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홀릭- '컬투' 정찬우, 김태균


세상이 웃겨서 산단다. 세상을 웃겨야 산단다. 둘이 있으면 웃기니까 둘만의 쇼도 시작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 어긋난 두 사람의 틈새를 맞춰 하나가 된지 벌써 15년이다. 막무가내 입담을 거침없이 펼쳐내도 된다기에 라디오 부스에 앉았고, 얼마 전부터는 S본부 공개코미디를 살려보자는 결의로 불혹 언저리 나이에 공개방송 코미디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15년 동안 쉴새없이 달려온 개그 달리기에 정점을 찍고 싶어서 다시 한 번 공연장 ‘쌩쇼’를 시작한다는 두 남자. <컬투쇼>가 티켓랭킹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요즘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단다. 아니, 대체, 왜?!

정찬우: 찬우
김태균: 태균
매거진 플레이디비 : 플디


아, 독주는 외로워

플디
: 예매순위가 심수봉씨를 앞지르고 1위를 한 적도 있어요. 참, 요즘 1위는 이문세씨긴 하지만요.
태균: 아. 대체, 문세형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찬우: 저희 경쟁상대가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많은 분들이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 저희들을 콘서트 하는 가수들과 비교하거든요. 우리같은 공연팀이 많으면 개그공연 시장 상승세도 빠를텐데 그런면에서 속상하죠.
태균: 개그를 컨셉으로 하는 그룹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냥 외로운 독주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 양성도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우리처럼 잘난 애들 찾기가 쉽지 않네요(웃음).
플디: 라디오, 웃찾사, 그리고 공연준비까지. 바쁘겠어요?
찬우: 일어나면 사무실 나가서 회의하고, 라디오 생방송 하고, 후배들하고 웃찾사 회의하고, 저녁에는 공연관련 미팅을 하고요.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거의 12시가 넘어요. 아, 짬내서 술도 마시고요. 어제는 라디오 회식이 있었는데 거의 10년 만에 세게 놀았어요, 머리까지 다 (술에) 젖었네.
플디: 라디오에서 거의 전성기를 누리고 계신데.
태균: 거의가 아니고 완전 전성기죠. 라디오는 여과없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좋아해요. 웃찾사 같은 공개 코미디 경우만해도 편집이 많거든요. ‘그때 그때 달라요’ 같은 경우도 원래는 15분이 넘는 분량이죠. 그런데 그게 반이 뚝 잘려나가서 방송을 타니까 아무래도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라디오는 편집이라는 게 거의 없는 방송이라 편안하게 입담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저희한테는 감사한 일이죠.


플디
: 두 분 입담은 정말 대단해요. 노력의 산물일까요?
찬우: 저희 일과를 보세요, 하루 종일 웃길 궁리만 하면서 사는데 완전히 노력파인 거죠. 태균이랑 저는 “아이디어 하자!”이러고 붙어 앉아서 대화를 시작해요. 혼자 가만히 앉아있으면 영감이 생기겠어요? 10년 넘게 이 작업을 하다 보니까 남들보다 재미있는 걸 빨리 생각해내는 노하우는 생기더라고요.
태균: 연차가 쌓이면서‘이걸 하면 재미있을까?’하는 고민의 시간이 줄었죠. 사람들 반응이 즉각적이니까 그 어떤 장르보다 새로운 걸 빠르게 내놔야 하는 게 코미디잖아요. 매일 새로운 걸 개발해야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지금은 그 부담감도 익숙해요. 그리고 저희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둘이 붙어 있으면 계속 웃길 생각만 하니까요.
플디: 야심 차게 던졌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냉담할 때는요?
찬우: 많죠, 우리는 확신에 차서 이거 웃긴다, 하고 던졌는데 아무 반응 없고. 등골이 오싹해요. 그때만 그렇지 내려오면 “야, 안되겠다. 다른 거 하자”하고 다른 거 짜요. 새로운 거 하면 되니까.
플디: 풍자코미디에는 관심 없어요?
찬우: 전 관심 없어요.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웃음에 풍자가 들어가면 좋은 거지 일부러 풍자 코미디 틀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하자는 주의는 아니거든요. 풍자 때문에 코미디를 만들진 않는다는 얘기죠, 웃음과 즐거움이 가장 먼저고 정치풍자, 사회풍자 안에 웃음이 들어있다면 당연히 담아야죠.
태균: 풍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다른 분들이 해주시겠죠.
플디: MBC 개그맨 5기로 만난 게 두 분의 첫 만남이죠?
찬우: 네, 그 전에는 몰랐어요. 신인 때라 각자 웃기는 거 연구하느라 서로한테 관심 가질 여유도 없었죠. 그러다가 방송국에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기엔 손 놓고 캐스팅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는걸 알았고, 나가서 공연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태균: 정말 뭐라도 해보려고 뛰쳐나온 거죠. 되는 놈은, 어떻게든 커요. 잘하는데 어떻게 안 커요(웃음).

저, 똥 좀 싸고 올게요!

플디
: 처음부터 잘되는 공연은 아니었죠?
태균: 그럼요, 저희를 누가 알았겠어요. 처음엔 저희가 먼저 대학교 총학생회에 섭외전화를 했죠. 저희 출연시켜 달라고. 제일 처음에 숙명여대 총학생회에 전화해서 축제 때 무료로 공연 해주겠다고 전화를 하고선 축제 때 2시간 넘게 공연을 했어요. 그 때 반응이 엄청 났거든요. 정말 이 천명은 넘게 모였거든요,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숙대에서도 엄청 놀라더라고요.
플디: 정말 잊지 못할 공연이었겠네요.
찬우: 그렇죠, 첫 유료공연은 요즘도 가끔 생각나요. 112석 되는 대학로 충돌 소극장 이었는데 첫공연 때 비가 엄청 오는 거에요,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렸죠, 얼른 대학로로 오라고. 그 때만해도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학로에 공연 보러 가야지라는 문화가 있던 시절이라 티켓을 대부분 현장에서 샀거든요. 비가 그치더니 사람들이 몰리더라고요. 개그로 콘서트를 한다는 게 당시에는 생소 그 자체였죠. 신기해하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고요.
태균: 일부러 사람들도 한 줄로 세웠어요, 길게. 많아 보이라고.
플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아요?
찬우: 신기하게 아프지가 않아요. 장기공연을 하면서 쓰러질 법도 한데 그런 경험도 없고.
태균: 한 번 장염 때문에 링거를 맞고 공연에 오른적은 있어요. 중간에 화장실 가고 그랬죠.
플디: 공연 중간에요?
찬우: 네, 관객들한테 얘기하고 갔어요. 똥마렵다고. 무대에서 똥을 쌀 순 없잖아요. 원래 공연 자체가 자연스러우니까 이해해주시더라고요. 
플디: 15년 간 머물게 한 공연장의 매력이 뭘까요?
찬우: 제 업이죠,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공연이에요. 솔직히 방송이고 뭐고 다 떠나서 제일 좋아요, 공연 하는 게.
플디: 그런데 다시 공개방송 코미디로 돌아왔잖아요.
태균: 컬투삼총사가 컬투가 되고서 우리 두 명이서도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찾은 게 웃찾사였고요. 당시에 정말 우리가 가진 모든 컨텐츠를 다 들이부었죠, 웃찾사에. 시청률이 30% 가까이 나아고, ‘그 때 그때 달라요'로 정점을 찍고 나왔죠. 그리고 지금 구원투수로 들어온 거에요. 아마 공개 코미디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잘해야죠, 쟤네들(후배들을 보며)도 잘해줘야 하는데. 


플디
: 컬투 개그의 포인트가 있다면요?
찬우: 웃기는 거죠. 자연스럽게 웃기면 되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면서 "와, 쟤네 저런 것도 하네”라는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재미코드를 만들고 싶다는거죠. 공연홍보나 필요할 때 빼고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잘 안나가요. 나가서 가식을 떨어야 한다는 게 저랑 안 맞아요. 철봉에 매달리면 어느 정도 하다가 떨어지면서 웃음을 줘야 하는데 전 무조건 이겨야 하거든요. 엄살도 부리고 과장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성격상.
태균: 맞아요 찬우형은, 몸으로 하는 프로보다는 토크에 강해요. 들짐승 같은, 동물적인 감각의 애드립을 가지고 있거든요.
플디: 두 분이 떨어져 지낸 시간이 거의 없죠?
찬우: 휴가 때 빼고는 주5일은 붙어 지내죠. 일을 쉰 적이 없으니까요.
태균: 아무래도 팀으로 일을 하다 보니까 형이랑 함께하는 일 년 정도의 스케줄이 미리 잡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그럴 때 빼고는 불편한 경험도 없이 지내요. 제가 원래 잠수를 잘 타는 성격인데 팀을 결성한 이후로 한 번도 잠수를 탄적이 없어요.
찬우: 와, 너 정말 AB형이구나.
플디
: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태균: 장점은, 계속 돈을 번다는 거고.
찬우: 단점은, 번 돈을 계속 나눠가져야 한다는 거요. 명확하죠. 장점과 단점이.
플디: 부인보다 가까운 존재 아닐까요?
찬우: 에이, 그래도 부인이 가깝죠. 태균이는 첩 같아요. 정말 성실한 동생이고 자기 할일 똑소리 나게 잘하고 성격이 저랑 180도 다르거든요. 정확하고 뚜렷하고. 제가 직선적이고 말도 툭툭 던져서 오해를 많이 사는데 태균이가 옆에서 그걸 감싸주죠.

태균
: 서로한테 아낌없이 주는 나무죠. 그늘이 되어주고, 제가 가진 걸 가지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저 같아요, 형은.
찬우: 태균이는 주어진 연기를 잘한다는 강점이 있어요. 목소리도 정말 좋고 노래도 잘하고. 이건 제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서로한테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그게 잘 맞으니까 15년 넘게 큰 싸움 한 번 없이 같이 갈 수 있는 거겠죠. 

조기 품절남, 공연의 업을 가진 남자들 


플디
: 그러고 보니 두 분 다 품절남 이잖아요. 결혼이 개그의 새로운 소재가 됐을 것 같아요.
찬우: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인생의 경험 속에서 소재를 찾게 되잖아요. 다른 인생을 알게 되니까 할 이야기들이 늘어난거죠. 부모가 되면서 느끼게 된 이야기들, 남편이 되면서 느낀 감정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젊은팬들이 많이 잃없어졌어요.
태균: 저희는 열성 팬이 없죠. 컬투가 웃겨서 공연장에 오시지 저희를 사랑해서, 좋아해서 오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거든요. 오히려 감사해요, 공연하는 중간에 저 좋다고 소리 지르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플디: 아이들이 개그 분장을 한 아빠를 본 적 있어요?
찬우: 제가 미친소 할 때는 “아빠 왜 저러고 나와?”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지금은 이해해요. 우리 딸이 개그감이 충만해요, 춤추는 거 좋아하고 하루에 옷 세 번씩 바꿔 입고.
플디: 꽃배달 사업, 편의점 등 사업도 많이 하시던데.
찬우: 사업으로 많이 까먹었죠. 솔직히 사업으로는 성공을 못해서요. 내년은 되야 좋아지지 않을까?
태균: 꽃배달은 어느 정도 잘 되고있고, 전 와이프랑 아동복 사업도 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지만 가장 큰 사업은 공연이죠, 올 11월에 예정된 뉴욕공연이 하반기 가장 큰 사업이고요.
찬우: 다 2순위고. 저희를 설레게 하는 건 딱 하나죠, 공연. 저희한테는 업이라니까요, 공연은.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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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07.17

    컬투오빠들 만나고 싶어요 언제 만나는 시간 가 갖고 싶네요 장미 홈피에 비밀글 쓰고 가세요 페르난도 마좌나 사랑하는 정말 진짜 컬투왕팬 장미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