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행갈래요?> 김상경

 



영화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생활의 발견> 드라마 <대왕세종> <변호사들> 등 화려한 필모그라피 속 김상경의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스크린을 빠져나온 그는 반듯하고 의로운 이미지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석 이미지를 가진 배우이기도 하다.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 연습에 한창인 그를 백암아트홀에서 만났다. 반듯함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거리감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사라지고 이것 저것 재려 하지 않는 대화에서 인간적인 깊이가 묻어 나온다. 반듯함에 인간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더한 김상경을 만난다.


살가운 아들, '엄마' 이야기에 감동받다

대학 시절 이후 연극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어떤가.
마지막으로 연극을 올린 게 97년이니 12년 만이다. 요즘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사람들 앞에서 리허설 식으로 해보고 있는데 옛날 연극하면서 느끼던 매력을 다시 느끼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관객을 앞에 두고 있지 않아 현장감은 없다. 지금은 이 현장감이 좋고 설렌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인데 이번 작품에 출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간 연극과 출신이라 연극 섭외가 들어왔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작품은 없었다. 우연찮게 기획적인 작품을 하게 됐는데 사실 그럴 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받아본 대본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보면서 많이 울었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하고 싶고.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기 때문이다. 크게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엄마에게 표현을 잘 못하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표현을 하는 타입이지만 무뚝뚝한 스타일의 아들들에게는 엄마에게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암에 걸린 엄마와 조금은 이기적인 아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아들들은 대부분 이기적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기 살기 바빠서 엄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쓰는 시간강사 아들이 등장한다. 그러다 엄마가 암에 걸리자 그제서야 깨닫고 후회한다.

연극 중에 모녀의 정을 그린 작품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는데.
그러니까, 그렇다고 들었다. 참 재미있는 게 우연찮게 그런가 보다. 이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실제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가 있다. 물론 암이란 설정은 아니다. 감독님이 실제로 엄마로 여행을 갔고, 거기서 히치하이커도 만나봤다고 한다. 그 전에 ‘꽃피는 봄이오면’에서 나온 관계를 확장한 것이기도 하고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뜨거운 모정과 뒤늦게 후회하는 아들의 이야기면, 신파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기준이 다양하고 관객층도 다양하다. ‘분석’을 하면 신파다, 아니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소재자체가 슬픔이다. 난 홍감독님의 감정이 배제된 영화를 찍다가도 화려한 휴가처럼 어쩌면 신파적인 부분이 있는 작품도 찍었다. 화려한 휴가에서 광주도 자체가 슬펐다. 이번 작품은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는 철없는 아들이니 어찌됐던 눈물샘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극의 앞부분은 평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인데 객관화가 되니까 ‘저렇게 사는구나’ 하는 모습들이 있다. 약간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김상경씨는 어떤 아들인가.
난 엄마하고 친한 쪽이다. 좀 의외라고 할 수 있나? 묻고 싶은데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는 어떤가. 


글쎄…반듯하고, 정의롭고, 별 말씀이 없을 것 같고..
난 말이 많다(웃음). 그게 실제하고 다르다. 5남매 중 막내인데 엄마하고도 말을 많이 하고, 친한 사람들과도 굉장히 많이 한다.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김상경씨는 다르단 말인가.
작품에서 진득하고 말 없고…실제 그런 면도 있을 거다. 내 몸을 가지고 하는 것이니.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사람들하고 잘 지낸다. 기자분들하고 인터뷰할 때 ‘저 사람 되게 말없고 어려울 것 같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더라. 나에게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걸 남을 통해 알게 되는 거다. 가끔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그런 이미지 아닌가.

그래서 더 여성 팬이 많지 않나(웃음)
하하하, 그런가. 잘 모르겠다. 다행히 모나게 날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쟤 뭐야, 안 봐 안 봐”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 다행인 거다.


그런데 5남매 중 막내라면 사랑을 많이 받았겠다.
그렇다. 형이나 누나들이 양보를 많이 해주고 부모님도 ‘상경이 줘라’ 이런 식이었으니까. 복이 많게 태어난 거다.

앞서서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했는데.
난 어머니에게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제일 존경하는 사람 중에 어머니가 일등이다. 비뚤어진다던가, 그런 일이 이었을 때도 어머니 생각해서 그러지를 못했다. 모든 걸 자식을 위해 다 희생하는 분이다. 그 사랑을 받으면 잘못되기 힘들다.

어머니가 이번 공연을 보러 오시겠다.
날짜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못 앉으신다. 옛날 대학교 때 연극보러 오시더니 불안해서 힘들다고 하셨다(웃음). 


"계획? 좋은 작품이 내게 오길 바랄 뿐"

류장하 감독과는 첫 작업인가.
대본을 받을 때도 ‘꽃 피는 봄이 오면’ 감독이라는 걸 몰랐다. 우연히 그 영화를 TV에서 봤는데 정말 괜찮게 봤다. 남들이 다 하는 재주를 따라 한다거나 하지 않고 영화 속에 그 분의 감성이 보였다. <엄마, 여행갈래요?>는 대본이 좋아서 선택을 한 건데, 그 감독님이라고 하니까 대본이 가지고 있는 색깔도 이해가 됐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확대해서 영화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와 연극 연출은 다르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미있는 건데, 가령 연극에서는 시작을 할 때와 끝낼 때 ‘페이드 인(fade in)’ ‘페이드 아웃(fade out)’ 이라고 한다. 그런데 감독님은 ‘액션’ ‘컷’. 이렇게 한다(웃음). 연극 경험이 없다는 건 장단점이 있겠지만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나오고 있어 좋은 것 같다.



연습실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집 근처에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몇 일 만에 그만두고 대신 걸어 다녔다. 평소에도 차 막히는 게 싫어서 지하철을 많이 탄다. 지하철 타면 좋다. 출근시간만 아니면 한가하고 늘 앉아 다닌다. 사람들은 알아보지 않냐고 물어보던데, 서로 잘 쳐다보지 않던데. 다들 책보고 DMB 보고 음악 듣는다. 어쩌다 졸고 있는 아주머니가 깨서 눈 한 번 마주치는 것 이외에는(웃음).

요즘 드라마, 영화처럼 타 장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무대진출이 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난 유행을 좇아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이러는 게 대단한 일도 아니다. 사실 연극 출연이 늦어진 게, 요즘 이런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 작품 이외, 다른 무대도 생각하는가.
연극은 당연히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데뷔할 땐 영화나 드라마가 굉장히 힘들었다. 연극만 하고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젠 익숙해 졌지만 나에겐 연극이 더 편하다. 출연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유행처럼 온 것도 아니다.

올 여름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 ‘하하하’에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홍감독님과 처음 일 할 때는 10분의 1인가 받았다. 그런데 영화 찍고 나니까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받은 돈보다 술을 더 먹어서.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받으나 안 받으나 똑같이 마이너스여서 안 받은 것이다. 홍감독님은 자기 연출료도 깍는다. 저예산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가 고른 것이다. 작품마다 예산이 다르지 않나. 예산이 큰 상업영화에는 그만큼 받는 것이다. 언론에 노개런티라고 말 한 적이 없는데 기사화가 된다. 이건 안타깝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데뷔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계획은.
배우가 깨어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확실한 자아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작품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우연찮게 본 대본이 너무 좋았고, 올해에는 이 작품을 꼭 하자라고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항상 바람만 갖고 있다. 좋은 작품 오게 해달라고.

이번 연극을 보시는 관객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3~40대 남자분들이 꼭 보셨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마흔이 가까워오니까 부모님이 예전같지 않다. 공연 보러 모시러 나가려고 해도 몸이 아파 못 나간다. 우리 아버지도 못 오실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전에 부모님 손 잡고 오셔서 마음을 전달했으면 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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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09.11.20

    반가워요 김상경님~~~ 연극에서 만나다니,,,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전달될듯해요 감성과 지성이 조화로운 배우 감상경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 A** 2009.11.12

    진짜... 멋지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