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헤드윅> 오만석
작성일2012.07.23
조회수21,337
7년 만이다. 한국 <헤드윅>의 첫 무대를 채웠던, 존 카메론 미첼이 그의 공연 영상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을 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마력을 발산했던 오만석이 드디어 초연 이후 다시 헤드윅으로 변신한다. 수 차례 “언젠가는 꼭 다시 할 작품”으로 남겨두고, 생각하고, 또 본인 역시 기대해 오던 그 사람, 그 무대. 2012년 오만석이 풀어낼 헤드윅의 눈물과 웃음, 폭발하는 분노와 희열의 모습은 쉬이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벌써 7년이다. 진짜 체감으로는 3, 4년 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진짜 시간이 빨리 가는구나.
이번이 (그 때가)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크게 들었다. 같이 했던 사람들의 반 강제적인 권유도 있었고.(웃음) 이성적인 판단은 아닌 것 같고, 무엇에 홀린 것처럼 어쩌다 보니 오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 괜히 한 것 같다. (웃음) 워낙 운동도 좋아하고, 남자 중의 남자 스타일인 것 같은데 <헤드윅>을 하려면 이런 것들을 포기 해야 한다. 한달 전부터 운동도 끊고 축구도 끊었다. 낮에 하는 야외 운동은 거의 중단했다. (피부가) 타기도 하고 근육이 자꾸 붙으니까. 근육도 빼고 살도 빼고 왁싱도 하고 네일도 하고, 여러가지 물리적으로 할 게 많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지만, 다른 드라마나 영화, 그 외 공연은 겹칠 위험이 있는 건 다 고사했다. 대본도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보면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특별히 대단한 각오로 어떻게 하겠다, 그런 건 아니고.
솔직히 초연 준비할 때는 이게 될까, 안될까, 반반이었다. 초연이 잘 되고, 두 번째 공연 캐스팅하는 거 보고 오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잘 되고 오래가서 <헤드윅>이 약간 브랜드화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좀 마이너 적인 느낌이 필요한 작품인데, 너무 메이저가 되어 버려서.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좀 각성하고 스스로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느 한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지, 할 겨를도 없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건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굉장히 덩치가 크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강한 비주얼, 어떤 색깔의 질감을 가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이 잘 전달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비교적 드라마 라인을 놓치지 않고 때로는 시니컬하게, 때로는 감정에 몸을 맡겼다.
미첼이 한국의 <헤드윅>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미첼이 생각하고 하고 싶어하는 헤드윅과 한국의 헤드윅이 닮은 면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배우들이 갖고 있는 즉흥성이라든지 감수성이라든지. 그도 <헤드윅> 공연을 매회 다르게 했을 정도로 상당히 즉흥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기질이 한국 배우들에게 좀 더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미첼이 좀더 한국 헤드윅에 관심과 정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미첼의 관심이나 콘서트 참여가 분명 한국에서 <헤드윅>을 좀더 대중화시키고 관심을 유지시킨 건 사실인 것 같다.
일단 부담이 많이 되고. 7년 전과 아무리 똑같이 하고 싶어도 그렇게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몸도 말을 안 듣고.(웃음) 더 아줌마스럽게, 수다 떠는 아줌마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헤드윅>이 쉽지 않은 작품이고, 처음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대본 작업 중이다. 살을 붙인다기 보다 원래 있는 것에 그간 놓치고 갔던 부분을 좀 더 살려 놓는 작업이다.
풀롯 자체가 헤드윅에 많이 집중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구조적으로 이츠학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이츠학의 숨겨진 부분을 더 찾아내려 노력 중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연출님이 이미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계시고. 이츠학은 또 하나의 헤드윅이자 헤드윅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그 둘이 공연 후반부에 바뀌어가는 모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부분이 압축되거나 새로운 노래가 추가되기도 했고, 비중을 덜했던 몇몇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연출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좀 더 세심하게 다시 한번 짚어보고 찍어야 할 부분은 좀 더 찍어내고 제시해주게 되는 것 같다.
(웃음) 그랬나? 너무 과찬이다. <헤드윅>은 참 많은 감정선,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어느 순간 뭐 하나에 꽂히면 그쪽 질감이 되고, 또 다른 순간에 꽂히면 이쪽 질감이 되는 거라서 아마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다. 솔직히 지금 연습하면서 나 자신에게 계속, 역시, 실망하고 있다. 아후, 너무 어렵다.
굉장히 철학적인 접근인데, 어쨌거나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물론 환경에 의해서 선택권이 좁아지는 건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에 가기 위해 수술을 하고 결혼을 하는 건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또 한편으로는 ‘오리진 오브 러브’ 가사에도 나오듯이, 원래 한 몸이었던 사람인데 두 개로 갈라지고 나서, 너를 봤어, 왠지 친숙해, 이게 내 잃어버린 반쪽이라서 그런 건지, 자신이 한 선택들이 알 수 없는 본능에 의한 솔직한 움직임이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을 내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과연 그러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저 사람은 나쁘고 내가 옳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저 사람이 남자면 남자대로 여자면 여자대로, 반은 남자고 반이 여자라면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것. 내가 살아온 이 길을 받아들이는 것,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이 작품의 전체적인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논리정연하게 말로 펼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블랙 코미디로, 눈물로, 웃음으로, 진솔한 이야기와 노래로 풀어가는 거다. 이성과 감성을 넘나들면서 하는 게 바로 <헤드윅>이다.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어찌 보면 결과적으로 (성전환)수술도 실패했고 거친 음악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달콤한 거, 예쁜 걸 좋아하는 양면성도 가지고 있다. <헤드윅>이라는 작품 색깔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 동시에 펼쳐질 때 관객들에게 묘한 스파크를 일게 하는 거다. 표현은 굉장히 저속하지만 상당히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묘한 매력을 계속 발산하고 있다.
그때는 참, (잠시) 아, 공연 끝나고 극장을 나가면, (잠시) 아, 지금 생각하면, 아, 나도 그럴 때가 있었구나, 하는.(웃음) 그…랬…던…적이… 있네. (웃음)
매일 똑 같은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 노래 가사, 대사까지 다 외우는 분들도 계셨다. 해외에 있는 헤드헤즈들, 특히 일본 분들이 한국에 와서 보시기도 하고, 올 가을에 일본에서 일본 <헤드윅>이 공연되는데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거기까지 가실 것도 같다.
배우는 내가 원하는 직업이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어느 순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뭐랄까, 마냥 즐겁지 않은 거다. 자꾸 스트레스 받고 섭섭해지고 화나고 이런 것들이 많아지는. 그래서 좀 즐길 수 있는, 편하게 해 볼 수 있는 걸 해보자 해서 예능을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예능 섭외가 있었는데 그간 안 했던 것 뿐이다. 컨셉만 미리 보고 아무 생각 없이 현장에 나갔다. 하면서 그때 그때 드는 생각을 이야기 하고. 전혀 예능 스트레스는 없었다.
또 카톡, 트위터, 이런 건 귀찮기도 해서 안 하다가 올 초에 시작했다. 여러가지 사연이 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홈페이지 외에 소통할 수 있는 하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고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 스텝들과 안부 전하는 정도로 사용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누구를 비하하는 것 보다 그날 감사한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 위주로 쓰자,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도 별거 아니다.
정말 그런가? (웃음)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사회 재미 있다. 기회가 되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뮤지컬어워즈 같은 경우는 이쪽을 잘 모르는 사람 보다는 그래도 종사자 중에 사회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대화도 더 잘 통하고, 상을 받는 누군가가 잘 아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뭐가 이슈인지도 알 것이고, 그런 면에서 좀 더 이야기 해 줄 수 있으니까. 또 다 모이면 좋지 않냐. 얼굴 보는 거다.
<내 마음의 풍금> 출연했었고 형, 동생 하면서 잘 아는 정철호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종목도 짜야 하고 사람도 불러 모아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내가 소스를 줬다. OB팀, YB팀, 스텝팀이나 대학생팀, 이런 식으로 해서 팀을 만들고 주장을 정해서 그 사람들한테 이렇게 저렇게 사람을 모으게 하라고. 그랬더니 좋은 생각이야! 하고는 바로 나에게 OB팀 주장을 시켰다. (웃음)
그래서 카톡 방 열고 내 전화번호부에 있는 78년생 이상 배우분들에게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지금 2, 30명 정도 인원을 확보해 놓았고. 종목도 농구, 씨름, 실내에서 할 수 잇는 걸 준비중이다. 그런데 그 주 주말이 <헤드윅> 첫 공연이라. (웃음) 나도 참. (웃음) 지금 약간 근육에 문제가 있어서 공연도 아파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 그래도 자리는 채워야 할 것 같다.
위치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렇게 많이 중요하게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풀리지 않는다거나, 마찰이 자꾸 생긴다거나.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라 자꾸 다른 쪽으로 흘러갈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갈 때 모두가 다 이야기를 못 꺼내거나 그냥 넘기는데, 그럴 때 나를 바라보면 책임감을 느끼니까, 본의 아니게 이야기도 해야 하고. 그런 것 때문에 오해를 불러 사거나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부르는 경우는 있다.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거야 라고 하기엔 성격이 그렇지 못하니까.
많이 해소가 됐다. 그 사이 연극 <트루웨스트> 등을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었고, 짧게 나마 여행도 다녀왔다. 지금은 많이 해소되고 즐거운 편이다. 그런데 <헤드윅>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 받고 있다. (웃음)
내가 비교적 진지한 접근을 하는 편의 헤드윅이었다고 평들을 하셨는데 나보다 건형이가 더 진지한 접근을 하지 않을까? (웃음) 나보다 더 섬세한 것들을 끄집어 내지 않을까 한다. 건형이가 굉장히 집요하게 끄집어 내는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더욱 업그레이드 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 디자인: 이주영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컨텐츠
댓글
댓글3
-
jwsm**님 2012.07.25
헤드윅에 대한 배우님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져요.. 너무 달리게 될까 두려우면서도ㅋㅋ 정말 보고 싶습니다. 기다릴게요! ㅎㅎ
-
akum**님 2012.07.23
인터뷰 읽고 나니 이번 헤드윅 더 기대되네요~!!! 진짜 헤드윅을 보여주세요~^ㅅ^
-
jukyba**님 2012.07.23
MUST에서 잠깐 보는데, 여전하시더군요ㅠㅠ 감정 연기는 역시 오드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