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손드하임의 독특한 무대미학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

‘질서. 디자인. 긴장감. 균형. 조화….’ 뮤지컬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이하 선데이)의 주인공인 화가 조지가 창작을 위해 늘 되내이는 것들이다. 조화로운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한 채로 각각의 요소들을 한데 모으고 배치하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만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예술에서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 뮤지컬로 탄생
<선데이>는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과 그의 오랜 창작 파트너 제임스 라파인(James Lapine)의 작품이다. 점묘법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후기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대표 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그의 일생을 픽션으로 극화한 뮤지컬.

1983년 오프 브로드웨이의 플레이라이츠 호라이즌스 (Playwrights Horizons)에서 1막만으로 초연되었다 2막을 완성, 1984년 5월 비로소 브로드웨이의 부쓰 띠어터(Booth Theatre)에서 막이 올랐던 뮤지컬이다.
1884년, 백색의 캠버스를 형상화한 무대에 세느 강변과 공원의 풍경이 프로젝터를 이용해 하나씩 표현되며 조지가 연인인 도트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이 작품은 시작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1막은 연인 도트와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조지가 꼬박 2년간 매진해 그의 작품에 담아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들의 일상이 진행된다. 오로지 작품에만 매진하는 조지에게 상처받은 도트는 딸 마리를 낳은 뒤 제빵사인 루이스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다. 다른 사람들도 각각 나름의 이유들로 갈등에 휩싸이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 나는데, 조지는 화폭에 그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대표작인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완성해간다.
1막은 배우들의 배치와 그대로 매치되는 실제 그림이 오버랩 되면서 막이 내린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는 그림으로 표현되었던 주변 배경과 동물들이 프로젝터를 이용해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된다.

2막은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더운 날씨에 꼼짝 않고 조지의 모델을 서던 인물들이 31세에 요절한 조지에 대해 한마디씩 하면서 무대에서 퇴장한다. 배우들이 하나씩 퇴장할 때마다 무대 뒤편에 비춰지는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그림에는 그 배우의 모습이 추가된다. 이 또한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무대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1984년 뉴욕의 한 박물관으로 옮긴다. 이 곳에서 조지의 딸 마리와 증손주(조지)가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조지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며 자신의 예술 작품인 ‘크로몰룸 #7’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서도 예술가의 삶에 대해 고뇌를 느끼던 조지는 얼마 후 프랑스를 방문, 그랑드 자트 섬을 찾는다. 그는 마리로부터 물려받은 노트 안에 증조 할아버지인 조지가 남긴 메모를 읽으면서 상상 속에 도트와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조지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창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모두가 퇴장한 후, 그는 하얀 캔버스 위에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무대에 남는다.

 

이 작품에서 손드하임과 라파인은 작품 전체를 통해 예술가와 그들의 창작작업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 이외에는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 하는 조지는 분명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인간이다. 자신의 연인은 물론 딸마저도 책임지지 못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들 안으로 들어가 섞이지 못하고 늘 관찰자적인 입장에만 머물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작품의 엔딩이 더 감동적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마지막에 도트가 조지에게 들려주는 “무브 온(Move On)”은 주변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에 충실한 창작을 하는 것이 비로소 예술임을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조지의 작품의 모델이 되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무대에 섰을 때, 그들은 조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다소 특이하고 혹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예술가로서의 그의 세계만큼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순간인 것이다. 예술의 상업적인 가치나 그 외 부가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로 예술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화폭,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생생한 재현
1984년 5월 초연 이후이듬해 10월까지 공연된 이 작품은 뛰어난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토니 어워드에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으며 8개 부문의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드라마 부문의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 라운드어바웃 띠어터 컴퍼니의 2007-2008시즌 작품 중 하나로 막이 오른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은 2005년 런던의 20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인 미니어 쵸콜릿 팩토리(Menier Chocolate Factory)에서 오픈, 성황리에 공연된 뒤 2006년 런던 웨스트 앤드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었던 프로덕션을 브로드웨이로 옮겨온 것이다.

이 작품은 손드하임 특유의 노래와 미술,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손드하임은  점묘적인 이미지들을 특유의 미니멀리즘 기법을 통해 적절히 표현해내고 있어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이번 프로덕션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적절히 활용한 무대로 관객과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시종일관 화려한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볼거리를 더한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시도에 대해서 다소 의견이 분분한 면이 있다. 일반 관객들은 대부분 프로젝터를 이용해 선보이는 다양한 변화에 크게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편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친 테크놀로지가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써 극의 네러티브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반응을 보이고도 있다. 특히 2막에서 4명의 조지가 프로젝터로 더해지는 장면에서는 다소 지나침이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배우가 아닌 그림 그 자체이다. 따라서 그것을 보다 돋보이게 해준 부분에 있어서는 테크놀로지의 활용이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