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23일 개막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가 23일 개막한다. 연극은 스웨덴 카타 리나 마리아 프레드리카 잉엘만순드베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 소설은 2012년에 베스트셀러가 되며 2014년과 2016년에 후속작을 발표했다. 이 시리즈로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어 스웨덴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원작자의 나라 스웨덴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제작사 측은 “우리나라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통해 한 번쯤은 해야 할 얘기라 생각했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이우천은 “늙는다는 것은 쓸쓸하고, 외롭고, 아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늙어가는 것’에 방관하지 않을 사회적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늙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을 공연을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투르크 민복기는 “대사 위주의 연극에서 소설의 캐릭터들을 손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대사들을 재분배하는 방향으로 윤색하여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기발함과 재미가 손상되지 않고 오히려 그 기발함과 재미가 무대 위에서 좀 더 잘 구현될 수 있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극단 대학로극장의 제작으로 각색 김수미, 드라마투르크 민복기, 연출 이우천이 참여했다. 배우는 김화영, 고인배, 이영석, 강애심, 배상돈, 이영숙, 이유진, 황무영이 출연한다. 무대디자인 김교은, 민서 무대그림, 류백희 조명디자인, 김정향 의상디자인, 김동욱 음악, 이지연 분장, 유희정 사진이 참여한다.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79세 메르타 할머니는 요양원에 불만이 있다. 식사 시간에 반조리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려주고 산책은 어쩌다 한 번이다. TV를 보니 교도소에서는 균형 잡힌 세 끼 식사에 매일 산책을 시켜주고 다양한 교양 수업도 들을 수 있단다.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낫겠어” 결심한 할머니는 요양원 친구들과 5인조 노인 강도단을 만들어 범행을 모의한다. 이번 공연은 원작 소설의 출판사인 ‘열린책들’의 후원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 중이다. 10월 23일은 오픈 리허설로 전석 10,000원에 예매할 수 있으며 조기 할인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공연은 10월 23일부터 11월 3일까지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아트리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10.24 / 조회 2,384
-
연극 ‘낙타상자’ 하층민의 삶 담은 고선웅 연출 作
연극 ‘낙타상자’가 연출 고선웅과 만나 5월 선보인다.작품은 중국 근대 문학사의 대표적인 휴머니스트 작가 라오서가 1937년 발간한 소설로, 당시 그가 추구했던 창작 목표와 지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1945년 미국에서 《Rickshaw Boy》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연극 ‘낙타상자’는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고선웅 연출은 “하층민에게 삶은 언제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우리로 하여금 그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작품을 돌파구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연극 ‘낙타상자’는 20세기 초 인력거꾼 상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시 하층민들에 대한 구(舊)사회의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연극 ‘낙타상자’는 오는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사진제공_극공작소 마방진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04.04 / 조회 2,359
-
비명자들의 'SOS' 사회의 고통 꿰뚫다
극단 고래 신작 연극 '비명자들2'
비명자 통해 사회의 고통 이야기
"사회적 의제 거리감 두고 표현"
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많은 소식 중 중 뼈저린 아픔에 공명을 느낀 사건을 하나둘 모아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아픔이 왜 계속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출가 이해성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고래와 함께 신작 연극 ‘비명자들 2’(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존재가 돼버린 ‘비명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와 흡사한 비명자들을 통해 장르영화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진다. 비명은 고통의 은유다. 고통은 곧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다. 이 연출은 “고통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감이 하나씩 붙어 ‘비명자’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비명은 SOS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자신의 고통을 도와달라고 타인에게 알리는 비명을 통해 사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명자들은 죽음 직전 자신이 고통에 빠진 이유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학교폭력문제 등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지는 않는다. 이 연출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게 된다”면서 “미학적인 방법으로 고통과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음악의 활용이 눈에 띈다. 안무가 박이표가 배우들과 함께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며 몸짓을 만들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박석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성배 등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다. 남명렬·강애심·박완규 등 연륜 있는 배우들과 극단 고래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연출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았다. 광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2017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선보인다. 극단 고래는 지난해부터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출은 “상주예술단체로 한 해 적어도 2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작품에 보다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1년인데 기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안정적인 작품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에 ‘2’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이 3부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부작 중 2편이 먼저 무대화됐다. 이 연출이 극본을 직접 썼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편으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3부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현재 1편의 초고까지 나온 상태이며 3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자들 2’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연출은 “모든 이야기는 3편에서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고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맺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획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편과 3편을 올린 뒤 이를 묶어서 7시간의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비명자들 2’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7 / 조회 2,047
-
‘어쩌면 인간은 신이 내뱉어 놓은 농담일지 모른다’, 연극 ‘농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자체제작 첫 번째 작품 연극 ‘농담’이 4월 9일(화)부터 4월 28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이번 공연은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활동했던 정영욱 작가의 신작이다. 정영욱 작가는 19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토우’로 등단했다. 이후 200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선정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까지 총 네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연극 ‘농담’은 후미진 도시의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와 별반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정영욱 작가는 투견의 잔혹함과 경쟁, 탐욕의 특성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로 묘사한다.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낙형이 함께한다. 연출가 김낙형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 ‘농담’의 대본에 있는 인물과 대사가 손에 잡히는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작가 정영욱과의 대화, 꼼꼼한 작업으로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4,328
-
<트루웨스트> 앵콜 무대의 새로운 얼굴들
2010년 11월부터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연극 가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앵콜 공연을 시작했다.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형제가 그간 품어왔던 서로를 향한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한 집 안에서 부딪혀 내는 이 작품은 오만석, 조정석, 배성우 등이 형과 동생으로 출연해 왔다. 앵콜 공연에는 사막에서 살다 온 거친 형 리 역에 이건명이,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 역에 정동화와 이은형이 새롭게 합류한다. 지난 9일 연습 공개 후 이건명은 “무대 위에서 익숙함을 보이는 기존 배우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나의 오스틴은 신선함과 울퉁불퉁한 거친 모습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2009년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그는 “그간 많이 보여줬던 부드러운 모습과는 달리 나의 양면성을 꺼내줘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며 웃는 모습이었다. “많은 양의 대사 암기에 압박이 컸다”는 정동화의 소감과 “연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아직도 연출님의 애를 태우고 있지만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첫 연극 무대에 나서는 이은형의 각오도 이어졌다. 유연수 연출이 “배우들의 힘이 100%”라고 설명한 연극 는 오는 5월 1일까지 컬쳐스페이스nu에서 계속된다.연극 연습 장면형제_드디어 마주하다(이건명, 정동화)역전된 상황?사울키머(임진순)의 폭탄발언"첫 연극이에요"(오스틴 역의 이은형)"진짜 서부는 어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3.11 / 조회 12,153
-
공연계도 트위터 바람!
공연계에도 트위터 바람이 불고 있다. 공연의 공식 트위터 오픈은 트렌드가 된 지 오래, 최근에는 팬미팅, 시사회까지 트위터를 이용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9일에는 연극 ‘트루웨스트’가 무대가 좋다 공식 트위터 팔로워를 대상으로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핸드폰을 사용해 연습 장면을 트위터에 생생하게 전했다. 또한 지난 2월 16일에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가 연극 최초 트위터 시사회를 개최하며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폈다. 관객들은 공연계의 트위터 활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캐스팅 일정, 작품 내용, 후기 등 공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은 다양한 관객, 공연 관계자들과 의사소통도 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도 얻는다. 공연 관계자들에게도 트위터는 효자다. 대중과의 소통이 절대적인 공연 마케팅에서 파급력과 신속함을 가지고 있는 트위터는 다양한 홍보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주)악어컴퍼니 관계자는 “트위터는 단시간 내에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관객과 쉽고 빠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제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연을 알리는 것은 일반적이다”라고 전했다. 배우들이 개인 트위터를 오픈해 친밀도를 높이는 팬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최성원, 박세웅, 임종완 등 모든 배우가 개인 트위터를 열어 1:1 관객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배우들의 트위터에서는 백스테이지 모습 등을 볼 수 있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때에 따라 공연 초대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한 트위터 활용은 관객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뮤지컬 배우 최현지는 “예전에는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관객들이 트위터에 찾아와 칭찬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신다”라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를 활용한 공연계 마케팅 역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어떤 트위터 이벤트가 관객들을 즐겁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10 / 조회 6,792
-
<트루웨스트> 이건명, 정동화, 이은형 합류
무대가좋다’ 네 번째 작품 연극 가 앵콜 연장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이건명, 정동화, 이은형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형제의 이야기가 거침없는 대사와 리얼한 액션으로 펼쳐지는 연극. 오만석, 조정석, 배성우 등 실력 있는 배우들이 열연해 인기를 얻었다. 지난 해 에 출연한 이건명은 에서 오만석, 배성우와 함게 터프남 ‘리’로 분하고 모범생 동생 ‘오스틴’ 역에는 조정석과 함께 정동화, 이은형이 나누어 연기한다.는 오는 5월까지 컬쳐스페이스엔유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1.02.21 / 조회 15,412
-
[리뷰Factory.74] 사막에서 자신을 노려보다, 연극 ‘트루웨스트’
어떠한 상징이나 왜곡 없이 사실적 소품들로만 표현된 평범한 가정집 무대는, 그러나 ‘진짜 서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카우보이모자의 사내와 씬 전체를 아우르는 모래의 버석거림, 메마른 냄새, 영원한 미개척지의 꿈을 상기시키는 서부. 연극 ‘트루웨스트’에는 사막 한 가운데서 극에 달한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두 남자, 혹은 한 인간의 두 자아가 있다. 연극의 실질적 공간은 알래스카로 휴가를 떠난 어머니의 빈 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재하는, 즉 가족으로서의 긍정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이곳에 시나리오작가 동생 오스틴과 사막을 떠돌다 온 형 리가 있다. 이미 갈등은 시작됐다. 상세하게 묘사된 두 형제의 외형적 이미지 대립은 차이에 따른 갈등을 예고하는 동시에 화해의 가능성을 차단시킨다. 반듯한 셔츠와 단정한 머리, 타자기 앞에 앉아있는 세상 모두에게 어울릴법한 뿔테안경을 쓴 오스틴은 애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낡고 너저분한 옷과 헝클어진 머리에 지겹도록 손에서 술을 놓지 않는 형 리는 산만하도록 주위를 뱅뱅 돌 뿐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대화하지만 형제적 소통과는 거리가 멀고, 그 속에 내재돼 있는 폭력성과 어긋나는 대화의 목적지는 오히려 유머가 된다. 도대체가 물질적, 감정적 이익도 없이 소모적이기만 한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대립되는 것은 두 남자의 성격뿐 아니라 문명사회와 자유로운 사막의 삶이다. 당신이 꿈꾸는 그곳 서부,갇힌 공간에 서서 광야를 달릴 수 있는 두 남자의 힘 리는 오스틴과 공동 작업을 해오던 영화 프로듀서 사울을 만나고, 구체화되지 않은 서부극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리는 골프내기에서 사울을 이겨 자신의 시나리오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과격한 리와 그의 충동적 폭력을 피하기에 급급했던 오스틴의 상황은 여기서부터 전복된다. 형의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자신의 프로젝트를 멈추게 된 오스틴은 혼란에 빠진다. 남의 집 ‘창문을 깨고 들어가 대문으로 나오는’ 형 리는 맞춤법도 모른 채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쟤네들(이야기 속 인물들) 말 좀 하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토스터 훔치러 갔다가 도시락 놔두고 올’ 새가슴 오스틴은 샴페인에 취해 이 기막힌 상황을 견딘다. 물건을 ‘잘’ 훔쳐오는 형처럼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토스터기를 가져와 일렬로 세워놓는 오스틴은 점점 몰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둘의 역할교대는 예상했듯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오스틴은 형과 함께 사막으로 떠나길 원한다. 공존할 수 없는 형제의 두 이상은 그들이 결국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알린다. 자신의 삶이 상대보다 우월한 듯 과시하지만 실은 자신과 다른 상대의 생활을 상상하며 살아왔다. 연극은 형과 동생, 부와 가난, 사막과 도시, 환상과 현실 등 대립적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 구조는 두 형제의 대결이 아닌, 한 인간의 이중적 자아간의 갈등과도 관련돼 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오스틴과 이곳에서 살 수 없어 사막에 가야했던 리의 고백처럼 이상으로 존재하는 두 세계는 완벽하지 않다. 이 꿈은 오스틴과 리가 함께 써내려가는 서부극을 통해 상징화된다. 허구로 판단됐던 서부의 이미지가 부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목격한 오스틴은 사막으로 가기 위해 형의 서부이야기를 타이핑한다. 서부는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광활한 대지인가, 아니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가. 이미 공간은 리가 상상하는 환상의 서부가 점령하고 있다. 두 남자는 추격을 반복하며 광야를 달리지만, 서부극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것처럼 현실도피적인 이 발상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한다. 서부는 두 개의 가치가, 혹은 한 개인의 내부가 끊임없이 갈등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장소다. 형과 동생의 극적 대립은 배우 배성우와 조정석의 연기로 놀랄만한 생명력을 얻는다. 두 배우는 탄탄한 원작의 초석위에 그들이 지을 수 있는 최상의 이야기를 건설하므로 연극을 완성시켰다. 변하지 않는 무대 공간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암전으로 시간을 전환시키며 심플한 조명으로 외적, 내적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사막의 분위기가 조성된 마지막 장면에서 두 형제는 서로를 노려본다. 죽은 줄 알았던 리가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쉽게 포기되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자신과의 싸움이 다시, 어쩌면 ‘제대로’ 시작됐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4 / 조회 6,526
-
[플디팬미팅] 이율, 강동호와 함께하는 “아듀~2010 맥주파티”
제대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 취중진담의 속설을 믿으며 이율, 강동호가 팬들과 만났다. 떠나가는 해를 부여잡을 수는 없지만, 맥주가 가득 찬 잔을 부여잡으며 새해 맞이를 각오하는 연말 맥주 파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아쉬움에 질척이던 그 현장을 공개한다. @ 맨 정신은 어색해요. @플디팬미팅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유는? ‘취하면 누가 어떻게 변신할지 모르기 때문’. 불타는 고구마나 창백한 유령의 모습으로 변하기 전의 ‘온전한 모습’을 모두가 남기고 싶지 않은가. 허나 모습은 온전한데, 이 어색한 포오즈-는 어찌할꼬. 현재 에서 잘나가는 헐리우드 작가 오스틴 역으로 분하고 있는 두 사람, 이율, 강동호. “이 아이(강동호)를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바르지, 자신을 낮추는 속이 꽉 찬 진국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 주지 않으려는 점이 꼭 오스틴을 닮았어요.”(이율) “아이, 형, 좀 더(웃음). 형은 뚜렷한 주관이 있는, 그래, 쾌남이에요!”(강동호) @ 짠! 하니 부끄러움 어디 갔소? @역시 알코올의 힘은 강했다. ‘반갑습니다’로 시작된 짠, 한 잔이 ‘위하여’와 ‘다시 한번’으로 이어지자 어색함의 분위기는 금새 증발해 버린다. “소주는 없나요?”라는 이율의 한 마디에 분위기는 곧이어 본론으로 진입했다. 이율이 풀어놓는 에피소드 하나. “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삭발사건 아세요?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24시간 연습하고, 밤에 불 꺼 놓고 경비 아저씨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다시 몰래 불 켜고 연습하곤 했거든요. 너무 힘들고 잘 안 풀리고, 그 때 전 정말 처음이었잖아요. 너무 괴로워서 어느 날 삭발을 하고 나타났어요. 다들 난리가 났죠. 분장팀에서도 어떻게 하냐고 그러고. 배우가 그러면 정말 안 되는데. 많이 힘들었거든요. 여러가지로 는 정말 제게 중요한 작품이에요.”강동호가 풀어놓는 에피소드 둘. “ 포스터 보셨어요? 아우, 부끄러워(웃음). 사진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 사진 찍을 땐 제가 정말 귀족 같이 나올 줄 알았어요.(웃음) 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초연에 출연한 첫 작품이거든요.” 강동호가 풀어놓는 에피소드 셋. “저 유노랑 친해요.(일동 웃음) 지방 공연 때 끝나고 주차장에 있었는데, 유노 팬분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연 잘 봤어요?”라고 말을 걸었는데 그런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나봐요. ‘쪽 키스’도 날렸더니 꺄악 하시고.(웃음) 그 분들 중 다섯 분이 제 팬 카페에 가입하셨더라고요.(웃음)” 이율이 풀어 놓는 ‘손금카페’ 이율이 손금을 잘 본다는 정보가 새어 나가자, 말릴 틈도 없이 몰려든 손금 의뢰들. “너무 많이 보면 기가 빠지는데, 내일 공연 있는데.” 하면서도 결국 참석자 모두의 손금을 봐주게 되었다. “누군 봐 주고 누군 안 봐주면 안되잖아요. 어? 오래 사시겠네! (웃음)” @ 선물은 팬들의 몫! @를 일곱 번, 를 세 번이나 관람하며 이율의 팬을 자처하는 이은경씨, 를 본 이후 강동호의 팬이 되었다는 윤소라씨, 팬미팅 신청을 한 날이 생일이었는데 함께 참가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는 박선희씨 등 참가자 12명을 위해 이율, 강동호가 핸드크림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 선물!”을 외치며 환호하는 무리들 틈에 가장 쑥스러워 하는 사람은 바로 이율과 강동호. 정해진 시간이 무색하게 끝날 줄 모르던 이들의 만남에는 배우와 팬이 아닌 동네 오빠, 옆집 동생들이 함께 할 뿐이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1.03 / 조회 22,011
-
<트루웨스트> 진짜 서부로 갈 수 없는 걸 안다.
서양에서 ‘서부(west)’만큼 강렬하고 뚜렷한 의미를 가진 단어도 드물 것이다. 미개척지, 황량함, 사막. 그리고 도시화, 자유, 활기. 이처럼 상반된 의미들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상징들은 ‘이상향’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내가 아닌 나, 지금 서 있는 곳이 아닌 곳, 그리하여 계속 꿈꾸게 되는 그곳, 서쪽. 아이비리그 졸업 후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오스틴(조정석 분)과 정처 없이 떠돌다 최근 사막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온 거친 형 리(오만석 분). 연극 역시 현실이 아닌 그 어떤 ‘서쪽’을 탐하는 형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알래스카로 휴가를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화초에 물도 주며 집을 봐 주러 온 오스틴과,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 집에 들른 형은 5년 만에 마주한다. 반가움이나 어색함은 필요 없다. 영화 제작자 사울 키머(임진순 분)가 오랜 시간 이야기 해온 오스틴 시나리오의 영화 작업 대신 형 리가 체험한 서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자, 머리부터 발 끝까지 너무나도 다른 형제는 그간 억눌러왔던 본심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단정한 셔츠에 조끼, 안경.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빛 바랜 청바지. 외형에서부터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반된 두 인물의 대립, 충돌, 상황의 전복은 익숙한 설정이다. 하지만 의 내공은 이러한 ‘단순한’ 설정을 바탕으로 짙고 강렬한 이야기를 표현해 내는 데 있다. 작가 샘 셰퍼드는 회복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황량하고 잔혹한 가족사에 자주 조명을 비췄다. 를 비롯, 가정 비극 3부작으로 이야기하는 , 등에서 가정은 명명할 수 없는 저주 속에 휩싸이며, 가족들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 그들의 관계 속에서 몸부림 친다. 극 중반쯤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리와, 술에 취해 소파에 누워 있는 오스틴의 모습은 서로의 모습을 탐했던 숨겨왔던 두 사람의 본능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오가는 괴성, 발 디딜 틈 없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집안의 광경은 현실 속에 꾹꾹 눌러 왔던 서부를 향해 고삐를 풀고 내달리는 이들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욕망은 해소될 수 없다. 유령처럼 나타나 건조한 말들도 두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인 어머니와, 치아가 하나도 없는 텅 빈 입을 우물거리며 여전히 황량한 어딘가에서 술병만 기울일 아버지는 이미 두 형제의 탯줄에 원죄의 유전자를 새겨 넣었다. 무엇보다 뿌듯한 것은 배우의 결을 하나씩 새겨가고 있는 조정석의 모습이다. 고요히 안으로 꾹꾹 담아 더 큰 에너지를 표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객석에 전해진다. 뮤지컬 이후 발랄하고 활기찬 청춘의 이미지에서 나아가 배우의 결을 하나씩 새겨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 또 다른 기대를 실어 본다. 앞에 붙는 ‘블랙코미디’의 타이틀은 오만석이 책임진다.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외쳐대는 고함은 그간의 오만석에서 벗어나도 한참은 벗어난 모습이다. 살을 찌워 퉁퉁해진 몸으로 극의 흐름을 타며 중심과 빈틈을 정확하게 찌르고 빠진다. 대학노트를 들고 캠퍼스를 거닐던 동생을 그려왔던 형, 모험이 있는 어딘가에 있을 형의 모습을 상상했던 동생의 한판 난투극에서 쉼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거실 깊숙하게 깔려 오는 어두운 노을처럼 끝이 먹먹하다. 쓰러졌던 두 사람이 다시 일어난다. 끝이 아닌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12.10 / 조회 11,640
-
“달라도 너무 달라”, 연극 <트루웨스트>
물고, 잡아 당기고, 밀치고, 던지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으로 꼽히는 “싸움구경”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연극 가 지난 11월 26일, 무대에 올랐다. 성공한 패밀리맨과 방랑자의 삶을 살아온 두 형제의 코믹한 대결속에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여실히 밝혀내는 는 등에 이은 ‘무대가 좋다’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뮤지컬, 연극, 드라마를 넘나드는 실력파 배우들이 뭉친 에서 오만석, 배성우, 홍경인, 조정석, 김동호, 이율 등 “달라도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이 뭉친 이번 공연에서는 4인 4색의 형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불규칙적인 삶을 사는 형 리 역할을 위해 7kg의 체중을 늘렸다는 오만석은 지난 2일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에이스로 꼽는 페어는 ‘배성우-홍경인’ 커플이다, 두 사람의 공연에서는 묵직한 연륜의 힘을 맛볼 수 있고, 김동호, 이율 배우의 공연에서는 젊은 패기, 비주얼의 만족감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정석과 저의 공연은 웃음을 주는 커플로, 조금은 상업적인 팀(웃음)” 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동호, 김태향절대비율, 이율'연기의 달인형제'배성우, 홍경인형은 정말 이상해!내 이야기를 써주는거야?"나 집중 좀 하자!", 오만석, 조정석난 형이 좋아~'석브라더스'뒤바뀐 형제우리가 왜 형제인걸까?!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이야기, 연극 는 2011년 2월 7일까지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0.12.03 / 조회 14,259
-
진짜 서부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는 사나이, 조정석
10개월 만이다. 데뷔 후 가장 오래 무대를 비운 거라는 그는, “무대는 절대, 절대, 저얼대 놓치고 싶지 않은, 희열을 느끼는, 그런 게 있다. 지금도 연습하면서 공연할 걸 생각하면 막 흥분이 된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작고 흰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 입술을 고이 열고 문장을 꾹꾹 눌러 담아 막힘 없이 이야기하는 조정석의 얼굴엔 점점 배우의 이름으로 여러가지 결이 새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섭섭 시원한, 보랏빛 봄날의 모리츠 지난 10월에 열린 한 뮤지컬 시상식장에서 오랜만에 무대 위에 선 그를 보았다. 시상자로 연단에 서자마자 지난 해 이 자리에서 팬클럽 이름을 말해주지 못했다며 뒤늦게 애프터서비스로 ‘땡스 투 팬클럽’을 말하던 그의 개구진 모습, 경쾌한 표정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누가 받을 것인가, 우린 아닐 거야, 왜냐면 이미 받았으니까”라고 노래하는 그를 보며 ‘조정석이 돌아왔다’를 외치는 이 많았을 것이다. “무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드라마를 찍고 있었으니까요. 아쉽기도 하고 원했던 휴식은 아니었지만,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 설레임을 많이 생각했어요.” 뮤지컬 무대를 꿈꾸는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을 담은 드라마(왓츠업)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났음을 결코 의심하지 않고 준비해온 집념의 사나이’ 김병건 역을 맡은 그는 이번이 무대를 벗어난 첫 번째 작품이다. “참 걱정이 앞서요. 과연 화면에서는 내가 어떻게 나올까, 이런 걸 많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치만 캐릭터도 재밌고, 촬영도 정말 재밌게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시는데, 너무 그러진 말아주셨으면.(웃음) 기대감이 없어야 볼 때 더 재밌게 느껴지잖아요.” 드라마든, 공연이든, 조정석 차기작의 기대감을 더욱 배가시킨 것은 뜨거웠던 지난 해, 뮤지컬 의 모리츠 때문일 것이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어요. 근데 은 진짜로, 너무 좋았어요, 진짜 너무. 작품 하면서 되게 행복하고 무언가에 더 깊이 있게 몰두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도 얻고, 또 좋은 일도 있었고요.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작품으로 남겨져 있죠.” 신체적인 변화, 성적의 압박 등 혼란스러운 10대 사춘기 모리츠를 연기하기 위해 그 어떤 때 보다 많은 사투를 벌여야 했던 조정석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 많을 것이다. “모리츠가 되고 싶어 안달복달했던 6개월로 기억이 나요. 지금도 생생한데, 진짜 안달복달이 맞는 것 같아요. 단 한번 만이라도 모리츠라는 인물이 되어 봐야지, 하는 생각. 그러기 위한 발악? 행복했던 적도 있지만, 되게 힘들었던 기억도 많아요. 장기공연이기도 했고, 집에 돌아갈 때도 많이 슬퍼서,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때가 몇 번 있기도 했고. 끝나고 나니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큰 것 같네요.(웃음)” 내년 다시 공연 예정인 을 두고 “이번엔 멜키어 어떨까요?”라며 넌지시 물으니 “되게 해 보고 싶은 배역이었어요. 얼마나 매력적이에요”라며 확답은 피하고 미련은 남겨둔다. 말 없이 함께 크게 웃는다. 황량한 바람이 부는 그곳, 서부로 올 1월까지 이어졌던 을 제외한다면, 연극 는 2010년 조정석에게 첫 무대작이다. 공연장의 허공을 찌르는 시원한 가창력과 날렵한 몸놀림으로 뮤지컬을 통해 큰 박수를 받아왔던 그이기에 “왜 오랜만의 작품이 연극이냐”는 질문을 여기저기에서 받는단다. “저는 뮤지컬 배우이기 이전에 배우거든요.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제 생각이에요. 전 그냥 공연쟁이일 뿐이죠. 도 여러가지 상황이 맞아서 하게 됐어요.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 것도 행복한 거고, 연습할수록 작품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고요.” 미국의 배우이자 극작가인 샘 셰퍼트의 는 황량한 서부에서 온 거친 형 ‘리’와 명문대 졸업 후 헐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가는 동생 ‘오스틴’의 충돌을 담고 있다. 오스틴 역의 조정석은 리 역의 오만석과 같은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나 에서 만석이 형과 같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함께 무대에 서 본 적은 없어요. 이 작품에 대해 먼저 언질을 줬던 사람도 만석이 형이에요. 인간 대 인간으로 얘기할 때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형과는 너무나 소통이 잘 되니까,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아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면서 좋은 걸 찾아내기도 하고요.” 카우보이, 황량한 사막, 거친 모래바람, 도시와 거리감을 가진 서부, 그리고 헐리우드와 시나리오 작가 등 는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그 안의 소재들까지 미국 안에서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왜, 지금, 한국에서 일까. “워낙 미국색이 강해서 그걸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죠. 저희에겐 각색이 정답인 것 같아요. 원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편하게 들리고 또 이해할 수 있게끔 꽤 많은 작업을 했고, 만석이 형이 그쪽으로도 엄청난 분석력과 이해력으로 공을 세우고 있어요.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자아를 담고 있거든요. 그 두 자아가 명확히 나뉘는 게 아니라, 이 안에 많은 게 있고, 또 다른 것에도 많은 모습들이 있고. 사회,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형 안의 내 모습, 내 안의 형의 모습, 그것들이 뒤바뀌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내 안에 깔려있는 어둠, 그래서 더 좋다 중학생 때까지는 “공부 잘했다고 말할 수 있다”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시작된 방황, 클래식 기타를 전공으로 음대에 입학하겠다는 꿈은 연이은 대학 낙방을 가져다 주었다. 삼수 끝에 입학한 서울예대 연극과에서 드디어 알아차린 자신의 꿈과 재능을 피우기 위해 그는 ‘치열하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2004년 방송된 ‘현장르포 제3지대-34인의 도전! 일본 뮤지컬 속으로’에서는 일본 극단 사계에서 배우 훈련 및 오디션을 치르는 열정의 젊은이들 중 한 명으로 대학 재학시절의 조정석을 만날 수도 있다. “우와, 그 프로그램에서 절 알아보셨어요? 정말 대학생 때는 치열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들도 대부분 예체능 계열이더라고요. 기타 치고 운동(태권도)도 자연스럽게 접했던 건데 지금 보면 배우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004년 으로 데뷔 후 등의 작품을 통해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주로 선사해 온 그는 무대 위와 아래에서의 모습이 사뭇 다른 배우들 중 한 명으로 꼽을 수도 있겠다. 차분한 가짐, 사고보다 결코 앞서 나가지 않는 말은 그간 그가 얼마나 무대 위에서 변신을 잘 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 연습하면서 오스틴에게서 제 모습을 굉장히 많이 느껴요.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되게 밝고,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밑바탕에는 좀 어두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집안 환경도 그렇고. 그런 제 안에 돌아가신 아빠의 모습이 있어요. 그 모습이 나오니까 깜짝깜짝 놀라는 거죠. 형이 “너 꼭 아버지 같이 이야기 한다”고 말하면 제가 “우리는 다 똑같아”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티 없는 맑음이 아니라, 먹구름과 비, 그것이 지난 후에 더욱 환한 햇살을 기대할 수 있는 조정석이기에 “그래서 배우로서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 목표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사람들이 ‘조정석’으로 안 보게 하는 것이거든요”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스틴은 서부로 가길 꿈꾸지만, 결국 그렇게 못하고 이상향으로 남아 있죠. 제게 서부란… 사랑이요. 사랑의 부재가 불행의 근본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소신을 버리고 사랑에 목매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려면 진짜 사랑이 필요하고, 그 사랑에 목을 매어보고 싶기도 한 거죠. 저는 행복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제게 서부는 사랑인 것 같아요.” 부와 명예에 대한 욕구도 크지 않아, 그저 “한번 뿐인 인생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하는 조정석은 서부로 향해 가는 쉽지 않은 발걸음에 더욱 힘을 싣고 나아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하겠다”는 영화를 비롯, 배우의 이름으로 세상의 무대를 누비는 그의 모습을 그려보는 건 참 유쾌하고 뿌듯한 상상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악어컴퍼니 제공
2010.11.15 / 조회 23,392
-
<트루웨스트> “서로 다른 두 형제, 이들의 숨겨진 갈망은?"
‘무대가 좋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연극 의 제작발표회가 지난 9일 대학로에서 열렸다. 는 배우이자 극작가인 미국의 샘 셰퍼드의 작품으로 ‘굶주린 층의 저주’, ‘매장된 아이’와 함께 가정비극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황량한 서부, 파괴된 가정 등의 이미지가 작품을 지배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5년 만에 집에 돌아온 형 ‘리’와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의 빈틈 없이 치고 받는 미묘한 대결이 일품인 이 작품에서 오만석, 배성우, 김태향이 형으로, 홍경인, 조정석, 이율, 김동호가 동생으로 나선다. 서부에서 온 형 '리' 역의 배성우, 오만석, 김태향(위 부터)리 역과 함께 각색 작업에도 큰 부분을 담당해다는 오만석은 “거친 리와 이성적인 오스틴이 보이는 것과 달리 내면의 인간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 그 과정이 관건”이라고 말하며 “서로 다르지 않음에서 출발하는 인간의 이중성, 그 내면을 읽게 되었을 때 얻어지는 감동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2008년 연극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홍경인은 “이 작품을 넘어가면 한 단계 더 나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놓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면서 “오스틴의 극단성이 어렵고도 재밌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일 듯 하다”고 했다.엘리트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티 역의홍경인, 조정석, 이율형제의 엄마와 헐리우드 프로듀서 사울키머 역의 임진순지난 10월 초 의 서울 공연을 마친 배성우는 “남자만 나오는 연극은 처음이라 굉장히 힘들다”며 “엠티는 절대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극단 차이무의 배우이자 그간 등의 작품을 맡기도 한 유연수 연출은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도 빼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극 는 새로 개관하는 컬쳐스페이스nu에서 오는 11월 26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0.11.12 / 조회 11,252
-
[인터뷰] ‘나 따위’가 이뤄낸 행복,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애정의 시선 몇 년 전, 그녀는 일본의 어느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방문한 곳이다. 눈에 띄는 한 권의 책을 샀다. 일본어도 잘 모르고 맡길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조금씩 번역을 한 후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의 서류합격을 거쳐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합격했다.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기묘여행’이 그것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 부모의 만남을 시작으로 한다. 연극은 이들이 만나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해자를 면회하러 가는 과정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수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함께 여행을 간다, 이 한 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고 고통이 전해지죠.”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이 말한다. “그 한 줄이 주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신파로 빠지기 쉽다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취향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신파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더욱 담담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 작은 거인의 조용한 외침이 크게 울린다 이 기묘한 여행 속에는 아픔과 슬픔을 감싸고 있는 위트가 있다. “원작의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외의 유머나 위트는 원작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고 했겠죠. 고통을 고통으로만 풀어낸 작품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 관점에서는 합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게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거죠.” 사형제도 여부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가 논쟁하며 호소해왔다. 류주연은 사람과 생명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하는 많은 사람들, 생각해보면 그들이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남의 이야기니까. 관객들이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으면 좋겠어요.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 연극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재치와 몽환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면 아릿한 안타까움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연극의 소재는 인간과 인간을 다루는 것,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것, 사회와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고 연극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을 되돌아보니 ‘아, 나는 인간과 사회에 관심이 많구나’ 알게 된 거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랬어요. 그것이 아마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깨닫고 있는 중이예요.” 비극이 내포하는 희극, 희극이 담고 있는 비극. 지금 시대는 너무나 고단하고 피곤하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 여유가 없다. 그것 때문일까, 관객들은 코미디에 집중하고 대학로에는 코미디 포스터로 가득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피곤하니까 연극마저도 피곤하게 관람해야하나 생각이 들겠죠. 이해가 되기 때문에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한다면 웃겨줘야죠. 다만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도 생각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만약 사람들이 울고 싶어 한다면 연극은 울려줘야 해요. 역시 무작정 감성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집에 가서 울도록, 내내 울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울게 만들어야죠.” - 연극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스물여섯.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연극판에 뛰어들 당시 그녀는 어렸고 또 늦기도 했다. 연극 전공생도 아니었고 직간접적인 연극적 경험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연극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에 대한 애정은 항상 있었는데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하면 그 존재가 커 보이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나 따위가 어떻게 라는 생각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 따위더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경제적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버티기 힘든 나이가 20대 말에서 30대까지인 것 같아요. 한 10년에서 15년? 주머니에 몇 백 원 넣고 살아야하는 시간이 길죠. 그게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절대 부유해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잘 살려고 아등바등 하잖아요. 그렇지만 일정의 수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죠.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30대 초중반에는 연극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었어요. 순수하게 경제적인 문제로.” 그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후배를 필사적으로 말린 적도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께도 폭탄선언을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제가 뜯어말렸어요. 지금은 사회생활 하고 있는데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냥 하라고 할 걸.” 그녀는 이제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걸 해라, 그리고 하면서 행복해라.” 그녀는 당부한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엊그제가 스무 살 같은데 벌써 나이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너무 짧아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 그것이 마치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문화가 건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구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문화가 살아야 한다,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다소 걱정되는 문화적 현실을 인식하는 가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삶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애쓰고 몸부림치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2 / 조회 8,237
-
[리뷰Factory.28] 모든 아픔은 타당하다, 연극 ‘기묘여행’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의 기묘한 전달 당신의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여기 기묘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가방이 있다. 가방 속에 익숙한 것은 없다. 그것이 가방 주인의 철학이다. 남자는 ‘여행은 비일상, 가방 속에서 익숙한 것들이 나오면 비일상의 즐거움이 깨져버리기에 새로운 물건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가방에는 낯선 것들로 가득하다. 청테이프, 식칼, 밧줄, 염산, 전기톱, 그리고 직접 만든 인형까지. 남자는 이것들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제 남자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 곁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딸이 동행한다. - 침묵으로 더욱 극대화되는, 그 슬픔 동반여행. 설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일말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법. 그러나 동반여행을 떠나는 두 부부사이에는 숨통을 조이는 불편함만이 식은땀과 침묵으로 일관돼 드러난다. 이들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부모들로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에게 가는 길이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 부모와 살인자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담담한 묘사들은 3년 전의 살인임을 알리나 표면적으로만 과거일 뿐, 침묵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그것이 절대 과거일 수 없는 현재임을 호소한다. 어색한 상황과 형식적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 상처들은 꿈틀대며 점차 선명해진다. 침묵하는 슬픔은 오열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살의로 가득 찬 피해자 아버지와 어떻게든 아들의 목숨만을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당황하기만을 반복한다. 연극이 주목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남은 자들의 삶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어느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결이나 치유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남은 자들의 삶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할 뿐이다. 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게 만든다. 입장은 다르지만 고통은 같다. ‘그 때’를 위해 3년을 30년처럼 견디어 온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파리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극도의 불안 상태 속에서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가해자의 부모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주장 모두가 타당하며 모두가 충분히 아프다. -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그 슬픔 이들 사이에는 만남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을 집행했던 교도관으로 단 한 번의 집행 경험이 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는 과거,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그럼에도 연극 ‘기묘여행’은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의 슬픔은 침묵 외에도 무대와 음악 등으로 ‘기묘하게’ 전달된다. 비사실적 무대와 사실적 소품의 대비, 살아서 고통 받는 사람과 죽은 딸의 등장, 연극의 흐름을 신선하게 바꿔놓는 음악 등이 조화돼 낯선 화음의 성공적 소통을 알린다. 고통이 유발하는 희극적 상황은 유머가 된다.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롭다. 밀도 있는 날카로움 끝에 찔린 관객들은 연극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살인자 앞에서 식은땀만 흘려대던 남편과 달리 감정의 균형을 잘 잡아가던 아내는 어느 순간 폭발하며 딸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극은 절정을 찍었고 화해는 없다. 남자는 고백한다. “지금까지 꽤 긴 걸음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제 마음 속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향한 인간의 연민과 순수함이 남았다. “그러나 죽일 순 없습니다. 아빠로서는 실격이겠죠. 그렇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엄청난 살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난데없는 노래방에서의 대면을 시작으로, 서로가 만들어온 인형을 안고 찌르기를 지나 살인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기묘한 여행. 연극 ‘기묘여행’은 사형 제도를 밑거름삼아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뚝심 있는 연극 철학으로 신뢰감을 주는 연출가 류주연과 남명렬, 예수정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만남은 기묘여행에 동참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행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1 / 조회 18,856
-
죽음의 탈을 쓴 생명 이야기, 연극 ‘기묘여행’
사형제도는 인간의 본질적 인권 침해인가 연극 ‘기묘여행’이 4월 17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기묘여행’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쿄죠우가 쓴 작품으로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의도에 대해 공연관계자는 “인간의 생명이 법이나 제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문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창하고자 한다”며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간과됐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라는 2차 재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쉽게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인간 양심의 순수한 근원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품 속에는 딸의 살해범인 사형수를 직접 죽이겠다는 아버지,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을 받아들인 살해범, 교도관으로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코디네이터 등이 등장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복수를 생각하며 가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항소해서 어떻게든 살기를 바란다. 한편 과거의 교도관은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알선하는 코디네이터가 돼 있다. 연극 ‘기묘여행’은 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이야기한다. 연출의도에 대해 연출가 류주연은 “사형 제도의 찬반 논쟁을 화두로 삼기보다는 인간 생명의 숭고함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고자 한다. 이는 심지어 사형제도가 완전 폐지된 나라일지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피해자 어머니 역은 연극 ‘바다와 양산’, ‘그린벤치’, ‘신의 아그네스’, ‘다우트’ 등에서 열연했던 예수정이, 피해자 아버지 역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 리어’, ‘보이첵’, ‘에쿠우스’, ‘한스와 그레텔’ 등의 남명렬이 맡는다. 이 외에도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신용진, 신용숙, 김원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22 / 조회 8,241
-
[연극 포토] 극공작소 ‘마방진’의 신작, 연극 ‘들소의 달’
‘마리화나’ ‘강철왕’을 탄생시킨 극공작소 ‘마방진’의 신작, 연극 ‘들소의 달’이 오는 5월 23일부터 6월 7일까지 마방진극공작소에서 공연된다. 서울문화재단 2009년 예술표현활동지원 선정작인 ‘들소의 달’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선웅이 극본, 연출한 작품이다.연극 ‘들소의 달’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극공작소 ‘마방진’ 특유의 연극적 형식과 해법이 잘 녹아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를 좇는 형식으로 구성된 연극 ‘들소의 달’은 폭력에 노출된 한 인간의 후유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집요하게 지속될 수 있는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폭력’이라는 자극적이고 어두운 소재를 차용한 연극 ‘들소의 달’은 극공작소 ‘마방진’만의 접근방식을 통해 심각하지 않게 형상화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에 고선웅 연출은 마이클잭슨 식 군무나 막간극, 힙합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작품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5월 23일부터 6월 7일까지 마방진극공작소.편집부 newstage@hanmail.net
2009.05.21 / 조회 23,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