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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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시련> 기자간담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시련이 많았던 2015년 대한민국. 국립극단에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연극 을 무대에 올린다. 내달 개막에 앞서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극 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의 작가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작품으로, 아서 밀러는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 바람이 불던 1950년대 동료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매카시즘에 사로잡힌 1950년대 미국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관객들을 17세기 마녀사냥의 광기과 횡포가 휩쓰는 청교도 마을 세일럼으로 데려다 놓는다.이 작품을 기획하고, 번역에 참여하기도 한 김윤철 예술감독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의 주제를 ‘해방과 구속’이라고 정했다. 한 인간이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다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위협당하지만 결국은 진실로써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다는 의 이야기가 이 주제와 잘 부합하며, 이 작품이 갖는 연극성, 시의성이 지금 우리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그리고 그는 “올 봄 공연을 보러 온 이순재 선생님이 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서, 댄포스 역이 너무 탐난다고 하셔서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고 전했다.박정희 연출은 연출 방향에 대해 “동시대 관객들의 정서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다. 죽음 앞에 서있는 보통 남자가 그 죽음과 대면하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댄포스 주지사 역의 이순재는 “이 전에 연출로도 참여했었고, 학생들과도 워크숍 공연을 했던 작품이다. 이번에 제대로 연습해서 제대로 공연하면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말년에 큰 작품을 만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얼굴의 댄포스를 연기할 이호성은 “배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댄포스가 나오겠지만 이순재 선생님께서 앞서 하시기 때문에 따라가기면 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 관객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 전체 공연 티켓 중 90프로 이상이 팔린 가운데, 무대에 특별 관람석을 마련한다. 이에 대해 박정희 연출은 “무대 위의 관객과 무대 아래의 관객이 대치된다. 현대 관객은 연극을 단순히 보고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체험해야 한다는 무대 디자이너의 의견에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박 연출이 "이 배우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던 존 프락터를 연기하게 될 지현준은 "존 프락터의 직업이 농부이다. 씨를 뿌려서 새로운 생명을 일구고, 하루에 땀 흘려 일한 만큼 얻는 것도 그 답다. 연습하면 할수록 개인적인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담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작품에 임하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욕망의 출발점이 되는 아비게일 역의 정운선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뜨거운 열정이 강렬하고, 망설임 없이 직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이라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있다.”고 전했다.아비게일 때문에 고통받는 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프락터를 연기하는 채국희는 "엘리자베스는 내면은 굉장히 큰 감정이 요동을 치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맡아왔던 배역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연극 은 12월 2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1.20 / 조회 6,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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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유치진 처녀작 <토막(土幕)> 무대로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유치진의 처녀작 을 무대에 올린다. 현대 한국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첫 사실주의 희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들의 비극적인 삶과 질긴 생명력을 생생히 담아냈다.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새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의 김철리가 연출을 맡고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김정호 등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대거 출연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 오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같은 기간 동안 공연장 로비에서 이라는 테마 아래 근대극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25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에 대한 심포지엄이, 31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과 주요 연극인들을 돌아보는 강연이 진행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10.14 / 조회 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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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① 한눈에 보는 격동의 시대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디자인: 정혜린(hyelin@interpark.com)
2015.08.10 / 조회 9,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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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② 암살 VS 아리랑 캐릭터 대전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격변의 바람이 몰아쳤던 일제강점기 한반도에는 목숨을 바쳐 항일투쟁에 나섰던 걸출한 인물들이 무수히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들의 기막힌 삶과 운명은 그간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다뤄져 왔다. 당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과 뮤지컬 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 개성을 갖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 캐릭터들을 만나보자.비중은 크지 않지만, 영화 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의열단 단원 김원봉은 안옥윤 일행의 암살 작전을 배후에서 지시하는 중요인물이다. 김원봉은 실제로 김구와 함께 당대 해외 독립투사들의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인물로, 조승우는 영화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의 주인공인 송수익은 의 김원봉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가진 캐릭터로, 죽산면 일대에 살았던 독립군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진두지휘한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과 침착을 잃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지만, 독립운동과정에서 수없이 죽어나간 투사들을 떠올리며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라고 애도하거나(김원봉) 옥중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눈물짓는(송수익) 모습은 그 안에 감춰둔 깊은 속정을 짐작하게 한다. 이청천 한군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인 안옥윤은 친일파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향한 굳은 의지를 굽히지 않는 여성이다.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해 먼 거리에서도 암살 대상을 저격하는 솜씨나 해방을 기다리며 고난의 세월을 버텨온 고향사람들을 기억하는 따스한 마음은 그녀를 멋진 히로인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의 방수국은 비록 안옥윤과 같은 사격능력은 없지만, 아름답고 다정한 모습 뒤에 죽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들고 나서는 결기를 지녔다는 데서 안옥윤 못지 않게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다. 태생도 성격도 다르지만, 여주인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하는 듬직한 남성미로 매력대결에 나선 인물들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피스톨은 상해의 한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안옥윤의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고 헤어진 후 염석진으로부터 그녀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삼백 불만 주면 아무나 죽여준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안옥윤을 쫓으며 알게 된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그녀를 일본군인들로부터 보호하며 겉으론 차갑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츤데레’의 매력을 십분 발산한다. 의 첫 장면에서부터 순박한 얼굴로 “나는 수국이 사랑허제”라고 노래하던 차득보 역시 순결을 유린당한 수국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위해 복수를 감행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날카로운 눈빛과 날렵한 몸, ‘어쩔 때는 선비 같고 어쩔 때는 깡패 같은’ 묘한 존재감을 가진 의 염석진은 한때 친일파 기업인 강인국의 암살작전을 최전방에서 수행하던 독립군이었으나, 지금은 독립군 행세를 하면서 뒤로는 일본군에게 정보를 팔아 넘기는 밀정이다. 의 양치성 역시 만주까지 송수익을 따라가 방물장사를 하면서 독립군을 추적하는 일제의 앞잡이다. 이들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수년간 알고 지냈던 이웃이나 동료들까지도 서슴없이 죽이는 잔혹성에 있어서도 서로 뒤지지 않는 캐릭터다. 그러나 모진 고문 끝에 일본 경찰 앞에 무릎을 꿇는 염석진의 모습과 자신의 비천한 출생을 저주하는 양치성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와 함께 묘한 측은지심을 느끼게 한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신시컴퍼니, 쇼박스 제공
2015.08.10 / 조회 1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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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③ 의상디자이너 조상경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과 조정래의 동명 대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 요즘 영화계와 공연계 양쪽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 편의 작품 속엔 의상디자이너 조상경이 있다. 등 다수의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하며 이미 두 차례 대종상영화제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배우들과 캐릭터의 매력을 대단히 디테일하게 조화를 이뤄내는 디자이너로도 손꼽힌다. 철저한 고증과 미적 감각을 더해 '믿고 보는' 의상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에게 민초들의 격변의 삶을 담아낸 '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Q. 뮤지컬 이 공연 중인 지금, 영화 이 줄줄이 개봉을 한다. 는 재작년에 했고 은 작년 봄에, 은 작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했다. 물론 프리(사전작업)는 겹쳤지만 촬영 순서는 다 달랐다. 공교롭게 영화가 다 이번에 개봉이 된 거다. Q. 개막 전 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 관심에는 12권 분량의 책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랬나? 난 몰랐다. (웃음) 어떤 데이터도 없고 편견도 없고 온전하게 만 본 거다. 대본도 되게 좋았고, 연습실에서 런쓰루 봤을 때 배우들이 육성으로 직접 하는걸 처음 봤는데, 그때 에너지가 되게 좋았다. 연출님과 큰 컨셉은 잡았지만 배우를 직접 보고 디자인을 하는 편이다. 워낙 배우들이 연습을 열심히, 집중도 높게 했다. 그때 이미 (윤)공주는 울면서 '꽃이여'를 하더라. 감정적인 것들이 정말 좋았다. 이 사람들의 음색들이며 앙상블들의 조화를 가지고 디자인 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예측한 대로 무대에서 보았다. Q. 그간 주로 영화 작업을 해왔다. 이번이 첫 뮤지컬 작업인가? 이런 대형 뮤지컬은 처음이다. 처음에 신시에서 연락이 왔을 때 "왜 저한테?" (웃음) 그간에도 공연 제안은 있었는데 같은 소극장 공연은 큰 부담이 없고, 동문들이 하기도 하니까 했는데 이런 큰 공연들은 되게 부담스러운 게 있다. 영화 현장은 굉장히 불규칙하고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공연팀에 어떤 확답을 못 드리는 거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공연은 정해진 날에 막이 올라가야 하니까. 일의 메커니즘 자체가 너무 다르고, 그걸 내가 모르는 게 아니고. 그래서 영화와 공연을 병행하기가 사실 힘들다. 도 사실 하기 버거웠던 상황이긴 했는데 연출님이나 배우들도 되게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Q. 결정적으로 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창작 초연이라는 게 매력이 있었다. 가끔 공연을 보는데 번역극이 되게 많고, 배우한테 전혀 안 어울리는 가발과 옷을 입고 나올 때가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라이선스 때문에 그걸 못 건드린다고 하니, 그런 작업은 나에게 의미가 없는 거고, 뮤지컬 쪽 라이선스 공연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면 재미도 없고. 근데 '아리랑'이라고 하니까, 약간 한국적이고, 난 한복도 좋아하고 창작극이고 이런데 관심이 있으니까 호감이 있었던 거다. Q.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작업 결정에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에 다 물어봤다. "신시는 어떤데야?", "고선웅 연출님은 어때?" (웃음) 근데 결국엔 직접 내가 만나서 판단한다. 그런데 어떤 단체든 오래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영화나 공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있을 텐데 10년 이상 한 데는 이유가 있는 거거든. 그런 데는 믿을 만한 거다. 뮤지컬 중 송수익과 의병들Q. 보도자료에 실린 제작진 설명에 "첫 스텝 미팅에서 해박한 배경지식으로 연출에게 작품에 대해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라고 나와 있더라. 용어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웃음) 일제시대 배경 영화로 미술감독을 했었으니까. 경성에 대해서 교수님들 만나고 다니면서 리서치를 다 했었다. 역시 일제시대 때 호랑이 사냥에 대한 이야기고 도 마찬가지고. 그 시대 영화를 몇 편 하면서 이미 리서치가 많이 되어 있는 상태고, 또 사극을 하면서 한복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사실 영화는 그런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말 실제처럼 보여야 하는 걸 기본으로 깔고 가니까 공부하지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 처음엔 연출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당연히 모르고, 그러니까 용어 알려 드리고, (웃음) 그런 정도 가지고 그랬을 거라 생각을 한다. 공연은 훨씬 더 상징적으로, 표현적으로 갈 수 있는데 은 다른 공연 작업처럼 표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셔서 아마 연출님도 나를 콜하신 거라고 생각을 하고 나도 거기에 맞게 제안을 드린 거지, 특별하게 뭘 한 건 아니다. Q. 작업에 필요한 자료 조사는 어느 범위까지 하나. 작업하시는 분들 다 그러실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경우는 조선시대를 다 훑어야 하는 거고, 한복 작업 처음 할 때는 우리나라 한복 다 뒤져야 되는 거고. 논문 보거나 박물관 가는 건 다들 하실 텐데 실제 인터뷰는 많이 안 하실 것 같다. 내가 다른 건 아마 장인들, 선생님들 만나고 학계에 계신 명예교수님들 만나는 거. 할 때는 북한 귀순용사 만나야 하고. (웃음) 무조건 내가 확인을 해야 하는, 그런 강박이 좀 있다. 변주를 하더라도 일단 알고 변주를 해야 하니까. 선생님들 만나서 확인 받고 '영화에서 이렇게 바뀌는데 영화니까 좀 봐 주세요' 이러기도 하고. (웃음) 그런데 찾아가면 선생님들이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되게 잘 도와주시고 논문이나 가지고 계신 물품들도 다 빌려주셔서 실제 촬영에 쓰기도 한다. 그런 분은 실제 자기 경험담을 얘기하시니까 사료를 보는 것보다 느낌이 다르고 훨씬 재미있다. Q. 과거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나? 일제 시대는 되게 많다. 요즘에는 또 더 많이 드러나 있고, 족보까지 다 캐니까. 사람들이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Q. 왕, 의례 등 특별한 신분이나 행사에 대한 자료에 비해 당시 민초들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특히 1930년대 배경에 대한 자료는 사진들이 엄청 많다. 18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사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진이든 프랑스인들이 그린 삽화든.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기록한 한국 책도 많고. 일제시대 자료는 정말 많은데 요즘엔 인터넷으로 다 열람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감옥에 있던 사람들을 정리해 둔 사진들이 있다. 그 명부책도 인터넷으로 다 열람이 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되게 묘하다. 사람들 사연이 얼굴에 다 있지 않나. 또 입은 옷도 다 다르고. 작업할 때 새벽 내내 그걸 보는데, 정말 기분 묘해진다. Q. 의상 제작의 목표는 '재현'이었나? 그것보다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게 컸다. 공연을 많이 안 봐서, 창작극, 시대극들 이미지컷을 요즘 인터넷에 다 나와있으니 보니까 이게 '공연' 같은 거다. 그래서 은 기록사진들, 박수근의 그림 등이 레퍼런스가 됐다, 이를테면 질감적으로 다가오는 것들. 배우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은데, 이 배우들을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게, 이 배우들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의상은 배우를 받쳐주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Q.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말고도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개성도 의상과 조화를 이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연출님 처음 만났을 때 카이와 김우형이 되게 다르니 의상을 따로 가겠다고 했다. 3월에 포스터 촬영장에 배우들을 보려고 갔었는데, 그땐 배우들을 전혀 안 본 상태에서 옷만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카이 피팅할 때 되게 애먹었다. 이 친구가, 무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카메라로 가까이 찍으니 너무 어려 보이고 애기 같은 거다. (웃음) 같은 역할이지만 김우형과 신체 사이즈도 다르고 음색도 다르고. 그래서 둘 의상을 나눠 입자고 연출님께 말씀 드렸다. 컨셉 상 빨간색인데 빨간색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럼 색을 바꾼다. 아무리 역할에 요구되는 컨셉이 있다 해도, 그 역을 맡은 사람 이미지에 맞춰 가는 거다. 배우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Q. 송수익의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이 선비 그 자체더라. (웃음) 송수익 옷은 공연 직전까지 되게 고민했다. 연상되는 이미지로 슬슬 갈 때가 있고, 보이는 게 있는데 수익이 같은 경우는 되게 헛갈리는 거다. 어떻게 하면 안재욱씨가 작아 보이는 것 같고, 또 범석씨는 뭔가 몸짓이 개그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도대체 감을 못 잡겠고, 무대에 올라 극장에서 보고 결정한 거다. 그래서 안재욱씨가 초반엔 불안했을 거다. 왜 자꾸 옷이 바뀌나. (웃음) 그럴 때 배우한테 미안하다. Q. 에서는 옷이 의상으로 뿐만이 아니라 무대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엔딩의 수의는 최종 런쓰루 보면서 무대 박동우 선생님이 제안하신 거다. 무대에 옷이 걸려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어우, 멋질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거 해야 하나? 선생님, 이런 거 만들어 드릴까요?" 나는 또 오바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료 찾아서 보여드리고. (웃음) 그런데 그런 것 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빌려달라고 하셔서. (웃음) 난 도와드린 것 밖에 없다, 한복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보통 한복 전시회 할 때 거는 방법이 있고 옷이 보이는 형태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시대에는 그냥 입던 옷을 상복으로 한다. 그 장면에서 위에 올라간 옷도 당시 민초들이 입던 일상 옷이다. Q. 과거 인터뷰들에선 영화나 공연을 위해 만들었던 의상들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엔 보관한다. 그 때는 현대물 위주로 작업을 했고 또 내가 한 작업에 대해서 애착이 없는 것 때문에 그런 얘길 했던 거다. 그런데 쓰레기를 만드는 것도 안 좋은 것 같다. 낭비인 것도 같고. 그래서 요즘에 작업할 땐 천연 소재를 쓰려고 하는데 한복들도 다 그렇다. 또 한복이라는 옷은 다 뜯어서 다시 만들고 그러니까 애초에 그럴 수 있게 원단을 좀 더 좋은 걸 쓰는 거다. 내가 NGO처럼 막 그런 건 아니지만 (웃음) 작업할 때 그런 게 점점 중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같은 옷들이 귀하다. 시간은 훨씬 더 걸려도 제대로 만들어 놓는 게 필요하고. 되게 작은 차이가 그 결이 달라 보이게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쪽이라서 소재든 만드는 방식이든 조금 더 신경을 쓴다. 그러고 싶고 그래서 이제는 모아놓는 거다. 다른 방식으로도 쓰고 자료로도 쓰고. Q. 그간 작업한 의상들로 박물관을 세우거나 전시회를 하는 것도 좋겠다. 그럴 생각은 없다. 무대 의상은 배우가 입어줘야 존재 이유가 생기는 거고, 영화 의상은 카메라로 찍어줘야 그렇게 보여지는 거지, 옷 한 벌 바디에 걸쳐두고 보는 게 뭐가 재미있나. Q. 올해가 광복 70년이기도 하고, 요즘 1900년대 초반~중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오면서 그 시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들여다 본 이 시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궁금하다. 그 시대엔 정말 굉장히 많은 사연들이 있고. 이를테면 에서 조승우가 연기했던 의열단 단장 김원봉에 대해서 이제 사람들이 알게 되기도 하고. 그들의 활약상들이 너무 드라마틱하니까 오히려 믿겨지지 않는 게 있다. 그런 거 보다 보면 처음엔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어떤 자극도 되고 하다가, 그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그 사람들이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객관화가 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왜 우리는 반성하지 않는가. 영화나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에 제일 못하는 게 반성과 속죄다. 그런 입장에서 작품을 하지 않는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되게 조심스러운 시대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이 작품을 해야 될 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속죄하는 캐릭터가 잘 없고, 반성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안 나온다. 항상 단순한 처단까지만 가고. 그러니까 아직까지 친일파들이 떵떵거리면서 살면서 반성하지 않는 거고, 사과하지 않는 거고. 같은 민족 안에서도 마찬가지고. 만드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나는 보는데, 아무래도 상업영화, 기획영화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성숙해져야 되지 않나, 그런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 보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조금 더 반성해야겠다, (웃음) 사람들한테 실수하면 안되겠다, 그렇게 자극 받으면서 하는 거다. 역사 공부 하는 건 그런 것 같다. Q. 앞으로도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작업을 꾸준히 할 계획인가? 작품이 좋으면. (웃음) 원래 영화보다 공연을 더 좋아한다. 일정 때문에 못했던 거지, 첫 작업 시작도 공연 쪽이었고, 내가 무대미술과였는데 선생님들도 다 무대 하시는 분들이었다. 직접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하신 김현숙 선생님이신데 작품 초연 했을 때 그 의상들을 선생님 작업실에 가서 봤다. 그런 계기가 이 일을 하게 한 거고 무대 의상이 영화 쪽 보다 훨씬 좋다.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현실적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까. 지금도 동문인 박해성 연출이 하는 작품을 하기로 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8.10 / 조회 1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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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 대국민 이벤트, 2000명 초청한다.
조정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이 대국민 관람 초청 이벤트를 펼친다. 광복 70년을 맞아 한국 뮤지컬 사상 민간 대형 공연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이번 초청 공연은 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응모자 추첨을 통해 1인 2매씩 관람권을 증정, 약 2000명에게 관람 기회을 줄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는 본 행사는, 특히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전 세대 관람을 독려하는 취지로 마련되었으며, 광복절인 8월 15일과 19일 저녁공연에 각각 490쌍(1인 2매)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응모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이며 자세한 응모 방법은 인터파크 티켓 예매 페이지와 신시컴퍼니 이벤트 페이지(http://iseensee.cafe24.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뽑히지 않은 모든 응모자에게는 전석 40% 할인쿠폰이 제공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7.30 / 조회 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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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애이불비, 그리고 사랑’ <아리랑> 고선웅 연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애이불비’의 정신을 에 담아내겠다고 한 고선웅 연출은 지난 16일 본공연에 들어간 무대를 통해 그 말을 증명했다. 조정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한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담아낸 창작뮤지컬 에는 넘치는 비장미나 신파조의 울음이 없다. 그러나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미소 어린 얼굴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몸짓에서도, 어깨동무를 하고 숨죽여 노래하는 ‘아리랑’에서도 진한 슬픔과 굳은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도 넉넉히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이 탄생하기까지,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지난 17일 공연장에서 만난 고선웅 연출은 전보다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그 얼굴 한 켠에는 맑고 개운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결국 그가 작품을 품어 말하고자 한 것이 ‘사랑’이어서일까.Q 처음부터 ‘이 작품 된다’고 생각했다고.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작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서히 느낌이 온다. 흩어진 파편 같은 것들이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동력이 생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 저절로 굴러가거든. 그때부턴 누가 말리려고 해도 말리지 못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의 자체 동력이 생기더라. 그리고 ‘아리랑’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 사람 안에 이미 다 존재하는 것 같다. 배우들 안에도 있고, 스텝들 안에도 있고. 그래서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다들 어느 순간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앞으로 나아가더라. 나는 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으니까. Q 예전에도 각색 작업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은 특히 더 어려웠을 것 같다. 당연히 더 어려웠다. 이나 등 예전에 각색했던 작품은 모두 한 권이고 인물관계도 공연에서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규모였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열 두 권에,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삼대에 걸쳐서 등장한다. 그걸 2시간 40분의 뮤지컬로 만드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조정래라는 존재 자체가 문학계의 태산 아닌가. 그분의 을 뮤지컬로 담아낼 엄두를 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일이었다. 일단 엄두를 내고 나니 먼저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아야겠더라. Q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었나. 따로 계기가 있던 게 아니라, 그렇지 않고는 내가 극을 쓸 수가 없었다. 나를 계속 사로잡고 있는 강박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어서 그냥 어느 순간 다 내려놓고 내 식대로 가기로 했다. 인물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송수익도 자기 처자식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것에 얽매여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나중에 송수익이 만주에 가서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고, 아들이 면회를 오는 그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면 절대 극을 2시간 20분으로 압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주로 같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옥비)을 만든 것이고, 송수익은 그냥 젊은 사람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옥비라는 인물은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가장 아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진 인물이라서 넣었고. Q 일제시대를 어떤 시각으로 그릴 것인지를 특히 많이 고민했다고 했는데.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굉장히 문명화되어 있고, 우리는 미개한 민족이라고 봤기에 그렇게 침략해온 것이 아닌가. 조선을 근대화시키겠다는 미명을 내세워서 온 것이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어떤 원시성, 자연성을 갖고 있었던 데 반해 그들을 대표하는 것은 문명을 빙자한 야만성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제복을 멋있게 입고 도열해도 당시 우리 민족에게는 건달, 깡패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극중 일본 군인들이 원숭이처럼 어기적 어기적 하며 걷게 만든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풀고 싶었다. 지금 남아있는 많은 역사자료에서도 당시의 일본인들은 깔끔하게 제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로, 우리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민족은 그냥 농사만 짓던 순박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래서 극중 싸움 장면에서도 의병들이 들고 있는 나무나 농기구가 바로 무기가 되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 물론 실제 그런 것만 갖고서 일제와 싸울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가 갖고 있던 있는 그대로의 자연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반대로 일본은 화려한 인공미로 표현해 대비를 주고자 했고. Q 하와이로 떠난 감골댁의 맏아들 방영근은 극중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인물이다. 그를 버리지 않고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그 사람을 집어넣지 않으면 ‘아리랑’이 나올 수가 없다. 그 당시 먼 하와이로 이민 가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았던 동포들의 가슴 속에 있던 것이 ‘아리랑’이니까. 그래서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꼭 한 명은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극중 이야기가 끝까지 흘러가는 동안 그 변화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그리움도 함께 표현할 수 있고. Q 각색하는 과정에서 특히 버리기 아쉬웠던 인물들을 꼽는다면. 건달 서무룡도 버리기 아쉬웠고, 친일파 백종두와 장덕풍의 캐릭터도 좋았다. 그런데 그 인물들이 캐릭터로서는 재미있지만 드라마를 끌고 가는 동력은 없어서 털었다. 조정래 선생님 입장에서 보시면 안 좋아하실 거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소설에 쓰신, 독립운동가들이 지하에서 옥비의 노래를 듣는 장면이나 하와이에 있는 방영근의 동료가 죽었을 때 동포들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 등 읽으면서 가슴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라왔던 부분은 다 살렸다. 선생님이 쓰신 대사도 많이 고치지 않고 살리려고 했다. Q 소설 이 1945년 해방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뮤지컬 은 1920년대에 끝난다. 끝맺는 시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고, 그러려면 극중 인물들이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야 했다. 서사적인 흐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느꼈던 어떤 정서 같은 것을 덩어리로 담아내면 그게 ‘아리랑’이겠구나 싶었다. 극중 ‘사철가’를 집어넣은 것도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옥비가 송수익을 처음 만났던 꽃 같은 나이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의 감회를 전하려고 했다. Q 가사 없이 ‘아-‘로 이어지는 넘버 ‘아의 아리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 상황을 글로 썼을 때 ‘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노랫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장면에서 수국이가 양치성이 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나. 자신은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그가 자기 어머니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그걸 안 순간 수국이의 입에서는 ‘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양치성도, 득보도, 불타버린 마을을 본 다른 사람들도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고. Q 가사에 김수영(풀), 이육사(절정),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시구도 들어갔는데. 조정래 선생님의 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아리랑’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우리 민족이 지나온 아픔과 투쟁을 연상케 하는 시구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김수영 시인의 ‘풀’의 경우 해방 후 4.19와 관련된 시지만, 저항하는 우리 민초의 힘을 상징하지 않나. 이육사의 ‘절정’의 경우 만주로 간 독립투사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시이기 때문에 그대로 오마주로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랫말을 멋있게 쓸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관객 분들이 ‘아리랑’을 여러 각도에서 풀려고 했구나, 라는 생각으로 봐주시길 바랬다. Q 마지막 장면에서 죽었던 수국이와 득보, 일본군인이 모두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 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과거에 대한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일본은 아직도 지리멸렬하게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연극 안에서는 뭐든지 다 가능하지 않나. 극중 일본 군인들이 죽으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사과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밀정이었던 양치성도 독립운동을 한 송수익에게 고개를 숙이고, 일본군인에게 유린당했던 옥비는 ‘일본 만세!’를 외치며 고개를 뒤로 젖혀서 죽은 일본장교의 머리를 앞으로 숙여준다. 사과를 하라는 뜻이다. 그 후에 ‘아리랑’이 나오면서 그들이 다 살아나고, 일본군인들이 죽은 득보와 수국이를 위해 상여를 멘다. 너희가 묶은 매듭이니 너희가 풀라는 결자해지의 뜻에서 그렇게 만들었고, 그게 연극적인 관용이다. 모든 경계와 구분, 갈등을 한방에 무화시키는 ‘아리랑’의 힘을 보여주면서 극을 끝맺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Q 작년에 로 처음 창극에 도전했다. 그 경험이 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됐다. 우선은 우리 소리와 친해졌고, 그래서 극본을 쓰면서도 국악 작업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김성녀 선생님과 이소연씨도 만날 수 있었고. 이번에 을 하면서 깨달았는데,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작업들이 다 이 작품을 향해서 조금씩 나를 이끌어온 것 같다. 뿐 아니라 나 우리 마방진에서 했던 작품들 하나하나가 조금씩 다 훈련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운명 같은 느낌이 들겠다. 그렇지. 같은 작품만 생각해봐도 당시 그 작품을 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극중 역사와 시대상을 파고들었는데,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에 “호란 때도 임란 때도 살어남었으니께” 같은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 우주가 나한테 그렇게 공부를 시킨 것 같다. Q 대학(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서 처음 연극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 전부터 이야기나 예술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연극을 한 편도 안 봤다. 그냥 TV를 보니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분들이 그렇게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는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하다가 신문방송학과도 비슷한 줄 알고 들어갔던 건데, 전혀 다르더라(웃음). 욕심이 많아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동아리 여섯 개에 들어갔다. 행글라이더, 클래식기타, 연극 등. 근데 하다 보니 그걸 다 하는 게 불가능하겠더라. 그래서 하나 남겨둔 게 연극이었고, 그 때 연극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극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지. Q 졸업하고 나서는 잠시 직장생활도 했다고. 몇 달 다니다 잘렸다(웃음). 광고회사였는데, 사실은 회사에 들어간 것도 돈 벌려고 들어간 게 아니라 글 때문이었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한 대 샀는데 그걸 변제할 능력이 없어서 들어간 거다. 연극에 대한 열망은 계속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나온 후 극단에 들어갔다. 연극 한 편을 연출해주는 조건으로 백 만원을 받기로 한 일이 있었거든. 처음엔 한 달만 작업하면 된다고 했는데 길어져서 결국 거기 눌러 앉게 된 거다. Q 예술가로서의 주된 가치관, 감수성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사람의 철학 책을 많이 읽었다. 안병호의 에세이집도 좋아했고. 인생을 잘 사는 지혜나 철학에 대한 책을 좋아했다. 시를 쓰면서 잠시 염세주의에도 빠져봤고. 뭘 해봐도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남더라. 만약 출세하고 성공을 했다 해도 ‘그래서 뭐?’를 생각해보면 인생이 허망한 것 같더라. 그 이후 극단과 작업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내 심장에 한 번 들어온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철도 좀 들었고, 사랑 없이는 연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옛날에는 연극을 할 때 ‘잘’하려고 했다면, 사랑을 깨닫고 나서는 잘하는 것보다 내가 안 틀리고, 다른 사람들과 전체 중의 하나로서 잘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랑을 생각하니까 아집도 없어지고, 좋은 생각도 많이 떠오른다. 지금도 어떤 연극을 보면 그 작품에 사랑이 있었는지 아닌지가 보인다. 작가의 마음이 착한지 아닌지, 연출가에게 공명심이 있는지 없는지도 다 보인다. 뽐내려고 하는 작품들, 돈을 벌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것들은 느낌만으로도 다 안다. 나는 지금 그런 공명심 같은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안 틀리고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때도 그랬고 때도 그랬고, 도 마찬가지다. Q ‘아리랑’의 정신에도 ‘사랑’이 있는 건가. 그렇다. 사랑해야지. 사랑을 하지 않고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것 같다.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면 너무 힘들다. 의 경우에도 광주민주화운동으부터 30년이 지났는데 계속 미워하고 원망하면 어떻게 살겠나,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든 용서하고, 사죄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사람같이 살 수 있다. 미움을 품으면 미움을 품은 자신도 미워지고, 반대로 사랑을 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매일같이 사랑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만(웃음) 연극하면서 누구를 크게 미워할 일이 생기지는 않더라. Q 올해로 극단 마방진을 창단한지 10년이 됐다. 10주년을 기념해 공연도 앞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떤가. 원래 10주년을 맞아서 몇 작품 이어서 쭉 해보려고 했는데, 대관이 잘 안 됐다. 근데 공연을 하려는 데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간 새로 뽑은 단원들도 있고, 그들과 재미있게 공연을 한 번 해보려는 거다. 10년이 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해왔던 대로 하는 거지. 사실 10년 됐다고 자랑스러운 것 보단 좀 창피하다. 20년된 극단들도 엄청 많으니까. 그냥 우리끼리 자축하는 느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싶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극단은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작품을 계속 하는 거다. 내가 다작을 하고 싶어서, 욕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단원들이 계속 공연을 해야 하니까 몸이 좀 힘들어도 하는 거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7.27 / 조회 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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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대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동, <아리랑>
뮤지컬 의 프리뷰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5일, 객석 여기저기에 코를 훌쩍이거나 눈물을 닦는 관객들이 보였다. 커튼콜에선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이 배우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광경도 펼쳐졌다. 조정래 대하소설의 뮤지컬화, 50억의 제작비 등의 이슈로 개막 전부터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장장 12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탄생된 뮤지컬 은 한일합방 직전, 빚 때문에 단돈 20원을 받고 맏아들을 하와이로 떠나 보낸 감골댁 가족과 독립운동에 나선 양반 송수익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에선 친일세력의 폭압으로 삶도 사랑도 무참히 짓이겨진 주인공들이 고향 땅을 뒤로 하고 만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원작에서는 30여년에 걸친 본격적인 항일투쟁이 막 펼쳐질 무렵, 서곡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2막에서는 먼 타국에서 관동군의 탄압에 쫓기면서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북 김제에서 출발해 하와이와 만주, 일본과 러시아 등 드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500여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원작을 두 시간 반 가량의 뮤지컬로 각색하는 일은 매우 막막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 부담감을 내려놓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고선웅 연출은 그러나 소설 을 고선웅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뮤지컬로 무리 없이 재탄생시켰다. 압축과 재편성을 거친 이야기 속에는 일제의 탄압에 짓밟힌 우리 민족의 순수와 사랑, 일제의 비정과 폭력, 지난한 독립운동의 과정이 모두 담겼다. 프리뷰공연 초반에 다소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LEC 스크린은 그새 강약을 조절했는지 튀는 부분 없이 극의 진행을 도왔다. 미선소에서 일하던 수국이 유린당하는 장면에서는 쌀가마니가 터지고 수국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영상이 슬픔을 더했고, 모든 등장인물이 만주로 떠나는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선로와 스크린에 휘날리는 눈발, 객석 한쪽 벽을 가르듯 질러오는 조명이 어우러져 고향을 등진 주인공들의 비통한 심정과 굳은 결의를 극대화했다. 극의 흐름이 빠른데다 담긴 이야기가 많아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 상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깊고 진한 정서를 담은 음악이다. 첫 곡 ‘진달래와 사랑’을 시작으로 ‘탁탁’ ‘어떻게든’ ‘풀이 눕는다’ 등 여러 곡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육사, 김수영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넘버와 옥비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원 이소연이 선사하는 ‘사철가’등은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감동이다. 배우들은 누구 하나 기울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머슴이라는 출신에 한을 품고 밀정이 된 양치성 역으로 분한 김우형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탄탄한 기량의 배우들로 꾸려진 앙상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은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5.07.20 / 조회 9,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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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아리랑>…무대를 가득 메운 ‘애이불비’의 정서
조정래 대하소설의 뮤지컬화, 50억의 제작비 등의 이슈로 개막 전부터 화제에 올랐던 뮤지컬 이 지난 15일 본공연의 막을 올렸다. 제작진은 본공연 이틀째인 지난 16일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3년 간의 준비 끝에 첫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은 일제강점기부터 1920년대까지 전북 김제, 군산 일대와 만주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등에서 특유의 재기발랄한 무대를 선보여온 고선웅이 각색/연출을 맡았고, 김대성 작곡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 안재욱, 서범석을 비롯한 배우들은 이날 김제 죽산면에 대를 이어 살아온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향한 풋풋한 마음을 표현하는 ‘진달래와 사랑’을 시작으로 14개의 곡과 장면을 선보였다. 가난한 농민의 딸 수국과 득보, 양반 송수익과 소리꾼 옥비는 서로를 사모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일제 앞잡이들의 폭력으로 유린당한다. 1막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넘버 ‘어떻게든’은 항일 투쟁 끝에 만주로 터전을 옮기며 꼭 고향에 돌아오리라 다짐하는 주인공들의 심경을 표현했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낯선 타국에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의 비극이 펼쳐졌다. ‘탁탁’ ‘찬바람’ ‘진도 아리랑’ 등의 넘버와 배우들의 구성진 합창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원작 은 12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한일합방 작전부터 해방까지 약 35년간 5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를 2시간 반 가량의 뮤지컬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 앞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이불비’의 정서를 그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는 고선웅 연출은 “광복 70주년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 한국인으로서 ‘아리랑’을 어떻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릴 것인지를 생각했고, 일제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세트와 소품을 비교적 적게 사용하는 대신 극 전반에 걸쳐 LEC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격조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일반적 세트를 만들면 무대공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영상과 조명 위주로 모던한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온 몸에 멍과 부황 자국이 가득하다.”(서범석) “그 어떤 작품보다 겸손한 자세로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카이)며 입을 모아 이번 작품에 쏟고 있는 각별한 노력과 애정을 밝혔다. 서범석과 함께 지조 높은 양반 출신의 독립투사 송수익으로 분한 안재욱은 “양반이라는 역할이 가진 무게감 때문에 다른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싶을 때 자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연습 소감을 밝힌 뒤 “은 예전의 아픈 과거를 떠올려 속상하게 만들려는 작품도 아니고, 관객들을 계몽하려는 작품도 아니다.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는 관객 분들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한 지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우형과 카이는 머슴이라는 출신에 대한 한을 품고 일제의 앞잡이로 나서는 양치성을 연기한다. 김우형은 극중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와 일본어에 대해 “배우들이 전라도 출신이 아니라서 다들 어려워했다. 그런데 연출님의 말대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하며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라도 말을 하고 있더라.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감골댁으로 분한 김성녀, 소리꾼 옥비로 분한 이소연 등이 극중 펼치는 창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김성녀는 “작곡가가 서양음악과 국악의 틀이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음악을 만들어줬다.”며 만족감을 표했고, 이소연은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을 서양음악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고민했고,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이 그 모든 소리를 뚫고 잘 나오도록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은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7.17 / 조회 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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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력보강훈련 ①] 아는 만큼 보인다 - <아리랑> 완독 도전기
어느새 한 해의 반이 지났다. 공연 마니아들에게 지금은 상반기에 관람했던 공연의 감동을 마음 한 켠에 고이 간직해두고 하반기 기대작들의 치열한 접전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준비한 ‘덕력보강훈련’ 시리즈는 더 깊이 있고, 더 각별하며, 더 다채로운 공연 관람을 위한 지식·감성·체력 보강훈련법을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자리다. 1편에서는 곧 개막하는 뮤지컬 을 더 깊이 즐기기 위해 원작소설 완독에 도전한 기자의 글을, 2편에서는 색다른 시선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전시회를 관람한 기자의 글을, 3편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극을 위한 운동법을 익혀본 기자의 글을 소개한다.▲ 완독 도전기 * 분량 - 권당 약 350페이지 / 총 약 4,000페이지 * 소요시간 - 권당 약 4시간 30분 / 총 약 54시간 * 난이도 - 중(후반부로 갈수록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 많아지면서 난이도가 다소 높아짐) * 작품 특징 - 1904년 러일전쟁 이후 1945년 광복까지 40년을 아우르는 시간 - 전북 김제에서 출발해 군산, 경성, 만주, 도쿄, 하와이, 러시아로 이어지는 방대한 공간 - 500명이 넘는 등장인물(언급되는 인물까지 포함) -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화끈한 욕설 예) “좆겉은 놈, 수박 쪼개디끼 대갈통얼 두 짝으로 팍 쪼개부러야 허는디.” “염벙헐 놈이 붕알 떨어져라 허고 도망언 잘 가네.” * 줄거리 - 구한말, 동학농민혁명에 가담했던 남편이 병으로 죽은 뒤 감골댁은 그간 쌓인 빛을 갚기 위해 큰아들 방영근을 단돈 20원에 하와이 농장으로 떠나 보낸다. 감골댁 가족과 친가족처럼 지냈던 지삼출은 그 과정에서 빛을 독촉하는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철도 공사장의 일꾼으로 끌려간다. 한일합방 직전의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아전 출신의 백종두, 보부상 출신의 장덕풍 등 기회주의자들은 재빨리 일본 세력에 영합해 돈을 불려나가고, 지조 높은 양반 송수익은 지삼출, 손판석, 방대근 등과 힘을 합쳐 독립운동에 나선다. 일제의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송수익 일당은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을 계속하고, 남은 이들은 날로 극심해지는 총독부의 수탈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당한다. 땅을 빼앗기고 가족을 잃은 채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타국에서 추위에 떨며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도, 유일한 위로는 잠시나마 애환을 달래주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뿐이다. 일제 통치가 10년, 20년이 넘어가며 독립운동가들은 차츰 죽고 지치고 나이 들어가지만, 대를 이은 독립운동은 만주뿐 아니라 지리산 일대에서, 중국에서, 하와이에서, 러시아에서 끈질기게 이어진다. 이와 함께 친일파, 유학파 지식인, 신여성, 예술가 등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 뮤지컬 과 소설 한일합방 직전부터 해방까지 약 4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 은 19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독립운동에 나서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과 친일파 밀정 양치성을 비롯해 열 여덟 명이며, 이는 수백 명에 달하는 원작의 등장인물을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한 결과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그만의 스타일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신명이 어우러진 뮤지컬로 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나는 니를 사랑허제” 원작 속 러브라인은? 원작의 방대한 분량과 사건이 160분 간의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자연히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달라졌다. 뮤지컬 에서 안재욱, 서범석이 맡은 송수익과 소리꾼 차옥비는 서로 사모하는 사이로 나오는데, 사실 원작에서 차옥비는 송수익의 둘째 아들 송가원과 사랑하는 사이다. 즉 송수익의 며느리뻘인 셈이다. 빼어난 인품과 덕망, 훤칠한 외모를 갖춘 송수익은 소설 속에서도 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들의 애타는 눈빛을 모른 체 하는 ‘철벽남’이자, 결혼한 지 30년 되는 해 고향에 두고 온 아내에게 만주산 호박반지를 보내는 순정남이다. 이창희·김병희가 맡은 차득보와 윤공주·임혜영이 연기하는 방수국의 러브라인도 원작과는 다르다. 차득보는 소설에서도 이뤄지지 못한 사랑으로 애달파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은 양반 신세호의 딸 하엽이다. 방수국의 운명은 소설 속에서와 대체로 비슷하다. 빼어난 미모 때문에 여러 남자들에게 유린당하는 방수국은 그러나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가혹한 운명에 맞서 직접 칼을 빼 들고 독립운동에 나서는 강인한 면모를 갖고 있다. 엇갈리는 생과 사, 뮤지컬 그 뒷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듯 소설 의 등장인물은 수백 명에 달하는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 중 매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동네 당산나무에 묶여 총에 맞고, 고문당해 죽고, 탄광에 강제 징용돼 일하다가 수류탄에 맞아 폭사하는 그들의 삶은 우리네 조상들이 깊고 깊은 한과 슬픔을 담아 ‘아리랑’을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당연히 뮤지컬 의 등장인물 중 상당수도 일본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거나 고문 끝에 옥사한다. 뮤지컬과 소설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양쪽 모두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무대뿐 아니라 책으로도 만나볼 것을 권한다. 12권이라는 분량이 만만치는 않지만, 소설을 모두 읽고난 후 뮤지컬 무대에서 들려오는 ‘아리랑’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슬픔을 안겨줄 것이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5.07.06 / 조회 13,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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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지만 신명 나는 <아리랑>으로 만나다, 서범석 안재욱 김우형 카이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창작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다. 등 개성 있는 스타일을 가진 고선웅 연출이 원작을 새롭게 각색하여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월요쇼케이스를 통해 3년의 준비 기간, 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된 이 마침내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은 고선웅 연출이 강조한 ‘애이불비’ 정신에 아름다운 우리 가락, 우리 정서가 섬세하게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쇼케이스 시작 2시간 전, 리허설을 막 끝내고 온 의 주역, 서범석, 안재욱, 김우형, 카이를 만나 에 대해 물었다. Q 월요쇼케이스 리허설을 막 끝내고 왔다. 안재욱: 오늘처럼 음악이 있는 낭독회는 처음이다.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는 여러 번 해봤지만 이런 스타일은 처음이라 배우들도 하면서 새롭게 느껴지고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김우형: 쇼케이스를 보시고 나면 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뉘앙스인지 느끼고 가실 수 있을 거다. 실제 공연에서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오늘 쇼케이스는 관객들과의 작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서범석: 그런데 결코 이게 다가 아니다. 쇼케이스는 최대한 절제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연출님의 의도가 있다. (오늘 쇼케이스 공연은) 본 공연의 십 분의 일 정도 밖에 안된다. 여러 가지 동선들이 배제된 상태로 장면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짧은 연기와 노래만 하니까 관객들이 보시기에 “이게 뭐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본 공연에 와서 보시면 의문스러웠던 점이 해결될 거다.Q 에서 각자 맡은 역에 대해서 소개해달라.서범석: 송수익은 굉장한 부잣집에서 태어난 동네 유지인데, 나라를 잃은 아픔에 비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재를 털어서 의병활동을 하게 된다. 또한 서당도 열어서 마을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등 여러 모로 의식이 깨어 있는 양반이다. 일단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이고, 그 액면 너머를 보면 송수익은 돈키호테적인 기질이 있다. 한마디로 약간의 똘끼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 거침없이 맞서고 말도 자기 생각 그대로 내뱉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안재욱: 송수익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흔들릴 수 있는 민중의 심리를 잡아주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댈 수 있는 기둥이며 지렛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이상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기존의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의협심이 강하고 꼭 주인공처럼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그 역시 속의 한 인물이자 여기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김우형: 양치성은 홍보 문구에도 나와 있듯 암울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콤플렉스 덩어리고, 피해의식의 어떤 상징이다. 그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조선인 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앞잡이가 돼서 평생을 살다가 짓밟히고 핍박당하고 결국은 가엾은 인물이 돼버린다. 사실 우리 작품의 모든 인물이 짠하고 가여운데 치성이가 조금만 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었다면 이렇게 괴물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연습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충분히 악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면에 그런 외로움과 쓸쓸함을 지니고 있지만 악역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카이: 캐릭터를 연구하며 양치성이란 인물이 ‘일본의 밀정 노릇을 하는 게 진짜 그의 목적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성향 속에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머슴으로 살았던 어릴 적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픔 등 여러 가지 애환과 분노, 시기, 질투, 미움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쌓여 있다. 그래서 그것이 일제라는 시대와 맞물려지면서 우형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난폭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런 분노 속에서 송수익과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이다.고선웅 연출Q 기자간담회 때 제작진, 배우들이 ‘영광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인가?서범석: 원작 12권짜리 아리랑을 토대로 고선웅 연출이 각색을 했다. 하지만 조정래 원작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일부러 책을 읽지도 않았다. 2권까지 읽다가 우리 대본이랑 다른 부분이 많아서 ‘이걸 읽다가는 자칫 여기(원작)에 빠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 고선웅 연출이 해놓은 ‘대본만 믿고 가자’ 싶어서 원작을 읽다가 말았다. 영광스런 느낌들이 어디서 났는지 생각해보니 연출님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너무 뛰어나고 그래서 같이 상승해서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덩어리가 돼서 움직인다. 이 우리 민족 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장 박동 수를 엄청 뛰게 한다. 그래서 연습 때마다 신명 난다.카이: 요즘 뮤지컬 시장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훌륭한 창작뮤지컬이 시도되고 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혼과 정서가 스며있다는 점에서 을 만났다는 것이 배우 인생에 있어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안재욱: 조정래 선생의 원작 아리랑을 기반으로 각색을 한 거지,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이 있기 전에도 우리에게는 늘 아리랑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아리랑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나 배우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무대에서 보여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특별하다기보다는 당연하게 아주 당연히 갖고 있어야 되는 마음인 거다. 나중에 공연이 올라가면 참여하지 못한 다른 배우들이 아마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Q 고선웅 연출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다. 연극뿐 아니라 창극 작업을 통해 개성 있는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서범석: 저는 선웅이 형과 작업을 한 번 해봤고 그가 연출한 연극을 거의 다 봤다. 연출 스타일 자체가 색깔이 있어서 좋다. 영화나 TV, 기존의 연극에서도 보지 못했던 ‘이게 연극이다’, ‘이게 무대다’라고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그게 보는 이에게 재미를 준다. 그리고 배우들도 충분히 무대 위에서 놀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냉철한 분석으로 배우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래서 믿고 갈 수 있다라는 점이 가장 크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장으로써 확실히 그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믿고 갈 수가 있다. 그리고 작품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의 힘이 굉장히 뛰어나다. 앞으로 선웅이 형도 이 작품을 계기로 뮤지컬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김우형: 이 작품은 고선웅 연출이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반했다. (웃음) 전라도 말로 깡다구라고 하는데 연출님이 굉장히 강단이 있다.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엄청 유연하시다. 연습을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모든 걸 맡겼다.안재욱: 요즘 어디 가나 늘 하는 이야기가 고선웅이 곧 아리랑이란 이야기다. 고선웅을 보면 아리랑 덩어리 같다. (웃음) 다른 배우나 스텝들도 함께 그 덩어리가 커지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출님만큼 다가가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거의 꽉 채워 가고 있는 단계이다. 자기가 대본을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는 정도의 사람이면 굉장한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정말 배려심이 깊다. 누구에게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정말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싶어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좋은 것은 공연에 활용하려고 한다. 연출님은 늘 “내가 썼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이 다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구 하나 도태되지 않고, 우쭐해 질 수도 없고, 함께 어우러질 수밖에 없는 작업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믹서기 같다. 너무 잘 섞어 놓으니까. (웃음)카이: 연출님이 지도를 하시면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두 가지다. “재밌다”, “슬프다”. 굉장히 선명하다. 뭔가 있는 체 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연출이니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 이 작품의 주제가 ‘애이불비’인데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 같다. 슬플 때 오히려 유머러스함을 가미하시고 뭔가 채워야 될 부분에 여백을 두고, 당연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놓는다. Q 대사와 노래 모두 전라도 사투리로 구성됐다고 들었다.카이: 전라도 출신 우형이가 정말 맛깔나게 잘한다. (웃음)김우형: 집안도 전라도, 제 출생도 전라도라 어릴 때부터 많이 듣고 자란 게 있어서 다른 분들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수월한 편이다. 우리 작품은 등장인물 모두 대사와 노래까지 다 사투리로 이야기 한다. 그런 작품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대사는 사투리를 쓰다가도 노래는 표준말을 쓰기도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이상한 거다. 사투리는 의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고 그래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배우들 모두 사투리를 완벽하게 습득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서범석: 고향이 충남 대천인데 그곳이 마침 전라북도 접경 지역이다. 그래서 사투리가 비슷한데 전라도만큼 진하지는 않지만 그냥 믿고 저지르는 중이다.안재욱: 고향도 서울이고 사투리하는 작품자체가 처음인데 집에서 연습을 못했다. 다른 작품 같으면 집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리딩을 해보고 호흡을 끊어보고 감정선을 연습을 해볼 텐데. 오히려 이번 작품은 스스로 연습을 못했다. 내가 읽으면서 몸에 배어야 되는데 대사의 억양을 모르니까 혼자서 연습이 죽어도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초반에 너무 힘들었다. 연출님은 집에서 대본 보지 말고 오라고, 현장에서 다 할 수 있으니까 사투리 연습하지 말라고 했다. 어설프게 배워오면 더 못 고치니 연습 와서 내기 시키는 대로 그대로 읽어보라고 그럼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말 되더라. 나도 몰랐는데 연습할 때 정색을 하고 뻔뻔하게 하니까 다른 배우들도 끄덕끄덕.. 단 한 번도 나 사투리 어때? 물어본 적이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오래된 친구나 연인을 보면 서로 그 사람을 많이 쳐다보고 그 사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제스처가 같아지고 표정이 닮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연출님이랑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말투를 따라가게 되고, 그 생각을 읽게 되니까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다.카이: 저는 사실 연습도 많이 하고 스스로 주변에 있는 전라도 출신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했는데 외국 말 하는 것처럼 자신이 없었다. 영어 발음 기호 적듯이 단어 밑에 적어 놓고 연습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 분이 운전을 하시다가 “근데 고향이 전라도여” 하시더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출님과 작업을 하면서 ‘이 작품과 점점 하나가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씩 웃었던 기억이 난다. Q 개막이 3주 정도 남았는데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카이: 나 같은 경우는 악역이 처음이고, 또 양치성은 단순히 악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라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계속해서 연출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연출님께서는 그냥 믿으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 속에 있는 것을 그냥 믿기만 하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신다. ‘양치성이란 인물을 믿어라’라는 주파수를 저에게 계속 주셔서 (어려움은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안재욱: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연습하는 시간에 집에 혼자 있는 색시다. (웃음) 그래서 집중력과의 싸움 중이다. (웃음) 서범석: 사랑의 힘이란 좋은 거다. (웃음) 작품에서 좋아하는 여자 옥비가 나오는데,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옥비와의 관계를 관객들이 얼마나 이해해주실까’라는 고민이 있다. 김우형: 아까 얘기했지만 고선웅 연출에게 모든 걸 맡겼다. 그래서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신뢰가 생겼다. Q 연습하면서 서로에게 받은 인상은 어떤가.서범석: 나는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함께 하면서 안 배우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친화력이 너무 좋다. 우형이는 느낌대로 듬직하다. 이름에 ‘우’자가 들어가서 그런가. 말도 우직하게 한다. (웃음) 카이는 에서 한 번 같이 해봤지만 그때하고는 또 다른 진지함이 있다. 자기 자신을 연기자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뿌듯하다. 김우형: 안재욱 선배님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고 이번에 작업은 처음이지만 낯설지가 않았다. 매사에 진중하고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범석이 형님은 이 작품을 꼭 해야 되는 사람이고 에너지가 폭발적이다. 카이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서로 되게 좋아한다. 카이가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저는 낯가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막 들이댔다. (웃음)카이: 우형이는 양치성 그 자체다. 몸에서 뿜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동갑이지만 많이 배우고 있다. 범석이 형님은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하신다. 형님 덕분에 송수익이란 인물을 굉장히 사랑하게 됐다. 재욱 형님은 딱 보면 ‘차도남’인데 사실은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다. 연기를 할 때도 불편함은 없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안재욱: 작품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다들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인데 이번에 같이 연습을 하면서 ‘이 사람들이 무대에서 사랑 받는 이유가 다 있구나’라는 걸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범석이 형은 가장 먼저 배역에 대한 대본과 노래를 외웠고 열정을 가지고 몸소 보여주니까 후배들이 안 따라가려야 안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예전에 우형이나 카이가 “형이랑 작품 한번 하고 꼭 하고 싶다”고 해서 속으로 무척 반가웠다. ‘이놈들이 형하고 하면 도움될 것 같으니까 하고 싶은 거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까 ‘자기들이 하는 걸 한 번 봐라’ 이런 느낌이었다. 내가 못 쫓아가겠더라. (웃음)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신시컴퍼니 제공 / 영상편집: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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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 조회 1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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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아리랑>은 신명나고 감동적인 작품 될 것”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팡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 공연되는 것은 망각의 딱지를 뜯어내고 그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과 같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나라를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대하소설 의 작가 조정래가 광복 70년을 맞아 제작된 창작뮤지컬 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일, 공연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이날 작품의 원작자인 조정래를 비롯해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을 언론에 소개했다. “을 준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따로 오디션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배우들과 공연을 하는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7)이후 8년 만에 대형 창작뮤지컬에 도전하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각오도 남달랐다. “몇 년 전 뮤지컬 를 보다가 누비아 백성들이 핍박 아래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장면에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이 생각났다.”고 뮤지컬 제작 배경을 밝힌 그는 “총 50억의 제작비를 들였고, 무대 셋업 기간만 3주를 잡을 만큼 무대에도 큰 공을 들였다. 대형 창작뮤지컬의 눈높이를 새로이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조정래, 박명성원고지 2만장, 책 12권에 달하는 원작의 내용을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한 뮤지컬 은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린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원작이 너무나 대단한 작품이어서 파면 팔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연구를 할수록 작품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조정래 선생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선웅, 김대성연출을 맡게 된 소감을 ‘오지다’는 사투리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낸 고선웅 연출은 “40년 가까운 세월의 이야기를 2시간 남짓한 무대에 담아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연출 방향은 ‘애이불비’로 잡았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음악의 중심은 제목이기도 한 ‘아리랑’이 될 예정이다. 작/편곡을 맡은 김대성 작곡가는 “현대음악도 있고 국악, 뮤지컬적인 음악도 있지만 중심은 ‘아리랑’이다. ‘아리랑’에 중심을 두고 다양한 외래음악을 ‘우리화’하는 작업을 했다. 전자음악을 많이 쓰기보다 20인조 오케스트라를 편성해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녀, 서범석, 안재욱배우들도 각기 소감을 밝혔다. 고난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어머니 감골댁을 맡은 김성녀는 “연습하면서 가슴이 분하고, 원통하고, 먹먹하고, 가만히 서 있어도 눈물이 났다.”며 “주연과 앙상블 구분 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의병처럼 연습하는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서범석과 안재욱은 독립운동가 송수익으로 분한다. “나중에 객석에서 무대를 보면 속상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는 안재욱은 “큰 책임감을 갖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고, 서범석은 “나는 왜 대한민국에 태어났는지,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와중에 다른 작품을 계약하기 하루 전 측에서 연락이 왔고, 바로 출연한다고 했다.”며 은 신명 나고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이소연, 이창희, 김병희일제의 앞잡이 양치성 역은 김우형과 카이가 맡았고, 고난의 세월을 감내하는 아름다운 여인 수국 역에는 윤공주와 임혜영이 캐스팅됐다. 윤공주는 “연습 전 낭독회를 했는데, 주책맞게도 리딩을 하다 눈물이 나올 만큼 가슴이 먹먹했다. 그만큼 가슴이 뜨거웠던 작품”이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고, 김우형은 “이 작품이 눈물이나 애국심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아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낼 뿐이다. 그런데도 연습하며 참 많은 눈물이 났다. 그게 이라는 작품이 가진 힘 같다.”며 윤공주의 말을 거들었다. 카이는 “처음 대본을 받고 양치성이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가 과연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얼마나 떳떳한 삶을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모습을 거짓 없이 표현해 낼 것”이라고 진지한 각오를 밝혔다. 이와 함께 국립창극단의 이소연이 옥비 역을 맡아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를 오가며 한민족의 소리를 표현하며, 이창희와 김병희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남자 차득보로 분할 예정이다. 조정래 작가는 공연을 앞두고 저마다 각별한 각오를 밝힌 배우들에게 “배역이 무엇이든 ‘당신들 하나 하나는 조선이다’라는 소설 속 대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7월16일부터 9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6.11 / 조회 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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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뮤지컬로 7월 개막, 안재욱 · 서범석 등 출연
장장 12권에 달하는 조정래의 역사소설 이 뮤지컬로 태어난다. 신시컴퍼니 제작의 창작뮤지컬 이 오는 7월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소설 은 김제를 중심으로 동학혁명, 일제 강점기, 해방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조선 민초들의 삶을 방대하게 그린 작품으로, 1990년 12월 한국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해 약 4년 8개월의 집필 기간 동안 2만장 분량으로 탈고된 대하소설이다. 약 3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뮤지컬 은 소설에 바탕을 두되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내용을 재편하여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 정신, 인간의 삶을 투영할 것으로 알려진다. 연극 등의 각색, 연출을 비롯해 뮤지컬 윤색을 탁월하게 선보인 고선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아 2시간 40분의 무대로 펼칠 예정이며, 등 다수의 뮤지컬, 국악 작품을 만들어 온 작곡가 김대성이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포함한 50여 곡의 넘버들을 맡았다. 이 밖에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 사이먼 코더, 영화 등을 맡았던 의상 디자이너 조상경 등의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진취적인 양반이자 독립운동가 송수익 역으로 등의 작품에 출연한 안재욱과 등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남긴 서범석을 만날 수 있다. 등에서 활약한 김우형과 의 주역으로 설 카이는 시대가 만든 악인 양치성 역을 맡아 악역 도전에 나서며, 거친 운명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내는 방수국 역으로 윤공주와 임혜영이 활약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의 대표 배우인 이소연은 우리 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예인 차옥비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하며,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없는 차득보 역은 에서 가이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창희와 다수의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김병희가 번갈아 설 예정이다. 인고의 어머니상을 보여주는 감골댁 역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자 등의 무대를 펼쳐온 김성녀가 맡았다. 19인조 오케스트라가 공연 음악을 담당하며 무빙 LEC 스크린을 통한 영상 활용으로 역동적인 무대 구현을 꾀하고 있다. 뮤지컬 은 오는 7월 16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5.04.13 / 조회 8,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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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등 출연진 그대로 <유리동물원> 재공연
지난해 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97%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테네시 윌리엄스 작, 연극 이 오는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다시 오른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 기억과 환상으로 도피하는 한 가족의 고독한 발버둥을 담은 이 작품은 1945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한태숙이 연출을 맡으며, 어머니 아만다 역에 김성녀, 아들 톰 역에 이승주, 딸 로라 역에 정운선, 짐 역에 심완준 등 호연을 펼쳤던 배우들이 다시 앙상블을 맞출 예정이다. 2월 28일 공연 직후엔 출연배우들과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3월 2일 공연 전 오후 7시에는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해 이 공연의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강태경의 15분 강의도 들을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5.02.11 / 조회 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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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냄새 진동하는 지옥으로 오세요 <단테의 신곡> 연습현장
단테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지난해 초연하여 관객과 평단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이 이달 말 재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연습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국립극장 일취월장 연습실을 찾았다. 정동환을 비롯해 지현준, 박정자 등 전체 배우들이 참여한 연습실에는 그간의 고된 연습을 짐작케 하듯 파스 냄새가 곳곳에 진동하고 있었다. 연습실에 이미 사선으로 기울어진 가무대가 설치되어 배우들은 그곳에서 구르고 떨어지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옥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었다.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순례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맞닥뜨리며 변해가는 그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4세기 초반에 쓰여진 원작 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로, 주인공 단테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를 담은 총 1만 4천 233행으로 이루어진 100편의 방대한 시로 구성되어 있다.“대사면 대사, 움직이면 움직임, 단테야 가자, 렛츠 고.”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제작 스텝으로부터 주의 사항이 전해지고, 배우들은 원을 그리며 둥글게 뛰며 힘찬 구호와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이날 선보인 연습장면은 지옥 부분으로 주인공 단테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죽어서만 갈 수 있다는 지옥행 여정을 시작하게 된 그는 자살나무, 애욕의 연인, 이끼인간 등 다양한 죄목을 가진 죄인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단테는 두려움과 고통, 연민, 공포를 경험하며 결국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 한편 자신의 길잡이이자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순종하지 않고, 스승이 시와는 달리 형편없는 인물이라며 도발하기도 한다.특히 이번 연습에서 지옥을 견디는 단테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고자 탄생시킨 ‘단테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테는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응시하는 시간을 가지며 고된 지옥의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간다.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자는 남편의 동생과 애욕에 휩싸이는 프란체스카 역을 매혹적인 지옥의 한 장면으로 그려내었고, 단테의 길잡이이자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하는 정동환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직하게 표현하였다. 주인공 단테 역의 지현준도 으로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을 휩쓴 만큼 더욱 원숙한 단테를 표현하고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연에서는 '단테의 그림자'외에도 ‘늙은 단테’도 등장하며, 연옥과 천국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천국 부분을 아예 새롭게 각색하여 초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으로 찾아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연습 내내 말없이 지켜보던 한태숙 연출은 연습을 마치고 난 후 배우들의 대사 처리와 컨디션, 무대 소품 등에 대해 상세하게 디렉션을 주였다. 그는 연습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재연을 준비하면서 그대로 하면 좋았을 것을 고친다고 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작품을 대할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덤비는 마음이 있어 그 마음을 누르려고 오늘 연습 들어 오기 전 해오름 극장 객석에 잠시 앉아 있다 왔다. ‘드디어 이 무대에 오르겠구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개막 전 긴장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새롭게 변화된 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단 12회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21 / 조회 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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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
지난해 11월 첫 무대에 올랐던 한태숙 연출의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년 만에 관객을 찾아오는 은 지난해 공연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 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순례를 하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 그에 따라 변해가는 단테의 내면세계를 그린다. 국립극장이 제작한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에서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이번 에서는 지옥을 견디는 존재로서의 단테가 더욱 부각되고, 연옥과 천국의 차이도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원작과 초연에는 없는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가 등장해 단테가 스스로를 응시하여 자기 성찰을 하는 존재로서 활약한다. 무대와 음악도 한층 달라진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영상, 아크릴, 철재 등의 소재를 사용해 지옥, 연옥, 천국 등에 부피감을 더하고, 이태원, 홍정의 작곡가가 15인조 국악, 양악 혼합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래를 편곡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과 마찬가지로 의 지현준이 주인공 단테를 맡았고, 의 정동환이 지옥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로, 의 박정자가 애욕의 여인 프란체스카로 분한다.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는 창극 의 김미진이 맡아 새로 합류한다. 은 오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장 제공
2014.10.14 / 조회 6,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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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우리는 가족 <유리동물원>
지난 6일 개막한 연극 은 ‘고전은 꼭 봐야 한다’는 명제를 증명한다. 개성 만점의 현대물이나, 인기 배우가 나오는 화제작들 사이에 낀 고전극을 보면서 원래 '연극은 무엇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은 등을 쓴 미국 극작가 테네시 월리엄스가 1944년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1930년대 미국 경제 공황기를 배경으로 배경으로 과거의 영광에 매여 사는 남부 귀족 출신 엄마 아만다와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에 한쪽 다리를 절며 집에만 틀혀 박혀 유리로 만든 동물을 돌보며 지내는 딸 로라, 시인을 꿈꾸며 직장인 창고에서 언젠가는 벗어나길 희망하는 아들 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가 부재하는 윙필드 가족은 아들 톰이 창고에서 벌어오는 수입으로 살아간다. 톰은 매일 아침 엄마의 재촉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출근한다. 엄마 아만다는 수줍음 많은 딸 로라가 노처녀로 늙어 죽을까 노심초사하지만 로라는 “난 절름발이인걸.”이라며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이들은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지만 각자의 꿈에 사로잡혀 산다. 로라는 본인이 수집한 유리 동물 공예품들에만 빠져 있고, 아만다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영광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톰은 영화관과 술집 찾아 밤거리를 헤맨다. 그 꿈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애써 부정하지만 그 꿈은 현실을 대체하거나 충족시켜 줄 수가 없다. 이 집의 구원자로 등장한 로라의 첫사랑이자 톰의 직장 동료 짐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밝은 미래를 확신하지만, 그도 한낱 창고에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이며 애인에게 쩔쩔 매는 남자일 뿐이다. 그가 기념품으로 가져간 뿔 없는 유니콘은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 똑같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우울한 가족의 초상을 지금 여기로 불러오지만, 현재의 모습과도 닮은 듯 다른 가족의 모습을 통해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위안도 준다. 연극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답게 4명의 배우들 모두 그 연기에 찬사를 보낼만 하다. 또한 장면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첼로 선율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는 어둡지만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코믹적인 센스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아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다시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공연은 8월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8.11 / 조회 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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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등 <유리동물원> 공연
등을 쓴 유명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또 다른 대표작 이 오는 8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944년 시카고에서 초연해 이듬해부터 브로드웨이 공연을 이어간 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톰이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억의 연극'으로, 오래전 가족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긴 세월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아만다, 수줍음이 많고 한쪽 다리를 절어 집 안에서 유리로 만든 동물들을 돌보며 사는 딸 로라, 그리고 시인을 꿈꾸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두 창고에서 일하는 톰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등에서 인간 본성과 삶의 저변을 치열하고 강렬하게 이야기해온 한태숙이 연출을 맡으며 에서 1인 32역으로 분한 김성녀가 아만다로, 로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승주가 그의 아들 톰, 등에 출연한 정운선이 딸 로라로 분한다. 심완준은 로라의 첫사랑이자 톰의 직장 동료 짐으로 등장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소녀,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반복하는 청년, 그리고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기에 바쁜 중년 등 암울한 가족의 초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상처 가득한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펼쳐내 극찬을 받아온 은 오는 8월 6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7.09 / 조회 7,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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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 신구 등 출연
2011년 로 그리스 비극을 파격적으로 선보인 한태숙 연출이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 가문의 이야기로 만든 세 편의 비극 중 또 다른 작품, 로 찾아온다. 는 오이디푸스의 딸로,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죽인 오이디푸스의 아들이자 자신의 오빠들 중 광야에 버려진 폴리니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려다 잡힌다. 시신의 매장이라는 신의 법을 지켰으나 새로운 통치자 크레온이 폴리니케스에 대한 애도를 금해 인간의 법을 어겨 동굴에 갇히는 인물이다.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딸이자 서로 심장에 칼을 꽂은 오빠들을 본 안티고네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비극성과 차가운 심장을 가진 능수능란한 정치인 크레온과의 대립, 그리고 연이은 비극의 파장이 에 날카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주인공 안티고네 역은 등에서 활약해 온 김호정이 맡으며, 이후 3년 만에 테베의 지도자 크레온 역으로 신구가 무대에 선다. 예언자 트레시아스 역에는 에서 단 15분 출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박정자가 나선다. 독특한 음악, 몸짓, 소리, 사운드디자인을 적극 활용하여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심리를 시청각화 할 것으로 알려진 국립극단의 새로운 작품, 는 오는 4월 1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3.03.14 / 조회 12,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