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콘서트 자우림 "뜨겁게 달릴 겁니다"
작성일2011.11.28
조회수12,867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 이선규(기타), 김윤아(보컬)의 개인 인터뷰 사진 촬영은 자체 ‘가위바위보’로 시작해 진 멤버부터 카메라 앞에 섰다.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밴드의 나름 장난스러운 순서정하기. 15년 변치 않는 결집에 “아무도 리더십이 없는 것”을 꼽은 자우림다웠다.
이들의 2011년은 유난스러웠다. TV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수경쟁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고, 지극히 자우림 다운 8집 앨범이 나왔으며, 그 사이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건강 악화로 쓰러졌다. 지난 15년 간 국내 혼성 락밴드의 명맥을 잇고 특유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로 여전함을 과시하는 그들에게서 “몇 년 치 스케줄을 한번에 소화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리고 달렸다. 3년 만에 갖는 자우림 전국투어 콘서트는 이들이 올해를 장식할 마지막 ‘달리기’다.
"나가수는 '게임'입니다"
얼마 전 팬 미팅을 가졌죠?
윤아 8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앨범 안에 암호를 숨겨놨거든요. 그 암호를 해독하고, 문제까지 다 풀어낸 분들하고 만났어요. 문제가 되게 어려웠어요.
선규 참 고마운 분들이라, 우리도 팬들하고 밥 한번 먹자 싶었어요. 가장 무도회 형식이었는데 즐거웠어요.
진만 저희 팬미팅은 전부터 뭐랄까, 밍숭밍숭 했거든요. 우리도 그렇지만 팬분들도 어색해하고. 그런데 이번엔 그분들도 다 가면을 쓰고 오셔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윤아 팬들은 가수들 성향을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경험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만나면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줍어들 하시고. 질문하는 시간이 와도 아무도 질문을 안 해요. 집에 가서 후기를 찾아보면 ‘그때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시고(웃음)
태훈 팬미팅 때 선곡을 받아 라이브 공연을 했는데 히트곡은 거의 없었죠. 앨범 어디에 숨어있는, 저희들도 무척 좋아하는 곡들을 신청하셨어요. 그날 물어봤어요. 이제 저희 나가수 떨어져도 되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웃음).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 이선규(기타)
팬들 입장에선 당연하겠죠. 좋아하는 가수를 매주 방송에서 보는 즐거움이 크니까요. 그런데 의외였어요. 자우림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윤아 우리 셋(윤아, 진만, 선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구대표님(구태훈)은 하고 싶은 마음 반, 그렇지 않은 마음 반이었고요. 3월부터 출연 섭외를 받았지만 우리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고사했었어요. 그 당시 전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면 같은 팀에 속해있는 동생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그런데 제가 아파서 입원하고 나서 약간 마음이 변했어요. 두 분(김진만, 이선규)도 약간 설득을 당한 것 같고. 저도 음악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를 열심히 서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쯤에서 멤버들을 설득한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웃음)
태훈 방송을 봤는데 청중평가단이 진짜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자우림이 할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경연 자체는 동감하진 않아요.
윤아 이제는 그 의미를 알아요. 처음엔 순위를 매기는 것에 심하게 거부감이 있었어요. 다들 경력 있고 스타일 있고, 해온 게 있는데 한 줄로 세워놓고 평가하는 것이 말이 돼? 그런데 안에 들어와 보니까, 이건 그냥 게임이구나. 게임에 지나지 않는구나. 어느 순간 다들 해방이 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진만 첫 주에 저희가 1위를 했는데 기분이 나빴어요. (윤아: 의외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예능인데 리액션이 너무 없다는 소리도 나왔었죠.
윤아 지금도 저희는 잘 못해요. 다들 포기한 것 같아요(웃음)
진만 나가수용 편곡이 있다는 걸 이번에 배웠어요. 앨범 편곡, 공연장 편곡, 나가수 편곡이 다 다르죠.
윤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우림 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태훈 확고해 지고 있어요. 하던 거 하자(일동 웃음)
세상 음모 중 일부분 '음모론'
방송 출연을 계기로 남성 멤버 세 분이 많이 알려졌을 것 같아요.
진만 선규를 가장 많이 알아보세요...창피해 죽겠어요(일동 폭소)
선규 제 입장에선 알아보는 게 편하진 않죠.
진만 이 중에서 제일 알아보는 걸 싫어한 사람은 사실 윤아였어요.
윤아 길에서 제가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접근하는 것이 익숙해지는데는 데뷔 4~5년이 지나고 나서에요. 그래서 아이돌들은 참 힘들겠다. 이런 생각은 들어요.
지난 8월, 8집 ‘음모론’이 나왔죠. 자우림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잘 나타난 앨범 같았어요.
태훈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앨범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윤아가 그러더라고요. 자우림이 바라보는 세상, 음모론이네. 딱 그거였어요. 관통하는 키워드가. 그래서 음모론이란 타이틀을 붙였죠.
타이틀곡 ‘아이돌’보다 ‘EV1’ ‘PEEP SHOW’에는 세상 권력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담겨 있던데요.
윤아 2~3년 전 텔레비전에서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는가'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이걸 소재로 꼭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지어낸 게 아니라 정말 실화죠. 그리고 ‘PEEP SHOW’는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따로 할 때가 없으니까. 아, 할 곳이 생겼네요. SNS에서는 공론화되기도 하니까. 일단 한국만의 이야기를 아닌 것 같아요. 권력과 자본이 있는 곳은 다 그렇죠.
얼마 전 투표에 대한 말을 트위터에 하신 게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윤아 투표하고 싶은데 경기도민이라 못한다는 말을 한 거였어요. 그런데 당시(선거 기간)엔 그런 사람이 많았어요. 알바들이(일동 웃음). 그래서 알바인 것 같다고 리트윗을 한 거였어요.
자우림의 음악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차별되죠. 음악적 영감을 사회현상에서도 얻는 것 같아요.
윤아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베네통 광고 보셨나요? MB와 김정일이 키스하는 장면. 이 광고가 한국에선 불가능했을 거 아니에요. 얼마나 재미있던지!
언젠가 이를 소재로 음악이 나오겠네요(웃음)
윤아 그럴지도(웃음). 또 그랬던 게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스위스 정부에서 어떤 단체에 돈을 지불해서 집시 인종들을 박멸하기 위해 부모에게서 아이를 강제로 떼어 놓은 사건이 있었대요. 1980년까지. 더러운 피를 말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정신병원이나 집단 수용서에 수용 했던 모양이에요.
이번 8집은 특히 자우림다운 앨범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스스로 평가한다면.
진만 저희가 생각해도 이번 8집은 자우림 총정리 편이에요. 하려고 했던 것들의 첫번째 도착점에 온 것 같아요.
15년 만에 첫 번째 도착점에 왔군요.
진만 좀 오래 걸렸나?(일동 폭소)
태훈 사운드 적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MP3 보다는 CD로 듣는 게 만족도가 훨씬 더 크실 거에요. CD를 많이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만족하는 것도 여러모로 커요.
지금까지 자우림의 타이틀곡은 앨범 전체 색깔과 약간 거리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하하하 송’ ‘매직카펫라이드’ 같은 노래는 상당히 힘차고 밝은데 전체적인 앨범 색은 약간 무겁다든가.
윤아 지금까지 곡을 만들면서 이걸 타이틀곡으로 해야지, 만든 건 한번도 없었어요. '매직카펫라이드'나 '하하하송'도 들을 땐 신나지만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신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하하송'은 되게 패배주의자의 노래에요. 패배자가 방에서 외치는 외침. '매직카펫라이드'는 이번 앨범 '해피데이'랑 통하는 노래죠. 인생, 어차피 죽잖아. 이런 내용이거든요. 사실 타이틀이 되었기 때문에 밝은 이미지를 더 입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조련당할 준비 됐나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다 김윤아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많이 심각했나요?
윤아 사실 앨범 준비 전부터 몸에서 신호를 보냈어요. 면역력이 없다고. 올 초엔 신종플루에 걸려서 실려가기도 했고. 쉬어야 하는데 일을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일을 지속하다 보니 신체기능이 정지된 거죠.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신경을 침범할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안면 신경이 당했죠. 은퇴하는 줄 알았어요. 얼굴을 움직이지 못했거든요.
진만 윤아가 8집 마스터링을 끝내고 쓰러졌거든요. 저희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이게 내 마지막 앨범이네’ 이런 눈빛이었어요.
윤아 그런 생각 정말로 했어요. 남은 계약은 어떻게 하지? 현실적인 고민도(웃음) 나중엔 청각신경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이번에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겠구나 생각했었요.
좌절 하셨나요?
윤아 좌절은 안 해요(웃음). 음악을 직업으로 하지 않아도 들을 수만 있다면 만족하죠. 그래도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의사 선생이 경과가 굉장히 좋았다고, 많이 좋아졌죠.
네 분은 지난 15년 동안 변함없이 함께 하셨어요.
윤아 다른 이야기지만 배철수 음악캠프에서 철수아저씨가 “멤버 교체 없이 이렇게 오래한 팀은 크라잉넛이 유일하죠” 이러시는 거에요(웃음).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전화할 뻔 했잖아요. 지난 번엔 우리라고 하셔놓고(일동 폭소). 크라잉넛은 저희보다 데뷔가 1년 빨라요. 그런데 도중에 멤버를 영입했거든요.
태훈 그럼 멤버교체가 있었네~!
윤아 교체가 아니고 추가긴 하지만. 우린…추가도 없었는데(일동 웃음).
그 비결이 뭔가요?
선규 아무도 리더십이 없다는 게 비결 같아요.
리더는 이선규씨 잖아요.
선규 그냥 사전적인 리더고요. 사실 리더는 없어요. 사장(구태훈)은 있고….
윤아 우린 직원?(웃음)
리더십이 아무도 없으면 앨범 방향을 정하고 나오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태환 윤아가 부반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만 역할이 다들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예를 들어 6월 녹음하고 8월 발매면 2~3월 경에 윤아한테 단체 문자가 와요. “오빠들 곡 많이 썼어?”. 그럼 선규랑 통화해요. “어떻게 하지?” (일동 웃음)
그렇게 15년을 보내셨군요(웃음). 고비는 없었나요?
태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고비는 윤아가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굉장했죠. 작년, 올해. 파란만장했어요.
윤아 그래도 무대에서 크게 노래할 수 있는 해방감 때문에 다들 크게 늙지 않고 계속 철없이 잘 지내는 거 같아요.
진만 특희 우리팀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니까.
3년만에 콘서트도 하시네요. 어떤 콘셉트인가요?
선규 8집 앨범의 새노래와 히트곡, 나가수에서 유난히 사랑받았던 곡 몇 곡을 레파토리로 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뜨거운 곡들이 많아요. 완곡조절 폭이 작아져서 걱정이긴 한데, 어쨌든 뜨겁게 달리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윤아 막 달리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이런 콘서트 꼭 해보고 싶어요. 잔디밭이 있고 사람들이 음식이랑 술을 싸가지고 와서 돗자리 깔고 먹으면서 우리 공연을 보는 것. 조용하게.
태훈 저는 언젠가 소극장 릴레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윤아 릴레이? 나 매일 일해야 해?(일동 폭소)
태훈 저희가 팬들과 소통했던 게 많지 않았거든요. 큰 극장 말고 작은 극장에서 팬들과 가깝게 만나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진만 그래도 자우림은 뜨거운 콘서트가 최고죠. 이번 네버다이 공연이 그럴 겁니다.
윤아 팬들 표현이 자우림은 정말 팬들을 잘 조련한다 하시더라고요. 이번 공연이야말로 내내 조련을 당하실 거에요(웃음) . 저희들 내부의 어떤 악마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멤버들은 나가수식 경연을 한답니다. 5개 도시 투어 중 모든 투표를 합산해서 최하 투표를 하는 한 분께 벌칙을 드릴 거에요. 명동 한 복판에서 아브라카타브라를 춘다든지(일동 웃음).
진만 최하위가 새로운 리더가 된다든지, 떨어지는 사람이 예능에 나간다든지. (일동 웃음) 기대 많이 많이 해주세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의 2011년은 유난스러웠다. TV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수경쟁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고, 지극히 자우림 다운 8집 앨범이 나왔으며, 그 사이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건강 악화로 쓰러졌다. 지난 15년 간 국내 혼성 락밴드의 명맥을 잇고 특유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로 여전함을 과시하는 그들에게서 “몇 년 치 스케줄을 한번에 소화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리고 달렸다. 3년 만에 갖는 자우림 전국투어 콘서트는 이들이 올해를 장식할 마지막 ‘달리기’다.
"나가수는 '게임'입니다"
얼마 전 팬 미팅을 가졌죠?
윤아 8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앨범 안에 암호를 숨겨놨거든요. 그 암호를 해독하고, 문제까지 다 풀어낸 분들하고 만났어요. 문제가 되게 어려웠어요.
선규 참 고마운 분들이라, 우리도 팬들하고 밥 한번 먹자 싶었어요. 가장 무도회 형식이었는데 즐거웠어요.
진만 저희 팬미팅은 전부터 뭐랄까, 밍숭밍숭 했거든요. 우리도 그렇지만 팬분들도 어색해하고. 그런데 이번엔 그분들도 다 가면을 쓰고 오셔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윤아 팬들은 가수들 성향을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경험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만나면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줍어들 하시고. 질문하는 시간이 와도 아무도 질문을 안 해요. 집에 가서 후기를 찾아보면 ‘그때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시고(웃음)
태훈 팬미팅 때 선곡을 받아 라이브 공연을 했는데 히트곡은 거의 없었죠. 앨범 어디에 숨어있는, 저희들도 무척 좋아하는 곡들을 신청하셨어요. 그날 물어봤어요. 이제 저희 나가수 떨어져도 되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웃음).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 이선규(기타)
윤아 우리 셋(윤아, 진만, 선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구대표님(구태훈)은 하고 싶은 마음 반, 그렇지 않은 마음 반이었고요. 3월부터 출연 섭외를 받았지만 우리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고사했었어요. 그 당시 전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면 같은 팀에 속해있는 동생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그런데 제가 아파서 입원하고 나서 약간 마음이 변했어요. 두 분(김진만, 이선규)도 약간 설득을 당한 것 같고. 저도 음악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를 열심히 서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쯤에서 멤버들을 설득한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웃음)
태훈 방송을 봤는데 청중평가단이 진짜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자우림이 할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경연 자체는 동감하진 않아요.
윤아 이제는 그 의미를 알아요. 처음엔 순위를 매기는 것에 심하게 거부감이 있었어요. 다들 경력 있고 스타일 있고, 해온 게 있는데 한 줄로 세워놓고 평가하는 것이 말이 돼? 그런데 안에 들어와 보니까, 이건 그냥 게임이구나. 게임에 지나지 않는구나. 어느 순간 다들 해방이 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진만 첫 주에 저희가 1위를 했는데 기분이 나빴어요. (윤아: 의외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예능인데 리액션이 너무 없다는 소리도 나왔었죠.
윤아 지금도 저희는 잘 못해요. 다들 포기한 것 같아요(웃음)
진만 나가수용 편곡이 있다는 걸 이번에 배웠어요. 앨범 편곡, 공연장 편곡, 나가수 편곡이 다 다르죠.
윤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우림 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태훈 확고해 지고 있어요. 하던 거 하자(일동 웃음)
세상 음모 중 일부분 '음모론'
방송 출연을 계기로 남성 멤버 세 분이 많이 알려졌을 것 같아요.
진만 선규를 가장 많이 알아보세요...창피해 죽겠어요(일동 폭소)
선규 제 입장에선 알아보는 게 편하진 않죠.
진만 이 중에서 제일 알아보는 걸 싫어한 사람은 사실 윤아였어요.
윤아 길에서 제가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접근하는 것이 익숙해지는데는 데뷔 4~5년이 지나고 나서에요. 그래서 아이돌들은 참 힘들겠다. 이런 생각은 들어요.
지난 8월, 8집 ‘음모론’이 나왔죠. 자우림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잘 나타난 앨범 같았어요.
태훈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앨범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윤아가 그러더라고요. 자우림이 바라보는 세상, 음모론이네. 딱 그거였어요. 관통하는 키워드가. 그래서 음모론이란 타이틀을 붙였죠.
타이틀곡 ‘아이돌’보다 ‘EV1’ ‘PEEP SHOW’에는 세상 권력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담겨 있던데요.
윤아 2~3년 전 텔레비전에서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는가'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이걸 소재로 꼭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지어낸 게 아니라 정말 실화죠. 그리고 ‘PEEP SHOW’는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따로 할 때가 없으니까. 아, 할 곳이 생겼네요. SNS에서는 공론화되기도 하니까. 일단 한국만의 이야기를 아닌 것 같아요. 권력과 자본이 있는 곳은 다 그렇죠.
얼마 전 투표에 대한 말을 트위터에 하신 게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윤아 투표하고 싶은데 경기도민이라 못한다는 말을 한 거였어요. 그런데 당시(선거 기간)엔 그런 사람이 많았어요. 알바들이(일동 웃음). 그래서 알바인 것 같다고 리트윗을 한 거였어요.
자우림의 음악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차별되죠. 음악적 영감을 사회현상에서도 얻는 것 같아요.
윤아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베네통 광고 보셨나요? MB와 김정일이 키스하는 장면. 이 광고가 한국에선 불가능했을 거 아니에요. 얼마나 재미있던지!
언젠가 이를 소재로 음악이 나오겠네요(웃음)
윤아 그럴지도(웃음). 또 그랬던 게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스위스 정부에서 어떤 단체에 돈을 지불해서 집시 인종들을 박멸하기 위해 부모에게서 아이를 강제로 떼어 놓은 사건이 있었대요. 1980년까지. 더러운 피를 말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정신병원이나 집단 수용서에 수용 했던 모양이에요.
이번 8집은 특히 자우림다운 앨범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스스로 평가한다면.
진만 저희가 생각해도 이번 8집은 자우림 총정리 편이에요. 하려고 했던 것들의 첫번째 도착점에 온 것 같아요.
15년 만에 첫 번째 도착점에 왔군요.
진만 좀 오래 걸렸나?(일동 폭소)
태훈 사운드 적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MP3 보다는 CD로 듣는 게 만족도가 훨씬 더 크실 거에요. CD를 많이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만족하는 것도 여러모로 커요.
지금까지 자우림의 타이틀곡은 앨범 전체 색깔과 약간 거리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하하하 송’ ‘매직카펫라이드’ 같은 노래는 상당히 힘차고 밝은데 전체적인 앨범 색은 약간 무겁다든가.
윤아 지금까지 곡을 만들면서 이걸 타이틀곡으로 해야지, 만든 건 한번도 없었어요. '매직카펫라이드'나 '하하하송'도 들을 땐 신나지만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신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하하송'은 되게 패배주의자의 노래에요. 패배자가 방에서 외치는 외침. '매직카펫라이드'는 이번 앨범 '해피데이'랑 통하는 노래죠. 인생, 어차피 죽잖아. 이런 내용이거든요. 사실 타이틀이 되었기 때문에 밝은 이미지를 더 입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조련당할 준비 됐나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다 김윤아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많이 심각했나요?
윤아 사실 앨범 준비 전부터 몸에서 신호를 보냈어요. 면역력이 없다고. 올 초엔 신종플루에 걸려서 실려가기도 했고. 쉬어야 하는데 일을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일을 지속하다 보니 신체기능이 정지된 거죠.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신경을 침범할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안면 신경이 당했죠. 은퇴하는 줄 알았어요. 얼굴을 움직이지 못했거든요.
진만 윤아가 8집 마스터링을 끝내고 쓰러졌거든요. 저희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이게 내 마지막 앨범이네’ 이런 눈빛이었어요.
윤아 그런 생각 정말로 했어요. 남은 계약은 어떻게 하지? 현실적인 고민도(웃음) 나중엔 청각신경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이번에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겠구나 생각했었요.
좌절 하셨나요?
윤아 좌절은 안 해요(웃음). 음악을 직업으로 하지 않아도 들을 수만 있다면 만족하죠. 그래도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의사 선생이 경과가 굉장히 좋았다고, 많이 좋아졌죠.
네 분은 지난 15년 동안 변함없이 함께 하셨어요.
윤아 다른 이야기지만 배철수 음악캠프에서 철수아저씨가 “멤버 교체 없이 이렇게 오래한 팀은 크라잉넛이 유일하죠” 이러시는 거에요(웃음).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전화할 뻔 했잖아요. 지난 번엔 우리라고 하셔놓고(일동 폭소). 크라잉넛은 저희보다 데뷔가 1년 빨라요. 그런데 도중에 멤버를 영입했거든요.
태훈 그럼 멤버교체가 있었네~!
윤아 교체가 아니고 추가긴 하지만. 우린…추가도 없었는데(일동 웃음).
그 비결이 뭔가요?
선규 아무도 리더십이 없다는 게 비결 같아요.
리더는 이선규씨 잖아요.
선규 그냥 사전적인 리더고요. 사실 리더는 없어요. 사장(구태훈)은 있고….
윤아 우린 직원?(웃음)
리더십이 아무도 없으면 앨범 방향을 정하고 나오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태환 윤아가 부반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만 역할이 다들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예를 들어 6월 녹음하고 8월 발매면 2~3월 경에 윤아한테 단체 문자가 와요. “오빠들 곡 많이 썼어?”. 그럼 선규랑 통화해요. “어떻게 하지?” (일동 웃음)
그렇게 15년을 보내셨군요(웃음). 고비는 없었나요?
태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고비는 윤아가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굉장했죠. 작년, 올해. 파란만장했어요.
윤아 그래도 무대에서 크게 노래할 수 있는 해방감 때문에 다들 크게 늙지 않고 계속 철없이 잘 지내는 거 같아요.
진만 특희 우리팀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니까.
3년만에 콘서트도 하시네요. 어떤 콘셉트인가요?
선규 8집 앨범의 새노래와 히트곡, 나가수에서 유난히 사랑받았던 곡 몇 곡을 레파토리로 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뜨거운 곡들이 많아요. 완곡조절 폭이 작아져서 걱정이긴 한데, 어쨌든 뜨겁게 달리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윤아 막 달리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이런 콘서트 꼭 해보고 싶어요. 잔디밭이 있고 사람들이 음식이랑 술을 싸가지고 와서 돗자리 깔고 먹으면서 우리 공연을 보는 것. 조용하게.
태훈 저는 언젠가 소극장 릴레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윤아 릴레이? 나 매일 일해야 해?(일동 폭소)
태훈 저희가 팬들과 소통했던 게 많지 않았거든요. 큰 극장 말고 작은 극장에서 팬들과 가깝게 만나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진만 그래도 자우림은 뜨거운 콘서트가 최고죠. 이번 네버다이 공연이 그럴 겁니다.
윤아 팬들 표현이 자우림은 정말 팬들을 잘 조련한다 하시더라고요. 이번 공연이야말로 내내 조련을 당하실 거에요(웃음) . 저희들 내부의 어떤 악마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멤버들은 나가수식 경연을 한답니다. 5개 도시 투어 중 모든 투표를 합산해서 최하 투표를 하는 한 분께 벌칙을 드릴 거에요. 명동 한 복판에서 아브라카타브라를 춘다든지(일동 웃음).
진만 최하위가 새로운 리더가 된다든지, 떨어지는 사람이 예능에 나간다든지. (일동 웃음) 기대 많이 많이 해주세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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