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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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친정엄마’ 6년 만에 무대, 나문희 김수미 출연
뮤지컬 ‘친정엄마’가 6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친정엄마’는 10주년을 맞아 배우 나문희와 김수미의 출연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고혜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뮤지컬과 영화,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320회 공연에 무려 4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작품은 시골에서 어렵게 살아 배울 것 못 배우고 펼칠 것 펼치지 못하고 살아온 엄마와 엄마에게 애틋함을 느끼면서도 마음과 다르게 때론 상처 주게 되는 딸이 주인공이다. 어느덧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된 딸이 비로소 친정엄마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뮤지컬 ‘친정엄마’는 오는 9월 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된다.사진제공_Show21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08.01 / 조회 2,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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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기는 연기는 없다” <잘자요, 엄마> 염혜란
“엄마, 나 오늘 죽으려고.” 연극 는 중년의 여성 제씨가 엄마에게 자살을 예고하며 시작된다. 이후 90분 동안 이 연극은 삶의 희망을 모두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인생과 그런 딸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엄마의 애달픈 심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알고 보면 세상 여느 모녀와 다르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고, 그 몰입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무대에 선 배우들의 열연이다. 염혜란은 이 연극에서 간질과 이혼, 아들과의 불화를 겪어온 제씨를 맡아 나문희·김용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연 전 조재현이 “괴물같은 후배”라고 소개한 바 있는 그녀는 (2012) 이후 오랜만에 오른 무대에서 조재현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극이 흘러가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는 죽음을 결심한 자의 서늘한 결의와 피로, 엄마를 향한 짙은 정과 슬픔이 동시에 스쳐가고, 어느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경계 사이사이의 오묘한 표정은 보는 이의 시선을 조용히 사로잡는다. 그 흡입력은 화려한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지난 시간에서 나온 것일까.Q 오랜만의 연극 출연이다. 제작발표회 때 조재현 대표가 “괴물같은 후배”라고 칭찬하며 “이번엔 전작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웃음). 예전에 했던 캐릭터들이 워낙 성격적으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었는데, 의 제씨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쉽지 않냐는 얘기를 대표님이 하셨는데, 사실은 오히려 더 접근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공연 사이사이 쉬는 기간에 자꾸 했던 공연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이게 맞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제씨라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Q 제씨가 엄마에게 자살을 예고하는 초반 장면부터가 일반적인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처음 연습하면서 제씨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 나도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됐고, 공연을 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엄마를 두고 떠날 수 있을까, 꼭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차라리 말을 안 하고 가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제씨로서는 그게 그래도 가장 가슴이 덜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만약 제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었다면 엄마의 상처는 더 컸을 것이다. 유서를 남긴다 해도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나. 그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거니까. 그래서 제씨는 엄마가 너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혹은 자책하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또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한 것 같다. 제씨로서는 엄마를 배려한 것이다. 배려라는 말조차 안 어울리긴 하지만. Q 그동안 창작극을 주로 했는데, 가 번역극이라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번역극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안 그래도 권총이 나오고, 우리나라의 여느 모녀작품에서는 있을 수 없는 구조로 극이 시작되기 때문에 말로써까지 관객에게 거리감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 이름이 제씨고, 단번에 죽을 수 있는 방법이 권총자살이라는 것 말고는 우리나라의 여느 모녀관계와 똑같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출님도 그렇게 생각해서 2008년 공연 때보다 대사를 구어체로 더 많이 바꾸셨고, 나도 그런 시도를 했다. 그런데 대사를 구어체로 고치려다 포기한 것들도 있다. 왜냐하면 제씨는 성격상 ‘엄마, 나 이건 싫어!’라고 감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씨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말하기 쉽지 않은 대사라도 내가 그걸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듣기로는 ‘누가 저렇게 말을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씨는 깊은 고민 끝에 한 말이기 때문에 그냥 친구한테 하듯 가볍게 말하는 것보다 더 진지한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Q 이 작품을 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고. 극중 제씨가 ‘나 어렸을 때는 정말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누군가였다. 볼이 통통하고 외로움도 모르고 병도 모르는 아이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랬던 아이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많은 일들을 겪고 난 다음 변하게 된 거다. 그런 제씨를 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 생각이 나더라. 우리 엄마도 나에 대해 기대하고 예상했던 모습이 있었을 테고 아마도 내가 그 예상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을 텐데,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고. 또 엄마가 한창 많이 아프신 적이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삶이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단계가 왔던 적이 있다. 당연히 늘 옆에 있을 것 같은 엄마, 모든 걸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그렇게 되니까 충격적이었다. 그때 제씨가 그랬듯 처음으로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시기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의미 있는 고난이었던 것 같다. 더 늦어지기 전에, 더 나쁜 일들이 생기기 전에 그런 시간을 겪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라. 제씨도 그 단계를 좀 더 일찍 지나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연극을 보시는 분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다. 그런 단계를 밟으셨거나, 앞으로 밟으실지도 모르는 분들이 와서 미리 좀 느끼고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예전 인터뷰를 보니 아이를 낳고 나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연기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동시에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엄마가 되고 나서 무대로 돌아오니 어떤가. 처음 연습실에 왔을 땐 좀 무섭기도 했다. 여기는 일상에서와는 전혀 다른 호흡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애가 왜 떼를 쓸까, 왜 내 뜻대로 안 될까’가 고민거리였는데,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게 되는 거다. 반대로 애를 키우면서 ‘그게 뭐가 고민이야’했던 것들도 여기서는 큰 고민이고. 마치 선로를 바꿔 끼워야 하는 느낌이랄까.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지, 일상에서와는 좀 다른 호흡을 가져야 하는 곳이었지’ 하면서 긴장감이 바짝 생기더라. 오랜만의 연극이고 쉽지 않은 역할이라서 심리적으로는 힘들지만, 배우로서는 너무 좋은 기회고 행복한 경험이다. 예전엔 실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래서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반 농담으로 ‘제가 엄마는 아니죠?’라고 묻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오히려 아기를 낳고 처음 하는 작품에서 나와 나이가 똑같은, 그리고 예전과는 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거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정말 좋은 작품, 좋은 역할로 다시 시작하게 돼서 감사하다. Q 임신을 하고 난 후 정말 해야 할 공연과 안 해도 될 공연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다는 말도 했는데. 그 기준은 어떤 것인가. 그동안은 나와 맞는, 염혜란이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보통 쇼핑을 가면 남들이 ‘이건 너한테 맞는 옷이야’ 하는 걸 고르지 않나.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그렇게 익숙한 옷을 입어왔다면, 아기를 낳고 나니까 ‘입어본 옷을 굳이 또 왜 사’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옷장에 많이 있으니까. 이제는 나랑 좀 안 어울리더라도 새로운 옷을 사보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이제 아기 때문에 전처럼 1년 내내 연극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상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엔 일 년 내내 옷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1년에 세 번 밖에 옷을 못 사니까 ‘가만있어보자, 그럼 무슨 옷을 살까? 늘 입던 건 말고.’ 이렇게 바뀐 거다. 아기가 있어서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정말 급하면 입어본 옷이든 아니든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당장 입을 옷을 사야 하니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된 것 같고, 당장 연극이 아니어도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질 수 있게 됐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일도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니까. Q 2000년에 데뷔해 이제 16년차 배우다.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무대에 남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꾸준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처음 연우무대에 들어가 활동했을 때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 같다. 내 얼굴이 틈새시장이다(웃음). 당시 다른 여배우들이 다들 예쁘고 날씬했다. 말하자면 주인공감이었던 거지. 그러다 보니 엄마, 아줌마 같은 조연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내가 신입단원으로 들어갔는데, 아줌마 역할을 하게 생겼으니 여러 기회가 빨리 주어졌다. 운이 좋았다. 만약 내가 예쁜 여배우였다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결혼하고 나면 아가씨 역할도 하기 어렵고, 예쁜 아줌마 역할은 적고, 여자 캐릭터가 워낙 다양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는 다행히 예쁜 여배우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이 크게 고민이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축복이었다(웃음). 그러다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이를 갖게 되어 쉴 수 있었고, 그 후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 거다. Q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했는데, 혹시 글을 쓰는데도 관심이 있었나. 글쓰기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국문과를 갔고, 졸업 후에 선생님이 되려고 잠깐 공부를 했다. 근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더라. 왜 이런 공부까지 해야 되지,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국어선생님과 연극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연극을 하기로 한 거다. Q 나중에 연기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사실 지금도 누구를 봐주고 있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근데 가르칠 때마다 이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는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완성된 연기, 완성된 배우라는 건 없지 않나. 어떤 작품에 맞춰서 완성된 연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 자체가 완벽해질 수는 없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로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심적으로 힘들더라. 그리고 그 사람이 내 공연을 보러 왔다고 생각해 봐라. ‘당신 나한테 그렇게 가르치더니 전혀 아닌데?’할 수도 있고(웃음). 나도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모니터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친한데다 같은 ‘선수’들이라 ‘저렇게 하는 게 원래 염혜란 스타일이야’하면서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기획팀의 경우에도 공연 전체를 위해 해야 될 일이 있다 보니 그런 말은 아낀다. 그러다 보니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사람이 없는 거다. ‘여기선 그런 걸 보여주는 게 독이 돼요, 이럴 땐 사투리가 안 나와야 합니다’라고 나를 정확히 보고 말해줄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외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 메릴 스트립 같은 경우엔 영화를 하나 할 때 다섯 명의 액팅 코치가 연기를 봐준다고 하더라. 워낙 잘 하는 배우지만, 괜히 잘 한 게 아니었다(웃음). Q 좋은 연기란 어떤 것일까. 10년, 16년 전과 바뀌지 않은 생각이 있다. 진심을 이기는 연기는 없다는 것이다. 신입단원이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해준 선배님이 있다. ‘앞으로 너희의 테크닉은 갈수록 늘 거야. 어떻게 하면 슬프게 보이는지,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워 보이는지에 대한 테크닉은 늘어날 거야. 그렇지만 진심은 놓치지 말아야 해’라고. 너무 소중한 가르침이었고, 그걸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의 단점들이 보이면서 그걸 상쇄할 수 있는 테크닉을 추구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결국 진심이더라. 어떤 배우가 남이 써준 말이 아닌 자기의 말을 하고 있을 때, 진심을 품고 있을 때 나도 그런 배우들에게 감동을 받는다. 앞으로도 그걸 놓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 바라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나문희, 김용림 선생님을 보면서 깜짝 놀랐던 게 있다.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해오신 분들인데도 첫 공연 때 무대 위에서 긴장하시는 게 보이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런 게 무대구나,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공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오랫동안 서는 것이 때로는 지겹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무대를 지켜내는 일이 되게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연극을 오래 하신 선생님들이 새삼 달리 보이더라.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마치 다른 매체에서 도태되어 하는 수 없이 남은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속상할 때가 있다. 무대 연기만이 주는 깊이가 있고, 그게 좋아서 연극을 하는 것인데 역량이 안 되고 기회를 얻지 못해서 남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속상하다. 나도 앞으로 그런 배우는 안 되고 싶다. TV나 다른 매체에 갈 수 없어서 못 가는 게 아니라, 무대만이 주는 깊이가 있어서 여기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전처럼 활발하게는 못하겠지만, 연극을 할 때 좀 더 정성껏 하고 싶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7.30 / 조회 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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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뒤 찾아오는 소중한 깨달음, <잘자요, 엄마>
어느 날 저녁, 돋보기 안경을 쓰고 TV를 보며 깔깔 웃는 노모에게 부지런히 집안을 정리하던 중년의 딸이 다가와 말한다. 오늘 자살을 하겠노라고.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딸과 그런 딸을 잡아 일으키기엔 너무 나이 든 엄마. 지난 3일 개막한 연극 는 이들이 함께 보내는 보내는 마지막 밤을 통해 진한 슬픔과 귀한 깨달음을 남긴다. 는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7년 만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는 나문희와 김용림이 엄마 델마를, 염혜란과 이지하가 자살하려는 딸 제씨를 맡았다. 지난 7일 전막공연으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나문희-염혜란과 김용림-이지하가 번갈아 무대에 올라 열연을 펼쳤다. 2시간 후 자살하겠다는 갑작스런 제씨의 예고에 델마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여유 있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그러나 차분한 얼굴로 살림을 정리하고 집안 여기저기에 꼼꼼한 메모를 남겨놓는 딸을 보며 델마의 표정도 차츰 심각해진다. 그녀는 온갖 말로 딸을 달래고 윽박지르지만, 그럴수록 깨닫는 것은 ‘내 것’이라 여겼던 딸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엄마의 속내를 잘 모르는 것은 딸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가까이 살았으나 서로를 알지 못했던 엄마와 딸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깊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델마는 간질과 이혼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딸이 느끼는 깊은 공허감을, 제씨는 엄마가 품은 비밀과 자책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린 대화는 깊게 패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만약 이 모녀가 좀 더 일찍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이들의 삶은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무수히 변화하고 이어졌을지 모른다. 제씨는 어머니의 권유대로 강아지를 기르며 생의 소박한 기쁨을 되찾았을 수도 있고, 일찍 병세가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 이 ‘만약’이라는 안타까운 가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과 더 늦기 전에 온전히 소통해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전한다. 이 연극이 남기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려 해도, 때로 삶은 복원할 수 없을 만큼 아프게 일그러져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무대 위에서 90분간 펼쳐지는 델마와 제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없이 애달프고 안타까운 삶의 진실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나문희, 김용림은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로 그 진실에 다가서고 있으며, 삶에 지친 스산한 얼굴로 문득문득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염혜란의 모습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는 8월 1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7.09 / 조회 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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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림·나문희 연기 기대…연극 <잘자요, 엄마> 제작발표회
“그간 약 50편의 작품 제작에 관여했는데, 연기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꼽겠다. 그동안 많이 봤는데도 이번 공연이 또 기대된다.” 연극 제작에 나선 배우 조재현의 말이다.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는 지난 18일 제작발표회를 열고 200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연극의 주역을 소개했다. 는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후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자살하려는 딸, 그리고 그녀와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국내에서는 1987년 배우 윤여정이 번역하고 김수현 작가가 각색해 처음 무대에 올렸고, 초연멤버 김용림, 윤석화를 비롯해 나문희, 박정자, 손숙, 오지혜, 황정민 등이 거쳐가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재현 이번 공연에서 ‘연기 보는 재미’를 십분 살려낼 배우들은 엄마 델마 역의 김용림, 나문희와 딸 제씨 역의 이지하, 염혜란이다. 연출은 등에서 섬세하고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온 문삼화가 맡았다. 네 명의 배우와 문삼화 연출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처음 조재현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더니 '언제까지 TV 드라마만 출연하실 거냐'고 하더라. 그 질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TV드라마 촬영이나 살림에 지쳐있다가도 무대에 서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기는 걸 보면 천상 배우 팔자인가보다.” 김용림은 오랜만에 서게 된 무대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림의 연극 출연은 약 10년 만이고, 출연은 초연 이후 28년 만이다. “딸과 엄마는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관찰하고 비판하는 사이다. 이 연극이 실제 삶에서 느끼는 모녀간의 애증과 애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다.”는 그녀는 “TV에선 한복 입은 근엄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용림, 나문희 2008년 이 연극에 출연했던 나문희는 7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공연하면서 가끔씩 상대방의 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있는데, 이번엔 딸의 소리가 지난번보다 더 잘 들린다.”며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등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나문희는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이 필요한 일이지만 자꾸 훈련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붙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이어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서 몇 번이고 앵콜을 하고 싶다.”고 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살다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각자 고민이 있고 살기 힘든 순간이 온다. 정상적인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요즘 이 시대에 관객 분들이 함께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공연에서는 자살이라는 소재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껴 거기 매여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설정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작품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간 것 같다.”고 말한 문삼화 연출은 김용림, 나문희의 연기에 대해 “두 배우가 가진 색깔과 아우라가 너무 다르다.”며 본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문삼화, 이지하, 염혜란딸 제씨 역을 맡은 이지하와 염혜란도 각기 출연소감을 밝혔다. “여자 선배님들과 하는 2인극은 처음인데, 선배님들 표정만 봐도 바로 바로 감정이 나오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지하는 “제씨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인물이다. 젊은 관객들도 고통, 좌절 때문에 너무 힘들 때 공연을 보러 오시면 위로를 받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현이 “연극하는 후배들 중에 ‘물건이다’ ‘괴물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 중 하나”라고 소개한 염혜란은 “극중 제씨가 엄마와 환하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녀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시고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부모님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 조재현은 “상황을 지켜보고 고비가 안 지나가면 극장에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해 감기 증상이나 열이 있는 관객이 있는지 진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연은 오는 7월 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6.19 / 조회 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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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이순재와 '회오리' 신구의 만남! <황금연못>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연기파 노장들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난다. 그 작품은 내달 9일 개막하는 연극 으로, 이순재·신구와 나문희·성병숙이 황혼을 앞둔 노부부로 분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순재와 신구는 무뚝뚝한 말로 딸에게 상처를 주는 아버지 노만 역을, 나문희와 성병숙은 따스한 어머니 에셀 역을 맡았다. 각각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들인데, 이들이 한데 모여 그려낼 인생사는 과연 얼마만큼의 깊이를 갖추고 있을까.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처녀작 은 1979년 첫 무대에 올라 토니상을 수상했고, 1981년에는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상 남·여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당시 영화에 출연한 헨리 폰다·제인 폰다 부녀는 실제로 서로 소원한 사이로 지내다 이 영화를 통해 화해를 했다고 한다. 초연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명작의 힘은 여전한 것일까, 배우들은 이 연극에 대해 “너무도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나문희와 신구의 첫 만남 한 역할 맡은 신구·이순재의 다른 모습도 기대 Q 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순재: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배우 헨리 폰다와 캐서린 헵번이 출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 먹고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마침 제의가 들어왔다. 힘들고 어려운 작품이지만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다. 신구: 이 역할이 우리와 나이가 같다. 쉽게 말해 죽음을 앞둔 사람인데, 그 모습이 내 모습과 비슷해서 택했다.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과 신구 선생님의 상대역을 맡아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이 남편들과 살면서 실제로 많이들 겪는 상황이 그려져 있고,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들이 보이는 안간힘 같은 것들, 즐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즐기면서도 동시에 많이 참는 그런 모습이 담겨 있다. 그래서 최대한 우리나라 엄마들의 현실에 초점을 맞춰서 해보려고 한다. 성병숙: 이순재 선생님이 어느 날 전화를 해서 같이 하자고 하시길래 스케줄도 안보고 바로 한다고 했다. 선생님과 를 하면서 만났었는데, 삶의 자세에 있어서, 또 선배로서 존경할 점이 많은 분이시다. 그런 선배님이 하자고 하시니 당연히 출연하고 싶었다. 내가 평소 제일 부러워하는 것이 황혼 무렵의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서 있거나 공원을 걷는 모습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걸 못하니까 여기서라도 한번 해봐야지 싶었다(웃음).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남편에게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무대에서라도 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연습하고 있다. Q 나문희와 신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인데. 나문희: 항상 잘하신다고 생각했고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하게 됐다. (신구) 선생님이 불편해하실지는 몰라도 선생님이 갖고 계신 것이 워낙 많으니 맞춰서 잘 해보고 싶다. 이순재 선생님하고는 잘 맞는다. 이순재: 나문희 씨와는 여러 번 해봤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연극을 같이 하게 됐는데, 상대방이 워낙 든든하니까 걱정이 없다. 이 연극이 미국 작품인데, 어떻게 보면 서양의 노인들의 모습도 우리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걸 느꼈다.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좀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적 노마, 한국적 에셀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Q 신구와 이순재의 더블캐스팅도 화제다. 두 배우의 연기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신구: 어차피 생긴 게 다르니까 연기도 다르게 나온다(웃음). 똑같다면 볼 이유도 없지. 이순재: 연극의 역할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어느 하나의 규정된 틀이 있어서 거기 맞추는 게 아니다. 신구 선생이 표현하는 게 있고 내가 표현하는 게 있다. 또 그 차이가 볼만한 것이다. 그게 바로 역할의 차이고 해석의 차이다. 예를 들어 이제까지 무대에 선 수많은 햄릿이 있었지만, 동일한 햄릿은 없지 않나. 그게 연극의 볼거리다. 신구: 난 여태까지 연극을 더블캐스팅으로 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상대를 바꿔서 교차출연을 해본 적은 더군다나 없다. 그래서 좀 얼떨떨하고 약간 혼란스럽기도 한데 적응되리라 생각한다. Q 신구는 얼마 전 연극 에 출연했는데, 이 작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신구: 의 경우는 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고,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까지는 죽음을 바로 앞둔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나이가 되면 죽음이 바로 내 문제로 생각된다. 이순재 형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인이 되면 5분마다 한 번씩 죽음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수시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우리 문제구나 싶다. 이순재: 이 작품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곧 닥칠 죽음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삶에 애착을 갖고 있는 모습이 아주 절묘하게 녹아 있다. Q 이순재는 전작 을 포함해 가족, 사랑 등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이순재: 과 이 작품이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노인들의 세계가 비슷하다 보니 그렇게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연극은 공연을 3주 남겨놓고 관객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 그 관객들은 거의 동숭동에 안 오시는 분들이다. 예산에서 올라오는 사람, 천안에서 올라오는 사람, 대부분 40~50대 부부이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올라오는 자녀들이었다. 연극이 바로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 나이 먹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개똥철학일지는 몰라도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아주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일지라도 그 안에 의미가 있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재미있는 코미디도 좋지만, 그와는 좀 다른 차원의 연극이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Q 나문희는 얼마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작품은 어떤가. 나문희: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서양 작품이다 보니 감성이 더 풍부하게 글로 표현돼 있다. 에셀은 상당히 긍정적인 인물이고, 남편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남편은 계속 죽음이 앞에 있다고 조바심을 내지만, 에셀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저렇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항상 사회적으로 좀 영향을 미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Q 성병숙은 네 사람 중 막내인데, 선배들과 같이 연습하는 것이 어떤가. 성병숙: 막내가 참 편하다(웃음). 왜냐하면 조금 봐주시는 것도 있고, 많이 알고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실수한다고 여겨주시니까. 그리고 남편 두 분이 너무나 다르다. 아시다시피 한 분은 ‘직진’이시고 한 분은 ‘회오리’시다 보니 두 분이 연기하는 노만도 너무나 다르다. 하루는 이순재 선생님과, 하루는 신구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데 하는 맛이 달라서 굉장히 흥미롭다. 연극은 연습기간이 길다 보니 공연도 중요하지만 2달 동안 연습하면서 배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두 분이 연습하는 방식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다들 얼마나 체력적으로 강하신지 모른다. 의외로 막내인 내가 제일 빌빌댄다. 나문희 선생님은 스케줄이 바쁜데도 일주일에 세 번 나오시고 토요일 일요일은 풀로 나와서 연습하신다. 신구 선생님은 정말 건강하시고, 말은 무뚝뚝해도 디테일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신다. 이순재 선생님은 술도 안 드시고 열심히 하시고. 나도 선배님들 나이가 됐을 때 저렇게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관계없이 지금도 무대 서면 떨려”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극하고 싶다." Q 이 연극이 20~30대 관객들에게는 어떤 지점에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신구: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똑같이 고민해야 될 문제가 담겨있다. 투표를 나이 먹은 사람들도 하고 젊은 사람들도 하는 것처럼, 나이에 관계없이 살아가는 데 다 필요한 이야기다. 나문희: 극중 아버지가 딸과도 갈등이 많다. 그래서 엄마가 중간에서 상당히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한다. 우리 집 영감도 딸하고 갈등이 깊게 있었기 때문에 친근감이 확 느껴졌고,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극적으로 누가 죽거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깊은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공감될 것 같다. 성병숙: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시집을 보낼 때까지 편안하기만 한 집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도 딸과의 사이가 굉장히 힘들었다. 부모님의 삶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부모님과의 불화가 어떻게 풀어질 수 있는지를 보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실 것 같다. 이 연극의 포인트는 디테일이다. 감정의 미묘한 부분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자식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며 또 칭찬이 얼마나 힘을 주는지, 부모는 그걸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 등이 연극에 녹아 있다. 어느 집이든 ‘우리 집 얘기’가 될 것 같다. TV에서만 보던 이 대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를 보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Q 네 배우 모두 수십 년 연극을 해왔는데, 여전히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긴장이 되나. 신구: 나이와 관계 없이 늘 새로운 관객을 처음 맞이하는 것이니까 긴장될 수밖에 없다. 또 그 긴장감이 없으면 연기자가 루즈해진다. 나문희: 많이 떨린다.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느껴지고. 성병숙: 당연히 떨린다. 공연하기 10분 전이 되면 손이 싸늘해진다. 그리고 호흡은 가빠지고 화장실 가고 싶고. 그런데 나는 그걸 즐긴다. 물고기를 잡았을 때 퍼덕퍼덕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꼭 그 물고기가 된 것 같다. 떨리는 그 감정이 나를 젊어지게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연습을 더 열심히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연극은 영화·드라마처럼 편집이나 감독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배우의 부담이나 외로움이 큰 장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무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성병숙: 나는 나문희 선생님이 연극을 이렇게 계속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다. 대선배들이 와주시니까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받고 큼지막한 작품들이 연극계에 계속 자취를 남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극을 하는 이유는 가장 아날로그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술이 많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가 보고 싶으면 ‘야, 만나자’ 하지 않나. 연극은 바로 그런 만남이다. 눈을 마주치고 만지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가능한 것이 연극이다. TV같은 경우는 방송 한번 나가면 몇 만 명에게 퍼져 나가는 효력이 있지만, 연극은 정말 가장 아날로그하기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문희: 연극에서는 관객과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연극은 발이 땅에 딱 닿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운도 좋아야 하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굉장히 힘이 든다. 한 대본을 갖고 두 달쯤 연습하면 처음엔 땅에 발을 잘 못 디디고 상당히 어색한데, 훈련을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좀 된다.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더 많이 되고. 일할 때 호흡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연극에서 많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극을 하고 싶다. Q 젊은 배우들이 연기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할 것 같다. 그런 경우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 이순재: TV 드라마의 경우 옛날에는 보통 대본이 일찍 나왔다. 그래서 이틀 사흘 정도 대본 읽기를 하는데 거의 연극 연습하듯 했고, 작가나 연출자한테 구체적인 디렉션을 받았다. 또 과거엔 연출이 작품에 맞춰서 의상, 소품까지 다 디렉션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당일치기 대본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까 작가는 거의 현장에 나오지 않고, 연출은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된 연출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배우 본인이 알아서 하게 돼 있는데, 노련한 사람들은 자기가 알아서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심한 경우 역할과 맞지 않는데도 코디네이터가 갖다 준 옷을 그냥 입고 나온다. 가끔 보다 못해 한 두 마디 해줄 때도 있다. 그걸 수용하는 친구는 대화가 되는 거고, 수용 안 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연극은 한달 반 두 달을 연습하니까 후배들, 동료들과 구체적으로 교감을 해가면서 맞춰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시작할 때는 좀 엉성해 봬도 나중에는 호흡이 맞아간다. 영화의 경우에도 정밀하게 작업을 이뤄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TV에서만 그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신구: 난 별로 이야기 안 한다. 먼저 물어오는 경우에는 내 경험과 아는 한에서 이야기해주지.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영악하고 잘 한다. 언어구사에 있어서는 좀 걸릴 때가 있는데, 우리 때보다 훨씬 똑똑하다. 재주도 많고. 이순재: 조금만 기본을 만들어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Q 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는다면. 나문희: 아직 연습 중이어서 하나를 골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장면 장면마다 다 아름다움이 있다. 이순재: 평생을 함께 한 부부가 생을 마지막까지 함께 가면서 이루어낸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그걸 극대화해서 수식하는 명대사는 하나도 없지만, 일상적인 대화 안에서도 그 사랑이 다 나타나 있다. 창 밖을 내다보는 뒷모습이라든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상징적이고 아름답다. 그것을 관객 분들도 공감하도록 하려면 우리가 열심히 해야겠지. 정말 아름다운 연극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8.08 / 조회 1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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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뮤지컬 ‘친정엄마’
“나는 너한테 더 못 해줘서 늘 눈물이 나. 너한테는 진짜 미안하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줘서 진짜 고맙다” 엄마 봉란은 깡통 치마에 무명저고리를 입고 참외서리, 수박서리에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열여덟의 망아지 같은 처녀였다. 그런 소녀 시절을 간직한 봉란이 세월이 흘러 60대가 된다. 봉란은 딸을 시집보낼 준비를 하면서 해프닝과 갈등을 겪는다. 딸은 시골에서 어렵게 자라 배울 것 못 배우고 자라온 엄마의 조건 없는 희생으로 자랐다. 딸은 제 잘난 생각에 엄마를 은근히 구박하고 무시한다. 그리고 딸은 결혼 후 아기엄마가 되면서 친정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 미안해”2013년의 뮤지컬 ‘친정엄마’는? 뮤지컬 ‘친정엄마’는 연극으로 공연된 작가 고혜정의 수필 '친정엄마'를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2010년 초연했다. 고혜정이 2004년 선보인 '친정엄마'는 세상을 떠난 친정엄마를 회상하는 딸의 사연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딸을 향한 엄마의 한없는 사랑과 모녀간의 애증, 애틋함 등을 전한다. 공연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표현, 관객의 열띤 호응은 물론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이 땅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결혼해 아이 엄마가 된 딸이 비로소 친정엄마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보며 관객들은 내 맘 같아서 웃고 눈물 흘린다. 특히 배우들의 실감 나는 호연에 크게 공감한다. 이번 ‘친정엄마’ 공연에는 ‘국민 엄마’로 대표되는 배우 나문희, 김수미가 출연한다. 배우 김수미는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돌아가신 우리 엄니 내 손으로 밥 한 그릇 해드리고 싶다. 우리 엄니 갈치도 좋아하셨고, 미끈미끈한 보리밥보다 하얀 쌀밥… 밥 대신 이 공연을 매일매일 하늘로 보내드려야지…”라는 말을 남겼다. 배우 뿐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극본, 연출, 안무 감독 등 주요 스태프들 또한 대부분이 여성으로 알려져 공연계 ‘여성파워’라는 또 다른 타이틀로 인기몰이 중이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4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4.05 / 조회 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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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뻔한데 눈물 나는 엄마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공연에서 나타난 뚜렷한 경향 중 ‘엄마’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지난 2007년 연극 를 시작으로 이 마치 열풍처럼 관객들을 끌어 모으더니 이제는 영화, 뮤지컬로 다시 선보이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뮤지컬 는 엄마 시리즈의 유쾌한 변주곡이다. 동명의 연극이 한(限)의 정서를 바탕으로 끈끈한 모녀 이야기를 풀어 공연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면, 뮤지컬은 낯익은 노래와 캐릭터로 경쾌함을 살려 분위기를 띄운다. ‘님과 함께’ ‘소녀시대’ ‘무조건’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당대 히트곡들로 남녀노소 함께 흥얼거릴 수 있어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만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메인 감성은 역시, 눈물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한 감정을 지닌 중장년 관객들에겐 엄마 역을 맡은 김수미와 나문희라는 배우는 그대로 자신의 '엄마'로 투영된다. 공연 내내 들리는 훌쩍임에는 관객 스스로의 경험도 작용해 한다. 그 만큼 내 이야기도, 다른 이의 이야기도 된다.세상에서 내 자식이 제일 예쁘고 귀중해 자식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희생하는 친정엄마, 결혼하고 시댁에 큰 소리 한번 못 치지만 엄마에겐 항상 기대고 의지하는 딸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어머니의 희생과 뒤늦은 딸의 후회라는, 너무 흔한 이 이야기가 오히려 반전처럼 가슴을 때린다. 그러나 이미 연극으로 이야기의 흡인력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오히려 이 점이 아킬레스 건이 된 듯 하다. 완성된 이야기 구조에 들어간 가요는 뜬금없이 흘러나오거나, 혹은 극과 어울리지 않아 이야기와 넘버가 융화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넘버도 있어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다. 다행히 아쉬움은 중견 배우들의 힘으로 상쇄된다. 안타까운 딸을 향해 ‘썩을 년’이라며 정이 묻어나는 욕을 하고, ‘세상에서 네가 제일 이쁘다’며 보듬는 김수미의 연기는 ‘연기’ 같지 않다. 노련한 연기자의 구수한 욕에 수시로 울다가 웃을 수밖에 없다. 딸 역을 맡은 양꽃님과의 연기 화음은 보통의 모녀를 보는 듯 자연스럽다.뮤지컬 는 모녀 사이를 신선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그럴 필요 있냐는 듯 전형적인 친정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눈물과 함께 버무려 차려놓는다. 판에 박힌 내용이다 싶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기는 게 이 작품의 묘한 힘이다. 엄마 시리즈의 열풍을 계속될 듯싶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0.11.25 / 조회 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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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친정엄마> "운명의 끈에 묶인 우리 모녀" 나문희, 이유리
마음이 움직이기도 전에 몸이 감정을 앞서 나가, 소리로, 입으로 먼저 우는 배우의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슬픔은 있으나 그 슬픔이 전해지진 않는 모두에게 난처한 상황.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받치는 감정 앞에, 나문희와 이유리는 코 끝이 먼저 빨개진다. 입술을 앙다물어도 어찌할 수 없는 작은 떨림은 큰 외침 없이도 그녀들을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우르르, 무너지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을 향해 이토록 진정하게 다가가는 배우를 만난다는 건 참으로 축복이다. 꼭 우리 엄마 같은, 꼭 우리 딸 같은 세상에 태어난 딸은 엄마를 두었다가, 엄마가 되었다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 누구도, 어떠한 힘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웃고 울고 또 감싸 안으며 서로가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모녀. 세 딸의 친정엄마이기도 한 나문희와 결혼한 지 두 달이 조금 못 되는 이유리가 모녀로 뮤지컬 에 함께 서는 모습이 참 어울린다. “재작년에 연극 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작품 프로포즈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땐 친정엄마라는 이름의 작품이 여럿 되어서 막 끌리진 않았는데, 이번에 대본을 받아 보니까, 대본이 너~무 좋지, 그야말로. 그 대본 자체로 반했어요. 정말 숨 넘어가기 전에 꼭 해봐야겠다(웃음), 그런 생각이 들었지.”(나문희) 1961년 MBC라디오 공채 1기 성우가 되어 목소리 연기자로 시작된 나문희의 배우 인생은 올해로 꼬박 50년. 고생을 켜켜이 헤쳐 온 품이 넓은, 식탐이 많은 철부지, 혹은 인정사정 봐 주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더라도 배우로서 그녀가 표현한 가장 많은 이름은 ‘엄마’였다. “엄마가 지겹다고? 감히 그런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해요. 난 엄마도 좋고 할머니도 좋고, 다 좋아요. 그런데 는 또 고혜정 작가 특유의 정서거든요. 우리 것, 우리 이야기잖아. 그러니 열심히 찾아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어요?” 고혜성 작가의 수필에서 시작되어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친정엄마의 이야기는 올 봄 뮤지컬로 선보여 2010년 전국을 달궜다. 초연멤버 김수미에 더하여 나문희와 이유리가 합세, 올 겨울 서울 무대를 따뜻하게 품을 참이다. “김수미 선생님과 드라마 ‘당돌한 여자’를 같이 했는데, 공연 하신단 소식을 들었어요. 공연을 보고 나서 와, 너무 좋은 거에요. 김수미 선생님, 나문희 선생님의 호흡을 배울 수 있는 게 이 기회 아니면 없겠다, 싶어서 이번에 막 졸랐어요. 저한테 캐스팅 제의도 없었거든요.(웃음)”(이유리) “지가 막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웃음) 그게 얼마나 갸륵해요.(웃음) 그런데 자기가 좋아서 하겠다는 건 뭔가 돼. 처음엔 ‘나도 시원찮은데, 너까지 그렇게 하면 우리가 되겠냐’(웃음) 그랬는데, 지금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뭔가 만들어 낼 것 같아요.”(나문희) 우리 뮤지컬, 우리 이야기 깡통치마, 무명저고리를 입고 망아지처럼 폴짝폴짝 온동네를 뛰어다니던 노래 잘하던 처녀 김봉란도 시집을 가서 딸을 낳고 살아 이제는 환갑이 훌쩍 넘었다.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저 혼자 큰 줄 아는 딸은 엄마 마음이 어떤지 알 리가 만무하다. 꼭 저 같은 딸 낳아봐야 엄마 마음 아는 법. 막 ‘엄마’가 ‘친정엄마’로 바뀐 이유리는 뮤지컬 속 엄마와 딸의 마음을 이제서야 아주 조금 알 것 같다고 한다. “결혼하고서 진짜 친정엄마가 생각나더라고요. 그 전엔 혼자 살았고, 또 혼자 잘났다고 돌아다녔는데(웃음) 이젠 정말 엄마가 더 많이 도와주길 원하게 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1999년 데뷔 이후 2001년 드라마 ‘학교’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후 ‘노란손수건’,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당돌한 여자’ 등의 작품에서 야무지고 마음 넓은 딸, 착하디 착한 아내와 며느리의 모습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리. 결혼 후 첫 작품이라는 것 외에도 그녀에게 가 특별한 건 데뷔 10년 만의 첫 무대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도 많지 않고, 제가 갇혀 있는 거에요. ‘엄마’라는 말도 (톤을 높여) 엄마! (톤을 낮춰) 엄마~, 엄마아~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전 그냥 ‘엄마’라고 밖에 못하는 거죠. 터트릴 줄 모르고 있어서, 아, 정말 어디가서 좀 배우고 싶다, 그랬는데, 이번에 너무 좋은 기회가 왔어요.” 극단 산하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08년 연극 에서 열연을 펼치는 등 최근까지 연극 무대를 놓지 않았던 나문희에게는 2006년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에 서는 등 뮤지컬이 낯선 장르가 아니다. “라는 작품도 연극이긴 했지만 음악이 많이 들어갔지. 그리고 악극 를 이덕화씨와 했을 때도, 아, 이걸 더 발전시켜서 우리 뮤지컬로 할 수 없나, 그런 생각 했었어요.” “자기가 엄마한테 큰 대접 해 준다고 한 편씩 꼭 보여워죠”라며 미국에 사는 둘째 딸 집에 갈 때 마다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들도 줄줄 이어진다. “도 봤고 도 봤고요. 가장 최근에 본 게 였는데, 사실 오래된 작품이라 보고 싶진 않았는데 표가 그거 밖에 없다고 해서.(웃음) 그래서 기대도 안하고 봤는데 배우가 너무 잘하는 거야. 너~무 훈련이 잘 되서 엘리베이터 식으로 무대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고 또 쭉, 내려오는데 너무 태연하게 거기를 오가면서 생활을 해. 나도 저렇게 정말 관객들에게 뭔가 확실하게 심어드리고 싶어.(웃음)” 평범한 관객이 아닌, 배우로 다른 배우의 무대에 집중하게 되는 나문희의 모습은 영화 ‘맘마미아’를 본 이야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뮤지컬도 봤지만, 영화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을 보니까 너무너무 열심히 했어. 바다로 다이빙도 하고 노래도 직접 부르고, 그 산 꼭대기에도 직접 오르고. 참 훌륭한 배우지. 그걸 보고 나도 해야지, 그건 아니지만, 우리도 저런 열정으로 해야겠다, 그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모녀는 세상 제일 가는 찰떡 궁합 콤비, “와서 모니터 하세요” 국민 엄마 나문희와 국민 딸 이유리는 뮤지컬 로 첫 호흡을 맞춘다. 배우로 한 층 깊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먼저 덤볐던 이유리지만, 연습량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대선배님 나문희와의 한 자리가 결코 쉽지 만은 않을 듯 하다. “처음에 선생님 인상이 딱 절 보시면서 “너 노래 되니?” 그러셨는데(웃음) 제가 뭔가 틀렸을 때 바로 알려주세요. 정확하게 딱딱 가르쳐 주시는데 전 새로운 세계를 접한 듯 너무 좋은거에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웃음)”(이유리) “너무 열심히 하니까 그것만큼 예쁜 게 없지. 자기가 뭐가 부족한지, 그걸 깨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거는 조금이라도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나문희) 투정부리기 보단 혼자 앞일을 헤쳐오던 딸 이유리는 이번 에서 엄마한테 하소연도 해 보고 스트레스도 풀며(?) 나문희 엄마가 계시기에 색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나문희는 “우리 이야기의 우리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우리 가요로 구성된 이번 무대를 통해 구성지고도 뭉클하게 ‘내 엄마’의 모습으로 설 것이라 어느 때 보다 믿음이 실린다. “이 작품에 ‘무조건’이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그게 젤 좋더라고. 엄마는 딸들한테 “무조건, 무조건이야~”잖아.(웃음) 우리 딸들이 매번 공연할 때 마다 와서 보는데, 이번 작품은 못 본다고 할 것 같아. 자기네들하고도 너무 밀접한 관계의 이야기라서. 우리도 연습하면서 몇 번 씩 울거든요. 난 아직 우리 어머니도 살아 계시고요. 그래도 2호선 타고 이대역에 내리셔서 학교로 쏙 들어오세요. 이렇게 좋은 작품, 엄마랑 딸이랑 손잡고 보면 얼마나 좋겠어.”(나문희)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거잖아요. 그 출발이 와 함께고요. 딸로 태어나면, 어느 땐가 엄마가 되고 다시 할머니가 되고, 그렇게 되잖아요. 그런 삶을 이 작품으로 느껴보고, 그리고 덜 불효하라고,(웃음) 와서 모니터 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이유리)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주)엔터프렌즈미디어 제공
2010.10.24 / 조회 17,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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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열심히 떠드는 텔레비전 토크쇼를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델마는 큰 소리로 딸을 부른다. “제시! 제시! 빨리 매니큐어 칠해줘, 나 손 씻고 올게.” 돌아오는 딸의 대답이 또렷하다. “엄마, 나 두 시간 안에 자살 할거야.” 연극 는 극과 극은 통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의 이치를 보여주며, 양 극의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충격들을 밀도 있게 선보인다. 어지러운 테이블이 놓여있는 거실에, 컵과 냄비들이 쓰기 좋게 들어있는 부엌, 이 아무렇지도 않은 공간 속에서 특이할 것 하나 없는 엄마와 딸이 온 몸으로 발산하는 것은, 생을 괴롭힌 가혹했던 것들과의 사투에서 얻은 너무나도 살벌한 체념과 가장들이다. 야식으로 즐겨먹는 도너츠를 사 둔다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배달 시키는 일, 약이 어디 있는지, 카라멜은 어디 있는지 엄마인 델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를 챙기고 다독이는 딸 제시가 간질을 앓아온 이혼녀에 도둑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해도 엄마는 쉼 없이 묻고 또 요구하며 제시의 삶을 한정한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늘 해오던 일인 ‘매니큐어 칠하기’는 소통 부재로 얼룩진 이들 사이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메타포다. 창피함의 요소로 가득한 딸을 낳고 엄마는 ‘사랑’의 이름으로 딸과 스스로의 눈을 보기 좋게 가려버렸다. 특별한 외출도, 유별난 감각도 없는 늙은 엄마가 부지런히 칠하고자 하는 매니큐어는 여성으로서의 미의 추구라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그것을 덮어 감추려는 습성의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마저 혼자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내가 기다려온 때”라며 묵묵히 자살을 강행하려는 딸을 피눈물로 막아서고 “너는 내 아가니까”를 말하는 델마. 뭉클한 어미의 사랑에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무너지려는 찰라, 그녀는 머릿속을 멍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토로한다.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마샤 노먼이 쓴 는 이렇듯 일상 소재가 안은 충격적인 사연들,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로 인해 1982년 초연 이후 끊이지 않는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특히 엄마와 딸, 애증이 가득한 둘의 대화만으로 이들의 삶, 한계선을 넘어버린 딸의 위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그간 박정자, 윤석화, 윤소정, 오지혜 등 내공 쌓인 여배우들의 힘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이번 에서 나문희는 '브라운관의 국민 어머니'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번지는 눈물이 얼굴 위 세월의 굴곡을 굽이굽이 흐를 때면 객석 이곳 저곳에서 참다 못한 흐느낌이 즐비해 진다. 1시간 20여 분의 흐름을 한번에 밀고 가는 힘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문득문득 터트리는 그녀의 절규는 허구의 배우와 실제의 엄마 사이의 분간을 힘들게 한다. 손숙, 서주희, 황정민까지 이번에도 역시 여배우에 기대를 건다. 저마다의 화려함이 응어리 진 침묵에 잔잔한 잡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잘자요, 엄마’하고 남기는 딸의 마지막 인사에 미치지 않을 엄마가 없듯이 우린 또 다시 이들의 목숨 건 선택에 깊게 흔들릴 것이다.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9.19 / 조회 1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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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연기 아닌 ‘나’를 보여줄 무대
자살을 결심한 딸과, 그런 딸을 이해해 가는 엄마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연극 가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2의 여덟 번째 작품인 가 오는 8월 29일 공연을 앞두고 동숭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해 매번 화제를 낳고 있는 연극열전2의 상반기 작품들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나문희가 엄마인 델마 역을 맡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문희와 함께 델마 역을 맡은 손숙, 딸 제시 역의 서주희와 황정민, 그리고 연출가 문삼화가 참여한 가운데,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인 조재현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엄마 델마 역을 맡은 나문희는 “연습하면서 그냥 델마에 빠져들었다”며 시종 일관 연기가 아닌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무대가 될 것을 이야기 했다. 10년 전 같은 역을 맡아 이번이 두 번째 델마로 분하는 손숙은 “지난 10년 세월동안 스스로도 겪은 일이 많았고, 엄마로서의 가슴앓이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소감을 말했다. 나문희와 손숙은 모두 딸 셋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또한 손숙은 “굉장히 힘든 작품이어서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했지만 작품 제의가 왔을 때 거절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올해 가장 좋은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며 작품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마샤 노먼의 데뷔작 [Getting Out]을 연출하기도 한 문삼화 연출은 “제시의 자살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에서 작품이 출발한다”며 “번안극으로서 낯선 소재와 단어들이 있지만 우리의 심장을 찌르는 작가의 치열함이 통하는 작품”으로 를 설명했다.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서주희는 “개성 강한 제시가 아닌 나, 일상 속 딸의 모습이 보여질거라 생각한다”고 했으며, 같은 역을 맡은 황정민 역시 “간질을 앓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제시가 평범한 모습은 아니지만, 딸로서 엄마에게 갖는 생각이 표현될 것이다”라고 세상을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이 제시임을 강조했다. 소통 부재 상황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엄마와 간질병을 앓고 있는 딸, 결국 이들 삶이 딸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는 1983년 뉴욕에서 초연된 마샤 노먼의 명작. 퓰리처 상 등을 수상하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198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윤석화, 손숙, 박정자, 윤소정,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선보인 바 있다. 기자간담회 모습 의 배우들. 서주희, 나문희, 손숙, 황정민.(왼쪽부터)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 조재현.글/사진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8.08 / 조회 14,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