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st concert] 임태경

“단독 콘서트 준비하고 있고요, 3월 말에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 앨범, 정규 2집 앨범 준비에, 그리고 4월에도 콘서트를 해요. 또 라디오 진행도 하고 있고, 틈틈이 열린음악회나 TV프로그램을 하기도 하고요, 좀 많지요?”
미동도 적었다. 고음은 없었다. 힘주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반짝이는 눈빛만으로 자신의 온 에너지를 표현했다. 석 줄짜리 이야기에 마침표는 하나. 그러나 전혀 숨이 차지 않는 임태경의 말들에서 왠지 여유마저 느껴진다.



더하기, 꿈
“실은 복지 시스템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작년에 순애보라는 나눔 공연을 하게 되었고요. 전 자선이라는 말 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이 더 좋아요.”
작년 8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선보였던 ‘純(순).愛(애).保(보). 나눔콘서트’는 소외된 아이들을 직접 찾아보고 돕기 위해 준비한 기금마련 자선콘서트.
“뭔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방법을 몰라서 못 하시는 분에게 음악을 통해서 손잡고 동참하는 장을 만들어 드린거죠. 앞에서 ‘기준!’하고 손을 드는 것, 오시는 길에 심심하지 않게 노래 들려 드리며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 그게 순애보 콘서트에서의 제 역할이에요.”

나눔의 뜻을 키우기 위해 가장 가깝고 견고한 교류로 밑바탕을 다지기 원했다는 그는, 순애보 콘서트라는 초석을 딛고 이제 좀 더 크게 꿈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소극장 콘서트에서 얻어지는 기금은 어떻게 보면 정말 적은 액수지만, 너무나 소중한 마음들이죠. 이제 이 기금의 크기를 확장시켜갈 예정이에요. 정말 필요하신 분들도 직접 알아보고, 어디에 얼마만큼 쓰이는지도 투명하게 하고요.”

초등학생 시절, 1년 반 동안 병원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악성빈혈쯤으로 알고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치료를 멈췄던 그 병이 백혈병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성인이 된 이후. 이 경험이 그를 이토록 '나눔'에 열의를 갖게 만든 것은 아닐까.
“완치율은 적고 재발률은 높아, 치료 기간도 10년이 넘는 이 병을 나는 왜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낫게 되었을까, 생각했는데 그때 사람이 감동을 받았을 때 몸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주는 호르몬이 가장 많이 생성된다는 걸 알았어요. 아, 그래서 내가 견뎌낼 수 있었구나, 그때부터 하루하루가 정말 보너스 같아요.”

노래하는 사람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대학 생산공학 석사에, 해외 유수 자동차 회사 연구원으로 스카우트까지 된 그가 음악의 길로 돌아선 의문이 이제야 풀어진다.
“4살 때부터 클래식 공부를 했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 공부를 했지만, 음악은 항상 제 삶의 일부였죠. 음악을 퍼포머로서 들려주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의 희열과 제가 받은 감동이 저를 낫게 했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나누고, 같은 처지의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는 그가, 이번 콘서트는 기존의 무대와는 다르고 또 같다는 아이러니한 말을 던진다.




“이전에 단독 공연은 다 주제가 있었어요. 송년이라든가, 영화라든가. 전달자가 되어 그 안에 담긴 주제를 청중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이야기’에요. 딱 쓰고 싶은 말이 바로 임태경 생쑈!!(웃음).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의 철학, 자아, 추억, 경험, 꿈 등을 음악과 함께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 그래서 the 1st라는 이름을 붙인거죠.”
2002년 데뷔해서 2004년 첫 앨범을 내고, 2008년 여는 첫 단독 콘서트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전 스물 아홉살이 되었을 때 ‘아, 이제 아주 조금 뭔가 알겠구나’라고 깨달았거든요. 그때부터 걸음마를 걸었으니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첫 콘서트에 대한 생각은 데뷔 전부터 갖고 있었구요. 본격적인 준비는 1월 초부터 시작했어요. 볼거리 제공에 장소의 제약이 조금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고,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서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섣불리 들려 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뮤지컬부터 오페라 아리아까지, 팝에서 어쩌면 국악까지도 제대로 만나볼 수 있을거라 말하면서도 끝까지 자세한 프로그램은 비밀이라며 웃어 넘긴다.

“음악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실은 저의 기억, 추억, 그 안에 담겨 있는 근본적인 감성을 노래로 나누는 거예요. 관객분들이 음악을 듣는 순간 ‘아, 나도 그랬지’ 하시면서 저마다의 삶을 생각할 수 있게 말이죠.”
개개인에 투영되어 저마다의 빛을 낼 수 있도록 광원(光源)만 되어 드리는 것이 노래하는 임태경의 의지이고 이번 콘서트의 기본 모토라는 그의 말에 ‘더불어’ 나아가는 그의 걸음 한 발자국이 이번 콘서트임을 깨닫는다.

탄탄한 바탕, 그리고 접목
“저의 어머니가 가야금 병창을 하셨고, 외삼촌은 재즈를, 이모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셔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 장르에 대한 선입관이 없었어요. 또 한국에서 살다 고교시절은 유럽(스위스)에서, 대학시절은 미국에서 보내니까 각 사람들의 성향이나 같은 상황에서 받아들이는 늬앙스의 차이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2002년 용어 자체도 낯설었던 그 때 오해도, 해석도 많았던 크로스오버. 임태경은 ‘접목’이라 말한다.
“용어는 받아드리기 나름이고 크로스오버 자체가 꽤나 포괄적인 말이에요. 저는 ‘접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뿌리와 줄기가 탄탄한 한 종의 나무가 있다면 그 나무의 한쪽 가지에 다른 종을 접목시키는 것이요. 고유 장르에 대한 깊은 감상적 이해와 각각의 철학, 열정을 중요시 해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로스오버테너로 무대에 서는 것 이외에도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 DJ로, 2005년 [불의 검]을 시작으로 [겨울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그리고 작년 [스위니토드]에까지 뮤지컬 배우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서 삶과 대면하는 경직된 경계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에는 라디오 DJ로 욕심이 너무 커지려고 해서 큰일이에요. 그 매력이요? 대단해요. 한 청취자분이 ‘세상에 발가벗겨져 있는 게 라디오 진행자다’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 딱 맞아요. 청취자분들은 제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좋지 않을 때 일부러 밝게 하면 그것까지도 아시더라구요. 그래서 진실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어요.”
직접 원고도 쓰고, 선곡도 하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라디오 부스를 지킨다는 그이지만 매일 같은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 하지만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영감을 담뿍 얻어가는 보물창고라며 라디오 사랑을 은근히 내비친다.


물 흐르듯
“‘Understood’라는 말 참 신기하죠? 이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가 되는 것’이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감성을 전하고 그것을 받아 이해하는 것, 그래서 감동을 받으면 그게 고스란히 제게 돌아오거든요.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이에요.”
세상 사람들은 모두다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행복하지 않은 요소들을 찾아내려 애쓰기도 한다며 그는 ‘탄탄한 음악과 아름다운 노래를 나눌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마음껏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저, 별 사람 아니지만, 저의 소망은, 그냥, “저를 쓰세요”에요, 여러분들 기분 좋아지고 싶고, 행복해 지고 싶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제 노래가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면요, 그게 바로 저의 행복이고, 전 그 길로 계속 나아갈 겁니다.”

외유내강. 그는 인터뷰 시작 전 고심하고 또 고심하여 스윗 진저 피치 티(Sweet Ginger Peach Tea)를 주문했다. 몸이 악기라며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먹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그는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타협’과 ‘여유’를 나누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임태경은 사랑(sweet)을 마음에 담고, 꿈에 있어 활기와 생기(ginger)가 가득하다. 이 멋진(peach) 노래하는 사람의 뚜렷한 의지 실현을 모두가 알아차리긴 힘들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오후 3시경의 차(tea)처럼 편안하고 부드럽게 우리를 물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 : 황선아(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8

  • A** 2008.02.28

    스윗진저피치티 저도 마시고 싶어요. ㅋㅋ 이제보니 완전 엘리트시구만요. -.- ㅋ (게다가 완전 동안이심) 앞으로도 많은 활동해주세요~ ^^

  • A** 2008.02.27

    ...역시...좋은 분이에요...^^

  • A** 2008.02.27

    임태경씨가 dj하시는 라디오 자주 듣는데...넘 좋아요! 콘서트도 꼭 가보고 싶네요~

더보기(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