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그을린 사랑> 처참한 비극적 운명, 이것이 나의 존재인가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 이 올 6월 공연한다. 한국에서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을린 사랑’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그 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후 2011년 정식 개봉,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드니 뵐뇌브는 연극을 본 후 충격에 휩싸여 5년간의 준비 끝에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 와즈디 무아와드가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 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언에 따라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가 자신들의 아버지와 손위 형제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잘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거슬러 가는 남매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인 오이디푸스 모티브가 현대적으로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배삼식 작가가 한국 무대를 위해 원작 희곡을 다듬고, 등의 김동현 연출이 꼼꼼하고 치밀한 연출을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 김동현 연출제작발표회장에서 김동현 연출은 “대부분의 행동과 사건이 말로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굉장히 연극성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장소는 많지만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사보다는 침묵을 강조했던 영화와 달리 강렬한 시적 대사와 탄탄한 서사 구조가 돋보이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를 명시하지 않아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 연극에서, 14세에 연인의 아이를 가진 소녀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나왈 역을 맡는다.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통해 임신을 한 10대 나왈 역엔 이다아야가, 그 이후부터 3, 40대의 모습은 배해선이, 가혹한 운명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60대 나왈은 이연규의 몫. 나왈 역을 맡은 이연규, 이다아야, 배해선(왼쪽부터)“처음엔 한 인물을 세 명이 나눠 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는 이연규는 “나왈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도 있는 등 연극적 특징을 크게 갖고 있는 작품임을 깨달았다”면서 “작품 속 상황이 너무 버겁고 고통스러워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이 고통은 한 인간이 살아온 역사가 다 녹아 있는 크고 깊은 이야기가 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나왈의 유언에 따라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 역은 김주완과 이진희가 소화할 예정이다.쌍둥이 남매 시몽, 잔느(김주완, 이진희)와남매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권하는 공증인 르벨(백익남)그토록 찾아 헤맸던 첫째 아들과,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동일 인물임을 알고 비극적인 자신의운명을 침묵으로 감당했던 나왈,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몽과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머니의 침묵과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을 깨닫게 된다. 배우 남명렬이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등 4역에 나서는 등 1인 다역의 활용도 눈에 띈다. “한 명을 여러 명의 배우가 나눠 하거나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이 대본 자체가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작품 속 비극이 보편적이고 편재해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고 아이러니한 구조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김동현 연출의 변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비극과 의지는 윤상, 김동률, 이적 등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 정재일의 음악이 더해져 전개될 예정. 와즈디 무아와드가 고국 레바논의 내전을 배경으로 쓴 ‘피의 약속’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은 6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5.16 / 조회 12,317
-
[연극 리뷰] 한번 가는 인생, 신명나게 놀아보세! 연극 ‘이(爾)’
“니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리고, 때론 눈물도 흘리고, 때론 서글퍼 꺽꺽 울기도 하고 때론 턱없이 헤헤 웃는구나”공허하고 외로움이 나부끼는 궁궐에 핀 장미 한 송이. 질투와 시기에 눈이 멀어 빛바랜 장미 가시에 손끝을 찔려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쉽게 아물지 않은 작은 상처는 깊고 깊어져 가슴속의 고통을 동반한다. 연극 ‘이(爾)’는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연산이 광대 중에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두 가지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장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나가는 극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연산군이 좋아했다는 광대극은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장치이다. 연산, 녹수, 그리고 공길. 이 세 명의 역사적 실존이 등장하고 극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대 위의 극으로 탄생된다. 극은 긴장감과 흥겨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극 중 인물들이 연신 뿜어대는 재치 있는 대사들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현실의 세태를 풍자하는 꾸밈없는 발언이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 후, 등장한 광대들의 무대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또한 극 중 장생이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작품에서 굵고 짧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은 당연 장생이다. 장생은 하늘 아래 거칠 것 없이 당당했고 자신의 운명에 드리워진 그림자마저도 화려한 비극으로 승화시켰으며 자유를 향한 열망이 고스란히 내 비췄다. 장생의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은 관객들의 세상에 대한 외침과 상통된다. 이 극은 ‘신명나게 놀아보자’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정말 신명나게 놀아댔다. 하지만 광대들은 단지 노는 것에만 취중하지 않았다. 다양한 춤판을 벌리고 한바탕 놀며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어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내보이는 광대들은 관객들에게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는 극을 잠시 멈추는 듯했다.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울 때, 비로소 광대들은 얼굴을 미소를 띠며 무대를 활보했다. 이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광대들의 춤판과 어우러져 더욱 흥겹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장구와 북, 꽹과리 등이다. 흥겨운 가락이 흥을 돋우며 공연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확연히 들어나는 무대 전환은 없다. 조선시대의 궁중생활을 사실적, 구체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했다. 극이 후반부에 가면서 다소 무거워진 느낌이 있었지만 연산, 공길, 녹수 여기에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이판이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흡입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비극을 당당히 받아들인 결말은 관객들의 가슴에 애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18 / 조회 15,850
-
<이> 10주년 맞은 명품연극, 뜨거운 연습현장
네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릴까? -때론 서글퍼 꺼억 꺼억 울기도 하고 왕의 말의 장단을 맞추며, 수줍은 듯 교태를 보이는 공길의 눈이 반짝인다. 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비단 옷을 입고 권력을 탐하는 공길을 연기하는 배우는 정태우. 드라마에서 연산군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연산군의 사랑을 받는 궁중광대로 분한다. 지난 공연에서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뿜으며 마지막으로 공길을 연기했던 오만석에 이어, 아역 시절부터 쌓은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을 지닌 그가 공길을 연기해 주목 받고 있다. 오는 11월 10주년 앵콜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의 공개 연습현장. 새롭게 공길로 투입된 정태우를 비롯해, 김뢰하 이승훈 하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중 정태우는 지난 해 에 이은 두 번째 연극이다. 정태우(공길), 김뢰하(연산). 눈빛으로 말하는 두 배우. 정태우와 김뢰하(장생).가난과 멸시 속에 살아와 권력을 탐하는 공길과 그를 안타까워하는 연인 장생, 슬픈 폭군 연산군과 공길을 질투하는 녹수가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극은 네 사람의 갈등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 촌철살인의 유머로 무장한 소학지희로 웃음에도 포인트를 준다. 장생(문정수) 의 처형장면.이번 연습현장에서는 네 주인공들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진행됐다. 성적 가학의 대상으로 왕에게 몸을 받쳐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는 연산과 공길, 그들을 지켜보는 녹수의 관계는 정태우, 김뢰하, 하지혜가 펼쳤고 변해버린 공길을 안타까워하는 장생과 희락원의 대봉이 된 공길의 갈등이 표출되는 장면은 이승훈과 정태우가 선보였다. 장생의 처형을 앞두며 클라이막스에 달려가는 장면은 또 다른 공길과 장생인 정원영과 문정수가 펼쳐 앞선 팀과는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연극 는 김태웅 작/연출로 2000년 초연해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작품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고, 공길역을 맡은 오만석은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으며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동성애 관계였다'는 극적 설정으로 인간의 권력과 애증, 해학과 풍자를 무대에서 풀어내 지난 10년간 사랑을 받아왔다.연극 는 오는 1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광기를 분출하는 연산. 김뢰하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왕에게 몸을 받치는 공길(정태우).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두 사람. 비단 도포를 하사받고 기뻐하는 공길. "광대가 뭐하러 권력을 추구하는 거지?" 공길이 안타까운 장생(이승훈). 장생의 처형 직전, 한판 놀이를 청하는 공길(정원영). 마지막 신명을 불태우는 장생(문정수).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0.10.21 / 조회 11,795
-
[인터뷰] '김호영'이라는 매혹적인 배우, 그 속에 감춰진 치열함
연극 '이'의 공길, 인생이라는 한바탕 꿈 메말라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 않을 것 같은 땅에 꽃 한 송이 피었다. 시들어 바삭거리는 잎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선명하고 싱그러운 꽃. 이 특별하고도 기이한 꽃은 혼자 피느라 인고의 시간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만큼 날카롭고 억셀 것 같지만 그 모습은 영롱하고 곱기만 하다. 여기 그런 배우가 있다. 아름다움 속 치열함과 영리함을 갖고 있는 배우, 특별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배우 김호영을 만났다. - 공길, 나는 너를 이해한다 “난실 속에서 살고 싶었던 꽃이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빛 내리쬐면 그 빛을 받아들이는 들판의 꽃이 꽃다울 진데, 누군가 자신을 더 바라봐주고 사랑해주길 바랬던 꽃. 온실 안에 있길 원했는데 알고 보니 자연 속에서 꽃답게 있는 것이 좋았던 거죠. 화분 속에 홀로 심겨져 그 향기로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자연 속에서 자신과 닮은 꽃들과 함께 있을 때 향기가 더욱 진하고 아름다웠던 거예요. 외로움을 많이 타고 누군가 진심으로 보듬어주길 바랬던, 안타까운 꽃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김호영은 공길을 이렇게 표현했다. 10년 동안 관객의 꾸준한 찬사를 받아온 연극 ‘이’에서 김호영은 공길 역으로 열연 중이다. 공길을 바라보는 김호영은 언제나 마음 한켠이 아리다. 공길은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길 원했으나 그만큼 힘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현명했기에, 또 안식을 바랐기에 자신의 꽃들을 온실로 들였으나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흔들리고 싶었던 꽃들은 공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왕의 남자’ 공길보다 연극 ‘이’의 공길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궁궐에 들어가 출세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없더라도 조금 더 사랑받고 편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한 거예요. 그리고 사랑하는 장생과 광대들을 궁에 머물게 했죠. 이 작품에서 공길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다들 공길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 무대 위에서 믿을 것은 오직 ‘나’뿐 영화 ‘왕의 남자’를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다소 놀랄 것이다. 그리고 김호영의 공길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무대 위의 그를 만난 관객 역시 당황할지 모른다. 김호영의 공길은 단순히 여리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아픔과 슬픔, 카리스마와 분노를 안고 있다. 이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며 무대에 오르는 김호영은 누구보다 공길을 이해하고 있다. “욕심쟁이가 아니더라도 주변 상황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옷을 입혀주고 대우를 해준다면 이 시대에 사는 그 누구라도 변할 수 있죠. 조금 다르다면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것? 사실 동성애 보다는 사람에 대한 과욕인 것 같아요. 제가 사람 욕심이 많거든요. 사람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도 갖고 있는 편이죠. 이 욕심이 과해지면 공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호영은 2006년 처음 공길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첫 정극 도전이기도 했다. “연극을 학창시절부터 했었고 대학에서 전공도 했지만 뮤지컬로 데뷔를 했었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당시 나이도 어렸던 데다가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과 대사를 해 생소하게 느껴지면 다들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는 ‘호영씨, 우리 다음 작품도 같이 해봐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 후 4년, 영리한 배우 김호영은 비우는 법을 터득했다. 비워진 공간에는 김호영이 아닌 공길, 바로 그가 들어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그 부분에 젖어들어 표현될 때가 있어요. 스스로 표현하고도 멈칫하죠. 알게 모르게 성숙되지 않았나 싶어요.” - 나의 이미지, 그것은 내 노력의 결과 그동안 배우 김호영에게는 ‘여장남자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실제로 김호영이 연기한 렌트의 ‘엔젤’을 본 관객들 대부분은 마지막까지 실제 여자인가 남자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어쨌거나 관객들에게는 두 손 들고 반길 일이다. 여성성이 강한 캐릭터를 현재 김호영만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배우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단어에서 주는 느낌으로 구별하자면 민감하고 예민하고 섬세하고 깔끔한 것은 여성적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디테일하고 살아있는 세포를 건드린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자신감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게 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김호영이니까 으레 그런 역을 맡으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서운한 면이 있다고 전한다. “성향은 비슷할 수 있죠. 하지만 성격이 달라 제 나름대로 고민하고 분석하며 캐릭터를 연구하는데 마치 쉬운 것처럼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분들을 보면 좀 서운해요.” 그의 중성적 이미지는 몸에 맞춘 듯 캐릭터를 소화해 낸 그의 능력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배우 김호영은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배우다. 그는 아름답고 당차며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도 유쾌하다. 영원히 성장하며 발전할 것 같은 이 배우는 오늘도 공길을 바라본다. 아마도 연극 ‘이’가 막을 내리는 날까지 애잔하며 아플 것이다. 글_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12 / 조회 22,479
-
<이> 김내하, “연산과 나는 닮은 점이 많다”
히히덕 거리며 웃는 웃음에는 광기가 서렸다.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곧 서릿발 같은 독설이 쏟아질 것 같았고, 손에 쥔 칼에는 붉은 피가 이내 뚝뚝 흐르고 말았다. 하지만 뒤돌아 걷는 그의 어깨 위엔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묻어났다. 그게 바로 김내하(44)의 연산이다. 김내하는 1999년 연극 가 그 모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였다. 희곡을 읽자마다 “연산은 내 것”이라며 배역에 매료되었다는 그에게 지난 10년의 와 그보다 더 오랜 배우 김내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 벌써 10주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 연습하면서 ‘아하, 참 세월이 이렇구나’ 했어요. 99년도에 세기말이라고 다들 떠들고 난리가 났을 때 우리 연극하는 친구들은 눈에 독기만 가지고 어떻게든 뭘 해보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초연 준비 할 땐 2010년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죠. 당장 닥친 것이고, 또 너무나 작품이 좋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죽어라 했는데, 다행히도 첫 회에 대학로가 난리 났었어요. 상이란 상은 다 받고,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건 관객들이 너무나 열화와 같이 좋아해줬다는 거에요. 당시엔 그런 것도 없었는데 의 팬클럽이 생겼어요. 사이트도 생기고, 단체로 와서 케익도 잘라 주고 단관도 하고, 배우들이 다들 “이게 뭔가…” 했었다니까요. 그 덕분에 매년 공연을 성황리에 했던 것 같아요. 를 만난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보통 70쪽 되는 대본을 한 번에 다 봐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근데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3, 40분 만에 쭉 봤어요. 그리고 “나 연산할래” 이렇게 얘기가 나온거죠. 김태웅 연출도, “그래, 그거 너 시키려고 했어”(웃음) 그러더라고요. 어느 연극인에게나 욕 먹겠지만, 감히 말한다면, 셰익스피어의 언어 유희, 시적 표현들에 버금가는 정도로 저는 이 작품을 느꼈어요. 대단하다, 꼭 하자, 해야 한다, 그렇게 되었죠. 왜 ‘연산’ 역을 한다고 하셨어요? 일단 비주얼로 봐서 제가 공길 하긴 그렇고(웃음). 당시 30대 초,중반이었지만, 살아오면서 경험해왔던 질곡들이 정확하게 만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연산이란 캐릭터와 맞닿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연산은 최고의 지위를 가졌지만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 누구에게나 어려워하고, 그 근원에는 엄마에 대한 생각도 있고, 저 역시 부모님들과 떨어져 산 기억들, 이런 것이 많이 중첩되면서,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한 거죠.(웃음) 특히 연산은 대중들에게 한 가지 캐릭터로만 각인된 인물입니다. 그 부분에서 가장 격론이 심했고, 천편일률적인 연산의 평가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그 안에 아픔이 있는 사람. 그 아픔으로 인해 폭정이나 사람을 죽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왜 이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지, 궁궐에 혼자 갇혀 살면서 자아가 성장되었고, 인간 본연의 만남을 갈구하고.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폭군보다는 좀 더 유약하고 애정결핍이고, 어찌 보면 노는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 나중에는 ‘결국 인생은 이렇구나’ 하고 허무를 느끼는 철학적인 인물로 이 작품에서는 그려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타의 연산과는 차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위 부터)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일지매'. 그간 강한 느낌의 배역을 주로 맡으셨어요. 일단 생김새가 그쪽인 것 같고(웃음). 2003년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맡은 캐릭터가 워낙 좀 세다 보니 그 이후에 영화, 드라마 쪽에서 계속 강한 캐릭터, 나쁜 놈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쪽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아는 친구들은 저를 아주 착하다고 생각을 해요. 원래 그렇고. 또 스스로 본다면, 비극적인 연기 보다는 희극적인 연기가 잘 어울리는 배우에요. 그런데 감독들이나 연출가들이 그걸 잘 모르죠(웃음). 평소 사진들만 봐도 강렬함이 묻어나오던데요. 그렇죠. 그러니 감독들도 그 유혹에 빠지게 되죠(웃음). 내 안의 다양한 프리즘을 인정해 주고 써줬으면 싶지만, 내가 감독이나 연출가라고 생각해도 그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이 증명했던 연기 스타일이 내 작품 한 부분에 있으면 가져다 쓰고 싶지, 모험을 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 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배우들에게서 다양한 모습들이 안 나와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사람에게나 일곱 가지 색깔이 있겠지만 저 사람은 보라색이 더욱 아름답다, 그런 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저에게도 어떤 색깔이 더 빛이 날 것이다, 하는 게 있겠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프리즘은 따로 있어요. 이제 더 나이 들기 전에 조금씩 해 봐야죠. 올해로 연기생활이 몇 년째이신가요? 극단 천안에서 데뷔한 것이 1989년이고, 서울에 올라와 연우 무대에서 데뷔한 건 1992년이니, 20년이 넘었네요. 대학에선 도예(단국대 도예과)를 전공하셨다고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각각의 길은 다르지만, 꼭지점은 하나인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장르를 꼭지점이라고 놓고 보면, 결국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이잖아요. 도예를 하기 전에는 서양화를 했고, 또 디자인도 하고. 그러다 대학생 때 연극이라는 걸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배우가 직업이 된 거죠. 를 비롯하여 연극 등 롱런 작품을 유독 많이 하셨습니다. 좋다는 작품은 제가 다 만났어요. 도 작품이 짜여갈 때 작가님과 같이 리서치도 했고, 또 초연 때 김형사를 했었고요. 또 그 작품이 잘 돼서 영화로 만들 때 영화 속 한 인물도 했었고. 연우 극단에 들어가서 좋은 작품들의 워크숍을 할 수 있었고, 또 제작에 제가 같이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연극판에 들어와서 초반에 고생을 좀 했지만,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운이 좋거나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앞에 언급하셨던,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또 다른 프리즘’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 연출을 하지 않을까, 해요. 또 조금 더 안정이 되면 학교에서 배운 도자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기도 하고요. 10년, 20년 꿈으로 갖고 있으면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나중에 시골로 들어가게 되면 그런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보통 몇 년 살다가 이사할 집을 고르는 건 쉬운데, 시골로 들어가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평생이든 아니면 그 버금가게 살려는 곳은 쉽게 안 찾아 지더라고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7 / 조회 11,210
-
10주년 맞아 초연멤버 총출동한 <이> 납시오~
지난 10년간 ‘관객 여기 있고, 이 거기 있었’다. 조선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기발한 가설에서 출발하는 연극 공연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무대를 마련 중이다. 2000년 초연 당시 는 연극협회 우수공연 베스트5 작품상, 신인연기상(오만석),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3 등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김내하, 이승훈),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김태웅)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쥔 화제작이기도 하다. 2005년 본 극을 바탕으로 영화화 된 ‘왕의 남자’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초연 멤버이자 꾸준히 를 지켜온 김내하, 이승훈, 진경을 비롯해 1대 공길 오만석과 2006년에 선 3대 공길 김호영이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지난 9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한창 공연 연습 중인 김태웅 연출은 “지난 10년간 결혼도 하고 같이 했던 배우들이 유명세도 타는 등 기분 좋은 변화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작품을 쓸 땐 공길, 공연 하면서는 연산이 주인공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우인들이 보인다”며 “과거 연산으로 대변되는 허무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공연에선 광대들로 대변되는 웃음과 놀이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공길이 죽기 전 큰 판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무대를 통해 ‘이번이 마지막’을 고하는 배우들이 많았는데 2000년, 2001년, 2003년, 그리고 2006년에 이어 2010년 공길로 서는 오만석은 “마지막으로 공길이 되는 마음으로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변신하는 창작과정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 깊은 연산으로 꼽히는 김내하를 비롯하여 10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장생 역을 맡은 이승훈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역할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믿을 수 없다’는 주변 동료들의 즐거운 아우성 흘러나와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199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내 워크숍 공연으로 시작, 2000년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첫 세상에 선보인 연극 는 오는 2월 27일부터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연습현장
녹수(진경)와 즐거운 놀이에 빠진 연산(김내하)"내가 자네의 누이를 범한게 그리 죄인가?""보셔요, 공길(오만석) 저것은 본디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같지 않습니까?""어서 일어나거라, 공길아, 어서!"바람처럼 살고자 하는 장생(이승훈)과 그 바람을 피해 서고자 하는 공길(김호영)"마지막으로 장생과 한번 놀게 해 주십시오""난 거기서 왔는데 넌 어디서 왔나?"공길(김호영)의 봉사놀음공길이 가기 전, 걸판진 우인들의 놀이판"우리는 모두 비극인 것이냐"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1 / 조회 10,442
-
10주년 맞는 연극 <이>, 오만석 김내하 등 역대 출연진 총출동
연극 가 오는 2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0주년 특별공연을 펼친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만석, 김내하, 정석용, 김호영, 이승훈 등 지난 10년의 역사를 함께한 배우들이 총출동 예정. 특히 2000, 2001, 2003 2006년 공길 역으로 분했던 오만석이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길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고 있다. 오만석은 지난 2000년 초연 무대를 통해 연극협회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는 연산군이 궁중광대와 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으로 고독한 연산과 권력욕과 사랑 사이에서 고통 받는 공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로 2000년 초연 당시 한국 연극협회 올해의 한국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이듬해 2001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2005년에는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알려지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연극으로 다시 주목 받은 바 있다.
연극 는 2월 27일부터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0.01.13 / 조회 22,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