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어웨이크닝> 던킨 쉭의 차기작 <아메리칸 사이코>
작성일2016.03.30
조회수11,123
올 봄 브로드웨이는 뮤지컬 <해밀턴>의 인기로 뜨겁다. 지난해 오픈 이후 연일 매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까지 공연한 이 작품은 <인 더 하이츠>를 쓴 작가 린-마누엘 미란다가 작곡, 제작에 주인공 해밀턴까지 맡았다.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의 생애와 미 건국 초기 역사를 다룬다. 해밀턴 자체가 10달러 지폐에 나오는 얼굴 주인공 정도로만 알려진 터라 미국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데다, 작품 전체가 랩이라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해밀턴>의 인기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다.
하지만 브로드웨이가 어딘가? 놀라움으로 가득한 뮤지컬의 나라! 올해도 강력한 신작들이 줄지어 오픈할 예정이다.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아서 밀러의 연극 <크루서블>과 포크 록 싱어 송 라이터 사라 바렐리스 작곡, 뮤지컬 <뷰티플>로 토니상을 받은 제시 뮬러 주연의 뮤지컬 <웨이트리스>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웨이트리스>는 역사상 최초로 제작진이 모두 여성스텝으로 꾸려져 더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올해 가장 핫한 신작은 바로 작곡가 던킨 쉭의 차기작이다.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금지서' 된 동명 소설이 뮤지컬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파격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곡가 던킨 쉭이 이번엔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로 브로드웨이로 돌아왔다. 웨스트엔드에서 제작된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진출 소식이 들리자마자 관객들이 박스오피스 앞에 줄을 선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원작의 힘. <스프링 어웨이크닝>만큼이나 동명소설 <아메리칸 사이코>도 1991년 출판 당시 그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금지서로 뽑혔던 지라 대체 이 작품이 어떻게 뮤지컬이 됐나 관객들의 궁금증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던킨 쉭의 음악에 대한 기대와 믿음. 다루기 어려운 엄청난 문제작을 그 누구도 아닌 던킨 쉭이 뮤지컬로 승화시켰으니 믿고 봐도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메리칸 사이코> (2000년)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Lonsgate/The Kobal Collection)
팬티 한 장을 입어도 폴로 랄프로랜이어야 하는 '여피' 아메리칸 사이코
한 남자가 슈퍼스타처럼 등장한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 근육으로 다져진 완벽한 바디라인. 폴로 랄프로랜 팬티 한 장만 걸치고 나타나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아침마다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조근 조근 늘어놓기 시작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패트릭 베이트먼, 26살의 잘 나가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회사 직원이다. 호화주택에 살고, 최고의 식당만 찾아다니며, 명품만 입고, 세탁물은 세탁소에 맡기는 전문직을 가진 성공한 젊은이,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여피(Yuppy: Young Urban Professional)가 바로 그다.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는 80년대 미국 사회의 산물인 여피문화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면서 인간성이 상실되기 시작하는 정신적 풍요 시대의 종말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패트릭 베이트먼을 통해 보여준다.
빈 깡통도 명품 브랜드만 붙이면 가치 있는 명품으로 둔갑해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실제 가치보다 브랜드 네임이 그 가치를 결정하는 공허한 세상에서 패트릭은 말한다. 겉모습, 눈에 보이는 것만 의미 있는 것이라고. 누가 무엇을 걸치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구두를 신고,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중요하지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에는 그는 전혀 관심이 없다. 최고의 외모, 최고의 브랜드만을 찾으며 그는 그렇게 물질적 풍요를 전부로 여기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다 정신적으로 파괴돼가는 괴물, 아메리칸 사이코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자기보다 더 좋은 명함을 만들었고, 자기는 예약도 힘든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 집 드나들듯 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질투심과 분노에 급기야 정신분열을 일으킨 주인공은 브랜드 옷은커녕 누더기를 걸친 홈리스를 살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유도 없이 닥치는 대로 연쇄살인을 해나간다.
브로드웨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벤자민 워커 분)
(ⓒJeffrey Eichards Associates)
던킨 쉭이 선사하는 건조하고 날카로운 일렉트릭 뮤직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던킨 쉭은 극적이면서도 풍성한 감성과 감미로운 멜로디로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 반대의 음악을 선사한다.
물질이 영혼을 지배하는 세기말을 표현하려는 듯 감정과 감성을 완전히 제거한 건조한 음악이 패트릭의 분열된 정신세계와 일상을 채운다. 한 인터뷰에서 던킨 쉭은 처음 이 작품 작곡을 시작했을 때, 뮤지컬로서는 최악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써야하니까 다시 원작 소설을 찾아 읽고 뮤지컬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찾던 중, 전체 쇼를 전자악기,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그리고 드럼 머신을 이용해 작곡하면 재미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음악은 그의 의도대로 작곡됐고, 인간의 개성보다 스타일과 브랜드 네임을 중시하는 1980년대 여피문화를 1980년대 음악 파스티셰로 훌륭하게 표현한다.
특히 명품으로 휘감은 여배우들이 명품 브랜드를 나열하는 리스트송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당신(You Are What You Wear)"은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던킨 쉭의 음악, 그만의 아름다운 선율을 기대했던 탓일까? 전혀 그의 것 같지 않은 무미건조한 음악에 실망스럽고 아쉬움마저 들었다.
극을 이끄는 패트릭의 나레이션... 연극에 가까워
연출을 맡은 루퍼트 굴드 역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처음부터 위험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실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이 노래를 많이 부르는 연극이라고 <아메리칸 사이코>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그의 말대로 이 작품은 오프닝송도 없이 패트릭 베이트먼의 방백으로 시작하고, 작품 내내 그의 내레이션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뮤지컬에서 노래의 역할이 등장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쩌면 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살인행각과 비뚤어진 정신세계는 노래로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너무 많이 보여주고, 너무 많이 설명하는 느낌이 강하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섹스 신과 살인 신도 한 단계 예술적으로 승화되고 상징화됐으면 이 작품만의 재미이자 매력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뮤지컬 중 'You are What you wear'장면 (런던 프로덕션, ⓒ뉴욕타임즈)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패션쇼
하지만 보이는 걸 중시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 뮤지컬엔 볼거리가 많다.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같은 굵직굵직한 스타들과의 협업은 물론 런던 올림픽 클로징 세레모니까지 담당했던 에스 데블린이 제작한 무대는 극장에서 제일 처음 시선을 끌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속 패트릭의 집을 무대로 옮겨온 듯한, 수술실의 냉기가 느껴지는 호화 주택 거실이 보이는데, 거기에 투명한 비닐커튼이 관객과 무대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쇼가 시작되면 그 비닐 커튼을 이용한 쇼킹한 한 컷으로 단번에 관객들을 <아메리칸 사이코>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전체적으로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패션쇼 같다고나 할까?
사이코 이야기가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다니
2016년 지금, 뉴스에는 연일 살인사건이 넘쳐난다. 브랜드 네임으로 사람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다.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아메리칸 사이코> 원작 소설이 출판됐던 1991년에는 잔인한 살인 장면과 패트릭 베이트먼 같은 인간상이 충격적이었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것들에 무감각해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궁금했다. 2016년의 아메리칸 사이코는 우리를 어떤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게 해줄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줄지. 하지만 뮤지컬이 선사한 무대 위 블러드 페스티벌은 불편하기 보다는 싱거웠고, 그래서 씁쓸했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이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브로드웨이가 어딘가? 놀라움으로 가득한 뮤지컬의 나라! 올해도 강력한 신작들이 줄지어 오픈할 예정이다.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아서 밀러의 연극 <크루서블>과 포크 록 싱어 송 라이터 사라 바렐리스 작곡, 뮤지컬 <뷰티플>로 토니상을 받은 제시 뮬러 주연의 뮤지컬 <웨이트리스>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웨이트리스>는 역사상 최초로 제작진이 모두 여성스텝으로 꾸려져 더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올해 가장 핫한 신작은 바로 작곡가 던킨 쉭의 차기작이다.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금지서' 된 동명 소설이 뮤지컬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파격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곡가 던킨 쉭이 이번엔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로 브로드웨이로 돌아왔다. 웨스트엔드에서 제작된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진출 소식이 들리자마자 관객들이 박스오피스 앞에 줄을 선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원작의 힘. <스프링 어웨이크닝>만큼이나 동명소설 <아메리칸 사이코>도 1991년 출판 당시 그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금지서로 뽑혔던 지라 대체 이 작품이 어떻게 뮤지컬이 됐나 관객들의 궁금증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던킨 쉭의 음악에 대한 기대와 믿음. 다루기 어려운 엄청난 문제작을 그 누구도 아닌 던킨 쉭이 뮤지컬로 승화시켰으니 믿고 봐도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메리칸 사이코> (2000년)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Lonsgate/The Kobal Collection)
팬티 한 장을 입어도 폴로 랄프로랜이어야 하는 '여피' 아메리칸 사이코
한 남자가 슈퍼스타처럼 등장한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 근육으로 다져진 완벽한 바디라인. 폴로 랄프로랜 팬티 한 장만 걸치고 나타나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아침마다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조근 조근 늘어놓기 시작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패트릭 베이트먼, 26살의 잘 나가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회사 직원이다. 호화주택에 살고, 최고의 식당만 찾아다니며, 명품만 입고, 세탁물은 세탁소에 맡기는 전문직을 가진 성공한 젊은이,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여피(Yuppy: Young Urban Professional)가 바로 그다.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는 80년대 미국 사회의 산물인 여피문화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면서 인간성이 상실되기 시작하는 정신적 풍요 시대의 종말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패트릭 베이트먼을 통해 보여준다.
빈 깡통도 명품 브랜드만 붙이면 가치 있는 명품으로 둔갑해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실제 가치보다 브랜드 네임이 그 가치를 결정하는 공허한 세상에서 패트릭은 말한다. 겉모습, 눈에 보이는 것만 의미 있는 것이라고. 누가 무엇을 걸치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구두를 신고,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중요하지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에는 그는 전혀 관심이 없다. 최고의 외모, 최고의 브랜드만을 찾으며 그는 그렇게 물질적 풍요를 전부로 여기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다 정신적으로 파괴돼가는 괴물, 아메리칸 사이코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자기보다 더 좋은 명함을 만들었고, 자기는 예약도 힘든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 집 드나들듯 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질투심과 분노에 급기야 정신분열을 일으킨 주인공은 브랜드 옷은커녕 누더기를 걸친 홈리스를 살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유도 없이 닥치는 대로 연쇄살인을 해나간다.
브로드웨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벤자민 워커 분)
(ⓒJeffrey Eichards Associates)
던킨 쉭이 선사하는 건조하고 날카로운 일렉트릭 뮤직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던킨 쉭은 극적이면서도 풍성한 감성과 감미로운 멜로디로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 반대의 음악을 선사한다.
물질이 영혼을 지배하는 세기말을 표현하려는 듯 감정과 감성을 완전히 제거한 건조한 음악이 패트릭의 분열된 정신세계와 일상을 채운다. 한 인터뷰에서 던킨 쉭은 처음 이 작품 작곡을 시작했을 때, 뮤지컬로서는 최악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써야하니까 다시 원작 소설을 찾아 읽고 뮤지컬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찾던 중, 전체 쇼를 전자악기,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그리고 드럼 머신을 이용해 작곡하면 재미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음악은 그의 의도대로 작곡됐고, 인간의 개성보다 스타일과 브랜드 네임을 중시하는 1980년대 여피문화를 1980년대 음악 파스티셰로 훌륭하게 표현한다.
특히 명품으로 휘감은 여배우들이 명품 브랜드를 나열하는 리스트송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당신(You Are What You Wear)"은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던킨 쉭의 음악, 그만의 아름다운 선율을 기대했던 탓일까? 전혀 그의 것 같지 않은 무미건조한 음악에 실망스럽고 아쉬움마저 들었다.
극을 이끄는 패트릭의 나레이션... 연극에 가까워
연출을 맡은 루퍼트 굴드 역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처음부터 위험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실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이 노래를 많이 부르는 연극이라고 <아메리칸 사이코>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그의 말대로 이 작품은 오프닝송도 없이 패트릭 베이트먼의 방백으로 시작하고, 작품 내내 그의 내레이션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뮤지컬에서 노래의 역할이 등장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쩌면 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살인행각과 비뚤어진 정신세계는 노래로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너무 많이 보여주고, 너무 많이 설명하는 느낌이 강하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섹스 신과 살인 신도 한 단계 예술적으로 승화되고 상징화됐으면 이 작품만의 재미이자 매력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뮤지컬 중 'You are What you wear'장면 (런던 프로덕션, ⓒ뉴욕타임즈)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패션쇼
하지만 보이는 걸 중시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 뮤지컬엔 볼거리가 많다.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같은 굵직굵직한 스타들과의 협업은 물론 런던 올림픽 클로징 세레모니까지 담당했던 에스 데블린이 제작한 무대는 극장에서 제일 처음 시선을 끌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속 패트릭의 집을 무대로 옮겨온 듯한, 수술실의 냉기가 느껴지는 호화 주택 거실이 보이는데, 거기에 투명한 비닐커튼이 관객과 무대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쇼가 시작되면 그 비닐 커튼을 이용한 쇼킹한 한 컷으로 단번에 관객들을 <아메리칸 사이코>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전체적으로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패션쇼 같다고나 할까?
사이코 이야기가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다니
2016년 지금, 뉴스에는 연일 살인사건이 넘쳐난다. 브랜드 네임으로 사람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다.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아메리칸 사이코> 원작 소설이 출판됐던 1991년에는 잔인한 살인 장면과 패트릭 베이트먼 같은 인간상이 충격적이었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것들에 무감각해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궁금했다. 2016년의 아메리칸 사이코는 우리를 어떤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게 해줄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줄지. 하지만 뮤지컬이 선사한 무대 위 블러드 페스티벌은 불편하기 보다는 싱거웠고, 그래서 씁쓸했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이 느낌이 아니었을까?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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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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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m52**님 2016.04.13
<아메리칸 사이코>;. 기사 잘 읽었습니다. 보는 내내 참 흥미로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