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yle by My Soul, 바비킴
작성일20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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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경치를 앞에 두고 “그림 같다”를 연발하는 것처럼, 무심결에 바비킴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순간 ‘CD 틀었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주객이 전도된 아이러니한 표현과 이런 아이러니함이 가득 찬 세상에서 비로소 자신의 궤도에 올라 사람들 마음 속을 뚫고 꾸준히 달려가는 상행 열차 바비킴은 매 순간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환상적인 음악 정류장을 마련해 우리들을 안내한다.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전국의 레일을 딛고 투어 콘서트를 여는 지금도 뮤지션의 길에 놓인 그 역 중 하나이다.
명품 콘서트의 리더로 우뚝
“토, 일요일에 1회씩 더 늘리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만 용서해 달라고, 앨범 작업이 이미 한달 반 이나 밀린 상황이거든요. 아쉽지만 녹음 때문에 이번엔 그냥 가기로 했어요.”
3집 솔로 앨범도 한창 준비 중인 요즘이라,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신곡을 함께 녹음할 강산애와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터였다. 지난 해 3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13개 도시 전국 콘서트에 이어 김범수, 휘성과 함께 한 보컬리스트 공연까지, 더욱 많은 콘서트 무대에 오르느라 새 앨범의 진도가 미처 나가지 못한 것이다.
“콘서트장에 오신 관객들을 보면서, ‘아, 나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을 해요. 요즘 콘서트를 많이 안 해서 관객들이 갈 데가 없어서 많이 오시나?(웃음) 정말 그렇게도 생각을 하지만 노래를 매개로 뭔가를 전달해 주고, 거기다 저는 자주 얼굴을 안 비치기 때문에, 이런 가사, 이런 노래를 전달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굴까, 하는 호기심으로도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2004년 솔로 1집의 타이틀곡 ‘고래의 꿈’으로 바비킴에 대한 세상의 궁금증은 더 없이 커졌다.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지낸 지 17년. 거칠지만 따뜻한,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보이스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바비킴 삶의 한 부분을 담고 있어 더욱 지나칠 수가 없다.
“지난 해 보컬리스트 공연을 하면서 걱정 많이 했어요. 셋이서 호흡을 맞춰 성공적인 콘서트를 해 냈지만, 앞으로의 콘서트에선 뭘 더 보여줘야 되는 건지, 과연 이 사람들이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노래를 들으러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걱정에 대한 해답 역시 바비킴에게 있었다. ‘질리다’는 생각이 들 수 없는 편하고 친한 친구를 두고두고 만나는 것처럼 관객과 만나면 되는 것이다.
“같은 카페의 똑같은 자리에서 어제 만난 친구를 오늘 만나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팬들과 노래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연출도 그전과는 다르고 제가 말을 줄이는 대신 동영상이나 기타 다른 것들을 보여드리겠지만, 관객들의 기분과 내가 하나가 되어서 행복하게 즐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늘이 주신 재능, 세상이 날 버리진 않을 것
“지금도 거울을 보며 정말 싫어하는 모습이 있는 반면에 스스로 사랑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직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그 사랑 때문이에요. 정말 뻔한 말이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란 게 맞아요. ‘너는 이것 밖에 안 되는 애는 아니다, 물론 이유가 있겠지만, 최선을 다 해서 끝까지 가보자’하고 생각했지요.”
음악은,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재능과 축복임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날 버린 것 같은 세상’도 이겨 나갈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늘 있었어요. 무반응일 땐 슬프죠. 화가 나기도 하고, 자신도 싫어지고. 가족들도 포기하라고 했어요. 참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그래도 ‘치, 조금 있다 봐, 당신들은 아직 몰라’, 그런 게 있었어요. 그날이 꼭 오겠지, 오겠지, 생각을 했고요.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이뤄졌기 때문에 자신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꼭 해 주고요.”
바비킴을 주저앉지 않게 해 준 것은 그가 가진 음악 달란트 뿐 아니라 한 없이 겸손하고 착한 그의 성품이라는 것을,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부탁하면 다 해주고(웃음), 특히 이 계통이 좁다 보니 소문이 참 많은데, 지금까지도 방송국에 가면 다른 가수들의 제작자들이나 매니저들,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이 절 보고 “형 잘 돼서 너무 좋아”, 또 “네가 잘 되니까 내가 더 기쁘다” 이런 말들 많이 해 주세요. 아마 제가 계속 미국에 있었다면 어디서든 큰 사고를 냈었을 거에요. 다행히 스무 살 때부터 한국에서 지냈기 때문에 남자로서, 성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My Style by My Soul
“친한 친구들은 주정뱅이(웃음), 미친놈, 똘아이, 그렇게 불러요(웃음). 오히려 그게 더 맘에 들고요. 또 할아버지! 제가 음악하는 동료들 중에 제일 오래된 셈이거든요.”
2001년 주비트레인, 간D와 함께 결성한 그룹 부가킹즈의 멤버로서, 그는 신나고 즐겁게 즐기자는 그룹 이름처럼 경쾌한 힙합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수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히트 OST를 부른 가수로 애절한 발라드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바비킴의 노래이다. 그러면서 장르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바비킴 스타일’의 사운드로 언제나 다가오는 것 역시 그만의 장기일 것이다.
“대중들이 헛갈리는 건, 스페셜 앨범에 담았던 발라드 노래만 듣고 바비킴은 발라드 가수다, 또 부가킹즈 앨범을 듣고는 바비킴이 힙합 가수다, 하시는 거에요. 이중성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웃음) 장르를 따로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지 않거든요. 어릴 적 80년대 빌보드 차트 순위에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있었고, 그 때부터 이런저런 음악을 다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뭘 시도 하는 건 아니고 제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거죠.”
2004년 제15회 서울가요대상 힙합상, 2005년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힙합상을 수상한 그가 2010년 제19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다시 ‘사랑.. 그놈’으로 R&B상을 거머쥔 것이 그 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제 역할은 어떤 장르이든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에요. 뭐를 하는 척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기 싫어요. 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어서 음반 작업 역시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올 3월 말에는 오사카에서 단독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해외 진출의 시작인가. 바비킴은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동양인이 해외 무대에 데뷔하기 어려웠을 그 시기에 욕심 부려서 이것저것 겁도 없이 다 해봤지만, 미국이 최고다, 라는 생각은 없어요. 제가 영어도 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 얘기 많이 하시는데, 미국이든 일본이든 “꼭 갈 거야” 그런 건 없어요. 물론 불러주신다면 어디든 가서 노래하겠지만, 여기, 한국이 좋아요. 지금 하는 게 좋아요.”
올해로 서른 여덟. 바비킴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지만 이현우 형 결혼한 뒤에 뭔가 가슴이 팍 찔러왔다”며 현실적인 환경도 생각하기 시작했단다. 자기와 누나를 위해 미국에서 ‘엄청나게’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비치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든다는 효자는 여전히 ‘거짓없이 노래하는 사람’으로 나아갈 꿈에 가장 설레어 한다.
“ ‘고래의 꿈’ 이후 많이 알아봐 주시지만, 그것 역시 노래가 발표된 후 한 참 지나서 서서히 된 거에요. 그래서 제가 스타라는 생각은 정말 전혀 없어요. 예를 들어 신발이 좀 더 비싸진 것 뿐, 감정의 흐름은 똑같아요. 무명시절엔 이 슬픔과 아픔이 잘 되면 다 해결이 되겠다, 싶었는데 지금도 똑같더라고요. 바비킴이 3자가 되서 제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슬픔을 싫어해야 하는지, 아니면 즐겨야 되는지, 저도 모르니 그냥 두고 볼 수 밖에요.”
아마도 그런 그의 슬픔은 목소리를 울리는 근원적인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설움이 많은 사람은 눈물이 많다고 했다. 그가 우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바비킴의 노래에선 기쁨과 슬픔, 감동과 감사의 울음이 울리는 듯 하다. 여전히 ‘깡총깡총 뛰는 토끼처럼 살고 싶어 하는 애’라고 머쓱하게 웃는 그에게 지금 한국의 가요계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든든한 맏형의 모습이 비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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