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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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씬스틸러…양경원, 탕준상, 차청화, 홍우진 누구?
지난해 12월 시작해 단 4회를 남겨놓고 있는 화제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매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에 빠지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로맨스를 담은 이 드라마는 둘리 커플(극 중 리정혁+윤세리)의 운명적인 케미스트리와 함께 명품 조연들의 활약으로 매회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실력으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은 배우들을 소개한다.
▲ 사진 출처: tvN
(하단_왼쪽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 장면)
표치수 역(양경원)
표치수는 리정혁의 5중대 대원으로 급한 성격에 말도 거칠다. 윤세리에게 "시끄러운 에미나이"라고 면박을 주고 빨리 남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표치수는 윤세리와 앙숙처럼 지내지만 사실 속마음은 정이 많고 착하다. 츤데레 표치수를 연기하는 이는 양경원이다. 그는 2010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했고,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양경원은 극 중 “후라이까지 말라우” 같은 실감 나는 북한 사투리와 능청맞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뜨거운 여름’, ‘겨울공주 평강이야기',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나 할까?’ 등의 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아온 실력파 배우다.
▲ 사진 출처: tvN
(상단_오른쪽 / 하단_'햄릿_더 플레이' 공연장면)
금은동 역(탕준상)
금은동은 리정혁의 5중대 대원 중 가장 막내다. 근무 중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마음이 여린 소년이다. 순박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의 금은동을 연기하는 배우는 탕준상이다. 2003년생인 그는 7살 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몰 보이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서편제’, ‘킹키부츠’, 연극 ‘햄릿_더 플레이’, 영화 ‘7년의 밤’, ‘나랏말싸미’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 사진 출처: tvN
(상단_가운데, 하단_왼쪽 '이선동클린센터' 공연 장면)
양옥금 역(차청화)
극 중 리정혁이 사는 사택 마을에 거주하는 양옥금은 배우 차청화가 연기한다. 차청화는 전직 아나운서이자 현직 미용사로 마영애(김정난), 나월숙(김선영), 현명순(장소연)과 함께 사택 마을 주부단으로 맹 활약 중이다. 극 중 양옥금은 늘 짙은 메이크업을 고수하며 유난스러운 행동과 과장된 표정, 코믹한 톤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차청화는 그간 연극 ‘헤비메탈 걸스’, ‘날 보러 와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 ‘심야식당’,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에 출연해 맛깔진 캐릭터로 활약해왔다. 지난해에는 오랜만에 뮤지컬 ‘이선동클린센터’로 무대에 돌아와 관객들을 만났다.
▲ 사진 출처: tvN
('여신님이 보고 계셔' 캐릭터 사진)
천사장/천수복 역(홍우진)
천사장은 범죄자를 숨겨주는 불법 사업인 ‘키핑 사업’의 실무자로 나온다. 극 중 구승준(김정현)이 윤세리 오빠에게 사기를 치고 해외로 도망치다 북한에 머물기 위해 브로커인 천사장을 만나게 된다. 천사장은 대학로에서 ‘유도소년’ ,’레드북’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한 홍우진이 맡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자연스런 북한말 연기로 주목 받았다. 그는 사실 북한 사람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도 북한 사람으로 나온다. 이 공연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남북한 병사들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악명 높은 냉혈한 북한군 상위 이창섭으로 활약 중이다. 그의 매력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공연장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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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출처: tvN, 연우무대, 플레이디비 DB
2020.02.07 / 조회 28,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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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 배우의 처절한 대결 '혈우'
작가 한민규·연출가 이지수 콤비 신작
고려 무신정권 말기 배경 무협활극
2월 11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서연극 ‘혈우’ 콘셉트 이미지(사진=컬쳐루트).[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려 무신정권 말기를 다룬 연극 ‘혈우’가 오는 2월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른다.권력을 향한 무인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고려 말 격변기를 배경으로 생사가 갈리는 처절한 싸움을 극화한 작품이다. ‘힘의 정치’를 무협활극이란 장르로 구축해 강렬한 액션으로 처절한 싸움을 선보인다.배우 김수현과 김영민이 주인공 김준과 최의 역을 맡는다.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증 받은 배우들이다. 김수현은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해 평단과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영민은 2004년 연극열전 ‘햄릿’으로 인기상과 2010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대립관계로 호흡을 맞추는 두 배우는 작품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처절하게 싸우며 연극의 에너지를 고조시킨다. 두 배우의 팽팽한 긴장감과 연기 에너지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두 배우를 포함해 26명의 배우가 등장해 처절한 싸움의 현장을 보여준다.작가 한민규와 연출가 이지수 콤비의 신작이다. 2014년 2인극페스티벌의 ‘잠수괴물’, 2015년 2인극페스티벌의 ‘진홍빗 소녀’를 함께 발표한 두 사람은 ‘혈우’를 오랫동안 다듬어 무대에 선보인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10 / 조회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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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기쁨 3화, 신성민 편
안녕오늘의 배우는 바로바로 신성민 배우!첫사진부터 훈훈 터진다 호호시작부터 장난 아니지?^.ㅜ나도 이거 쓰면서도 깜짝깜짝 놀람배우님 왜이렇게 절 쳐다보시나여 (부끄)신성민 배우는 뮤지컬, 연극을 넘나드는 배우고,첫 시작은 '모든 이의 첫 뮤지컬'로 유명한 !그리스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내가 선택한 첫 뮤지컬'이 신성민 배우에게는 정말데뷔 무대가 되기도 한거지! ohOH다만 정식 데뷔가 아니라 스윙으로 있다가공석이 된 '소니' 역을 맡게 된거라 부상을 당한 원래 배우에게도 안타깝고급작스럽게 맡은 역이라 스스로에게도 많은좌절의 시기가 있었다고 해.그!래!도! 그 때 바로 좌절하지 않았으니신 배우님을 계속 무대에서 볼 수 있는거 아니겠수가 끝나고 의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바로 오디션에 지원했대.그리고 바로 '닥터리' 역할을 맡았어.이 작품은 두번째 소개했던 최성원 배우가베드로 역으로 나왔던 작품이기도 하지! 같은 시기에 출연한 건 아니라서, 한 무대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말야^.ㅜ 이후에 맡은 건 인데음 어 난 이거 너무 좋음...........진짜ㅋ정말ㅋ옷도 옷이고, 기럭지도 기럭지고노래도 노래고, 작품도 작품이고,얼굴도 얼굴이고, 연기도 연기고그래서 내통장은 텅장이 되었다고 한다......(비루)다른 작품은 인데자꾸만 익숙하지 않아? 아니야? 아니면 1화부터 정주행하고 와(....는 조회수를 위한 굾굾)아무튼 긔욤기욤 잘생겼어주머니에 넣고 싶(은 상상일 뿐 실행은 범죄인 걸 알고 있습니다 판사님 껄껄)아무튼 이것도 최성원 배우가 출연했던 극이야!이번에는 함께 출연했다고 함미다 두 사람의 인연이 매우아주엄청 깊군뇨둘의 인연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훈남은 훈남이랑 친한거다2015년 초까지 공연했던 뮤지컬 에서도두 배우는 재! 회!하고 배우와의 만남도 같이하고그냥 어쩌다보니 만나는 거 같즤? 후후훟두 사람은 무대 밖에서도 꼬박꼬박 만난다고 해.에 나왔던 초연멤버 신성민, 이준혁, 임철수, 주민진, 최성원 그리고철수 배우의 룸메였던 박해수 배우까지 6명이'하고싶다'라는 이름으로 배우 집단을 만들고,매주 연기에 대한 스터디를 한다고 ! (두둔)그렇게 친한 두 사람은 에서도 절친이긴 했는데, 신성민 배우가 '영민', 최성원 배우가 '선규' 역이었지.다만 영민이의 성격이...뭐랄까...ㅎㄷㄷ해서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고 정다운 친구사이를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야.(미안 유행이 지났지만 딱 한번만 해보고싶었어ㅠㅠ)이외에도 나오는 작품마다 의상들이 넘나 예뻐서훔쳐보는 (어? 응? 아냐 지켜보는....) 나는넘나 행복하고 지금 이글을 보는 너네도 행복하고.우리모두 행복하고 yeahYEAH!!!!!!!!!!큼큼....이 의상은 2013 할 때 의상이야이번 엔 안나오신다드랑....에서도 수트빨이 넘나 눈물나는 것그 와중에 배역도 '사내'라 매우 오묘하고그 사내의 작품 속 역할도 매우 오묘하다고 한다미스퉤리와 히스퉤리가 섞인 그런..미스퉤리와 히스퉤리가 섞인 만큼(라임이 좀 마음에 들어서 두번 써먹음) 저렇게 비열이 폭발하는 표정도 짓지만그래도 잘생긴 것 같다 oh my eyes지금은 에서 신병 역할을 맡음근데 이번엔 또 나무 위에 2년동안 갇힌다고 함응? 저번에는 섬에 갇히셨잖아여....그렇게 자꾸 갇힐거면 차라리 내 맘 속에 갇혀요(판사님 죄송합니다 계정이 해킹 당했나봐요)아무튼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라이런저런 모습을 보고싶으나 원래 운영하시던 트위터 계정이 사라졌다는 안타까움(좌절우울슬픔눈물)^.ㅜ그렇다면 공연에서 만나야지 뭐(라고 말하며 동시에 티켓 예매창을 연다)
글/구성: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2016.02.05 / 조회 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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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군대>"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전쟁은 왜 하는 걸까?"
일본의 최남단 가고시마에서 약 580키로미터 떨어진 오키나와. 이곳은 17세기 전까지 독립된 류큐 왕국이었다가 이후 일본이 정복해 오키나와 현으로 편입되었다. 하지만 1945년 오키나와 전투 후 미국이 통치하였고 1972년에 다시 일본 영토로 복귀한 기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곳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가 지난 19일 개막했다. 일본 작가 고 이노우에 히사시의 작으로, 연극열전 시즌 6의 문을 연 이 작품은, 전쟁 중 적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 2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베테랑 군인과 신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키나와는 본연의 땅이었다, 일본 땅으로, 다시 미국 땅이었다 지금은 일본 땅이 되어, 당시 섬 주민들의 정체성이 불분명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왜 그때 전쟁이 일어났는가, 국민, 지역,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왜 전쟁을 하는 것이며, 그때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질문하고 있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 (강량원 연출)전쟁 피해 올라간 거대한 나무 도피처에서 세계 감시하는 파수 나무 되길 지난 22일 언론에 작품을 공개한 자리에서, 강량원 연출은 이 작품의 보편성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작품의 배경은 오키나와지만, 지금의 시대로 보편화를 시켰다. 평소 이렇게 현실의 문제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나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무가 처음엔 '도피처'가 되지만, 그 도피처를 잘 활용하면 내 삶과 국가, 구조, 세계를 감시하는 '파수의 나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강인한 나무로 보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극장 안에 거대한 무대로 자리하는 뱅골보리수는 '사람 키의 다섯 배는 넘는 가지들이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려' 기괴한 몸집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두 병사가 오르내리며 이야기를 펼치는 주 무대이자 두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 뿐 아니라 섬의 역사를 지켜보는 영적인 시선이 되기도 한다. 배우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이곳을 오가기 위해 다섯 종류의 신발을 교차로 신어보며 꼼꼼히 준비했다고 한다. '믿고 보는' 배우들 대거 출연 윤상화, 김영민, 성두섭, 신성민 등 몇 차례 전쟁에 참가한 베테랑 군인으로 전쟁의 결말, 그리고 이후의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아차리지만 수치심에 그것을 시종일관 외면하는 분대장 역은 윤상화와 김영민이 맡았다. "전쟁 기계처럼 보이는 이 사람이,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고, 신병과 함께 지내며 어떠한 변화를 겪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그것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다." (윤상화) "섬 사람과 국가와의 관계에서 분대장은 국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국가가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끝까지 이기적인 존재인지, 분대장을 표현할 때 많이 생각했다."(김영민) 분대장과 나무에 오른 또 한 명의 병사는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섬을 지키고 싶어 자원입대 한 순수한 신병이다. 동료 병사가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분대장은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 숨을 죽이고, 신병은 그를 살리기 위해 동료에게로 뛰어 나간다. 최근 크고 작은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서왔던 성두섭과 첫 연극 무대에 서는 신성민이 신병 역에 번갈아 나선다. "무거운 주제이나 이야기를 무겁게만 풀지 않는다."는 성두섭과, "얼마나 내 마음을 울리는가가 언제나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신성민 모두 대본에 담긴 진한 힘을 역설하였다. '지켜주고 있는 게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우리 모두 국가, 사회 속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두 병사를 지켜보고 또 관객과 이야기하는 작품의 해설자 역할인 나무의 정령은 연기파 배우 강애심, 유은숙의 몫이다. 강애심 역시 " '지켜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믿는 거다'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다. 우리 모두 국가와 나, 사회와 나, 세계와 나 속에서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더했다. 굶주림과 싸워 서로를 죽일까 갈등하기도 한 두 사람은, 어느새 쉽게 널려져 있는(?) 음식들을 매일매일 먹으며 편안한 생활을 한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나무 위에 있어야 하는지, 나무 아래에서의 삶을 감당해낼 수 있는지 그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나무 위의 군대는 언제쯤 해체가 되는 것일까. 2016년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12.24 / 조회 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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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화제작과 창작 초연까지 <연극열전6> 라인업 공개
2004년 이후 격년제 연극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연극열전'이 올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아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번 은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된 화제작들과 창작 작품들로 엄선해 보편성과 시의성, 삶의 통찰이 담긴 총 5편으로 구성됐다. 전쟁 중, 나무 위라는 극한의 상황 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이달 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호라이 류타 작가가 완성시켰다. 전쟁이 끝난 사실을 모른 채 2년 동안 나무 위에서 생활한 두 병사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무대를 가득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줄의 뱅골보리수와 배우들의 신체언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상화, 김영민, 성두섭, 신성민, 강애심, 유은숙이 출연한다.인간답게 살기 위한 선택 두 번째 작품은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져의 최신작 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을 모습을 그린다. 2015년 런던 공연 당시 성과 장애, 죽음 등 쉽지 않는 주제에 대해 솔직하고 대범한 접근과 신체장애를 표현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오경택 연출이 지휘하며, 2016년 5월 1일부터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만날 수 있다. 김동연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의기투합하는 김동연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이후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는 400여 년동안 세계 각국에서 수없이 공연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을 재 창작한 작품이다. 수 백 년 전 덴마크 왕국이 아닌 가상의 시공간 속 왕실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옮겼으며, 소년 햄릿이 등장해 성인 햄릿과 소년 햄릿의 심리가 교차되는 구조로 진행될 예정이다. 2016년 8월 2일부터 10월 1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을 위한 네 번째 작품은 연극 이다.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영화감독, 방송인인 로랑 바피의 작품으로 2006년 몰리에르상 수상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강박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그들 스스로 치료를 시도하는 과정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릴 예정이다.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 연극으로 재탄생 마지막 작품은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은교'가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예술적 천재성을 지녔으나 늙어버린 육체의 노(老)시인과,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젊은 제자,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열일곱 소녀를 통해 욕망과 사랑,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과 갈망,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무대만의 언어로 표현할 예정이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5.12.10 / 조회 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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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보면 뭉클할 걸?"<나무 위의 군대> 프로필 촬영 현장
나무 위에 군대가 있다고? 게다가 전쟁이 끝나도 군대는 나무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고?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독특한 제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거기에 탄탄한 연기력의 개성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캐스팅 발표가 다시 한번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극 . 그 배우들이 총출동한 프로필 촬영 현장에 플레이디비가 단독으로 찾아갔다. 지난 20일 논현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 비가 내리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스튜디오 내의 분위기가 '다크'했던 건 아마도 한 켠에 즐비하게 걸려 있던 군복들과 촬영 소품으로 활용될 군모, 총, 칼 등의 전쟁 무기들 때문이겠다.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전쟁 중 적군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간 두 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분대장은 나무 위에 있으려고 해요. 신병을 속여가며 둘이 2년 간 나무 위에서 살면서 서로 갈등도 많이 겪고, 그러다 같이 내려오는 이야기죠." 두 명의 군인 중 경험이 많은 분대장 역을 맡은 김영민은 작품의 대본을 받자 마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전쟁, 화해, 우리의 삶,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것인가 등을 생각하게 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출님, 다른 배우들과 같이 계속 이야기 나누는 중이에요." 최근 를 마치고 이 작품에서 김영민과 분대장 역을 함께 소화할 윤상화 역시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시대잖아요. 하지만 따져보면 그들도 우리도 정의로운 거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전쟁을 하는가. 서로 끝으로 가면 정의는 같은 거 아닌가, 이 작품도 그런 이야기 같아요." 어두운 군복 색만큼 저마다 강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배우들. 공연 프로필 사진이 작품과 캐릭터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이미지라면, 한껏 심각한 모습에서 금새 화기애애하게 소리 내어 웃으며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반응하는 모습 또한 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대본이 재미있었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를 가볍게 푸는 방식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다가왔거든요." 이번 프로필 촬영 의상인 군복이 뭔가 낯설지 않다며 웃는 신성민. 분대장과 함께 나무 위에 올라가는 신병 역을 맡은 그는 작품을 풀어내는 형식의 유쾌함을 또 하나의 매력으로 꼽는 모습이다. "연습을 하면서 생각보다 어려움을 느끼지만, 분대장과 주고 받는 호흡들이 연습 막바지까지 진행되었을 때는 정말 재밌고, 무언가 나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신성민) "사람이 배를 잡고 웃으면 눈물이 나고, 정말 슬플 때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극에서는 그 사이에서 부딪혀 튕겨 나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윤상화)신성민과 함께 신병 역을 맡은 성두섭은 "의욕이 넘치는 순수한 열혈청년"으로 신병을 소개했다. "전쟁 중 자신이 살던 섬을 살리기 위해 군대에 지원한 열혈 청년이에요. 오로지 섬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원입대했는데, 분대장과 생각하는 것 등이 너무 다른 캐릭터죠. 그래서 의도치 않게 순수한 신병의 한마디 한마디에 분대장이 자극을 받아요. 또 그를 짜증나게도 하고, 그래서 대립도 생기고요." 삶은 끝나지 않는 전쟁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 전쟁 속에서 인간이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한한 삶 속에서 웃고 부딪히고 고뇌하는 인물이 두 군인이라면, 무한한 시간 속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증인과 같은 존재는 '정령'이겠다. 형상이 없는 존재이기에 그 무엇으로도 출연할 수 있는 이 '정령'은 강애심, 유은숙이 번갈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섬을 지키고자 하는 나무의 정령으로 먼저 해석이 되겠죠. 한편으로는 수 많은 희생자들을 나타내는 총체적인 인물, 그 안의 어린아이, 여성, 대지를 뜻하는 느낌도 나고요. 다양한 측면으로 극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강애심) 일본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유작을 호라이 류타가 완성시켜 2013년 일본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배경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이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강량원 연출이 이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전쟁'으로 넓혀 그려낼 예정이다. 군인들이 올라갈 거대한 나무가 '제 4의 배우'로 무대에 등장해 시선을 압도할 이미지를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강애심은 이 작품의 느낌을 '보라색'이라 했고, 윤상화는 한없이 따뜻한데 그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 같은 '아지랑이 색' 같다고 했다. 관객들이 생각하는 색은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11.19 / 조회 1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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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닭도리탕이 되지 않는 우리를 바라며
이 무슨 '초딩'스러운 싸움인가. 짝꿍과 다툰 한 아이가 책상 가운데 연필로 선을 그어 내 칸, 네 칸을 나누고 절대 내 영역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말한다. 덩치가 큰 쪽이나 다툼에서 작은 승리를 거둔 사람이 책상 분할선을 그을 땐, 그 영역이 공평하게 1대 1로 나뉘는 것도 아니다. 책을 펴기도 좁은 책상 위에서 어찌어찌 버티던 나머지 아이는 울어버리거나, 선생님한테 이르거나, 혹은 화해를 청하려 짝꿍의 눈치를 보기도 할 터인데, 이러한 모습 또한 똑 닮았다. 바로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있는 이곳, '제45갱생시설'과 말이다. 일본 작가 츠치다 히데오 작, 김광보 연출의 는 우연에서 시작된 분쟁, 분쟁을 키우는 권력의 무분별한 질주, 그 안에서 더욱 강해지는 파벌 등의 웃지 못할 인간사를 블랙코미디로 빚어 놓은 무대다. 시작은 훈훈하다. 교도소 안 수감자들은 오손도손 같이 작업도, 식사도, 게임도 하며, 간수들은 시대가 바뀌어 이제 수감자들의 '하녀'일 뿐이다. 하지만 한 덩어리였던 곳이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자, 이 경계선 바로 위에 위치한 교도소 내에도 양쪽으로 가르는 선이 생긴다. 순식간에 한민족이 다국적 공동체가 되더니, 이윽고 상대를 전복시키려는 적으로 마주한다. 장난으로 시작된 '선 넘기'가 대립각을 더욱 예민하게 세우는 '도발'이 되고, 도발이 시작되면 공격도 시작. 정말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작 선은 중요하지 않다.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극 마지막 "선은 내 마음 속에 있었어"라는 대사가 이 작품이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일 것이다. 선은, 그저 공통점으로 동질의식을 갖고, 무리가 되어 힘이 쌓이고, 그 힘으로 다른 무리를 제압하고 싶은 인간의 어리석은 이기심의 촉발제이며, 이후의 상처일 뿐이다. 그 안의 군중심리가, 강렬한 소수에 이끌리는 중우정치가 종종 이 세상의 다양성을 업신여기고 사안을, 진실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목격해 와서, 이들의 한바탕 소동에 마냥 웃다가 끝날 수 없게 만든다. 실소가 폭소로 바뀌는 순간 끝에 찾아오는 작은 씁쓸함은 이 작품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각양각색 인물들도 우리 사회를 이루는 나이고, 너이고, 또 그를 비쳐낸 자화상이다. 눈치나 보거나, 앞뒤 논리도 전혀 안 맞는 다혈질에 볼품없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처음엔 '웃기'지만 갈수록 가슴 한 켠이 따끔거린다. 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작정하고 망가지는 배우들의 '찌질함'이 관객들의 예상 밖에서 허를 찌르며 너무나도 가볍게 팔랑거린다. 다소 어두울 수 있는 메시지를 무척이나 가볍게 이야기하는 재주는 대본, 연출의 힘도 있겠지만,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등 원캐스트로 전 무대를 지키는 여덟 배우들의 환상의 호흡 덕도 크다. '닭도리탕'은 극중 가장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부분일 것이다. 공연을 보지 않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위해 극중 의미는 밝히지 않은 채, 우리 모두 '닭도리탕'이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명랑한 이 작품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5.11.12 / 조회 7,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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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찌질함 드러나"<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개막
츠치다 히데오 작, 김광보 연출의 연극 가 개막에 앞서 5일 낮 작품의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고 이야기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상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무심코 그은 선 하나로 인해 두 세력으로 나뉘는 죄수들과 힘의 논리에 휘둘리는 간수들에게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치졸함과 비이성적인 모습을 유쾌하게 비춰낸다. 작가 츠치다 히데오도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작가, 연출가,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는 과거 공연된 의 작가로도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이번 작품도 와 마찬가지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펼쳐내는 남다른 코미디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선 하나를 그음으로 인해서 변하고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연극이 전개되어나가는 것까지가 이성적인 부분이고, 참상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찌질함이 나타나죠. 8명의 배우들로 인해서 흘러가는 연극인데,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해두고 어떻게 이 작품 안에서 앙상블을 이뤄나갈 것인가를 연습하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앙상블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오셔서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출가 김광보) "작품 집필 당시 일본과 중국이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어요. 마침 그때 일로 중국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중국의 연극인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보니 일본 내 중국에 대한 보수화 경향이 짙어져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며 쓴 작품이 이번 작품입니다. 연극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말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언어로서 이 작품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어제 최종 리허설을 봤는데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다들 매력적이었다는 걸 가장 먼저 느꼈습니다. 그럴 경우 저마다 눈에 띄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배우들은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그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작가 츠치다 히데오) 에 출연하는 8명의 배우들"연출님이 항상 배우를 캐스팅할 때 그 사람이 무대 위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이면을 많이 끄집어 내는 것 같아요. 여기 배우들도 평소 못 봤던, 본인 성격의 모습을 끄집어 내고 있습니다." (이석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찌질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치졸한 모습을 꺼낸 것 같은데, 그 모습 안에 숨겨진 진실성을 보자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민) "잠 못 주무셔서 짜증내시느거죠? 맞죠?""상상 오셀로 게임, 재밌어요!""이구 허는 착해. 춤도 춰봐~.""하나, 둘, 하나, 둘,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둔해져""여기, 큰물에서 한 번 안 놀아본 사람 있어?"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1.06 / 조회 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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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배우의 명쾌한 신념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한동규
연습 전 마주한 한동규가 처음으로 한 말은 "왜 저를 인터뷰하시는 거에요?"였다. 올해만 해도 그는 등 세 편의 연극, 뮤지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변함없이 선보인 '관록의 배우'임과 동시에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든 영화 에서 일본군으로 등장해 그간 무대 위의 그를 보지 못했던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과 이름을 더욱 알린 '뉴페이스'이기 때문이다. 동글게 부푼 곱슬머리, 그와 어울리게 자리한 콧수염, 강렬하게 반짝이지만 웃음기 어려있는 눈동자. 등장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는 절제를 알고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감각을 바탕으로 13년 간 배우라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다져오고 있는 배우 한동규다. 이제 그는 가상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계와 힘의 논리, 인간성의 변화 등을 유쾌하게 다룬 연극 의 간수로 등장할 참이다.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 지칭하는 자의 자신감과 무대를 향한 번민 없는 믿음, 그리고 명확한 시선이 얼마나 한 사람을 빛나게 하는지, 이번 작품에서도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Q. 일본군 역을 맡아 출연한 영화 이 큰 흥행기록을 세웠다. 단역만 계속 하다 조연으로서는 첫 영화인데 잘 돼서 좋다. 망하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웃음) 최동훈 감독님이 워낙 잘 만드시는 분이니까, 다음 작품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Q. 그러고 보니 출연한 영화 편수가 많지는 않더라. 한 세 편? 띄엄띄엄 했다. 그리고 워낙, 나도 찾아야 보이는 배역들이라, 훅 지나가고. (웃음) 난 들어오는 건 다 한다. 가족들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웃음) 작품도 안 가린다. 스케줄 맞으면 다 한다. Q. 올해 뮤지컬 에서도 친일파 역으로 등장했다. 한 해에 친일파 역을 두 번이나 맡은 셈이다. 광복 60주년에 친일파 역으로 1년을 먹고 산다는 게 쉽지 않은데.(웃음) 글쎄, 내가 친일파 이미지에 잘 맞나 보다. 은 '나쁜 역할이다'고만 하고 섭외가 됐는데 '괜찮다, 얼마나 나쁘겠냐' 하고 와 보니 진짜 나쁜 놈이더라. 공연하면서 욕 많이 먹었다. 어우, 진짜 쌍욕도. (웃음) 물론 역할이라 애교 섞인 욕이긴 한데 좀 기분은 나쁘더라. 난 역할에 충실한 것 뿐인데. 얼마 있지도 않은 팬들 다 떨어져 나갔다. (웃음) Q. 곱슬머리, 수염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변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한동규의 모습이다. 그런데 일부러 고집한 적은 없다. 연출이 원하면 바꾸는데 (김)광보 연출님은 스타일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으시더라. 예전에 최용훈 연출님은 본인이 지겨우시니까, 이번에 머리 한번 자르자, 수염도 자르고, 그러셔서 그렇게 했다. 근데 내가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얼굴이 평범해져서.(웃음) 장모님도 사위는 수염 기르는 게 낫다고, 그게 배우 같다고 하신다. Q. 데뷔 후 초창기 사진을 보니 곱슬머리도 아니고, 수염도 없는 매끈한 얼굴이 정말 '꽃미남'이더라. 그런가? 내가? (웃음) 머리는 파마한 거다. 파마한 건, 뭐, 멋있어서? (웃음) Q.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꿨나? 어려서 꿈은 은행에 취직하는 거였다. 평범한 직장인. 집에 아들이 하나다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그렇게 주입이 된 것 같다. 나중에 내가 부모님 모셔야 하니까, 취직하려고 주산학원도 열심히 다녔다, 6년이나, 오로지 은행에 가려고. 그래서 과도 오로지 경영학과. 그러다 대학교 1학년 때 극예술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들어갔고, 동아리 문을 잘못 여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웃음) 그(연극) 매력에 푹 빠져서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갑자기 연극한다고 하니까 집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그렇다고 크게 말리진 않으시더라.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부모님은 내가 금방 성공할 줄 알았던 것 같다. 금방 텔레비전에 나오고. 그렇게 시작이 됐다. 텔레비전 한번 나오는 데는 오래 걸렸지. (웃음) Q. 무엇이 그토록 무대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무대에 있는 게 그렇게 좋았다. 관객이 날 바라봐 주고, 마지막에 박수 받고. 그 희열이 어떤 걸로도 표현이 안 되더라. Q. 극단 아리랑에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극예술동아리 선배가 먼저 아리랑에 입단해 있었다.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고 싶다고 선배한테 말씀을 드렸다. 어떻게 해야 대학로에서 프로로 활동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리랑 들어와라, 그래서 들어갔다. 거기서 막내부터 시작한 거다. Q. 극단 입단 후 무대에 서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 3년 걸렸다. 난 내가 잘 하는 줄 알았고 그래서 바로 무대에 설 줄 알았다. 그런데 우물 안 개구리였지. 동아리 안에서 잘 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나. 또 그땐 다 취직하러 가고 연극만 하겠다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대에 섰던 거고. 극단엔 워낙 선배도 많았고, 신입단원을 바로 무대에 세우지도 않았다, 조명실부터 들어가게 했지. 규율이 그랬다. Q. 자신감을 가지고 20대 후반에 들어간 극단, 그 안에서 3년의 기다림은 결코 쉬운 시간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명실에서 선배들 연기 보고 배우고, 이것도 되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욕심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뭐, 칼 갈았지, 조명실에서. (웃음) Q. 조급해하지 않았던 것은 본인의 성격 영향도 있지 않을까. 같이 공연하던 박철민 선배가 그때 영화 로 조금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술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나도 좀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할 수 있겠나" 물었을 때 35살까지 무조건 버텨야 된다고, 그 말 믿고 버텼다. 그런데 서른 다섯에 만나니까 다시 40살까지 버텨야 한다고. (웃음) 계속 버티는 인생이었다. 끝까지 버텨보자, 그런 마음 없었으면 중간에 그만뒀을 수도 있었을 거다. Q. 잘 버틴 것 같나? 잘 버텼다. 내 천직이니까. 배우 안 했으면 뭐 했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상상이 안 된다. 그런데 직장생활도 잘 했을 것 같긴 하다. 유머러스하게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내가 빠릿빠릿하게 일도 좀 잘하는 편이고 눈치도 빠르고 해서. 정년퇴직이 없다는 점에서도 이 일(배우)이 좋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 뵈면, 아, 나도 저 나이 때까지 연기해야겠다, 그 생각 든다. 이호재 선생님이나 오영수 선생님 같은 분 뵈면 정정하시지 않나. 연극을 하시니까 더 건강하신 것 같다, 계속 일하시니까. Q.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면 강렬한 이미지를 줄 때가 많다. 대단히 희극적이거나 또는 대단히 악하거나. 희극적 캐릭터는 내 몸에 제일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희극적 캐릭터만 고집한 적은 없는데 대부분의 연출가들이나 캐스팅하시는 분들이 그런 역할들을 (내게서) 원하시더라. 아니면 아예 강렬한 악역으로 가든지. 그렇게 좀 극단적인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다. Q. 희극적 캐릭터라 해도 작정하고 웃기는 인물, 그러한 표현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웃기려고, '내가 다 웃길 거야' 하고 별 짓을 다했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다 보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 코미디가 진짜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 호흡이 어마어마한데,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그 흐름, 호흡, 템포를 알아야 관객들을 웃길 수 있으니까. 그런 호흡으로 욕심을 좀 비우고, 내가 골을 넣으려 하지 않고 수비한다는 마음으로 항상 작품에 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절제하게 되고. 연습할 때는 마음껏 해보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깎아내는 과정이 있고 마지막에 공연 때는 어느 정도의 선에 도달하는 거다. 그런데 뭐라 해도 코미디 연기할 때가 가장 편하고, 그런 재능도 조금 있는 것 같긴 하다. (웃음) Q. 집에서도 코믹한 아빠인가? 되게 평범하다. 말도 별로 없고. 아무래도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까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돼서. 그렇다고 뭐 그게(원래 성격) 어디 가겠나. 애들한테 책 읽어 주는 거 되게 좋아 한다. 캐릭터 다 바꿔가지고. (웃음) 동화책을 한 편의 작품처럼 읽어버리니까 애들은 좋아한다. (웃음) Q. 연출 작업을 한 적도 있다. 연출을 하겠다고 달려든 건 아니고, 극단 프로젝트로 한 번 해 봐라, 해서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 내가 연출론이라는 게 없고, 그러니 자꾸 외부에서 봤던 연출들은 흉내 내고 있더라. 아우, 이런 건 아니다 싶어서 거기서 접었다. 난 연기하는 게 좋다. Q. 잘 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다 보면 내 실력도 느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난 롤모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은 없었다. 선배들의 좋은 호흡이나 화술들을 따라해 본 적은 있는데 그걸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 이런 적은 없었다. 극단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런 캐릭터로 온 것 같다. Q. 자신감, 자기 확신이 큰 것 같다. 전공서적을 읽어본 적도 없고 누구에게 연기론을 배워본 적도 없고, 오로지 젊었을 때 무대 경험만으로, 술자리에서 주워들은 게 다다. 그래서 나한테 거창하게 무슨 연극적 이론을 대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순간에 딱 표현할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할 뿐이다. Q. 과거 박철민에게 물었던 것처럼, 후배 배우가 '언제쯤 나도 선배처럼 뭔가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일단 버텨라. (웃음) 그리고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아라. 연극 그만두고 영화사에 프로필 막 돌리는 후배들 있다. 그 마음은 알겠으나 되게 덧없는 행동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프로필만 돌리면 기회가 오기도 힘들 뿐더러, 그 시간에 차라리 어떤 작품이든 작품을 알아보러 다녀야지. 그렇게 하다 잠깐 쉬고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면 이미 설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묵묵히 그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는데. Q. 스스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의심도, 고민도, 후회한 적도 없었나? 없었다. 하다 보니 (사람들이) 공연 보러 오고, 공연 보신 감독님이 캐스팅도 하고. 내가 억지로 뭘 막 했다면 그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찾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Q. 순리에 맡기는 쪽인 것 같다. 작품 선택할 때도, 작품을 읽어보고 선택하지 않고 스케줄 맞으면 다. (웃음) 생업으로, 내가 작품 고르고 할 때가 아니니까. 운이 좋게 지금 김광보 연출님도 그렇고 그 전에 연출님들도 그렇고, '이거 왜 했지?' 그런 생각 드는 작품이 없는 걸 보면 지금까지 순리대로 잘 온 것 같다. 욕심 안 내고. 운이 좋았던 거지. Q. 의 간수 '대기 곽'은 시류에 편승하고 힘을 가지면 그 힘을 남용하는 캐릭터이다. 누구나 그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진짜 무소불위의 완장을 차게 됐을 때 주변을 통치하고 억압하려는, 그런 본능은 누구나 인간 본연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악한 인물이 아니고 그 상황에 처했을 때 변화하는 인물이라고 본다. Q. 의 배우들은 대본 리딩할 때도 배역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간수 두 명(유연수, 한동규)만 캐스팅 때부터 배역이 확정되었다고. 광보 연출님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서 캐스팅하신 걸로 일단 생각한다. (어떠한 장점이 캐릭터와 맞았다고 생각하나?) 뭘까, 어떤 명쾌함? 뜨뜻미지근하지 않은. 예전에 연출님이 나에게 되게 명쾌한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배려. 이 말을 내 입으로. (웃음) 내가 되게 남을 배려하는 배우라고. 앞에 안 나서고 서포트하는. 지금 대기 곽도 그런 역할인 것 같다. 물론 나중에 권력을 잡았을 땐 앞에 나서기도 하지만 중반까지는 극에서 죄수들을 서포트해야 하는 역할이다. 내가 뭘 해보려고 욕심을 내면 작품도 죽을 뿐더러 되게 안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 같다. Q. 주인공 욕심이 없나? (2007)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했는데. 글쎄. 되게 부담스럽더라. 포스터 맨 위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게.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가 나한테 달려있는 것 같고. 내 성향도 원톱으로 나서서 뭘 끌고 가거나 그런 건 아직 자신이 없다. 배우가 어떻게 주인공 욕심 없겠나. 물론 있는데,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욕심 안 내고. 그리고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더 빛나고 박수 받고 관객들 뇌리에 강하게 남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지. Q. 올해로 배우 데뷔 13년이 되었다. 시작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밑바닥에서부터 배우로서의 인성을 극단에서나 참 많이 배운 것 같다. 바로 인기 얻고 바로 무대에 섰다면 우쭐한 마음에 빨리 지치고 좌절도 했을텐데, 벽돌 쌓듯이 차곡차곡 올라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게 지치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할 것 같다. 한 작품 할 때마다 대본이랑 포스터, 팜플렛, 계약서까지 (웃음) 파일로 해 두는데, 하나하나 쌓이는 게 되게 뿌듯하더라.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아빠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아빠가 이런 일을 했구나', 그러지 않겠나. 더 이상 꽂을 데가 없을 때까지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자부심도 크고, 언제까지 쌓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내 가보 같은 거다. Q. 생계형 배우임을 강조하지 않았나. (웃음) 생계형 배우이긴 하지만 자본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일이 겹쳤을 때는 고민도 하는데 과감히 연극 쪽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할 때, 돈을 좀 벌 수 있는 일이 겹쳤다. 돈이 한 열 배 차이는 나더라. 애랑 엄마랑 노는 거 보는데,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 나한테 없었던 돈이라 생각하자' 그러고 를 했는데 그 해 상을 다 휩쓸었다. 그때 돈을 선택했으면 내가 여기까지 못 왔겠다 싶다. 역시 무대는 배신하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생계형 배우가 돈 되는 것만 한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건 다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달수 선배님 되게 존경한다. 1억 배우지 않나. 그런데도 여전히 연극배우 같으시다.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 편씩 연극하려고 하시고, 돈 벌어서 극단 연극 제작도 하시고.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다. 나도 진짜 바빠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꼭 1년에 한 두 편씩 연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감을 놓쳐버리면 나중에 무대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두렵기도 할 테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11.05 / 조회 1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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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연습공개
상상 그 이상의 이상한(?) 작품이 될 분위기다. 가만히 자리하기만 해도 묵직한 존재감을 저마다 뿜어내는 배우 8인이 분명한데, 이곳에서는 촐싹맞고, 변덕쟁이며,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가, 금방 삐치기도 하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변신해 연습실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었다. 정말 '살짝 넘어가기만' 했는데, 이 난리가 나다니. 보다가 웃음이 터지는데 그 뒤엔 가슴이 뜨끔거리며 씁쓸함도 남기게 하는 이곳은, 연습 현장이다. 연극 , 드라마 등을 쓴 일본 작가이자 연출가 츠치다 히데오가 쓴 는 교도소에 수감된 6명의 죄수와 2명의 간수들이 우연히 국경을 가르는 선 하나를 그으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제 각각의 캐릭터들이 스스로 교도소 내 선을 긋고 이를 중심으로 편을 나누며 생기는 충돌과 힘의 관계에 따라 흥미롭게 목격할 수 있는 인간 심리의 변화 등이 이 작품을 마냥 '웃음'에서만 그치게 하지 않는 요소가 될 듯하다. 우연한 기회에 도쿄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봤다는 김광보 연출은 "블랙 코미디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아주 시의적절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츠치다 히데오는 이 작품을 내놓으며 "대지진 이후 다들 너무 살벌해진 것 같다. 단정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이 눈에 띄고 정치에 대해서도 정책 이전에 입장만으로 비판을 하는 것 같은 감정이 앞서는 발언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극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을 때 정치나 사회를 운운하기 이전에 인간 행위에 시선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광보 연출은 이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인간 자체가 사회 구성원 중에 하나니까, 인간이 변해간다는 건 사회가 모순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더욱 확장된 메시지가 작품 안에 담겨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 국내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이른바 '김광보 사단'이라 불릴 정도로 과거 김광보 연출작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배우들의 대거 출연이었다. "이 작품은 호흡이 잘 맞아야, 앙상블이 잘 맞아야 해요. 8명이 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비중이 모자라다, 그런 것도 없고요. 그래서 앙상블을 생각해봤을 때 익히 작업해 왔던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했죠."(김광보) 최근 영화 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던 김영민과 등에 출연하며 올 한해 가열차게 무대 위를 채우고 있는 이석준, 그리고 등의 작품에 출연해온 이승주, 등의 유성주를 비롯해, 이번이 김광보 연출과 첫 작업인 유병훈과 임철수 등 오랜 시간 무대를 탄탄하게 채웠던 배우 6인은 이번에 경범죄로 수감된 죄수로 변신한다.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 리딩을 시작했다는 팀이지만, 처음부터 배역이 결정된 두 사람은 바로 간수 역을 맡은 유연수와 한동규다. 동료 배우들이 입을 모아 "적역을 만났다."고 칭하는 간수 경보 역의 유연수는 언제나 잠을 청하는 게으른 간수이면서 힘을 가진 후배에게 쩔쩔매는 모습이었고, 또 다른 간수 대기 역의 한동규는 원리 원칙을 따지지만 힘을 얻게 되자 무자비하게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주변을 장악하려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었다. 가장 반전인 캐릭터가 누구냐고 묻자 과격하고 거친 장창 역으로 등장하는 이석준은 "여기서 정상인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한국 초연을 위해 등을 쓴 김은성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저마다 이유가 궁금해지는 독특한 이름도 기억해두면 좋을 듯하다. 는 오는 11월 5일부터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udiochoon.com)
2015.10.16 / 조회 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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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연출 신작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캐스팅 공개
지난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풍자극 을 선보여 큰 호평을 이끌어냈던 김광보 연출이 오는 11월 새로운 연극 를 무대에 올린다. 는 연극 와 드라마 등의 각본으로 잘 알려진 일본작가 쓰치다 히데오가 쓴 희곡으로, 국내에서 올해 처음 공연되는 작품이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연극은 여섯 명의 죄수와 두 명의 간수들이 바닥에 장난처럼 그은 선 하나로 통제 불가능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속성을 코믹하고 신랄하게 비꼬는 작품이다. 이번 연극을 제작하는 LG아트센터 측은 “이번 작품을 위해 김광보 연출이 일찍이 팀을 꾸려 오랜 기간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간 등에서 김광보 연출과 작업해온 유연수, 김영민, 이석준, 이승주, 한동규를 비롯해 유병훈, 유성주, 임철수가 출연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낼 예정이다. 개성 넘치는 실력파 배우들이 주고받을 팽팽한 긴장감과 에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는 오는 11월 5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5.08.11 / 조회 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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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넘어선, 그들의 뜨거운 재회 <엠.버터플라이> 김광보 & 김영민
2012년 초연과 2014년 재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극 가 1년 만에 다시 삼연으로 돌아온다.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재연은 종종 있었지만 삼연은 보기 드문 경우이다. 여기에 초·재연를 빛내준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하기에 티켓 오픈 전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큰 화제에 올랐다.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담은 연극 의 총 지휘자 김광보 연출과 2년 만에 다시 르네 갈리마르 역으로 무대로 돌아오는 김영민을 만났다.‘부부는 닮는다’고 옛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여기 닮은꼴 관계를 하나 추가해본다. 연출가와 배우도 닮는다. 오랜 시간 무대에서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해왔기 때문일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그들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꼭 닮은 느낌이었다. 부부처럼 닮은 두 사람“모르셨어요? 연출님은 유명한 헤비스모커(골초)에요.”(웃음) (김영민) 그들을 만난 날, 사진 촬영을 앞두고 김광보 연출은 연신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는다.“원래 한참 동안 금연하고 있었는데 이후로 계속 피게 됐네요. 그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래 하기로 했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개관이 지연되면서 극장을 부득이하게 바꿔야만 했어요.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속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이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지요.(웃음) 요즘처럼 공연을 앞두고는 더욱 자주 피게 되는 것 같아요." (김광보)웃음 가득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인터뷰. 웃을 때 반달이 되는 선한 눈매가 꼭 닮은 두 사람은 2005년 로 처음 만나 이후 2010년 , 2012년 그리고 오는 4월 삼연으로 무대에 서는 로 다시 만났다.“연출님을 만난 지 벌써 올해로 꼭 십 년이 됐어요.”(김영민)"십 년 전에는 제가 사실 좀 악동이어서 영민씨를 많이 괴롭혔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첫 공이 끝나고 축하 파티를 할 때, ‘너무 많이 괴롭혔구나’ 싶어서 스스로 민망한거에요. 그래서 파티에 참석 안하고 몰래 도망갔어요." (김광보)"연출님과의 작업이 항상 고마운 이유가 배우로서의 스팩트럼을 넓혀주셨어요. 농담삼아 "영민이가 찌질해"라고 말씀하시다가도 정말 그런 부분을 공연에서 표현해줄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김영민)초연 당시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대번에 떠올렸다는 김광보 연출은 "극 중 인물 갈리마르가 찌질한 인간이에요. 영민씨가 생긴 것은 동안이고 말끔하죠, 하지만 가끔씩 보면은 찌질한 모습이 보여요. (웃음) 대본을 읽자마자 영민씨 생각이 대번에 나더라고요. 때도 수명이라고 찌질한 역할을 참 잘 했고요. 영민씨가 표현하는 찌질함은 고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차원이 다르죠. 잘생긴 배우가 찌질한 역을 할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에 영민씨를 떠올렸어요."라고 캐스팅 비화를 설명한다. “우리는 원 팀”초·재연 배우들의 전원 캐스팅 비결을 묻자 "초·재연 멤버들 다같이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연극열전 허지혜 대표의 제안에 “같이 합시다”라고 대답한 것 밖에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김광보 연출은 재연도 잘 안 하는 편인데 는 삼연이니 특별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민씨의 합류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스케줄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를 선택한 것 같아요. 우리 배우들이 다들 의리가 있어요. 내 마음 속의 일 순위의 배우들이 지금 이 작품에 다 모여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지 ‘같이 하고 싶다’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죠.”라며 배우에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작년 재연 때는 영화 작업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많았어요. 이번에 삼연을 한다고 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작년에 (이)승주와 (김)다현이 공연을 보러 갔는데 진중하고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무대에 있는 그들에게 엄청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죠." (김영민)2년 만에 무대이자, 초연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부담감이 있을 법 하지만 김영민의 대답은 기자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물론 오랜만에 서는 무대고 삼연이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스스로는 '오랜만에 한다'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항상 여기(무대)에 마음이 있으니까요. 초연 때부터 워낙 치열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이라 그것에만 충실하고 정직하게 임하면 관객들 역시 놓치지 않고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라며 힘주어 말한다.한 달 후면 다시 관객 앞에 서게 될 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단도직입적으로 김광보 연출에게 묻자 “재연 때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달라진 건, 출연하는 배우들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오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초연 때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심도 있게 이뤄져서 작품에 손 볼 일은 없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초연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하지만 지금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초연과 재연을 할 때 비해서 배우들이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이라고 대답을 덧붙인 김광보 연출, 이에 김영민은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은 사실이죠. (웃음) 배우로서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더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살아온 시간들이 작품과 인물에 투영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전한다. "다들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어요. 워낙에 서로가 친한 배우들이니까요. 우리 작품의 연습 분위기 중 하나의 흠이라고 한다면 너무 친한게 흠이죠."라고 김광보 연출이 운을 떼자 "그래서 다들 서로를 많이 배려해요."라며 김영민이 답한다. "연습 첫 날 배우들에게 우리는 ‘원 액터’가 아니고 ‘원 팀’이다. 팀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우리 분위기가 좋아요. 배우들에게 제가 애교와 투정을 많이 부립니다. 그러지 않으면 배우들이 어떻게 편하게 연습을 하겠어요."라는 김광보 연출의 말에서 팀의 연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초연과 재연을 뛰어넘는 판타지적인 무대원작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 환상,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섬세한 텍스트는 ‘새장’이라는 무대로 형상되어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와 함께 관객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초연에서는 새장 자체가 무대 안에 설치되었고, 재연 때는 극장의 조건이 달라져 새장이 들어오지 못했지만 대신 새장의 내부가 보여졌다. 이번 경우에는 어떨까? 김광보 연출은 "무대 디자이너에게 한 마디만 했어요. 초연과 재연에 비해서 더 월등하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무대를 원한다고요. 지금 디자이너의 머리가 굉장히 아플거에요.”라며 웃는다. 또한 "의상도 많이 보충될 것 같아요. 삼연은 배우들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고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 모든 사람이 부담스러워요. 워낙에 이 작품을 사랑해주신 사람들이 많으시니까요."라고 덧붙인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초연과 재연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 새로운 조합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동화씨랑 다현씨랑은 초연 때 해봤고, 성우씨랑은 이번에 새로 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도 지금은 서서히 맞춰 가는 과정인데 서로의 호흡을 각자 존중해주고 기다려주고 있어요. 특히 이번 공연은 각 페어마다 좀 더 색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아요. 귀여운 페어, 섹시한 페어 등 근래에 보기 드문 페어의 조합이 탄생하지 않을까요"라며 김영민 역시 배우들의 새로운 합으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나’이자 ‘당신’이자 ‘나’. 삼 년 만에 다시 대본을 읽어본 김영민은 “스스로 환상을 만들고, 스스로 그 환상에 파묻힌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와 닿았어요. 르네 입장에서 송은 전부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르네는 송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것을 망각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죠. 사랑을 스스로 규정해버려요. 그런 지점들이 전 보다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르네가 송에게 빠져 드는 것은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에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은 무척 중요하잖아요. 나와 같은 사람이며, 나와 비슷한 사람, 나이자 당신이기도 한, 내가 눈 앞에 있는 거죠.”라며 송에 대한 감정을 설명했다. 처음 희곡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는 김광보 연출은 “우리는 보통 ‘부부는 닮는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나의 삶이 상대방한테 투영되고 상대방의 삶이 나한테 투영되면서 서로 비슷해지는 거거든요. 르네가 송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게 아마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전부터 르네한테는 환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환상 속의 인물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그 안에 투영시킨 것 같아요. 스스로를 거기에 묶어 버리고 죽을 때까지 그 환상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라며 이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공연을 보고 공부하는 관객들 김영민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작품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저 사랑은, 저 죽음은, 저 애처로움은 뭐지’하는 호기심이 생기면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김광보 연출은 여기에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보면서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인간, 인간의 내면을 들어다보고 있어요. 그 안에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 하는 ‘사랑’의 한 형태가 보이고, 그것을 각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요. 르네가 환상에 빠져 결국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무한 공감과 애정을 보내준 관객들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준비하는 과정이나 무대에서 배우들이 힘이 엄청 드는데 그만큼 관객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초연 때 깜짝 놀랐던 게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는데 교보문고가 가깝잖아요. 교보문고에 있는 희곡집이 다 팔린 거에요. 그때 희곡집을 읽고 공부하고 사인 받으면서 질문하시는 관객들이 참 많았어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가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의 관객들은 최고에요.”라며 손을 치켜세운다.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 깨기이번 삼연에서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김광보 연출은 “초·재연을 거치면서 이 공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 공연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번 삼연에서의 가장 큰 숙제에요. 이번 공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너그러우시면 좋겠어요.”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김영민은 “커튼콜 때 관객 분들이 박수를 아주 작게 쳐주셔도 관객들이 전달해주시는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힘이 나요. 힘들면서도 보람 있고 무엇인가를 가져 간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게 되죠. 이번 무대에서도 그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라고 활짝 웃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르네 갈리마르라고 농을 치는 김광보 연출은 “르네 갈리마르가 어떤 카테고리 속에 스스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을 벗어나 싶고 여유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렇고 영민씨도 젊게 사는 거거든요. 남들은 저보고 워커홀릭이라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일들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라고 인사하며 서둘러 연습실로 향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3.16 / 조회 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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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엠. 버터플라이> 초·재연을 채웠던 배우들 전원 출연
2012년 초연 및 2014년 재연 당시 큰 인기를 얻은 연극 가 오는 4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부르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무대화 한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총 지휘에 나서는 김광보 연출을 비롯하여 지난 두 번의 공연에 함께했던 배우 전원이 다시 출연하여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는 동시에 극한의 감정 변화까지 선보이는 르네 갈리마르 역에는 초연에서 활약한 김영민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은 이석준, 이승주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겉모습뿐 아니라 심리까지 완벽하게 넘나드는 송 릴링 역에는 초연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온 김다현과 초연과 재연에서 각각 열연을 펼친 바 있는 정동화와 전성우가 함께한다. 또한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한동규, 빈혜경, 김보정, 이소희도 출연한다. 중극장 무대에서 다시 선보일 연극 는 2월 25일부터 온라인 티켓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4월 11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여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5.02.12 / 조회 9,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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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운명에 쫓겨 복수의 길 떠난 무사의 끝은?
모든 이들에게 칭송 받던 무사가 어느 날 아침 변솟간에 쳐 박혀 죽은 채 발견되고, 무사 가문에 복수의 숙제를 남겨 놓는다. 치욕스럽게 죽은 아비의 원수를 찾아 길을 떠나는 아들 갈매. 하지만 그는 무사가 되고 싶지도, 그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도 않다. 올해 국립극단 봄마당 축제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가 지난 26일 막을 올렸다. 등의 작가 고연옥이 쓰고, 등을 이끈 강량원이 연출한 이 작품은 중앙아시아 바이칼 호수 지역의 게세르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하늘의 신이 지상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세상에 내려 보내는 것처럼, 처참히 죽게 된 무사 찬솔아비에 의해 그의 아들 갈매가 머나먼 복수의 길을 떠나며 작품은 시작된다. 어머니가 준 원수들의 이름이 길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헤매는 7년의 시간 동안, 갈매는 세상의 인간 군상들과 마주한다. 싸움이 싫으면서 싸움을 찾아 온 그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에서 잔혹한 왕 검은등을 마주하고 운명의 벼랑 끝에 이르러 물러설 수 없이 검을 빼 들며 자신을 억눌렀던 본질을 깨닫는다. 꿈과 현실의 혼재 속, 점프하듯 공간을 이동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품에 판타지를 더한다. 쫓거나 쫓기듯 오고 가며 갈매와 부딪히는 무사들은 갈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악의 존재 검은등과 그에게 사랑과 복수를 동시에 탐하는 여인 초희, 그리고 강한 자 앞에서 한 없이 충직한 이장, 서장, 목사, 기자 등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의 모습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라 스스로 칭하지도 않는다. “무사는 먹기 위해서라도 싸웠다”며 아들에게 무사의 정신을 강요하는 찬솔아비에게 “먹고는 살겠죠”라고 비아냥 거리며 되받아치는 갈매, 무사 흑룡강과 백호가 “네가 칼이 늦어서, 네가 어린애처럼 넘어져서” 적을 놓쳤다며 허세를 부리는 등의 장면은 극을 더욱 유연하게 한다. 등에 출연해 온 갈매 역의 김영민을 비롯, 검은등, 찬솔아비 역의 김정호, 흑룡강과 백호 역의 윤상화와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를 유감 없이 만날 수 있다. 어둡고 무한할 것 같은 악의 세계 속에 무겁게 칼을 들고 응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의 일면을 마주할 수도 있는 연극 는 오는 5월 1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30 / 조회 11,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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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김영민 “너무 푸르러 어두운 사람, 갈매를 만나다”
긴 활과 빠른 발 놀림, 억, 헉 하는 신음 소리가 너른 연습실을 가른다. 사방을 예민하게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두 무사의 격렬한 부딪힘, 이내 팽팽하게 오고 가는 말들. 왜 우리는 싸워야 하며 무사의 숙명은 무엇인가. 이글거리는 눈빛의 배우들은 장면이 끝난 후에도 작은 행동조차 그 원인을 찾고자 연출자와 질문을 주고 받는다. 국립극단 신작 는 무사에 대한 이야기다. 무사 아버지를 둔 주인공 갈매, 그러기에 자신도 걷게 되는 무사의 길. 하지만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나서면서도 칼 한번 뽑아 보지 못하고, 싸우는 것도 싫은 그이다. 작가 고연옥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길 떠나는 갈매 역에 김영민을 생각했다고 한다. 배우와 캐릭터가 자석처럼 끌려 서로를 빨아들이는 것은 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제가 덜 떨어져 보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웃음) 고연옥 작가도 갈매가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지나치게 정직한 사람, 자신은 그렇게 살아가는데 바깥에선 바보, 멍청이, 아버지의 원수도 못 갚는 놈, 저런 덜 떨어진 놈, 그런 사람이요.” 지난 해 연극 에서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던 김영민은 연습실에서 보여줬던 아찔하고 절박한 눈빛은 금새 접어 두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담담히 갈매 역을 이야기 한다. “장준환 감독님의 새 영화 ‘화이’를 찍고 있었어요. 촬영이 한, 두 번 정도 남았고 올 가을쯤에 개봉할 것 같아요. 1년 만에 연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건 좀 그렇고, 20대 때 몇 년 간 작품이 안 들어오고 그래도 왜인지 난 연극을 계속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렇고요.” 원수를 찾아 헤매는 갈매의 7년 여정을 담은 이번 작품은 하늘신 히르마스가 지상의 악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내려 보냈다는 바이칼호수 게세르 신화를 비롯,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장자의 나비 등 신화, 꿈, 현실 등이 뒤엉켜 있다. “작정하고 재미있게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 재미는 이런 다면적인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스토리 라인은 분명한데 그 안에 세 가지의 꿈이 펼쳐져요. 갈매가 만나는 사람, 세상,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간 꿈에서 발견하는 자신, 아버지와의 화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꿈과 현실, 환상을 오고 가는 작품이기에 다양한 연극적 활용, 장치들도 궁금해 진다. 손에서 칼을 놓지 않던 배우들의 모습에선 화려한 액션과 힘을 미리 느낄 수도 있었다. “안무, 무술 연습을 번갈아 하는데 힘들어서 죽겠어요. (웃음) 처음에는 트레이닝 하고 칼 들고, 기본적인 연습을 했는데 그 다음날 촬영이 있었거든요. 종이 한 장 들고 뭘 설명하는 장면인데 손이 부들부들부들…(웃음) 그게 한 열흘 가더라고요. 무술 하는 친구들은 계속 검 가지고 움직여요. 조금이라도 해야 몸에 무리가 없으니까요.” 드라마, 영화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연극 무대에서 만큼의 많은 관심이 따르지 않는 건 그도, 그의 진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언젠간 되겠죠. (웃음) 열심히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음 작업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배우의 고질적인 고민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도 하고요. 지금의 상황들은 잘 됐을 때 더 잘 되기 위한 수련이랄까? 매 작품을 열심히 했을 때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쌓여가고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의 주인공 이름인 갈매의 사전적 의미는 ‘짙은 초록색’이다. “너무 푸르러서 검게 보이는 사람’이라 김영민은 갈매를 생각한다. “너무 푸르러서 세상을 잘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 더구나 무사의 시대에 푸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세상은 결국 그런 사람이, 푸르름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일 것 같아요. 신화의 원형들은 현실과 잘 맞닿아 있어 관객들이 그런 걸 잘 연결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의 매력은 이런 걸 통해서 관객과 배우,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세상을 고민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연출님도 그렇고 어떤 정답을 만들진 않으세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열린 연기를 해 보자고 하시죠.” 갈매의 원수이자 사공, 길잡이로 나서는 흑룡강 역의 윤상화와 백호 박완규를 비롯 이번 작품에서는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사해 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갈매를 꼭 닮은 김영민의 눈빛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04 / 조회 19,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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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무사의 여정, 국립극단 <칼집 속에 아버지>
모두가 우러러봤던 무사 아버지가 어느 날 변솟간에 처박힌 채 발견된다.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명예와 무사의 의무인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들은 길을 떠난다. 단, 그는 단 한번도 칼을 빼 든 적도 없고 무사가 되기도 싫다.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무사의 방황이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펼쳐질 연극 가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등의 고연옥 작가가 쓰고,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강량원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바이칼 호수 지방에서 내려오는 게세르 신화를 바탕으로 아비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 아들의 7년을 쫓아간다. 꿈과 현실, 신화와 게임의 세계를 경계 없이 오고가며 갈매와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무게로 인해 자신이 원치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 악마적 생각들을 숨기고 사는 이중인격자들을 비롯, 약하고 또 악한 우리네의 모습을 비춰내고자 한다.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나서는 아들 갈매 역에는 지난 해 이후 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영민이 나서 황량한 황야를 헤매는 고독한 무사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갈매의 원수이자 그를 신화와 꿈의 세계로 이끄는 무사 흑룡강 역에는 지난 해 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모두 휩쓴 윤상화이 맡았으며, 흑룡강의 파트너 무사 백호 역의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로 진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배우들이 대거 나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3.03.20 / 조회 1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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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립극단 봄마당축제 선정 창작초연작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국립극단의 봄마당축제에서 2013년 유일한 창작초연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은 고연옥 작가와 강량원 연출의 첫 만남으로 연극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고연옥 작가 특유의 언어적 힘과 상징성, 강량원 연출 특유의 동적 이미지로 강렬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갈매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7년간의 여정을 떠난다. 그의 길은 때로는 유려한 신화의 세계처럼, 때로는 자유로운 컴퓨터 게임 속 세계처럼 변화한다. 무대에는 연극 ‘M버터플라이’ 이후에 1년 만에 연극무대를 찾은 김영민 배우와 2012년 연극 ‘그게아닌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등 연기상을 휩쓴 윤상화 배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영원한 에스트라공 박상종 배우 등이 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9 / 조회 1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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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M. Butterfly’ 김광보 연출가 인터뷰①
최근 연출가 김광보는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부산시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며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왔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는 미친 듯이 무엇인가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료됐다. 때마침 운명처럼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 김광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연이어 맡게 된 엄청난 에너지의 작품들에 대해 “어차피 운명이고, 쉬운 작품은 없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행보’의 시발점인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에 대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를 비롯해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만만치 않은 작품을 연달아 맡으셨어요.작년 11월 말까지 만 2년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임기를 마치면서 어렸던 시절처럼 ‘미친 듯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연하게 작년 연말부터 올 초반까지 만만찮은 작품들이 저에게 들어왔습니다. 어떤 작품을 하던 어려운 것이니 이왕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습니다. 그 시작이 연극 ‘엠나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초반에 너무 힘을 뺐어요.(웃음) - 이제야 막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웃음)그러니까요.(웃음) 지금은 고연옥 작가와 함께하는 40분짜리 낭독공연 ‘내 이름은 강’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6월 24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공연합니다. 이후에는 극단 ‘청우’ 작품을 해요.(그는 극단 ‘청우’의 대표다.) 올 초 극단에서 워크숍을 했던 작품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국적 각색을 거쳐 ‘12명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있으세요?제가 미쳤습니다.(웃음) 9월에 극단 ‘청우’ 작품을 또 해요. 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은 작품 중에 ‘그게 아닌데’라는 작품이 있어요. 올해 1월 초에 창작희곡 페스티벌에서 당선된 작품입니다. 낭독공연을 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막으로 올랐던 공연을 제가 작가에게 장막으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9월에 정보소극장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11월에 하는 ‘드라마틱 칸타타 김구’라는 작품도 제가 정말 재미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작곡가가 강준일 선생님이세요. 강준일 선생님의 음악을 들어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온 ‘음악극의 결정체’라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제작 여건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제가 좀 돈이 안 됩니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지금 체력적으로 힘든 건 고비를 지났고요. 장인 기질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광보가 왜 저렇게 다작을 하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은 에너지가 있는 거겠죠. 그래도 작품 짤 때 겹치게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 연극 ‘엠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연습현장에서 ‘극이 어려워서 관객이 어려워하지 않을까’하고 말씀하셨어요. 막상 공연을 보니 잘 정리가 돼서 생각보다 안 어렵더라고요.(웃음)서울에서 연출 데뷔한 지 딱 만 18년째입니다. 18년 역사상 어려움이 있었던 작품이 딱 두 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브레히트’의 작품이었습니다. ‘와, 이 작가 미치겠구나, 내가 감당이 안 되는구나’ 했었어요. ‘브레히트’는 연극사의 한 부분을 완성한 사람이잖습니까. 그 공력에 밀리더라고요. 두 번째가 연극 ‘엠나비’입니다. 형상화하기가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무대디자인을 5번이나 퇴짜 놨어요. 여섯 번째 무대디자인이 딱 도착했을 때는 거의 공연 초읽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줄타기를 했죠. 무대를 형상화 시켜줄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대에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결국 해냈어요.이 무대도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조명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작품 할 때 조명 디자이너에게 잘 못 맡깁니다. 소극장은 웬만하면 제가 하고요. 이번에 같이 하게 된 최형오 디자이너는 조명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무대에 통합과 분할의 개념이 있다면, 조명도 통합과 분할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조명이 최고예요. 조명이 공간을 분할해 준 것이죠.- 연극 ‘엠나비’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연극 ‘엠나비’에 대한 ‘진실과 오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초연입니다. 이 작품이 90년대 초 한국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작품이 동성애에 초점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90년 초에 대학로의 야한 연극이라는 오해를 받았죠.오해 두 번째는 영화 ‘M. Butterfl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레미 아이언스’의 깊은 눈을 기억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쓸쓸한 눈은 클로즈업이라는 영화적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문제는 영화와 연극 매체의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일부 관극 태도입니다.영화와 연극은 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 ‘M. Butterfly’는 감독의 작품 중 실패한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우리는 왜 실패한 영화를 두고 호의적일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제레미 아이언스’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송 역할을 맡은 ‘존 론’은 어떻게 보셨어요?영화사에서 이 영화의 ‘존 론’을 평가할 때 ‘막대기 같은 여자’라는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존 론에게도 아쉬운 작품이지요. 우리 작품에서 (김)다현이는 그나마 여자 같고, (정)동화는 여자 같지 않습니다. 르네가 송에게 빠진 건 여성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연극에는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르네가 자신의 전사(前事)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요. 르네는 아주 소극적이고, 고등학교 때 섹스 한 번 겨우 해본 별 볼 일 없는 인간입니다. 환상만 잔뜩 가지고 있는 거죠. 르네는 ‘마담 버터플라이’ 공연을 봤을 때 이미 송에게 완전히 반한 겁니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까요. 환상 속에 그리던 사람을 현실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 조금 전 르네는 송이 ‘여성스럽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르네가 여성스럽지 않은 송에게 빠진다는 것은 르네가 남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송은 여성으로 꾸미고 있지만 남성적인 모습이 존재합니다. 저희끼리는 중성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르네는 송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바꿔 말하면 동질감을 느끼며 ‘거울 보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송에게 빠져 드는 거죠.(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21 / 조회 1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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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환상을 놓지 못한 남자, 그 파멸에 대해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욕망이 어느 날 갑자기 충족된다면, 그리고 나만 눈감으며 유지 된다면, 이를 외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그것이 환상에 불과하더라도.
는 한 남자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서양 남자가 사랑에 빠진 동양 여자가 실은 남성에, 스파이였다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 속엔 자신의 욕망을 차마 놓지 못해, 결국 파멸하는 한 인간의 서글픈 모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거대한 새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 한 쪽, 한 평짜리 감옥에 갇힌 르네(김영민)는 자신과 자신을 지배한 여인, 송 릴링(김다현, 정동화)과의 만남을 재연한다. 스스로를 조롱하고 낄낄거리며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동양여자에 대한 서양남자들의 환상을 그려놓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작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건 의미심장하다.
르네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배우 송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양남자인 자신을 두려워할 수 있단 사실에 호기심을 넘어선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나비부인’의 해군장교 핑커턴처럼, 그녀를 박제한 나비 같이 새장에 가둬둘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결국 “그녀가 박제 나비처럼 자신의 바늘로 몸을 돌렸다”고 믿었을 때 승리감에 도취된다. 송의 실체와 그리고 그 끝엔 파멸이 있다는 걸, 그가 모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화와는 다른 반전일지라도 그는 사랑이라 믿는 욕망을 끝내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는 동명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 작품은 희곡이 먼저였다. 영화 속 제레미 아이언스(르네 갈리마르 역) 같이 멀끔하고 의젓한(?) 프랑스 영사를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연극 속 르네는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하고, 잘 노는 친구 뒤에서나 존재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다. 출세를 위해 연상의 여자와 결혼한 속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경험이 없어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송은 신비롭고 우아한데다 동양의 순종을 가진 절대적인 ‘여성’이다. 송이 그에게 환상으로 존재가 확고해 지면서 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한다. 누가 누구의 나비이고, 누가 누구를 가두어 놓았는지 확연히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결말로 달려나간다.
이 작품엔 남자와 여자, 이성애와 동성애, 동양과 서양,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등 여러 상반된 개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편견’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장 깊숙이 자리잡은 건 르네의 욕망이다. 인생을 건 욕망이 불꽃처럼 타다 흩어졌을 때, 파멸을 맞는 나약한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심리묘사와 호흡은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을 것이다. 작품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르네 갈리마르’를 연기하는 배우 김영민은 베테랑 배우답게 찌질하면서도, 한 없이 욕망에 순수한 르네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여장과 남장을 오가는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의 열연도 흥미롭다. 더블 캐스팅의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역할을 ‘두 배우답게’ 소화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라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떤 이에겐 세상의 갖은 편견으로, 어떤 이에겐 서글픈 사랑으로, 어떤 이에겐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다가갈테니 말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ek.com)
2012.05.07 / 조회 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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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연극 ‘M. Butterfly’, 왜곡된 환상과 현실 속 진실은?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는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이 쓴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희곡은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잡힌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데이비드 헨리 황’은 이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등에서 수상했다.이번 공연은 극단 청우의 대표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다. 김광보는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 “연극 ‘엠나비’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내가 선택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양식적 측면과 작품의 깊이, 성향 등이 정말 잘 맞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새벽에 몹시 흥분했었다. 기막힌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국가 비밀 유출을 이유로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 그는 감옥 내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공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 ‘르네’는 외교관 자격으로 중국에서 지낸다. 우연히 본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마담 버터플라이’를 연기하고 있는 ‘송 릴링’(이하 송)을 발견한다. 그는 한순간 그녀에게 빠져든다. ‘송’은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나고 싶다면 중국 오페라를 만나러 오라고 권한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르네’는 ‘송’의 권유대로 경극을 보러 찾아간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순종적인 여성 ‘송’에게 매료된다. ? 몇 번의 만남 뒤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사람. ? ‘송’을 만난 뒤 남자로서의 힘과 활력을 얻게 된 ‘르네’. 정력적으로 일한 ‘르네’는 부영사로 승진한다. ‘르네’는 당장 ‘송’을 찾아간다.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르네’에게 ‘송’은 차갑게 대한다.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 ‘르네’와 ‘송’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연극 ‘엠나비’는 동양과 서양, 환상과 현실, 공산주의와 제국주의 등 대비되는 구조를 통해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편견을 드러낸다. 왜곡된 환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 ‘르네 갈리마르’는 김영민이, 매혹적인 여성성을 연기할 ‘송 릴링’ 역에는 김다현과 정동화가 출연한다. 작품은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30 / 조회 1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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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왜곡된 사랑 한복판에 선 두 남자
의 두 번째 무대 (김광보 연출)가 프레스 콜을 갖고 1막을 선보였다. 1막은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가 순종적인 동양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만나 빠져드는 모습이 과거와 현재, 환상을 오가며 펼쳐진다. 새장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무대 한 쪽,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가 자신의 기막힌 사연을 자조하듯 재연하는 과정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오가며 진행된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기하는 경극배우 송릴링을 만나 신비한 그녀에게 성적인 우위를 느끼는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은 배우 김영민이 활약한다. 그는 연극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안팍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아한 동양여성으로 분했지만 사실 남성인 송 릴링 역은 김다현과 정동화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김다현이 목소리와 외모로 여성스러운 송을 연기한다면, 정동화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송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남성의 욕망을 꿰뚫고 순종적인 여자로 르네를 조종하는 여장남자의 매력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두 배우는 노선을 같이 한다. 왼쪽부터 정동화, 김광보 연출, 김영민, 김다현 전출연진김광보 연출은 “르네는 송의 묘한 중성적인 매력에 매혹돼, 거울을 보는 듯한 감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두 배우가 나타내는 송은 차이점은 있지만 그 속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공연의 문구가 ‘나를 속인 건 나의 욕망’이듯, 환상적인 여자를 만나 환상을 쟁취하려고 하지만 결국 송이 르네를 쟁취하고 조종하는 걸 보여준다”며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르고, 1막의 대부분은 영화에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르네를 열연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남자배우라면 욕심이 날만한 작품”이라며 “감정의 폭이 크고 경쾌함과 무거움도 있는데다 해설자의 입장이라 어렵지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다현은 “헤드윅에서 여장을 해봤지만 두 캐릭터의 차이는 크다”며 “헤드윅은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송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우아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몸짓 하나 하나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정동화는 “처음엔 여장을 하면 예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포스터 촬영 날 나도 많이 놀랐고 불안감이 엄습했다(일동 웃음)”며 “섬세함과 우아함을 가진 여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걱정했지만 의상, 움직임 등 여성적인 면을 공부해서 최대한 환상적인 여인으로 변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국 배우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다. 1993년엔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론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는 오는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감옥에 있는 르네(김영민)"전 유명인사입니다. 모두들 제 이야기를 하죠" "나비부인은 동양여성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희생을 그리고 있죠"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릴링'(정동화) 강렬한 첫 만남 송의 순종성에 푹 빠지는 르네 "전 처음이에요" 송릴링(김다현)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27 / 조회 18,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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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두 남자의 충격적인 사랑, 김영민, 정동화
1986년,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라는 남자가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다.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가 실은 중국의 스파이인데다가 사실은 남자였다는, 기묘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두 단락 짜리 기사를 접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엠.버터플라이)를 발표했다. 수년 간 사랑한 여성이 스파이에 남성이었다는 자극적인 이 이야기 속엔 서양의 아시아에 대한 뿌리깊은 오리엔탈리즘, 여성성과 남성성, 이성애와 동성애, 현실과 환상이라는 편견과 이분법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있다.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 복잡미묘한 사랑 한 복판에, 배우 김영민과 정동화가 섰다. 세상 많은 관계 중 하나에 대해 “헤어샵에서 미용사분이 저에게 ‘정말 저 분이 형이세요?’ 묻더라고요.” 막강 동안 김영민 덕분에 겪은 정동화의 미용실 굴욕(?)담에 스튜디오에 한바탕 폭소가 퍼졌다. 사진 촬영 중에도 유쾌한 말로 분위기를 띄우는 정동화와 부드럽게 주위를 아우르는 김영민의 조화는 꽤 잘 어우러진다. 이들이 에서 기묘한 사랑에 빠진다. 여장남자에게 이끌려 파멸을 맞은 ‘르네 갈리마르’(김영민)와 남자이지만 여자로서 르네 앞에 선 ‘송 릴링(정동화)’으로. “난 한 남자가 창조해낸 여자를 사랑한 남자일 뿐”이라고 자조하지만 끝까지 자기 환상에 머문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을 찾을 때 김광보 연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는 김영민이었다. 이후 2년 만에 오르는 무대. 40회가 넘는 공연을 혼자 소화해야 하지만 베테랑 배우답게 단단하게 르네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연출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 결정하는데 고민은 없었어요. 무슨 작업을 하든 집요하게 탐구해서 완성도를 만들어 내는 분이시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에게 말씀하셨겠지, 생각했거든요.”(영민) 반면 정동화는 ‘송 릴링’ 역을 선택하는데 고민을 거쳤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해 본 적이 없는 여성의 모습을 선뜻 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 “좀 두려운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에 못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어요.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도전한 게 잘했다 싶어요. 연습하면서 정말 즐겁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서 영광이에요.”(동화) 정동화는 여자로 분해 한 남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팜므파탈로 분한다. 여성적인 행동과 말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요즘 여자들의 행동을 하나 하나 관찰한다. 손동작이나 말할 때의 표정을 살피며 묘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 돼가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작품 사진촬영을 하며 처음 시도한 송 릴링의 여장 모습이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니었다고. “전 좀 예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장을 하니 트랜스젠더 같더라고요(웃음). (김영민에게) 그렇죠, 형? 그래도 그 점이 작품에 나쁜 영향을 줄 거 같진 않아요. 중성적인 느낌을 잘 살릴 예정이에요.” “동화의 그런 점이 오히려 저희 작품하고 잘 맞아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가, 오히려 자기와 반대되지만 은근히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사람에 끌리는 것이니까요 겉으로도 아름답지만 내면에서도 뭔가 나랑 같은 걸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무의식이 작용하거든요.”(영민) 정동화 처음 여성으로 변모하는데 에너지를 썼다면, 김영민은 극 중 해설자이자 남자주인공 갈리마르로 분한다. 감정의 폭이 워낙 큰 인물인데다 30대부터 60대라는, 세월의 폭도 감당해야한다. “극이 긴 시간을 다루고 있어요. 송과 갈리마르의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이라 제가 연기하기 괜찮은데, 감옥에 있는 나이는 60대에요. 애매하죠. 그런데 60대를 표현하면 뭔가 좀 진부하고 올드할 것 같아요. 쿨하게 가기로 했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인간이 인생을 걸고 추구한 욕망에 배신을 당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내가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말하고 있죠.”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환상을 충분히 채워주는 아름다운 동양여성이 사실은 남자에, 스파이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에 주인공 갈리마르와 함께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은 이 보단 한발 더 나아간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도 무너지는 도미도, 혹은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관계’에 대해 파헤친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힘’의 관계도 역설한다. 이 복잡한 심리를 텍스트로 받아 든 배우들 역시 많은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굉장히 연극적이고, 자유롭고, 시공간을 뛰어넘죠. 갈리마르는 원래 동양적이고 순종적인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송을 만나면서 남성적인 힘을 가지고, 내가 이렇게 가학적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점도 깨달아요. 나중엔 그에게서 여성성도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스스로 쌓아놓은 환상에서 나오기를 거부해요. 환상이 깨지는 순간 죽음을 선택하는 거죠. 그게 좀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연기를 할 때는 인물이 그 순간 가질 수 있는 마음으로 가고 있긴 합니다. 그 안에 있는 심연, 편견에 대해서도 건들면서요.”(영민) 갈리마르가 진행하는 극 속에 등장하는 ‘송’의 심리 역시 정동화에게 풀어야 할 과제였다. “처음엔 극의 후반부에서 갈리마르를 설득하려는 게 사랑인지, 뭔지 혼란스러웠어요. 얼마 전 연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를 했죠. 송은 갈리마르에게 사랑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의 해석을 뛰어넘죠. 대본에는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았지만, 송 자체가 작품이 주제와 맞물려 심리가 변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헨리 황이 송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송을 아는 방법으로 헨리 황을 공부했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동화) "어렵냐고?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지난 4월 초 연습 현장이 공개된 이후, 아니 캐스팅이 발표되고 독특한 컨셉트 사진이 공개되면서 는 관객들에게 관심작으로 떠올랐다. 무대에 대한 몰입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배우 김영민과 두 송 릴링인 김다현, 정동화에 대한 기대감도 큰 몫을 했다. 두 인물의 사랑이 어느 선까지 표현될 지에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정동화가 답한다. “수위가 높을 것 같진 않아요. 연출님을 이번에 처음 뵙는데, 의외로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감추고 절제하려고 하세요.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느낌을 추구하시고. 그렇다고 저희가 더럽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저는 조금 더 갔으면 하는데. (일동 폭소)” 연습현장이 정동화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정말 전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연기를 하는데, 연출님이 너무 웃기다고, 과할 걸 줄이라고 하신다”라며 진지함과 장난기가 섞인 말을 건넨다. 김영민이 알 것 같은지 웃음 띤 얼굴로 덧붙인다. “재미있어요. 어제도 서로 마주보다가 얼굴을 싹 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현씨도 똑같이 해요. 그런데 동화가 하면 어쩐지 경쾌한 호흡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조절할 땐 엄격하게 조절하니까, 그게 동화씨의 매력 중 하나죠. 특히 법정 씬에선 송의 매력이 저런 게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지적이에요. 또 하나는 굉장히 정직해요. 연습에서도, 연기할 때도, 일상생활도 정공법으로 임하죠.” 정동화 역시 함께 연기하며 느낀 선배 배우의 매력을 꺼내놓는다. “형은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소년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피터팬 같아요. 제가 꿈꾸는 이미지가 형한테 묻어나거든요. 다현이 형과 번갈아 가면서 연습을 하는데 두 번 이상 반복해도 매 순간순간 오장육부를 토해내듯이 감정 표현을 하세요. 집중력이 대단하시죠. 여자분들이 형 눈을 보면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자인 저도 흔들리는데 오죽하겠어요. (영민: 난 유부남이야~)”최근 실전(?)에 돌입한 키스씬에 대해서도 “담배를 피우시는데도 체취와 감촉이 괜찮았다”는 평을 내놓는 정동화에게 “여자 배우와 할 때는 가글을 열심히 했는데 가글도 안 하는 점은 미안하다”는 김영민의 화답이 오간다. 인터뷰 내내 작품에 자신감이 있는 배우들 특유의 여유와 유머가 느껴진다. ‘연극’에 목마른 관객에게도 이들 무대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새삼 높아지기도.“어렵지 않고 재미있을 거에요. 굉장히 대중적인 작품이거든요. 인물들의 심리가 정리가 되고 나니까 이젠 설렘이 더 커졌어요. 빨리 무대, 조명과 만나고 싶어서 지금 약간 흥분된 상태에요. 빨리 극장에 들어가고 싶어요.”(동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경쾌하게 나아가되 후반에 마무리를 잘 하는 것 등을 많이 염두하고 있어요. 갈리마르가 극을 진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극 전체의 리듬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작품 열심히 준비했고,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러 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2.04.23 / 조회 1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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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Butterfly> 그가 사랑한 건 환상이었을까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가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는 1986년 국가 기밀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무대화된 작품.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와 경극 배우 ‘송 릴링’의 20여 년간 기묘한 관계를 충격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날 공개 연습현장에선 신비한 경극배우 릴링에게 빠져드는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영민, 경극 배우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 등 주요 배역들이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1막 갈리마르와 릴링의 인상적인 첫만남에서부터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공연 후반부가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감성을 지닌 ‘르네 갈리마르’ 역을 열연하는 김영민은 신비스러운 동양여성에 푹 빠져드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남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김영민은 그 특유의 촘촘한 연기로 소심한 갈리마르와 능청스러운 해설자 갈리마르, 또는 광기에 휩싸인 갈리마르를 펼쳐 주목 받았다. 김광보 연출은 “영화에선 제레미 아이언스가 멋진 남자로 나오지만, 사실 갈리마르는 찌질한 캐릭터”라며 영화와의 차별성 언급했다. 작품 화자이자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김영민)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정동화) 송 릴링(김다현)김다현, 정동화는 여장남자로 갈리마르를 유혹하는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번갈아 연기했다. 여성, 경극 배우, 남성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복잡 미묘한 여성, 남성을 연기해 그 파격성에 주목받고 있다. 김광보 연출은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현실과 환상의 대비가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광보 연출 "두 사람의 차이는 무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헬리황의 대표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갖고 있는 편견과 인간의 욕망을 폭넓게 다룬 수작이다.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에서 777회 연속 공연을 기록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3년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는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06 / 조회 18,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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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세기의 러브스토리, 연극 <엠.버터플라이> 공연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연극 가 오는 4월 막을 올린다.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1964년,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여주인공 송 릴링에 매료된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이후 송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동서양의 이질감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신비스런 송의 동양적 면모에 사로잡히고, 깨닫지 못한 스스로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가 프랑스로 돌아간 후 자신을 따라온 송과 15년 동안 동거 생활을 하지만, 그 사이 국가 기밀죄를 범했단 사실을 깨닫게 되고,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1988년 워싱턴 내셔널 씨어터에서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했으며, 토니어워즈 최고작품상을 비롯, 드라마데스트어워즈,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수상하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등의 김광보 연출로 선보이는 한국 공연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매력적인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정동화가 더블 캐스팅 되었으며, 스스로 창조한 환상 속에 충격적인 사랑을 이어온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전노민과 김영민이 함께 나선다.
동양의 신비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전통 음악 방식을 사용했던 과거 공연과 달리 피아노, 기타, 중국 전통 악기 등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음악과 오페라 음악을 바탕으로 선보일 연극 는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3.20 / 조회 1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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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0] 미쳐줘서 고맙다, 연극 ‘돈키호테’
마치 제 것처럼 딱 맞아 더욱 슬픈 냄비를 투구랍시고 머리에 올린 후 유년시절 병사놀이를 연상케 하는, 그러나 알고 보면 집안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갑옷을 입고 쓰러져있는 이 노인을 보고 있자면 당연한 연민과 동경이 인다. 사실 돈키호테와 이순재라는 이름만으로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처음 돈키호테를 만났을 때의 당혹감과 경이감을 생각한다면, 더불어 한국의 노장 이순재가 이뤄낸 연기역사를 되새긴다면 게임이라는 단어가 불경하게 들리겠지만 그들의 완전한 승리와 우리의 기쁘도록 참혹한 패배를 설명하기에 게임만큼 명쾌한 단어도 없다. 다시 말하면 ‘게임이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고나 할까. 흔히들 스페인문학을 압축하면 ‘돈키호테’가 되고 ‘돈키호테’를 확장하면 스페인문학이 된다고 말한다. 시대를 초월해 매번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과 분석이 가능한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시대에 따라 우스꽝스러운 미치광이로, 신념을 실천하는 영웅으로, 되찾아야 할 정신 등으로 읽혔다. 더 이상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해석, 적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누더기 영웅은, 그러나 영웅이 될 수 없는 슬픈 얼굴의 기사일 따름이다. 영웅이 될 수 없는 영웅,비극이 될 수 없는 비극 따지고 보면 이 소설은 비극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비극이 될 수 없는 돈키호테의 행위는 이성과 광기, 꿈과 현실, 환상과 실재, 진실과 거짓 등 대립적 관계를 포괄하는 영역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광기는 그동안의 문학에서 보였던 천재성에서 비롯된 영웅적 광기가 아니다. 쇠락한 개인의 정신착란일 뿐이다. 이전의 광기가 운명적 숭고함과 신의 재능 등으로 대변되는 반면 ‘돈키호테’에서는 신의 위치가 흔들리고 개인의 광기는 오로지 개인의 것으로만 치환되면서 ‘미친 것’이라는 등호가 성립하게 된다. 더 이상 낭만적인 돌발성이 미화되지 않는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 옳음이 아닌 현실적 삶이다. 정의의 입장에서 모두 옳은 행동만을 취하는 돈키호테는 나름대로의 존재이유를 가질 수 있음에도 더 이상 그것이 통용되지 않는, 시대의 슬픔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키호테의 삶을 절망이나 실패로 보지 않는다.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돈키호테’ 역시 보이지 않는 승리를 거둔 그를 표현하는 데 있어 소홀하지 않았다. 세계의 중심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고정화된 정의와 진리를 위해 희생하는 그들의 신념은 노쇠한 육신 돈키호테 신념의 단단함과 비슷하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조롱만을 받는다. 더 이상 영웅적 행로가 불가능한 시대에서 부각되는 것은 개인의 삶이다. 돈키호테의 미학 역시 그가 떠나는 여행길에 등장하는 소소한 인물들에게서 탄생한다. 기나긴 여정만큼이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원작 중에서 이 연극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취한다. 다양한 계층과 신분들이 모여 있음에도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바라보고 있는 돈키호테의 평등사상이나 자유에 대한 신념 외에 결혼관과 여성상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남장을 하고 숲속에 숨어있는 도로시아의 모습, 잃은 사랑에 대한 일종의 반항과 안타까움으로 하인과 함께 길을 떠난 루신다는 상당히 근대적 여성들로 묘사된다. 여기서 돈키호테는 각자 제 방법으로 엉킨 실타래를 푸는 네 남녀의 고군분투를 응원하며 위로한다. 주인공이자 조력자인 것이다. 연극 ‘돈키호테’의 작은 주제이자 이 연극이 껴안은 또 다른 미덕은 결국 ‘사랑’이다. 인물의 성격과 캐릭터, 모험담 등 서사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대 위 ‘사건사고’가 흥미로운 것은 무한재생만큼 무한동요 되는 원작의 위대함에 있다. 또한 ‘성스러운 바보’로 불리는 돈키호테의 존재감도 한 몫 한다. 여독을 풀 줄 모르는 순진한 여행가이자 모험가일 뿐 영웅적 기사가 될 수 없는 돈키호테를 불멸의 영웅으로 만든 원작의 거대함을 연극은 놓치지 않았다. 무대에는 환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그곳에는 스페인적 태양과 바람, 어떠한 황량함과 고독함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꿈이 있다. 이미 여러 번 읽고 듣고 보아왔기에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굴곡이 완만한 편임에도 슬픈 얼굴의 기사가 주는 희망을 읽기에 무리는 없다. 지금, 아직도 돈키호테적 사람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자신의 상상을 기반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개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위해 오늘의 돈키호테는 고향으로 돌아와 삶을 마감하는 대신 또 다른 모험을 떠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3 / 조회 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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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이 쩌렁쩌렁, <돈키호테>의 기백이 넘쳐흐른다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건 개구리 왕눈이만이 아니다.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쓰러져도 일어서고 또 나아가는 돈키호테의 좌충우돌을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지난 주 수요일 서울 삼선동에 위치한 극단 여행자의 연습실. 좌절을 모르는 돈키호테의 열정이 가득한 이곳에서 연극 의 연습이 한창이다. 돈키호테 역의 한명구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발레, 뮤지컬로 사랑을 받아온 ‘돈키호테’가 이번엔 빅토리아 사르두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무대를 앞두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원전을 그대로 따르나 시간 상의 압축과 스페인식 화법을 국내 정서에 맞게 윤색하는 등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잡겠다는 각오다. 악한 자를 응징하라!한윤춘(사진 위 왼쪽)과 박용수(오른쪽)의 코믹 캐릭터 변신카데니오(김영민_아래 왼쪽)와 바람둥이 돈 페르난도(한윤춘)의 결투이날 공연 후반부 연습엔 연기파 배우로 오랜시간 연극계 큰 줄기를 이어오고 있는 한명구가 돈키호테로 나섰다. 우스꽝스러운 깡통 모자를 쓰고 긴 창을 휘두르는 돈키호테의 기백이 펄펄 살아 숨쉰다. 격렬한 검투 장면과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부르는 배우들의 노래는 기대하지 못해서 더욱 반가운 보너스 장면이다. 39년 만에 다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라, 남다른 감회가 더해진 이순재는 연신 다른 배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초의 박용수, 오티즈 역의 정규수 등 인상파(?) 배우들의 좌중을 휘어잡는 맛깔스런 재간에 국민 배우 이순재도 터지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극단 여행자의 터줏대감 정해균이 펼치는 맛깔나는 바질레!지난 해 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한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연출이 다시 한번 고전 선보이기에 나서는 연극 는 댄스시어터 까두의 박호빈 안무, 연극, 뮤지컬, 음악극을 넘나드는 한정림의 음악 등이 어우러져 선명하고 사실적인 상상의 공간 속에서 연극성이 최대한 드러날 예정이라는 귀띔이다. 연극 는 오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0.11.30 / 조회 9,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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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이순재 “돈만 벌면 사업가, 배우는 평생 예술의 길 걷는 사람"
1935년 생, 올해로 일흔 일곱. 듣고도 믿지 못할 나이와, 보고도 믿기 힘든 모습이다. 그의 목소리는 실내를 울렸고, 그의 걸음은 방황이 없었다. 그러기에 배우 이순재는 드라마 두 편에 출연 중이며 내년 예정인 또 한 편의 작품 준비가 시작된 이 때에, 굳게 연극 무대를 더했다. 촉박한 일정과 변수 그 자체인 촬영 스케줄에도 어김없이 연극 연습실에 와 있던 그에게 연극 에 관한 것만 물을 수 없었던 까닭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연기의 기본, 연기의 본질 바쁘시냐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바쁘죠. 밤에 학생들 워크숍 하는 것까지 있어서.(그는 12년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내 수업 방식이 레퍼토리 하나 정해서 한 학기 동안 계속 하는 건데, 다른 수업 있으니 낮엔 안되고 7시부터 11시까지 쭉, 비는 저녁 시간에 매일 나가죠. 연출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애들에게 연기의 기본을 가르치고 연기의 본질을 가르쳐야 되기 때문에 거의 원작 그대로 하거든요. 그렇게 두 달 반 이상 연습을 해야 작품의 대사 전달이 그나마 되는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무대를 놓고 계시지 않습니다. 80년대 중반 이후 내가 연극하고 거리가 좀 있었을 거에요. 70년대 중반 한번 어려운 일이 있기도 했고, 또 워낙 이쪽(드라마, 영화)이 바쁘다 보니. 어떻게든 시간을 꾸려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상대 배우에게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다 2000년에 서울시극단의 을 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2시간 40분을 풀로 했는데 나로서는 상당히 열심히 한 작품이에요. 1979년에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도시 공해, 환경 파괴에 관한 아서 밀러의 1949년의 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애기죠. 또 세일즈에 대한 개념이 이젠 일상화 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충분히 이해가 됐고. 그리고 잘 풀어보면 부자지간, 부부간의 이야기, 가족적이고 동양적인 연극이에요. 동숭동에서 는 2년에 걸쳐서도 했고, 또 (2008)는 연극열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기획 했다는, 그 점이 훌륭하고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했지요. 를 택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6,70년대 후반, 대학 나와서 제일 처음 일반 극단에서 한 게 국립극장이에요. 에서 단역을 했지. 군 제대 후에 실험극장, 극단 산하, 주로 그 무대에서 모든 작품을 다 했기 때문에 명동예술극장은 내가 연기를 시작한 곳이고, 연기를 평생의 직업으로 자리잡은 터전이기 때문에 한번은 다시 해 봐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연기의 꿈을 시작하고 키웠던 곳, 그곳에서 다시 한번 극단 여행자의 작품은 배우들의 신체 활용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습에서도 검투 장면 등 격렬한 부분이 많이 나오네요. 그 부분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으니까 나도 맞춰서 해야 하는데. 돈키호테는 사실 그런 부분에 능한 사람이 아니에요. 욕심만, 의지만 있는 거지. 대단히 어눌하고 미숙할 수 있는 부분, 그게 돈키호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번 연극에선 돈키호테가 피폐해진 몸과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 죽음을 맞는 대신, 끝까지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세르반테스의 시대적인 배경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돈키호테는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이죠. 수 많은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온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있을 수 있지만, 돈키호테는 대단히 단순한 인물일 수 있어요. 자기가 가진 원칙 세 가지, 사랑, 정의, 약자, 이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 행위를 지속하는 사람이니까요. 그게 일반 지성인과의 차이죠. 일반 지성인들은 현실에서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주저하게 된단 말이야, 자기 안위를 생각하든지, 자기 이해를 생각하든지. 돈키호테는 행위를 실행하는 데 주저가 없단 말이죠. 불의를 보고 못 참는 사람, 숭고한 사랑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치는 사람, 이런 돈키호테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되는 거에요. 그의 기백과 용기, 가치관이 지금 사회에서 필요한 게 아닌가, 작품의 평가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굳은 가치관에 따라 한길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돈키호테와 배우 이순재,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할 50년대 중반에는 배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바닥이었고, 수익적 기능도 아주 약했죠.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생활에 절제가 없는 직종이다, 나쁜 의미에서 상징적으로 그렇게 표현을 했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출발했으니 이걸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또 인기를 얻고 명성을 쌓기 위해서, 신분을 높이기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어느 순간, 대학 때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로렌스 올리비에의 모습을 보고, 저것도 하나의 예술적 경지 아니겠는가, 예술의 창조력이 있는 경지, 저런 정도면 한번 해 볼 만 하지 않겠는가’에서 시작했단 말이에요. 지금이야 홍보대사 해달라고 사방에서 그러지만, 그 땐 홍보대사 근처에 가지도 못했고, 돈 도 못 버는 직종에. 그래도 고생고생하며 했던 건 어떤 가치간과 창조력이 우릴 지배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연극도 수익 상황만 생각하면 못하지, 연극 자체니까, 연극 자체니까 참여하는 거죠. 돈 벌고 관두면 사업가, 예술의 목적으로 평생을 걸어야연극과 연기의 의의를 반드시 금전적인 가치 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문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지금 이 행위를 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느냐”하고 물어봐요. 2000년도 들어오면서 고수익의 톱스타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걸 목표로 하느냐, 아니면 평생 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관을 목표로 하느냐. 현실은 그 두 의미가 같이 존재한다고 봐요. 그러나 거기엔 탁월한 용모라든지 신체조건을 타고나야 되고, 그건 부모에게서 받는 거라 어떻게 할 수 없단 말야. 물론 요즘엔 많이 개조하고 나오지만은. 그런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예술 창조가 반드시 돈과 결부된 것은 아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능력으로 전제(신체 조건 등)를 압도할 수 있는 거고, 그런 사람은 평생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말하는 건 평생 하는 사람들 이야기고, 그게 예술가의 길이죠. 돈 벌고 관두면 그건 사업가지. 사업적 목적으로 하느냐, 예술적 목적으로 하느냐. 예전에 우리는 사업적 목적이 요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한 방법 밖에 없었어요. 지금과는 출발부터, 정신적 입장부터 전혀 달랐죠. 현재 활동하는 배우로서, 후배 배우들과 무대를 앞둔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배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말이에요. 요즘엔 다른 건 다 잘하는데 화술이 약해서 말만 시키면 역할이 안 나와요.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우리 말에 대한 올바른 지도가 있어야 된단 말이죠. 요즘 우리 젊은 친구들이 무대나 영화, TV에서 쓰는 영어를 한국말 하듯 정확하지 않게 했으면 전달도 안되고 굉장히 부끄러워했을 텐데, 그래서 영어는 발음에 치중하면서 왜 우리 말은 제대로 안 하느냐는 거죠. 어찌 보면 교육적인 부분에서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거라고 봐요. 그래선 안되는데. 교육이라는 건 애들을 가르칠 땐 친밀하고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작품, 욕심나는 배역이 있으신가요? 많죠, 많죠.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번에 를 했지만 셰익스피어 작품도 우리 나이든 사람들이 할 역할이 많아요. 샤일록이라든지, 리어, 맥베스라든지. 그런 역할들이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어요. 과거엔 에서 페르루치오 역을 했었고, 에서 말콤을 하기도 했어요. 최근엔 셰익스피어 작품을 변형해서 여러가지로 하는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진수는 오리지널을 어떻게 하느냐, 셰익스피어가 표현한 모든 예술적 다이얼로그, 인문학적 다이얼로그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있는 거란 말이에요. 배우의 작업은 여기에 있는 거지요. 새롭게 변형하는 건 연출작업이지 배우의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오히려 한국 관객들이 원형에 대해 상당히 목말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되도록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고전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무대 작업에서 연출의 독창성이나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지만, 무대는 배우의 무대지, 연출가의 무대는 아니란 말이에요. 배우의 예술은 역시 연극이니까. 어느 정도 부분은 배우에게 남겨 줬으면 좋겠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0.11.29 / 조회 1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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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39년 만에 <돈키호테>로 명동무대 선다
국민 배우 이순재(76)가 연극 의 꿈과 정의를 좇는 기사로 변신한다. 18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오는 12월 10일부터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세르반테스의 1605년 작 소설 ‘돈케호테’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양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이전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자세한 내면 묘사와 정신적 문제, 거식증, 폐경 등과 같은 소재를 새롭게 다뤄 화제가 되었다. 이후 많은 작가들이 희곡으로 각색해 연극 뿐 아니라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는 12월 막이 오르는 연극 는 프랑스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가 각색한 희곡을 중심으로, 극단 여행자의 대표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2시간 가량으로 길이를 압축하고 스페인 고유의 화법을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하게 윤색했다는 그는 “돈키호테는 셰익스피어 시대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해, 음악적, 희극적인 해결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2년 만에 돈키호테 역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순재는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이 1971년 의 시라노 역 이후 올해로 꼭 39년 만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 공연을 시작했고, 연극의 꿈을 키웠던 곳”으로 명동을 회상하는 그는 “6,70년대 연극의 메카이자 많은 배우와 연출가들이 배출된 꿈의 장소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감회를 밝혔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이 전혀 변하지 않으며, 정의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아주 단순하지만 결단력 있는 인물”로 돈키호테를 설명하며 “신체적으로 봤을 때 내가 비(非) 돈키호테 일지도 모르겠으나, 정신적으로 그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티즈 외 다수 역을 책임지고 있다"는 정규수와 산쵸 박용수평소 무게감 있는 역할로 더욱 익숙했던 연기파 배우들의 희극 캐릭터 변신도 눈에 띈다. 이순재와 함께 돈키호테 역을 맡은 한명구는 “평소 코믹한 배우가 아니라 더욱 노력중”이라고 밝혔으며, “그간 있어 보이는 역할만 했었는데, 내 안에 끓어오르던 장난, 어리광, 오두방정을 떨고 싶은 욕구를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박용수도 산초 역에 설레는 모습이었다. 순수 총각 카데니오 역의 김영민과 그의 연인 루신다 역의 김리나본능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돈 페르난도의 한윤춘(오른쪽)과그의 연인 도로시아 역의 김양지(왼쪽)또한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카데니오(김영민)와 그의 연인 루신다(김리나), 본능적인 사랑을 따르는 돈 페르난도(한윤춘)와 그에게 배신 당한 도로시아(김양지) 등 두 젊은 커플의 모습을 통해 정의와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댄스씨어터 까두의 박호빈이 안무를 맡고, 발레 , 연극 등의 음악을 작곡해 온 김은정이 작곡을, 한정림이 음악감독을 담당하는 연극 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0.11.19 / 조회 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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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6] 패자의 승리, 연극 ‘내 심장을 쏴라’
색을 용납지 않아 화이트로 일관된 세계는 불안하며 날카롭다. 외부와 단절돼 고립된 무대 위 공간(정신병원)은 반면 역설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점을 얻는다. 차에 치여 객사할 일 없고 길다가 칼에 찔리는 봉변당할 일, 집구석에 꼭꼭 숨겨둔 다이아반지를 도둑맞을 일 따위도 없다. 담배 한 갑과 믹스커피 두 봉지가 하루 배급량인 이곳에서 도난이래야 머리끈 정도다. 스스로 원치는 않았으나 나무늘보와 미스 리로 합의된 이수명의 말 따라 ‘교도소 갈 일’ 없고 ‘미래가 보장된’ 곳이다. 내면의 불안을 견디는 게 쉬운가, 세상의 위협과 시선을 버텨내는 게 쉬운가. 치료과정 중 ‘나무늘보’가 된 수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진화, 두발로 멀쩡히 서서 걷는 ‘사람’이 되지만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길이만은 아직 그대로다. 칼이나 가위 등 날카로운 것에 대한 그의 공포는 과거의 어느 사건에서 기인하는데 수명은 그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 소설 속 여러 공간, 캐릭터를 압축해 제한된 무대 위에 펼쳐놓아야 하기에 연극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 눈에 들어온 그들의 조화는 ‘헐’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나무늘보가 시각화되는 순간부터 수시로 바지를 벗는 거시기 환자, 우아한 버킹엄 공주, 꼭 붙어 다니는 한이와 지은, 미쳤는데 말까지 많은 김용, 매미처럼 누군가의 등에 찰싹 붙어 생활하고 이동하는 만식, 우울한 청소부, 경보남자, 십운산선생, 거리의 악사에 끊임없이 ‘화선아’를 부르짖는 화선엄마까지 제 개성을 십분 발휘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연극은 개인과 내면, 상처에 집중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한이가 제 모든 것을 걸고 지키려는 지은에 대한 ‘사랑’과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청소부의 ‘꿈’이 있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인물은 단연 주인공 수명과 승민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드라마 한 편, 소설 한 권은 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막장에 가까운 이력을 자랑하는 수명과 승민에게 세상은 ‘미칠 만 한’ 더럽고 치사하며 두렵고 무자비한 곳이다. 인물들의 독특한 행동은 가장 억제된 부분의 어쩔 수 없는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무대 위 세계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공감수위가 높은 것은 캐릭터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이어 몸의 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 문제인 우리가 극단으로 몰릴 때의 그림이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생긴다. 그들의 트위스트 한 판이 통쾌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치지 못한 우리대신 미쳐주고, 미친 듯 흔들지 못하는 우리대신 흔들어주니 관객은 모르는 새 빚을 지고도 갚을 길 없어 무력하게도 연민할 뿐이다. 죽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평생을 수리희망병원에서 보내게 된 수명과 가족 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려 강제로 갇히게 된 승민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지난하지만 그들에게나 관객에게나 의미 있는 분투다. 탈출에 성공한 후 눈이 멀어가는 채로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내맡긴 승민이 온몸으로 하늘을 느낀 후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죽은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는 우리가 알기를 거부한다. 그저 장렬하게 전사하는 시대의 영웅처럼 “이 역사적인 탈출을 후세에 길이 전해다오”, 한 문장만 남겼다. 불안한 만큼 자유로운 패러글라이딩을 바라보고 있던 수명의 손에는 승민이 남겨준 시계가 있다. 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누구와도 상관있게, 혹은 상관없게 또각거리는 시계는 “빼앗기지마. 네 시간은 네 거야”라고 말한다. 무려 1억 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무대에 옮기는 작업에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사각형 종이에 갇힌 문자라 할지라도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은 단연 소설이다. 다소 아쉬운 연극의 스토리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고 완성도 있는 원작으로 인해 추락하지 않는다. 병원 밖의 공간은 조명과 가장 풍부한 색을 담고 있는 흑백 영상으로 표현됐다. 공간과 내면까지 아우른 조명, 영상, 음악은 패자들의 승리를 격려하며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체험으로 전하는 힘을 발휘했다. 제대로 미쳐준 배우들은 우울과 유머, 상처와 희망, 외면과 내면 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들과 우리의 거리감을 좁혔다. 갇힌 곳에서 끊임없는 자유를 보여주는 연극 ‘내 심장을 쏴라’는 말한다. 우리를 멈추게 하려거든 ‘내 심장을 쏴라!’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13 / 조회 17,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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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심장이 미쳐 날뛰는(?) 막바지 연습현장
한 편의 소설이 새로운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다. 정신병동에 수용된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 그들 중 탈출을 꿈꾸는 두 명의 젊은 청년을 주목해 보자. 2009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이 연극 무대로 부활하는 가 공연을 앞두고 남산에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소설의 희곡화를 거쳐 수정 대본이 15고가 넘는 치밀한 텍스트 작업에 더하여, 공연 시작 열흘 전을 앞둔 연습실에는 잠시의 쉬는 시간에도 말 소리를 높이지 못할 정도의 긴장감이 서려 있다. 김광보 연출(오른쪽)연극 등의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춰 온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또 한번의 합체’ 뿐 아니라, 연기파 배우 김영민(40)과 떠오르는 신예 이승주(30)의 변신도 눈에 띈다. * 혹시 나중에 미치더라도 여긴 오지 마세요 _ 김영민의 ‘이수명’ 정신 분열, 공황장애로 6년간 정신병원의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 해 온 수명을 두고 김영민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으로 이야기 한다. “수명은 엄마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어렸을 때 제대로 말도 못 배워 말더듬이로 자란 사람이에요. 나의 실수 때문에 엄마가 죽게 되는데, 그 충격으로 편집증적 사고를 갖게 되죠.” 1971년생, 올해로 마흔의 나이를 얻은 김영민이 이번에 맡은 이수명은 스물 다섯 살. 연극계 최강 동안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저 같은 얼굴이 한방에 간다는 소리도 있던데”하며 껄껄 웃어 보인다. “배우든, 사람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도 변하고 마음도 변해가잖아요. 그 변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런 걸 극복해야 될 시간이 분명 필요한 거고, 요즘도 그런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젊은 역을 했을 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어린 배역을 맡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나, 히말라야의 독수리야 _ 이승주의 ‘류승민’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수명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보여주는 사람, 다소 위험한 불놀이를 삶의 탈출구로 지닌 재벌가의 사생아 류승민. 김영민을 비롯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고 입을 모으는 류승민 역은 이승주의 몫이다. KBS공채 탤런트이자 올 봄 을 통해 참신한 배우 탄생을 알린 이승주는 “승민은 철저히 환경에 의해 변하게 된 인물”이라 설명한다. “이도 저도 아닌 사생아로 태어나 주변의 견제나 의심도 많이 받은 인물이에요. 그런 세상의 분노로 어렸을 때부터 불놀이를 시작했고, 결국 계모가 정신병원에 절 넣게 되죠. 승민은 비행(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지만, 다시 격리되게 되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기에 자칫 무겁고 날카로울 듯한 선입견이 생긴 게 사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는 정신병동에 다시 들어오게 되는 이수명과 그를 맞는 류승민을 비롯한 수용자들의 모습 장면에서부터 무너진다. 어눌한 말투의 이수명, 어두운 유년 시절과 의지할 가족 없는 류승민의 외향적이고 거침 없는 모습은 의외의 연속이다. “제가 가진 성향 자체가 승민의 표현 방식스럽지가 못하기도 하고.(웃음) 처음 희곡이나 소설을 읽었을 때 승민에게 무거운 느낌을 받았고, 연습 초기에 그렇게 표현 했거든요. 그런데 연출 선생님이 그런 서브 텍스트는 가지고 가되, 승민이 표현하는 방식은 그렇게 무겁진 않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조금씩 해 보면서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계속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에요.”(이승주) 김영민과 이승주는 에서 처음 만났다. 오랜 시간 대학로의 무대를 채워 온 김영민은 승주를 ‘이번에 처음 보았’으나, 이승주는 형인 김영민의 남다른 첫 인상을 살짝 털어 놓는다. “워낙 유명하시니까 형에 대해선 알고 있었죠. 이건 형한테 한번도 이야기 안 한 건데, 제가 스물 네 살 땐가? 이란 연극을 보고 ‘어린 친구가 저렇게 연기를 잘해? 난 이제서야 제대했는데?’ 그런 생각 했었어요.(웃음) 그랬던 분과 같이 연기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이번 작품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 운이 많이 따랐다며 겸손의 말을 잇던 이승주, 고등학생 때부터 우연히 운명처럼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영민. 이 둘을 비롯 의 병동에서 만나는 개성 강한 수용자들의 모습도 놓치지 말자. '또별'을 찾아, 등만 보면 찰싹 붙어버리는 만식씨(박노식)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국민 대사 “향숙이?”를 탄생시킨 박노식은 머리 속에 기억을 뜯어 먹는 염소가 사는 만식씨로 등장하며, 가장 화려한 병동 탈출전력을 가졌으며 기가 막힌 하모니카 연주 솜씨를 지닌 거리의 악사 이용근, 거리낌없이 바지를 벗는 509호 거시기 역의 권택기, 본인이 공주라고 믿는 버킹엄 공주 역의 백지원 등도 함께 한다. 공연을 위해 정신병원에 가 사이코 드라마를 체험하고 의사를 초빙해 전문 공부도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몸매와 소박한 덩치(?)의 소유자, 현선 엄마(최현숙)환자 괴롭히는 즐거움에 사는 병원 보호사 점박이(윤영걸)정신병동 귀여운 커플의 남다른 애정표현 "한이가 지은이를 잡아먹으려 해요"본인의 일에 충실한 간호사 최기훈(이남희)“정말로 내 심장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가, 운명이 나를 침몰시킬 때 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취직 하기도, 또 안정적인 일을 가지고 있더라도 항상 마음 안에 응어리들이 있잖아요. 그런 현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혹이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라고 생각합니다.”(김영민) “지금 뭐 하고 계세요? 이런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이승주) 연극 는 오는 10월 7일부터 2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2010.10.01 / 조회 1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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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김영민, 박노식 등 탈출 꿈꾸는 정신병원 환자로 변신
2009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가 오는 10월 무대에 오른다. 등에서 호흡을 맞춰 온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의 신작이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20대 중반 두 남자의 고군분투 탈출기를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떠올리는 인물들을 통해 비상구가 보이지 않은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 공연계 최강 동안을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 김영민이 공황장애로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온 스물 다섯 살 이수명 역을, KBS 공채 탤런트로 지난 5월 연극 으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 이승주가 재산 싸움에 휘말려 강재로 정신병원에 갇힌 류승민 역을 맡았다. 또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향숙이를 찾던 박노식이 헬멧과 꽃무늬 트렁크를 사랑하는 만식 역으로 분해 다시 한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는 10월 7일부터 2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9.02 / 조회 1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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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나를 뒤흔드는 위태로운 관계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엄마가 딸에게 하는 이 이야기에는 불편한 의미가 더해져 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그 일을 엄마의 의지대로 처리하겠다는, 평생 자신을 무겁게 짓눌렀던 그 의미를 딸 에이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눈에 반해버린, 좀처럼 넘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잡기 위해 딸은 저항한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엄마와 시작한 것이다. 속 사랑은 위태하기 그지 없다. 자신만만함 속에 불안함이 쉬지 않고 도사린다. 뱉어버린 말과 행동 속에는 언제나 후회가 머뭇거린다. 잘 생겼지만 고아이며,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야망을 가진 자신만만한 청년에게 딸이 푹 빠졌다는 사실에 만세를 외칠 만한 엄마는 없을 것이다. 에스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딸이 그 놈팽이(?)가 원하지도 않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게다가 방송과 영화의 힘을 내다 본 그 청년은 에스메가 일생 동안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거룩하게 지켜온 연극 무대를 두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로써 는 뜻이 다른 모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신구의 대립,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흐름에 시선을 두며 이야기의 너비를 확장하고 있다. 연극 배우인 에스메의 고집, 허영, 그리고 현실 회피와 동반되는 자기 확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무대에 서개 한 원동력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보란 듯이 이뤄내는 사위의 모습에 어리석은 노배우의 단면을 비추는게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아니 세 사람은 서로에게 늘 상처를 내게 했던 불편한 논쟁 속에 깔려 있던, 근원의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해결은 아니다. 머뭇거리던 악수의 손이 이제 막 나가게 될 지 기대를 해 봐도 좋을 단계. 이름만으로 작품을 믿게 만드는 배우들이 모였다.(하지만 작품 역시 배우들을 살리고 있다.) 윤소정은 여전히 뜨겁게 매력적이었으며, 김영민과 서은경은 인정 받는 젊은 배우의 열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극 배우나 연극을 더욱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심히 동감할 구절들이 많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감탄은, 거룩한 세례 의식과 같았던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을 이룰 것이다. 연극이 여전히 무대와 관객을 정화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이곳에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여유 작 제공
2010.02.16 / 조회 9,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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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형제로 만난 김성기, 김영민
날씨와 야구, 심지어 두꺼운 전화번호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천재이자 자폐아 레이몬드, 형 못지 않게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냉정한 주식트레이너 동생 찰리. 까칠한 이들이 만나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연극 이 대학로 한 켠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임원희, 이종혁의 바통을 이어받아 형제로 분한 김성기와 김영민은 초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소극장 안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뮤지컬 속에서 코믹 연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배우 김성기의 자폐연기는 웃음기와 노래를 걷어낸 첫 무대이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 생활 20년만에 첫 연극 도전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크다. "무척 떨렸으나 지금은 행복합니다"“일부로 뮤지컬만 고집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진짜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배님들이나 연극 무대에 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제가 여기 서게 됐네요.” 그는 “이렇게 대사가 많은 줄을 모르고 출연했다”며 웃는다. “막연히 스텝들에게 원주율을 외워야 한다고만 들었어요. 전 대본을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지 않거든요. 그거야 쉽겠다 이랬는데…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웃음). 약속을 했으니까 어떻게 합니까…해내야죠. 연습 동안엔 긴장을 해서 하루 4시간 이상을 못잤어요” 첫 연극 무대이지만 어마어마한 대사량이 우선 그를 압박했다. 끝도 없는 원주율과 전화번호, 각종 도표를 머리 속 책을 읽는 듯 줄줄 읊어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 까”라는 궁금증에서부터 ‘레이몬드’를 익혀나갔다. “무척 떨렸어요. 임원희, 이종혁씨의 무대를 세 번 봤는데,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떨리더군요. 제가 아이큐가 안 좋거든요(웃음). 그런데 그걸 다 외웠다는 게 대견스럽기도 해요. 동료 배우들에겐 자꾸 반복시켜서 미안했지만. 특히 영민이에게 미안해요. 그래도 계속 반복 했어요. 지금은 정말 기분 좋고, 꿈꾸는 것 같고 그래요.” 노래와 웃음을 뺀 그의 연기, 스스로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했다."초반에는 무척 (노래에)의지하고 싶었고..(웃음). 없으니까 허전했었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할수록 노래는 없지만 마음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결국 음표만 빠졌지 난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그들의 교감, 객석까지 등으로 타고난 배우라는 평을 받는 김영민은 냉철한 주식트레이너와 변신했다. 냉철하지만 내면은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지닌 캐릭터를 그만의 아우라로 녹여내고 있다. 언뜻 레이몬드만 대사의 압박이 있어 보이지만, 찰리 역시 보통 연극에 비해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혼자만의 독백이 많은 레이몬드라면, 찰리는 끊임없이 연인과 형에게 불만이나 상황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이 베테랑 배우 역시 무대에 오르기 전 쉬지 않고 대사를 읊조린다. 그는 작은 소극장안에서 관객과의 교감이 느껴질 때가 뿌듯하다. “찰리와 레이몬드가 왜 변해 가는가를 눈 여겨 보시면 좋을 거에요. 객석과 소통이 있을 때 감동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눈치 빠른 관객들은 공연 중반부터 울먹이고 계시더군요.” 초연 무대를 보고 감동을 받은데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형님이 힘드셨을 텐데 전혀 티를 안내고 오히려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며 웃어 보인다. 레이몬드와 찰리, 두 캐릭터 모두 대사가 방대해 자잘한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땐 진지한 무대이기에 웃음을 참는 게 쉽지 않다고. 특히 자폐 연기를 해야 하는 김성기는 조마조마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긴 대사를 하다 ‘수잔나’를 ‘수잔나 박사’라고 한 적도 있어요. 배우들은 알기 때문에 표정들이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보이더라고요(웃음). 수잔나가 ‘로스앤젤레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를 ‘로스레제렐…’로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웃음)”“ 배우들을 긴장케 하는 또 하나 장면은 형제의 ‘축구씬’이다. 레이몬드와 찰리가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리로 주고 받는 이 장면은 ‘성공할 때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뿐 아니라 관객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곤 한다. 지난 초연에선 15분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기는 “영민씨가 공을 잘 차서 무리 없이 넘어가곤 하지만, 너무 일찍 성공해 버리면 싱겁다”고. 김영민은 “공 10번 주고 받기를 한번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공연을 2주 남짓 남겨두고 이들의 호흡은 한층 안정적이고 탄탄해졌다. 자기 속에 갇힌 레이몬드와 상처 많은 찰리의 교감은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객석에 전해진다. 그들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비슷하고도 달랐다.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저에 대한 글을 봤어요. 등 제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보셨더군요. ‘김성기라는 배우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저를 평했는데 전 뭔가 변하지 않는 배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요즘은 을 통해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김성기) “은 장마철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좀 우울한 면도 있고, 감동도 있거든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같이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김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16 / 조회 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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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김성기, 임원희 바통 이어 자폐연기
이 6월 연장 공연에 돌입하며, 임원희, 이종혁에 이어 김성기, 김영민이 각각‘레이몬드’와 ‘찰리'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산을 목적으로 고향으로 간 교만한 주식 트레이너 찰리와 자폐증이 있는 그의 형 레이몬드가 형제애를 찾아가는 이야기. 1988년 개봉해 더스틴 호프만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 한 작품이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초연한 이번 작품에는 배우 임원희가 자폐이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레이몬드로 열연, 화제를 모았다. 6월 연장공연부터는 뮤지컬계의 연기파 배우 김성기가 임원희의 바통을 이어 받을 예정.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20년 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깎아 주목 받고 있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추며 찰리 역을 맡은 배우는 연극계의 블루칩 김영민. 지난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천하일색 박정금’ 등 드라마와 ‘경축! 우리사랑’ 등 영화에서 활약한 그가 올해 도전한 첫 연극무대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이기적이었으나 형으로 인해 가족간의 정을 깨닫는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다.
연극 은 6월 30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글 :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5.19 / 조회 2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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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잊거나 잃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두사람
한 때 멋진 실적을 올리고 큰 돈을 손에 쥐며 ‘잘 나갔던’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찰리는 지금 파산 직전이다. 애인과의 여행 중에도 한 시도 컴퓨터를 놓지 못하던 그에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소식 보다 유산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자동차 한 대와 장미 정원 뿐. 문명의 이기가 충만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영민한 머리로 살아가고 있는 찰리에게 이것이 성에 찰 리 없다. 여기에 그가 짐작 하고 있는 상당한 액수의 돈이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갔다는 말이 더해지니, 그는 ‘다른 누군가’와 그와 얽혀있을 ‘사건’이 궁금할 수 밖에. 연극 은 인물이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가는 여정이다. 공연 시작부터 찰리와 그의 연인 수잔나는 휴가 여행 중이었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시간 찾지 않았던 ‘집으로’ 가며, 그곳에서 존재를 모르던 친형 레이몬드를 만나 또 다시 길고 긴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물리적인 여행 뿐만이 아니다. 찰리는 고향으로 향하고, 또,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돌아오며 오해로 얼룩졌던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다.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외우지만 대중들의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외된 천재 형 레이몬드는 여전히 사랑하는 동생의 손을 다시 잡는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는 동생과, 정해진 식사, 정해진 잠자리를 단번에 바꿀 결심을 하는 형의 모습에서 관객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야 만다. 연극 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폐증 형과 세상에 영리한 동생의 뜨거운 우애의 감동 스토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소극장 무대 쓰임에는 제법 경제적이나, 작품의 여정이나 로드 무비의 느낌을 싣고자 했다면, 회전 무대는 그리 효과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무대의 거친 회전음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고, 암전 사이 회전을 마친 빈 무대에 조명으로 포커스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이해 되지 않는다. 장면 사이를 채워주는 비틀즈의 곡들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매우 어울리지만, 긴장과 위기로 고조된 몇몇 장면 후에 너무나 경쾌한 기타 소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꺼이 이 작품을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으로 이야기 하는 중요한 까닭은 배우 임원희가 있기 때문이다. 형 레이몬드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임원희는 작품 속 인물처럼 실로 놀랍고 정확하게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지고 뜨거운 가슴으로 동생을 배려하는 ‘레이몬드’가 되어 생각하고 듣고 말하며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이 배우에게 갖는 믿음은 배가 된다.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살이에 영리한 동생, 찰리 역의 이종혁도 반갑다. 건조하고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의 말투는 곧 적응이 된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둘 다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이라고 한 두 배우의 열정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다. 뮤지컬 , 연극 에 이어 세 번째 작품으로 연출가의 길을 열고 있는 임철형은 ‘효과적’에 십분 다다르고 있진 않지만, 매 작품 마다 소재, 형식, 무대화 등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연극 에서 두 형제가 ‘둘이 같이 스무 번’ 공을 주고 받는 다던가, 귀엽게 자신을 자랑하는 형의 모습 등을 통해 작품 속으로 편안하게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재치가 빛이 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내일 무대가, 연출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14 / 조회 9,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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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임원희, 이종혁 "헬로우, 마이 레인맨!"
영화 ‘레인맨’의 감동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레인맨’ 은 자기중심적인 찰리(톰 크루즈)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에게 상속된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형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느끼게 되는 가족애를 다룬 내용이다. 국내 초연되는 에는, 자폐증 환자 형 레이몬드역에 임원희가,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동생 찰리역에는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을 통해 동시에 6년 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한 이종혁과 임원희는 지난 24일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 “무대가 이렇게 떨린 곳인 줄 몰랐다” 고 입을 모았다. 임원희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인물이라, 대사가 많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며 “원주율표를 외워야 해서 중학교 1학년 때 이후로 접었던 수학책을 다시 펼쳤다”고 웃어 보였다. “6년 만에 서는 무대라 많이 떨리지만, 이 긴장감을 마지막 공연 날 까지 가지고 가겠다. 연기자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돼주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혁은 “저 역시 6년 만에 서는 무대인데,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린다” 며 “요즘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대본을 보고, 다시 잠들면 일어나서 대본을 보는 걸 반복한다”고 말했다. 극 중, 두 사람의 공통점을 표현하는 표현방식 중 하나인 리프팅(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는 것) 장면을 위해 매일 공차기 연습을 한다는 두 사람은 “공을 차다가 관객석으로 튀어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애드리브로 넘어가야 간다. 매일 다른 버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며 진한 감동 뿐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를 통해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임철형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임원희와 이종혁을 캐스팅하려고 물밑 작업을 했다” 고 밝히며 “서울예대 선배인 임원희는 대학 때부터 신비한 배우의 향기가 났었고, 동기였던 이종혁씨는 열정적으로 연기 하는 걸로 유명했다. 두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믿음이 갔다” 며 두 배우의 열연으로 200% 만족하는 작품이 나왔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예술대학 선후배 사이기도 두 배우와 연출가는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인연 때문에 최고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가족애, 형제애가 주제인 만큼 가슴 따뜻하게 웃고, 울고 나갈 수 있는 연극을 준비했다. 놓치지 말아 달라” 고 강조했다. 더스틴 호프만을 연기파 배우로 업그레이드 시킨 원동력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99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과 함께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조쉬하트넷이 연극 무대에서 열연했던 영국버전 은 연일 매진을 이루며 영국의 흥행 연극으로 선정되는 사례를 남기며 연극으로도 이미 그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임원희, 이종혁의 은 4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 죽지않아~ 냉철한 눈빛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찰리 (이종혁) 뭐든지 외운다 - 암기의 제왕, 레이몬드 (임원희)" 맙소사, 저 인간이 내 형이라고? ""저 둘은 왜 야밤에 씨름을 하는걸까?" 유산은 모두 제가 상속받아야 합니다! 찰리, 지금은 계산 중. 쉘~ 위 댄스?! 레이몬드와 수잔나의 댄스타임. 나 이 닦는다~ 히트예감, 레이몬드의 "자랑해도 될까?" 사랑해, 형아예측 불가! 매 공연 때 마다 달라지는 공차기 장면! 스무 번 성공 할 때까지 공차기는 계속된다! 쭈우욱-.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4.27 / 조회 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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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영화 vs 연극, 명작 영화 ‘레인맨’ 무대 위로 다시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원작 깊이보기 : 영화 1988년 발표된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이듬해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과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수상한 웰메이드 히트작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남아있는 명작. 특히 더스틴 호프만의 자폐증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기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80년대 전형적인 아메리칸 찰리를 연기한 탐크루즈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형 레이몬드 역의 더스틴 호프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사랑과 형제애, 가족애, 나아가 더 넓은 의미의 사랑과 삶을 느낄 수 있었다. ◎ 원작 뒷이야기 : 이제는 말할 수 있다영화 제작을 앞두고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캐스팅은 미리 결정된 상태였지만, 감독이 누가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미정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브레스트, 시드니 폴락이 차례로 지명됐지만 결국 메가폰을 잡은 것은 베리 레빈슨. 그러나 감독 결정 후 영화 ‘레인맨’에게 남겨진 제작기간은 불과 2개월 이었다고 한다. 결국 오늘날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영화 ‘레인맨’은 고작 2개월 만에 ‘급속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 제작기간과 작품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원작자와 안면트기 : 영화 베리 레빈슨 감독1942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출생했고 아버지는 카페트 세일즈맨이다. 워싱턴의 아메리카대학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7년이나 학교를 다녔다. 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옥스퍼드 극장에서 연기 수업을 쌓은 뒤 텔레비전의 코미디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멜 브룩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사일런트 무비(76)’, ‘속 싸이코(78)’의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져스티스’와 ‘결혼하지 않는 커플(82)’은 부인인 발레리 커틴과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1982년에는 고향 볼티모어의 청춘 군상을 그린 반자전적 작품 ‘다이너’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1988년에는 월남전 당시 미군 방송의 DJ 이야기를 그린 ‘굿모닝 베트남’과 ‘레인맨’을 만들었는데, ‘레인맨’은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게 하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베리 레빈슨의 최근 작품으로는 ‘꿀벌 대소동(07)’, ‘왓 저스트 해펀드?(08)’가 있다.◎ 연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연극 MGM사의 유명 영화 ‘레인맨’은 연극으로 각색돼 이미 영국과 일본 관객들에게 검증 받은 바 있는 수작이다. 영국에서는 유명 헐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과 연기파 배우 아담 고들리가 각각 동생과 형으로 열연한 바 있다. 일본 버전의 ‘레인맨’ 또한 일본 열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일본의 인기배우 키이나 시페이가 동생 ‘찰리 바비트’ 역을 맡아 많은 여성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 오는 4월 24일부터 한국에서 초연되는 연극 ‘레인맨’ 역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버전의 캐스팅은 형 역에 영화배우 임원희가, 동생 역에 배우 이종혁이 낙점됐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무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14 / 조회 2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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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게 박수를] 어중간한 청춘들이 만드는 쌉쌀한 사랑 이야기
지난 2004년 초연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이 세 번의 재공연 이후 올해 다시 관객을 찾았다. 연극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달콤하고 씁쓸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연극은 새로운 무대와 연출로 단장,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무대다. 무대는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를 보듯 중심부분을 통과하고 있는 양면 객석. 배우들은 양쪽의 출입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양쪽 무대 기둥은 벤치로 변해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두서 없이 지나다니며 일상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관객 입장에선 가끔 배우들의 뒷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신선함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무대는 365일 중 하루를 나타내지만 이런 일상다반사 중에도 청춘들의 사랑은 있다. 그리고 역시 사랑은 쉽지 않다. 연극 배우인 석동은 같은 동료 배우인 선정을 오랫동안 짝사랑 하고 있다. 함께 햄릿과 오필리어를 맡았지만 오필리어 선정은 로미오를 잊지 못한다. 아직, 그녀는 오필리어가 아닌 줄리엣인거다. 햄릿은 줄리엣이 오필리어가 돼주길 바라지만 5년 동안 주변을 맴돌 뿐이다. 햄릿의 선택은 두 가지 인 듯 싶다. 줄리엣을 오필리어로 만들던지, 아님 자신이 로미오가 되던지. 무대와 객석을 허무는 일상, 그 속의 기발한 상상력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멋진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험난한 인생 굴곡을 겪은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 꼭 있을 법한, 내지는 내 자신이 그럴 법한 평범하고 어중간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오래 전 연인을 잃은 여자와 그 여자를 짝사랑 하는 남자, 예쁘지 않은 외모 탓에 유모만 맡는 조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들이 연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이 그들의 일상과 자유롭게 섞이면서 무댜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그들은 직접 노래를 부르고 군무를 만들어 내면서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들고 로미오, 줄리엣,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스는 그 속에서 새롭게 살아 숨쉬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화려하고 로맨틱하게, 햄릿은 파워풀하게 그려지고 때때로 극과 극 중 극은 혼재된다. 석동/햄릿 역에는 지난해 [나쁜자석]으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과 [멜로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조한철이 열연한다. 겉모습만큼 이들이 만들어 내는 캐릭터도 사뭇 다른 점도 재미있다. 선정/오필이어 역에 이진희가, 로미오/민호 역에는 정원조가 맡았다. 특히 지난 공연에서 선정 역을 맡았던 김은옥은 이번에 만년 유모역만 하는 복순으로 분해 코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줄리에게 박수를]은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년간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햄릿에게 박수를, 죽은 옛 사랑을 놓지 않고 있는 줄리엣에게 박수를, 그리고 주연인생은 꿈도 꾸지 못하는 만년 조연 복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아직 인생의 한 가운데서 이리 저리 흔들리지만 그래도 전진하는 청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2008.03.17 / 조회 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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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자석] 가슴 먹먹해지는 연극 한 편
세상을 살면서 타인과 섞이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인에 포함되기 위해 자신을 누르는 방법을 택한다. 연극 [나쁜자석]은 ‘타인(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앤’ 한 아이와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9살 배기 악동들. 이들 앞에 보통 9살 같지 않은 아이 원석이 나타난다. 복화술사인 아버지 밑에서 기가 죽어 자란 그는 보통 그 나이 때 아이보다 깊은 감수성과 글쓰기 감각을 지녔다. 원석은 무리의 대장 격인 민호의 호의로 이들 무리에 끼게 된다. 어느새 세월은 흘러 이들 넷은 고등학생이 되어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워낙 ‘다른’ 감성을 지닌 원석에 대해 불만을 품은 나머지 아이들은 그가 밴드에서 빠져주길 원하고, 원석은 폐교에 불을 지르고 사라진다. 그리고 또 십년 뒤, 각자 흩어졌던 세 명의 친구들이 다시 모인다. 원석이 남긴 동화를 출판하게 되면서 다시 만난 그들은 각각 다르게 원석을 기억한다. 연극은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난 친구들에 이어 바로 그들의 어린 시절을 비춰준다. 타임캡슐에 소중한 물건을 묻던 9살의 그들은 그저 아이였다. 하교길에 바닷가에서 놀며 만화영화에 열광하는 악동. 19살의 그들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자신과 다른 한 아이를 무리에서 빼고 싶어했고, 자신만의 비밀이 생겼으며 ‘한 사건’으로 인해 영영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29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서로 많이 다른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아킬레스건과 다름없는 오래 전 친구를 다시 화두에 올린다. 그리고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원석은 왜 자신의 몸을 절벽 아래로 떠밀었을까. 그는 단순히 사회부적응자였을까, 아님 천재 동화작가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그들의 어렸을 적 친구였을까. [나쁜자석]은 쉬운 연극은 아니다. 집중해서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야 하고, 자주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방심하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중을 배려하지 않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연극도 아니다. ‘우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더 넓게는 인간과 인간의 거리와 외로움, 기억에 대해 진지하게 말을 거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생명이다. 배우들은 9살 어린아이부터, 혈기가 넘치다 못해 과격한 19살 고등학생, 그리고 사회인이 된 29살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을 비롯해 정원조, 김동현, 곽자형 등 출연진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극 몰입도를 높여준다. 극 중 원석이 나래이션 하는 두 편의 동화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동화 속에 원석의 자아와 세계가 녹아있으니 눈 여겨 보는 것도 팁일 것.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진중한 연극 한 편으로 추천되는 연극이다.글 : 송지혜(song@interpark.com)
2007.11.06 / 조회 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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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접수할 감성별 연극 리스트
기간 : 오픈런 장소 : 대학로틴틴홀, 샘터파랑새 극장 등 특징 : 정신 없이 웃기는 힘. 대학로의 연극의 베스트셀러. 대학로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 받는 연극 중 하나다. 마치 미국의 시트콤을 보는 듯, ‘다다다’ 쏟아지는 대사와 엽기 시츄에이션, 거기에 꼬이고 꼬인 관계와 오해가 이 작품을 연극 최고의 스테디 셀러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스크린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제한된 공간에서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 재연에는 스크린보다는 무대가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1탄의 인기에 힘입어, 2탄과 3탄도 만들어졌다. 서울 대학로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아직도 저력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이다. 기간 : 9월 25일~ 11월 11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특징 : 2층 세트가 돌아가며 무대 앞 뒤 면을 볼 수 있다. 처절하지만 웃긴 무대 뒤 실황. [노이즈 오프]는 소위 말하는 액자구성을 취하고 있다. 연극 속에 또 다른 연극 ‘낫씽온’을 등장시켜 관객들은 한 번에 두 개의 연극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짜는 낫씽온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이 무대 뒤에서 벌이는 죄충우돌, 엽기 행각이다. 연극 낫씽온 공연을 하루 앞둔 날.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출연배우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테크니컬 리허설은 생략, 곧장 드레스 리허설에 들어간 상태다. 연극 낫씽온의 동선은 유난히 복잡해 배우들이 허둥대는 상태는 이미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 연출자는 한탄하듯 한 소리 내뱉는다. “나도 이 연극 왜 하는지 모르겠다구…”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막은 연극 낫씽온의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2막은 뒤얽힌 무대 뒤 상황, 3막은 이젠 막나가는 낫씽온 공연 장면을 볼 수 있다. 상황극의 최고봉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간 : 10월 18일~ 1월 3일 장소 : 상상화이트소극장 특징 : 엽기 정신병원 의사와 간호가가 벌이는 코믹시츄에이션. 소설을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폭소만발.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 ‘인터풀’을 원작을 한 코믹 연극이다. 정신병원 의사인 닥터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 이들의 공통점은 둘 다 엽기적이라는 것. 이들에게 뾰족한 것을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선단 공포증 환자이자 야쿠자의 중간 보스, 공주병에 도끼병 도우미 모델, 음경강위증에 걸려 항상 민망한 무역회사 직원이 찾아오는데… 천진난만하지만 엽기적인 의사와 이들은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될 것인가. 탄탄하고 기발한 스토리가 밑바탕이 되니만큼 폭소는 장담할 수 있다. 기간 : 9월 5일~10월 21일 장소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특징 : 외로운 이들의 격한 사랑 이야기. 가슴 한 켠이 시려진다. [미친키스]가 7년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천사의 발톱] 조광화 작/연출인 이 작품은 도시인들의 집착과 허무,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해 독백하듯, 소리치듯 진행된다. 극에는 5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흥신소에서 불륜을 캐는 남자와 그의 약혼녀,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떠는 여자와 그녀의 교수 남편, 그리고 몸을 팔아서라도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하는 아직 어린 여자. 이들은 모두 누군가와의 충만한 관계를 갈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등만을 바라볼 뿐이다.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김소현이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엄기준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불안한 장정이란 인물을 몸을 던져 열연해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기간 : 9월 6일 ~11월 4일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특징 : 불륜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장유정 작가의 감성 대사가 가슴에 꽂힌다. [멜로드라마]는 결혼 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말초적인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말초적이지 않다. 불륜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어느새 객석 군데 군데에서는 관객들이 눈물을 닦아내는 부스럭거림이 들린다. 단순하고 말초적인 불륜이야기를 벗어나 감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장유정 작가의 감성적이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대사와 배우들의 힘이 크다. 장영남은 [멜로드라마]의 극의 중심을 잡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버자이너모놀로그]로 연기력의 절정에 올라선 그는 이 작품에서 완벽주의자이지만 속은 여리고 여린 유경을 소화한다. 남편의 외도와 자신에게도 찾아온 사랑으로 혼란스러운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하지는 직접 확인하자. 기간 : 10월 20일 ~12월 25일 장소 : 두산아트센터 특징 : 네 남자를 통해 바라본 우정을 섬세하고도 판타지적으로 그려낸다. 올 하반기 기대작. 서로 가까워지려 하면 할수록 밀어내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자석’. 연극 [나쁜자석]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애려고 벼랑 끝에서 자신을 내던진 한 ‘나쁜’ 자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플래시백 기법, 극 중 극 두 편의 동화를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관계의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 특히 지난 2004년 [19 그리고 80] [햄릿] [썬데이 서울] 등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영민이 2년만에 [나쁜 자석] 민호로 등장한다. 우리’가 될 수 없기에 애틋하고 감동적인, 슬픈 판타지인 연극 [나쁜자석]. 올해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 중 하나다. 기간 : 10월 31일 ~11월 3일 장소 : LG아트센터 특징 : 셰익스피어와 영국 대표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 러시아 남성 배우들이 뭉친 세계적인 화제작. 2003년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이 데클란 도넬란을 초청해서 제작한 이 작품은 연출가의 명성과 무대, TV, 영화를 누비는 러시아 스타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런던 바비칸 센터, 뉴욕 BAM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등 세계 전역에서 초청받으며 극찬 받고 있는 연극. [십이야]는 풍랑으로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 중 여동생이 공작을 사랑하여 ‘남장’을 하고 벌어지는 사랑의 소동을 다루는데 개성 있는 인물들과 스토리가 주는 희극적 묘미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에서도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도넬란은 여기에 모두 남성 배우들만을 기용해서 등장 인물들의 성적 정체성을 한 번 더 뒤트는 기지를 발휘한다. 또한 도넬란 특유의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펼치는 러시아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리듬감 넘치는 보사노바풍의 라이브 연주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자아낸다. 기간 : 9월 4일 ~11월 30일 장소 : 아츠플레이씨어터 특징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대한 이야기. 알콩 달콩 잔잔한 재미가 쏠쏠하다. 남 : 이번 크리스마스 때 뭐 하세요?여 : 저…..성당가요. 연극 [그남자 그여자] 중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의 대화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다. 뭔가 복잡미묘 하지 않은가. 남자는 생각한다. ‘당연히 나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 성당이라니?’ 그런데 여자도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스케줄 다 짜놓고 어디서 보자 해야지 그날 뭐 하냐니? 그럼 약속 없다고 대답할까?’'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왜 불티나게 팔려나갔는지 이해가 간다.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을 하려 하니 오해나 서운함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연애 파노라마를 두 쌍을 커플로 요목조목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여자와 남자가 처음 서로를 발견하고 호감을 느낄 때의 설레임, 첫 데이트, 그 이후 이어지는 거침없는 닭살 행동들, 그리고 권태기와 결혼 문제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펼쳐진다. 이제 막 사랑을 키워나가는 연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작품. 기간 : 8월 31일 ~11월 30일 장소 : 인아소극장 특징 :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때 묻지 않은 사랑 이야기. 인기 만화 인터넷 만화 원작으로 등장인물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크다. 인터넷 만화 ‘순정만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연극, 한번쯤 볼만한 작품일 것이다. 원작자 강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며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스토리가 펼쳐진다. 만화나 책이 원작인 경우, 상상만 하던 주인공들의 실물이 연극 무대에서 직접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31살의 연우와 고등학생 수연, 옛 사랑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하경과 그녀를 사랑하는 강숙의 순수한 러브스토리가 따뜻하게 이어져 훈훈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기간 : 8월 28일~ 11월 25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특징 : 검은 옷을 입을 여인이 주는 스산함. 2007년 하반기를 채우는 공포 연극.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 수년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중년의 아서 킵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보여주기로 한다. 이를 위해 젊은 연극 배우를 고용하고 그와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우먼인블랙]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현재까지 18년째 공연돼고 있으며, 6000회 이상 공연, 3백만 관객을 돌파한 스테디셀러다. 2명의 배우가 극 중 극 형식으로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펼쳐 논다.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여인과 저택, 그리고 패기 넘치는 젊은 변호사.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까? 두 배우의 숨막히는 연기와 조명, 음향이 스산한 가을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 기간 : 9월 1일~ 11월 11일 장소 :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특징 :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쳐라. 긴장감과 스릴, 코믹이 어우러진 대학로 대표 수작.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으로 더 잘 알려진 연극 [날보러 와요].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이 넘치는 연극으로 대학로 관객들을 발길을 끌어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그 스산함은 좀 더 무겁고 축축하다.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한 여록 악화와 상부의 압박, 언제 다시 살인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대는 긴장감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생각치 못한 곳에서 유머가 터져 공연 내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10.05 / 조회 12,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