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래로 퇴근길 위로해 드립니다” <퇴근길 오페라> 신치림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이 배를 부여잡고 방바닥 뒹굴며 웃게 한 ‘못친소’의 히어로 신치림의 진가는 그들이 우크렐레와 기타를 잡고 노래하며 순식간에 우리를 저 편 쓸쓸한 언덕 위에 서 있게 할 때였다.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지만 윤종신은 여전히 감성 아이콘이자 300여 곡이 넘는 작사, 작곡 노래가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싱어송라이터이며 ‘월간 윤종신’ 등을 비롯,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뮤지션이다. ‘출국’,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눈물 흘렸을 노래의 주인공이자, 한 번에 두 가지의 소리를 동시에 내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하림은 몽골,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음악과 악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내공 100단의 문화인이며, 혜성처럼 등장한 조정치 역시 김범수, 강산에, 정인, 이은미, 김광민 등과 음악 작업을 해 온 뛰어난 기타리스트이다.

이들이 모여 ‘브랜드가 될 수 있는 문화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는 걸 알고 있는가? 요란하지 않게 팬들의 환호를 받은 <퇴근길 오페라>가 올 연말 다시 찾아온다. 저마다의 가슴을 툭 건드리는 신치림 노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미남은 아니지.

무한도전 여파가 크다.
윤종신
(이하 종신): (김)범수가 시들시들해졌다. (웃음) 하림이는 거기에서 미남됐고. (웃음)
조정치(이하 정치): 아, 정말 범수랑 같이 있다니. (웃음)
하림: 학교에서 학생들이 (손으로 얼굴 위 아래를 훑으며)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러더라. (웃음) 수업 하는 중에도 복도에 다른 학생들이 쫙 서 있고. 학생들이 날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긴 하다.

스스로 미남이라 생각하는가?
종신
: 본인이 미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정치: 잘 생긴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종신: 이 정도면 됐다, 하는 건 있는데 그건 미남하고는 다르다.
정치: 난 이 정도면 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에는 그러한 반응들이 안 좋을 수도 있겠다.
하림
: 내 노래 중 몽골 노래가 있는데, 시에 관련된 굉장히 진지하고 슬픈 노래다. 어느 자리에서 그 노래를 하는데 사람들이 막 자지러졌다. 그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종신: 희화화가 된 부분도 있지만 더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조금 더 있으면 그 노래에 대해서 다 알게 될 거다.

뮤지션 조정치를 이번 기회게 알게 된 사람들이 많다.
종신
: 다들 그렇다. 나도 처음에 봤을 땐 빵 터졌었다.(웃음) 정치는 재능이 많다. 기타도 잘 치고 감성이 있는 기타리스트다. 내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이 둘(하림, 조정치) 밖에 없다. 하림이는 안지 15년, 정치는 3년 정도 됐다.

'정치'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정치
: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정치 맞다. 한자도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정치 쪽에 관심이 많으셨었다.

기타와 작곡은 10대에 독학으로 깨우쳤다는 프로필 글을 보았다.
정치
: 좀 재미있게 쓰려고 한 프로필이기도 하지만, 학생 때 너무 오락을 해서 아버지가 컴퓨터를 뺏어가서 기타를 치게 됐다는. (웃음)

신치림의 탄생

윤종신, 조정치, 하림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팀명 ‘신치림’에서 중국 무협 장르의 느낌이 풍긴다.
종신
: 이름을 지어봤는데 너무 좋았다. 재밌기도 하고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도 좋았다. 뭐지? 신치림? ‘림’이라는 모음으로 끝나니까 그런 것도 재밌고.

팀 내에서 세 명의 역할이 어떻게 되는가?
종신
: 하림이 프로듀서다. 나는 제작자 겸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정치는 기타 잘 치고. 음악성이 섞이는 것 보다 한 사람의 구도 아래 가자, 해서 하림에게 맡긴 거다. 모두가 곡과 가사를 쓰고 하림이 전체적으로 음악적 톤을 잡아간다.

하림: 형이 계속 시키면 도망 다니다가, 저 앞에 정치가 떡 버티고 서 있어서 결국 하는 편이다. (웃음) 다들 스트레스 받는 거 굉장히 싫어한다. 셋 다 작가이기 때문에 서로 지켜주고 위해주고, 막을 건 막고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는 식으로 일이 흘러가도록 하려고 한다.

감정에 대한 것들,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커지고 어떻게 느껴져야 하나, 그런 것들은 정말 실시간으로 디테일하게 집중하는데 나머지 악기나 음악에 대한 건 연주자에게 맡긴다. 본인이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최근 개인적인 고민은 내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큰 영감을 던지고, 그 영감 그대로 순수하게 결과물로 나와주는 게 제일 좋다.

<퇴근길 오페라>

<퇴근길 오페라>는 신치림의 노래와 극이 어우러진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닌 ‘오페라’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
종신
: 뮤지컬은 극 중심이고, 우리 무대는 노래를 중심으로 하고 거기에 극을 맞춘 것이다. 오페라는 노래 중심이다. 신치림 앨범에 있는 아홉 곡에 맞게 황선영 작가(MBC 황금어장 작가)가 이야기를 구성했다.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다.
종신
: 우리들 이야기는 각자 콘서트에서 많이 하니까. 또 작가가 우리를 굉장히 평범하게 본 것 같다. 셋 다 튀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정치: 특별한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들 듣고 싶어 하지 않나?
종신: 예를 들어, 만약 비가 나온다면 작가가 퇴근길이라는 걸 안 썼겠지. 아! 적절한 비유다.(웃음)

하림: ‘퇴근길’이란 곡을 쓸 때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좋아서 이 일을 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들 무렵 ‘퇴근길’을 썼는데 직장인들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내 얘기였던 것 같다. 친구들은 내가 음악 하니까 참 편하고 특별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가 정말 소소하다. 작업이나 공연을 하고 매일 대부분 새벽 4시쯤 집에 들어가는데 그래서 음악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퇴근이란 말을 쓴다. 직장인들은 휴가라도 있다지만 난 휴가도 없고.

정치: 직장인들보다 그런 느낌이 더 할 수도 있다.

종신: 퇴근은 우리가 음악 작업이 끝나고 느끼는 것과 차이가 없다. 사람은 저마다의 출퇴근을 하며 산다. 퇴근길은 상징적인 의미다. 직장생활을 안 해 봤지만, 그 안에서 연기 하다 보면 충분히 느낄 만한 것이 나온다. 결국 사는 이야기고, 나도 하다 보면 짠 하다.

작품의 구성이 궁금하다. 실연남녀, 사별남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종신
: 지하철 안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총 3막으로 펼쳐진다. 배우들이 등장해 함께 연기를 하고, 우리 노래가 그 사이에 펼쳐진다.

하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지하철이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가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이런 컨셉의 공연이 많이 있었고 너무나 좋았다. 신치림 첫 앨범 제목이 ‘여행’인데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바라지만 떠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 약간의 상실감이 녹아 있다. 나도 그렇고 형이나 정치도 그렇고. 그래서 작가가 그 상실감을 포인트로 잡은 거다. 상실감 가득한 지하철 풍경을 보여주고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가가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울컥 할 때가 있다.

종신: 극을 위한 노래는 하이라이트를 극에 두는데, <퇴근길 오페라>는 절정이 노래에 있다. 그래서 우리가 노래할 때 우는 관객들도 있다. 신치림 공연은 문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 <퇴근길 오페라>가 브랜드고, 윤종신, 하림, 조정치의 팬이 아니더라도 보러 올 수 있는 공연, 그래서 또다른 신치림 노래가 나오면 또 다른 작품이 나오겠지. 예를 들어 신치림의 두 번째 오페라, ‘부부싸움’.
하림: 형, 꼭 그렇게 가야해?
종신: 아, 지금 내 속에 있는 이야기가 나왔어. (웃음)

초연 당시 칫솔 등 선물을 주는 코너가 큰 인기를 얻었다.
종신
: 그게 메인 아이템인데 이번에도 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우리 앨범이 그 때 많이 팔렸다.(웃음)

진리? 죽기 직전에야 아는 것

‘편안한 수다방 같았다’, ‘노래를 계속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등 올 첫 공연 관객들의 후기가 좋다.
종신
: 되게 고맙다. 하림이 고생을 많이 했다. 활동하다 보면 ‘에휴, 안되나보다’ 하고 중간에 가라앉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오기가 생겼다. 신치림은 어차피 길게 봤기 때문에.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목적과 의의를 길게, 멀게 보고 간다 해도 과정에서 이를 흔들리게 하는 많은 현실적인 장애들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 전 현 음반 시장과 음원 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었다.)
종신: 난 의의나 목적 없이 일한다. 의의나 목적이 너무 강하면 과정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즐겁게 하자, 이게 삶의 모토다. 그게 잘 사는 것 같다.

하림: 난 그런 것들 때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주변 친구들이 몽상가가 많고 나도 그런 스타일인데. 기왕 몽상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 그래도 목적성을 못 찾겠다 싶어도 ‘왜’를 생각해 본다. 좀 멀더라도 의의를 두면 결국 이렇게 하자는 거잖아, 하게 되고. 음악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자유롭게 부딪히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음악인들이 사회화가 좀 늦되는 편 같은데, 오히려 20대 때 무브먼트 같은 걸 했다면 서로 상처 받았을 것 같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잘 통한다. 자신의 생각들을 조심스레 풀어내면서 서로 안 다치게 되는 것 같다.

정치: 형들 만나서 안 해 본 일들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데 점점 더 재미있어졌을 뿐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왜 사나, 그랬는데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퇴근길 오페라> 하면서 무대 위에서 연기도 하고 대사도 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내 안에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있다.

종신: 사람을 어떤 모습으로 단정짓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이 진리인지는 죽기 직전에만 안다고 하더라. 죽기 직전에야 아는 걸 왜 자꾸 미리 알려고 하는가. 그러니까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디자인: 이주영(juyou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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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mini989010** 2012.12.28

    한 때 하림씨 좋아해서 자주 들었네요^^ 신랑은 노랫말이 너무 슬퍼서 별로라고 하지만..전 좋아요..ㅋㅋ 대박 나시구요..부산에서도 만나뵐 수 있음 좋겠어요..예정일이 보름도 안 남은 임산부라 내년 봄이나 여름 쯤 공연하러 오시면 좋겠다는 바람이..ㅋㅋ 있네요

  • skydrea** 20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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