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푹 빠진 <헤드윅>, 푹 빠질 <썸씽 라튼!>

뉴욕 브로드웨이는 변함없이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새 작품이 연이어 오픈하고, 토니상 후보작도 발표됐다. 그 가운데 다시 헤드윅의 금발가발을 쓴 존 카메론의 부상 소식이 안타까움과 감동을 전했다.

존 카메론 미첼, 무릎 깁스한 헤드윅으로 부상 투혼
17년 만이다. 다시는 헤드윅을 연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이 지난 1월 21일부터 4월 26일까지 3개월 동안 금발가발을 다시 썼었다. 하지만 쉰 하나의 나이를 잊고 온몸을 불사른 그, 2월 10일 저녁 공연 때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를 부르는 동안 무리해서 점프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했다. 수술까지 해야 했지만, 1주일 만에 무릎 깁스를 하고 다시 무대에 섰고 마지막 공연까지 무사히 마쳤다.

물론 욕심만큼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종횡 무진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특별한 무대였다. 존이 무릎 수술 후 무대에 서지 못했을 때, 미국드라마 <덱스터>의 마이클 C. 홀이 1주일 동안 언더스터디를 했는데, 존 카메론 미첼이 무척 뿌듯해했다. 왜냐하면 17년 동안 <헤드윅>이 얼마나 사랑받는 작품이 됐는지 입증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존 카메론 미첼은 이번에 헤드윅을 하면서 앞으로 셰익스피어 연극에 출연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존 카메론 미첼의 맥베스연기는 어떨까?


<헤드윅>

제69회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후보작 발표
다음으로 오는 6월 7일 열릴 토니상 소식.
‘최우수 뮤지컬상’ 후보는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 <펀 홈(Fun Home)>, <썸씽 라튼!(Something Rotten)> 그리고 <더 비지트(The Visit)> 이렇게 총 4작품. 그 가운데 <파리의 미국인>과 <펀 홈>은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12개 주요 부문에 각각 이름을 올리며 공동 최다 노미네이트 작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뮤지컬 팬의 큰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썸씽 라튼!>과 거장 캔더와 앱의 유작 중 하나인 치타 리베라 주연 <더 비지트>도 강력한 후보작이다. 이들 중 무성한 소문 속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당돌한 뮤지컬 <썸씽 라튼!>이 개막과 함께 토니상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그 매력을 짚어본다.

<썸씽 라튼!>을 보느냐 마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뮤지컬 코미디의 황태자 <북 오브 몰몬>의 케이시 니콜라우가 연출과 안무를 맡은 이 작품, 무성한 소문만큼 먹을 것도 풍성한 잔치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1590년대, 셰익스피어는 당시 요즘으로 치면 빅뱅의 지드래곤급 슈퍼스타다. 한편 그의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무명작가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성씨도 ‘밑바닥’이라는 뜻인 ‘보텀’형제다. 형 닉은 셰익스피어를 인정하지 않는다. 남의 작품이나 베껴대는 셰익스피어를 한 방에 보낼 히트 쇼를 만들어 밑바닥에서 최고의 작가로 급부상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당장 히트 쇼를 만들어내라는 후원자의 독촉에 닉은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간다. 여기서 잠깐! 이 노스트라다무스는 그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라 그의 조카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다. 닉은 노스트라다무스에게 묻는다.

“앞으로 셰익스피어가 쓸 최고 히트작이 뭔지 점쳐주세요.”
노스트라다무스는 눈을 감고 점을 치기 시작한다. 손으로 천천히 미래를 더듬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이것, 뮤지컬! 미래에는 배우가 공연을 하는 동안 노래를 하고 춤을 출 것이라는 말에 닉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다. 그러자 예언자는 닉과 그리고 극장의 관객에게 평생 잊지 못할 놀라운 무대를 펼쳐보인다. 르네상스시대부터 최근까지 공연됐던 뮤지컬 명장면을 노래 한 곡에서 총망라하는데, 상상해보시라! <애비뉴 큐>, <퍼시픽 오버처>, <시카고>, <올리버> 등 히트 뮤지컬의 조연 포함 등장인물이 총출동해 얼마나 뮤지컬이 멋지고 환상적인지 보여주는 무대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는 닉의 질문에 앞으로 셰익스피어의 최대 히트작이 될 작품은 아침식사에 관한 뮤지컬 <오믈렛>이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해서 <썸씽 라튼!>에서 보텀형제가 쓴 세계 최초의 뮤지컬 <오믈렛>이 탄생하게 된다.


<썸씽 라튼!>

말장난부터 몸개그까지 하하하
<썸씽 라튼!>은 웃기다. 코미디의 진수가 무엇인지 다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셰익스피어 작품과 등장인물을 풍자한 말장난으로 끊임없이 웃긴다. 예를 들면, <베니스의 상인>의 악당 샤일록이 보텀형제의 후원자로 등장하는데, 여기선 “샤일록, 진짜 선량한 유대인”이다. <햄릿>에 등장하는 악당 삼촌의 이름을 <라이온 킹>과 혼동해 ‘엉클 스카’라고 등장시킨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입에서 툭툭 터져 나오는 엉터리 뮤지컬 제목이나 대사는 <썸씽 라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재미다. 게다가 적절한 몸개그도 서슴지 않아 정직하고 큰 웃음을 끊임없이 준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만큼만 볼 수 있어 아쉬운 뮤지컬
아쉬운 점은 연극이나 뮤지컬에 관심 없이, 뉴욕에 왔으니 뮤지컬이나 한 편 볼까 하고 명성만 듣고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한 관객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배우들이 쏟아내는 유머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연극과 뮤지컬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날 함께 공연을 봤던 뉴욕 토박이 친구도 재미는 있었지만 유머를 다 이해할 수가 없어 약간 소외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웨인 컬크패트릭, 캐리 컬크패트릭 형제(음악과 가사)가 북라이터 존 오패럴과 함께 만들어낸 오리지널 뮤지컬 <썸씽 라튼!>은 유쾌하고, 재치 넘치고, 배우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신나는 작품이다. 잘 짜여진 앙상블 넘버가 많아서 유머를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브로드웨이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최고의 뮤지컬 씬을 관객에게 선물로 주는,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작다운 우리가 푹 빠질 썸씽 원더풀! 이다.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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