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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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돌아왔다…연극 '천사여, 고향을 보라'
인물의 관계·고독한 내면에 주목
7월 9~8월 7일 대학로 SH아트홀연극 ‘천사여, 고향을 보라’(사진=극단 이방인).[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40여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연극 ‘천사여, 고향을 보라’가 7월 9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원작은 토마스 울프의 자전적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그의 4대 장편소설 중 첫 작품이다. 울프는 소설 속 인물 유진 겐트에 자신을 투영해 진지한 자아를 탐구하는 동시에 미국 생활의 서사시를 담아냈다. 1957년 소설의 원제와 같은 제목으로 각색해 선보인 연극은 브로드웨이에서 총 564회 공연을 진행했다. 이듬해 토니 어워드에서 베스트플레이를 포함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것은 물론 퓰리처상과 뉴욕드라마 비평가 서클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1978년 국립극단에서 이해랑의 연출로 당대 최고의 배우인 백성희·이호재·장민호·손숙·전무송 등이 상연한 이후 40여년만의 재공연이다. 극단 이방인은 각각의 인물의 관계와 삶의 생생한 묘사, 그리고 결핍으로부터 오는 고독한 내면에 주목했다. 진실된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유진 겐트를 중심으로 돈과 물질에 집착해 가족에게 이기심을 보이는 어머니 엘리자,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을 지키고 싶은 아버지 겐트,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벤 등 작품 속 인물을 통해 현 시대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 속 결핍과 이기심, 성공적 삶에 대한 갈구, 외로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17 / 조회 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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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10주년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
세 자매·모녀 통해 가족간 상처 이야기
5월 20~6월 12일 대학로 선돌극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이루의 10주년 기념공연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가 오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작가이자 연출 손기호는 세 자매와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간 극단 이루의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우미화,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장정애(장하란)와 최정화, 극단 차이무의 박지아를 비롯해 10년 동안 호흡을 같이한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극단 이루는 2005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비롯해 2009 히서연극상, 2011 서울연극제 대상·남자연기상·인기작품상, 2013 차범석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짧은 기간임에도 새로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극단이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5.11 / 조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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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
극단 이루의 첫 가족극
4월 2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의 공연 모습(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가 내달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과 서울시 우수 청소년 관람 권장공연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부모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를 얻고, 아이들은 ‘아이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은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싶은,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로 보여준다. 어른이 된 ‘돌단이’는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그 추억은 무대서 동화처럼 되살아난다. 손기호가 작·연출을 맡았고, 그림자 작가 나현정, 배우 홍성춘·조주현·염혜란·최정화·서미영·김하리 등이 함께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7 / 조회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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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첫 가족극 '사랑해 엄마'…8일 앙코르
연극 ‘사랑해 엄마’의 한 장면(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인 가족극 ‘사랑해 엄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으로 선정돼 8일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지난 2월 2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작품은 엄마의 눈으로도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도 바라본 연극이다. 엄마와 아빠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 받고, 아이들은 내 부모와 ‘아기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극단 측은 전했다.극단 이루 관계자는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픈,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차례 보여준다”며 “어른이 된 ‘돌단이’가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 놓으면 그것이 동화가 되어 들려지고 또 실제가 되어 무대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8 / 조회 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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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된 소년…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소년B가 사는 집> 연습현장
태어나 이십 년을 살아온 동네에서 악마 취급을 당하는 소년이 있다. 그 시선이 두려워 소년은 집 밖으로 나가길 꺼리고, 때로는 부모조차 “딸만 하나 있다”며 아들의 존재를 부인한다. 소년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 소년과 그 가족이 겪는 아픔을 그린 연극 이 곧 무대에 오른다. 이 연극은 2013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부문 공모에서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지난해 관객들의 호평 속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마쳤고, 올해 두 번째 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일, 리딩이 진행되고 있는 이 작품의 연습실을 찾았다. 약 80분간 진행된 이날 리딩은 소년 대환의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어머니와 과묵한 아버지, 아버지보다도 더 말이 없는 대환의 대화가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드문드문 이어지고, 이웃집 새댁의 갑작스런 방문에 이들은 무언가를 감추는 듯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 역의 이호재, 어머니 역의 강애심을 중심으로 대환 역의 이기현, 누나 역의 이은정, 관찰관 역의 백익남, 이웃집 새댁 역의 최정화가 주고받는 대사는 순식간에 보는 이를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부모교육’에 참가해볼 것을 권유한 새댁이 떠난 후 대현의 어머니는 그동안 수없이 해온 것처럼 지난 일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혹시라도 생일 파티를 안 해줘서, 태권도 학원을 억지로 보내서 아들이 범죄자가 된 것은 아닌지,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괴로워하는 어머니와 아들을 향한 깊은 염려를 내비치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이 직설적인 표현 없이도 이들에게 드리워진 깊은 슬픔을 십분 전달했다. “난 변하고 싶어. 변할 수 있어.” 제목 속 ‘소년B’는 대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열 네 살 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살인을 저지른 대환은 실형 선고를 받고 5년여간 복역한 끝에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아 집에서 자동차 정비공인 아버지를 돕고 있다.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이웃 사람들의 시선도 무섭지만, 혼자 있을 때 불쑥 나타나는 소년B도 대환은 무섭다. 대환 역의 이기현은 “소년B는 열 네 살 무렵의 또 다른 대환이다. 대환이는 변화하고 싶어하는데 6년 전 사건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그 때의 기억이 자꾸만 내 안에서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불가해하며 통제할 수 없는 존재와의 싸움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를 모은다. 을 쓴 이보람 작가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악의 없이 악마가 되어버린 소년과 이를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족의 모습은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그리고 삶에서 느닷없이 닥쳐오는 불행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초연에 이어 다시 어머니로 분하는 강애심은 “지난 공연 때 대환의 가족에게 공감하는 관객이 많았다. 대환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사람이 많더라.”고 전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대환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어느 순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당혹감을 주는 순간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런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에 대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강애심 등 명배우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남명렬이 연기했던 아버지를 올해는 이호재가 맡아 작품의 든든한 중심축이 될 예정이다. 김수희 연출은 “캐스팅을 하고 나서 내가 할 일은 다 끝났구나, 싶었다. 배우들이 수년간 쌓아온 깊이와 연륜으로 관객들이 자연스레 극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넘치지도 과하지도 않게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은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3.26 / 조회 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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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인연’에 대해 묻다,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가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오른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 ‘봄’과 맞닿은 ‘인연’이라는 화두를 풀어낸다. 작품은 가장 가깝게 지내지만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나와 타인의 만남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그려낸다. 이 작품은 문학적인 감성과 일상을 담아내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경주 외곽에서 50년을 해로한 노부부는 일상적인 삶을 보낸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찾아와 생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와 부모, 서면댁 부부의 삶을 지켜본다. 작품은 아들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하며 깨닫게 되는 ‘나’와 ‘인연’에 대해 질문한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0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에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서울연극제 대상, 남자연기상, 여자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과 2011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이번 공연은 극단 이루의 대표인 손기호가 연출을 맡는다. 아버지 역에는 연극 ‘돈키호테’, ‘고도를 기다리며’, 영화 ‘화려한 휴가’, ‘효자동 이발사’, 드라마 ‘토지’, ‘타짜’ 등에 출연했던 박용수가 출연한다. 어머니역에는 연극 ‘날 보러와요’, ‘이’ 등에 출연했던 우미화가 맡는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아들 역에는 정인겸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염혜란, 조주현, 최정화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8 / 조회 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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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5] 당신이 희망,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할퀴고 쓰다듬으며 살아가는 것경주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 주위로는 신비한 설화와 신화적 이야기가 떠다닌다. 많은 이들이 붉게 타오르며 복을 내리는 불을 보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는 그곳에 방사능 폐기장이 유치된다. 그 후로 만파식적의 신비한 피리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까. 무사태평을 고대하는 감포일대 사람들의 오늘은 달고 구수하며, 그리고 비루하다. 질펀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들은 순박하나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인간의 단면을 안고 있다. 그들의 셈속에는 연민과 애정도 공존한다. 시장바닥에 앉아 야채를 파는 분이, 그녀의 며느리 덕이, 아들 열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앉은뱅이, 맹인, 반편이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를 바닥으로 끌어 앉히는 것은 차마 놓지 못하는 묵직한 과거의 아픔이다. 이렇듯 상처로 인한 정신적 기형이 신체로 표현된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복을 받지 못한 것 같은 이들은 오가는 행인을 ‘복 받아 가이소’라는 인사로 맞아들인다. - 무서운 것은 사람 이 작품에는 왜 이렇게 됐는지 가늠하기가 까마득하며 알 도리 없는 인물들의 오늘이 펼쳐진다. ‘어디 죄 진데 없고, 넘한테 험한 소리 함 안했고, 손에 쥔 거 하나 없어 타고난 내 몸 놀려 부지런히 살았고, 바라볼 핏줄 하나라고 우리 복 줄여 복 빌어주고 쓰다듬고 키웠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급하게 돌아만 가는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노파, 그가 동사무소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삶의 무게에 대해 나지막이 호소한다. 떨어지는 노파의 눈물은 그 누구도 적시지 못한다. 한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노파의 치마에는 하혈 자국이 선명하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사람들의 소음 속에서 소외된 노파,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미친 판사는 상징적이며 압축적이다. 무서운 건 바다가 타도록 붉은 태양이나 세상을 잠식시킬 듯 쏟아지는 비가 아니다. 사람이다. 분이와 덕이, 열수에게도 무서운 건 사람이다. 그 가족사는 기가 막히다.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 만났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이 다시 만나 가정을 형성했다. 결핍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만나 부딪히고 할퀴며 쓰다듬고 사는 것이 인생, 분이와 덕이, 열수의 이야기는 공연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이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자도 아닌 기집이 처음 사랑이란 걸 해 아들을 낳았다. 그의 이름은 록키. 양공주 여자는 물 건너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들과 함께 사는데 세상의 선입견과 손가락질은 날카롭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록키를 놀리던 한 아이가 록키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게 했고 그는 죽었다. 엄마는 눈이 뒤집혀 그 아이의 집에 불을 질렀다. 불을 헤집고 살아 나오는 아이를 안고 록키가 죽은 곳에서 뛰어 내렸다. 그녀는 앉은뱅이가 되고 아이는 반편수가 됐다. - 그래도 희망은 사람 언급했듯 이 연극은 사투리로 진행된다. 얽히고설킨 관계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과도한 정보를 들어야하는 초반, 명확히 들리지 않는 대사는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들이 비뚤어진 세상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했듯 관객은 그들의 언어와 ‘현재’에 곧 적응하게 된다. 정돈되지 못한 것 같은 도입의 어수선함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연극이 바라보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연극은 다양한 관계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으로 구수하다. 오지랖 넓고 참견하기 좋아하나 그래도 순박한 여자 미천과 법을 공부하다 미쳐 침을 뱉고 다니는 판사, 아픈 아내를 수발하며 사는 단씨 등 이러나저러나 살아가는 인물들로 인해 극은 어색한 무거움을 벗었다. 그러나 시골 풍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편안함과 휴식, 달콤한 화해는 없다. 분이의 옛 연인이자 아들만을 기다리는 설씨는 분이를 찾아가 모든 게 ‘너 때문이다’고 외치며 그녀를 찌른다. 죽어가는 분이의 체념한 듯 평온한 표정, 그 순간 그토록 기다리던 불이 내려왔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불이 탄다. 이리저리 춤을 춘다. 넘어지기도 한다. 오호라, 그것은 불이 아니라 타는 사람이다. “연호야!” 설씨가 아들의 이름을 외친다. 예상되는 화해를 뒤엎고 연극은 잔인한 칼부림을 선사한다. 방에 놓여 있던 등이 넘어지며 분이네 집에 불이 번진다. 분이를 둘러싼 관계의 지리멸렬한 역사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그 뒤로 아이를 가진 열수와 덕이가 보인다. 그들이 수줍게 속삭이고 있다. 난자당한 인간들을 밟고 새 생명이 탄생할 것이다. 누군가가 힘없이 쓰러질지라도 삶은 계속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5.14 / 조회 1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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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거기 > 연출 김한길
소박한 사람, 꿈 많은 이가
말하는 춘천 거기
는 배우와 스텝들이 100만원씩 자비를 털어 ‘백만송이 프로젝트’로 백만 관객몰이에 나선, 당찬 연극이다. 이 연극이 만들어지기까지 ‘백만송이 프로젝트’만큼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 의외일 수 있다.
의 작품을 쓰고 직접 연출을 맡은 김한길을 만난다. 처음 의 작, 연출을 인터뷰 하려고 할 때에는 막연히 여자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씨어터 일의 입구를 들어섰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 기대(?)는 깨어지고 수더분한 남자(?) 분이 우리를 맞았다.
김한길.
그는 남자였고, 아주 평범해 보이는 수더분하고 사람 좋게 생긴 얼굴의 분명 남자였다. 의 포스터를 보거나 리플렛 안내 문구를 보더라도 작품에 글을 쓴 사람이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뉘앙스나 글의 내용에서 품어져 나오는 향내는 분명 여자의 감수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일지도 모른다.
불륜, 집착, 애증으로 엮인 세 커플의 3색 사랑 이야기를 다룬 는 유부남 명수와 선영이의 이야기와 2년 차 커플인 영민과 세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응덕과 주미가 등장하고 있다. 춘천에 있는 한 팬션에 모인 세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된 는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불륜을 선택한 연인과 상대방의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연인,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싸우는 연인 등의 이야기를 큰 틀로 다루고 있다.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했어요. 군대 갔다 와서 늦게 시작했죠. 물론 연극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었고, 극단 생활은 꽤 오래한 것 같아요.”
그는 글을 쓰고, 연출을 한다.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이기도 한 김한길은 , , 를 작, 연출하였다. 는 올해 7월에 첫 공연이었으나 5월에 쓰다가 한 번 멈추었던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써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한 달 동안 고민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한 스스로의 근거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란 것이 결국 ‘사랑’이라는 주제였다. 그 때 김한길은 작가들이 ‘사랑’이라는 테마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쓴 ‘저기 내게로 오고 있다’라는 책에서 공지영 작가의 ‘물의 정거장’이라는 소설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 이야기는 또 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자 힘을 얻어 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산고의 고통이라는 것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리라.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매듭이 하나 풀리면 순식간에 풀리기 마련이다. 그는 그렇게 의 글을 쓰고,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에 깃들어져 있는 정서가 많은 이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다. 제목에서 오는 뉘앙스가 70, 80 세대에게는 곧바로 꽂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춘천’이라는 공간은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에 작가는 맨 먼저 기대었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춘천에 대한 기억이 처음 사귀었던 여자와 함께 가고 싶었는데 결국은 가지 못하고 그 친구에게 전해 들었던 춘천에 대한 기억밖에 없다는 것이다. 헤어지고 난 후 다시 사람을 만나 다른 이와 함께 갔던 기억을 또 다시 떠올리겠지만 첫사랑에 얽힌 춘천은 그에게 있어 환상과 꿈에 젖어있는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 중에 한 페이지가 되어 있었다. 지면을 빌려 작가 겸 연출가의 사랑 이야기를 늘어 놓을 수 없는 관계로 생략하겠지만 그에게 들었던 춘천에 대한 기억 중에 강촌에서 춘천 이야기를 하염없이 하는 그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닮아 있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 한 가운데 공지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하염없이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질 만큼 상세히 아무런 생각 없이 춘천에 취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 춘천에 대한 막연하거나 확실한 기억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기’라는 명사를 붙인다. 구체적인 어떤 목적이 있어서 ‘거기를 붙였다. ‘춘천’이라고 해 놓고 심심했던 차에 써놓은 작품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춘천에서 사랑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를 쓰게 되었다.
그가 연극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단순하다. 고등학교 때 쉬는 시간. 각 동아리의 소개를 하는 시간 중에 연극반도 소개를 하게 되었다. 그는 연극반에서 첫 눈에 반한 누나를 보고 그 누나를 보기 위해 원서를 내러 갔고 한 번 더 보기 위해 오디션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연극이 재미있어지더니 아예 빠져 들었다. 고2때 연극을 진로로 정할 것인지 취미로 잠재울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연극을 선택하게 된다. 집안에서의 반대는 물론이고 그는 가출도 불사하였다. 비록 5일 만에 잡혀 들어왔지만. 집안에서는 저렇게까지 하는데 지켜 보자해서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극단생활을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군대를 갔다가 다시 극단으로 와서 연기하는 것보다 작가가 표현해 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만학을 하게 만든다.
“저에게 영향을 주신 분은 오태석 선생님이세요. 선생님을 뵐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런 열정이 있을까? 생각하다 한 해를 지내다 보니 열정이 아니라 삶이구나 했다 삶을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다면 선생님에게 있어서 연극은 즐거움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연극에 대한 테두리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모습을 닮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하남시에서 환경엑스포 가족뮤지컬 을 작, 연출 하였고, 에도 출연하였다. 또 다른 어린이극을 만들게 되었는데 아시테지에 선정이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된 작품이 였다.
후배가 워크샵 식으로 연극을 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단막을 찾던 것을 그가 100만원을 내주고 연출을 봐줄께 해서 시작된 백만송이 프로젝트는 배우, 스텝들이 모두 100만원씩을 구해서 장막을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부분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작품이 나올 때 남자의 시각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는 사랑이라는 것을 포장하지 않고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보고 자기의 아픔을 생각한다. 여자의 고통으로 인해 자신이 고통 받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남자들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는 그의 교수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쓴 대본이 그의 손을 벗어나서 연출의 손으로, 배우의 몸으로 넘어 가서 공유를 하게되고, 연습을 통해 무대를 만들게 되고, 관객들과 만나 함께 공유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쌓여있던 감정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간다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행복할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연극 입니다.”
는 씨어터일에서의 여정으로 일단 막을 내린다. 동숭아트센터에서 먼저 힘을 실어 주어서 연장 공연에 돌입했고, 이제는 관객들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백만송이 프로젝트 >가 성공할 수 있다면 는 앵콜에 앵콜을 거듭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를 만나볼 수 있는 무대는 만은 아니다. 에 다시 배우로 출연하고 에서는 연출을 맡는다. 내년 초에는 혜화동 4기들이 모여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한다고 한다.
누가 말했듯이 는 사랑의 열병을 다시 앓아야 할 만큼 사랑의 향내를 찾아가는 웃음 속의 진창길이다. 재미있는 부분과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깨끗한 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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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2005.09.30 / 조회 1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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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거기 > 아홉 빛깔 사랑
아홉 빛깔의 사랑이 머무는 곳...
여기 한 연극이 있습니다.
스타 배우 한 명 없이 무명 배우 아홉이 그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든 로 백만 관객몰이에 나선, 당찬 연극이 있습니다. , , 이란 호평 속에서 7월 1일 초연이래 현재 3차 연장공연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극이 있습니다. 그 연극은 바로, 아홉 빛깔의 사랑이 머무는...입니다.
한번쯤, 누구나 한번쯤...
시간강사 선영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학교에 전화를 겁니다. 한 옆에서 숨죽인 명수는 선영이 전화를 끊자, ‘됐구나’ 하며 좋아합니다. ‘자기랑 집에서 뒹굴뒹굴 하니까 너무 좋다’ 하는 선영과 ‘우리 이게 얼마만이야.’ 너스레를 떠는 명수. 내일이면 만난 지 1주년이 되는 둘은 모처럼의 깜짝 휴일을 둘만의 오붓한 시간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근데, 이때 울리는 핸드폰. 서둘러 전화를 받은 명수, ‘응, 당신이야. 잘 도착했어?’
그렇습니다. 선영과 명수는 흔히 말하는 불륜입니다. 헌데, 유부남이기 전에 친구였다면, 그래서 그 친구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이것도 불륜일까요? 선영과 명수는 이대로 괜찮을까요? 이 둘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기 또 한 커플이 있습니다. 사랑의 기쁨보다 사랑의 아픔을 먼저 맛본 세진과 영민. 그래서 지금 맞잡은 둘의 손이 더욱 절실하고 소중한 세진과 영민은 지금 현충사에 와 있습니다.
바람 한 조각, 풀 한 포기, 잉어 한 마리. 그 무엇 하나 사랑스레 보이지 않는 것이 없는 둘은 땡그랑 땡그랑 풍경소리를 들으며 풍경에 얽힌 이야기를 나눕니다. 근데, 이 순간 ‘나 이거 어디에서 들었는데’하는 세진과 ‘이 얘기 알어?’ 하는 영민. 둘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습니다. 어쩜 이곳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이미 와 본 곳이라는 생각.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즐거워했을 거라는 난데없는 질투가 둘의 눈을 가립니다. 급기야 ‘아까부터 감정 꼬인 게 누군데...누구랑 헷갈렸어?’ 하며 파고드는 세진에게 영민은 ‘넌 담수형이랑 안 그랬어?’ 하는 말로 세진의 가슴에 상처를 냅니다.
세진과 영민, 과연 이 둘은 또 다시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게 될까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눈 앞의 사랑을 놓칠 위기에 처한 둘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연극 는 이렇게 선영과 명수, 세진과 영민. 두 커플의 사랑의 상처와 치유를 중심으로 이제 막 사랑의 시작한 주미와 응덕의 핑크빛 이야기. 사랑의 슬픈 기억만을 간직한 채 마음을 닫아버린 수진의 시리도록 파란 사랑과 그런 수진만을 바라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병대의 보라빛 사랑이야기. 그리고, 선영을 한없이 바라보며 기다리는 지환의 해바라기빛 노란 사랑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이들 아홉남녀의 아홉가지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통속적인, 빛 바랜 삼류 연애담에 지나지 않을 법도 하지만, 연극 「춘천 거기」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빛을 발하며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데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보편적인 사랑의 정서를 탄탄한 극적 구성과 일상적이면서 맛깔스러운, 때론 유머러스한 대사들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가 즐거운, 그래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소개팅으로 만난 주미와 응덕. 첫 데이트에서 주미는 그만 술에 골아 떨어지고 맙니다. ‘주미야. 어디 이 근처에서 좀 쉬었다 갈래?’ 조심스레 말을 거는 응덕에게 놀란 주미는 ‘왜 쉬었다 가야 되는지 이유 세가지만 대 봐’합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응덕은 머뭇거리다 급기야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너랑 같이 있고 싶었고, 널 지켜주고 싶어. 오빠 정말 그럴 자신도 있거든??몰래 감추었던 마음을 불쑥 내밉니다.
화려한 수식어에 둘러싸인 말보다 투박할지라도 솔직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연극 는 이렇게 보여줍니다.
핸드폰까지 꺼놓은 채 서로 다른 하룻밤을 보낸 선영과 명수.
‘집에 가면 처랑 같이 잠자리하는 건 너무 당연한데...나 아닌 다른 사람이랑 잠자리하는 건 똑같은데 뭔가 싶었어. 근데 알겠더라고. 다 착각이었어.’ 하는 선영에게 명수는 ‘착각이라도 지금은 말자’ 막아섭니다. 사랑이 착각과 같다는 말이 관객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순간입니다. 연극 에는 이처럼 사랑을 이야기하는 말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들을 땐 편하게 듣되 두 번 세 번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비수 같은 말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죠.
한편, 세진과 영민의 싸움을 두고 사랑싸움이라고 말하는 병태에게 수진은 ‘그게 사랑싸움이니 폭력이지.’ 윽박지릅니다. 금새 꼬리 내린 병태에게 수진은 ‘너 술 먹고 전화하는 것도 폭력이야 알어? 할 얘기 있으면 맨 정신으로 해’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병태는 용기를 내 수진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누나. 저는요. 정말 누나를요..’ 과연, 병태는 감춰온 마음을 수진에게 고백할까요? 극은 병태의 깜짝 선언과 함께 중반을 지나면서 모든 인물들을 춘천으로 이끌어갑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응덕의 춘천 펜션. 모두가 한 곳에 모였지만 여기에 온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응덕과 주미는 이번 기회에 서로의 사랑을 더욱 키울 생각입니다. 세진은 이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 합니다. 그런 세진을 바라보는 영민은 호시탐탐 사과할 기회만을 엿봅니다. 생일 파티 겸 내려온 수진은 속으론 새 작품 때문에 노심초사입니다. 그런 마음을 잘 아는 병태는 힘이 되고자 그 옆에 앉아 있습니다. 선영과 명수는 어쩜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둘 사이를 누구에게 들킬 새라 하는 마음에 모처럼의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헌데, 이런 마음들을 하늘이 알기라고 한 걸까요? 메마른 땅을 적혀주듯 갑자기 비가 내리고, 그 비를 타고 뜻밖의 손님, 지환이 찾아옵니다.
갑작스런 지환의 등장으로 선영과 지환의 사이를 알게 된 명수는 비바람 같은 질투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투의 폭풍우에 휩싸인 또 한 사람, 영민이 급기야 일대 소동을 일으키죠. 세진의 과거 때문에 마음놓고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영민은 울부짖는 세진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내놓습니다. 과연, 영민은 세진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그 말 한마디로 이 비바람 치는 질투의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극은 이 소동을 기점으로 종반을 향해 달려갑니다. 자, 과연 세진과 영민, 선영과 명수 그리고 지환, 수진과 병태, 주미와 응덕. 이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요?
마지막 도착지인 수진의 연극공연장에서 뜻밖의 반전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지금, 당신을 만나러 오시었습니다...
아련한 추억과 비릿한 사랑의 기억이 머무는 곳, 춘천.
연극 는 아홉 빛깔의 사랑을 통해 상처와 치유, 시작과 끝, 설렘과 머뭇거림이라는 사랑의 방정식을 착실하게 불어나갑니다.
그리고, 꽃 피고 낙엽 지고 세월이 흘러도, 우리 생의 어느 한 곳, 어디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춘천 거기 어디쯤 머물러 있을 착한 사랑을 그려냅니다.
...참 반가우시면서도 두려운 손님이 오시었습니다. 이리로 길이 나아있는지 나도 몰랐던 그 길로 오시었습니다. 오신 걸음걸음이 길을 찾아오시었는지 오신 걸음걸음이 길이 되었는지 나 알지 못하나 참 반가우시면서 두려운 손님이 오시었습니다...
이 가을, 사랑을 기다리는 분이라면 지금 거기...로.
사랑이란 이름의 반가운 손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바로 거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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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연(방송작가, pentree2@naver.com)
2005.09.29 / 조회 10,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