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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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분노, 아픔, 고통에 집중” <아가사> 프레스콜 현장
“최고의 창작뮤지컬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더 좋은 무대로 옮겨왔고 이제 준비와 연습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고자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힌 김수로 프로듀서의 자신감처럼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구성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가 지난 11일 개막했다. 여류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실제로 일어난 열 하루간의 실종사건을 재구성한 뮤지컬는 2014년 초연과 앵콜 무대를 가진 후 이번에 새로이 대극장 무대로 옮겨왔다.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4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는 프레스콜을 열였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최정원, 이혜경, 강필석, 려욱 등 주요 배우들이 참여한 가운데 어린 시절 잊어버린 기억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레이몬드의 꿈 속 장면을 시작으로 아가사가 실종되어 주변 사람들이 각종 억측을 내세우는 모습, 아가사를 유혹에 빠뜨리는 매력적인 로이의 실체와 아가사와의 대립 등 의 주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지호는 “탄탄한 구성으로 이뤄진 대본과 음악을 대극장 버전으로 옮기면서 작품을 전반적으로 수정했고 새로 디자인해서 더욱 좋은 작품으로 거듭났다.”라고 설명하며 이어서 “이번 작품은 초연 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초연의 가 아가사의 슬픔, 사랑에 다가갔다면 이번 는 아가사의 분노, 고통, 아픔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당대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최정원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창작 작품에 목말라 있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녀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가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명하고 멋지게 보여졌지만 그녀의 인생 자체는 굉장히 가슴 아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쓰임이 있다면 더 많은 창작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덧붙였다.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서도 레이몬드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박한근은 “이번에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갔고 그래서 더 큰 부담이었다. 작품하면서 같은 역의 배우들과 이렇게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은 처음이다. 레이몬드가 4명이나 되기 때문에 무조건 다 다르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논하여 레이몬드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 레이몬드가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애정을 표했다.정원영 또한 “4명의 레이몬드들이 다르게 해야지가 아니라 서로 공유하면서 같은 것을 표현해보자라는 생각이 컸다.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해도 타고난 귀여움과 노력형 귀여움, 나이든 귀여움은 다 다르더라. 각자의 매력이 다르니 네 번을 다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변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여기에 려욱도 힘을 보태어 “흰 종이만 들고 연습실에 왔다. 형들이 밑그림도 그려주고 물감도 주면서 색을 입혀준 것 같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공연하는 3개월 동안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이날 극장의 깊이와 높이를 활용한 무대와 의 안무감독으로 유명한 우현영이 참여한 절제된 안무와 입체적인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아가사 크리스티 실종 사건의 배후에 있는 로이 역에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은 각기 다른 매력의 로이를 선보여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밖에도 아가사의 남편 아치볼드 크리스티 역의 황성현과 김형균, 아가사의 오랜 하녀 베스 역의 추정화, 한세라 등이 출연하는 는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2.25 / 조회 9,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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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심리추적 돋보이는 <아가사>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십 대 중반의 어느 날 돌연 자취를 감춘 뒤 11일 후 어느 호텔에서 발견됐다. 그녀는 실종된 기간 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평생 그 사건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1일 막을 올린 는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창작뮤지컬이다. 이 공연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된 기간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왜 그녀가 소설 속에서 죽음이나 살인 등의 어두운 소재를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그녀와 주변 인물들간의 관계를 통해 추적해 나간다. 제작자 김수로는 지난해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뮤지컬을 올해 700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옮겼다.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탐험한 끝에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의 순간에 다다른다. 이 작품은 부와 명예를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은 주위 사람들의 이기심과 억압으로 불행을 겪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 ‘라비린토스’처럼 깊고 음험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가장 깊은 곳에 놓인 증오와 분노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고뇌를 무릅쓰고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을 대면했기에, 그녀는 인간의 명과 암을 모두 이해하는 성숙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긴 모색 끝에 다다르는 이 통찰의 순간은 꽤 무거운 울림으로 다가오며,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그러나 이 통찰의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부산스럽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혼란을 주고, 아가사의 남편 아치벌드나 기자 폴, 하녀 베스 등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1, 2막에 걸쳐 반복적이다 싶을 만큼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지는 데 반해 탐정 레이몬드가 왜 아가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지는 충분히 보여지지 않는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얼굴모형을 비롯해 무대 장치와 조명의 활용은 다채롭다. 배우들의 연기는 공연 첫날부터 안정돼 있었다. 이날 아가사 크리스티를 연기한 이혜경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뇌를 날카롭게 표현했고, 아가사의 글과 편지를 통해 그녀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레이몬드로 분한 박한근은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하면서도 집요한 청년 탐정으로 완연히 변해 있었다. 미스터리한 인물 로이를 맡아 이후 오랜만에 대극장으로 돌아온 강필석은 많지 않은 등장횟수가 아쉬울 만큼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최정원, 윤형렬, 김재범, 려욱 등 다른 캐스트의 공연도 궁금하다. 뮤지컬 는 오는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2015.02.17 / 조회 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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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가진 각 캐릭터들에 주목해달라” <아가사> 연습현장
지난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가 오는 2월 대극장 개막을 앞두고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1926년 겨울 11일간 실종됐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사건을 연결시켜 재구성한 작품으로 마니아 관객층을 형성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특히 이번 시즌은 더욱 커진 무대만큼이나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당대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역에 최정원·이혜경을 비롯, 아가사를 유혹에 빠뜨리는 로이 역에는 강필석·김재범·윤형렬이, 15살 소년과 42살 표절시비에 휩싸이는 작가를 오가는 레이몬드 에쉬튼 역에는 박한근·정원영·주종혁·려욱이 합류해 각기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전체배우들의 활기찬 함성 소리와 함께 9개의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신마다 캐스트를 달리한 이번 연습에 배우들은 본인의 출연 장면이 아님에도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수로 프로듀서, 김지호 연출, 우현영 예술감독 (왼쪽부터)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김수로는 “초연 당시 80석에서 시작했다. 사실 처음 15분을 보고 보여줄 거리가 많은 작품인데 소극장에서 담아낸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 작품을 더 키워서 화려하게 보여줘도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며 “항상 대중들이 어떤 작품을 좋아할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김수로 프로젝트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지난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그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좀 더 인물 간의 관계를 부각하기 위해 넘버를 추가했으며 배우들과 앙상블의 구분이 생겼다. 또한 무대와 안무 등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새로워진 안무와 특히 주요 인물 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로 이날 시연을 구성했다는 김지호 연출은 “오늘 선보이는 장면을 통해 모던하고 세련돼진 안무와 더욱 풍성해진 넘버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 이야기가 단지 실종된 아가사를 찾아가는 과정에만 그치지 않고 좀 더 인물의 심리에 대한 부분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그는 “각 인물들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나에게도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 그리고 그 트라우마들이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는 김수로는 려욱의 캐스팅에 대해서 “회사(SM)에 김수로 프로젝트가 10탄이나 됐는데 회사 식구를 아무도 안 주냐고 운을 띄웠다. 누구를 원하냐고 묻길래 려욱이를 말했다(웃음). 대본이 매니저를 통해 순서대로 가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려욱이에게 다이렉트로 보냈는데 처음에는 거절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려욱은 “처음 캐스팅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가 초연 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부담스러웠다. 를 같이 한 이재균이 “꼭 해라. 형에게 잘 어울리거야”라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막상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다른 캐스팅이 다 정해질 동안에도 결정을 못 내리다가 결국에 수로 형의 압박에 선택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아이돌 가수로서 뮤지컬 무대에 서지만 아이돌이 아니라 배우 려욱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마지막으로 최정원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창작뮤지컬이라는 점과 아가사라는 매력적인 주인공 그리고 관객들이 추리해 갈 수 있는 내용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연습하면서 늘 설렌다는 그는 “상대역인 로이를 만날 때마다 늘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래서 갱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삶이 달라졌다.”고 전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밤 꿈에 아가사의 대사와 이 작품의 음악이 흘러나올 정도로 흠뻑 빠져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전했다.더욱 화려한 안무, 풍성한 음악과 함께 돌아오는 는 오는 2월 11일 개막하여 5월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1.30 / 조회 8,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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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사’ 프로필 촬영현장 공개
뮤지컬 ‘아가사’가 앵콜 공연을 앞두고 프로필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2015년 뮤지컬 ‘아가사’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가사’ 역에 최정원, 이혜경을 비롯해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박한근, 주종혁(라이언), 정원영, 려욱(슈퍼주니어) 등 뮤지컬 스타들이 출연한다. 이 날 프로필 촬영 현장은 ‘아가사 크리스티 꿈속의 기묘한 티타임’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티타임’은 극중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는 소재다. 배우들은 준비된 세트와 화려한 티 테이블을 배경으로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 작품은 여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1926년 12월에 11일간 실종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아가사’의 아픔과 심리를 아우른다. 이번 공연은 ‘댄싱9’의 댄스 마스터 우현영이 안무가로 참여했다.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초연보다 세 배 커진 스케일로 돌아온다. 뮤지컬 ‘아가사’는 2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주)아시아브릿지콘텐츠
2015.01.15 / 조회 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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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무대로 돌아오는 <아가사> 강필석·김재범·윤형렬·정원영·려욱 등 캐스팅 발표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11일 간의 실종사건을 재구성해,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가 오는 2월 대극장 무대로 다시 돌아온다.의 김지호 연출과 김수로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하며 의 댄스 마스터 우현영 단장이 안무로 참여하는 이번 작품은 더욱 커진 무대만큼 더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당대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로 성공한 삶을 살지만 끝내 실종되는 아가사 크리스티 역에는 최정원과 이혜경이 캐스팅됐다. 강필석과 김재범, 윤형렬이 아가사를 유혹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로이 역으로 분해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가사의 이웃이자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소년에서 27년 후 표절시비에 휩싸여 재기불능의 폐인이 된 작가이자 극의 해설자 레이몬드 역에는 박한근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레이몬드로 합류하며 의 주종혁(라이언)과 의 정원영, 마지막으로 로 뮤지컬배우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 려욱이 캐스팅됐다.아가사의 남편 아치벌드 역에는 김형균과 황성현이, 특종을 좇는 하이에나 같은 신문기자 폴 역은 박영필과 안두호가 참여하며 아가사의 오랜 하녀 베스 역에는 추정화와 한세라가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다. 아치벌드의 비서이자 불륜 상대 낸시 역에는 소정화와 신예 박서하가, 출판사의 편집장 뉴먼 역에는 이선근과 박종원이 캐스팅됐고,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경감 역은 윤경호와 정승준이 맡았다. 공연은 오는 2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2015.01.08 / 조회 1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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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역사의 순간들, 키워드로 읽는 <황태자 루돌프>
1889년 1월 30일, 오스트리아 황실의 사냥터 마이얼링에서 싸늘하게 식은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 루돌프, 또 한 사람은 그의 애인이었던 17살의 아름다운 소녀 마리 베체라였다. 격변하는 유럽의 정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황제와 대립했던 루돌프의 갑작스런 죽음은 이후 역사의 비극이자 미스터리로 남았고, 죽음까지 함께 했던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 역시 수많은 작품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현재 뮤지컬 를 통해 또 한차례 주목 받고 있는 이 사건을 둘러싼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돌아본다. 사라예보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순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약 루돌프가 죽지 않았다면 사라예보 사건도, 제1차 세계대전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루돌프가 죽은 뒤 그의 아버지인 요제프 황제는 황태자의 자리를 조카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에게 물려줬다. 루돌프가 스테파니 황태자비와의 사이에서 얻은 유일한 자식은 여자였고, 당시 공주는 왕위를 계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사라예보 사건, 조피&페르디난트 황태자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4년 뒤 백작 가문 출신으로 테셴 공작의 시녀로 일하던 조피와 사랑에 빠져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황제를 비롯한 귀족들은 조피의 지체가 낮다는 이유로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조피는 결혼 후에도 공식행사에서 남편과 나란히 설 수 없었다. 결혼 14주년을 맞은 1914년 6월 28일, 활실 전용 마차에 나란히 타고 사라예보의 군대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들 부부에게 각별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세르비아의 독립을 열망하던 한 청년이 마차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고, 총탄을 맞은 황태자 부부는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르비아 등 약소국들을 둘러싼 각국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루돌프와 마리는 죽음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루돌프에게는 마리 외에도 여러 명의 애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많은 왕과 왕자들은 평생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많은 애인 혹은 정부와 사랑을 나눴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넘어선 이들의 사랑은 근래까지도 이어져 왔다. (왼쪽부터) 윌리스 심프슨&에드워드 8세, 카밀라 파커볼스&찰스 황태자 특히 20세기에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왕자의 애인은 윌리스 심프슨과 카밀라 파커볼스다. 영국의 왕세자였던 에드워드 8세는 사교계의 파티에서 만난 애인 윌리스 심프슨과의 사랑을 위해 왕의 자리까지 포기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심프슨은 미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인이었고, 에드워드 8세를 만났을 때는 이미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반한 에드워드 8세에게는 그녀의 국적과 결혼여부는 물론, 영국 황실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도 중요하지 않았다. 선왕의 타계로 왕위와 사랑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에드워드 8세는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나 사랑하는 여인 곁에 남았다. 현재 영국 왕실 서열 1위인 찰스 황태자 역시 다이애나 황세자비와의 결혼생활 내내 카밀라 파커볼스와 연인관계를 유지하며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는 1970년 평민 출신의 카밀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이들의 사랑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찰스는 다이애나를 황세자비로 맞아 두 아들을 낳은 후에도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밀라와 연인으로 지냈고, 결국 다이애나와 이혼한 뒤 2005년 카밀라와 재혼했다. 다이애나를 사랑했던 영국 국민들은 이 결혼을 무척 못마땅해했다고. 마이얼링 사건은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황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로도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높은 지위와 부를 가졌다고 해서 꼭 행복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라와 상황은 다르지만, 루돌프 외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왕자들이 있다. 불과 3년 전에는 이란의 팔레비 전 국왕의 막내아들 알리 레자 팔레비가 미국 보스턴의 자택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후 사망한 아버지와 우울증, 약물복용으로 요절한 여동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평소 인생을 비관했다고 한다. 알리 레자 팔레비한반도에서는 고구려시대 대무신왕의 큰아들이었던 호동왕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낙랑공주와의 비극적 사랑으로 잘 알려진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이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그는 낙랑공주가 죽은 후 왕비가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호동왕자 대신 자신의 친아들에게 왕좌를 물려주려 했던 왕비의 계략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뮤지컬 에서는 루돌프와 마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마이얼링 사건은 그 진상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 사건이다. 황제가 암살자를 보내 아들을 죽였다는 암살설을 비롯해 정신이상설, 복잡한 애정관계가 얽힌 치정극이라는 주장과 추측이 여전히 분분하다. (왼쪽부터) 나폴레옹, 루이 17세미스터리로 남은 왕가의 죽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인 루이 17세의 죽음 역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부모를 잃은 루이 17세는 구두수선공에게 맡겨져 중노동을 하거나 감옥을 전전하다가 건강악화로 10살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정황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한동안 그가 독살을 당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이후 자신이 루이17세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수십 명이었다고. 18세기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황제의 죽음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때 유럽의 모든 군주들을 벌벌 떨게 했던 이 희대의 영웅은 결국 전쟁에 패해 1821년 유배지인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죽음을 맞았으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 위암과 비소중독, 종양, 부하가 꾸민 독살 등이 그의 죽음을 둘러싼 가설들이다. 황태자의 비극적인 죽음, 미스터리,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등 세인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마이얼링 사건은 그간 많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물론 황태자 루돌프 역을 맡았던 배우들도 여럿이다. 아나톨레 리트바크 감독이 1936년 발표한 영화 에서는 샤를 보와이에가, 1967년 개봉된 에서는 영화 로 유명한 오마 샤리프가 루돌프로 분했다. 오드리 헵번이 마리를 맡아 출연한 드라마 에서는 헵번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멜 페러가 루돌프를 맡았고, 2006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에서는 독일 출신의 배우 맥스 본 툰이 루돌프 역에 캐스팅됐다. 각기 다른 장르에서 이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시대를 이어 갈채를 이끌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샤를 보와이에, 오마 샤리프, 오드리 헵번&멜 페러, 맥스 본 툰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4.11.20 / 조회 18,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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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마, 사랑이야' 가을 적시는 세기의 로맨스
진실한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있을까? 그 어떤 시련과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으로 뛰는 뜨거운 심장만을 믿고 나아간 세기의 커플들이 여기에 있다. 국경, 나이, 종교, 신분, 때로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던 이들 사랑 이야기가 싸늘한 가을 바람을 포근히 바꿔주리라 믿는다. 1889년 1월 30일 아침, 빈에서 남서쪽으로 24km 떨어진 황실 사냥용 별장 마이얼링에서 당시 31세였던 황태자 루돌프와 18세 마리 폰 베체라의 시신이 함께 발견되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 '마이얼링 사건'은 여전히 많은 의문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감수성 짙었던 한 나라의 황태자와 정열적이었던 젊은 여인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황태자 루돌프(위 왼쪽)와 마리 베체라(위 오른쪽)'마이얼링 사건'을 소재로 한 뮤지컬 (아래)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와 황후 엘리자벳의 유일한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는 공무로 바쁜 아버지, 언제나 여행 중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외롭고 엄격하게 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 사상으로 인해 율리우스 펠릭스라는 가명으로 진보 신문에 제국주의 및 황실 비난 글을 기고하기도 하는데, 이는 황제인 아버지와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애정 없는 정략 결혼은 평소 우울했던 루돌프의 성격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데, 이때 사촌 라리쉬 백작 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작의 딸 마리아 폰 베체라는 그에게 적잖은 부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프란츠는 아들에게 마리와의 관계를 끊기를 요구하고 이후 루돌프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는 더해져 결국 동반 자살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죽은 후 루돌프와 마리를 만나게 해준 라리쉬 부인은 영원히 황궁 출입을 금지 당했다. 소설 의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46년 자신이 번역한 작품의 교정 의뢰 차 진보문학잡지의 편집자 올가 이빈스카야를 만나게 된다. 당시 56세로 이미 두 번의 결혼을 한 파스테르나크와 두 번이나 남편을 잃은 34세 미망인 올가 이빈스카야는 첫 눈에 서로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는데, 이빈스카야는 자신의 친구에게 "그와의 첫 만남은 마치 신을 영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 소설 는 곧 이들을 시련으로 몰아넣었다. 러시아 혁명, 내전 전후의 급변하는 시대상을 거침없이 소설 속에 투영했던 파스테르나크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탈린 정부는 파스테르나크에게 스파이 누명을 씌워 그의 연인 이빈스카야를 감옥에 가두었기 때문. 이빈스카야의 체포를 지켜보던 파스테르나크는 "이것은 죽음이다. 아니, 그보다 더 못하다."며 울부짖었으며 "나의 생존과 안전은 오로지 이빈스카야의 영웅적 인내심 덕분이었다."고 훗날 회고하기도 했다. 올가 이반스카야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옥중에서 유산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연인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빈스카야는 4년 후 풀려난 직후 곧바로 파스테르나크 집 근처에 머물며 1960년 그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연인이자 문학적 동반자, 조력자로 파스테르나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속 여주인공 라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이빈스카야는 파스테르나크가 사망 후 3개월 만에 다시 체포,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4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처음 간 곳 역시 파스테르나크의 무덤이었다고 한다. 인도의 대표적인 이슬람 건축물인 타지마할은 인도 무굴 제국 5대 황제인 샤 자한이 자신의 아내 아르주만드 바누 베굼을 기리기 위해 지은 궁전 형식의 묘지다. 인도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두 번째 아내 아르주만드 바누 베굼을 극진히 사랑한 샤 자한은 그녀에게 '황궁의 보석'이라는 뜻의 뭄타즈 마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19년 간 14명의 자녀를 낳은 뭄타즈 마할은, 14번째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샤 자한은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무덤을 짓는데 그것이 바로 타지마할이다.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자 등 2만 명이 동원되어 1631년부터 1653년까지 무려 22년간 지은 타지마할은 순백의 대리석을 기본으로 수많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찬란한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와 같은 건축물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참여자의 손을 다 잘랐다는 풍문이 전해지기도. 샤 자한은 타지마할과 마주보는 자리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묘도 지으려 했으나 이미 타지마할 공사로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자신의 아들이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박탈당하게 되어 이는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타지마할 지하에 이들 부부가 나란히 누워있다. '요코와 내가 만나기 전에 우리는 반쪽짜리 인간이었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 사랑조차 우리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 올 수 없다.' 일부 팬들은 그녀가 비틀즈 해체에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이라 일부 팬들이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연인 그 이상의 정신적, 예술적 동반자이자 서로의 일부였음이 분명하다. 1966년 11월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가 강렬한 운명임을 직감한 이들은 각자 가정이 있었지만 3년 후 결혼에 이른다. 훗날 요코가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된다.'고 남긴 것처럼 이들은 결혼과 동시에 남다른 평화 운동과 전위 예술, 싱글 발매 등을 통해 예술동지로서 영감을 교류하고 함께 실천해 나갔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지 표지 사진을 위해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사진.존 레논에게 요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존 레논이 취한 포즈다.이와 함께 존 레논이 남긴 말도 유명하다. "이것이 내가 요코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하지만 존 레논은 1980년 12월 뉴욕에서 마크 채프먼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되는데, 요코는 이를 기억하며 "그의 죽음은 가끔은 꿈만 같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냥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다녀간 이후 내 삶이 모두 변했고, 존은 나를 감싸는 커다란 우산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를 향한 감정이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한다. * 번외 여기 찬란한 사랑에 대한 번외편을 준비해보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놀라운 사랑도 결국 변하고야 마는 씁쓸한 모습과, 현실은 아니지만 한 시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영화 속 사랑을 더해본다. 영국의 왕 헨리 8세는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단골 인물이기도 하다. 6명의 왕비와 결혼하였으나 그들과의 시작, 과정, 결말이 막장드라마 못지 않은 사랑과 배신, 불륜, 죽음 등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아내 캐서린 사이에서 아들을 얻지 못한 헨리 8세는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볼린과 결혼하기 위해 당시 이혼을 반대하던 국교 카톨릭과 과감히 갈라서고 성공회를 새로운 국교로 공표하기에 이른다. 훗날 '사랑을 위해 종교도 바꾼 남자'이자 과감한 행동력을 지닌 로맨티스트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약 1천일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앤 볼린이 훗날 엘리자베스 1세가 되는 딸 하나만을 낳은 후 사내 아이를 임신 15주 만에 유산하자 화가 난 헨리 8세가 "신이 사내 아이를 주시지 않을게 분명해"라고 외치며 그녀에게 이혼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혼을 거부한 '천일의 앤'은 결국 간통, 반역 혐의를 쓰고 처형당하고, 그녀가 죽은 후 11일 째 되던 날 헨리 8세는 이미 호감을 갖고 있었던 앤의 시녀 제인 시모어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90년대 한국 영화계를 휩쓴 것은 단연 홍콩 영화, 그 중에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청춘들의 거칠고 아픈 사랑을 표현한 는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의 원제는 으로 '하늘도 정이 있다면'이라는 뜻이다. 하늘도 정이 있다면 이들의 사랑을 하늘에서나마 이어줄 것이라는 믿음의 의미가 아닐까. 뒷골목 건달인 아화(유덕화)는 보석상을 털다 경찰에 쫓기던 중 길가던 부잣집 딸 죠죠(오천련)를 인질로 붙잡아 위기를 모면한다. 건달 일행들이 조조를 제거할 것을 명하지만 그녀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고, 죠죠 역시 다음날 범인을 찾는 경찰들에게 아화의 존재를 숨긴다. 이렇게 거칠고 불안한 사랑이 시작되지만 결국 이들은 피할 수 없는 이별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최후의 순간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홍콩 밤 도로를 질주하며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한 교회 앞에서 결혼을 맹세하는 장면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홍콩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젊은 날의 유덕화와 순순한 매력의 오천련의 모습을 만나보는 기쁨도 크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10.24 / 조회 2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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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루돌프> "더 깊은 사랑 만나세요"
자신에게 주어진 황태자의 길에서 벗어나, 개혁과 진정한 사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루돌프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가 재연 무대의 막을 올렸다. 정식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는 의 주요 장면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초연을 했던 2012년에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무대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현장이었다. 는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우리에게 뮤지컬 으로 유명한 엘리자벳 황후의 유일한 아들인 루돌프를 주인공으로 한다. 세기의 비극적 로맨스로 꼽히는 '마이얼링 사건'이 모티브로, 그가 사랑했지만 왕실의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마리 배체라와의 사랑이 아름답고 절절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초연 당시 큰 흥행을 거두었으며 올해 무대에서도 안재욱, 임태경, 김보경 등 초연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우들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특히 안재욱은 서울 초연을 마친 후인 2013년 2월 갑작스레 찾아온 지주막하출혈로 대수술을 받아 많은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었다. 성공적인 수술과 함께 충분한 회복 후 다시 이번 무대에 선 안재욱의 감회가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재욱은 "는 알고 있는 작품 중 놓치고 싶지 않은, 손꼽는 작품"이라고 말하면서 "제작사가 날 내치지 않는 한 계속 찾아가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착을 표했다. 또한 "누구보다 앵콜 공연을 기다렸었고, 건강한 모습으로 땀 흘리고 노력하는 모습을 관객들 눈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작품에 담긴 그만의 남다른 의미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번 재연에서는 새로운 황태자, 가수 팀도 만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루돌프 역을 맡은 배우에 대해 "안재욱은 19세기 황태자와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시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이야기했고, 임태경은 "왕자, 귀족의 느낌이 몸에 배어 있어 보는 이에게 믿음을 준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황태자 팀은 "루돌프의 깊은 감성을 가진 캐릭터"라고 칭하면서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하는 순수함을 잘 표현한다."고 칭찬했다. "연출이 내게 다시 출연하지 않으면 저주할 거라고 했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이야기한 임태경은 "초연과 같은 작품이나 더욱 깊은 정서로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여지없이 나타내었다. "이번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며 관객들을 향한 귀여운 경고도 잊지 않았다. 루돌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마리 베체라 역에는 최현주, 김보경, 안시하가 열연할 예정이며, 권력욕이 강한 타페 수상 역의 최민철, 김성민이 선사하는 강렬한 카리스마 역시 초연 당시 많은 관객들이 환호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미롭고 격정적인 음악 또한 의 매력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는 내년 1월 4일까지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13 / 조회 16,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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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는 사랑, <황태자 루돌프> 임태경 & 최현주
지금껏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마이얼링’ 사건을 담은 뮤지컬 가 국내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다 연인 마리와 함께 자결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의 삶을 담은 이 작품은 이미 2012년 초연에서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찬사를 받은 임태경과 그간 등에서 고음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미성으로 인상을 남긴 최현주가 이 작품에서 연인으로 만나게 됐다. 수년 전 우연한 계기로 팝페라 가수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대학생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두 사람은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련한 감성을 이번 겨울,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로 풀어낼 계획이다.Q 두 사람이 같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임태경: 맞다. 작품을 같이 하는 건 처음이다. 예전에 음악회 같은 곳에서 한번 같이 무대에 선 적은 있다. Q 함께 연습하면서 서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최현주: 주위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정말 루돌프라는 역할에 딱 맞게 평소에도 왕자님 같은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같이 얘기하고 밥 먹는 시간엔 또 다른 편안한 모습이 보인다. 그런 반전의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다. 오빠가 지방공연을 하면서 연습에 참여하느라 무척 바빴는데도 디렉팅이 없을 때는 연습실 옆에 있는 다른 방에 가서 나와 대사를 맞춰주셨다. 임태경: 현주 씨는 마리와 되게 잘 어울린다. 처음엔 솔직히 염려를 좀 했다. 그래서 캐스팅 담당자에게 최현주라는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굉장히 착하고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하더라. 그런 배우가 있었나, 하고 봤더니 정말 되게 사랑스럽더라. 극중 마리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신세대 여성인데, 현주씨는 그보다 더 사랑스럽다. 그래서 자칫 마리와 안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연습해보니 온화하면서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마리로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현주씨가 동료 배우와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도 알 것 같다. 나는 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주제 넘게 이것저것 도와주려고 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잘 따라와주고 있다. 최현주: 구박도 한다(웃음). 극중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워낙 못 타서 스케이트 신는 법부터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이 정도면 같이 맞춰봐도 되겠다 싶어서 오빠랑 같이 장면 연습을 해보자고 했더니 내가 타는 걸 보고 연출부에게 ‘마리 특훈!’ 하시더라. 임태경: 지금은 많이 늘었다. 어제 처음으로 런쓰루를 같이 돌았는데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더라. Q 임태경 씨는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인데, 혹시 초연 때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임태경: 한둘이 아니다. 는 네 번 공연하면서도 할 때마다 늘 아쉬웠으니까. 근데 아쉬웠던 걸 딱히 꼽는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지난 2년 동안 내가 연기적으로 좀 더 나아진 것 같다. 그래서 루돌프의 섬세한 정서를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해본 역할이기 때문에 다시 하면 예전처럼 몸이 움직여질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때 모르고 흘려 보냈던 디테일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 그래서 내 스스로는 연기자로서 좀 더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Q 이번 공연에서 바뀌는 것들은 무엇인가. 임태경: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동선 정도가 살짝 바뀐다. 제일 크게 바뀌는 것은 출연진이다. 주조연 배우들 중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작품의 색깔 자체가 달라질 것 같다. 그리고 무대 세트도 보강된다. 전체적으로 초연보다 좀 더 견고하고 탄탄한 시스템 속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의 루돌프는 엘리자벳 여왕과 요제프 황제 밑에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진보적인 정치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임태경: 불우하고 어두운 유년기를 보낸 만큼 더욱 세상을 바꾸고 싶고 깨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줄리어스 팰릭스라는 필명으로 신문에 기고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황태자라는 입장에서, 또 아버지 요제프 황제 아래서는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거다. 또 주위에서 진보적인 정치를 하자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너무 큰 변화여서 망설이기도 했고. 그러다가 마리라는 인물을 사랑하게 되면서 행동에 나서게 된다. 한 순간 바뀌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뜻과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감히 펼치지 못하고 있다가 마리라는 우아하고 예리한 신여성을 만나면서 달라지는 거다. 사랑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물론 그만큼 또 다른 갈등도 생겼을 것이다. 정치적인 뜻을 펼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마리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자신을 극한으로 내모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Q 마리의 동기도 궁금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마리는 어떻게 혁명가를 동경하게 됐을까. 최현주: 마리는 완전히 하층민은 아니다. 몰락한 귀족가문 출신인데, 그래서 새로운 사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복한 환경에서만 자랐다면 그런 생각을 못 했을 것 같다. 신분이 같은데도 훨씬 부유한 귀족들을 보면서 괴리감을 느끼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진보적인 사상을 많이 접하게 되고, 정치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마리가 루돌프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가 왕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마리는 왕자라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지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존경해온 줄리어스 팰릭스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푹 빠지는 거다. 루돌프가 마리에게 끌렸던 것은 두 사람이 품은 이상이 같아서이기도 하지만, 마리가 어려서이기도 한 것 같다. 단지 나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극중 루돌프가 ‘마리, 너는 너무 어리고 무모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만큼 마리는 어리는 어려서 가질 수 있는, 앞뒤 재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를 갖고 있다. 루돌프가 그런 모습에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무모함이지만, 그만큼 순수한 용기이기도 하니까. 임태경: 그런데 사실 어떤 조건이나 모습, 성격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국 연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 운명 때문인 것 같다. 마리가 루돌프의 어떤 특별한 면에 빠졌다기보다는 그냥 그에게 끌렸는데 그리고 나서 보니 자기가 좋아했던 사상가였던 것이고, 루돌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전혀 좋아할 법한 여자가 아닌데도 왠지 자꾸만 끌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거다. 의 큰 메시지가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이지 않나. 그만큼 어떤 조건이나 이유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함께하게 되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최현주: 마리가 루돌프에게 ‘죽음을 넘어 하나되리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정치적 배경을 다 떠나서 그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 Q 최현주 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운명적인 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던데. 최현주: 처음엔 정말 감이 안 왔다.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이 사람이 내 운명이야’라고 느껴본 적은 아직 없다. 그래서 솔직히 아직 잘은 모르지만, 연습하면서 ‘아, 이럴 수도 잇겠구나’ 하는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Q 임태경 씨는 운명적인 사랑을 느껴본 적이 있나. 임태경: 나는 해본 것 같다. Q 그럼 표현하기가 좀 더 쉽겠다. 임태경: 겪어본 일이라고 해서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건 또 다른 문제 같다. 쉽다기보다는 도움 받을 수 있는 거리가 하나 더 있다는 것뿐, 연기는 또 다른 문제다. 그래도 배우라면 한번은 그런 경험을 꼭 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겪어봤다고 해서 연기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 선배님들이 좋은 경험을 다양하게 많이 해보라고 하시는지를 알 것 같다. 현주 씨가 운명적인 사랑을 아직 못해봤다고 얘기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 정서를 현주씨도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겸손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자신의 경험 안에서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을 만한 범위 안에 마리의 사랑도 있을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도 우리가 살면서 해왔던 사랑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최현주: 운명적 사랑이든 평범한 사랑이든 어쨌든 같이 연기하는 것인데, 상대배우에게서 받는 에너지도 참 크다. 오빠랑 런쓰루를 같이 해봤는데 눈빛으로 나를 많이 끌어주신다. 안 나오는 감정도 많이 나올 만큼(웃음).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그냥 바라봐주는 눈빛만으로도 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직 연습도 2주 남아 있지만, 공연을 하면서도 더 나아질 것 같다. Q 최현주의 마리는 다른 두 배우들이 표현하는 마리와 어떻게 다른가. 임태경: 김보경의 마리는 지난 번에도 같이 해봤지만, 깜찍하고 상큼하다. 안시하의 마리는 믿음직스럽고 신뢰가 간다. 좀 더 심지가 굳고 강단 있어 보인다. 그리고 현주 씨의 마리는 굉장히 여성스럽다. 어떤 남자에게든 충분히 사랑을 받을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여성스럽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물론 세 명의 마리가 다 강단 있는 마리이지만, 그 위에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랄까. 김보경 마리가 노란색 원피스라면 안시하의 마리는 검은 정장, 최현주의 마리는 드레스. Q 그렇다면 세 사람의 루돌프는. 최현주: 재욱 오빠의 루돌프는 똑똑한 느낌이다. 책을 많이 읽었을 것 같다. 팀의 루돌프는 보호본능과 모성애를 일으키는, 유약한 느낌이 강조된 루돌프다. 태경 오빠는 완전 로맨틱하다(웃음). 일단 목소리부터 그렇지 않나. 노래를 들을 때도, 같이 연기를 할 때도 정말 로맨틱하다. 그게 느끼한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외모보다는 목소리에서 많은 인상을 받는데, 오빠의 목소리는 굉장히 따뜻해서 좋다. 그 따뜻함이 루돌프에게 달콤하게 묻어난다. Q 임태경의 루돌프와 최현주의 마리가 어떻게 어울릴지도 궁금하다. 임태경: 아직도 생각난다. 첫 런쓰루를 마치고 현주 씨가 와서 ‘오빠, 대표님이 생각보다 저랑 오빠랑 잘 어울린대요’하고 자랑하듯 얘기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웃음). 최현주: 대표님이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놀랐다고 하시더라. 오빠야 워낙 잘 하시지만 내가 잘 했을 리는 없다. 처음이라 정신도 없고 헷갈리는 것도 많은데 감정연기를 해봐야 얼마나 했겠나. 그래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리 선남선녀가 같이 연기를 해도 안 어울릴 수 있는데, 어쨌든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함께 했을 때 뭔가 그림이 나온다는 거니까. 사실은 오빠가 다 이끌어준 거지만(웃음). 임태경: 안재욱, 팀, 임태경 세 명도 굉장히 다르고 최현주, 김보경, 안시하도 굉장히 다르다. 또 그 배우들이 서로 만났을 때 주는 느낌도 다 달라서, 어떤 페어로 공연을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 될 것 같다. Q 는 음악이 특히 아름다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넘버를 가장 좋아하나. 임태경: ‘사랑이야’를 제일 좋아한다. 또 루돌프가 ‘내일로 가는 계단’을 부른 다음에 라리쉬 백작부인이 부르는 ‘마지막 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곡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최현주: ‘사랑이야’를 가장 먼저 접했고 또 많이 좋아했다. 요즘은 루돌프가 부르는 ‘평범한 남자’라는 곡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 곡만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짠하다. 극중 상황 자체가 일단 너무 안타깝고, 폭풍같이 감정을 쏟아내는 곡은 아닌데 그 안에서 마음을 흔드는 물결이 있다. Q 두 사람 모두 음악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에 뮤지컬 배우가 됐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거듭해왔을 텐데 어떤가. 임태경: 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했지만 조금씩 깨닫는 것들이 생기면서 하면 할수록 어렵고, 또 굉장히 재미있다. 연기는 서서히 느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크게 발전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원래 학습은 계단식으로 이뤄진다고 하지 않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계속 고민하고 애를 쓰는데, 그 상태로 계속 가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를 치는 듯한 깨달음이 오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연기를 하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가 처해있는 상황을 진실하게 가슴에 담아 보여주느냐, 아니면 가짜로 비슷한 정서를 모조품처럼 만들어서 보여주느냐, 그 지점에서 ‘연기를 하되 하지 않는’ 것이 갈리는 것 같다. 배우들에게는 그게 무엇인지 딱 감이 오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최현주: 일본에서 뮤지컬에 데뷔해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처음엔 연기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 했던 작품도 송쓰루 뮤지컬이었고. 그런데 계속 무대에 서보니 상대 배우에 따라서 나한테 전해져 오는 느낌이나 에너지가 다르더라.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연기의 호흡이구나, 싶었다. 거기서부터 연기에 대한 개념이 생겼고, 그냥 노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래도 연기의 일환으로 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겼다. 지금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며 작품에 접근을 하고 있다. 특히 는 다른 뮤지컬들보다 드라마가 더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나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지만, 오빠에게 도움을 받는 것들이 많다. 물론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가겠지만, 공연을 하면서 그 이후로도 계속 변화해갈 것 같다. Q 최현주 씨는 올해 홍익대 대학원 뮤지컬학과에 진학했다고. 첫 학기에 올 A+를 받았다고 들었다. 최현주: 실제 무대에서 접했던 것을 이론적으로 배워보니 ‘아, 내가 했던 게 이거구나’하고 현장과 이론을 접목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수업을 듣는다고 내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품게 된다. 그래서 열심히 다녔더니 점수가 좋았던 것 뿐이다(웃음). 근데 지금은 매일 밤까지 연습 중이라 이번 학기에는 한 번도 학교를 못 갔다. Q 임태경 씨는 1년 전 인터뷰에서 여유가 생기면 카레이싱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임태경: 주중엔 를 연습하고 주말엔 지방공연을 하느라 바빴다. 앨범준비도 했고. 근데 그 와중에 한 번 카레이싱을 했다. 경기장에서 공연이 있어서 그곳에 갔다가 공연 끝난 후에 그쪽에서 배려를 해줘서 한번 트랙을 돌아봤다. 스포츠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 동안 스키도 타보고 레이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주변에서 내가 타는 걸 보더니 빨리 팀에 들어오라고 하더라(웃음). 최현주: 오빠를 처음 봤을 때는 스마트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안 해본 운동이 없더라. 내면에 굉장히 뭔가가 많은 것 같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웃겨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서 재미있는 사람.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4.09.29 / 조회 2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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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개! 숨죽여 집중하고 폭발하듯 박수가… <황태자 루돌프> 연습현장
공연 연습실에는 실제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몰입과 감정, 감동의 기운이 분명히 있다. 특히 대극장 공연 연습실은 각종 소품들과 뼈대를 드러낸 무대 장치들, 이곳 저곳에서 음악, 의상, 안무 등을 끊임없이 논의하는 제작진들과 그들의 컴퓨터, 그리고 두꺼운 대본과 그보다 더 많은 자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어수선한 듯 하지만, 마이크 없이 '리얼 라이브'로 울려 퍼지는 배우들의 목소리,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들, 한 공간 안에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시에 숨죽여 집중하는 놀라운 광경들로 작품이 주는 감동 그 이상의 감격이 넘실대곤 한다. 9월 25일 저녁에 찾은 의 연습실 풍경 역시 긴장과 이완, 감동과 박수가 한데 어울려 더욱 본 공연을 고대하게 만들고 있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런쓰루(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와 같이 이어나가는 연습)가 한창으로, 배우들의 컨디션 조절 및 공연 상황 적응을 위해 실제 공연 시간에 맞춰 평일엔 늦은 저녁에, 주말엔 낮과 저녁에 전체 연습이 진행 중이었다.뮤지컬 에 등장하는 자유를 꿈꾸던 아름다운 여인 엘리자벳, 그녀의 아들인 루돌프를 주인공으로 하는 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실화 '마이얼링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서서히 몰락하는 제국주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개혁의 바람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쉽게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었던 황태자 루돌프의 고뇌가 작품 전반에 넘실대는 가운데, 루돌프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마리 베체라와의 권총 동반 자살 사건은 를 더욱 비극적이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완성시킨다. 2012년 한국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무대에서는 초연을 뜨겁게 달궜던 안재욱과 임태경이 다시 한번 비운의 황태자 루돌프로 나서 깊은 감성 몰이를 시작하고 있으며,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팀이 합류해 색다른 황태자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루돌프와 깊은 사랑에 빠지는, 가난하지만 신념이 있는 여인 마리 베체라 역의 최현주, 김보경, 안시하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으며,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루돌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타페 수상 역의 최민철, 김성민이 보이는 날카로운 카리스마 역시 작품의 긴장감을 더하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넘버들도 과거 가 큰 사랑을 받았던 한 요인이다. 이날 연습에서도 루돌프 역을 맡은 안재욱과 마리 역의 안시하가 서로에 대해 사랑을 느끼는 '알 수 없는 그곳으로'를 부를 때나, 안재욱이 평화와 진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신념을 굳세게 다짐하는 '알 수 없는 길'을 외친 후에는 여지없이 스텝들과 배우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초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꼽혔던 '스케이트 신'에서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자유자재로 무대 위를 휘젓는 앙상블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으며, "한 번도 안 타본 사람 맞아요?"라고 애드립을 치는 마리 안시하의 물음에 "2년 전에 타봤어요."라고 말하며 초연 배우로서의 넉살로 응수한 안재욱 때문에 한껏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국 초연 뿐 아니라 등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탄탄한 무대를 선사해 온 로버트 요한슨이 다시 한번 연출로 나서고 있으며,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천정훈 음악감독, 안무가 서병구 등 쟁쟁한 제작진들이 한데 모인 것도 화제다. 이들이 빚어내는 황태자의 가슴 시린 사랑과 운명, 는 오는 10월 11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9.26 / 조회 2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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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감동에 한국 무대만의 새로움 더해져' <태양왕> 미리보기
2005년 프랑스 초연한 뮤지컬 이 오는 4월 한국 관객과 만난다. '태양왕'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주인공으로, 그의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세 명의 여인들과의 관계와 함께 그가 절대 권력을 구축해가는 모습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70만 명의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며 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고 있으며,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OST 역시 국내에서도 작품이 소개되기 이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 오는 4월 국내 초연을 기대하는 마음은 더욱 커진다. 그리하여 준비한 미리보기 시간. 거대한 무대를 십분 즐기기 위한 몇 가지 사전 정보 유출(?)로 궁금증을 조금 해소하는 동시에 또 다른 기대감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원작의 감동에 한국 무대만의 새로움이 더해졌다는 예고다. ◎ Story - 루이 14세, 한 남자의 성장기 이번 은 대본과 음악을 라이선스로 계약했지만 대본의 3~40%가 각색 과정에서 수정, 보완되었다고 한다. 이리하여 한국의 은 혼돈의 세상, 나약했던 인물이 점차 제자리를 잡아 성장해 가는 과정에 더욱 집중할 예정. 사랑과 권력을 모두 잃은 채 이름만 왕이었던 한 소년에서 점차 왕권을 회복해 강력하게 구축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지 않는 한 남자로 성장하는 루이 14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자국민들은 루이 14세와 그가 통치하던 시대적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는 까닭에, 원작에서 장면 변화에 따른 사건 전개가 세밀하지 않은 점을 더욱 보완했다는 박인선 연출은, 장면의 간극을 메우며 드라마를 유기적으로 전개하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 Character - 러브스토리를 뛰어넘는 여인들 루이 14세 일생에 기억될 만한 세 여인 마리 만치니, 퐁테스팡 부인, 프랑소와즈가 단순히 세 가지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루이 14세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작용한다. 먼저 순수한 사랑을 나누었지만 외부의 압력에 결실을 맺지 못하는 마리와의 사랑을 통해 루이는 강력한 왕이자 남자가 되기를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또 강력한 왕권을 획득하여 치세를 이어가지만 민심을 외면한 채 사치와 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엔 퐁테스팡 부인이 곁에 있었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지혜롭고 현명한 프랑소와즈의 만남을 통해 불안했던 자신의 정신 세계를 다스리며 진정한 사랑과 평화를 이뤄내는 루이 14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전개가 곧 의 기승전결로 작용하게 될 예정. 루이 14세의 세 여인- 마리, 몽테스팡 부인, 프랑소와즈(윗줄 왼쪽부터)루이 14세의 충직한 동반자 보포르 공작(아래줄)( 연습장면)- 더욱 악랄해진 추기경, 루이의 충직한 동반자 보포르 공작 야욕을 품은 마자랭 추기경은 원작에서보다 더욱 악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히 1막에서 마자랭 추기경은 자신의 조카인 마리와 루이 14세가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 차이를 들어 이들의 사랑을 반대하며 루이 14세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한다. 원작에서는 마자랭 추기경에 의해 마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처리되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더욱 끔찍한 방법으로 마리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예정. 또한 2막에서도 몽테스팡 부인을 루이에게 일부러 소개하고 그녀를 통해 왕을 조정하고 정권을 장악하려는 마자랭 추기경의 음계가 더욱 살아나며 이후 그의 몰락도 처절하게 펼쳐진다. 안느의 섭정으로 혼란스러워진 프랑스 정세를 안타까워하며 시민군 반란을 주도하는 루이 14세의 사촌 보포르 공작. 원작에서는 루이 14세가 왕이 된 후 그가 애초의 기대와 달리 사치스러운 생활로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보포르 공작이 실망하는 모습이 보이나,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 14세의 충직한 신하로 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의리파 사나이로 활약한다. 간계에 휘말려 철가면을 쓰는 가혹한 벌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한 나라와 왕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보포르 공작의 모습 또한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 ◎ Stage -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 등장 원작에서 만날 수 없었던, 당시 프랑스의 문화와 건축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장면 구성 및 표현 장치로서의 기능을 높이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프랑소와즈가 점쟁이에게 자신이 왕의 여인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부르는 노래 '나는 그의 것' 장면에서는 프랑스 살롱 무대가 펼쳐지며, 루이 14세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그를 유혹하는 몽테스팡 부인이 '손짓만으로'를 부를 때는 가운데 거대한 새장세트가 등장하며 그 주변을 거대한 석상들이 장식해 감각적인 무대가 연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프랑소와즈가 루이 14세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인생이 간다' 장면에선 화려한 베르사이유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완공되어가는 베르사이유 궁전(왼쪽)과 완공 후의 모습(오른쪽)◎ Choreography - 100% 창작이다! 서커스 방불케 하는 애크러배틱과 다양한 장르 활용 등 창작 뮤지컬의 안무를 주로 맡아온 안무가 정도영은 이번 을 두고 "거의 100% 창작 안무라 라이선스 작품이라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기본 안무 동작은 무척 좋지만 드라마와 맞는 안무를 고안하게 되었다고. 18명의 댄서들과 애크러배틱을 담당하는 6명의 전문 댄서들을 포함해 24명의 무용수들이 원작보다 전체적으로 더욱 역동적인 안무들을 구사해 무대를 채운다. 거대한 투명 풍선 안에 들어가 달리며 추는 춤 등 원작의 명장면들이 빠지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변형, 창조된 안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애크러배틱들. 높게 세워진 봉을 활용해 무용수가 오르고 내리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는 봉춤, 천정에 매달린 후프에 몸을 싣고 기예를 펼치거나 천정에서부터 바닥으로 떨어진 거대한 천을 온 몸에 감고 또 풀며 펼치는 에어리어 실크 안무 등은 한국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이 될 것이다. 에 등장할 다양한 안무들또한 장면을 십분 살려 스토리 전달에 힘을 쏟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안무가 활용된 것도 특징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루이와 마리의 모습을 담은 '거울의 방'에선 마음의 경계가 무너진 이들의 상태를 서정적인 2인무로 펼쳐내며, 전투에서 부상당한 루이로 인해 필립이 왕위계승을 강요당하는 '누구의 잘못인가' 장면에서는 필립이 팝핀을 통해 왕이 되길 거부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억압에서 필립을 구출하려는 그의 친구들과 귀족들의 줄다리 장면도 이색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마리의 죽음을 계기로 강력한 군주가 되고자 결심하는 루이의 모습이 담긴 '왕이 되리라' 장면에선 현대 재즈 스타일의 군무가, 모든 것이 질서를 찾아가는 프랑스의 모습을 그린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창작 발레와 라틴아메리카댄스 중 하나인 파소도블레가 활용되며 '허영의 베르사이유' 장면에선 아이리쉬 댄스를 바탕으로 한 애크러배틱도 만나볼 수 있다. ◎ Music & Costume - 세련된 편곡, 한 땀 한 땀 수 놓은 화려한 의상 음악이 쉼 없이 이어지며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에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송 쓰루 뮤지컬 . 루이 14세의 일대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음악이 고전적일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이다. 강렬한 록을 비롯,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을 더욱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무대로 바꾸어 흡사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원곡의 장점을 십분 드러내는 세련된 편곡을 바탕으로 한국 공연에서는 다양한 사운드를 담은 멀티 트랙과 함께 11명의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패션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패션 산업에 큰 바람을 몰고 온 루이 14세와 그의 통치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다채롭고 화려한 의상은 필수가 될 것이다. 약 360여 벌의 무대 의상이 준비되었으며 의상에 따른 모자, 장갑, 신발 등까지 합하면 약 1,000개가 넘는 의상이 제작된 셈이다. 실크, 자가드,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 한 땀 한 땀 수공예 바느질로 완성된 의상이기에 프랑스 초연 보다 더 많은 의상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사치와 향락을 즐겼던 루이 14세가 총 15벌의 의상을 갈아 입어 작품 속 가장 많이 의상 체인지를 하는 역할로 분하기도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주)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4.03.24 / 조회 2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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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최고 흥행 확신한다” 첫 스타트 끊은 <태양왕>
프랑스 절대왕권의 상징인 루이 14세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의 국내 초연이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2006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후 170만 명이 넘는 유럽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안재욱·신성록·김소현 등의 출연아래 오는 4월 10일 국내 첫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 5일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는 의 전 배우와 제작진이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 인사하는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의 도브 아티(Dove Atti)와 알버트 코엔(Albert Cohen) 콤비가 제작한 은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마스트엔터테인먼트가 손을 맞잡으며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이날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공연 계약이 성사된 후 큰 고민에 빠졌다. 무대·음악 등 도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라며 배우들에게 "에 승선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는 배우들을 향해 "어려운 오디션을 거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공연의 오디션에는 총 1500명의 지원자가 참가해 경합을 벌였다고. 엄 대표는 "안무·음악·의상 등을 맡은 스텝들이 오디션이 열리기 4개월 전부터 고생하며 공연을 준비해왔다. 여러분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스텝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은 올해 상반기에 가장 흥행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많이 도와달라"고 청했다. (왼쪽부터) 엄홍현, 김용관배우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먼저 2012년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안재욱이 "제가 그간 좀 아팠는데, 수술한지 오늘이 딱 1년째 되는 날이라 감회가 새롭다. 긴장되고 부담도 되지만 열심히 땀 흘리며 해보겠다"고 말했고, 그와 함께 루이 14세 역에 캐스팅된 신성록과 루이 14세의 마지막 사랑 프랑소와즈 역을 맡은 김소현·윤공주, 루이 14세의 동생 필립 역을 맡은 김승대·정원영 등이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 많이 도와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재은과 함께 루이 14세의 첫사랑 마리 만치니로 분할 임혜영은 "무엇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로 도와주며 좋은 관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훈훈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상견례 다음으로는 의상 및 가발 제작을 위한 준비작업이 이어졌다. 의상과 가발을 담당하는 스텝들은 분주히 손을 놀려 배우들의 머리 둘레와 신체 치수를 재고 기록했다. 총 300여벌로 구성되는 의 의상은 화려했던 17세기 베르사유 궁전의 풍경을 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엄홍현 대표는 "은 유럽 뮤지컬 중 의상이 가장 많고 화려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에 이어 이번 공연을 이끌게 된 박인선 연출은 이날도 현지 제작자 중 한 명인 프랑소와 슈케(Francois Chouquet)와 의견을 나누며 꼼꼼히 대본을 살폈다. 그는 "원작이 가진 정서를 최대한 살리되 한국적 정서에 맞게 드라마적인 부분을 수정·보완했다. 앞으로도 연습과정에서 배우들과 함께 논의하며 일부 수정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박인선 연출을 비롯해 원미솔 음악감독, 정도영 안무가,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한정임 의상디자이너 등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공연은 4월 10일부터 6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2.06 / 조회 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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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윤공주 "난 아날로그적인 배우, 그런 내가 좋다"
뮤지컬계에서 ‘꾸준한’ 배우, 그것도 주연급으로 10여 년 이상 한결같이 무대에 서온 배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 가운데 배우 윤공주가 있다. 2003년 앙상블을 시작으로 그리고 현재 , 까지, 그녀는 놀랍도록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지금 에서 가슴아픈 사랑을 간직한 여인 '메르세데스'로 분한 윤공주를 만났다.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난다. 더 예뻐진 거 같은데. 그런가?(웃음) 사실 요즘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주에 많이 아팠기 때문에. 그런데 아픈 날 공연을 제일 잘했다. 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인다. 밝은 분위기가 강한 배우라 새삼 놀랐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어렸을 땐 여러 역할을 해왔는데도 밝은 역할만 기억해 주시는 게 싫었다. 그런데 그게 욕심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걸 부정하기 보단 받아들이고 더 표현하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역경이 많고 감정 소모도 큰 역할이다. 힘든 점은 없나.나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감정이 소모되지 않는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벼워도 내 감정을 다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으면 배우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 역할 맡고 연습할 때, 날 처음 본 사람들이 되게 얌전하고 내성적인 줄 알았다고 한다. 원래 장난도 많고 활발한데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었나 보다. 후반부엔 중년의 메르세데스를 연기하는데, 특히 신경 쓴 점은 없나. 중년의 여인을 표현하는 건 테크닉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8년이 흐른 뒤 엄마의 말투는 조금 낮고 느리게 표현한다든지. 하지만 그런 기술에 초점을 두지 않고 상황 자체를 이해하려고 한다. 캐릭터의 상황과 상대 배우와의 관계를 이해하면 당연히 말투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람들이 어렵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초연 때 워낙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이 역할을 해서 걱정이었다. 특히 음악이 정말 좋은데 내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오랜만에 더 열심히 했다. 메르세데스에 대한 이해라면, 극 중 몬데고를 향한 마음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18년 동안 그녀의 남편 아니었나. 메르세데스가 몬데고를 선택한 건 순전히 아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약한 여자였다면 같이 죽었겠지만, 강한 여자였기 때문에 아이를 지키려고 그를 받아들였다.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힘든 것 같다. 그저 몬테크리스토를 향한 사랑 하나밖에 없다. 그럼 연기한 캐릭터 중 이건 아닌데, 했던 캐릭터는 없었나. 있다. 의 록시. 이해가 안 됐다. 간통을 하고 사람을 죽였는데 스타가 되겠다고 하니, 저런 여자가 싫은 거다. 공연 자체는 재미있게 했지만 공감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힘들었던 공연은 의 알돈자였다. 2007년 그 역할을 맡았을 땐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열정만 넘쳤던 것 같다. 그땐 나이도 어려서, 정말 어린 아이가 애쓴 거였다. 무척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서 이보다 더 어려운 건 없겠구나 싶었다. 엔 키스 씬이 특히 많다. 이게 모르는 사람과 만나면 차라리 괜찮은데, 엄기준 오빠는 2004년부터 알아온 친한 분이다. 오빠도 나와 키스는 가족과 하는 느낌일 거다. 최근 지인이 공연을 보고 오빠에게 “가족 같은 동생과 키스 어땠냐고’ 했더니 ‘아휴 몰라, 습관적으로 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웃음). 그래도 무대에 오르면 메르세데스로 서기 때문에 그런 건 잊게 된다. 관객 후기를 살펴보는 편인가. 난 후기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 포털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서 좋은 이야기 같으면 블로그에 들어가서 보는 정도다. 트위터도 안 한다. 그래도 메르세데스는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셔서 다행이다. 조심스러워 하는 성격이다. 엄청 소심하다. 그나마 나이 들어서 대담해진 거다. 그런데 성격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완벽해 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연습, 노력 밖에 없다. 그래서 내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연습벌레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더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다. 처음 보는 후배들도 “언니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하신다면서요” 이런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 좋다. 좋지 않나?(웃음) 물론이다. 그런데 연습을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건, 어떻게 해야 얻나(웃음). 사실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내가 티 나게 하나?(웃음) 공식적인 연습 말고 남들이 쉴 때도 한다. 도시락을 빨리 먹고 쉬는 시간에 혼자 할 수 있는 음악 연습을 한다든지. 내가 음악을 편안하게 소화해야 그 안에 드라마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어려운 음악을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건, 무식한 연습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은 덜 하는 편이다. 옛날에는 하루 종일 했다(웃음). 지금은 내 체력이 되는 한 한다. 속도가 느려서 무한 반복을 하면 나아지곤 하니까, 그 재미가 좋다. 그렇다고 힘들게, 연습 하기 싫은데 한 적은 없다.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배우인데, 그래도 그런 내가 좋다. 배우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하고, 확신하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 백 번 중 한 번? 보기엔 별 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물어본다. 분장하는 언니, 의상 체인지 해주는 스탭들에게 ‘난 이런 감정으로 불렀는데 어땠나’고 물어본다. 그래서 그 분들은 내가 공연하면 집중해서 봐준다(웃음).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믿지 못할 때가 있다. 내 귀로 확인을 하기 위해 공연 중 중요한 솔로 넘버는 녹음 한다. 분장실에서 녹음을 하면 작게나마 들린다. 뭐니 뭐니 해도 관객 반응이 가장 정확하다. 관객들의 반응이 그날 그날 다른 걸 보면 신기하다. 곧 에스메랄다로 만난다. 에스메랄다를 마다할 배우는 없다. 정말 좋은 역할이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기대하진 말아달라(웃음). 바다 언니가 더블 캐스트인데, 언니가 너무 잘 어울린다. 그런데 때문에 뮤지컬을 좋아하게 됐다는 분들이 왜 이렇게 많나!(웃음) 부담스럼지만 어울리도록 발악은 해봐야겠다. 데뷔 이후 뮤지컬 이외 다른 장르를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많다. 아이돌 가수(폭소). 나는 댄스와 노래를 라이브로 할 수 있으니 성형하고 이름 바꿔서 아이돌 가수를 해볼까! 농담이다(웃음).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고 싶진 않고. 지금은 20대 보단 조금은 즐기면서 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도 도전하고 싶은 건, 그래야 뮤지컬에서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지금은 예쁜 드레스 입고 노래하지만 만약 내가 영화에 나온다면 아줌마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연기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장르도 생각하고 있다. 윤공주에게 뮤지컬을 빼면 어떨까? 없다. 답답하다고 해야 하나… 삶이 공연과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여행을 해도 재충전 해서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한 것이고. 무대에 서면 긴장 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무대 없으면 안 된다. 오래 해야 한다(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3.07.25 / 조회 1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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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외골수, 변신을 꿈꾸다' <몬테크리스토> 김승대
우리는 경제적이고 효율성 있는 과정을 중요시 한다. 이는 빠르고 복잡한 이 세상에서 ‘알차게’ 혹은 ‘값지게’라는 말로도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무대는 다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가치를 뽑아내는 경제 원칙이 무조건 정답이 아닌 곳이 바로 무대, 특히 배우의 일일 것이다. 한 장면을 위해 배우는 얼마나 많은 분석과 고민,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는가. 어렵고 복잡하고 쉽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으로 그 과정을 쉬이 넘기면, 반드시 무대는 불안하고 어설픈 모양새를 띄게 만든다. 배우 김승대는 분명, 이것을 아는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적절한 타협선을 제시할 때, 도저히 그것만은 안되겠다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 그래서 에서 제 2의 모습을 펼쳐낼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 것 아닐까.무대에 안 서니, 죽어가는 것 같았다 2012년 7월 지방 공연을 끝으로 김승대의 모습은 쉬이 보이지 않았다. 오는 6월 7일 의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로 서기까지 약 1년 간 그는 이제까지 서 보지 않았던 또 다른 무대, 영화로의 길을 준비하던 터였다. “영화 ‘전령’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액션 영화라 지방을 돌면서 교육에 훈련까지 받았는데 촬영 직전에 미뤄졌어요. 학창 시절에 체대 입시를 준비했을 정도로 운동을 오래 했었는데도 힘들더라고요.” 사적인 일들을 스스로 모두 멀리한 채 영화 준비에만 몰두했던 김승대의 고집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이후 태어나서 가장 많이 무대 러브콜을 받았던 상태에서 택한 또 다른 장르의 탐색이, 아쉽게도 조금 미뤄져서 가장 안타까운 건 그일 것이다. “잘 갔다 왔다는 이야길 듣고 싶었어요. 영화를 찍는 것도 어찌 보면 무대에 잘 돌아오기 위해서고, 무대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 주길 바라는 마음도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동료들이 작품 한다고 보러 오라고 했을 때, 객석에 앉아 있는 날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올 4월 초, 임태경, 옥주현, 전동석과 함께 9개월 만에 일본에서 가진 'K-뮤지컬 스타 콘서트'가 그에겐 뮤지컬 배우로서의 갈증을 풀어준 단비와도 같았다. “2회 공연을 했는데 너무나 행복했죠. 예전에 힘들게 공연하고 웃으면서 관객들에게 사인해 주고, 이런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들이 나의 일이었는데, 이런 것이 없어지고 영화 준비하며 계속 훈련장, 집을 반복하며 사람들과 단절해 살다 보니 스스로 죽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공연 하면서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무대에 서나 봐라’ 그러기도 했는데, 무대에 안 서니까 죽겠더라고요.”(웃음) 일본 관객들과의 만남도 뜻 깊었다. 열정적으로 무대에 환호하는 국내 팬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조용하고 수줍게 진심을 표현하는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일본어도 배우고 있다. “팬들이 보내주시는 손 편지, 전 그게 제일 좋아요.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 포스트 잇에 쓴 것까지 빠짐없이 다 모아 놨어요. 일본 분들은 제가 일본어를 모르니까 선물에 그림을 일일이 그려서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정말 뿌듯한 건 저희가 콘서트 한 후 국내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일본의 요청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해요.” 무엇보다 신선한 충격은 세월이 지나도 딸, 손녀의 손을 잡고 무대를 찾는 그들의 모습과 문화였다. “할머니가 손녀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오시더라고요. 젊었을 때 그 작품과 배우의 팬이었는데 수 년이 지나도 그 열정을 잊지 않고 배우, 작품과 세월과 함께 하는 거죠. 역사에서 오는 그런 문화가 부러웠어요.” 틀에서 벗어나기, 부담을 덜어내는 첫 번째 걸음 실로 오랜만의 무대라 김승대에게 고민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본의 아닌 공백에 관객들이 자신을 잊지 않았을까, 걱정도 컸다. 그 끝에 마주한 작품이 뮤지컬 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채 14년간 감옥에 갇히는 인물.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복수의 칼을 가는 에드몬드 단테스가 그에게 주어진 역이다. 2010년, 2011년 두 번의 무대에서 단테스의 아들 알버트 역을 맡은 그가 이번엔 타이틀 롤에 나선다. 공연을 준비하는 지금, 더욱 고민이 크다는 그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거절했었어요. 몬테 역을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누군가는 그러지만 정말 부담이 되더라고요. 어느 때부턴가 작품이 욕심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극장이에요. 나의 역량으로 그만큼의 객석을 채울 수 있을까. 타이틀 롤은 한 작품을 끌고 가는 것도 있지만 객석에 대한 책임도 크잖아요.” 2008년 에서의 경험이 무시 못할 트라우마로 남은 까닭도 있겠다. 레어티즈 역에 이어 같은 작품에서 주역을 거머쥔, 드문 경우 속 돋보이던 무서운 신인이었으나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인지도, 빈 객석을 바라봐야 했던 아픔은 그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관문이 되었다. “특히 는 여러 번 큰 사랑 속에 공연이 되었던 작품이라 ‘몬테는 어때야 한다’는 명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그게 참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로버트 요한슨, 박인선 연출이 제가 몬테 역에 마음을 굳히게 도와줬어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사람들은 몬테 크리스토에 집중하는데 이 작품의 시작은 에드몬드 단테스다, 단테스를 잘 하면 거기에 맞는 몬테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믿으면서 갈 수 있다는 거에요. 이 말이 정말 힘이 되었어요.” 의 유쾌한 쉬카네더, 의 티볼트, 의 루돌프까지 주로 강렬하게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 역할들에 서온 그는 쉼 없이 폭 넓은 연령대를 오고 가며 무대에 서야 하는 가 분명 또 다른 도전이다. “몬테는 쉬는 때가 없더라고요. 그간 짧고 굵게 치고 나가는 역을 많이 해서 이번엔 지구력도 필요하고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나를 딛고 캐릭터를 빚는 자부심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서야 할, 부담이 큰 무대를 앞에 두고 김승대가 믿고 가는 부분, 그건 바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캐릭터를 만드는 그의 뚝심일 것이다. 스스로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끝까지 텍스트를 잡고 물음과 답을 찾아내 인물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그가 관객들에게 신뢰를 받아온 인물을 빚어내는 방법이다. “의 알버트와 단테스가 딱 비슷한 나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어린 시절 환경부터가 달랐으니 결코 같은 모습일 순 없죠. 뮤지컬이니 주인공은 무조건 멋져 보여야 하는, 그런 인식들이 있는데 단테스는 뱃일하는 선원이잖아요. 거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자라온 강인하고 거친 모습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정형화 된 틀에 쉽게 인물의 실루엣을 비춰내지 않으려는 고집은 연극 무대에서 더욱 그를 활개치게 했다. 의 앙상블로 데뷔, 줄곧 큰 뮤지컬 무대의 주역으로 서온 그가 내내 갈망하던 연극이었기에, 2011년 의 정치범 발렌틴은 더욱 뜻 깊은 무대로 남는다. “처음엔 몰리나 역으로 캐스팅 되었는데 제가 발렌틴을 해 보고 싶다고 부탁드렸어요. 제 속은 발렌틴 성향하고 더 잘 맞거든요. 발렌틴이 마초에 정치범이니 생긴 것도 거칠고 소리도 지르고, 남자다워야만 한다고들 생각할 수 있는데, 텍스트에 보면 발렌틴은 위대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자라 대학에 들어간, 치기 어린 운동가죠. 그래서 겉으로 굉장히 센 척을 해도 속은 굉장히 여린, 그런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어요. 하길 참 잘했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해 보고 싶어요. 그러면 조금 더, 제가 못했던 아쉬운 것들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를 하는 동안, 어떻게 커튼콜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어 “어떤 관객들에겐 너무 더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는 그이지만, 그토록 서서히 죽어가며 자신의 이상과 사랑에 대한 마지막 독백 장면에 혼신의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너무 오열하면 머리 뒤가 선다고 하나요? 손 끝이 저리고 정신을 놓게 되요. (박)은태가 손 올리는 거 보고 같이 손 올리고. 그런데 그게 참 좋았어요. 아, 내가 뭔가를 했구나, 무대에서 뭔가를 표현하고 내려왔구나,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몰아치는 파도를 온몸으로 품는 것갓 부임한 선생님(내 마음의 풍금), 황태자(엘리자벳), 한 나라의 왕자(햄릿), 이몽룡(인당수 사랑가) 등 반듯하게 잘 자란 인물이 김승대와 연이 많았던 건 외모에서 풍기는 그의 이미지 영향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의 나이보다도 어린 역할을 많이 소화했지만 이젠 실제 나이에 맞는 이미지와 색을 갖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역설한다. “이정열 선배님께서 배우라는 말에 몇 가지 뜻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가면 배’에 ‘수우미양가’ 할 때 그 중에서 ‘우’라는 말이 더해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가면을 쓴 직업인데 그것도 ‘수’가 아니라 ‘우’다. 결코 고급스러운 직업이 아니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고급스럽다고 느끼면 그런 역을 잘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그런 역만 하겠어요. 제 성향은 정말 머슴이거든요. (웃음) 배우로서의 스팩트럼이 좁혀지는 건 아닌가, 캐릭터 고민을 많이 하죠. 다행히 이번엔 거지도 해 보네요. (웃음)” 배우 김승대를 결코 단조로운 그림 안에 가둘 수 없는 이유, 바로 그의 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웃는 것 같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고, 우는 듯 하지만 눈부시게 웃고 있는 눈, 어떤 배우라도 탐낼만한 그만의 매력이다. “ 할 때 오랜만에 학교에 갔었는데 선배가 “너 요즘 비극하니? 눈이 비극 눈이다”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너무 기분 좋은 칭찬이에요. 이병헌 선배를 참 좋아하는데 대사 없이 눈으로 다 말하는 분이시거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눈 좋다는 칭찬 좋아해요, 많이 해 주세요. (웃음)” 목표가 있으면 꼭 성취해 내야만 한다. 열심히 사는 적극적인 인간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거나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는 한 없이 욕심이 많은 것”이라며 스스로를 이야기 하는 그는, 지금 자신 앞에 놓여진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두고 치열한 사투에 뛰어 들었다. “알버트로 를 했던 때 와는 또 다른 작품이 된 느낌이에요. 시선도 시야도 달라야 하죠. 부담이 크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나 충실히 겪자고 매일 되뇌어요. 언제까지 제가 치기 어리고 어린 역할만 할 수 없으니까요. 내 나이에 맞는 역할, 내 또래가 가질 수 있는 분위기의 캐릭터, 연륜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이번 작품 하면서 더욱 하게 되었어요. 비타민도 좋지만, 제 별명이 6년근 홍삼, 자양강장제로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5.13 / 조회 21,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