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엔딩의 그 작품…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히스토리
2000년 개봉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엔딩에서 성인이 된 빌리는 발레리노로 무대에 선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빌리의 비상'은 바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이다. 지난 9일 개막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발레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다. 고전 발레의 상징 같던 가녀린 여성 무용수 대신 근육질 남성 무용수를 등장시키며 무용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9년 만의 내한 공연을 맞이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의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 (왼쪽부터) 매튜 본과 아담 쿠퍼
무용계의 이단아, 매튜 본
22살까지 전혀 무용을 배운 적이 없었던 매튜 본은 22살에 현대무용 스쿨인 라반센터에 입학해 비로소 무용을 배운다. 더불어 그는 BBC의 기록보관소, 영국 국립극장의 서점, 극장 안내원으로 일하며 영화, 다큐멘터리, 뮤지컬, 연극 등을 접하며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텔링에 매료됐다. 1987년 27살이던 매튜 본은 6명의 단원과 함께 현대 무용단을 설립해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인 버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기존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남자 백조와 영국 왕실을 닮은 로열 패밀리를 아이디어의 큰 줄기로 삼았다고. 그가 작품을 만들던 1990년대 초반은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다이애나비, 영국 왕실의 차남 앤드루 왕자와 결혼한 사라 퍼거슨, 엘리자베스 2세의 여동생 마가렛 공주 같은 영국 왕실 가십들이 매일 같이 뉴스에 나왔다.
매튜 본은 이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1995년 11월 영국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초연했다. 영국 초연 당시 관객들에게 ‘백조의 호수’는 충격적이었다. 남성 백조와 왕자가 함께 춤을 추는 것을 견디지 못해 종종 퇴장하는 관객들도 등장했다고. 국내에서는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래 2005년, 2007년, 2010년 재공연을 거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매튜 본은 무용계에서 세운 업적을 인정받아 2016년 영국황태자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으며, 2019년에는 올리비에 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 '백조의 호수' 공연 장면
고전의 재해석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원작은 3대 발레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로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여인 오네뜨가 마법에서 벗어나는 길은 왕자와 진정한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것을 현대 영국의 왕실을 배경으로 가져오면서 원작의 스토리는 아예 지워버리고, 백조의 성별을 바꾸고, 유약한 왕자를 등장시킨다. 또한 왕자가 갖지 못한 강인한 힘과 아름다움, 자유를 표상하는 존재로서 백조가 등장한다. 작품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여 발레, 현대 무용, 탭댄스, 사교 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댄스 뮤지컬’이란 이름이 붙었다.
작품의 1막에서는 현대 영국 왕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혹적이고 강한 성격의 여왕은 왕자가 왕가의 자손답게 자라나길 원하지만, 유약한 왕자는 어머니의 기대를 매번 실망시킨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자신의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반대하자 이에 괴로워하던 왕자는 바(bar)를 찾는다. 여자친구의 등장이 비서의 계략이란 걸 알게 된 왕자는 괴로움에 물 속에 뛰어 들려는 찰나 백조를 만나 사랑과 힘을 얻어 왕실로 돌아온다. 2막에서는 왕자가 꿈속에서 본 백조와 닮은 낯선 남자가 왕실 무도회에 나타나 여왕을 유혹한다. 낯선 남자는 1막에 등장한 백조 역의 무용수가 1인 2역으로 나선다. 낯선 남자는 강렬한 몸짓으로 무도회에 참석한 여자들과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신비로운 호수와 화려한 왕실 무도회, 런던 뒷골목 바(bar) 등 왕자와 환상과 현실 속 공간을 오간다. 작품의 백미는 왕자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백조로, 남성 무용수들이 깃털 바지에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내며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군무를 펼친다. 남성 무용수가 표현하는 백조는 강한 힘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 아담 쿠퍼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
1995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백조의 호수’는 1998년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겨 124회 공연을 이어가며 브로드웨이 최장 무용 공연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9년에는 토니 어워드 최우수 연출가상, 최우수 안무가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미국에서도 대성공을 거둔다.
2000년에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마지막에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이 나오면서 큰 유명세를 얻었다. 영화에서 발레리노로 성장한 성인 빌리가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을 맡아 무대로 힘차게 도약하는 마지막 장면을 실제 '백조의 호수'에 출연 중인 아담 쿠퍼(Adam Cooper)가 선보였다. 아담 쿠퍼는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백조의 호수’ 초연에 캐스팅되어 매튜 본과 함께 백조들이 나온 비디오를 보면서 백조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업그레이드된 ‘백조의 호수’
2014년 이후 한동안 투어를 하지 않았던 ‘백조의 호수’는 2018년부터 세트, 의상, 조명 등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세계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시즌은 완전히 새로운 캐스트들이 등장해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매튜 본은 ‘백조의 호수’가 초연 후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공연되는 이유에 대해 “’백조의 호수’는 현재 출연하는 젊은 무용수를 포함해 많은 젊은 관객들에게 공연계, 특히 무용계에 일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 ‘백조의 호수’는 우리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무용수들이 그들이 부모님과 극장에 처음 와서 본 무용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는 아직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오는 2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티켓예매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9.10.15 / 조회 11,781
-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 9년 만에 LG아트센터 공연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가 9년 만에 LG아트센터 무대로 돌아온다.매튜본의 ‘백조의 호수’는 남자 백조를 등장시키며 전 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한 무용 작품이자 3D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작품은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래 2005년, 2007년, 2010년 재공연을 통해 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무대와 조명, 의상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다.안무가 매튜본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TIME)로 인정받았다.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Olivier Awards) 역대 최다수상자이자, 무용계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6년 현대 무용가 중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Knight Bachelor)를 수여 받은 바 있다.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현대 영국의 왕실을 배경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와, 그가 갖지 못한 강인한 힘과 아름다움, 자유를 표상하는 환상 속의 존재인 백조 사이에 펼쳐지는 가슴 아픈 드라마를 그렸다. 특히,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부분에서 발레리노로 성장한 빌리가 힘차게 뛰어오르는 장면에 삽입되며 더욱 유명해졌다.티켓판매는 3월 14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LG아트센터 홈페이지와 인터파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2019년 10월 9일부터 20일까지 총 16회 공연된다.사진제공_LG아트센터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03.15 / 조회 4,666
-
'잠자는 공주' 깨운 건 뱀파이어 정원사였다
댄스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영국 천재 안무가 매튜 본 신작
새로운 안무·캐릭터 창조…뱀파이어 스토리 결합
'빌리 엘리어트' 주역 리암 모어 첫 내한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영국의 천재 안무가 매튜 본이 6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오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댄스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통해서다. 영국 안무가 매튜 본(사진=LG아트센터).본은 근육질 남성 백조가 등장하는 혁신적인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로 세계 관객을 열광케 한 안무가다.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을 5차례 수상했고, 무용계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6년 현대무용가 중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와 함께 차이콥스키가 남긴 ‘3대 걸작 발레’로 꼽히는 고전이다. 앞서 두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본이 선사하는 ‘차이콥스키 3부작’의 완결판인 셈이다. 프랑스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로 알려진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마녀의 저주에 걸려 100년 동안의 긴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이야기의 뼈대만 남겨둔 채 새로운 안무와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다. 수동적이던 오로라 공주를 주체적이고 당돌한 말괄량이로 바꿔 21세기에 깨어나게 했다. 또한 원작에는 없었던 마녀의 아들 ‘카라독’을 등장시켜 공주를 사랑하는 정원사 청년 ‘레오’와 삼각관계를 만들어냈다. 특히 영화 ‘트와일라잇’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뱀파이어 스토리’를 원작과 절묘하게 결합해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펼쳐낸다. 레오는 뱀파이어 요정에게 스스로 목을 물려 불멸의 삶을 얻게 된 후 그 모습 그대로 공주를 기다린다. 고딕풍의 화려한 세트와 의상도 볼거리다. 2012년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은 공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8주간의 객석이 모두 매진되며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이듬해 미국투어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LA비평가협회상 3개 부문과 오베이션 어워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번 서울에서 첫 번째 아시아 투어를 시작해 싱가포르와 중국, 일본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본이 이끄는 무용단 뉴어드벤처스 소속의 무용수를 총동원한다.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크리스 트렌필드와 도미닉 노스, 크리스토퍼 마르니, 모델 출신으로 뛰어난 신체조건과 탁월한 테크닉을 보유한 아담 머스켈 등이 함께한다. 특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국 오리지널 버전에서 최초의 빌리로 출연하며 2006년 올리비에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스타무용수 리암 모어가 처음 내한한다. 빌리를 연기하던 귀여운 아역 배우에서 어느덧 성인 무용수로 자라난 모어는 이번 공연에서 눈부시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LG아트센터).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LG아트센터).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LG아트센터).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LG아트센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14 / 조회 2,489
-
LG아트센터 사람들 - 기획 네 번째
LG아트센터 기획자 FOUR
Q : 무대의 매력
이현정 팀장 “투자신탁회사에 입사해서 풍족한 월급과 시간적 여유 속에서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고, 공연만 생각하면서 24시간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되더라고요. 공연 일을 하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행복감을 느꼈어요. 나이가 더 들면 사생활의 분리가 필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회사와 나와의 분리가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최정휘 대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것들을 다루는 소프트웨어다 보니 살면서 항상 생각하는 모티브들을 실제 일하면서 항상 만나게 되요. 그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인 것 같아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허무는 거고, 이런 것들이 큰 고통을 주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하는 것이 무대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느끼면서 삶을 깊이 경험하게 된다는 매력이 있어요.”
주재은 대리“공연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다른 세계를 많이 경험하게 되고, 각각의 연결고리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지금까지 아름답고 옳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공연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해를 하도록 노력하고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업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좋고, 때로는 좋아하는 일 때문에 얻어지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면서 제 앞에 열리는 세계들이 너무나 좋아요.
계명국 “일을 하면서 모든 장르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는 모든 장르의 예술이 총체적으로 만나는 무대잖아요. 그런 총체성이 무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공연관련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십계명은?
정용성 “상상을 초월하는 적극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전화하고 무조건 찾아가는 적극성이요.”
이현정 팀장 “실제 경험해라. 자원봉사든 아르바이트든. 내가 진짜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형과 가까운 곳으로 옮길 수도 있고,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 가능해요.”
채송아 대리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봐요. 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많이 봐라. 하지만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문적인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이 좋은 거죠.”
이현정 팀장 “관련 지식과 분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라고도 말하고 싶어요. 연극을 위해선 다양한 문학 소설들을 읽어야 하고, 지식도 키워가야 하고, 클래식의 경우에도 연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해요. 끊임없는 공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덧붙여서 기본적으로 언어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겠죠. 국경과 장르를 초월해서 문화와 교통하는 가운데 있기 때문에 언어능력은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물을 보고 평가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들을 보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해요.
채송아 대리 “막연한 동경과 환상에서 벗어나 경험을 통해 안목을 키워나가야겠죠. 셈에 대한 감각도 필요해요. 티켓을 팔아 본 사람만이 시장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고, 공연은 열정과 패기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사고 능력과 아이디어와도 상통하는 이야기이지만 기획서, 보도자료, 전단, 웹의 홍보문구, 제안서 등 포인트를 잡아서 정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고도 유용한 능력이다.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기획, 마케팅, 홍보 등은 LG아트센터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간다. 그래서인지 LG아트센터에서 올려지는 공연에 대한 신뢰성을 가지게 되고, 많은 관객들이 좋은 작품을 대하는 계기가 많아졌다. 이런 기획팀의 노력으로 또 하나의 테마를 2006년도에 올리게 된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2006.02.24 / 조회 17,877
-
매튜본의 < 백조의 호수 >
직접 가서 보아라. 그렇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더 이상 가녀린 여성 백조는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남성 백조들의 힘과 카리스마를 만난다. 서울 2주 공연과 일본 6주 공연 전석 매진. 연일 이어진 뜨거운 커튼콜과 공연 종료 후에도 분장실 입구에 길게 늘어선 관객들. 오로지 공연을 다시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1천여명의 일본인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앵콜공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2003년 첫 내한 시, 팝스타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커튼콜과 전석 매진사례로 공연계 최대 화제를 일으켰던 매튜 본의 가 탄생 10주년을 맞아, 더욱 화려해진 모습으로 다시 서울을 찾는다. 2005년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매튜 본의 는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 를 동시대에 흥미진진하게 재 탄생시킨 댄스 뮤지컬이다. 여성 무용수대신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들을 ‘백조’역에 기용한 파격적인 연출과 고전발레의 테크닉에서 현대 뮤지컬의 자유로움까지 넘나들며 보여주는 황홀한 안무로 1995년 영국의 천재 안무가 매튜 본의 혁신적인 감각을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 가 바뀌게 된 것이다. 1950년대 영국 왕실로 배경을 옮긴 는 엄격하고 사랑없는 어머니(여왕) 아래에서 방황하는 나약한 왕자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왕자 앞에 나타난 백조는 왕자가 열망하는-그러나 가질 수 없는-힘과 아름다움, 자유의 표상으로 절묘하게 제시된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아슬아슬하고 에로틱한 백조와 왕자의 2인무, 그리고 화려한 왕실의 무도회와 런던 뒷골목의 바(bar)의 문란하고 유머러스한 모습들은 동시대인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백조’로 분한 강인하고 섹시한 남성 무용수들이다. 이 컨셉은 영화 에서 주인공 빌리가 성인 발레리노로 성장하여 멋지게 무대 위로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으로도 삽입되어 더욱 더 유명하다. 아담 쿠퍼, 윌 켐프, 2003년 서울 공연에서도 ‘백조’역을 맡아 인기몰이를 했던 스페인 무용수 ‘헤수스 파스토르’ 등 ‘백조’역을 맡는 무용수들마다 큰 주목을 받으며 세게적인 무용수로 급성장 해왔다. 또한, 는 19996년 로렌스 올리비에상과 1999년 토니상 3개 부문(뮤지컬 부문 최고 연출가상, 최고 안무상, 최고 디자인상)을 수상하였다. 매튜 본의 주역들 2005년 매튜 본의 는 탄생 10주년을 기념한 특별한 무대를 위해 매튜 본은 더욱 더 화려한 출연진을 선발했다.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 호세티라도(백조 & 낯선 남자 역)는 ‘원조 백조’ 아담 쿠퍼가 매우 로맨틱한 백조를 표현했다면 호세 티라도는 위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터프하고 야성적이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호세 티라도는 스페인 출생이며 영국의 로열 발레단, 독일 뮌헨의 바바리안 국립 발레단 등에서 활동해 온 무용수이다. 주로 고전발레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기 대문에 발레 테크닉을 기본으로 요하는 ‘백조’를 연기할 때 특히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하늘을 가르는 높은 점프와 ‘휙’하는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빠른 턴. 최상의 기교로 관객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같은 역을 맡고 있고 섹시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제이슨 파이퍼(백조 & 낯선 남자 역)은 구리빛 피부, 날렵하게 다듬어진 근육질 몸매를 지닌 영국 출신의 무용수이다. 럭비 선수 경력과 다양한 모델 활동(아디다스, 퓨마, 바디샵 등의 광고 출연)과 영화 출연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카일리 미노그 등의 팝스타들의 공연 참가 등의 경력을 보면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까지 지닌 아주 매력적인 무용수이다. 영국 내셔널 유스 댄스 컴퍼니와 런던 컨템포러리 댄스 스쿨에서 무용교육을 받은 제이슨은 고전발레뿐만 아니라 현대무용, 재즈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에 정통해 있다. 이런 점에서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표현하기에 매우 적격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섹시하고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을 유혹하는 백조를 제이슨 파이퍼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백조들과 한 호흡을 하면서 고도의 심리연기를 펼칠 왕자들은 호세 티라도와 짝을 이루는 닐 웨스트모어랜드와 제이슨 파이퍼와 호흡을 맞추는 크리스토퍼 마르니가 각각 맡는다. 닐 웨스트모어랜드(왕자)는 2004년 매튜 본의 내한공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연기해 큰 인기몰이를 했었던 무용수이다. 닐은 전 ‘노던 발레 시어터’의 스타 무용수였으며 길드홀에서 연기를 공부하기도 해서 풍부한 감정 표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호세 티라도나 닐 웨스트모어랜드는 모두 오랫동안 고전발레를 해왔던 무용수들이란 공통점이 있으며 체격이 건장한 호세와 대조적으로 큰 키에 연약한 모습의 닐이 ‘백조’와 ‘왕자’의 관계를 완벽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반면, 이미 2000년부터 에서 ‘왕자’역을 맡아 왔던 매튜 본 사단의 무용수인 크리스토퍼 마르니(왕자)는 사랑에 목마르고 왕자로서의 의무에 억눌란 ‘왕자’의 심리연기를 특히 실감나게 펼쳐 보여준 무용수이다. 역시 마치 연기하듯 백조/낯선 남자의 매력을 표현해 내는 제이슨과 짝을 이뤄 강한 긴장감과 더없이 깊은 감동을 자아낼 것이다. 매튜본의 미리보기 * PLAY버튼(▶)을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2005.04.15 / 조회 11,655
-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매튜 본과 만나다!
2004년3월9일, LG아트센터에서는 한겨레 신문(강선만 기자) 취재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과 의 안무가 매튜 본의 대담이 이루어졌다. 한국의 고전발레를 이끄는 최태지 전 단장과 정통발레를 비틀어 혁신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영국의 안무가와의 흥미로운 만남! 이때 나온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봤다.
최태지 : 작년 서울에서 공연된 를 보고 너무 놀랐고 큰 감동을 받았다. 발레와 드라마, 영화 기법 등 모든 것이 높은 수준에서 만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었고 표현력도 대단했다. 특히 호수에서 백조가 등을 보이고 앉은채 조용히 흘러가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동시에 남자 백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백조가 죽어가는 왕자를 안고 울부짓는 장면에서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과 슬픔, 인간적인 면 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받은 감동을 일일이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먼저, 본인의 작품을 어떤 장르로 불러야 하는지 알려달라.
매튜 본 : 물론 엄격히 말해 이 작품을 발레라고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결합을 댄스 뮤지컬 또는 댄스 시어터로 일컫는다. 여러 장르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장르를 헷갈려 하는데, 나는 이게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정해져 있는 어떤 장르의 틀을 벗어나 그냥 있는 그대로의 하나의 작품일 뿐이다. 굳이 한 마디로 말하자면 ‘특수한 형태의 시어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태지 : 무용을 스물 두 살에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매튜 본 : 보통 아주 어린 나이부터 발레 훈련을 받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나이이다.
최태지 :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오늘의 매튜 본 작품이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의 작품들을 보면 당신이 무용만이 아닌 연극 등 타장르의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다. 늦깍이로 무용을 시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용수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는 좋은 선생님이 될 것 같다.(웃음) 당신의 초창기 활동에 대해 알고 싶다. 처음 무용단체를 만들며 활동했던 때의 이야기를 해달라.
매튜 본 :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연보는 것을 매우 좋아는 했지만 그것을 즐겼을 뿐, 내 가 직접 어떤 작품을 만드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1987년 6명의 단원과 함께 현대무용단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안무를 시작했는데, 1992년에 우연한 기회에 을 안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처음으로 대작을 안무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를 좋아하는 내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서울에서 공연할 이 바로 그때 처음 공연된 작품이다.
최태지 : 당신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영화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에서는 바(Bar) 장면도 등장하고… 그런 것은 고전발레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매튜 본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과 영화를 보고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굉장한 영화광이다. 타장르의 공연들은 내 작품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음악은 내게 가장 큰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는 것이다. 19세 때 발레 를 처음보았는데, 이때 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완전히 매료되어 이것을 나만의 로 만들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특히, 나 같은 음악은 원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라 음악 자체에 이미 매우 탄탄하고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연유로 앞서 두 작품 뿐 아니라 이나 같은 작품에도 역시 도전해 보고 싶다.
최태지 : 공감한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하면, , , 그리고 를 꼽는데,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완성된 음악적 형식을 가지고 있는 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의 서울 공연이 더욱 기대된다.
대중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보았으면 좋겠는가?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라도 있는가
매튜 본 : 사실 딱히 정해진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감성과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고, 나는 그것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와서 보기만 하면 된다. 은 매우 인간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기쁨과 슬픔 등 감정의 기복도 많다. 또한, 은 우리들의 성장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어린시절과 성장기, 첫사랑 등의 기분을 관객 들이 다시 한번 느껴보고 추억에 잠겨 보기를 바란다. 보통 발레하면 어린소녀와 부인들이 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의 작품은 어린아이부터 청소년들, 그리고 성인 남자 관객까지 모두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태지 : 작품을 만들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매튜 본 :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그 작품이 원래 지닌 큰 틀과 음악은 그대로 사용하되, 이 외의 다른 것은 모두 바꾼다. 특히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포착해서 이를 발전시켜가며 작업한다. 의 경우, ‘남자 백조’와 현재 영국 왕실을 닮은 ‘로열 패밀리(Royal Family)’가 아이디어의 큰 줄기였고, 의 경우, 2차 세계 대전시 폭격 맞은 도시가 테마였다. 이번 의 경우에는 ‘고아원 소녀’라는 점이다. 원작에서 나오는 중산층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보다는 가난하고 외로운 고아원 소녀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품게 되는 꿈과 소망이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최태지 : 그렇다면 다른 작품을 볼 때 특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는가?
매튜 본 : 음악과 춤이 완벽하게 일치할 때 가장 큰 감동을 받는다. 나에게 음악이 없는 작품은 상상할 수가 없다. 실제로 어떤 움직임이나 작품이 음악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다. (웃음)
최태지 : 나 자신도 국립발레단 시절 발레를 대중화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본인의 작품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매튜 본 : 무엇보다 항상 관객을 생각해야 한다. 관객이 없는 공연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을 이해하고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당연한 진리같지만,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작품을 만들곤 한다. 나는 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 때면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아 그들 속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느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만 해도 지금껏 250번 이상을 직접 관람하여 수정해 온 것이다.
최태지 : 한국에서도 근래에는 클래식 발레, 현대무용 그리고 고전무용계에서 협동작업을 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클래식 발레는 모든 무용의 기본이 되는 것일테고, 여기에 현대무용이 가진 표현력과 감정의 깊이, 그리고 고전무용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잘 융합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안무가와 무용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매튜 본 :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장르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영화, 미술, 무용의 역사, 디자인, 함께 작업하는 무용수들, 그리고 나의 실제 경험 등등 나의 안무작업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모든 것이 훌륭한 공부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자신의 작품에도 살이 될만한 것을 분명히 발견하기 마련이다.
2004.07.29 / 조회 11,985
-
관능으로 채색한 '호두까기 인형'
영국의 안무가 매튜 본의 패러디 춤극 ‘호두까기 인형’(3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의 키 워드는 ‘관능’이다. 매튜 본은 같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지만 원 안무자 마리우스 프티파의 그것과는 철저하게 다른 작품을 그리고 있다.
프티파는 호두까기 인형을 중심 모티브로 해서 행복한 가정의 즐거운 성탄 축제를 동심의 꿈으로 꾸몄다. 그러나 매튜 본은 행복한 가정을 불행한 고아원으로, 순수한 동심의 축제를 욕망과 관능의 향연으로 바꿔놨다. 순백의 눈꽃의 왈츠를 힘찬 에로틱 스케이팅 댄싱으로, 화려한 사탕과자 나라의 축제를 핑크빛 관능의 파티로 채색했다. 같은 음악으로 이렇게 다른 표현이 가능한 지 믿기 힘들 정도다. 프티파는 원곡의 표면적인 밝음과 아름다움에 춤을 실었다면, 매튜 본은 음악의 깊은 심연에 몸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프티파는 아름다운 낙관에서 클라라와 왕자의 행복을 찾았다. 하지만 매튜 본이 마련한 우울한 자본주의의 그림자에서 클라라가 진실한 사랑을 찾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매튜 본의 드라마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변한 환상의 왕자는 악덕 고아원장의 딸 슈거 공주의 차지가 된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 오데트가 흑조 오딜에게 왕자를 빼앗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중춤을 지향하는 매튜 본이 비관주의자는 아니다. 현실적인 선택으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해피 엔딩을 준비했다. 꿈에서 깨어난 클라라가 애인과 함께 창을 깨고 지옥과 같은 고아원을 탈출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튜 본의 신랄한 블랙 유머가 특히 빛난다. 상징성이 넘치는 무대, 대중적인 춤사위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강력한 표현력이 매력만점이다.
김승현기자
2004. 5. 13.
2004.06.07 / 조회 9,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