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진주를 찾습니다~ "오디션 속으로!"


꿈이 있다면 도전하라. 그러나 꿈만 있다면 도전해도 소용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이상과 열정, 그리고 그것을 위한 노력의 일정 결과를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도약의 기회가 주어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뮤지컬 오디션은 연기, 노래, 춤, 더하기 알파까지, 무대를 향한 종합평가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기에 어떤 도전보다 뜨겁고 지원자나 심사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임이 확실하다.

통과하면 인정! 해주마
오디션의 목적과 매력은 단연 ‘열린 기회 제공’에 있다. 원하는 조건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영광의 주인공,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다. 쉼 없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고 막이 올라가는 공연계에서도 배우 캐스팅 오디션을 빼 놓을 수 없다. 친분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알음알음’ 진행되었던 것이 2000년 전후 <브로드웨이 42번가> <오페라의 유령> 등 라이선스 작품들을 가지고 내한한 해외 스텝들이 캐스팅 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우 선발에 이제 오디션은 필수가 되었다. 몇몇 유명 배우들이 아닌, 좀 더 참신한 인물에 목말라 하던 현장의 욕구와도 맞아 떨어졌다.

오디션의 진화 “보는 눈이 많아져”
오디션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류와 실기전형으로 이뤄지는 기본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도입도 늘어간다. 오디션 과정을 TV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 예비 관객들의 평가를 반영하기도 하고, 지원자들에게 여러가지 과제를 주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또 다른 면모를 파악하기도 한다.


<헤드윅>의 이주광, <마이 페어 레이디>의 임혜영, <돈 주앙>의 강태을.
모두 TV로도 방영이 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

2008년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주인공 선발 과정을 국내 뮤지컬계 최초로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했으며, 최근 가수와 또 다른 매체 활동 가능성까지 염두, 연예매니지먼트사와 함께 ‘뮤지컬 아이돌’ 오디션으로 <그리스>의 배우들을 선발한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그간 국내에서 진행한 새로운 형식의 오디션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TV 등의 매체 활용이나 일반인 참여 오디션이 해외에서처럼 큰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오디션은 공연계 뿐 아니라 더 넓은 대중적인 관심도, 지원자나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의 범위 자체가 확장된다는 면에서 참신한 인물을 뽑는 오디션의 목적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빨래> 배우 오디션에 참여하는 일반 관객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 관객들을 ‘주주단’으로 선발, 김종욱 역의 배우 오디션에 직접 참여시켜 ‘심사 점수’를 받는다. 뮤지컬 <빨래>도 관객들을 심사위원으로 선발, 제작진들과 함께 오디션을 진행했다. “스텝들 앞보다 관객 앞이 더 떨린다”와 “결국 공연을 볼 관객들이 뽑아주는 거라 더욱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등 배우들의 생각은 더 많아졌다지만(?) 배우 선발과정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관심 증가와 오디션 결과 면에서 만족스럽다는 것이 제작사의 평가이다.


붙을 생각 해야지 vs 뽑아 놓고 누굴 뽑아?
오디션의 활성화가 실력 있는 배우 발굴에 기여하는 건 사실이지만, 과정과 결과 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다. 유희성 연출은 “오디션이 생활화 되다 보니 많이 응시하는 반면,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의, 약간 습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우들도 할 말이 있다. “이미 내정된 배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오디션의 경우, 응시자를 허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문정 음악감독도 이 부분에 일정 동의한다. “신인들의 등용문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 등에 영향을 미칠 스타 배우 발탁의 경우는 아쉽다. 어느 정도 공연에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오디션이 주연보다는 주-조연, 앙상블 선발로만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제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힐 사람은 뽑힌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수 많은 오디션장에서 수 많은 지원자들을 봐 온 현장의 4인들이 ‘개인적인 생각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한 오디션 팁을 들어보자.

프로듀서 신춘수(㈜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선발 기준
- 나의 직관이다. 당장 잘하나, 못하나가 아니라 그 배역에 여러가지로 적절한 인물인가, 무대 장악력이나 스타성 등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첫 눈에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응시자들에게 - 춤, 노래 등 전반적인 부분의 기본기가 훈련 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오디션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조절력도 필요하다. 오디션은 떨어지거나 붙는 것이기에 탈락에 너무 아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연출가 유희성
선발 기준 - 음색, 몸 놀림, 가창, 숨은 끼, 의지 등 모든 것이 중요하다. 작품의 캐릭터와 이미지가 맞는지,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미 인물 캐릭터가 확정된 라이선스 작이나 재연작의 경우, 기존 캐릭터에 튀지 않는 적합한 인물을 찾는다.

응시자들에게 - 대부분 악보를 들고 노래 오디션을 보는데 지정곡이라 해도 외워서 오길 바란다. 얼마나 준비를 했는가 금방 표가 난다. 자신만의 해석이든 제대로 암기를 하든 준비를 하고 오기 바란다.

 음악감독 김문정
선발 기준
 - 여러가지로 작품에 맞는 사람인가, 음색, 다른 배우와의 조화, 그가 갖고 있는 캐릭터도 중요하다. 음악적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는지, 음역과 발성법 모든 면에서 살펴본다.

응시자들에게 - 작품에 어떤 캐릭터가 있는지 충분히 분석하고 왔으면 좋겠다. 전통 춤이 나오는데 발레 슈즈를 신고 온다든지, 캐릭터에 맞지 않는 모습으로 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악보를 외워오는 건 기본이다. 오디션장에는 ‘붙을 마음’으로 왔으면 좋겠다.

안무가 오재익
선발 기준
 - 성격. 뮤지컬은 공동작업이라 팀웍이 중요하고, 아무리 잘한다 해도 트러블 메이커라고 생각되면 절대 뽑지 않는다. 오디션장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배우 성격에 대해 많이 파악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오디션을 절대 어렵게 보지 않는다. 오디션은 배우의 가능성을 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잘 아는 배우와 잘 하는 배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잘 어울리는’ 배우를 뽑는다. 아무리 안무가 어렵고 특징이 큰 작품이라 해도 뮤지컬은 노래와 이미지가 많이 중요하다.

응시자들에게 - 오디션만 잘 보는 배우들도 있다. 열정이 많다고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디션에서 볼 때 마다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자리인 사람도 있다. 레슨을 받는 등 평상시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신인의 경우, 처음부터 ‘꼭 주인공만’이라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더 진하게, 더 새롭게 도전! “나의 오디션 이야기”

심장이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 오디션을 치른 후 듣는 합격 소식은 더욱 심장을 뛰게 하는 희열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찬란한 무대를 위한 힘겨운 연습과정이 기다리고 있고, 무대 위의 모습이 차기작의 간접적인 오디션이 된다는 건 잠시 접어두자. 배우들이 ‘평생 함께 해야 할 그대’라 입을 모은 오디션. 아, 쓰고 달던 그 기억들이 바람결에 스치운다.

강태을
통과율 : 최근에 아픔이 많았다.
오디션 대응법 :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심사곡의 AR(All Recorded. 노래와 반주가 함께 녹음된 음원)을 제공해주는데, 그대로 연습해 본 후, 인터넷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 부른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와 맞는 ‘내 버전’이 생기게 된다. 악보는 반드시 외운다.
기억에 남는 오디션 : <돈 주앙>. 오디션 기간도 길었고, 한국에서 무명이었던 나를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돈 주앙>이 쏭-쓰루 뮤지컬이었기에 소화해야 하는 노래도 많았다.

박은태
통과율 : 약 30%?
오디션 대응법 : 보통 충실히 악보에 따라 노래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기도 한다. 오디션 전날, 충분한 수면은 필수다.
나만의 징크스 : 떨어질 땐 꼭 1차에서 떨어지고, 최종까지 오르면 합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억에 남는 오디션 : <모차르트!>. 악보대로 노래를 하지 않았던 경우다. 그래서 첫 번째 오디션 때는 떨어진 것 같은데, 두 번째 오디션에서는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조휘
응시 횟수 : 2002년부터 공연 뿐 아니라 모든 걸 통틀어 2, 300번 쯤?
오디션 대응법 : 오디션 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너무 떤다. 그래서 스스로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아예 오디션을 안 본다. 정확히 어떤 배역에 임할 것인지 타깃을 정한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도 그 캐릭터에 맞는 표정과 이미지의 사진을 첨부한다. 자유곡 선정도 마찬가지이다.
기억에 남는 오디션 : <돈 주앙>.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져서 그땐 약간의 오기도 있었던 것 같다. <돈 주앙>도 최종까지 올랐다가 떨어지고, 나중에 추가 오디션을 보고, 세 번 만에 합격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아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최유하
오디션 대응법 : 오디션 시간이 일찍 정해졌다면 그 때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오전에는 목이 덜 풀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데, 오디션 시간이 10시라면 일주일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생활하는 등 적응기간을 두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오디션 : 생애 첫 오디션인 <풋루스>. 최종 오디션이 공개로 진행되었는데, ‘무조건 주인공 하겠다’면서 말도 안 되는 말로 떼를 썼었다. 기본기도 없이 자유 안무도 당당하게 췄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빼 놓을 수 없다.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과 캐릭터여서인지, 오디션 자체가 즐거웠고, 공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존경했던 여인의 역할을 오디션에서나마 연기했다는 게 좋았다.


내년 공연예정으로, 최근에 진행된 <엘리자벳> 오디션.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공개 워크숍 오디션으로 최종 배우를 선발했다.

* 최근 뮤지컬 오디션 일정 (날짜는 원서접수일 기준)
<늑대의 유혹> ~3.21 오후 5시까지(fhwm486@nate.com) / <오디션> ~3.21 5시까지(www.e-eda.com) / <올댓재즈> ~3.21 오후 5시까지 (http://club.cyworld.com/pcallthatjazz) / <궁> 여주인공 '신채경' 역 ~3.24(www.chFN.co.kr) / <파리의 연인> 3.14~3.25(www.musicalparis.co.kr) / <내마음의 풍금> ~3.28(02-744-2588) / <지킬 앤 하이드> ~3.31(www.odmusical.com) / <미라클> ~4.7(www.artpama.co.kr) / <삼총사> <잭더리퍼> 3.15~4.8 (www.mmusical.co.kr) / 천계영 만화 원작 <오디션> 3.7~4.15 (http://blog.naver.com/cultureact)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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