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가> 송창의 "노래에 이끌려 왔습니다"

 

지난해 송창의는 유독 힘겨운 사랑에 빠져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 때문에 스러진 베르테르가 됐고,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 세상의 편견 앞에 서야 하는 남자, 태섭으로 살아왔다. 시간이 배우를 보듬는다는 말을 송창의에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비단 좀 더 노련해진 연기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된 깊어진 눈빛 때문이기도 하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3년만의 인터뷰. 그 사이 배우로 한 발 더 나아간 배우 송창의를 만났다.

다시 외사랑을 품은 남자
“이영훈 작곡가님의 노래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뻤어요. 노래가 담고 있는 따뜻한 감성과 정서는 저에게도 있었고 노래에 향수도 가지고 있거든요. 학창 시절 친구들과 같이 음악을 들었던 기억도 나고... 배우나 스탭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죠.”

이제 힘겨운 사랑에서 벗어나 애잔하지 않는 그를 볼 수 있으려나 했다. 하지만 송창의는 다시 故 이영훈 작곡가의 유작 <광화문연가>에서  안타까운 외사랑을 가슴에 안은 남자 ‘상훈’을 선택했다. 그를 이 작품으로 이끈 건 따뜻한 노래였다. 학창시절 ‘그녀의 웃음소리뿐’ ‘소녀’ ‘슬픈 사랑의 노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친구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들은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출연에 망설임이란 없었다.

그가 맡은 ‘상훈’은 천재 작곡가이지만 사랑엔 서툴기만 한 남자.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와 짝사랑이라는 구도가 언뜻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에게 ‘상훈’은 전혀 새로운 인물일 뿐이다.

“베르테르와는 많이 달라요. 내면의 정서는 비슷할 수 있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비슷한 면이없어요. 베르테르가 내면을 억누른다면, 상훈은 표현을 하거든요. 수줍음도 표현하고 안타까움도 표현하고. 그리고 일단, 상훈은 춤을 추잖아요(웃음).”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 사이에선 이미 화제가 된 라틴 댄스는 그가 이지나 연출에게 의지를 표현해 들어간 장면이라고. 수줍음을 가진 천재 작곡가가 정열의 춤을 춘다 하니 호기심이 먼저 일어난다.
“일부로 제가 상훈의 춤 씬을 넣어달라고 말했어요. 상훈 캐릭터가 너무 정적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세 명의 인물 구도에서 각이 떨어져야 하는데, 상훈이 정적인 캐릭터면 구도가 어긋날 것 같아요. 연출님도 동의해 주셨어요. 지금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상훈은 천재 아티스트이자 어눌함과 총면함을 동시에 가진, 때론 엉뚱한 매력을 나타내는 인물이 될 것 같은데요(웃음).”

그 동안 무대에서 그의 춤 실력을 볼 기회가 없었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춤을 잘 추냐고 묻자 “못 추진 않습니다”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저도 원래 춤을 췄었어요. 대학 때 부전공으로 재즈댄스를 했거든요. 이 작품은 예상하시는 대로 가라앉고 정적인 작품만은 아니에요. 상훈 역시도 내성적이지만 그걸 좀 드러내는 성격에 춤도 소화하고, 예상보단 밝은 캐릭터가 될 겁니다.”

하지만 이문세의 목소리로 각인된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소화해야 하는 데는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부담이 있어요. 워낙 잘 알려진 노래를 하기 때문에 객석에서 듣는 분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전 노래를 부를 때 캐릭터를 좀 더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부르는 게 아니라 한상훈의 감수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가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 
2002년 뮤지컬 <블루 사이공>으로 데뷔 후 10년 차 배우.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올라서도 그는 <헤드윅> <졸업> <미녀는 괴로워> 등에 출연하며 무대를 놓지 않았다. 묵묵하게 배우의 길을 걷는 그에게 공연은 항상 채움으로 다가온다.
“연기자가 무대에 서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TV 연기만 계속할 순 있지만 이것만 하면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공연을 하면 배우로서 넓어지고 채워지는 게 느껴집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사실 이게 가장 크죠(웃음).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래서 1년에 한 편씩은 공연을 하게 되더군요.”
 
 

그에게 처음으로 떨림을 준 공연은 2006년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서기 전 설렘과 떨림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무대와 관객이 하나 됨을 느낀 그가 2010년 다시 이 작품에 출연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스스로 나를 점검하고 싶었어요. 4년이 지난 후 무대에서 내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관객과는 어떻게 통할지 알고 싶었고요. 결론은 스스로 차이를 많이 느꼈다는 것이에요. 거친 모습보단 조금 더 노련해져 있더군요.거친 모습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첫 번째 헤드윅을 더 좋아하셨을 수도 있지만요.”

지난해 그의 매력은 빛을 뿜었다.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 베르테르는 여심을 흔들어 놓았고, 드라마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놓았다. 하지만 모래성을 공들여 쌓고 허물어 버리듯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 마다 매번 새로 시작한다. 그는 “마치 숙명인 것처럼”이라고 표현한다.
“배우는 인기를 얻고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도 항상 제 자리에요. 작품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그렇죠. 새롭게 시작하는 게 숙명인 거 같아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치고 <광화문연가>로 들어가며 그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전 작품의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했다.

“원래 성격이 밝거든요. 그 성격을 되찾고 상훈이 캐릭터에 반영하기 위해 베르테르의 여운을 걷어내야 했어요. 평상시에도 배역과 나를 구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감정을 표출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영향을 받지만 배우는 전체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죠. <미녀는 괴로워>와 드라마 <신의 저울>을 함께 할 때 힘든 적이 있어요. 한쪽은 즐겁게 웃고 노래해야 하고, 한쪽은 나를 긁어내면서 연기해야 하니 혼란스럽고 힘들더군요.”

정말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애달픈 베르테르도, 복잡한 내면을 지닌 마냥 섬세한 태섭도 아니었다. 짝사랑 하는 여자에게 한 마디 말도 못 하는 상훈과도 거리가 있다. “나도 사랑엔 쑥맥이지만 한상훈만 하진 않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다.
꾸미기 보다 솔직하고, 섬세함 보다 터프함에 가깝고, 진지함과 장난기를 동시에 지닌 모습이 자연인 송창의에 가깝다.

“저에게 반듯할 것 같다고 말씀을 많이 하지만 실제 저는 반듯하지만은 않아요. 보통 사람하고 똑같아요. 하지만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을 하죠.”

<광화문연가> 개막을 앞둔 그는 또 다시 “설렘과 부담감을 반반” 안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 얼마 전 영화촬영을 끝낸 터라 온전히 뮤지컬에 매달리는 그에게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자, 창작 뮤지컬에 참여한 배우답게 답한다.
“저는 창작 뮤지컬이 오랜 기간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충분한 기간 동안 하나 하나 짚어보며 만들어야 하는데 시스템 자체가 그럴 순 없죠.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스탭과 배우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져요. <광화문 연가>도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노력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팬이 송창의에게 직접 묻는 깨알 질문**

epdl60** <광화문연가>의 넘버 중, 아니면 그외 故이영훈 작곡가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소녀’를 가장 좋아했는데 <광화문 연가>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바뀌었어요. ‘내 오랜 그녀'란 노래가 지금은 가장 좋아요. 현재 한상훈의 심정이 적절하게 묻어나는 노래이기도 하고, 그냥 좋더라고요.

shesgre** <광화문연가> 홈페이지에서 ‘옛사랑’을 들었는데 기교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창법에 조금 변화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정갈해진 느낌인데요. 보컬 트레이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요? 음악감독님이 특별히 주문한 발성법이라든지 연습하면서 특히 마음에 두고 연습한 부분 같은 것이 있었는지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저희 음악감독님이 능력이 많으신 분이라 철처하게 연습 과정에 맞춰 하고 있어요. 특별하게 창법을 바꾼 건 아니에요. 노래 자체가 가요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가고 있어요.

hurigi**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광화문연가> 팀은 어떻게 서로들을 알아가며 친해지는 지 궁금합니다. (앰티?술?노래방??^^) 그리고 <광화문연가>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회식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서로 토론을 많이 해왔어요. 연습과정에서 토론 방식이 많았거든요. 창작 뮤지컬이고 대본을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에 서로 대화할 시간이 많았죠. 분위기 메이커는, 음…글쎄요. 특별히 분위기 메이커는 없는 것 같아요.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스터디 하는 과정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내곤 하죠.

jung77** 팬들은 노래나 연기가 절정에 달했다라고 평가하는데요. 하지만 뮤지컬배우로서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하하, 저는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한데요. 절정이라고 느끼진 않죠. 뮤지컬은 워낙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연을 많이 했다라고 할 수도 없고,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야죠. 그런데 참 좋은 팬 분이네요(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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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8

  • A** 2011.03.13

    매 순간순간마다 진심으로 대답을 하시는듯 항상 부족하다고 송배우님 이제 일주일남았네요 송배우님 연습 힘드시겟지만 건강 관리 잘 하시여 세종에서 뵈어요 언제나 화이팅 외쳐드림니다.. 송창의 화이팅!!송상훈 화이팅!!!

  • A** 2011.03.12

    순간순간 모든 열정을 다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꼭 보러 갈게요. 송베르를 잊게 할 멋진 연기가 기대됩니다.

  • A** 2011.03.10

    인터뷰 내용이 언제나 진지하고 모든일에 열정을 다하는배우 섬세하고 눈빛만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송창의님 눈빛에 반해버림니다.. 인터뷰내용이 어찌나 솔직하시는지 읽는내내 가슴에 와 닳습니다.. 송배우님 광화문연가 기대가 됨니다..송배우님의 마음속에서 그려내질 상훈모습은 어떨까하구요 광화문연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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