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컬리스트라 불리는 남자, 나윤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음색, 담담한 읊조림. 지르거나 폭발하진 않아도 한음 한음 호소력을 지닌 목소리. 가수들 사이에서도 노래 잘하는 가수로 손꼽히는 나윤권, 그가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콘서트를 갖는다. 지난 달 예정됐던 입대를 연기한 뒤 전해진 이 소식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소식일 터. 10년 전 그를 발굴한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은 더해진다. 진짜 보컬리스트 나윤권, 그가 짧지만 강렬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김형석과

“와, 아이돌 같아요.” 사진 촬영을 위해 가까이에서 접한 나윤권을 보고 튀어나온 기자의 말에 푸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쑥스러움을 수습하고 바로 취하는 표정에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모습이, ‘나였으면’ ‘뒷모습’을 부른 그 가수인가 싶다.

입대를 코 앞에 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필 촬영과 앨범 녹음, 4월에 있을 마지막 공연, 그 사이 방송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바쁜 스케줄이라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웃음) 그래도 재미있어요. 형석이 형하고 다시 가족이 된 저에게 의미가 커요. 대중들이 알고 있는 제 노래는 당시 형석 형이 써주신 노래들이 대부분이라 다시 둘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니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기대가 되고.”

그가 “형석이 형”이라고 칭하는 이는 작곡가 김형석. 발라드 작곡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곡가와 그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하는 가수의 만남은 화젯거리가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곧 군 입대를 앞둔 와중에 결정된 콘서트(이미 나윤석은 지난 12월 아듀 콘서트를 마쳤다)와 EP앨범 발매는 전격적일 수밖에 없다. 나윤권 “어느 회사가 29살 된, 군대에 가는 사람과 계약을 하겠냐”며 김형석과의 인연을 풀어놓았다.

“처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제가 다른 둥지에 있을 때도 항상 저를 챙겨주셨어요. OST 작업이 있으면 항상 저를 불러주시고. 제 계약이 끝날 때 즈음 엔터테인먼트를 다시 하신다며 같이 하자고 하셨죠.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죠.”

2004년 1집 ‘중독’ 발표 이후 나윤권은 다섯 번의 정규/미니 앨범과 다섯 번의 싱글앨범, 그리고 수많은 OST에 참여해왔다. 과장하지 않은 감정 전달과 진심이 묻어나는 음색을 담은 나윤권표 발라드는 그에게 ‘진정한 나가수’ ‘가수들이 가장 닮고 싶은 보컬리스트’ ‘보컬의 정석’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안겨줬다. 그리고 그 시작은 김형석 작곡가와의 인연에서부터였다.

 

“중학교 3학년부터 가수를 꿈꾸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계속 떨어져서 난 아닌가 싶었지만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했죠.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진학을 앞두고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가 누군지 찾아보니 딱 뜨더군요(웃음).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마침 형석이 형 회사와 모바일 회사가 함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바로 참여했죠.”

당시 4차 오디션까지 올라간 나윤권은 그 자리에서 김형석의 눈에 띄어 발탁 됐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오디션을 보고 다녀서 덜 떨었던 것”을 합격 요인으로 꼽았지만, 작곡가는 가수로서 잠재력을 한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당시 형석 형이 ‘얘 올인하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냐’ 말씀 하시던데, 그땐 올인이 그룹인가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드라마였어요. 결국 올인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죠. 지금 생각하면 전 정말 운이 좋습니다. 최고의 작곡가와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세션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중요한 건, 노래를 부를 수 있단 사실”

중학교부터 줄기차게 보아왔던 오디션 끝에 발탁됐지만 연습생시절은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았다. 그는 “가수가 되면 금새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줄 알았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하지만 1집, 2집을 선보이며 그는 ‘유명한 가수’가 아닌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한 가수’가 제일 행복한 일임을 깨달았다. 서른을 앞두고 예정된 군 입대. 가수로서 생각이 많아질 시기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금 걱정은 했어요. 형석 형이 불러 주시기 전까지, 이제 나도 공백기가 생기는 구나. 군대를 갔다 와서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은 으쌰으쌰하는 기분입니다(웃음). 예전엔 혼자 곡수집, 녹음, 자켓까지 다 해결해야 했는데 지금은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대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명감이 더 단단해지고 있죠.”

군대 기간은 그에게 가수로서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노래도 갈고 닦을 생각. 데뷔 9년, 발성의 정석, 진짜 나가수 등 으쓱할만한 수식어들이 따라붙었지만 "감사한 마음" 이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전엔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만에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배울 게 더 많다는 걸 지금은 잘 알고 있거든요. 지금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같아요. 군대를 마치고 나서도 꾸준하게 노래를 선보이고 싶어요. 분명히 제 노래를 아끼고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웃음). 그 숫자가 크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면 전 만족해요. 나중에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게 목표기도 해요.”

4월 초 선보일 EP 앨범은 나윤권과 김형석의 호흡을 볼 수 있는 결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윤권표 정통 발라드와 빠른 곡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웬만해서 칭찬을 하지 않는다는 김형석이 “아직도 스폰지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단다.

“새벽에 전화를 하시더니 ‘이 노래 어때’ 하고 들려주는데,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정말 이거다, 싶었어요. 이번 콘서트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나윤권은 오는 4월 21일부터 22일까지 연세대학교백주년기념관에서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를 갖는다. 역시 그의 형이자 삼촌 김형석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다. 의미가 깊은 무대인 만큼 그의 수많은 히트곡이 위주가 된다. 화려한 퍼포먼스 보다 발라드의 진가를 전달할 예정. “무대에서 불태울 예정”이라며 각오가 남다르다.

“12월 콘서트에서 이미 폭풍 눈물을 흘리면서 굿바이를 했는데(웃음). 트위터에서도 밝혔는데, 또 하고 싶었어요. 아마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많이 와서 제 노래, 즐겨주세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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