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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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아름다워 슬픈 왕자야, 뮤지컬 ‘바람의 나라’ 호동
뮤지컬 ‘바람의 나라-무휼’의 왕자 ‘호동’은 어리고 가녀린 소년이었다. 아버지의 신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왕자의 운명을 버거워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여성관객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2011년 뮤지컬 ‘바람의 나라-호동’에서 호동은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는 이제 나라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고, 궁궐 내에 존재하는 암투 세력을 견제해야 하며, 결혼도 해야 하는 성숙한 청년이다. 호동은 극에서 아름다운 외모와 순박하고 선한 심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아름다워 슬픈 왕자, 호동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아름다운 왕자야, ‘바람의 나라-호동’사비는 호동을 향해 ‘그대는 어찌 그리 예뻐’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고, 사랑스러운 순수함을 가졌다. 동시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독을 지닌 인물이다. 홀로 몸을 웅크려 낯선 곳에서의 밤을 설렘과 두려움으로 보내는 호동의 얼굴은 복잡하다. 궁궐 담을 넘어 본 적 없는 소녀에게 아릿한 얼굴의 호동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을지 상상해본다면 그를 ‘예쁘다’고 칭하는 사비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뮤지컬 ‘바람의 나라-호동’의 연출을 맡은 ‘유희성’은 “원작의 팬들은 세밀하고 조그마한 부분도 머릿속에 있기 마련이다. 원작 팬들의 모든 기대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관람했을 때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만화와는 또 다른 비주얼로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무대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호동’은 전편의 ‘무휼편’과는 다르게 호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동은 아버지의 부도(이상향)를 따르려 한다. 피와 위엄으로 이루어진 왕좌 앞에 선 왕자 호동은 때 묻지 않은 순수와 청량함이 깃든 얼굴이다. 그 말간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문득 슬퍼지려 한다. 그것은 마치 아직도 산타를 믿는 아이에게 산타는 없다고 일러주는 잔인함과도 같다. 또한, 어린 사슴 새끼를 호랑이가 우글대는 숲 속에 놓아주는 것처럼 느껴진다.호동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아버지의 굴레를 벗지 못한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그러하듯 아버지는 나약한 아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그것 또한, 호동이 왕자로서 감내해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호동은 주변의 포식자들이 뒤얽힌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사비를 잃는다. 전쟁에서 겨우 돌아온 궁 안은 자신의 슬픔을 품어줄 가슴이 없다. 아름답고 여렸던 왕자는 암투와 권력에 지쳐 현실에 무너져 내린다.호동은 깨끗하고 순박한 심성이 죄악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정치란 온갖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세계다. 오히려 촌부에게 어울릴 법한 순박하고 맑은 심성은 ‘나라’에는 오히려 독이었던 것이다. 아버지 무휼이 호동을 품어주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호동은 왕자가 아니었다면 작품 속에서 ‘아름답게’ 남겨질 인물이다. 사랑에 반짝이는 순진한 청년 호동의 눈빛은 관객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호동은 슬프고 아픈 인물이다. 그것은 그가 ‘왕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시련과 고통 때문이다. 전편에서 무휼이 왕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연’을 잃어야 했던 것처럼 호동의 사랑과 삶도 그래서 잃어야 했다. 왕자 호동을 연기한, 배우 임병근배우 임병근은 서울예술단 소속의 배우다. 그는 우수에 어린 눈빛과 서글서글하고 깔끔한 인상으로 최근 뮤지컬계에 떠오르고 있다. 서울예술단 제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무휼’에서는 ‘해명’을, ‘청이야기’에서 ‘희원’이라는 주역을 맡아 공연했다. 올해 3월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는 ‘김무열’과 함께 ‘현우’ 역을 맡아 많은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사랑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순수함과 슬픔이 버무려진 호동의 아름다운 얼굴을 재현해 낸다.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주역으로서 무대에 선 임병근은 공연을 이끌어가는 힘은 아직 아쉽다. 하지만 그가 호동에 빠져들어 있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미래가 새삼 궁금해진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부상으로 하차한 ‘윤현민’을 대신해 원캐스팅으로 무대에 선다. 훤칠한 외모, 남자다운 외형과 함께 수줍게 반짝거리며 빛나는 눈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배우 임병근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7 / 조회 1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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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과 사비의 사랑이야기, <바람의 나라>
“고구려 왕자 호동과 낙랑공주 사비의 사랑이야기 2011 는 대중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만화가 김진이 직접 극본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서울예술단 2011 가 지난 14일, 첫 무대를 시작했다. 2011년 찾아온 호동 편은 만화 원작 9권 이후의 이야기로 낙랑의 왕 최리의 두 아들 충과 운, 고구려와 낙랑의 정치적 야심의 희생양으로 혼인하게 된 호동과 사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와 음모,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유희성 연출가는‘대중과의 교감’에 무게를실어 전작 의 대표적 이미지인 몽환적인 느낌을 걷어내고, 명확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 고구려와 낙랑, 인간과 신수가 펼치는 8분간의 전쟁장면, 18인조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해금, 대금, 태평소 등 한국 전통악기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달빛에 홀렸나봐~부도를 향해얻고 싶은 사랑이 있어장성한 호동 역에는 서울예술단 단원 임병근 배우가 출연하고, 호동 역에 더블 캐스팅됐던 윤현민 배우는 무릎부상으로 인해 개막 당일 하차 소식을 전했다. 사비 역에는 임혜영, 하선진, 2009 에서 괴유 역으로 출연했던 박영수와 박성환이 운 역할을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낙랑, 그리고 고구려정해진 배신, 정해진 죽음!어서, 가세요!호동의 선택뮤지컬 는 유리왕에서부터 대무신왕, 민중왕, 호동왕자에 이르는 고구려 개국 초기 3대 가족사를 다룬 김진 만화‘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2001년 자명고 편과 2006, 2007, 2009년 무휼과 호동왕자의 비극적 운명을 그렸던 무휼 편으로 공연된 작품이다. 뮤지컬 2011 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1.10.17 / 조회 1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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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김진과 함께, <바람의 나라> 컴백!
“아버지(무휼)와 아들(호동)의 살(煞)을 중심으로, 고구려 왕자 호동과 낙랑공주 사비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만화 ‘바람의 나라’ 원작자 김진이 직접 집필한 뮤지컬 가 오는 10월 찾아온다. 유희성 연출, 체코 작곡가 즈데넥 바르탁, 조선아 음악감독이 참여하는 이번 공연은 만화 원작 9권 이후의 이야기로 낙랑의 왕 최리의 두 아들 충과 운, 고구려와 낙랑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혼인하게 되는 호동과 사비가 펼치는 정치와 음모,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진 작가, 유희성 연출원작자이자 이번 공연의 대본을 맡은 김진은 지난 20일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고구려의 이야기를 과거의 이야기로만 생각해도 되는지는 의문” 이라며 “역사는 언제나 재해석 돼야 한다”는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무대의 특징, 한계를 고려해서 무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추리고 추려내서 대본에 실었다”고 밝혔다. 2001년 서울예술단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 와 첫 인연을 맺었다고 밝힌 유희성 연출가는 “전편 2006 는 이미지 뮤지컬의 비전을 제시했던 작품” 이라며 “전작의 아류 느낌이 들지 않도록 상징, 요약, 절제미를 사용한 새로운 느낌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 중” 이라고 전했다. 해금, 대금, 태평소, 북 등 전통악기가 한국의 기운을, 18인조 라이브오케스트라가 세미 클래식한 세련된 기운을 전할 예정이다. '낙랑의 곧은 성에 금이 갔나'호동 (임병근), 사비(임혜영)"''남자의 자격'으로 에너지 얻어요~"호동 역에는 서울예술단 단원 임병근과 윤현민이, 사비 역에는 임혜영과 서울예술단 하선진이 더블 캐스팅됐다. 2009 괴유 역으로 출연했던 박영수가 박성환과 함께 운 역할로 출연한다. ‘이미지 뮤지컬’ 이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의 호동 이야기, 뮤지컬 2011 는 10월 14일부터 2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1.09.21 / 조회 1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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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왕자 호동’의 신화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2011 뮤지컬 ‘바람의 나라’ 연출을 맡은 유희성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 완결판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호동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붉은 비단이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 속으로 한 남자가 서 있다. 그의 강인한 어깨와 구릿빛 피부는 살짝 드러낸 어깨만으로도 무게와 위압감을 전해준다. 그의 등으로는 분명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흐릿한 날개가 돋아있다. 그 날개에서 흩뿌려진 깃털들은 어딘가 아련하고 비극적인 느낌이 든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2006년 초연돼 호평받았던 ‘이미지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만화가 김진의 작품인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 ‘바람의 나라’는 유리왕부터 대무신왕(무휼)을 거쳐 호동 왕자까지의 고구려 개국 초기를 다룬 판타지 만화이다. 이번 공연은 2006년 초연의 ‘대무신왕 무휼’의 이야기가 아닌 ‘호동 왕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고구려와 낙랑의 정치적 야심으로 혼인한 ‘호동 왕자’와 ‘사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1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는 고조선의 후예임을 자청한 낙랑과 고구려 국가관의 충돌을 그리며 하늘과 땅의 전쟁으로 표현되는 거대한 전쟁을 치르는 역사적 세대교체 과정이 드러난다. 연출가 유희성은 두 번째 이야기임에도 ‘바람의 나라’라는 제목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뮤지컬 ‘바람의 나라’ 자체가 서울예술단의 대표 브랜드다. ‘호동편’이라는 부제를 쓰려고도 했으나 대표 브랜드로 타이틀을 맞추기로 했다. 프로그램이나 안내서에는 ‘호동편’이라는 부제가 붙여질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터 전체를 감싼 붉은 비단은 마치 피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고구려와 낙랑 간의 거대한 전쟁에서 피어나는 ‘호동’과 ‘사비’의 사랑을 대변하듯 아름답고 강렬하다. 포스터의 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그는 아마 ‘호동’일 것이다. 등 뒤로 발하는 밝은 빛은 그의 존재를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인물로 만든다. 또한, 포스터 전체의 판타지적인 분위기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 특유의 문법으로 알려진 ‘시’같은 이미지를 드러낸다. 포스터 위쪽으로 적힌 ‘흩어진 세상, 흩어진 꿈’이라는 글귀는 ‘고구려’와 ‘낙랑’, ‘호동 왕자’와 ‘사비’, 낙랑의 왕 ‘최리’와 두 아들이 꿈꾸는 각기 다른 야망과 목적을 드러낸다. 또한, 그 아래의 ‘호동과 사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글은 이 극 속의 주된 스토리라인이 ‘호동’과 ‘사비’의 사랑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연출가 유희성은 2011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 대해 “‘대무신왕’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와 시대적인 배경과 원작의 텍스트는 유지한다. 대신 음악과 안무, 무대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걷잡을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호동과 사비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10 / 조회 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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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욕망과 결핍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이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쉼 없이 먹으며, 그렇게 찐 살을 빼기 위해 줄기차게 돈을 쓰며 달린다. 결핍, 허기, 욕망이 뒤섞인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연극 이 지난 4월 1일 공연을 시작했다. 배우이자 연극 의 작가 이해성이 쓰고, 등의 안경모가 연출한 은 고액연봉자 외환딜러인 주인공 신우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는 결핍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천재적인 감각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지만, 폭식을 즐기는 고도 비만자이자 타국에 가족을 둔 기러기 아빠인 신우는 신체적, 정신적 삶의 균형을 잃어 가던 중 어머니가 간암 말기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간은 이미 비만으로 망가져 이식이 불가하고, 그 가운데 인터넷 논객 ‘프로메테우스’ 혐의, 또 새로운 헤지펀드로부터의 유혹 등이 신우를 뒤흔든다. TV에서 진흙쿠키를 먹고 있는 아이티 아이들을 본 후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이해성 작가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습과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광경이 지구 아래 동시에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무대 위에 펼치고 있다. 주인공 신우 역의 김동완은 고도비만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으며, 의 이소영, 에서 막베스 역할의 호산, 인상 깊은 막베스 부인 역을 선보인 이명행 등이 출연한다. 배우의 노출이 있어 19세 이상 관람 가능하지만 노출 연극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010년 창작팩토리 대본 공모 선정작이자, 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인 연극 은 오는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1초에 수억이 왔다 갔다-매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외환 딜러들먹고 또 먹자. 우리는 꽃등심 쯤이야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는 사람들"난 선배가 찾는 세상이 어떨까 궁금했어""담배 한 대 줘 봐요. 펴도 된다니까""러브 핸들 아니에요! 끔찍한 타이어지!"이기는 자가 살아남는다."당신이 프로메테우스죠?""한 번도 남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서야!"같은 시간, 우리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4.04 / 조회 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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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결핍, 허기진 욕망! 연극 ‘살’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안호상)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가 2011 시즌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연극 ‘살’을 4월 1일부터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올린다. 연극 ‘살’은 2010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선정작으로,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작 ‘고래’에서 탁월한 심리묘사로 주목받은 배우이자 작가 이해성과 ‘해무’, ‘길삼봉뎐’ 등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연출가 안경모가 손을 잡고 무대화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새로운 양식 발굴과 여러 시도를 통해 동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을 제작 및 발표해오고 있다. 지난해 ‘집’이라는 소재와 무대에 직접 집을 짓는 실험적 연출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비롯해, ‘공동연작 프로젝트’, ‘내 심장을 쏴라’ 등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올해 개관 3년차를 맞이한 남산예술센터의 2011 시즌개막작 연극 ‘살’은 물질만능과 속도경쟁, 실물경제를 대체한 금융자본주의, 승자독식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극은 고도비만자이자 고액연봉자인 외환딜러 주인공 신우의 삶을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불안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한다. 연극 ‘살’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삶에 대한 총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계자는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 폭식과 비만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식욕과 성욕, 탐욕을 부추기는 광고이미지 과잉과 대비되는 배우들의 벗은 몸의 생짜 ‘살’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동시대의 공동체 삶에 대한 인간과 몸의 화두로 접근하는 일은 연극 본연의 기능”이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23 / 조회 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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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삼봉뎐> 조선 최대 정치 미스터리, 또는 오늘날의 자화상
등장부터 평범하지 않다. 객석 사이를 지나 천천히 줄지어 무대로 나가는 배우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다. 무대에 들어서야 의상을 입고 나서야 그들은 왕이 되고, 신하가 된다. 그 자리에서 거칠게 회백분을 칠하는 배우들도 있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불과 몇 해 전, 조선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하고 잔혹한 피바람이 일어난다. ‘정여립 역모사건’의 주동자 ‘길삼봉’이란 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대립하던 동인과 서인의 정치적 모함과 칼부림은 계속되고, 그 사이에서 왕이란 자는 점점 광폭해진다. 이른바 기축옥사.
이 사건으로 그 당시 1000여 명의 선비가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모를 한 명을 색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하지만 길삼봉이 누구인지 중요하진 않다. 역사적으로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이 인물은 정치적 음모로 탄생한 헛개비란 추측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대 도를 넘는 당쟁 속에서 동인과 서인이 길삼봉을 이용해 조정을 쥐고 흔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선비들의 죽음, 민생의 파탄이다.
으로 잘 알려진 서인의 정철, 동인의 이산해, 선조, 최영경 등 역사 속 실제인물과 기축옥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매향, 갈윽, 임파 등 허구의 인물과 픽션이 섞였다. 목숨과 지위를 건 싸움은 피를 부르고, 그 속에서 싸움을 주도하는 권력자들뿐 아니라 이름 모를 선비와 민초들의 고통을 더욱 커져만 간다. 내분에 휩싸인 조선은 몇 년 후 임진왜란이라는 된서리를 맞는다.
연극은 ‘길삼봉’으로 모함 당해 죽어나가는 선비들의 억울함과 밑바닥까지 내려간 민초들의 울부짖음을 몸짓과 노래로 표현한다. 몸짓은 때론 과격하게, 때론 적막하게 무대를 채운다. 이름 없는 선비들과 백성들은 가면으로 표현돼 그 생명을 조롱 당한다. 답답한 현실에 백성들은 한을 담은 노래 ‘둥둥곡’을 부르며 미친 궁궐에 한탄과 한숨을 보낸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언뜻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 동작에 서린 비탄은 비단 그 당시 백성들의 고통으로만 해석하기 힘들다. ‘정치란 그리 냉혹한 것’이라고 정철은 되뇌임 또한 옛날 일이 아니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들은 왕과 신하의 옷을 벗고 떠난다. 회색분을 칠한 민초들 역시 분장을 쓱쓱 지우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퇴장한다. 극은 끝나지만 냉혹하고 비린 정치와 한숨 어린 민초들의 응어리는 40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함을 남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10.30 / 조회 1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