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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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소문난 콤비…쿵짝 맞으니 반짝 빛나네
단짝이 만들어낸 '운명의 무대'
고연옥 극작가·김광보 연출
16년간 연극 19편 작업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서울의 달' 등 뮤지컬 잇단 호흡
배우 김정환·김정호, 외모도 비슷
'실수연발'서 환상 궁합 자랑배우 김정호(위)·김정환 콤비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초기 희극 ‘실수연발’에서 찰떡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에도 이름은 물론 생김새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데 김정환 배우는 김정호 배우와 더욱 쌍둥이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로 앞 머리카락을 밀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봉서·배삼룡, 태진아·송대관, 최불암·김혜자, 강석·김혜영 등. 방송연예계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환상의 콤비’가 있다. 훅을 날리면 잽싸게 잽으로 받아치는 찰떡호흡으로 안방을 주름잡는 복식조로 유명하다. 공연계에도 ‘너는 내 운명’ 같은 파트너가 존재한다. 때론 지지와 격려를, 때론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에 두고 적당히 친밀감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꾸준한 관계의 비결이다. 일 궁합이 잘 맞다 보니 작품결과도 좋은 편이다. 날이 서도록 서로를 갈아준 숫돌우정으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쓰고 있는 공연계 단짝들을 묶었다. △쓰고 연출하고…환상 복식조 많네“첫인상은 딱딱한 운동권 여대생?(웃음) 자신에 대한 확신과 소신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여지없이 희곡 속에서도 보이더라”(김광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편하지 않다. 하하하”(고연옥). 16년지기 고연옥 극작가(왼쪽)와 김광보 연출극작가 고연옥(45)과 연출가 김광보(52·서울시극단 단장)는 16년지기다. 연극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한 셈이다. 2001년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지금까지 무려 19편을 같이 제작하고 있다. ‘웃어라 무덤아’(2003), ‘발자국 안에서’(2007), ‘주인이 오셨다’(2011), ‘나는 형제다’(2015) 등 사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문제작으로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연극을 바라보는 관점과 소신, 방법 등이 서로 잘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작가는 “김광보 연출의 매력은 일단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다는 거다. 연출이 가져야 할 미덕인데 많은 연출가는 그렇지 못하다. 대본을 받으면 맨얼굴로 직접 부딪치고 싸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건성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텍스트에도 충실해 작가에게도 좋은 연출가다. 그와의 작업은 좋은 기회다. 동료나 선후배에게 종종 소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출은 고 작가에 대해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 작품적으로는 일관되게 사회문제를 담고 있고, 또 그것을 만들어낸 여건을 이야기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계속 작업하고 싶다”며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까다롭지만 잔정이 많다. 외유내강”이라고 웃었다. 신흥 복식조로 떠오른 김은성 작가(왼쪽)와 부새롬 연출두 사람은 내년 3월 서울시극단이 정기공연으로 준비하는 헨릭 입센의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로 다시 만난다. 고 작가가 각색을, 김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자주 봐왔지만 면전에서 못했던 말도 남겼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는다”(고연옥). “분명 장점인데 본의 아니게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말하기 아슬아슬한데 거두절미하게(웃음),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작업했으면 좋겠다”(김광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콤비’로는 지이선(38) 작가와 김태형(39) 연출이 있다. 연극 ‘모범생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카포네 트릴로지’와 뮤지컬 ‘로기수’ 등 많은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로 큰 호평을 얻은 김은성(39) 작가와 부새롬(40) 연출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1년 창단한 젊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공동대표인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다닐 때 만났고 술을 마시다가 친해졌단다. 부 연출은 “아 이런 작가가 있구나. 나랑 생각이 정말 비슷하다”란 생각을 했단다. 연극 ‘앞집 아이’ ‘순우삼촌’ ‘목란언니’ 등을 함께 작업했고 창단 5주년을 맞아 갑자기 맞닥뜨린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끄집어낸 ‘연변엄마’를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름다운극장에서 선보인다.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음악적 취향 저격…한 해동안 세 작품 노우성(43) 연출과 김성수(47) 음악감독은 최근 콤비 타이틀을 꿰찬 케이스다. 1년 새 무려 세 작품을 연달아 작업하면서다. 올 5월 개막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으로 일명 서태지 뮤지컬로 불리는 ‘페스트’에 이어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뮤지컬단 제작 창작뮤지컬 ‘서울의 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연이 급작스럽게 무산된 뮤지컬 ‘록키’까지 포함하면 4편을 함께한 셈이다. 두 사람은 “효율적으로 작업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 연출은 “김 감독의 첫인상은 차갑고 날카로웠는데 일하는 데 장점이 많았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던진 코멘트를 정확하게 작품에 녹여내더라. 보통 10번 하는 작업을 2번 만에 끝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노 연출은 재촉이 없다. 대부분 연출이 빨리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라는데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존중해주는 연출”이라며 “막상 연출할 때 본인이 힘들 텐데 그런 점에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타고난 광대…배우 커플도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실수연발’에는 김정호(45)·김정환(43) 두 배우가 남다른 케미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이름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인 고선웅 연출(왼쪽)과 배우 이명행두 사람은 2015년 17.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극단 시즌계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연극 ‘로베르코 쥬코’ ‘토막’ ‘시련’ ‘이영녀’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함께 무대에 섰다. 그중 ‘실수연발’은 두 사람의 궁합을 제대로 보여주는 무대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안티포러스 형제와 그들의 쌍둥이 하인 드로미오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엉뚱한 상황과 오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들은 쌍둥이 하인을 연기한다.각자 작업에 충실하다가 오랜만에 연극 ‘탈출_날숨의 시간’(9~25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으로 다시 뭉친 고선웅(48) 연출과 배우 이명행(40)은 유명한 남남커플. 2005년 고 연출이 창단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1기 단원으로 활동한 이명행은 연기파배우로 떠올랐다. 2011년 초연한 연극 ‘푸르른 날에’의 인기에 힘입어 TV와 연극무대서 종횡무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배우 최정원과 아이비는 여여커플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 ‘유린타운’ 등 최정원은 아이비가 출연한 작품에 거의 함께 출연해왔다. 최정원(47)은 아이비(34)에 대해 “정말 잘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좋은 배우를 만나면 시너지가 난다”며 “남경주·최정원 콤비 시대는 갔고 최정원·아이비 콤비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극 ‘실수연발’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08 / 조회 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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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중견 연출가들이 2016년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2016년도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해도 한국 사회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봄에는 연극 무대를 주목해보자.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해온 중견 연출가들이 이달 나란히 무대로 돌아온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그들이다. 세 연출가들은 그간 꾸준히 극작 및 연출 작업을 해오면서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대에 눈이 쏠릴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다. 그들이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어릴 적 다방구를 하며 놀던 정겨운 마당과 가족을 뒤로 하고 ‘자살 특공대’라 불리는 카미카제 대원이 되어 출전하는 소년, 제대 이후의 삶이 막막해 탈영한 병장,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식품을 배급하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민간인,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해군…박근형 연출이 작/연출해 선보이는 신작 는 1945년 일본과 2015년 한국, 2004년 이라크와 2010년 한국의 서해를 오가며 다양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에서 소시민들의 삶의 음영을 선명히 드러냈던 박근형 연출이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군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형 연출은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통과 폭력에 노출된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 또한 언제든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우리의 삶이 그들의 고통과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름 없이 어딘가에서 스러졌을 군인들의 추억과 웃음, 눈물을 진지한 성찰 끝에 복원해낸 박근형 연출의 무대는 그 자체로 타인의 삶과 고통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 하다. 한번쯤 삶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이 무대를 놓치지 말자. 지난해 국립극단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공연했던 으로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고선웅 연출은 다시 한번 국립극단과 선보이는 에서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초상을 그린다. 연출과 배우들의 공동창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연극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열 두 명의 배우들이 살아오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가공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고민도 제각기 다른 한국인들의 에피소드 27개가 펼쳐진다. “온 몸이 회색 빛 우울증으로 둘러싸인, 손대면 터질 것 같은” 10대, 그들에게 훈계하다가 얻어맞는 중년의 남성,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상사, 취직과 결혼 등으로 경제계급이 달라지면서 멀어지는 친구 등의 모습이 고선웅 연출 특유의 과장과 해학이 어울린 몸짓으로 펼쳐지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말이 자주 쓰이는 요즘, 이 연극이 한국인의 암울한 초상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선웅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좌절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다.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쳐다보고, 그렇다면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웃음과 외침으로 절묘하게 엮인 27개의 에피소드는 극이 진행될수록 차차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희망을 향해 간다. 2016년, 과연 우리가 나아갈 희망의 방향은 어디인지 무대에서 만나보자. 오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무대에 올라가는 는 김광보 연출이 2002년 공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썼던 사극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연극으로도 꼽힌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헨리 4세의 아들 헨리 왕자, 그리고 그의 친구인 폴스타프다. 헨리 왕자는 허풍쟁이 폴스타프와 어울려 거리에서 온갖 기행을 벌이며 권력을 조롱하지만, 내심으로는 권력을 향한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결국 아버지를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옛 친구였던 폴스타프를 비정하게 외면한다. 극의 초반부, 주위의 간언을 물리치고 자신의 경쟁자였던 신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는 헨리 4세의 모습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대를 이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최근 등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매섭고도 유쾌하게 꼬집었던 김광보 연출은 가 “매우 시의적절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권력을 차지한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고, 권력을 찬탈하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들이 현 시대와 잘 맞고, 또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오늘날의 시대를 반영하는 대사들이 좀 더 추가되었다고 하니, 오늘날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무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보자.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6.03.14 / 조회 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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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더 멍청해진다” 고선웅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엿보다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에피소드, 불편하지만 거울처럼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 몇 년 전인가, 엘지아트센터의 그 해 차년도 라인업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유일하게 공연명도 없는 공연이 올라왔다. 아주 단출한 설명과 그저 “고선웅 연출의 신작”이라는 말이 공연명을 대신할 뿐이었다. ‘누군가의 신작’이 모두 어떤 기다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고선웅의 신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만으로 기다림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다. 그 외 다른 표현은 필요 없었다. 이제 공연계에서 고선웅 연출은 그런 존재가 되었다. 지난 2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의 연습실 특별공개가 있었다. 바로 그 ‘고선웅 연출의 신작’인데다 이번 작품 직전에 그가 각색 겸 연출한 이 2015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비롯해 연극평론가협회에서 꼽은 최고의 연극으로 꼽혔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던 터다. 도입부는 이게 뭔가 싶다. 연극이 아니라 현대무용이었나 싶을 만큼 배우들이 과하게 몸을 많이 썼고, (아마도) 10분 가량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시작됐다. 물론 그 다음은 지루할 틈 없이 달리는 씬들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국립극단 연극 은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공동창작 한 작품으로 신문기사에 나왔던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극화한 총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에피소드가 마치 테트리스처럼 서로 다른 모양인데 아귀가 딱딱 맞게 이어진다) 비정규직, 생명경시, 일베, 성적 콤플렉스, 불륜 등 한국 사회의 사건 사고, 병폐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웃다가 어이없다 분노하다.. 복잡한 감정들을 유발하는 에피소드에 힘을 더하는 건 음악이다. Sade의 Smooth Operator, 랩퍼 루피 등 절묘한 선곡의 음악은 자칫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들어갈뻔한 관객들의 옷자락을 잡는 듯 했다. 연극 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 떠올려 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이 적재의 씬과 어울려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은 순간, 고선웅 연출이 ‘여기까지’를 외치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략 10여개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며 (전체 연극의 절반이 채 안되는 분량) 리그에 올라간 투수와 감독이 사인을 주고 받듯 무대 위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이 소리 없이 디렉팅 사인을 주고 받았다. 은 연출과 배우가 공동창작 작업을 1월 18일 시작했고, 2월 15일 첫 대본이 나왔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본 나온 후 2주가 지난 시점이었기에 이 정도 몰입도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시연 후 사전신청을 통해 초대된 소수의 관객들과 고선웅 연출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열명정도 되는 관객들은 모두 20대로 보였다.) 주름(살도)없는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스무개의 눈동자가 고선웅 연출을 바라봤고 고선웅 연출 역시 젊음은 아무 우환이 없어 보인다고 화답하며 오고 간 대화들이다. Q. 포스터에서 마이크 얼굴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핫핑크는 또 뭔가 고선웅 연출 (이하 고) 제목이 한국인의 초상인데, 초상이면 얼굴이 나와야 할텐데..,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넣었는데, 이런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았다. Q. 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 세상은 이렇게 지옥 같은데,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은 더 스마트해졌는데 나는 더 멍청해졌다” 끊임없는 정보로 가득하고 세상은 정말 더 스마트해졌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는지는 모르겠다. Q.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글쎄. 없다. 있어야 하나 Q. 근데 당신은 이런 시대에 연극을 왜 하는가(연극을 하는게) 재미있다. 연극은 짧은 시간 농축해서 어떤 사람들, 어떤 인생을 보여준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생,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귀결되는 과정의, 농축된 상황에서 지혜를 배운다. 지혜와 통찰력을 배운다. (연극 속) 인물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슬퍼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는 견뎌낼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연극을 한다는 건 우물 안에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우주를 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사람이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은 미담보다는 추악한 얼굴들로 가득하다. 문제의식과 사회문제로 가득하다. 어떤 에피소드는 소름끼칠 정도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절반 가량 보았지만 확신한다. 미담은 단 한편도 없을거라고) 하지만 곧 수긍하리라. 싫지만 그게 우리의 민낯이니까. 정색하고 보지 않는다면 즐거울 수 있다. 그리고 극장 밖에서 생각하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 이날 시연에 보인 장면은 본 공연에서 바뀌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정도 진행되었으며 녹취가 아닌 인상 기록이라 고선웅 연출이 이날 사용한 어휘와 차이가 있습니다. 글: 김선경(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2.29 / 조회 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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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미리보기] 잘 차려진 코스 요리처럼,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 왔다.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남았지만 연인들의 마음에는 벌써 꽃잎이 날린다. 평범한 장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특별한 곳이 되듯, 나란히 손을 잡고 걷기만 해도 부러울 것이 없는 계절이다. 대학로도 새 계절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지난겨울을 뜨겁게 달군 여러 공연이 막을 내리고 못 보던 포스터들도 여럿 눈에 띈다. 사전정보 없이 대학로를 찾는 연인들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은 로맨틱코미디극일 것이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허술하기만 한 이벤트성 공연에 지친 관객들도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면, 4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를 주목하자. 탄탄한 스토리와 변화무쌍한 상황 전개가 연인들의 마음을 들썩일 것이다. 15가지 캐릭터에 필요한 배우는 단 3명!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는 오프브로드웨이의 스타 제작자 그렉 코핀(Gregg Coffin)의 작품이다. 그는 극본, 작곡, 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종합적인 재능을 보이며 흥행 뮤지컬 메이커로 주목받았다. 2004년 초연한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는 2006년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언론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어느 하루 다섯 군데의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다섯 가지 사랑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끊임없는 웃음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감동이 스며있다. 무대에는 단 3명의 배우가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해 15인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스피디한 장면 전환이 이 작품의 묘미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는 로큰롤, 컨트리, 발라드를 넘나들며 젊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개성 가득한 인물을 연기할 배우들의 캐스팅 파워도 거세다. ‘감기’,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가수 이기찬이 다시 뮤지컬배우로 변신한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스타 박준규가 무대에 오른다. 최근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은 최대철이 주연으로 활약한다. 뮤지컬 ‘울지마 톤즈’에서 감동을 전한 전재홍, 다수의 뮤지컬 출연으로 실력을 연마해 온 장원령과 박성환이 출연한다.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의 헤로인은 서지유, 나세나, 김선아가 맡는다. 서지유는 제2회 셰익스피어어워즈 연기상, 제34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등에서 활약한 나세나는 100: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이번 무대에 선다. 2000년 가수로 활동했던 김선아는 앙상블, 조연, 주연까지 꾸준히 경력을 쌓은 차세대 뮤지컬 스타다. 다섯 가지 사랑의 맛, 이렇게 즐겨라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는 장소와 시대적 배경이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진다. 1장과 5장은 1958년 미국 동부의 식당 두 곳을 무대로 한다. 2장은 1984년 이탈리아의 시실리, 3장은 1944년 독일의 함부르크, 4장은 1888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가 배경이다. 작품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코스’로 표현한다. 첫 번째 코스는 샌님 같은 노총각과 화끈한 아가씨가 착오로 소개팅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번째 코스는 조직의 보스를 남편으로 둔 여자가 넘버 투 조직원과 몰래 사랑을 나누는 삼각관계로 펼쳐진다. 세 번째 코스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남자가 두 애인을 함께 맞닥뜨리는 당황스러운 순간을 담는다. 네 번째 코스는 열정적인 남자와 부드러운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마지막 코스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웨이트리스와 그 사실을 모른 채 눈치 없이 행동하는 다른 남자를 보여준다. 뮤지컬 ‘파이브코스러브’는 잘 차려진 코스 메뉴처럼 연인들의 극장 데이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전망이다. 평범한 데이트 코스에 웃음과 설렘, 감성 충족으로 젊은 연인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4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마이더스손
2014.03.04 / 조회 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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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꿈으로 충만한 청춘들의 외침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스토리는 어찌 보면 식상하다.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에서 이미 많이 접해온데다 일상의 휴식을 위해 찾은 작품에서 리얼한 현실이 포착되면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오디션]은 젊은이들의 ‘치열한’ 꿈과 목표라는 요소로 은근한 부담을 주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극 내내 잔잔한 재미로 2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만든다. 이점은 관객들이 먼저 눈치챘고 올초부터 입소문을 타고 앵콜되고 있는 중이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건물 지하에서 연습을 하는 밴드 복스팝은 보컬을 새로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그러던 중 라이브카페에서 훌륭한 노래를 부르는 선아를 만나고 그녀를 보컬로 영입하면서 온전한 밴드 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연습실 월세 내기에도 급급한 그들은 큰 상금이걸린 오디션에 도전하기로 하고 연습에 들어가지만 생각하지 못한 시련이 닥치고 만다. 옆집 친구같은 캐릭터, 귀에 붙는 넘버로 두시간 훌쩍 이 작품의 매력은 여섯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살아 있다는 점이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병태,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는 털털한 리더 준철,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게이 다복, 약간의 공주병이 있는 귀여운 선아 등 모두 옆집 누나나 동생 같은 친근한 캐릭터들이 공감을 얻는데 성공하고 있다. 평범함 속의 개성을 갖춘 인물들의 좌충우돌 청춘 이야기는 비범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귀여운 유머와 귀에 잘 들어오는 넘버가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음악 넘버는 대부분 모던락으로 채워져 있어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미덕을 지녔다. 10여 개의 노래 중 넘버 하나하나가 귀에 달라 붙어 커튼 콜 때는 관객 모두가 기립을 해 콘서트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 [오디션]은 주인공들이 꿈을 달성하는 장면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큰 시련이 닥치고 멤버들이 잠시 흩어지면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관객은 허무하거나 슬픈 느낌은 받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젊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후속 스토리를 즐겁게 상상하게 된다. 콘서트형 뮤지컬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활약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배우들은 라이브로 베이스, 드럼, 기타, 키보드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하기 때문에 현장감은 어떤 작품보다 뛰어나다. 악기를 다루지 못했던 배우들은 1년여의 연습 끝에 노련한 밴드로 변신했다고. 특히 초연부터 함께 해온 이승현, 정찬희, 최준철 등은 안정적인 연주와 수준급인 보컬 수준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다. ‘꿈의 엔진이 식어버리기 전’ 청춘들의 가슴 뭉클한 콘서트 장에 한 번 가보자. 그 곳에 가면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젊은이들의 따뜻한 무대를 볼 수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11.22 / 조회 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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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언플러그드 락햄릿]의 생생한 드레스 리허설 현장!
즐거운 락 햄릿에 빠져볼까? 7년 전 무대에 올려져 좋은 평가를 받았던 [락(樂) 햄릿]이 이번에는 언플러그드 버전으로 다시 돌아왔다. 언플러그드 버전은 락의 전형적인 전자 악기를 제외하고 피아노, 베이스, 첼로, 대금 등을 이용해 소울(SOUL) 락을 선보여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게 특징. 락햄릿은 개막을 27일 개막을 앞두고 최종 드레스 리허설을 가졌다. 독특한 검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우선 노래를 맞춰본다. “즐거운 햄릿이 보고 싶어! 유쾌한 햄릿이 난 좋아~” 노래 가락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무겁고 우울한 햄릿보다는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난다. 그러고 보니 오필리어의 오빠역을 맡은 배우가 눈에 익다. 바로 야다의 전 멤버였던 장덕수가 레어티스 역을 맡은 것. 햄릿은 7년전 락햄릿의 앙상블로 뮤지컬에 데뷔한 서세권이다. 무대 뒤쪽에 자리한 베이스 바이올린 대금 등 연주자들이 등장하자 한 남자가 그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소리친다. “등장하면 코드 맞추는 시늉도 하고, 이미 다 맞춰저 있지만(웃음)” 노란색 머리의 범상치 않은 외모의 이 연출가는 난타 오리지널 버전을 연출하기도 한 전훈 감독. 이제 활기찬 그들의 최종 리허설 현장을 들여다 본다.[2006 언플러그드 락햄릿]의 생생한 드레스 리허설 현장! [락햄릿]은 멀티비전을 이용한 색다른 무대와 신나는 음악, 낯익은 햄릿의 스토리로 무장한 색다른 작품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던 작품이 소극장 버전으로 재탄생 돼, 부담은 줄이고 재미는 높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멀티비전을 이용한 무대와 배우들의 의상, 힘찬 음악 등이 신세대들을 대변하겠다는 의도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월 27일부터 대학로 세우 아트센터에서 공연.--------------------------------------------------------------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부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사진 : 강유경(9859prettygirl@daum.net)
2006.08.01 / 조회 1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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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밑바닥에서 > 배우 공개 모집
뮤지컬 와 함께할
3차팀 배우를 공개 모집
2005년,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었고, 음악감독인 박용전은 음악상을 수상한 뮤지컬 가 3차팀 배우들을 새롭게 모집한다. 3차팀은 2006년 서울공연과 투어 공연팀을 맡게되며, 이에 적합한 성실하고 재능있는 배우를 기다린다.
"소극장 뮤지컬의 교과서(조선일보)", "2005년 최고의 공연(중앙일보)" 등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바 있는 본 공연에, 실력있는 배우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라고 있다.
오디션 일정
◆ 1차 서류심사
1) 나무와물 홈페이지(www.treeandwater.com)에서 오디션 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연락처 기재 필), 이메일, 우편접수, 방문 접수
- 주소 : 서울 종로구 명륜동 2가 8-1 B1 예술극장 나무와물 사무실 뮤지컬 '밑바닥에서' 담당자 장지영 앞
- 이메일 : 4861178@paran.com
2) 모집기간 2005년 11월 8일(화) 부터 11월 17일(목) 18시까지(10일 간)
3) 발표 : 2005년 11월 19일(토) (합격자 개별통보 및 나무와물 홈페이지 게시판 공고)
◆ 2차 실연심사
자유 연기 및 자유곡(1곡), 특기사항 심사
# 자유곡은 장르는 상관없으며, MR이 필요한 경우 각자 준비(무반주도 상관없음)
# 만약 원하는 배역이 있을 경우 해당 배역의 노래로 준비하여도 됨.
1) 자격 : 1차 서류 심사 합격자에 한함
2) 일시 : 2005년 11월 21일(월) (오디션 시간 개별통보)
3)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
4) 2차 합격자 발표 : 개별 연락
문의 : 문화기획 파란 02)745-2124
예술극장 나무와물 홈페이지 : www.treeandwater.com / 공연클럽 : jase.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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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2005.11.16 / 조회 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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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광 < 밑바닥에서 > 페페르
버리기 쉽지 않은
내 안에 또 다른 나,
나와 또 다른 나를
모두 내보이는 황태광
언플러그드 뮤지컬 의 페페르는 여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황태광'이라는 인물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준 작품이되어 버렸다. 황태광은 연기를 하지 않는다. 그의 삶과 생활 그 자체를 그대로 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페페르’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인지 가슴을 파고 드는 페페르의 충혈된 눈은 의 백미였다. 눈물을 흘리지도 삼키지도 않는 적당한 울음은 충혈된 그 눈에 흘러내릴 것만 같은 양을 담고 있었다. 선이 굵으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면도 있지만 여자의 모성본능을 자극시키게 하는 페페르를 만났다.
언플러그드 뮤지컬 의 페페르와 황태광과의 만남은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운대나 궁합이 맞아 페페르로 분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의 삶이나 생활, 가치관이나 사고하는 방식에 있어서 황태광은 페페르를 닮아 있다. 아니 페페르가 황태광을 닮아 간다고나 할까?
황태광은 스스로 페페르를 만든다. 황태광의 평소 성격과 감정 등이 이입된 페페르가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자연인에 가까운 황태광이 페페르를 통해 자신의 자연인을 보여 주는 것이다. 황태광의 자연인인 페페르를 말이다.
“페페르로 잡은 캐릭터의 느낌은 괴팍하고 단순해요. 한 단어로‘인간’이예요. 인간 그 자체를 그리려고 하는거죠." 인간을 그리는 페페르.
"주인공은 못하면 욕먹고, 잘 해도 티가 잘 않 나잖아요. 그래서 어려웠었는데 나중에 작품이 올라가고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느낄 때에는 개인적인 성취감은 상대적으로 큽니다. 작업이 힘들면 힘들 수록 그 성취감도 더 크잖아요. 꼭 그렇다는 공식은 아니지만요.”
황태광은 아직도 페페르를 확실히 내보이는 것이 언제일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페페르의 역할을 계속 할 때까지는 완전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보다는 페페르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물론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 등에서 성립되어 오는 것이지만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입장에서는 그 배의 선장인 연출의 몫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연출 왕용범은 황태광과는 동문이다. 그러나 작품에 임할 때는 철저한 연출과 배우로 만난다. 연출은 의 페페르는 이중성 있는 캐릭터를 원했었다고 한다. 재미있을 때나 무게를 잡을 때가 틀리듯이 감정처리가 이중성이 확연히 드러난 모습을 원했던 것이다. 연기로 보여지는 페페르가 아닌 황태광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그는 ‘인간’에 대해서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무대에서 황태광은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 열어 보여 주고 있다. 사실 배우라도 자신의 이중성을 다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련만 페페르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듯 하다.
“여행을 좋아해요. 한 번은 필리핀에 있는 세부를 갔는데 저보다 1살 적고 안내원이었던 ‘로이’를 만났죠. ‘담배’를 계기로 친구가 되었는데 그 친구가 집으로 초청을 했어요. 허름한 집이었는데 임신한 아내와 아이들 3명이 함께 살고 있었어요. 음식도 해주고 음료수도 권하고, 처남을 소개해 주더니 여행객들이 가보지 못했던 여러 곳을 데리고 가더라고요. 그러면서 로이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덥고 습해서 힘들지 않냐. 했더니 로이는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그렇기 때문에 나쁜 날씨인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자기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난데없이 내뱉는 그의 여행 이야기는 결국 그의 행복에 대한 기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행복이란 것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자기의 체험에 의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면 행복하고 기준을 바꿔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황태광의 생각인 것이다.
트럼펫을 곧잘 불었던 황태광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럼펫을 불려고 했다. 그러나 입시를 준비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싼 트럼펫을 구입해야지만 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그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운명적인 길을 가기 위해서 하나씩 정리되고 그 길로 이끌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공부는 잘했는데 수학을 못했죠. 수학선생님이 수학은 별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영화, 문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시는 거예요. 듣다 보니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연기가 하고 싶어졌어요. 돈 안 들고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거잖아요.”
황태광은 그래서 연기를 시작했다. 물론 그는 갖은 잔꾀와 거짓말을 하면서 승부도 걸었었다. 수학과외 선생님에게 과외비로 지급이 되는 20만원 중에 그가 연기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10만원이 필요하니 1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수학과외 선생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는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험이 있던 날 부모님께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는 그런 과라고 설득시키고 시험을 보았지만 많은 긴장 탓에 떨어졌다고 한다. 후기는 시험도 치르지 않고 서울예전에 노크를 하게 된다. 그는 ‘운’이 좋게 아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시험을 치르고 부산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부모님이 재수 생각하고 다른 학교 가라는 말이 듣기 싫어 도망간 1주일 후 합격한 사실을 알고 눈 온 부산에서 서울까지 10시간이 걸려 돌아 온 그 기억을 떠올렸다.
“좋았어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성남에 사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학교에 와보니 모두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났죠. 그래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어요. 학교 동기들하고 거의 같이 살게 하니까요.” 성남을 근거지로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황태광은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점차 멀어졌고, 군대 갔다 와서는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군대 제대하자마자 무대 전환수로 시작한 공연이 였어요. 처음에는 무대 전환수에서 주인공까지 했던 작품이었죠. 신뢰가 쌓인 거죠.” 그 이후로 영화 에 단역도 하고, 은 공개 오디션을 봐서 출연했었고, 영화 에는 스텝이 소개해 주어서 출연했다고 한다. 연극에서도 에 출연했고, 와 같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있었다. CF도 적지않게 찍었다. 30이 넘으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게 연기에 몰두하고 싶어했다.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배우는 단순한 면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일과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될 것들까지도 스트레스 받고 포기하게 되는 삶이 되풀이 된다면 살맛은 나지 않을 것이고 정작 꿈을 포기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황태광은 거짓이 없어 보이고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를 하면서 많이 배워요. 처음에는 배우들끼리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부터 힘들었죠. 자세레퍼토리만이 가지는 성격이 있어요. 내세우는 모토는 아니지만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다른 작업들과는 다르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편해졌어요. 는 계속 버전 업이 될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가 앵콜에 들어가면서 4-5년 전부터 2-3년까지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작품 를 다시 올린다고 한다. 황태광은 초연 보여주었던 것에서 더욱 더 밀도를 높인 페페르를 보여주고자 한다.
“를 하면서 마음이 바뀐 게 하나 있어요. 뮤지컬에 생각이 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나요? 정식으로 노래 레슨을 받아야겠어요. 꽤 매력이 있어요.”
황태광은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배우이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배우로서 멀리 보고 싶고 여유로움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냉정한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혹독하면서도 관대한 모습이 깃들은 황태광 아니 페페르를 무대에서 속히 만나고 싶다. 그리고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또 어떤 역으로 분하든지 황태광인지 또 어떤 캐릭터인지 몰라도 항상 끊이지 않게 우리들의 옆에 있어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응원도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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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 (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2005.06.30 / 조회 1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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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밑바닥에서 출연 배우 공개 모집!
극단 자세뮤지컬레파토리는 2005년 9월부터 에 출연할 배우를 공개 모집한다. 2005년 6월 초연공연을 통해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본 작품은 7월7일부터 8월21일까지 앵콜 공연을 거쳐 9월부터 연장공연에 돌입하게 된다.
원서접수는 6월22일(수)부터 7월7일(수)까지 2주간 인터넷과 방문접수를 통해 진행되며,1차 서류합격자에 한해 7월11일(월) 예술극장 나무와물에서 2차 오디션을 실시하게 된다. 오디션 지원서는 예술극장 나무와물 홈페이지(www.treeandwater.com)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초연 멤버들과 그룹 LUV출신의 조은별이 합류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보여줄 앵콜공연은 7월7일부터 약 6주간 예술극장 나무와물에서 공연되며, 황태광,이창욱,이주원,황지영,김희원등이 교체출연한다. (문의:745-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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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 (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2005.06.23 / 조회 9,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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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플러그드 뮤지컬 밑바닥에서 >
끝나지 않을 노래
블라디보스톡의 봄
는 막심 고리키의 원작 을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원작에서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 허풍선이 선동가이거나 유일하게 희망을 주는 루카, 사기 도박사 사틴의 이야기이다. 동굴 같은 지하실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은 나머지 그 환상이 걷잡을 수 없으리만큼 지나치게 부풀어 커졌을 때 그러한 환상에서 깨어난 다음의 삶은 전보다 더 비참한 것이며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질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보다는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힘없는 넋두리의 작품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처지를 개척하려고 하기 보다는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막심 고리키는 등장인물을 통해 사실주의 입장에서 그렸고, 인물들의 특징도 운명에 순응하는 자연주의적인 인간을 그리고 있다. 자신들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아니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친은 현명한 현실주의자일 것이다.
원작에서의 루카는 희망을 속삭이다 사라지고 남아있는 밑바닥 인생들은 숙명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받아 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지만 는 그렇지 않다. 나타샤가 루카와 같은 존재로 이 밑바닥에서 그녀는 유일하게 희망을 불어 넣는다. 안나에게는 희망을 품게 하고 배우에게는 자신의 이름과 배우였던 때를 기억하게 해주었다. 페페르에게는 사랑을 싹트게 하였고, 창녀 나스차에게는 돈으로 몸을 파는 창녀가 아닌 사랑을 알게 되는 여자의 희망을 불어 넣어 준다. 그러나 병을 앓고 있던 타냐의 동생이자 딸인 안나가 죽고, 그녀에게 찾아 온 페페르와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던 찰나에 바실리사의 남편 까스뜨일로프 백작이 페페르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나타샤에게 사랑과 희망은 모두 사라진다. 나타샤는 밑바닥을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 배우는 목을 메고 그렇게 밑바닥에서 헤매이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언플로그드 뮤지컬을 표방한 는 극의 전반적인 흐름은 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엑기스에 가까운 인물만 부각시켰고 관계설정도 새롭게 변해 있었다. 욕심쟁이 동굴주인인 코스토유로프가 까스뜨일로프 백작으로, 그의 아내 바실리사는 그대로 살려간다. 바실리사의 동생 나타샤는 밑바닥 인생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시골처녀 나타샤로 바뀌었고 원작에 있어서 루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물쇠 장수 크레시치의 아내 안나는 밤 주막의 주인 미혼모 타냐의 막내 동생이자 딸로 바뀌었고, 바실리사의 정부 페페르는 그대로 나오지만 상황이나 타샤의 동생으로 나오는 설정이 다르다. 하나 하나 대비해서 말하자면 끝이 없을 듯 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원작 보다는 좀 더 간추려 극적인 요소를 꾀하였다. 원작 은 처절미학이라고 말한다면 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연상시키는 우울함이 베여 있지만 나타샤의 희망과 페페르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막심 고리키의 원작 은 숙명을 받아 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어쩔 수 없는 넋두리로 귀결이 된다면 는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희망을 가지게 된 사람들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분리 작업에 들어가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희망은 한 가닥 긴 여운과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 어렵고 무거웠던 뮤지컬을 그나마 희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배우들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 페페르를 맡고 있는 황태광이 그랬고, 타냐의 이주원이 그랬다. 까스뜨일로프 백작을 맡고 있는 이승학과 바실리사를 맡고 있는 김희원, 사친의 김민교, 배우에 이승현이 그렇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열연한 것은 사실이며 그들의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에 가 사랑받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어둡고 눅눅한 공간의 술집. 오늘도 내일도 밑바닥 인생들이 왔다가 떠난다. 테이블 위에는 그들이 마시다가 말았던 술잔이 있고 바닥에는 쏟아졌던 카드만이 뒹굴고 있다. 도박사 사친의 손을 떠난 카드.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했었는지 조차 모르게 찾아왔다가 부질없이 상처만 남긴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숙명은 숙명대로 희망은 희망대로 남겨 놓는 것이 보여주는 백미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눅눅하고 칙칙함에 유우머와 위트가 숨어 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에누리 없는 웃음코드를 적절하게 버물려 놓았다.
또 한 번 들먹이지만 페페르의 황태광은 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여겨질 만큼 관중을 압도해 나갔다. 미혼모인 누나 타냐와 동생이자 조카인 안나와 가족사, 백작과의 미묘한 대립에서 살인으로 이어지는 바실리사의 계략에 휘말리는 그가 희망의 존재로 나타나 사랑이라는 절대론에 몸을 맡기려다 수포로 돌아가버린 운도 없는 한 남자의 모습이 씁쓸하다 못해 처절하다. 그래서인지 밑바닥인생에서 희망적인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꿈을 그려 본다.
타냐의 이주원은 시종일관 강인한 인상을 뿜고 있었다. 미혼모로 안나를 낳고 동생으로 키워왔었다면 얼마나 억새게 살아왔어야만 했던가. 그 세월에 묻어나는 연기를 잘 해 내고 있었다. 안나의 죽음으로 인한 그녀의 절제된 울부짖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물론 신파 조였지만 걸맞는 신파조라 생각이 든다. 뒷부분의 타냐는 다시 밑바닥 인생의 인간으로 돌아가 기억 속에 아련히 묻히게 된다.
까스뜨일로프 백작에 이승학은 극중에서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백작이라는 인물 설정이 없었다면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눈물을 자아 내거나 의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백작의 위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극중의 무거우면서 악의 존재로 남아 있으면서 코믹으로 연기하는 이승학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하는 배우였다.
바실리사의 김희원은 여자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독사와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지금까지 김희원이라는 배우는 ‘공주과’에 속하는 연기만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맡은 바실리사의 역은 연기의 변신을 꾀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처절한 그녀의 몸부림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면 는 더 큰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친의 김민교는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이다. 그가 보여주는 눈앞에서의 속임과 진실을 교묘하게 흩으려 놓는다. 그만의 방법으로 그만의 카리스마로 극의 전반을 매어놓고 있다. 배우를 맡고 있는 이승현도 눈물연기와 자기만의 노래로 무대를 압도한다. 길다 싶을 정도의 노래를 멋드러지게 들려준다. 이 외에도 열과 성의를 다 해 보여주었던 다른 배우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커다란 희망은 그래도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사실은 의 곳곳에 숨어있다. 숨어있는 1인치들의 희망과 사랑을 찾아보길 바란다.
막심 고리키의 어둡고 침울한 이 이 시대에서는 희망을 제시해 주는 로 재 탄생했다는 것에 경외심마저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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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2005.06.09 / 조회 9,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