 같은 경우는 때부터 재기 발랄함을 막을 수 없는 친구에요. Q. 배우님은 이번 공연을 “고통스러운 만남” 이라고 표현하신 걸 봤어요. 힘들었어요. 다른 촬영과 겹치면서 연습 시간 자체가 빠듯하기도 했지만, 연출님이 4페어 가운데 우리 팀을 잘 안 봐주시는 거에요(웃음). 거의 홍길동처럼 구석에서 연습하고, 신발장 있는 곳에서 연습하고. 이중욱이라는 배우하고 2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연습을 했어요, 정말 밥 먹으러 걸어가는 시간에도 연습을 했는데 이중욱 배우가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첫 공연도 같이 못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송재룡 배우와 하고 있습니다(웃음). Q. 송재룡 배우님은 계속 노인 역할을 맡고 계시잖아요. 애환은 없으세요? 아, 걱정됩니다. ‘차이무 노인전문 배우’로 불리고 있어요. (이렇게 젊고 귀여우신지 몰랐어요)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극단 차이무 대표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세 남자는 “차이무 신작에 대해 뼈저리게 고민하고 있다”며 “극단 차이무다운 신작으로 곧 무대에 오르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2009 연극부문 골든티켓어워즈 티켓파워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흥행 홈런을 날린 연극 는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시사연극으로 1989년 초연 이후 문성근, 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등 걸쭉한 개성파 배우들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즐거운 포켓볼 한 판!편을 뽑자!이것이 바로 '뒤짚어라, 엎어라!'대결 시작!고수1고수2고수3공은 어디로?아슬아슬~이것이 바로 탄식~내 공은 어디로?이걸 왜 못해요, 왜~!그걸 왜 못 넣어요, 왜~!그냥 손으로 하세요~그냥 손으로~승리는 우리의 것!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3.16 / 조회 19,844
-
[인터뷰] 좋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는 연극 ‘양덕원이야기’ 연출 박원상
흔히 배우라 함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사람이고, 연출이라 함은 공연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며 연기, 장치, 조명, 의상, 음악 등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무극단은 배우와 연출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유기적인 관점에서 연극을 바라본다. 배우 박원상 역시 민복기 작 연극 ‘양덕원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 시선을 끌었다. “제게 연출가라는 표현은 별로 정확한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연극을 하는 배우 혹은 연극인이 약간 모양새를 바꿔서 작업했다고 보는 게 적합하죠.”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는 차이무극단의 ‘양덕원이야기’가 1차 연장공연에 이어 2차 연장공연까지 이어가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쉼표 같은 ‘양덕원이야기’는 혼자가 아닌 팀 작업 배우 박원상은 자신이 연출가라고 불리는 것을 쑥스러워 했다. 차이무극단 안에서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작업한 것이지 다른 건 없다고 말한다. “현직배우이기도 하고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연출이라고 하면 어색하고 쑥스러워요. 연극 ‘양덕원이야기’의 프로그램이나 포스터에 제 이름이 연출로 올라가 있지만요. 이 작업은 차이무라는 극단 안에서의 팀작업이고, 다만 역할분담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팀 내 작업이라고 해도 할당된 역할은 해야 할 터. 그가 이번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객석이다. “기존의 작품을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객석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연극 ‘비언소’에는 일대일이었던 객석을 3면 객석으로 만들었어요. 관객이 ‘양덕원이야기’를 볼 때 ‘시골집에 있는 길을 걸어가는데 여트막한 담 너머로 보이는 집안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객석을 꾸몄어요. 또 그런 느낌을 주려면 3면 객석이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박원상은 ‘연극에서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닌 관객과의 피드백을 먼저 생각한다. 극단 내 팀과 함께 극을 만들어 힘도 얻고 재미도 있었다는 연극 ‘양덕원 이야기’ 연출 작업,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연극 ‘행복한 가족’에 이어 극단에서 맡은 두 번째 연출입니다. ‘행복한 가족’은 첫 번째라 멋모르고 덤벼든 것도 있고 또 초연 때 참여를 한 작품이라 지금보다 부담이 덜 했어요. 그런데 ‘양덕원이야기’는 배우로도 참여해보지 못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더 부담됐어요. ‘양덕원이야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관객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과 ‘내가 이걸 해도 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번에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가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그는 상대적으로 배우가 심간이 편한 위치라고 느꼈단다. - 배우 아무개가 아닌 재밌는 이야기꾼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보노라면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마치 한 가정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배우의 연기는 농익었고 또 자연스럽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향해 쭉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가야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배우들은 중심을 잡기 어려워요. 자칫 페이스가 말릴 수도 있고, 연기도 세밀해야 하죠. 그리고 상대방과의 호흡 역시 유기적이어야 해요. 배우 입장에서 ‘양덕원이야기’는 품이 더 들고, 에너지도 더 쏟아야 하는 작품입니다.” 현직배우여서일까. 그는 유독 배우들의 힘듦과 입장을 배려했다. 또한, 더운 날 열심히 하는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마음가득 담고 있었다. 연극이 좋았던 그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배우 아무개로서 배우 박원상으로서 살아야지’하고 자신을 규정짓지 않았다. “그냥 연극이 좋았어요. 그 출발이 배우가 돼 지금까지 연기를 쭉 해오고 있어요.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다른 위치에서 연극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게 배우의 입장이든 작가의 입장이 됐든, 연출 혹은 또 다른 입장이 됐든 그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있어 배우, 작가, 연출은 파편처럼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입장이 되어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연극을 하는 한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길 바랐다. “앞으로 연극을 만날 때 그게 배우든 다른 포지션에 서든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지치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제 내면도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쑥스럽지만 전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전 배우도 작가도 연출가도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요. ‘내면이 성장하게 되면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흐르는 물과 같은 그가 이야기꾼이 되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7.28 / 조회 17,963
-
<비언소> 이상한 변소의 이상한 이야기
도대체 B언소가 무엇이냐? 누구는 ‘변소’를 느리게 말한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유언비어’에서 파생됐다고 하며, 또 누구는 말(言)이 날아가(蜚) 사라진 장소(所)라고 했다. 황희 정승 말마따라 “너도 맞고 너도 맞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1996년 초연 당시를 비롯, 2003년 공연에서도 125%에 육박하는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흥행 기록을 세웠던 가 2010년 대학로에 위치한 아트원씨어터 3관을 장기 임대한 차이무전용극장의 개관적으로 공연 중이다. 이번 작품에는 극단 차이무의 단원이자 연기파 배우로 국내 무대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문성근, 강신일, 최덕문 등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지난 5일 언론에 공연을 공개 한 후 자리한 문성근은 “정부의 지원이 마약처럼 작용해, 지원이 끊기면 공연을 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하며 “우리 극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극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용극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과 직접 부딪혀 보고자 한다”며 차이무전용극장의 설립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공공 화장실을 배경으로 27개의 작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는 올해 공연을 위해 쓰고 연출한 이상우가 14개 장면을 새롭게 수정, 보완하였다. 그는 “매번 할 때마다 당시의 논란을 주제로 장면이 바뀌곤 한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12장 Foreigner나 17장 Quiz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연을 연출한 고 박광정을 추모하기 위한 뜻도 모인 연극 는 극단 차이무가 올 한해 진행할 ‘생연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며, , , 가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연극 공연장면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이...이빨 닦는데요..""도대체 어디로 줄을 서신 거에요?" "먼저 나는 쪽으로...""저는 뭐 큰 욕심 없습니다. 평양에 서울 만 한 땅이 좀 있고, 차도, 집도...다들 있는거잖아요""내가 뭐가 어디가 어때서?""개구리 구슬피 울던 그 날 밤...""타향살이가...바로 이런거군요.""똑바로 안해? 벗어! 벗어! 빨리 벗어!""대화를 하란 말야, 대화를""제 이름만 부르시면, 여기 이렇게 머리카락이 납니다, 예, 그럼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0 / 조회 12,404
-
<갈매기> 꿈꾸니 더 비루해지는 인생이여
꿈꾸어 괴로운 이들이 한대 모였다. 행복은 꿈의 포기에서 올 때가 적잖다. 아이러니지만 그대들이 한 없이 비통한 것은 쥐고 있는 바람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근형 연출은 또 한번, 소망이 있어 훨훨 날지 못하고 두 발을 무던히도 땅에 부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저 쓴 웃음만 어둡게 뱉을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을 두고 체홉 자신이 ‘코미디’라 명명한 까닭을 알겠다. 여전히 결핍된 애정, 그리하여 더욱 비루한 삶 속의 우리들은 연극 에도 있었다. 젊은 열정으로 작가의 꿈을 키워내는 꼬스챠, 그의 연인이자 여배우가 되고픈 니나, 그리고 아들의 무대에 조소를 보내는, ‘엄마’보다 ‘여’ ‘배우’의 길을 택한 아르까지나와 그의 연인 소설가 뜨리고린도 여전하다. 하지만 더욱 또렷해졌다. 호수를 무대 위에 재현하느냐, 안 하느냐가 회자될 때도 있는 이 대형 작품이 150석이 조금 넘는 작은 무대로 구현, 관객과 거리가 더욱 좁혀 졌다. 호숫가의 안개처럼 관객들 눈 앞에 몽환적으로 펼쳐졌던 세트가 먼저 물리적으로 또렷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 꼬스챠, 니나,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의 교차가 ‘애정’을 근거로 더욱 확실해졌다. 여배우의 꿈과 유명 작가에 대한 판타지가 니나를 뜨리고린에게 향하게 했지만, 그에게 니나는 잠시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줄 한 마리 귀엽고 작은 인형에 불과할 뿐. 물 위를 휘휘 날던 갈매기가 저 하늘 끝을 동경하더라도 결코 물 곁을 떠날 수 없음을 알기에 아르까지나는 당당하고, 니나는 비루하며, 꼬스챠는 절망스럽다. 켜켜이 쌓인 감정과 상황의 오묘함은 원작보단 덜하나, 또렷하고 더욱 극적으로 이들의 비극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게릴라 소극장에 들어서면 ‘꽉 찼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워낙 극장이 작아서”라며 말 끝을 흐렸던 박근형 연출 말마따나 애초에 공간이 작기도 하지만 보조석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연극 를 찾고 있다. 꽉 찬 것은 무대 위도 마찬가지다. 서이숙, 김영필, 이대연, 김주완, 장영남, 박원상 등 ‘원톱’으로 나서도 묵직할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각기 발하는 성격은 훌륭한 조화로 그림을 만들어 낸다. 때론 웃음이 실실 나오기도 하나 허투루 흘리는 대사는 없다. 연극 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아마도 가장 편하고 쉽게, 그렇지만 대단히 진하게 아름답지만 박제된 갈매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골목길 제공
2009.08.13 / 조회 14,723
-
<갈매기> 실력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잠깐, 영남씨. 관객모독 같으니까(웃음) 약간 힘을 빼주세요.” 박근형 연출의 지시가 이어지자 잠시 연습실의 긴장이 이완된다. 이곳은 극단 골목길의 신작으로 선보이는 안톱 체홉의 연습실. 박근형 연출을 비롯해, 박정순, 이대연, 서이숙, 김주완 등 배우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작가지망생 ‘뜨레쁠레쁘’(김주완) 의 첫 작품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 니나(장영남)의 난해한 독백대사가 이어지자, 아르까지나(서이숙)가 모욕을 주고, 그의 아들 뜨레쁠레쁘는 연극을 중단시켜 버린다. 니나가 아르까지나의 정부 뜨리고린에게 반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복잡한 삼각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무대에선 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서이숙이 은퇴한 여배우 아르까지나를, 로 주목받은 김주완이 작가지망생 뜨레쁠레쁘를, 브라운관과 무대를 활발하게 오가는 장영남이 니나를 맡아 환상의 호홉을 맞춰가고 있는 중. 이외에도 김영필, 이대연, 박정순, 박선욱, 박원상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체홉의 걸작을 무대 위에 형상화 하고 있다. 박근형 연출은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볼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연극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봐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한다. 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이 쓴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허무함과 무의미함, 그리고 실현되지 않는 희망을 일관성 있게 그려내며 과 함께 체홉의 4대 희곡으로 꼽힌다. 는 오는 8월 1일부터 한달간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꼬스챠(김주완)의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꼬스챠를 사랑하는 마샤(정세라)와 꼬스챠의 연인 니나(장영남). 어머니 아르까지나(서이숙)에게 모욕받고 극을 중단하는 아들. 아르까지나의 애인 뜨리고린(김영필)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니나. 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는 박근형 연출. 비련의 여인과 그녀를 사랑해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는 남자. 에서 주목받은 배우 김주완.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서이숙. "후배들 연기가 흐뭇해~"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24 / 조회 18,207
-
[연극열전2] 일년 내내 연극이 쏟아진다
빈 자리가 없다. 보조석을 깔아 놓았는데도 그 자리마저 모두 채워졌다. 연극열전2 첫번째 작품 [서툰 사람들] 공연장 모습이다. 이런 풍경은 연극열전의 두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두 늙은 도둑들의 만담이 이어지는 이 작품 역시 평일 낮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 두 작품은 공통점을 있다. 배우 조재현이 제작에 참여하는 [연극열전2] 시리즈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점 이외에도 각각 장진, 김지훈이라는 영화계 흥행 감독들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아왔던 것. 스타성을 지닌 배우들의 참여도 물론 한 몫 했을 터다. 이런 시도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그동안 뮤지컬에 치중돼 왔던 관객들의 시선이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연극으로도 분포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아닐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해 2009년 초까지 꽉 찬 1년 동안 연극열전2는 지속될 예정이니, 씨앗은 뿌려지고 있다고 볼 만하다. 연극열전2의 [서툰 사람들]과 [늘근도둑 이야기], 그 이후 라인업을 살펴본다. 엉뚱하고 귀여운 도둑과 집주인. [서툰 사람들] 한 독신자 아파트. 집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혼자 맥주 한 캔을 뚝딱 마셔버리고 잠자리에 든다. 그때 아파트 현관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침입하는 도둑. 그런데 경악하는 집주인에 대고 대뜸 도둑이 소리친다. ‘아니 문을 안 잠그면 어떻게 해! 그것도 모르고 열었다 잠갔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줄 알아’ 장진 감독이 23살에 썼다는 이 작품은 장진식 코미디와 엉뚱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엉뚱한 상황극이다. 잠그지도 않은 문 때문에 문밖에서 애 먹은 도둑과, 자기 비상금이 어디 있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집주인. 장진 감독 스스로가 말했듯 ‘20대 초 그때가 아니면 쓸 수 없었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쓰여진지 제법 시간이 지난 작품인 만큼 세련됨은 덜하지만 동화적이고 순수한 발상은 장진감독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띄게 빛난다고 할만 하다. 오랜만에 무대를 연출한 장진 감독과 한채영, 강성진, 류승룡, 장영남 등 스타배우들의 등장으로 이미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이 2주 연장된다. 그 동안 좌석이 동나 아직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듯하다. [늘근도둑 이야기] 두 도둑들의 만담 들어보실라우? 형무소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두 늙은 도둑이 특사로 풀려난 후 고위관직자의 미술관을 털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두 도둑은 자신들이 털러 온 장소가가 ‘그 분’의 미술관인줄도 모르고 금고을 털 생각을 하며 서로의 인생에 대해 만담을 늘어놓는다. “내가 대통령을 여덟 분 다 모신 도둑놈이야”라며 어이없는 허풍을 치는 두 늙은 도둑을 통해 웃기는 풍자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生연극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공연될 당시, ‘정말 웃기는 연극’이라는 입 소문에 배우 명계남의 유명세까지 가세하여 대기표까지 만들어야 할 만큼 많은 관객들이 몰려든 바 있다. 김지훈 감독의 연극연출 데뷔작으로 스스로가 [늘근 도둑 이야기]는 스스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연극이었다고.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89년 초연 당시의 날카로운 풍자보다는 웃음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박철민, 박원상, 유형관 등 배우들의 열연이 핵심인 작품이다. [돌아온 엄사장] [블랙버드] [리타길들이기] 등 화제는 계속된다 [서툰 사람들] [늘근도둑 이야기] 이후 예정된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우선 창작 초연작으로 2007년 상반기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한국 연극계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최고의 연출자로써 입지를 굳힌 박근형 연출의 2008년 신작 [돌아온 엄사장]과 현재 대학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예작가 박춘근의 [민들레 바람되어]가 김낙형 연출, 조재현 캐스팅으로 초연 될 예정이다. 해외번역초연작품으로는 [블랙버드 Blackbird]가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2005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소개되어 영국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의 최신작으로 2004년 연극열전에서 [에쿠우스]로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연출가 김광보가 연출을 맡는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연 중인 [라이프 인 더 씨어터 A Life in the Theater],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일본 최고의 흥행작가 미타니 코우키(Koki Mitani)의 [웃음의 대학 Waraino Daigaku] 등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재 공연 되는 작품으로는 유지태 원안과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육분의 륙], 2004년 연극열전에서 중년 여성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잘자요, 엄마 ‘night, Mother] 와 공연마다 화제가 되었던 윌리 러셀(Willy Russel)의 수작 [리타 길들이기 Educating Rita] 가 준비되어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8.01.15 / 조회 10,747
-
[늘근도둑 이야기] 김지훈 감독 “포복절도와 풍자 기대해도 좋을 것”
영화 [화려한 휴가]로 700백만 관객을 동원, ‘흥행감독’의 타이틀을 따 낸 김지훈 감독이 이번에는 연극 연출에 나선다. 그가 도전하는 작품은 배우 조재현이 제작자로 나선 연극열전의 두 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 89년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두 명의 어리숙한 도둑을 앞세운 코믹사회풍자극이다. 지난 2002년 감독 스스로 가장 행복하고 재미있게 봤다는 연극의 연출을 맡게 된 김지훈 감독은 요즘 막바지 연습으로 대학로 연습실을 떠나지 않는다. [화려한 휴가] 이후 연극을 선택한 게 의외다. 연극 연출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나도 의외다. (웃음) 우선 영화를 10년 간 하면서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반문이 들었다. 직장에서 재교육을 하거나 과외를 하듯 감독으로서 채워야 할 부분이 느껴졌고, 연극은 나를 돌아볼 좋은 기회였다. [늘근도둑 이야기]는 가장 행복하고 재미있게 본 연극이다. 내가 힘든 시기에 나에게 행복을 준 작품이기 때문에 이번에 관객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제작자인 조재현씨에게 제의 받은 건가. 올 초에 조재현씨와 술을 먹다 술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제의를 하셨고, 마침 때가 잘 맞아서 참여했다. 89년 초연된 작품이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훌륭한 텍스트이기 때문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늘근도둑 이야기]가 초연됐을 당시는 사회가 깨끗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풍자가 대담했던 거다. 하지만 요즘에는 UCC니 블로그니 개인의 참여가 활발해서 풍자대신 풍자 이상의 재미와 감흥을 주려고 한다. 연극과 영화 연출의 차이점을 느꼈을 거 같다.병원에 비유를 하자면, 연극은 중환자 병동이고 영화는 재활병동이다. 영화는 수시로 감독이 개입해서 보완하고, 여러 가지 테그닉을 사용해 만들어 가는 반면, 연극은 자기 스스로 면역이 생겨 깨어나길 기다려야 하고 적재적소에 처방을 하는 거다. 그러니 연극은 각각 다른 진맥이 나올수 있어도 처방은 하나인 거 같다. 기다리고 준비하는 거 말이다. 박원상, 박철민, 유형관, 정경호씨 등 낯익은 배우들이 이번 무대에 서는데.. 대부분 내 영화에 출연해줬던 배우들이다. 그 분들이 갈 데가 없다(웃음). 사실 배우들은 영화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줬던 분들이다. [목포는 항구다] 할 때 많이 미숙한 나를 인간적으로 커버해 줬던 사람들이고. 영화에서는 내가 잘난척 했지만 연극에 와서는 많이 배운다. 친해서 하는 것 보다, 꼭 같이 작업 하고 싶은 배우들이었다. [늘근도둑 이야기]를 본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근도둑 이야기]는 태생부터 팔딱팔딱 뛰는 활어 같은 작품이다.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들을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물 속에 들어가서 체험하는 하는 느낌이 들거다. 더불어 포복절도와 행복을 함께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근도둑 이야기 연습현장>1월 4일, 개막을 코앞에 두고 [늘근도둑 이야기] 배우들은 대학로 연습실에서 막바지 다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배우들 대부분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낯이 익은 얼굴. 이날은 더블 캐스팅 배우들 중 박원상과 정경호가 등장했다. 연습임에도 감옥에서 초파일 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의 만담이 폭소를 이끈다. 어리버리한 '형님' '아우'의 좌충우돌 현장.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7.12.24 / 조회 13,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