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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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재공연
12일부터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오는 12일부터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를 재공연한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낸 극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갈등을 ‘옥상 밭 고추’라는 사소한 사건을 매개로 포착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며 화제를 모았다. 2017년 10월 초연했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와 한국연극에서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7’ 초연작 부문에 선정됐다. 연극의 배경인 오래된 다세대 연립주택을 간결하면서 영화적 화면 분할 같은 무대로 만들어내 지난 1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의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옥상 밭 고추는 왜’는 초연과 동일한 멤버인 김광보 연출, 장우재 작가와 함께 고수희, 이창훈, 이창직, 유성주, 최나라, 이지연 등 원년 배우가 다시 모여 관객을 찾는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09 / 조회 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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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올해의 연극' 선정 '옥상 밭 고추는 왜' 다시 무대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월간 한국연극 '베스트'
내달 12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재공연서울시극단 ‘옥상 밭 고추는 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와 월간 한국연극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7’에 선정된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4월 12~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가 앙코르공연으로 다시 돌아온다.‘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된 서울의 한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갈등을 ‘옥상 밭 고추’라는 사소한 사건을 매개로 포착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고추 텃밭이 있는 옥상과 주요 등장인물이 살고 있는 공간을 간결하면서도 영화적 화면 분할 같은 무대로 만들어내 지난 1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의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 부문도 수상했다.초연 당시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연출가 김광보와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 장우재의 11년 만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다. 장 작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독일 사회운동가 페트라 켈리의 말에 힘을 받아 글을 썼다”며 “다양한 싸움이 벌어지는 ‘옥상 위 고추밭’의 혼돈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고수희, 이창훈, 이창직, 유성주, 최나라, 이지연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공연 기간 동안 희곡집도 공연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티켓 가격은 2만~5만원. 세종문화티켓, 인터파트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서울시극단 ‘옥상 밭 고추는 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04 / 조회 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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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 늙은 광자가 옥상에 고추를 심었다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
10월 개막 앞두고 제작발표회
서울시극단 연습실서 진행해
내달 13~29일 세종 M씨어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 某구에 있는 某빌라.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된 그 빌라의 옥상에 올해도 304호 늙은 광자가 고추를 심었다. 그걸 201호 아줌마가 몽창 따갔다. 단지 고추가 탐났다기에는 너무 많은 양. 무슨 일이 있는 걸까.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의 제작발표회를 연다. 2017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신작 ‘옥상 밭 고추는 왜’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연출과 타고난 이야기꾼 장우재 작가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작품이다. 이는 2016년 ‘악당의 조건’ 이후 11년만이다.작품은 단독빌라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 중심이다. ‘현태’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도덕(Moral)과 윤리(Ethic) 사이에서 격렬하게 부딪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다.주인공 현태 역은 최근 연극 ‘프로즌’에서 연쇄살인범 랄프 역으로 주목 받은 이창훈이 연기한다.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고수희는 정년퇴직후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인 현자 역을 맡는다.이밖에도 서울시극단의 실력파 배우 이창직, 제50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백지원,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인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 한동규 등이 출연한다.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세종문화티켓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가능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14 / 조회 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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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연출·장우재 작가 11년 만에 재회
서울시극단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
도덕과 윤리의 충돌 속 사회 현실 그려내
이창훈·고수희·이창직·백지원·한동규 등 출연서울시극단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의 작가 장우재(왼쪽), 연출가 김광보(사진=세종문화회관).[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출가 김광보와 작가 장우재가 11년 만에 재회한다. 두 사람은 서울시극단의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10월 13~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함께 선보인다.서울시극단의 예술감독인 김광보 연출은 모던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린다. 장우재 작가는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햇빛샤워’ 등으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평가받고 있다.이번 작품은 낡은 단독빌라 옥상에 있는 텃밭의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개인과 집단의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격렬하게 부딪히는 현실을 압축해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줄 예정이다.주인공 현태 역은 최근 연극 ‘프로즌’에서 연쇄살인범 랄프 역으로 주목 받은 이창훈이 연기한다.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고수희는 정년퇴직후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인 현자 역을 맡는다.이밖에도 서울시극단의 실력파 배우 이창직, 제50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백지원,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인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 한동규 등이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2만~5만원. 세종문화티켓과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8.14 / 조회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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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세계 3대 비극의 현대적 무대
국립극단이 연극 ‘메디아’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연극 ‘메디아’는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그리스 고전이다. 연극 ‘메디아’는 작가 에우리피데스의의 작품으로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린다. 작품은 주인공 메디아가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과 욕망이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이 고전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며 현대성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고 밝히며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메디아 역은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여배우들에게 도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고립되고 절망적인 심경의 여자를 과감하게 그릴 예정이다. 배우 남명렬은 메디아의 조력자격인 아이게우스 역을 맡았다. 배우 박완규는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으로 분하고, 손상규는 참혹한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 역을 열연한다. 배우 하동준은 이아손 역을 맡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메디아를 배신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무대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진태옥이 처음 연극 의상에 입문한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와 조명 디자이너 김창기는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메디아’는 믿었던 사랑에는 배신당하고 이방인으로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메디아가 복수심에 가득 차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국립극단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15 / 조회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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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혜영 "연기 거저 했더라, 메디아 일생일대 도전"
1년만에 국립극단 제작 '메디아'로 복귀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재해석
“낯선 신화 속 메디아 아니야”
패션계 진태옥 무대의상 첫 도전배우 이혜영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연극 ‘메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신화 속 메디아가 동시대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천만의 말씀. 전혀 낯설지 않아요. 정말 재미있고요. 낯선 신화 속 ‘메디아’가 아닙니다.” 배우 이혜영(54)이 ‘갈매기’ 이후 1년 만에 국립극단 제작 연극 ‘메디아’로 돌아온다. 오는 24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에서 타이틀롤을 맡는다. 2012년 ‘헤다 가블러’, 2016년 ‘갈매기’를 통해 연극배우로서 각인시킨 이혜영은 이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버린 한 여자의 절망적 심경을 풀어낼 방침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다. 13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혜영은 “인간이 살면서 누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면 배우로서 ‘메디아’란 역할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여자, 엄마, 인간, 배우로서 내 인생자체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다. 기쁘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뒀다.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주인공 ‘메디아’가 공주로서 살아온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 속 결국 파국을 맞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이혜영은 “무엇보다 연기를 이렇게 세련되게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본 것은 처음”이라며 연출을 맡은 헝가리의 배우 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대해 극찬했다. “알폴디는 놀라운 연기자이다. 그에게 한수 배웠다. 그동안 연기를 거저 해왔더라. 메디아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연기) 좋아질 것 같다.”복귀작으로 ‘메디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화로만 알고 있던 메디아 대본을 받고 도대체 이 끔직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작업하면서 그녀가 너무 이해되더라. 하나도 이해 안 되는 게 없었다. 사랑, 고통, 복수, 그녀의 모든 것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관객은 굉장히 열광하거나, 좋아할 것”이라고 웃었다.알폴디도 “이혜영은 머리를 잘 쓰는 배우다. 그에게서 용기를 얻는다”며 “메디아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면서 동시에 욕망과 열정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모우 안에 존재한다. 연출도 배우도 모두 아주 솔직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패션 1세대 진태옥이 이번 연극을 통해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한다. 진태옥은 “사실 작업참여를 결단하기까지 어려웠는데 연출이 멋있더라”며 농을 던지며 “이혜영 배우에 대해서도 항상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극, 사랑도 있고 다방면을 가진 좋아하는 캐릭터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태옥은 “런웨이나 연극과 동일한 부분이 있더라. 컬렉션할 때는 나를 표현하지만 연극에선 배우와 연출, 작품의 성격을 배치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많다. 메디아성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디아의 여성적인 부분은 검정 벨벳, 실크 망토로 표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미지는 붉은색 저지로 표현해 캐릭터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했다.이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디아’에서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하는 패션계 1세대 진태옥 의상 디자이너(왼쪽부터)와 연출을 맡은 로버트 알폴디를 비롯해 메디아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2.13 / 조회 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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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시련> 기자간담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시련이 많았던 2015년 대한민국. 국립극단에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연극 을 무대에 올린다. 내달 개막에 앞서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극 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의 작가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작품으로, 아서 밀러는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 바람이 불던 1950년대 동료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매카시즘에 사로잡힌 1950년대 미국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관객들을 17세기 마녀사냥의 광기과 횡포가 휩쓰는 청교도 마을 세일럼으로 데려다 놓는다.이 작품을 기획하고, 번역에 참여하기도 한 김윤철 예술감독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의 주제를 ‘해방과 구속’이라고 정했다. 한 인간이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다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위협당하지만 결국은 진실로써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다는 의 이야기가 이 주제와 잘 부합하며, 이 작품이 갖는 연극성, 시의성이 지금 우리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그리고 그는 “올 봄 공연을 보러 온 이순재 선생님이 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서, 댄포스 역이 너무 탐난다고 하셔서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고 전했다.박정희 연출은 연출 방향에 대해 “동시대 관객들의 정서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다. 죽음 앞에 서있는 보통 남자가 그 죽음과 대면하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댄포스 주지사 역의 이순재는 “이 전에 연출로도 참여했었고, 학생들과도 워크숍 공연을 했던 작품이다. 이번에 제대로 연습해서 제대로 공연하면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말년에 큰 작품을 만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얼굴의 댄포스를 연기할 이호성은 “배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댄포스가 나오겠지만 이순재 선생님께서 앞서 하시기 때문에 따라가기면 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 관객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 전체 공연 티켓 중 90프로 이상이 팔린 가운데, 무대에 특별 관람석을 마련한다. 이에 대해 박정희 연출은 “무대 위의 관객과 무대 아래의 관객이 대치된다. 현대 관객은 연극을 단순히 보고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체험해야 한다는 무대 디자이너의 의견에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박 연출이 "이 배우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던 존 프락터를 연기하게 될 지현준은 "존 프락터의 직업이 농부이다. 씨를 뿌려서 새로운 생명을 일구고, 하루에 땀 흘려 일한 만큼 얻는 것도 그 답다. 연습하면 할수록 개인적인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담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작품에 임하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욕망의 출발점이 되는 아비게일 역의 정운선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뜨거운 열정이 강렬하고, 망설임 없이 직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이라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있다.”고 전했다.아비게일 때문에 고통받는 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프락터를 연기하는 채국희는 "엘리자베스는 내면은 굉장히 큰 감정이 요동을 치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맡아왔던 배역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연극 은 12월 2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1.20 / 조회 6,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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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유치진 처녀작 <토막(土幕)> 무대로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유치진의 처녀작 을 무대에 올린다. 현대 한국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첫 사실주의 희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들의 비극적인 삶과 질긴 생명력을 생생히 담아냈다.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새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의 김철리가 연출을 맡고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김정호 등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대거 출연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 오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같은 기간 동안 공연장 로비에서 이라는 테마 아래 근대극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25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에 대한 심포지엄이, 31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과 주요 연극인들을 돌아보는 강연이 진행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10.14 / 조회 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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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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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닌데> 타인의 삶을 정의하지 말지어니
어떠한 일에 대한 자의적 확신은 통찰력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누군가의 진실과 사실, 행복과 고통을 무참히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이 언제나 동반된다. 불통(不通)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고, 너에 대한 이야기라고 확신하는 것이 평범한 인간들의 공통점이며 세상을 굴곡지게 만드는 근원 아니겠는가. 연극 에서 코끼리 조련사는 묻는 말에 “그게 아닌데…”만을 반복한다.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들이 왜 갑자기 우리를 벗어나 선거 유세장으로 달려갔는가. 조련사는 숙련된 조련법으로 그 녀석들을 쉽게 진압할 수 있었는데 왜 가만히 보고 있었는가. 정치적 계략인가, 왜곡된 심리의 도발인가.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풀어주어야만 했던 조련사 본연의 습성이었나. 형사, 정신과 의사, 그리고 조련사의 어머니 등이 쏟아내는 사건에 대한 질문은 그들의 입으로 나오는 순간 가설이자 답이 되어 조련사에게 쏟아진다. ‘그게 아니’지만 ‘분명 그럴 것’이라는 타자의 확신에 구석으로 몰리는 조련사는 결국 실존을 거부하고 환상의 세계로 도피할 수 밖에 없다. 극단 청우의 는 자신만의 세계를 확신하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위험하게 사회를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계 70억 명의 70억 개의 우주는 저마다 부딪히며 ‘그게 아닌데’라는 파열음을 내지만, 그 어디로 관통하거나 흡수되지 못하고, 억압된 욕망은 뒤틀린 모습으로의 수순을 밟는다. 65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단 5명의 번갈아 등장하며 하는 일상의 말은, 농밀하고도 강압적이지 않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형사와 정신과 의사가 지닌 전형성과 조련사와 조련사 어머니가 가진 개성이 낯설지만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소통 불능의 장면에서 때때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며 불필요한 무게를 내려 놓는다. 사실과 환상이 만나는 극의 미학이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작은 무대에서 만끽할 수 있다. 지난 해 초연 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연출상을 수상했으며 연기상은 모두 윤상화에게 돌아갔다. 160cm 안팍의 작은 키와 체구, 어느 지역 사투리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독특한 말투의 그는 젊은 시절 의 알런이었고, 지금은 존재로서 무대를 지탱하는 믿을 수 있는 배우로 관객 앞에 서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2013.06.14 / 조회 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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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싸움꾼들’, 부조리의 한 복판에서 불행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연극 ‘싸움꾼들’이 2월 7일부터 17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펼쳐진다. 극단 청우는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동아 연극상 작품상, 한국연극 선정 베스트 7,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2012년 주요 연극계 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연극 ‘그게 아닌데’에 이어 2013년 첫 작품으로 연극 ‘싸움꾼들’을 선보인다. ‘싸움꾼들’은 2012 창작팩토리 사업에서 시범공연과 연극 우수작품제작지원에 선정됐다. 작품은 탄탄한 희곡과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퀵 27호 청년은 퀵 서비스 기사로서의 현실의 삶과 이종 격투기 선수로서의 허상의 삶을 구분하지 못한다. 현실과 허상 속에서 헤매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처절한 생존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1.29 / 조회 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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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불가능한 세상, 블랙코미디 연극 ‘그게 아닌데’
극단 청우가 9월 7일부터 9월 23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연극 ‘그게 아닌데’를 공연한다.연극 ‘그게 아닌데’는 한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과 입장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계층 간의 소통 부재에 대한 현 사회의 문제를 풍자한다. 이번 공연은 신진 극작가 이미경이 대본을 쓰고, 연출가 김광보가 무대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배우들로는 윤상화, 문경희, 강승민, 유성주, 유재명 등이 출연한다.작품은 2005년 코끼리가 동물원을 탈출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경찰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면 코끼리를 사살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코끼리는 겁에 질려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시점의 차이에 착안했다. 연극 ‘그게 아닌데’는 ‘코끼리가 된 사람들’과 ‘코끼리로 내모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드러낸다.작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과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진행하는 제14회 신작희곡페스티벌에서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상자무대에서 낭독 공연을 거쳐 본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9.06 / 조회 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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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오셨다> 폭력과 악행의 사회가 잉태한 것은
속하고 싶은 자와 타인으로 밀어내려는 자. 모멸 받는 자와 모멸을 주는 자. 소외 받은 이가 ‘주인’이 돼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는 과정.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국립극단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는 사회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인간의 악행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파괴에 대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여자. 그녀는 포주에 속아 갇히고, 간신히 탈출한 금옥네 식당에선 노예처럼 일하게 된다. 그곳 아들의 아이를 가져 그와 결혼하지만 수십 년간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다. 말을 배우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될 것을 꺼려한 금옥의 잔인한 조치다. 순이의 아들 자루는 끔찍한 집안 상황과 남들과 다른 외모로 자존감이 없는 청년. 어머니가 당한 수모와 모멸감에 분노를 키우고, 친구들에겐 비굴하게 우정을 구걸하지만 철저하게 소외 당하고 사회로부터 내쳐진다. 그런 그가 어떻게 ‘주인’이 돼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자가 되는지 연극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로 다뤄졌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를 사회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와 깔끔한 무대 활용도 주목할 만 하다. 는 오는 5월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니가 저절로 나한테 굴러들어 왔구나" "난 네 주인이야" 성노리개가 된 순이 "저 애랑 결혼해라, 단 말은 가르치면 안 돼" 평범하지 못한 가족 "너희가 원하는 거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이 집에서 기다리면 안 되나요?" "난 니가 싫어!" "살인범 손자라고? 다 이 여자가 탓이야"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4.27 / 조회 8,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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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늪 > 헤스터의 서이숙
헤스터의 색깔을 물들인
백지장 서이숙
의 서이숙을 이야기 하기 전에 에 대해 잠시 상식적인 내용에서 짚고 넘어가 보자. 은 희곡의 혁명을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극작가로 활동중인 마리나 카의 대표작이다. 아일랜드 서사시의 분명함과 순수함을 결합시키는 현대적인 희랍비극이다. 이야기를 잠깐 훔쳐 보면 아일랜드 한 농가의 습지에서 시작한다. 떠돌이 헤스터 스웨인은 어린 시절 자기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잊지 못해 고향인 습지를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다. 10여 년 전 10살 연하의 애인, 카사지를 만나 딸 조시를 낳고, 빈농이던 그의 경제적 성공을 돕지만 세월에 흘러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된 그는 그녀를 버리고 이웃 부농의 어린 딸과 결혼을 하겠다며 헤스터에게 떠나달라고 요구한다. 어머니에 이어 남편에게 또 다시 버림을 받게 된 헤스터는 절망과 상심으로 무너져 간다. 남편 카싸지는 결혼식 전에 마을을 떠나라 최후통첩을 하고, 어린 딸마저 빼앗기게 된 헤스터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된다.
"이 작품에 왜 저를 선택했을까? 하고 많이 생각했어요. '헤스터'라는 인물은 모든 배우들이 탐을 내는 배역이고 탐을 내는 배우들이 많거든요. 저에게 주어진 이상 제가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을 겸비해서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절충되고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는 어떤 다른 에너지를 꺼내 놓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은 여자배우라면 한 번쯤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헤스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이유는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만이 아닌 자신 안에 있는 미묘한 에너지까지 꺼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배역을 맡은 것보다 배가 더 힘들다. '헤스터'라는 인물은 캐릭터로 보통내기의 인물은 아니다. 떠돌이에 즉흥적이고, 원시적이고, 자아도 강하다.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헤스터'는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한 사람 안에 다중적인 인물들을 그려내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본성의 헤스터라는 인물에서 다중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근본은 헤스터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무대도 적은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연기력으로 1시간 30분 동안 큰 무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헤스터라는 인물이 보통 인물은 아니에요. 아일랜드에서의 '떠돌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잖아요. 정서도 틀리고. 그래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여러가지 이유와 해석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다변하는 성격이거든요. 집착하고 광기있고, 여성적인 면도 드러내고,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절충해서 각 장마다 두드러지고 강조되는 부분을 밀착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배우가 이 작품을 해내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고 또 작품인 것 같아요. 1시간 30분 내에 다양한 상황에 헤스터의 상황을 표현해 내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숙제이죠.”
연출과 배우는 서로에 대한 역할에 충실히 집요하게 장점을 끌어내고 있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서이숙을 연출 한태숙은 디테일한 작업에 들어가 서이숙의 다른 정서나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다. 은 긴장을 늦추고 갈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가 그만큼 밀도 깊게 가져가야 한다. 그것은 연출이 가져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기에 배우가 무대 위에서 긴장감과 밀도를 조절하면서 가야 하는 부분이다. 연출은 단지 그 기를 실어 주는 작업을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 전달해 줄 뿐이다.
"연출 선생님이 경계선을 잡아 주세요. 남성성, 중성성, 원시성, 여성성 등을 잡아 주시는 거죠. 한 쪽만 부각시키게 되면 다른 쪽은 다 죽게 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면서도 극 속에 헤스터는 즉흥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 계획이라는 것이 없다. 이런 환경과 저런 환경에 쉽게 길들여지는 그런 여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여자에게 화두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이 큰 화두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헤스터가 말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모를 것 같아요. 자기가 말하면서도 진심이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버림받았다는 불안감이 집착으로 엄마의 끈을 놓지 못하는 헤스터의 세계를 이해할지 모르겠어요.”
서이숙은 자아를 논할 정도로 헤스터에 대해 분석이 되어 있다. 본능적인 욕구라던가 자기의 근본에 대한 원시성까지도. 여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자기가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투쟁을 하는 헤스터를 머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늪이라는 것이 습지잖아요. 빨아들이는 것. 운명에 대해서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데 무엇인가 나를 끌어 들이는 곳. 그것이 고양이늪이죠."
서이숙은 고양이 늪을 우리식으로 풀고 있다. 헤스터의 떠돌이, 집착, 남성성, 여성성 그리고 중성성. 한 인간이 지고가는 업보라고 생각한단다. '한'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헤스터라는 인물을 서이숙은 잘 그려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느낌이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던 그녀가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극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연극을 본 서이숙은 실업팀에 코치로 들어갔다가 모든걸 그만 두고 극단 단원모집 원서를 내고 오디션을 본 후 그녀는 극단으로 입단하게 된다. 화술이 좋다는 평을 받으면서 그녀는 3년 동안 극단에서 공연을 하며 전국연극제에서 수상도 하게 된다. 3년이 지나고 극단을 떠나와 서울로 무조건 상경하여 극단 미추로 들어 간다. 3개월 연수를 받으면서 훈련을 받고 미추에서 작품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외부작품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중앙대학교에 만학도가 되었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하여 2003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과 200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서이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한 작품 중 주목받는 작품은 에서 대범한 아내 허옥란 역으로 주목 받았고, 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대장 사마루 역, 에서 최승희의 마지막을 지키는 신비의 여인 역을 통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감탄해요. '이렇게 완벽한 작품이 있을 수가 있나', '이 배역은 나랑 정말 맞아.'하면서 작품마다 푹 빠지는 것 같아요. 건방지다 할지 모르겠는데 작품하고 연애하는 것 같아요. 연애하면 즐겁잖아요.”
작업을 할 때 어려운 점도 많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서이숙은 배우로서 백지장 같은 인물이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색깔의 물을 들인다 그리고 다시 백지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물을 들이는 배우이다. 그녀의 매력은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은 역에서부터 큰 역을 맡을 때의 그녀의 마음 가짐은 언제나 한결 같다.
"모든 관객이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대에 서요. 원칙적인 것과 배우로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서 뿌리가 굳건해지면 배우의 길이 험난하다고 해도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녀가 배우로서 생각하는 것을 함축하여 말하고 있다. 자기 것만 표현하기 위해 자기만 앞서가는 작품은 언제나 망가진다. 모든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끝까지 뭉쳐서 한 마음으로, 극에 대한 자세의 일치점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과의 만남에서도 그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는 것이고 관객들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로 힘이 된다면 좋은 작품, 좋은 배우가 나온다는 생각을 서이숙은 가지고 있다.
“삶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연극 잘하면서 살고 싶죠. 즐기면서 살고 싶고요.” 서이숙은 참 단순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단순함에 깊이가 있다. 그의 한도 끝도 없는 연기의 세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녀도 그 깊이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녀 안에 잠재하고 있는 것이 아직 안에 많이 남아 있어 그 열정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한다. 색다른 연극에 여자 작가, 연출,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무대미학과 사람의 심리를 조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이숙은 에서 백지장에 어떤 색깔을 물들이고 무대 위에 서는지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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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2005.11.04 / 조회 1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