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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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 <환도열차> 연습현장
고요하지만 치열하다. 이곳 저곳에 배우들이 무리를 지어 저마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동작을 시연해 보이며 장면을 더욱 세밀하게 파고드는 모습들. 아직 시작 전인가, 했던 의 연습은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이처럼 밀도 높게 진행 중이었다. 등의 장우재가 쓰고 연출해 2014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초연된 극단 이와삼의 연극 가 2년 만에 재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1953년 피난민을 싣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시간을 뛰어 넘어 2014년 서울에 도착했다는 남다른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환도열차의 유일한 생존자 지순을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비춰내는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울린 탄탄한 작품성으로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얼마만큼 각자의 장면 연습이 진행된 이후, 마이크를 들고 서두르지 않는 목소리로 장우재 연출은 몇몇 배우들을 불러 정리되지 않은 장면의 대사를 다시 한번 고치고 합을 맞춘다. 한 번 해 본 공연이니 재연 준비는 좀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인지는 공연 준비를 하는 당사자나, 그 현장을 잠시라도 목격한 이라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낯선 두 시대를 충돌시켜서 거기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나를 보고 있잖아요. 옛날 사람이 갑자기 현대를 탁 만나니까, 옛날 사람들이 중요시 했던 것과 현대인들이 중요시 했던 것들이 다르니까 거기서 혼돈을 겪는데, 초연 때는 그럼으로 인해서 지순(주인공)이 이에 환멸을 많이 느끼는 인상이 좀 있었죠.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물론 환멸을 느낄 만 한 구석은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냐, 다소 감상적이다, 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장우재)빠르고 결과 중심적인 현대화 그 안에 얻은 것은, 잃은 것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초연을 통해 얻은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과 이를 계기로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사유는 재연의 방향이 될 터이다. 장우재 연출은 이번 재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거나 현실,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들었다. "다시 들여다보니, 현대의 성과중심주의 때문에 사실 현재 대한민국이 부를 이루게 된 거다. 그런 분명한 성과가 있었던 거다. 그렇다고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고, 서양의 것은 좋고, 우리 것은 좀 후지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다. 낡았지만 소중한 것은 좀 보고, 그 안에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부를 이루는 과정에 놓친 것들이나 일을 함에 있어서의 한계 등도 있을 거다, 라는 시선이 중요하다. 이번 재공연에는 한꺼번에 그걸 '환멸'이라는 감상으로 보지 않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놓친 것은 무엇인지 그걸 정확하게 보자는 것이다." 초연 당시 지순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되었다면, 이번에는 지순의 태도와 한국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으로 떠난 나사(NASA) 파격 조사관 제이슨 양의 시선,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장 연출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서 제이승 양이라는 캐릭터의 변화가 크다. 초연 때는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현상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다. 또 초연 극 후반부에 지순이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제이슨이 "가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냐"고 반문하며 지순이 "과거, 미래,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지순이 겪은 이 황당한 일을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깨고 진짜 현실로 돌아가기를 지순은 원한다. 그건 특정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서 뒷부분이 좀 축약되었고, 전체적으로 공연 러닝타임이 20분 정도 줄었다." 부산에서 남편을 찾아 서울로 온 1953년의 여인 이지순. 20대 초반의 그녀 앞에는 젊은 날의 모습과는 너무 달리 세속적인 인물로 변해버린 90살의 남편과, 물질을 위해 가족과 이웃의 구분도 없이 간악함을 일삼는 사람들이 서 있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다. 에는 사람도, 세상도 너무나 크게 변해버린 상황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지순의 혼란이 요동친다. 차가운 따뜻함 구현되었으면. 아직도 우리는 2014년 자장 안에 있지 않나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차가운 따뜻함을 가져봐라. 말로는 쉽지만 표현하긴 참 어려울텐데. 차갑게 '그건 옳지 않습니다'라고 해도 그 사람의 굉장히 뜨거운 진심에서 나오는 나오는 말이구나, 알게 되는 형국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작품에서 좀 더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그렇지 않나. 일면(一面)이 아닌." 무엇보다 열심히 후배들과 장면 연습에 몰두하는 윤상화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부 동작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동작이 나오게 되는 배경, 인물의 심경, 상대방의 반응 등을 다각도로 제시하며 장면을 만드는 그를 두고 장 연출은 "내 연극의 3, 4할은 저 친구 몫"이라 했다. "굉장히 좋은 작업자다. 내 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이 연극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대해 같이 사유한다. 연극 배우는 확실히 그런 면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디어 하나로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작업자고, 모든 프로덕션에서 많이 원한다." 윤상화는 에서 지난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변해버린 아흔 살 노인, 지순의 남편 '상해'로 분할 예정이다. 주인공 지순 역은 초연 때 열연한 김정민이 다시 맡았다. 이외 이주원, 김용준 등 20여 명의 배우들이 무대를 채울 . 재연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연출가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다. "재연을 준비할 때 이 열차의 도착 연도를 2016년으로 해서 현재를 드러내야 하나, 아니면 아예 좀 더 과거로 가볼까, 여러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2014년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왜냐면 초연 때 큰 사건(세월호 사건 등)도 있었지만, 아직 그 자장 안에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아직 안 벗어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2014년을 다시 한 번 짚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장우재 연출이 당분간은 2014년을 짚고 있는 작품의 모습을 좀 두고 싶다는 는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3.07 / 조회 5,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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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환도열차' 2년만에 귀환…60년 세월 건너뛰다
3월22일~4월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장우재 연출 특유의 '울림'과 '순정' 파괴
김정민·윤상화·이주원 등 총 20명 배우 출연연극 ‘환도열차’(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 ‘환도열차’가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2014년 초연 이후 2년만이다.‘환도열차’는 2014년 유망 연출가의 새 작품을 소개하는 예술의전당 자체기획 프로그램 ‘SAC CUBE X PREMIERE’를 통해 선보였다. 초연 당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줄거리와 영화와 같은 미장센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1953년 피난민을 싣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6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014년에 불시착한다는 설정이다. 세월을 건너뛴 한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연출을 맡은 장우재는 작가 특유의 특징인 ‘정서적 울림’과 ‘순정’(純情)이 역사적 사실과 만나 어떻게 파괴되고 변형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지순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것이 과연 지금의 모습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초연 당시 총 3시간의 러닝타임에서 2시간 30분으로 줄였다. 희극적 내용을 부각시켜 극적 대비감을 더했으며, 작품 본질의 메시지를 더욱 명료하고 섬세하게 드러내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햇빛샤워’의 배우 김정민, ‘나무 위의 군대’의 윤상화, 이주원 등 20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8 / 조회 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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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전 출발 '환도열차' 지금과 맞닥뜨리다
연극 '환도열차' 예술의전당 무대
햇빛샤워 등 전성기 장우재 연출
3월22일~4월17일 자유소극장 공연
구석좌석 '열차구석' 1만원 판매연극 ‘환도열차’ 포스터(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60년 전 출발한 환도열차가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2014년에 도착한다는 극적 설정이다. 열차에 탔던 모든 사람은 사망했지만 오직 한 여자만이 살아남았다. 이름은 이지순. 20대 초반인 그녀는 남편을 찾아 서울로 왔단다. 정부 관계자는 시대를 거스른 인간의 등장에 어찌할바 모르고 그녀는 90살이 다 된 남편과 변한 서울을 맞닥뜨리고 큰 혼돈을 느낀다.예술의전당이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자체기획공연 ‘SAC CUBE 2016’의 일환으로 연극 ‘환도열차’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20일 밝혔다. ‘환도열차’는 2014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 선정 공연베스트7’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에 재공연 요청이 쇄도한 작품이다.특히 2015년 김상열 연극상과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작·연출가 장우재의 지휘아래 배우 김정민, 윤상화, 이주원 등 20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예술의전당은 티켓 오픈을 기념해 자유소극장 1층 지정석 좌우 구석줄 16석을 ‘열차구석’으로 이름 짓고 1만원에 판매한다. 또 재공연을 기념해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은 전석 2만원에 제공한다.티켓은 예술의전당 싹티켓(www.sacticket.co.kr), 인터파크 티켓, 예스24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 SAC CUBE는 2014년 시작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기획 공연 브랜드로 올해에도 연극·오페라·뮤지컬·판소리 등 13편의 공연이 관객을 맞는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1.20 / 조회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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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신이 내뱉어 놓은 농담일지 모른다’, 연극 ‘농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자체제작 첫 번째 작품 연극 ‘농담’이 4월 9일(화)부터 4월 28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이번 공연은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활동했던 정영욱 작가의 신작이다. 정영욱 작가는 19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토우’로 등단했다. 이후 200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선정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까지 총 네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연극 ‘농담’은 후미진 도시의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와 별반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정영욱 작가는 투견의 잔혹함과 경쟁, 탐욕의 특성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로 묘사한다.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낙형이 함께한다. 연출가 김낙형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 ‘농담’의 대본에 있는 인물과 대사가 손에 잡히는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작가 정영욱과의 대화, 꼼꼼한 작업으로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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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이석준, 박호산 "서로 달라도 추구하는 건 같죠"
안톤 체홉은 을 코미디라 정의 했고, 이 작품을 초연한 연출자 스타니슬랍스키는 비극으로 해석했다한다. 비극이 될 수도, 희극이 될 수 있는 희곡. 분명한 건, 아름다운 대지 벚꽃동산을 둘러싼 가지각색 인간군상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날카롭게 통한다는 것이다. 동갑내기 배우 이석준과 박호산이 이 광활한 벚꽃동산 앞에 섰다. 그리고 농노였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해 신흥부자 로파힌으로 분해,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줄 태세다. “같은 산을 오르는데 서로 정 반대 길로 오르는 느낌” 두 분을 한 작품에서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네요. 더 반가웠어요. 이석준 (이하 석준) 잊혀진 거 같은데 (웃음) 라고 함께 한 작품이 있어요. 박호산 (이하 호산) 그런데 그때도 더블 캐스팅이라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죠. 이번에도 그렇지만. 할 때 제 와이프를 상대역으로 만났죠. (웃음) 석준 맞아, 그 다음에 둘이 또 를 같이 하더라고요. 그 때 눈이 맞았어요. 작품 안 하고 딴 짓 하고 말이야. (일동 웃음) 로파힌 역을 맡았는데, 두 분 이미지가 많이 달라서 캐릭터를 공유하기 힘들지 않나요.호산 달라서 좋다고 생각해요. 석준이 하고도 이야기 한 적 있는데, 같은 산을 오르는데 다른 길로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목표는 같고요. 역할이 내야 하는 지향점은 같지만 그걸 찾아가는 방법이 많이 다르죠. 석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번엔 연습초반에 참여하지 못해서 호산이에게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전에 같이 작품 할 때도 호산이와 더블인 것 자체가 굉장히 도움이 됐거든요. 전 저만의 방식이 있고, 그게 옳다고 걸어왔는데 호산이는 굉장히 다른, 옳은 방식을 걸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놓치는 부분을 하나씩 채워주는 스타일이라 의지가 많이 됐고. 이번엔 특히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거든요. 호산 잘 하면서 (웃음) 석준 아니, 초반부터 작품 분석에 디테일하게 붙어왔어야 했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못했죠. 지금은 진짜 미치겠어요. (웃음) 만약 다른 더블 캐스트였으면 불안했을지도 몰라요. 에서 로파힌은, 지금 관객의 눈으로 보면 가장 이성적이고 노멀한 캐릭터가 아닐까요?연기자에겐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호산 전 오히려 튀는 인물 같아요. 등장 인물들과는 약간 벗어난. 나머지 인물들이 벚꽃동산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면, 로파힌은 밖에 접근하는 인물이거든요. 석준 저는 말씀하신 대로 접근하기 쉽지 않아요. 체홉의 작품이 명작인 이유는 모든 게 열려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누가 작품을 올려도 그들만의 해석을 가지고 올리잖아요. 우리만의, 나만의 해석이 꼭 필요한데, 그 해석을 찾아가는 시간이 고통이죠. 대신 짜릿함이 있어요. 이거 잘 나올 수도 있겠는데? 이런 기대감. 은 희곡으로만 읽으면 그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대신 연출과 배우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데요.호산 맞아요. 체홉의 작품은 글로 보면 재미 없다는 게 석준씨 말대로 의미가 열려 있거든요. 친절하지 않아요. 은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제일 그래요. 보통 한 가지 말을 하면 한 가지 감정을 가지잖아요. 하지만 여기 인물들은 보통 2~3개에요. 연인과 다툴 때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는 것처럼. 굉장히 어렵죠. 석준 체홉의 번역본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다 보면 아예 의미가 달라요. 대사 하나를 가지고도 의미가 다르게 써 있죠. 어미만 다르다든가, 그게 아니라 의미를 뒤집어 놓아도 말이 되게 만들어 놓은 거에요. 호산 번역한 사람 생각대로 써 놓은 거지. 예를 들면 가예프 대사가 “뭐라고?”라고 써놨는데, 원본을 보면 “누구?”에요. 가예프는 로파힌이 말 할 때마다 “누구?”라면서 장난을 치는데 번역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하기가 애매한 거죠. 그래서 우린 아예 러시아 대본을 갖다 놓고 해요. 다행히 러시아 어를 할 줄 아시는 우리 태훈 형님(김태훈)이 계셔서 가능하죠.100년 전 작품임에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까 편견도 있을 거고요. 호산 이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붙여놔도 이 이야기가 다가와요. (체홉이) 깊은 성찰에 의해 쓰셨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고전의 힘이죠. 석준 전 이 팀이 작년에 한 를 봤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충격을 받았죠. 를 변형한 게 아니라 숨어있는 텍스트를 전부 끌어 올렸더라고요. 은 열려있는 텍스트잖아요. 채워 넣을게 너무 많아요. 이 팀은 무대의 변형이나 의상이 아니라 흐름 안에서 그들만의 화법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팀 같아요. 호산 오경택 연출의 힘이 커요. 체홉은 이 작품을 코미디라고 했거든요. 급이 떨어지는 코미디가 아니라 일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웃기냐는 거죠. 그걸 잘 끄집어 낼 수 있는 연출이죠. 도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임에도 몇 번 본 관객들이 계세요.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어요. 원래 가지고 있는 대사 그대로. 이번 도 비슷한 색깔의 재미가 있을 겁니다. 정동환 선생님 같은,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시죠. 호산 아휴… 정동환 선생님이 이번에 일단 승낙해 주신 게 너무 감사 드려요. 피르스 역이 정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씬 숫자와 대사량은 많지 않거든요. 선생님들이 어떤 ‘깊이’로 승부하시는 거라서 ‘기피’를 하세요. 정 선생님은 옛날에 가예프 역을 하셨대요. 이번 역할도 말씀 드리자 마자 ‘오케이’. 저희 입장에선 뭐…만세죠. 정동환 선생님이 아버지라면 최용민 선생님은 어머니 같으세요. 벽이 없어요. 저희들이 술 한잔 하자고 하면 항상 ‘오케이’ (웃음) “지금 나를 사로 잡는 건…” 에는 여러 인간군상이 등장합니다. 두 분은 어느 타입에 속하는 것 같으세요? 호산 전 가예프에 가까워요.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열심히 해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고. 저도 당구 좋아하고요. (웃음) 석준 전 빼차(트로피모프)에 가까운 것 같아요. (호산: 아, 동감!) 연습할 때 그 캐릭터가 눈에 확 들어오고 이해가 되는 거 보니까. 저도 어떻게 해야겠다 말은 많고 생각은 많은데 움직이진 않고…(웃음) 이석준씨는 이야기쇼 진행자로서 오랫동안 활약 하셔서 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석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토크쇼를 진행하다 보니 여러 생각도 하고, 제 가치관이 정립되는 건 사실이에요. 최근 이야기쇼에 대한 일들이 있었는데 되게 가슴이 아팠어요. 이야기쇼를 시작한 것도 관객 때문에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는 게 가슴 아팠죠. 하지만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덕목 중 하나가 선도라도 생각해요. 일제시대에도 문화가 살아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풀어내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에요. 앞서가는 생각을 제시하는 것도 문화예술가가 하는 일이죠. 괴롭겠지만. 호산 얼마 전 추적자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 박근형 선생님이 팬이 됐어요.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연기자도 작가 정신을 가지고 대본을 봐야 한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인상 깊었어요. 문화계 사람으로서 위로하는 것도 있겠지만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죠. 두 분 다 데뷔 17년 정도 되시죠. 소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나오시는데요. 연기자로선 지금 어떠세요. 석준 고통스럽긴 해요. 행복한 일을 해서 좋잖아요, 하시는데. 맞아요. 결론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니까. 하지만 저는 묻죠. 당신 같으면 3개월 마다 직장에 새로 취업하는데 괜찮겠냐고. (일동 웃음) 재미있는 건 예전엔 무조건 좋아서 무대에 섰다면 요즘엔 이 나이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즐거워요. 만약 나에게 20대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하면 죽어도 싫은, 지금 알고 있는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정동환 선생님이 막연하게 부러워요. 연기자로서 배운 이론을 다 부수면서 나오는 열정. 그 깊이를 알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행복한 거죠. 호산 같은 연기자고 지향점도 같은데, 재미있죠? 방향이 다르니까. 저 같은 경우는 재미있어요. 괴롭지 않아요. 제 친구들이 넌 연기해서 좋겠다, 그러면 전 이렇게 답할 거에요. 그럼 너도 해 인마. (일동 웃음) 무대에 서서 좋은 건 오늘 잘못 했으면 내일 더 잘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번 작품에 안 되면 다른 작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누구는 커튼콜 박수가 좋다는데 전 그건 안 해도 좋아요. 이게 훨씬 재미있죠. 서로 정말 다른 모습인데, 이번에도 더블 캐스트죠. (웃음) 호산 만일 석준이와 다시 하게 되면 이번에 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 둘 다 출연한 적이 있지만 같은 무대에 선 적은 없는데, 그 연극 둘이 같이 서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석준 를 예로 든 이유를 알겠어요. (웃음) 등장인물들이 절친한 친구 사이인데 아예 서로 생각이 달라. 상대역으로 붙으며 아마 극이 휘몰아치지 않을까. (웃음) 향후 장기적으로. 계획 있으세요? 배우로서 가고 싶은 길이나, 목표 같이. 호산 전 거창하지 않아요. 이 일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는 연극배우가 꿈이었고, 연극배우가 된 다음엔 제발 작품 좀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작품이 안 끊기니까 이제 다른 아르바이트 안 하고 이걸로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했죠. 그래서 다 됐어요. 이제 재미있어요. 여기서 더 욕심 가지지 않을 거에요. 좋은 연출자, 그런 건 꿈도 안 꾸고. 정동환, 박근형 선생님처럼 연기를 즐기면서 예쁘게 늙고 싶어요. 석준 비슷하네요. 저도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았죠. 대형 뮤지컬 많이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난 이 다음에 조승우 될 거야, 라는 농담도 하고.(웃음)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하나씩 버리게 되더라고요. 대형 뮤지컬, 위치, 다 버리니 배우 하나가 남더군요.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래서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가요. 이 작품을 만들면 내가 길을 낸 것이니까 다른 배우들이 길을 넓혀주지 않을까? 기대되죠. 지금 두 분을 사로 잡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호산 우리 와이프. 석준 오로지 아기. 아들이에요. 거의 전부가 된 것 같아요. 호산 저도 가족이에요. 어려서는 제가 이기적이라 그랬는지 가족이라는 굴레가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대학 생활 하면서 혼자 살았고 이혼도 한 번…(웃음) 마흔 넘어가니 정말 반성이 됐어요. 너무 창피하게 살았구나. 이름도 바꾸고. 이젠 가족이 굉장히 소중해요. 이제야. 연극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세요. 석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다른 전설의 배우들이 나오는 연극을 많이 봤는데 그에 못지 않은 완벽한 팀이 된 것 같아요. 저 빼고. (웃음) 어디선가 봤는데 영국기자가 극장 앞에다 꽃다발을 놓으면서 연극은 죽었다고 했대요. 그런데 요즘은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간만에 최근에 못 느꼈던 설렘과 공포를 느끼고 있거든요. 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호산 어느 연극에서 ‘철학은 죽었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요즘은 자극적인 걸 찾아가면서 뭔가를 생각하지 않는 추세잖아요. 옛날에는 어려운 말 좀 쓰면 ‘대단하다’ 했는데 요즘엔 냉소를 듣고요. 생각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결론은, 투표합니다. (일동 웃음) 석준 투표, 투표 꼭 합시다! (일동 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9.14 / 조회 1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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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중의 마초가 발기불능? 연극 ‘권력유감’
연극 ‘권력유감’은 권력을 손에 쥔 마초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현존하는 모든 권력은 불합리하며, 그 불합리한 권력의 폭력에 의해 재편되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 행태를 ‘발기불능에 걸린 보스’를 통해 풍자한다. 이번 공연은 총 3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영화와도 같이 잦은 장면변화는 움직이는 배우들의 치밀한 동선계산과 깔끔한 움직임으로 극의 긴박감을 돋운다. 대소도구로 구성되는 무대배경은 배우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움직임 속에 매 장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암전 시 무대전환이 이루어 졌던 기존의 연극과는 달리 전환 자체를 하나의 장면으로 설정해 관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주먹 하나만 믿고 조직에 들어온 덕구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조직의 2인자가 되고, 조직의 보스로부터 앞으로 조직을 맡으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최고 권력가가 된 덕구는 비정한 방법을 통해 주위의 여러 조직들을 흡수하고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등과의 담합을 통해 조직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상대조직원에게 피습당하는 악몽을 꾼 덕구는 그 후로 자신의 남성이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혼자서 찾아 온 비뇨기과에서 여의사에게 발기불능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주인공 보스 덕구 역에는 연극 ‘이’에서 장생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이승훈이 출연한다. 작품은 주먹으로 어둠의 세계를 평정한 덕구가 ‘발기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통해 권력의 허상을 풍자하고 진정한 의미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9 / 조회 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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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관객들에게 언어를 퍼붓다! 욕보다 물보다 더한 모욕의 카타르시스, 연극 ‘관객모독’
오만하다. ‘단 하나의 다른 연극’이라는 타이틀도 부족해서, ‘관객을 모독’하겠다고? 조명 아래서 땀을 찔찔 흘리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배우들이 어지간히 감정이 쌓이기는 쌓였나 보다. 어둠 속에서 편안히 주말의 여유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쏘아댄다. ‘이 싸구려들아, 이 아무것도 아닌 놈들아, 이 쓸모없는 작자들아, 이 가치 없는 인생들아.’ 30년 넘게 공연되어 오고 있는 의 가장 유명한 특징은 바로 이 욕설과 물벼락이다. 이렇게 콧대 높은 작품에 사람들이 왜 돈을 내고 들어가는지 궁금해진다.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일까. - 관객과 배우와의 대치 현장네 개의 의자. 무대 위는 깔끔하다 못해 무성의하다. 관객들이 가방 하나 끼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무대 위의 배우들도 아무 준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배우들 속에는 어느 연극보다도 많은 대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비록 ‘말’이 아니라 ‘언어의 편린’이지만 말이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들은 더러는 알아들을 법하고, 더러는 앞뒤가 맞지 않아서 더더욱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도대체 이 대사들이 알아들으라고 내뱉는 말은 맞는 건지. ‘아울러, 자기 나름대로의 변증법적 방법으로, 꿰뚫어 보고…….’ 운운하는데 골치가 다 아플 정도이다. 배우의 덕목인 관객과의 소통을 무시해버렸는데도 그들은 굉장히 당당하다. 오히려, ‘여러분은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을 거’라고 말하고, 관객들의 수준을 무시하며, 생각 없이 편하게 앉아 있는 것을 질타한다. 모욕적이다. 그러나 긴장감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모독을 주는 배우들을 직시하는 것은 분명 신선한 재미를 가져온다. ‘뚫어지게 집중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기’라는 관객들의 규칙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 언어를 해체하여, 감정을 조립하다.배우들이 드디어 연극을 해준다니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극중극 형식의 이 부분은 의 백미. 이 속에서 ‘피터 한트케’의 관객 행위에 대한 이론들은 완전히 해체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배우들은 언어 조각을 가지고 새로운 상황을 조립해낸다. 어투와 표정, 말의 높낮이로 새롭게 표현되는 내용은, 권력에 좌절하고 마는 연인과 그들의 동료를 그린 싸구려 멜로드라마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설계도는 의외의 재료와 정교한 기술 덕분에 대단한 작품으로 표현된다. 속도의 변주를 이용하여 음악적으로 재탄생 한 언어, 비슷한 발음이나 동음이의어로 교묘하게 상황과 일치되는 언어는 감탄스럽다. 또, 극중 연출의 지시사항을 과장하여 표현하고, ‘사람 죽이는 방법’등 관객들의 요구에 즉흥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웃음이 터지게 한다. 이 배우들, 과연 오만할만하다.- 욕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다는 것극이 막바지로 치닫자, 드디어 배우들은 담아뒀던 욕설을 퍼붓는다. 물도 거침없이 뿌려댄다. 지금까지 안 들리던 말들이 아주 시원하게 들린다. 사실, 관객들에게 욕을 하는 장면은 이 공연의 전 장면을 통틀어 가장 평범한 언어 행위를 구사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뜨악하던 표정들의 관객들이, 안도의 기쁨 때문인지 여기저기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앞부분의 언어 해체와 연결해 볼 때, 다소 생뚱맞은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마치 한 판 격하게 싸운 뒤 친해지는 친구 같은 시원함이 있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계속 생각을 시키고, 때론 조명을 받게 하였다. 우리를 ‘계몽키’위해서라며 ‘개’와 ‘Monkey’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관객들도 불편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배우들과의 투닥거림은, 이내 고조되어 싸움으로 번진다. 그리고 한 관객이 일어나 배우들에게 물을 쏠 때, 드디어 이 장소의 현실은, 연극적 상황이 아니라 배우들의 현실이 되고, 관객들의 현실이 된다. 관객과 배우가 동등해지는 것이다. 90분 동안 관객들에게 퍼부어진 것의 대부분은 욕도, 물도 아니었다. 바로 언어였다. 그 내용을 이해하건, 그렇지 못하건 상관없다. 언어 조각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유쾌한 볼거리이다. 이 정도의 폭소를 위해서라면 욕이나 물정도의 모독이야 참을 만하다. 아니다. 사실, 몇 번은 더 당하고 싶은 한 판의 짜릿한 모독이다.백수향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27 / 조회 27,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