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록의 기운, 느끼셨나요?" 맷 로랑

록밴드 보컬리스트 맷 로랑과 애달픈 사랑의 주인공 콰지모도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술자리에서 만난 원작자 플라몽동의 “내일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을 보러 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으로 시작된 만남.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뮤지컬 넘버로 오디션에 응시한 맷 로랑은 “바로 당신이 콰지모도인 것 같다”는 스태프들의 만장일치로 13살 때부터 한 몸과 같았던 기타를 벗고, 10kg이 넘는 콰지모도의 의상을 입었다. 콰지모도를 상징하는 날 것의 목소리는 록밴드에서 다져진 연륜으로, 지독한 사랑의 절규는 짝사랑의 경험으로 완성시켰다. 우연에서 운명이 된 맷 로랑과 콰지모도와의 만남은 프랑스, 스위스, 영국,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콰지모도로 무대에 오른지 13년. 맷 로랑과 콰지모도의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숙명처럼.


 

“지칠 수가 없죠. 한국 관객들이 뿜어내는 열정을 당해내려면 지칠 틈이 없어요.”


세종문화회관 최단 기간, 최다 관객 기록 수립. 2005, 2006년 대한민국 관객을 사로잡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이 다시 찾아왔다. 아시아투어의 일환으로 6년 만에 찾아온 무대, 관객들의 관심은 오리지널 콰지모도, 맷 로랑으로 모아졌다.

“2006년 서울공연 당시에 함께했던 연출과 익숙해진 서울에서 하는 무대라 그런지 편안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비보잉을 하는 한국배우를 비롯해서 영국, 네덜란드 등 다국적 배우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번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다른 나라 출신 배우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시너지, 그 오묘한 합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 힘을 관객들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프랑스버전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영화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 작사가 윌 제닝스가 번안한 영어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투어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400회 이상 프랑스어로 공연 했기 때문에 프랑스버전이 몸에 익숙한 게 사실이었거든요. 오리지널과 똑같은 상황에서 언어만 달라졌다고 하지만 전 두 배로 노력할 수 밖에 없잖아요. 이번 투어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던 저를 다잡아 준, 숙명처럼 온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나라별 비법을 갖고 있어요.”


콰지모도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묻자 그는 단번에 테이블 놓인 오렌지 주스를 가리킨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웃음) 오렌지 주스를 많이 마시면서 비타민 보충을 부지런히 해요. 어느 도시에서든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거든요. 서울의 겨울 날씨는 춥고, 건조한 편이에요. 그래서 샤워도 자주하고, 가습기를 틀어서 습도 조절에 신경 쓰고 있어요.”

순정남이자 추남으로 꼽히는 콰지모도. 애꾸눈, 절름발이, 구부정한 자세의 콰지모도로 살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물리치료, 10kg이 넘는 의상 등 육체적인 고역을 견뎌내야 한다. 맷 로랑을 애꾸눈 꼽추로 변신하게 만드는 힘은 단 하나, 콰지모도 그 자체에 있다.

“콰지모도는 사랑을 베풀 줄 알잖아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 콰지모도가 항상 걸걸한, 굵은 목소리만 내는 건 아니거든요. 그 강약조절을 하는 게 가장 어렵지만 그 포인트를 알아채고 콰지모도의 슬픔, 절규에 대해 관객들이 반응해 주실 때 희열을 느껴요. 콰지모도의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열광적으로,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한국이에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힘들고, 지칠 틈이 없어요. 배우들을 감동시키는 관객인 것 같아요.”

명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 맷 로랑은 이 작품을 명작으로 이끈 원동력은 "음악의 힘" 이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력적인 음악만으로 설명되는 탄탄한 드라마 속에는 사랑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이 이야기하는 사회문제까지 담고 있어요. 관객들의 마음을 잡는 건 단연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춤, 아크로바틱 등 퍼포먼스들도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요소인 것 같아요 ."

 

“인생의 전성기를 선물해준, 콰지모도.”


싱어송라이터이자 록밴드 '라 쉬칸'의 보컬리스트로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던 가수 맷 로랑의 활약은 상당했다.

"우연으로 설명해야 할지, 운명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절 콰지모도로 이끌어준 건 어릴 때부터 제가 좋아했던 음악, 록이에요. 1998년, 록밴드 보컬리스트 이름으로 찾았던 시상식맥주 파티에서 우연히 원작자 뤽 플라몽동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내일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을 보러 오지 않을래?"라는 제안을 받았으니까요. 13살 때부터 시작했던 음악이 저를 콰지모도와 연결시켜준 것 같아요."

폭발적이면서도 굵고, 거친 목소리는 그를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콰지모도로 이끌었다.

“콰지모도로 굵은 목소리를 낼 때는 ‘록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봐요. 그런 부분을 제 콰지모도만의 매력으로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정말 감사하죠. <노트르담 드 파리>의 모든 넘버가 다 좋지만, 제 오디션 곡이기도 했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모든 걸 쏟아서 부를 수 밖에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해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공연, 주말 2회 공연. “개막 일주일이 지났는데 정말 많은 공연을 했다”고 웃어 보이는 맷 로랑은 “이번 아시아투어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갈라콘서트, 개인적인 일들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제 서울은 익숙한 도시가 됐어요. 아들에게 서울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번 아시아투어는 아내, 두 살 된 아들과 함께 하고 있거든요. 가족, 팀들이랑 불고기도 먹으러 가고, 노래방도 자주가요. 며칠 전에는 남산 서울타워에도 다녀왔어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 지루하지도 않고, 가족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공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 공연을 보고 환호해주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거든요. 제 아들이 제가 느끼는 감동을 이해하는 나이가 됐을 때, <노트르담 드 파리>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고 싶어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디자인: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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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2.01.31

    한마디로 '정말 멋진' 배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