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윤도현, 나는 헤드윅이다

질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수다쟁이 록커, 헤드윅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도, 그녀도 아닌 헤드윅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내며 순항 중이다.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금발, 속눈썹, 하이힐, 붉은 매니큐어, 부푼 가슴을 가진 록커, 윤도현. 윤드윅이 그 중심에 있다.

‘윤드윅’의 공연 잘 봤습니다. 겨드랑이 제모까지 하셨던데요(웃음).
 아, 언제 봤어요? 겨드랑이 까지 다했죠. 그런데 다리는 한쪽만 했어요. 제모를 다 하라고 했는데, 부츠를 신었더니 다리는 안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한쪽은 안 밀고 그냥 놔뒀어요. 한쪽은 무성해요(웃음).

점점 예뻐지고 있죠? 몸무게도 4kg 넘게 감량했다고 들었어요.
 여자들이 정말 대단한 존재라는 걸 다시 느끼고 있어요. 화장하고, 속눈썹 붙이고. 속옷은 또 두 개나 입어야 하잖아요, 풍성하게 보이려고 엉덩이에도 스폰지를 넣거든요. ‘아름다움을 위해서 이런 작업을 한다니’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여자는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처음엔 일부러 다이어트를 했는데, 요즘엔 점점 살이 빠지고 있어요.

사실, 어제 ‘윤드윅’ 공연을 봤어요. 대사량이 많죠?
 아, 정말요? 어제 어땠더라? (웃음). 워낙 대사가 많아서 지금은 애드립도 자제하고 있어요. 지금은 괜히 애드립 했다가 실수 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아요. 완전히 겁 먹었다니까요, 잘해야 본전이니까.


왜 이렇게 겁을 먹었어요.
 무대를 아예 안 서 봤으면 모르겠는데 화장이나, 붙인 머리를 당연하게 느꼈을텐데. 전 워낙 편안한 복장으로만 노래를 불렀잖아요. 하이힐 신고, 속눈썹하고, 화장하고, 머리까지 하고…. 워낙 거추장스러운 게 많으니까요(웃음). 죽는 소리를 많이 하고 있어요.

객석 반응은 폭발적이던걸요. 특히 노래 부를 때.
 저도 노래할 때가 가장 편해요, 안정적이고. 어려운 건 많은 대사량과 관객들의 시선인 것 같아요. 윤도현을 떨쳐 내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관객들의 어떤 시선이 느껴져요? 
 객석 뒷문에서 객석을 가로질러서 무대위로 올라오거든요. 그 때부터 관객이 어색해해요. “저게 윤도현이야?”, “윤도현이 화장한거야?”라는 시선이거든요. 헤드윅으로 보이기가 다른 뮤지컬배우 분들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자꾸 윤도현을 보시니까. 제가 1,2년 활동한 사람도 아니고 ‘러브레터’ 방송만 7년에, 윤도현으로 13년을 활동했는데. 당연한 거죠. 주위에선 다 이렇게 말해요, “넌 임마 잘해야 본전이야”라고.

뮤지컬 <하드락카페> 이후 10년 만의 뮤지컬이죠?
  시작은 소속사 사장님의 권유 98% 였어요. “저 진짜 안해요” 라는 말을 5,6번은 넘게 한 것 같아요. 저도 옛날하고 다르게 여우가 돼버려서, 해 봤자 손해라고 생각하는 일은 안 하려고 하거든요. “괜히 욕먹지 말고, 조용히 음악하자”고 했는데. 결국 설득 당한 거죠. 시작은 했는데, 쉽지 않네요(웃음).

아내(뮤지컬배우 이미옥)분도 공연을 봤어요?
 네, 생각보다 괜찮다고 해주던데요? 제가 더 노력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도 해주고. 섹시하다고 얘기해줬어요. 이지나 연출님이 저한테 하셨던 첫 마디가 “(윤)도현 씨한테는 바라는 거 없다. 노래 잘하고, 대사만 외워라. 연기는 바라지 않겠다” 이거였어요. 저도 그 때는 “땡큐입니다” 이랬는데. 어느 날, 연습실에서 저한테 뭔가를 끌어내려고 하시는 거에요.

‘아, 모르겠다. 창피한데, 그냥 해보자’는 심정으로 연출님이 끌어내는 감정대로 따라갔죠. 그런데 눈물이 나는 거에요. 정말 희한한 경험이었어요. 바로 부인한테 전화해서 “나, 연습하다가 눈물이 났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물어봤잖아요(웃음). 헤드윅의 비참한 기분, 소외 당한 헤드윅의 기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헤드윅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는 게, 해보지 않았던 경험이라 신기해요.

YB앨범 ‘공존’, 솔로앨범 ‘하모니’까지. 헤드윅과 윤도현씨는 통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헤드윅' 영화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2008년에는 ‘러브레터’에서 ‘앵글리인치’를 부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닮았다는 점에서 가장 끌렸죠.

솔직히 배우로의 욕심은 없어요, 정말 이만큼도. <헤드윅>을 잘해내면, 저희가 음악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보다 더 큰 것을 전달할 수 있겠구나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는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헤드윅>을 보고 나서 윤도현이 연기를 어떻게 하더라 하는 것 보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소외 받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정말 최고일 것 같아요. 히피 같은 평화로운 마음으로요.

초반이긴 하지만, <헤드윅>을 통해서 윤도현씨 스스로 변한점도 많을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이 많아요. 일단 편견을 가졌던 제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무대 위에서 프로의 냄새가 나는 헤드윅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어느 날, 헤드윅이 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YB 콘서트, 뮤지컬 공연장의 분위기가 다른가요?
 완전히 다르죠. YB밴드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던 건가를 여기 와서 다시 한번 느끼고 있어요(웃음). YB공연에는 저희가 나오자마자 소리를 지르고, “오늘 같이 죽어봐요” 이런 분위기인데 뮤지컬 무대에서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을 받잖아요. 10년 동안 뮤지컬을 안 했던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 이었거든요. 제가 소심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시선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관객들의 시선은 무시할 수도 없는 거고, 치우쳐도 안 되는 거고. 제가 조절을 잘 해야죠.

YB 밴드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허준(기타))가 함께하는 앵그리인치 밴드의 연기도 대단하던걸요.
 물이 올랐죠, 재능 있는 사람들이에요. 계약할 때 조건이 YB랑 해야지, 나 혼자는 안 한다 였어요. 저만 뮤지컬 하면 다른 멤버들은 그 사이에 뭐하고 있어요. 그래서 같이 하게 됐는데, 멤버들한테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남의 곡을 카피해서 연주하는 게,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거든요 다들. 우리 곡 만들고 연주하기도 바쁜데 남의 곡 연습해야지, 음악감독님이 따로 있어서 그 분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라는 대로 해야지. 나름대로는 왕고참 밴드로 활동하는 멤버들인데, “네,네”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고맙게도 다들 좋아해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고 있죠.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 기부활동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죠, 제 음악 성향도 그렇고. 음악에도 그런 이야기를 다루려고 해요. 제 음악이 그 사람들을 위해서 쓰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한 편에서는, “윤도현은 부르주아야, 저런 말을 하는 건 가짜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글쎄요, 그건 짧게 생각하고 하는 말 아닐까요? 그렇다면, 사회적 약자에게 눈을 돌리는 정치가, 사업가 모두 다 가짜인가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눈을 돌려야지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거고, 거기서 얻는 이익으로 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거죠.

유명인으로, 사회적 발언을 해주는 윤도현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제 조심스러운 면이 많이 있죠. 신중 해야하고, 괜히 또… (웃음). 요즘 어려운 시기여서 조심해야지요.

12월에 열리는 YB콘서트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겠죠?
 그럼요, 헤드윅의 스페셜 무대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YB다운 모습은 YB콘서트장에서 풀어내야지요.

<헤드윅>, 공연이 많이 남아있는데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YB밴드와 떨어져 있었다면 여러가지로 힘들었을 거에요. 함께 무대에 선다는 점이 다행스럽고, 큰 힘이 되요. 헤드윅과 닮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큽니다. 매일매일 발전하고 있다는 게 좋아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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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3

  • A** 2010.01.13

    멋쟁이 도현이~ ㅎ

  • dlwlt** 2009.12.07

    처음 부터 잘하는 헤드윅은 없었던것 같아요.. 앞으로 해나가면서 더 발전하고 헤드윅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잘부탁드립니다 윤드윅님 ㅎㅎ

  • A** 2009.12.03

    역시 하는 감탄사가 절로나온다. 아자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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