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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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심 술리만푸어 "공연할 배우들은 인터뷰 읽지 마세요"
최근 공연계 화제작 연극 '낫심' 작가
대본·리허설 없는 즉흥극으로 유명세
문소리·유준상·진선규 등 단번에 수락
"우리의 삶 자체가 리허설 없는 즉흥극"연극 ‘낫심’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입이 바짝 마르네요. 시상식에서 상 받았을 때보다,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떨립니다.” (지난 11일 연극 ‘낫심’에 출연한 배우 진선규)공연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배우는 긴장한 나머지 진땀을 흘린다. 무대에 섰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다. 흔한 리허설도 없다.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대에서 처음 받은 대본을 들고 지시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다.최근 공연계 화제작인 연극 ‘낫심’(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의 한 장면이다. 문소리·유준상·한예리·진선규·고수희·이자람·고수희·전박찬 등 연극·영화·드라마를 불문하고 내로라하는 배우 21명이 매회 대본도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오른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데다 작품의 독특한 설정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대부분의 회차가 이미 매진을 기록한 상황이다.제목은 작품을 쓴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7)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직접 작품에 출연해 매번 새로운 배우와 극을 함께 만들어간다. 최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술리만푸어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생소한 문자를 가진 나라에서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최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난 연극 ‘낫심’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사진=두산아트센터).◇‘언어’ ‘어머니’로 전 세계와 교감술리만푸어의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가 겪어온 특별한 삶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연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를 통해서다. 징병제 거부로 여권 발급을 거부당한 술리만푸어가 전 세계 배우와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바람으로 쓴 즉흥극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현재는 이란을 떠나 베를린에서 독일어로 생활하면서 영어로 작품을 쓰고 있다. 최신작인 ‘낫심’ 또한 전작처럼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년 반. 술리만푸어는 “‘하얀 토끼 빨간 토끼’가 사전 연출이 전혀 없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라면 ‘낫심’은 전형적인 연극 형식과 새로운 형식이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는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즉흥적인 상황에서 공연하지만 나와 연출가는 연습을 충분히 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덧붙였다.매회 출연 배우가 바뀌는 만큼 공연 분위기와 색깔도 매번 달라진다. 그러나 이를 관통하는 공통된 테마는 있다. ‘언어’와 ‘어머니’다. ‘언어’는 술리만푸어가 연출가인 오마르 엘레리안과의 공통점에서 착안했다. 두 사람 모두 모국어 이외의 언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작품 속에서 술리만푸어는 한글을 배우고 출연 배우는 이란어를 배운다. 어려운 단어부터 욕까지 한글로 술술 쓰는 술리만푸어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술리만푸어는 “언어의 아름다움은 씨앗과도 같다”며 “한국공연을 통해 내 마음에 심어진 한글이라는 씨앗이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작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교감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술리만푸어가 ‘낫심’을 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술리만푸어는 “이 작품을 여러 국가에서 공연을 해왔지만 나라마다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어머니’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연극 ‘낫심’ 배우 한예리의 공연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배우들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배우들도 이 독특한 형식의 작품을 즐기고 있다. 특히 김선영·진선규·박해수·문소리·유준상은 출연 제안을 단번에 수락해 작품에 참여했다. 20일 공연을 마친 문소리는 “술리만푸어의 교감이 좋았다”며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즉흥극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들을 후보로 섭외를 진행했다”며 “리허설 없이 관객 앞에 선다는 두려움 때문에 출연을 고사한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번에 승낙했다”고 말했다.술리만푸어가 즉흥극의 형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 자체가 리허설이 불가능한 즉흥극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인터뷰도 대화를 문서로 만들어 2주 동안 연습을 거쳐 다시 공연으로 올린다면 지금처럼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인터뷰는 공연 시간과 비슷한 약 70분간 이어졌다. 인터뷰가 끝나면서 술리만푸어가 유쾌한 한 마디를 남겼다.“‘낫심’을 공연할 배우들은 작품 내용을 알면 안 되니까 이 인터뷰를 읽지 마세요.”연극 ‘낫심’ 배우 문소리(왼쪽),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4 / 조회 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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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이란 연극 '낫심' 성료..즉흥극으로 공감 끌어내
연극 ‘낫심’ 출연 중인 배우 문소리.(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배우 문소리가 즉흥극으로 연기력을 과시했다. 문소리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어제(20일) 배우 문소리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이란 즉흥극 ‘낫심’을 성료했다. 사전 연습이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서는 독특한 형태의 연극에서 문소리가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는 공감을 끌어냈다”고 밝혔다.연극 ‘낫심’(제작 부시씨어터, Bush Theatre)은 두산아트센터의 통합 기획이자 강연 8회, 전시 1편, 공연 3편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타주의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인 ‘두산인문극장2018:이타주의자’의 첫 번째 연극이다.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iur) 의 최신작이며 낯선 이란어를 소재로 작가, 배우, 관객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국경, 문화, 언어의 경계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문소리는 러닝타임 100분동안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며 객석과 무대가 하나되는 공연을 만들었다. 이란 언어를 초월해 관객의 소통을 끌어내는 데 노력해 극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소속사의 전언이다. 문소리는 “사전 준비없이 진행되는 즉흥극이라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00분이 짧게 느껴졌고, 작가인 낫심 술리만푸어와의 교감이 좋았다.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함께 해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소리는 영화 ‘여배우는오늘도’로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 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에 초청돼 22일 출국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1 / 조회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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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날 보러와요' 21일 막 내려…20년 저력 과시
개막 이후 연일 매진행렬
21일까지 '굿바이 할인'연극 ‘날 보러와요’의 출연진(사진=프로스랩).[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22일 개막이후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간 연극 ‘날 보러와요’가 2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막을 내린다.‘날 보러와요’는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1996년 역사적인 초연 이래 총 15번의 공연을 거듭하며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다. 초연 직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같은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과 신인상을 받았고, 서울연극제에서는 작품상·연기상·인기상을 수상했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바 있다. 올해는 20주년을 기념해 10년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작가 김광림을 비롯해 배우 권해효,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 등 초연 멤버가 다시 한 번 참여하며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개막 이후에는 공연 비수기인 1·2월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파크 연극 예매 순위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공연 마지막 주에 ‘굿바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굿바이 할인’은 OB팀 30%, YB팀 50%의 할인율로 마지막 공연인 2월 21일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3월 26·27일 청주(CJB 미디어센터), 4월 2·3일 경주(예술의 전당) 등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02-391-8223.▶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8 / 조회 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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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리얼리티와 유머, 작품의 저력 아닐까?"<날 보러와요> 연습현장
국립극단에 있는 두 개의 연습실은 모두 팀이 점령했다. 한쪽은 작품을 쓰고 오랜만에 연출로 돌아온 김광림을 중심으로 초연 및 과거 를 화제 속에 몰아넣은 저력의 OB팀이, 또 다른 한 곳은 김광림 연출 이후 를 지휘하며 젊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알려온 변정주 연출의 YB팀이 자리했다. "서로 굉장히 잘해야 된다는 (웃음) 압박감이 있어요. 선의의 경쟁이죠."라며 웃는 김광림 연출은, 자신의 제자이자 오랜 시간 조연출로 활동했던 변 연출을 두고 "감각도 좋고 잘한다."며 동등한 연출가로서 개성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의 작/연출자 김광림공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작품, 연출 뿐 아니라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의 중심이 된 연극 .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자가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1996년 2월 초연 당시 탄탄한 완성도와 극적 묘미가 압권으로 꼽히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나갔다.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 도 제작돼 큰 주목을 받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지 않았던 김광림은 2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다시 만난 작품과 배우들을 두고 "기분이 되게 좋다."며 허허 웃는 모습이다. "이후 극단 우투리에서 한국 전통, 실험극 등을 주로 했기 때문에 배우들 대부분과 같이 작업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만나보니까 배우들이 너무 좋아진 거에요. 역시 나이가 드니까 원숙해지고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이번 OB팀은 초연 때 출연했던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를 비롯, 유연수, 권해효, 이항나, 황석정, 공상아, 차순배 등의 멤버들로 꾸려졌다. YB팀은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우미화, 이현철, 이봉련, 임소라, 양택호가 채우고 있다. "또 사건이 터졌데요."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반장(이대연)"난 짤리지도, 그만 두지도 않을 거요. 우리 꼭 범인 잡읍시다!""범인이 잡혔다고? 축배를 들자고~!""사건의 공소시효도 이미 다 끝났고, 사건의 희생자들, 그리고 피해자 주변 사람들, 어떤 면에서는 형사들도 피해자죠. 이런 희생이 국가 시스템 문제로 생기는 거라는, 그런 면을 강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장관이 일주일 안에 범인 잡아오라고 난리 치고, 그게 잡히나요. 안 잡히니까 경찰 수뇌부들이 현장에 가서 담당 형사들 못 오게 하고 자기들이 현장 수사하고. 시스템이 잘못된 거죠. 그런 데서 온 희생 같은 것들이 있는 거죠." 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맡은 형사팀를 중심으로 한다. 서울 동대문에서 새로 부임해 온 김반장과 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당시 치안본부에서 자원해 화성으로 온 김형사, 지역 토박이 출신 박형사와 무술 유단자 조형사가 저마다의 논리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한다. 경기일보 박기자 역시 특종을 잡기 위해 경찰서에서 살다시피 하는, 누구보다 범인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다. 지난 7일 찾은 연습실에서는 공연의 첫 장면부터 만날 수 있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훗날의 김반장. 새로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안타깝고 끔찍하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범인 찾기가 한창인 형사팀. 이미 몇 차례 허탕을 친 김형사는 이성복 시인의 '남해금산'을 읊으며 자기 신세를 한탄한다. 시구처럼 피해자들은 비 많이 오는 날 울면서 떠났고, 사건의 범인은 푸른 바닷속으로, 또는 하늘로 잠기었나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용의자의 진술은 "꿈에 그랬어요."용의자의 친구도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유.""그때는 DNA검사를 여기(한국)서 못했어요. 작품 안에서는 한 것처럼 나오는데, 일본에 보내면 한 달 후에나 결과가 나오고. 소위 말하는 과학수사에 어려움이 많았고. 이 사건 뿐 아니라 형사들이 감으로 하고, 자백 받아서 무고한 사람들 집어 넣고.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게 없어져야 하는데. 또, 작품 안에서도 인권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수사 방법은 그때 보다 과학적으로 발전했다 해도, 그런 인권 문제는 진전되지 않은 것 같아요." 초연 당시 4명의 용의자 역을 혼자 맡아내며 서울연극제 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던 류태호는 이번에도 용의자로 나서고 있다. 동선을 계산하고 합을 맞춰보며 서로 웃다가도,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어수룩한 정신이상자로 그날 자신의 행동을 진술하는 류태호와, 그를 지켜보는 형사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금새 연습실을 점령한다. 이것이 작품의, 배우들의 저력 아닐까. 단서를 찾는 박기자(이항나)용의자 아내 남씨부인 역의 황석정(왼쪽), 다방 미스김 역의 공상아"작품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당시 연우무대 단원들과 같이 했죠. 그 기초가 굉장히 튼튼해서 리얼리티 같은 게 잘 표현이 된 것 같고. 또 하나는 되게 웃기거든요. 소극장에선 관객들이 막 웃다가 떨어지기도 했고. (웃음) 유머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사들 뿐 아니라 용의자, 다방 미스김, 용의자의 가족 등장은 작품에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자들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0주년 공연은 오는 22일 OB팀의 첫 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려 한 달간 진행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1.08 / 조회 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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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미제 살인사건 다룬 <날 보러와요> 20주년 특별 공연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연극으로, 영화 의 원작이기도 한 가 초연 20주년을 맞아 초호화 캐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1986년부터 5년간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되었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사건을 바탕으로 한 는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팽팽한 수사과정과 이중적 상황 전개 등으로 무대 위 강렬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996년 2월 초연 당시 작가 겸 연출은 맡은 김광림이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배우 이대연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06년까지 공연을 이어오면서 손종학, 송새벽, 진경, 최재웅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흥행을 이어갔다.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막을 올릴 이번 무대에서는 김광림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으며, 세 형사로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가 나서는데 더해 용의자 역에 류태호, 남씨부인 역에 황석정, 김반장 역에 이대연 등 그간 공연계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는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12월 14일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12.14 / 조회 6,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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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정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 <서울노트> 연습현장
가까운 현대, 세계대전을 피해 유럽 미술작품들이 한국 미술관으로 왔다.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 스치고 또 만나며, 걷다 잠시 서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운 긴 이야기, 연극 가 2월 2일 막을 올린다. 일본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으로 2003년 국내 첫 선을 보인 는 특히 이 작품을 처음 연출하고 번안했던 배우이자 연출가, 고 박광정의 추모 공연이라 더욱 뜻 깊은 자리로 준비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혜화동에 위치한 한 연습실.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는 권해효를 비롯, 정석용, 오용, 이지아 등 굵고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등장 인물은 12명이지만, 과거 고 박광정과 인연을 맺었던 23인의 출연 배우들은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더블 캐스팅을 자청, 바쁜 시간을 쪼개어 모았다. 배우를 비롯 전 스텝이 노 개런티로 마음도 모았다. 고 박광정이 이끌었던 극단 파크의 창립 멤버이자 를 번역하고 극단 내 독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한 성기웅이 이번 무대에서 연출을 맡았다. 극단 파크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초연 이후 국내 본격적인 ‘조용한 연극’ 붐이 일기도, 또 원작자인 히라타 오리자가 이끄는 청년단과 교류, 한국에서의 일본어 공연, 일본에서 한국어 공연 등 의미도 성과도 남다른 작품이 바로 이다. “사람 좋아하시고 정도 넘치시고, 또 보이기에 굉장히 소탈하고 사회 주변부로 살아가는 역할을 많이 맡으셨었지만, 음악과 영화 등을 이야기하고 즐기는 예술적인 취향과 감각은 굉장히 세련되고 도시적이어서 나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도 따뜻함과 서정도 있지만,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라든지 근 미래적인 설정들이 도시적이고 세련되어서, 그런 감각도 함께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2003년 초연 후 몇 번의 재공연, 그리고 2008년 고 박광정이 자신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무대화 했을 때에 비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까닭에, 가까운 미래라는 큰 틀 안에서 현대에 맞게 수정된 부분이 있으나 큰 줄기는 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성기웅 연출의 변. 초연 당시 객석을 향해 배우가 등을 돌리고 앉아 대사를 하는 등 신선하고 색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그대로 비춰냈던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성 연출은 미술관의 큰 유리창이 객석으로 나 있다는 설정을 더욱 부각시켜, 무대 위의 연극이 프레임 속 하나의 ‘그림’이 되어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는 느낌의 강조를 의도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객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은 더욱 많아져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조성되는 순간의 포즈가 또다른 영향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월 2일부터 12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쉬는 날 없이 13회 공연 예정인 는 초대권 없는 공연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1.31 / 조회 1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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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정을 기억합니다. <서울노트> 공연
2008년 폐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연출가 고(故) 박광정을 기리는 무대, 연극 가 2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히라타 오리자가 쓴 '도쿄노트'를 원작으로 하는 는 세계 3차 대전을 피해 서울로 온 미술작품들의 전시장을 배경으로, 이곳 로비에서 만나는 가족들, 미술관 직원들의 대화를 통해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용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고 박광정이 이끄는 극단 파크에서 초연을 했으며, 2008년 다섯 번째 공연이 그의 마지막 연출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는 초연 당시 작품의 번역을 맡았던 성기웅이 연출로 나서며, 고인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던 권해효, 유연수, 민복기, 최덕문을 비롯, 정해균, 박지아, 임유영 등 선후배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2월 8일 공연 후에는 고인과 동갑으로 공연을 통해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히라타 오리자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1.16 / 조회 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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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인생, “어쩌다 그린 그림 한 장”
120만 명의 광부들이 사는 탄광촌 애싱턴. 지하 200M 막장, 평균 10시간 작업, 월급 25만원. 연일 터지는 탄광 붕괴사고. 시커멓게 탄 광부들의 마음에 날아든 희망을 소재로 한 연극 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어쩌다 그린 그림 한 장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 광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미술감상수업을 통해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한 애싱턴 지역의 광부들은 ‘애싱턴 그룹’ 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은 의 작가 리홀의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토슈즈를 신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빌리에 이어, 붓을 든 광부들은“예술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향해 달려간다. 애싱턴 광부들 (좌측부터)지미(원창연)_단순하고 잘 삐치지만 순수한 광부꼬마(손성민)_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광부들을 쫓아다니는 취직 못한 젊은이 조지(김승욱) 광부조합의 간부. 규율, 규칙을 강조하는 광부올리버(윤제문)_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아를 찾게 되는 광부해리(이대연)_광산촌의 치위생사한국버전 의 번역과 연출은 등 ‘촌철살인 연출’로 유명한 연출가 이상우가 담당했다. 여기에 권해효, 윤제문, 문소리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연출가 이상우는 지난 4일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대본을 처음 보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히며 “’예술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놓고 즐거운 코미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에게 즐거운,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재미있는 무대가 가장 큰 목표”라는 말로 ‘의미 있는 코미디 작품’ 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무대에 설치된 세 개의 스크린을 통해 우드혼 탄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애싱턴 그룹’의 작품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반 고흐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2007년 뉴캐슬 라이브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은 2008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최고 연극상, TMA 어워드 올해의 최고 신작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0년 5월 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연극 의 세계 네 번째 무대이자, 비 유럽권 최초공연인 한국버전 은 오는 5월30일 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 공연장면광부들의 미술감상 교실을 위해 애싱톤을 방문한 강사, 라이언(권해효) 다들 아시죠? 티치아노그림 속 의미, 이런 건 없어요. 각자 가슴속에 있는 거죠.'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정말 이 유명한 그림을 몰라요?몰라요!음.... 좋아요, 직접 그림을 그려봅시다!광부들의 첫 작품, 그 결과는?올리버, 정말 네가 그린 거야?대단하다!"오, 맙소사. 이 그림 제가 사겠어요."미술 애호가 미망인, 헬렌(문소리)"빨리 그리세요!"아르바이트로 누드모델을 하는 당찬 학생, 수잔(장아름)으음~그 그림, 정말 감각있었어요!당신을 후원하고 싶어요. 돈을 줄게요, 당신은 그냥 그림만 그려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5.06 / 조회 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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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연극파 배우" 연극배우 권해효, 문소리
권해효와 문소리는 꾸준히 ‘제값’을 해온 배우들이다. 그 시작은 ‘얼굴값’이었다.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 안에’(1994년)의 권해효는 딱따구리를 연상케 하는 얼굴과 오지랖으로 명품조연 자리를, 뇌성마비 환자의 모습을 영화 ‘오아시스’(2000년)에서 완벽하게 재연한 문소리의 연기는 연기파 배우의 자리를 꿰차기에 충분했다.‘안방극장 코믹배우’, ‘연기파 영화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배우의 길을 달려온 권해효, 문소리 두 배우의 이름 앞에는 ‘나설 땐 나서야 한다’는 성격 덕에 ‘소셜테이너(Socialtaiver)’, ‘개념배우’라는 뜨거운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두 배우의 목소리에 실린 이야기는 대중들의 힘을 한데로 모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뜨거운 ‘이름값’ 덕에 바람 잘날 없는 날을 보내기도 했던 두 배우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금 두 사람은 이런저런 수식어를 떨쳐내고, TV도, 영화도, 집회현장도 아닌 ‘연극무대’에서 ‘제값’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작가 리홀과 연극 연출가 이상우의 이름값까지 덤으로 버무려져 있다. 알고 보면 연극파 배우, 문소리 얌전한 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더 얌전한 사범대학 시절을 보내던 대학교 3학년 생 문소리. 부어라, 마셔라 놀아대던 동기들도 ‘이제 임용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나 둘 도서관을 찾을 무렵, 공부파 문소리는 대학로 극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건의 발단은 고등학교 때 본 연극 였다. 이유도 간단했다. 를 보며 느꼈던 정직한 기운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무서운 늦바람으로 불 같이 시작한 연극이었지만, 문소리에게 연극은 여전히 짝사랑의 대상이다. “영화로 알려졌지만,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정말 우연하게 영화배우가 된 거지, 계속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못 해가지고(웃음). 제가 연극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계속 모자라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연극과에 진학할 생각이었는데 이창동 감독님이 “연기 공부를 시작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연극에서 영화로 흘러가는 건 순방향이지만, 영화에서 연극으로 돌아오는 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의 헐떡이는 역류를 떠오르게 한다. “돈이 안되니까(웃음). 하지만 전 기획사에서 하라는 대로 한 적이 없어서요. 하고 싶다고 하면 동의해줘요.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지만, 원하는 걸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감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잖아요.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거든요.” 연극 은 “광부들 이야기인데, 너한테 어울릴 것 같다”는 이상우 연출의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대본도 읽지 않고 출연을 약속했다. “저한테 연극은 치료제 같아요. 영화에만 매달리다 보면, 문득 ‘나를 너무 소진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배우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기운이 떨어질 때가 있는 거죠.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온도를 높여야 할 때 무대가 필요해요. 영화도 사람들과 가깝게 하는 작업인 건 맞지만, 연극은 새살을 돋게 하는 그런 면이 있어요.” 4년 만에 돌아온 연극무대 “아기를 가지려고 공백기를 가졌었어요. 그런데 그 쉬는 시간들이 오히려 제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연기를 시작한지 십 년이 됐는데, 앞으로 십 년은 또 어떤 배우로 살아야 할까 하는…. 처음 시작할 때 보다, 훨씬 더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배우는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음, 그런데 지금은 이 연극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뒤이어 “무대에 선 경험이 적다 보니 권해효 선배에게 동선, 각 장면에서 집중할 것들에 대한 조언을 얻고 있다”는 연기파배우 문소리의 생경한 고백이 따라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연극 영화과를 나온 게 아니잖아요. ‘나는 부족하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큰 편이에요. 원래 배우라는 직업에는 완성이라는 게 없다지만. 제가 연기공부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연극무대에요.” 연극 에서 문소리는 광부들에게 미술을 그릴 기회를 제공하는 미망인 헬렌 역으로 무대에 선다. 작가 리홀의 최신작인 이번 무대는 세계 네 번째 무대이자, 비유럽권최초 공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영국 귀족의 연기를 코미디 프로에서는 본 것 같은데. 힘들어요, 정말. 이상우 연출님은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표현하라고 하시는데. 모르겠어요. 영국 계급이랑 우리나라 계급이 다른데다가, 제가 노블레스가 아니어서(웃음). 우아하게 표현하려고 하지만, 잘 못 하면 재미없는 캐릭터가 되기 쉬워서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평균관객 동원력 100만을 자랑하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인 그녀지만, 500석 이상의 중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 이렇게 큰 무대에 처음 서봐요. 지금까지 저한테는 200석이 가장 큰 무대였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배우들도 예전부터 알던 분들이라 팀워크도 좋고,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점 빼고는 어려운 게 없어요(웃음).” 광부화가들이 모인 애싱톤 그룹의 그림을 비롯한 명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의 그림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무대에 설치된 3개의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포인트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그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문소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면 ‘수채화’로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오나쇼우. 그렇게 늙고 싶어요“’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촬영장에서 어떤 분이 저를 그려주셨는데, 그림 속 제 모습이 굉장히 도도해 보였어요. 도도한 척 하는 캐릭터여서 그랬나? 누군가가 저를 그린다면 유화가 아닌 수채화로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아, 저 누군가가 나를 그린다면 이렇게 그려줬으면 좋겠다는 모습이 있긴 해요. 스케줄 때문에 영국에 간 적이 있거든요. 일정을 마치고 열흘 정도 혼자 영국 여행을 다녔어요. 영국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있긴 했는데, 석사 논문 때문에 바빠서 낮에는 저 혼자 다니고 밤에는 만나서 놀고 이런 식이었죠. 국립 초상화 갤러리를 구경갔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중세시대 귀족부터 현대 배우들의 초상화가 쭉 붙어있거든요. 혼자서 ‘이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았겠지’, 이야기를 만들면서 구경을 하는데 어떤 여자가 눈에 확 들어오는 거죠.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아! 배우다’ 싶었어요. 한참을 그 그림 앞에 서 있었어요. 나이는 마흔을 넘은 것 같았고, 짧은 커트머리에 흰 치마에 큰 흰색 브라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그 배우가 해리포터에 나왔던 ‘피오나 쇼우’라는 걸 알았는데, 그냥 이름도 모르고 계속 쳐다봤었어요. 그렇게 혼자 구경을 하다가 그 여자 그림이 담긴 엽서판을 열 장을 사가지고 친구를 만났어요.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이러는 거에요. “지금은 막이 내린 연극인데, 여배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너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그 배우 이름이 ‘피오나 쇼우’야” 이러는 거에요.제가 엽서를 보여주면서 “야, 나 오늘 그 사람 엽서 샀거든” 이랬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런 느낌이 나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많으면 힘들어했을 정도”로 부끄러움 많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문소리는 대학로에 입문하면서 스크린 쿼터사수를 위해 마이크를 잡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해 촛불을 드는 위풍당당한 여자로 성장했다. “사회참여 연예인이라는 시선 때문에 제가 답답함을 느끼거나, 제 영역이 좁아진다거나,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어요. 그 이미지를 부각시켜서 작품을 한 적도 없고요. 제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쌓여서 대중들이 만들어주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받아들여야 하겠죠. 하지만 그것도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배우 문소리를 자극하는 좋은 예, 나쁜 예는 뭘까?라는 질문에 단박에 “나쁜 예는 많아요. 꼭 말해야 아나?”는 그녀다운 대답을 내놓는다. “저를 자극하는 좋은 예는, 메릴 스트립이요. 전에는 그녀의 모습이 교과서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잘하는 건 알겠는데 난 좋아하지 않아’ 이런 느낌이었는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맘마미아’를 보면서 점점 좋아졌어요. 아, 그리고 막걸리요. 요즘 정말 많이 먹는데(웃음), 좋은 것 같아요. 막걸리와 함께 하면 안 좋은 나쁜 예는 샴페인. 막걸리 먹다가 샴페인 먹으면 주체할 수 없게 되거든요. 연습 끝나고 1차에서 막걸리 먹고, 2차로 샴페인 먹었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술자리에서 제가 막 호기를 부르면 오라버니들이 “너! 샴페인 사준다, 너” 이래요. 그럼 제가 “선배님, 제발” 하면서 싹싹 빌죠(웃음).” 오랜만에 공연장으로 돌아온 연극배우 문소리. 그녀는 작품에 등장하는 “예술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는 대사처럼, 공연을 본 관객들의 가슴에 물음표 하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에서 우려진, 권해효 1994년 ‘사랑은 그대 품 안에’ 한방으로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떠오른 권해효의 강력한 한 방은 우연이 아니었다. 1985년 이근삼 연출의 을 시작으로, 1990년 연극 로 단련된 권해효의 내공이었다. “운이 좋아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무대에 섰어요. 연극무대에서는 교수, 선생 같은 역할을 주로 했는데, TV에서는 감초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부실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죠(웃음). 옆집 사람처럼 편안하게 생각해주시니까 좋아요.”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한 권해효는 대학로에서 ‘백과사전’으로 통한다. 연극판에서는 ‘똘똘이’ 이미지로 통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광부들에게 그림을 알려주는 강사 라이언으로 출연한다. “이 작품의 완고를 보고 출연을 결정한 게 아니었어요. 명동예술극장과 이상우 선배님께 작품의 배경, 대략적인 줄거리만 듣고 알겠다고 했어요. 제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몰랐죠(웃음). 사실, 신작 연극에 대한 출연제의가 많았는데 일정 때문에 고사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 하면 후회하겠다 싶었죠.” 의 원작자가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는 권해효는 관객들에게 “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이 작품의 출연을 결심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꿈을 물어 보지 않는 세상이 됐어요. “너 뭐 될래?” 이런 식이지 꿈을 물어보지 않잖아요. 은 7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꿈꿨던 세상, 하지만 완성 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꿈에 관한 이야기에요. 찡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많아요.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뭐였지?’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권해효는 요즘 미술을 소재로 한 작품, 번역극이라는 두 가지 난관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좋은 작품을 어떻게 온전히 살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영국의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우리나라 관객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거든요. 원작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영국의 산동네 특유의 억양에서 나오는 유머가 상당한데, 그걸 살릴 수 없다는 게 핸디캡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힘이 워낙 강합니다.” 권해효는 오랜만에 찾아온 쫄깃한 긴장감도 맛보고 있다. “이십 년 정도 연극을 하다 보면, 연습 중간에 ‘이 작품은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예측이 가능 하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만큼은 관객들의 첫 반응이 나오지 전까지는 모르겠어요. 걱정도 되고, 궁금해요.” 연습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중"의 연습실은 매일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중이다. “마냥 즐거웠다가, 순식간에 심각해지고. 제가 주로 분위기를 심각하게 몰고 가는 쪽이에요(웃음). 우문과 문제제기가 많은 배우거든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기로 유명한 권해효가 맡은 라이언이라는 등장인물은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광부들을 통해 이루려는 꿈을 가진 인물이다. 오셔 코치가 김연아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풀었듯이 말이다. “자신은 못 가본 길이지만, 타인을 통해서 가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우리 딸이 멋지게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배우가 떠돌이 직업이라고 하지만, 전 정작 그렇게 살지 못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떠돌이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하는 일에 푹 빠져서. 그리고 그게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겠어요.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일지 모르겠는데요, 아프리카를 누비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포토그래퍼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해요.” 정작 자신은 “단순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권해효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투쟁해야 되는 세상이 됐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코믹배우를 넘어 ‘사회적 발언을 하는 배우’, ‘정치색을 띤 배우’, ‘집회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배우’로 대한민국의 입술이 된 배우 권해효. 어떤 이들에겐 눈엣가시가 됐을지도 모를 그에게, 걱정과 응원을 실은 목소리를 담아 “캐스팅 불이익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하하, 그건 모르죠. 그건 모르겠어요, 모르겠고. 숨쉬는 것 빼고는 모든 게 정치적인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생활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정치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인 발언을 하다 보면, TV를 보던 사람들은 그 배역을 보는 게 아니고 제 정치적 견해 때문에 불편하실 순 있겠죠.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는 배우 권해효를 보시며 불편해하신다면, 여러 가지로 저한테 손해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의 손해, 불편함은 감수할 생각을 갖고 있어요.” 사회참여에 뛰어든 권해효는 “사회참여 방식에 후회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행동하지 못했을 때의 불편함, 속상함은 있을지 몰라도 배우의 길과 사회 참여의 길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딜레마는 없어요. 사회인으로 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활동해야지요. 연기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회 참여 방식일 뿐입니다.”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이어가던 그가 머뭇거리던 순간은 “다음 연극 무대는?” 이라는 질문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판화같은, 그런 느낌“음…. 솔직히 지금 그런 생각까지 할 엄두는 안 나는데요. 어릴 때는 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헷갈려요. 나이는 사십 대 중반인데, 무대에 설 때는 ‘아직 내가 어리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좀 더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정작,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 뭔가에 대해서는 헷갈릴 때가 많아요.” 재수시절, 대학교 미술 교양 리포트를 대신 써주고 A+를 받을 만큼, 미술에도 박학다식한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그린다면 “판화”속에 담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채색화보다는 판화에 가까운 사람으로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판화도 굉장히 다양하지만, 붓이나 나이프로 만들 수 없는 판화 특유의 특별한 선 감각이 좋아요. 그런 느낌이 좋아요.” “내일이 결혼기념일인데, 새벽 촬영이 있어서 미리 꽃을 주문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가장, 희끗한 흰머리를 감추지 않는 명품배우,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은 권해효 500M 접근금지”라는 엄포를 놓는 옆집 아저씨. 연극배우 권해효가 꿈꾸는 세상이 공연장 안팎에서 골고루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명동예술극장 제공장소제공: 대학로 caffe Puccino's
2010.05.03 / 조회 1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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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신작 <광부화가들> 공연
‘빌리 엘리어트’를 쓴 작가 리 홀(Lee Hall)의 신작 연극 이 한국에서 공연한다. 2007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한국 공연이 세계 4번째이자, 비 유럽권에서의 최초 무대가 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오는 5월 막을 올리는 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 , 등을 쓰고 연출했으며 이번 작품의 번역과 연출을 맡은 이상우와 문소리, 권해효, 이대연, 윤제문 등의 출연진들이 자리했다. 은 영국 북부 탄광촌인 애싱턴을 배경으로 광부들이 미술강좌에서 그림을 접하게 되면서 겪는 변화를 담고 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찾게 되는 광부와, 그들의 진실한 모습을 접하며 진정한 그림과 예술의 의미를 깨우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실존 광부 화가들의 집단인 ‘애싱턴 그룹’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이상우 연출은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 대상을 왜곡하거나 모욕하면 안 되는 어려움이 있어 연극성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며 “대본의 정서와 무대 톤을 보면 예술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대단히 엄숙히 느낌이지만, 가능하면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은 적절히 빼어 구성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공연이 극장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감상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연출은 무대 미술의 가장 큰 요소로 애싱턴 그룹 화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다양한 그림 작품들을 비춰낼 스크린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 이야기 했다. 광부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는 강사 라이언으로 등장하는 권해효는 “인물들간의 갈등보다 삶의 방향 등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간 해 보지 못한 작품”이라고 하며, “무대 위에 등장하는 100여 점이 훨씬 넘는 그림 작품의 감상이 무엇보다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애호가 미망인 헬렌 역의 문소리는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이 흔하지 않아 작품에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4년 만에 무대를 찾은 그녀는 “남편이 그림을 좋아해 영화 찍을 체력이 안되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그림 그리라며 농담처럼 이야기 한 적도 있다”며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작가 리 홀은 실제 영국 북부 탄광촌 출신으로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자신의 상황을 작품에 비춰내곤 한다. 그는 ‘빌리 엘리어트’에 이어 에서도 예술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이들 자신이 바로 예술임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극 은 5월 5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4.20 / 조회 19,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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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아이가? 웃기는 소리…
흔히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보다 ‘찐하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하면 우정이 끝나는데 비해 남자는 사회생활을 할수록 더 깊어진대나. 과연 그럴까.
연극 ‘아트’는 남자들의 우정이 세상에 떠도는 것만큼 그리 편하거나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뒷 벽에 흰 패널이 하나 걸려 있다. 잘나가는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이남희)이 무려 1억8000만원을 주고 산 ‘앙트로와’라는 현대 추상화가의 그림이다. 지방대 교수인 규태(정보석)는 그저 흰 판때기로밖에 안보이는 그림을 산 수현이 지적 허영을 부리는 것으로 본다. 둘 사이는 서먹해지고 또다른 친구인 문방구 사장 덕수(유연수)에게 각각의 입장을 털어놓고 우유부단한 덕수는 양쪽을 중재하다 무시받는다.
20년지기 친구라는 이들은 친구라는 이유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는 당연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림 한 점 때문에 서로에 대한 질투와 서운함이 한번에 폭발하고 바닥까지 발가벗겨진다. 이들은 우정을 위해 그림 위에 펜으로 ‘스키 타는 사람’을 그림으로써 금이 갔던 우정을 붙인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정말 회복됐을까. 홈쇼핑에서 파는 강력 지우개로 지워도 희미하게 자국이 남는 것처럼 이들도 가슴 속 깊숙이 앙금을 감춰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이 작품은 현대 추상화를 놓고 벌이는 세 남자의 논쟁 때문에 매우 지적인 희곡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예술의전당과 같은 해 5월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돼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황재헌은 “겉으로 보면 예술적 취향을 논하는 것 같지만 사실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묻고 있는 대중극”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인 작가가 ‘서로를 존중한다’ ‘상대의 취향을 인정한다’ ‘의리있다’ 등으로 포장된 남자들의 우정에 마음껏 비웃음을 퍼붓고 있는 코미디라는 것.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방백이 재미있는 이 작품은 화∼일요일 가운데 화·목·토 공연에는 11년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정보석,대학로의 연기파 배우 이남희,정감있고 구수한 연기를 자랑하는 유연수가 호흡을 맞춘다. 또 수·금·일에는 자타 공인 ‘멀티 배우’ 권해효,에너지가 넘치는 조희봉,노련한 연기를 뽐내는 이대연이 앙상블을 이룬다. 대학로 스타 배우들 사이에 낀 정보석은 TV나 영화에서 보여졌던 덤덤한 신사 이미지를 벗고 된장냄새가 묻어나는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국민일보/ 장지영 기자
2004.09.07 / 조회 8,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