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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무대로 돌아온 연극 ‘레드’를 봐야 할 3가지 이유
연극 ‘레드’가 국내 다섯 번째 무대로 돌아왔다. 제64회 토니어워즈 최다 수상작이자 국내에서도 지난 네 차례의 공연 내내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사랑받은 이 작품은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의 실화를 재구성해 삶과 예술, 시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크 로스코 역 강신일과 정보석, 로스코의 조수 켄 역 박정복과 김도빈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10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네 배우가 전한 이야기를 통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레드’의 관람 포인트를 정리했다.
2019년 ‘레드’의 관람 포인트1, 한층 깊이를 더한 강신일 & 정보석의 무대
하나의 예술사조를 대표하는 거장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각각 네 번째, 두 번째로 마크 로스로를 연기하게 된 강신일과 정보석은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느낀 중압감을 토로하며 올해는 로스코라는 인물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고 전했다.
강신일은 2011년 국내 초연을 돌아보며 “로스코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어려웠다. 그의 철학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말한 후 “시즌을 거듭할수록 초연 때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 같다”며 한층 더 깊이 있는 무대를 예고했다.
정보석 역시 “로스코라는 인물을 감당하기엔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한 것 같아 연극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다. 이번에도 (출연을) 두 달간 망설였다. 그만큼 어려운 인물이었다”면서도 “그래도 다행히 로스코가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그림에 담아내고자 했는지 그때보다 조금은 알 것 같다. 숨통이 좀 트인 채로 무대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2019년 ‘레드’의 관람 포인트2, 세대 갈등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
‘레드’는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의 예술 철학과 작품세계를 담고 있지만, 계속해서 변하는 시대 속에서 서로 갈등하는 신구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나이 혹은 예술 취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연극은 가상의 인물 ‘켄’을 통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로스코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관객들은 어느덧 구시대의 예술가가 되어버린 그가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고민과 두려움을 생생히 느끼게 된다.
배우들도 이 부분을 주요한 관람 포인트로 꼽았다. 특히 강신일과 정보석은 로스코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고. 강신일은 “50대가 되어 나도 서서히 밀려나는 나이가 됐구나 생각할 즈음 ‘레드’를 만나게 됐다. 로스코처럼 시대에 한 획을 그은 사람조차도 시대의 변화 앞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며 감히 나와 비교해보게 되더라. 나도 나이가 들어도 끝까지 무대를 지키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레드’를 통해 젊은 배우들의 가치나 열정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따라가자고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공연을 봤을 때부터 로스코에게 동질감을 느꼈다는 정보석은 “소멸하는 세대로서의 고민에 깊이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예술을 하려는 로스코의 마음이 나를 계속 다잡게 한다”며 이 작품이 자신에게 가진 의미를 말했다.
2019년 ‘레드’의 관람 포인트3, 박정복 & 김도빈의 활약
마크 로스코가 저무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예술가라면, 그의 조수 켄은 거침없는 질문으로 선배를 도발하며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2015,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켄을 맡은 박정복과 올해 새로 합류한 김도빈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이 극을 ‘열정’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한 박정복은 “그간 단 한번도 이 작업에 흥미를 잃지 않았다. 선생님들과 함께 한 작업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말과 함께 “세대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왜 그런 가치를 추구해 나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몇 년 전 ‘레드’의 시뻘건 포스터를 보면서 ‘언젠가 해보고 싶지만 나는 시켜주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출연하게 됐다. 처음 대본을 읽고 너무나 매료됐었다”는 김도빈도 “연습을 해나갈수록 점점 어렵지만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연극 ‘레드’는 내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9.01.11 / 조회 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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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펼쳐진 화가의 삶…'레드' 속 마크 로스코의 실제 삶은?
사전 정보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많지만, 미리 배경지식을 알고 가야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있다. 국내 다섯 번째 무대로 돌아온 연극 ‘레드’는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제6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던 이 공연은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생애 중 한 시기를 재구성한 2인극이다. 팽팽한 긴장과 지적 희열이 어우러진 대사, 커다란 캔버스를 붉은 빛으로 채우는 배우들의 역동적 몸짓,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진한 감동을 담은 이 연극을 십분 즐기려면, 먼저 마크 로스코에 대해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과연 어떤 예술가였는지, 연극 ‘레드’는 그의 생애 중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 관극 전 잠시 들여다보자.
오직 예술에서 위안을 구했던 처절한 이방인
마크 로스코는 러시아 출신의 가난한 유대인이었다. 그는 열 살이던 1913년 “영어로 말할 수 없어요”라는 표찰을 목에 걸고 미국 행 기차를 탔다. 그의 부모가 당시 러시아에 퍼지던 반유대주의를 피하기 위해 이민을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로스코의 아버지가 암으로 숨을 거뒀고, 로스코는 가난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로스코는 치열한 공부로 월반을 거듭한 끝에 19세에 예일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뜻밖의 좌절을 겪는다. 당시 미국 주류사회까지 퍼진 반유대주의로 인해 예일대학교가 로스코의 장학금을 돌연 취소해버린 것이다. 로스코는 결국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곳에도 뿌리내릴 수 없는 이방인이었던 그가 위안을 구한 곳은 오직 예술이었다. 그는 1923년 친구를 만나러 방문했던 한 미술기관에 등록해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행보를 걷게 된다.
마크 로스코와 그의 초기작(The Omen of the Eagle, 1942)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로스코는 서서히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쌓아 나갔다. 1935년에는 동료 화가들과 급진적인 예술가 집단 ‘더 텐(The Ten)’을 결성해 기성 미술계에 반기를 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그리스 비극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며 동시대인들에게 인간의 나약함과 삶의 비극성을 인식시키려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회화가 비극, 환희, 숭고함 등의 근원적 감정을 전달하기를 원했고, 이를 특정 형상에서 벗어난 색채로 표현하는 작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멀티폼 양식의 그림(multiform, 1948)
1946년, 로스코는 일명 ‘멀티폼(Multiform)’이라 불리는 양식의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기점을 맞았다. 다양한 색채가 캔버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이 그림들은 그가 구상에 대한 의무감에서 더 자유로워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이 그림들은 보는 이에게 어떤 감동이나 드라마를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로스코는 거듭된 탐구 끝에 1949년 드디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된다. 단 두 세개의 색채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 로스코의 대표작이 이때부터 탄생한 것이다.
전성기의 작품(green-and-tangerine-on-red, 1956)
화려한 전성기, 그리고 비극적 죽음
거칠고 강렬한 색채로 완성된 로스코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서적 동요를 일으켰고, 로스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열광했고, 1950년대 중반부터 로스코의 그림은 해마다 몇 배씩 높은 값에 팔려나갔다. 1961년 로스코는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았고, 같은 해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까지 열었다. 그는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거장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어려움도 찾아왔다. 동료 예술가들은 그의 세속적 성공을 비난했고, 1960년대에 들어서자 미술계는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열광했다. 어느덧 로스코는 구시대의 예술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오랫동안 정신적 위안을 주었던 두 번째 아내 멜과의 관계도 나빠졌다. 우울과 불안에 빠진 로스코는 갈색, 고동색, 검은색 등의 어두운 색채를 점점 더 많이 사용했고,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는 1964년 평생의 소원이던 예배당 벽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를 완성한 뒤 몇 년 후인 1970년 스스로 손목을 그어 자살했다.
로스코가 벽화를 그린 예배당(로스코 채플)
씨그램 벽화 사건과 연극 ‘레드’
전성기를 구가하던 1958년, 로스코는 ‘시바스 리갈’로 유명한 거대 주류 업체 씨그램으로부터 200만 달러 짜리의 작업을 의뢰받았다. 뉴욕 본사에 들어설 ‘포시즌 레스토랑’의 벽면에 걸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를 수락한 로스코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즐기는 상류층 사람들의 허위를 무너뜨릴 작품을 구상했으나, 이듬해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판단되자 곧장 계약을 파기하고 작업을 중단해버렸다.
연극 ‘레드’
연극 ‘레드’는 바로 이 시기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공연이다. 연극은 가상의 인물 ‘켄’을 통해 관객들을 로스코의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로스코의 작업실에 조수로 들어온 켄은 로스코가 씨그램과 상업적인 작품 계약을 맺은 것에 의문을 품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대고, 로스코는 그에 맞서 자신의 예술 철학을 웅변한다. 관객들은 피카소, 잭슨 폴록, 마티스, 니체 등을 오가는 이들의 대화를 통해 로스코의 치열한 작품 세계를 만나게 된다. 레드, 오렌지 등의 밝은 색채로 찬란한 생명의 힘을 캔버스에 담아냈던 그가 말년에 느꼈던 ‘블랙’에 대한 공포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두 사람이 거대한 캔버스를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장면도 압권이다.
연극 ‘레드’는 내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 참고도서: , 강신주 지음, 2015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www.mark-rothko.org
2019.01.08 / 조회 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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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레드'는 무엇입니까?
2015.04.20 / 조회 6,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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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을 믿다, 마크 로스코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마크 로스코 그림 50점이 지난달 23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에게는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비싼 화가, 추상 표현주의 거장,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또한 공연을 즐겨보는 관객들이라면 그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한 연극 의 실제 주인공으로 마크 로스코를 기억할 것이다. 캔버스 한가득 색으로 채운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평생 예술혼을 불살랐던 그의 삶을 살펴보자.유대인 가정에 태어나···21살에 미술 공부 시작본명 마르쿠스 로트코비치 (Marcus Rothkowitz). 1903년 러시아 드빈스크의 유대인 가정에서 네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크 로스코는 191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렵게 시작된다. 모든 가족들이 생활 전선으로 뛰어 들었고, 로스코 또한 학교 수업을 마치면 신문을 돌리곤 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유대인 소년 마르쿠스 로트코비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는 무기로 공부를 택했다. 그는 월반을 거듭하여 19살에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예일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합격하지만 장학금이 취소되어 2년 만에 학업을 그만둔다. 당시 그의 전공은 미술이 아닌 인문학이었고, 대학 초기 그의 꿈은 엔지니어나 변호사였다.대학을 중퇴한 후 마크 로스코는 자신이 몸담아야 할 곳을 찾아 헤맸다.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극단에서 연극에 잠깐 몸을 담기도 했으며, 학교에서 가까웠던 뉴욕으로 건너가 도시에 넘쳐나던 예술적 분위기에 젖어 지내기도 했다. 정치·사회·경제·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그는 자유로움을 맛보다가 친구를 만나러 우연히 방문한 뉴욕의 아트스튜던츠리그라는 미술학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미술계에 입문한 초창기, 마크 로스코는 니체 철학과 그리스 신화와 비극에 심취했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화가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다 마흔이 넘어 특유의 색으로만 가득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마크 로스코는 1960년대 후반부터 연극 의 배경이 되는 시그램 빌딩 레스토랑 벽화 사건, 하버드 대학교 벽화, 로스코 채플 벽화 등 공공미술의 형태인 벽화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가격이 치솟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1970년 뉴욕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왼쪽) Untitled/1949년/캔버스에 오일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 (오른쪽) Untitled/1970년/캔버스에 아크릴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불가사의한 힘노랑·빨강·보라·검정 등의 색채로 사각형 캔버스를 가득 채운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그의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은 보는 이를 삼켜버릴 듯한 거대한 사이즈와 색채에서 나오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힘에 이끌려 마음을 연다. 실제로 마크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들도 많다.이런 단순함의 미학에 스티브 잡스도 빠져들었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마지막 해에 마크 로스코에 관한 책을 꼼꼼히 읽으며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미래의 애플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애플 아이폰이 사각 안에 과거와 현재, 미래, 동서양 등 모든 것이 펼쳐지는 것처럼, 마크 로스코의 그림 또한 사각으로 구성된 그림 안에 수많은 이야기와 수많은 시공간이 함축되어 있다. 로스코 채플 내부마크 로스코의 영혼이 담긴 공간. 로스코 채플미국 텍사스 휴스턴에는 2001년 내셔널지오그래픽사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로 선정한 로스코 채플이 있다. 팔각형 구조의 벽돌 건물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메운 검은 그림들이 시선을 압도하는 로스코 채플은 1971년 석유재벌 출신 자선사업가인 존 드 메닐 부부가 자신의 로망인 예배당을 건립하기 위해 당시 뉴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마크 로스코에게 그림을 의뢰해서 탄생한 곳이다. 원래는 로마 가톨릭 예배당으로 설계됐던 건물이지만 마크 로스코가 방문객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며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해 종파를 초월한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탄생되었다. “나는 색채나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 내 관심은 오로지 비극, 황홀경, 파멸 등 인간의 기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전에 마크 로스코가 말한 바 있다. 관람객들이 작품과 진정한 교감하기 바랬던 마크 로스코는 그의 그림을 통해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코바나컨텐츠 제공, 로스코 채플 홈페이지
2015.04.20 / 조회 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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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VS 제자, 그들의 뜨거운 격돌
화가와 조수,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의 로스코와 켄은 함께 지내는 동안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그 논쟁 속에서 로스코는 자신의 독선을 지적하는 제자에게 벌컥 화를 내고, 켄은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스승에게 발끈한다. 그러나 한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들의 갈등은 두 사람 모두를 성장하게 만든다. 로스코는 켄을 통해 한 자리에 안주하려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젊음의 패기로만 가득했던 켄은 스승을 통해 사유의 깊이를 배운다. 이들처럼 예술을 매개로 서로 뜨겁게 부딪히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는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종종 다뤄져 왔다. 최근의 화제작 를 비롯, 다양한 예술의 세계에서 격돌하는 사제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폭군 VS 천재가 되고 싶은 드러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을 차지하며 화제작의 반열에 오른 는 천재를 꿈꾸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와 악마와도 같이 가혹하게 제자들을 밀어붙이는 플렛쳐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앤드류를 자신의 재즈밴드로 영입한 플렛쳐는 완벽한 연주를 위해 그를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고, 가족과 애인, 친구보다도 드럼이 우선인 앤드류는 플렛쳐의 인정을 얻기 위해 기꺼이 그 광기 어린 수업에 자신을 내던진다. “네가 지겹다”며 제자에게 짐짓 차가운 말을 내뱉는 의 로스코는 플렛쳐에 비하면 귀여운 ‘츤데레’일 뿐이다. 플렛쳐는 실수한 제자에게 온갖 욕설과 고함은 기본, 솥뚜껑만한 심벌즈를 주저 없이 투척할 만큼 포악한 스승이니 말이다. 그러나 제자는 스승을 닮기 마련, 제자인 앤드류 역시 만만치 않은 기세로 플렛쳐의 포악에 응한다. 그는 “더 빨리!”를 외치는 스승을 노려보며 손에서 뚝뚝 흐르는 피에도 아랑곳없이 맹렬한 기세로 스틱을 두드리고, 수석 드러머의 자리를 빼앗기자 은밀한 복수를 꾀한다. 증오와 도발, 광기로 얼룩진 이들의 대결은 에서보다 더 극단적인 형태로 두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고, 그 끝에서 플렛쳐와 앤드류는 마치 알을 깨고 나아가듯 예술의 어느 빛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상처받은 소설가 VS 꿈을 포기한 소년 2001년 개봉된 영화 는 젊은 시절 한 편의 걸작을 내고 은둔해 지내는 소설가와 한 소년의 만남을 그렸다. 이 영화 속 제자는 비상한 문학적 재능을 감추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흑인 소년 자말이다. 우연한 계기로 정체 모를 이웃집 남자로부터 글짓기 첨삭을 받게 된 자말은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한번도 공감받지 못해 버려두었던 문학적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이웃집 남자가 자신이 존경해온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포레스터와 자말은 곧 끈끈한 사제간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소통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공황장애를 갖게 된 포레스터는 자신을 세상 밖으로 이끄는 자말의 손을 번번이 뿌리치고, 완고하게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드는 스승 앞에서 자말은 무력할 뿐이다. 끝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스승은 결국 제자를 떠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꿈을 포기했던 제자에게도, 수십 년간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스승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수업이 된다. 순수한 예술을 쫓는 스승 VS 성공을 꿈꾸는 제자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에서는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품은 스승과 세속적인 성공을 꿈꾸는 제자가 반목한다. 아내와 사별한 뒤 세상을 등진 채 두 딸과 함께 살아가던 비올 연주자이자 작곡가 콜롱브는 제자가 되겠다며 찾아온 마레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그러나 마레가 세속적인 성공을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된 콜롱브는 제자를 쫓아내고, 마레는 연주기법을 캐내려는 목적으로 스승의 딸을 유혹한다. 서로 다른 예술관을 가진 콜롱브와 마레의 갈등은 주위 사람을 비극적인 죽음으로까지 몰아간다. 예술 그 자체만을 사랑하는 스승도, 최고의 궁정 음악가가 되려는 제자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자신의 목적만을 추구한다. 이 대결의 첫 승리는 성공을 위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제자에게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난 후, 마레는 스승의 음악만이 진정한 것임을 것을 깨닫는다. 스승의 연주를 듣기 위해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승의 오두막집을 찾아간 그는 마침내 콜롱브와 함께 비올을 연주하며 오랜 반목의 끝을 맺는다. 까칠한 교사 VS 조직폭력배 학생 2013년 약 170만명의 관객을 만난 한국 영화 의 주인공은 까칠한 음악교사 상진과 조직폭력배 학생 장호다. 상진은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장호를 만나고, 교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장호를 콩쿠르에 참가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의 상진과 장호가 부딪히는 지점은 그들의 과거에서부터 비롯된다. 성악가를 꿈꾸었으나 성대 종양 때문에 꿈을 접었던 상진은 장호가 가진 눈부신 재능에 질투를 느끼고, 불우한 환경 때문에 폭력조직에 가담하게 된 장호는 상진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역시 음악을 향한 열정, 음악이 주는 순수한 감동이다. 깡패들의 시비에 휘말려 콩쿠르에 참가하지 못한 장호는 심사가 끝난 무대에 올라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잊지 못할 제자의 무대를 본 상진은 제자를 이탈리아로 유학 보내 유명한 성악가가 되도록 돕는다. 7년 뒤, 스승과 제자는 장호가 피 흘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섰던 그 첫 무대에서 뜨겁게 재회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5.04.20 / 조회 10,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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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당신이라는 존재' <레드> 정보석 & 박은석
추상표현주의, 특히 '색면 추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화가 마크 로스코는 "색채나 형태, 그 밖의 다른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그림에서 특정 대상을 재현하거나 재구성하지 않는다.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건 모호한 경계선을 이루는 강렬한 색면들. 이들 그림 앞에서 많은 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무너지는 등 기쁨, 환희, 절망, 비극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그림과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영적 교감을 평생에 걸쳐 생각하고 주장해 온 화가 마크 로스코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연극 가 국내 세 번째로 관객들과 만난다. 2011년 초연에 이어 2013년 재연에서도 탄탄한 작품성과 공간을 압도하는 두 남자의 불꽃 튀는 열연이 호평을 쏟아냈던 무대로, 올해는 정보석이 스승 '마크 로스코'로, 박은석이 가상의 제자 '켄'으로 분한다. 굴하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살아 숨쉬게 하고자 했던 마크 로스코의 고집과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깨닫게 하는 켄. 이들의 모습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말할 수 있는 건, 예술가의 고뇌에서 나아가 세대간 충돌과 이해,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비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 인터뷰는 2015년 4월 8일 진행되었다.)Q. 드라마 이 곧 끝난다. 백만종의 악행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웃음) 정보석 : 내일 마지막 촬영한다. 홀가분하다, 여기(연극)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웃음) 정말 그 인물은 끝까지 난리다. (웃음) 근데 이런 역할 할 때가 재밌다. 살면서는 그렇게 못하니까. 악역을 할 때 '아, 내가 굉장히 나쁜 놈이구나, 내가 그걸 겨우 참으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든다. 악역은 쾌감이 있다. Q. 악역 뿐 아니라 코믹하게 망가지는 역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정보석 : 그건 역할이니까. 배우는 역할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배역 맡은 사람이 배우이지 않나. Q. 오늘 배우들이 마크 로스코전을 봤다. 어땠는가? 박은석 : 너무 궁금해서 지난주에도 와서 봤었다. 일단,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 캔버스의 크기와 화려한 색깔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조화. 또 그림을 보다 보면, 연습할 때 듣던 대사들이 계속 머릿속에 들리니까, (대사) 그대로 (그림에) 다가가서 보기도 하고 (그림이) 펼쳐지게 하고 고동치게 하고, 그렇게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좀 알고 보니까 (작가의) 의도들도 살아나는 것 같고. 분명히 크게 뭔가를 외치고 있는 것 같은데, 뭔가에 홀린 듯이 나왔다. 그래서 한 번 더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오게 됐고, 다음주에 또 올 거다. 계속 올 때마다 느낌이 좀 다르지 않을까. Q. 초연을 보고 먼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정보석 : 관객으로 초연 보고 나오자마자 박 대표(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한테 "어우, 이거 진짜 공연 좋다, 기회 되면 해봤으면 좋겠다."고 내가 먼저 얘기 했다. 그런데 공연 볼 때는 정말 좋았는데 대본을 받으니까, 아직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한 10년은 있다가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겁이 많이 난다. Q. 공연 볼 때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정보석 : 공연은 내가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볼 수 있지 않나. 제일 좋았던 건 나이가 들면서 내 자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되어야 하는데, 배우는 40대에 그걸 가장 강렬하게 느끼거든. 그런 것들이 이 작품에 그려져 있었다. 또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입장에서 켄과의 관계, 둘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현실감 있었고, 실제 내 마음에 있었던 생각들이 그대로 무대에 드러나니까 작품이 살아 있었다. 그래서 하려고 보니까 어느 한 쪽에 집중해서 봐야 하고 그 사람을 받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니까 아, 이게 어려운 거다. Q. 박은석은 과거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은석 : 처음 읽었을 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대본이 있다. 화장실을 가더라도 들고 가고 전화도 안 받고 끝까지 읽게 되는. 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 작품을 접했을 때 강한 끌림이 있고, 읽다 보면 머리에 그림이 그려진다. 아무리 작품이 좋다 해도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나 너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면 잘 안 읽히고 그림도 안 그려진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작품을 만나면 '이거는 운명이다', 이런 거다. 내 생각에 무대는 서고 싶다고 설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운명처럼 작품도 배우한테 정해지는 것 같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못 서게 되는 무대가 있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절로 서게 되는 작품이 있듯 가 나에겐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처음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본을 읽지도 않고 일단 할 생각이 있었다. 너무 얘기를 많이 들었고 또 미술에도 워낙 관심이 있으니까. Q. 배우들이 2인극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못지 않은 부담감도 갖는 것 같다. 정보석 : 6년 동안 '2인극 페스티벌'을 해왔지 않나.(그는 2010년부터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2인극에 대한 애착이 있는 편이고, 그 형식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한다. 가장 집중력 있게 모든 걸 다 털어서 온전히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2인극이다. 아무것도 결부되지 않고 딱 둘만. 그렇기 때문에 훨씬 (작품에)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이 작품은 로스코가 평생에 걸쳐 인터뷰나 자기 작품에 대한 해설이라든지 또는 평론가들에게 반박하며 했던 말들을 켄과의 이야기로 압축시켜놓은 거 아닌가. 충분히 많은 배우들이 등장할 수 있는 내용을 지니고 있음에도 둘을 가지고 작가가 풀었다는 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는 사상이 훨씬 명료하게 전달이 될 수 있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온전히 다른 개입 없이 깊이 있게 서로의 생각으로 부딪힐 수 있다는 것에서 연습하면서도 짜릿한 거다. 박은석 : (내게) 다양한 과제가 있는 것 같다. 일단 2인극이 처음이라는 걸 딛고 일어서야 된다. 무대 위에 상대방 이외에 기댈 곳이 없으니까 완벽하게 상대방을 100% 믿고 가야지만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선배님들이 중간에서 잘 버텨주고 계시니까 후배 배우로서는 너무 편하고, 정말 잘 따라가기만 해도 잘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정보석 : 이 얘기에는 난 좀 반대인데, 참 작가가 잘 썼다 싶은 게 노인네는 초반에 힘 쓰게 하고 뒤에 지칠 때 3장 이후부터는 온전히 켄한테 기대고 있으면 된다. (웃음) Q. 는 나의 사상이 퍼져나가고 타인의 신념을 받아들이는 등의 과정이 면밀이 진행되고, 또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이 보여지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과정'에 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석 : 맞다. 처음에 로스코가 켄에게 "나는 내 전 세대를 딛고 올라왔어, 아버지 세대를 완전히 죽여버렸어, 그래야 해."라고 했지만 젊은 세대가 달려왔을 때 그 역시 자리를 버텨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게 이 작품의 백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각이라는 것들이 전이가 되는데 내가 겪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포함된 전이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게 보여진다. 그래서 양쪽 세대 모두에 대해 굉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가 맞닥뜨려 서로의 주장을 펴면서도 서로를 또 이해할 수 있고. 예술적인 면들을 떠나서 이런 부분만 갖고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와서 보면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박은석 : 일반인들은 늘 완성된 그림만 보고 그 안에 들어가는 순수 노동은 못 본다. 예술가들이 나무로 캔버스를 제작하고 못질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얹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이런 작업 과정이 날것 그대로 보여지니까 너무 매력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볼 수 있겠나. Q. 로스코는 너무나 유명한 실존 인물이고, 켄은 가상의 인물이다. 각각 인물을 표현할 때의 어려움이 있겠다. 정보석 : '아직 아니다' 싶었던 이유가 온전히 자기 예술에 대해서, 그 한가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내면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플디: 30년간 배우로서 활동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우리는 그 안에 깊게 들어가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다. 빨리 표현하는데 급급한 텔레비전 장르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빨리 대사 외우고 받아들여서 표면적으로 만나는, 이런 인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 사람(로스코)을 들여다보려니까 너무 어렵고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고민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마크 로스코라는 사람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고 표현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우리 세대에 맞게, 우리 관객하고 호흡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관건인 거다. 그래서 일단 세대간에 이루어지는 일들, 학교에서 아이들을 17년간 접해보면서 가졌던 생각들이 있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가지고 가고, 마크 로스코가 그림에 갖는 생각, 깊이, 고민 등은 남은 기간 동안 풀어가야 할 것 같다. 큰 과제가 남아 있어서 아직은 벽 같은 느낌이다. 박은석 : 극 중간에 부모님에 대한 지점들로 작가가 켄 캐릭터에 대한 깊이를 줬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거 하나만 가져도 굉장히 다양한 색깔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켄은 가상의 인물이며 약간 신화적인 인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로스코의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고. 정말 대본을 읽다 보면 그런 가능성도 크겠다 싶다. 로스코가 그림의 상업화를 고민하는 사이, 켄은 로스코 안에 있는 양심의 목소리니까. 초반엔 그 목소리가 작다. 로스코의 결단력이 크고 확고했으니까. 하지만 점점 자기 그림들에게 미안해지고 그림을 보호하고 싶고 그러면서 양심이 커지니까 켄과 로스코가 동등한 입장이 되는 거다. 결국 양심이 이기고.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로스코를 통해서 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대본 안에 뭔가 많다. 로스코를 꾸짖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위로해주는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켄이 할 게 많다. 너무나 다른데 너무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삶은 순환하고 그 모습은 똑같으니 언젠가 나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할 거고. 작품 안에 삶이 있는 거다. Q. 로스코가 자기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주장했던 생각들이 특히 배우 활동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정보석 : 적절한 얘기다. 로스코가 가장 강조했던 것이 그냥 순수하게 침묵 속에서 그림을 주시하며 그림과 나 사이에 뭔가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고 보라는 거다. 배우는 결국 삶을 펼쳐내는 직업이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훨씬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들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정말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로스코를 접하면서 배운 큰 수확이다. Q. 대학에서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보석 : 로스코와 (내가) 같은 점이 하나 있다. 진지함. 이 하나만 지녀도 어느 정도는 자기 몫을 하면서 살 것 같다. Q. 극중 켄이 "모든 게 항상 중요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가슴을 후벼파는 예술을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맞는 말 아닌가. 정보석 : 그렇다. 그게 '나이'인 것 같다. 20대가 유치원생을 바라보면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 유치원생들은 그 나이에서 항변할 자기네들 얘기가 있다는 거다. 그러면 우리 대에서 세상에 할 얘기가 있고 젊은 세대는 자기 세대에 맞는 이야기가 있고. 자기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쌓아온 역사가 자기가 믿는 가치이고 진실이고 세계인데 그 말을 해야지, 내가 모르는 말은 할 수 없지 않나. Q. 로스코의 주장은 때론 예술이 대중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보석 : 이런 부분들도 초연을 보고 와 닿았던 것 중에 하나인데, 로스코 역시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나. 내 작품은 나의 사상이라고 외치면서도 사람들이 봐 주길 원하고, 그러면서 관객들을 쓰레기로 취급한단 말이다. 이건 예술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 욕구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배우로서 대중적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런 부분이 안에서 잘 살아있어서 좋다. Q. 과거 인터뷰들을 보니, 박은석은 꿈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박은석 :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일단 (정보석) 선생님이나 한명구 선생님처럼 뭘 많이 이뤄놓아야 그때 되어서 후배를 꾸짖더라도 후배들이 말을 듣는단 말이다. 정보석 : 어이쿠, 뭔가 이뤄놓은 분? 지금 그게 없어서 로스코를 하기가 버거운데. (웃음) 박은석 : (웃음) 젊은 세대들은 '선배가 나한테 뭘 해 줬는데'하는 마인드가 있다. 그런 걸 넘어서서 내가 내 행동으로 뭘 이뤄놓은 다음에 누군가를 이끌어주려 했을 때 그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거고. 그런 생각 많이 한다. 또 배우가 물론 캐릭터나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이든 가끔은 짓궂은 영향이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배우를 하면서 느끼는 교훈이 있다. 회사원들은 회사 가서 일하고 돈 받고, 반복적인 생활인데 우리는 계속 배우지 않나. 끊임없이 삶에 대해서,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고 있으니까 이런 걸 많이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게 있다. 형도 회사원인데 로스코전이나 내 공연이 있으면 같이 보러 가자, 보러 와라, 어떤 영화가 좋으니 꼭 봐라, 이렇게 한다. 왜냐면 그게 삶을 살아가는데 되게 중요하니까. 그런 문화적 가치와 끊임없는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 그런 갈망을 갖고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요즘엔 돈, 돈, 돈만 하니까. 그래서 사람들도 금방 늙는 것 같다. 신체가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은 늙지 않을 수 있는데, 본인이 늙게 만드는 거다. 돈만 따라간다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배우가 되게 복 받은 직업인 것 같다. 그만큼 힘들고 외로운 순간도 많지만 또 그만큼 보상을 받으니까. Q. 무엇으로 보상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박은석 : 가장 큰 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난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나를 찾아준다는 거. 심지어 예비군도 불러주고. (웃음) Q. 꿈이 많은 의욕적인 배우가 요즘 무엇을 가장 절실히 좇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박은석 : 내가 잘 하고 있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이 방향성이 맞는 건가? 그리고 항상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왜 연기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교과서적으로 "여러가지 삶을 살 수 있어서요." (웃음) 그런 얘기했는데, 요즘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서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그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 생각한 게, '내가 왜 연기하지?' 했을 때 일단 부모님이 행복하시니까, 그거였던 것 같다. 지난달에 가족이 있는 미국에 갔었는데 가기 전에 오디션을 봤다. 합격해서 2차를 보자고 하셨는데 그 날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그래서 비행기표 취소하고 뭐하고 하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다가 생각했다. 물론 연기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거니 내가 오디션에 가는 것보다 약속된 시간에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게 훨씬 더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1년에 한 번 보는데. 그래서 그냥 (미국으로) 갔다.(웃음) 주변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하고.(웃음) 모든 건 끊임없는 선택인 것 같다. 다행히 잘 뒤돌아 보진 않는 것 같다. Q. 이런 후배를 보니 어떤가. 정보석 : 10년 전 나를 보는 것 같다. (웃음) 정말. 그래서 지나고 보면 정말 아찔하다. 그 순간의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감사하기 때문에 "정말 난 운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은 거다. 보통 어떤 질문에 "운이 참 좋았어요."라고 답하는 분들은 진심이다. 은석이 같은 경우도 충분히 자기 선택을 확신해도 좋을 것 같은 게, 이익만 따라가지 않았지 않나. 의리와 관계, 이걸 좇아가는 선택을 했고 그런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적겠지. 자기를 믿어도 된다. Q. 마지막 질문은 작품과 연관 짓지 말고 자유롭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에게 '레드'와 '블랙'은 무엇인가? 정보석 : 레드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컬러다. 한 15년을 빨간색 차만 탔다. 신발도 거의 빨간 운동화 신고. 항상 옷을 입으면 내 몸 안에 빨간색 하나는 꼭 지닌다, 양말을 신든지 속옷을 입든지. 빨간색은 보고 있으면 힘이 나고 신난다. 빨간색은 내게 환희, 신남이다. 블랙은 멋이지. 정말 멋 내고 싶을 때는 블랙 찾지. 박은석 : 레드는, 진부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젊은 나의 열정이다. 혼자 꾸려나가야 하는 내 삶에 대한 열정. 블랙은 뭘까? 잘 모르겠다. 그게 블랙일 수도 있겠다. 뭔지 모르겠지만 존재하는 것. Q. 아쉽게 공연에서 페어가 정해져 있는데 두 분이 함께 호흡을 맞추진 않는다고 들었다. 정보석 : 아까 둘이 얘기했는데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같이 리허설은 하지 말고. 각자 연습한 상태에서 부딪히면 처음엔 삐걱대겠지만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해온 게 있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만날 것 같다. 박은석 : 재작년에 선생님도 나도 각자 이라는 작품을 했었다. 그때도 정말 같이 무대에 서 보고 싶었다. 정보석 : 동시에 무대에 올라가서 색다른 버전의 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중간 지점에서 만나자. 정도? 난 10살 밑에, 넌 10살 위에. 누구의 사랑이 더 뜨거운지 한번. (웃음)
SetJwPlayer("containerVideo",'http://ticketimage.interpark.com/PlayDictionary/DATA/PlayDic/PlayDicUpload/040011/15/04/0400111504_59609_M.wmv.mp4',"http://ticketimage.interpark.com/PlayDictionary/DATA/PlayDic/PlayDicUpload/040011/15/04/0400111504_59609_M.wmv.png","640","360","true")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영상편집: 김혜진
2015.04.20 / 조회 1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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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숨막히는 여운과 친밀함 사이
강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꺾이지 않는 것은 유연한 것들이다. 자연스럽게 몸을 굽혀 바람을 맞이하고 뿌리의 힘을 받아 다시 서는 모습이 단명하지 않는 힘이며 비결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지금까지 쉼 없이 고전의 정수로 꼽히며 무대에 서는 까닭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주옥 같은 명대사들, 강렬한 캐릭터들이 탄탄한 뿌리로 지탱하는 동시에 많은 부분들이 시대와 무대에 맞게 변주되며 현재의 생명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은 변주의 운명을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1600년 전후로 추정되는 불분명한 저작연도를 비롯, 다수의 판본, 희곡상 뚜렷한 판단으로 그려내기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는 점은 매번 무대를 만드려는 이들의 이해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다른 줄기를 찾아내게 만든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경택 연출의 도 마찬가지다. 무대, 의상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그 시대의 고증 대신 오늘날의 감각을 따르고 있으며, 인물에 새로운 결을 그려내는 노력도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어두움이 가득한 빈 무대, 뒷면에 매달린 수많은 사각 철제 합판 조각이 작품의 이미지를 지배하는 것이 돋보인다. 쉼 없이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듯 극중 인물들을 비춰내는 수 많은 거울이 되기도 하는 철제 조각은 인물들의 등퇴장 통로로도 활용되며, 이때 판을 거두고 내리는 과정에서 나는 판이 휘어지는 소리, 날카로운 바람이 매섭게 날아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는 극의 긴장과 빠른 전개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음향 효과로도 작용한다. 햄릿 주변 인물들의 결을 더욱 풍성히 새긴 것도 신선하다. 독배를 든 거투르드(서주희 분)의 의연함과 햄릿을 향한 당부의 말은 여인으로서의 욕망이 모성에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어머니'에 가까웠고, 조심스럽지만 사랑의 웃음을 숨기지 않는 오필리어(전경수 분)는 과거 여러 모습과 달리 더욱 발랄한 모습이다. 특히 왕과 결탁하여 햄릿을 해하려는 악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폴로니어스(김학철 분)는 그의 희극성이 더욱 부각되어 극 전체에 쉼표와 웃음의 공간을 마련하고도 있다. 이는 이 관객들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나게 되는 길이 되어 주고 있고 관객들 역시 십분 무대를 즐기며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햄릿(정보석 분) 또한 그간 흔히 만나왔던 지독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아닌, 상황에 즉각 분노하고 더욱 명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빠른 전개와 극과 극의 인물이 대치되며 벌어지는 순간의 파열음이 강하다. 그의 고뇌는 자신 안에 갇히지 않고, 관객들의 머리와 가슴을 향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더욱 무대로 이끌리는 지점이나, 무대를 지배하는 아슬한 기운과 빈 공간을 밀도 높게 채우는 여운은 덜하다. 결국 매번 이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주는 햄릿의 고뇌를 침범할 수 없으며, 그의 고뇌는 언제나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감흥의 중심이 된다. 많은 시도와 현대적인 조합 역시 '성격이 운명이다'는 셰익스피어의 명제 안에서 운신한다. 기본 캐릭터와 구조가 가진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 밖의 인물들에게 칠하는 새로운 색과 시선이 작품에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이 가진 태생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리라. 정보석, 남명렬, 서주희, 김학철, 박완규 등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는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다. 의심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다. 그러나 캐릭터와 무대 등에 부여된 나름 탄탄한 의미들이 기본적으로 이 갖는 강렬한 이미지를 덜어낸 느낌이 크다. 오늘날 고전을 논하는 의의를 '동시대성의 발견'에 두고 있다는 연출가의 의도는 성공한 듯 하나 에서 기대하게 되는 치열한 번뇌의 모습과 오랜 잔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2.13 / 조회 1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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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불안 닮은 <햄릿> “인간의 모습 최대한 보여줄 것”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독백으로도 유명한, 전세계 문학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연극 이 연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601년 경으로 추정되는 때에 탄생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그간 수 많은 형태로 전세계에서 공연되어 왔으며, 주인공 햄릿의 복잡한 정신세계는 다수의 철학자, 예술가 등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의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고전에서 동시대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적 화두라고 생각한다”면서 햄릿에게서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세계는 더욱 발전되었고 다채로워졌으나, 정작 ‘내’가 할 일이 없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고, 어떻게 살지 막막하여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되 인간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길 의도하고 있는 오 연출은 그간의 작품들이 햄릿에만 집중되었던 것을 지적하며 “햄릿 주변인물들의 숨겨진 모습과 관계들을 드러내려고 의도했다”고 한다. 오필리어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독이 든 술잔을 드는 거투르드의 의도 등 여성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햄릿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정보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햄릿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무정형적인,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햄릿이 미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치기 직전까지 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사에서 가장 부침이 심했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사회와 나라를 위해 나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 못해 꼬리에 따라다니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그러한 모습들이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매 장면들마다 날것의 감정이 드러나는 햄릿을 시도할 것이다.” 자신의 형을 죽이고 햄릿까지 없애버리려고 하는 클로디어스 역은 등의 남명렬이 맡으며, 오필리어의 아버지이자 재상 폴로니어스는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학철이 분한다. 또한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드 역의 서주희,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 역의 전경수, 죽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햄릿과 결투를 벌이는 레어티즈 역의 박완규도 만날 수 있다. 12월 7일 공연 후엔 오경택 연출, 정보석을 비롯한 배우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9일, 10일 공연 전에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강의도 준비되어 있다. 연극 은 오는 12월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1.19 / 조회 1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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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멸’, 배우 정보석 신라 50대 왕 김부 변신!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네 번째 프로젝트 ‘멸’이 11월 4일(일)부터 11월 18일(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이번 공연은 ‘삼국유사’의 기이편 제2 가운데 ‘김부 대왕’을 모티브로 한다. 신라 말기 경순왕, 마의태자, 낙랑공주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김태형 작가는 익숙한 원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뒤튼다. ‘신라의 멸망’과 ‘삼국유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이 작품은 주목받는 극작가 김태형의 대본을, 연극 ‘진과 준’, ‘싸이코패스’ 등의 박상현이 연출한다. 배우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사랑받은 정보석이 김부 역으로 출연한다. 그 외에도 신덕호, 정윤경, 정나진, 송영근, 성노진, 우미화, 서동갑, 이동준, 이상홍, 최지영, 박범정, 조혜인, 서봉균, 유승락, 김민하 등이 출연한다.연극 ‘멸’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오는가를 ‘신라 멸망’에서 찾는다. 권력의 중심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힘과 욕망의 관계를 밀도 있게 담는다. 작품의 골격은 신라 말기를 배경으로, 생활 문화는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시공간의 고증을 벗어나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다.김부는 사촌인 경애왕을 제거하고 왕이 된다. 후백제와 고려는 계속 신라를 압박해 온다. 김부는 서서히 무너져 가는 신라의 운명을 바라보며 패배감에 빠진다. 그에게 유일한 기쁨은 고려 태조의 딸 낙랑이다. 김부는 낙랑에 대한 마음이 점점 깊어져 청혼하고자 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0.15 / 조회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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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파우스트> 상상력으로 부활한 젊은 괴테의 이상과 환상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초고, 또는 원형 파우스트로 불리는 가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본 공연 시작 이틀 전인 지난 1일, 공연 초반의 장면을 공개한 에서는 검은 넓은 무대를 채우는 감각적인 영상과 단순하게 배치된 세트로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었다. 학자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열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트헨의 이야기를 두 개의 축으로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사건 진행의 논리성보다는 주인공의 성격, 장면, 시간과 공간의 구성 등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 특징.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 50인에 최연소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에센극장 상임연출로 있는 다비드 뵈쉬는 ‘파우스트의 비극’과 ‘그레트헨의 비극’을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무대를 유도하고 있다. 파우스트 역의 정보석고뇌하는 학자 파우스트 역은 정보석이, 신에 의해 세상에 버려진 메피스토 역은 이남희가 맡는다. 그레트헨 역은 장지아, 이지영이 나눠 맡으며, 정규수, 김준호, 윤대열 등이 무대를 함께 채운다. 연극 는 오는 10월 3일까지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메피스토 역의 이남희위험한 계약은 시작되는가한 여인을 파멸로 이끄는 그신, 등장(정규수)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9.02 / 조회 9,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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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한 남자, 연극 ‘우어파우스트’
독일의 시인 B.브레히트는 “'우어파우스트'는 생명을 가진 작품으로서 독창적인 장르 단편에 속한다. 불완전하다기보다 오히려 불후의 명작이고, 거침없이 스케치한 경이로운 형식이다”고 말했다.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서 있다. 그는 어둠이 잠식한 길고 긴 터널에 엄마와 떨어져 길을 잃은 아이처럼 고개를 떨어뜨리고 서 있다. 그의 뒤쪽 아래에는 환한 빛이 새어나온다. 밝은 빛이 비추고 있건만 그의 얼굴은 좀처럼 알아볼 수가 없다. 그의 앞쪽으로 길고 옅게 들어선 그림자는 긴 터널 한가운데 유일한 동반자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의 초고다. 이 작품은 ‘원형 파우스트’, ‘초고 파우스트’로 불린다. 소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다. 이 작품은 법학을 전공한 젊은 청년 괴테가 쓴 작품이다. 소설 ‘우어 파우스트’는 괴테의 천재적 감성이 빛나는 작품으로 작품 전체의 연관관계보다는 ‘학자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절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첸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괴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 더욱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 작품의 시놉시스는 파우스트와 주변과의 관계를 위주로 펼쳐진다. 악마 메피스토는 신에 의해 세상에 내버려진다. 악마 메피스토는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에게 다가간다. 동시에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 그레첸을 사랑하게 된다. 그는 메피스토에게 부탁해 사랑을 이루지만 그들의 달콤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파우스트의 고뇌와 그레첸의 비극 외에도 파우스트와 제자 바그너, 그레첸과 그녀의 오빠 발렌틴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스터는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의 시꺼먼 속처럼 거대한 터널은 넓고 거칠다. 남자의 뒤로 비추는 빛은 그의 선과 악을 드러내는 듯 흑과 백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또한,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과 검은 실루엣을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포스터 속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삶의 황금나무는 푸르르다’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소설 ‘파우스트’ 속에서 악마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향해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라고 조롱한다. 회색은 이미 죽은 것, 빛이 바랜 것을 의미한다. 메피스토는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이론은 죽었다고 비난한 것이다. 학문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의 비난은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메피스토는 학문을 비난하며 ‘삶의 황금나무’만이 푸르다고 말한다. 황금은 영원히 녹슬지 않는 광물이다. 삶에서 녹슬지 않으면서 푸르게 빛을 발하는 것은 ‘살아 있음’이다. 연극 ‘우어 파우스트’ 포스터 속의 검은 음영은 그 찬란한 ‘살아 있음’을 버린 한 남자의 고독한 절망을 말하는 듯하다. 포스터의 아래쪽으로는 ‘다비드 뵈쉬와 정보석의 만남을 주목하라’는 말이 강조돼 있다. 이번 공연에는 다비드 뵈쉬가 직접 공개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선발했다. 파우스트 역에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배우 정보석이 출연한다. 악마 메피스토 역에는 이남희가 캐스팅됐으며, 바그너 역에 정규수, 그레첸 역에 이지영이 참여한다. 그 외에도 김준호, 윤대열 등이 함께한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16 / 조회 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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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괴테가 쓴 초고 파우스트, <우어파우스트> 제작발표회
‘파우스트’를 쓰기 위해 괴테가 초고의 격으로 썼던 작품, 연극 가 9월 3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2009년부터 준비해 온 는 명동예술극장 개관 이후 처음으로 해외 연출가를 초청해 제작하는 무대로, 현재 독일 에센극장의 상임감독으로 있는 다비드 뵈쉬가 지난 해 초부터 명동예술극장과의 조율과정 및 배우 오디션 등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들 중 최연소로 손꼽히는 다비드 뵈쉬는 등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고전을 영상, 음악 등을 활용한 모던한 무대로 선보여 젊은 독일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8월 1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다비드 뵈쉬는 “왜 지금 이 작품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독일 작업과는 다른 한국에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고, 독일어권이 아니기에 텍스트에 묶일 필요 없이 오히려 언어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과 독일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품으로, 비극과 유머러스, 사랑으로 가득한 무대를 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의 팔코 헤롤드(좌)와 드라마투르그 김미혜(우)드라마투르그로 작품에 참여하는 김미혜는 “낭만주의 시대를 시작하는 질풍노도 시기의 대표작”으로 ‘파우스트’를 비롯, 를 들며, “인간의 자유정신, 상상력, 감상의 최고조가 특징으로, 파우스트 한 인물에만 집중되어 있는 ‘파우스트’와는 달리 이번 무대에서는 연출가가 모든 배역들이 균등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구성해, 관객들은 등장인물 중 그 어느 한 사람에게 동일시하여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 파우스트 역은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를 마치고 다시 연극 무대를 찾은 정보석이, 악마 메피스토 역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이남희가 각각 맡았다. 파우스트 역의 정보석“이렇게 큰 인물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두려워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었다”는 정보석은 “기대했던 초인적인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중년 남자로 파우스트를 그릴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연습을 하면서 파우스트를 통해 한 구석 텅 비어 있는 내 삶의 모습을 확인하게 해 주고 있다”고 소감을 더했다. “5개월 전 오디션을 볼 때 너무나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 배우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학로 무대를 지켜온 이남희. 그는 “창작 욕구, 정체되어 있는 감각에 대한 도전을 해 보고 싶었는데, 연출가와 첫 미팅에서 작품과 역할 이야기를 나눌 때 내 세포가 살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메피스토 역의 이남희 특히 기자간담회장에 화려한 금색 반짝이 자켓을 입고 온 그는 “이 작품이 어떨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메피스토 악마의 작은 배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반짝이 자켓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이번 작품의 의상과 무대를 담당하는 팔코 헤럴드이다. 연습 첫 날 무대 미니어처와 확정된 인물별 의상 컨셉을 가지고 와 주변을 놀라게 했다는 그는, 의 무대를 ‘심플, 고독, 텅빈 공간’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하며, 의상 역시 현재 우리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배우들을 표현할 것이라 설명했다. 스물 다섯 살 청년의 괴테가 쓰고, 서른 셋 젊은 연출가 다비드 뵈쉬가 연출하는 연극 는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8.11 / 조회 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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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악역에서 순애보 남편으로, 정보석
“꽃을 가져 오셨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공연을 막 마치고 팬들과 만나는 시간.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어머니 팬이 건네는 꽃에 활짝 웃음으로 답례하는 그는 트리플 A형의 중년 '주얼리 정'과 희대의 악인 '조필연'을 연기하며 남녀노소 팬을 모두 어우르는 배우, 정보석이다. 이번 팬미팅, 다른 날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에서 순정파 남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그에게, 어머니 팬은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이나 ‘아이의 진로’에 대해 묻고, 10대인 학생은 ‘연기 노하우’와 '연극' 대해 질문한다. 이에 그는 연기 이야기, 가정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 놓으며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12명의 모녀 팬과 배우 정보석, 그들의 깨알 같은 만남의 현장을 담아 보았다. “연기 못한다고 하루 만에 쫓겨난 적도” Q 공연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더라고요. 공연 중 라면과 술도 드시던데, 그건 진짜인가요? 이건 일급 비밀인데요(웃음). 공연에서 마시는 술 양이 많아서 진짜로 마시면 큰일 나잖아요. 오늘처럼 2회 공연이 있는 날은 더 하죠. 그래서 공연 전 소주 병 뚜껑에 작은 구명을 뚫어서 술은 버리고 다시 물을 채워 넣는 겁니다. 마지막 공연 날은 진짜 마셔보려고요(웃음). 라면은 다 진짜에요. 공연 전에 라면 먹는 것을 계산해서 조금 덜 먹고 무대에 올라가죠. Q 정보석씨에게 어제 10가지 질문을 준비했지만 몇 가지만 물을게요(웃음). 우선 연기를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굉장히 만화 같기도 하고, 운명 같기도 해요. 중학생일 때 학교 앞 좌판에 진열된 셰익스피어 전집을 샀어요. 셰익스피어가 누구인 줄도 모르고 표지가 너무 예쁘단 이유로 산 것이라 정작 읽기에는 실패했거든요. 그 책은 고등학교 때 놀만큼 논 다음(웃음) 읽게 됐는데 정말 빠졌어요. 덕분에 연기가 하고 싶어서 1년간 죽기살기로 공부한 뒤 연기이론으로 대학에 갔습니다. 사실 바로 연기를 해도 됐는데 그때는 경험이 없으니 이론만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연출 공부를 하다 4학년 졸업작품 때 우연히 주인공으로 연기를 한 겁니다. 정말 엉망이었어요. 못한다고 욕을 엄청 먹었었죠. 그 뒤에 MBC 창사 특집극에도 출연했는데, 그땐 그게 스타가 되는 코스였거든요. 그런데 하루 만에 연기 못한다고 쫓겨 났어요. 전 초반에 맞을 매 전부 맞았으니 더 못하진 않겠지, 그런 생각으로 연기를 계속한 것입니다. 그 당시 못해서 쫓겨난 건 당연한 거고요. Q 연극은 관객과 배우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르입니다. 연극을 하시면 특히 남다르실 것 같아요. 전 연극에 자주 출연하는 편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등을 했죠. 연극을 굉장히 좋아해서 여의도에 살다가 성북동으로 이사도 했고요.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단계에 걸쳐서 반응이 오고 그걸 제가 느끼기 어려운데 반해 연극은 순간적인 반응이 와서 제 연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런 느낌이 정말 좋아요. 는 2년 전에 보고 정말 이 작품이다 싶더군요. 보면서 울다 웃다 했어요. 끝나고 배우들 술 사주면서 다음에 할 때 나도 좀 끼어달라고 부탁했던 겁니다. 요즘엔 많이 준비를 못해서 매회 긴장 상태이긴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어요. Q 이번 무대에서 남편, 아버지를 그리시는데, 청년과 노년을 넘나드십니다. 연기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저는 연기를 할 때 어떤 형태를 가지고 연기를 하진 않습니다. 그 사람 내면을 보려고 해요. 내면이 느껴지면 그냥 저에게 맡겨요. 생각이 저를 지배하기 때문에 내가 맡고 있는 역할과 교감만 하면 행동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일부로 행동을 만들어 내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 역할은 단 하나, ‘자이언트’에서 마지막에 노역으로 끝났기 때문에 이 연극에서 노역 부분이 겹칠까봐 부담스럽죠. “화려함이 아닌 일이 주는 즐거움을 좇길"Q 저희 아이도 이번에 고3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진로에 대해 조언이나 당부해주셨으면. 전 무슨 일이던지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찬성하고 응원해 줍니다. 모든 사람이 피하는 일이라고 해도 괜찮아요. 어차피 밥 세끼 먹고 사는 것이고, 그 일에 행복을 느끼면 그게 행복인 거죠. 행복 하려고 사는 것이지 뭘 남기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저도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 하셨어요. 심지어는 연기를 고집했을 때 피아노 의자로 맞은 적도 있거든요. 그만큼 싫어하셨지만 연기가 나쁜 일이 아니고, 제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집을 꺾지 않은 거죠. 따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꿈이 있으면 과감하게 가라, 그런데 그 꿈의 화려함, 겉을 보고 선택하지 말고 그 일의 즐거움을 보고 선택하라는 거죠. 그렇다면 부모의 반대도 이겨 나갈 수 있고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은 이 말을 싫어 하실 수 있는데 전 그래요. 자식이 행복한데 뭐가 안타깝겠어요. 오히려 자식이 꿈꾸던 일을 못하게 했을 때 뒤에 가서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정보석씨 아드님은 어떤 연기자의 길을 가기 원하시나요. 직업으로서 배우가 돼야지, 스타를 꿈꾸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 아들한테도 배우가 되는 건 좋다, 대신 화려함을 배우지 말아라. 화려하게 쓰는 것부터 배우면 그에 걸 맞는 수입이 생겨야 하고, 이런 식이면 행복한 배우가 될 수 없거든요. 연기를 사랑하면 연기할 공간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요. Q 딸을 정말 갖고 싶어 하시던데, 혹시 입양 의양은 없으신가요. 그리고 실제 남편으로서 점수를 주신다면. 많았죠. 정말 많았는데, 그게 제 욕심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 이야기가 나왔지만 반대가 있었어요. 본인들 욕심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받을 아픔이 이유였는데…입양은 가족이 함께 결정하고 가야 하는 것이죠. 제 점수는 우리 집에서 매겨야 할 것 같아요(웃음) Q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시면서 남자로서 섭섭한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남편들의 심리를 잘 모르니까 알고 싶어요. 섭섭한 마음을 채워주고 싶거든요. 정말, 아주 좋은 질문을 하셨어요(일동 웃음). 남녀가 같이 살아가면서 서로 섭섭한 마음이 생기잖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은 감정표현에 아주 서툴러요. ‘남자는 울어선 안 된다’ 심지어는 ‘일생에 3번만 운다’는 식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걸 제지 당하면서 살아오거든요.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말을 꺼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쑥스럽고 자존심 상해서요. 여자들은 말을 참 잘하지 않습니다. 자기 속 마음과 감정을 잘 표현하니까 남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남자는 분명히 작은 싸인은 보냅니다. 그걸 알아채고 이해해 준다면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남편들은 하늘을 날아다닐 거에요(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2.14 / 조회 1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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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극 best! 가족끼리 VS 연인끼리
이번 구정은 주말까지 총 5일을 쉴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황금연휴다. 그동안 바쁜 일상으로 공연관람 계획만을 꾸려왔던 관객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긴 연휴 동안 함께할수록 재미와 감동이 두 배 늘어나는 공연장 나들이를 떠나보자. 부모님과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 ‘이기동 체육관’, ‘민들레 바람되어’, 연인들에게 안성맞춤 연극 ‘옥탑방 고양이’, ‘그남자 그여자’ 등이 지치지도 않고 관객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이라고 멈출쏘냐. 자,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가족과 함께] 부모님께 최고의 선물연극 ‘이기동 체육관’, ‘민들레 바람되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연극 한 편 어떨까. 먼저 7, 80년대에 일었던 권투 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이 공감할만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연극 ‘이기동 체육관’이 공연 중이다. 김수로, 솔비의 출연 더불어 무대 위 배우들이 직접 스파링을 하는 리얼한 연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기동 체육관’은 2월 1일(화), 2일(수) 이틀간 전 관람석 50%할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들의 땀과 열정이 빚어내는 감동은 세대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만한 따뜻함을 선사한다. 부모님과 함께 보면 더 좋은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2월 26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2008년 연극열전2 마지막 작품으로 초연, 창작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전회매진, 객석점유율 115%를 기록하며 전국 10만 관객에게 사랑 받은 ‘민들레 바람되어’가 현재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창작공연활성화와 시즌제 도입을 위한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의 ‘걸작 공연 시리즈’에 선정될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민들레 바람되어’는 신예작가 박춘근 대본, 독창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낙현 연출, 초연멤버인 조재현, 이한위, 김상규, 황영희, 이지현 등이 출연한다. 또한 최근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사랑 받은 배우 정보석이 새롭게 캐스팅 돼 열연 중에 있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2월 2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인과 함께] 알싸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연극 ‘옥탑방 고양이’, ‘그남자 그여자’ 청춘들의 솔직 당당한 동거이야기를 상큼 발랄하게 담아낸 연극 ‘옥탑방 고양이’가 앙코르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드라마로 잘 알려진 작품을 무대로 옮긴 터라 드라마 속 명장면이 어떻게 표현됐을지 또한 관객들의 호기심 자극 요소 중 하나. 톡톡 튀는 말투와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88만원세대의 아픔과 상처, 꿈에 대한 도전까지 알콩달콩한 로맨스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개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에는 대학로 연극계를 주름잡을 개성 가득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최아진, 변희경, 김지현, 송민지, 김영빈, 김한성, 이창주, 이현 등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연기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바로 옥탑방의 새로운 입주자들로 함께한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대학로 SM틴틴홀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다름’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연극 ‘그남자 그여자’ 또한 수많은 연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인기라디오 드라마로 처음 소개됐다. 이후 책과 연극 등 다양한 채널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남자 그여자’는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는 남녀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로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 보면 좋은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2월 27일까지 아츠플레이씨어터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2.01 / 조회 7,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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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되어> 정보석, “매일 아내 초대할거에요”
악의 화신 ‘조필연’ 역으로 지난 해 드라마에서 미친 존재감의 연기를 선보인 정보석이 연극 를 통해 순애보 남편으로 변신한다. 지난 13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정보석은 “그간 조필연을 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하면서 “나와 이 시대 남자의 모습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연극열전 시즌 2의 작품으로 처음 소개된 박춘근 작, 김낙형 연출의 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어가는 남편과 민들레 꽃을 좋아하며 소녀 같은 모습을 간직한 아내의 대화를 통해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의 고백이 이어진다. 초연 이후 연장 공연과 2009년 앵콜 공연에 이어 올해 다시 막을 올리는 무대에는 초연 때부터 서 온 조재현과 함께 정보석, 이광기가 새롭게 남편 안중기 역에 나선다. 30대~70대까지 한 무대 위 변신 예고.남편 역의 세 남자. 조재현, 정보석, 이광기.“ ‘자이언트’에서 날선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스트레스 약을 먹을 정도로 평소에도 예민해져 있었다”는 정보석은 “이 공연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올라, 지금의 나 자신을 치유 받기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결혼 23년 째인데, 지금의 아내를 첫 눈에 반해 8개월 혼자 쫓아다닌 후에야 조심스럽게 고백했고, 결혼 후에도 신혼처럼 재밌게 살았는데 근래 관성으로 가는 것 같아요. 부부관계에서도 이 작품이 훌륭한 카운셀러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최근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마음을, 내가 당신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 라고 아내에게 보내는 사인이 바로 이 작품이에요. 공연 내내 아내를 공연장에 초대할 겁니다.” “성북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시간 날 때마다 연극을 보기 위해서”라며 무대에 대한 오래고 깊은 애정을 함께 드러낸 정보석에 이어 이광기 역시 “오랜만에 연극이라 정말 부담된다”며 소감을 더했다. “정보석이라는 큰 벽과 조재현의 카리스마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를 생각한다”는 그는 "한 배를 타고 목적지까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누가누가 멋있나? 깔 맞추고 오신 미중년들의 전신 컷“공연을 하게 되면 더 로맨틱한 남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던 이광기의 말에 “이 두 사람은 여전히 환상 속에 있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좌중에 웃음을 낳은 조재현은 “이 작품을 정부에서 전국에 보급하면 우리나라 이혼율이 확실히 떨어질 것”이라며 강한 확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웃는 것도 영락없는 '민들레꽃 좋아하는 소녀감성 아내'아내 오지영 역의 김성미, 김혜지.연극열전의 시작부터 개근 중.젊은 날의 바람기는 잊고 이제와 부인 앞에 선 노인 역, 김상규'징글징글 속 썩인 영감탱이 남편과 40년 살아왔다!'인내의 노부인 역 3인방 황영희, 이지현, 김송이."전라도, 경상도, 서울 노부인의 폭탄 웃음 기대하세요"아내 오지영 역엔 영화 ‘이웃집 남자’,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와 많은 연극에 출연해 온 김성미와,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김혜지가 맡는다. 안중기 부부 외에 등장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 속 노부부로 코믹 본능 이한위를 비롯, 김상규, 황영희, 이지현, 김송이를 만날 수 있다. 제작발표회에 빠지지 않는 '화이팅'그렇담 우리도! 당시 연극열전 2의 프로그래머로 이 작품을 선택한 조재현이 “신선한 방식, 진정성 있는 대사, 무겁게 전개되지 않는 것”을 매력으로 꼽은 연극 는 1월 21일부터 2월 2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1.15 / 조회 1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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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정보석, “무대 위 이중섭의 환생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중섭은 자유로운 기질의 소유자로 예민한 감수성과 순진무구함, 외골수적인 성격을 지닌 화가다. 그리고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통해 이중섭의 생애를 재현할 배우 정보석은 그런 기본적 성향을 꼭 빼닮았다. “연극을 할 때는 모든 것이 내 세상 같고 행복하다”는 것이 그가 요즘 연극 무대에 몰두하는 이유다. 궂은 날씨에 습기 가득한 지하연습실에서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려가며 연습에 집중하는 정보석의 모습이 아름답고, 심지어 관객으로써 고맙기까지 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해야 해서’ 하는 것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나기 마련이다.“물론 연극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이 작품은 좀 더 특별한 케이스예요.” 배우 정보석은 EBS 문화사시리즈에서 해설을 맡아 진행했던 이력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이번 작품 ‘길 떠나는 가족’에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중섭의 생애를 다큐식으로 조명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그 60분 안에 담아내기에는 이 분의 삶이 닮고 있는 게 너무 많았던 거예요. 언젠가 이 작품이 영화나 연극 등으로 제작된다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소식을 듣고 제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그는 지난해 연극 ‘아트’와 ‘클로져’ 등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배우가 됐다. 그래도 언제나 연기는 풀기 힘든 숙제다. “가장 큰 부담은 화가 이중섭이 갖고 있는 내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정보석은 “내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다보니 첫 등장부터 땀이 이렇게나 많이 난다”고 전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집중되는 이야기이기에 캐릭터 해석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자료가 많아 접근하기는 쉬웠어요. 이중섭 화백 관계되는 자료는 거의 다 열람한 것 같아요. 시간 나는 틈틈이 직접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느껴보는 기회도 갖고 있고요. 요즘은 조금이라도 그 분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집에서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도 해요.” 이 정도면 ‘반(半)이중섭’이 될 법도 하건만 배우 정보석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근세사를 살아온 인물이기에 제 상상력만으로 채울 수는 없는 부분이 있어요. 분명 그 연기 안에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야 하기에 많은 고민이 따릅니다.”제30회 서울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배우 정보석 외에도 보고 느낄 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다. 정보석 역시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다. “함께 공연을 하는 극단 ‘서울공장’은 앙상블들이 너무나 좋은 집단이에요. 근 10년 가까이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친구들이라 이번 공연에서 눈 여겨 보신다면 분명 더 좋은 공연이 되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외에도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시연이나 미디어아트의 결합 등도 흥미롭습니다.” 관객들에게 공연 관련한 팁을 넉넉히 일러주는 정보석에게서는 그가 얼마나 이 작품을 아끼고 좋아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무대에서 ‘이중섭이 환생을 했구나’하는 소리를 들어야하지 않겠어요?(웃음)” 화가 이중섭이 갖고 있는 예술적 혼이나 성과를 모두 쫓아가지는 못하지만 그 분이 가졌던 내면의 맑은 영혼만큼은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게 정보석의 얘기다. 이중섭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하루에 한 끼씩만 먹으며 배고픔도 느껴보고, 스스로 고립되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상기시켰다는 배우 정보석. 작품과 이중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묻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이중섭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재조명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오는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5.14 / 조회 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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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가족> 이중섭의 불타는 삶과 그림이 꿈틀대는 무대
과거 우리들의 소박한 일상, 그 중에서도 한국의 소를 향토적이면서 개성적으로 그려냈던 화가 이중섭의 삶과 그림이 무대에 오른다. 1991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대상과 희곡상(김의경), 연기상(김갑수) 등을 수상했던 이 올해는 서울연극제 폐막작으로 서는 것. 지난 월요일, 공연 시작 일주일을 앞둔 연극 의 연습실을 찾았다. 행복한 가족 나들이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중섭의 실제 작품 이름이기도 한 이번 무대는, 신체 활용에 능한 극단 서울공장의 특징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출연 배우들은 이중섭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나 다른 인물들로 형상화 되어 움직이는 등 극중 배역 뿐 아니라 이중섭 작품을 표현하는 또 다른 오브제로 활약한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열연을 펼치던 주인공 이중섭 역의 정보석도 “앙상블의 조화가 무엇보다 기가 막힐 것”이라며 강조한다. 지난 해 연극 와 에 이어 올해 까지 연이어 연극 무대를 찾는 이유로 “연극을 하는 동안은 전부가 다 내 세상 같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정보석이지만, 이번 작품에 참여한 게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고 한다. “2005년에 EBS 문학사 시리즈(지금도 마로니에는)의 해설을 했었는데 그때 한 시간 이중섭 선생님의 삶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이 분의 삶이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보석) 화가 이중섭 역의 정보석이후 화가 이중섭의 작품과 그의 생애에 더욱 빠져들었다는 그는 이번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연락을 취해 치열했던 예술혼을 가진 이중섭 역할을 맡았다. 소와 뒹굴고 웃으며 그림을 그리던 한 사람이 동경 유학 중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전쟁과 생활고, 그리고 이별을 겪으며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예정이다. “이분(이중섭)이 갖고 있는 내면성 등을 표현하고 감당하는 게 너무나 벅차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은 정보석은 “내 부족한 상상력으로 작가의 삶이 드러나야 한다는 부분이 참으로 어렵지만 공연에 임하는 열정을 주변에서 높이 사 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쟁, 일제시대 등 평범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상상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춰 보고자 했다”는 임형택 연출은 이번 작품에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그림 실연을 더했다. 석창우 화백은 매 공연 후반부,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커다란 화선지 위에 역동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중섭의 작품이 갇힌 전시품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림 뿐 아니라 무대 위 투영 되는 영상 활용 등을 통해서도 이중섭의 살아 있는 상상력의 증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임형택 연출) 연극 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연습현장사랑하는 마사꼬(곽명화)와의 결혼식.언제나 힘이 되어 주는 구상(이도엽).행복도 잠시.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울부짖는 그.연습실 한 편에 붙어 있는 이중섭의 작품 사진들.종이가 없어 이중섭은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극단 서울공장 앙상블이 펼치는 오브제.무대와 함께 하는 석창우 화백의 그림 실연.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13 / 조회 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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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져> 연극 매력에 푹 빠진 반가운 얼굴들
데니안에게 2008년도 만큼은 연극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올 3월 생애 첫 연극 무대 데뷔작이었던 를 시작으로 , 에 이어 다시 의 대현으로 선다. 지난 11월 21일 공개된 연극 의 연습현장에는 데니안을 비롯해 연극 무대에서 만나 더욱 반가운 배우들로 가득했다. 대형 뮤지컬 무대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사하던 고영빈과 최근 연극 에 출연하고 있는 정보석, 이날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이항나까지 오랜만에 소극장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연극 는 의사 운학, 사진작가 태희, 부고전문기자 대현, 스트립퍼 수빈 등 현대 도시남녀 4명의 위태하고 엇갈린 사랑을 솔직하고 세련되게 표현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전 배역이 더블 캐스트로 마련된 이번 공연의 오픈 전, 21일 공개된 연습장면에서는 의사 운학(배성우)과 태희(김유진)의 우연한 만남, 대현(데니안)과 수빈(배진아), 그리고 태희와의 엇갈리는 삼각관계, 그리고 병원에서 시작되는 대현(고영빈)과 수빈(진서연), 운학(정보석)의 운명 같은 만남을 연출하였다.
드라마 종영 이후 ‘연극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보석은 초연 멤버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던 연극 공연 후 "작품이 가진 깔끔한 맛" 때문에 에 합류한 합류했다고 했다. 데니안은 “올해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면서 “첫 번째 작품으로 클로져 무대에 섰을 때와 네 번째 작품으로 다시 섰을 때의 나의 변화가 궁금했다”고 한다. “첫 연기는 20점이지만, 지금은 40점 정도”라고 말하던 데니안은 “첫 연습 때는 낯설고 겁도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대담해 진 것 같다”며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섹시하고 잘생긴 부고전문기자 대현 역을 맡은 고영빈은 를 "솔직한 작품”이라고 가리키며 “평소 사랑에 대해 감춰왔던 것, 솔직하지 못하고 이기적이었던 부분을 다 펼쳐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극장 무대에 서기에 앞서 “작품 깊이 스스로 들어가 연구하지 않으면 관객들에게 밑천이 다 드러날 것 같은 공포감이 든다”고 하면서도 “소극장 연극 무대는 당연히 배우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중하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었다. 유연수 연출은 예전 공연 당시 각색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삭제했던 것 과는 달리 “최대한 원작에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하며 사랑 이야기 속의 집착, 복수 등 많은 감정을 살펴 훨씬 깊고 다양한 작품의 맛이 살아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연극 연습현장
"당신, 속아 넘어갔군요."
"어쩌다 다친 건가요?"
"그냥, 가지 마요?"
"나랑 결혼하자, 그래서 아이도 낳고."
"그 둘이 지금 만나고 있다고요."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11.24 / 조회 1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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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아이가? 웃기는 소리…
흔히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보다 ‘찐하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하면 우정이 끝나는데 비해 남자는 사회생활을 할수록 더 깊어진대나. 과연 그럴까.
연극 ‘아트’는 남자들의 우정이 세상에 떠도는 것만큼 그리 편하거나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뒷 벽에 흰 패널이 하나 걸려 있다. 잘나가는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이남희)이 무려 1억8000만원을 주고 산 ‘앙트로와’라는 현대 추상화가의 그림이다. 지방대 교수인 규태(정보석)는 그저 흰 판때기로밖에 안보이는 그림을 산 수현이 지적 허영을 부리는 것으로 본다. 둘 사이는 서먹해지고 또다른 친구인 문방구 사장 덕수(유연수)에게 각각의 입장을 털어놓고 우유부단한 덕수는 양쪽을 중재하다 무시받는다.
20년지기 친구라는 이들은 친구라는 이유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는 당연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림 한 점 때문에 서로에 대한 질투와 서운함이 한번에 폭발하고 바닥까지 발가벗겨진다. 이들은 우정을 위해 그림 위에 펜으로 ‘스키 타는 사람’을 그림으로써 금이 갔던 우정을 붙인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정말 회복됐을까. 홈쇼핑에서 파는 강력 지우개로 지워도 희미하게 자국이 남는 것처럼 이들도 가슴 속 깊숙이 앙금을 감춰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이 작품은 현대 추상화를 놓고 벌이는 세 남자의 논쟁 때문에 매우 지적인 희곡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예술의전당과 같은 해 5월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돼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황재헌은 “겉으로 보면 예술적 취향을 논하는 것 같지만 사실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묻고 있는 대중극”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인 작가가 ‘서로를 존중한다’ ‘상대의 취향을 인정한다’ ‘의리있다’ 등으로 포장된 남자들의 우정에 마음껏 비웃음을 퍼붓고 있는 코미디라는 것.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방백이 재미있는 이 작품은 화∼일요일 가운데 화·목·토 공연에는 11년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정보석,대학로의 연기파 배우 이남희,정감있고 구수한 연기를 자랑하는 유연수가 호흡을 맞춘다. 또 수·금·일에는 자타 공인 ‘멀티 배우’ 권해효,에너지가 넘치는 조희봉,노련한 연기를 뽐내는 이대연이 앙상블을 이룬다. 대학로 스타 배우들 사이에 낀 정보석은 TV나 영화에서 보여졌던 덤덤한 신사 이미지를 벗고 된장냄새가 묻어나는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국민일보/ 장지영 기자
2004.09.07 / 조회 8,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