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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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작·연출 연극 ‘대신 목자’ 서이숙, 전박찬, 손진환 등 출연
한태숙 연출이 오랜만에 발표하는 신작 연극 '대신 목자'가 오는 3월 무대에 오른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대신 목자'는 외면적으로 아이를 해치고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와 그 늑대를 돌봐온 사육사, 그리고 늑대 탈출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신 목자'는 내면적으로는 인간이 애착하는 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죄의식을 통해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버린 것에 대한 동조와 자책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비루한 삶을 살았지만, 버린 아이에 대한 죄의식으로 산에 버려지는 생명들을 구하고자 한 어머니를 비롯해 우리가 버린 것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의 의미를 되짚고 있는 작품이다.
한태숙 연출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외로운 동물이라는 자각을 하게 해 주었던 동물들을 생각하며 '대신 목자'를 썼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한태숙 연출이 '서안화차' 이후 오랜만에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고, 원하는 배우들과 함께 전력투구했다고 한다.
'에쿠우스', '이방인', '맨 끝줄 소년' 등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전박찬과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서이숙, 그리고 손진환, 김은석, 성여진, 김도완, 유승락, 박수진이 함께 '대신 목자'에 참여한다.
연극 '대신 목자'는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예매는 오늘(18일) 아르코 매니아 선예매 오픈을 시작으로 일반 예매는 19일부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와 인터파크티켓에서 가능하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극단 물리 제공
2020.02.18 / 조회 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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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박근형 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블랙리스트 시발점 '개구리' 작·연출
지난해 연극계 화제작 재공연
국가·전쟁 속 죽음의 삶 초점
다음달 13일 첫 공연 검열 대담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포스터(사진=서울문화재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극단 골목길과 공동 제작해 작년 초연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를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전작 ‘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창작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던 연출가 박근형(53) 극단 골목길 대표의 작·연출 작품이자 예술검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작품은 초연 당시 국내외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얻으며,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개막 당일부터 전석 매진 기록했으며 객석점유율 116%를 달성, 1회 특별공연을 추가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크고 작은 영웅이 유장하고 비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쟁서사는 관객이 몰입하기 좋은 주제지만 낭만화를 피할 수가 없는데, 작가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네 가지 사건을 교차 편집하는 것으로 이화 효과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13일 첫 공연 이후에는 박근형 연출, 김재엽 연출가 겸 검열백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김미도 연극평론가가 이끄는 ‘검열에 대해 말한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주제로 문화예술계와 작품을 둘러싼 예술검열 논란에 대해 대담을 나눈다.20일 공연 종료 후엔 도올 김용옥 선생(한신대학교 석좌교수·철학자)이 ‘도올 김용옥이 본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란 타이틀로 작품에 관한 짧은 강연과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2016년 대한민국 경남, 한국 사회의 강압적인 병역의무 제도 아래 무장탈영한 병사 △1945년 일본 가고시마, 일제 식민지 시절 특공대 병사에 지원한 조선 청년들의 슬픈 초상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종교·이데올로기 분쟁 중심 국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민간인 학살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 국가주의에 희생당한 개인을 통해 드러나는 억압된 사회의 진실성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 연출은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선착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만주전선’ 등 당대 대표작을 선보여온 작가 겸 연출가다. 올해 공연에서는 배우 김동원을 비롯해 이원재, 고수희, 강지은, 서동갑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이어 이기현과 손진환이 새롭게 투입된다. 남산예술센터·인터파크·예스24공연·옥션티켓·대학로티켓닷컴·클립서비스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이며 전석 3만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30 / 조회 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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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와 닮은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실직당한 현대인의 소외 다뤄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으로
중견연출가 한태숙 힘 보태
주인공 불안한 심리상태 시각화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괜히 돈 때문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어.” 8.4m의 거대한 벽면 위에서 형 벤 로먼이 아버지 윌리 로먼을 자극한다. 벽면은 점점 무대 중앙으로 움직이며 윌리의 작고 허름한 집을 압박하고 로먼은 불안한 듯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싸 안는다. 현대 영미희곡의 정수로 평가받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내달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 공연브랜드인 SAC 큐브의 일환이다. 예술의전당은 2014년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메피스토’와 2015년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 시기 미국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30여년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이 대공황으로 가혹한 현실에 내몰리면서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도피하고 평생 헌신해온 회사에서 무자비하게 해고당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급격한 사회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작품은 1949년 초연 당시 충격과 화제를 낳으며 그해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쓸었다. 지금까지도 세계서 자주 공연하는 고전이다. 인간 내면의 어둡고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연출기법으로 이름난 중견연출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한 연출은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장화홍련’ 등 다양한 동서양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화한 바 있다. “욕망에 의해 분열하는 주인공 로먼이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한 연출은 “무거운 연극을 더 무겁고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분열을 시청각적으로 강조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한 무대다. 로먼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9m에 육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등장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영상을 투영하기도 한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콘크리트 벽이 밀고 들어오는 땅 한가운데 고립된 작은 집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외된 로먼의 상태를 대변한다”며 “원작의 배경인 미국의 느낌보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 역은 배우 손진환이 맡았다. 윌리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 큰아들 비프는 이승주, 둘째 아들 해피는 신예 박용우가 소화한다. 손진환은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로먼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고, 이승주는 “왜곡되고 비틀린 가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4.28 / 조회 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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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한태숙이 연출하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 이 오는 14일 무대에 오른다. 그간 등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관계, 그 안에서 극도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드러냈던 한태숙 연출이 이 작품을 어떤 무대로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여전히 유효한 의 이야기 은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이라 불리는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던 윌리 로먼이 경제 대공황으로 직장에서 내쫓겨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등을 휩쓸며 미국 전역에서 화제를 낳았다. 사회가 부추기는 꿈을 쫒던 한 가장이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고 그와 함께 온 가족이 희망을 잃고 난파하는 의 이야기는 비단 대공황기뿐 아니라 돈과 성공을 둘러싼 온갖 허상과 낙망이 교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시의성을 갖고 공연되어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도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외와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공연에서 작품의 윤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에 대해 “대단히 치밀한 작품이다. 주인공과 가족들과의 관계, 세일즈맨의 일상을 굉장히 전형적으로 그렸으면서도 우리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사실 별다른 각색이 없이도 현대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태숙 연출이 만드는 은…이번 공연이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태숙 연출은 와 같은 고전뿐 아니라 등의 현대 영미 희곡 역시 깊고 치밀한 시선으로 다뤄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위) (2013) (아래) (2012)드라마터그를 맡은 강태경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는 “한태숙 연출은 어떤 작품을 하든 ‘왜 오늘날 이 작품을 하는가, 왜 이 작품으로 오늘날의 관객들과 소통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 ‘가족비극’을 다뤘다는 점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공연되어왔는데, 이번에는 인물의 내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고 이번 공연이 향하는 방향을 예고했다. (왼쪽부터) 한태숙 연출, 강태경 교수, 고연옥 작가강태경 교수의 설명처럼, 한태숙 연출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윌리 로먼의 내면, 그리고 그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다 극대화해서 드러낼 계획이다. “작품을 봤을 때 출구가 없는데도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인물들의 의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한태숙 연출은 “병든 가장을 방치한 가족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윌리 로먼의 아들과 아내는 윌리의 정신분열을 걱정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실행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각각 예리하게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내 작품이 무겁고 찢어발기는 듯한 게 많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위트도 있고 위로도 있는, 극과 극을 다 가진 연극"이라는 한태숙 연출은 “학자는 원론적인 것을 고수하고, 나는 반칙을 좋아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태경 교수와) 서로 많은 반론을 주고받았다. 강태경 교수와 고연옥 작가는 아직도 조금 불안해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반칙을 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인간 내면을 샅샅이 파고들어 조명했던 한태숙 연출이 이번에는 어떤 '반칙'으로 인물들을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이날 연습실에서는 공중 높이 매달린 거대한 오브제와 실제 무대와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된 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양쪽에서 8.4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점차 윌리 로먼의 집을 압박해오고, 윌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6m 에 달하는 대형 오브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해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연습 세트에 대해 “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연습 세트를 만든 건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시대가 변화하며 종내의 가치관을 새로운 가치관으로 바꾸지 못한 이들이 그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은 우리도 많이 겪어왔다. 그래서 이 작품이 미국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의 손진환과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 박용우는 아직 공연계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이에 대해 한태숙 연출은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극계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배우를 택했다. 그리고 조연들이 이들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이, 첫째 아들 비프 로먼은 이승주가 맡았다.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손진환은 "주인공을 처음 맡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큰 프로덕션에서 엄청난 배역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며 "윌리를 노쇠한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는 않다.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은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4.08 / 조회 8,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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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손진환 이승주 등 최종 캐스팅 공개
여전히 현대인에게 '괴로운 거울'과 같은 작품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서 밀러의 명작 . 오는 4월 한태숙이 연출하고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의 전 캐스트가 공개됐다. 일생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왔으나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믿어왔던 아들들과의 갈등 등으로 죽음이라는 종말을 맞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세일즈맨 윌리 로먼 역에 등 다수의 연극 무대를 누벼온 손진환이 낙점되었다.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지만, 그 기대에 어긋나는 삶을 살며 시종일관 대립하는 첫째 아들 비프 로먼 역에는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승주가 나선다. 또한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 로먼 역에는 최근 를 통해 한태숙 연출과 호흡을 맞춰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예수정이,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박용우가 맡을 예정이다. 지난 1월 26일 캐스팅 미공개 상태에서 '블라인드 티켓'을 오픈한 은 오는 16일 정식 티켓 오픈 한다. 공연은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2016.02.05 / 조회 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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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넘어선, 그들의 뜨거운 재회 <엠.버터플라이> 김광보 & 김영민
2012년 초연과 2014년 재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극 가 1년 만에 다시 삼연으로 돌아온다.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재연은 종종 있었지만 삼연은 보기 드문 경우이다. 여기에 초·재연를 빛내준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하기에 티켓 오픈 전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큰 화제에 올랐다.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담은 연극 의 총 지휘자 김광보 연출과 2년 만에 다시 르네 갈리마르 역으로 무대로 돌아오는 김영민을 만났다.‘부부는 닮는다’고 옛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여기 닮은꼴 관계를 하나 추가해본다. 연출가와 배우도 닮는다. 오랜 시간 무대에서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해왔기 때문일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그들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꼭 닮은 느낌이었다. 부부처럼 닮은 두 사람“모르셨어요? 연출님은 유명한 헤비스모커(골초)에요.”(웃음) (김영민) 그들을 만난 날, 사진 촬영을 앞두고 김광보 연출은 연신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는다.“원래 한참 동안 금연하고 있었는데 이후로 계속 피게 됐네요. 그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래 하기로 했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개관이 지연되면서 극장을 부득이하게 바꿔야만 했어요.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속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이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지요.(웃음) 요즘처럼 공연을 앞두고는 더욱 자주 피게 되는 것 같아요." (김광보)웃음 가득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인터뷰. 웃을 때 반달이 되는 선한 눈매가 꼭 닮은 두 사람은 2005년 로 처음 만나 이후 2010년 , 2012년 그리고 오는 4월 삼연으로 무대에 서는 로 다시 만났다.“연출님을 만난 지 벌써 올해로 꼭 십 년이 됐어요.”(김영민)"십 년 전에는 제가 사실 좀 악동이어서 영민씨를 많이 괴롭혔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첫 공이 끝나고 축하 파티를 할 때, ‘너무 많이 괴롭혔구나’ 싶어서 스스로 민망한거에요. 그래서 파티에 참석 안하고 몰래 도망갔어요." (김광보)"연출님과의 작업이 항상 고마운 이유가 배우로서의 스팩트럼을 넓혀주셨어요. 농담삼아 "영민이가 찌질해"라고 말씀하시다가도 정말 그런 부분을 공연에서 표현해줄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김영민)초연 당시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대번에 떠올렸다는 김광보 연출은 "극 중 인물 갈리마르가 찌질한 인간이에요. 영민씨가 생긴 것은 동안이고 말끔하죠, 하지만 가끔씩 보면은 찌질한 모습이 보여요. (웃음) 대본을 읽자마자 영민씨 생각이 대번에 나더라고요. 때도 수명이라고 찌질한 역할을 참 잘 했고요. 영민씨가 표현하는 찌질함은 고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차원이 다르죠. 잘생긴 배우가 찌질한 역을 할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에 영민씨를 떠올렸어요."라고 캐스팅 비화를 설명한다. “우리는 원 팀”초·재연 배우들의 전원 캐스팅 비결을 묻자 "초·재연 멤버들 다같이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연극열전 허지혜 대표의 제안에 “같이 합시다”라고 대답한 것 밖에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김광보 연출은 재연도 잘 안 하는 편인데 는 삼연이니 특별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민씨의 합류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스케줄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를 선택한 것 같아요. 우리 배우들이 다들 의리가 있어요. 내 마음 속의 일 순위의 배우들이 지금 이 작품에 다 모여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지 ‘같이 하고 싶다’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죠.”라며 배우에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작년 재연 때는 영화 작업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많았어요. 이번에 삼연을 한다고 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작년에 (이)승주와 (김)다현이 공연을 보러 갔는데 진중하고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무대에 있는 그들에게 엄청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죠." (김영민)2년 만에 무대이자, 초연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부담감이 있을 법 하지만 김영민의 대답은 기자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물론 오랜만에 서는 무대고 삼연이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스스로는 '오랜만에 한다'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항상 여기(무대)에 마음이 있으니까요. 초연 때부터 워낙 치열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이라 그것에만 충실하고 정직하게 임하면 관객들 역시 놓치지 않고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라며 힘주어 말한다.한 달 후면 다시 관객 앞에 서게 될 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단도직입적으로 김광보 연출에게 묻자 “재연 때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달라진 건, 출연하는 배우들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오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초연 때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심도 있게 이뤄져서 작품에 손 볼 일은 없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초연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하지만 지금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초연과 재연을 할 때 비해서 배우들이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이라고 대답을 덧붙인 김광보 연출, 이에 김영민은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은 사실이죠. (웃음) 배우로서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더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살아온 시간들이 작품과 인물에 투영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전한다. "다들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어요. 워낙에 서로가 친한 배우들이니까요. 우리 작품의 연습 분위기 중 하나의 흠이라고 한다면 너무 친한게 흠이죠."라고 김광보 연출이 운을 떼자 "그래서 다들 서로를 많이 배려해요."라며 김영민이 답한다. "연습 첫 날 배우들에게 우리는 ‘원 액터’가 아니고 ‘원 팀’이다. 팀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우리 분위기가 좋아요. 배우들에게 제가 애교와 투정을 많이 부립니다. 그러지 않으면 배우들이 어떻게 편하게 연습을 하겠어요."라는 김광보 연출의 말에서 팀의 연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초연과 재연을 뛰어넘는 판타지적인 무대원작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 환상,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섬세한 텍스트는 ‘새장’이라는 무대로 형상되어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와 함께 관객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초연에서는 새장 자체가 무대 안에 설치되었고, 재연 때는 극장의 조건이 달라져 새장이 들어오지 못했지만 대신 새장의 내부가 보여졌다. 이번 경우에는 어떨까? 김광보 연출은 "무대 디자이너에게 한 마디만 했어요. 초연과 재연에 비해서 더 월등하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무대를 원한다고요. 지금 디자이너의 머리가 굉장히 아플거에요.”라며 웃는다. 또한 "의상도 많이 보충될 것 같아요. 삼연은 배우들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고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 모든 사람이 부담스러워요. 워낙에 이 작품을 사랑해주신 사람들이 많으시니까요."라고 덧붙인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초연과 재연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 새로운 조합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동화씨랑 다현씨랑은 초연 때 해봤고, 성우씨랑은 이번에 새로 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도 지금은 서서히 맞춰 가는 과정인데 서로의 호흡을 각자 존중해주고 기다려주고 있어요. 특히 이번 공연은 각 페어마다 좀 더 색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아요. 귀여운 페어, 섹시한 페어 등 근래에 보기 드문 페어의 조합이 탄생하지 않을까요"라며 김영민 역시 배우들의 새로운 합으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나’이자 ‘당신’이자 ‘나’. 삼 년 만에 다시 대본을 읽어본 김영민은 “스스로 환상을 만들고, 스스로 그 환상에 파묻힌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와 닿았어요. 르네 입장에서 송은 전부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르네는 송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것을 망각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죠. 사랑을 스스로 규정해버려요. 그런 지점들이 전 보다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르네가 송에게 빠져 드는 것은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에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은 무척 중요하잖아요. 나와 같은 사람이며, 나와 비슷한 사람, 나이자 당신이기도 한, 내가 눈 앞에 있는 거죠.”라며 송에 대한 감정을 설명했다. 처음 희곡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는 김광보 연출은 “우리는 보통 ‘부부는 닮는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나의 삶이 상대방한테 투영되고 상대방의 삶이 나한테 투영되면서 서로 비슷해지는 거거든요. 르네가 송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게 아마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전부터 르네한테는 환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환상 속의 인물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그 안에 투영시킨 것 같아요. 스스로를 거기에 묶어 버리고 죽을 때까지 그 환상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라며 이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공연을 보고 공부하는 관객들 김영민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작품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저 사랑은, 저 죽음은, 저 애처로움은 뭐지’하는 호기심이 생기면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김광보 연출은 여기에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보면서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인간, 인간의 내면을 들어다보고 있어요. 그 안에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 하는 ‘사랑’의 한 형태가 보이고, 그것을 각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요. 르네가 환상에 빠져 결국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무한 공감과 애정을 보내준 관객들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준비하는 과정이나 무대에서 배우들이 힘이 엄청 드는데 그만큼 관객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초연 때 깜짝 놀랐던 게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는데 교보문고가 가깝잖아요. 교보문고에 있는 희곡집이 다 팔린 거에요. 그때 희곡집을 읽고 공부하고 사인 받으면서 질문하시는 관객들이 참 많았어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가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의 관객들은 최고에요.”라며 손을 치켜세운다.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 깨기이번 삼연에서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김광보 연출은 “초·재연을 거치면서 이 공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 공연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번 삼연에서의 가장 큰 숙제에요. 이번 공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너그러우시면 좋겠어요.”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김영민은 “커튼콜 때 관객 분들이 박수를 아주 작게 쳐주셔도 관객들이 전달해주시는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힘이 나요. 힘들면서도 보람 있고 무엇인가를 가져 간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게 되죠. 이번 무대에서도 그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라고 활짝 웃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르네 갈리마르라고 농을 치는 김광보 연출은 “르네 갈리마르가 어떤 카테고리 속에 스스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을 벗어나 싶고 여유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렇고 영민씨도 젊게 사는 거거든요. 남들은 저보고 워커홀릭이라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일들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라고 인사하며 서둘러 연습실로 향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3.16 / 조회 1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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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엠. 버터플라이> 초·재연을 채웠던 배우들 전원 출연
2012년 초연 및 2014년 재연 당시 큰 인기를 얻은 연극 가 오는 4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부르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무대화 한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총 지휘에 나서는 김광보 연출을 비롯하여 지난 두 번의 공연에 함께했던 배우 전원이 다시 출연하여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는 동시에 극한의 감정 변화까지 선보이는 르네 갈리마르 역에는 초연에서 활약한 김영민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은 이석준, 이승주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겉모습뿐 아니라 심리까지 완벽하게 넘나드는 송 릴링 역에는 초연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온 김다현과 초연과 재연에서 각각 열연을 펼친 바 있는 정동화와 전성우가 함께한다. 또한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한동규, 빈혜경, 김보정, 이소희도 출연한다. 중극장 무대에서 다시 선보일 연극 는 2월 25일부터 온라인 티켓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4월 11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여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5.02.12 / 조회 9,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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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기울기가 우리와 닮았다, <사회의 기둥들>
지난 19일 개막한 연극 은 무엇보다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한 쪽으로 기우는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얀 액자처럼 꾸며진 이 무대는 마치 한 척의 배처럼 등장인물을 태운 채 위태롭게 기울어지고, 그 아찔한 기울기를 느끼지 못한 채 서있는 인물들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 위태로운 모습이 꼭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은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이 1877년 발표한 희곡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고상한 명분 뒤에 이기심을 감춘 인간들의 본심을 낱낱이 드러내는 이 연극은 의 김광보 연출과 박지일, 정재은, 이석준 등 쟁쟁한 배우들의 참여 아래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노르웨이의 한 소도시,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영사 베르니크(박지일)의 저택 거실에서 펼쳐진다.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르니크는 높은 도덕성으로 ‘사회의 기둥’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공익을 가장한 철도사업을 벌여 자신의 재산을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처남 요한(이석준)과 옛 연인 로나(우현주)가 갑작스레 미국에서 돌아오고, 궁지에 몰린 베로니크는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배에 요한을 태워 출항시키려 한다. 헨릭 입센이 130여년 전 쓴 이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저마다 양심을 가진 인간들이 어떻게 탐욕에 휩쓸려 자신을 잃게 되는지, 사회적 권위를 가진 자가 어떻게 제 욕심을 그럴듯한 가치로 포장해 타인의 삶을 지배하는지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극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더해져 베르니크가 무리하게 배를 출항시키는 4막에 이르러서는 잔뜩 기울어진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입센의 날카로운 통찰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배의 출항을 앞두고 갈팡질팡하며 무너져 내리는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은 선과 악을 오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부인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살라고 종용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집으로 똘똘 뭉친 뢰를룬 역의 이승주는 틈틈이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무게를 던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가 저마다의 목소리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 극의 4막은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담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말이지만, 이 반전을 통해 입센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이달 말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4.11.25 / 조회 8,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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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한국 모습과 너무 닮아 놀라워” <사회의 기둥들> 낭독회 현장
"작품 속 이야기가 지금 한국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었는데, 어떤 각색도 하지 않았다니 더 충격적이다." 낭독회 후 쏟아진 반응은 하나같았다. 이 작품이 무려 137년 전 노르웨이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이 더욱 참가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듯 했다. 우리에게 등으로 유명한 작가 헨릭 입센의 또 다른 작품인 이 개막을 한 달 여 앞둔 10월 18일, 40여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품 낭독회를 가졌다. 노르웨이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곳의 영주이자 선박회사를 운명하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회의 기둥' 카르스텐 베르니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역민을 위한 여러가지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그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사건과 추악한 비밀,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많은 '정직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이 묘미인 작품이다. 총 4막으로 이뤄진 작품 중 이날 낭독회에서는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결말을 맞게 되는지 핵심 열쇠가 담긴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1막부터 3막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은 박지일이, 그의 아내 베티 베르니크 역은 정재은이 맡았으며 이미 한차례 화제를 일으켰던 화려한 캐스팅의 주인공들인 이석준, 우현주, 정수영, 김주완, 유연수, 이승주 등의 배우들이 의 생생한 캐릭터들로 변신하여 치열한 낭독을 펼쳤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던 낭독회는 탄탄하고 견고한 대사와 별다른 동작과 이동 없이도 인물과 장면을 실감나게 구현했던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져 한시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낭독 모습을 내내 서서 지켜봤던 김광보 연출은 "무엇보다 관객들의 의견이 궁금하고 오늘의 의견을 통해 앞으로 작품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을 더할 것"이라며 여느 본 공연 때보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영사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가장 먼저 객석에서 나온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였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열심히 찾아 본다는 한 관객은 "사회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더불어 세월호 사건도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김미혜의 제안으로 지난해 11월 작품 제목을 처음 들었다는 김광보 연출은, 올 3월 말 대본을 받았다고 한다. 대사에 매끄러움을 더하고자 윤색 작업은 거쳤지만, 작품의 소재나 흐름에 변화를 주는 각색 작업은 조금도 없었다는 연출의 설명에 객석 반응은 더욱 커졌다. "작품은 당시 시대 상황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작품을 만난 것은 내게도 참 운이 좋은 일"이라는 것이 김광보 연출의 소감이다. 남편의 도덕적 명성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 베티 베르니크, 누명을 쓰고 고향을 떠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불쑥 돌아온 요한 퇴네센, 죄의식에 사로잡혀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며 지냈던 마르타 베르니크 등 캐릭터들에 대한 많은 질문들도 쏟아져 나왔지만, "4막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빈번히 등장해 배우들과 객석 사이에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오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공연을 연습하며 평화, 자유의지, 정의, 이런 단어들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은 "위선과 거짓, 가식들로 똘똘 뭉쳐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또 그런 사람들을 조롱하는 재미로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을 이야기했다. 등 자주 한국 무대에 섰던 입센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은 이번이 한국 초연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등 올해에도 탄탄한 무대를 선보였던 김광보 연출의 은 오는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4막까지 다 지켜볼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4.10.20 / 조회 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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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연출 신작 <사회의 기둥들> 박지일, 이석준, 이승주 등 캐스팅 발표
올 11월 막을 올릴 LG아트센터 제작 연극 의 출연 배우들이 확정되었다. 은 등 올해에도 역시 큰 화제를 모은 무대들을 이끈 김광보 연출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등을 쓴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의 1877년 작이다. 노르웨이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품은, 높은 도덕성으로 시민들에게 '사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칭송 받는 시의 영주 카르스텐 베르니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선박회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그는 도시 개발을 통한 이익을 개인의 것으로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누명을 쓰고 떠났던 처남 요한과 옛 연인 로라가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추악한 비밀이 밝혀질 위험에 처하게 되고, 베르니크는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일들을 벌인다.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은 박지일이, 그의 아내 베티 역은 정재은이 맡으며, 누이동생 마르타 역에는 정수영이, 베티의 남동생 요한 퇴네센 역에는 이석준이 낙점되었다. 또한 우현주, 김주완, 이승주, 손진환, 유연수 등 그간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 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약 140년 전 작품이지만 현 사회의 실상을 매우 적나라하게 비춰내어 매우 시의적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은 오는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08.29 / 조회 8,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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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Q&A] <엠.버터플라이> 분장팀에게 묻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생기는 소소한 궁금증들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시간 [현장 Q&A]그 첫 번째 Q&A 주인공은 지난 3월, 재공연이 개막하여 순항 중에 있는 분장팀이다. 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서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한 기묘한 러브스토리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 내용도 흥미롭지만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자보다 더 예쁜 캐릭터 송 릴링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송 릴링의 입술 색부터, 여름철 피부관리까지 그 궁금증 그대로 분장팀에게 되물었다. 다양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으며 여기에 여자보다 더 예쁜 송 릴링 그녀의 아름다운 변신 과정은 보너스이다.Q. 남녀불문! 출연 배우들의 피부 서열을 냉정하게 평가해 주세요.피부가 가장 좋은 배우는 헬가 역의 정수영 배우입니다. 나이를 속일 만큼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고 계세요. 그 다음은 송 릴링 역할의 전성우 배우, 김다현 배우입니다. 두 배우 모두 남자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곱디고운 피부결을 자랑합니다.(웃음)Q. 피부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관리남, 관리녀는 누구인가요?정수영 배우, 전성우 배우가 특히 피부관리를 아주 철저히 합니다. 공연 시작 전 헤어 손질을 받고 있는 전성우 Q. 극 중간중간에 수정 화장도 하나요?극 중간에는 화장 수정을 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워낙 의상 체인지가 많다 보니 극이 시작되기 전 메이크업으로 끝날 때까지 유지합니다. 송 역할 배우만 2막에서 3막으로 넘어갈 때 분장을 지웁니다.Q. 송 릴링역 배우는 무대에서 화장을 엄청 빨리 깔끔하게 지우는데, 어떻게 지우나요? 3막 시작 전 변신 장면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리무버와 클렌징 티슈로 메이크업을 완전히 지웁니다. 그리고 나서 미스트를 뿌리는데, 뜨거운 조명에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썬미스트 제품을 사용하지요. 비비크림이나 다른 메이크업은 하지 않습니다.남자로 등장하기 전 마지막 메이크업 수정 중인 김다현 Q. 송 릴링의 입술 색이 너무 이쁜데요, 립 제품은 어느 회사의 제품인가요? 송 분장에 사용되는 제품은 맥 A43 제품입니다. 여기에 반짝이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추가로 립글로즈도 바르고 있습니다. Q. 두 명의 송 릴링을 메이크업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송이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여성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과 더불어 헤어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인모 가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번 손질을 하고, 스타일링을 합니다. 각 배우의 얼굴에 맞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스타일링 방법도 약간 다릅니다. Q. 르네 갈리마르가 마지막 장면에서 자결할 때 사용하는 하얀 분의 정체는?바디 페인팅에 쓰이는 아쿠아 물감입니다. Q. 공연 중에 송과 헬가가 피는 담배는 어떤건가요? 냄새가 거의 없고 향이 독특하던데.무대에서 쓰는 담배는 ‘건향초’라는 금연초입니다. 쑥으로 만들어 인체에 해가 없지만 쑥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특징이죠. Q. 마지막으로 전문가가 제안하는 여름철 피부 관리법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여름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습하더라도 자외선에 노출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보습에 특히 신경 써주시면 좋아요.정리: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4.04.24 / 조회 2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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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의도 더욱 살려” 앵콜무대로 돌아온 <엠 버터플라이>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가 지난 8일 재공연의 막을 올렸다. 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 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김광보 연출을 필두로 초연 무대를 지켰던 김다현, 손진환, 정수영, 이소희에 더하여 이석준, 이승주, 전성우, 유성주, 빈혜경이 새롭게 호흡을 맞춘다. 김광보 연출은 초연과의 차이점의 대해 “초연 때 빠졌던 몇 가지 대사들을 대본의 의도대로 살려냈고, 무대 크기가 달라지면서 외형적으로는 초연 때와 같은 새장의 모습은 포기했지만 그 안의 무대 모습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무대는 새장의 모습도 가지고 있지만 감옥의 느낌과 대나무 숲 같은 동양적인 느낌 등 중의적인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연출자로서 좋은 배우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은 함께 한 배우들 덕분이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14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1막은 초연 배우 김다현이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으로 분해 더 농밀한 자태를 뽐내며, 새롭게 합류한 르네 갈리마르 역의 이석준과 호흡을 맞췄다. 김다현은 “재연은 더 좋은 모습,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이번에는 특히 무대도 바뀌고, 상대배우도 초연과 다르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다” 며 초연과 차이점을 이야기했고 "디테일한 호흡과 눈빛, 감정 변화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이 신경쓰고 있다”며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에도 출연중인 이석준은 “평소 겹치기 공연은 지양하는데, 좋아하는 연출가와 제작자를 만났고, 두 분이 할 수 있다고 흔쾌히 대답을 해주셨기 때문에 대본을 보기도 전에 선택한 작품이다”라고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서 밝혔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두 공연 모두 전작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공연을 본 관객 또한 많아서 부담이 된다. 재연 무대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더불어 그 이미지를 부수면서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켜야 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힘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2막에서는 김다현과 함께 송 릴링 역을 맡은 전성우가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르네와 갈등하는 순간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했으며, 이승주는 극한의 감정변화를 오고가는 르네 갈리마르를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전성우는 “르네에게 여성적으로 다가서기 위해서,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고 있다”며 캐릭터 분석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승주는 “앞으로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작품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전체 출연진들 (왼쪽부터 김다현, 빈혜경, 전성우, 정수영, 이승주, 이소희, 이석준, 유성주, 손진환)초연보다 더욱 섬세해진 2014년 는 오는 6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3.18 / 조회 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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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세상, 그 이면의 이야기 <엠 버터플라이> 이석준, 이승주
오페라 를 보던 프랑스 대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주인공 여인 초초상에게 한눈에 매료된다. 미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 개종까지 하고 결혼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남자에게 헌신하지만 한낱 유희의 대상이었을 뿐 처참히 버려지는 그녀의 운명. 초초상과 그 배역을 연기하는 미묘한 여인 '송'을 향한 환상은 수십 년 르네를 지배하기에 이르고, 결국 누가 '나비'인지 스스로도 미궁에 빠져버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전 세계 뿐 아니라 2012년 한국 공연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연극 가 막강한 캐스팅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자신이 낳은 환상 속에 결국 스스로 갇혀 버린 르네 갈리마르 역의 이석준, 이승주는 동성애, 순종적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동경 등 그간 제법 단순하게 정의했던 이 작품의 이면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더한다. 과연 마담 버터플라이가 되는 사람은 누구이며 는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이들의 대화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좀더 깊게 무대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파고들 것이 있는 작품에 끌린다 에 이어 까지 연이어 밀도 높은 연극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석준(이하 석준):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지만 내 성향이 그렇기도 하다. 평소에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 무의식에 반대 성향에 대한 욕구가 큰 것 같다. 작품을 택할 때도 한번에 대본이 읽히는가를 보고, 한번에 쭉 읽혔다가 '이게 뭐지?'하고 다시 봐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의 어떤 부분을 더 파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만 작품을 한다. 얼마 전 공연을 마친 도 그렇게 택한 작품이겠다. 석준: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공연을 본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면 내가 무대 밖으로 기어 나가겠다며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힘들다기 보다는 다음 공연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무대 위에 다 쏟아내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 중에 가장 강하게 밀어 붙였던 것 같다. 커다란 무언가를 얻었던 작품이고, 내 인생의 세 작품 안에 들어갈 작품이다. 배우 이석준 인생의 세 작품은 무엇인가? 석준: 그리고 이다. 이승주의 전작인 국립극단의 역시 농밀한 무대였다. 이승주(이하 승주): 원래 다른 선배님이 준비하시던 배역이라 연습에 늦게 들어가게 되었는데,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든 연극이 치열하겠지만 이 작품엔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었다. 예전에 사람들이 "제일 아쉬운 게 뭐야?" 라고 물어보면 아쉬운 게 있어도 표현하지 않았다. 치부를 들키는 것 같기도, "그 부분은 못했으니 이해해줘"라고 핑계를 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다른 핑계나 이유는 있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이 제일 아쉽다고 말할 수 있다. 꼭 한번 더 공연 해보고 싶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석준이 의 이승주를 극찬한 바 있다. 승주: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석준: 어떤 배우가 일주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왔고, 그리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김광보 연출님께 들었다. 근데 난 내 눈으로 보기 전엔 안 믿는 사람이다. (웃음) 나중에 공연을 가서 봤는데 깜짝 놀랐다. 같이 간 팀이 다들 연습 중이라 초주검이 되어서 몇 번 졸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승주 씬은 거의 다 기억한다. 너무 잘했다. 이 친구가 표현해 내려는 수많은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다. '와, 저 친구 무섭게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주는 KBS 21기 공채 탤런트이기도 하다. 석준: 그러냐? (박장대소) 승주: 사실 어디 가서 그 이야길 잘 안 한다. 3개월 연수만 받았었고 몇 번의 방송활동도 공연을 좋게 봐주신 감독님이 캐스팅해 주셔서 하게 된 것이었다. 방송이 싫은 건 아니지만 난 연극이 더 좋고 잘 맞는다. 시작도 연극으로 했고 지금도 연극을 하고 있지만 아직 공연 쪽에서 자리잡은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송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도 아니기 때문에 탤런트라는 말이 붙을 때마다 스스로 애매한 느낌이 든다. 나중에 정말 인지도를 많이 얻고 나서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연극,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친(?) 남자와 무섭게 클 배우와의 만남 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마주했다. 승주: 은 두 번 봤는데 처음 볼 때는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두 번째 봤을 때는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선배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게 아마 처음 연락 드린 걸 거다.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걸 넓게 펼치지 않고 응축해서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는데, 내가 그걸 잘 못해서인지 그렇게 하는 배우들을 동경한다. 근데 (석준) 선배님에게서 그 모습을 봤다. 공연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유명한 공연들은 많이 보려고 하는데 종종 실망을 하게 된다. 무대 위에 난무하는 그 거짓말들이 난 싫다. 그리고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인물 자체가 말하고 서 있고 걸어 다니는 걸 봤다.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표현 안 할 수가 없었다. 석준: 그렇게 감동받은 문자가 아니었는데 오늘 감동받네. (웃음) 승주: 그래서 선배님이 굉장히 거친 분인 줄 알았다. 저 역은 본성이 거칠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싶었다. 그래서 원래 내가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더 구석에 쭈구리처럼 있었다. (웃음)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완전 다른 거다. 그래서 정말 연기를 잘 하신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연이어 김광보 연출과 함께 하게 되었다. 석준: 뮤지컬을 할 때도 노래 한마디, 대사 한마디에 감정을 통일시키고 그 밑바탕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굉장히 집요한 편인데, 연출이 그걸 해 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배우와 연출이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주지 못하거나 배우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연출, 그런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런 면에서 할 때 굉장히 편했다. 김광보 연출님은 스스로 좋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정말 좋은 거라고 믿을 수 있게 해 줬고, 이상하다 느끼는 부분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믿음을 주셨다. 또 연출님이 굉장히 깊숙이 대본을 파고들면서도 눈으로 봤을 때 흘러가는 게 재미가 없으면 거기에서 브레이크를 건다. 그리고 왜 재미가 없는지를 서브 텍스트를 통해서 계속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글자 하나하나를 다 잡아가는 게 파고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반대라고 생각한다. 극이 잘 흘러가지 않고 재미가 없을 때 파고들어가야 하고 김광보 연출님이 기가 막히게 그걸 딱 집어내신다. 그 순간들을 경험해 보니 이번 작품도 굉장히 잘 해 주실 거라는 철통 같은 믿음이 있다. 승주: 2010년에 를 시작으로 이번이 김광보 연출님과 네 번째 작업인데, 내 프로필의 절반 이상을 같이 한 셈이다. 다른 연출가들과도 작업해 봤지만 그것 조차도 김광보 연출님의 공연을 보고 캐스팅된 경우이다. 그런데 스스로 가장 많은 발전을 하는 건 김광보 선생님과의 작업이다. 내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내 안의 갈증이나 여타의 많은 것들이 채워진다. 처음 작업했을 때보다 지금 더 발전된 배우가 되었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긴 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예전엔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곤 한다. 1, 2년 후면 지금의 나를 그렇게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느끼고 싶다. 는 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있고, 지난 2012년 공연에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석준: 사실 이 작품은 내 코드가 아니다. 남자가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싫다. (웃음) 게다가 영화를 동성애 코드로 봤었고, 역시 현재 대학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성애 코드가 오묘하게 섞인 작품 중 하나, 스타일리쉬한 연극일 뿐 깊이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에 공연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대본을 보면서 알게 됐다. 알아갈 수록 좋은 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된 게,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 그 밑에 또 어떤 사상이 깔려 있다. 처음 보는 사람, 공연 마니아, 그리고 더 작품 깊이 들어가고 싶은 사람, 세 층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것 그 밑의 이야기가 중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는 어떤 작품인가? 석준: 마지막 반전이 여자라고 믿었던 사람이 남자로 전복되는 과정인데, 그 이후에 한번 더 반전이 있다. 오페라 의 이야기에 르네, 송의 이야기가 대입되는데 결국 르네가 마담 버터플라이고, 르네가 마담 버터플라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나를 매몰차게 버리고 간 사람이 되었다는 부분이다. 가치의 전복, 눈에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엇,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맡은 '르네 갈리마르'는 소심하고 나약한, 찌질한 사람이라고 종종 해석되곤 한다. 승주: 대본에 르네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몇 장면이 나오고 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서양에서 한창 사춘기인 남자가 그런 대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 르네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르네가 찌질한 사람은 아니다. 대사관 직원에다가 정열을 버린 자리에 실리를 선택해 넣은 사람 아닌가. 누군 결혼을 할까 말까,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웃음) 르네는 선택이라는 걸 하지 않느냐. 결코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다. 석준: 처음 르네가 찌질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럼 왜 우릴 선택했지?(웃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는 여자들이 나에게 꼬리칠 만한 남자가 되지 못합니다'라는 대사 때문에 겉모습이 찌질한 남자처럼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다. 르네가 인생의 순간 순간에 찌질한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고, 잘못된 만남, 잘못된 선택, 이런 찌질한 선택을 하게 만든 그 사람의 생각, 욕망, 욕망에서 비롯된 뒤틀림 등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이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승주: 볼펜 앞 꼭지를 돌려 빼면 작고 긴 스프링이 있는데 그걸 누르면 스프링이 줄어드는 것처럼 르네에게 일생 어떤 압박이 있었던 거다. 스프링을 누르던 힘은 르네 자신일 수도, 아니면 외부적인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르고 있던 힘이 없어지면 스프링이 튕겨 나가는데 스프링을 놓게 한 계기가 송이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스프링을 누르고 있던 힘이 클수록 그 힘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많이 멀리 튀지 않냐. 르네가 바로 그런 사람 같다. 그렇다면 르네는 왜 순간순간 찌질한 선택을 하는 남자가 되었을까? 석준: 단서가 될 만한 장면들이 작품 속에 다 나온다. 청교도적, 기독교적 사고관을 가지게 되어서 여자를 원하면서도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기도, 억제 당하며 살아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치유 받지 못한,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 그런 의미로 찌질한 사람이 르네 같다. 이런 단서들을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재미 때문에 재 관람 비율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동양에 대한 환상이 르네가 송에게 매료된 이유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르네에게 송은 어떤 인물일까? 승주: 이미 내가 갖고 있지만, 갖고 싶은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르네 안에 송의 모습이 분명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송에게 끌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르네는 자신이 그런 모습을 갖고 있는 줄 모를 뿐이다. 반대로 내게 없는 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끌리는 것처럼 르네와 송 사이의 끌림엔 여러가지 면이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그게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등과 같은 것들로 단정짓는다면, 내가 그렇게만 표현하려고 할까 봐 일부러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물로서 충실하면 작품의 주제를 물 흐르듯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석준: 승주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한 것 같다. 르네가 처음 송을 봤을 때가 오페라 공연이니, 송의 동양적인 모습에 먼저 매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송에게 빠져든 건, 송이 동양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뒤엎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오히려 르네가 서양에서 자랐지만 순종적인 삶을 살았고, 송은 동양인이나 당시 서양인의 자유롭고 진취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대본에 '동양 여잔데 서양에서 공부를 했나 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 보더라 해도 아름다운 외모를 넘어서 알맹이가 채워진 사람으로 르네에겐 보였을 거다. 그런 반대적인 모습이 서로를 끌어당겼다고 생각을 한다. 동서양은 단지 겉모습일 뿐, 그 안의 전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르네의 부인 헬가도 역시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왜 그녀에겐 르네가 끌리지 않는걸까? 석준: 아빠만 잘났던 거 아닌가?(웃음) 부인은 겉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다. 르네 대사에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게 여자에게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려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아이레벨(eye level)이 맞아야 하는데 오페라 를 봤다고 말해도 헬가는 그거 좋다고 한마디 할 뿐이다. 어느 한 부분의 리듬만 아는 여자라 단 한번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 거다. 믿고 함께 나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축복 송이 르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의 수치심마저 당신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면의 뜻을 파악하기 이전에 송은 르네에게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여자이고 그런 여자로 인해 르네는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 남자들은 그러한 심리가 있는가? 석준: 그런 말을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배울게 많았고 언제나 든든했던 아빠가 "아빠가 항상 널 지켜줄거야"라고 말할 때 그 이야기를 듣는 아들의 뿌듯함과, 늘 사고를 치고 다녔던 아빠가 그 말을 했을 때 아들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헬가가 그런 말을 했을 때와, 감히 내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송이라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르네의 반응이 다를 것이다. 처음엔 르네가 그 글귀를 읽고 거부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한 사람을 짓밟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내 안에 자신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나에겐 아내(배우 추상미)가 그런 사람이었다. 아내는 인기 절정이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나와 연애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왜 나와 그렇게 오래 만났냐고 물어보니 내 비전을 봤다고 대답하더라. 그런 생각이 고맙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용기다. 아내에게 가장 높이 살 만한 게 자존감이다. 또 아내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언제나 치열하게 준비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려있다고 믿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아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내 인생이 달라졌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르네라는 인물이 굉장히 이해가 많이 된다. 르네라는 인물, 더 나아가 라는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건 '환상'일 것이다. 두 사람이 가진 환상은 무엇인가. 승주: 지금 가진 가장 큰 환상은 연극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거다. (웃음) 석준: 정말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있구나. (웃음) 승주: 밤마다 머릿속에 그리고 생각하면 어떤 결말이 나지 않을까? 막연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에, 선배님처럼 이뤄질 수도 있고. 같이 무엇인가 이뤄감에 있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존재를 만난다는 건 정말 굉장한 축복 아닌가. 그런 것들을 항상 꿈꾼다. 석준: 20대 때 멋모르고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100만원을 버니까 10만원이 부족하고, 1000만 원이 있으면 100만원이 모자랐다. 항상 모자란다. 그걸 채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여전히 나의 꿈이지만 그건 작품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하는 삶을 뜻한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아내지 못하면 10년 뒤의 행복도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20대 때 힘들고 괴로웠고 그래서 죽을 결심을 한번 해 봤던 사람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날 돌아서게 만든 게 무대였다. 좋아하는 거 한번은 해 봐야지, 라는 생각에 밟은 무대는 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무대에 서면서 아내를 만났고 아이를 가져서 낳았고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무대를 통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살고 싶고 언젠가 삶의 마무리 역시 무대 위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디자인: 최주희(honeyneko@interpark.com)
2014.02.10 / 조회 17,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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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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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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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M. Butterfly’ 김광보 연출가 인터뷰①
최근 연출가 김광보는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부산시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며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왔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는 미친 듯이 무엇인가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료됐다. 때마침 운명처럼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 김광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연이어 맡게 된 엄청난 에너지의 작품들에 대해 “어차피 운명이고, 쉬운 작품은 없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행보’의 시발점인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에 대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를 비롯해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만만치 않은 작품을 연달아 맡으셨어요.작년 11월 말까지 만 2년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임기를 마치면서 어렸던 시절처럼 ‘미친 듯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연하게 작년 연말부터 올 초반까지 만만찮은 작품들이 저에게 들어왔습니다. 어떤 작품을 하던 어려운 것이니 이왕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습니다. 그 시작이 연극 ‘엠나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초반에 너무 힘을 뺐어요.(웃음) - 이제야 막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웃음)그러니까요.(웃음) 지금은 고연옥 작가와 함께하는 40분짜리 낭독공연 ‘내 이름은 강’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6월 24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공연합니다. 이후에는 극단 ‘청우’ 작품을 해요.(그는 극단 ‘청우’의 대표다.) 올 초 극단에서 워크숍을 했던 작품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국적 각색을 거쳐 ‘12명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있으세요?제가 미쳤습니다.(웃음) 9월에 극단 ‘청우’ 작품을 또 해요. 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은 작품 중에 ‘그게 아닌데’라는 작품이 있어요. 올해 1월 초에 창작희곡 페스티벌에서 당선된 작품입니다. 낭독공연을 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막으로 올랐던 공연을 제가 작가에게 장막으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9월에 정보소극장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11월에 하는 ‘드라마틱 칸타타 김구’라는 작품도 제가 정말 재미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작곡가가 강준일 선생님이세요. 강준일 선생님의 음악을 들어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온 ‘음악극의 결정체’라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제작 여건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제가 좀 돈이 안 됩니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지금 체력적으로 힘든 건 고비를 지났고요. 장인 기질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광보가 왜 저렇게 다작을 하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은 에너지가 있는 거겠죠. 그래도 작품 짤 때 겹치게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 연극 ‘엠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연습현장에서 ‘극이 어려워서 관객이 어려워하지 않을까’하고 말씀하셨어요. 막상 공연을 보니 잘 정리가 돼서 생각보다 안 어렵더라고요.(웃음)서울에서 연출 데뷔한 지 딱 만 18년째입니다. 18년 역사상 어려움이 있었던 작품이 딱 두 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브레히트’의 작품이었습니다. ‘와, 이 작가 미치겠구나, 내가 감당이 안 되는구나’ 했었어요. ‘브레히트’는 연극사의 한 부분을 완성한 사람이잖습니까. 그 공력에 밀리더라고요. 두 번째가 연극 ‘엠나비’입니다. 형상화하기가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무대디자인을 5번이나 퇴짜 놨어요. 여섯 번째 무대디자인이 딱 도착했을 때는 거의 공연 초읽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줄타기를 했죠. 무대를 형상화 시켜줄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대에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결국 해냈어요.이 무대도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조명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작품 할 때 조명 디자이너에게 잘 못 맡깁니다. 소극장은 웬만하면 제가 하고요. 이번에 같이 하게 된 최형오 디자이너는 조명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무대에 통합과 분할의 개념이 있다면, 조명도 통합과 분할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조명이 최고예요. 조명이 공간을 분할해 준 것이죠.- 연극 ‘엠나비’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연극 ‘엠나비’에 대한 ‘진실과 오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초연입니다. 이 작품이 90년대 초 한국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작품이 동성애에 초점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90년 초에 대학로의 야한 연극이라는 오해를 받았죠.오해 두 번째는 영화 ‘M. Butterfl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레미 아이언스’의 깊은 눈을 기억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쓸쓸한 눈은 클로즈업이라는 영화적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문제는 영화와 연극 매체의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일부 관극 태도입니다.영화와 연극은 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 ‘M. Butterfly’는 감독의 작품 중 실패한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우리는 왜 실패한 영화를 두고 호의적일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제레미 아이언스’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송 역할을 맡은 ‘존 론’은 어떻게 보셨어요?영화사에서 이 영화의 ‘존 론’을 평가할 때 ‘막대기 같은 여자’라는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존 론에게도 아쉬운 작품이지요. 우리 작품에서 (김)다현이는 그나마 여자 같고, (정)동화는 여자 같지 않습니다. 르네가 송에게 빠진 건 여성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연극에는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르네가 자신의 전사(前事)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요. 르네는 아주 소극적이고, 고등학교 때 섹스 한 번 겨우 해본 별 볼 일 없는 인간입니다. 환상만 잔뜩 가지고 있는 거죠. 르네는 ‘마담 버터플라이’ 공연을 봤을 때 이미 송에게 완전히 반한 겁니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까요. 환상 속에 그리던 사람을 현실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 조금 전 르네는 송이 ‘여성스럽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르네가 여성스럽지 않은 송에게 빠진다는 것은 르네가 남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송은 여성으로 꾸미고 있지만 남성적인 모습이 존재합니다. 저희끼리는 중성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르네는 송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바꿔 말하면 동질감을 느끼며 ‘거울 보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송에게 빠져 드는 거죠.(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21 / 조회 1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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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환상을 놓지 못한 남자, 그 파멸에 대해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욕망이 어느 날 갑자기 충족된다면, 그리고 나만 눈감으며 유지 된다면, 이를 외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그것이 환상에 불과하더라도.
는 한 남자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서양 남자가 사랑에 빠진 동양 여자가 실은 남성에, 스파이였다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 속엔 자신의 욕망을 차마 놓지 못해, 결국 파멸하는 한 인간의 서글픈 모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거대한 새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 한 쪽, 한 평짜리 감옥에 갇힌 르네(김영민)는 자신과 자신을 지배한 여인, 송 릴링(김다현, 정동화)과의 만남을 재연한다. 스스로를 조롱하고 낄낄거리며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동양여자에 대한 서양남자들의 환상을 그려놓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작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건 의미심장하다.
르네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배우 송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양남자인 자신을 두려워할 수 있단 사실에 호기심을 넘어선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나비부인’의 해군장교 핑커턴처럼, 그녀를 박제한 나비 같이 새장에 가둬둘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결국 “그녀가 박제 나비처럼 자신의 바늘로 몸을 돌렸다”고 믿었을 때 승리감에 도취된다. 송의 실체와 그리고 그 끝엔 파멸이 있다는 걸, 그가 모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화와는 다른 반전일지라도 그는 사랑이라 믿는 욕망을 끝내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는 동명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 작품은 희곡이 먼저였다. 영화 속 제레미 아이언스(르네 갈리마르 역) 같이 멀끔하고 의젓한(?) 프랑스 영사를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연극 속 르네는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하고, 잘 노는 친구 뒤에서나 존재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다. 출세를 위해 연상의 여자와 결혼한 속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경험이 없어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송은 신비롭고 우아한데다 동양의 순종을 가진 절대적인 ‘여성’이다. 송이 그에게 환상으로 존재가 확고해 지면서 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한다. 누가 누구의 나비이고, 누가 누구를 가두어 놓았는지 확연히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결말로 달려나간다.
이 작품엔 남자와 여자, 이성애와 동성애, 동양과 서양,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등 여러 상반된 개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편견’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장 깊숙이 자리잡은 건 르네의 욕망이다. 인생을 건 욕망이 불꽃처럼 타다 흩어졌을 때, 파멸을 맞는 나약한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심리묘사와 호흡은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을 것이다. 작품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르네 갈리마르’를 연기하는 배우 김영민은 베테랑 배우답게 찌질하면서도, 한 없이 욕망에 순수한 르네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여장과 남장을 오가는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의 열연도 흥미롭다. 더블 캐스팅의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역할을 ‘두 배우답게’ 소화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라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떤 이에겐 세상의 갖은 편견으로, 어떤 이에겐 서글픈 사랑으로, 어떤 이에겐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다가갈테니 말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ek.com)
2012.05.07 / 조회 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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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연극 ‘M. Butterfly’, 왜곡된 환상과 현실 속 진실은?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는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이 쓴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희곡은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잡힌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데이비드 헨리 황’은 이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등에서 수상했다.이번 공연은 극단 청우의 대표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다. 김광보는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 “연극 ‘엠나비’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내가 선택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양식적 측면과 작품의 깊이, 성향 등이 정말 잘 맞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새벽에 몹시 흥분했었다. 기막힌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국가 비밀 유출을 이유로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 그는 감옥 내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공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 ‘르네’는 외교관 자격으로 중국에서 지낸다. 우연히 본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마담 버터플라이’를 연기하고 있는 ‘송 릴링’(이하 송)을 발견한다. 그는 한순간 그녀에게 빠져든다. ‘송’은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나고 싶다면 중국 오페라를 만나러 오라고 권한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르네’는 ‘송’의 권유대로 경극을 보러 찾아간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순종적인 여성 ‘송’에게 매료된다. ? 몇 번의 만남 뒤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사람. ? ‘송’을 만난 뒤 남자로서의 힘과 활력을 얻게 된 ‘르네’. 정력적으로 일한 ‘르네’는 부영사로 승진한다. ‘르네’는 당장 ‘송’을 찾아간다.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르네’에게 ‘송’은 차갑게 대한다.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 ‘르네’와 ‘송’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연극 ‘엠나비’는 동양과 서양, 환상과 현실, 공산주의와 제국주의 등 대비되는 구조를 통해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편견을 드러낸다. 왜곡된 환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 ‘르네 갈리마르’는 김영민이, 매혹적인 여성성을 연기할 ‘송 릴링’ 역에는 김다현과 정동화가 출연한다. 작품은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30 / 조회 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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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왜곡된 사랑 한복판에 선 두 남자
의 두 번째 무대 (김광보 연출)가 프레스 콜을 갖고 1막을 선보였다. 1막은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가 순종적인 동양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만나 빠져드는 모습이 과거와 현재, 환상을 오가며 펼쳐진다. 새장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무대 한 쪽,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가 자신의 기막힌 사연을 자조하듯 재연하는 과정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오가며 진행된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기하는 경극배우 송릴링을 만나 신비한 그녀에게 성적인 우위를 느끼는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은 배우 김영민이 활약한다. 그는 연극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안팍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아한 동양여성으로 분했지만 사실 남성인 송 릴링 역은 김다현과 정동화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김다현이 목소리와 외모로 여성스러운 송을 연기한다면, 정동화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송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남성의 욕망을 꿰뚫고 순종적인 여자로 르네를 조종하는 여장남자의 매력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두 배우는 노선을 같이 한다. 왼쪽부터 정동화, 김광보 연출, 김영민, 김다현 전출연진김광보 연출은 “르네는 송의 묘한 중성적인 매력에 매혹돼, 거울을 보는 듯한 감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두 배우가 나타내는 송은 차이점은 있지만 그 속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공연의 문구가 ‘나를 속인 건 나의 욕망’이듯, 환상적인 여자를 만나 환상을 쟁취하려고 하지만 결국 송이 르네를 쟁취하고 조종하는 걸 보여준다”며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르고, 1막의 대부분은 영화에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르네를 열연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남자배우라면 욕심이 날만한 작품”이라며 “감정의 폭이 크고 경쾌함과 무거움도 있는데다 해설자의 입장이라 어렵지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다현은 “헤드윅에서 여장을 해봤지만 두 캐릭터의 차이는 크다”며 “헤드윅은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송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우아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몸짓 하나 하나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정동화는 “처음엔 여장을 하면 예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포스터 촬영 날 나도 많이 놀랐고 불안감이 엄습했다(일동 웃음)”며 “섬세함과 우아함을 가진 여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걱정했지만 의상, 움직임 등 여성적인 면을 공부해서 최대한 환상적인 여인으로 변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국 배우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다. 1993년엔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론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는 오는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감옥에 있는 르네(김영민)"전 유명인사입니다. 모두들 제 이야기를 하죠" "나비부인은 동양여성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희생을 그리고 있죠"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릴링'(정동화) 강렬한 첫 만남 송의 순종성에 푹 빠지는 르네 "전 처음이에요" 송릴링(김다현)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27 / 조회 1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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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두 남자의 충격적인 사랑, 김영민, 정동화
1986년,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라는 남자가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다.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가 실은 중국의 스파이인데다가 사실은 남자였다는, 기묘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두 단락 짜리 기사를 접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엠.버터플라이)를 발표했다. 수년 간 사랑한 여성이 스파이에 남성이었다는 자극적인 이 이야기 속엔 서양의 아시아에 대한 뿌리깊은 오리엔탈리즘, 여성성과 남성성, 이성애와 동성애, 현실과 환상이라는 편견과 이분법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있다.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 복잡미묘한 사랑 한 복판에, 배우 김영민과 정동화가 섰다. 세상 많은 관계 중 하나에 대해 “헤어샵에서 미용사분이 저에게 ‘정말 저 분이 형이세요?’ 묻더라고요.” 막강 동안 김영민 덕분에 겪은 정동화의 미용실 굴욕(?)담에 스튜디오에 한바탕 폭소가 퍼졌다. 사진 촬영 중에도 유쾌한 말로 분위기를 띄우는 정동화와 부드럽게 주위를 아우르는 김영민의 조화는 꽤 잘 어우러진다. 이들이 에서 기묘한 사랑에 빠진다. 여장남자에게 이끌려 파멸을 맞은 ‘르네 갈리마르’(김영민)와 남자이지만 여자로서 르네 앞에 선 ‘송 릴링(정동화)’으로. “난 한 남자가 창조해낸 여자를 사랑한 남자일 뿐”이라고 자조하지만 끝까지 자기 환상에 머문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을 찾을 때 김광보 연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는 김영민이었다. 이후 2년 만에 오르는 무대. 40회가 넘는 공연을 혼자 소화해야 하지만 베테랑 배우답게 단단하게 르네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연출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 결정하는데 고민은 없었어요. 무슨 작업을 하든 집요하게 탐구해서 완성도를 만들어 내는 분이시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에게 말씀하셨겠지, 생각했거든요.”(영민) 반면 정동화는 ‘송 릴링’ 역을 선택하는데 고민을 거쳤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해 본 적이 없는 여성의 모습을 선뜻 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 “좀 두려운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에 못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어요.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도전한 게 잘했다 싶어요. 연습하면서 정말 즐겁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서 영광이에요.”(동화) 정동화는 여자로 분해 한 남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팜므파탈로 분한다. 여성적인 행동과 말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요즘 여자들의 행동을 하나 하나 관찰한다. 손동작이나 말할 때의 표정을 살피며 묘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 돼가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작품 사진촬영을 하며 처음 시도한 송 릴링의 여장 모습이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니었다고. “전 좀 예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장을 하니 트랜스젠더 같더라고요(웃음). (김영민에게) 그렇죠, 형? 그래도 그 점이 작품에 나쁜 영향을 줄 거 같진 않아요. 중성적인 느낌을 잘 살릴 예정이에요.” “동화의 그런 점이 오히려 저희 작품하고 잘 맞아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가, 오히려 자기와 반대되지만 은근히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사람에 끌리는 것이니까요 겉으로도 아름답지만 내면에서도 뭔가 나랑 같은 걸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무의식이 작용하거든요.”(영민) 정동화 처음 여성으로 변모하는데 에너지를 썼다면, 김영민은 극 중 해설자이자 남자주인공 갈리마르로 분한다. 감정의 폭이 워낙 큰 인물인데다 30대부터 60대라는, 세월의 폭도 감당해야한다. “극이 긴 시간을 다루고 있어요. 송과 갈리마르의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이라 제가 연기하기 괜찮은데, 감옥에 있는 나이는 60대에요. 애매하죠. 그런데 60대를 표현하면 뭔가 좀 진부하고 올드할 것 같아요. 쿨하게 가기로 했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인간이 인생을 걸고 추구한 욕망에 배신을 당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내가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말하고 있죠.”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환상을 충분히 채워주는 아름다운 동양여성이 사실은 남자에, 스파이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에 주인공 갈리마르와 함께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은 이 보단 한발 더 나아간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도 무너지는 도미도, 혹은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관계’에 대해 파헤친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힘’의 관계도 역설한다. 이 복잡한 심리를 텍스트로 받아 든 배우들 역시 많은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굉장히 연극적이고, 자유롭고, 시공간을 뛰어넘죠. 갈리마르는 원래 동양적이고 순종적인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송을 만나면서 남성적인 힘을 가지고, 내가 이렇게 가학적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점도 깨달아요. 나중엔 그에게서 여성성도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스스로 쌓아놓은 환상에서 나오기를 거부해요. 환상이 깨지는 순간 죽음을 선택하는 거죠. 그게 좀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연기를 할 때는 인물이 그 순간 가질 수 있는 마음으로 가고 있긴 합니다. 그 안에 있는 심연, 편견에 대해서도 건들면서요.”(영민) 갈리마르가 진행하는 극 속에 등장하는 ‘송’의 심리 역시 정동화에게 풀어야 할 과제였다. “처음엔 극의 후반부에서 갈리마르를 설득하려는 게 사랑인지, 뭔지 혼란스러웠어요. 얼마 전 연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를 했죠. 송은 갈리마르에게 사랑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의 해석을 뛰어넘죠. 대본에는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았지만, 송 자체가 작품이 주제와 맞물려 심리가 변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헨리 황이 송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송을 아는 방법으로 헨리 황을 공부했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동화) "어렵냐고?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지난 4월 초 연습 현장이 공개된 이후, 아니 캐스팅이 발표되고 독특한 컨셉트 사진이 공개되면서 는 관객들에게 관심작으로 떠올랐다. 무대에 대한 몰입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배우 김영민과 두 송 릴링인 김다현, 정동화에 대한 기대감도 큰 몫을 했다. 두 인물의 사랑이 어느 선까지 표현될 지에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정동화가 답한다. “수위가 높을 것 같진 않아요. 연출님을 이번에 처음 뵙는데, 의외로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감추고 절제하려고 하세요.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느낌을 추구하시고. 그렇다고 저희가 더럽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저는 조금 더 갔으면 하는데. (일동 폭소)” 연습현장이 정동화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정말 전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연기를 하는데, 연출님이 너무 웃기다고, 과할 걸 줄이라고 하신다”라며 진지함과 장난기가 섞인 말을 건넨다. 김영민이 알 것 같은지 웃음 띤 얼굴로 덧붙인다. “재미있어요. 어제도 서로 마주보다가 얼굴을 싹 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현씨도 똑같이 해요. 그런데 동화가 하면 어쩐지 경쾌한 호흡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조절할 땐 엄격하게 조절하니까, 그게 동화씨의 매력 중 하나죠. 특히 법정 씬에선 송의 매력이 저런 게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지적이에요. 또 하나는 굉장히 정직해요. 연습에서도, 연기할 때도, 일상생활도 정공법으로 임하죠.” 정동화 역시 함께 연기하며 느낀 선배 배우의 매력을 꺼내놓는다. “형은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소년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피터팬 같아요. 제가 꿈꾸는 이미지가 형한테 묻어나거든요. 다현이 형과 번갈아 가면서 연습을 하는데 두 번 이상 반복해도 매 순간순간 오장육부를 토해내듯이 감정 표현을 하세요. 집중력이 대단하시죠. 여자분들이 형 눈을 보면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자인 저도 흔들리는데 오죽하겠어요. (영민: 난 유부남이야~)”최근 실전(?)에 돌입한 키스씬에 대해서도 “담배를 피우시는데도 체취와 감촉이 괜찮았다”는 평을 내놓는 정동화에게 “여자 배우와 할 때는 가글을 열심히 했는데 가글도 안 하는 점은 미안하다”는 김영민의 화답이 오간다. 인터뷰 내내 작품에 자신감이 있는 배우들 특유의 여유와 유머가 느껴진다. ‘연극’에 목마른 관객에게도 이들 무대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새삼 높아지기도.“어렵지 않고 재미있을 거에요. 굉장히 대중적인 작품이거든요. 인물들의 심리가 정리가 되고 나니까 이젠 설렘이 더 커졌어요. 빨리 무대, 조명과 만나고 싶어서 지금 약간 흥분된 상태에요. 빨리 극장에 들어가고 싶어요.”(동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경쾌하게 나아가되 후반에 마무리를 잘 하는 것 등을 많이 염두하고 있어요. 갈리마르가 극을 진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극 전체의 리듬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작품 열심히 준비했고,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러 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2.04.23 / 조회 1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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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Butterfly> 그가 사랑한 건 환상이었을까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가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는 1986년 국가 기밀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무대화된 작품.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와 경극 배우 ‘송 릴링’의 20여 년간 기묘한 관계를 충격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날 공개 연습현장에선 신비한 경극배우 릴링에게 빠져드는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영민, 경극 배우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 등 주요 배역들이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1막 갈리마르와 릴링의 인상적인 첫만남에서부터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공연 후반부가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감성을 지닌 ‘르네 갈리마르’ 역을 열연하는 김영민은 신비스러운 동양여성에 푹 빠져드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남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김영민은 그 특유의 촘촘한 연기로 소심한 갈리마르와 능청스러운 해설자 갈리마르, 또는 광기에 휩싸인 갈리마르를 펼쳐 주목 받았다. 김광보 연출은 “영화에선 제레미 아이언스가 멋진 남자로 나오지만, 사실 갈리마르는 찌질한 캐릭터”라며 영화와의 차별성 언급했다. 작품 화자이자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김영민)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정동화) 송 릴링(김다현)김다현, 정동화는 여장남자로 갈리마르를 유혹하는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번갈아 연기했다. 여성, 경극 배우, 남성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복잡 미묘한 여성, 남성을 연기해 그 파격성에 주목받고 있다. 김광보 연출은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현실과 환상의 대비가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광보 연출 "두 사람의 차이는 무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헬리황의 대표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갖고 있는 편견과 인간의 욕망을 폭넓게 다룬 수작이다.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에서 777회 연속 공연을 기록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3년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는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06 / 조회 1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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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세기의 러브스토리, 연극 <엠.버터플라이> 공연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연극 가 오는 4월 막을 올린다.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1964년,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여주인공 송 릴링에 매료된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이후 송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동서양의 이질감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신비스런 송의 동양적 면모에 사로잡히고, 깨닫지 못한 스스로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가 프랑스로 돌아간 후 자신을 따라온 송과 15년 동안 동거 생활을 하지만, 그 사이 국가 기밀죄를 범했단 사실을 깨닫게 되고,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1988년 워싱턴 내셔널 씨어터에서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했으며, 토니어워즈 최고작품상을 비롯, 드라마데스트어워즈,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수상하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등의 김광보 연출로 선보이는 한국 공연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매력적인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정동화가 더블 캐스팅 되었으며, 스스로 창조한 환상 속에 충격적인 사랑을 이어온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전노민과 김영민이 함께 나선다.
동양의 신비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전통 음악 방식을 사용했던 과거 공연과 달리 피아노, 기타, 중국 전통 악기 등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음악과 오페라 음악을 바탕으로 선보일 연극 는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3.20 / 조회 17,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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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대한 삶’, 작가 복거일이 말하는 ‘만보산사건’
연극 ‘거대한 삶’이 2월 9일부터 2월 19일까지 아르코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영어의 국어화’, ‘화폐의 달러화’ 등을 주장해온 소설가이자 문화포럼대표로 활동 중인 복거일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독립운동사 연극개발 지원사업의 첫 번째 선정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만보산사건’을 소재로 친일파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담는다. “연극 ‘거대한 삶’,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일까’서부터 시작됐다”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 시기에 벌어진 ‘만보산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만보산사건’은 1931년 7월 2일 열린 중국 지린성 만보산 지역에서 조선인 농민과 중국인 농민 사이에 벌어진 유혈 사태를 말한다. 이는 ‘일제가 조선의 식민지 상황에서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을 중국 침략에 이용하기 위해 벌인 음모’ 혹은 ‘조선인이 가해자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작가 복거일은 잊혀진 ‘만보산사건’을 연극 ‘거대한 삶’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복거일은 ‘만보산사건’을 소재로 희곡을 쓴 것에 대해 “‘만보산사건’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일까’, ‘과연 진실이 그렇게 쉽게 밝혀질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됐다. ‘만보산사건’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똑같이 애국자임에도 누구는 독립운동가로, 누구는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고 그 너머에 있는 민족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친일파 옹호?…민족 전체의 거대한 삶이 있는 것”작가 복거일은 이번 작품에서 작품이 친일파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사람들은 다 자기 둘레의 사실로만 이야기한다. 그 기준이 민족의 이익처럼 거대해지면 제각기 혼란스러워져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좌우로 나뉘고 의견이 분열돼 있는데 어떻게 몇십 년 전의 사건에 대해 어떻게 ‘민족의 이익이 이것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너머에 민족 전체의 삶이 거대하게 있기 때문에 늘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이번 작품은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구분이 아닌 일제강점기 시기의 다양한 역사적 시각과 관점에 대해 드러낸다. ‘만보산사건’을 고증을 바탕으로 그만의 시각을 덧입힌 희곡 작품이다. 연극 ‘거대한 삶’은 주인공 이종형과 김리삼을 통해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사회 주류를 거스르는 것은 힘든 일”복거일은 사회의 통념으로 자리 잡은 것들을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어를 국어처럼 사용하자’ 등의 의견을 내며 수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보편적 사회 흐름을 거스르는 일에 대해 복거일은 “사회의 주류를 거스르는 일은 힘들다. 내가 의견을 낼 때마다 욕을 많이 먹었다. 영어를 우리말로 쓰자고 했을 때는 ‘복거일과 이완용은 지구를 떠나라’라는 말도 들었다. 나에게 반발하는 사람은 논리가 없지만 나는 논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의견에 대해 거친 이야기를 듣더라도 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로 쓰는 것과 관객을 직접 만나는 연극무대는 다르다. 관객의 바로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연출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뜨겁다고 알 정도가 되면 흥행이 됐다는 것 아닐까?”라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02 / 조회 1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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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6] 패자의 승리, 연극 ‘내 심장을 쏴라’
색을 용납지 않아 화이트로 일관된 세계는 불안하며 날카롭다. 외부와 단절돼 고립된 무대 위 공간(정신병원)은 반면 역설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점을 얻는다. 차에 치여 객사할 일 없고 길다가 칼에 찔리는 봉변당할 일, 집구석에 꼭꼭 숨겨둔 다이아반지를 도둑맞을 일 따위도 없다. 담배 한 갑과 믹스커피 두 봉지가 하루 배급량인 이곳에서 도난이래야 머리끈 정도다. 스스로 원치는 않았으나 나무늘보와 미스 리로 합의된 이수명의 말 따라 ‘교도소 갈 일’ 없고 ‘미래가 보장된’ 곳이다. 내면의 불안을 견디는 게 쉬운가, 세상의 위협과 시선을 버텨내는 게 쉬운가. 치료과정 중 ‘나무늘보’가 된 수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진화, 두발로 멀쩡히 서서 걷는 ‘사람’이 되지만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길이만은 아직 그대로다. 칼이나 가위 등 날카로운 것에 대한 그의 공포는 과거의 어느 사건에서 기인하는데 수명은 그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 소설 속 여러 공간, 캐릭터를 압축해 제한된 무대 위에 펼쳐놓아야 하기에 연극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 눈에 들어온 그들의 조화는 ‘헐’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나무늘보가 시각화되는 순간부터 수시로 바지를 벗는 거시기 환자, 우아한 버킹엄 공주, 꼭 붙어 다니는 한이와 지은, 미쳤는데 말까지 많은 김용, 매미처럼 누군가의 등에 찰싹 붙어 생활하고 이동하는 만식, 우울한 청소부, 경보남자, 십운산선생, 거리의 악사에 끊임없이 ‘화선아’를 부르짖는 화선엄마까지 제 개성을 십분 발휘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연극은 개인과 내면, 상처에 집중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한이가 제 모든 것을 걸고 지키려는 지은에 대한 ‘사랑’과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청소부의 ‘꿈’이 있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인물은 단연 주인공 수명과 승민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드라마 한 편, 소설 한 권은 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막장에 가까운 이력을 자랑하는 수명과 승민에게 세상은 ‘미칠 만 한’ 더럽고 치사하며 두렵고 무자비한 곳이다. 인물들의 독특한 행동은 가장 억제된 부분의 어쩔 수 없는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무대 위 세계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공감수위가 높은 것은 캐릭터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이어 몸의 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 문제인 우리가 극단으로 몰릴 때의 그림이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생긴다. 그들의 트위스트 한 판이 통쾌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치지 못한 우리대신 미쳐주고, 미친 듯 흔들지 못하는 우리대신 흔들어주니 관객은 모르는 새 빚을 지고도 갚을 길 없어 무력하게도 연민할 뿐이다. 죽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평생을 수리희망병원에서 보내게 된 수명과 가족 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려 강제로 갇히게 된 승민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지난하지만 그들에게나 관객에게나 의미 있는 분투다. 탈출에 성공한 후 눈이 멀어가는 채로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내맡긴 승민이 온몸으로 하늘을 느낀 후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죽은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는 우리가 알기를 거부한다. 그저 장렬하게 전사하는 시대의 영웅처럼 “이 역사적인 탈출을 후세에 길이 전해다오”, 한 문장만 남겼다. 불안한 만큼 자유로운 패러글라이딩을 바라보고 있던 수명의 손에는 승민이 남겨준 시계가 있다. 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누구와도 상관있게, 혹은 상관없게 또각거리는 시계는 “빼앗기지마. 네 시간은 네 거야”라고 말한다. 무려 1억 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무대에 옮기는 작업에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사각형 종이에 갇힌 문자라 할지라도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은 단연 소설이다. 다소 아쉬운 연극의 스토리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고 완성도 있는 원작으로 인해 추락하지 않는다. 병원 밖의 공간은 조명과 가장 풍부한 색을 담고 있는 흑백 영상으로 표현됐다. 공간과 내면까지 아우른 조명, 영상, 음악은 패자들의 승리를 격려하며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체험으로 전하는 힘을 발휘했다. 제대로 미쳐준 배우들은 우울과 유머, 상처와 희망, 외면과 내면 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들과 우리의 거리감을 좁혔다. 갇힌 곳에서 끊임없는 자유를 보여주는 연극 ‘내 심장을 쏴라’는 말한다. 우리를 멈추게 하려거든 ‘내 심장을 쏴라!’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13 / 조회 17,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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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심장이 미쳐 날뛰는(?) 막바지 연습현장
한 편의 소설이 새로운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다. 정신병동에 수용된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 그들 중 탈출을 꿈꾸는 두 명의 젊은 청년을 주목해 보자. 2009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이 연극 무대로 부활하는 가 공연을 앞두고 남산에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소설의 희곡화를 거쳐 수정 대본이 15고가 넘는 치밀한 텍스트 작업에 더하여, 공연 시작 열흘 전을 앞둔 연습실에는 잠시의 쉬는 시간에도 말 소리를 높이지 못할 정도의 긴장감이 서려 있다. 김광보 연출(오른쪽)연극 등의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춰 온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또 한번의 합체’ 뿐 아니라, 연기파 배우 김영민(40)과 떠오르는 신예 이승주(30)의 변신도 눈에 띈다. * 혹시 나중에 미치더라도 여긴 오지 마세요 _ 김영민의 ‘이수명’ 정신 분열, 공황장애로 6년간 정신병원의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 해 온 수명을 두고 김영민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으로 이야기 한다. “수명은 엄마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어렸을 때 제대로 말도 못 배워 말더듬이로 자란 사람이에요. 나의 실수 때문에 엄마가 죽게 되는데, 그 충격으로 편집증적 사고를 갖게 되죠.” 1971년생, 올해로 마흔의 나이를 얻은 김영민이 이번에 맡은 이수명은 스물 다섯 살. 연극계 최강 동안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저 같은 얼굴이 한방에 간다는 소리도 있던데”하며 껄껄 웃어 보인다. “배우든, 사람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도 변하고 마음도 변해가잖아요. 그 변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런 걸 극복해야 될 시간이 분명 필요한 거고, 요즘도 그런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젊은 역을 했을 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어린 배역을 맡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나, 히말라야의 독수리야 _ 이승주의 ‘류승민’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수명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보여주는 사람, 다소 위험한 불놀이를 삶의 탈출구로 지닌 재벌가의 사생아 류승민. 김영민을 비롯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고 입을 모으는 류승민 역은 이승주의 몫이다. KBS공채 탤런트이자 올 봄 을 통해 참신한 배우 탄생을 알린 이승주는 “승민은 철저히 환경에 의해 변하게 된 인물”이라 설명한다. “이도 저도 아닌 사생아로 태어나 주변의 견제나 의심도 많이 받은 인물이에요. 그런 세상의 분노로 어렸을 때부터 불놀이를 시작했고, 결국 계모가 정신병원에 절 넣게 되죠. 승민은 비행(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지만, 다시 격리되게 되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기에 자칫 무겁고 날카로울 듯한 선입견이 생긴 게 사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는 정신병동에 다시 들어오게 되는 이수명과 그를 맞는 류승민을 비롯한 수용자들의 모습 장면에서부터 무너진다. 어눌한 말투의 이수명, 어두운 유년 시절과 의지할 가족 없는 류승민의 외향적이고 거침 없는 모습은 의외의 연속이다. “제가 가진 성향 자체가 승민의 표현 방식스럽지가 못하기도 하고.(웃음) 처음 희곡이나 소설을 읽었을 때 승민에게 무거운 느낌을 받았고, 연습 초기에 그렇게 표현 했거든요. 그런데 연출 선생님이 그런 서브 텍스트는 가지고 가되, 승민이 표현하는 방식은 그렇게 무겁진 않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조금씩 해 보면서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계속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에요.”(이승주) 김영민과 이승주는 에서 처음 만났다. 오랜 시간 대학로의 무대를 채워 온 김영민은 승주를 ‘이번에 처음 보았’으나, 이승주는 형인 김영민의 남다른 첫 인상을 살짝 털어 놓는다. “워낙 유명하시니까 형에 대해선 알고 있었죠. 이건 형한테 한번도 이야기 안 한 건데, 제가 스물 네 살 땐가? 이란 연극을 보고 ‘어린 친구가 저렇게 연기를 잘해? 난 이제서야 제대했는데?’ 그런 생각 했었어요.(웃음) 그랬던 분과 같이 연기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이번 작품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 운이 많이 따랐다며 겸손의 말을 잇던 이승주, 고등학생 때부터 우연히 운명처럼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영민. 이 둘을 비롯 의 병동에서 만나는 개성 강한 수용자들의 모습도 놓치지 말자. '또별'을 찾아, 등만 보면 찰싹 붙어버리는 만식씨(박노식)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국민 대사 “향숙이?”를 탄생시킨 박노식은 머리 속에 기억을 뜯어 먹는 염소가 사는 만식씨로 등장하며, 가장 화려한 병동 탈출전력을 가졌으며 기가 막힌 하모니카 연주 솜씨를 지닌 거리의 악사 이용근, 거리낌없이 바지를 벗는 509호 거시기 역의 권택기, 본인이 공주라고 믿는 버킹엄 공주 역의 백지원 등도 함께 한다. 공연을 위해 정신병원에 가 사이코 드라마를 체험하고 의사를 초빙해 전문 공부도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몸매와 소박한 덩치(?)의 소유자, 현선 엄마(최현숙)환자 괴롭히는 즐거움에 사는 병원 보호사 점박이(윤영걸)정신병동 귀여운 커플의 남다른 애정표현 "한이가 지은이를 잡아먹으려 해요"본인의 일에 충실한 간호사 최기훈(이남희)“정말로 내 심장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가, 운명이 나를 침몰시킬 때 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취직 하기도, 또 안정적인 일을 가지고 있더라도 항상 마음 안에 응어리들이 있잖아요. 그런 현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혹이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라고 생각합니다.”(김영민) “지금 뭐 하고 계세요? 이런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이승주) 연극 는 오는 10월 7일부터 2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2010.10.01 / 조회 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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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김영민, 박노식 등 탈출 꿈꾸는 정신병원 환자로 변신
2009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가 오는 10월 무대에 오른다. 등에서 호흡을 맞춰 온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의 신작이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20대 중반 두 남자의 고군분투 탈출기를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떠올리는 인물들을 통해 비상구가 보이지 않은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 공연계 최강 동안을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 김영민이 공황장애로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온 스물 다섯 살 이수명 역을, KBS 공채 탤런트로 지난 5월 연극 으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 이승주가 재산 싸움에 휘말려 강재로 정신병원에 갇힌 류승민 역을 맡았다. 또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향숙이를 찾던 박노식이 헬멧과 꽃무늬 트렁크를 사랑하는 만식 역으로 분해 다시 한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는 10월 7일부터 2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9.02 / 조회 17,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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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형제로 만난 김성기, 김영민
날씨와 야구, 심지어 두꺼운 전화번호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천재이자 자폐아 레이몬드, 형 못지 않게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냉정한 주식트레이너 동생 찰리. 까칠한 이들이 만나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연극 이 대학로 한 켠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임원희, 이종혁의 바통을 이어받아 형제로 분한 김성기와 김영민은 초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소극장 안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뮤지컬 속에서 코믹 연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배우 김성기의 자폐연기는 웃음기와 노래를 걷어낸 첫 무대이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 생활 20년만에 첫 연극 도전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크다. "무척 떨렸으나 지금은 행복합니다"“일부로 뮤지컬만 고집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진짜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배님들이나 연극 무대에 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제가 여기 서게 됐네요.” 그는 “이렇게 대사가 많은 줄을 모르고 출연했다”며 웃는다. “막연히 스텝들에게 원주율을 외워야 한다고만 들었어요. 전 대본을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지 않거든요. 그거야 쉽겠다 이랬는데…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웃음). 약속을 했으니까 어떻게 합니까…해내야죠. 연습 동안엔 긴장을 해서 하루 4시간 이상을 못잤어요” 첫 연극 무대이지만 어마어마한 대사량이 우선 그를 압박했다. 끝도 없는 원주율과 전화번호, 각종 도표를 머리 속 책을 읽는 듯 줄줄 읊어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 까”라는 궁금증에서부터 ‘레이몬드’를 익혀나갔다. “무척 떨렸어요. 임원희, 이종혁씨의 무대를 세 번 봤는데,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떨리더군요. 제가 아이큐가 안 좋거든요(웃음). 그런데 그걸 다 외웠다는 게 대견스럽기도 해요. 동료 배우들에겐 자꾸 반복시켜서 미안했지만. 특히 영민이에게 미안해요. 그래도 계속 반복 했어요. 지금은 정말 기분 좋고, 꿈꾸는 것 같고 그래요.” 노래와 웃음을 뺀 그의 연기, 스스로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했다."초반에는 무척 (노래에)의지하고 싶었고..(웃음). 없으니까 허전했었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할수록 노래는 없지만 마음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결국 음표만 빠졌지 난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그들의 교감, 객석까지 등으로 타고난 배우라는 평을 받는 김영민은 냉철한 주식트레이너와 변신했다. 냉철하지만 내면은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지닌 캐릭터를 그만의 아우라로 녹여내고 있다. 언뜻 레이몬드만 대사의 압박이 있어 보이지만, 찰리 역시 보통 연극에 비해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혼자만의 독백이 많은 레이몬드라면, 찰리는 끊임없이 연인과 형에게 불만이나 상황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이 베테랑 배우 역시 무대에 오르기 전 쉬지 않고 대사를 읊조린다. 그는 작은 소극장안에서 관객과의 교감이 느껴질 때가 뿌듯하다. “찰리와 레이몬드가 왜 변해 가는가를 눈 여겨 보시면 좋을 거에요. 객석과 소통이 있을 때 감동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눈치 빠른 관객들은 공연 중반부터 울먹이고 계시더군요.” 초연 무대를 보고 감동을 받은데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형님이 힘드셨을 텐데 전혀 티를 안내고 오히려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며 웃어 보인다. 레이몬드와 찰리, 두 캐릭터 모두 대사가 방대해 자잘한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땐 진지한 무대이기에 웃음을 참는 게 쉽지 않다고. 특히 자폐 연기를 해야 하는 김성기는 조마조마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긴 대사를 하다 ‘수잔나’를 ‘수잔나 박사’라고 한 적도 있어요. 배우들은 알기 때문에 표정들이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보이더라고요(웃음). 수잔나가 ‘로스앤젤레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를 ‘로스레제렐…’로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웃음)”“ 배우들을 긴장케 하는 또 하나 장면은 형제의 ‘축구씬’이다. 레이몬드와 찰리가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리로 주고 받는 이 장면은 ‘성공할 때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뿐 아니라 관객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곤 한다. 지난 초연에선 15분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기는 “영민씨가 공을 잘 차서 무리 없이 넘어가곤 하지만, 너무 일찍 성공해 버리면 싱겁다”고. 김영민은 “공 10번 주고 받기를 한번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공연을 2주 남짓 남겨두고 이들의 호흡은 한층 안정적이고 탄탄해졌다. 자기 속에 갇힌 레이몬드와 상처 많은 찰리의 교감은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객석에 전해진다. 그들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비슷하고도 달랐다.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저에 대한 글을 봤어요. 등 제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보셨더군요. ‘김성기라는 배우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저를 평했는데 전 뭔가 변하지 않는 배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요즘은 을 통해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김성기) “은 장마철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좀 우울한 면도 있고, 감동도 있거든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같이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김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16 / 조회 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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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김성기, 임원희 바통 이어 자폐연기
이 6월 연장 공연에 돌입하며, 임원희, 이종혁에 이어 김성기, 김영민이 각각‘레이몬드’와 ‘찰리'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산을 목적으로 고향으로 간 교만한 주식 트레이너 찰리와 자폐증이 있는 그의 형 레이몬드가 형제애를 찾아가는 이야기. 1988년 개봉해 더스틴 호프만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 한 작품이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초연한 이번 작품에는 배우 임원희가 자폐이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레이몬드로 열연, 화제를 모았다. 6월 연장공연부터는 뮤지컬계의 연기파 배우 김성기가 임원희의 바통을 이어 받을 예정.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20년 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깎아 주목 받고 있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추며 찰리 역을 맡은 배우는 연극계의 블루칩 김영민. 지난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천하일색 박정금’ 등 드라마와 ‘경축! 우리사랑’ 등 영화에서 활약한 그가 올해 도전한 첫 연극무대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이기적이었으나 형으로 인해 가족간의 정을 깨닫는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다.
연극 은 6월 30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글 :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5.19 / 조회 26,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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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잊거나 잃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두사람
한 때 멋진 실적을 올리고 큰 돈을 손에 쥐며 ‘잘 나갔던’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찰리는 지금 파산 직전이다. 애인과의 여행 중에도 한 시도 컴퓨터를 놓지 못하던 그에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소식 보다 유산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자동차 한 대와 장미 정원 뿐. 문명의 이기가 충만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영민한 머리로 살아가고 있는 찰리에게 이것이 성에 찰 리 없다. 여기에 그가 짐작 하고 있는 상당한 액수의 돈이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갔다는 말이 더해지니, 그는 ‘다른 누군가’와 그와 얽혀있을 ‘사건’이 궁금할 수 밖에. 연극 은 인물이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가는 여정이다. 공연 시작부터 찰리와 그의 연인 수잔나는 휴가 여행 중이었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시간 찾지 않았던 ‘집으로’ 가며, 그곳에서 존재를 모르던 친형 레이몬드를 만나 또 다시 길고 긴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물리적인 여행 뿐만이 아니다. 찰리는 고향으로 향하고, 또,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돌아오며 오해로 얼룩졌던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다.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외우지만 대중들의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외된 천재 형 레이몬드는 여전히 사랑하는 동생의 손을 다시 잡는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는 동생과, 정해진 식사, 정해진 잠자리를 단번에 바꿀 결심을 하는 형의 모습에서 관객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야 만다. 연극 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폐증 형과 세상에 영리한 동생의 뜨거운 우애의 감동 스토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소극장 무대 쓰임에는 제법 경제적이나, 작품의 여정이나 로드 무비의 느낌을 싣고자 했다면, 회전 무대는 그리 효과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무대의 거친 회전음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고, 암전 사이 회전을 마친 빈 무대에 조명으로 포커스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이해 되지 않는다. 장면 사이를 채워주는 비틀즈의 곡들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매우 어울리지만, 긴장과 위기로 고조된 몇몇 장면 후에 너무나 경쾌한 기타 소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꺼이 이 작품을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으로 이야기 하는 중요한 까닭은 배우 임원희가 있기 때문이다. 형 레이몬드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임원희는 작품 속 인물처럼 실로 놀랍고 정확하게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지고 뜨거운 가슴으로 동생을 배려하는 ‘레이몬드’가 되어 생각하고 듣고 말하며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이 배우에게 갖는 믿음은 배가 된다.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살이에 영리한 동생, 찰리 역의 이종혁도 반갑다. 건조하고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의 말투는 곧 적응이 된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둘 다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이라고 한 두 배우의 열정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다. 뮤지컬 , 연극 에 이어 세 번째 작품으로 연출가의 길을 열고 있는 임철형은 ‘효과적’에 십분 다다르고 있진 않지만, 매 작품 마다 소재, 형식, 무대화 등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연극 에서 두 형제가 ‘둘이 같이 스무 번’ 공을 주고 받는 다던가, 귀엽게 자신을 자랑하는 형의 모습 등을 통해 작품 속으로 편안하게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재치가 빛이 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내일 무대가, 연출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14 / 조회 9,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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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임원희, 이종혁 "헬로우, 마이 레인맨!"
영화 ‘레인맨’의 감동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레인맨’ 은 자기중심적인 찰리(톰 크루즈)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에게 상속된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형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느끼게 되는 가족애를 다룬 내용이다. 국내 초연되는 에는, 자폐증 환자 형 레이몬드역에 임원희가,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동생 찰리역에는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을 통해 동시에 6년 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한 이종혁과 임원희는 지난 24일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 “무대가 이렇게 떨린 곳인 줄 몰랐다” 고 입을 모았다. 임원희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인물이라, 대사가 많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며 “원주율표를 외워야 해서 중학교 1학년 때 이후로 접었던 수학책을 다시 펼쳤다”고 웃어 보였다. “6년 만에 서는 무대라 많이 떨리지만, 이 긴장감을 마지막 공연 날 까지 가지고 가겠다. 연기자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돼주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혁은 “저 역시 6년 만에 서는 무대인데,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린다” 며 “요즘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대본을 보고, 다시 잠들면 일어나서 대본을 보는 걸 반복한다”고 말했다. 극 중, 두 사람의 공통점을 표현하는 표현방식 중 하나인 리프팅(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는 것) 장면을 위해 매일 공차기 연습을 한다는 두 사람은 “공을 차다가 관객석으로 튀어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애드리브로 넘어가야 간다. 매일 다른 버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며 진한 감동 뿐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를 통해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임철형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임원희와 이종혁을 캐스팅하려고 물밑 작업을 했다” 고 밝히며 “서울예대 선배인 임원희는 대학 때부터 신비한 배우의 향기가 났었고, 동기였던 이종혁씨는 열정적으로 연기 하는 걸로 유명했다. 두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믿음이 갔다” 며 두 배우의 열연으로 200% 만족하는 작품이 나왔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예술대학 선후배 사이기도 두 배우와 연출가는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인연 때문에 최고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가족애, 형제애가 주제인 만큼 가슴 따뜻하게 웃고, 울고 나갈 수 있는 연극을 준비했다. 놓치지 말아 달라” 고 강조했다. 더스틴 호프만을 연기파 배우로 업그레이드 시킨 원동력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99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과 함께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조쉬하트넷이 연극 무대에서 열연했던 영국버전 은 연일 매진을 이루며 영국의 흥행 연극으로 선정되는 사례를 남기며 연극으로도 이미 그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임원희, 이종혁의 은 4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 죽지않아~ 냉철한 눈빛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찰리 (이종혁) 뭐든지 외운다 - 암기의 제왕, 레이몬드 (임원희)" 맙소사, 저 인간이 내 형이라고? ""저 둘은 왜 야밤에 씨름을 하는걸까?" 유산은 모두 제가 상속받아야 합니다! 찰리, 지금은 계산 중. 쉘~ 위 댄스?! 레이몬드와 수잔나의 댄스타임. 나 이 닦는다~ 히트예감, 레이몬드의 "자랑해도 될까?" 사랑해, 형아예측 불가! 매 공연 때 마다 달라지는 공차기 장면! 스무 번 성공 할 때까지 공차기는 계속된다! 쭈우욱-.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4.27 / 조회 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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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영화 vs 연극, 명작 영화 ‘레인맨’ 무대 위로 다시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원작 깊이보기 : 영화 1988년 발표된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이듬해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과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수상한 웰메이드 히트작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남아있는 명작. 특히 더스틴 호프만의 자폐증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기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80년대 전형적인 아메리칸 찰리를 연기한 탐크루즈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형 레이몬드 역의 더스틴 호프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사랑과 형제애, 가족애, 나아가 더 넓은 의미의 사랑과 삶을 느낄 수 있었다. ◎ 원작 뒷이야기 : 이제는 말할 수 있다영화 제작을 앞두고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캐스팅은 미리 결정된 상태였지만, 감독이 누가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미정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브레스트, 시드니 폴락이 차례로 지명됐지만 결국 메가폰을 잡은 것은 베리 레빈슨. 그러나 감독 결정 후 영화 ‘레인맨’에게 남겨진 제작기간은 불과 2개월 이었다고 한다. 결국 오늘날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영화 ‘레인맨’은 고작 2개월 만에 ‘급속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 제작기간과 작품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원작자와 안면트기 : 영화 베리 레빈슨 감독1942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출생했고 아버지는 카페트 세일즈맨이다. 워싱턴의 아메리카대학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7년이나 학교를 다녔다. 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옥스퍼드 극장에서 연기 수업을 쌓은 뒤 텔레비전의 코미디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멜 브룩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사일런트 무비(76)’, ‘속 싸이코(78)’의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져스티스’와 ‘결혼하지 않는 커플(82)’은 부인인 발레리 커틴과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1982년에는 고향 볼티모어의 청춘 군상을 그린 반자전적 작품 ‘다이너’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1988년에는 월남전 당시 미군 방송의 DJ 이야기를 그린 ‘굿모닝 베트남’과 ‘레인맨’을 만들었는데, ‘레인맨’은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게 하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베리 레빈슨의 최근 작품으로는 ‘꿀벌 대소동(07)’, ‘왓 저스트 해펀드?(08)’가 있다.◎ 연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연극 MGM사의 유명 영화 ‘레인맨’은 연극으로 각색돼 이미 영국과 일본 관객들에게 검증 받은 바 있는 수작이다. 영국에서는 유명 헐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과 연기파 배우 아담 고들리가 각각 동생과 형으로 열연한 바 있다. 일본 버전의 ‘레인맨’ 또한 일본 열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일본의 인기배우 키이나 시페이가 동생 ‘찰리 바비트’ 역을 맡아 많은 여성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 오는 4월 24일부터 한국에서 초연되는 연극 ‘레인맨’ 역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버전의 캐스팅은 형 역에 영화배우 임원희가, 동생 역에 배우 이종혁이 낙점됐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무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14 / 조회 2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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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연출가 한태숙 “관객을 충동질하고 싶었다”
인간의 음습하고 강렬한 내면을 예리하게 표현해 내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연출가로 꼽히는 한태숙. 그가 올해 [이아고와 오셀로]에 이어 [강철]로 관객을 찾아왔다. 여전히 깊숙이 내면을 찌르는 메시지와 여운이 살아 숨쉬어 정통연극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원래 ‘작품 자랑만 할 거 같아서’ 인터뷰는 잘 응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번 연극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해석을 조금이나마 무대 밖에서 내보였다. 그에게선 연출가로서의 고집과 완벽주의가 흘러 나왔다. 제목이 독특하다. ‘강철’은 무슨 뜻인가. 강철은 감옥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연극의 원제는 [Iron]이다. 사실 그대로 직역하자면 ‘무쇠’라고 해야 하지만 무쇠는 강하고 부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강철은 탄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강철로 택했다. 좀 더 면밀히 말하면 강철과 무쇠를 합친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연극은 인물이 만들어 내는 긴장이 크긴 하지만 서릿발처럼 바짝 서기만 한 것도 아니고, 감성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강철]은 국내 초연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봤다. 직접 본 건 아니고 번역만을 봤을 뿐이지만 상당히 끌렸다. 우리나라에도 모녀 드라마가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멜로드라마가 주종을 이루지 않나. 결국은 서로 용서하고, 결말이 안 날 것 같은 싸움에도 화해하고, 그것을 눈물로 감싸는 연극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았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엄마를 딸이 찾아오자 관객은 기대한다. 저 여자, 사실은 그럴 여자가 아닐 것이라는, 그래서 딸이 그것을 풀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게 이 작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사회 정치적인 부분이 연극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기존의 모성이 아닌 새로운 신종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우리가 떠올리는 모정이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이 작품 안에도 모정이 있다. 따뜻한 모녀간의 정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무한한 모정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울고 불고 용서하고, 이런 엄마가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근본적인 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철]는 아가멤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을 떠오르게도 하고 다른 그리스 신화를 떠오르게도 한다. 앞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룰 때는 이런 시각이 더해져야지 지금의 관객들이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배우 네 분이 모두 나랑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다. 딸 역으로 나오는 서은경씨는 정말 저 친구가 연습 중에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윤소정씨는 연습 중에 이 친구가 무섭다고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배우에게 불을 지르는 게 대단하다. 여자 교도관으로 나오는 서이숙씨는 [고양이 늪]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다. 이분은 이 작품을 위해서 20년 동안 길러오던 머리를 짧게 잘라 이미지 변신을 했다. 남자교도관인 손진환씨는 우리가 몰랐던 교도관의 세계와 교도관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윤소정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웃음). 윤소정씨는…사실 나는 이 작품을 윤소정씨와 하려고 2년을 기다렸다. 윤소정이란 배우는 정형화되지 않은 배우다. 배우는 나이가 들면 안정이 되고, 자기 틀을 갖는다. 그것은 색깔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윤소정씨는 이 틀이란 굴레가 없다. [강철]에서 엄마란 인물은 참 불량하다. 17살 먹은 애, 80살 먹은 음흉한 노인, 아니면 반 미치광이, 혹은 성적 매력이 가득한 사람을 오가는, 꿈틀 꿈틀한 요소가 살아있는 캐릭터다. 윤소정이라는 배우는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15년을 감옥에 갇힌 자폐적인 인물을, 살아 숨쉬듯 표현한다. 배우 본인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집중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배우 윤소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연출 스타일은 어떻다고 보는가. 배우들을 많이 의심하는 편이다. 잘하고 있는데도. 배우들이 그런다. 나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매너 있게 말하지만 사실 굉장히 마음을 후벼파서, 그 날 설사를 하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거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힘들게 하니까(웃음). 아마 연습량도 다른 작품의 3배 정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연출자처럼 강행군을 하곤 한다. 완벽주의인가. 완벽을 지향하지만 작품이 완벽하진 않다. 관객을 충동질하고, 관람 후 망치를 얻어 맞은 것과 같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강철]은 특별한 오브제를 쓰거나 탐미적인 방법을 쓰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을 만들었다. 내가 이런 연극을 참 보고 싶었다. 조용히 이야기 하는데 파장이 긴 연극 말이다. 강철은 묵직하지만 어둡고 침침한 작품은 아니다. 아주 날렵하고 획이 잘 그어진 연극이다. [강철]은 어떤 관객에게 권하고 싶나. 이 작품은 어둡고 깊은 맛이 있지만, 그만큼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맛도 있다. 이러한 점과 배우 윤소정을 보기 위해 주부팬들이 많이 찾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들과 딸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과연 딸로서, 아들로서, 나라면 어떨까,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반성 같은, 그런 취지가 아닌 본질적인 생각으로. 항상 무게 있는 작품만 맡고 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다음 작품은 난생처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 그런데 불안하다. 사람자체가 유머도 없고, 어둡지 않나(웃음).
2007.01.02 / 조회 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