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그들의 캐서린 <프루프> 강혜정, 이윤지

 

배우 강혜정과 이윤지가 그들의 첫 연극 <프루프>에서 같은 역할로 만났다. 갖고 있는 매력, 연기 스타일 면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이기에 흥미롭게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것. 이들이 그려낼 인물은 근본적인 불안함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천재 수학자 캐서린이다. 수학의 천재였던 아버지에게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신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수학적 명민함과 감정적 불안함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이다.
출산 후 첫 공식 무대인데다, 영화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강혜정과 그 동안 여성적이고 귀여운 이미지 대신 신경질적인 내면을 보여줄 이윤지의 연기 대결이란 점만으로도 연극 관객에겐 즐거운 소식이다.

다른 에너지, 다른 캐서린
한 작품에 출연하며 서로 견제하고 시기(?)하곤 한다는, 여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한 클리셰는 두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달 이상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자상한 언니, 믿음직한 동생이 되었다. 강혜정은 이어진 인터뷰 스케줄로 지친 기색인 이윤지의 끼니 걱정을 하고, 이윤지는 “굉장히 자상한 면이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낸다.

강혜정(이하 강)_전 윤지씨가 먼저 (프루프를) 하기로 했다는 걸 듣고 대본을 받았어요. (이윤지에게) 그래서 사실 너를 대입해서 읽은 게 되게 컸거든. (이윤지: 진짜?)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윤지(이하 이)_전 아무 이야기 없이 대본이 왔어요. 읽으면서 이게 연극 대본인 걸 알았거든요. 100% 작품 때문에 도전을 했죠. 인터미션까지 2시간인데, 저만 잘 해낸다면 정말 밀도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았어요.

아버지에게 광기를 물려받았을 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내면의 불안함을 지닌 캐서린은 그만큼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다. 액션이 크거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진 않지만 캐서린으로 분한 두 사람은 곤두선 마음을 객석까지 전해야 한다.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강혜정과 차갑고 귀여운 이미지를 넘나드는 이윤지. 두 배우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각기 다른 캐서린을 만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즐거움일 것.

 

_전 여러모로 윤지씨와 제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연기자로서 비슷한 점은 리딩 때 처음 느꼈어요. 이 배우와 내가 에너지가 많다라는 점이 굉장히 닮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종류의 에너지에요. 이 친구가 다 안고 품는 에너지라면, 저는 다 불태워 버리는 에너지죠. 정말 에너지가 많은 배우에요. 무대에 섰을 때 같은 종류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파워풀 한 두 명의 캐서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_ 전 관객으로서 제일 기대가 돼요. 언니가 이 작품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반드시 두 배우의 공연을 다 봐야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많이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언니가 캐스팅 된 게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내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_캐서린은 별난 캐릭터에요. 짜증스럽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그러면서 위태로워요. 그런 캐서린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본 윤지씨와 제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스타일과 성격이 다르니까. 되게 재미있어요. 볼 때 마다.

소통의 부재, 외로움

작품에서 캐서린이 이질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그녀가 수학천재라는 설정 때문일 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기호와 암호 같은 숫자를 줄줄 풀어내는 그녀가 수학은 멀리했던 사람에겐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느껴지기 일쑤. 강혜정이 “수학 이론은 다 외우지도 못했다”며 고개를 절래 흔드자 “틀리게 해도 관객들이 모르지 않을까”라며 깔깔 웃는다.

_그 수학이론 틀리게 하면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있대요.
_독해, 독해(웃음). 제가 봤을 땐, 국어 천재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 수학 천재가 된 것은 가장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과 존재의 외로움 같이, 상반된 것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해결 할 수 없는 여백. 그런 것 때문에 다뤘다고 생각해요.
_그래도 암산이나 수학 잘 하는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요(웃음). 저희 친오빠가 그렇거든요. 물론 내가 못하는 것들을 연기하니까 좋긴 해요. 그거 있잖아요. 악역을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도 나빠 보이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린 또 천재 역할이잖아요. 마냥 똑똑해 보이지(웃음).

 

수학 이야기엔 깔깔 웃지만 극 중 캐서린이 겪는 외로움, 타인과 소통의 어려움은 연기자로서 사는 마냥 남의 일은 아니다.
_캐서린의 외로운 면에는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비단 그 아이(캐서린)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 있거든요. 어쩌면, 한 사람은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른 잣대와 해석 같은 것들로 이 사람을 틀리게 만들고 있지 않나, 그래서 외롭지 않나. 이 친구(이윤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쓸쓸해질 때가 많죠.

“자극, 서로 매일 받아요” 
_ 연습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는 항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거든요. 즐겁다는 이야기가 부족할 정도에요.

첫 연극에 도전하며, 한 달 이상 연습을 이어오며 생기는 정은 배우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식성부터 말투까지 닮아간다”는 연습실 분위기를 자랑하기 여념 없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강혜정은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두고 나오니 더 책임감이 든다”면서 “그래도 마음으로 낳은 윤지만 하겠나”며 깔깔 웃는다. 아이 자랑을 자주 들은 이윤지가 스스로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직 아이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캐서린의 괴팍한 모습으론 볼 수 없고, 공연 끝나면 언니에게 부탁해서 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사적으론 친한 언니 동생이지만 연기자로선 서로가 자극이 되는 상대라고.

 

_윤지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활용 해요. 밀고 당길 줄 아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매 순간 다르죠. 그걸 볼 때 마다 찌릿찌릿 하죠. 나도 저거 한 번 해볼까? 하고 나중에 하면 나와는 맞지 않고(웃음).
_전 언니에게 받는 건 자극 밖에 없어요(웃음). 항상. 똑 같은 글자로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_캐서린이 50명 정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렇죠?(웃음)

“호기심을 일으키는 공연은 관객이 찾을 것”이라는 강혜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캐서린을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충만해졌으니까. 2010년 가을, 두 배우의 연극이라는 첫 경험에 주목해본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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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0.10.12

    멋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