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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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곤의 선물> 강한 연극의 맛
극단 실험극장의 연극 (피터 쉐퍼 작/ 구태환 연출)이 지난 2009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은 를 탄생시킨 작가 피터 쉐퍼의 역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 천재 극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그의 작품 세계와 신념을 파헤치며 자신만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주인공 ‘에드워드 담슨’의 이야기가 그의 아내 헬렌의 입을 통해 충격적으로 펼쳐진다. ‘우상들’ ‘특권’ 등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고, 그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 헬렌을 찾아오면서 극은 시작한다. 극단적인 세계관과 열정을 가진 에드워드은 평화주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헬렌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극작가로 올라서지만 자신의 신념과 광기에 사로잡혀 파멸을 향해 가는 과정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무대에서 펼쳐진다. 충격적인 결말로 향하며 한 인간의 내면이 하나씩 적나라게 드러나는 과정이 추리형식으로 밀도 높게 짜여져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그녀 모습을 본 사람이나 동물은 모두 돌로 변하게 하는 괴물로 흔히 메두사로 지칭된다. 이 작품에선 담슨과 헬렌의 신념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중견 배우 정원중이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으로, 김소희가 그의 부인 헬렌으로 분해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이동준, 고인배, 이영석, 박선욱 등 연기파 배우들이 탄탄한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며 강한 연극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은 2월 23일부터 3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2.24 / 조회 9,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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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프루프’로 연출에 도전한 뮤지컬 전문가 이유리 교수를 만나다
연극 ‘프루프’는 강혜정, 이윤지가 주연을 맡아 공연계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있다. 바로 연출을 이유리 교수가 맡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동숭아트센터 기획부장,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출신인 기획자이자,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과 학장을 맡고 있는 뮤지컬 전문가다. 그런 그녀가 ‘연출’에 도전했다. 그것도 전문 분야 뮤지컬이 아닌 연극으로. 생소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연극 ‘프루프’ 연출에 대한 고민과 고뇌 때문인지 그녀는 핼쑥해진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야윈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에서 그녀의 나이는 전혀 가늠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공연계에서 지내온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녀는 “몇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결국은 공연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공연은 내 내부의 명령이었죠”라며 공연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는 천성적인 공연예술가였다. Q. 공연 기획자로서 쌓아온 명성과 노하우, 교수로서의 편안한 지위가 있는데, 갑자기 연출이라니 놀랐습니다. 연출 도전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연희단거리패 창단멤버로 연극을 시작하면서 공연계에 입문해 올해로 25년째 공연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배우로 시작했죠. 배우 기질이 아니라는 생각에 1년 만에 배우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나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연출이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요즘도 연출로서의 삶이 어려운데, 그 당시에 연출 생활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연출의 가져야 할 가장 큰 능력이 배우나 스텝 등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장악력과 통솔력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저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던 것 같아 포기했죠.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작업을 계속 미뤄왔던 거에요. 최근 연출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극단 후배이자 기획 후배이기도 한 악어컴퍼니 대표가 제게 기회를 줘서 이렇게 연출로서 입봉하게 됐어요. Q. 뮤지컬 전문가에게 첫 연출 입봉 작품이 연극이라는 것이 낯섭니다. 연극 ‘프루프’를 첫 작품으로 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를 몽상가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죠. 더불어 첫 연출이기에 연출의 힘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공연이었으면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프루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은 초연도 아니고 배우를 통해 극이 드러나는 작품이잖아요. 하지만 연출을 처음 해보니 정말 쉽지 않아요. Q. 공연계가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연계가 힘든 것은 한국의 실정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공연 비즈니스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연극배우나 스텝 등 대부분 공연예술가들은 가난하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공연하는 실정이니까. 그것은 공연계의 특수한 구조 때문인 것 같아요. 뮤지컬로 예를 들어볼게요. 다른 비즈니스들은 시장이 세계적으로 보급돼 있는 반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유럽 군소, 일본 등 많아야 다섯 개 정도가 시장이죠. 이렇게 특수한 시장에서 산업이 활성화되기는 힘들어요.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공연은 전체 제작비의 60%가 인건비로 사용되는 굉장히 원시적이고 수공업적인 형태의 구조를 가졌어요. 공연 산업이라는 말자체도 최근 생긴거에요.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공연예술가들은 공연계가 어렵다고 이야기 하면서 살 것 같아요. 숙명인 거죠. Q. 공연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니에요. 암울할 필요는 없어요. 공연의 묘미는 여기 있죠. 창의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성취욕구가 크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주죠. 그렇기에 사람들이 직업으로 삼아 버티는 거에요. 어렵지만 희소가치는 있어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 대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인 공연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뮤지컬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뮤지컬이 안고 있는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에요. 공연은 전문가 시장인데 한명의 전문가가 만들어지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하죠. 현재 한국 뮤지컬계 역사가 짧다보니 극소수의 전문가가 극소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교육도 기존에는 없었구요. 그렇기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껴요. 뮤지컬 배우나 스텝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연극과의 교육이 연극 교육에서 춤, 노래를 강화시키는 뮤지컬 교육으로 바뀌고 있고 뮤지컬과들이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과 기업이 협력하는 산학협력 체제가 필요해요. 제작사에서 창작공연을 올리기 전에 학교에 학생들과 함께 워크샵형태를 갖는 거죠. 제작사 입장에서는 학교에 구축돼있는 시설과 인적 자원 등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죠. 이러한 산학협력 체제는 점점 증가할 거라고 예측돼요. Q. 지금까지 기획, 연출, 교육까지 많은 것들을 하셨습니다. 공연에 대한 갖고 계신 철학이 있습니까? 30대에 맹렬하게 기획자로 살았어요. 그때 저는 ‘지금은 비즈니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각자적 운동을 하는거다’라고 얘기하면서 치열하게 일했죠. 공연계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면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 세계에요. 하지만 공연은 사람끼리 소통하고 본질적으로 부딪히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까지 공연인으로 살아 온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공연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뮤지컬이 서양에서 들어온 공연 장르이긴 하지만 ‘신명’을 외치는 우리 민족과 참 잘 맞아요. 창작뮤지컬에 좋은 콘텐츠가 나와서 세계적으로도 발휘할 수 있는 공연물로 키우고 싶어요. 작품성과 대중성을 잡는 창작뮤지컬의 모델이 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공연계는 누군가 치열한 의식을 가지고 시도하면 최초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요. 15년 전, 연극 ‘어머니’를 하면서 ‘아트포스터’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었고, 연출로의 입봉도 늦은 나이에 시작했죠. 실험적이고 도적적이고 또 개척적인 이 기질이 고달프긴 했지만 후회 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 운명이자 또 지금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갖고 있는 운명이 아닐까요. 글_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12 / 조회 15,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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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우리가 풀어야할 함수관계, 연극 ‘프루프’
연극 ‘프루프’는 배우 강혜정의 출연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영화 출연을 위주로 활동했던 그녀의 첫 연극 데뷔무대라는 점과 출산 이후 공식적인 행보로 선택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 역시 제작발표회 당시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한 만큼 무대는 배우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무대를 거쳐 갔고 연기의 깊이를 알았던 것처럼 배우 강혜정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10개월 가까이 굳어있던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 캐서린이라는 인물에 비로소 생기를 불어넣었다. 캐서린이 느꼈던 불안과 고민은 마치 그녀 안에 이미 녹아들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분출된다.- 캐서린에 대입되는 불안정한 자아유독 자아가 강하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서린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불안정한 기질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고, 충돌한다. 그녀가 어긋나는 이유는 천재적으로 회전하는 수학적 두뇌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연약하고,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연극 ‘프루프’는 캐서린의 정서를 아버지와 언니, 그리고 할의 관계를 통해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낸다.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는 캐서린은 극의 후반부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기에 힘쓴다. 캐서린은 연약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와 애착이 그를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짜임새 있는 극 구조극의 구조는 마치 로버트가 겪는 정신분열 증세처럼 현실과 과거가 교차된다. 마치 그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장면 장면을 따다 놓은 느낌이다. 따라서 각각의 장면은 낱개로 서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짜임새를 획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 로버트와 그를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캐서린, 그녀와 관계된 클레어와 할의 관계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장면 안에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어떤 장면은 극 결말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순서를 뒤바꿈으로써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캐서린캐서린은 주로 집 밖에 머문다. 무대도 일반적인 작품처럼 장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 집 밖 마당이다. 사람들은 문을 열고 닫으며 집을 드나들지만 캐서린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혼자 수학 증명을 풀 때도, 할을 만날 때도 모두 이 장소에 서 있었다. 캐서린이 느끼는 소외감과 모든 것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고독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더욱이 아버지의 정신분열 증세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가 처음부터 극복해야 될 과제였다. 배우들의 호연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이 모든 것을 뛰어 넘는다. 극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치밀하게 계산된 개연성 덕분으로 관객들은 캐서린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8 / 조회 1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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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사람과 사람 사이도 증명되나요?”
수학에서 정답은 하나이지만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람도 그렇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저 사람과 나의 관계에 대해 각자의 방법으로 함수를 풀고 증명해나간다. 는 천재 수학자가 겪는, 사람간의 고통스러운 함수 관계를 그리는 연극이다.아버지에게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이어 받았지만,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 때문에 자신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캐서린 역은 강혜정과 이윤지가 맡아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지난 19일 공개된 프레스콜에서 이윤지는 차갑고 냉철한 캐서린을, 강혜정은 그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서린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남명렬, 이윤지, 강혜정, 정원중20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50대에 접어들어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로버트 역엔 배우 남명렬과 정원중이 캐스팅됐고, 캐서린의 언니이자 활동적인 커리어우먼 클레어는 하다솜과 김태인이 연기했다. 또한 캐서린과 세상을 이어주는 남자 할 역은 김동현이 열연한다. 데이비드 어번의 희곡으로 2000년 초연돼 2001년 토니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선 2003년 김광보 연출, 2008년 유연수 연출로 소개된 바 있다. 2010년 는 이유리 연출이 맡아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드러낸다. 는 12월 12일까지 대학로예술마당에서 공연된다. 25번째 생일날, 아버지(정원중)의 환영과 나누는 캐서린(강혜정). 로버트의 장례식. 서로 호감을 느끼는 할(김동현) 캐서린(이윤지).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 "이 집을 팔고 나와 뉴욕에 가자" 언니 클레어(김태인). "난 언니가 싫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캐서린과 할. 정신질환을 앓는 로버트(남명렬). 그를 돌보는 딸 캐서린(이윤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이민옥(okjassi@daum.net)
2010.10.21 / 조회 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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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그들의 캐서린 <프루프> 강혜정, 이윤지
배우 강혜정과 이윤지가 그들의 첫 연극 에서 같은 역할로 만났다. 갖고 있는 매력, 연기 스타일 면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이기에 흥미롭게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것. 이들이 그려낼 인물은 근본적인 불안함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천재 수학자 캐서린이다. 수학의 천재였던 아버지에게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신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수학적 명민함과 감정적 불안함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이다. 출산 후 첫 공식 무대인데다, 영화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강혜정과 그 동안 여성적이고 귀여운 이미지 대신 신경질적인 내면을 보여줄 이윤지의 연기 대결이란 점만으로도 연극 관객에겐 즐거운 소식이다. 다른 에너지, 다른 캐서린한 작품에 출연하며 서로 견제하고 시기(?)하곤 한다는, 여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한 클리셰는 두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달 이상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자상한 언니, 믿음직한 동생이 되었다. 강혜정은 이어진 인터뷰 스케줄로 지친 기색인 이윤지의 끼니 걱정을 하고, 이윤지는 “굉장히 자상한 면이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낸다. 강혜정(이하 강)_전 윤지씨가 먼저 (프루프를) 하기로 했다는 걸 듣고 대본을 받았어요. (이윤지에게) 그래서 사실 너를 대입해서 읽은 게 되게 컸거든. (이윤지: 진짜?)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윤지(이하 이)_전 아무 이야기 없이 대본이 왔어요. 읽으면서 이게 연극 대본인 걸 알았거든요. 100% 작품 때문에 도전을 했죠. 인터미션까지 2시간인데, 저만 잘 해낸다면 정말 밀도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았어요. 아버지에게 광기를 물려받았을 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내면의 불안함을 지닌 캐서린은 그만큼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다. 액션이 크거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진 않지만 캐서린으로 분한 두 사람은 곤두선 마음을 객석까지 전해야 한다.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강혜정과 차갑고 귀여운 이미지를 넘나드는 이윤지. 두 배우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각기 다른 캐서린을 만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즐거움일 것. 강_전 여러모로 윤지씨와 제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연기자로서 비슷한 점은 리딩 때 처음 느꼈어요. 이 배우와 내가 에너지가 많다라는 점이 굉장히 닮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종류의 에너지에요. 이 친구가 다 안고 품는 에너지라면, 저는 다 불태워 버리는 에너지죠. 정말 에너지가 많은 배우에요. 무대에 섰을 때 같은 종류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파워풀 한 두 명의 캐서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_ 전 관객으로서 제일 기대가 돼요. 언니가 이 작품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반드시 두 배우의 공연을 다 봐야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많이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언니가 캐스팅 된 게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내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강_캐서린은 별난 캐릭터에요. 짜증스럽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그러면서 위태로워요. 그런 캐서린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본 윤지씨와 제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스타일과 성격이 다르니까. 되게 재미있어요. 볼 때 마다. 소통의 부재, 외로움작품에서 캐서린이 이질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그녀가 수학천재라는 설정 때문일 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기호와 암호 같은 숫자를 줄줄 풀어내는 그녀가 수학은 멀리했던 사람에겐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느껴지기 일쑤. 강혜정이 “수학 이론은 다 외우지도 못했다”며 고개를 절래 흔드자 “틀리게 해도 관객들이 모르지 않을까”라며 깔깔 웃는다. 강_그 수학이론 틀리게 하면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있대요. 이_독해, 독해(웃음). 제가 봤을 땐, 국어 천재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 수학 천재가 된 것은 가장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과 존재의 외로움 같이, 상반된 것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해결 할 수 없는 여백. 그런 것 때문에 다뤘다고 생각해요. 강_그래도 암산이나 수학 잘 하는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요(웃음). 저희 친오빠가 그렇거든요. 물론 내가 못하는 것들을 연기하니까 좋긴 해요. 그거 있잖아요. 악역을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도 나빠 보이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린 또 천재 역할이잖아요. 마냥 똑똑해 보이지(웃음). 수학 이야기엔 깔깔 웃지만 극 중 캐서린이 겪는 외로움, 타인과 소통의 어려움은 연기자로서 사는 마냥 남의 일은 아니다. 강_캐서린의 외로운 면에는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비단 그 아이(캐서린)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 있거든요. 어쩌면, 한 사람은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른 잣대와 해석 같은 것들로 이 사람을 틀리게 만들고 있지 않나, 그래서 외롭지 않나. 이 친구(이윤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쓸쓸해질 때가 많죠. “자극, 서로 매일 받아요” 이_ 연습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는 항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거든요. 즐겁다는 이야기가 부족할 정도에요. 첫 연극에 도전하며, 한 달 이상 연습을 이어오며 생기는 정은 배우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식성부터 말투까지 닮아간다”는 연습실 분위기를 자랑하기 여념 없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강혜정은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두고 나오니 더 책임감이 든다”면서 “그래도 마음으로 낳은 윤지만 하겠나”며 깔깔 웃는다. 아이 자랑을 자주 들은 이윤지가 스스로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직 아이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캐서린의 괴팍한 모습으론 볼 수 없고, 공연 끝나면 언니에게 부탁해서 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사적으론 친한 언니 동생이지만 연기자로선 서로가 자극이 되는 상대라고. 강_윤지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활용 해요. 밀고 당길 줄 아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매 순간 다르죠. 그걸 볼 때 마다 찌릿찌릿 하죠. 나도 저거 한 번 해볼까? 하고 나중에 하면 나와는 맞지 않고(웃음). 이_전 언니에게 받는 건 자극 밖에 없어요(웃음). 항상. 똑 같은 글자로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강_캐서린이 50명 정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렇죠?(웃음) “호기심을 일으키는 공연은 관객이 찾을 것”이라는 강혜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캐서린을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충만해졌으니까. 2010년 가을, 두 배우의 연극이라는 첫 경험에 주목해본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정근호
2010.10.08 / 조회 1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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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나의 첫 무대 <프루프>의 강혜정, 이윤지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 천재성과 더불어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정신질환까지 자신 안에 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녀 관계에 아슬함을 더한다. 연극 는 아버지와 그의 딸, 자매간, 타인 간의 관계를 통해 어긋나 있던 소통의 궤도가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강혜정과 이윤지에게는 작품 속 증명의 숙제 뿐 아니라,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도 빛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연기하는 마음 가짐은 언제나 같아. 강혜정‘무대가 좋다’ 시리즈 작품이 줄곧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첫 작품이 잘 되면,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만큼 잘 되야 된다는 부담감, 없진 않다. 영화나 드라마, 또 공연을 할 때나 그런 생각만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자꾸 딴 생각을 하면 흐트러진다. 특히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웃음) 흥행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진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생각한다. 이 앞에 앉아 계신 분부터 저 끝의 관객에게까지 목소리가 가야 한다, 이런 것들 포함해서, 지금도 훈련하고 있다. 지금 공연 중인 는 봤는가? 절대 쉬운 공연이 아니더라. 배우들이 상당히 연기를 매끈하게 잘 하신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문근영은 사실 우리에게 큰 스타배우지 않느냐. 그런 스타배우가 과감히 자기의 몸을 무대 위에서 드러내 춤을 추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린 친구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나도 그 나이땐 못할 게 없었지만(웃음) 저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놀랐다. 함께 출연하신 진경 선배님을 보면서 와, 어떻게 작은 발성으로 저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굉장히 안정된 톤으로 연기하시는 것 같았다. 그 나이때 못할 게 없었다고 했는데, 그래도 못했던 것이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역할은? 난 아직 어리다.(웃음)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지금도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열 일곱 살 고등학생 역할이어도. 그러나 그런 작품을 내게 주진 않으시겠지.(웃음) 그러나 그녀(문근영)에겐 갈 거 아닌가.(웃음) 기회만 된다면, 스물 다섯의 강혜정으로 돌아간다면, 공룡이나, 골룸 같은 역할? 해보고 싶다.(웃음) 수학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가? 실제로 수학을 풀어햐 하는 장면은 없다. 그래서 따로 수학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관심은 생겼다. 어느날 포털 사이트에 ‘i=허수’라는 문구를 봤는데 예전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걸 그걸 클릭해서 찾아보기도 했다.(웃음) 작품의 작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꽉꽉 막힌 수학자들이 답답한 수학적 소통법으로 소통하다가, 사람 관계에 답 안나오는 경우 되게 많지 않느냐, 그렇게 증명이 안되는 모습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 그런 것들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사실 좀 의외다, 라는 반응을 보이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언젠가는 내가 꼭 한번 겪어야 될 관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시더라. 잘 할 수 있을거란 말씀을 많이들 해 주신다. 영화 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가장 마음 단단히 먹는 부분이, 그분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출산 후 복귀가 빠른데, 체력적인 것을 비롯해 힘든 점은 없는가? 일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힘이 딸린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극대화된 에너지를 보여주고 나선 비단,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랑 떨어져 나오는 건 너무 힘들다. 더 같이 있고 싶고 계속 놀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단 욕심만으로 이 작품을 택한 건 아니다. 연극이라는 게 머리에서 발 끝까지 보여주는 작업이어서 나를 단련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 그런 걸 겪다 보니 내 몸을 회복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오랜 시간 두고 분석하고 리딩하며 서로 이야기 주로 받는, 이런 과정을 통해 10개월 가까이 굳어 있던 머리가 회전하는 것 같고. 또, 창피하지 않은 날씬한 엄마가 되고 싶기도 했다.(웃음) 기존 작업들과 연극 연습과정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영화는 한 장면, 장면으로 찍어나가고, 그 한 장면을 위해 하루의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연극은 장면, 장면이 연결된 한 극을 위해 그 하룻동안의 에너지를 쏟아야 된다. 그게 젤 적응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연습 많이 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예전에 무대를 하나도 모를 때도 그렇고, 그냥 공연만 보러 다녔을 때도 그렇고, 지금에도 드는 생각이, 저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고 하면 모든 게 다 신경이 쓰인다. 제대로 걷기가 참 힘들다. 지금 무대 연기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어마어마한 고충을 통해서 이 무대에 올라간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된다. 연습하면서 들었던 칭찬과 지적이 있다면? 난 빨리 배운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머지가 다 지적이다.(웃음) 습관적으로 걸어왔던 품세나 말하는 것이 연극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많이 지적받는다. 더블 캐스팅 된 이윤지를 평가해 본다면? 내가 평가를 내릴 입장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 다만 그 친구는 머리가 정말 비상하다. 분석력도 뛰어나고, 감성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것들이 연습할 때 캐릭터의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것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감성도 좋고, 머리도 좋고. 게임 끝난거 아니냐.(웃음) 내가 더 잘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더라.(웃음)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길 제간이 없더라. 배우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 될 것. 이윤지 강혜정이 똑똑하고 섬세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렇다면 이윤지가 보는 강혜정은? 실제로 난 화장실에 있다가도 이따금 엄마를 부른다.(웃음) 그 정도로 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망설이는 게 많고, 그런 부분을 보고 이야기 하신 좋은 평가 같다. 실은 언니를 처음 본 건 올드보이 오디션 장이었다. 언니가 오디션 하는 걸 듣기만 했는데, 그때 알았다, 그냥 집에 갈까?(웃음)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시간을 아끼고,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웃음)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고, 또 현재 스타일리스트도 같기 때문에 언니 소식도 자주 접하고, 남다른 친근감이 있었다. 같은 역할이고, 언니와 내가 상반된 이미지라 이번 작품에서 연기할 때 아마도 작전을 다르게 짜야 할 것 같다. 연습실에서 언니 하는 걸 볼 때 너무나 색다른 표현을 하셔서 놀라곤 한다. 앞서 짐승 같은, 본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배우 이윤지 뿐만 아니라 인간 이윤지로서의 다짐이나 도전 같이 느껴진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것이다. 아직 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스물 일곱에 이런 작품과 배역을 맡은 건 결정타이며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굴레스러웠던 것들을, 본능에 충실해서 연기를 하다 보면 조금 더 그 굴레를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굴레를 깨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가 노력을 하고 원해서 만들었던 것이고, 뭔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는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외면했던 부분에 좀 더 솔직하고 진실에 가깝게, 그러면 내 굴레를 지키기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 대학 재학 시 연극을 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의 어떤 역할이었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라는 작품이었다.(2008년 12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50주년 기념 공연) 헤르미온이라는 왕비 역을 맡았었는데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판타지 한 작품이었다. 학교 작품이었다고 하기엔 규모가 무척 컸다. 그때 역시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연습실 공간 자체가 너무 좋다. 모든 게 갖춰진 채로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앞구르기도 하고 다리도 찢고(웃음) 그런 모습들, 잊으면 안 되는데 잊었던 것들을 다시 찾는 곳이 연습실이다. 아직 많이 배워야겠지만 연습실이 너무 좋고, 쉬는 날에도 다른 분들도 나와 계셔서 자극이 많이 된다. 말고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은? 정말 인터뷰를 위한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실 실장님이 스케줄을 정리하시면서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하게 된다면이 아니라 할거에요”라고 이야기 했다.(웃음) 내겐 정말 필연적인 작품이다. 아마도 캐서린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연습기간까지 몇 개월을 살고 나면 좀 더 여유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솔직하고 좀 더 진실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욕심을 더욱 내게 될 것도 같다. 학교 다니면서 많은 연극을 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을 보며, 어떤 밀도로 짜여지는지 알다 보니, 원래 이 느낌이지, 이거지, 하는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다음에 드라마든 영화든 접하게 되면 그 때 내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여러모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9.20 / 조회 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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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 이윤지 첫 연극 <프루프> 제작발표회 현장
천재 수학자이자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존 내쉬를 모티브로 한 연극 가 10월 공연에 앞서 지난 14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악어컴퍼니와 나무액터스가 함께 기획하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는 존 내쉬와 그의 가상의 두 딸, 그리고 존의 제자 할이 등장해 인간의 천재성과 광기, 이들 사이의 복잡하고도 밀도 높은 관계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미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의 작품으로,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 받아 현재까지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및 기획자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작품으로 연출가로 나서는 이유리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어떤 가치로 사나,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새롭게 해석한 인물의 모습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2008년 한국 공연 당시 추상미, 장영남, 김지호 등의 열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는 이번 공연에서 연기파 배우 정원중이 천재 수학자이나 말년에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로버트 역을 맡았으며, 그의 천재성을 물려 받은 둘째 딸 역엔 강혜정과 이윤지가 함께 나선다. 오랜만에 만난 강혜정결혼, 출산 후 첫 공식 무대를 연극으로 택한 강혜정은 “캐서린은 천재 수학자 아버지 밑에서 천재성, 광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 안의 소중함을 깨닫는 성장 드라마가 바로 ”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서린을 두고 “본능에 많이 충실한, 다듬어 지지 않은 짐승 같은 모습이 나와 닮은 것 같다”는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선 출산 전후 마음가짐은 똑같지만, 영화와 달리 편집이나 컷이 없이 2시간 내내 전신이 무대 위에 노출다는 점에서 무척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저도 첫 연극이에요" 캐서린 역의 이윤지최근 드라마에서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 역을 소화한 이윤지 역시 이번 작품이 데뷔 후 사회에서의 첫 연극. “대본을 받자마자 다 읽었고, 캐서린을 할 것을 직감했다”는 그는, “그간 선보였던 이미지와는 다른, 배우나 개인 이윤지로서 본능적인, 솔직해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이 작품에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 생각이 더욱 난다는 천재수학자 로버트 역의 정원중“돌아가신 부친을 향한 용서의 기분이 있어 우리 형제들도 보러 오면 많이 울 것 같다”는 정원중은 구체적인 언급은 아끼면서도 “맘에 드는 대사들이 많은데 최대한 관객분들에게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작품에 대한 태도를 진중히 이어나갔다. 스승의 증명을 믿고 밝혀 나가는 제자 할 역의 김동현이 밖에 “키스신이 무척 떨린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를 터트리게 만든 김동현은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제자인 할 역을 맡아 강혜정, 이윤지와 호흡을 맞춘다.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많아 현실적인 성공을 이뤄내는 캐서린의 언니 클래어 역으로 김태인과 하다솜이 번갈아 나설 예정이다.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 역의 김태인, 하다솜#속닥속닥 시리즈 "무슨 이야기 중?" #새로운 부녀 탄생# 우리만의 증명을 해 보일까요? 화이팅! 천재와 광기 사이, 수학 증명의 과정을 통해 개인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풀어내는 연극 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컬쳐스페이스nu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2010.09.16 / 조회 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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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아트] 규태의 김석훈
자연의 순수함을 간직한
연기자 김석훈
[3월의 아트]의 공연시간 임박. 시작을 알리는 조명의 암전. 그리고 등장하는 세 친구들. 그 곳에 규태 김석훈이 있다. 소극장 작은 무대에 세 친구의 이야기를 가지고 김석훈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연극 아트]는 몇 년 동안의 만남을 계속해 오는 대학로에서 몇 안 되는 좋은 작품 중에 하나이다. 그 작품에 김석훈이 나온다는 소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러려니 할 생각도 모르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드라마, 영화를 하는 사람이 연극을? 이라는 의문부호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석훈은 그 밑바탕이 연극에 있다.
“어머니께서 영화를 좋아하세요. 그래서 제게 영화를 참 많이 보여 주셨죠. 저도 영화 보는 것이 좋아졌고, 제 감성이 이 곳과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천부적인 재질이라기 보다는 연기자로서 연기자라는 사회 구성원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대에서나 어디서나 무엇인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니까요.” 관객들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배우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시작한 연기였다.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처음부터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경우는 아니었다. 재수하면서 연극영화과를 지원하게 되었고, 서울예전을 다니다가 중앙대를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황금기는 대학교 때였다고 한다. 서울예전을 다니던 1학년 때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말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중앙대에 들어가서는 재미있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졸업을 한 김석훈은 국립극단에 들어가게 되는데 23: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게 된다. 국립극장 단원으로 2003년까지 활동했다. 그 사이 국립극단 추천으로 TV드라마 ‘홍길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외부 활동이 더 많아 졌고, 연극을 많이 못하게 되었어요.” 원래 방송이나 영화에 뜻이 없고 연극에만 매진하고 싶어했던 김석훈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드라마나 영화 제의들이 들어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연기자가 되어 안방극장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김석훈. 배우가 가진 큰 필요충분 조건 중에 하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어떤 부류에 있는 사람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허물없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을 좋아해요. 연기자는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환경을 거쳐 저런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 안에서 분석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이 저에게는 연기적인 힘이 되고요.”
배우 김석훈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변신을 꾀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자연스러운 연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아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품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시간이 되면 같이 동참하고 싶었는데 마침 대본을 받게 되었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황과 누구든지 가지게 되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트]를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규태라는 인물이 그에게 코드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지 않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화를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독설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고지식해 보이는 면도 있다고 한다.
그는 스타로서 0점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인기와 명예와 돈을 쫓는 배우가 아닌 진정한 연기를 고집하는 아집스런 면도 만만치 않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바보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배우 김석훈을 세우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 아닐까도 싶다.
[연극 아트]를 보면 수현과 규태 그리고 덕수, 세 친구의 모습이 나온다. 이 세 사람은 어느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공감이 가는 인물이다. 나하고 다른 사람. 그러나 그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세 사람의 모든 부분을 가지고 있어요. 수현같이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비싼 물건을 사기도 하고, 덕수같이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요. 말도 안되게 그런 물건을 사냐고 캐묻고 비난하는 성격도 있어요.” 그가 말했듯이 한 사람에 국한된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세 사람의 모습을 한 사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 말에 많은 공감이 간다. 공감가는 역할은 어디서든지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석훈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무대가 낯설지 않다. 보는 관객도 낯설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연기가 자연스럽기 때문일까?
그는 연극도 좋아하지만 뮤지컬도 좋아한다.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노래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학, 사랑을 담아 노래로 전달하는 것 만큼 쉬운 방법과 아름다운 장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전해주는 사람도 쉽고 받는 관객들도 빠르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깊이 면에서는 연극보다는 떨어지겠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대학교 1,2학년 때 꿈이 뮤지컬 배우였어요. 춤도 배웠고요. 그런데 군대 갔다와서 영국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뮤지컬 10편을 넘게 보았죠. 보고 나서 뮤지컬을 포기 했어요. 노래만 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지만 그게 인력으로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포기하게 되었죠.”
그는 처음으로 뮤지컬 [왕과나]의 무대에 섰다. 그만의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일 두려워했던 부분이 노래였던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없을 경우에는 그는 대부분 강원도 평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골이라는 자연에서 느끼는 것도 많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밥맛도 좋고 인간성도 좋다고 느껴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한다. 운동도 좋아하고, 등산을 자주 다니게 되서인지 강원도 평창은 자신이 있기에는 최적의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림도 좋아하는 김석훈은 화려한 색깔이나 밝은 색깔을 쓰는 샤갈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김석훈은 친구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고 볼 수 있는 연극이라고 [아트]를 소개한다. [햄릿]같은 작품을 보면 복잡하고 생각할 것이 많이 있겠지만 [아트]는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친구들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연극 아트]는 4월 4월 30일까지 학전블루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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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4.05 / 조회 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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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아트: 송승환, 정원중, 김일우]
중후한 맛이
제대로 빛나는 [아트]
나이가 들면 얘들같아 진다고 했나? 송승환, 정원중, 김일우가 출연하는 [3월의 아트]는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중후한 멋이 있어 안정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가면 어려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살짝 공감하게 만드는 그들의 아트가 더 정감이 가게 한다. 더 나이 드신 분들이 한다면 웃음 속에 눈물까지 흘러 내릴 것 같은 느낌이 짙게 베여 온다.
[3월의 아트]의 송승환, 정원중, 김일우는 미워할 수 없는 세 친구 수현, 덕수, 규태로 분한다. 10년 만에 대학로 소극장을 찾게 된 송승환과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는 김일우와 우직한 역할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정원중이 함께 한다.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같은 극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에너지와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혈기왕성(?)한 20, 30대의 이야기를 이제껏 보여주었다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중후한 멋을 한껏 드러내는 작품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규태와 수현 그리고 덕수. 하얀 캔버스에 하얀 선이 그려져 있어 작품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보인다는 1억 8천만원의 그림 한 점. 이 작품 때문에 한 번도 털어 놓은 적이 없고 털어 놓기도 싫었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남자라는 이유로 ‘좋은 게 좋은 거지’를 넘어서 남자들만의 수다가 여과되지 않고 뿜어져 나온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여지없이 개져 버리고 치졸하고 친구의 우정에 금이 가 외면하게 될 정도로 깊게 파고 들어 간다.
1억 8천만원이나 되는 그림 한 점 때문에 세 친구의 우정은 완전히 발가 벗겨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질투와 알 수 없는 서운함. 애정이 애증이 되고 서로의 감정들이 자신들만의 감정표현으로 건널 수 없는 선까지 넘어서게 된다. 장난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끝내는 벼랑 끝까지 내 몰아 톡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은 위기의 순간에 오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풀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만큼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해서 원만한 의사소통의 길을 터 놓은 것이리라.
깐깐하고 성격 급함의 극치의 전임교수인 규태와 도도하고 상류의 생활을 하는 피부과 의사 수현, 그리고 우유부단하고 단순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문방구 사장 덕수는 각자의 입장을 지키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 논쟁은 예술과 철학으로 위장되어 있다. 고전주의 사실주의, 모더니즘, 세나카라던가 컨템퍼러리를 내 뱉는다. 그러나 그 논쟁과 싸움의 저변에는 딱 하나의 명제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네가 내 친구이긴 한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친구는 그랬다. 서로에게 친구이길 바라면서 친구 이전에 친구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소유라는 말과는 다른,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우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일지 모른다. [3월의 아트]는 깊숙하고도 깊숙한 ‘우정’이라는 것을 근본적인 문제부터 천천히 되짚어서 철저하게 파헤쳐 간다. 한 사람을 친구로 좋아한다면 그의 모습 그대로 좋아하고 인정하는 것과 친구는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겉치레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3월의 아트] 결말은 세 친구의 소통이었고, 변하지 않고 서로 키워가는 우정이라는 나무를 바라는 결말로 그들 나름대로의 우정을 보여준다.
앙뜨와르 작품을 끔찍이 여기는 현수가 ‘판데기’로 여기는 규태에게 매직으로 1억 8천만원의 앙뜨와르 작품에 낙서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규태는 흰 판데기에 줄을 긋고 흰 눈 위에 스키를 타는 사람을 그려 넣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이미 화해를 했고, 지금까지 헐뜯었던 모든 것들을 깨끗이 묻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셋은 매직크리너로 깨끗이 그림을 지워버린다.
‘알고 있었어? 매직 클리너로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나도 몰랐지.’ 수현은 우정을 수현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수현은 머리를 썼다. 그는 매직 클리너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다시 지워 현상유지를 했다는 완전범죄의 현장을 공범이 되어 그들의 우정은 당분간 영원할 것으로 여겨졌다. 아니 그들은 ‘친구’를 다시 찾게 된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우정이란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어야 하며, 서로 돌봐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현대인간들에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게 하는 무대인 것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3월의 아트]는 대학로 학전블루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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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2006.03.08 / 조회 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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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에서 수현으로 출연하는 송승환
언제나 전 배우예요.
악어컴퍼니의 히트 레퍼토리 [아트]에 ㈜PMC의 송승환 대표가 2004년 [아마데우스] 이후 2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대학로는 10년 만에 무대에 서는 거예요. 95,6년 때에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모노 드라마를 했으니까 10년 만이죠. 97년 난타 초연으로 연극 무대에 설 시간이 없었죠. 2004년에 [아마데우스]를 했었죠. 아무것도 몰랐던 85년에 [아마데우스]를 했었는데 20년 만에 [아마데우스] 무대에 섰을 때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오랜만에 무대 나들이 하시는 것 아니느냐는 질문에 정색하면서 말을 잇는다. “배우로 은퇴한 적도 없고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요. 배우는 내 평생의 업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무대에 설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입니다.”
사람들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기 보다 소위 잘 나가는 제작사의 대표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대에 서실 수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그런 생각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는 천상 배우였고, 배우로 살고 싶어하는 연기자였다.
“배우라는 정체성은 가지고 있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하는 기분이지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연기자로 볼 때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를 했잖아요. 예를 들면, 젊음의 행진 MC를 하면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도 보고, 연극 [에쿠우스]를 하면서 [칼채]라는 영화를 찍었어요. 어릴 때부터 장르의 구분 없이 해왔기 때문에 장르의 구분은 특별히 구분을 짓지 않아요.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무대의 매력을 여쭈어 봤을 때 송승환은 연극이 배우로서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영화 같은 경우에 배우도 훌륭해야 하지만 감독의 작업이 굉장히 많은 작업이고, TV 드라마는 작가 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대본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극은 그런 모든 상황이 배우에게 맡겨지는 것이 많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배우밖에 없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많고 보람도 크다는 그의 말이다.
연극 [아트]는 공전에 히트를 치고 있었던 작품이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재미있고 거침이 없는 그들만의 수수께기가 시작된다. 그곳에 송승환이 있었다. 그는 [아트] 초연 당시 루트원의 최호 대표에게 출연 섭외를 받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배우들이 해서 성공도 했지만 비 배우들이 해서도 더 큰 성공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송승환 대표는 배우 출신이지만 제작자이고, 홍승기 변호사도 출연하고 하는데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었다. 대본을 읽어보고 굉장히 지적인 연극이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케쥴이 안되어서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난 후 공연을 보았고,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라 한다. 언제 시간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작품으로 남겼다고 한다.
“작년부터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가 만나면 [아트]하자고 해서 나도 굉장히 꼭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 연출은 규태 역할을 제안했다고 한다. 처음 리딩할 때 규태 역할로 읽었지만 그는 규태 역할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해왔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수현 역할이 더 끌렸다고 한다. 관객들이 볼 때 얄밉고 그런 역할인데 역할을 바꿔서 읽어봤는데 연출도 좋다고 했단다. 그래서 김일우가 규태 역할을 맡고 그는 수현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수현이 캐릭터가 끌리더라고요. 초연 때부터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말 많고 하는 캐릭터는 많이 해봤어요. 수현이 같은 캐릭터는 안 해본 역할이었거든요. 규태는 ‘아줌마’에서 강석우 친구 교수 역할과 같다는 생각을 했죠.”
송승환 대표는 극 중 흰 널빤지 위에 하얀 그림을 고가로 사들인 친구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키는 럭셔리한 의사 ‘수현’을 맡아서 정원중, 김일우와 호흡을 맞춘다.
PMC 대표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송승환은 차기 프로젝트에 대해서 듣고 싶어졌다.
“[달고나]는 올 해 3월말부터 7월 말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8월 한 달 동안 업그레이드를 거쳐 9,10월 지방공연을 가지고 11,12월에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스케쥴을 잡고 있어요. [달고나]는 중극장용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처음부터 [달고나]는 소극장 보다는 중극장을 목표로 두고 소극장에서 트라이 아웃을 거치는 개념으로 한 것이고, 이제 어느 정도 완성도가 생겼고, 중극장으로 가져갈 만한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2006년 공연 스케쥴을 잡았어요.”
6월부터 충무아트홀에 올려질 [브루클린]과 작년 하반기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만들어진 소극장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도 올 해 11월부터 자유소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장기 공연 되어지고, 8월부터 10월까지 신작 작품 [살인사건]이 초연된다. 2007년도에는 MBC와 함께 제작하는 뮤지컬 [대장금]도 준비하고 있다.
“MBC에서 [대장금]을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저는 저대로 [대장금]을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다는 기획서를 냈죠. 작년에 이야기가 오가다가 올 해 정식 계약을 했고, 오은희 작가가 대본을 만들고 있고, 한진섭 감독이 연출을 맡습니다.”
MBC PD와 PMC PD가 함께 만나 구성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음악이 제일 문제인데 음악 프로듀서를 두고 전체의 음악 톤을 조절하면서 여러 장르의 작곡가에게 의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한다.
“[대장금]은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대장금]을 뮤지컬로 제작하였을 경우 아시아 시장권에 진출하기가 용이합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아시아권은 자막을 읽는 문화가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우리 뮤지컬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장금]은 그 외에도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인 흥행 스토리인 일과 사랑이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요리, 의상, 상궁간의 질투, 덕구의 코믹적인 요소 등이 너무 많아 잘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송대표는 창작뮤지컬이 사랑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영화의 페러다임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헐리우드 영화가 독차지 하고 있던 시기에 한국 영화는 보지 않았죠. 그런데 한국 영화가 왜 되기 시작했을가요? 그것은 영화에 전문 프로듀서들이 등장했고, 해외파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인 정서를 한국 영화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욕’을 들 수 있죠. 헐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나오는 ‘Fuck you’, ‘goddamn’이라고 이야기하면 별로 욕처럼 안 들리는데 한국영화에서 ‘이 씨발놈아’ 하니까 너무 리얼하게 들리는 거죠. 반작용이 어디에 있었느냐하면 드라마예요. 드라마에서는 건달이 나와도 욕을 안 했어요. 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젊은 아이들이 보았을 때는 가짜 같은 거죠. 욕을 안 하기 때문에. 그런데 한국 영화는 리얼하게 욕을 하니까 굉장한 진실감으로 다가오는 거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예요. 라이센스 뮤지컬들 중에 ‘2006년 한국에서 왜 이 작품을 봐야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뮤지컬들이 종종 있어요. 그것은 정서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결국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관객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좀 더 한국적인 정서와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뮤지컬을 찾게 될 것이라는 거죠. 헐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영화로 넘어온 것처럼 뮤지컬도 그런 단계가 오고 있는 거죠. 다만 완성도를 얼마만큼 브로드웨이만큼 높이느냐의 문제인데 브로드웨이 프리프로덕션 제작비가 1,500만불에서 2,000만불이예요. 200억 정도인데 우리나라 시장에서 200억을 사전 제작비로 들여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뮤지컬 시장을 넓혀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죠.”
그런 면에서 아시아 시장이 우리 시장이 되어 가는 것이다. 한류에 뮤지컬도 태동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소극장 위주로 알차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고, 두 번째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는 대극장 뮤지컬로 옮겨가는 것. 내수시장을 보고 대극장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송승환 대표는 말한다. 이제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야만 대형 뮤지컬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수 시장만 가지고 했을 경우 완성도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프라도 구축이 안되어 있고 큰 제작비를 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권에서는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폴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가 한국 뮤지컬을 발전시키는 데에 발판이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라이센스 뮤지컬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고 창작은 별로 없는 것이 실정이다. 극장수준이나 관객의 수준은 높아져 있지만 정작 창작 컨텐츠는 없는 것이다.
PMC와 밀접한 회사인 브로드웨이 아시아의 모회사는 리차드 플랭클린 프로덕션이다. 리차드 프로덕션은 [프로듀서스]와 [헤어스프레이]를 제작했던 회사이다. 그런데 브로드웨이 아시아가 [대장금]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지만 큰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고리가 되어 한국 뮤지컬을 라이센스하여 미국와 유럽으로 진출하고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겠지만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리 손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음악을 만들어 맨 파워를 키워 시장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송대표는 강조한다.
“라이센스 뮤지컬이 한국에 미친 영향력은 컸죠. 시장을 키웠다는 것과 라이센스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 배우들의 역량이 향상되었다는 거죠. 거기서 얻은 결과를 가지고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 남은 숙제이죠.”
송승환 대표는 요즈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트] 연습에 [대장금]과 [난타], [어린이 난타], [호두까기 인형], [도깨비 스톰], [달고나], [살인사건] 등 ㈜PMC의 대표로 스케쥴에 빈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승환 대표가 이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일들을 즐긴다는 데에 있다. 재미있기 때문에 하고 있다는 그는 천상 놀이꾼이다. [아트]도 연습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과 몸이 가볍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MBC ‘여성시대’를 진행중인 송승환 대표는 2006년 같으 하늘 아래에 살고 있으면서 전혀 다른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삶을 메마르게 하지 않고, 교만해 질 수 있는 것을 꺾어주는 역할도 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는 말을 전했다. “너무 진솔해요. 인터넷으로 올리는 사연도 있지만 아직도 연필과 볼펜으로 편지지에 4-5장 씩 써서 보내는 사연들을 보면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많아요. 그런 것이 메말라가는 저를 촉촉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50명의 직원과 60-70명의 배우와 스텝을 이끌고 있는 송승환 대표는 2007년 난타 10주년을 맞이하여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연극 [아트]에서 무대에 선다. “이번에 젊은 사람들과 나이가 있는 사람들, 두 팀이 나뉘어서 하는데 저희 팀의 공연 시간이 좀 늦어질 것 같아요. 능글맞아서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전무송씨나 신구씨가 하는 [아트]도 보고 싶더라고요.”
[아트] 남자들의 수다와 질투를 흠뻑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송승호나 대표는 배우가 갖는 매력이 팬들과 같이 늙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제 자신의 팬들도 40대 초중반이 되어 온다면 무대와 객석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아트]가 시작되는 3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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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2006.02.17 / 조회 1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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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 출연 남경주씨
뮤지컬계 최고 스타 남경주씨도 기(氣)가 죽을 때가 있나 보다.
최근 연극「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마크 오로 원작. 이지나 연출) 연습이 한창인 대학로 한 연습실에서 만난 남씨는 대사 연습을 하며 연극 배우 정원중씨에게 “형! 나 괜찮아?”를 되뇌었다.
오랜만에 서는 연극무대여서 그런지 대사 톤과 시선 처리 등에 부쩍 신경쓰는 눈치다.
공연기획사 PNS컴퍼니(대표 임미란)가 오는 25일부터 한 달 간 대학로 라이브극장 무대에 올리는 연극「메이드 인 차이나」는 남씨의 두 번째 연극 출연작.
남씨는 지난 82년 서울예대 재학시절 연극「보이첵」에 출연한 이후 22년만에 연극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정씨와 뮤지컬 배우 중 시쳇말로 ’연기 좀 된다’는 임춘길씨를 파트너로 맞았다.
“연기에 힘을 빼고 있어요. 뮤지컬 연기는 과시하며 보여주는 연기인데 그런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는 단점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소극장용인데 저는 대극장무대에 익숙해 ’디테일(detail)’한 연기도 부족해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남씨가 연극 무대를 다시 찾은 건 연기의 기본을 다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지만 데뷔를 연극으로 해서 연극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특히 연극 출연은 연기자의 기본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조폭 ’희순’을 연기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육두문자를 쓰지 않고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조폭 세계를 그린 작품.
그 동안 뮤지컬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선하고 착한 ’왕자’ 이미지를 구축해 온 그에게 조폭 연기 도전은 본인한테도 큰 결심인 셈이다.
“제가 갖고있는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어설프게 하면 연기 변신 안 한만 못하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하고 있어요.”
남씨는 한국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레미제라블」「사랑은 비를 타고」「브로드웨이 42번가」「갬블러」등 한국에서 올려진 대부분의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을 도맡아 했다.
최근 조승우, 박건형, 이건명씨 등 젊은 뮤지컬 배우들이 대형 뮤지컬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그의 입지가 다소 주춤한 상태.
인터뷰를 마치며 후배들이 선전을 보며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남씨는 “누릴 것 다 누리고 해보고 싶은 역할 다 해 봤다”며 “뮤지컬의 강세와 후배들의 선전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남씨는 12월께 다시 뮤지컬에 출연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2004.07.29 / 조회 1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