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이틱한 무대! “한 판, 크게 질렀어요”


공연문화상, 올해의 작곡가상, 최고 작사가상, 프로듀서상, 힙합부문상, 육군참모총장 표창 수상.
보라, 저 맥락 없이 다채로운 대한민국 가수 싸이의 거침없는 수상 내역을. 8차선 무단횡단급 행보를 자랑하는 '체육관 공연형 가수' 싸이의 걸음에 ‘소극장’ 무대가 더해졌다. 더더더 크고 많은 관객을 외치는 공연세상에서 작고 적은 것을 향해가는 유별난 가수 싸이가 그려내고 싶은 ‘싸이틱’한 공연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09, 2010 ‘완타치’부터 앨범발매까지. 휴식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2009년 11월부터 2011년 1월 1일까지 (김)장훈이 형이랑 ‘완타치’를 했고, 중간에는 앨범 활동을 했어요.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죠. 군대에 있을 때, 공연에 대한 갈증이 정말 심했거든요. 무대에 대한 갈증 해소도 해야 했고. 그런데 원체 힘든 걸 좋아해요. 일이 없을 때도 하루에 4~5개씩 약속을 잡아요, 계속 집에만 있으면 몸이 아프고. 공연기간에 원기를 회복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데뷔 10주년이긴 해도 활동기간은 짧지 않습니까, 2011년은 더 바쁘게 살아도 될 것 같아요(웃음).

‘완타치’로 ‘공연형 가수 싸이’의 위치가 확고해졌어요.
장훈형도 그렇고 저도 개성이 강하잖아요. 둘이 비슷한 것 같은데, 달라요. 이런 것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작년 ‘완타치’에서 완전히 해소가 됐어요. 각자 원하는 방향을 알고, 어떻게 조절해줘야 하는지도 알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겠다 싶었는데 작년 공연은 평가도 워낙 좋았고, 특히 관객반응이 대단했어요. 붕 떠서 끝까지 갔어요. 관객들이 이렇게 되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관객 분들 지구력은 정말 최고였어요, 세계 최고. 

작년 크리스마스 공연은 오후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 30분에 끝났다면서요.
만 명 가운데 팔 천 오백 명 이상 관객들이 새벽 4시 30분까지 남아서 생생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좋지만 한 편으론 좀 버겁기도 하고(웃음). 그 때는 앵콜에, 앵콜 끝에 공연이 끝난 상황이라 무대에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그래요. 저희 관객 분들 중에 상비용으로 술을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있어서, “술 없어요?” 하면 맥주, 소주 다 나와서 섞어 마셔요. 지난번에는 코냑에, 얼음통을 가지고 오신 분이 계셔서 코냑에 맥주를 마셨다니까요. 그 날도 엄청 많이 울었어요.

공연 때 많이 울어요?
엄청 많이 울어요. 아무리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관객들이 정말 해도 너무 할 때가 있거든요. 정서가 감당이 안될 때가 있어요. 정말 좋아서 무서운 거에요. 지금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순간 ‘이것도 언젠가 끝이 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울컥하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 절반 이상이지만요. 

이번 생일(12월 31일)도 공연장에서 보냈겠어요. 가족들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은데요.
에휴. 학생 때는 맨날 나이트에서 했는데요, 뭘(웃음). 나이트랑 공연장은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되잖아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7년 째 오 천명에서 만 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있거든요. 작년에는 장훈이 형이 깜짝 이벤트를 해줬어요. 장훈 형은 옷을 갈아입으러 가고, 제가 멘트를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갑자기 마이크가 꺼지면서 암전이 되는 거에요. 장훈형이랑 저는 연출을 하니까 사고에 대한 생각이 많은 상황인데 순간적으로 ‘엇, 발전차가 나갔나?, 특효팀 접촉불량인가?’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 욕을 하고 난리를 쳤어요. 어떻게 된 거냐고, 빨리 마이크부터 켜라고. 그 때 케익이 들어오고, 관객 분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해주시고. 장훈형이 영상에 메시지로 축하 해줬어요. 최고의 생일 이었죠.

 김 장훈씨 영향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2003년도에 장훈형이 “너 잠실 실내체육관가서 공연해라”, 이랬어요. 그 때만해도 전 체육관 경험도 없는 데뷔 2년 차 였거든요. “그 객석을 제가 어떻게 채워요” 하면서 못 간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형이 이상한 촉이 있어요. “지금 안 가면, 5년 후에 체육관에 설 수 있는데 지금 가면 쭉 갈 수 있다, 채울 수 있다, 내가 연출할 테니까 가라”고 해서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어요.

형이 없었으면 그렇게 큰 판을 벌일 수 없었죠. 그 때부터 형한테 잘못 배워서(웃음) 연출 스타일이 똑같아요. 저도 입장 수익을 제작비로 다 써요. 그렇게 안 하면 죄짓는 것 같아서. 이게 직업이어야 하는데, 공연이 직업이었던 적이 거의 없는 거죠, 돈을 벌어야 직업이라고 하는거잖아요. 전 직업이 가수고, 공연은  좋아서 하는 일이 됐어요. 장훈형은 무대조명 전구 한 알에 얼마인지도 알고, 티켓 사이트 연간 랭킹을 보고 “좌석 수 대비 퍼센트가 얼마니까 몇 장 팔렸겠네” 하면서 예매매수도 맞추는 사람이에요. 그걸 똑같이 배워서 형처럼 빡 세게 해요.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2월 부터 데뷔 10년 만에 첫 소극장 무대를 시작합니다.
게스트, 청강생 자격으로 장훈이 형이 하는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공연을 다 가봤어요. 가장 부러웠던 게 소극장 공연이었어요. 시작을 큰 곳에서 하다 보니 작은 곳으로 갈 기회가 없었거든요. 여름이나 연말 공연 외에 연중에 한다는 점, 첫 소극장이라는 점 등 모든 게 처음인 상황이라 관객 분들 이상으로 설레는 마음이에요. 작은 공간에서 “전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훨씬 크게 느껴지고, 어려운 판이라고 생각해요. 이 무대에 서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생각도 들고요. 

소극장 무대 위 ‘싸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새’를 스윙버전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모든 곡의 편곡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제가 동료들에게 준 노래나 제가 부른 노래들의 장르를 바꾸고, 곡을 서로 대입하기도 하고. 제가 늘 농담처럼 하는 말이 “밤 12시 이후, 열 평 안에서는 가수 비도 나한테 못 이긴다” 거든요. 제 무대의 근간이 좁은 유흥 공간에서 시작됐잖아요(웃음). 실로, 오래된 놀이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에서 강합니다. 제가 또 웬만한 히트곡보다 멘트가 터지는 스타일인데 체육관에서는 주로 “갑시다, 갑시다!”로 흐르지 깨알같이 갈 수는 없거든요. 소극장에서는 정말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죠. 음악을 벗어나더라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낙원’, ‘아버지’처럼 싸이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다려온 무대이기도 합니다.
가장 행복한 부분이 그거에요. ‘새’ 다음에 ‘끝’, ‘챔피언’ 다음에 ‘낙원’, ‘환희’, ‘다음에 ‘아버지’가 있었어요. 전 항상 강약을 주면서 갔거든요. 치고, 약 발라주고, 치고 약 발라주고 이런 식이었는데 ‘낙원’ 같은 경우에는 방송에서 불렀던 적이 없을 정도로 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연말 공연들이 보편 타당한 쇼로 갔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제가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쓴 노래들을 온 마음을 다해서 부를 수 있는 무대를 시작한다는 거에요.


스탠딩석도 빠지지 않았어요. 소극장에서도 뛰어야지요. 뛸 건 뜁니다. 처음 시작했던 공연 이름이 ‘올나잇 스탠드’일 정도로 그 누구보다 스탠딩을 강력하게 끌고 왔어요. 관객들이 뛸 때 정말 신나거든요. 소극장이지만, 싸이다운 건 유지하자는 선에서 스탠딩을 고집했어요. 그런데, 극장 여건 상 스탠딩이 안 되는 곳이 있어서 허용이 되는 선에서 추진했어요. 의자를 뽑아낼 순 없다고 해서(웃음).

 음악프로에 나온 가수 싸이를 보고, 10대들은 ‘싸이삼촌’ 이라고 부르던데요.
<소극장 콘서트 10주년 한정판> 예매연령대를 보니까 대구, 부산에서 10대 관객 예매율이 0%에요. 자체 19금 공연이 되는 거지요. 이런 식으로 가면 제가 조금 더 편하게 19금 버전으로 흘러가도록 꾸며도 되지 않나(웃음). 2~30대 공연예매자 분들이 많고, 40대 관객층이 늘어났어요. ‘완타치’때 장훈이형 보러 오셨다가, 제 귀여움에 빠지신 것 같아요(웃음).


싸이의 소극장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2층 객석까지 날아가는 와이어를 탔던 것 같아요. 공연장에 오셨어도 영상 화면을 통해서 저를 보셨던 분들도 계셨을 거고,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고 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 무대에서 일차원적인 저를, 가장 박재상에 가까운 싸이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싸이틱’한, 자신과 똑같은 스타일의 후배가 나타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조언요? 에이, 그런 친구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조언을 해주고 싶지도 않네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웃음). 싸이답게, 싸이스럽게 제가 더 오래, 오래 해야지요(웃음).



 

이 말한다, 싸이 소극장 콘서트_연말공연이 제대로 된 쇼를 보여줘야 한다면, 연중에 하는 공연은 가수가 보이고 노래가 들리는 무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극장을 선택한 싸이의 결정은 옳습니다. 연출가 김 장훈으로 참여하는 이번 무대를 위해서 매일 싸이랑 통화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싸이 소극장 무대는 한 마디로 이렇습니다. 소극장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희가 누굽니까? 공연형제 아닙니까. 소극장 특유의 소박함,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폭발력이 있습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YG엔터테인먼트, 공연세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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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1.02.08

    역시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