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쓰릴 미>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 - 한국 팬들에게 최초로 전하는 세 가지 소식!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우리의 완소 뮤지컬 <쓰릴 미>. 늦은 봄비가 내리던 날 오후, <쓰릴 미>의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를 오랜만에 마주했다. 까만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상기된 표정이었는데, 지난 6월 1일 <쓰릴 미>가 스페인 ‘프레미오스 테아트루 뮤지컬 시상식’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기 때문이라 짐작하고 축하인사를 건냈다.

스티븐 돌기노프(이하 스티븐) : 고맙습니다. 스페인에서만 세 번째 프로덕션으로, 최우수 연기, 최우수 연출, 최우수 대본상을 받았어요. 더 기쁜 건 <쓰릴 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리실라>와 당당히 박빙의 승부를 펼쳐 얻은 성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오늘 제가 한국 팬들에게 최초로 전할 기쁜 소식이 있어서 더 설렙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팬들을 위한 스티븐의 세 가지 기쁜 소식!

첫 번째 핫뉴스 :  <쓰릴 미> 브로드웨이 간다! & 한국어 OST 발매 원해요~
스티븐: 이 소식은 한국 팬에게 가장 처음으로 알리는 것인데요. 2016년 봄에 <쓰릴 미>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뮤지컬 <킹키부츠>와 <사이드쇼>를 제작한 토니상 수상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을 거구요. 똑같이 2인극으로 갈 예정이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2대의 피아노를 등장시킬까 고려 중인데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강경애(이하 ): 진심으로 축하해요. 이런 특종을 우리나라 팬에게 가장 처음으로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스티븐: 당연하지요. 제가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웃음) 참, 말이 나온 김에 제가 한국 팬들께 해명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제가 원하지 않아서 <쓰릴 미> 한국어 OST가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한국어로 된 OST를 듣고 싶은 게 저구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화 제작권을 갖고계신 프로듀서님도 어서 영화 만들어주세요. 전 프로듀서님이 <쓰릴 미>를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신신당부하며 웃음)

: 스티븐씨 페이스북이 잘 정리돼있던데, 혹시 직접 관리하는 건 아니죠?

스티븐: (굉장히 좋아하며) 정말 정리가 잘 돼 있어요? 제가 직접 매일 아침 파자마 바람에 커피 마시면서 혼자 업데이트하거든요.

: 실력이 대단하신데요. 관리해주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줄 알았어요. 한국 팬들에게 링크를 알려드려도 될까요?

스티븐: 물론입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https://www.facebook.com/Stephendolginoff) 그리고 저 아직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은 따끈따끈한 뉴스가 또 있습니다.

두 번째 핫뉴스 : 신작 <플레임스>, <몬스터 메이커스>도 기대해주세요!
스티븐: 제 신작 <플레임스>가 얼마 전 영국에서 공연을 마쳤고, 최신작 <몬스터 메이커스>도 아이오와 주에서 10월 첫 공연 예정입니다.

: 우와, 신작 두 편이 동시에요? 먼저 <플레임스>부터, 어떤 이야기인가요?

스티븐: <플레임스>는 <쓰릴 미> 팬이 좋아할 만한 또 다른 스릴러를 쓰고 싶어서 시작한 순수창작 뮤지컬입니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서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면? 제가 페이스-오프 아이디어를 좋아하거든요.

이야기는 어느 천둥번개 치는 밤 공동묘지에서 벌어집니다. 음산한 그런 밤이요. 한 남자가 메러디스와 에릭 앞에 나타나 자신이 1년 전 화재사고로 죽은 그녀의 약혼자이자 그의 절친이었던 에드먼드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날 밤 화재사고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는 듯 하지만 진실은 에드먼드의 얼굴처럼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입니다.


뮤지컬 <플레임스> 

: 줄거리만 들어도 빨리 보고 싶은데요. 다음 프로덕션은 언제 어디에서 공연되나요?

스티븐: 올 가을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에서 올라갈 예정입니다. 만약 그 전에 이 작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사무엘 프렌치 출판사 (http://www.samuelfrench.com/p/17390/flames)에서 확인하실 수 있구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달 말(6월)까지는 제 육성이 담긴 데모버전을 들으실 수가 있어요. 제가 여자 역까지 혼자서 다 소화했답니다. (웃음)

: <몬스터 메이커스>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인가요?

스티븐: <몬스터 메이커스>는 괴물영화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담은 작품입니다. 괴물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긴데요.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호러무비에 얽힌 유명한 세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1920년대 뱀파이어에 관한 무성영화 <노스페라투>를 만들었던 독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 이야기, 1930년대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탄생시킨 할리우드의 천재 분장사 잭 피어스 이야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영국 공포영화 스타 피터 커싱의 이야깁니다. 총 3 개 파트로, 5명의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파트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연기합니다.

이 작품 대본도 이미 독일에서 출판됐고, 런던에서 공연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 이런 기쁜 소식들과 함께 한국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세 번째 핫뉴스 : 한국은 제 마음 속 두 번째 고향입니다.
스티븐: 오랫동안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2009년 한국을 방문했던 일은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고 제 인생을 바꿔놓았거든요. 열정 넘치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쓰릴 미>는 제가 본 중 최고의 무대였고, 저와 제 작품에 대한 한국 팬 여러분들의 사랑은 감동이었습니다. 덕분에 제 작품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가질 수 있었고, 아티스트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또 그런 한국 팬들의 사랑이 밑거름이 돼 이제 <쓰릴 미>가 브로드웨이에 가게 됐습니다. 빈말이 아니고요. 한국은 제 마음 속의 두 번째 고향입니다. 전 한국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다시 한 번 방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한국 팬들이 인터뷰를 읽으며 무척 감동받을 것 같아요. 작품 얘기 말고 스티븐씨 이야기 좀 해주세요. 뮤지컬 이외에 좋아하시는 것?

스티븐: (표정이 급 밝아지며) 제 고양이 스키프와 스모키요. 2010년 밸런타인데이에 입양한 소년 고양이들인데요. 두 녀석 사이가 좋아서 항상 둘이 꼭 껴안고 있어요. 그러다 제가 글을 쓰거나 피아노를 치면 어쩌는지 아세요? 스키프는 제 무릎 위로 폴짝 올라와 앉고, 스모키는 옆에서 제 음악을 감상해요. 정말 사랑스럽다니까요!


스티븐 돌기노프의 사랑스런 '스키프 & 스모키'

그리고 저 수영을 좋아해요. 재미있는 게 <플레임스>가 불에 관한 뮤지컬이잖아요? 수영을 하면서 이 작품을 완성했어요. 물 속에 들어가면 생각이 잘 떠오르거든요. 물 속에서 ‘이건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하고 궁리하다보면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구요.

: 스티븐씨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참 재치있는 분인 것 같아요. 마음도 따뜻하고. 지금은 이렇게 수영을 하며 불에 관한 멋진 뮤지컬을 쓴 성공한 뮤지컬 작가가 됐지만, 다른 창작자들처럼 주경야독을 했던 적도 있었나요?

스티븐: 그럼요. 저도 한때는 라디오시티 뮤직홀 투어가이드로도 일했었는 걸요.

: 정말요? 몇 살 때?

스티븐: 18살 때요.

: 아, 투어가이드 스티븐씨, 재미있는데요. 한국 팬들한테 그 과거를 발설해도 괜찮을까요?(웃음)

스티븐: 물론이죠. 그때도 투어가이드로 일을 하면서 글을 썼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었지요. 그러다 전업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 몇 년 동안은 힘들었습니다.

: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스티븐 돌기노프가 있는 거겠죠. 마지막으로 뉴욕을 방문할 한국 관광객에게 뮤지컬을 추천하신다면요?

스티븐: <왕과 나(킹 앤 아이)>요. 켄 와타나베와 <라이트 인 더 피아자>의 켈리 오하라가 시암 왕과 애나 역을 연기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왕과 나> 프로덕션 중에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켈리 오하라는 애나 역으로 얼마 전 토니어워즈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 그리고 <온 더 트웬티스 센추리>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 두 작품 다 꼭 챙겨봐야겠는데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스티븐: 수영하러 갔다가 브로드웨이 제작 미팅에 참석할 거에요. 저도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금방 또 봐요.

짧은 포옹으로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식당을 나섰다.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것은 스티븐의 쓰릴 넘치게 큰 꿈과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 내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스티븐 돌기노프의 <쓰릴 미>가 있어 뉴욕이 우리 뮤지컬 팬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사진제공: 스티븐 돌기노프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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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hentk3** 2015.06.23

    쓰릴미 OST발매되면 전곡 유료다운받을텐데...ㅠ 처음 쓰릴미 빠졌을 때 OST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