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뉴욕 브로드웨이 봄시즌 기대작

봄이다! 브로드웨이에도 6월 토니어워즈를 앞두고 새로운 쇼들의 오픈 소식으로 봄기운이 가득하다. 먼저 초강력 신작 뮤지컬 세 편이 뉴욕 비평가와 팬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썸씽 라튼! (Something Rotten!)>
‘소문이 무성한’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이 뮤지컬, 대표적인 소문 몇 개만 들자면 이렇다 - ‘뒤집어지게 웃기대’, ‘대박 확신, '자신감 넘친 제작자들이 지방공연도 스킵하고 바로 브로드웨이로 직행했단다’. 여기에 ‘최우수 뮤지컬’ 포함 2011년 토니 어워즈 9개 부문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의 황태자 <북 오브 몰몬>의 케이시 니콜라우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니 더 말해 뭐하랴.

1590년대 셰익스피어 시대. 프리미엄 티켓도, 스타 캐스팅도, 공연 전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멘트도 없던 시절, 보텀 형제는 자신들이 쓴 연극을 히트시키려고 애쓰지만 록스타 ‘바드' 때문에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 점쟁이로부터 들은 기가 막힌 한 마디는 “미래에는 연극에 춤과 노래, 연기가 들어갈 것이다”. 영감을 얻은 보텀 형제는 듣도 보도 못한 공연을 탄생시키니, 바로 세계 최초의 뮤지컬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실제 창작자들도 형제다. 송라이터 웨인 컬크패트릭(애미 그랜트, 에릭 클랩튼같은 가수들과 작업을 해옴)과 캐리 컬크패트릭(영화 <스머프2>, <치킨 런>의 시나리오 작가 겸 연출) 두 컬크패트릭 형제가 음악과 가사를 썼다.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지 아니면 소문대로 굉장할지? 그리고 컬크패트릭 형제의 상상력이 무대 위에 펼칠 셰익스피어 시대 태어난 세계 최초의 뮤지컬은 어떤 모습일까? <썸씽 라튼!>(맨 위 사진)은 4월 22일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오픈 예정.

<파인딩 네버랜드(Finding Neverland)>
미드 <글리>의 훈남 선생님 매튜 모리슨이 뮤지컬 <파인딩 네버랜드>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2004년 조니 댑,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동명영화와 앨랜 니의 연극 <피터팬이었던 남자>가 원작. 매튜 모리슨은 영원한 소년 피터팬을 만든 극작가 배리 역을 맡는다.


피터팬을 만든 극작가 배리 역을 맡은 매튜 모리슨(오른쪽)

이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는 매튜 모리슨의 타고난 감미로운 목소리를 돋보이게 해줄 개리 발로우의 음악이다. 전설적 아이돌 테이크 댓(Take That)의 음악적 주축이자 영국 정부가 주는 최고의 훈장 OBE 작위를 받기도 한 그는 머리털 나고 한 번도 뮤지컬 음악을 작곡할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듀서가 가볍게 한 곡만 써달라기에 그는 ‘그래 한 곡 정도야 뭐!’하고 바로 가볍게 24시간 만에 한 곡을 썼고, 그 인연으로 올 봄 생애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작곡가로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이다.

후크 선장 역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비스트 역과 시트콤 <프레이저>의 타이틀롤로 유명한 켈시 그래머가 연기한다. 매튜 모리스가 선사할 영원한 동심의 세계 네버랜드가 기대된다. <파인딩 네버랜드>는 4월 15일 런트 폰테인 극장에서 오픈 예정.

<펀 홈 (Fun Home)>
예전에 한 번 소개드렸던 뮤지컬 <펀 홈>이 역시나! 드디어! 브로드웨이 입성에 성공했다. ‘2013년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비평가의 찬사 속에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렸고, 올 봄 뮤지컬 팬과 비평가가 가장 기대하는 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이면서 이미 5개 시상식에서 최우수 뮤지컬로 뽑힌 만큼 올해 토니어워즈 최우수 뮤지컬은 <펀 홈>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상까지 들린다.


조앤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린 뒤 얼마 후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듣게 되는 아버지의 비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고통 속에 갇혀 살아야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며, 조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역 배우 시드니 루커스의 명품 레즈비언 연기를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리사 크론의 대본과 지닌 테소리의 음악이 오프보다 사이즈가 큰 브로드웨이 무대로 옮겨지면서 어떤 수정과정을 거치게 될까?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관객들에게 전해줬던 그 잔잔하면서도 큰 감동이 무대의 사이즈에 상관없이 전해지길 바란다.

<오디언스 (The Audience)>
영국 여왕 전문배우(?) 헬렌 미렌의 팬이라면 반가울 연극도 한 편 있다. 2006년 영화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가 이번에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품위 있는 명품 여왕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더 퀸>을 집필한 작가 피터 모건이 쓴 작품으로, 2013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돼 헬렌 미렌에게 올리비에상의 영광을 안겨줬다.


작품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주인공으로, 60년 이상 매주 행해져 온 수상과의 비밀 접견을 소재로 한다. 절대 비밀로 공개되는 여왕과 수상과의 만남을 작가 피터 모건은 그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무대 위에 펼친다. 윈스턴 처칠부터 철의 여인 마가렛 데처 수상 그리고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수상을 만나는 재미가 기대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맡는다. 제럴드 쇤펠드 극장에서 3월 8일부터 공연 중.

<핸드 투 갓(Hand to God)>
엽기 코미디 한 편도 눈에 띈다. 헬렌 미렌 같은 빅스타도 유명한 창작자의 이름도 보이지 않지만, 이 연극에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인형이 있다. 그것도 엽기적이고 사악한 인형. <핸드 투 갓>은 <애비뉴 큐> 이후 거의 10년 만에 다시 브로드웨이에 인형을 등장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극작가 로버트 아스킨스이 집필한 이 작품은 MCC극장에서 호평 속에 오프브로드웨이 런을 마치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 작품을 올해 토니 최우수 연극상 후보가 될 것으로까지 점치고 있다. 또 누가 알겠는가?


최근 종영된 드라마 <킬미힐미>에 7개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이 있다면, 이 연극에는 착한 청소년 제이슨과 그의 왼손에 사는 사악한 인형 타이론이 있다. 타이론은 제이슨의 마음 깊은 곳에 잠재해있으면서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그의 잔인하고 어두운 면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제이슨 역을 맡은 스티븐 보이어는 작년 오비 어워즈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익숙한 스타는 없지만 앞으로 익숙해질 빅스타를 미리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 작품, 과연 연극계의 <애비뉴 큐>가 될까? <핸드 투 갓>은 4월 7일 부스 극장에서 오픈.

이외에도 올봄 브로드웨이는 작년에 비해 좋은 신작과 리바이벌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풍성하다. 사랑스러운 히로인 케리 오하라가 <왕과 나>로 링컨센터 무대에 다시 서고, 사인필드로 유명한 래리 데이비드가 연극 <어둠 속의 물고기(Fish in the Dark)>을 직접 쓰고 출연하기까지 해 프리뷰 시작 이후 그를 직접 보려는 관객들로 붐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DJ 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빌 나이가 연극 <스카이라잇>을 통해 그만의 강하고 감성적인 연기를 펼친다. 미드 <매드맨>의 엘리자베스 모스와 <젠틀맨의 사랑과 살인가이드>의 브라이스 핑크햄 주연의 <하이디 크라니클스(The Heidi Chronicles)>도 <매드맨>의 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겠다.

TodayTix- 공연 할인 티켓 앱
뉴욕 관광을 계획 중인 연극, 뮤지컬 팬들을 위한 팁 하나 드리겠다. TodayTix라는 어플인데,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모두 사용가능하고, 1주일 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뮤지컬과 연극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가끔 이벤트도 해서 좋은 공연 티켓이 황당하게 싼 가격에 뜨기도 한다.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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