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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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계 대표 예술가 8인 뭉쳤다…‘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 첫 선
우리나라 연극·무용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와 안무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오는 9월 4일부터 10월 7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해외에서 이미 호평을 받았던 국내 초연 연극 4작품과 무용 4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초심 찾기 위해 기획한 ‘베스트 앤 퍼스트’
“예술혼 담긴 정극, 무용 살아있어야”
지난 2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베스트 앤 퍼스트'의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장계환 극장운영부장은 “초심을 찾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운영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 있어 혼란스러웠던 점이 많았다. 이번 기획을 통해 초심을 찾고 정극, 창작 초연 무용 중심의 극장으로 돌아가겠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로가 대중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상업적으로 전도된 측면이 있다. 대학로는 예술혼이 담긴 무용과 정극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 '베스트 앤 퍼스트' 포스터 ◀
이번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에서는 손진책, 최용훈, 제임스 전, 박호빈 등 세대를 넘나드는 8명의 연출·안무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장 부장은 “공연예술계에서 앞선 세대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젊은 세대가 한 공연장에서 각각의 작품으로 현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들을 섭외했다”며 “세대 간의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함께 작품을 통해 시선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호평받은 연극 4편 국내 초연
현재 ‘우리’의 이야기 담아내다
‘베스트 앤 퍼스트’를 통해 소개되는 연극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해외에서 이미 선보인 작품이다.
▶ 손진책 연출 '돼지우리' ◀
먼저, 남아공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돌 후가드의 작품 ‘돼지우리’(9/8~22,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을 탈출해 수십 년 간 돼지우리에서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놀보가 온다’ 등 주로 정통 연극의 현대화에 앞장섰던 극단 미추의 대표 손진책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완규·고수희가 출연을 확정지었다. 손 연출은 “’돼지우리’의 핵심은 두려움”이라며 “각자 우리는 어떤 돼지우리에 살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영국 연극의 미래라 불리는 알리스테어 맥도웰의 작품 ‘엑스(X)’(9/14~3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극단 작은신화를 30여 년 넘게 꾸려가고 있는 최용훈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연락이 끊긴 탐사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 속에서도 고립된 인간의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최 연출은 “X라는 제목은 부정, 지운다는 의미뿐 아니라 길찾기에서의 지역 표시, 여성 염색체 등 다양한 뜻을 포함하고 있다”며 “일그러진 시간과 혼재된 기억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극작가 롤란드 슘멜페닉의 ‘아라비안 나이트’(9/4~9/16,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 전인철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베를린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아라비아 사람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극작과 다른 방식으로 판타지를 더한다. 전 연출은 “자연스러운 무대 관습을 벗어나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연극 ‘크리스천스’(9/27~10/7,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신학도 출신의 미국 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집필한 작품으로, 극단 청년단 대표 민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대형 교회를 배경으로 한 목사가 복음을 전파하며 벌어지는 혼란과 균열을 다룬 이 작품은 공동체의 신념과 인간 사이의 거리에 대해 논한다. 민 연출은 “세대와 세대, 정부와 시민 등이 갈등하는 요즘 시대에서 각자의 거리를 좁혀 나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표 무용가 4인
각기 다른 개성 담은 신작 선보여
한편, 무용 부문에서는 4명의 안무가가 참여해 각자 다른 개성으로 무대를 그려낸다.
▶ 제임스 전 '포스트2000 발레정전' ◀
발레의 대중화에 힘쓰며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했던 제임스 전은 신작 ‘포스트 2000, 발레정전’(10/4~5,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으로 무대를 꾸민다. “발레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준비했다”는 제임스 전은 총 2부로 나누어 60여 년의 발레 인생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2016년 댄스씨어터 까두 해체 후 작업 방향을 바꿨던 안무가 박호빈은 산티아고 순례의 여정을 담은 신작 ‘마크툽’(9/29~3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무대에 올리고, 뮤지컬 ‘꾿빠이, 이상’의 안무에 참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과감한 작업을 시도했던 예효승은 신체에 내재된 감각을 춤으로 일깨우는 작품 ‘오피움’(10/5~7,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선보인다. 또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안무가 이재영은 세상의 모든 구조를 움직임으로 담아낸 ‘구조의 구조’(9/8~9,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를 선보인다.
‘현재’를 바라보는 연출가, 안무가들의 시선이 담긴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는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PRM 제공
2018.08.23 / 조회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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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감행’ 여배우 넷…비구니 삶 유쾌하게 그린다
극작가 이만희의 신작
연극 ‘가벼운 스님들’
내달 11일 알과핵 개막연극 ‘가벼운 스님들’ 출연진(사진=코드이엔).[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기고수 내공백단의 걸크러시 넘치는 여배우 군단이 나타났다. 연운경·박현숙·강애심·이선주 등 네 명의 여배우들이 스님으로 등장하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연극 ‘불 좀 꺼 주세요’ ‘돌아서서 떠나라’ 등을 쓴 극작가 이만희와 연출 최용훈이 함께 하는 신작 ‘가벼운 스님들’이다. 연극 ‘가벼운 스님들’은 2018년 1월 11일부터 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극은 절 봉국사에서 사는 진지하다 못해 지루한 스님의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극작가 이만희매표소만 지켜야 하는 중노릇에 속이 상한 우남스님과 권력자 총무스님, 눈치백단 원주스님과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남다른 지월스님까지들이 모인 절 한 가운데 누군가 무덤을 만들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칫 낯설고 딱딱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극작가 이만희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정감있는 캐릭터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TV드라마와 연극,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 여배우 중심의 작품을 만나보기 힘든 최근 연극계에서 드물게 여성 배우 4인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여기에 배우 최광일이 함께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비구니 역할을 위해 일부 배우들은 직접 삭발을 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연극 ‘가벼운 스님들’은 2018년 1월 11일부터 2월 4일까지 공연한다.연극 ‘가벼운 스님들’ 포스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11 / 조회 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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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비하인드' <차이메리카>에 대한 이야기다.
고공 성장에 불안해진 경제 안정을 호소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천안문 광장. 그곳을 진압하기 위해 진격하던 탱크 앞에 검은 봉지 두 개를 양 손에 쥔 사내가 선다. 당시 소련(현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의 방문으로 각국 취재진이 중국에 몰려온 상태. 뜻하지 않게 벌어진 천안문 사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사내가 막아선 탱크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다. 이 모습을 목격한 사진 기자 조 스코필드도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는 천안문 사태를 기록한 다양한 영상, 사진들 중 가장 유명한, 일명 '탱크맨'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진 속 남자는 누구이며, 사건 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들고 있던 봉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를 궁금해하는 미국 사진 기자 조 스코필드의 탱크맨 추적 과정을, 작품은 따라가고 있다. 제목 '차이메리카'는 중국(차이나)과 미국(아메리카)의 합성어로, 중국과 미국이 상호 협력과 의존 관계를 통해 현재 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임을 가리키며 2007년 국제 경제 정책 학술지에 등장한 단어이다. 이를 공연명으로 했으니, 작품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1989년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중국의 눈부신 성장과정을 한 남자의 역사를 통해 밝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호기심 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서의 성공에도 뜻을 더해 시작한 조 스코필드의 추적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무참히 희생된 중국인들, 자본과 권력의 노예가 된 언론인들, 중국과 미국의 정치 헤게모니 싸움 등 '차이메리카'의 어두운 이면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조 스코필드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중국인 지식인 장린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로 관객들을 이끄는 핵심 견인차다. 뜨거운 교육열을 보이고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경제 대국으로 솟아오르려는 중국의 실상이 곧 장린임과 동시에 그는 감시와 검열, 소외와 희생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장린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면면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것 역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은 이렇게 그늘진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 극치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면서도 2011년 일어난 월스트리트 시위에 참가하는 심리 분석가 테사 켄드릭을 통해 작가는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고자 한다. 시공간을 폭넓고도 밀도 높게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작가 루시 커크우드는 7년 간의 준비 끝에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에 시류와 관점들이 촘촘히 녹아 있어 집중을 잃지 않고 곱씹으면 관극의 묘미가 더욱 커진다. 지적인 작품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비유와 블랙 유머들을 국내 관객들이 쉽게 느낄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다행히 작품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막힘 없는 빠른 전개로 관객들을 무대 위로 빨아들이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이 넓게 활용되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극중 시공간을 사각 회전 무대로 분리했지만 한국에서는 무대 위에 넓게 펼쳐내어 미국과 중국, 과거와 현재의 공간으로 구분해 전개한다. 공간 활용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극 초반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고 집중력을 흐릴 수도 있겠다. '예외'를 주제로 두산아트센터가 선보인 작품이나,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우리 역시 여전히 '예외'의 존재라는 것에 씁쓸한 여운이 제법 오래 간다. 공연은 오는 5월 16일까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5.04.23 / 조회 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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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가게 ①] 문종원의 곱창집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일도 하고 식욕도 채우고픈 플레이디비 기자들이 얄팍한 꼼수를 부려 기획한 [배우의 가게] 배우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맛난 음식을 소개하고 (운 좋으면) 사장님 인터뷰도 진행하는 일타쌍피 기획.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최근 에서 1만 4천년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종원이 형과 운영하고 있는 곱창집이다. 한 때 기자는 직장 동료들과 서남부파(경기 서남부 지역에 사는 곱창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어 생일이든, 월급날이든, 환송회든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 곱창집을 다녔다. 물론 이유 없이 가는 날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서남부파들이 모이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금정, 산본을 시작으로 회사 주변의 교대, 서초, 신사 등 맛있다고 소문난 집의 맛을 검증하기 위해 퇴근 후 경건한 마음으로 곱창 순례길에 올랐다. 칠산목장과의 첫 만남도 그렇게 서남부파의 곱창 순례길 중에 필연적으로 이루어졌다. 등에 출연하며 선 굵은 외모와 목소리 덕에 강한 이미지의 배우로 인식되는 문종원. 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그의 애칭은 ‘문곱창’이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칠산목장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칠산목장은 이미 배우들과 팬들뿐만 아니라 기자처럼 곱창 마니아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가게를 방문하기 위해 예약을 하면서 사장님에게 반신반의하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실제로 문종원이 나와 기자를 맞이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사업자등록증에 이름만 올린 바지사장(?)이 아닐까 하는 의혹은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본업은 뮤지컬배우, 밤에는 곱창집 사장님그는 두 살 터울의 친형과 무용을 하는 지인과 힘을 모아 2년 전 곱창집을 열었다. 하고 많은 음식 장사 중에서 “왜 곱창이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고기 마니아이며, 그 중에서도 곱창을 가장 좋아한단다. 칠산목장의 큰 사장으로 불리는 문종원의 형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쉐프 출신으로 칠산목장의 모든 맛을 책임지고 있다. 곱창에 시즈닝(향신료와 허브 등을 첨가하여 향과 맛을 증가하도록 양념하는 것)을 가미해 냄새를 없애고 오히려 곱창의 풍미를 진하게 살렸다. “곱창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더 낮아요. 특히 양은 ‘완전식품’이에요. 다이어트에는 최고죠.”라며 차분히 곱창에 대해 설명한다. 공연이 없을 때는 되도록 자주 나오려고 노력한다는 문종원은 오픈 당시만 해도 장기공연 중이었지만 3개월 간은 공연이 끝나면 꼭 들렀다고 한다. “이 곳은 흥겨운 곳이에요. 친구들을 만나고, 손님들을 마중하고, 되게 재미있어요. 처음에 가게 오픈했을 때 엄청 긴장했어요. 나는 맛있는데 손님들은 뭐라고 이야기할까? 두근두근 마음을 졸였어요.”라고 덧붙인다. 곱창의 생명은 곱, 못 잊어 이 맛!큰 사장님과 문종원의 강력 추천 메뉴는 바로 곱창구이. 가게에서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것이 역시 이 곱창구이다. 늦게 오면 못 먹는다. 큰 사장님은 “다른 메뉴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도 우리 집처럼 곱이 꽉꽉 들어간 곱창은 만나기 어려울 거에요.”라며 활짝 웃는다. 고소한 곱이 그대로 살아있는 곱창은 노릇노릇하게 구워 그냥 먹어도 맛있고, 곱창과 환상의 짝궁인 부추를 올려도 먹어도 맛있다. 초심자들의 곱창 입문 코스이 곳에 와서 곱창과 연을 튼 사람도 많다. 의 외국 스텝들은 현지에서는 소 내장을 먹지 않아 곱창을 처음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이 맛을 절대 잊지 못 할거야.”라고 외쳤다고(웃음). 이 곳의 곱창은 곱이 가진 특유의 거북한 냄새를 지웠기에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의 입도 쩍하고 열리게 한다. 맛과 분위기 등에 민감한 여성 손님들도 이곳에는 특히 많다. 스타들의 곱창 사랑 오픈 초창기 조승우는 이어폰을 끼고 혼자 와서 자주 먹고 갔다. 가게 한 쪽에 그의 지정 자리가 있을 정도였고, 에서 매력적인 타페 수상을 연기한 김성민 또한 칠산목장의 영업이사로 불리며 자진해서 가게 홍보에 열을 올렸고, 지금도 여전히 제 집처럼 드나든다. 최근 에서 활약 중인 고창석은 딸과 함께 자주 온다.칠산목장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며 일요일은 휴무다. 기다리지 않고 먹으려면 예약은 필수. 위치는 9호선 신논현역 7번 출구로 나와서 200미터 직진. 가끔 운 좋으면 문종원을 비롯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디자인: 카투니스트 괭씨, 정혜린(hyelin@interpark.com)
2015.02.04 / 조회 2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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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거짓? 1만 4천년을 산 남자의 이야기 <맨 프럼 어스>
무수한 죽음과 폭력으로 점철된 인간의 역사를 1만 4천년간 그대로 목도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에게 남은 희망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연극 가 지난 6일 개막했다. 의 제작진은 개막 당일 공연에 앞서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는 역사학 교수인 존 올드맨이 동료 교수들에게 자신이 1만 4천년간 죽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벌어지는 논쟁과 반전의 결말을 담았다. 처음엔 존의 이야기를 믿지 않던 교수들은 생생하고 논리 정연한 존의 회상을 들으며 점점 혼란에 빠진다. 2007년 상영된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배우 이원종이 제작을 맡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기획했고, 여기에 배삼식 작가와 최용훈 연출이 합류했다. 주인공 존 역에는 의 문종원과 의 박해수, 육아버라이어티 에 출연 중인 여현수가 캐스팅됐고, 제작자 겸 배우로 나선 이원종을 비롯해 드라마 에 출연하고 있는 최용민, 의 손종학, 김재건, 서이숙 등 TV와 영화, 연극을 오가며 활약 중인 중견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프로듀서로서 첫발을 뗀 배우 이원종은 “7년 전 이 작품을 보고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에 나섰다”고 전했다. “어제 저녁 리허설을 끝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해주실지 긴장감과 불안감이 교차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힌 그는 “여러 캐스팅 별로 최대한 많이 호흡을 맞춰보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연을 믿고 봐줄 것을 청했다. 등에 이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최용훈은 “이렇게 신뢰가 가는 많은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도중에 빠질 수가 없기 때문에 각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연륜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기 위해 이원종과 삼고초려를 하기도 했다”며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최용훈 연출에 따르면, 연극 는 동명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결말로 끝난다. 최 연출은 “영화에서처럼 효과적인 촬영기법이나 미장센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존이 1만 4천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에 진실성을 보태기 위해 작가와 함께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하며 “존은 무한한 삶을 가졌지만,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계와 추억을 갖지 못한다. 그런 존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용훈 연출, 이원종 프로듀서주인공 존 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존의 인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종원은 “존이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고, 현재 에도 출연하고 있는 박해수는 “존이 갖고 있는 매력은 진실함이다. 의 피조물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서 진실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효숙, 이주화와 함께 미술사 교수 이디스 역을 맡은 서이숙은 "이 연극은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많은 배우들이 지난 몇 개월간 연습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래서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각별한 소감을 전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매일 술을 사주겠다는 이원종의 말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대연은 “1만 4천년동안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며 살아온 존은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인간의 선의에 대한 존의 믿음이 우리를 설득시킨다. 지적인 매력이 크고 함께 하는 멤버들이 좋아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연은 이원종, 손종학과 함께 인류학 교수 댄으로 분한다. 이외에도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주연이 이날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원종의 제안으로 연극에 데뷔하게 된 주연은 "영화와 대본을 봤는데 내용이 어렵더라. 그래도 샌디라는 역할이 너무 좋아서 꼭 해보고 싶었고,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는 내년 2월 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07 / 조회 18,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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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맨 프럼 어스’, 열기 후끈 연습 현장사진 공개!
연극 ‘맨 프럼 어스’가 오는 11월 7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한다.작품은 7월 4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연습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주인공 ‘존 올드맨’으로 분해 연습에 한창인 문종원, 박해수, 여현수의 모습이 담겼다. 김재건, 최용민,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 서이숙 등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들도 연습현장에 함께했다.배우 문종원은 “관객 분들을 만나는 시기에는 정말 좋은 밀도로 작품이 완성될 것입니다. 어떤 때는 섬뜩하고, 또 때론 가슴 뭉클하고,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공연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라며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배우 박해수는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놓치시면 굉장히 후회할만한 작품이라고 선뜻 말씀 드릴 스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연극 ‘맨 프럼 어스’는 한국에서 세계 초연된다.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세턴어워즈 올해의 필름상’을 수상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존 올드맨’이 스스로를 1만 4천 년을 살아온 불멸의 사람이라고 밝히며 시작된다. 무대에는 문종원, 박해수 김재건, 최용민, 이대면, 이원종, 손종학,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 정규수, 한성식, 조경숙, 이영숙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주연(애프터 스쿨), 박지나, 강하람, 정구민, 오근욱, 백철민 등 신예 스타들도 합류한다. 김유라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드림컴퍼니
2014.11.04 / 조회 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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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럼 어스> "모든 배우들이 단번에 출연 오케이"
"구석기 후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문종원의 질문이 사뭇 의미심장하다. 일회적이며 유한한 생명이 아닌 무한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연극 의 출발지점이 바로 거기이다. 2007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The Man From Earth)가 세계 초연 무대가 될 한국 공연을 앞두고 13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는 주인공 존 올드맨이 10년간 머물던 지방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나며 가진 동료 교수들과의 송별회 자리에서 자신이 1만 4천 년을 살아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되는 치열한 혼란을 담고 있다. 존의 말을 믿지 않는 동료들이 각자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것은 빈틈없이 논리적인 존의 대답들이다. 저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믿어왔던 것들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과 마주한다면, 인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또 거부하게 될까. 배우이자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로 나서는 이원종은 "최근 상식들이 무너져가는 일들이 많아 내가 가진 상식이 과연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근원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바로 이번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로 50세가 되었는데 배우로서 이 나이를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서 단지 교훈적인 메시지 전달만을 위해서 이 작품을 택한 것이 아님을 역설하기도 했다. "출연 배우들이 한번 등장하면 끝까지 퇴장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많은 배우들이 펼치는 서로간의 앙상블을 관객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존 올드맨 역을 맡은 여현수, 문종원, 박해수(왼쪽부터)그가 말하듯 이번 작품에서는 대학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데 모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존 역은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는 여현수를 비롯, 등에 출연한 문종원과 현재 에서 주역을 맡아 활약 중인 박해수가 트리플 캐스트로 나선다. 존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각 분야의 교수들로는 약 1년 만에 연극 무대를 다시 찾는 서이숙을 비롯해 손종학, 이대연, 최용민, 김재건, 정규수, 한성식 등의 배우들이 맡아 활약할 예정이다. 이원종은 "이 모든 배우들과 두 번 이야기한 적 없이 모두가 한 번에 출연 오케이를 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원종과 극단 미추에서 함께 연기했으며 현재까지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서이숙은 작품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프로듀서 및 배우로 활약하는 이원종(왼쪽)과1년 만에 연극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서이숙"작품 속에 논쟁거리가 분명히 있지만 연극을 통해서 사회를 직시해 보자는 평소 나의 생각과 잘 맞았다."는 서이숙은 "특히 내 역할이 논쟁의 중심을 건드릴 수 있지만, 인간 모두가 나약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누구나 끈 하나씩을 잡고 있지만 그것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 특히 현 대한민국 사회 속 종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 데뷔를 앞둔 여현수는 "작품 제의를 받고 어떻게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왔는지 의문이 들었을 정도로 내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을 한다."며 벅찬 출연 소감을 풀어놓았다. 무대에 아직 서진 않았지만 연습을 하는 지금이 "연기자로서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다. 각색은 등의 배삼식 작가가, 연출은 등을 연출한 최용훈이 맡았다. 황당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철학적인 논리와 과학적인 지식이 얽힌 토론의 향연이 무엇보다 이 작품의 묘미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는 오는 11월 7일 대학로에 위치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막을 올려 내년 2월 말까지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13 / 조회 14,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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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없는 <돐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꿈을 잃어버린 386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이 대학로에 다시 올랐다. 30대 부부의 딸 아이 돌잔치 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지호와 정숙은 잔치 내내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고, 모인 친구들 역시 술과 화투로 시간을 때워 분위기는 삭막하기만 하다. 신경전을 벌이던 이들은 마침내 잔칫상을 엎고 부부의 칼날 같은 대화 속엔 꿈과 희망을 잃고 세상에 찌든 30대의 패배감이 폭발하듯 터진다.은 2001년 초연돼 제10회 대산문학상 수상, 2002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베스트3 연극, 2002년 동아연극상 작품상ㆍ연출상ㆍ연기상 수상작으로 작품성에서 호평 받은 연극. 이번 무대는 길해연, 홍성경, 서현철 등 초연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크다. 연극 은 6월 3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돌잔치 준비 중 지친 몸 술로 달래는 주부 정숙(홍성경) 이혼한 여자, 가정에 지친 여자 "우리에게도 꿈이 있었는데" 아이 없이 술과 화투판만이 있는 잔칫집 "술이 모자라잖아, 넉넉하게 왜 준비 못해?" 한쪽은 다단계, 한쪽은 술판 돈 문제, 아이 문제. 갈등 폭발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6.09 / 조회 1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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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의 추억>으로 극단 작은신화 25주년 기념공연 시작
1986년 창단 후 왕성한 공연을 이어온 극단 작은신화가 25주년을 맞아 창작극 을 시작으로 총 4편의 기념 공연을 연이어 무대에 올린다.
장성희 작, 최용훈 연출로 오는 26일부터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은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창작팩토리 독회와 시범공연을 거쳐 우수작품 재공연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작품.
평범한 중년의 여고동창생 4명이 부자인 한 친구의 집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아줌마 수다가 아닌, 현 사십 대가 처한 도덕적 붕괴와 현실에 대한 환멸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겠다는 시도이다.
등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서이숙을 비롯, 박남희, 송현서, 김정영, 최현숙 등 연기파 여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6월 3일부터는 2001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120%를 기록한 이, 6월 23일부터는 빼어난 2인극이라는 평가를 받은 , 7월 15일부터는 1993년 초연 후 1999년 뮤지컬로도 공연된 가 공연 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2011.05.24 / 조회 16,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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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남산예술센터 ‘공동연작 프로젝트’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는 2010 하반기 두 번째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연극 ‘공동연작 프로젝트’를 올린다. 연극 ‘공동연작 프로젝트’는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개관작이었던 ‘공동창작 프로젝트-오늘, 손님 오신다’에서 보여줬던 공동창작 형식의 또 다른 시도로, 올해는 장성희, 김명화, 김민정 세 여성작가의 밀도 있는 시선과 중견 연출가 최용훈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흔적을 담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3명의 여성 연출가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와 흔적들을 돌아보고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해보고자 하는 시도다. 독립된 세 개의 작품이 연작 형식으로 올려진다. 장성희 작가는 역사 속에 묻힌 동백림 사건(1967)을 한국판 ‘세 자매’ 이야기로 풀어내고, 김명화 작가는 술집을 배경으로 전쟁, 군대 이야기를 비롯해 남성들이 이끌어 온 예술, 교육 등현대 한국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그리며, 김민정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피랍사건을 통해 국외 전쟁을 대리 수행하는 한국의 위상, ‘선교’의 명목으로 진행되는 문화침투에 대해 다룬다.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 중심으로 흘러온 역사를 되돌아보는 ‘공동연작 프로젝트’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현대사의 흔적들이 현대의 일상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담론의 장을 형성해보고자 기획됐다. 연극 ‘공동창작 프로젝트’는 연극 ‘세자매 산장’, ‘너의 왼손’, ‘냄비’ 등 총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오는 11월 8일부터 11월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02 / 조회 1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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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희망고문의 최후는?
꿈이 없다 질책하지 마라. 그 사람에게 섣불리 꿈을 제시해 주려 하지 마라. 그리고 무엇보다, 그 꿈으로 상대를 인도하지 않은 채 돌아서지 마라. 타인은 너무 쉽게 나에게 드높은 하늘을 보여주지만, 견뎌낼 수 없는 폭우와 번개가 그 안에 있을 수 있음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때론 꿈이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꿈이 헛됨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일 지도 모른다. 엔 꿈을 가진 두 사내가 나온다. 유려한 말솜씨와 두터운 뻔뻔함으로 온몸을 무장한 도서영업사원 양상호(임형택 분)는 어수룩한 만화가 김종태(김문식 분)의 집에 들어오는데 성공한다. 전문가들의 검증된 지식이 올 컬러 사진과 함께 수록된 백과사전을 기어코 파는 것이 그의 역할이자 오늘의 꿈이다. 만화가 김종태는 번번이 뺀질뺀질한 판매원에게 당하고만 있다. 잠시 화장실만 쓰겠다는 사람이 거실에 주저 앉아 철 지난 백과사전을 싸다고 할 수도 없는 특별세일가로 주겠다며 계약서를 들이 밀자, 가만히 서명 난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여기까지 보면 영리한 영업의 달인이 어떻게 희생양을 요리하는지 보여주는 영락 없는 한 편의 재간극이다. 하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가정식 백반 요리를 배우고 있다는 만화가가 판매원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권유하면서 수줍던 그의 꿈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가정식 백반의 맛은 어떨까. 대체로 간이 싱거운가, 혹은 국의 건더기를 좀 더 크게 썰어 넣는 것인가.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평범함을 좇아 온 시간들. 만화가의 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빈 손의 그가 희망의 이름으로 내 달리기 시작했던 출발선에서 영업사원은 무엇을 했는가. 선함을 가장한 희망고문의 최후를 그는 예상이나 했을까. 흔히 ‘밀도 있는 2인극’이라는 수식어에 따라붙는 ‘무대를 짓누르는 무게감’은 이곳에 없다. 쉬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쏟아내는 영업사원의 언변에 관객들도 휘둘리며 웃기에 바쁘다. 순간 넋을 놓고 있었다면 뒤통수를 치는 찌릿한 결말에 더욱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한 문장도 빠짐 없이 존재의 이유를 갖고 둘의 입을 오가는 대사는 이렇듯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두 남자는 2인극에서 배우의 역량과 호흡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질질 끌리는 정장 바지와 불룩 나온 뱃살도 극 몰입에 한 몫을 한다. 작지만 대단히 알차다. 지난 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빛을 내어, 올해 벌써 두 번째 공연이다. 오랜만에 소극장을 꽉 채운 뿌듯한 무대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2010.07.20 / 조회 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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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잔혹한 출근, 연극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
영리한 영업사원 vs 순진한 만화가혼자 사는 자취생들은 ‘집밥’이 그립다고 말한다. 집에 사는 친구들은 ‘집밥’이 거기서 거기라고도 한다. 누구의 말도 틀린 게 없다. 연극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가족이 없어 단 한 번도 ‘가정식’을 먹어본 적 없는 주인공 만화가의 눈물겨운 자기주장법이 담겨있다. - 지독히도 외로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 집이든 차든 우리는 뭐든 크게 갖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사람들은 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것이 일생의 목표가 됐고,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닥치고 자기계발에 열중이다. 딱 휴대폰 기종만큼의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아웅다웅 더 많이 가지려고 움켜쥐는 세상, 친구 하나 없이 소외되고 불쌍한 만화가 한 사람이 무대에 등장한다. 꼬라지부터 심상치가 않다. 결벽증이 있는 듯 깨끗한 상을 닦고 또 닦는가 하면 탁자 위에 놓인 책의 모서리를 기준으로 규격을 맞춘다. 소파 밑에 떨어진 로봇인형과는 심지어 대화까지 나눈다. 벨을 눌러도 사람이 살지 않는 척, 짐짓 숨을 죽이고 제 할 일을 하는 만화가는 우리 시대 소외된 인간형을 나타낸다. 그는 봉사활동을 나온 교회 형의 말 한마디에 훌륭한 만화가가 될 것을 결심한다. 성공한 만화가가 되어 형 앞에 짠! 하고 나타날 그 날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요지부동 좀처럼 만화책이 팔리지가 않는다. - 선의의 거짓말, 희망은 절망이 된다 백과사전을 판매하기 위해 영업사원은 만화가의 비위를 맞춰주고 띄워주느라 정신이 없다. 온갖 감언이설로 만화가를 꼬신다. 딸린 처자식만 없었더라도 하고 싶은 만화를 그리며 살았을 영업사원은 이젠 이 일이 생활이 되어버렸다. 자칫 교활해 보이고 영악해보이기까지 한 영업사원이지만 그도 먹고 살기 위해, 죽지 못해 한다.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만화가는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 관객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둘의 관계를 지켜본다. 만화가를 설득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만화가는 영업사원에게 함께 점심 먹을 것을 권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아원 출신인 만화가 역시 그랬다. 어느 날 고아원을 찾아와 ‘너 그림 정말 잘 그린다’는 말 한마디에 희망을 갖게 된 만화가는 그러나 그 순간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만화책이 팔리지 않은 것도, 훌륭한 만화가가 되지 못한 것도, 무심코 던지 선의의 거짓말도, 누군가를 탓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화가는 단지 사랑이 필요했을 뿐이다. - 낡은 소극장, 혜화동1번지 1시간 2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좁은 소극장을 빠져나오면 엉덩이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다. 공연하는 소극장이 혜화동1번지만 아니었어도 당장 불만을 터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돼있지 않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혜화동1번지를 찾는다. 오랜 시간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해온 작품들이 소극장의 낡은 외모만큼이나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브랜드 가치를 의미한다. ‘왜 안 바꿔?’가 아니라 ‘여기는 원래 이래’하며 너그럽게 웃어주는 것, 역사에 동참하는 것, 그것이 혜화동1번지를 찾는 매력 중에 하나다. 언젠가 혜화동1번지가 ‘쌔끈’하게 리모델링을 한다고 나선다면, 대학로를 찾는 발걸음이 조금은 서운해질게 분명하다. 연극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6월 20일까지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1 / 조회 1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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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나를 뒤흔드는 위태로운 관계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엄마가 딸에게 하는 이 이야기에는 불편한 의미가 더해져 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그 일을 엄마의 의지대로 처리하겠다는, 평생 자신을 무겁게 짓눌렀던 그 의미를 딸 에이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눈에 반해버린, 좀처럼 넘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잡기 위해 딸은 저항한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엄마와 시작한 것이다. 속 사랑은 위태하기 그지 없다. 자신만만함 속에 불안함이 쉬지 않고 도사린다. 뱉어버린 말과 행동 속에는 언제나 후회가 머뭇거린다. 잘 생겼지만 고아이며,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야망을 가진 자신만만한 청년에게 딸이 푹 빠졌다는 사실에 만세를 외칠 만한 엄마는 없을 것이다. 에스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딸이 그 놈팽이(?)가 원하지도 않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게다가 방송과 영화의 힘을 내다 본 그 청년은 에스메가 일생 동안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거룩하게 지켜온 연극 무대를 두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로써 는 뜻이 다른 모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신구의 대립,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흐름에 시선을 두며 이야기의 너비를 확장하고 있다. 연극 배우인 에스메의 고집, 허영, 그리고 현실 회피와 동반되는 자기 확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무대에 서개 한 원동력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보란 듯이 이뤄내는 사위의 모습에 어리석은 노배우의 단면을 비추는게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아니 세 사람은 서로에게 늘 상처를 내게 했던 불편한 논쟁 속에 깔려 있던, 근원의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해결은 아니다. 머뭇거리던 악수의 손이 이제 막 나가게 될 지 기대를 해 봐도 좋을 단계. 이름만으로 작품을 믿게 만드는 배우들이 모였다.(하지만 작품 역시 배우들을 살리고 있다.) 윤소정은 여전히 뜨겁게 매력적이었으며, 김영민과 서은경은 인정 받는 젊은 배우의 열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극 배우나 연극을 더욱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심히 동감할 구절들이 많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감탄은, 거룩한 세례 의식과 같았던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을 이룰 것이다. 연극이 여전히 무대와 관객을 정화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이곳에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여유 작 제공
2010.02.16 / 조회 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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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치열한 심리극 "당신은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연극 [다우트]는 이와 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흔들리다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의심’이라는 것은 잡초처럼 질기고 강해서, 사그라 들었다가도 다시 뻣뻣이 살아나 활개를 친다. 사람을 옭아매고 괴롭히지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우트(Doubt)’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은 슬슬 살아나는 의심을 매개체로 인간의 본성과 나약함을 펼쳐놓는다. 의심은 카톨릭 사관학교 교장수녀로부터 시작된다. 깐깐하고 엄격한 엘로이셔스 원장수녀는 제임스 수녀의 말 한마디에 의심에 사로잡히고 만다. 플린신부가 어린 흑인 남학생을 ‘건드렸다’는 것. 의심에 의심을 거듭한 끝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신부를 추궁하지만, 그는 격렬하게 부인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 연극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조차 엘로이셔스 원장수녀의 의심이 정당한지, 아니면 괜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여러 정황을 끼어 맞춰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연극에서 헷갈리지 않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플린 신부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부인한다. 억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엘로이셔스 수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고, 갈팡질팡하는 제임스 수녀와 관객들은 과연 누가 억울한지 판단이 안 선다.
이 연극에서 확신이란 없다. 오히려 확신을 경멸하고 비웃는다. 그래서 연극이 끝날 때 까지고 결말은 열려 있고 판단은 관객이 알아서 해야 한다. 불친절하지만 여운이 오래갈 수 밖에 없다.
연극 [다우트]는 2005년 플리쳐상, 토니 상, 비평가 상 등을 휩쓸고 지금까지 뉴욕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앵콜 공연에 들어가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벗어 내버릴 수 없는 의심을 매개체로 심리드라마가 짜임새 있게 엮여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특히 배우 김혜자가 표현하는 엘로이셔스 수녀가 인상 깊다. 그녀는 따뜻한 이미지를 버리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는 엄격하고 깐깐한 수녀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게다가 마지막 ‘나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의심을 또 다시 의심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갈등과 혼란을 담아낸다. 또한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제임스 수녀와 뭔가 석연치 않지만 억울할지도 모르는 플린신부 역할을 맡은 윤다경과 남명렬도 제 색깔을 찾아 표현한다.
의심은 확신보다 불편하고 어렵다. 이 편치 않은 갈등과 심리전이 연극 [다우트]에 녹아있다. 사실, 이 세상에 100% 확신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에 수긍하고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2007.03.13 / 조회 1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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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프렌즈] 연극 열전 열 번째 이야기 <불 좀 꺼주세요> 관람기........
'솔직히,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에 진실성을 더하기 위해서 ‘솔직히’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그렇게 애써서 덧붙이게 되는‘솔직히’라는 말 뒤로 우리는 한 걸음 우리들의 본능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솔직히’라는 말 대신 술 한 잔에 기댐으로,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익명성에 기댐으로 그렇게 자신의 본능에 귀 기울여 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남 몰래 해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극 열전 열 번째 이야기 는 그런 이야기다.
외재적으로 보여 지는 나 자신(이성)과 내면적으로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 자신(본능),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내 주변의 또 다른 누군가와 나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바로 이 연극이다.
처음 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18세 이상 관람 가능이라는 특별한 제재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뭔가 이상야릇한 상상을 하게 되는 건 나도 모르게 세속적인 사회에 젖어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린 탓이었을까? 그때 마침 눈에 띄는 공연 팜플렛의 ‘우리의 삐뚤어진 상상을 가볍게 뛰어 넘는다’는 문구가 일침을 가하는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그때까지의 공상을 확실하게 날려 버리는 듯 했다.
소극장 무대의 진정한 맛이라면 아마도 배우들의 눈빛 하나, 손가락 떨림 하나까지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극 역시 그런 면에서는 탁월하게 관객과 하나 되는 연극임을 공연 시작에서부터 명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해 준다. 외재적인 나와 내면적인 나라는 어떻게 보면 쉬운 듯하지만 자칫 헷갈리기 쉬운 극의 전개에 대한 가이드처럼 등장한 엉뚱한 두 조연배우. 연극의 끝까지 이들에게 주목하라, 그러면 유쾌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1인 4역이라는 어려운 연기를 감칠 맛 나게 포장해 낸 그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자칫 진지성에 치우치기 쉬운 정극에서 엔돌핀 같은 유머 장치인 셈이다.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즘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복잡한 혈연관계 이를테면 이복, 동복 관계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로 엮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토록 쉽지 않은 이야기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말 그대로 순탄치 않은 우리네 일상 속에서 싶게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도 접하기도 어려운 듯하지만 어딘가에는 있을법한 이야기에 울고 웃는 평범한 사람들은 아마도 이 연극을 통해서 비슷한 드라마 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갖고 있는 역정적인 한 남자의 인생과 그와 함께하는 친구들, 사랑하는 여인, 부인, 어머니, 아들 혹은 동생. 평범한 당신이라면 아마도 꿈속에서나 맛볼만한 파란만장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부한 드라마 같다는 지루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했다. 결국 외재적인 나와 내면적인 나로 이분되었던 두 남녀가 진정한 스스로의 솔직한 본능에 귀 기울여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받아들임으로써 하나 된 나를 찾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끝내 밝음이 아닌 ‘불 좀 꺼주세요’라는 대사가 필요한 어둠 속에서였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선과 악이라는 잣대로 인간의 내면을 이분화하기 좋아하는 듯 하다. 착한 나와 나쁜 나, 이내 내 마음 속 날개달린 천사와 뿔 달린 악마를 떠올려 본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성과 본능이라는 잣대로 한 번 더 우리는 조각내어지고 사회라는 이목에 의해 본능보다 한 뼘 더 이성에 무게를 옮겨 둔 채로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마음 속으로는는 이러고 혹은 저러고 싶지만 사회의 통념과 제도에 의해, 주변의 눈길에 의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어항 속 알 수 없는 벙긋거림으로 뭔가를 알리고 싶어 하는 금붕어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극 속 두 남녀, 강창영과 박정숙이 결국 수많은 갈등과 방황 속에서 비록 어둠 속에서였더라도 하나 된 자신이 되기로 결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솔직히’라는 언어적 수식어가 아닌 마음의 소리를 찾아서 진정으로 솔직해져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지금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우리는 마음 편안함으로 우리의 일상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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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티키프렌즈1기 이현진님
2004.09.10 / 조회 10,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