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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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페스트' 연극으로…박근형 각색·연출
국립극단 '2018 세계고전 시리즈'
고립된 섬 배경 새로운 각색 선보여
18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연극 ‘페스트’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연출가 박근형이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페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은 박근형 연출이 각색·연출한 ‘페스트’(5월 18~6월 10일 명동예술극장)를 ‘2018 세계고전 시리즈’로 공연한다.‘이방인’과 함께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급작스럽게 닥친 전염병 페스트의 확산과 이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의 절망에 대한 처절한 묘사, 소시민들의 연대에 대한 헌사를 담은 작품으로 연극, 뮤지컬로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박근형 연출은 그동안 ‘깔리굴라 1237호’ ‘레지스탕스’ 등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 적 있다. 이번 ‘페스트’에서는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대를 지나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관객에게 응원과 연대, 그리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이번 작품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각색으로 선보인다. 박 연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수행했던 오랑의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원작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주인공 베르나르 리유 역을 극 중 의사와 내레이터의 2개 역할로 나눠 작품을 보다 극적으로 만든다. 페스트 사태를 회상하는 내레이터 리유 역에는 경기도립극단의 수석단원으로 열연을 펼쳐온 배우 이찬우가, 전염병 페스트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의사 리유 역에는 국립극단 시즌 단원 임준식이 캐스팅됐다.티켓 가격은 2만~5만원. 국립극단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5.10 / 조회 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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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박근형 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블랙리스트 시발점 '개구리' 작·연출
지난해 연극계 화제작 재공연
국가·전쟁 속 죽음의 삶 초점
다음달 13일 첫 공연 검열 대담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포스터(사진=서울문화재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극단 골목길과 공동 제작해 작년 초연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를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전작 ‘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창작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던 연출가 박근형(53) 극단 골목길 대표의 작·연출 작품이자 예술검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작품은 초연 당시 국내외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얻으며,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개막 당일부터 전석 매진 기록했으며 객석점유율 116%를 달성, 1회 특별공연을 추가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크고 작은 영웅이 유장하고 비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쟁서사는 관객이 몰입하기 좋은 주제지만 낭만화를 피할 수가 없는데, 작가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네 가지 사건을 교차 편집하는 것으로 이화 효과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13일 첫 공연 이후에는 박근형 연출, 김재엽 연출가 겸 검열백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김미도 연극평론가가 이끄는 ‘검열에 대해 말한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주제로 문화예술계와 작품을 둘러싼 예술검열 논란에 대해 대담을 나눈다.20일 공연 종료 후엔 도올 김용옥 선생(한신대학교 석좌교수·철학자)이 ‘도올 김용옥이 본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란 타이틀로 작품에 관한 짧은 강연과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2016년 대한민국 경남, 한국 사회의 강압적인 병역의무 제도 아래 무장탈영한 병사 △1945년 일본 가고시마, 일제 식민지 시절 특공대 병사에 지원한 조선 청년들의 슬픈 초상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종교·이데올로기 분쟁 중심 국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민간인 학살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 국가주의에 희생당한 개인을 통해 드러나는 억압된 사회의 진실성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 연출은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선착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만주전선’ 등 당대 대표작을 선보여온 작가 겸 연출가다. 올해 공연에서는 배우 김동원을 비롯해 이원재, 고수희, 강지은, 서동갑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이어 이기현과 손진환이 새롭게 투입된다. 남산예술센터·인터파크·예스24공연·옥션티켓·대학로티켓닷컴·클립서비스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이며 전석 3만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30 / 조회 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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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김동원·안재홍…'청춘예찬' 12일 막 내린다
신구 배우 조합·3색 '청년' 역 이목집중
첫 연극 무대 선 안재홍 열연 관객몰입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서 공연중연극 ‘청춘예찬’의 공연 한 장면(사진=나인스토리).[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동원·안재홍·이재균 등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 연극 ‘청춘예찬’이 12일 공연을 끝으로 폐막한다. 지난해 12월 8일 개막 이후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박근형 연출의 대표작이기도 한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 초연 배우와 새로 합류한 배우들의 신구 조합이 눈길을 끈다. 초연 당시 박해일이 연기해 매 캐스팅마다 화제 중심에 있는 ‘청년’ 역에 세 배우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작품을 이끌어갔다. 2013년 ‘청년’ 역을 맡아 극찬을 받은 김동원이 다시 고독하고 쓸쓸한 면모를 고스란히 표현했다. 떠오르는 스타 안재홍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극무대에 도전했다. 첫 무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고 제작사 측은 전했다. 공연계 블루칩 이재균은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연극 ‘청춘예찬’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동료 및 선후배 배우들의 발걸음도 넘쳐났다. 초연에서 청년 역을 맡았던 박해일을 비롯해 박보검, 고경표, 류준열, 라미란, 혜리, 고아라, 천우희, 류혜영, 김예원, 최성원 등이 공연장을 찾아 감탄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청춘예찬’은 4년째 졸업을 고민중인 22살의 고등학교 2학년생 ‘청년’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불완전한 청춘을 예찬하는 작품이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공연한다. 11일 공연까지 굿바이 50% 반값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2.06 / 조회 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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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청춘…웃음과 연민의 '청춘예찬'
박근형 연출 1994년 작품 다시 무대에
김동원·안재홍·이재균 등 청년 역 맡아
12월 8일 대학로 아트포레스트아트홀연극 ‘청춘예찬’ 메인 포스터(사진=나인스토리).[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 ‘청춘예찬’이 오는 12월 8일 개막을 앞두고 메인 포스터와 출연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청춘예찬’은 4년째 졸업을 고민 중인 22세 고등학교 2학년생 청년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불완전한 청춘을 예찬하는 작품이다.박근형 연출이 1994년 초연해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등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어두운 현실을 무심한 듯 가볍고 담담하게 표현해 예상치 못한 웃음과 잔잔한 연민을 이끌어낸다.메인 포스터는 청년과 여자 역을 맡은 김동원·안재홍·이재균과 이봉련·고수희·박소연의 모습을 각 페어별로 담았다. 또한 프로필 사진을 통해서는 6명의 배우들 외에도 아버지 역의 윤제문을 포함해 엄효섭·이원재·강지은·정은경·이호열·노수산나·노지승·나영범·홍수민 등 출연 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 4일 1차 티켓 오픈과 함께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랭킹 1위를 기록했다. 2차 티켓 예매는 30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진행한다. 오는 12월 8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공연한다.연극 ‘청춘예찬’에 출연하는 배우 윤제문(사진=나인스토리).연극 ‘청춘예찬’의 출연 배우들(사진=나인스토리).▶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1.30 / 조회 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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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박근형 作 '청춘예찬' 예매율 1위 올랐다
1차 티켓 오픈 동시에 '랭킹 1위' 등극
김동원·안재홍·이재균 등 캐스팅 눈길
내달 8일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연극 ‘청춘예찬’에서 청년 역에 캐스팅된 김동원(왼쪽부터0, 안재홍, 이재균(사진=나인스토리·플레이DB).[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검열 피해자 박근형 작·연출의 연극 ‘청춘예찬’이 올 연말 흥행을 예고했다. 공연기획사 나인스토리에 따르면 연극 ‘청춘예찬’이 지난 14일 1차 티켓 오픈 시작과 동시에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연극 랭킹 1위를 기록했다.오는 12월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작품은 진지한 주제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거장 연출가 박근형과 캐스트들의 신선한 만남이 예매율 강세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티켓 오픈에 앞서 공개한 출연진 김동원, 안재홍, 이재균, 엄효섭, 고수희 등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1999년 초연 당시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등 다수의 상을 휩쓸며 호평 받은 연극 ‘청춘예찬’은 4년째 졸업을 고민 중인 22살의 고등학교 2학년생 ‘청년’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불완전한 청춘을 예찬하는 작품이다. 극은 어두운 현실을 절망적으로 그려내기 보다는 무심한 듯 가볍고 담담한 문체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박해일, 윤제문, 엄효섭, 고수희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존재감이 돋보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작품으로 이번에 ‘청년’ 역으로는 김동원이 2013년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에 선다. 또 영화 ‘족구왕’,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에서 스타로 떠오른 안재홍과 대학로 블루칩 이재균이 색다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이외에도 ‘아버지’ 역은 윤제문, ‘여자’ 역은 고수희·이봉련·박소연이 맡는다. ‘선생’ 역에는 엄효섭과 이원재, ‘어머니’ 역에는 강지은과 정은경, ‘용필’ 역에는 이원재와 이호열, ‘예쁜이’ 역에는 노수산나와 조지승, ‘ 수발이’ 역에는 나영범과 홍수민이 캐스팅됐다.‘청춘예찬’은 12월 8일부터 2017년 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공연한다.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프리뷰 공연 예매 시 4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02-3672-0900.지난 14일 연극 청춘예찬이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1차 티켓 오픈 결과 랭킹 1위에 올랐다(사진=나인스토리).▶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1.15 / 조회 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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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 경숙아버지> 황영희, "욕심에서 자유로워져야 좋은 배우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에서 황영희는 어긋난 모정으로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연민정의 친모 도혜옥 역을 맡아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거품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다고 한다. 채워지지 않는 배우로서의 욕심은 있지만 그것이 타인의 시선으로 좌우될까 걱정스럽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즘. 두 편의 드라마 촬영과 함께 2006년 초연부터 '자야'로 분했던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는 우문을 던지자 "내가 좋으면 좋은 거 아니냐."며 환한 현답이 돌아온다. 수줍은 미소,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 무대 위의 요란하고 구성진 모습과는 또다른 무대 아래 모습이 배우로서, 인간 황영희로서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까. Q. 인터뷰를 많이 안 하시는 것 같다. 아직 연기자로서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서 인터뷰하고 예능 프로그램 나오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인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거품이 아닌가 싶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쁘진 않겠지. (웃음) 그런데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전히 조심스럽고 '샤이' 하다. (웃음) Q. 배우들이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때 자신을 더욱 어필할 수 있는 대외 활동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황영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내가 욕심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자꾸 욕심을 내는 내 자신이 두렵기도 하고, 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불안하고. 그만큼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잘난 척 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 (웃음) 잘 모르겠다, 요즘. 시기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머릿속으로 '뭐가 맞지?' 하다가도 나이가 들고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주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예를 보면서 '저래야 하는데' 하니까 그 안에서도 계속 혼란이 오는 것 같다. 또 두려운 건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혼란스러우면 어떡하지?' 싶은 거. (웃음) 정서적으로 좀 편안히 살고 싶고, 이 일 자체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최근에 같은 배우이자 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가 동공이 풀려 있고 넋이 나가있는 것 같다고, 힘드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힘든 건 아니지만 생각하지 않았던 인생의 기회가 오면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Q. 욕심이 많다고 했는데, 어떤 욕심인가?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다. (웃음) 칭찬받고 싶고 잘 한다는 소리 듣고 싶고. 그게 결국 욕심이고 남의 눈치 보는 거다. 그런 것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좋은 연기가 나오고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주변에 좋은 배우들, 좋은 사람들 많지 않나. 그들은 진심으로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더라. Q. 드라마 이후에도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서고 있다.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다. 도 이전에 했던 작품이고. 그리고 분장실에 와 있으면 그렇게 좋다. 한 20년 동안 익숙했던 장소고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재미있다. 몸은 힘든가? 그래도 좋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니까. Q. 를 초연(2006년)부터 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라 생각하는가. 이 공연이 왜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 하냐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 근대사를 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현재 우리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는 건 어렵다. 배우들은 오히려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난장 까고 (웃음) 재밌게 놀고 그러는 걸 관객들이 저마다 보는 것 같다. 내가 내 몫을 하고, 다른 배우가 또 그 몫을 하고, 이게 합쳐졌을 때 관객들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 한 장면Q. 초기엔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다. 아마도 극중 경숙 아버지 캐릭터 때문일 것 같은데, 자기 희생적인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와 정반대 아닌가. 맞다. (관객들이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불편한 거다. 박근형 선배 연극 대부분들이 좀 부조리 하지 않나. 이 연극을 리얼리티로만 본다면 굉장히 불편해지고 재미가 없을 거다. 그런데 어쩌면 경숙 아버지가 나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안에는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평소 절제하고 숨기는 그런 모습들이 있지 않나.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철학이 사실 별거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람 살아가는 모습, 삶의 방법,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내 안의 모습,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것, 그런 게 철학 아닐까. 한 번쯤 나를 돌이켜 보면서 이 연극을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라는 영화에 잠깐 나왔었는데 난 그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분명 그 작품이 리얼리티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모성의 다른 측면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내 자식에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투영시켜 결국 또 다른 '나'로 자식을 보는 거니까. 그런데 관객들이 남긴 글을 보니까 굉장히 불편해 하더라.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져서 다양한 시선들에 대해 사람들이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인간이 이런 면도 있지, 이렇지' 하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재미있어질 수도 있는데. Q. 박근형 연출은 공연 전날까지 완성된 대본을 배우들에게 주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공연 중에 장면이 달라지기도 하고. 근형 선배님이 되도록 거짓말을 안 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만약 거짓말로 드라마를 만들고 대본을 쓴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올 수도 있겠지. 항상 근형 선배님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런 고민에 빠지는 것 같다. 그런 고민이 결국 좋은 작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고 그래서 우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또 대략 저 사람(박근형 연출)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우린 너무 잘 아니까 대본을 못 외우면 즉흥으로 맞춰서 하기도 하고. (웃음) 언제나 그림은 그려져 있는데 어떻게 거짓말 안 하고 잘 얘길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배우와 연출이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오히려 꽉 짜여진 그림 안에 나를 맞추려고 하는 연출들이 힘들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싶은데, 연습 때 아니면 시도해 볼 시간이 없으니까. 언젠가는 너무 뻔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전혀 다른 방법, 정말 이상한 걸로 한번 했더니 연출이 "당신 같은 배우 정말 싫다."고 대놓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웃음) 진짜 친한 후배이기도 해서 "나도 너 같은 연출 싫어."(웃음) 그러고 풀긴 했는데. 그때 나도 느꼈다. 내가 밥 먹고 살려면 이러면 안되겠구나. (웃음) 내가 사회성이 없었던 거다. (극단 골목길) 식구들끼리만 너무 편하게 있다 보니까. 이후에는 "이렇게 해 보고 싶은데 괜찮은가요?"라고 연습 때도 물어본다. (웃음) Q. 에서 경숙아버지의 애인 '자야'도 연출과 배우가 함께 살을 붙여간 캐릭터겠다. 그렇기도 하고, 이 작품은 공연을 많이 하지 않았나. 공연이 진행되고 상대 배우들도 여러 번 바뀌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다. '어, 이 사람은 이렇게 하네, 저 사람은 또 저렇게 하네. 그럼 내가 이렇게 해봐야겠다', 이런 것들. 대부분 잘하는 배우들하고 많이 했던 것 같아서, 난 그런 운도 좋고 또 굉장히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요즘엔 정말 어린 배우들도 너무 놀라운 것 같다. 하나도 떨지도 않고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할까, 싶다. 또 그들은 보고 듣는 것도 많고. 오히려 후배들한테 배우는 것 같다. 난 시골에 살아서 산 많이 보고 새, 풀, 바다도 많이 봤다.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내 장점은 그거다. 목포에서 무슨 전시회를 보겠나.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 배철수의 음악캠프, 이종환의 디스크쇼, 라디오, 텔레비전이 다였다. 감수성은 풍부하달까? (웃음) 눈물 많고 되게 유치하다. Q. 드라마를 통해 '장보리 엄마 도혜옥'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얻었다. 출연했던 연극에서 이처럼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아본다면? 하나하나 다 내 살 같은데. 박상률의 (2009년, 박정석 연출)가 나에게 되게 묘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류의 작품을 좋아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할머니 역이었는데 처음으로 노역을 해 보기도 했고, 한 시간 반 동안 단 두 명이 나오는 거라 운동량도 많고 힘든 액션도 많았다.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되게 강렬했고,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처음으로 연극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해봤던 것 같다. 과연 배우는 뭘까,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당시엔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근형 선배님 처음 만나서 작품 했을 때 선배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 작품 하고 나서는 근형 선배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아, 저 사람은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Q. 이번 연극을 포함해서 의 황마담, 의 조대자 등 관객들이 배우 황영희를 더욱 뚜렷하게 기억하는 건 흥 많은 화류계 여자 등의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서다. 이건 겸손이 아니고, 내 연기력이 좋아진 지 얼마 안 됐다. 어디서 배운 적도 없고. 옛날엔 욕도 많이 먹었다. (웃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했다. 그래서 출연 섭외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늘 목말랐다. 사람들이 가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묻는데 난 진짜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작가나 연출들한테 혼자 영업도 하고 그랬다. "연출가님, 저는 시켜주면 다 할 수 있어요, 작은 역할 쓰기 힘드시면 내가 내 대사 써 갈게요." 이런 식으로. (웃음) 그래서 역할이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연출이, 작가가 흡족해 할까, 그걸 신경 쓰면서 그 순간에 최선에 다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한 3년 쉬고 다시 연극을 시작했을 때 (2002년, 윤우영 연출)를 하게 됐는데, 연습 때 어색해서 정말 걷지도 못했다. 그 정도로 연습시간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대사가 있든 없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있다. Q. 3년간 왜 연극을 쉬었나? 생활고도 있었고, 당시 있던 극단에서 배려도 많이 해 줬는데 나와 색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고 일단 돈을 벌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됐다. 페이도 세고 직장도 즐겁고 하니까 당분간 돈을 벌면서 안정된 생활을 좀 해야겠다, 한 게 3년이 간 거다. 한 3년 하다 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그만 두고 나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움을 주실만한 분들을 만나서 사정 이야기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그 때 만난 분이 윤우영 선배님, 엄효섭 선배님, 박근형 선배님 등이다. Q. 그때 들어간 곳이 극단 골목길이다. 이후 지금까지 골목길에 변화가 크다. 박근형 연출은 유명 작가이자 연출가로 주목 받고 있고 스타 배우들도 많아졌다. 흥행, 유명 레퍼토리가 생긴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난 밥 걱정을 안하고 사는 거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대신 다들 바빠져서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 것들이 좀 아쉽지. 그거 빼고는 분위기도 똑같고 하는 짓거리도 똑같다. (웃음) Q. 무명 시절 고생도 많이 했다고. 지금까지도 힘들게 아르바이트 하는 동료들이 많은데 난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오래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마음이 되게 많이 불편하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해서 잠깐씩 한 건데 그게 너무 부풀려져서 많이 고생한 것처럼. 난 재능이 없고 여러가지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운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없는 와중에 사치하고 살았다. (웃음) 명품을 사고 그런 게 아니라, 전기가 끊겨도 "에이, 몰라, 화장품 사." 이런 거? (웃음) 어쩔 땐, 이렇게 힘들고 돈도 없고 괴롭다고 생각하다가도 가끔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보면, '그래, 저 사람들은 저렇게 매일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들을 돌보면서 그에 따른 것을 누리는 거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하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런 생각도 든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어쨌건 내가 선택했던 것이기 때문에 힘들기 보다는 견딜 만 했다. 그리고 '에이, 안 된다 싶으면 죽지 뭐' (웃음) 그러고. Q. 고교시절부터 연극을 했다고 들었다. 왜 어린 나이에 연극이 그토록 좋았나? 외로웠던 것 같다. 동네에서도 약간 왕따였고,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또 자라던 곳이 좀 거칠기도 했고. 보통 또래 자기 편이 있는데 형제가 많긴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아서 난 혼자였고 수줍음도 많았다. 그리고 항상 뭘 못했다. 게임 같은 거 하면 머뭇거리고 못해서 항상 민폐 끼치는 스타일. (웃음) 그래서 되게 외로웠던 것 같다. 내가 접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라디오, 텔레비전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배우로서 재능이 없어 보이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너는 작가를 해봐라." 그런 이야기 듣고. (웃음) 그런데 그냥 하고 싶었다. Q.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도 주변 여건이 힘들면 지속되기 힘든 거 아닌가. 부끄럽고 낯설어하는 것만 극복하면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는 있었다.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용감하고 뻔뻔하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거였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자아도취이기도 한데. (웃음) 내가 왜 연기를 못하는지 내 자신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 더 뻔뻔해지고 용감해지려면 뭐가 좋을까, 생각했더니 술을 먹으면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술도 많이 마셨다. 알콜로 극복했다. (웃음) 지금은 술 많이 안 먹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4.03 / 조회 1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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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이 말하는 “정말 좋은 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
2006년 첫 무대에 올라 수 년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연극 가 2010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제작진은 25일 공연장인 수현재씨어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을 소개했다. 의 박근형이 작/연출한 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에 나선 경숙 아배와 그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2006년 초연 당시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동아 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화제에 오른 이 연극은 올해 수현재씨어터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극단 골목길과 함께 이번 공연의 제작에 나선 배우 조재현(수현재컴퍼니 대표)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연극을 공연하게 돼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6년도에 이 연극을 게릴라소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좋아서 박근형 연출에게 같이 공연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도 많이 즐거워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게 자극을 줬거나 머리에 남는 연극을 꼽는다면 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정말 좋은 연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는 정말 연극적이면서도 젊은 관객부터 나이든 관객들까지 모두 편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박근형 연출은 가 오랫동안 사랑 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배우들간의 호흡이 좋아 연습과 공연기간 동안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는 것. 박근형 연출은 또한 “우리가 주위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말썽꾸러기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시대의 정취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작품의 인기 요인을 꼽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경숙 아배를 맡은 김영필 역시 경숙 아배를 가리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영필은 “경숙 아배는 전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을 겪고 그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방황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잘 살아보려 하지만 잘 살아지지 못하는 모습에 연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를 통해 주목받은 황영희의 출연도 기대를 모은다. 경숙 아배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화류계 여인 자야 역을 맡은 황영희는 “이 역할은 나이가 들수록 연기하기가 재미있다. 내가 어느덧 마흔 한 살인데 젊은 인물을 연기해야 하니 마사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농을 던졌다. 초연부터 계속 에 경숙 어매 역을 맡아 출연해온 고수희는 “내가 실제로 경숙 엄마 나이가 됐는데, 예전과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같아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세 번째 출연 소감을 밝혔고, 에서 괴물 연기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주인영은 이번에 맡은 역에 대해 “아이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돼서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 굳이 아이같이 하려고 하기보다 그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한다.”며 “배우들 모두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도 더 깊어진 것 같다.”는 말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과거 선배들이 빚을 져가며 무리하게 연극을 올리는 모습을 봤는데, 그 개인을 위해서나 관객들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내 개인 돈을 쓰지 않고 공연 수익과 제작비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수현재컴퍼니를 만들었다.”고 수현재씨어터 설립 취지를 밝힌 조재현은 “시스템만 잘 가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 지난 해 공연했던 와 같은 좋은 작품을 올릴 때 만족감이 든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극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영필, 고수희, 황영희, 주인영을 비롯해 권지숙, 강말금, 김상규, 서동갑, 이호열, 이시훈, 신사랑 등이 출연하는 연극 는 3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서울 수현재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수현재컴퍼니 제공
2015.02.26 / 조회 6,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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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오는 극단 골목길 화제작 <경숙이, 경숙아버지>
박근형이 쓰고 연출한 극단 골목길의 화제작, 연극 가 2010년 공연 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50, 60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혼자 남쪽으로 피난길에 오르고 수용소에서 탈출한 뒤에 새 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등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경숙아베를 중심으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숙어메, 아버지가 밉고도 그리운 경숙이 등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6년 초연 당시 흥행과 함께 그해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고수희, 주인영 등 출연 배우들도 크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어지는 재연에서는 조재현, 이한휘, 박철민, 장영남, 황영희 등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인기 배우들이 연이어 출연하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KBS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영필과 고수희, 주인영이 각각 경숙아베, 경숙어메, 경숙이로 나서 한 가족을 꾸리며 새로운 경숙어메 권지숙이 합류한다. 또한 경숙아베의 애인인 화류게 여인 자야 역에는 김남진과 함께, 최근 드라마 에서 장보리의 엄마 역으로 크게 주목 받은 황영희가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변신 예정이다. 연극 는 오는 3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하며 2월 2일부터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1.29 / 조회 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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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걸음으로 존재 알린 기대주, <청춘예찬> 김동원
지난해 여름 '500대 1'이라는 경쟁률로 대학로에서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던 츠카 코헤이 작/고선웅 연출의 에서부터 박근형 연출의 까지, 대가들의 묵직한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배우가 있다. 바로 올해 서른을 맞은 김동원. 에서 젊은 형사 '구마다'를 맡아 열연하며 이명행·마광현 등 선배들의 원숙한 연기에 결코 눌리지 않았고, 에서도 청춘의 혼돈과 아픔을 먹먹한 눈빛으로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받은 첫 인상은 그가 무척이나 우직하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무작정 대학로에 찾아가 잡일부터 했다는 이야기부터 '화장실이 좋아서' 찾은 아르코 극장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 그리고 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겪고 또 배워온 이 배우가 앞으로 차곡차곡 밟아나갈 길이 궁금하고 기대된다.스무 살 무렵 불현듯 떠오른 배우의 꿈 무작정 찾아간 대학로서 잡일만 서너 개월 에서 스물 두 살의 청년으로 분해 열연 중인 김동원, 먼저 그는 스무 살 무렵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막 까져서' 놀지는 않았지만, 학교 생활이 늘 재미없었다는 그는 지루한 고교생활을 끝내고 경영학과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 마쳤을 때쯤에야 문득 연기자의 꿈을 떠올렸다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평범한 대학교에 학점도 딱 3.0. 뭐지?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히 배우나 영화 쪽 일을 한번 해볼까? 그 마음이 갑자기 간절해졌어요." 어린 시절부터 몰래 할머니 방에 숨어들어가 '길버트 그레이프' '빌리 엘리어트' 등 '주말의 명화'를 두근거리며 보곤 했던 그는 그렇게 돌연히 떠오른 생각에 이끌려 무작정 휴학계를 내고 대학로로 향했다. 그 때까지 제대로 된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태였다. "TV에서 배우들이 '대학로에서 연기했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막연히 연기하려면 대학로에 가야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수원(집)에서 대학로로 가는 길이 왠지 여행 떠나는 기분도 들고…스무 살짜리 애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뭔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의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처음 대학로를 찾아간 날은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었다. 유일하게 문이 열린 곳은 어느 개그공연을 하는 극단이었고, 그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음날부터 그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포스터도 붙이고, 지하철의 잡상인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 곳은 깨끗한 화장실이 좋아보여 찾아간 아르코 극장. "일요일 낮이었는데,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거에요. 뭔데? 이 공연은 뭐지? 싶었어요. 그래서 맨날 포스터를 붙이면서 다녔던 그 길을 쭉 한 바퀴 걸었어요. 대학로부터 성균관대학교 뒤쪽까지. 아, 다른 공연도 많구나, 이게 다가 아니구나…내가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해봐야겠다, 연극영화과도 들어가보자, 하는 욕심이 생겼죠." 그렇게 전공을 바꿔 들어간 학교는 그전과는 전혀 달랐다. "완전 좋았죠. 일단 나와 비슷한 애들이 있다는 것도 즐거웠고, 수업도 다르고. 또 전에 했던 잡일들이 은근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떨리면서도 '아 맞다, 음향은 이렇게 했지, 무대에 이렇게 섰지' 하면서 자신감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조금씩 머리가 커지면서 두려움이 생기긴 했지만. 진짜 재미있었어요." 서른 앞두고 막막하기만 했던 날들, 치열한 경쟁 뚫고 출연한 에서 자신감 얻어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배우의 길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또 한차례 방황을 거치게 된다. 모델처럼 훤칠한 외모를 가진 그에게 여러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을 해온 것. '알바비 줄 테니 오라'는 기획사 사장을 따라 간 곳에서 김동원은 잠시 '겉멋'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스무 살 중반이었고, 대학교 은사님은 "연기가 어떻게 하나도 안 늘었냐"고 뼈아픈 질타를 던졌다. 정신이 번쩍 든 그는 기획사와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주저 없이 입대를 했다. "스물 일곱 살에 전역해서 학교에서 두 작품을 하고 나니까 스물 여덟이 되더라고요. 그 때까지도 대학로 공연계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도 연극영화과 다니니까 서류는 봐주겠지 했는데 다 안 되더라고요. 왜 안 되지? 그럼 난 뭘 해야 하지? 나이는 스물 여덟이고, 이제 와서 청춘 하이틴 스타는 절대 될 수 없으며, 연기는 계속 하고 싶은데 여전히 부족하고. 어떡하지? 막막했죠." 눈앞이 깜깜한 불안 속에서 그는 매일같이 오디션 공고를 확인하고 원서를 넣었다고 한다. 몇 달간 초조함 속에서 똑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여성연출가전의 이 드디어 첫 번째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그 후에도 오디션 당락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을 비롯해 아시아연출가전, 국립극장단막극까지 세 작품을 겨우 마친 것이 불과 작년 3월. 그리고 나서 만난 작품이 고선웅 연출의 다. "국립극장단막극까지 하고 나서 내심 '이제 서류는 되겠지' 생각했어요, 근데 는 서류심사에서 지원자 전원을 다 붙여주더라고요. 허탈했죠. 그래도 (오디션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몇 십 명이 다같이 소리지르면서 춤도 추다가, 어떤 장면을 해보라고 하면 또 해보고."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그는 최종 합격자로 선정됐다. 나중에 고선웅 연출은 '그래도 네가 밉상은 아니었어'라고 툭, 한 마디를 던졌다고. "를 하면서 언제 내가 이렇게 대극장에서, 두 시간도 넘는 시간을 뛰어다니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소리질러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내가 이 큰 무대에 한 번 섰구나'하는.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어요." 다행히 다음 작품과의 인연도 금방 다가왔다. 이어서 에서 만난 박근형 연출이 의 주인공 역을 제안한 것. "박근형 연출님은…잘한다기보다 부족한 점을 많이 얘기해주시죠.(웃음) 힘을 많이 빼라, 동원아. 생각을 계속 많이 해야 한다. 뭐가 됐든 책도 많이 읽고, 무대를 설 때도 아닐 때도 매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얘기를 해주세요. 관객이 많을 때, 적을 때,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매일매일 공연이 다 달라야 한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상대 배우와 같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많이 혼나요.(웃음)" 앵콜공연 중인 아직도 어려워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계속 이 길을 갈 것" 현재 앵콜공연 중인 의 주인공 '청년'에 대해 김동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럴 만도 하다. 스물 두 살에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재미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백수 아버지와 아버지가 홧김에 뿌린 염산 때문에 시력을 잃은 어머니까지, 그 암담한 현실을 온 몸으로 껴안는 인물이니 말이다. "'얘는 뭐 하는 애지?' 하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길지 않은 대본인데 지문도 하나도 없고. 그러다가 를 읽으면서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되게 불안했어요. 워낙 알려진 작품이라 부담감도 컸고. 그러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에이 몰라, 어떡해, 내 깜냥이 그렇게밖에 안 되는데'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죠." 극중 그가 낭독하는 독후감은 책을 읽고 직접 쓴 것이다. 서른 살을 맞은 배우 김동원으로서 느낀 것들을 직접 적어 내려간 글이 어느새 한 권을 훌쩍 넘겼다고. 그렇게 하나씩 작품을 이해했지만, 청년이 하룻밤을 함께 한 여자 '간질'을 데려오는 장면 등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 "그 장면이 아직도 힘들어요. 대본을 읽으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거에요. 내가 이 여자를 어떻게 데려오지? 근데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더라고요. '내가 널 한번 자고 버리려는 게 아니라, 나랑 살면 진짜 뭐 없어. 정말로 너 힘들어' 하는데도 여자는 계속 '잘 할게요' 하잖아요. 그래서 '너 진짜 나랑 한번 살아볼래? 그래, 가보자' 그런 생각으로 데려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엔 왜 화만 내냐고 많이 혼났어요.(웃음)" 밥도 혼자 먹는 것보다 다같이 수저 섞어가며 먹는 것이 좋고,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이 좋다는 이 배우는 작품활동을 하나씩 해 가며 새로운 인연을 맺고, 쉬는 날엔 그 인연으로 다른 공연을 보러 가는 요즈음이 행복하다고 한다. 이 끝난 후에는 5월 말 재공연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기쁘고…여전히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초조하고 조급하지만, 그런 고민도 행복한 거죠. 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누가 불러주든, 불러 주지 않든. 중간에 갑자기 음식점을 차린다거나 하고 싶지는 않아요. 굳이 거창한 작품에서 큰 역할을 하기보다, 계속 그냥 무대에 서고 싶고. 그러려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생각하고, 걸어가면서도 관찰하고. 매 순간 다르게…네, 행복해요, 요새.(웃음)"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3.19 / 조회 1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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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 우리네 세상 보다 막장인 게 또 있을까?
가죽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똑똑한 대학생 딸이 이룬 평범한 가족. 어느 날 가족 공장에 불이 나고, 빚 독촉에 시달린 아버지는 쓰레기 차에 치여 세상을 뜬다. 파출부가 된 어머니와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딸. 그러다 백화점 사장 아들은 딸에게 반하고,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한다. 그 후 임신한 딸은 눈이 셋 달린 아들을 낳고 그제서야 며느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곧 불륜의 문제가 시작되는데. 이 즈음이면 아침 드라마에서 시청률 제법 보장 받는 막장 중의 막장 스토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에게, “이봐, 세상은 그 보다 더 막장이지 않아?”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작품, 연극 가 그것이다. 지난 4일 늦은 저녁 게릴라 극장. 박근형 작, 연출로 극단 골목길 배우들이 펼쳐내는 연극 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닥을 치는 한 가족의 치닫는 비극적인 모습을 통해, 이것이 삶의 한 단편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기인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부터 남다르다. 위에 풀어 놓았던 막장 스토리는 도입부에 불과하다. 장면 별로 이어진 리허설에서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극중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연습 중인 박근형 연출과 배우들공연 전날까지 대본이 추가, 수정되고 장면이 바뀌는 박근형 특유의 스타일을 익히 아는 배우들은, 총 공연 중 50여 분만이 확정되어 진행되어 이어지는 리허설에도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이숙, 박완규, 김주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진한 앙상블도 관객들에겐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해설자와 아내 역. 서이숙"내 이름이 창식이라고? 아니야! "부부로 나오는 서이숙과 박완규. 이들의 기억은 타인과 부딪힌다."선 임신, 후 결혼. 아들아 어쩌겠니...""거봐요, 아들이죠? 축하합니다, 예쁜 공주님이 태어나겠어요"CEO의 아들과 가난한 아르바이트생.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얽힌 기억과 사건들 속의 최후는?지난 5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연극 는 오는 28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0.11.09 / 조회 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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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비극의 한가운데, 연극 ‘오이디푸스 왕’
불행하신 분이여, 그대가 누구인지 결코 알게 되지 않기를! 곪은 도시 속에서 공포에 떨며 하늘에 구원을 요청하는 탄원자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이디푸스가 왔다. 울면서 해답을 찾았으나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하는 무력한 인간의 삶, 그것을 대변하기 위해 저주를 받은 오이디푸스가 무대 위에 섰다. 도시는 선왕 라이오스를 살해한 살인자의 불결함 때문에 벌을 받게 됐다. 오이디푸스는 살인자와 그를 알고 있는 자들에게 저주를 선포한다. “그들은 살이 썩는 고통 속에 죽을 것이다. 그 고통은 자손 대대 대물림 될 것이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피 튀기는 전쟁 속에 살 것이다. 하지만 내 말에 동조하는 내 백성들에게는, 맹세컨대 신들이 영원히 함께하시길 기원하겠다.” 그러나 불결하지 않은 인간은 어디 있으며 죄가 없는 인간 또한 어디 있는가. 결국 저주를 받은 오이디푸스는 운명 앞에 허물어지는 인간 모두를 대신해 가혹하리만치 고통을 받는다. 세기가 지나도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가 아주 작은 소극장, 혜화동 1번지 무대에서 펼쳐진다.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다. 친부를 살해하고 친모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의 예언을 피해 도망가던 오이디푸스는 길에서 마찰을 일으킨 누군가를 죽인다. 당시 그는 절망했으며 젊었다. 테베로 간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라를 구했다. 테베의 여왕과 결혼해 자식을 낳은 그는 지혜와 용맹을 칭송 받는 왕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예언으로 가는 길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살해한 사람은 친아버지였으며, 결혼한 왕비가 어머니임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른다. 신은 오이디푸스에게 길을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선택이 스스로를 운명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그 예언을 실행시키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으나 결국 비극에 도달해있는 오이디푸스를 만날 수 있다. 펄떡이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숨통을 조인다. 이 거대한 비극 이야기는 극단 골목길을 통해 재현된다. 작은 소극장에는 배경도 장치도 없다. 흰 천과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두 개의 의자. 극단 골목길은 심플한, 아니, 부족한 재료들로도 극적 긴장감을 최대화시켰다. 전개는 빨랐으며 그러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분명해 그야말로 ‘짧고 굵은’ 연극이 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긴장감을 선보였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제대로’ 취했다. 군더더기가 없어 몰입을 방해할만한 요소가 없었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극에 집중했으며 관객의 시선을 받은 배우들에게 그곳은 무대가 아니었다. 암울한 오이디푸스의 비극 한가운데, 배우들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1 / 조회 1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