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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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① 한눈에 보는 격동의 시대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디자인: 정혜린(hyelin@interpark.com)
2015.08.10 / 조회 9,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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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② 암살 VS 아리랑 캐릭터 대전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격변의 바람이 몰아쳤던 일제강점기 한반도에는 목숨을 바쳐 항일투쟁에 나섰던 걸출한 인물들이 무수히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들의 기막힌 삶과 운명은 그간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다뤄져 왔다. 당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과 뮤지컬 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 개성을 갖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 캐릭터들을 만나보자.비중은 크지 않지만, 영화 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의열단 단원 김원봉은 안옥윤 일행의 암살 작전을 배후에서 지시하는 중요인물이다. 김원봉은 실제로 김구와 함께 당대 해외 독립투사들의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인물로, 조승우는 영화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의 주인공인 송수익은 의 김원봉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가진 캐릭터로, 죽산면 일대에 살았던 독립군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진두지휘한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과 침착을 잃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지만, 독립운동과정에서 수없이 죽어나간 투사들을 떠올리며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라고 애도하거나(김원봉) 옥중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눈물짓는(송수익) 모습은 그 안에 감춰둔 깊은 속정을 짐작하게 한다. 이청천 한군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인 안옥윤은 친일파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향한 굳은 의지를 굽히지 않는 여성이다.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해 먼 거리에서도 암살 대상을 저격하는 솜씨나 해방을 기다리며 고난의 세월을 버텨온 고향사람들을 기억하는 따스한 마음은 그녀를 멋진 히로인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의 방수국은 비록 안옥윤과 같은 사격능력은 없지만, 아름답고 다정한 모습 뒤에 죽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들고 나서는 결기를 지녔다는 데서 안옥윤 못지 않게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다. 태생도 성격도 다르지만, 여주인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하는 듬직한 남성미로 매력대결에 나선 인물들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피스톨은 상해의 한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안옥윤의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고 헤어진 후 염석진으로부터 그녀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삼백 불만 주면 아무나 죽여준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안옥윤을 쫓으며 알게 된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그녀를 일본군인들로부터 보호하며 겉으론 차갑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츤데레’의 매력을 십분 발산한다. 의 첫 장면에서부터 순박한 얼굴로 “나는 수국이 사랑허제”라고 노래하던 차득보 역시 순결을 유린당한 수국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위해 복수를 감행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날카로운 눈빛과 날렵한 몸, ‘어쩔 때는 선비 같고 어쩔 때는 깡패 같은’ 묘한 존재감을 가진 의 염석진은 한때 친일파 기업인 강인국의 암살작전을 최전방에서 수행하던 독립군이었으나, 지금은 독립군 행세를 하면서 뒤로는 일본군에게 정보를 팔아 넘기는 밀정이다. 의 양치성 역시 만주까지 송수익을 따라가 방물장사를 하면서 독립군을 추적하는 일제의 앞잡이다. 이들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수년간 알고 지냈던 이웃이나 동료들까지도 서슴없이 죽이는 잔혹성에 있어서도 서로 뒤지지 않는 캐릭터다. 그러나 모진 고문 끝에 일본 경찰 앞에 무릎을 꿇는 염석진의 모습과 자신의 비천한 출생을 저주하는 양치성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와 함께 묘한 측은지심을 느끼게 한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신시컴퍼니, 쇼박스 제공
2015.08.10 / 조회 1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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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주역 <암살>&<아리랑>] ③ 의상디자이너 조상경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과 조정래의 동명 대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 요즘 영화계와 공연계 양쪽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 편의 작품 속엔 의상디자이너 조상경이 있다. 등 다수의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하며 이미 두 차례 대종상영화제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배우들과 캐릭터의 매력을 대단히 디테일하게 조화를 이뤄내는 디자이너로도 손꼽힌다. 철저한 고증과 미적 감각을 더해 '믿고 보는' 의상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에게 민초들의 격변의 삶을 담아낸 '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Q. 뮤지컬 이 공연 중인 지금, 영화 이 줄줄이 개봉을 한다. 는 재작년에 했고 은 작년 봄에, 은 작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했다. 물론 프리(사전작업)는 겹쳤지만 촬영 순서는 다 달랐다. 공교롭게 영화가 다 이번에 개봉이 된 거다. Q. 개막 전 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 관심에는 12권 분량의 책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랬나? 난 몰랐다. (웃음) 어떤 데이터도 없고 편견도 없고 온전하게 만 본 거다. 대본도 되게 좋았고, 연습실에서 런쓰루 봤을 때 배우들이 육성으로 직접 하는걸 처음 봤는데, 그때 에너지가 되게 좋았다. 연출님과 큰 컨셉은 잡았지만 배우를 직접 보고 디자인을 하는 편이다. 워낙 배우들이 연습을 열심히, 집중도 높게 했다. 그때 이미 (윤)공주는 울면서 '꽃이여'를 하더라. 감정적인 것들이 정말 좋았다. 이 사람들의 음색들이며 앙상블들의 조화를 가지고 디자인 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예측한 대로 무대에서 보았다. Q. 그간 주로 영화 작업을 해왔다. 이번이 첫 뮤지컬 작업인가? 이런 대형 뮤지컬은 처음이다. 처음에 신시에서 연락이 왔을 때 "왜 저한테?" (웃음) 그간에도 공연 제안은 있었는데 같은 소극장 공연은 큰 부담이 없고, 동문들이 하기도 하니까 했는데 이런 큰 공연들은 되게 부담스러운 게 있다. 영화 현장은 굉장히 불규칙하고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공연팀에 어떤 확답을 못 드리는 거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공연은 정해진 날에 막이 올라가야 하니까. 일의 메커니즘 자체가 너무 다르고, 그걸 내가 모르는 게 아니고. 그래서 영화와 공연을 병행하기가 사실 힘들다. 도 사실 하기 버거웠던 상황이긴 했는데 연출님이나 배우들도 되게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Q. 결정적으로 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창작 초연이라는 게 매력이 있었다. 가끔 공연을 보는데 번역극이 되게 많고, 배우한테 전혀 안 어울리는 가발과 옷을 입고 나올 때가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라이선스 때문에 그걸 못 건드린다고 하니, 그런 작업은 나에게 의미가 없는 거고, 뮤지컬 쪽 라이선스 공연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면 재미도 없고. 근데 '아리랑'이라고 하니까, 약간 한국적이고, 난 한복도 좋아하고 창작극이고 이런데 관심이 있으니까 호감이 있었던 거다. Q.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작업 결정에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에 다 물어봤다. "신시는 어떤데야?", "고선웅 연출님은 어때?" (웃음) 근데 결국엔 직접 내가 만나서 판단한다. 그런데 어떤 단체든 오래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영화나 공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있을 텐데 10년 이상 한 데는 이유가 있는 거거든. 그런 데는 믿을 만한 거다. 뮤지컬 중 송수익과 의병들Q. 보도자료에 실린 제작진 설명에 "첫 스텝 미팅에서 해박한 배경지식으로 연출에게 작품에 대해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라고 나와 있더라. 용어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웃음) 일제시대 배경 영화로 미술감독을 했었으니까. 경성에 대해서 교수님들 만나고 다니면서 리서치를 다 했었다. 역시 일제시대 때 호랑이 사냥에 대한 이야기고 도 마찬가지고. 그 시대 영화를 몇 편 하면서 이미 리서치가 많이 되어 있는 상태고, 또 사극을 하면서 한복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사실 영화는 그런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말 실제처럼 보여야 하는 걸 기본으로 깔고 가니까 공부하지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 처음엔 연출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당연히 모르고, 그러니까 용어 알려 드리고, (웃음) 그런 정도 가지고 그랬을 거라 생각을 한다. 공연은 훨씬 더 상징적으로, 표현적으로 갈 수 있는데 은 다른 공연 작업처럼 표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셔서 아마 연출님도 나를 콜하신 거라고 생각을 하고 나도 거기에 맞게 제안을 드린 거지, 특별하게 뭘 한 건 아니다. Q. 작업에 필요한 자료 조사는 어느 범위까지 하나. 작업하시는 분들 다 그러실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경우는 조선시대를 다 훑어야 하는 거고, 한복 작업 처음 할 때는 우리나라 한복 다 뒤져야 되는 거고. 논문 보거나 박물관 가는 건 다들 하실 텐데 실제 인터뷰는 많이 안 하실 것 같다. 내가 다른 건 아마 장인들, 선생님들 만나고 학계에 계신 명예교수님들 만나는 거. 할 때는 북한 귀순용사 만나야 하고. (웃음) 무조건 내가 확인을 해야 하는, 그런 강박이 좀 있다. 변주를 하더라도 일단 알고 변주를 해야 하니까. 선생님들 만나서 확인 받고 '영화에서 이렇게 바뀌는데 영화니까 좀 봐 주세요' 이러기도 하고. (웃음) 그런데 찾아가면 선생님들이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되게 잘 도와주시고 논문이나 가지고 계신 물품들도 다 빌려주셔서 실제 촬영에 쓰기도 한다. 그런 분은 실제 자기 경험담을 얘기하시니까 사료를 보는 것보다 느낌이 다르고 훨씬 재미있다. Q. 과거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나? 일제 시대는 되게 많다. 요즘에는 또 더 많이 드러나 있고, 족보까지 다 캐니까. 사람들이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Q. 왕, 의례 등 특별한 신분이나 행사에 대한 자료에 비해 당시 민초들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특히 1930년대 배경에 대한 자료는 사진들이 엄청 많다. 18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사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진이든 프랑스인들이 그린 삽화든.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기록한 한국 책도 많고. 일제시대 자료는 정말 많은데 요즘엔 인터넷으로 다 열람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감옥에 있던 사람들을 정리해 둔 사진들이 있다. 그 명부책도 인터넷으로 다 열람이 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되게 묘하다. 사람들 사연이 얼굴에 다 있지 않나. 또 입은 옷도 다 다르고. 작업할 때 새벽 내내 그걸 보는데, 정말 기분 묘해진다. Q. 의상 제작의 목표는 '재현'이었나? 그것보다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게 컸다. 공연을 많이 안 봐서, 창작극, 시대극들 이미지컷을 요즘 인터넷에 다 나와있으니 보니까 이게 '공연' 같은 거다. 그래서 은 기록사진들, 박수근의 그림 등이 레퍼런스가 됐다, 이를테면 질감적으로 다가오는 것들. 배우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은데, 이 배우들을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게, 이 배우들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의상은 배우를 받쳐주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Q.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말고도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개성도 의상과 조화를 이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연출님 처음 만났을 때 카이와 김우형이 되게 다르니 의상을 따로 가겠다고 했다. 3월에 포스터 촬영장에 배우들을 보려고 갔었는데, 그땐 배우들을 전혀 안 본 상태에서 옷만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카이 피팅할 때 되게 애먹었다. 이 친구가, 무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카메라로 가까이 찍으니 너무 어려 보이고 애기 같은 거다. (웃음) 같은 역할이지만 김우형과 신체 사이즈도 다르고 음색도 다르고. 그래서 둘 의상을 나눠 입자고 연출님께 말씀 드렸다. 컨셉 상 빨간색인데 빨간색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럼 색을 바꾼다. 아무리 역할에 요구되는 컨셉이 있다 해도, 그 역을 맡은 사람 이미지에 맞춰 가는 거다. 배우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Q. 송수익의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이 선비 그 자체더라. (웃음) 송수익 옷은 공연 직전까지 되게 고민했다. 연상되는 이미지로 슬슬 갈 때가 있고, 보이는 게 있는데 수익이 같은 경우는 되게 헛갈리는 거다. 어떻게 하면 안재욱씨가 작아 보이는 것 같고, 또 범석씨는 뭔가 몸짓이 개그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도대체 감을 못 잡겠고, 무대에 올라 극장에서 보고 결정한 거다. 그래서 안재욱씨가 초반엔 불안했을 거다. 왜 자꾸 옷이 바뀌나. (웃음) 그럴 때 배우한테 미안하다. Q. 에서는 옷이 의상으로 뿐만이 아니라 무대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엔딩의 수의는 최종 런쓰루 보면서 무대 박동우 선생님이 제안하신 거다. 무대에 옷이 걸려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어우, 멋질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거 해야 하나? 선생님, 이런 거 만들어 드릴까요?" 나는 또 오바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료 찾아서 보여드리고. (웃음) 그런데 그런 것 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빌려달라고 하셔서. (웃음) 난 도와드린 것 밖에 없다, 한복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보통 한복 전시회 할 때 거는 방법이 있고 옷이 보이는 형태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시대에는 그냥 입던 옷을 상복으로 한다. 그 장면에서 위에 올라간 옷도 당시 민초들이 입던 일상 옷이다. Q. 과거 인터뷰들에선 영화나 공연을 위해 만들었던 의상들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엔 보관한다. 그 때는 현대물 위주로 작업을 했고 또 내가 한 작업에 대해서 애착이 없는 것 때문에 그런 얘길 했던 거다. 그런데 쓰레기를 만드는 것도 안 좋은 것 같다. 낭비인 것도 같고. 그래서 요즘에 작업할 땐 천연 소재를 쓰려고 하는데 한복들도 다 그렇다. 또 한복이라는 옷은 다 뜯어서 다시 만들고 그러니까 애초에 그럴 수 있게 원단을 좀 더 좋은 걸 쓰는 거다. 내가 NGO처럼 막 그런 건 아니지만 (웃음) 작업할 때 그런 게 점점 중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같은 옷들이 귀하다. 시간은 훨씬 더 걸려도 제대로 만들어 놓는 게 필요하고. 되게 작은 차이가 그 결이 달라 보이게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쪽이라서 소재든 만드는 방식이든 조금 더 신경을 쓴다. 그러고 싶고 그래서 이제는 모아놓는 거다. 다른 방식으로도 쓰고 자료로도 쓰고. Q. 그간 작업한 의상들로 박물관을 세우거나 전시회를 하는 것도 좋겠다. 그럴 생각은 없다. 무대 의상은 배우가 입어줘야 존재 이유가 생기는 거고, 영화 의상은 카메라로 찍어줘야 그렇게 보여지는 거지, 옷 한 벌 바디에 걸쳐두고 보는 게 뭐가 재미있나. Q. 올해가 광복 70년이기도 하고, 요즘 1900년대 초반~중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오면서 그 시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들여다 본 이 시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궁금하다. 그 시대엔 정말 굉장히 많은 사연들이 있고. 이를테면 에서 조승우가 연기했던 의열단 단장 김원봉에 대해서 이제 사람들이 알게 되기도 하고. 그들의 활약상들이 너무 드라마틱하니까 오히려 믿겨지지 않는 게 있다. 그런 거 보다 보면 처음엔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어떤 자극도 되고 하다가, 그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그 사람들이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객관화가 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왜 우리는 반성하지 않는가. 영화나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에 제일 못하는 게 반성과 속죄다. 그런 입장에서 작품을 하지 않는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되게 조심스러운 시대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이 작품을 해야 될 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속죄하는 캐릭터가 잘 없고, 반성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안 나온다. 항상 단순한 처단까지만 가고. 그러니까 아직까지 친일파들이 떵떵거리면서 살면서 반성하지 않는 거고, 사과하지 않는 거고. 같은 민족 안에서도 마찬가지고. 만드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나는 보는데, 아무래도 상업영화, 기획영화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성숙해져야 되지 않나, 그런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 보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조금 더 반성해야겠다, (웃음) 사람들한테 실수하면 안되겠다, 그렇게 자극 받으면서 하는 거다. 역사 공부 하는 건 그런 것 같다. Q. 앞으로도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작업을 꾸준히 할 계획인가? 작품이 좋으면. (웃음) 원래 영화보다 공연을 더 좋아한다. 일정 때문에 못했던 거지, 첫 작업 시작도 공연 쪽이었고, 내가 무대미술과였는데 선생님들도 다 무대 하시는 분들이었다. 직접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하신 김현숙 선생님이신데 작품 초연 했을 때 그 의상들을 선생님 작업실에 가서 봤다. 그런 계기가 이 일을 하게 한 거고 무대 의상이 영화 쪽 보다 훨씬 좋다.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현실적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까. 지금도 동문인 박해성 연출이 하는 작품을 하기로 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8.10 / 조회 1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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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 대국민 이벤트, 2000명 초청한다.
조정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이 대국민 관람 초청 이벤트를 펼친다. 광복 70년을 맞아 한국 뮤지컬 사상 민간 대형 공연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이번 초청 공연은 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응모자 추첨을 통해 1인 2매씩 관람권을 증정, 약 2000명에게 관람 기회을 줄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는 본 행사는, 특히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전 세대 관람을 독려하는 취지로 마련되었으며, 광복절인 8월 15일과 19일 저녁공연에 각각 490쌍(1인 2매)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응모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이며 자세한 응모 방법은 인터파크 티켓 예매 페이지와 신시컴퍼니 이벤트 페이지(http://iseensee.cafe24.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뽑히지 않은 모든 응모자에게는 전석 40% 할인쿠폰이 제공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7.30 / 조회 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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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애이불비, 그리고 사랑’ <아리랑> 고선웅 연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애이불비’의 정신을 에 담아내겠다고 한 고선웅 연출은 지난 16일 본공연에 들어간 무대를 통해 그 말을 증명했다. 조정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한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담아낸 창작뮤지컬 에는 넘치는 비장미나 신파조의 울음이 없다. 그러나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미소 어린 얼굴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몸짓에서도, 어깨동무를 하고 숨죽여 노래하는 ‘아리랑’에서도 진한 슬픔과 굳은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도 넉넉히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이 탄생하기까지,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지난 17일 공연장에서 만난 고선웅 연출은 전보다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그 얼굴 한 켠에는 맑고 개운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결국 그가 작품을 품어 말하고자 한 것이 ‘사랑’이어서일까.Q 처음부터 ‘이 작품 된다’고 생각했다고.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작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서히 느낌이 온다. 흩어진 파편 같은 것들이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동력이 생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 저절로 굴러가거든. 그때부턴 누가 말리려고 해도 말리지 못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의 자체 동력이 생기더라. 그리고 ‘아리랑’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 사람 안에 이미 다 존재하는 것 같다. 배우들 안에도 있고, 스텝들 안에도 있고. 그래서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다들 어느 순간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앞으로 나아가더라. 나는 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으니까. Q 예전에도 각색 작업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은 특히 더 어려웠을 것 같다. 당연히 더 어려웠다. 이나 등 예전에 각색했던 작품은 모두 한 권이고 인물관계도 공연에서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규모였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열 두 권에,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삼대에 걸쳐서 등장한다. 그걸 2시간 40분의 뮤지컬로 만드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조정래라는 존재 자체가 문학계의 태산 아닌가. 그분의 을 뮤지컬로 담아낼 엄두를 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일이었다. 일단 엄두를 내고 나니 먼저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아야겠더라. Q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었나. 따로 계기가 있던 게 아니라, 그렇지 않고는 내가 극을 쓸 수가 없었다. 나를 계속 사로잡고 있는 강박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어서 그냥 어느 순간 다 내려놓고 내 식대로 가기로 했다. 인물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송수익도 자기 처자식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것에 얽매여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나중에 송수익이 만주에 가서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고, 아들이 면회를 오는 그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면 절대 극을 2시간 20분으로 압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주로 같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옥비)을 만든 것이고, 송수익은 그냥 젊은 사람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옥비라는 인물은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가장 아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진 인물이라서 넣었고. Q 일제시대를 어떤 시각으로 그릴 것인지를 특히 많이 고민했다고 했는데.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굉장히 문명화되어 있고, 우리는 미개한 민족이라고 봤기에 그렇게 침략해온 것이 아닌가. 조선을 근대화시키겠다는 미명을 내세워서 온 것이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어떤 원시성, 자연성을 갖고 있었던 데 반해 그들을 대표하는 것은 문명을 빙자한 야만성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제복을 멋있게 입고 도열해도 당시 우리 민족에게는 건달, 깡패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극중 일본 군인들이 원숭이처럼 어기적 어기적 하며 걷게 만든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풀고 싶었다. 지금 남아있는 많은 역사자료에서도 당시의 일본인들은 깔끔하게 제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로, 우리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민족은 그냥 농사만 짓던 순박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래서 극중 싸움 장면에서도 의병들이 들고 있는 나무나 농기구가 바로 무기가 되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 물론 실제 그런 것만 갖고서 일제와 싸울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가 갖고 있던 있는 그대로의 자연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반대로 일본은 화려한 인공미로 표현해 대비를 주고자 했고. Q 하와이로 떠난 감골댁의 맏아들 방영근은 극중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인물이다. 그를 버리지 않고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그 사람을 집어넣지 않으면 ‘아리랑’이 나올 수가 없다. 그 당시 먼 하와이로 이민 가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았던 동포들의 가슴 속에 있던 것이 ‘아리랑’이니까. 그래서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꼭 한 명은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극중 이야기가 끝까지 흘러가는 동안 그 변화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그리움도 함께 표현할 수 있고. Q 각색하는 과정에서 특히 버리기 아쉬웠던 인물들을 꼽는다면. 건달 서무룡도 버리기 아쉬웠고, 친일파 백종두와 장덕풍의 캐릭터도 좋았다. 그런데 그 인물들이 캐릭터로서는 재미있지만 드라마를 끌고 가는 동력은 없어서 털었다. 조정래 선생님 입장에서 보시면 안 좋아하실 거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소설에 쓰신, 독립운동가들이 지하에서 옥비의 노래를 듣는 장면이나 하와이에 있는 방영근의 동료가 죽었을 때 동포들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 등 읽으면서 가슴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라왔던 부분은 다 살렸다. 선생님이 쓰신 대사도 많이 고치지 않고 살리려고 했다. Q 소설 이 1945년 해방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뮤지컬 은 1920년대에 끝난다. 끝맺는 시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고, 그러려면 극중 인물들이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야 했다. 서사적인 흐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느꼈던 어떤 정서 같은 것을 덩어리로 담아내면 그게 ‘아리랑’이겠구나 싶었다. 극중 ‘사철가’를 집어넣은 것도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옥비가 송수익을 처음 만났던 꽃 같은 나이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의 감회를 전하려고 했다. Q 가사 없이 ‘아-‘로 이어지는 넘버 ‘아의 아리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 상황을 글로 썼을 때 ‘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노랫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장면에서 수국이가 양치성이 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나. 자신은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그가 자기 어머니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그걸 안 순간 수국이의 입에서는 ‘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양치성도, 득보도, 불타버린 마을을 본 다른 사람들도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고. Q 가사에 김수영(풀), 이육사(절정),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시구도 들어갔는데. 조정래 선생님의 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아리랑’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우리 민족이 지나온 아픔과 투쟁을 연상케 하는 시구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김수영 시인의 ‘풀’의 경우 해방 후 4.19와 관련된 시지만, 저항하는 우리 민초의 힘을 상징하지 않나. 이육사의 ‘절정’의 경우 만주로 간 독립투사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시이기 때문에 그대로 오마주로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랫말을 멋있게 쓸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관객 분들이 ‘아리랑’을 여러 각도에서 풀려고 했구나, 라는 생각으로 봐주시길 바랬다. Q 마지막 장면에서 죽었던 수국이와 득보, 일본군인이 모두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 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과거에 대한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일본은 아직도 지리멸렬하게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연극 안에서는 뭐든지 다 가능하지 않나. 극중 일본 군인들이 죽으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사과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밀정이었던 양치성도 독립운동을 한 송수익에게 고개를 숙이고, 일본군인에게 유린당했던 옥비는 ‘일본 만세!’를 외치며 고개를 뒤로 젖혀서 죽은 일본장교의 머리를 앞으로 숙여준다. 사과를 하라는 뜻이다. 그 후에 ‘아리랑’이 나오면서 그들이 다 살아나고, 일본군인들이 죽은 득보와 수국이를 위해 상여를 멘다. 너희가 묶은 매듭이니 너희가 풀라는 결자해지의 뜻에서 그렇게 만들었고, 그게 연극적인 관용이다. 모든 경계와 구분, 갈등을 한방에 무화시키는 ‘아리랑’의 힘을 보여주면서 극을 끝맺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Q 작년에 로 처음 창극에 도전했다. 그 경험이 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됐다. 우선은 우리 소리와 친해졌고, 그래서 극본을 쓰면서도 국악 작업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김성녀 선생님과 이소연씨도 만날 수 있었고. 이번에 을 하면서 깨달았는데,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작업들이 다 이 작품을 향해서 조금씩 나를 이끌어온 것 같다. 뿐 아니라 나 우리 마방진에서 했던 작품들 하나하나가 조금씩 다 훈련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운명 같은 느낌이 들겠다. 그렇지. 같은 작품만 생각해봐도 당시 그 작품을 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극중 역사와 시대상을 파고들었는데,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에 “호란 때도 임란 때도 살어남었으니께” 같은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 우주가 나한테 그렇게 공부를 시킨 것 같다. Q 대학(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서 처음 연극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 전부터 이야기나 예술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연극을 한 편도 안 봤다. 그냥 TV를 보니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분들이 그렇게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는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하다가 신문방송학과도 비슷한 줄 알고 들어갔던 건데, 전혀 다르더라(웃음). 욕심이 많아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동아리 여섯 개에 들어갔다. 행글라이더, 클래식기타, 연극 등. 근데 하다 보니 그걸 다 하는 게 불가능하겠더라. 그래서 하나 남겨둔 게 연극이었고, 그 때 연극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극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지. Q 졸업하고 나서는 잠시 직장생활도 했다고. 몇 달 다니다 잘렸다(웃음). 광고회사였는데, 사실은 회사에 들어간 것도 돈 벌려고 들어간 게 아니라 글 때문이었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한 대 샀는데 그걸 변제할 능력이 없어서 들어간 거다. 연극에 대한 열망은 계속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나온 후 극단에 들어갔다. 연극 한 편을 연출해주는 조건으로 백 만원을 받기로 한 일이 있었거든. 처음엔 한 달만 작업하면 된다고 했는데 길어져서 결국 거기 눌러 앉게 된 거다. Q 예술가로서의 주된 가치관, 감수성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사람의 철학 책을 많이 읽었다. 안병호의 에세이집도 좋아했고. 인생을 잘 사는 지혜나 철학에 대한 책을 좋아했다. 시를 쓰면서 잠시 염세주의에도 빠져봤고. 뭘 해봐도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남더라. 만약 출세하고 성공을 했다 해도 ‘그래서 뭐?’를 생각해보면 인생이 허망한 것 같더라. 그 이후 극단과 작업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내 심장에 한 번 들어온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철도 좀 들었고, 사랑 없이는 연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옛날에는 연극을 할 때 ‘잘’하려고 했다면, 사랑을 깨닫고 나서는 잘하는 것보다 내가 안 틀리고, 다른 사람들과 전체 중의 하나로서 잘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랑을 생각하니까 아집도 없어지고, 좋은 생각도 많이 떠오른다. 지금도 어떤 연극을 보면 그 작품에 사랑이 있었는지 아닌지가 보인다. 작가의 마음이 착한지 아닌지, 연출가에게 공명심이 있는지 없는지도 다 보인다. 뽐내려고 하는 작품들, 돈을 벌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것들은 느낌만으로도 다 안다. 나는 지금 그런 공명심 같은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안 틀리고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때도 그랬고 때도 그랬고, 도 마찬가지다. Q ‘아리랑’의 정신에도 ‘사랑’이 있는 건가. 그렇다. 사랑해야지. 사랑을 하지 않고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것 같다.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면 너무 힘들다. 의 경우에도 광주민주화운동으부터 30년이 지났는데 계속 미워하고 원망하면 어떻게 살겠나,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든 용서하고, 사죄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사람같이 살 수 있다. 미움을 품으면 미움을 품은 자신도 미워지고, 반대로 사랑을 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매일같이 사랑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만(웃음) 연극하면서 누구를 크게 미워할 일이 생기지는 않더라. Q 올해로 극단 마방진을 창단한지 10년이 됐다. 10주년을 기념해 공연도 앞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떤가. 원래 10주년을 맞아서 몇 작품 이어서 쭉 해보려고 했는데, 대관이 잘 안 됐다. 근데 공연을 하려는 데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간 새로 뽑은 단원들도 있고, 그들과 재미있게 공연을 한 번 해보려는 거다. 10년이 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해왔던 대로 하는 거지. 사실 10년 됐다고 자랑스러운 것 보단 좀 창피하다. 20년된 극단들도 엄청 많으니까. 그냥 우리끼리 자축하는 느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싶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극단은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작품을 계속 하는 거다. 내가 다작을 하고 싶어서, 욕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단원들이 계속 공연을 해야 하니까 몸이 좀 힘들어도 하는 거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7.27 / 조회 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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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대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동, <아리랑>
뮤지컬 의 프리뷰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5일, 객석 여기저기에 코를 훌쩍이거나 눈물을 닦는 관객들이 보였다. 커튼콜에선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이 배우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광경도 펼쳐졌다. 조정래 대하소설의 뮤지컬화, 50억의 제작비 등의 이슈로 개막 전부터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장장 12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탄생된 뮤지컬 은 한일합방 직전, 빚 때문에 단돈 20원을 받고 맏아들을 하와이로 떠나 보낸 감골댁 가족과 독립운동에 나선 양반 송수익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에선 친일세력의 폭압으로 삶도 사랑도 무참히 짓이겨진 주인공들이 고향 땅을 뒤로 하고 만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원작에서는 30여년에 걸친 본격적인 항일투쟁이 막 펼쳐질 무렵, 서곡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2막에서는 먼 타국에서 관동군의 탄압에 쫓기면서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북 김제에서 출발해 하와이와 만주, 일본과 러시아 등 드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500여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원작을 두 시간 반 가량의 뮤지컬로 각색하는 일은 매우 막막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 부담감을 내려놓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고선웅 연출은 그러나 소설 을 고선웅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뮤지컬로 무리 없이 재탄생시켰다. 압축과 재편성을 거친 이야기 속에는 일제의 탄압에 짓밟힌 우리 민족의 순수와 사랑, 일제의 비정과 폭력, 지난한 독립운동의 과정이 모두 담겼다. 프리뷰공연 초반에 다소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LEC 스크린은 그새 강약을 조절했는지 튀는 부분 없이 극의 진행을 도왔다. 미선소에서 일하던 수국이 유린당하는 장면에서는 쌀가마니가 터지고 수국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영상이 슬픔을 더했고, 모든 등장인물이 만주로 떠나는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선로와 스크린에 휘날리는 눈발, 객석 한쪽 벽을 가르듯 질러오는 조명이 어우러져 고향을 등진 주인공들의 비통한 심정과 굳은 결의를 극대화했다. 극의 흐름이 빠른데다 담긴 이야기가 많아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 상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깊고 진한 정서를 담은 음악이다. 첫 곡 ‘진달래와 사랑’을 시작으로 ‘탁탁’ ‘어떻게든’ ‘풀이 눕는다’ 등 여러 곡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육사, 김수영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넘버와 옥비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원 이소연이 선사하는 ‘사철가’등은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감동이다. 배우들은 누구 하나 기울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머슴이라는 출신에 한을 품고 밀정이 된 양치성 역으로 분한 김우형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탄탄한 기량의 배우들로 꾸려진 앙상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은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5.07.20 / 조회 9,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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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아리랑>…무대를 가득 메운 ‘애이불비’의 정서
조정래 대하소설의 뮤지컬화, 50억의 제작비 등의 이슈로 개막 전부터 화제에 올랐던 뮤지컬 이 지난 15일 본공연의 막을 올렸다. 제작진은 본공연 이틀째인 지난 16일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3년 간의 준비 끝에 첫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은 일제강점기부터 1920년대까지 전북 김제, 군산 일대와 만주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등에서 특유의 재기발랄한 무대를 선보여온 고선웅이 각색/연출을 맡았고, 김대성 작곡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 안재욱, 서범석을 비롯한 배우들은 이날 김제 죽산면에 대를 이어 살아온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향한 풋풋한 마음을 표현하는 ‘진달래와 사랑’을 시작으로 14개의 곡과 장면을 선보였다. 가난한 농민의 딸 수국과 득보, 양반 송수익과 소리꾼 옥비는 서로를 사모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일제 앞잡이들의 폭력으로 유린당한다. 1막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넘버 ‘어떻게든’은 항일 투쟁 끝에 만주로 터전을 옮기며 꼭 고향에 돌아오리라 다짐하는 주인공들의 심경을 표현했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낯선 타국에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의 비극이 펼쳐졌다. ‘탁탁’ ‘찬바람’ ‘진도 아리랑’ 등의 넘버와 배우들의 구성진 합창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원작 은 12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한일합방 작전부터 해방까지 약 35년간 5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를 2시간 반 가량의 뮤지컬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 앞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이불비’의 정서를 그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는 고선웅 연출은 “광복 70주년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 한국인으로서 ‘아리랑’을 어떻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릴 것인지를 생각했고, 일제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세트와 소품을 비교적 적게 사용하는 대신 극 전반에 걸쳐 LEC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격조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일반적 세트를 만들면 무대공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영상과 조명 위주로 모던한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온 몸에 멍과 부황 자국이 가득하다.”(서범석) “그 어떤 작품보다 겸손한 자세로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카이)며 입을 모아 이번 작품에 쏟고 있는 각별한 노력과 애정을 밝혔다. 서범석과 함께 지조 높은 양반 출신의 독립투사 송수익으로 분한 안재욱은 “양반이라는 역할이 가진 무게감 때문에 다른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싶을 때 자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연습 소감을 밝힌 뒤 “은 예전의 아픈 과거를 떠올려 속상하게 만들려는 작품도 아니고, 관객들을 계몽하려는 작품도 아니다.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는 관객 분들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한 지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우형과 카이는 머슴이라는 출신에 대한 한을 품고 일제의 앞잡이로 나서는 양치성을 연기한다. 김우형은 극중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와 일본어에 대해 “배우들이 전라도 출신이 아니라서 다들 어려워했다. 그런데 연출님의 말대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하며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라도 말을 하고 있더라.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감골댁으로 분한 김성녀, 소리꾼 옥비로 분한 이소연 등이 극중 펼치는 창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김성녀는 “작곡가가 서양음악과 국악의 틀이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음악을 만들어줬다.”며 만족감을 표했고, 이소연은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을 서양음악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고민했고,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이 그 모든 소리를 뚫고 잘 나오도록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은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7.17 / 조회 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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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력보강훈련 ①] 아는 만큼 보인다 - <아리랑> 완독 도전기
어느새 한 해의 반이 지났다. 공연 마니아들에게 지금은 상반기에 관람했던 공연의 감동을 마음 한 켠에 고이 간직해두고 하반기 기대작들의 치열한 접전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준비한 ‘덕력보강훈련’ 시리즈는 더 깊이 있고, 더 각별하며, 더 다채로운 공연 관람을 위한 지식·감성·체력 보강훈련법을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자리다. 1편에서는 곧 개막하는 뮤지컬 을 더 깊이 즐기기 위해 원작소설 완독에 도전한 기자의 글을, 2편에서는 색다른 시선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전시회를 관람한 기자의 글을, 3편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극을 위한 운동법을 익혀본 기자의 글을 소개한다.▲ 완독 도전기 * 분량 - 권당 약 350페이지 / 총 약 4,000페이지 * 소요시간 - 권당 약 4시간 30분 / 총 약 54시간 * 난이도 - 중(후반부로 갈수록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 많아지면서 난이도가 다소 높아짐) * 작품 특징 - 1904년 러일전쟁 이후 1945년 광복까지 40년을 아우르는 시간 - 전북 김제에서 출발해 군산, 경성, 만주, 도쿄, 하와이, 러시아로 이어지는 방대한 공간 - 500명이 넘는 등장인물(언급되는 인물까지 포함) -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화끈한 욕설 예) “좆겉은 놈, 수박 쪼개디끼 대갈통얼 두 짝으로 팍 쪼개부러야 허는디.” “염벙헐 놈이 붕알 떨어져라 허고 도망언 잘 가네.” * 줄거리 - 구한말, 동학농민혁명에 가담했던 남편이 병으로 죽은 뒤 감골댁은 그간 쌓인 빛을 갚기 위해 큰아들 방영근을 단돈 20원에 하와이 농장으로 떠나 보낸다. 감골댁 가족과 친가족처럼 지냈던 지삼출은 그 과정에서 빛을 독촉하는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철도 공사장의 일꾼으로 끌려간다. 한일합방 직전의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아전 출신의 백종두, 보부상 출신의 장덕풍 등 기회주의자들은 재빨리 일본 세력에 영합해 돈을 불려나가고, 지조 높은 양반 송수익은 지삼출, 손판석, 방대근 등과 힘을 합쳐 독립운동에 나선다. 일제의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송수익 일당은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을 계속하고, 남은 이들은 날로 극심해지는 총독부의 수탈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당한다. 땅을 빼앗기고 가족을 잃은 채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타국에서 추위에 떨며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도, 유일한 위로는 잠시나마 애환을 달래주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뿐이다. 일제 통치가 10년, 20년이 넘어가며 독립운동가들은 차츰 죽고 지치고 나이 들어가지만, 대를 이은 독립운동은 만주뿐 아니라 지리산 일대에서, 중국에서, 하와이에서, 러시아에서 끈질기게 이어진다. 이와 함께 친일파, 유학파 지식인, 신여성, 예술가 등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 뮤지컬 과 소설 한일합방 직전부터 해방까지 약 4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 은 19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독립운동에 나서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과 친일파 밀정 양치성을 비롯해 열 여덟 명이며, 이는 수백 명에 달하는 원작의 등장인물을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한 결과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그만의 스타일로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신명이 어우러진 뮤지컬로 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나는 니를 사랑허제” 원작 속 러브라인은? 원작의 방대한 분량과 사건이 160분 간의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자연히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달라졌다. 뮤지컬 에서 안재욱, 서범석이 맡은 송수익과 소리꾼 차옥비는 서로 사모하는 사이로 나오는데, 사실 원작에서 차옥비는 송수익의 둘째 아들 송가원과 사랑하는 사이다. 즉 송수익의 며느리뻘인 셈이다. 빼어난 인품과 덕망, 훤칠한 외모를 갖춘 송수익은 소설 속에서도 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들의 애타는 눈빛을 모른 체 하는 ‘철벽남’이자, 결혼한 지 30년 되는 해 고향에 두고 온 아내에게 만주산 호박반지를 보내는 순정남이다. 이창희·김병희가 맡은 차득보와 윤공주·임혜영이 연기하는 방수국의 러브라인도 원작과는 다르다. 차득보는 소설에서도 이뤄지지 못한 사랑으로 애달파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은 양반 신세호의 딸 하엽이다. 방수국의 운명은 소설 속에서와 대체로 비슷하다. 빼어난 미모 때문에 여러 남자들에게 유린당하는 방수국은 그러나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가혹한 운명에 맞서 직접 칼을 빼 들고 독립운동에 나서는 강인한 면모를 갖고 있다. 엇갈리는 생과 사, 뮤지컬 그 뒷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듯 소설 의 등장인물은 수백 명에 달하는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 중 매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동네 당산나무에 묶여 총에 맞고, 고문당해 죽고, 탄광에 강제 징용돼 일하다가 수류탄에 맞아 폭사하는 그들의 삶은 우리네 조상들이 깊고 깊은 한과 슬픔을 담아 ‘아리랑’을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당연히 뮤지컬 의 등장인물 중 상당수도 일본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거나 고문 끝에 옥사한다. 뮤지컬과 소설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양쪽 모두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무대뿐 아니라 책으로도 만나볼 것을 권한다. 12권이라는 분량이 만만치는 않지만, 소설을 모두 읽고난 후 뮤지컬 무대에서 들려오는 ‘아리랑’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슬픔을 안겨줄 것이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5.07.06 / 조회 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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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지만 신명 나는 <아리랑>으로 만나다, 서범석 안재욱 김우형 카이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창작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다. 등 개성 있는 스타일을 가진 고선웅 연출이 원작을 새롭게 각색하여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월요쇼케이스를 통해 3년의 준비 기간, 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된 이 마침내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은 고선웅 연출이 강조한 ‘애이불비’ 정신에 아름다운 우리 가락, 우리 정서가 섬세하게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쇼케이스 시작 2시간 전, 리허설을 막 끝내고 온 의 주역, 서범석, 안재욱, 김우형, 카이를 만나 에 대해 물었다. Q 월요쇼케이스 리허설을 막 끝내고 왔다. 안재욱: 오늘처럼 음악이 있는 낭독회는 처음이다.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는 여러 번 해봤지만 이런 스타일은 처음이라 배우들도 하면서 새롭게 느껴지고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김우형: 쇼케이스를 보시고 나면 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뉘앙스인지 느끼고 가실 수 있을 거다. 실제 공연에서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오늘 쇼케이스는 관객들과의 작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서범석: 그런데 결코 이게 다가 아니다. 쇼케이스는 최대한 절제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연출님의 의도가 있다. (오늘 쇼케이스 공연은) 본 공연의 십 분의 일 정도 밖에 안된다. 여러 가지 동선들이 배제된 상태로 장면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짧은 연기와 노래만 하니까 관객들이 보시기에 “이게 뭐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본 공연에 와서 보시면 의문스러웠던 점이 해결될 거다.Q 에서 각자 맡은 역에 대해서 소개해달라.서범석: 송수익은 굉장한 부잣집에서 태어난 동네 유지인데, 나라를 잃은 아픔에 비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재를 털어서 의병활동을 하게 된다. 또한 서당도 열어서 마을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등 여러 모로 의식이 깨어 있는 양반이다. 일단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이고, 그 액면 너머를 보면 송수익은 돈키호테적인 기질이 있다. 한마디로 약간의 똘끼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 거침없이 맞서고 말도 자기 생각 그대로 내뱉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안재욱: 송수익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흔들릴 수 있는 민중의 심리를 잡아주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댈 수 있는 기둥이며 지렛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이상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기존의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의협심이 강하고 꼭 주인공처럼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그 역시 속의 한 인물이자 여기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김우형: 양치성은 홍보 문구에도 나와 있듯 암울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콤플렉스 덩어리고, 피해의식의 어떤 상징이다. 그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조선인 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앞잡이가 돼서 평생을 살다가 짓밟히고 핍박당하고 결국은 가엾은 인물이 돼버린다. 사실 우리 작품의 모든 인물이 짠하고 가여운데 치성이가 조금만 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었다면 이렇게 괴물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연습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충분히 악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면에 그런 외로움과 쓸쓸함을 지니고 있지만 악역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카이: 캐릭터를 연구하며 양치성이란 인물이 ‘일본의 밀정 노릇을 하는 게 진짜 그의 목적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성향 속에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머슴으로 살았던 어릴 적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픔 등 여러 가지 애환과 분노, 시기, 질투, 미움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쌓여 있다. 그래서 그것이 일제라는 시대와 맞물려지면서 우형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난폭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런 분노 속에서 송수익과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이다.고선웅 연출Q 기자간담회 때 제작진, 배우들이 ‘영광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인가?서범석: 원작 12권짜리 아리랑을 토대로 고선웅 연출이 각색을 했다. 하지만 조정래 원작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일부러 책을 읽지도 않았다. 2권까지 읽다가 우리 대본이랑 다른 부분이 많아서 ‘이걸 읽다가는 자칫 여기(원작)에 빠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 고선웅 연출이 해놓은 ‘대본만 믿고 가자’ 싶어서 원작을 읽다가 말았다. 영광스런 느낌들이 어디서 났는지 생각해보니 연출님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너무 뛰어나고 그래서 같이 상승해서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덩어리가 돼서 움직인다. 이 우리 민족 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장 박동 수를 엄청 뛰게 한다. 그래서 연습 때마다 신명 난다.카이: 요즘 뮤지컬 시장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훌륭한 창작뮤지컬이 시도되고 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혼과 정서가 스며있다는 점에서 을 만났다는 것이 배우 인생에 있어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안재욱: 조정래 선생의 원작 아리랑을 기반으로 각색을 한 거지,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이 있기 전에도 우리에게는 늘 아리랑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아리랑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나 배우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무대에서 보여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특별하다기보다는 당연하게 아주 당연히 갖고 있어야 되는 마음인 거다. 나중에 공연이 올라가면 참여하지 못한 다른 배우들이 아마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Q 고선웅 연출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다. 연극뿐 아니라 창극 작업을 통해 개성 있는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서범석: 저는 선웅이 형과 작업을 한 번 해봤고 그가 연출한 연극을 거의 다 봤다. 연출 스타일 자체가 색깔이 있어서 좋다. 영화나 TV, 기존의 연극에서도 보지 못했던 ‘이게 연극이다’, ‘이게 무대다’라고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그게 보는 이에게 재미를 준다. 그리고 배우들도 충분히 무대 위에서 놀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냉철한 분석으로 배우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래서 믿고 갈 수 있다라는 점이 가장 크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장으로써 확실히 그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믿고 갈 수가 있다. 그리고 작품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의 힘이 굉장히 뛰어나다. 앞으로 선웅이 형도 이 작품을 계기로 뮤지컬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김우형: 이 작품은 고선웅 연출이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반했다. (웃음) 전라도 말로 깡다구라고 하는데 연출님이 굉장히 강단이 있다.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엄청 유연하시다. 연습을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모든 걸 맡겼다.안재욱: 요즘 어디 가나 늘 하는 이야기가 고선웅이 곧 아리랑이란 이야기다. 고선웅을 보면 아리랑 덩어리 같다. (웃음) 다른 배우나 스텝들도 함께 그 덩어리가 커지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출님만큼 다가가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거의 꽉 채워 가고 있는 단계이다. 자기가 대본을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는 정도의 사람이면 굉장한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정말 배려심이 깊다. 누구에게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정말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싶어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좋은 것은 공연에 활용하려고 한다. 연출님은 늘 “내가 썼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이 다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구 하나 도태되지 않고, 우쭐해 질 수도 없고, 함께 어우러질 수밖에 없는 작업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믹서기 같다. 너무 잘 섞어 놓으니까. (웃음)카이: 연출님이 지도를 하시면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두 가지다. “재밌다”, “슬프다”. 굉장히 선명하다. 뭔가 있는 체 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연출이니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 이 작품의 주제가 ‘애이불비’인데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 같다. 슬플 때 오히려 유머러스함을 가미하시고 뭔가 채워야 될 부분에 여백을 두고, 당연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놓는다. Q 대사와 노래 모두 전라도 사투리로 구성됐다고 들었다.카이: 전라도 출신 우형이가 정말 맛깔나게 잘한다. (웃음)김우형: 집안도 전라도, 제 출생도 전라도라 어릴 때부터 많이 듣고 자란 게 있어서 다른 분들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수월한 편이다. 우리 작품은 등장인물 모두 대사와 노래까지 다 사투리로 이야기 한다. 그런 작품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대사는 사투리를 쓰다가도 노래는 표준말을 쓰기도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이상한 거다. 사투리는 의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고 그래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배우들 모두 사투리를 완벽하게 습득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서범석: 고향이 충남 대천인데 그곳이 마침 전라북도 접경 지역이다. 그래서 사투리가 비슷한데 전라도만큼 진하지는 않지만 그냥 믿고 저지르는 중이다.안재욱: 고향도 서울이고 사투리하는 작품자체가 처음인데 집에서 연습을 못했다. 다른 작품 같으면 집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리딩을 해보고 호흡을 끊어보고 감정선을 연습을 해볼 텐데. 오히려 이번 작품은 스스로 연습을 못했다. 내가 읽으면서 몸에 배어야 되는데 대사의 억양을 모르니까 혼자서 연습이 죽어도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초반에 너무 힘들었다. 연출님은 집에서 대본 보지 말고 오라고, 현장에서 다 할 수 있으니까 사투리 연습하지 말라고 했다. 어설프게 배워오면 더 못 고치니 연습 와서 내기 시키는 대로 그대로 읽어보라고 그럼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말 되더라. 나도 몰랐는데 연습할 때 정색을 하고 뻔뻔하게 하니까 다른 배우들도 끄덕끄덕.. 단 한 번도 나 사투리 어때? 물어본 적이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오래된 친구나 연인을 보면 서로 그 사람을 많이 쳐다보고 그 사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제스처가 같아지고 표정이 닮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연출님이랑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말투를 따라가게 되고, 그 생각을 읽게 되니까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다.카이: 저는 사실 연습도 많이 하고 스스로 주변에 있는 전라도 출신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했는데 외국 말 하는 것처럼 자신이 없었다. 영어 발음 기호 적듯이 단어 밑에 적어 놓고 연습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 분이 운전을 하시다가 “근데 고향이 전라도여” 하시더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출님과 작업을 하면서 ‘이 작품과 점점 하나가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씩 웃었던 기억이 난다. Q 개막이 3주 정도 남았는데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카이: 나 같은 경우는 악역이 처음이고, 또 양치성은 단순히 악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라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계속해서 연출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연출님께서는 그냥 믿으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 속에 있는 것을 그냥 믿기만 하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신다. ‘양치성이란 인물을 믿어라’라는 주파수를 저에게 계속 주셔서 (어려움은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안재욱: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연습하는 시간에 집에 혼자 있는 색시다. (웃음) 그래서 집중력과의 싸움 중이다. (웃음) 서범석: 사랑의 힘이란 좋은 거다. (웃음) 작품에서 좋아하는 여자 옥비가 나오는데,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옥비와의 관계를 관객들이 얼마나 이해해주실까’라는 고민이 있다. 김우형: 아까 얘기했지만 고선웅 연출에게 모든 걸 맡겼다. 그래서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신뢰가 생겼다. Q 연습하면서 서로에게 받은 인상은 어떤가.서범석: 나는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함께 하면서 안 배우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친화력이 너무 좋다. 우형이는 느낌대로 듬직하다. 이름에 ‘우’자가 들어가서 그런가. 말도 우직하게 한다. (웃음) 카이는 에서 한 번 같이 해봤지만 그때하고는 또 다른 진지함이 있다. 자기 자신을 연기자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뿌듯하다. 김우형: 안재욱 선배님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고 이번에 작업은 처음이지만 낯설지가 않았다. 매사에 진중하고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범석이 형님은 이 작품을 꼭 해야 되는 사람이고 에너지가 폭발적이다. 카이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서로 되게 좋아한다. 카이가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저는 낯가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막 들이댔다. (웃음)카이: 우형이는 양치성 그 자체다. 몸에서 뿜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동갑이지만 많이 배우고 있다. 범석이 형님은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하신다. 형님 덕분에 송수익이란 인물을 굉장히 사랑하게 됐다. 재욱 형님은 딱 보면 ‘차도남’인데 사실은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다. 연기를 할 때도 불편함은 없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안재욱: 작품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다들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인데 이번에 같이 연습을 하면서 ‘이 사람들이 무대에서 사랑 받는 이유가 다 있구나’라는 걸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범석이 형은 가장 먼저 배역에 대한 대본과 노래를 외웠고 열정을 가지고 몸소 보여주니까 후배들이 안 따라가려야 안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예전에 우형이나 카이가 “형이랑 작품 한번 하고 꼭 하고 싶다”고 해서 속으로 무척 반가웠다. ‘이놈들이 형하고 하면 도움될 것 같으니까 하고 싶은 거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까 ‘자기들이 하는 걸 한 번 봐라’ 이런 느낌이었다. 내가 못 쫓아가겠더라. (웃음)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신시컴퍼니 제공 / 영상편집: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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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 조회 1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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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아리랑>은 신명나고 감동적인 작품 될 것”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팡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 공연되는 것은 망각의 딱지를 뜯어내고 그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과 같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나라를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대하소설 의 작가 조정래가 광복 70년을 맞아 제작된 창작뮤지컬 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일, 공연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이날 작품의 원작자인 조정래를 비롯해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을 언론에 소개했다. “을 준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따로 오디션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배우들과 공연을 하는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7)이후 8년 만에 대형 창작뮤지컬에 도전하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각오도 남달랐다. “몇 년 전 뮤지컬 를 보다가 누비아 백성들이 핍박 아래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장면에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이 생각났다.”고 뮤지컬 제작 배경을 밝힌 그는 “총 50억의 제작비를 들였고, 무대 셋업 기간만 3주를 잡을 만큼 무대에도 큰 공을 들였다. 대형 창작뮤지컬의 눈높이를 새로이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조정래, 박명성원고지 2만장, 책 12권에 달하는 원작의 내용을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한 뮤지컬 은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린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원작이 너무나 대단한 작품이어서 파면 팔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연구를 할수록 작품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조정래 선생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선웅, 김대성연출을 맡게 된 소감을 ‘오지다’는 사투리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낸 고선웅 연출은 “40년 가까운 세월의 이야기를 2시간 남짓한 무대에 담아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연출 방향은 ‘애이불비’로 잡았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음악의 중심은 제목이기도 한 ‘아리랑’이 될 예정이다. 작/편곡을 맡은 김대성 작곡가는 “현대음악도 있고 국악, 뮤지컬적인 음악도 있지만 중심은 ‘아리랑’이다. ‘아리랑’에 중심을 두고 다양한 외래음악을 ‘우리화’하는 작업을 했다. 전자음악을 많이 쓰기보다 20인조 오케스트라를 편성해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녀, 서범석, 안재욱배우들도 각기 소감을 밝혔다. 고난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어머니 감골댁을 맡은 김성녀는 “연습하면서 가슴이 분하고, 원통하고, 먹먹하고, 가만히 서 있어도 눈물이 났다.”며 “주연과 앙상블 구분 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의병처럼 연습하는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서범석과 안재욱은 독립운동가 송수익으로 분한다. “나중에 객석에서 무대를 보면 속상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는 안재욱은 “큰 책임감을 갖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고, 서범석은 “나는 왜 대한민국에 태어났는지,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와중에 다른 작품을 계약하기 하루 전 측에서 연락이 왔고, 바로 출연한다고 했다.”며 은 신명 나고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이소연, 이창희, 김병희일제의 앞잡이 양치성 역은 김우형과 카이가 맡았고, 고난의 세월을 감내하는 아름다운 여인 수국 역에는 윤공주와 임혜영이 캐스팅됐다. 윤공주는 “연습 전 낭독회를 했는데, 주책맞게도 리딩을 하다 눈물이 나올 만큼 가슴이 먹먹했다. 그만큼 가슴이 뜨거웠던 작품”이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고, 김우형은 “이 작품이 눈물이나 애국심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아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낼 뿐이다. 그런데도 연습하며 참 많은 눈물이 났다. 그게 이라는 작품이 가진 힘 같다.”며 윤공주의 말을 거들었다. 카이는 “처음 대본을 받고 양치성이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가 과연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얼마나 떳떳한 삶을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모습을 거짓 없이 표현해 낼 것”이라고 진지한 각오를 밝혔다. 이와 함께 국립창극단의 이소연이 옥비 역을 맡아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를 오가며 한민족의 소리를 표현하며, 이창희와 김병희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남자 차득보로 분할 예정이다. 조정래 작가는 공연을 앞두고 저마다 각별한 각오를 밝힌 배우들에게 “배역이 무엇이든 ‘당신들 하나 하나는 조선이다’라는 소설 속 대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7월16일부터 9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6.11 / 조회 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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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뮤지컬로 7월 개막, 안재욱 · 서범석 등 출연
장장 12권에 달하는 조정래의 역사소설 이 뮤지컬로 태어난다. 신시컴퍼니 제작의 창작뮤지컬 이 오는 7월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소설 은 김제를 중심으로 동학혁명, 일제 강점기, 해방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조선 민초들의 삶을 방대하게 그린 작품으로, 1990년 12월 한국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해 약 4년 8개월의 집필 기간 동안 2만장 분량으로 탈고된 대하소설이다. 약 3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뮤지컬 은 소설에 바탕을 두되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내용을 재편하여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 정신, 인간의 삶을 투영할 것으로 알려진다. 연극 등의 각색, 연출을 비롯해 뮤지컬 윤색을 탁월하게 선보인 고선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아 2시간 40분의 무대로 펼칠 예정이며, 등 다수의 뮤지컬, 국악 작품을 만들어 온 작곡가 김대성이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포함한 50여 곡의 넘버들을 맡았다. 이 밖에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 사이먼 코더, 영화 등을 맡았던 의상 디자이너 조상경 등의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진취적인 양반이자 독립운동가 송수익 역으로 등의 작품에 출연한 안재욱과 등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남긴 서범석을 만날 수 있다. 등에서 활약한 김우형과 의 주역으로 설 카이는 시대가 만든 악인 양치성 역을 맡아 악역 도전에 나서며, 거친 운명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내는 방수국 역으로 윤공주와 임혜영이 활약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의 대표 배우인 이소연은 우리 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예인 차옥비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하며,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없는 차득보 역은 에서 가이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창희와 다수의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김병희가 번갈아 설 예정이다. 인고의 어머니상을 보여주는 감골댁 역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자 등의 무대를 펼쳐온 김성녀가 맡았다. 19인조 오케스트라가 공연 음악을 담당하며 무빙 LEC 스크린을 통한 영상 활용으로 역동적인 무대 구현을 꾀하고 있다. 뮤지컬 은 오는 7월 16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5.04.13 / 조회 8,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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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알았어요,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는 걸” <아이다> 암네리스, 안시하
지난 해 봄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사람이 에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관계자를 통해 들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우리들도 놀랐다”는 그들의 연이은 말은, 제작 공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홍보성 멘트만은 아님을, 본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가창력, 노련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실력 있는 참신한 여배우가 더욱 고팠던 무대에 희소식, 새로운 암네리스 안시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준비된 신데렐라 탄생 2012년 의 배우들을 뽑는 오디션이었다. 지원자들의 상대 배역을 해 주는 리딩 파트너가 지방 공연으로 갑자기 빠지게 되었고 연출부는 의 앙상블로 공연 예정이었던 안시하에게 급하게 부탁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귀찮은 일일 수도 있거든요. 대본을 외우고, 3, 4일간 시간을 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전 를 본 적도 없어서 작품 연구도 따로 해야 했고. 그런데 흔쾌히 한다고 했어요. 한편으론 날 연기를 좀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천한 것 같았고 또 신기한 경험이겠다, 싶었거든요.” 처음 접한 의 대본은 깊이도 재미도 있었다. 아이다도 하고 암네리스, 메랩, 조세르 장면 등에 따라 의상도 네 벌을 준비 했다. 그러니 주변에선 노래도 해 보라고 했다. 오디션 심사자들도 “네가 좀 하는 아이구나” 했단다. “최종 2명 중에 암네리스를 뽑는 것만 남았고 저는 할 일을 다 했으니 가려고 했어요. 근데 대표님이 “수고했으니까 노래 하나 해봐” 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아니에요, 가보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주변 스텝들이 어서 해보라고. (웃음) 다행히 일주일 전에 의 첫 곡인 ‘Every Story is a Love Story’를 다른 오디션에서 자유곡으로 부르려고 친구가 연습하는 거 보고 익혀두었거든요. 연습을 많이 했던 건 아닌데 연습할 때 보다 더 잘 됐었어요. (웃음) 노래 끝나고 나니 다들 놀란 표정으로 3초간 정적, 그러고 나서 장면도 해 보라 하셔서 수트 신을 했죠. 오디션 리딩 파트너를 하면서 연출이 주문하는 걸 계속 봤던 터라 그렇게 했더니 “넌 내 말을 다 듣고 있었구나”하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얼떨결에 오디션을 마친 안시하는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다시 전화를 받고 연습실로 돌아갔다. “이런 경우가 다 있네”라는 말은 안시하와 오디션 심사위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렇게 안시하는 암네리스가 되었다. “가녀리거나 섹시하거나, 모든 남자의 사랑을 받는 등 뻔한 여자 캐릭터가 많잖아요. 하지만 암네리스는 발랄하고 통통 튀고 때론 코믹스럽기도 하고, 슬픔의 반전과 강함까지 보여주니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하게 되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너무 행복했죠.” 철 모르는 공주에서 사랑의 상처를 딛고 당당한 한 나라의 수장이 되는 아름답고도 강인한 매력적인 캐릭터.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관객들에게 암네리스의 매력은 곧 배우 정선아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2010년부터 암네리스 역을 맡아 온 정선아와의 더블 캐스트는 안시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해외 캐스트 OST를 들어보면 선아 만큼 못해요. 선아가 훨씬 잘해요. 그래서 저도 그만큼 해야 어느 정도 한다고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선아와 비슷하게만 하면 저 정도의 실력은 있다고 인정 받을 수 있고 못하면 처참해질 것 같았죠. 하지만 워낙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인식도 있었고, 열심히 하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과는 ‘모’ 였다. 가는 팔다리, 언뜻 여려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는 에너지 넘치는 시원한 가창력과 오랜시간 앙상블로 무대를 다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의 암네리스를 거뜬히 소화해 내었다. “노래에 대한 자신은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요도 많이 듣고 부모님이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셨는데 사과 창고에서 혼자 새벽 2, 3시까지 노래하곤 했거든요. 는 조금이라도 호흡이 뜨면 힘들어서 노래에 대한 부담감은 아직 있지만 이제서야 좀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아요."(웃음) 꿈이 없던 소녀, 커튼콜에 홀리다 충남 예산에서 나고 자란 안시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막내 딸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일 것 같아 지원했던 유아교육학과 입시에 낙방 후 터울 큰 언니, 오빠들과 서울에 올라온 이후 우연히 TV에서 방송아카데미 뮤지컬과의 광고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인생은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나가게 된다. “광고를 보며 저게 뭐지? 궁금했어요. 전화를 해서 뮤지컬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연기하고 춤추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해도 되냐고 했더니 내일 오라고 하기에 부랴부랴 원서 써서 다음 날 가서 노래도 부르고 말도 안 되는 연기하고.(웃음) 그런데 어디에서 연기 배운 적 있냐고 웃으시며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낮엔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엔 아카데미 수업을 듣는 주경야독의 시간이 계속되었지만 피곤한 줄을 몰랐다. 꿈이 없는게 고민이었다는 고교시절의 그녀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카데미 마지막 워크숍 공연 커튼콜에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나만 보고 나에게 박수를 쳐 주는데 소름이 쫙 돋는 거에요. 무대에 있을 때 만큼은 어떤 걱정, 상념 없이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아,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에 대한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주변의 권유로 두 달 간 입시를 준비해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게 되었고, 졸업 하자마자 2004년 로 데뷔, 꾸준한 러브콜 덕분에 쉼 없이 무대에 섰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한게 아니었다. “거의 창작극을 했어요. 만들어가는 기쁨이 컸거든요. 그런데 고생하며 만들었어도 창작극이 잘 안되면 여러가지로 배우에게 안 좋더라고요. 못 받은 출연료를 합하면 거의 집 한 채 값은 될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돈을 떼 간 회사는 거의 다 망했어요. 또 어느 순간 방송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나쁜 사람들에게 속아서 2년간 방황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한 작품이 (2011)에요.”소극장에서 같이 주연을 하던 동료 배우가 대극장 주역으로 설 때, 앙상블로 무대 뒤에서 춤을 춘다는 건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주변에선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으니 지금 상황에 기죽지 말라”며 위로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위로를 해 주던 그 동료들이 희망의 증거로 안시하를 바라보고 있다. “예전엔 왜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준비가 없으면 기회가 와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언제나 준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안시하는 공연 다음날도 9시 전엔 일어난다고 한다. 늦잠 자는 시간이 아까워 오전에도 운동이든 뭐든 하며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그녀는 최근에 영어를 좀 더 배워볼 준비를 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시원한 병맥주를 따 마시던 유쾌한 아가씨이지만 공연 연습부터 마지막 공연 때까지 금주는 기본이다. “우선 를 정말 잘 끝내고 싶어요.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지만 예쁜 거 말고 이것 저것 다 해 보고 싶어요. 힘 주지 않고 던질 수 있는 연기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왈가닥도 좋고 재미난 역도 좋고요. 제가 사투리 하면 다들 빵 터져요.(웃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미지의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3.26 / 조회 2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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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 팬미팅] 정선아와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만남
“2005년에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전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암네리스는 뭐랄까, 그냥 저죠.”(일동 웃음) 정선아의 농담 반, 진담 반 유머에 유쾌한 웃음이 번지는 팬미팅 현장. 분위기가 조금 더 화기애애 한 건 참가자들이 미래의 뮤지컬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정선아의 팬으로서,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서 참가자들은 정선아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빛나는 눈빛으로 ‘접수’ 했다. 많은 질문을 준비한 이들을 위해 기존 순서마저 생략하고 대화가 진행됐을 정도로 분위기는 적극적이다. 이들에게 선배 배우 정선아가 전하는 뮤지컬 오디션 팁! Tip 1 지망 역할에 맞는 이미지 메이킹Q 어떻게 뮤지컬 배우가 되셨나요. 중학교 2학년 때 를 보고 일찍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어요. 정말 많이 찾아보고 그땐 별로 없었던 학원도 찾아 다니면서 준비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가 만 18살이었는데 미미 역할이 하고 싶어서 컬러 렌즈 끼고 속눈썹 붙이고 파마까지 하고 갔죠. 가사든 뭐든 다 외워놨기 때문에 눈 감고도 노래를 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물론 아마추어 수준이었겠지만..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님과 칼린 선생님이 가능성을 보고 뽑아 주셨죠. 나중에 나이를 보고 다들 놀라셨죠(웃음). 좋은 기회로 주인공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하고 있어요. Q 오디션 팁을 주신다면. 저도 오디션을 봐요. 외국 라이선스 작품은 꼭 오디션을 보죠. 최근에도 를 봤거든요. 오디션 갈 때 지망하는 역할의 이미지에 맞게 꾸며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가는 것도 중요한 방법 같아요. 내가 노래를 너무 잘한다든가, 너무 예쁘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다들 비슷하거든요. 그럼 얼마나 이 역할을 생각하고 준비 했는지 겉모습으로도 어필을 하는거죠. 특히 외국 스탭들에겐 그런 요소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정선아라고 하면 국내 스탭들은 어떤 역할에서 어떤 연기를 해왔는지 알지만 그들에게 그건 상관 없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공평하죠. 아이다를 지망했다면 발걸음부터 아이다처럼 하고 가고 암네리스를 지원했다면 약간은 화사하게 꾸미고 가는 것도 좋아요. 노래 역시 그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어떤 장면에서 부르고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심사위원들은 프로이기 때문에 한 소절만 들어도 연기가 어느 정도인지, 이 역할을 위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파악을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고,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죠. Tip 2 나를 제대로 아는 센스Q 2010년 혼자서 원캐스팅으로 장기공연을 소화하셨는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사람은 성대가 다 달라요. 배우들도 성대가 강한 사람, 약한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우선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2010년에 3개월 이상 원캐스팅으로 암네리스를 연기를 할 때 아침에 일어나면 ‘음음, 아아’를 해봐요. 이렇게 하다보면 느낌이 와요. 내일 모레쯤 아플 것 같아(일동 웃음). 감기에 걸리면 3일 뒤엔 괜찮겠네. 내 몸을 아는 거죠. 그리고 목의 어떤 길을 뚫으면 목이 쉽사리 상하지 않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암네리스의 고음이 상당히 편해요. 매일 똑 같은 시간에 그 음을 내니까 몸이 익숙해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2010년 원캐스팅할 때 오히려 더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루 이틀 쉬는 것보다 항상 똑 같은 시간에 성대를 쓰니 몸이 거기에 맞춰지더라고요. 그리고 잠 푹 잘자고, 잘 먹는 것도 중요하죠. Q 복식, 흉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다 필요없어요. 복식이고 흉식이고(웃음). 복식은 폐활량과 관계가 있을 수는 있는데, 저도 복식 호흡 잘 몰라요. 차라리 폐활량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결국은 연습이죠. 기초체력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무대에 올라가면 컨디션이 매일 달라지는데 기초체력이 없으면 힘들거든요. 체력을 잘 분배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뮤지컬에서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성악과에 갔습니다. 앞으로 오디션을 봐야할 지, 뮤지컬과에 다시 들어가야 할지, 아카데미에서 공부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전 학교를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저도 연극영상학과인데 아직 졸업 못했어요(웃음). 학교에 온 사람들이 다 뮤지컬을 하고 있진 않더라고요. 반대로 말하면 정말 할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하게 돼 있고요. 차라리 아카데미에 투자해서 자기만의 오디션 레파토리 곡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공연 많이 보시고요. 작은 공연이라도 많이 보는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Q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힘든 순간이 오잖아요. 그때 어떻게 버티셨나요? 공연을 하다 보면 많은 일이 일어나요. 저도 때 세트에 정강이를 찍어서 알처럼 튀어나온 채로 공연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엔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거 같아요. 공연장에 1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신 분들이 오시는데, 어렵게 아르바이트 해서 오시는 분도 있고 특별한 날이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내가 못하겠어요, 하는 건 배우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Tip 3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실력만이 중요할 뿐! Q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제파악, 자기 성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다들 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 중에서 외모도 중요한데, 얼마큼 중요할까요. 외모가 연예인처럼 예쁠 필요는 없어요. 암네리스는 예뻐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광대가 튀어나와도 되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분장과 의상, 조명이 도와주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다만 매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에 맞는 매력이죠. 저도 제 외모에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조금씩 시술도 하고(일동 웃음). 역할에 따라 살을 빼기도, 찌우기도 해요. (공연계는) 남자든 여자든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Q 제가 제일 닮고 싶은 건 정선아 배우님의 표정과 제스쳐에요. 그건 저도 모르게 하는 거에요(웃음). 손 동작은, 암네리스는 괜찮은데 다른 작품에선 자제해야 할 때가 많아요. 노래할 때 손 동작 때문에 '그 손, 손!' 하며 지적 받은 적도 많죠. 표정은, 전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해요. 미국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많이 보고요. 그래서 표정이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아닐까요. Q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는데 나이는 상관이 없나요?너무 늦었나? 싶을 때, 어른들 말씀대로 제일 빠를 때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도 늦게 시작하신 분들이 있거든요. 이혜경 선배도 28살인가, 29살에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한 방이에요(일동 웃음). 실력을 쌓아온다면 나이는 중요치 않아요. 정말 좋은 작품에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으면 그때부터 시작이죠. 저도 이제 서른이데, 이제 시작이에요(웃음). Q 암네리스의 주요 넘버 ‘I know the truth’ 부르는 방법‘I know the truth’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노래에요. 작곡가 엘튼 존의 절친이었던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만든 노래라고 하거든요. 사랑하는 남자가 사실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힘들어 하는 노래인데, 2010년엔 등장부터 울먹거리면서 나왔어요. 그런데 노래는 길어요. 처음부터 배우가 슬퍼하면 클라이막스 부분이 나와도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감동은 덜해요. 처음엔 엄청난 사실을 알고 멍해지면서 지금까지 일을 곱씹어 보는 거죠. 내가 바보 같았구나…그러면서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거죠. 가사의 감정선에 충실하면 됩니다. 괜찮다면 오리지널 가사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3.01.30 / 조회 2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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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더블 캐스트의 서로 다른 매력이 풍성할 것”
뮤지컬 가 지난 12월 2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5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선 소냐, 차지연이 누비아 공주에서 이집트의 노예가 된 ‘아이다’ 역에 캐스팅,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아이다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라다메스’ 역에 김준현, 최수형이,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 역엔 정선아, 안시하가 더블 캐스팅됐다. 연출을 맡은 키스 배튼은 “2006년에 처음 로 한국에 왔을 땐 아시아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 지 알 수 없었는데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며 “한국에서 세 번째 공연이지만 공연 때마다 발전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덕션이 가장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다 역 소냐, 차지연 라다메스 역 김준현, 최수형 암네리스 역 정선아, 안시하아이다 역에 처음 도전하는 소냐와 차지연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칼린 협력 연출은 “둘이 너무 다르다”며 “본능적으로 임하는 장면이나 매력, 음색, 음역과 생김새, 움직임까지 모든 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이 잘 끌고 와줘서 매력적인 두 명의 아이다가 탄생했다”고 말했다.아이다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소냐는 “관객에서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단 믿음이 있다”며 “그 동안 무대에서 감춰왔던 느낌을 이번 무대에서 펼쳐 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용감한 이집트의장군 라다메스(최수형) 권력욕의 화신, 조세르(이정열) 패션을 위해 태어난 공주?! "옷은 또 다른 나" 암네리스(정선아)화려함의 절정! 암네리스 패션쇼차지연은 “제 무대가 따뜻했으면 좋겠다”며 “아이다이기 때문에 돋보이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로 달려나가니, 그것이 무엇보다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일본에서 의 라다메스로 활약한 바 있는 김준현은 “일본에서 를 했을 때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색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 공연에서 연습을 해가며 많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한국 무대가 일본보다 뜨겁고 열정적”이라고 밝혔다. 금기된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김준현, 차지연)2010년 에서도 암네리스 역을 맡았던 정선아는 “2010년엔 모두 원캐스트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재미있었다”며 “이번엔 모두 더블 캐스팅이라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더블 캐스팅이라 좀 더 풍성한 볼거리가 많아졌고, 모두 잘 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내년 4월까지 생동감 있게 공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공주님의 돼주세요" 갈등하는 아이다(소냐) 이집트의 위엄있는 여왕, 암네리스(안시하)뮤지컬 는 팝의 거장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로 탄생한 대작으로 우리나라에선 2005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이다. 이번 공연엔 소냐, 차지연, 김준현, 최수형 등 새로운 배우들 뿐 아니라 2005년 조세르 역으로 활약했던 이정열과 성기윤이 다시 컴백해 주목받고 있다. 는 내년 4월 2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2.12.03 / 조회 17,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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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사랑, <아이다> 차지연·김준현
'연습이 끝나면 매번 녹초가 된다'는 말과는 달리, 차지연·김준현과의 인터뷰는 무척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기자의 답변에 성실하게 답해주었고, 틈틈이 서로 음식을 챙겨주거나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로의 이야기에 깜짝 놀랄 만큼 꿈도, 가치관도 비슷한 두 사람은 멋진 배우 이전에 참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6년 전 에서 처음 만나 올해 에서 뜨거운 사랑을 펼쳐 보일 차지연과 김준현의 이야기.일찍 시작된 와의 인연는 두 사람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차지연은 늘 하고 싶은 작품으로 를 꼽아왔고, 일본 극단 사계에서 라다메스 역으로 수십여 번 무대에 올랐던 김준현도 국내 무대에 서길 원했다. 그래서 둘 다 지난 2010년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아쉽게도 최종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고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측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다. "사실 올해는 원서를 안 냈어요. 이 작품이랑은 못 만날 운명인가보다 했죠. 근데 (제작사에서) 먼저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마침 디큐브아트센터 바로 맞은편 건물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걸어서 5분 거리여서 금방 오디션을 보고 나와서 나중에 합격 소식을 들었죠."(차지연) "저도 뭔가 안 맞나 보다, 해서 지원을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쪽에서 먼저 전화를 주시더라고요."(김준현) 2006년 으로 처음 뮤지컬에 데뷔한 차지연은 그 때부터 벌써 주위 사람들로부터 와 잘 어울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도, 심지어는 도 어떤 작품인지 몰랐던 그녀는 그제서야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고. "당시 (옥)주현 언니가 출연했던 가 큰 이슈였어요. 주현 언니가 공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잠깐 봤는데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작품에 이렇게 좋은 역할이라니…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차지연) "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한 번 접하면 깊게 빠지게 되는. 남자·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보니 더 절실하게 빠지게 되고, 앙상블의 의상이나 춤 동작, 조명에 엄청나게 파워가 있어요. 매력이 많아서 배우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죠."(김준현) 이미 일본에서의 공연을 통해 의 매력에 푹 빠져있던 김준현은 한국 관객들 앞에서도 라다메스를 연기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 기대가 이뤄진 지금, 그는 동료 배우들과 한층 더 뜨거운 열정을 나눌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일본 배우들 사이에는 문화적 특성상 서로 건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많기 때문에 각자 역할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이 점이 작품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근데 는 엄청 뜨거운 작품이고, 열정적으로 쏟아내야 하는 작품이고, 그러려면 배우들 사이에 유기적인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 좀 뜨겁잖아요. 우리 팀이 서로 정말 잘 지내고 있어서 아마 더 뜨겁고 더 열정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김준현) , 그 뜨거운 사랑그 뜨거운 무대의 중심에는 주인공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애절한 사랑이 있다. 이집트의 노예로 사로잡힌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그리고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는 처음 만난 순간 서로에게서 어떤 특별함을 감지한다. 승전국의 장군과 패전국의 공주.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에, 이들의 사랑은 짧은 시간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라다메스는 모험을 좋아하고, 궁궐 사람들의 겉치레가 싫고, 계속 어딘가로 벗어나고 싶어했던 남자 같아요. 그런 남자가 처음 아이다를 만나면서 절대 굴하지 않는 자신감, 자유분방한 모습을 본단 말이죠. 어쩌면 라다메스가 그토록 원하던 삶을 아이다가 살고 있었기에 마음이 끌린 것 같아요.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안 거죠."(김준현)"라다메스는 다른 사람처럼 아이다를 비웃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해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런 건 본능적으로 느껴지잖아요. 처음엔 좀 헷갈리기도 했겠죠.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입고 있는 이집트 제복이 저 사람을 말해주는 걸까, 아니면 내가 느끼는 특별함이 맞는 걸까. 그러다가 그가 아이다의 동포들을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점점 진심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그렇잖아요. 불가능한 사랑이기 때문에 더 뜨겁고, 미칠 것 같고, 숨이 멎을 것 같고. 나이도 어렸으니까 더 그렇겠죠? 열 여덟 살 무렵이니까."(차지연) 차지연은 전작 에서도, 에서도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메르세데스도, 깊은 한을 소리로 표현했던 송화도 모두 묵직한 존재감을 가졌다. 그런데 아이다가 그녀에게 전해준 열기는 그보다 한층 더 짙은 듯 했다. "아이다는 그 동안 제가 맡아온 역할 중 가장 책임감이 막중한 인물이고, 너무나 큰 것을 감당해내야 하는 여성 같아요. 메르세데스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반면, 아이다는 누구보다 깊이 라다메스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계속 밀어내요. 그런데 그건 그를 위해서, 그리고 조국을 위해서에요.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 깊이, 그 사랑의 무게는 누구보다 뜨거운 것 같아요. 가장 진실되고, 가장…진한 것 같아요."(차지연) 차지연은 를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도 좀 더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저는 이 공연을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조차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까워요. 그냥 잠시 설레서 만났다가 단점이 보이면 바로 돌아서거나, 뜨거움이 식었다는 이유로 서로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전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만약 저한테 '아이다 같은 사랑을 할 수 있겠어?'하고 물어보면 저는 바로 네, 할 것 같아요. 왜냐면 그저 그렇게 아무 느낌 없는 사람을 만나서 평생 사느니 정말 단 며칠이라도 진실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생의 가장 큰 축복이니까요."(차지연) 에서 로, 차지연·김준현의 두 번째 만남차지연과 김준현은 지난 2006년 일본 극단 사계가 공연한 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김준현은 한국인 배우로서는 최초로 의 주연 무파사 역을 맡아 화려한 조명을 받았고, 주술사 라피키를 연기한 차지연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잘 나가던' 주연배우와 파릇파릇한 신인은 무대 위에서도, 무대 아래에서도 서로 깊이 교류할 일이 없었다. "별로 얘기도 못 해봤어요. 저는 뮤지컬 처음 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오빠는 그냥 봐도 멋진 주연이었으니까. 되게 멋있다, 하면서 혼자 그냥 사자탈이나 닦았죠.(웃음) 그랬는데 이번에 상대역이 준현 오빠라는 거에요. 걱정이 많았어요. 어색하고 민망할 까봐. 사실 그 전엔 (김준현에 대해) 오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습하면서 진짜 모습을 알게 됐죠. 배우들 중엔 연인 관계에서도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근데 오빠는 늘 자신을 겸손하게 낮춰요. 그래서 더 고맙고, 기대게 되고, 믿게 되는 거에요. 그 따뜻한 감성이 라다메스와 맞닿아 있어서 더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수형오빠도 그래요."(차지연) "(아이다와) 지연이가 참 잘 어울리겠다, 하면서도 걱정했어요. 얘기도 많이 안 해봤고, 사자·원숭이로 만나다가 끌어안고(웃음) 뽀뽀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죠. 그런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지연이가 너무 편하게 해줘요. 스킨십 하는 장면에서 여배우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내색을 하면 남자배우들은 훨씬 더 굳어지고, 작품 전체에도 영향이 가거든요. 동생이지만 배우로서 존경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둘 다 서로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그 때는 6년 전이니까."(김준현)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은 것은 참 기쁘고 다행스런 일이지만, 공연을 앞둔 배우들에게는 부담감도 늘 뒤따른다. 외모 콤플렉스가 많다는 차지연은 김준현·최수형과 함께 무대에 올라 멋진 남녀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연습 시작 전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로 몸을 단련했던 그녀는 이제 수면제를 먹어가며 연습에 임하고 있다. "연습이 끝나면 너무 졸려요. 그런데 집에 가서 씻고 침대에 누우면 그 때부터 장면 별로 대사가 들려요. 내가 뭘 잘못했더라? 이 다음엔 뭐더라?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게 너무 심해서 매일 저녁마다 약을 먹어요. 아침에는 연습실에서 몸을 풀면서 약기운을 버리고.(웃음) 내일 런을 돈다고 하면 걱정돼서 잠이 안 와요. 겁쟁이에요, 겁쟁이."(차지연) 부담감은 김준현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의 탈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마음고생이 심하다며 웃음지었다. 이석준·이건명·김우형 등 역대 라다메스가 남긴 선례가 그에겐 큰 부담이다. 매일 연습이 끝나면 녹초가 되지만, 기어이 헬스장에 가서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역대 라다메스들, 특히 (김)우형이가 너무 잘 해놨어요. (제작사) 대표님이 우형이가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서 술을 끊고 운동을 했다고 적어놨을 정도에요. 밋밋한 복근을 보여줬다간 큰일나는 역할이 된 거죠. 근데 이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아요. 밖에 나오면 사회생활 때문에 안 먹을 수 없으니까, 집에서는 음식을 아예 안 먹어요." '좋은 배우'보다 먼저 '좋은 사람'을 꿈꾸다 두 사람은 '배우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순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진실된 연기를 할 수 없다고 믿기에, 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 "오늘 아침 연습실에 오면서 주방도구 파는 시장을 지나왔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쭈그려 앉아서 찬 물로 냉장고를 닦고 계시는 거에요. 너무 추운데. 그 모습을 보니까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고요. 아, 겸손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그런 순간들이 제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특히 제 삶을 많이 돌아보게 되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되요. 누군가가 미워질 때도 '이렇게 살면 어떻게 무대 위에서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겠어' 하면서 자제하게 되고. 작품 때문에 힘든 것은 당연한 거고, 저희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죠. 그 외에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도 감사하고, 게다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좋아해주시니까요."(차지연) "체 게바라가 한 말이 있어요. 현실주의자가 되자, 다만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고 살자. 현실에 충실하면 꿈도 이뤄진다는 얘기라고 저는 생각해요. 힘들 때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힘든 것도 잠시 잊게 되는 것 같아요. 현실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항상 하려고 해요."(김준현) 두 사람의 꿈도 엇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친구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는데, 거기서 아이들을 돕고 있어요. 부모가 없고, 돈이 없는 아이들 중에도 분명 이쪽 일을 하고 싶은 애들이 있을 거에요. 근데 연기학원에 다니면 한 달에 80만원, 100만원이 들어요. 대학교 연극영화과·뮤지컬학과 등록금도 한 학기에 500만원이 넘고요. 그래서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낸단 말이죠. 그런 애들을 모아서 재단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저와 마음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 애들을 돕고, 가르치고,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고, 그 애들이 배우가 되면 또 다른 아이들을 돕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김준현) "놀랐어요. 저도 비슷해요. 여유가 더 생긴다면 엄마랑 동생 살 수 있는 기반만 마련해드리고 나머지는 다 싸 들고 아프리카든 어디든 직접 가서 애기들 밥 해 먹이고, 키워주고, 씻어주고, 같이 노래하고 공부하고 그게 꿈이에요. 그러다가 거기서 죽고 싶어요. 저는 지나가는 애기가 우는 것만 봐도 마음이 그렇게 아파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 죄 없는 아기가 병을 얻고 아픈 걸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요. 오늘 이 인터뷰 이후로 오빠랑 얘기할 게 많아질 것 같네요."(차지연)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 디자인: 이주영
2012.11.12 / 조회 25,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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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다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삼각사랑
2005년 초연 이후 7년 만에 서울 공연을 앞둔 뮤지컬 가 오는 12월 개막을 앞두고 연습실을 공개했다. 이번 무대는 오랜만의 서울공연이라는 점 이외 주인공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새로운 배우로 만날 수 있어서 주목 받고 있다. 2012년 아이다 소냐, 차지연, 라다메스 김준현, 최수형이 그 주인공. 이들은 2010년 공연에서 원캐스팅으로 연기한 암네리스 정선아, 그리고 뉴페이스 암네리스 안시하와 함께 비극적인 삼각관계 연기한다.소냐는 “는 음악으로 먼저 접했고 음악이 참 좋아서 오디션에 참가했다”며 “지금은 연습을 해가면서 아이다가 누비아의 공주로서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 (역할의 매력에) 빠져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다의 새로운 얼굴, 소냐/차지연 암네리스 정선아/안시하차지연 역시 의 매력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2주 반 정도 연습을 해오니 가 왜 인지 뼛속까지 느끼고 있다”며 “이 작품은 무대, 의상, 조명, 연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려한 게 전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까지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고 밝혔다. 라다메스 최수형/김준현2010년 공연에서 암네리스 역을 원캐스트로 활약한 바 있는 정선아는 “브로드웨이에서 를 보고 CD를 사서 들리지 않을 때까지 많이 들었다”며 “한국에서도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다로 오디션을 봤지만 그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렸다”고 와의 인연을 밝혔다. 그는 “2010년 다시 오디션을 보고 옥주현, 김우형씨와 함께 원캐스트로 연기하며 너무나 즐거웠다”며 “다시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 당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당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번 2012년 무대는 오리지널 협력 연출가 키스 배튼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는 디즈니 작품 중 애니메이션을 기초로 하지 않는 첫 번째 뮤지컬”이라며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라고 밝혔다. 7년만에 야망 가득한 조세르 역으로 돌아온 성기윤 허영덩어리 철부지 공주(정선아) "패션보다 중요한 게 있어?" 안타까운 사랑, 아이다(차지연)와 라다메스(김준현) 누비아 백성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는 아이다(소냐) 명장면 'Danc oe the robe'는 으로 호흡을 맞췄던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다시 의기투합해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다운 무대에서 펼쳐진다. 국내에선 2005년 초연해 8개월이라는 장기공연을 마쳤고, 지난 2010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원캐스트 공연을 펼친 바 있다.2012년 는 오는 12월 2일부터 2013년 4월 2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뮤지컬 "아이다"뜨거운 연습 현장!
2012.11.02 / 조회 1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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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 소냐, 정선아, 김준현 등 <아이다> 12월 공연
엘튼 존 작곡, 팀 라이스 작사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이들 사이에 놓인 라다메스 장군의 전설 같은 사랑이야기, 뮤지컬 가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올 겨울 서울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3주간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총 31명의 배우 중 새로운 아이다는 차지연과 소냐의 몫으로 돌아갔다. 또한 암네리스 공주 역은 2010년 공연 당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정선아와 함께 신예 안시하가 번갈아 분할 예정이다. 특히 소피 커버, 등에 서 온 안시하는 오디션에서 지원자의 상대역을 해 주는 리더를 하다 심사위원들의 요청으로 암네리스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으며, 앙상블과 조역을 거치며 연마한 진짜 뮤지컬 배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암네리스 역으로 낙점되었다. 죽음도 불사하며 아이다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라다메스 장군 역에는 일본 사계에서 같은 역으로 150여 회 공연을 소화한 바 있는 등의 김준현과 등에서 활약해 온 최수형이 나선다.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토니상을 휩쓸었으며, 국내에 2005년 소개된 후 애절한 이야기, 화려한 무대, 강렬한 음악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아온 는 오는 12월 2일부터 2013년 4월 2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2.09.11 / 조회 26,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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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 국립극장 찍고 일본 공연 “살아있는 캐릭터 매력”
뮤지컬 가 1년 만에 무대에 오르고 있다.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국립극장 공연과 9월 일본 도쿄 아오야마 극장 공연을 앞두고 지난 25일 한일 양국 기자를 상대로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공연에도 안재욱, 엄기준, 신성우, 유준상, 김법래 등 그간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준상, 안재욱, 엄기준, 김법래 등은 초연부터 함께 해온 배우. 여기에 지난 공연에 이어 두 번째 에 출연한 슈퍼주니어 성민과 첫 뮤지컬 데뷔를 치루는 FT아일랜드 송승현이 합류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한류를 주도하는 배우들이 모여 일본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운 가운데, 다니엘 역을 맡은 성민과, 송승현, 앤더슨 역의 유준상, 먼로 역에서 잭 역으로 첫 선을 보이는 김법래 등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선보였다. 지난 2009년 초연 이후 네번째 공연을 맞는 는 19세기 음울한 런던의 밤거리와 회전무대, 배우들의 열연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왼쪽부터 유준상, 송승현, 성민, 안재욱, 제이민, 신성우, 김법래체코 뮤지컬이지만 한국 공연은 90% 이상 새롭게 창작했다는 게 제작진들의 전언. 체코 공연을직접 보고 온 유준상은 “체코의 공연은 중소극장 뮤지컬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고민 끝에 체코측에 허락을 받고 연출가(왕용범)가 다시 대본을 썼다”며 “3곡을 더 만들고 조명, 무대도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작품은 각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녀 힘이 닿는 한 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시 초연부터 다니엘 역으로 함께 해온 안재욱은 “드라마가 연장되면서 뮤지컬에 뒤늦게 합류해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늘 반가운 무대이기 때문에 기쁘게 연기한다”고 말했다. 유준상에 대해서는 “태생이 형으로 태어난 사람같다”며 “집중력, 책임감이 강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 명 제외하고 모두 40대 배우, 최고령 작품입니다" "드라마 이후 뒤늦게 합류했지만 기쁩니다" "완벽한 잭 성우형과 다르게 가기 위해 머리를 깎았어요"잭 역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신성우는 “잭의 감정선은 다른 캐릭터들과 반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기분을 이어나갈 때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잭 역을 맡은 김법래에 대해선 “뮤지컬 경력 18년차의 훌륭한 배우이기 때문에 굳이 조언이 필요하지 않는다”며 “굳이 하자만 잭의 외로움을 잘 느끼고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지난 공연에서 기자 먼로 역을 했던 김법래는 “배우가 다른 역할에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해서 잭 역에도 욕심이 생겼다”며 “하지만 처음 제의 받았을 땐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성우 형이 완벽한 잭을 선보였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형과 완전히 반대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며 “머리고 짧게 깎고 살인마보단 악당 형으로 표현하려 한다”고 전했다. 다니엘 역을 맡은 성민은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에 처음 다니엘 역을 했을 땐 스스로도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올해 다시 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서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도 뮤지컬학과를 다닌다”며 “무대에 오를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앤더슨 유준상 의사 다니엘 성민 잭으로 변신한 김법래 다니엘 송승현뮤지컬 는 오는 8월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고, 이후 9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일본 도쿄 아오야마 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2.07.26 / 조회 1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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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남편 '방귀남'에서 형사 '앤더슨'으로 변신! <잭더리퍼> 유준상
최근 연예계의 가장 ‘핫’한 인물을 꼽는다면 바로 배우 유준상이 아닐까. 드라마 ‘넝쿨째 굴러들어온 당신’의 '방귀남' 역으로 국민남편으로 부상한 그의 인기는 인터뷰 현장에서도 생생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사람들이 몰려와 핸드폰카메라에 배우를 담기 바빴던 것. 그 와중에도 ‘찍으세요’라며 흔쾌히 카메라를 향해 웃어두던 유준상은 TV 속 예의 바른 모습 그대로였다. 스스로 뮤지컬 1.5세대라 밝히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서슴없이 밝혀왔던 유준상은 이토록 분주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의 형사 ‘앤더슨’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툭, 치면 당장이라도 모든 대사와 노래를 술술 욀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 오래 할수록 즐겁다" 요즘 무척 바쁜 것 같다. 뮤지컬 출연을 망설였을 것도 같은데. "내가 원래 뮤지컬 배우로 시작하지 않았나.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고, 이 프로덕션과도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특히 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단 1회라도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케줄을 조정해보니 8회 정도는 출연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무리해서라도 출연하기로 했다. 는 지금 여기서 바로 해보라고 하면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던 작품이다. 지금은 시간이 나는 대로 연습실에 가서 런을 돌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뮤지컬 연습에 임하는 소감은. "너무 좋다. 연습하기 하루 전에 미리 집에서 목을 푼다. 다음날 소리가 나와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소리가 잘 나오면 기분이 좋다. 연습실에 가면 바로 실제 공연처럼 런을 돈다. 그러면 내 몸이 예전에 공연했던 것들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고 있다. 거기서 희열을 느낀다. ‘와, 재미있다, 재미있어’하면서 인물에 푹 몰입하게 된다.”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 "매번 재미있다. 일단 내가 '얘들아 잘 있었니~' 하고 노래 부르면서 등장하면 애들은 ‘형님 형님~’하면서 뮤지컬처럼 노래로 대답하니까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웃음) 혼을 쏙 빼놓는 거다. 다른 데서 좀 지쳐있다가도 극장에 오면서부터는 다시 힘이 난다.” 한 작품에 오래 출연해서 익숙해지게 되면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 같다. "그게 한 작품에 오래 참여하는 것의 장점인 것 같다. 하면 할수록 세세한 것들이 자꾸 더 생각난다. 그런 과정이 너무 즐겁다. 이번에도 예전과는 다른 디테일한 차이점이 생겨나고, 대사의 의미도 더 정확하게 알게 되는 좋은 점들이 있다.” "앤더슨,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역할" 벌써 4년째 공연이라, 앤더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도 깊을 것 같다."사실 처음에는 다니엘 역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연출이 갑자기 ‘앤더슨을 하시면 좋겠습니다’하더라. 연출가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니까 알겠다고 했는데, 대본을 보니 앤더슨이 별로 안 나오는 거다.(웃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그냥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보니 앤더슨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엄청나더라. 매년 공연을 하면 할수록 느낀다. 앤더슨을 하길 정말 잘했구나 싶다. 다니엘이라는 역할도 좋지만, 앤더슨이야말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 같다. 지금은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역할이다.” 앤더슨은 형사이면서도 코카인 중독자이고, 돈을 받고 사건정보를 흘리는 인물이다. 언뜻 보면 유준상 배우가 가진 ‘바른 남자’ 이미지와는 정반대인데. "이 역할은 아주 몰입이 잘 된다.(웃음) 앤더슨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아픔이 상당히 크다. 그 아픔이 회를 거듭할 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사실 나는 공연을 할 때마다 앤더슨이라는 역할 때문에 울었다. 폴리를 앞에 두고 울기도 하고, 폴리를 떠나 보내면서 울기도 한다. 관객들에게는 내가 우는 모습이 안 보일 수도 있다. 앞의 세 줄까지만 보일 거다. 그런데 내 바램은 맨 뒷좌석이나 2~3층에 앉은 관객들에게까지 앤더슨의 아픔이 전달되는 거다.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그 정도로 이 역할을 연기할 때는 내가 그냥 앤더슨이 돼 버리는 것 같다.” 뮤지컬에서의 연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와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뮤지컬을 할 때도 카메라가 바로 앞에서 나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한다. 그만큼 내가 정말 섬세하게 연기를 해야지, 동작만 큼직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이 내 손끝의 움직임, 어깨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한다.” 매일 연기 일지를 쓴다고 들었는데, 뮤지컬을 할 때는 일지에 어떤 글을 적는지 궁금하다. "오늘 노래가 어떤 부분에서 전과 달랐다면 뭐가 달랐는지 적기도 하고, 다음에는 좀 더 섬세하게 부르거나 좀 더 질러보자, 오늘 수고했어 준상아 이런 내용을 적는다. 아까 얘기했듯 기립박수가 안 나왔더라도 ‘기립박수가 안 나왔다고 해서 오늘 공연이 안 좋았던 건 아니다. 기립박수에 신경쓰지 말고 내가 오늘 얼만큼 최선을 다했는지에 신경을 쓰자. 준상아. 알았지? 오늘 수고했어’ 이런 식이다.” 관객들의 반응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인 듯 하다. “기립박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공연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웃음이 안 나왔다고 관객들이 지루해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다. 관객들의 표정을 둘러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더라도 관객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기립박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면 된 거다. 만약 배우 자신이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면, 그건 자신한테 문제가 있는 거다. 이런 생각은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객석의 반응을 보고 흔들리면 ‘어제보다 반응이 좋아, 파이팅!’하고 다독이면서 넘어간다.” 왕용범·엄기준·성민…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믿음 영화 인터뷰에서 항상 강우석·홍상수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듯, 왕용범 연출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해왔다. "왕용범 연출은 정말 좋은 연출가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앞으로도 존경 받아야 될 사람이다. 극에 대한 해석력도 너무 좋고, 배우를 무대에서 돋보이게 하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잘 펼치는 묘한 재주가 있다. 같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재능이다. 아직 많은 관객들이 모르고 계시지만, 는 사실 95% 새로 창작한 작품이다. 왕용범 연출이 이야기를 다 새롭게 각색했다. 그 만큼 연출가의 능력이 뛰어난 거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같이 작업하고 싶고, 그럴 것 같다." 연출가의 의도를 무척 중시하는 것 같은데, 이미 익숙해진 재공연에서도 마찬가지인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이 작품을 많이 해봤으니까, 난 그냥 하면 돼’라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오류가 생긴다. 이미 해봤으니까 잘 하겠지 하면서 쉽게 넘어가면 섬세한 연기가 점점 없어지는 거다. 그래서 연출가가 다시 한번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툭 던지고 가면 아,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빨리 판단하고 개선해가는 거다. 다시 하는 작품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세심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 같다.” 연출가의 말을 수긍하지 못할 때는 없나.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없다.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오히려 연출가한테 이야기한다. 혹시 내가 실수한 부분은 이야기해달라고. 계속 물어보고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거다." 올해는 FT아일랜드의 송승현도 새로 합류했다.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승현이랑은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성민이랑은 연습을 많이 한다. (엄)기준, (안)재욱 등 나머지 배우들과는 길을 가다가도 같이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성민이도 정말 열심히 한다. 괜히 아이돌이 아니구나 싶다. 사실 나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관이 없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가 없지 않나. 성민이가 그걸 몸소 보여줬다. 규현이도 그랬고.” ", 일본서도 충분히 승산 있을 것" 일본 진출을 앞두고 최근 현지에서 제작발표회를 했다고 들었다. 분위기가 어땠나. "일단 취재진이 정말 많이 와주셨다. 200분 정도가 오셨다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 기자 분들이 웃음도 좀 터뜨렸으면 해서 농담을 던져봤더니 그 중 몇 개에서 웃음이 빵빵 터지더라.(웃음)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면서 반응을 봤는데, 너무 열심히 들어주시더라. 우리 작품의 배경과 지금까지의 과정, 연기자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 등을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그게 무척 좋았다는 반응을 전해 들었다. 보통은 배우들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도로 끝내는데 그렇게 작품에 대해서 많이 설명한 것이 이례적이고 좋아 보였다는 거다. 너무 진지하게 잘 들어주시니까 '나도 일본에서 잘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웃음)"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를 서울에서 공연할 때도, 지방에서 공연할 때도 일본 관객들이 정말 많이 보러 와주셨다. 처음에는 누구의 팬으로 오셨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 작품의 팬이 된 거다. 그래서 앵콜공연을 할 때마다 계속 보러 오시더라. ‘이 작품 일본에서 하면 너무 잘 될 것 같아요, 꼭 와주세요’라고도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정서적인 부분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외국인의 정서가 어느 정도 비슷한지 궁금해서 외국에 나갈 때나다 일부러 농담을 던져보는데, 반응이 거의 비슷하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를 칸에서 상연했을 때도 관객들의 반응이 한국에서와 비슷했다. 오히려 웃음이 훨씬 많이 나왔고, 내가 기타를 치는 장면에서는 박수까지 나왔다. 일본 관객들의 정소도 분명 우리와 비슷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뮤지컬 1.5세대로서 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밝혀왔다. 요즘 한국 뮤지컬이 해외 관객들에게도 많이 사랑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뮤지컬을 사랑해 주니 너무 좋다. 그런데 창작뮤지컬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 사실 95% 창작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외국작품이라는 선입관이 있지 않나. 물론 순수창작이면 더 좋겠지만, 95% 창작한 것도 사실 대단한 거다.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상, 무대, 조명을 만들고 메인 테마곡도 만들었다. 체코에서 원작을 가져오긴 했지만, 체코의 작품과는 완전 다른 작품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전개는 우리 밖에 안 하는 거다. 가사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우리 연출가가 직접 새로 쓴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4년 넘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다. 이것을 창작작품으로 인정해주면 그만큼 우리 창작뮤지컬도 참 풍성하다고 느껴질 텐데… 그 점이 아쉽다. 각 프로덕션의 대표님들과 이야기해보면, 모든 프로덕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퀄리티 높은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배우 유준상의 꿈, 열정 드라마에 영화, 뮤지컬까지 많은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예전에도 늘 바쁘게 지냈다. 지금은 내가 많이 주목 받아서 더 바쁘게 보이는 것뿐이다. 전부터 늘 공연하고, 연습하고 레슨도 받으면서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요즘 특별히 더 힘들지는 않다. 그런 스케줄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또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부지런한 성격이라 오히려 쉬면 힘들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인가보다. "스트레스를 왜 안받겠나. 인간인데. 그런데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빠른 것 같다. 스트레스를 푸는 노하우를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축적해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까. 원래 긍정적인 성격인데, 그렇게 하다 보니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최근 봤던 뮤지컬 중에는 어떤 작품이 좋았나. "요 근래에는 을 재미있게 봤다. 너무너무 좋았다. 요즘 우리나라 공연의 퀄리티는 브로드웨이 못지 않게 좋은 것 같다." 출연하고 싶은 작품으로 늘 을 꼽았는데. "하고 싶은 작품은 너무 많다. 그런데 시간도 맞고 몸도 따라줘야 하는 거니까. 은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 만약 하게 되면 제일 나이가 많은 주인공이 될 텐데, 내 나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연기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헤비메탈 그룹을 한 적도 있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50살이 되기 전엔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읏음)" 큰아들 동우와 함께 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집에서 같이 노래 연습도 하나. "집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애들이 좋아하면서 따라 부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 살짜리 둘째 아들도 따라 부른다. 아이들이 정말 나중에 배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같이 노래하는 순간이 참 좋다. 우리 큰 애(동우)는 를 100번도 넘게 봤다. 공연장에 50번 넘게 왔고, DVD로도 많이 봤다. 지방공연에도 자주 데려가기도 했다. 아직까지 극중 내가 총알을 튕겨내는 장면이 진짜인 줄 알고 있다. 칼로 사과를 자르는 장면은 인제 눈속임이라는 것을 안다. 연습실에서 사과가 반으로 잘라져 있는 것을 보더니 '아빠, 이거였어요?' 하더라.(웃음)" 만약 내년이나 내후년에 출연제안이 또 들어오면 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와 는 힘 닿는 데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얼마 전에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30대 중반까지는 신작에만 출연하고 싶어했다고. 아마 배우라면 누구든 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내 이름을 걸고 있는 작품, 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작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 이름이 빠지지 않는 그런 작품이 두 세 개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웃음) 지금도 툭 치면 대사와 가사가 술술 흘러나올 정도로 다 연습이 돼 있는 작품이 두 개 있다는 것이 정말 크나큰 행운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미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배우들은 '다음 공연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 정말로 관객들이 낮 공연을 보고 나서 '저녁 공연이 가능하신가요?'라고 걱정하며 물어볼 정도다. 그만큼 모든 배우들이 몸을 던져서 작품에 임한다. 그 열정 하나만으로 는 충분히 보실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벌써 몇 년간 관객들로부터 검증된 작품이기도 하고. 오셔서 공연을 보시고 함께 감동을 나누셨으면 좋겠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엠뮤지컬아트, 나무엑터스
2012.07.09 / 조회 2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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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뮤지컬 한류, 실체를 논하다 ②
1편에 이어 기자: 더블, 트리플 등의 캐스팅으로 앙상블을 배려하지 않는다거나 흥행성만을 내세운다는 시각도 있다. 김선미: 사실 도 엄기준, 규현, 키 세 명의 배우들로 하려 했는데, 129회 공연을 하기에 이 셋의 스케줄은 무리였다. 일정 횟수 이상의 공연을 원한다면 계약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다. 아시아 시장을 노려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요코: 이런 스케줄은 일본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에 오면 다양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 일본 팬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인 거다. 김선미: 정말 뮤지컬계 실력 있는 배우들과 작품성, 한류를 다 지키고 싶은데 그렇게 할 만한 배우들을 찾기 쉽지 않으니 자꾸 연예계를 찾게 되고, 한편으로 무리수가 있기도 하다. 규현처럼 몇 년을 안정적으로 한 예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모험인 부분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정말 떠오르는 신인 배우들을 출연시켰다면, 외부에서 욕은 더 안 하겠지만 흥행성에서 적자를 많이 봤을테고, 작품 가능성 면에서도 다시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배우 인기가 전부는 아니야, 결국 입소문으로 들통기자: 한류 배우가 있다고 해서 다 일본 공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건 아니다. 반면에 작품성 만으로도 승부를 내기도 힘들고. 김선미: 아직은 작품성만으로는 일본에서 성공적인 공연은 힘들다. 작품성과 한류 배우가 공존해야 한다. 지금 기대하고 있는 건 내년엔 한류 배우 한 명이 빠져도 작품이 좋으면 공연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분명 많아질 것이고, 그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정말 노래 잘하고 실력 좋은 사람에게 빠지는 팬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한류 배우가 아니더라도 작품만으로도 어필 할 수 있는 상황이 3, 4년 내에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요코: 는 공연 할 수록 규리 보다 바다가 나올 때 보러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커졌다. 워낙 실력차가 나니까. 김선미: 한국 공연들이 열정적이라는 점도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조명, 무대 등 일본 뮤지컬의 요소들은 굉장히 뛰어난데 너무나 정돈이 잘 되어 있어 관객들을 터트려 주지 못한다. 요코: 커튼 콜 때도 굉장히 얌전하게 박수 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런 일본인들도 열정적인 무대를 원한다는 거다. 그래서 에서 유준상 배우가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절정으로 보여주면 관객들 난리 날 것 같다.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는 어떤 일본 공연보다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그렇다면 현재 가장 일본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국 공연은 무엇인가? 요코: 제일 보고 싶어하는 건 EMK 작품이다. 나 은 이미 일본에서 봤던 공연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인지도 알고, 무엇보다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나. 이렇게 시작해서 점차 한국 창작 뮤지컬까지 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를 보러 대학로까지 가기도 한다. 티켓 예매 쉽지 않아공식 사이트가 하나라도 있었으면기자: 국내 공연을 보기 위해 입국하는 일본, 아시아 관객들이 요구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선미: 티켓을 구하는 걸 역시 힘들어 한다. 우리는 서울관광마케팅(비지트 서울)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가장 순수하게 정부차원에서 뭔가를 알려줄 수 있는 창구라 최근에는 현장에서 빨리 관광객들이 공연을 예매할 수 있게 응대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인터파크와 같은 곳에서 아시아 관객들에게 사이트 자체에 대한 홍보를 더욱 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인터파크를 알고, 서울관광마케팅을 알아야 찾아와서 예매를 하지 않겠나. 뮤지컬 요코: 인터파크 글로벌 페이지에 들어가도 영문만 있고 일어는 없다. 또 캐스트 표도 나와 있지 않아서 좋아하는 배우가 언제 출연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20대라면 인터파크가 있는지 알아보고 예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50대라면 인터파크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행사 공연 패키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연 이외에 이것 저것 붙여서 250만원으로 팔아도 살 수 밖에 없다. 일본 국민성이 그 당시에는 욕하지 않아도, 갔다 와서 불만을 남긴다. 사이트에 슬프다고 코멘트를 남긴다든지, 하는 식이다. 공식 사이트가 하나만 제대로 있어도 좋을텐데. 확실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노력을 하지 않는다. 김선미: 과거 공연에서도 알지도 못하는 일본 여행사들이 우리 공연 티켓을 프리미엄 붙여 팔고 있는 걸 봤는데 너무 화가 나서 내용증명을 요청했었다. 여덟 곳 중 네 곳에서 답이 왔고 나머지는 작품을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런 게 반복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진다. 정부에서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한류는 좋은데 관리 면에서는 방안이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하다. 기자: 지금 같은 ‘한류 뮤지컬’이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속하기 위한 방안들은 무엇일까? 김선미: 콘서트 부분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 같고, 뮤지컬은 지금이 시작이라고 본다. 사실 일본 공연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지 못하고 미지수가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국가적인 브랜드의 작품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만한 작품은 아직 없다. 역시 완벽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기회를 한국 제작사나 일본 내 제작사들에게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거의 한일전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웃음) 2, 3년 내에 완벽한 창작으로 한류 배우가 더해진 무대를 준비할 거다. 배우 키우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쇼케이스도 좋은 방법요코: 2, 3차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프리미엄 문화가 있다. 방송권을 팔고 TV에서 공연을 보게 해서 충성 관객을 키우는 거다. 한국에서는 방송에서 공연을 보여주면 잘 안 보게 되는데, 일본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번씩 본다. DVD 문화도 크고. 그런 것들을 접하면 직접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그렇게 관객들을 키워가는 것이다. 뮤지컬은 공연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영원히 그 순간을 DVD나 MD 상품으로 간직하고 싶어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베이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도 물건이 팔리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 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정말 다양한 공연 상품들을 여러가지 가격대로 준비한다. 지금 토호에서 하는 은 루돌프 화보집이 있다. 루돌프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 사진만 들어있는 화보집인데 굉장히 잘 팔린다. 김선미: 이 부분이 나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 공연은 현장에서 봐야 제대로이고 DVD로 보면 작품의 맛이 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DVD나 OST 시장이 엄청나니까. 요코: 캐스팅이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일본에서 쇼케이스나 콘서트를 열어서 이런 배우들이 있다고 일본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게 해주면 한류는 확실히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홍광호, 이창용 배우는 쇼케이스에서 노래 한번 하기만 하면 2, 30대 일본 여성들은 다 반할 거다. 콘서트 한번 하면 게임 오버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반면에 조승우는 한류 스타가 아직 아니다. 출연한 드라마가 일본에 방영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공식 팬클럽도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조승우 티켓파워가 없다. 하지만 곧 MBC 드라마에 나오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언제 한국 드라마가 일본 TV에서 방송되는지 확실히 알아보고 벤치마킹하면 정말 넓은 시장에서 할 게 너무나 많을 것이다. 김선미: 결국 작품성이다. 지금까지 일본에 갔던 작품들이 너무 준비 기간이 짧았다. 그리고 한류 배우라 해도 완벽한 한류 배우들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가 굉장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한류가 아닌 ‘한국 뮤지컬’로서 일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작품이 일본에 많이 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여러 제작사가 같이 완벽한 상황을 보여줄 때를 만들어야 하고 그 때가 곧 온다고 생각한다. 지금 몇 편을 실패하면 훗날을 기약하기는 어렵다. 요코: 일본은 한국 뮤지컬 인구의 열 배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 배우들은 놀랄만한 실력과 스타성이 있어서 케이팝 팬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런 모습들이 꾸준히 노출이 되면 뮤지컬 팬들은 확실히 유지가 된다. 뮤지컬 한류는 한국 관계자들의 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도 없고, 단순한 한류 스타들만 출연해서 일본인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한국 뮤지컬이라고 소개하기에 좀 창피했던 작품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커버해야 한다. 한류 뮤지컬과 한국 뮤지컬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리: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7.03 / 조회 16,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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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뮤지컬 한류, 실체를 논하다 ①
등 올 하반기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이 수 편. 국내 뮤지컬 공연장을 찾는 일본 및 아시아 관객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무대를 향하는 국내 작품의 발걸음도 활발해지며 ‘뮤지컬 한류’가 더욱 이야기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한번의 신드롬인지, 한국 뮤지컬의 또하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인지 확실한 자기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2008년, 2010년 일본에서 를 비롯, 올 9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약 1천 석 규모의 도쿄 아오야마 극장에서 를 공연하는 엠뮤지컬컴퍼니 김선미 대표와 한일 공연 코디네이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타카하라 요코가 만났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파악하는 한류 뮤지컬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일본 공연 5대 5 공동제작, '국제법'이 조건 기자: 는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후 일본에서 공연한다. 일본 공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김선미 대표(이하 김선미): 2009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초연할 때 안재욱 배우를 처음 뮤지컬에 영입했다. 약 10년 전 ‘별은 내 가슴에’로 잘 나가고 있던 시절에 을 세종문화회관에서 했었고 이후 뮤지컬은 안 했었는데 오랜 설득 끝에 를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안재욱 배우도 있고 해서 일본 관객들이 있을 거란 건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미친 듯이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를 일본에 수출할 땐 2, 3년간 노력했는데 는 이미 캐스팅 자체가 일본 관객들이 흡족해 할 상황을 만들었다. 작품적으로는 일본 여성 관객들이 기대하는 헌신적인 사랑이고, 여기에 한류 캐스팅을 보강하면 일본에서는 정말 잘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일본의 몇몇 제작사가 접촉해 왔고 2010년 성남아트센터 공연 당시 아사히TV가 와서 일본 공연 제의를 해서 1년 반 동안 조율했었다. 그런데 결국 성사되지 않은 건 우리는 계약 조건으로 5대 5 공동제작, ‘국제법’ 적용을 제안했었고 그쪽은 일본법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쪽과의 이야기가 깨진 후에 만난 쿠아라스는 국제법, 공동제작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2011년 말에 MOU 체결을 한 후 6개월 만인 올 3월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일본 업무 시스템으로 봤을 때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경우다. 뮤지컬 안재욱, 엄기준기자: 안재욱 출연이 일본 공연 가능성을 만든 큰 부분이겠다. 김선미: 사실 초연 땐 한국 관객들은 안재욱이라는 배우에 대한 인식이 적었지만 일본이나 중국 관객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엄기준 배우보다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상황을 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중간에 신성록 배우가 개인적인 문제로 빠지게 되면서 안재욱 배우의 공연 횟수가 더욱 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그 많은 공연의 횟수를 다 채울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안재욱 배우 공연 관객 중 1/3이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쿠아라스측과 처음 미팅할 때 그 쪽이 가장 먼저 요구한 건, 안재욱과 성민의 출연 계약서를 달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한류 배우가 중요했던 거다. 그런데 성민 계약서는 못준다고 했다. 워낙 많은 한류 배우들을 갖고 있고 많은 공연을 하고 있는 SM인데, 내년 9월 공연 계약서를 그 전 해 12월에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신 본인이 회사를 가지고 있는 안재욱의 계약서만 주기로 했다. 본인만 오케이 하면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수요일 낮공연, 아시아 관객에겐 소용 없어기자: 일반 상업 뮤지컬 중에서 일본어 자막을 본격적으로 제공한 건 가 처음인 것 같다. 김선미: 2009년 에서 처음 일어 자막을 준비했고 이후 계속 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어 자막을 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자: 재미없는 황당한 자막이라는 불만이 많았다. 타카하라 요코(이하 요코): 현재 자막은 일본인들에게 참 와 닿지 않는다. 초반에 일본 관객들은 자막을 제공해 준다는 자체에 감사하면서 봤지만 2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정확하게, 더 재미있게 보고 싶은 욕구가 많아졌다. 즉 과거에는 본인들이 알고 있는 배우만을 봤다면 이제는 엄기준 배우가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더 깊이 알고 이해하고 싶은 부분이 많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김선미: 우리가 봐도 과거 자막은 교과서처럼 번역해서 답답한 게 있었다. 이번 일본 공연에서는 배우들 각자의 애드립도 넣어서 배우별로 다르게 제공할 예정이다. 기자: 일본 관객들을 인식하고 준비하는 것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특히 전일 낮 공연을 한 (이하 )도 그런 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요코: 4시 공연이 있다는 건 일본 관광객들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들은 2박 3일, 아니면 3박 4일간,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공연을 봐야 하는데 낮 공연이 있으면 낮에도 보고 8시 저녁 공연에 다른 캐스트로도 볼 수 있지 않나. 사실 수요일 낮 공연은 일본 관객들이 올 수가 없다. 대부분 금-토-일, 토-일-월, 이렇게 한국에 오기 때문이다. 평일 낮 공연이 있다는 건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선미: 투자사와 이야기 하면서 129회를 공연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키, 규현, 써니가 나오는 와중에 굳이 한국 관객만을 의식해서 낮 공연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 공연 계약이 완료된 상황에서 도 자연스럽게 일본 공연 이야기가 오고 갔고, 한국 공연에서도 해외 관객 중 80%가 일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코: 의 경우 공연장 안내원들이 다 항공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일본에는 없는 문화다. 4, 50대 일본 아주머니 팬들은 같이 사진도 찍고 본인의 블로그 등에 재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선미: 더 흥미로운 건 표를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서 사는 일본 관광객이 많다는 거다. 당일 현장 구매 하고, MD샵 가서 좋아하는 배우들 얼굴 들어있는 상품들도 사고. 더 좋은 건, 공연 후에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로비에 왔다 갔다 한다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before 김준수, after 김준수기자: 한국에 점차 많은 일본 관객들이 오는 건, 역시 배우를 보기 위해서인가? 요코: 한국에 뮤지컬을 보러 오는 일본 관객층은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본에서도 사계, 토호 작품 등 공연 많이 본 사람으로 한국 배우들의 노래, 연기 실력을 보고 너무 놀라서 푹 빠진 경우, 또 하나는 케이팝 스타, 즉 한류 스타들을 따라서 건너오는 경우다. 일본에서는 스타를 만나기에 거리가 너무 먼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가깝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샤이니의 키 같은 경우 일본에서는 공연장에서 보는 거리는 도저히 같이 있다고 볼 수도 없이 멀다. 하지만 프랭크 주니어로 서는 키는 5미터 거리에서 볼 수 있으니까 여성 관객들이 더욱 뿌듯해 한다. 김선미: 어찌보면 한국 뮤지컬 마니아들이 6, 7년 전에 단관을 하던 모습이 지금 일본에서 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일본이 한국보다 뮤지컬 시장도 더 크고 발전되었는데 항상 지속적으로 비슷한 느낌만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그때그때 다른 격정적인 그림이 펼쳐지니까, 여기에 일본 관객들이 동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요코: 대신 한국 제작자분들이 꼭 알아봐야 하는 게 가수나 배우에게 어떤 층의 팬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거다. 예를 들어, 2PM의 일본 팬들은 젊은이들이 많아서 자기 수입에 비해 돈을 쓰는 팬들이 적다. 대신 씨앤블루는 훨씬 충성 팬들이 많다. 확실히 12,000엔 정도의 뮤지컬 티켓을 구매할 팬들이 있는지, 이런 것들은 시장조사를 하면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런 조사를 깊게 안 한다. ‘한류? 아이돌이지? 그럼 하자’ 이런 심플한 사고가 좀 아쉽다. 김선미: 현지 일본 상황을 알아보기 힘든 면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팬클럽이나 카페에만 들어가봐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일본에서는 쉽게 노출이 안 되는 것 같다. 요코: 개별 활동이 많은 게 사실이다. 팬들의 수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동방신기 팬 한 명이 자기 가족 명의대로 다 팬클럽에 가입한다. 그래서 진짜 팬은 만 명 정도라 하면, 팬클럽 가입자 수는 10만 명이 될 수도 있는 거다. 이런 사항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뮤지컬 기자: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배우라는 이야기다. 요코: ‘비포 김준수, 애프터 김준수’로 이야기 할 수 있다. 2010년 가 정말 확 터지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기자: 그렇다면 지금 일본 관객들이 가장 원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요코: 제일 핫 한 건 동방신기 밖에 없다. 가장 간절히 원할 때 해체가 되어서 팬들이 너무 목말라 하고 있다. SM이나 JYP 소속 가수들도 일본에서 가까이 보기 어려워서 만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크다. 김선미: 쿠아라스와 이번에 계약할 때 정말 기분이 나빴던 건 엄기준을 무시한 거다. 나에게는 최고의 배우인데. 왜 엄기준이 4회를 해야 하냐고 해서,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 거라고 딱 잘라 말했다. 몇 개월 후에는 그들 생각이 바뀌어서 미안하다 할 수도 있는데, 일본이 단타로 보는 게 싫다. 당장 유명한 사람이냐, 한류인가만을 따지는 게 좀 자존심 상한다. 요코: 드라마 ‘여인의 향기’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후지TV에서 한다는 스케줄이 나왔고,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여름마다 꼭 TV로 방영한다. 그러면 일본에 엄기준, FT아일랜드 팬들이 생기고, 그 멤버가 출연하는 보러 가자, 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런 시장 흐름이 있는데 이를 분명 한국에서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관객들 자신들이 2012년 이후에는 스타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임병근 배우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성두섭 배우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류 스타들보다 소위 관리하기가 쉽고, 일본 팬들에게 친절한 배우들이다. 그러면 일본 관객들은 이 사람들을 더 홍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편 계속 보기 정리: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7.03 / 조회 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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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엄기준, 안재욱 등 국립 찍고 일본 가는 <잭더리퍼>
뮤지컬 가 막강 캐스팅을 자랑하며 올해 국립극장 공연에 이어 일본 무대에 오른다. 실제 영구 미해결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는 체코 원작을 한국식으로 새롭게 구성, 2009년 초연 이후 매해 큰 인기를 모아온 작품으로, 올 7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약 한달 간의 공연 후 9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도쿄 소재 아오야마 극장에서 한국어 공연을 이어간다. ▶ 의리는 물론! 관록의 초연 멤버 다시 뭉쳤다 이번 한국 및 일본 공연은 지난 3년간 꾸준히 를 지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배우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국민 남편으로 떠오른 유준상을 비롯, 안재욱, 엄기준, 김법래, 민영기 등 초연 멤버들과, 신성우, 이정열, 슈퍼주니어의 성민, 서지영 등 앵콜 공연 등에서 활약한 배우들이 다시 한번 런던 뒷골목의 미스터리한 인물들로 변신한다. 다니엘 역의 슈퍼주니어 성민(왼쪽)과 FT아일랜드의 송승현(오른쪽)▶ 케이팝 스타! 뮤지컬 도전 일본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스타들의 뮤지컬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그룹 FT아일랜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송승현은 안재욱, 엄기준, 성민과 함께 의사 다니엘 역을 맡았으며, 일본에서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제이민이 소냐와 함께 비극적인 여인 글로리아로 국내 관객 가까이에 다가올 예정이다. ▶ 같은 배우, 다른 배역! 깜짝 연기변신 초연 당시 특종에 눈이 먼 먼로 기자 역으로 섰던 김법래는 올해 신성우와 함께 살인마 잭으로 변신하여 웃음기 쫙 뺀 악역에 도전하며, 반대로 과거 살인마 잭 역을 맡아 살인미소(?)를 날리던 이건명은 올해 유준상, 민영기와 더불어 사건을 파헤치는 예민한 수사관 앤더슨 역으로 분한다. 한국과 일본 무대 모두 같은 캐스트로 서는 뮤지컬 는 7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전일 2회 공연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예매는 6월 7일부터.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엠뮤지컬컴퍼니 제공
2012.05.31 / 조회 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