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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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계 대표 예술가 8인 뭉쳤다…‘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 첫 선
우리나라 연극·무용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와 안무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오는 9월 4일부터 10월 7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해외에서 이미 호평을 받았던 국내 초연 연극 4작품과 무용 4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초심 찾기 위해 기획한 ‘베스트 앤 퍼스트’
“예술혼 담긴 정극, 무용 살아있어야”
지난 2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베스트 앤 퍼스트'의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장계환 극장운영부장은 “초심을 찾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운영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 있어 혼란스러웠던 점이 많았다. 이번 기획을 통해 초심을 찾고 정극, 창작 초연 무용 중심의 극장으로 돌아가겠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로가 대중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상업적으로 전도된 측면이 있다. 대학로는 예술혼이 담긴 무용과 정극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 '베스트 앤 퍼스트' 포스터 ◀
이번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에서는 손진책, 최용훈, 제임스 전, 박호빈 등 세대를 넘나드는 8명의 연출·안무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장 부장은 “공연예술계에서 앞선 세대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젊은 세대가 한 공연장에서 각각의 작품으로 현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들을 섭외했다”며 “세대 간의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함께 작품을 통해 시선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호평받은 연극 4편 국내 초연
현재 ‘우리’의 이야기 담아내다
‘베스트 앤 퍼스트’를 통해 소개되는 연극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해외에서 이미 선보인 작품이다.
▶ 손진책 연출 '돼지우리' ◀
먼저, 남아공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돌 후가드의 작품 ‘돼지우리’(9/8~22,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을 탈출해 수십 년 간 돼지우리에서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놀보가 온다’ 등 주로 정통 연극의 현대화에 앞장섰던 극단 미추의 대표 손진책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완규·고수희가 출연을 확정지었다. 손 연출은 “’돼지우리’의 핵심은 두려움”이라며 “각자 우리는 어떤 돼지우리에 살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영국 연극의 미래라 불리는 알리스테어 맥도웰의 작품 ‘엑스(X)’(9/14~3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극단 작은신화를 30여 년 넘게 꾸려가고 있는 최용훈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연락이 끊긴 탐사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 속에서도 고립된 인간의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최 연출은 “X라는 제목은 부정, 지운다는 의미뿐 아니라 길찾기에서의 지역 표시, 여성 염색체 등 다양한 뜻을 포함하고 있다”며 “일그러진 시간과 혼재된 기억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극작가 롤란드 슘멜페닉의 ‘아라비안 나이트’(9/4~9/16,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 전인철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베를린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아라비아 사람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극작과 다른 방식으로 판타지를 더한다. 전 연출은 “자연스러운 무대 관습을 벗어나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연극 ‘크리스천스’(9/27~10/7,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신학도 출신의 미국 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집필한 작품으로, 극단 청년단 대표 민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대형 교회를 배경으로 한 목사가 복음을 전파하며 벌어지는 혼란과 균열을 다룬 이 작품은 공동체의 신념과 인간 사이의 거리에 대해 논한다. 민 연출은 “세대와 세대, 정부와 시민 등이 갈등하는 요즘 시대에서 각자의 거리를 좁혀 나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표 무용가 4인
각기 다른 개성 담은 신작 선보여
한편, 무용 부문에서는 4명의 안무가가 참여해 각자 다른 개성으로 무대를 그려낸다.
▶ 제임스 전 '포스트2000 발레정전' ◀
발레의 대중화에 힘쓰며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했던 제임스 전은 신작 ‘포스트 2000, 발레정전’(10/4~5,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으로 무대를 꾸민다. “발레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준비했다”는 제임스 전은 총 2부로 나누어 60여 년의 발레 인생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2016년 댄스씨어터 까두 해체 후 작업 방향을 바꿨던 안무가 박호빈은 산티아고 순례의 여정을 담은 신작 ‘마크툽’(9/29~3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무대에 올리고, 뮤지컬 ‘꾿빠이, 이상’의 안무에 참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과감한 작업을 시도했던 예효승은 신체에 내재된 감각을 춤으로 일깨우는 작품 ‘오피움’(10/5~7,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선보인다. 또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안무가 이재영은 세상의 모든 구조를 움직임으로 담아낸 ‘구조의 구조’(9/8~9,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를 선보인다.
‘현재’를 바라보는 연출가, 안무가들의 시선이 담긴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는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PRM 제공
2018.08.23 / 조회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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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맛 살린 '심청가'…"판소리 매력에 눈 뜨길"
25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 신작
손진책 연출 "판소리 맛과 멋 극대화"
명창 안숙선 작창·도창 참여해국립창극단 ‘심청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심봉사가 눈 뜨듯 관객들이 판소리의 매력에 눈 뜨길 바란다.” (연출가 손진책)국립창극단이 오랜만에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살린 작품을 선보인다. 25일 개막하는 신작 ‘심청가’(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는 화려한 무대 장식과 음악을 걷어내고 고수와 소리꾼의 호흡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배역을 맡은 단원들이 무대에 등장해 연기도 하고 안무도 선보이지만 그럼에도 남는 것은 절절하게 펼쳐내는 소리다.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남편인 원로 연출가 손진책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연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손 연출은 “‘심청가’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작품이라 다른 해석을 가미하지 않았다”며 “판소리의 맛과 멋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이번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2011년 초연한 ‘수궁가’를 시작으로 이어온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손 연출은 ‘심청가’의 판소리 사설을 30여 년 넘게 연구하며 관련 작품을 만들어온 ‘심청가’ 전문가로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김 예술감독 재임 중에는 국립창극단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퇴임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에 연출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이날 공개된 장면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었다. 작창과 도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의 소리를 시작으로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의 애절한 연기와 소리, 20명 남짓한 단원들이 함께하는 웅장한 합창까지 소리에 집중한 무대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에 부르는 ‘범피중류’ 대목은 10여 분이 넘게 이어지면서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국립창극단 ‘심청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판소리 ‘심청가’는 완창만 6시간에 달한다. 손 연출은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주요 눈대목(판소리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수정 없이 최대한 살렸다. 손 연출은 “다른 작품에서는 ‘범피중류’를 이렇게 길게 보여주지 않는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눈대목을 최대한 살려서 관객이 판소리이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무대는 단조로운 색깔에 최대한 미니멀한 구성으로 꾸몄다. 무대 뒤편에 악단을 배치했지만 합창 장면에서만 음악을 연주할 뿐 대부분의 소리는 한 명의 고수가 소리꾼과 함께 이끌어간다. 손 연출은 “나이가 들수록 세트나 분장을 걷어내고 본질을 드러내고 싶어진다”며 “이번 무대도 관객으로 하여금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소리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단조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여러 창극에 출연해온 안 명창은 이번 작품이 판소리 본연에 집중한 점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 명창은 “우리만의 형식·몸짓·소리·옷·조명을 갖춘 창극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손 연출이 판소리 중심으로 작품을 같이 해보자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국립창극단 대표 단원인 유수정, 민은경, 이소연, 김금미, 유태평양 등이 출연한다.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은 “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판’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며 “판소리의 대중화를 늘 고민하는 입장에서 ‘심청가’는 판소리를 알리는 가장 좋은 공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은 “지금 이 시점에서 판소리를 온전히 무대 위에 가져왔을 때 현대의 새로운 감각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국립창극단 ‘심청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심청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5 / 조회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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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진수 전할 것"…김성녀·손진책·안숙선의 '심청가'
내달 선보이는 국립창극단 신작
판소리 다섯 바탕 창극화 마무리
김성녀·손진책 부부로 함께 참여
"판소리 매력 속 '효' 메시지 담아"연출가 손진책(왼쪽부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명창 안숙선, 김영진 의상 디자이너,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심청가’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예술성이 뛰어나면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판소리를 창극으로 꾸민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남편이자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손진책이 명창 안숙선과 함께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살린 작품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이번 ‘심청가’로 국립창극단은 김 예술감독 재임 이후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창극으로 새로 제작해 레퍼토리로 갖추게 됐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예술감독은 “원래 임기가 31일까지였지만 국립극장 사정으로 연장됐다”며 “그 덕에 재임기간에 판소리 다섯 바탕 모두 창극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판소리 다섯 바탕의 창극화는 ‘이 시대의 창극은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해온 김 예술감독의 숙원 과제이기도 했다. 김 예술감독은 “처음 예술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해외 거장 연출가에게 판소리 다섯 바탕의 제작을 맡겨 세계가 공감할 작품을 만들 계획이었다”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적벽’과 ‘흥보가’는 한국 연출가에게 작품을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손 연출은 30여 년 넘게 ‘심청가’를 연구하며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김 예술감독이 남편인 손 연출에게 창극 ‘심청가’를 맡긴 이유다. 김 예술감독은 “손 연출은 집에서도 늘 같이 있는 사람이라 작품에 따로 초빙을 하지 않았다”며 “임기가 끝난 뒤 손 연출이 내가 없는 극장에서 편하게 연출하길 바랐는데 함께 만나게 돼 쑥스럽다”고 웃었다.이번 ‘심청가’는 최근 국립창극단이 보여준 창극의 현대화 작업보다 판소리의 본연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손 연출은 “최대한 소리가 돋보이는 형태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며 “우리 소리의 ‘듣는 맛’을 살려 판소리의 진수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창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안 명창은 이번 작품의 작창을 맡았다. 도창(창극에서 공연을 이끄는 해설자 역할)으로 무대에도 오른다. 완창으로 5~6시간 걸리는 판소리를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안 명창은 “연습을 하면서도 어느 부분을 잘라야 할지 계속 망설이고 있다”며 “중요한 대목은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안숙선 선생이 이번 작품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 붓고 있다”며 “안숙선 선생에게 바치는 헌정공연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연출가 손진책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살리는 만큼 주제도 원작처럼 ‘효’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중점을 둔다. 손 연출은 “흔히 판소리는 표면적인 주제와 이면적인 주제가 공존한다고 하지만 ‘심청가’는 그렇지 않은 편에 속한다”며 “판소리 원형을 살리는 작품인만큼 주제 역시 현대적인 재해석을 하기 보다 원작 그대로 ‘효’를 갖고 가고자 한다”고 말한다.200편이 넘는 창극·오페라·뮤지컬·연극에 참여한 이태섭이 무대 디자인을 맡는다. 한국의 미를 극대화시킨 현대적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의상은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등에서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인 김영진 디자이너가 맡는다. 아쟁 명인이자 남도 음악에 능한 이태백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국립창극단 창악부장 유수정이 안 명창과 함께 도창으로 무대에 번갈아 오른다. 민은경이 어린 심청, 이소연이 황후 심청을 나눠 연기한다. 김금미는 뺑덕, 유태평양은 심봉사 역으로 캐스팅됐다. ‘심청가’는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명창 안숙선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안숙선 명창(가운데)과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28 / 조회 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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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손숙·오영수·정영숙 '3월의 눈'으로 무대에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내달 7일 명동예술극장 개막연극 ‘3월의 눈’에 출연하는 배우 오현경, 손숙, 정영숙, 오영수(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인 배우 오현경, 손숙, 오영수, 정영숙이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3월의 눈’으로 뭉친다. 국립극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3월의 눈’을 오는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3월의 눈’은 ‘한국 희곡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극작가 배삼식의 대본을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출한 작품이다. 손자를 위해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는 장오와 그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를 그린다.내릴 때는 찬란하지만 닿으면 금세 사라지는 ‘3월의 눈’과 같은 인생의 레퍼토리를 담고 있다. 손진책 연출은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라면서 “삶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해 처음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거쳐 올해는 명동예술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과 다시 만난다. 그동안 장민호, 백성희, 박혜진, 박근형, 변희봉, 신구 등 대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현경과 손숙, 오영수와 정영숙이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하성광, 김정은, 유병훈, 이종무, 박지아 등도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2만~5만원.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1.18 / 조회 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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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체' 심청에 웃고…'애민정신' 세종대왕에 울고
마당놀이·무용·판소리 등 연말 볼만한 전통공연
'심청이 온다' SNS에 허세글 올리는 심봉사
적폐청산 언급하는 뺑덕어멈까지 풍자 넘쳐
'세종의 신악' 노랫말로 듣는 '용비어천가'
관객에게 세종대왕 따뜻한 마음 선물해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분주한 연말 전통예술로 웃음과 감동을 함께 나누는 것은 어떨까.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내년 2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와 ‘제야판소리-안숙선의 만정제 흥보가’(3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국악원 ‘세종의 신악’(22~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한양 그리고 서울’(1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등 전통공연이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열린다.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는 딸, 그런 딸을 잊지 못하는 아비. ‘심청전’은 심 봉사와 심청 두 부녀의 애절한 이야기로 효(孝)의 가치를 전한다. 그런데 ‘심청이 온다’에 등장하는 심 봉사와 심청은 조금 이상하다. 심 봉사는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나머지 허세 가득한 글과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기 바쁘다. 아비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심청은 착한아이 콤플렉스와 현실도피증을 오가는 젊은이다.‘심청이 온다’가 독특한 이유가 있다. 풍자와 해학을 내세운 마당놀이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에서 2014년 초연했다. 80년대 마당놀이 전설을 함께 쓴 손진책(연출)·배삼식(작가)·국수호(안무)·김성녀(연희)가 재결합해 만든 작품으로 초연 당시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심청전’의 인물들을 욕망에 충실한 인물로 재탄생시켜 웃음을 선사한다. 3년 만의 재공연에서는 시대 변화도 반영했다. 심 봉사가 한양으로 길을 떠날 때는 성화를 든 봉사들이 나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 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뺑덕어멈은 ‘적폐청산’을 언급하고 심청은 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급식체’로 대사를 던진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재공연도 초연만큼 반응이 좋아 매회 객석이 가득 차고 있다”면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시대상을 반영해 마당놀이만의 웃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12월 마지막 날에는 명창 안숙선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완창판소리와 민요로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안 명창은 2010년부터 ‘국립극장 제야판소리’ 무대를 책임져왔다. 올해 선택한 레퍼토리는 만정 김소희(1917~1995)가 남긴 만정제 ‘흥보가’다. 가난하고 착한 흥보와 부자이면서 욕심 많은 놀보의 이야기를 담은 서민적인 작품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제격이다. 남도민요를 대표하는 육자배기도 안 명창의 무대로 함께 만날 수 있다.국립국악원 ‘세종의 신악’ 공연 장면(사진=국립국악원).국립국악원에서는 백성을 한결같이 생각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국악과 무용이 버무려진 공연으로 올린다. 지난 5월 초연한 ‘세종의 신악’을 의상과 안무를 재정비해 선보인다. 세종대왕의 ‘용비어천가’을 노랫말로 삼아 창작한 합창곡으로 꾸미는 무대다.‘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이 앞선 선왕들의 행적을 노래한 고전 서사시다. 조선 건국의 탄생 배경과 천명으로 부여받은 왕실의 정통성, 군주로서 지녀야 하는 애민정신과 예악사상을 담은 세종대왕 정신의 진수로 손꼽힌다. 연출을 맡은 신선희 서울예대 교수는 “당시의 의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용비어천가를 쓴 세종대왕이 이 시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의미를 살리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국악 중에서도 정갈하고 우아한 정가를 합창, 무용과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국립국악원은 경건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가 연말과 잘 어울린다는 판단으로 재공연을 결정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다소 딱딱한 정가에 합창과 무용을 가미해 극적으로 공연을 구성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백성을 향한 세종대왕의 따뜻한 마음을 연말에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용 음악극’이다”라고 말했다.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한양과 서울을 잇는 시대인 경성을 조명한다. ‘한양 그리고 서울’은 판소리·가곡·민요·무용·연희가 한데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공연’이다. 만능 소리꾼 남상일의 사회로 선소리 산타령의 계보를 잇는 고금성·정남훈·윤대만,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경기 소리꾼 전영랑, 주목 받는 판소리 주자 정초랑, 음악극 ‘적로’의 주인공 하윤주, 경기소리그룹 ‘앵비’ 멤버 김미림·최주연, 서울시무용단 무용수 이선희, 동락연희단 등이 출연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서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14 / 조회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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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사이다 풍자'…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2014년 초연 국립극장 마당놀이 대표작
민은경·장서윤 등 국립창극단 단원들 출연
내달 8일부터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심청 역 민은경, 심봉사 역 이광복, 뺑덕 역 조유아(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12월 8일~내년 2월 1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심청이 온다’는 2014년 초연 당시 손진책(연출)·박범훈(작곡)·국수호(안무)·김성녀(연희감독) 등 마당놀이 신화를 쓴 원조 제작진의 재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작가 배삼식이 각색을 맡았다. ‘심청전’ 속 심청·심봉사·뺑덕 등을 욕망에 충실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심봉사는 소셜미디어 중독자, 뺑덕은 심봉사의 허위과장 광고에 속은 피해자, 심청은 착한아이 콤플렉스와 현실도피증 사이를 오가는 젊은이로 묘사된다. 솔직하다 못해 뻔뻔해진 인물들이 오늘날의 사람들과 닮은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초연 당시 ‘사이다 풍자’로 선보인 애드리브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공연은 해오름름극장에서 하늘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펼쳐진다. 원형무대 공연장으로 마당놀이에 최적화된 장소다. 무대에는 지름 20m의 거대한 연꽃 모양 차일(遮日, 천막)을 설치해 전통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형 연꽃 차일 주변에 64개 청사초롱의 불을 밝혀 연말연시의 정취를 돋울 예정이다.국립창극단 대표 단원들이 출연한다. 심청 역에는 2014년 초연 무대에서 심청을 맡아 주목 받은 민은경, 탄탄한 소리 실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지닌 장서윤이 나선다. 심봉사 역은 이광복과 유태평양이 맡았다. 뺑덕 역에는 국립극장 마당놀이의 마스코트인 서정금, 지난해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의 놀보 처 역할로 호평 받은 조유아가 더블캐스팅됐다.1981년 첫 선을 보인 마당놀이는 30년간 이어지며 약 350만명의 관객과 함께해왔다. 2010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나 국립극장에서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선보이며 다시 부활했다. 이후 국립극장은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를 연이어 선보이며 총 118회 공연을 통해 12만578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티켓 가격은 전석 5만원.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심청 역 장서윤, 심봉사 역 유태평양, 뺑덕 역 서정금(사진=국립극장).▶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4 / 조회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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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 설 연휴 특별할인 진행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가 설 연휴를 맞아 특별할인을 진행한다. 이번 할인 이벤트는 닭띠·원숭이띠 관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공연을 예매한 관객들은 5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공연은 설 연휴 특별할인 외에도 ‘보고 또 보고’할인 ‘세대 공감’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지난 12월 8일 막을 올린 후 평균 객석점유율 90퍼센트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작품은 지난 12월 31일까지 관람객 연인원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창극단의 해학연기 대표 신·구 배우들이 총출연한다. 놀보 역에는 김학용, 흥보 역에는 유태평양이 활약 중이다. 마당쇠 역에는 이광복, 흥보 처 역에 서정금, 놀보 처 역에 조유아가 열연한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오는 1월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 제공_국립극장 전하영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1.11 / 조회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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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햄릿과 오필리어…'햄릿' 연습현장에선 어떤일이
평균나이 66세…열기 뜨거운 연극 '햄릿' 연습현장
'연기인생 30년' 평균나이 66세'
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
윤석화·손봉숙·한명구 등 배우 9명 한무대
나이 잊고 매일 8시간씩 맹연습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개막배우 유인촌(앞)과 정동환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열린 연극 ‘햄릿’ 연습현장 공개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손숙이 “왜들 이렇게 많이 왔어요”라고 말하자 유인촌은 “어휴, 부담스러워. 연습이니까 틀려도 이해해주세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한명구는 “20대 시절 연극판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배와 함께 무대 서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운명”이라면서 “연출 디렉션을 받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평균 나이 66.1세, 연극인생 최소 30년 이상.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손봉숙(60), 여기에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권성덕(76) 배우 대신 합류한 한명구(56)까지. 연극계 거목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연극 ‘햄릿’ 연습실. 햄릿 5막 중 1막 시연이 시작되자 현장은 순식간에 광기에 휩싸였다. 1인1역만이 아니라 성별·나이 초월은 물론 앙상블(대사 없이 주인공 뒤에서 보조하며 다역을 소화하는 역할)을 직접 해내야 하는 노장배우 9명의 얼굴은 금세 붉게 상기돼 어느 현장보다 실전 같았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69)은 턱을 괸 채 오랫동안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더니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라 처음엔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공식연습은 밤 10시가 훌쩍 넘어야 끝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연극 ‘햄릿’의 9명의 출연배우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60대 이상 노장배우들의 의기투합이다. 햄릿 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과 오필리어 역 윤석화를 중심으로 박정자·손숙·김성녀·손봉숙·정동환·전무송·한명구 등이 모두 1인다역을 소화한다(사진=한대욱 기자).◇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해 뭉쳐 연출가 손진책이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올여름 공연계의 어벤저스급으로 떠오른 연극 ‘햄릿’은 한국연극사의 대표 연출가 이해랑(1916~1989) 선생 탄생 100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형 연극이다. 1951년 연출가 이해랑에 의해 국내서 처음으로 전막공연을 올렸던 ‘햄릿’은 이해랑 생전에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박정자(6회), 손숙(7회), 윤석화(8회), 유인촌(10회), 전무송(15회), 손봉숙(18회), 정동환(19회), 김성녀(20회), 한명구(21회) 등 출연 배우 9명 모두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연습 도중 식도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권성덕을 대신해 지난달 19일께 뒤늦게 한명구가 투입됐다. 손 연출은 “권 배우는 현재 수술을 마치고 입원 중에 있다”며 “대사가 없더라도 무대에 잠깐이라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앙상블은 처음…성별·나이 초월 하모니이날 9명의 노장들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냈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배역이 등장하지 않을 때는 검은 망토를 걸친 채 무대 배경이 되거나 다 같이 효과음을 내기도 했는데 역할에 상관없이 각각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모두 “앙상블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품 속 20대 역할을 60대 배우들이 연기했지만 간극도 느낄 수 없었다. 내뿜는 대사에선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고 삶의 고뇌까지 제대로 묻어났다. 배우 전무송(앞)과 윤석화가 연극 ‘햄릿’ 연습현장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햄릿 역의 유인촌은 “여섯번째 햄릿 연기인데, 이번 ‘햄릿’은 스토리 자체가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 ‘저게 혹시 내 일인가’ 하고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오필리어 역의 윤석화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깡총깡총 뛰며 발랄하게 등장할 때는 좌중에서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자기 연기를 펼쳐 보였다. 폴로니어스 역 박정자에게선 완고한 인물의 깊은 감정선이 드러났다. 햄릿의 숙부와 햄릿의 아버지 혼령 역을 동시에 맡은 정동환은 한 사람이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완벽하게 교차해 소화해냈다. 남자 역을 맡은 김성녀는 “호레이쇼가 남자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김성녀가 하는 호레이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면서 “해외에선 여배우가 하는 ‘햄릿’도 있다. 성별이나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얘기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생에 이런 기회 다시 없을 것” 30분간 시연을 마친 배우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숙은 “공연의 결과는 모르겠지만 연습 분위기는 최고”라며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게 눈물겹고 결과와 상관없이 너무 행복하다. 일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이날 연습은 지난 5월 26일 첫 리딩작업을 시작으로 본 공연까지 20여일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이뤄진 클라이맥스 격. 손진책 연출은 “이 멤버로 안 되면 한국연극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했다. 배우들이 말을 잘 듣느냐는 질문에는 “얘기하기 전에 다 알아서들 한다. 서로 이렇게 배려를 잘할 수 없다. 편안하게 잘 맞춰줘서 분위기가 좋다”고 웃었다. 오는 12일 개막해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들의 호흡을 목격할 수 있다. 20대 햄릿, 18세 오필리어를 60대 노장배우들이 연기하는가 하면 한국연극계를 이끄는 대배우 9명의 조합만으로도 ‘햄릿’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배우 박정자(오른쪽)와 윤석화가 연극 ‘햄릿’ 연습현장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7.05 / 조회 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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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배우 권성덕 하차, 한명구가 채운다
배우 권성덕이 건강상의 이유로 연극 ‘햄릿’에서 하차했다.?배우 권성덕은 리딩 연습 초반에 진행된 소화기 수술 후 회복이 원할지 못해 하차를 결정했다. 그는 1965년 데뷔 이후 연극과 드라마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연극 ‘햄릿’의 총괄 프로듀서 박명성은 “권성덕 배우는 아직도 무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대단한 어른이다. 이번 ‘햄릿’에서 선생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서 반드시 뵈어야 할 분이기에 컨디션 회복이 최우선이다. 권선생이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기도하고 있으며 관객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그의 빈자리는 배우 한명구가 채운다. 그는 현재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 역으로 출연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햄릿’에 몇 번 출연할 뻔했지만 결과적으론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이해랑 선생님을 추모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제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슨 역이든 해야 한다 생각했다. 늦게 합류했지만,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잘 스며들도록 하겠다”라며 출연의 소감을 전했다. 배우 한명구는 21회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챙’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연극 ‘햄릿’은 오는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사진제공_?신시컴퍼니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21 / 조회 2,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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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건강상 권성덕 배우 교체…한명구 대신 선다
건강상 이유로 안타깝게 하차키로
제21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올라
7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서 개막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에 최종 합류하게 된 배우 한명구(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의 최고령 출연자인 배우 권성덕이 건강상의 이유로 아쉽게 하차키로 했다. 빈 자리는 제 21회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인 배우 한명구(56)가 대신한다.배우 권성덕은 1965년 데뷔 이후 연극과 드라마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번 ‘햄릿’ 출연에 열정을 갖고 초반 리딩 작업에 참여했으나, 연습 초반 진행한 소화기 수술 이후 회복이 예상보다 원활치 못해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란 판단에 따라 결국 하차를 결정했다.빈 자리를 채울 배우 한명구는 현재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 역으로 출연 중이며, ‘고도를 기다리며’ ‘챙’ 등을 통해 잘 알려졌다. 햄릿 기획단계서부터 출연 배우로 마지막까지 거론됐으나, 연극 ‘레드’ 연습과 맞물려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최종 합류하게 된 한명구는 “지금까지 ‘햄릿’에 몇 번 출연할 뻔 했지만 결과적으론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이해랑 선생을 추모하는 공연이기에 무슨 역이든 해야 한다 생각했다. 늦게 합류했지만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잘 스며들도록 하겠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총괄 프로듀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권성덕 배우는 아직도 무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대단한 어른”이라며 “이번에 선생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서 반드시 뵈어야 할 분이기에 컨디션 회복이 최우선이다.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기도하고 있다. 관객도 함께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한명구 배우는 중간에 합류했다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습 참여 후 불가 2~3일 내에 대사와 동선을 거의 습득해낼 만큼 노련하고 집중력이 대단한 배우”라며 “이번 합류는 ‘햄릿’ 연습장에 큰 활기와 에너지를 더해주고 있다”고 신뢰와 응원을 덧붙였다. 한편 연극 ‘햄릿’은 오는 7월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20 / 조회 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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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8.2세 연극계 거장 모였다…'햄릿' 첫 리딩
9人 배우 연기내공 422년
이해랑 탄생 100년 기념작
놀라운 집중 존재감 압도
7월12일 국립극장 해오름연극계 거장들이 총출동하는 연극 ‘햄릿’의 첫 연습 모습(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평균연령 68.2세, 연기인생을 합치면 무려 422년이다. 국가 대표급 중견·원로 배우가 총출동하는 연극 ‘햄릿’이 26일 첫 연습에 들어갔다.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이번 대작에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9명의 배우가 출연한다.이들은 인사 후 새롭게 쓰여진 대본을 토대로 리딩을 시작했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배우들은 단어 하나, 쉼표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쏟아내는 대사들은 이미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며 “첫 연습이라고 믿을 수 없는 집중력과 하모니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짜임새 있는 대본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오필리어 역을 맡은 배우 윤석화는 “처음 대본을 받고, 간단히 확인을 먼저 하려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끝까지 대본을 읽었다. 정말 잘 읽혔고, 잘 쓰여졌다. 아무 설정이 없어도 대본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이어 손진책 연출은 “우리가 보여줄 연극 ‘햄릿’은 미니멀하고 정적이지만, 밀도 있는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라며 “서양 고전이지만 동서양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특히 시간에 있어서는 보편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극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했다. 대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햄릿이라는 작품은 ‘모호함이 없는 분명한 극’이다. 인간 내면의 정념이 깊은 것이지 이야기 자체의 모호함이 전혀 없다. 때문에 원작에 충실해 만들어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의 색다른 점은 원작에서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침묵 속에만 있던 ‘여성’에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연극 ‘햄릿’은 오는 7월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연극계 거장들이 총출동하는 연극 ‘햄릿’의 첫 연습 모습(사진=신시컴퍼니)▶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5.27 / 조회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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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전설들 "연극판 주름 잡으러 돌아왔소"
한국연극사 산증인들 무대로 귀환
- 배우 자택서 올리는 '한평극장'
김동수 등 노장배우 4명 1인극
- 韓대표 연출·작가 엄선 '원로연극제'
김정옥·오태석·하유상·천승세 희곡·연출작
- 별들의 잔치 연극 '햄릿'
유인촌·윤석화·정동환 등 총출동백전노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원로연극제’를 통해 연극무대로 돌아온 영원한 현역 하유상(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김정옥·천상세·오태석을 비롯해 ‘햄릿’에 출연하는 정동환, 한평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배우 김동수, ‘햄릿’의 손숙과 전무송. 중앙 큰 사진은 극단 목화 대표 오태석 작·연출의 ‘태’에서 주인공 박중림(사육신 박팽년의 아버지) 역을 맡은 오현경(80).[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40여년 전 작품이 오늘날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궁금하다”(연출 오태석), “지난해 폐업과 두번의 교통사고 후 공연할 엄두를 못냈는데 큰 용기가 됐다. 자긍심을 얻었다”(배우 김동수), “70년 전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선보이겠다”(작가 겸 연출 김정옥). 연극계 백전노장들이 돌아왔다.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사를 이끈 연극판 전설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세 개의 각기 다른 무대에서다. 우선 4명의 원로배우가 자신의 자택을 개조한 1평 무대에서 매월 1회 이상 공연을 올린다. 이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중견·원로연극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옆집에 배우가 산다: 한평극장’ 2기 사업으로 오는 12월까지 이어가는 무대다. 이어 ‘원로연극제’가 힘을 보탠다.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현역 원로들의 건재함을 엿볼 수 있게 한 무대다. 바통은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햄릿’이 받는다. 유인촌(65)·윤석화(60)·손숙(72)·박정자(74)·전무송(75)·정동환(67)·김성녀(66) 등 연극계 ‘별’들이 총출동한다. 사실 출발은 이윤택(6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올 초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이 올린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으며 대학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40돌을 맞은 76단의 연출가 기국서(64)가 오랜 외도를 접고 신작 ‘리어의 역’을 올렸고, 여기에 신구(80)·백일섭(72)·임동진(72) 등이 다양한 작품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사업 ‘옆집에 배우가 산다’의 참여배우 김동수가 자신의 자택에서 공연 뒤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한평극장 가보니…숨소리·표정 가까이 몰입 지난 23일 늦은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주택가. ‘옆집에 배우가 산다’(한평극장)란 입간판이 선 출입문에 들어서자 2평 남짓한 작은 방에 배우 김동수(69)가 맨발로 서 있었다. 반대편 세개 벽면에는 10여개 의자가 촘촘히 들어섰고 무대는 빛을 막는 긴 커튼과 양 벽면 가득 들어찬 책장이 전부였다. 이날 순수관객은 3명. 김동수 배우의 짧은 인사와 작품소개로 1인극 ‘인생’의 막이 올랐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배우 김동수입니다. 위화의 동명소설 원작에 김동수란 배우의 인생을 교차해 모노낭독극으로 구성해봤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김 배우는 1인다역은 물론, 막과 장을 알리는 신호와 음향까지 모든 스태프 역할을 해냈다. 뺨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에는 자신의 손바닥을 크게 두번 내리치기도 했다. 1m여 간격을 두고 마주하다 보니 배우의 눈빛·몸짓·숨소리까지 들려왔다. 동네 찻집에 비치한 팸플릿을 보고 찾아왔다는 한 관객은 “오랜만에 정화된 느낌이다. 집 근처서 연극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다”고 웃었다. 지난해 시작한 ‘한평극장’은 올해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자비로 운영 중이다. 반응이 좋았던 만큼 매해 지속하는 게 목표다. 김지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간사는 “작년 첫 시도로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체관람이나 초청공연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배우 박정순·김동수·심철종과 함께 윤예인이 합류해 이어간다. ◇연극 인생 녹여낸 ‘원로연극제’오태석 연출김정옥(85)·오태석(77)·하유상(89)·천승세(78) 등 한국연극사 산증인들의 대표작이 6월 한 달간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원로연극제’에서다. 원로연극인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들 원로 4인의 작품을 최종선정했다. 연출가 임영웅, 배우 권성덕, 안호상 국립극장장, 박계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장,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회장 등 총 7명의 운영위원이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원로 연극인을 추리고 나이순대로 3~4명의 작품을 먼저 무대화하기로 했다. 순서대로라면 임 연출도 포함되지만 운영위원인 만큼 첫 무대에서는 빠졌다.덕분에 김정옥 작·연출이 1974년 초연한 ‘그 여자 억척 어멈’(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오태석 작·연출의 ‘태’(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9년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하유상 작·구태환 연출이 1957년 초연한 ‘딸들의 연인’(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천승세 작·박찬빈 연출의 ‘신궁’(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잇따라 공연한다. 조선시대(계유정난), 한국전쟁, 근현대 등 짧게는 50~60년, 길게는 500년 이상된 과거의 이야기들이다. 김 작가는 “한국전쟁과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의 이야기다. 7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시대를 살아낸 인생과 환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쉽게 남에게 휩쓸리고 다수에 속해야만 견딜 수 있는 세상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하 작가는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던 시기에 연애자유를 다룬 코믹극을 썼다. 어두운 역사지만 밝은 인간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극 햄릿…평균 68.2세 연극인 뭉치다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로 승부하는 햄릿을 만들겠다”(연출가 손진책). 평균연령 68.2세, 연기인생을 합치면 무려 422년이다. 국가대표급 중견·원로배우가 총출동한 연극 ‘햄릿’ 말이다. 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작이다. 9명 출연배우들은 모두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로 유인촌(10회 수상자)이 햄릿으로, 윤석화(8회)가 오필리아로 등장한다. 정동환(19회), 손숙(7회), 박정자(6회), 전무송(15회), 김성녀(20회), 권성덕(12회), 손봉숙(18회)도 나서 국내 유례없는 별들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각색을 맡은 배삼식 작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해 4시간 정도의 원작 분량을 2시간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5.26 / 조회 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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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송·유인촌 총출동…연극 '햄릿' 포스터 공개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9명의 명배우 내공 무게감 전달
7월12일 국립극장 해오름서 개막2016 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권성덕 (1965년 데뷔), 전무송 (1964년 데뷔), 박정자 (1963년 데뷔), 손숙 (1964년 데뷔), 정동환 (1969년 데뷔), 김성녀 (1976년 데뷔), 유인촌 (1971년 데뷔), 윤석화 (1975년 데뷔), 손봉숙 (1977년 데뷔)은 절제된 표정 속 강한 눈빛으로 시선을 압도한다.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연극 ‘햄릿’의 포스터를 공개했다. 연극 ‘햄릿’에 출연하는 9명의 배우 연기 인생만 합쳐도 422년. 그들이 켜켜이 쌓아온 내공은 특별한 가공 없이도 무게 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햄릿’은 1951년 이해랑 선생에 의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막 공연이 이뤄진 작품으로 선생이 생전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연극이다.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년, 그리고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진이 뭉쳤다. 연극 ‘햄릿’은 단지 고전을 보고 듣는 공연에만 그치지 않고 관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극 ‘햄릿’의 티켓판매는 오는 26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국립극장, 신시컴퍼니 홈페이지를 통해 개시된다. 7월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5.22 / 조회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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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계의 거장들이 펼치는 한바탕 축제” 연극 ‘햄릿’
연극 ‘햄릿’이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햄릿’은 이해랑 선생에 의해 국내에서 최초로 공연됐다. 연극 ‘햄릿’은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선보여진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년이기도 하다. 연극 ‘햄릿’은 5월 19일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 속 출연진은 배우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이다. 9명의 배우 연기 인생은 합쳐서 422년이다. 관계자는 “관객은 연극 ‘햄릿’ 속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연극 ‘햄릿’은 관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햄릿’ 티켓판매는 5월 26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사진_신시컴퍼니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5.20 / 조회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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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늠해 볼 때 안되겠다 싶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3월의 눈> 신구
신구는 지금도 매니저나 코디네이터가 없다.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치고 손수 운전해 연습실과 촬영장을 오가고, 사진 촬영이 있는 인터뷰라도 할 때면 한두 벌 여분의 옷을 직접 챙겨 나온다. "올해는 약주를 좀 줄이세요."라고 말하는 후배 배우에게 빙그레 웃음을 날리며 반주의 기쁨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피력하는 귀여운 미소천사 할아버지이지만, 그 이전에 자기 관리가 누구보다 철저한 배우가 바로 신구인 것이다. 무대는 그러한 배우 신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배우로서 첫 발을 디뎠던 곳, 언제나 "의미가 깊은 곳", 신구는 2015년도 무대에서 시작한다. 연극 과 함께 말이다.다 내주고 갈 때, 아득히 내리는 연극 연습실은 고요했다. 도시화로 인해 곧 헐릴 한옥에 사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이 주고 받는 담담한 대사들이 이따금씩 정적을 깨지만, 다시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이기 때문이다. "소리와 동작에 절제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하고, 기다리고. (대사) 사이사이에 있는 정서가 슬로우 모션같이 담기는 거죠." 런쓰루(실제 공연과 같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 후에 이어지던 손진책 연출의 말에서도 이 작품이 지닐 향기가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소리 없이 내어주는 존재들에 대한 경건한 목례. 올 3월에도 반갑게 관객들에게 내릴 에서 신구는 장오 역을 맡았다. "외모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안에 쌓인 내공으로 압축된 감정이 유지되고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 그래서 대사도 얼마 없고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지만 무척 힘이 들지."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로 2011년 초연한 은 그간 백성희, 故 장민호를 비롯해 오영수, 박근형, 박혜진, 변희봉 등 관록의 배우들이 함께 해왔다. 지내온 세월과 함께, 삶을 대하는 깊이가 켜켜이 쌓인 배우들이 그대로 작품 속 인물과 이야기가 되어 매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올해는 이 작품을 헌정받은 초연 배우 백성희, 고(故) 장민호가 출연하지 않는 최초의 무대이며 백성희장민호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것이라는 점도 새롭다. "장오라는 인물은 이북에서 6.25때 피난 오고, 또 공산정권 시대도 겪고,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 겪은 인물이지. 민주화 투쟁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어도 자식이 거기에 휘말려서 행방불명까지 된 상태니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받는 고통이 더 크고 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난해 에 이어 다시 한번 부부 호흡을 맞추는 손숙은 과거 이순들보다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런 게 있어. 슬픔을, 괴로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더 괴롭고 슬프게 표현하면 보는 사람도 괴롭거든. 그래서 역으로 그렇게(귀엽고 밝게) 표현했을 때 그런 슬픔의 정서가 더욱 짙어지지." 은 공연을 이미 본 관객들이 다시 찾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 시절을 겪지 않았을 뿐더러 장오와 이순의 손주쯤 되는 젊은 관객들까지 숨죽여 흐느끼는 모습을 과거 객석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구는 장오를 두고 "그래도 증손주까지 봤으니 여한 없이 다 털고 가는 거지. 이순이 자꾸 와서 얼씬거려서 가는 건가?"하며 훌훌 웃었지만 이내 "그래도 장오는 해석하기 나름이야."라고 덧붙인다. "처음에는 장 선생, 이 선생님 기념 공연이 됐지만 이제 4, 5년이 지났으니까 매해마다 색깔이나 모양새가 달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누가 했느냐, 아, 누가 했구나, 하고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거지. 그러면 나이 지긋해지면서 배우들이 이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고. 몇 년도에 누가 장오 역을 어떻게 했지? 그렇다면 이번엔 색다른 형태의 장오를 만들어 보겠다, 그러면 새롭잖아. 보시는 분들도 '아,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쉰다는 것,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 연극, 관객들이 계속 찾을 수 있게 우리들이 더 노력해야 본격적인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을 무렵 신구는 tvN 촬영 차 그리스로 떠나야 했다. 첫 대본 리딩 후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초반 연습이 아주 중요할 때인데 ( 촬영) 시간을 내야 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신구의 모습에선 '철저함'이 기본이 된 노장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번 여행도 좋았어. 여행은 항상 좋잖아. 거기 음식이 양갈비가 많더만. 맛있더라고. 아테네도 가고 코린도라는 데도 가고. 마테오라라는 데를 갔는데 희한한 바위 위에 수도원을 세워 놨더라고. 또 산토리니. 빛이 좋으면 바다가 예쁘다고 해. 근데 우리가 갔을 땐 흐리고 비가 왔지." 1936년 생으로 올해 만 79세.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지만 집 거실 테이블에 손자 사진을 놓고 보는 속 깊은 할아버지의 모습도 신구임엔 분명하다. "집에서는 매일 구박이지.(웃음) 매일 전등을 켜 놓고 끄질 않아, 잊어버리고. 옷 갈아입고 아무데나 두고 나오고. 혼자 있다가 집에서 나오면, 나중에 할망구가 들어가 보니 테레비전이 켜 있다는 거야. (웃음) 근데 가끔 내가 보면 할망구도 마찬가지야. 아휴, 그랬수? 서로 그러지. (웃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시트콤, 예능 프로그램, 게임 캐릭터 속에 등장해 데뷔 53년 차 배우에게서 으레 예상할 수 있는 '근엄함'을 훌훌 던져 버리는, 그 누구보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구야형', '미소천사' 등의 별명과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톡톡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갖게 되는 경외심은 "난 성격이 소심해서 다른 걸 해 볼 생각을 못했지."라며 지금 젊은 세대가 지닌 용기와 놀라운 가능성에 감탄하는 솔직한 자기 고백의 모습을 마주할 때 더욱 커지곤 한다. "은퇴? 우리는 누가 뭐 시켜주지 않으면 은퇴지. 누구든지 다 소실되면, 기력이 없어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지는 거지. 하고 싶어도 사회가 불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그런데 아직 쉬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건 무슨 얘기냐 하면,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내가 어느 정도 해야겠다, 가늠을 해 보거든. 체력이든가 일에 대한 열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되나 스스로. 아, 이건 도저히 내 체력으로는 안되겠다, 하면 못하는 건데 아직은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지난번에 할 때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어. 대사가 사백 내지 오백 페이지까지 가서. 그런데 어느새 다 끝났네. (웃음)" 그런 그가 씁쓸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더하는 것은 여전히 그늘 속에 있는 연극계의 현주소에 대한 것이었다. "이젠 뮤지컬에 돈이 억수로 들어가잖아. 여기(연극)는 파도 밑에 밑이지.(웃음) 사회가 금전 위주로 되어 있으니 연극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좀 슬프고 괴롭지만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그렇게 되서 제작비의 일부라도 다시 얻고. 이런 것들이 어느 정로 이뤄지면 믿음이 생기니까, 아, 연극이 볼만 하더라, 그러면 전체적으로 좋은 거잖아."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목소리는 지금 연극을 채우고 있는,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는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작품을 뽑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떠나서, 와서 보시는 분들이 감동을 받게 해야 해. 즐겁고 화려한 것만도 아니고, 또 인생을 고뇌하게만 하는 것도 물론 아니고 재미도 있으면서. 그러면 한번 보신 분들도 계속 연극을 찾게 되는 거지. 또 지금 대학로에 나가보면 (연극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거든. 연극 보시려는 분들이 무슨 연극을 봐야 할 지 헛갈리실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 어떤 공연 봐야겠다, 하고 결정하고 나온 게 아니면 거기에서 그런 애들(호객꾼)한테 끌려가기 십상이거든. 연극인들 스스로 자정을 해야 할 일인지 국가에서 간섭해야 할 일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작품 편수가 너무 많은 느낌이고, 그런 행위는 못하게 해야 하는데." 신구는 한 번도 주례를 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노역을 일찍부터 맡아 마흔이 되던 해부터 주례 부탁이 들어왔었다지만 당시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 수 있나" 싶어 마다했고, 이후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거절했다. "누구는 해 주고 누군 안 해 주면 어떻게 해, 이 할아범한테 뭐 들을 이야기가 있겠어."라며 웃는 그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사람이다. 훌훌 다 내어주고 "흩어질 때 흩어지더라도 뭐라도 될테니 섭섭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는 장오의 말처럼, 신구는 무대를 향한 자신의 몫에만 전념할 뿐, 그 뿐이었다. 오늘도.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3.09 / 조회 1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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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손숙 주연의 또 다시 내리는 <3월의 눈>
국립극단이 2015년 봄을 맞이하는 첫 작품으로 를 무대에 올린다. 은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하여 2011년 첫 무대에 올랐고, 이후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작품으로 그동안 故장민호, 백성희, 박근형, 오영수, 박혜진이 무대에 올랐다.이 작품의 배경은 재개발 열풍으로 곧 사라져버릴 한옥으로 이곳은 장오와 이순이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이다. 은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과 노부부의 일상을 특별한 반전이나 갈등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이번 시즌에는 에서 부부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구와 손숙이 각각 장오와 이순으로 캐스팅되어 누구나가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은 오는 3월 13일부터 3월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2.06 / 조회 5,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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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모든 배우들의 욕망, 열정 있으면 언젠간 됩니다” <3월의 눈> 변희봉
공개 리허설을 마치고 그는 “무척 긴장이 되었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1965년 성우로 데뷔, 약 50여 년간 수 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명연기로 명장면을 이뤄내 온 그지만 43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는 그에게 분명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배우 변희봉(71)은 변화를 꿈꾸는 배우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2’ ‘괴물’ 등을 비롯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여명의 눈동자’ ‘허준’ ‘하얀거탑’ 등 프로필에서 비슷한 배역을 찾아보기 힘든 그의 열정은 여전히 청춘이다. 43년 만에 연극이 다소 의외이다. 그 사이에 제의가 많았을 것 같은데.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다른 일이 겹쳐 있었다. 나는 일이 겹치는 걸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다. 겹쳐도 되는 일이 있고, 돈이 아니라 금싸라기를 갖다 줘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금년 전반기에는 일을 하나도 안하고 쉬겠다고 했는데 어느 날 손 감독(손진책 연출)한테 전화가 왔다. 손진책 연출과 과거 극단 산하에 같이 있었던 인연이 있다. 거기서 내가 연극할 때 손 감독은 무대감독을 했었다. 참 순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후 손 감독은 허규 선생님 밑으로 가서 연극을 했고 난 계속 남아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이후 40년 간 공교롭게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연락이 오니 얼마나 반가운가. 연극 이야기를 하길래 만나서 밥이나 한 끼 먹자, 그러면서 연극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출연 계기는 연출에 대한 믿음 때문인가? 좋은 감독을 만나고 싶은 건 배우들의 욕망이고 좋은 감독에게 가야 뭐든 변신하게 된다. 또 좋은 감독 손에는 분명히 좋은 시나리오가 들려있다. 손 감독의 훌륭함을 안다. 지금까지 상당한 실력으로 길을 걸어 왔다는 건 자타가 공인하고 또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고. 더욱이 백성희 선생님을 모시고 한다는 건, 백성희 선생님의 연극이 60년이니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가 뭔가를 얻을 수 있겠구나,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 속으로 굉장히 흥분이 됐었다. 또 오랜 친구의 부탁을 듣는 것 만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손 감독의 연출을 받아서 내가 뭔가 변신하는 연기를 하고, 손 감독도 변희봉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무언가 하는 것이 의의가 있고, 이런 저런 것들이 을 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연극 연습은 어떠한가? 작품에 대한 나의 생각과 손 감독의 생각이 처음에는 상당히 상반됐었다. 공연 영상을 봤기 때문에 전과 똑같이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라는 책(대본)에서 풍기는 연극은, 자연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백성희, 장민호 선생님이 하실 땐 정말 역할이 그 나이였고, 우리는 20년 떨어진 나이에서 하려니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지만 손 감독이 그냥 하라고 한다. 그냥 지금 나이로 해도 맞으니까.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웃음) 이런 저런 불안은 아직도 있지만 모든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자신한다, 지금 뭐가 될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감히 할 수도 없다. 최선을 다해 감독의 조언을 다 받아들이는 연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본명은 변인철이다. 성우시절 악역만 맡아 이미지를 바꾸고자 개명했다는 당시 신문기사를 봤다. 옛날에 시골에선 어르신들이 이름을 두 개, 세 개 짓곤 했다. 그 중에 희봉을 해 놓은 게 있었다. 그런데 사회 나오니 인철이라는 이름이 참 많다. 성우를 하고 있는데 그 인철이라는 사람들 세금이 다 나한테 왔더라. (웃음) 그때 바꿔서 오늘날까지 잘 지내고 있다. (웃음) 서울에 취직해 올라와 우연히 라디오에서 성우 모집 광고를 듣고 응시했다고 들었다. 당시의 선택에 만족하는가. 합격해서 성우 교육을 받는데 사투리를 쓰면 무조건 안 된다고 날 따로 빼 놨다.(변희봉은 전남 장성 출신이다) “안되니까 너 나와.” 할 때 그 심적인 고통, 그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지 모르겠다. 당시 65년 전후는 농경사회였고 어딜 못 들어가면 다 농사짓고, 그래도 이건 희망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지금도 일등 보다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꼴찌가 낫다고 말한다. 일등은 경쟁자도 많을 뿐더러 금방 식상한다. 모든 것은 올라가면 떨어진다. 요즘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고 배우가 되기도 하지만 반짝 하고 없어진 배우가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대사 한 마디부터 시작한 사람들이다. 지금 꼴찌라도 정말 열정을 갖고 도덕성만 버리지 않는다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손진책 연출이 “변희봉 배우는 연습에서나 생활에서나 완벽주의자”라고 하더라.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 하실 수 있다. 그래도 안 되는 게 사람 일이다. 방 안에서 베개를 붙들고 앉아서 대본을 외우고 있으면 그 만큼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집에서 생각할 때와 밖에 나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온다. 산을 가면서 대본을 보고, 길을 걸으면서 읽어보면 다 다르다. 헉헉 거리면서 읽어보면 그런대로 다르고. 집에서만 대본을 읽으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굉장히 많다. 그런 차이가 있다는 거다. 사람이 다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 달리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으면 분명 달라진다는 거다. 나라고 뭐 특별한 것이 있겠냐마는 대사를 외우거나 하는 것에 마음은 철저하다. 절대로 상대방에게 실례도 안되어야 할 뿐더러, 이번 작품에선 다른 분들은 다 몇 번씩 공연을 해 온 분들이기 때문에 나 혼자 연습에 대본 들고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정말 빨리 외웠다. 정말 노력을 했다. 그런 것을 보고 손 감독이 하는 이야기 같다. 젊었을 때도 그러했는가? 무슨 역할을 하나 맡아도 정말 잘 해보려고 했다. 어디를 다니든 조금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메모를 다 해서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 흉내를 낸다, 이 사람 모습을 표현한다, 그랬다. ‘보리밭 밟기’라는 단막극에게 출연하게 되었는데, 보리밭에 쭉 서서 밭을 밟으면 모두가 똑같이 나올 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보이지 않을 것 같고. 그러다 시골에 갔는데 한 꼬부랑 할머니가 나오시는 걸 보고 ‘아, 옳지! 난 저거야’ 그랬다. 그래서 배우들이 쭉 서서 보리밭을 밟을 때 난 영감처럼 허리를 굽혀서 밟았다. 감독이 카메라 앵글에 안 잡혀서 화면에서 빠진다고 해도 풀 샷에만 잡히면 된다고 했는데, 그 찍어놓은 화면이 너무 기가 막혔다. 바로 그런 거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커다란 일들은 다 머릿속에 있고 정리도 하는데, 가장 소소한 걸 생각 못한다. 순식간에 생각이 없으면 지나가버리는 거다. 그래서 영화나 연극, 텔레비전을 예사로 보면 별로 얻는 게 없다. 더욱이 연극은 뭔가 얻어가거나 무언가 느낄 생각을 하고 오면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은 어떤 생각으로 관객들이 보러 오면 좋을까. 모든 가정은 순탄하지 않다. 여기서도 영돈이 하나가 허물어지는 바람에 손자까지 연결이 되고 장오는 집을 주고 떠나는 사람이 되지 않는가. 얼마나 비극인가. 젊은이가 한번 잘 못 생각하면 가정에 큰 불행을 가져온다는 걸 젊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고, 5, 60대는 자신들에게 곧 다가올 7, 80대 모습을 생각할 수 있으며, 7, 80대 어르신들에겐 저런 것이 가정이다, 하는 메시지가 충분히 담겨 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계획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 작품이 몇 개 있지만, 이 연극을 하면서 느낀 게, 좀 비워보자,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다. 정말로 이제는 비워서 가자, 하는 마음이다. 엔터테인먼트는 들어오는 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있는데, 그렇게 두 프로, 세 프로 더 하고 돈 더 번다고 부자 되는 건 아니다. 배우가 그냥 쫓아다니면 안 된다. 나는 정말로 그런 걸 경멸한다. 집에다 돈을 얼마나 쌓아 놨는지 몰라도 그런 사람도 밥 세 끼 밖에 못 먹는다. 누가 나이 먹었는데 주인공 배역만 주나, 누가 발전 없는 사람을 갖다 쓰겠는가. 주어지는 것은 해야겠지만 최대한 괜찮은 쪽에 서서 했으면 좋겠다. 1년에 한 작품이든 두 작품이든 관객들이 보면서 얻어지는 게 있는, 그런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선배 배우로서 조언을 해 준다면. 그런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도 이젠 없지만, 묻는 이가 있다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배역이 이래서 못하고 상황이 이래서 못하고, 누가 처음부터 큰 배역을 맡겠는가. 지금 주어진 것을 최대한, 상대방을 잡아 먹을 듯이 쳐다보고서라도 뭔가 끄집어 낼 수 있는 걸 끄집어 내야 저 사람이 여기서는 이래도 다른 데에 쓰면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최고의 열정을 가져야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2.25 / 조회 1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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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있는 작품” <3월의 눈> 연습 공개 현장
“희곡을 읽을 때에도 눈물이 났다.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손진책 연출) 평단의 호평과 함께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2011년 첫 무대에 선 연극 이 오는 3월 다시 한번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 20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는 연습에 한창인 을 만날 수 있었다.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은 세상 속에 해체되는 오랜 한옥과 노 부부 장오, 이순의 모습을 고요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박혜진, 백성희, 변희봉, 손진책 연출(왼쪽부터)1942년 가극 으로 데뷔 후 70년 동안 무대를 지켜온 백성희와 지금은 고인이 된 장민호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올해 공연에서는 초연부터 계속 서 온 백성희, 박혜진이 아내 이순 역을, 영화, 드라마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변희봉이 남편 장오 역을 맡는다.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이순(백성희)장오 역의 변희봉고 차범석이 이끌던 극단 산하에서 무대감독과 배우로 손진책 연출과 인연을 맺었던 변희봉은 이번 작품이 40년 만에 연극 무대다. “40년 만에 손 감독에게 전화가 와서 반가운 마음에 밥 한번 먹자고 한 것이 이번 작품과 닿게 된 계기”라는 그는 “드라마는 쪽대본이 많아 충분히 연습할 겨를 없이 나름의 생각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고, 영화 역시 몇 사람 앞에서만 촬영을 하는데, 연극은 많은 이들 앞에서 다 함께 호흡하며 맞춰가야 한다는 점이 낯설게 다가오고 있다”며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 한 소감을 말했다. 또 “책(대본)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세대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나 일들로 저마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 사로잡힌 이유를 더하기도 했다. 백성희, 장민호가 호흡을 맞춘 초연에 대해서 “두 배우 자체로 연극이 되었다”고 회고한 손진책 연출은 “TV나 영화를 보며 굉장히 완벽하게 하려는 느낌을 받아 변희봉에게 함께 하자고 했으며, 연습도 완벽주의적인 그의 성실함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이번 무대를 소개했다. 손 연출이 “느림의 미학이 있는 작품”으로 말하는 연극 은 오는 3월 1일부터 23일까지 서계동에 위치한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 현대연극사의 증인으로 50여 년간 200여 편이 넘는 무대에 올랐으며 2011년 을 유작으로 남기고 지난 해 세상을 떠난 고 장민호를 추모하는 뜻도 담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연극 "3월의 눈"연습 현장
2013.02.22 / 조회 1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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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날 몰라, 그러니 너도 안다고 하지마 <레슬링 시즌>
그간 청소년극의 이름을 단 무대는 정작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오히려 부모들과 교사들의 관심을 더욱 받았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고 안목이 부족한 학생들의 탓이 아니라, 어른들이 원하는 교훈을 명제와도 같이 작품 속에 결론 지어 관객들에게 쥐어주고자 했던 작품 탓이 크겠다. 연극 은 다르다. 어떤 의견도 권하지 않고, 어떤 사람도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이고, 네가 누구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10대들의 모습만 그대로 담아낼 뿐이다. 주인공들은 전국대회 선발전을 앞둔 고교 레슬링부와 그의 친구들. 경쟁자로 마주 설 수 밖에 없는 이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꼭 금메달을 따야 하는 민기와 그런 민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강석. 뭉쳐다니는 이 둘이 못마땅한 기태와 영필 모두는 지름 9미터 링 안에서 맨 몸으로 마주한다. 하지만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 링 밖에서의 외침들 때문이다. ‘너가 그랬더라’, ‘네 친구가 그랬더라’, 그리고 ‘둘이 그랬다’. 여기에 방향을 잡지 못한 사랑과 성(性)이 이들 사이를 어지럽게 오고 간다. 소문은 힘이 세다. 몸이 먼저 자란 아이들은 그렇게 부딪힌다. ‘흔들리는 10대들’을 보여주는 것 만이 의 목표가 아니다. 철저히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나와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는 심판의 역할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인물들이 격하게 대립하는 장면이나, 또는 의외의 상황으로 빗겨갈 수 있는 순간이 되면, 어김없이 심판이 등장해 호루라기를 불며 더이상의 진행을 막는다. 그 순간, 인물들의 감정으로 옮겨가려는 우리의 마음을 멈추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공연 직후 이어지는 포럼 역시 작품의 일부이다. 사회자가 되어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는 심판, 저마다의 의견을 손들어 말하고 쏟아내는 객석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자니, 발표력이 떨어지고 나서길 싫어한다는 지금의 10대들의 모습이 어디 갔나 싶다. 관객들의 말에 배우들은 여전히 캐릭터에 머물며 자신을 대변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극중 강하게 반복되는 대사인 ‘넌 나를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넌 나를 몰라’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또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두 달여간 레슬링 훈련을 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놀랍다. 사방에서 입장하는 배우들과 열린 무대는 공연을 많이 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새롭고 재미난 구성으로 다가갈 것이다. 웃음과 야유가 공연 중간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링 위에서는 구르고 메치고 부딪혀 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내가 누구인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청소년기, 인생의 ‘레슬링 시즌’은 시작되었고 링 위에서 치열한 경기를 펼칠 것이다. 그 한 면을 기발하게 옮겨 놓은 볼만한 경기, 자신들의 이야기라 끄덕일 법한 10대들을 위한 이 지금 국립극단에서 열리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2.06.01 / 조회 1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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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도대체가 혼란스러운 그 시즌 <레슬링 시즌>
2011년 화제작 에 이은 국립극단의 두 번째 청소년극 이 오는 29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8명의 고등학생, 1명의 심판. 은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의 삶과 이야기를 레슬링 방식에 대입해 펼쳐나간다. 심판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레슬링 복을 입고 레슬링 매트 위에서 연기를 펼친다. 매트는 레슬링 경기를 위한 공간이자, 왕따 소문 폭력 사랑 정제성 등 청소년이 매일 매일 대면하는 문제들과 '한판 붙'는 일상의 공간이다. 레슬링부 절친 민기와 강석. 같은 레스링부의 ‘걸어 다니는 남성 호르몬’ 영필과 기태. 이들 사이에 퍼지는 악의적인 소문과 예민한 일상들. 은 누구를 따돌리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소문을 만들고,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는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운 일상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맞닥뜨리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몸을 부딪히며 승부를 보는 레슬링은 청소년기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 실제 레슬링 기술을 훈련한 배우들의 리얼한 동작은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첫 데이트의 설레임, 친구와의 신경전 역시 레슬링으로 표현하며 상징성을 부각한다. 성인들의 질서가 아닌, 청소년들만의 방식은 관객층인 청소년들의 공감을 얻을만 하다.서충식 연출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교훈으로 다가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청소년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다이나믹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 2000년 케네디센터 뉴비전 프로젝트로 초연, 미 전역에 청소년극 열풍을 일으키며 타임지가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연극 베스트5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 로리 브룩스는 미국 청소년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이 작품은 청소년의 사회적 금기를 다룬 시리즈 중 하나다. 국내 무대는 의 한현주 작가가 우리 이야기와 감수성을 더했고, 2개월간의 강도 높은 레슬링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배우들의 노련한 움직임으로 유쾌한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공연이 끝난 후 약 15분 간 관객과 배우들의 포럼이 이어지는 점은 국내 공연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 배우들과 극 중 상황을 새롭게 재연시키고 토론하며 청소년들의 생각과 의견을 나눈다. 은 5월 29일부터 사흘간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2.05.17 / 조회 1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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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부딪히는 고교생 라이프 <레슬링 시즌>
지난 해 말 를 통해 본격적으로 청소년 연극을 선보인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연구소가 두 번째 작품, 을 공연한다.
로리 브룩스 작의 은 고등학교 레슬링부를 배경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금기를 다룬 작가의 시리즈 중 한 작품. 대학 진학을 위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민기와 그런 친구가 점점 멀게 느껴지는 강석, 악의적인 소문으로 이들을 괴롭히는 영필과 기태 등 고등학교 레슬링부원들의 이야기가 경쾌한 랩과 음악에 어울려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공연 당시 케네디센터 뉴비전 프로젝트로 선정, 미 전역에 청소년극 열풍을 일으켰으며, 타임지가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연극 베스트 5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삼면 무대에 레슬링 동작에 기반한 신체 표현, 매트 안팎을 오가며 주인공과 관찰자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 특징으로 배우들은 공연을 위해 약 두 달 동안 강도 높은 레슬링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등의 작가 한현주가 각색하고 연출가 서충식이 펼쳐보이는 연극 은 5월 29일, 30일 프리뷰 후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본공연을 이어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재)국립극단 제공
2012.04.27 / 조회 10,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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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박근형, 손진책 “단막극 맛, 제대로 보여주마”
한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세 명이 뭉쳤다. 의 윤호진, 등의 박근형, 등의 손진책 등 묵직한 작품들을 통해 만났던 이들이 가장 작은 무대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지난 10일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해 에 이어 선보이는 단막극릴레이 에서는 40대 극작가들의 창작희곡을 윤호진, 박근형, 손진책 등의 연출가들이 맡아 선보일 예정. “함축된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집중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 단막극”이라고 말한 손진책 연출은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소재의 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희 작가, 손진책 연출의 은 성범죄와 관련한 죄를 지은 노인을 통해 폭력의 악순환, 그 안의 인간의 욕망을 부조리극의 형태로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 놀이를 통해 펼쳐 보이는 노인의 심리 속에서 ‘인간의 욕정’으로 상징되는 욕망의 의미를 파헤쳐 보고자 하는 것이 의도. “수원 성폭력 살인사건 등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이러한 질문을 해보고자 하는 작품 구상을 했다”는 게 손진책 연출의 변이다. 최치언 작, 박근형 연출의 는 방에만 갇혀 살고 있는 남성이 동경하는 어떠한 것, 가장 예쁘고, 폼나고, 맛있고, 사나운 것을 제목으로 한다. 의식과 무의식, 현재와 과거가 혼재하는 독특한 구조의 작품으로 “무언가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한 것, 대상에 분노하면서 행동하지 못한 까닭 모두는 용기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 본성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고 작가는 밝혔다. 연극이지만, 노래와 춤 등이 함께 하는 김수미 작, 윤호진 연출의 코미디 은 현대인들의 짝찾기 행태를 우화적으로 풍자한다. 청동오리, 고니, 기러기 등 새를 통해 짝짓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도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부분이 서로의 짝을 찾는 것임을 유쾌하게 선보일 예정. 최소화 한 공동 무대에서 각각의 특징을 살려 연작으로 세 편의 연극을 선보이는 은 오는 4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2.04.12 / 조회 1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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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평가] 잔잔하지만 긴 여운, 연극 ‘3월의 눈’
연극 ‘3월의 눈’이 지난 3월 1일 막을 올렸다. 작품은 2011년 3월 초연 무대에 올라 큰 사랑을 받으며 연이어 5월에 앵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장민호의 빈자리를 박근형이 대신한다. 장오 역에는 박근형과 함께 오영수가, 이순 역에는 백성희와 박혜진이 출연해 꾸미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진한 연극 ‘3월의 눈’, 관객은 어떻게 봤을까?연극 ‘3월의 눈’은 재개발 열풍이 몰아친 마을에 사는 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재개발 대상지가 된 마을 때문에 노부부는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 일상을 살아나간다.한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이 작품에 대해 관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파크의 관람후기를 통해 연극 ‘3월의 눈’을 관람한 관객의 반응을 살펴봤다.ID ‘supia5**’ 관객은 “감히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감동을 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겪고, 지금의 20대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사람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 안녕과 헤어짐에 대한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이런 대본을 써주시고, 연출하시고, 연기하기고,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ID ‘cluen**’은 “프리뷰 이틀째여서 할인된 가격으로 봤는데 그게 다 죄송할 정도였다. 극 중반부터 몸이 떨릴 정도로 눈물이 나는 데, 어쩌면 그렇게 담담하게 연기하시는지…. 백번, 천 번이고 일어나 박수 쳐 드리고 싶을 만큼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ID ‘euri**’ 관객은 “휴지 두둑이 챙겨가길. 슬프다기보다는 먹먹한 감동이 밀려와서 쉴 새 없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ID ‘born**’은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인데 나이가 무색하게 하나도 흐트러짐 없는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전했다.연극 ‘3월의 눈’의 관객 후기는 노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 이어졌다. 하지만 ID ‘vudqja**’ 관객처럼 “기획의도는 좋지만 지루한 감이 있다”는 관객의 의견도 있었다. 연극 ‘3월의 눈’은 어떤 작품?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이 공연은 배삼식 작가와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인 손진책 연출가가 함께한다. 두 사람은 ‘벽 속의 요정’, ‘3월의 눈’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존재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노배우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 압축적인 대사만을 무대 펼쳐놓는다. 노배우들은 긴 호흡의 연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전한다.연극 ‘3월의 눈’은 3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1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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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들…연극 ‘3월의 눈’, ‘모범생들’
관극만으로 인생과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연극계를 이끌어온 배우 백성희, 장민호가 무대에 서며 화제를 모았다. 긴 호흡 속에서 펼쳐지는 노배우들의 실생활 같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를 배경으로 성적 때문에 펼쳐지는 엘리트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코미디 연극에 지친 관객이라면 짙은 여운을 남길 연극 한 편은 어떨까.3월에 속살거리는 눈꽃 같은 삶연극 ‘3월의 눈’3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지난해 국립극단 레퍼토리 선보였던 연극 ‘3월의 눈’이 다시 공연된다. 연극 ‘3월의 눈’은 존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출연했던 장민호를 대신해 박근형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백성희와 함께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박근형과 백성희를 비롯해 오랜 세월 연기 내공을 쌓아온 오영수, 박혜진 등이 출연한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인 내용 없이 흘러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는다. 이순과 장오는 재개발 열풍인 곳에서 살아간다.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마을은 재개발 대상지가 되고, 두 사람은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장오와 이순은 그들의 일상을 계속해 나간다.작품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와 압축적인 대사를 담는다. 배우들의 느린 움직임과 긴 호흡의 장면으로 침묵과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엘리트들의 스타일리쉬 비극연극 ‘모범생들’4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연극 ‘모범생들’은 사회에서 모범생이라 지칭되는 엘리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2007년 초연한 연극 ‘모범생들’은 고교 입시생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대본, 무대, 조명, 음악, 안무, 의상 등 전 분야에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쳤다.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의 외고가 배경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아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꾸미게 된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사건은 점점 비극으로 치달아 간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가 함께한다. 김대종, 이호영, 홍우진은 지난 공연에 함께했다. 또한, 김대현, 김종구, 정문성 등이 이번 공연으로 첫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이 외에도 실력파 배우 박정표와 황지노가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3 / 조회 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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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다시 찾아오는 연극, <3월의 눈>
연극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이 오는 3월, 국립극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다시 찾아온다.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어느 저물어가는 한옥. 은 이곳에 살고 있는 노부부의 잔잔한 일상과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을 결이 고운 긴호흡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박근형이 '장오' 역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이순’ 역의 백성희와 호흡을 맞춘다. 백성희와 박근형은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어 40여 년만에 무대에서 다시 두 배우의 하모니도 기대할 점. 이들과 함께 오영수, 박혜진이 ‘장오’, ‘이순’ 역으로 더블 캐스팅 돼 노부부를 연기한다.
은 노배우들의 연기를 뛰어넘는 연기와 압축적인 대사, 삶을 담은 서정성으로 지난해 3월 초연해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5월 앵콜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은 3월 1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2.02.14 / 조회 1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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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이디푸스’,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시 컴백!
고전의 강력한 존재감을 확인시켰던 (재)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최근 공연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전극의 편견을 깼다. 또한, 깊이 있는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이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무대에 올랐다. 11월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작품이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연출가 한태숙의 연출력과 ‘이상직, 박정자, 정동환’ 등 원로 연극인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완성된 작품은 많은 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이번 공연은 그동안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온 ‘오이디푸스’의 이미지를 벗는다. 작품은 영웅 ‘오이디푸스’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오이디푸스’를 부각해 현대적 인물해석과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현재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 질병과 사건?사고, 정치적 모순 등을 담았다. 작품은 그리스 비극에 현대를 비춰 동시적인 문제점을 짚어낸다.이번 공연은 무대와 음악, 오브제, 안무가 조화를 이룬 총체 연극을 만날 수 있다. 무대는 칠판 위에 그려진 대형 회화, 칠판이 박힌 검은 철봉 등 극적인 무대 장치가 마련됐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경사무대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표현했다. ‘김창기’는 불안하고 혼란한 도시 테베를 표현하기 위해 어둠과 빛의 조화를 살렸다. 안무는 ‘이경은’이 맡아 춤으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준다. 음악은 ‘원일’이 맡아 오이디푸스가 품은 비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종합예술 연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연극 ‘오이디푸스’는 11월 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7 / 조회 10,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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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체크> 살인자가 된 이발병
국립극단과 폴란드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가 선보이는 연극 가 2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는 19세기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1821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작품. 실업 상태에 있던 이발사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가 결혼을 생각한 여인이 보이체크의 가난을 무시하고 군인들에게 추파를 던지자 분노와 질투심에 그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절대군주제의 지배계층과 사회적 모순을 제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발병이자 실험용 대상이기도 한 보이체크가 가장 소중한 여인을 살해한다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오늘까지 새로운 연극을 제시하는 젊은 거장들이 실험무대로 여겨지며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는 유럽과 북미에서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뛰어난 고전작품 해설가로 정평이 나 있는 연출가.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 흥행사들을 등장시켜 나래이터와 극중 인물을 소화시키며 관객과의 소통을 꾀한다. 자칫 무겁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유머코드를 넣은 것도 흥미롭다. 이호재(의사) 정상철(대위) 서상원(보이체크) 서주희(마리) 등 탄탄한 연기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는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보이체크! 인간은 말이야 도덕적이어야 해" 소장(정상철) "전 가난한 놈입니다. 소장님" 보이체크(서상원) 욕망을 안은 여인 마리(서주희) "원숭이가 모자도 쓰고 옷도 입었습니다" 고적대장과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는 마리 매일 완두콩만 먹는 실험을 진행하는 의사(이호재) "맥박이 불규칙하군 아주 좋아" 마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걸 알고 미쳐가는 보이체크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8.24 / 조회 9,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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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담았다,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대표작 이 국내 초연 무대를 시작했다. 30여명의 출연진이 선보이는 팀플레이, 대규모 주방무대 등 섣불리 시도할 수 없었던 대형 프로젝트 작품인 은 지난 를 통해 저력을 보여줬던 국립극단을 통해 국내 초연무대에 올랐다. 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사들과 웨이트리스들이 동고동락하는 대형 레스토랑 ‘티볼리’의 풍경을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세계는 무대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주방이 세계다”는 아놀드 웨스커의 이야기처럼 이 작품은 주방을 ‘세상의 축소판’으로 그려내고 있다.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의 모습은 실제 음식 재료가 등장하지 않고 마임, 안무, 소리로만 표현된다. 이를 위해 유명 요리 아카데미의 요리수업과 안무가 정영두, 마임니스트 유진우의 움직임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작품의 첫 시작을 알리는 활기차고 조용한 아침은 디미누엔도, 바쁜 런치타임은 크레셴도, 런치와 디너 사이의 휴식 시간은 칸타빌레 등 한 편의 교향곡처럼 펼쳐지는 에서는 사랑, 우정, 오해, 갈등 등 다채로운 일상이 모인 ‘우리들의 세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놀드 웨스커의 영업시작 전, 한가로운 키친!웨이트리스와 요리사의 여유~떠나는 사람, 새로온 사람우리도 밥은 먹지요~요리사, 경력은 권력이다바쁘다! 런치타임팀플레이 연극의 진수, 아놀드 웨스커의 은 오는 6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5.18 / 조회 1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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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아우르는 감동, 연극 ‘3월의 눈’ 앙코르공연
지난 3월, 매진행렬과 기립박수 속에서 막을 내린 (재)국립극단의 연극 ‘3월의 눈(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이 앙코르공연을 갖는다.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기념공연으로 초연된 ‘3월의 눈’ 앙코르공연에는 배우 장민호 더불어 오영수, 박혜진 외 정진각, 박경근, 박성준, 조주경, 성노진 등이 함께한다. 연극 ‘3월의 눈’은 오래된 집에 살던 장오가 집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그려낸다. 조용하던 골목은 일종의 관광지가 됐고 집의 새로운 소유주는 삼층 건물을 올려 카페와 액세서리 가게, 음식점을 들일 계획이다. 인테리어업자, 고목재상들이 집을 찾아와 문짝과 마루, 기둥으로 다시 쓰일만한 목재들을 사가고 마지막에는 뼈대만 남는다. 장오와 장오 추억 속 아내 이순은 모든 일이 꿈인 듯 일상을 지속한다. 작가 배삼식은 배우 장민호와 백성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영감을 바탕으로 1주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작가의 말처럼 연극 ‘3월의 눈’은 장민호, 백성희를 위한 오마주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내용도 없이 모든 움직임과 호흡이 느려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느림과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침묵은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건함과 경외심을 일으킨다”며 “관객들에게 정서적 휴식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일명 웰빙 연극”이라고 전했다. 이번 앙코르공연에서 배우 장민호는 주 8회 공연 중 5회 공연(화, 금 8시, 수, 토, 일 3시)에 출연하며 그 외 3회는 배우 오영수가 출연, 깊이 있는 연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3월의 눈’은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 위치한 한정식 전문점 ‘산천(02-365-4833)’과 함께 ‘공연식사패키지’를 준비, 공연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연극 ‘3월의 눈’ 앙코르공연은 5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4.19 / 조회 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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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반추하는 국립극단 단막극연작 ‘새 판에서 다시 놀다’
지난 해 말 서계동에 새 둥지를 튼 국립극단은 두 개의 공연장(백성희장민호 극장, 소극장 판)과 두 개의 연습실(스튜디오 하나, 스튜디오 둘)을 갖추었다. 한국 연극사 중심에 서 온 두 원로 배우를 기리는 ‘3월의 눈’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을 알린 국립극단이, 이번에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단막극으로 소극장 판의 문을 열었다. 소극장 판의 개관작인 우리단막극 연작 ‘새 판에서 다시 놀다’는 이강백, 박조열, 신명순이 쓴 세 편의 단막극을 한 자리에서 연이어 선보인다. 6, 70년대 쓰여진 이들 작품은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통찰을 다양한 형태의 시선으로 객석에 비춰낸다. 이강백이 쓴 1974년 작 은 집단을 위해 개인의 가치가 말살되는 모습을 이야기 한다. 윤한솔 연출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빨간 드레스의 여인과 망루 위에 설치된 카메라로 비추는 ‘파수꾼 다’의 모습을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 투영하는 등 현대의 영상 기법을 도입해 색다른 시선을 더하고 있다. 공연 후반 객석에 불이 켜지며 관객이 배심원 내지 동조자가 되는 순간, 더욱 아찔한 탄식이 나오게 된다. "이리가 나타나면 꼭 알려주셔야 해요.""이리가 나타났다! 북소리 중지?""왜 파수꾼이 있어야 하는 지 아니?"은 한 부부와 걸어다니는 개 ‘흰둥이’가 출연한다. 한 부부의 집에 갑자기 흰둥이가 방문하고, 그의 신세타령이 그저 ‘짖는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등의 젊은 연출가 김한내가 맡았다. 한 부부의 일상 속에말하는 개, 흰둥이가 방문했다."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오!"연극인들이 역사극 연습을 하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는 작가 신명순의 1962년 작이다. 단종을 몰아낸 세조, 이에 격분하는 집현전 학사들의 반란과 성산문, 신숙주의 논쟁 등 연극의 한 장면이 작품의 내용과 관통한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밀도는 더해간다. 중간에 대사를 잊는 배우, 호흡을 다시 맞춰보는 장면 등 연극 연습 중인 설정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숨 쉴 틈을 마련해 준다. 등의 김승철이 연출한다. 연극 연습하러 모인 배우들"아무리 역할이지만 신숙주를 이해 못하겠어요"세조로 변신!무대를 중심으로 삼면을 객석으로 배치, 더욱 자유롭고 실험적인 시선의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국립극단 연작시리즈 ‘새 판에서 다시 놀다’는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3.23 / 조회 9,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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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의 전설 백성희, 장민호 <3월의 눈>으로 뭉쳤다
60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두 배우를 향한 경의의 연극이 곧 막을 올린다. 국립극단의 새 작품 은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백성희(86), 장민호(87)를 위한 무대로, 그들의 이름을 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이기도 하다. 22일 서계동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연극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백성희, 장민호는 “감격스럽고도 떨린다”며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연극 역사에서 개인 이름으로 된 극장이 처음 탄생하는 거라 ‘꿈이 아닌가’하고 놀랐다. 그런 극장에서 공연한다니 60년 넘게 연극을 해왔지만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백성희) “내 이름으로 된 극장에서 내 이름을 단 공연이라는 게 너무나 감격스럽다. 마음의 끈을 바짝 조이고 이 영광을 돌려주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믿어주시길 바란다.”(장민호) 백성희는 1942년 가극 의 뺑덕어멈 역으로 데뷔, 현대극장, 극단 낙랑극회, 신협, 여인극장 등에서 왕성한 공연을 해 왔다. 황해도 출신인 장민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월남 후 1946년 공연으로 데뷔했으며, 라디오 성우를 거쳐 신협, 국립극단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 모두 국립극단 단장을 두 차례씩 역임하기도 했다. 한옥을 지키며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함께 겪는 ‘장오’와 ‘이순’으로 두 배우가 부부 호흡을 맞추는 이번 작품은 배삼식 작가가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대본이 살아있는 말이 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글 쓰는 행운이 쉽게 찾아오지 않지만, 이 작품 쓸 때는 두 분이 그대로 글 속에 들어와 그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쓰기만 하면 되었다”는 그는 “연극이 배우예술이라는 걸 이번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장민호 선생이 동선 연습 첫날 모든 배우들 중 가장 먼저 대사를 다 외워 대본을 손에서 놓았다”고 말하며 “두 배우의 삶의 역사가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려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말 서계동에 문을 연 백성희장민호극장은 200~400석까지 운용 가능한 실험적 극장이다. 개관작 연극 은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1.02.23 / 조회 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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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이 정통한 비극성에 숨이 막힌다.
무대는 비틀어져 있고, 세트는 위태롭게 서 있다. 물체와 그림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극장 안에 들어서면 고요 속에 날카로운 기운이 아슬하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나선 국립극단의 창단작, 연극 는 2,500년 전 소포클래스가 쓴 그리스 비극이다. 신탁에 두려워하던 아비가 아들을 버리고, 버려진 아들은 훗날 아비를 죽인 후 제 어미와 결혼해 살을 섞어 자식을 낳는다.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인간사다. 고전 비극은 세상의 이치를 처절하게 비춰내는 우리 인간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은 인류와 사회가 멸망하지 않는 한 결코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습성은 달라지지만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 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 작품이 현대에 설득력을 잃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역사가 주는 무게에 지레 짓눌려 익지 않은 감상에 허우적거리거나, 섣부른 현대의 메스로 촘촘한 작품의 조직을 잘게 해체해 놓을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태숙 연출, 국립극단의 는 실로 오랜만에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짙게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무대 안은 온통 안정을 잃은 것들 뿐이다. 사방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세운 뒤틀린 무대는 단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가져 시선을 불편하게 한다. 거대한 한쪽 벽면 굳게 솟은 수 십 개의 봉들에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매달리고 또 나가 떨어진다. 결코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관찰하기도 한다. 는 대단히 충실하고 철저히 비극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가 더욱 뛰어난 건, 탄탄한 기본으로 작품의 핵을 통찰해, 설득력 있는 신선한 방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불안해 한다. 신탁, 아내의 위로, 신하의 첨언 모두에 흔들린다. 그간 왕의 신분으로 자신감에 오만이 더해져, 추락이 더없이 아득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번민에 휩싸인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비극적인 운명 속 자신의 한계를 비로소 깨달았을 때 그는 더욱 울부짖고야 만다. 이영란은 벽면을 타고 오르며 묵직한 분필을 깨 가며 백성들을 그려낸다. 공연 시작에서 끝까지 그들은 그려지고 지워지며 울음을 게워 낸다. 안무와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이경은이 온몸을 떨며 벽면을 따라 추락하며 솟은 봉들에 부딪힐 때마다 오이디푸스를 지배하고, 테베 시민을 지배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일 듯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비극성에 소름이 돋는다. 비어서 더욱 큰 울림과 찌름으로 무대 가득 파장을 낳는 음악도 빼 놓을 수 없다. 배우가 구사하는 정확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상직을 비롯,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완벽한 딕션을 구사하는 배우들과 마주하니 귀가 맑고 깨끗해진다. 열을 대신하는 하나의 오브제, 수 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하나의 움직임은 빈 무대를 더욱 가득 채운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촘촘한 밀도로, 고전은 이렇게 현대에 살아 더 먼 미래로 나아갈 힘을 가지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1.02.07 / 조회 1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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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한 치 앞도 모르고 달리는 잔인한 운명이여
지난해 손진책 예술감독이 취임한 (재)국립극단의 첫 레퍼토리 작품, 가 1월 2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무대에선 등으로 절제와 폭발력이 공존하는 무대를 선보여온 한태숙 연출을 필두로 배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연극 배우들이 모여 고전신화의 새로운 해석을 펼쳐낸다. 이번 연극은 영웅성과 초인성에서 벗어나, 야망과 오만으로 운명에 저항하다 파멸을 맞는 '보통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성공과 실패,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맞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차갑게 세워진 벽만이 무대에 세워져 차가운 절제를 표현, 파멸하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표현한다.연극 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고통 신음하는 백성들 오이디푸스(이상직), 정동환(크레온) "태양신에게 세상이 도탄에 빠진 이유를 물었나이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박정자) "우물을 보시오. 저주의 원인이 보일 것이오" "예언은 믿지 마세요" 아내 요카스타(서이숙) 불길한 예감 파멸로 치닫는 운명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1.20 / 조회 9,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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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운명 앞에 놓인 평범한 <오이디푸스>가 온다
재단법인으로 탄생한 국립극단이 운명의 장난 앞에 놓인 인간 를 창단작으로 선택했다. 2500년 전에 쓰여진 소포클레스의 비극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과 함께 기구한 운명에 휩싸인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햄릿과 더불어 서구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일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립극단 상임연출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오이디푸스를 평범한 보편적인 남자로 보는 것과 그간 남자가 맡아왔던 티레시아스 역을 여자가 맡는 것이 이제까지의 오이디푸스와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오이디푸스 역 _ 이상직‘평범한 외모’로 오이디푸스 역에 발탁된 이상직은 그간 크고 작은 연극 무대에서 선 굵고 깊은 모습을 선보인 연기파 배우. “자주 가는 시장의 죽집 아주머니도 내가 배우라는 걸 믿지 못한다”며 웃는 그는 “인간 본연의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 손잡아 주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예언자 티레시아스 역은 박정자가 맡았으며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요카스타 역엔 서이숙이, 요카스타의 오빠 크레온 역엔 정동환이 나선다. 박정자, 정동환, 서이숙(왼쪽부터)이번 공연은 ‘보고 있다’는 3자적 시선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 회화, 조각 등 시청각적 모티브를 활용한 행위예술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오브제 연출과 출연을 함께 맡은 이영란은 공연 전부터 무대 한편에 비스듬히 세워진 8미터 높이의 벽에 분필로 군중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공연 과정에서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림을 통해 무대만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영란의 설명이다. 한태숙 연출과 이영란레퍼토리 시스템 운영을 선언한 (재)국립극단은 를 시작으로 올해 오은희 작, 이병훈 연출의 , 독일 연출가가 나설 , 배삼식 작, 김동현 연출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손진책 예술감독은 레퍼토리 시스템을 위한 상설 극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앞으로 국내 대본의 외국어 작업과 신작 개발, 지역 등에 찾아가는 공연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국립극단의 신작 는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프리뷰 기간인 18, 19일은 전석 1만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1.07 / 조회 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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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세계> 무대를 향한 순수한 그네들의 뜻
“속이 검은 지 하얀 지는 중요하지 않아…….” 흔히 본질을 ‘속’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에 비한다면, 위의 말을 ‘본질, 근원 따위는 상관없어’ 식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발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속’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기 편의를 위한 왜곡된 마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속이 검든 희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고집이야 말로 정도를 향한 얼마나 순수한 가짐이더냐. 연극 는 검고 또 흰, 그래서 혼란스럽고도 비통한 1908년, 소리를 안고 ‘속이 검은 지 하얀 지는 중요하지 않음’을 다짐하며 무대 위에 선 우리 연극인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 설립과 최초 신극 ‘은세계’를 통해 한국 연극사에 신극이 등장한 지 100년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 작품에서 이념 논쟁이나 은세계의 작가이자 친일 행동으로 비판의 논란을 여전히 품고 있는 이인직이라는 사람은 잠시 놓아두자. 뿌옇게 무대 배경으로 기관차가 투영되고, 그 옆에 이인직이 있다. 자신의 작품 ‘은세계’ 공연을 보기 위해 경성으로 향하는 그의 발길 중, 뜻 모를 여인과의 조우를 통해 그와 우리는 연극 를 만나게 된다. 극단 미추의 는, ‘은세계’를 무대에 올리기 위한 당시 배우들의 고군분투와 그것을 지켜보는 이인식의 모습이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 이뤄지는 작가와 작품의 가상 만남이다. 구국을 위해 큰 돈을 모았지만 악독한 관찰사에게 재산과 생명을 잃게 된다는 최병도 타령을 기초로 한 ‘은세계’. 구전되는 춘향이나 심청이 이야기가 아니라, 만민들이 보고 겪어 살에 와 닿는 이러한 이야기는 당시 ‘신극’, ‘연극개량’ 등과 같은 용어로 더욱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왔을 수도 있음이 비춰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은세계를 준비하는 무대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공연’과 ‘극장’, 그리고 그것을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를 사이에 둔 세력들 속에서 그들에게 이인직의 친일 행적과, 새로운 연극 형태 등은 제 1의 사항이 아니다. 오로지 ‘극장을 지키느냐, 공연을 이어가느냐,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느냐’이다. 창극 형태인 100년 전 은세계처럼, 이번 에서도 역시 구성진 가락이 어울린다. 자연스러운 유머가 녹아 든 그네들의 소리에 웃음이 소소하다. 부드럽고 맛이 있어, 고루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 될 것이다. 다만 이인직의 등장과 퇴장, 전 부인과의 대화는 화해의 분위기를 띠고 있으나, 무엇을 위한, 누구와의 화해인지 불분명하다. 허나 ‘늘 앞서고자 했으나 늘 반 발짝 늦었다’는 마지막 이인직의 절규는 쓸쓸하고도 날카롭게 생을 선택했던 그의 일편인 듯 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멍멍하게 한다. 는 오늘날 관객들에게 100년을 품고 부활한 기념비적인 가치에 더하여 많은 것들을 던져준다. 무대인들에게 작품을 향한 그들의 뜻과 삶의 태도가 어찌 만나고 있는지 되돌아 볼 기회를, 그리고 열정으로 지켰던 그 무대를 쉬이 가벼이 여기곤 하는 일상의 우리들에게 작은 울림을 말이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10.10 / 조회 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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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세계> 한국 최초의 신극, 100년 만에 부활하다
당시 혼란스러운 한국사 기로에 서서 강한 현실성을 바탕으로 신연극의 효시라 불리는 가 초연 10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올해 한국 근현대극이 시작된 지 100년을 맞아 크고 작은 기념행사와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연극 로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개막작을 선보인 극단 미추가 이번에는 를 공연한다. 정동극장과 극단 미추의 공동제작으로 오는 10월 선보이는 는 신소설의 효시로 평가 받는 ‘혈의 누’, ‘귀의 성’ 등을 쓴 이인직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 1908년 국내 최초의 서양식 극장이자 현재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자리에 있었던 원각사에서 이인직이 직접 대본까지 맡아 창극의 형태로 초연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1908년의 희곡을 한 축으로 하지만 더불어 이인직의 삶과 행적을 다뤄 극중극의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1910년 동경을 배경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를 ‘은세계’의 내용과 엮어 당시 뿐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은유하겠다는 의도다. 17일 있었던 작품 기자간담회장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말로 운을 뗀 손진책 연출은 “이인직에 대한 공감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시에 새로운 연극, 창작 연극을 해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인직은 이완용 측근 역할 등의 친일 행적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인물 중 하나이다. 이에 손 연출은 “이인직의 치부를 직시하여 새로운 시대에 치열하게 반응했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객관적인 시선을 보이고자 했다”며 “이번 는 은세계의 재연이 아닌, 은세계라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다. 극본을 쓴 배삼식은 “자신의 뿌리와 근대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를 설명하며 “근대극을 떠올릴 때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했던 일제 시대 등의 배경이나 그것에 대한 부끄러움 등을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떨쳐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에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무대를 지켰던 많은 연극인들에 대해서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은세계’라는 작품을 준비하는 당대 소리광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본 공연에서, 초연의 형태가 창극이었다는 점을 살리기 위해 왕기석, 이덕인, 한승석 등 한국의 명창들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인직 역에는 얼마 전 에서 리어 역을 맡은 정태화가, 그의 전처 역은 김성녀가 맡는다. 원뿔형의 무대는 원각사의 모습을 재연할 것이며, 스크린에 영상을 투영해 공연장 안팎의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스크린에 투영하는 영상으로 또 다른 효과를 꾀하며, 실제 국악 라이브 연주로 진행되어 작품의 멋을 더할 것이라고 한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9.18 / 조회 3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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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속의 요정] 32명의 김성녀가 풀어내는 감동
“5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서 봅니다.” 목소리나 걸음걸이나 곱기 그지 없는 김성녀가 객석으로부터 걸어나오며 건네는 인사다. 불이 환한 객석에 준비 없이 앉아 있던 관객들은 그렇게 친근하게 배우를 만난다. 제 4의 벽은 이미 무너졌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풀어지고 김성녀가 무대로 향하면, 공연 시작이다. 다시 돌아온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의 앵콜 공연이 올해에도 이어진다. 2005년 초연 이후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김성녀의 1인 32역, 50년을 통하는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맛깔나고 구성진 노래는 작년까지 대구, 의정부, 제주도 등지를 거쳐 대학로에 들어선 지금에도 여전했다. 도란도란, 이야기의 힘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일본인 작가가 극화했고, 다시 한국으로 가져왔으나 어느 곳에서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이야기가 가진 큰 힘의 증거다. 일본의 동명 작품이 원작이라 하나 각색이라기보다 재창조가 더욱 어울린다. 작년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과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은 [열하일기만보]의 작가 배삼식은 치밀하고 탁월하지만 우리네 여유와 흥의 맛을 빼 놓지 않는 묘미를 부렸다. 무엇보다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머리맡의 어머니처럼, 마을의 전기수처럼, 재롱 가득한 어린 아이처럼 김성녀가 관객 주변을 맴돌며 풀어내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철없던 시절 결혼한 어린 신부와 꼬마신랑이 함께 50여 년의 세월을 쌓아가며 겪어내는 삶의 모습들엔 구비구비 산골 같은 인생의 고저가 그득 담겨있다. 함께 펼쳐지는 김서방과 박서방의 그림자극은 한편의 전례동화처럼 아름답고 여운이 길다. 32명, 50년 이야기 긴 의자 하나, 왼편과 오른편 작은 반닫이 두 개가 전부인 텅빈 무대와 하얀 뒷 배경에서는 32명의 인물과 장면이 찰나의 순간에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천상 배우인 김성녀는 양갈래 머리를 얹기만 하면 소녀가 되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스웨터 하나를 걸치면 살림을 짊어진 어미가 되어 주름살을 그려낸다. 한국 전쟁과 해방, 그리고 아스팔트 길이 깔린 현대에 이르기까지 벽속의 요정이 걷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이 앉고 있는 무거운 공기를 예상치 못한 때에 ‘퐁’하고 빠져나게 해 숨 쉴 구멍을 만드는 것이 있다. ‘살아 있다는 건 아름다운 것’이라며 경쾌하고 유쾌하게, 구성지고 질펀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관객을 울다가 웃게 만들고 이내 작품에 홀리게 하여 멋쩍을 틈도 만들지 않는다. 춤과 노래, 그리고 이야기와 연기 등 공연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가 잘 맞물린 [벽속의 요정]을 내공있는 배우의 멋진 무대쯤으로 정리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죽음 앞에서 신 보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을 향해 죄를 고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이 작품 안에 인간을 향한 고귀한 정신이 무엇보다 묵직하고 뜨끈하게 담겨 있음을 알아차릴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 황선아(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una1@interpark.com)
2008.02.18 / 조회 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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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속의 요정] 김성녀, 그의 곰삭은 연기에 잠겨..
한 모녀의 집 벽 속에는 요정이 살고 있다. 이 요정은 밤마다 몰래 나와 딸 순덕이에게 아름다운 민요를 가르쳐주고 친구가 되어준다. 순덕이는 이 요정을 ‘스테카치’라고 부른다. 요정이 불러주는 러시아 민요 ‘스텐카라치’를 4살 짜리 아이의 서툰 발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스테카치’는 순덕이의 아빠다. 일제해방과 6.25전쟁 중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 그는 ‘빨갱이’ 낙인을 찍혀 벽 속에서 숨어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이 조용해지면 나오자고 했지만 그는 무려 40년의 세월을 벽 속에서 산다. 사춘기 딸이 가져다 준 꽃과 단풍 같은 ‘빛’이 유일한 기쁨으로 세월을 견디게 해준다.
[벽속의 요정]은 지독한 이데올로기에 피해를 입은 한 남자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무려 40년 동안 밝은 빛을 포기한 채 살아가지만 아내와 딸이 있고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기에 그는 살아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는 김성녀,한 명이다. 마당놀이에서 친근하고 구수한 입담으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된 김성녀는 그의 첫 모놀로그 드라마에 도전해 박수를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 김성녀는 마당놀이를 벗어난, 이를 뛰어넘는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아 역시 김성녀란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무대에는 그 혼자뿐이지만, 작품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엄마 역, 아버지 역, 어린 순덕이 역, 외할머니 역이 따로 있는 듯, 그렇게 흘러가는 걸 느낀다. 곰삭고 곰삭은 연기는 가족간의 사랑과 숨막히는 이데올로기를 무리하지 않게 끌어내 눈물을 흘리게끔 만들고, 나이를 알 수 없는 청아하고 맛깔난 노래소리는 마음을 울린다.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깊은 장면은 순덕이, 아버지가 밤마다 짜둔 베로 웨딩드레스를 해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벽 속에 있는 아버지에게 선보이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눈물나고 서러워 그 앞에서 가장 먼저 웨딩드레스를 선보이는 장면은 관객의 진심을 건드리고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살아 있다는 건 정말 좋지라?” [벽속의 요정]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한 말이다. 정말 살아있다는 아름다운 것임을 이 연극은 내내 속삭인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가족간의 끈끈한 애정이라는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연극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벽속의 요정]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일본작가가 쓴 작품을 우리나라 역사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하지만 각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들어맞는 해방과 전후 배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중간에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인형극 또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살아있어서 좋고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 새삼스럽게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는 김성녀의 농익은 연기가 있어서 가능하다.
2007.01.22 / 조회 8,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