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리 블론드> 정은지 “사투리, 세 글자는 잊고 공연 봐주세요”

“점마 센스는 오줌만큼도 없다, 때깔 쥑이네!” ‘응답하라 1997’에서 걸출한 부산 사투리로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는 애초에 배우도, 배우 지망생도 아니었다. 청순하고 귀여운 컨셉트로 이미 팬층이 두터운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다. “에이핑크 데뷔를 위해 부산에서 상경한 지 1년 8개월”만에 그녀는 예상치 못하게 배우로 주목 받고 있다. <리걸리 블론드>의 엘우즈에 캐스팅 된 것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 태어나 처음, 표준어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기대되지 아니한가.

방금 오전 연습을 마쳤는데, 연출님이 은지씨에게 특별히 주문한 게 있었나요?
특별한 것 보다 제가 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 사항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아, 얼마 전에 제가 ‘처음보다 많이 늘었나요?’ 여쭤봤거든요.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금발이 잘 어울리던데요. 엘 우즈와도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와 진짜요? 짝짝짝

뮤지컬 해보니 어떤가요.
제 원래 꿈이 보컬트레이너였거든요. 노래 부르는 게 너무 좋아서 마냥 노래 부르는 사람이 꿈이에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이야기 하듯이 노래를 부르고 들려 주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뮤지컬 자체가 이야기를 하듯이 노래를 하는 거에요. 그 부분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연기와 노래 중에 어떤 걸 선택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 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뮤지컬은 딱 중점이잖아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관객들과 소통도 하고.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표준어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큰 도전이죠. 전 사투리로 대중 분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에 관객들이 표준어를 얼마나 잘 하나 보자 기대치를 가지고 오실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아요. 엘 우즈는 LA 걸인데 사투리를 쓰면 극이 완전히 깨질 것 같아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다 싶어요. 뮤지컬 출연이 결정되면서 계속 표준어로 듣고 말하면서 공부했어요. 그런데 제가 표준어를 쓰니까 멤버들 영 어색해 해요. 너 같지 않다고(웃음). (부산 사투리로) 알았어요~ 하면, 이제 정은지 같다고 하죠(웃음).  

에이핑크 데뷔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부산 사투리를 그대로 쓰셨잖아요. 표준어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나요?
전혀 안 했어요. 처음엔 데뷔하고 서울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고쳐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 서울로 전학을 가면 한 달 만에 말투가 바뀌어 있었거든요.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생각과는 달랐나봐요.
처음 서울 올라와서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에이핑크 오디션에 합격하고 일주일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거든요. 주변 환경도 바뀌고, 말투도 바뀌고, 잠자리, 먹거리 모든 게 다. 처음엔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했지만 막상 올라오니까 마냥 부산이 그립고 엄마, 아빠, 동생이 그리웠어요. 말투도 헷갈렸어요. 어느 날 부산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친구가 말투가 왜 그렇게 바뀌었냐고 말해서 제가 완전히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충격이었어요.

어떤 점이?
서울에서도 완전히 서울 말이 아니고, 부산에서도 완전한 부산 말이 아닌 거에요. 전 이도 저도 아니고 혼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그냥 부산 정은지 그대로이고 싶더라고요. 난 가수로 데뷔하는 거고, 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주실 분이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 제 사투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고요. 그 뒤론 한번도 고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어요. 회사에선 알아서 고칠 줄 알았대요(웃음).

드라마에서 보면 은지씨 사투리는 유독 더 착착 감기는 것 같았어요(웃음).
제 사투리가 보통 부산 사투리보다 훨씬 심해요. 제가 엄마, 이모, 엄마 친구들 같이 어른들과 보낸 시간이 많아서 말투, 단어 선택이 약간 올드 한 거에요. ‘문디야’ 이런 것들이 옛날 표현이라 좀 더 새롭게 들리는 것 같아요. 제 성격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여성스럽다기 보다 약간 중저음이에요. 남자들 사투리 같달까요. 그래서 더 그렇게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드라마에 캐스팅됐고 소위 ‘대세녀’가 됐잖아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많은 분들이 계시는 곳은 이렇게 대학로 연습이 있을 때만 와서 별로 느끼진 못해요. 그래도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건 보면 재미있어요. 멤버들이 문자가 와요. 검색어에 있다고(웃음). 

‘응답하라 1997’에선 첫 연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연기 같지 않고 거침없어 보였거든요.
다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데 사실은 부담이 많이 됐어요. 시원이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해도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비쳐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멤버들이 대사를 맞춰줬는데 ‘언니 사투리가 갑자기 어색해졌어요’ 그러더라고요. 시작하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불안했어요. 다른 분들이 조언 해 주실 때마다 새겨 들으니까 나중엔 더 멘붕이 오고. 이것 저것 다 생각하니까 헷갈려서 나중엔 시원이의 정체성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엔 감독님 한 분만 믿고 갔죠.

드라마 속 캐릭터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냈군요. 
전 시원이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다른 점이 많아요.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지만 사람들 앞에 막무가내로 나서는 걸 못해요. 움츠러드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시원이는 소리도 잘 지르고, 좀 드센 면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 창피함을 떼 놓으려고 노력 했어요. 그걸 깨서 감독님에게 칭찬 받았던 걸 생각하면 감사하거든요. 이번에도 잘 해서 칭찬 받고 싶단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엘 우즈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갑작스럽게 배우 정은지로 관심 받았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엔 발 연기란 소리만 듣지 않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주목 받는 게 갑작스럽고 얼떨떨했어요. 저는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스타일이거든요. 혼자 상처를 내고 굳은 살이 생기면 나중엔 익숙해 지는… 그래서 드라마 반응이 좋을 때도 취해있지 말자, 관심에 익숙해 지면 다른 작품에서 지금만큼 반응이 오지 않으면 실망할 테니까. 엄마도 저에게 관심을 받을수록 고개를 숙여라, 자만할수록 앞으로 가능성은 좁아진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데뷔 전엔 보컬 트레이너가 되고 싶었다고 했는데 아이돌 그룹 멤버가 됐어요. 아이돌 가수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아이돌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아이돌이 싫어서가 아니라 추구하는 노래가 약간 달랐거든요. 전 소울풀 한 노래를 좋아해요. 거미, 이영현 선배님처럼. 그래도 오디션은 꾸준히 봐왔어요. 왜냐면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실용음악)학원에 가는데 부원장 선생님이 에피핑크 메인 보컬 오디션을 한 번 보라고 하셨어요. 평소 부르는 오디션 곡을 불렀는데 합격을 하고, 이틀 뒤에 서울에 올라가서 에이핑크 멤버가 된 거에요.

제일 늦게 합류한 거네요?
맞아요. 연습시간이 2개월이었어요. 처음엔 안무가 걱정됐어요. 제대로 춰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하니까 또 되더라고요(웃음).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드라마에 출연했고, 이젠 뮤지컬도 도전하네요(웃음).
저 지금 새로운 도전을 몇 번 하는 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도전하는 만큼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에게 뭔가가 남는 것 같아요. 배우는 게 많으니까 겁나지만 재미있어요.

지금은 배우로서도 많이 주목 받지만, 가수로서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엔 에이핑크가 아니라 배우로 주목 받는 게 약간 섭섭했어요. 어떤 분은 제가 에이핑크 보컬이라고 하니까 배우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에이핑크도 많이 알려졌잖아요. 허쉬도 그랬고.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사랑해 주셨어요. 더 잘 해야죠!

뮤지컬 이야기로 돌아오면, <리걸리 블론드>의 엘 우즈는 명품을 좋아하는 금발의 여성이에요. 은지씨 이미지완 좀 다른 캐릭터 같은데요.
저는 엘 우즈 보단 털털하고 터프한 사람이에요. 엘 우즈는 명품을 꿰고 있고 상위 문화에 익숙한 아이인데 전 브랜드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제 몸에 맞고 편할 걸 추구하거든요. 길 다가 예쁘다 싶으면 들어가서 사고. 그래서 처음엔 이 역할이 마냥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어요. 아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의욕만 앞서고 뭔가 안 나왔거든요.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런데 집중하다 보니까 엘 우즈는 마냥 된장녀가 아니라 자신감 있는 현대 여성이더라고요. 어쩌면 이 아이도 시원이랑 비슷한 면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외모는 금발 인형이지만… 그러니까 엘 우즈가요, 저 말고(웃음). 하는 행동은 대장부 같이 결단력이 있어요. 멋있는 여성 같아요.   

드라마 하면서 연기 수업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뮤지컬도 마찬가지인가요?
드라마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응답하라..’ 할 때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심지어 서인국 오빠도, 호야 오빠도 모두 제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뮤지컬도 현장에서 모두 선배님들이라 연출님, 언니들이 이야기 해주시는 걸 듣고 고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상대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시죠? 어느 분이 제일 잘 챙겨 주나요.
하하 진짜 다 잘 챙겨주세요. 팀 오빠는 연습을 하다가 제가 동선을 잊어버리면 복화술로 가르쳐주세요. 선규 오빠는 연극을 많이 하셔서 좋은 조언들을 많이 해 주세요.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얼어 있었거든요. 다들 ‘응답하라..’를 잘 보셨대요. 뭔가 잘 해 보이고 싶은데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선규 오빠가 연습실은 실수하라고 있는 곳이라고, 무대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셔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어요. 경수 오빠는 조근조근 상황을 이끌어가 주세요. 산호 오빠는…하하 그냥 편해요. 정말(웃음).

연습실에서도 다른 뮤지컬 배우들과 격의 없이 친하다고 들었어요.
원래 사람들과 벽을 두고 알아가는 걸 정말 싫어해요. 불편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신경쓰이고 힘들잖아요. 툭 다 터 놓고 지내고 싶어요.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전 제가 좋아하면 그냥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저 먼저 다가가고 챙기는 편이에요.

개막이 다가오네요. 첫 무대 어떨 거 같아요?
자기최면을 해요. 얼마 전에도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가 ‘야, 너 왜 이렇게 움츠려 있는데, 너 하던 대로 해라. 넌 겁 없는 애 맞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한테 정말 고마워요. 아빠도 ‘니 겁 없잖아, 어렸을 때 썰매도 일어서서 탔다’고 말을 해주시고. 전 별 말 하지 않았는데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겁 없다란 말이 저에게 힘이 되는 거에요. 맞아, 난 겁이 없지. 그러니까 겁 없이 해야지. 겁 없다, 겁 없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요.
표준어 칭찬을 넘어서 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공연 시간 동안 알찬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기대가 많이 되요. 앞으로 청사진이 있다면.
롤 모델을 말씀드리면, 세분이 계세요. 거미, 김건모, 윤미래 선배님. 저에게 첫 번째 스승님은 김건모 선배님이에요. 선배님의 8번째 앨범에 ‘불효’란 노래가 있는데 초등학교 때 이 노래를 듣고 엉엉 울었거든요. 노래로 감정을 전달한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거미 선배님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계셔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윤미래 선배님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가정도 정말 예쁘게 꾸리셨고, 남편의 사랑도 받으시고.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공연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공연장에 오실 때 사투리란 세 글자는 지우고 들어오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은 볼 때 만큼은. 집에 가실 땐 생각하셔도 되고요(웃음). 지금 표준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만약 표준어에 능숙해 지면 평소엔 사투리를 쓰고 싶어요.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생각이 아직도 있어서.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사투리를 버릴 거에요. 공연 보러 오실 땐 성시원은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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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질문
키스씬은 있나요? 누나 나 울어요.
네 있어요. 저도진짜 하는줄은 몰랐는데 실제 촬영하는 것처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울지 마세요~!

앞으로 드라마에서도 표준어 연기를 자주 보여주실 건가요.
그럼요.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뭔가를 보여드릴 때 스스로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바쁜데 잠은 잘 자나요.
잠은 서울 올라오고 나서는 잘 못 자는 편이에요.  예민한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조금 예민해 진 것 같아요.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3~4시간 정도? 그래도 긴장이 풀리면 하루 종일 잘 때도 있어요.

노력해도 사투리가 나올 때 있었나요?
뮤지컬 연습할 때 나도 모르게 나온 적이 있어요. 흥분해서 말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나와서 연습실이 빵 터졌죠. 그 뒤론 한번도 없어요. 연출님이 생각보다 사투리가 안 나와서 놀랐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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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PMC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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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6

  • blam** 2012.10.29

    오오오~12월 4일이 기대됩니다. 정말~~~~~ 맨앞좌석에서 볼껍니다.ㅋ

  • stacat** 2012.10.29

    기대됩니다. 첫공 보러갑니다.!!!!

  • kyj50** 2012.10.29

    겸손하다.. 은지언니 움츠려있지마세요ㅠ 항상응원할게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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