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박은태를 만나다

플레이디비 팬미팅 코너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이들이 데이트 신청을 했다. 이제 뮤지컬 아이돌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인기의 주인공, 배우 박은태와의 만남에서다. 6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능력자 팬들과 박은태와의 만남은 설렘을 담은 질문과 성실한 답변으로 1시간이 꾹꾹 채워졌다.
올해에만 <거미여인의 키스> <모차르트!> <피맛골연가>에 이어 <햄릿> 무대에 서며 정체되지 않는 배우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배우 박은태. 팬과의 만남에서 그는 팬들 앞에서 속 깊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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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늦은 뮤지컬 입문  "노력 밖에 수가 없었죠"

요즘 근황이 어떠세요?
정신 없이 살고 있어요. <햄릿> 연습이 참 힘들었어요. 제가 태어나서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한 달 동안 5kg을 빼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 성대에 무리가 갔죠. 살이 빠지면 속의 근육부터 빠진대요. 원래 튼튼했던 것이 약해지니 소리가 잘 안 나와서 예민해 지고. 햄릿 연기를 하면서 눈빛 연기가 살아있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배가 고파서 퀭해진 거였어요. (웃음) 지금은 공연 체력을 위해 먹고 있어요.

다이어트 식단 공개해 주세요.
처음 밝히는 건데, 아침에 미숫가루 먹고 점심은 닭가슴살과 청국장. 저녁엔 바나나 두 개. 그러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장어 같이 열량 높은 음식을 먹었어요. 운동도 같이하고. 원래 살이 찐 편은 아니었지만 햄릿이 고뇌하는 역할이라, 저 친구 잘 먹었네, 이런 느낌은 아닐 거 같았어요. (일동 웃음)

대학에서 공연을 공부하고 있어요. 나중에 연출가가 되는 게 꿈인데 배우님과 같이 공연했으면 좋겠어요. 제 이상형이에요. (일동 폭소)
네, 그런데 그게 질문은 아니죠? (일동 웃음)
공연 계속 하시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사실 연습 때 되게 힘들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 그래도 요즘은 식사를 조절해서 오히려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유지하면 어떨까해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박은태 배우를 처음 봤어요. 노래 부르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강변가요제 출신이시더군요. 처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요.
사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수란 건 꿈에도 상상 안 했어요. 어떻게 보면 팔자가 아닌가 싶어요. 대학 때 취미로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곳에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는 선배님이 있었어요. 운 좋게 강변가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어 나도 되는 건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확 뛰어들지 못했어요. 그렇게 갈팡질팡 한 시간이 5년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은 학교를 그만두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안 되면 그만두고 장사를 하든 해야지. 그때 우연히 뮤지컬 오디션을 봤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신가 봐요.
전 26살에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성악, 연기 전공자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분들하고 경쟁을 하기 위해선 노력밖에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매번 레슨을 받진 않겠죠. 지금은 제가 너무 빨리 올라온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거죠.

저는 지금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있어요. 원래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만뒀어요.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 전공을 바꾼 다음에도 재능엔 많이 예민해요. 그런 고민을 해보신 적은 없나요?
저에게 잘 오셨어요. 이런 상담은 100명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전 재능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주고 싶어요. 저도 가수 준비하면서 재능 없다, 끼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노래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결론은 재능의 크기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것이에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앞으로 그 사람이 열심히 해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까지 폄하해서 이야기 하는 분들이더군요.
영어를 익히는 것과 비슷해요. 영어권이 아닌 이상 영어를 태어나면서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죠. 항상 영어를 접하고 필요한 사람이 잘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성악을 6년 배웠는데, 그렇게 배우고 나니 <햄릿> 이나 <모차르트!>를 할 수 있었던 같아요. 재능만 있고 성악 레슨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죠. 그러니까 결론은 힘내시란 이야기에요.

2008년 <햄릿>에서 레어티스를 역할을 하셨어요. 그때의 위치와 지금은 다르잖아요. 마음가짐이 어떠신지.
햄릿에 임하는 자세..별 생각 없어요. 정말로. 무대는 이제 천직이 됐잖아요. 내가 조연인가 주연인가에 연연하고 임하는 자세가 바뀌면, 나중에 나이 먹고 조연도 하고 감초 역할을 할 때가 올텐데 그땐 어떻게 하겠어요. 조금은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해요. 인터넷이나 트위터도 절대 보지 않아요.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연연 할까봐. 다만 지금 바라는 점은 제가 레어티스 역을 했을 때 본 관객들이 햄릿을 보고 다른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죠.

 
무한도전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배우님도 사람이구나. (웃음) 다른 여가활동은 뭐에요?
원래는 사람들 만나는 것 좋아하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무대에 서면서부터 달라진 것 같아요. 배우는 무대에서 사람들하고 기싸움 하는 직업이거든요. 100개의 눈이 넘어가는 사람들하고 눈을 마주치면 이게 싸움이 되요. 그러다 보니 여가시간은 주로 혼자, 혹은 여자친구, 가족들하고 보내요. 둘, 셋이 넘어가는 자리는 웬만하면 가지 않고. 영화도 잘 안 봐요.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거든요. 건담 만들기처럼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들 것 찾아요.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각본으로 짜여진 게 아니잖아요. 반대로 개그콘서트처럼 머리를 짜서 만든 프로그램도 잘 안보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맡고 싶은 역할은..."

뮤지컬 배우를 한 이후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슬럼프는 목이 아플 때 와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오는 관객들 앞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가 있어요. 무리하게 연습을 했다든지, 성대결절이 생긴다든지. 그렇게 되면 무조건 슬럼프가 오죠.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병원에 가서 점검받고, 목에 좋다는 건 다 먹어요.
이건 좀 다르게 안타까웠던 일인데, 차지연씨가 제 친구거든요. 그 친구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임재범의 코러스 여우주연상 수상’이라고 난 기사가 있더라고요. 이걸 보고 속상했어요. 뮤지컬 배우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과 수준에 대해서. 배우로서 각성해야겠다 싶었죠.

춤, 노래, 연기 중 가장 힘든 건.
노래가 가장 힘들어요. 그건 당연한 것 같아요. 뮤지컬에서는 노래가 먼저 들어가기 때문에 노래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뮤지컬은 스크린이 아니기 때문에 극장 뒤쪽에 앉은 관객들은 배우의 세밀한 연기를 느낄 수 없어요. 전달할 수 있는 건 목소리 밖에 없는 거에요.

<거미여인의 키스> 이후에 <헤드윅>, <쓰릴 미> 같이 여성성을 가진 역할은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 하셨잖아요. 이미지가 너무 고정될까봐 그런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거미여인의 키스>는 동성애의 시초 같은 작품이에요. 여기에 몰리나 역은 게이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끝에 위치해서, 모성애까지 담은 캐릭터거든요. 캐릭터 자체가 너무 강한 거죠. 그래서 뭘 해도 몰리나가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몰리나 느낌이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하지 말자, 생각했죠.

앞으로 할 가능성은 있나요?
그렇죠. 제가 화장을 하면 되게 예뻐져요. (일동 폭소) 잘 생긴 얼굴은 아닌데 그리면 그리는 대로 뭔가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몰리나 할 때도 뿌듯했어요. (웃음) 나중에 몰리나가 그려지지 않을 때 해보고 싶어요.

무대에서 관객이 보이시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
주무시는 관객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웃음) <거미여인의 키스>가 소극장이라 주무시거나 휴대폰을 보시는 관객들이 잘 보였어요. 그럴 때 내공이 늘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제 연기에 집중하지 않는 관객을 보면서 집중이 깨져도, 안 깨진 척 하는 노하우.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들 같은 것.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몰리나였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른 뮤지컬과는 다르게 끝까지, 작품이 끝날 때 까지 재웅이 형과 승대 형을 사랑할 수가 없더라고요. (일동 폭소) 극 중 합방 씬이 있잖아요. 그걸 매일 하려니 너무 힘들었죠. 배우로서 집중하고 사랑해야 했지만 작품이 끝날 때까지 안됐어요. 그만큼 연기가 늘었던 것 같아요.

역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겠네요.
제일 빠져나오기 쉬웠어요. (일동 폭소) 제일 후련했죠. 그런데 피맛골연가 김생 연기를 하면서 자꾸 몰리나가 나와서 (일동 폭소) 고치는데 시간이 걸렸죠.

뮤지컬 배우를 해서 행복했을 때는.
저희 부모님이 채소가게를 하시는데 워낙 바쁘셔서 두 분이 여행을 다닌 적이 별로 없으세요. 지극히 평범하게 자식들을 위해 장사만 해오신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이 제 공연 보시겠다고 주말에 여행 삼아 오시고, 공연 보시고 나서 부산 가서 회도 드시고. 그럴 때가 제일 뿌듯해요. 장사하시면서 햄릿 포스터 붙여놓으시고. 우리 아들이라고. 대부분이  모르시죠. (웃음). 그럴 때 참 행복하더라고요.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맡고 싶은 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까 질문과도 비슷한데, 별 생각 없어요. 아직은 공부 하는 입장이라고 보거든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 해요. 만약 어떤 배역을 맡고 싶다고 정해 놨다면 <거미여인의 키스>도 안 했을 거고, <피맛골연가>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거미여인의 키스>는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작품이에요. 누구는 그랬어요. 연극 처음 하는데 게이 역을 하면 너는 앞으로 게이 역할만 하게 될 거다. 누구누구처럼 그렇게 된다. 그런 게 무서워서 하지 않았다면 몰리나 역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얻지 못했을 거에요. <피맛골연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창작뮤지컬에 사극이라 위험부담이 큰 작품이었지만 하지 않았다면 김생으로 느꼈던 사극의 감동, 연기를 전혀 배우지 못했을 거에요.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 행보가 다 그래요. 저에게 주어진 건 했어요. 어떤 역할보단 캐릭터에 있어서 좀 강한 역할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엘리자벳> 루케니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지만, 전 살인자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일동 웃음) 정말 나중엔 로맨틱한 남자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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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7

  • sad0** 2012.11.11

    은태배우님 ㅋㅋ 저도 좀때려주세요 ㅎ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는일모두 노력한만큼 돌아오겠죠? ^^ 좋은말씀 감사해요

  • A** 2012.02.18

    하.................멋있어 멋있어 배우님, 노담때부터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오늘 2월 18일 2시공연 5시까지 배우님의 공연 보고 왔어요 엘리자벳, 너무너무 잘봤구요 2~3주안에 배우님보러또갈거에요!!!ㅋㅋㅋ

  • A** 2012.01.28

    은언니~~~ 사랑해요!!!!!!!!!!!!!!!!!!!!!! 은케니!!! 기대하고 있어요~~ 곧 알현가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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