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리의 뮤지컬 <엘리전스> 브로드웨이 프리뷰 시작
작성일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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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엘리전스(Allegiance)>가 드디어 롱에이커 극장에서 프리뷰를 시작했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이클 리 사진이 보였다. 떡 하니 걸린 대문짝만한 크기의 그의 사진을 보니, 뉴욕입성 10년 넘어 처음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우리 배우 얼굴 사진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떨지 말고 잘해야 할 텐데 걱정 반 응원 반 마음도 들고, 마치 ‘어, 왔어요? 잘 찾아왔네.’ 반겨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조지 타케이의 어린 시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두근두근 기대 속에 막이 오르고, 1991년 <미스 사이공>의 오리지널 킴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히로인 레아 살롱가의 청아한 목소리로 역사 속에 묻힌 그들의 이야기가 깨어난다. <엘리전스>는 <스타트렉>의 ‘히카루 술루’역으로 스타가 된 조지 타케이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편견과 억압,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가족의 붕괴를 그렸다. 일본계 미국인 새미 키무라와 그를 업어 키운 엄마 같은 누나 케이가 각자의 방법으로 가족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로, 전쟁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개인과 가족사를 다룬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조지 타케이가 두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작품 제작을 기획하게 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자신이 다섯 살 때 수용소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올해 78세가 된 조지 타케이가 1인 2역을 맡아 2시간 반 내내 무대에 머물며 스타의 완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여배우의 정석, 레아 살롱가
누나 케이 역의 레아 살롱가는 과연 소문 그대로였다. 우리에게는 알라딘의 주제곡 ‘A Whole New World’를 부른 것으로 잘 알려진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대명사이기도한 레아 살롱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옥구슬의 연주가 시작된 듯 극장 구석구석을 청명한 소리로 꽉 채우고, 발음은 정확해 이야기의 감동을 정확히 전달하며, 타고난 최강 동안은 그녀를 눈부시게 한다. 그녀가 어린 시절 동생 새미를 키우며 그네를 태워주던 시절을 노래하는 솔로곡 <하이어>를 부를 때는 ‘아, 뛰어난 뮤지컬 여배우의 정석이 이거구나!’ 싶다.
미친 존재감으로 브로드웨이를 접수하는 마이클 리
마이클 리는 이런 레아 살롱가의 연인 프랭키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정의롭고 매력적인 리더로, 등장부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케이가 기침하는 아버지를 위해 물을 구할 때, 친절한 미소로 그녀에게 수통을 건네는 마음 따뜻한 신사가 바로 프랭키. 부드러운 미소와 카리스마 넘치는 샤프한 눈빛이 트레이드마크인 마이클 리에게 잘 어울리는 역이다. 동양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자라며 마이너러티이기에 겪어야했을 인종차별 등의 경험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처음 케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댄스파티에서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파라다이스’를 부르는 장면부터 마이클 리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까만 안경을 끼고 익살스러운 표정연기와 무대를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춤솜씨로 케이의 마음 훔치기에 성공은 물론 단번에 자신의 미친 존재감을 관객에게 알린다. 그런 이유일까?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로 오기 전 2012년에 샌디에고 올드 글로브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 마이클 리는 Annual Craig Noel Awards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탔다. (<엘리전스>는 해당 시상식에서 이외에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편곡상’ 수상). 다시 한 번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것인 듯 우리 것 아닌 <엘리전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엘리전스>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개막을 앞두고 많은 아시안들이 관심을 가져왔고, 프리뷰와 동시에 아시안 관객들이 매일 밤 극장을 꽉꽉 채우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공연됐던 <미스 사이공>, <퍼시픽 오버처>, <왕과 나>와는 또 다른 동양인, 우리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서양 작가가 쓴 동양의 이야기지만, <엘리전스>는 여기 브로드웨이 창작자들이, 제작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동양인이 쓰고 동양인이 제작하고 동양인 배우들이 메인이 돼서 연기하는 (본인이 알기에) 거의 역사상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이곳에서 연기하는 아시안 배우들에게서 들어온 말 “동양창작자가 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나와서, 저도 평범한 옆집 언니, 옆집 오빠 이런 역할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요.”라는 그들의 꿈을 실현해준 작품이다.
올리비에 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스태포드 아리마의 연출도 뛰어나고,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아메리칸 이디엇>의 공동 프로듀서인 제이 쿠오가 쓴 뮤지컬 넘버들은 동양의 정서를 잘 담아 서정적이고 간결하며, 파워풀한 앙상블 넘버들은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뮤지컬의 교과서를 보는 듯 잘 만든 작품임에 분명이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한 동양인으로 브로드웨이에 <엘리전스> 같은 작품이 오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다른 아시안 관객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고 평가할 지 궁금하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뛰어난 연출, 좋은 노래들에도 불구하고 참 신기하게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슴에 분명하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자기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지만, 이 뮤지컬 속의 이야기는 전쟁이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이들이 쿨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공연보는 내내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공연을 어떻게 볼지.
브로드웨이에 아시아 바람이 분다
지금 링컨센터에서는 <왕과 나>가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공연 중이고, 곧 <미스 사이공>도 재 공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브로드웨이에 아시아 바람이 분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동양인 배우들과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고, 하루 빨리 우리 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도 브로드웨이에 당당하게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지 타케이의 어린 시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두근두근 기대 속에 막이 오르고, 1991년 <미스 사이공>의 오리지널 킴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히로인 레아 살롱가의 청아한 목소리로 역사 속에 묻힌 그들의 이야기가 깨어난다. <엘리전스>는 <스타트렉>의 ‘히카루 술루’역으로 스타가 된 조지 타케이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편견과 억압,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가족의 붕괴를 그렸다. 일본계 미국인 새미 키무라와 그를 업어 키운 엄마 같은 누나 케이가 각자의 방법으로 가족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로, 전쟁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개인과 가족사를 다룬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조지 타케이가 두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작품 제작을 기획하게 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자신이 다섯 살 때 수용소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올해 78세가 된 조지 타케이가 1인 2역을 맡아 2시간 반 내내 무대에 머물며 스타의 완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여배우의 정석, 레아 살롱가
누나 케이 역의 레아 살롱가는 과연 소문 그대로였다. 우리에게는 알라딘의 주제곡 ‘A Whole New World’를 부른 것으로 잘 알려진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대명사이기도한 레아 살롱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옥구슬의 연주가 시작된 듯 극장 구석구석을 청명한 소리로 꽉 채우고, 발음은 정확해 이야기의 감동을 정확히 전달하며, 타고난 최강 동안은 그녀를 눈부시게 한다. 그녀가 어린 시절 동생 새미를 키우며 그네를 태워주던 시절을 노래하는 솔로곡 <하이어>를 부를 때는 ‘아, 뛰어난 뮤지컬 여배우의 정석이 이거구나!’ 싶다.
미친 존재감으로 브로드웨이를 접수하는 마이클 리
마이클 리는 이런 레아 살롱가의 연인 프랭키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정의롭고 매력적인 리더로, 등장부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케이가 기침하는 아버지를 위해 물을 구할 때, 친절한 미소로 그녀에게 수통을 건네는 마음 따뜻한 신사가 바로 프랭키. 부드러운 미소와 카리스마 넘치는 샤프한 눈빛이 트레이드마크인 마이클 리에게 잘 어울리는 역이다. 동양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자라며 마이너러티이기에 겪어야했을 인종차별 등의 경험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처음 케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댄스파티에서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파라다이스’를 부르는 장면부터 마이클 리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까만 안경을 끼고 익살스러운 표정연기와 무대를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춤솜씨로 케이의 마음 훔치기에 성공은 물론 단번에 자신의 미친 존재감을 관객에게 알린다. 그런 이유일까?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로 오기 전 2012년에 샌디에고 올드 글로브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 마이클 리는 Annual Craig Noel Awards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탔다. (<엘리전스>는 해당 시상식에서 이외에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편곡상’ 수상). 다시 한 번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것인 듯 우리 것 아닌 <엘리전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엘리전스>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개막을 앞두고 많은 아시안들이 관심을 가져왔고, 프리뷰와 동시에 아시안 관객들이 매일 밤 극장을 꽉꽉 채우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공연됐던 <미스 사이공>, <퍼시픽 오버처>, <왕과 나>와는 또 다른 동양인, 우리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서양 작가가 쓴 동양의 이야기지만, <엘리전스>는 여기 브로드웨이 창작자들이, 제작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동양인이 쓰고 동양인이 제작하고 동양인 배우들이 메인이 돼서 연기하는 (본인이 알기에) 거의 역사상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이곳에서 연기하는 아시안 배우들에게서 들어온 말 “동양창작자가 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나와서, 저도 평범한 옆집 언니, 옆집 오빠 이런 역할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요.”라는 그들의 꿈을 실현해준 작품이다.
올리비에 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스태포드 아리마의 연출도 뛰어나고,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아메리칸 이디엇>의 공동 프로듀서인 제이 쿠오가 쓴 뮤지컬 넘버들은 동양의 정서를 잘 담아 서정적이고 간결하며, 파워풀한 앙상블 넘버들은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뮤지컬의 교과서를 보는 듯 잘 만든 작품임에 분명이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한 동양인으로 브로드웨이에 <엘리전스> 같은 작품이 오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다른 아시안 관객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고 평가할 지 궁금하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뛰어난 연출, 좋은 노래들에도 불구하고 참 신기하게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슴에 분명하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자기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지만, 이 뮤지컬 속의 이야기는 전쟁이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이들이 쿨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공연보는 내내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공연을 어떻게 볼지.
브로드웨이에 아시아 바람이 분다
지금 링컨센터에서는 <왕과 나>가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공연 중이고, 곧 <미스 사이공>도 재 공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브로드웨이에 아시아 바람이 분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동양인 배우들과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고, 하루 빨리 우리 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도 브로드웨이에 당당하게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엘리전스> 프로덕션, 강경애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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