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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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연극을 섞어보았다, ‘라트라비아타’
오페라와 연극 컬래버
문턱 낮춰 캐주얼하게
3월25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공연‘라트라비아타’ 부산 공연[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오페라가 연극을 만났다.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라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각색해 연극 무대에서 올린다. 사교계의 꽃이었던 비올레타가 죽은 후 그의 물건들이 경매에 붙여지고 알프레도와의 사랑이야기를 유품으로 풀어가는 액자식 구성이다. ‘라트라비아타’는 캐주얼 오페라를 지향한다. 오페라를 대중에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극화했다. 연극인인 오치운 연출은 “오페라 역시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만큼 드라마를 강조해 ‘라트라비아타’를 구성했다”며 “관객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와 연극을 번갈아 보는 듯해 흥미롭다. 소프라노 강가연 김민주, 성악과를 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구원모 등이 출연해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축배의 노래’ ‘아! 그이였던가’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등으로 표현한다.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가 독주한다. 이탈리어어로 부르는 만큼 자막을 제공해 관객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배우 민구경 주형준 김륜호와 김진아 김가은 변은지가 극 중 연출가와 경매집행관으로 출연해 MC 역할을 한다. 소극장에서 듣는 아리아가 신선하지만 한계가 있다. 전용극장이 아닌데다 일부 연극적인 요소로 출연진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힘들다. 퓨전에 초점을 맞춰 오페라가 주는 웅장함을 ‘라트라비아타’에서 느끼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페라 연출가인 이성경 예술감독은 공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연극과의 컬레버레이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19세기에 나왔던 오페라를 현대인에게 똑같이 전달하기보다 새롭게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로 만들었다”며 “음향장비 등에서 한계가 있지만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라트라비아타’는 지난해 부산에서 초연해 대학로로 진출했다. 3월25일까지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2.03 / 조회 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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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코카서스 백묵원' 음악극으로 재탄생
로드액션재판극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
진실한 母 재판 시작…한번더 비튼 각색
서울문화재단 상주단체 육성사업 제작
23~26일 4일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로아트밸리와 극단 아리랑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음악극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원작 베르톨트 브레히트·연출 김수진)를 기획해 공연한다.‘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는 원래 중국의 ‘회란기’라는 연극을 브레히트 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회란기’에는 솔로몬의 재판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 등장한다.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는 시절 두 어머니가 이이를 서로 자기 자식이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재판관은 동그라미를 그린 후 아이를 잡아당겨서 끌어내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지독하게 아이를 끌어낸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고 팔을 놓아버린 사람을 친모라고 판결한다. 여기서 재판관은 그 유명한 판관 포청천이다.솔로몬의 재판과 중국 회란기의 재판은 ‘생모’가 진짜 어머니가 되는 재판이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이 이야기를 한번 더 비틀어 놓는다. 친엄마지만 전쟁통에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친 귀족여자, 천민이지만 아이를 거두어 소중하게 키워온 하녀가 아이의 양 팔을 잡아당기게 된다. 재판관도 이름난 명판관이 아닌 술주정뱅이 망나니 판사다. 이 판사는 어머니들의 태도는 물론이고 아이가 누구를 필요로 하는지, 원 안에 선 아이의 눈빛을 가장 중요한 증거로 삼아 판결한다.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주정뱅이 판사 아치의 재판에 참여하며 연극의 주제인 합리적 판단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게 된다. 아이의 선택마저도 존중하는 브레히트의 사상은 극단 아리랑이 추구하는 인간존중의 연극관과 맞물려 따뜻하고 감동적인 결말로 관객을 이끈다.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며 귀에 쏙쏙 꽂히는 퓨전 라이브 음악,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명작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원작의 인명과 지명 대신 서울, 구로지역에 익숙한 배경과 지명, 인명을 극중에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민대식 배우가 아들 민병우 아역과 한 무대에서 부모와 아이에 대한 연극을 펼쳐가는 점도 관람 포인트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서 제작됐다.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은 공연장과 전문예술단체 간 인적, 물적 협력을 통해 전문예술단체를 육성하고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문화예술정책이다.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은 구로지역민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예술단체로 극단 아리랑을 선정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06 / 조회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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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낭만음악극 ‘십이야’ 만나보세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극 ‘십이야’가 강동아트센터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음악극 ‘십이야’는 지난해 강동아트센터의 개관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랐다.‘십이야’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4백 년이 지난 희극을 세련된 로맨틱코미디로 풀어낸다. 작품은 라이브 음악극으로 펼쳐진다. 타악기와 피아노, 플롯 등으로 구성된 라이브 연주와 노래가 더해져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음악극 ‘십이야’는 지중해에 위치한 가상의 섬 일리리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쌍둥이 남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은 섬에서 난파당해 서로 헤어지게 된다. 바이올라는 길을 헤매다 영주 오시노 공작을 만난다. 남자 옷을 입은 바이올라를 오해한 오시노 공작은 그녀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올리비아에게 마음을 전하는 전령사 역을 맡긴다. 바이올라는 그 과정에서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남장한 바이올라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작품은 얽히고설킨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재치 넘치게 풀어내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김관은 “연극 ‘십이야’는 사랑에 대한 감각적인 인식과 착오가 일으키는 사랑의 변주곡이라 정의한다. 현재 셰익스피어가 살아있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다”고 전했다.음악극 ‘십이야’는 12월 6일(목)부터 12월 30일(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동순, 위훈, 김구경, 한동규, 민대식, 유정민, 홍륜희, 김기범, 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0.29 / 조회 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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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형-한아름 콤비 "이번엔 토너먼트 같은 우리네 인생 그렸죠"
서재형-한아름. 매 작품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연출-작가 콤비이면서 부부이기도 한 이들이, 그들의 여섯 번째 신작을 초연한다. 2004년 로 이후 등 형식과 내용 면에서 주목 받으며 한국 연극계의 젊은 에너지로 각광 받은 이들이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연극은 제목만으로도 녹록하지 않은 다. 실수하면 바로 추락하는, 토너먼트 같은 인생 한 때 산악인이었지만 친구를 구하려다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택진, 한 때 펜싱 국가대표선수이지만 세탁소를 운영하는 택기, 음악인을 꿈꾸는 막내 택현. 서재형-한아름 콤비의 는 인생이라는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이들의 삶을 적나라게 펼쳐 보인다. 이 땅에서의 삶에 시선을 고정한 이들의 선택이다. “중소기업 사장이 IMF 맞고, 다시 재기하려다 사업 말아먹고 이혼하고, 그리고 눈 떠보니 서울역이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인생의 세 풍 한 번 맞고, 선택 한 번 잘못하니까 서울역 앞 노숙자가 된 거죠. 그런 것들 것 예전엔 남의 일이었는데 나이 먹고 인생을 책임 져야 할 때가 되니 남의 일이 아니더군요.”(한아름) 한번 실수하면 바닥으로 내려가야 하는 토너먼트 같은 삶. 이를 펼칠 배경은 앞만 보고 달려 나갔던 80년대 중반이다. 극 중 “86아시안게임을 300여일 앞두고” 포장마차촌에 수시로 출동하는 단속반 등은 한아름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왔다. “제가 초,중,고등학교를 잠실에서 나왔는데, 86년, 88년 올림픽을 앞뒀을 당시 학교에 가면 손톱, 두발 검사를 했어요. 외국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지저분해 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죠. 지역엔 부랑자가 있어서도 안 되고, 깡패가 있어서도 안 돼서 2인1조로 순찰을 돌았어요.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인들의 행동에 놀랐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도 그랬거든요.” 펜싱은 인생을 조명하려는 이들 의도에 가장 잘 맞는 운동으로 낙점됐다. 실제 작품후반부에 짧게 등장하는 펜싱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전국가대표에서 몇 개월간 특훈을 받았다. “펜싱은 점수를 따기 위해 실제로 찌르는 게 아니라, 가짜로 액션을 취해 상대방이 움찔 하는 틈을 타 공격을 하더군요. 배우들 연습하는 것을 보니 갈수록 우리 작품에 딱 맞다 싶었어요. 그런데 순간적인 힘이 많이 들어가야 해서 배우들은 고생 많이 했지요.”(서재형) 인생을 리얼하게 다루다 보니, 의 초고는 상당히 암울했다는 게 두 사람의 전언. 직접 연기하고 감정을 몰입해야 하는 배우들이 충격 받고 힘들어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바닥일 때 사람이 일어나지 않겠냐 했는데, 그걸 경험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힘들어 했다"며 "연습을 진행하며 답답함 속에서 웃음이 있고,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는 이야기로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전한다. 그렇게 해서 결말만 다섯 번을 수정해 나가,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관객이 받았으면 한다고.“결혼하고 새로운 식구들이 생기니까 가족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더라고요. 살면 살수록 힘들고 답답한 일이 많은데, 그걸 위로해 주는 건 가족, 형제가 아닌가 합니다. 가족은 토너먼트가 아니거든요.” “콤비? 우린 낭떠러지에 손 잡고 선 동지” 동료이자 부부이기도 한 서재형, 한아름은 지난 7년간 콤비라 불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결혼하기 전에도 콤비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의미가 더 생기는 것 같다”는 한아름 작가의 말에 서재형 연출은 “저작권자가 부인이라 더 좋다”고 말해 주위를 웃게 만들기도. 하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서로 작품을 편하게 할 것이라는 시선에는 경계한다. “어떤 분들은 ‘내 남편이 연출이니까 내 작품을 올려 줄 거야’, 혹은 ‘내 부인이 작가니까 텍스트 고민을 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연출가도 작품이 좋지 않으면 하지 않겠죠. 본인 프라이드가 있는데… 거꾸로 연출님이 제 작품을 가지고 못 만드시면, 저도 다음엔 하지 않을 거고요.”(한아름) 하지만 부부라서, 콤비라서 좋은 점은 분명히 있다. “서로 핑계를 대지 않아서 좋아요. ‘이번엔 대본이 안 좋았어’ 혹은 ‘연출 디렉션이 별로라 작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갔어’ 이렇게는 하지 않아요. 죽으면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고, 이게 콤비인 것 같아요.”(한아름) 그 동안 두 사람은 대부분 함께 작업을 해왔지만, 서로 떨어져 각자의 작업도 종종 한다. 한아름 작가는 지난해 뮤지컬 대본, 작사가로 활동했고, 서재형 연출 역시 오페라 등 연출을 맡아왔다. “저희끼리 서로 외부 작업도 많이 하자고 독려하는 편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생각이나 노하우를, 일명 ‘훔쳐온다’고 표현하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일할 때는 낭떨어지에서 같이 손 잡고 있는 동지고.”(서재형) 데뷔 7년 차, 쉽지 않은 무대와의 ‘토너먼트’를 해오며 승부를 펼친 이들이지만 무대는 여전히 이들을 겸손하게 만든다. 조금 편해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서재형 연출이 고개를 흔든다. “를 세 번째 공연할 때 배우를 바꿔서 했어요. 백 몇십 회를 해온 건데요 하루에 고칠 노트가 70개더군요. 도 세 번째 공연이었는데 고칠 게 100개. 진짜 작품을 할 때는 겸손해 져야 해요. 우리가 포기 하지 않으면 작품이라는 아이가 계속 밥 주세요. 좀 더 고쳐주세요, 해요. 애기랑 똑 같아요.” 대본 10줄에 하루 꼬박 걸릴 때도 있다는, 유난히 꼼꼼한 완벽주의자 남편에 대해 한아름 작가는 “전 트리플 B형이라 아무리 무언가를 걱정하고 몰두해도 밤에 잠은 자는데, 연출님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작품에 몰두한다”고 말한다. 연극계의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이지만 초연을 앞둔 심정은 항상 떨리고 초조하다. “저희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왔으니, 이들의 고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점은 굉장히 절실하죠.”(한아름) “수고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쫑파티 때 맛있는 맥주를 주고 싶어요. 작품이 안 되면 맥주가 진짜 맛이 없거든요.”(서재형)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4.21 / 조회 1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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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같이 치열한 연습현장
“종소리가 너무 빨리 나왔어. 타이밍을 좀 더 늦춰서 한 번 다시 합시다.” 감정에 몰입해 연기하는 이도, 지켜보던 이도 눈시울이 붉게 변한 묵직한 분위기의 연습실. 회한으로 응축된 것 같은 연습실 공기를 매정하게 가른 목소리의 주인은, 서재형 연출이다. 연극 연습실은 치열했다. 서럽게 울던 배우는 연출의 말에 감정을 가다듬고 처음부터 시작함을 반복한다. 이날은 극 후반부가 진행됐다. 인생이라는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세 명의 형제, 택진, 택기, 택현 형제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한 포장마차에 들이닥친 단속반은 이들의 새로운 희망을 짓밟는다. 도시 미관을 내세운 무자비한 철거에 맥없이 당하고 설상가상 단속반 속에서 보이는 막내 택현은 이들의 회한과 서러움을 가중시킨다. 매 작품마다 신선한 시도로 주목 받아온 서재형 연출-한아름 작가 콤비의 여섯 번째 신작 는 86아시안게임을 1년 여 앞둔 1980년 중반을 배경으로 인생이라는 가파른 산길을 팍팍하게 오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잠실 석촌호수변을 배경으로 서로 닮았지만 다른 3형제의 인생은 낯설지 않게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온다. 극중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펜싱은 우아하고 귀족적인 스포츠가 아닌 좌절과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돌파구로 등장한다. 배우들은 제작기간 내내 전직 국가대표로부터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받아, 무대에서 리얼한 펜싱 장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연습현장 "며느리가 사준 영양제여" 포장마차 개업날 아버지 임씨와 진경.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산악회 후배와 우연히 만난 택진평범한 회사원 후배와 굴곡진 삶을 사는 택진 개업식날 갑자기 들어닥친 단속반에 놀란 가족들 "86아시안게임이 300일 남았습니다. 외국인들에게 깨끗한 서울을 보여줍시다" 살기 위한 몸부림과 비정한 단속반 "우린 뭐 먹고 살란 말이야!" "우리 포장마차야?" 단속반원이 된 막내 택현 딸을 데려가겠다는 택기의 전부인, 불행은 한번에 찾아온다 그들에게 희망을 있을까 장면 장면을 세세하게 다듬는 서재형 연출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4.19 / 조회 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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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18대1> 매섭고도 애잔한 청춘에게 인사를
동네 뒷동산에서 18대 1로 대적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덤벼 봐”하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파르르 떨리는 두 다리를 감출 수 없을 때가 있다. 은 그 부르르 떨리는 솔직한 두 다리에 관한 작품이다.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의 신작 연극 의 무대는 곧 다가올 해방, 그러나 여전히 살벌한 일제시대. 조선인이라면 좀처럼 기운을 펼 수 없는 동경 한 가운데 댄스홀, 내딛는 걸음이 아직은 위태로운 열 여덟 나이와 그 언저리의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서 있다. 하지만 오해 없기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독립을 외친 젊은 열사들의 투쟁기로 보기에 이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하다. 동경 시내의 한 댄스홀, 경연대회를 열어 초청된 동경시청장을 암살하려던 일본입양인 이토에와 동경대학생 건우의 계획은 건우가 형사에 쫓기다 죽음을 맞으며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다시 암살 계획을 세우는 댄스선생 이토에. 우연히 폭탄을 보관하게 된 맥주배달원 대웅과 같은 주류 공장에서 일하던 윤철, 기철 형제, 그리고 비운의 죽음을 맞은 남편의 뒤를 기꺼이 따르려는 일본 여성 나츠카 그리고 병약한 순자는 암살 계획에 기꺼이 가담하게 된다. 은 ‘폭파암살’이라는 목적지는 같으나 출발선에 서서 목적지를 향해 뛰어가는 제각각의 상황에 더욱 집중한다. 사랑을 따라 남편의 뜻을 이어가는 여자, 고향땅 밟기를 소원하는 형제, 기꺼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길을 걷는 맥주 배달원 등 거사 앞에 내 놓기에 지극히 소담스러운, 그러나 진심인 이유들이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무대 오른쪽 취조실에서 형사와 대치한 이토에가 그날의 사건을 진술하며 무대 위 아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넘나듦이 인상적이다. 몸치들인 이들이 춤의 세계로 빠지는 모습은 작품을 더욱 경쾌한 터치로 그려나갈 수 있는 유쾌한 도구이다. 잠시 시름을 잊고 저마다의 회상과 시절도 모르고 피는 사랑의 싹에 싱긋 웃는 이들의 미소는 청춘이기에 가능하고 청춘이기에 싱그럽다. 살고 싶어하는 본능과 내 목숨을 바치는 용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논하지 말지어다. 다짐을 했고, 혼란 속에 지켜내고자 했던 찬란한 청춘의 하루하루가 빛난다. 사건을 보는 참신한 시선과 메시지에 비하여, 그 전개가 다소 지루한 것이 사실. 회상은 한번으로도 족할 것이며, 현재를 통하여 과거를 짐작케 하는 감성은 관객 누구에게나 있다. 여러 번 반복되는 감정의 토로에 애틋한 마음이 조금은 식어갈 수도 있겠다. 언덕을 너머 자전거 타고 오실 내 님이 애절한 것은, 문득 찾아올 그 한번 때문인 것을. 공연 막바지에 다다르면 고요는 깊어지고 훌쩍이는 소리에 객석의 어깨가 작게 들썩인다. 어찌되었건 잠시 달에 가려진 해가 다시 빛을 내는 그 순간에 함께 하지 청춘들에게 진심의 인사를 건낸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7.31 / 조회 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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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달린다] 새롭게 만나는 달타냥, 그가 미친듯이 뛴다
지난 2004년 아룽구지에서 초연하며 독특한 형식과 상상력으로 주목 받은 연극 [죽도록 달린다]가 다시 관객 앞에 섰다. 두산아트센터 ‘소극장은 넓다’ 시리즈로 소개되는 이번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췄다는 입 소문을 타고 순항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 작품의 배우들은 제목대로 틈만 나면 뛰고 구르고, 다시 뛴다. 등장부터 워밍업 하듯 뛰면서 등장하는데다 때론 숨이 넘어갈 것처럼 격렬하게, 그야말로 ‘죽도록’ 내달린다. 여기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긴박한 북소리와 배우가 만들어내는 고양이 울음소리, 방울소리 등은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한 입체감과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렇게 실험적인 장치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스토리는 비극적인 정극을 택했다. 대중적으로 낯익은 알렉상드르 듀마의 소설 ‘삼총사’를 원작 삼아 달타냥과 왕비, 왕비의 시녀 보나쉬, 추기경과 왕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막힌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비튼다. 17세기 프랑스와 영국을 배경으로 모험과 정의를 내세운 대중적인 소설이 인간 욕망과 배신, 탐욕이 넘치는 비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독특한 형식과 기막힌 상상력의 결합 추기경의 그늘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나약한 왕과, 그런 왕 때문에 여자로서의 외로움에 떠는 왕비, 보나쉬를 사랑한 달타냥으로 향하는 왕비의 유혹이라는 흥미로운 상상은 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이렇게 다시 한번 가공된 인물들은 비극에 가속을 붙이듯, 욕망을 좇듯 뛰고 뛰고, 또 뛴다. 특히 왕비의 욕망에 이용당하는 달타냥의 달리기는 보는 사람마저 입이 벌어질 정도. 달타냥은 처음 보나쉬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숨막히게 달린다. 이 극에서 달리기는 욕망을 위한 무모한 질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고 효과음을 내거나 함께 극을 본다. 서재형 연출은 이에 대해 “가끔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등의 행동이 싫어 퇴장을 못하게 한 것”이라고 우스갯 소리로 답했지만 퇴장하지 않는 배우와 라이브 연주는 이 작품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극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극에 참여 하지 않는 배우들은 오히려 무대를 채워주고 보강해주는 듯 하니까. 배우들의 열연은 빼 놓을 수 없는 요소. 특히 왕비를 연기하는 홍성경과 왕으로 분한 민대식은 캐릭터에 몰입하고 연기하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다. 나약하고 겁많지만 내면에서는 울부짖고 있는 왕과, 그런 냐약한 왕과 정치적 상황에 의해 고통받고 욕망하는 여왕이 보이는 애증은 흡입력을 발휘한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중반 이후 되풀이 되는 인물들간의 갈등과 감정과잉은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왕비에 달타냥과 왕, 보나쉬에 대한 ‘애증’이 더해지면서 후반부 넘치는 감정들은 간혹 불편하다. [죽도록 달린다]는 2005년 초연 이후 제 41회 동아연극상,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에 인정 받았다. 이 작품에는 소위 말하는 스타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창작 연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발상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초연 당시 관객 6명 앞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고 한다. 이제 배우들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열심히 뛰어도 힘들지 않을 듯 하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8.01.17 / 조회 8,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