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밀양의 여름, 연극으로 물들다.'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연극, 지역에 뿌리내리다(Theatre, Rooting down to the Locals)라는 슬로건으로 새롭게 찾아온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표한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된 만큼, 지역단체 및 시민들과 연계하여 지역민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홍보대사에는 등 연극을 비롯해 영화 등에서 빛나는 조연을 맡았던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오달수가 임명되어 축제를 알리는데 앞장선다.
연극
이번 축제는 개막작인 을 비롯해 총 52편의 작품이 오른다. 52편의 작품은 밀양 전역에서 매일 무료로 펼쳐지는 프린지 공연을 비롯해 8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개막작인 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삶과 예술을 그린 작품으로, 올해 개관을 앞둔 밀양 최대규모의 실내 극장 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올해 3월 남미 최대규모의 공연축제 ‘이베로아메리카노국제연극제’에 공식 초청되어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왼쪽부터) ,
그리고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셰익스피어 주간’에는 한국의 전통의상과 춤, 음악으로 재해석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극단 목화의 , 영국 연출가와 한국 배우들이 함께 작업한 등 6편의 작품이 오른다.
밀양 상주연극단 연희단거리패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지역문화주간’에는 개막작을 비롯해 각종 연극상을 수상한 ,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소극장 레퍼토리 등이 공연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
이외에도 고전 작품을 조명하는 ‘명작 클래식 주간’, 다양한 극단의 창작극을 만나볼 수 있는 ‘창작극 주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주간’, 치열한 경합을 통해 선정된 8편의 작품이 경연을 벌이는 ‘젊은 연출가전’, 대학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학극전’ 등이 있다.
제 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오는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밀양연극촌 7개 극장과 밀양아리랑아트센터를 비롯한 밀양시 전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7월 1일부터, 공식홈페이지(http://www.stt1986.com/)에서는 7월 4일부터 예매할 수 있으며, 매일 첫 공연 2시간 전부터 현장예매도 가능하다. 지방에서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지역주민 할인 및 교통•지역 시설 연계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제공
2016.06.27 / 조회 4,325
-
오달수, 철저히 외로운 황노인으로 변신, “운명입니다, 그저, 하는 것이죠”
고립된 한 아이가 바깥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에서 오달수(44)는 집 나간 아내에 대한 한을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표하는 인물이다. 처절히 외로운 인물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반송장이 되어 이승과 저승 어디쯤에 있기도 하다. 스크린에서 보았던 ‘웃음 종결자’의 모습을 기대하면 당황하겠다. 하지만 여기서도 오달수는 다르지 않다. 여전히 깊게 생각하는 진지한 표정이다. 하긴, 희극적 역할에서도 그 스스로 폭소하며 웃음을 이끌어 낸 경우는 없었다. 이것이 연극이나 영화를 가르지 않고 ‘그저 연기를 하는 것’이라는 오달수의 고요하고 치열한 진가다. 작품이 마냥 쉽게만 다가오진 않더라고요. 동이향 작가 작품의 특징이, 언어가 굉장히 다듬어지고 상징적이며 시적이기까지 하죠. 그런데 거기에 속으면 안돼요. 그 안에 무언가가 있겠지만, 보이는 데로 읽으면 되거든요. 그러면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아마 대사들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을 땐 ‘어, 무슨 이야기 했지? 어떻게 넘어갔지?’ 의아해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가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구성 면에서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시공간도 초월하며 배역이 서로 바뀌기도 하는데요. 그 점이 이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입니다. 관객 반응을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많은 것들을 생각하시나 봐요. 아이가 성장해 가는 그런 모습이 보이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 생각할 거리가 있으니까요. 관객 반응이 좋은 이유는 아마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따뜻하고, 뭔가 정서적인 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관객을 즐겁게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성기웅 연출과는 첫 작업입니다. 아마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성기웅 연출도 처음일걸요. 조용한 연극, 그런 식의 작품을 해 오다가 이렇게 몸 쓰고 하는 건 처음인 듯 해요. 저희 극단(신기루만화경)의 작품 스타일이 같은 시끌벅적 한 작업들을 해 오다 보니, 이번 작품이 서로서로 자극이 되요. 배울 것도 많고, 서로 많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이향 작가의 작품은 처음은 아니시지요? 아주 옛날에 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 때 생각하면 진짜 끔찍하죠.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대사를 쳤으니까, 워낙 어려워서.(웃음) 이 작품은 작가가 스물 두 살 때 썼다고 하니까 기가 막히죠. 이나 다른 동이향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점점 커가고 있고, 아주 좋은 작가임은 틀림 없습니다. 지난 해 유독 영화 작업을 많이 하셨습니다. 원래는 이 연극을 못할 뻔 했죠. 그런데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았어요. 문제는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2, 3일 만에 바로 연극 연습에 들어가서 체력적으로 좀 후달렸죠.(웃음) 이번 작업 끝나면 몇 주라도 좀 쉬어야 될 것 같아요. 황노인이라는 인물은 집착이 강한 인물입니다. 산 속 깊은 곳에 살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많은 걸 뜻하죠. 속세를 떠난 사람이 아니면, 아주 외로운 인물을 의도했을 거에요. 작품의 때, 장소 등을 봤을 때 아이에 대한 집착도 집착이지만, 이 사람의 외로움도 강하게 보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에게 힘을 실어, 아이에 대한 집착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어요. 본질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 외로움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 같더군요. 맞아요, 그렇습니다. 연극 중그간 남편 역할을 맡은 적은 많았지만 아이를 둔, 부성애를 가진 전형적인 아버지 캐릭터는 드물었어요. 이제 슬슬 그런 작품들 들어오기 시작해요. 그 전에는 뭐 사시마가 왔다 갔다 하고(웃음). 아직 때가 아니지 않았을까, 해요. 이제 마흔 중반에 들어서니 그런 역할들을 시작해서, 나중에 맡을 역할은 아버지 밖에 없지 않습니까.(웃음) 많은 배우들이 희극이 더욱 어렵다고 하지만, 정작 배우 오달수는 희극적 이미지가 강해서 비극적인 배역을 선보이기가 더욱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극과 비극에 관한 그 말씀은 통계적으로 나와있는 이야기에요. 또 사실 무대 위에서 릴렉스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경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희극이 더 어렵다고 말씀 드린 거지요. 이번 연극에서 황노인 역할은 지금까지 저의 이미지와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연극은 약속이에요. 이것도 역시 통계에 나와 있는 이야기인데, 어떤 이미지가 굳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다른 이미지에 관객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약 10분 이라고 합니다. 10분이 지나면 서로 연극에 대한 약속이 이뤄지는 거죠. 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웃을 준비를 하셨다가도 10분쯤 지나면, 아, 저 사람이 어떤 역할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심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 10분을 버티면 되요. 씬 스틸러, 미친 존재감, 웃음 종결자. 배우 오달수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일단 그런 말 자체를 싫어합니다. 어떻게 씬을 훔치며, 미친 존재감이라는게, 존재를 증명하기도 힘들어 죽겠고만.(웃음) 수식어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애드립이 많지도 않고 표정이나 동작이 크고 과격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연극에서 배우 오달수를 금새 알아차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찬의 말씀이신데, 그렇게 느끼셨다면 섬세해서 그렇지 않나. 저도 잘 몰랐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어디선가 인터뷰 하신 걸 보니, 저를 굉장히 섬세한 배우다, 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저는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거짓처럼, 연기하는 것 같이 안 보이기 위해서 디테일이 중요하죠. 아주 일상적으로 보여져야 되요. 연기를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해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힘겨워 하는 게 일상이 지루한 까닭도 크거든요. 일상과 같은 연기, 일상처럼 연기가 지루하고 괴로워질 때는 없는지요. 걱정하지 마십쇼. 곧 죽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일상을 지루하게 생각하지 마십쇼.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어요. 그 때까지는 뭐, 어쩌겠습니까. 연기가 지루하다 생각이 들면 염세적으로 점차 빠지겠죠. 쇼펜하우어도 죽겠다고 권총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늙어 죽었잖아요.(웃음) 그러니까, 운명입니다.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 되요. 죽고 싶어도 못 죽는 그런 운명이 있습니다. 자기가 타고난 운명. 그냥 하는 거고, 그래서 그냥 가는 거지요. 낭독 워크숍 등 지난 해 극단 신기루만화경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어요. 10주년 행사를 하려고 했다가 쪽 팔려서(웃음). 이제 10년 되어 놓고 뭘 시끌벅적하게 하나, 됐다, 했지요. 대신 이다 극장에 상주단체로 선정되어서 작년에 참 좋은 경험 많이 했어요. 워크숍을 잘 하지 않는데 여건이 되니 낭독회 등, 수확이 아주 컸습니다. 배우가 아닌 극단 대표로서의 걱정도 있을 듯 합니다. 그렇긴 한데, 짐, 일이라는 건 나누면 되요.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 혼자, 혹은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희 극단은 운영위원들을 두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조언들을 받아서 같이 가는 거지, 내가 대표임네, 완장, 이런 건 별로. 그래서 비교적 좀 편안하게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대표가 종신제였는데 곧 바꿀 생각입니다. 단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해 봐야 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대표로서 이 극단을 이끌어 가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좀 더 긴장들 하지 않을까 합니다. 관람 예정인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같이 사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을 때 굉장히 놀랍고. 어차피 연기하는 거니까. 굳이 새롭다, 그런 거 없이 그냥 편안하게 보시면 될 거에요. 제 역할에 코미디 코드는 없습니다. 허나 다른 도깨비라든지 볼거리들이 풍성합니다. 재미있는 연극이니까 얼마든지 부담 없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2.21 / 조회 11,074
-
<해님지고 달님안고> 오달수, “연극, 숨을 곳 없어 더 힘들다”
웃음 종결자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오달수가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표로 이끌고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2011년 첫 정기공연인 에 웃음기 싹 뺀 반송장 황노인 역이다. 지난 10일 대학로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공연을 시작한 는 극작가 동이향의 1997년 작으로, 등의 성기웅이 연출을 맡았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에 살고 있는 황노인은 아내가 도망간 이후 아이에게 집착한다. 아버지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이는 결국 황노인의 목을 조르고, 순간 눈이 머는 아이와 반송장이 된 황노인에게 꿈결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세상으로 나가는 길목에 펼쳐진 도깨비 늪 다섯 도깨비들이 이들 주변을 맴돈다. 동이향 작가, 성기웅 연출고립되어 자란 아이가 아버지의 구속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번 작품을 두고 성기웅 연출은 “부모를 잃고 홀로 서는 것이 세상에 나아가는 진짜 성장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몽환적인 분위기와 현실과 환상의 구별이 모호한 전개를 두고 “오히려 과학적으로 명쾌했다면 작품의 시적인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아 두 사이를 조절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돋보적인 씬 스틸러로 코믹 매력을 발산한 오달수는 아이에게 집착하는 황노인 역을 맡으며 “울리는 것 보다 웃기는 게 더 힘들지만, 연극 무대 위에선 숨을 곳이 없어 더욱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적인 언어가 더욱 돋보이는 이번 작품을 두고 “동이향 작가의 작품 언어가 쉽진 않지만, 한편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매우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있는 그대로 편안히 감상하는 것이 작품을 마주하는 제일 좋은 방법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황노인의 눈물과 핏물, 표주박, 도리깨질 등이 변한 각기 다른 캐릭터의 도깨비들의 움직임도 독특하다. 연극 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세상으로 가는 길목, 도깨비 늪의 다섯 도깨비어디를 향해 해매시는가, 황노인(오달수)"너는 절대 이곳을 못 나가""씨름 한판으로 너희들을 날려보내겠다""이게 무슨 냄새야? 구리기로 송장 냄새만한 게 더 있을까?""아버지, 어미가 뭐에요? 저 밖에 뭐가 있어요?"월식이 시작되면 세상은 깜깜해지지.아이는 눈이 멀고 아비는 반송장이 된다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2.14 / 조회 10,416
-
[스토리텔링프리뷰] 한 아이의 독특한 성장담,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혼돈과 고립 사이에 아이는 불안하다. 깜깜한 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보이는 것이 정말로 없는 것인지 내 눈이 먼 것인지 그 조차도 알 수 없다. 더불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아이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도깨비들이 출몰하고 그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난장과 혼돈 뿐이다. 그러나 아이는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난장과 혼돈의 길, 그 끝에서만이 성장이 가능해 보이므로.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숲 속에는 도깨비들이 사는 늪이 있다. 그 늪을 건너 더 깊숙한 곳에 한 아이가 살고 있다. 아이 곁에 어머니는 부재하고 아버지만 있다. 그런데 아버지란 사람이 이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아버지로서 존재하고 아이를 보호하기보다 아이에게 집착하면서 산다. 아이를 구속한다. 아이의 아빠 황노인은 마누라가 도망 간 이후로 아이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의 잘못된 욕망과 집착사이 아이는 결핍된 채 깊은 산 속 고립돼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그립다. 또한 세상이 궁금하다. 구속과 고립을 벗어나고 싶다. 아이는 드디어 결심한다.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는 아버지 앞에 아이는 목을 졸랐다. 동시에 아이는 눈이 멀고 길을 잃는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 도깨비 늪으로 들어간다. 그 곳이 이상하고 괴기한 곳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말한다. 그 것이 아이가 지나야하는 성장의 시간이라고 말이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작가 동이향과 연출가 성기웅이 만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작가 동이향은 확고한 자기세계와 희곡 언어를 구사하며 연극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기대주고, 연출가 성기웅은 연극 ‘삼등병’,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꼼꼼한 극작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둘이 선사하는 독특한 성장이야기가 어떤 모양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또한 작품에는 명품조연의 원조격 배우 오달수가 아이의 아버지 황노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작품이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당선된 희곡을 기반으로 한 만큼 관객들은 세련된 언어 구성과 리듬감 있는 대사, 깊은 변신구조 등 연극만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모호한 배경 아래 펼쳐지는 도깨비, 과부댁 등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향연들도 기대되는 볼거리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오는 2월 10일부터 2월 27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8 / 조회 12,175
-
[현장스케치] 갈 때까지 놀아보자! 연극 ‘오구’ 포토콜 현장
지난 3일 오후 7시 호암아트홀에서 연극 ‘오구’의 포토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연극 관람 후, 고희연을 맞은 강부자의 축하 리셉션도 마련됐다. 포토콜 행사에는 평소 국민엄마 강부자와 절친한 중년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장 먼저 배우 김영옥이 도착했다. 그는 짧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희연을 맞은 강부자를 축하했다. 이어 배우 백일섭, 김용건, 이순재, 김창숙, 노주현 등 대한민국의 대표 중년배우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또한 도올 김용옥 선생, 김을동 의원 등도 참석해 연극 및 고희연을 축하했다. 연극 ‘오구’는 현재까지 22년 동안 장기 상연되며 평균 객석 점유율 97%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1997년부터 노모 역으로 열연한 강부자가 이번에도 극을 맡아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죽음을 코믹하게 표현해 삶과 죽음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고 해학적인 우리의 정서를 담았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행사장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여러 관객들로 붐볐다. 연극을 끝내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강부자는 리셉션 자리에 참석한 배우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한 연극 ‘오구’는 고희연을 맞은 강부자의 열연과 함께 오는 9월 5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newstage@hanmail.net)
2010.08.04 / 조회 11,391
-
<오구>의 환상 호흡 - 강부자, 오달수 & 이윤택
죽은 자를 위한 굿, 오구. 하지만 그곳엔 죽음의 불안도, 공포도, 눈물도, 아쉬움도 없다. 저승사자 마중길에 서서 이승에서의 삶을 신명 나게 뒤돌아보는 이 판이 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 그리고 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노모 강부자, 그의 맏아들 오달수 트리오의 호흡은 여전히 최강. 지난 17일 토요일. 모처럼 서울에서의 가열찬 연습을 마무리하고 마주 앉은 세 사람. 플레이디비 독자들의 트위터 질문을 연신 컴퓨터 모니터로 보며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건가?”를 연발하는 강부자에게 연출가 이윤택은 쉴 새 없이 트위터와 플디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이거 재밌네, 헐”하며 위트 있는 한마디를 빼 놓지 않았던 오달수까지, 세 명과 함께 실시간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은 트위터 라이브 인터뷰, 그 생생함 속에 20여 년간 대한민국 국민의 심금을 휘저어온 마력이 솔솔 풍겨나온다. 2010년 왜 다시 일까요? 는 이윤택이 썼지만 개인의 결코 개인의 작품이 아닙니다. 연극이라는 게 민족이 이어오는 삶의 집단 무의식에서 나오는 거니까, 그 집단 무의식 중에 발견해 낸 것이죠. 연극평론가 김방옥 선생님이 ‘이윤택이 전통의 보물창고를 열어젖혔다, 전통의 보물창고가 쏟아졌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후 가장 한국적인 코미디가 탄생했다고요. 우리 민족의 삶과 죽음, 결혼하고 죽고 태어나고, 다 의식이 있잖아요. 우리 민족 의식을 발견한 거죠. 그래서 한민족이 존재하는 한 이 작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jongso님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를 쓰셨다는데, 주로 어떤 잔소리를 들으셨나요? 자식이 말 안들을 때 “나 갈란다, 나 갈란다”하는 어머니 말은 잔소리가 아니라 협박이에요. 집을 나가겠다, 재가하겠다, 너를 버리고 도망가겠다, 아니면 심지어 저승가겠다, 그 뜻이거든요. 그러면 어린 애들은 겁먹고 붙들고 “엄마, 가지마라~”그런단 말이죠. 그게 생생하게 어릴 때 저와 어머니의 관계였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 있죠? 100% 옛날 어머니가 저하고 하던 대화 오리지널 버전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웃음) @hs_storyp @uncanny9 작품 활동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삼국유사가 내 교과서이고, 간접적으로 영향 받은 사람은 많죠. 오영진 선생님은 작가로서 영향을 주신 분이고, 연출은 유덕형 선생님께도 영향 받았어요. 구체적으로 우리 어머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주위 사람들 표정이나 반응도 다 영향을 줍니다. 강부자 선생님은 작품 의뢰 받고 두말 없이 “하겠다”고 하셨다면서요. 1997년부터 노모 역을 했는데, 일단 이윤택이라는 분한테 믿음이 간거죠. 예전에 라디오 ‘황인용 강부자입니다’를 진행할 때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로 부산에서 인터뷰를 하러 오셨었어요. 그땐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아이’로 봤지요.(웃음) 는 원래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출발했어요. 소극장 실험연극으로 속도로 엄청 빠르고, 막 뛰고, 공연을 하고 나면 배우들이 쫙쫙 뻗었죠. 소위 대박이 나다가 96년쯤 되니까 한계가 온 거에요. 그만 할까 하다가 노모 역을 해 오던 남미정 등 배우들이 이 작품을 더 대중화하자, 정말 한국의 할머니, 어머니를 대변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서 부탁을 해보자, 그랬죠. 그 때 투표에서 강부자 선생님이 만장일치였어요. 라디오 진행하시는 곳으로 찾아갔죠. 제가 예전에 인터뷰 했던 젊은 작가입니다, 하고 라는 작품이 있는데, 하고 말씀 드리니, 그냥 “합시다” 하시더라고요. @fornnest 연기계의 최고봉이자 달인인 강부자, 오달수님과 작업하는 느낌을 부탁 드립니다. 기분 좋은게요, 오달수라는 배우는, 이거 밝혀도 괜찮겠어요?(웃음) 인쇄소에서 왔어요. 포스터 들고 부산 가마골소극장으로 배달을 왔는데, 포스터 놓고 안 가고 계속 연습을 보고 있는 거에요. 순간 필이 왔죠. 연기 한번 해 봐라, 하니 에에에에, 하다가 며칠 있다 또 와서 연기 해봐, 해봐, 하고 제가 꼬셨어요.(웃음) 남미정씨와 연희단거리패 동기에요. 오달수씨 배우로 첫 역할이 문상객 1번 이었어요. 97년도에 정동극장에서 공연할 때 처음으로 강부자 선생님의 맏상주로 달수씨가 같이 했죠. 이 팀 그대로 98년도 베를린 공연도 했고, 최고의 콤비입니다. 지금은 오달수씨가 극단 신기루만화경 대표이기도 하고, 영화 쪽에서 활동도 많이 하다보니 시간이 없는데, 강부자 선생님 칠순이시고, 호암아트홀에서 크게 하니까 다시 소환한거죠.(웃음) 본인이 모든 스케줄 접고 왔습니다. 플디 fallsky76 님 라는 작품을 통해 오달수 님을 처음으로 뵈었습니다. 오달수님은 묘한 흡인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본인 스스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는 항상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제 스스로 볼 수 있는 건 없죠. 근데 제일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 하면, 남들이 나를 보고 즐거워하거나 감동을 받을 때, 그 때에요.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많이 나오면 행복하고 기분 좋고, 단지 그렇게 반응만 느낄 뿐이지, 제가 보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화장실 거울로 보면서, ‘음, 이 정도면 괜찮지’ 이런 건 없으신지.(웃음) 저를 볼 때 참 잘생기고 멋있게 보여요, 저는요.(웃음) 남들은 다른 걸 보나 봐요.(웃음) 며칠 전 인터뷰에서 달수씨가 배우답지 않아서 좋다고 했어요. 왜냐면 말쑥하고, 흔히 말하는 얼짱, 저는 얼짱을 참 싫어해요. 얼짱한테는 얼굴 밖에 별로 나오는 게 없거든요. 근데 달수씨 같은 분은 짜면 짤수록, 한약을 베보자기로 짜면 짤수록 진국이 나오듯이, 이런 얼굴에서는 여러가지가 나오거든요.(웃음) 아주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진국물이 나올 수 있지요. 실제로 대단히 수줍어 하고요, 평상시에는 전혀 연기적, 이런걸 의식 못하는 사람이에요. 유난히 순박하고 아주 서민적인. 연기할 땐 상대방 연기에 대한 리액션을 아주 잘해요. 상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런 쪽에 오달수 연기의 매력이 있지요. 플디 santa999님, irisyou80님 보시기에 배우 오달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실 오달수씨 희극 연기의 대표작은 라는 작품입니다. 이중생 역할을 했는데, 거의 천재적인 역할을 보여줬지요. 100% 관객들이 다 뒤집어져요. 가마골소극장에서 해서 부산사람들은 봤는데, 서울 관객들을 아직 못 봐서 내년에 다시 선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오달수씨의 희극연기는 하회탈, 한국 코미디아 델 아르테, 희극연기의 전형성을 띄고 있다고 봅니다. 플디 zizo27님 도 그렇고, 에서도 그렇고, 국민엄마라는 별명이 있으신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민엄마, 국민가수, ‘국민’자가 붙는 게 명예롭고 좋은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은 그 얘기가 그렇게 희소가치도 없고, 어리고 새로 태어난 가수들한테도 국민가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 내가 저 서열하고 똑같은가’, 이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국민엄마라는 호칭은, 일단 기분 좋고 명예롭죠. 근데 내가 과연 국민엄마답게 엄마 노릇을 했는가, 여러가지 부담스럽고, 황송하고, 그렇습니다. @sjhhi 엄마로서 가장 행복한 나이는 언제라고 생각되시는지요? 엄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서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마흔 다섯에서 쉰 다섯, 예순. 그 때 가장 엄마로서 행복한 것 같아요. 만약에 신이 10년의 보너스를 준다, 그러면 전 청춘은 싫어요.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좋아하겠지만, 저는 노을을 좋아해요. 파란 잎사귀도 물론 좋죠. 근데 전 낙엽이 좋아요. 그래서 전 45살부터 55살까지 다시 살고 싶어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시켜 놓고, 또 살면서 여러가지 많은 걸 이뤄놨고, 그 때야말로 아, 내가 이만하면 엄마로서 조금 행복할 때가 아닐까, 해요. 엄마한테 서러웠던 건 없어요. 내가 우리 엄마를 서럽게 해드렸지. 딸과 엄마의 관계는 평생 그래요. 돌아서면 후회할 일도 엄마한테는 투정 부리고. 엄마를 하늘에서 휴가좀 보내주시면, 무슨 이야길 할까, 어디를 갈까, 아휴, 아무 얘기도 못하고 어디도 못 가요. 그냥 손 꼭 잡고 하루 종일 쳐다보다가 가시겠지요. @100magnets 강부자 선생님 피부가 장난이 아닌 듯. 비결이 뭔가요? 배우라도 나는 얼굴을 가꾸지 않아요. 화장은 안하고 분장은 해요. 누가 메이크업 하려고 달려들라치면, 하지마, 하지마, 그러고. 강부자는 안 이뻐야 강부자지 이쁘면 강부자가 아니야, 하죠. 화장품도 아무거나 생기는대로 쓰고. 기능성 화장품은 믿지도 않고 쓰지도 않아요. 대신 한가지 하는 게 있어요. 아침 저녁 100번씩 얼굴을 때려요. 스킨 바르고 서른 번, 로션 바르고 서른 번, 썬크림 바르고 서른 번, 그러고 나서 목과 턱을 댓 번 치켜 올려요. 그런데 살살 하면 안되고 아프도록 때려야 해요. 다리미로 다리는 심정으로 살결 속으로 로션이 쏙쏙 들어가라고. 내가 만들어낸 노하우에요. 세수 할 때 마다 샤워 수건에 비누 뭍혀서 빡빡 밀고.(피부가 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해요?(웃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고, 타고 나는 것도 있을 거고요. @soyasteve 오랜 배우 생활을 해 오신 강부자 선생님의 연기 철학은 무엇인가요? 천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게 배우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배우생활 50년 가까이 하면서 한번도 눈썹을 붙여본 적도 없고요, 매니큐어를 발라본 적도 없고, 귀를 뚫어본 적도 없어요. 아주 자연주의죠.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는데. 일부러 아름다움을 내려고 하지 않아요. 여기서 천의 얼굴을 만들어 내야죠. 일단 작품을 받으면 그 사람은 어느정도 교육을 받았을까, 얼마만큼 잘 사는 집이었을까, 걸음은 어떻게 걸을까, 목소리는 낮은 편일까?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을 해요. 그 때부터 그 사람이 됩니다. @wogh0077 초연 때와 지금 공연의 차이점,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초연 때는 한국적인 매력이 많았었거든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우리 전통의 보물창고를 열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게 굉장히 강했습니다. 최근의 는 좀더 대중화가 되었죠. 지금 가 가지는 메시지는, 초연 때부터 끊임없이 왔던 것, 삶과 죽음에 문제를 다루면서 결국은 삶에 대한, 산 사람들에 대한, 산 자에 대한 죽은 자의 축복이랄까요. 네, 맞아요. 산 사람을 위한 축복입니다. 부제도 ‘산 자를 위하여’죠. 요즘 젊은이들이 이 작품을 좋아할까, 생각하다가도 빠져들면 더 열광적인 모습입니다. 세대간의 차이는 없다고 봐요.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한국인의 심성이 들어 있기 때문에 결국 다 같이 어울리게 된다고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0.07.26 / 조회 13,301
-
황천길에 신명이 넘치는구나! <오구> 연습현장
죽기 전에 굿 한판 열어 달라는 어미의 청은 오늘도 계속이다. “나 죽어 이 집은 누구 것이 될꼬.” 아차차. 아들은 어서 달려든다. “그럼요, 어머니 위해 한판 열어 드리리다.” 팔순 할매 황씨의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구성진 해프닝, 연극 가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에 한창이다. 1989년 서울연극제 초연 이후 22년간 1, 200여 회 공연, 약 3만 명의 관객들이 보며 울고 웃은 작품이다. 2004년 공연 이후 서울 무대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는 7월 25일부터 3일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한 판을 벌인’ 후 7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이윤택 연출을 비롯, 1997년부터 오구의 황씨 할매로 서 온 강부자와 이 작품의 문상객 역으로 배우 데뷔를 한 명품조연 오달수가 이번엔 맏아들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17일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연습에선 아들과 며느리, 황씨 할매가 익살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드디어 굿을 벌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먼 길 떠나기에 앞선 할매에게 죽음은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한 세상 살고 다시 떠나는 새로운 길이며 저승사자가 연애하자고 달려드는 놀이판이다. 요란스런 초상집 광경엔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유종식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젊은 배우들도 함께 한다. 구성진 소리와 몸짓이 쉼 없이 객석과 넘나드는 맛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연극 연습현장 연출가와 배우"에미한테 굿 한번 못 해주냐!"(오달수, 강부자)드디어, 죽기에 앞서 굿판이 벌어지는데.춤 바람난 며느리? 어허, 좋다! 좋다!부귀영화, 자식들 다 소용 없다~엄니~함께 황씨 할매 역을 맡는 남미정과 강부자저승과 이승, 그 사이 '오구'판이 벌어집니다~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0.07.21 / 조회 9,769
-
<먼데이 5PM> 복서가 된 배우 오달수
왜소한 몸, 그에 비해 너무 커다란 머리가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부풀리지 않는 연기에 천성적인 코믹 요소를 가진 주시할 만한 배우. 언젠가 그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난 후 쓴 메모를 들춰본다. 꼭 이 작품만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에서, 스크린에서 오달수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장면에 출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 한 장면이라도 ‘오달수의 힘’으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7년 전 그 작품에 다시 오달수가 선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놓아 버리기에도 어정쩡한 시간, 그런 어정쩡한 인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연극 연습에 한창인 오달수를 만났다. 역시 새로운 영화도 찍고 있다는 그와 어울리게, 무얼 시작해도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을 수요일 한 낮에 말이다. 지워지지 않는 ‘내 향기’ 있을 것 명품조연, 감초배우, 연기파 배우, 오달수를 수식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코믹, 이쪽으로도 많이 부르기도 하고, 다작 배우?(웃음). 일이니까, 제 업이니까, 일단 그것에 대해 말들이 많으면, 이슈가 되는 건 좋죠. 참 기분이 좋았던 적은 예전에 라는 연극에서 50대 경비원 역을 90대로 바꿔서 해 봤어요. 다른 분들은 거의 퇴장 없이 2시간을 무대에서 하셨는데 전 딱 한 장면 나왔거든요. 근데 많이 기억해 주시고, 커튼콜 때 박수도 제일 많이 받고, 분장실에서 구박 많이 받기도 했죠(웃음). 악역을 하실 때도 보면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만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악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떤 악한이라도 자기 연민이든, 남들이 봤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든 연민이 있는 거죠. 또 연기라는 게 연기의 질도 중요하고 다 좋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향기, 그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지워지지 않는 향기라는 게 있거든요. 그 사람만의 향기, 독특함. 뭐, 그런 것들이 좀 풍겨지지 않았을까. 악역을 해도 감독님들이 “뭐, 됐다, 그러면 됐다, 그러시고”(웃음) 물론 제 안에 악한 모습도 있고 선한 모습도 있겠죠. 그러나 선한 모습이 더 많지 않나?(웃음) 제가 함부로 농담 안하고, 말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그래서 아마 그런 이미지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말을 쉽게 하는 편은 아니시라고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1년이 넘었는데, 제가 30대 중반쯤인가, 세배를 드렸는데 그 때 “말을 더듬어라” 그런 덕담을 해 주시더라고요.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정치인들만 봐도 “아, 그, 저, 또..” 그 한마디 한마디에 정말 엄청난 생각이 깔리잖아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그 때 말씀을 가슴에 새겼었죠. 을 비롯해 연극 등 작가들이 오달수를 배역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쓴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작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웃음). 같이 생활해 봐서인지 딱히 연기 안 해도 되게끔 써 주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가령 미친 역할도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다는 그런 신뢰?(웃음) 3류라도 좋다, 주변부 인생의 행복에 대해 7년 만에 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올해 극단(오달수가 상임 대표로 있는 신기루 만화경) 운영위원회에서 뭘 할까, 얘기를 하다가 이해제씨가 이 작품에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초연(2002년) 때 연출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하기로 했죠. 어떤 면에서 욕심이 났던 걸까요? 초연 당시에는 밑바닥, 주변부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 막차 격이 이 작품이었죠. 해제씨는 그런 느낌을 좀 더 지금에 맞게 세련되게 구성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연극적으로, 좀 더 미학적으로. 또 해제씨가 글을 쓰니까, 각색한 부분이나 독백 부분을 보면 좋은 대사들이 참 많습니다. 결말이나 큰 변화는 없지만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해석 할 때 행복이라는 부분을 놓치고 갔거든요. 구질구질한 우리 일상, 그런 것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인생이 왜 이렇지?’하고 가는 때와 ‘가장 행복한 한 순간에 죽는 구나’ 이런 마음으로 가는 것과 분명히 다르고, 그런 면에서 울림이 좀 더 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은 같을지라도 행복이라는 부분을 인식하고 했을 때 묻어나는 늬앙스는 다르거든요. 좀 더 뭉클하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이 더블 캐스트네요. ‘스타’가 되셔서 인가요?(웃음) 그건 전혀 아니고(웃음) 좀 버글버글하게, 극단 식구들이 총 출동해서 축제 형식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더블 개념이 아니라 두 개로 팀을 꾸려서 하자, 그런 거죠. 그냥 합니다, 그냥 버티는 거죠.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많아졌습니다. 생활의 변화가 있나요? 물질적인 부분 외에는 큰 변화는 아마 없을 겁니다. 연기자는 연기자니까. 연극을 하든 영화를 하든 뭘 하든지 연기자는 연기만 하면 되니까요. 열정으로 시작해도 물질적인 부분 때문에 일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가 그네들의 밥을 책임져 주지 못하면서 그 사람들이 꼭 필요한 양식을 얻겠다는 데에 비난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고, 그들의 선택과 자유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을 때에는 잠깐 와서, 연극을 위해서라도, 연극무대에 와 주면 좋죠, 감사한 거죠. 그래서 연극 배우들이 대중에게 자꾸만 알려져야 된다는 거에요. 참 이런 부분이 조심스런 부분이긴 해요. 1989년에 연극을 시작하고 2000년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약 10년을 두고 “버티는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버팀에 가장 컸던 힘과 장애물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힘은 중독성이죠. 나이 서른 먹어서도 엄마한테 만원 짜리 한 장 받더라도, 그 (연기, 무대의) 중독성은 버리지 못할 것 같고. 그게 제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생활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두겠다는 생각을 왜 안 해 봤겠습니까.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으니까,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아르바이트 식으로 하다 바로 연극을 했으니 20대, 30대를 고스란히 바쳤고, 다른 걸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나는 거죠. 그냥 연극을 하는 게 가장 안전빵이었어요,안전빵(웃음). 장애라는 것은, 버티지 못하게 하는, 자기 고민이 가장 큰 유혹입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아, 내가 배우를 계속해서 되겠다, 안 되겠다’를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이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감이 턱 생길 때가 있거든요. 거만이나 자만이 아닌, 스스로 배우라는 자긍심을 가질 때가 옵니다. 그런 순간이 분명히 오는 데 그걸 못 버티는 거죠. 배우를 해야겠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그냥 하는 거에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게 진짜 무서운 말이거든요. 어마어마한 말이죠.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도 이건 설명할 수 없어요. 나이 지긋하신 선배들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했을 때, “그냥 해라” 그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될랑 말랑해요. 신뢰, 철저히 신뢰. 올해로 마흔 둘(1968년 생), 인생의 반을 배우로 살아오셨네요. 아, 그렇네요. 저는 아직까지 감히 배우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거든요. 근데 언젠가 이윤택 선생님이 희곡 전집을 내신 후에 저희 집으로 보내주셨어요. 그 앞에 싸인 해 주시고 ‘배우 오달수에게’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이윤택 선생님이야 말로, 대한민국에서 배우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가장 까다로우신 분인데. 그 글을 보고, ‘아, 내가 배우인가?’ 기분이 묘했어요. 물론 어디 화환 보낼 때는 배우라고 하지만(웃음). 스스로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죠. 제가 콤플렉스 많죠, 사투리도 못 고쳤죠, 발음도 안 좋거든요. 이렇게 문제 많은 배우도 아마 드물 겁니다(웃음). ‘신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작품에 대한 신뢰,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시나요? 사람이죠. 철저하게 사람이죠.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그 사람하고 며칠만 지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없거든요. 관객들만 봐도 그렇죠. 또 작가가 배우를 믿듯, 배우들도 연출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작품이 됩니다, 내 스타일이든 아니든 간에. 무조건 일단 믿고 따라가보는 거죠. 어느 인터뷰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잘 안 되는 부분인데. 이제는 제가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니라 걔가 좋은 딸이 되어주고 있다는 거죠. 아들이라면 좀 빗나가도 전 때려서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빗나가면 도리여 반갑고(웃음). 왜냐면 세상을 좀 더 남자답게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좀 엇나가도 반드시 돌아오거든요. 그런 부분이 젤 두렵습니다. 지금은 참 착한 딸이고 좋은 데 사춘기나 이런 것들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참 고민입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이번 작품은, 주변부를 맴도는 3류 복서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노래방 도우미를 나가는 여자와 군대에서 소대장한테 열 받아서 나오는 인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가족이 있고, 내가 사모하는 여자가 있고, 형제애도 있고 추억도 있고, 또 복싱하는 행복도 있고, 잔잔한 감동을 받아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작품은 어떤 작품이든 감동이 있어야 하거든요. 웃기든 뭘 하든 감동이 없으면 그 작품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09.11.06 / 조회 11,979
-
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 관람팁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또 다시 가을 문턱을 공연의 향기로 채우고 있다. 지난해 (독일, 루크퍼시발 연출)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 (프랑스, 카롤린 칼송 안무), (라트비아, 알비스 헤르마니스 연출) 등이 큰 호평을 받았던 바, 올해의 기대작이 무엇인지 공연관계자와 관객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중. 13개국, 39단체의 38작품이 32일간 펼치는 진한 무대 향기, 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면모를 살펴보자. 체홉, 한번 만나볼까?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작품 중에는 유난히 체홉의 작품의 많다. 체홉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에서부터, ‘바냐아저씨’를 아르헨티나식으로 재해석한 , 그리고 한국의 , 체홉의 아내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창작극으로 만든 칠레 연극 가 그 작품들. 각 나라별로 만나는 체홉의 향기는 어떨지 기대를 얻기에 충분하다. 러시아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작품을 작가의 고향인 러시아가 원전에 바탕을 두고 해석한 연극. 리투아니아 출신의 젊은 연출가 민다우가스 카르바우스키스와 타바코프 극단의 여배우 이리나 페도바가 그려낼 무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5년 러시아 황금마스크 페스티벌 초정작이며 최우수 여배우상 수상작이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출신 연출가 다니엘 베로네세의 작품은 1990년대 아르헨티나 드라마의 결정체라고 불린다. 그가 체홉의 작품 ‘바냐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로 한국을 찾았다. 체홉의 인물들을 백여년전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아르헨티나 조상들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해석했다. 한국 올해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구태환 연출과 뮤지컬 배우 강효성, 국립극단 단장을 지낸 연기파 배우 정상철, 원로배우 류순철, 연기자 변신에 성공한 데니 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칠레 체홉 작품은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 배우이자 체홉의 아내였던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다룬다. 1905년 당시 러시아 거리에서 일어났던 ‘피의 일요일’ 학살사건과 실재 인물에 기초한 작품으로 올가와 그녀의 동료배우인의 삶과 연극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대에에는 전기스토브와 의자 하나뿐이며, 전기 스토브는 단 하나의 조명 역할을 한다. 퓨전이란 이런 것. 해외 공동 작품 올해 작품에는 우리나라와 해외의 공동 작품이 특히 눈에 띈다. 일본, 호주, 아일랜드, 독일 등 세계 곳곳의 나라 사람들과 만든 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일본 지난 2007년 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극단 골목길과 아오모리현 일한연극교류실행위원회와의 공동 작품 가 선보인다. 박극형 작, 연출, 극단 골목길 배우들과 일본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8월 말 아오모리에서 초연 이후 서울을 찾는다. 아오모리에서 홋카이도로 가는 페리 선착장 대합실. 이곳에서 출항을 기다리는 4쌍의 가족들과 폭풍우 속에서 드러나는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호주 호주의 연출가 데이빗 플레저가 사무엘 베케트의 단편소설 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 2006년 12월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으로 초연됐고, 이번 공연은 호주와 한국 배우가 한국이라는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대사는 거의 없고 신체 표현으로 이뤄지는 복합장르 공연이다. 한국+아일랜드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한국과 아일랜드 공동 프로젝트로 NOW 무용단과 댄스씨어터오브아일랜드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양국의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동서양의 음악과 춤이 충돌하는 크로스오버 무대로 양국의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리듬, 건축가들이 참여한 무대미술,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영상 작업, 의상 디자이너들의 의상 등은 동서양의 문화와 접목돼 새로운 감흥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일본 세계적인 연출가 스즈키 타다시와 25: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국내배우 16인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아온 연극이다. 지난 1월 스즈키 타다시가 직접 내한해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 16을 선발했고, 배우들은 일본 토가 예술촌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성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스즈키 타다시의 연기 훈련법인 ‘스즈키 메소드’로 한국 배우들과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독특한 무대로 승부한다 텅 빈 무대 정통적인 무대가 있는가 하면,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앞서 언급된 무대엔 작은 전기스토브와 의자 하나가 전부. 공연 내내 3명의 인물들은 전기 스토브 앞에서 모든 상황은 이끌어 간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또한 무대 위에는 작은 의자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이야기는 자크브르고 배우 한 명의 목소리와 제스처, 마임으로만 이뤄진다. 그랜드 피아노 독일의 와 영국의 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등장한다. 의 무대 정중앙에는 하얀색 그랜드피아노가 거꾸로 뒤집혀 있고, 검은색 피아노는 흰색 피아노 위에 올라가 있다. 2부로 구성된 영국의 무용작품 은 두번째 무대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제전’이 피아노 듀엣곡으로 편곡돼 직접 연주된다. 무용무대에서는 주로 MR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시도는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 영상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따라,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무용작품 과 국내 작품 에서도 무대에서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일찍이 무용이라는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현대음악, 연극 등 타 장르와 활발한 교류를 해왔던 안애순은 신작 에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이용한 실험적인 무대를 구현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에 이어 다시 찾는 창작자들2007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의 큰 호응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 창작자들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으로 언론과 공연계에서 호평을 받은 연출자 루크퍼시발은 유럽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셰익스피어의 로 다시 서울을 찾는다. 또한 지난해 초청되어 전회 매진을 기록한 쟈크 부르고의 가 다시 서울을 방문에 초정되어 고양아람누리, 의정부예술의전당, 상주동화나라축제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도 벌써부터 매진 되었으나 수많은 요청에 의해 추가 공연을 마련했을 정도. 이외에도 라는 작품으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올리비에 뒤부아는 2008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서 니진스키의 안무 를 중심으로 4개의 작품을 다시 창작, 조합해 만든 를 선보인다. 본 공연 못지 않은, 부대행사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올해 부대행사로 를 마련했다. 크로토프스키는 스타니슬라브스키와 더불어 세계 공연예술계의 명성높은 연출가이자 이론가로 수 많은 연출가에게 영향을 준 인물. 그의 작품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외에도 2007년에 이어 올해도 ‘댄스컬렉션’을 개최한다. 예선을 통과한 국내 8팀뿐만 아니라 해외 2팀이 본선에 진출해 실력을 겨룰 예정. 또한 무용공연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에릭부데의 사진 워크숍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 부대행사인 ‘사진워크숍’(9.25~10.5)의 강사로 초빙되어 사진과 관련된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적 노하우에 대한 강의뿐만 아니라, 워크숍 수강생들과 이번 무용공연들을 직접 촬영하고 사진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2008.09.12 / 조회 17,066
-
<임차인> 오달수 “연극? 소극장에 인쇄물 배달하다 자연스럽게 시작했죠”
예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 동안 등에서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관객 1000만을 가뿐히 돌파한 영화 에서 괴물 목소리연기를 했던 오달수. 영화에서의 인상만큼 외향적이고 적극적인(혹은 거친) 성격일 것이라는 편견은 처음 인사하자 마자 깨져버렸다. 약간은 쑥쓰러워 하는 듯한 표정과 침착하고 조용한 말투. 대학로 근처 공원에서 만난터라, 가끔 그의 목소리가 외부의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다. 1년 반만에 연극 으로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는 오달수는, 압도적으로 많은 대사 때문에 살이 4킬로가 빠졌다고 한다. 막 인터뷰가 시작할 때 한무리이 젊은이들이 오달수와 반갑게 인사한다. 같은 연극단원 후배들이 새로 나온 포스터가 나왔다며 선배인 오달수에게 보여주자 그는 “수고들 했다”라면서 친근하게 후배들을 챙겼다. 오달수와의 대화는 후배들과 인사를 마치고 시작됐다. 극단 소속인가. 후배들과 친해 보인다. 현재 ‘신기루만화경’이라는 극단 단원 대표다. 모두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라 기특한 건 사실이다. 이 친구들하고도 꾸준히 만나왔고, 사실 모두들 오랜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면서 연극에 대한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연극 으로 무대에 다시 서는데, 어떤 역할인가. 은 총 4막으로 구성되는 옴니버스 이야기다. 나는 그 중 2막과 4막에 등장하는데, 2막에서는 택시기사, 4장에서는 개로 나온다. 택시기사는 자신의 애환을 털어놓는 역할이고, 4막은, 수몰지구에서 마을을 떠나지 않아 함께 수몰된 개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4막은 환상적인 이야기지만, 극히 연극적이고 탄탄한 이야기라고 느낀다.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각 장마다의 특색이 강하다.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매력이다. 오랜만의 연극인데 어렵지 않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연극은 참 어렵다. 한번에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NG라는 게 없이 직접 관객앞에 서는 분야 아닌가. 특히 이번 은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해서 힘든 점도 있다. 말을 오래하면 배고프고 진빠진다(웃음). 연극은 연기의 기본이지만 해도 해도 어려운 게 연극이라고 본다. 영화에서의 모습보다 조금 살이 빠져 보인다. 한번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연극을 하면서 살이 4킬로가 빠졌다. 지금 내 목표는 관객들 앞에서 실수하지 말자는 거다(웃음). 연극은 배역에 대한 중압감이 다른 장르보다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올라가 관객들과 만나면 신난다. 영화에 진출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연극 생활과의 차이점을 느꼈다면. 공연계는 버티기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89년부터 15년 넘게 무명을 버텨왔다. 그 세월을 말이다(웃음). 영화는 출연하진 불과 4년 정도이지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또 옛날처럼 라면만 끓여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조금 달라졌달까. 자신이 연극계에서 잘 버텼다고 생각을 하나. 무식하게 버텼다(웃음). 연기자로서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 성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나. 단순히 줄을 잘 타서 성공할 수도 있고…. 하지만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상 바라면 연기 못한다. 나는 궁극적으로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 연극은 언제 시작했나.우연히 시작했다. 21살 때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소극장이 주 거래처였다. 소극장으로 배달하러 자주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돼 있더라(웃음). 그 뒤부터 계속 공연계에서 버텼다(웃음). 연극과 영화 중 좀 더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아무래도 영화는 2002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4년이다. 연극은 훨씬 이전부터 했다. 연극은 나에게 마치 집과 같다. 편하고 친근하다. 영화는 가정에서 일을 하러 나가는 일터 같은 느낌이다. 쌀 팔러 나가는 기분이랄까(웃음). 앞으로도 연극과 영화를 병행하면서 모든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고, 하고 싶다. 연극은 내년 9월에도 [코끼리와 나]라는 작품이 잡혀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epark.com)사진 : 강유경(9895prettygirl@daum.net)
2006.09.07 / 조회 13,796
-
'남자충동', 비극으로 치닫는 남성의 폭력
“사내는 말이여, 자고로 힘이여!”
연극 ‘남자충동’(조광화 작·연출)은 이렇게 거칠고 맹목적인 확신으로 출발한다.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처럼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주인공 장정(안석환)부터 노름에 빠진 아버지(정진각), 장정의 남동생 유정(이남희), 여장 남자 단단(김재만)과 숱한 건달들에 이르기까지 무대에는 온전한(?) 사내가 한 사람도 없다.
조광화 특유의 공간 분할을 보여주며 시작된 연극은 시간의 흐름까지 뚝뚝 끊으며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끼워넣는다. 중요한 결정이나 고민의 순간마다 주인공들이 극 밖으로 나와 던지는 능청스러운 독백이나, 크고 빠른 몸동작을 슬로모션으로 길게 펼치는 연출 방식은 지극히 희극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비극으로 치닫는다.
비극을 가능한 한 희극으로 포장하면서 조광화는 남성과 그의 폭력이 얼마나 희극적인지를, 또 그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폭로한다. 노름을 못 끊는 아버지의 손을 일본도로 자를 때 피처럼 흩어지는 화투장들, 마지막 장면에서 꽃잎으로 흩날리는 장정의 피를 통해 압축미도 놓치지 않는다.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무대를 휘젓는 장정과 건달들이 빚어내는 남성적 이미지는 자폐증이 있는 장정의 여동생 달래와 여성적인 유정이 등장할 때마다 희화화된다.
안석환은 독특한 캐릭터와 화술만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극의 진폭을 넓히기에는 총알 같은 맹렬함이 부족해 보였다. 달래 역의 이유정은 머리를 쓰거나 해설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연기를 해냈다. 정진각의 노련함, 이남희의 능청, 황정민의 자연스러움 등 각각은 다 좋지만 개막일이라서인지 전체적으로는 느슨해 극의 밀도는 높지 않았다. 단단의 극적 효과도 아직은 미흡하다.
조선일보
박돈규
2004.04.06 / 조회 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